이럴 땐 산 책 이야기. 


이젠 관성이 붙었달까, 예전에는 그래도 중고로 사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최근에는 그냥 새 책을 통 크게 질렀다. 양심상 많이는 아니다.^^;; (나는 아마 그런 양심은 없지...@@) 

















정희진,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아니 언제 살까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독서모임에서 지난 달 한 챕터 공유하여 영화를 보고 글을 읽었다. 역시 종이책으로 사는 게 맞다. 밑줄 죽죽 긋고 별표 좍좍 하면서 읽어야 한다. 



















에바 일루즈, <사랑은 왜 불안한가 - 하드코어 로맨스와 에로티시즘의 사회학> 

에바 일루즈는 조금, 뭐랄까, 약간의 거리를 둔다. 왜냐하면... 어 맞아 맞아 그렇지 옳소 하면서 읽다가도 어느 지점에 이르러 응?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감정 자본주의>(를 읽었으나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에 이어 <사랑은 왜 끝나나>를 읽는 중이다. 어딘가 모르게 묘...하다. 묘하게 읽는 중이다. 그래도 사랑 시리즈는 다 보아야 겠다. 


















김신명숙, <여신을 찾아서> 

책 소개 대충 보고 중고 살 때 같이 질렀는데... 음, 이거 왜 샀지?@@ 지금 다시 훑어보니 좀 아닐 수도 있을 듯? 컬러 사진과 여신을 찾아나서는 순례기 같아서 덜컥. 아무튼 샀으니 나중에 읽어보는 걸로. 

















장차현실, <마님 난봉가> 

순전히 궁금해서...ㅋㅋㅋ 아 그런데 이거 만화인 거 이제야 알았...ㅠㅠ 미리보기 좀 하고 살 걸. (미리보기로 미리 보니 매우 별론데. 봤으면 안 샀을 수도 있었겠는데. 이건 배송비 들여 받지 않아도 되겠다.) 



















앤 카슨 <빨강의 자서전> 

이 책 어디선가 봤는데 기억이 안 난다. 서재에서도 본 듯한데. 그리 읽기 어렵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조리 필사하고 싶다는? 그래서 나도 한번. (이 기억도 정확치는 않으니 어쩔.) 


















아미아 스리니바산, <섹스할 권리> 

항상 보관함에 담겨 있는 책들 중 무엇을 먼저 살 것인가, 무엇을 새 책으로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책을 사는 날은 심하게는 반나절 정도 알라딘을 헤집고 다니는 것같다.ㅠㅠ 이 책도 처음 나왔을 때부터 보관함에 있다가 이번에 장바구니로 나왔다. 


















캐럴 J. 아담스 <인간도 짐승도 아닌> 

이 책 나왔다고 알린 기억이 있다. 이제는 사야 할 때. 읽어야 할 때는, 음, 아직 먼 듯 하지만... 

















모이라 게이튼스 <상상적 신체 - 윤리학, 권력, 신체성> 

끝까지 경합하던 몇 권의 책 중 가장 먼저 장바구니행. '섹스/젠더 구별'이 '신체와 정신을 나누는 이원론적 개념을 답습'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매우 혹함. 정신분석학 및 스피노자, 니체, 푸코, 들뢰즈가 줄줄이 나오므로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 
















전혜은 <퀴어 이론 산책하기> 

위의 <상상적 신체>를 고르고 나서 한 권을 더 고르는데 계속 외국 학자의 책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 물론 외국서적들 훌륭하지만 너무 외국책만 보는 거 아님? 혼자 찔려서 국내저자 책들 중에서 먼저 <퀴어 이론 산책하기>를 골랐다. 서재에서 읽은 평들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11월 알라딘 선물들이 화려하다. 처음엔 미니다이어리가 탐이 났는데 살펴보다가 가계부로 바꾸었다. 좀 체계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 푸핫. 가계부 산다고 체계적이 되지는 않겠지만. 매년 다이어리도 실패, 계획도 실패, 하는 내 습관과 성향으로 보아 가계부도 실패할 확률이 뻔하게 높다. 금액 채우려고 시집을 사는 아이러니라니. 이게 다 다이어리/가계부 때문이다. 


















최현희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 

두 권은 전자책이다. 

최현희(마중물샘)님의 글을 이웃님이 소개해 주셔서 읽다가 울컥. 책도 권하시길래 전자책으로 구입.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재밌겠지? 그러나 최근 두어 달 동안 산 전자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있다는 건 함정. 



이밖에 알라딘 굿즈 중 '기능에 집중한 문진'(ㅎㅎ)도 사고(기대 만빵) 형광펜이랑 스케줄 마스킹테이프도 사고 마스킹 테이프 중 페미니즘 문구 들어간 거 있어서 냅다 사고. 아주, 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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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03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뭡니까. 저 형광펜 영업당하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2-11-03 17:08   좋아요 1 | URL
앗 ㅎㅎㅎ 저도 형광펜 정말 백만년(은 뻥이지만)만에 샀어요. 책에 연필로 밑줄긋기도 꺼려하던 내가 형광펜 밑줄이라니! ㅎㅎㅎ

라로 2022-11-03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제브라 형광펜 여기서 샀어요!! 알라딘에서도 파는군요!! 이미 사용하고 있는데 아껴서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다 든 생각이 아끼면 나중에 말라서 안 나오는 거 아닌가? 싶은;;; ㅎㅎㅎ

난티나무 2022-11-03 17:09   좋아요 1 | URL
라로님도 형광펜 쓰시는군요. 웬만하면 펜 종류 안 사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눈에 퐉 들어와서 ㅎㅎㅎ 너무 아끼지 마세용~^^

mini74 2022-11-03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밎아요 밑줄 좍좍 긋고 싶은 책이 읽지요 ~ 저는 굿즈 중에 달력 골랐어요

난티나무 2022-11-03 17:11   좋아요 1 | URL
달력! 저도 처음엔 달력 하려고 했거든요.^^;; 달력에서 미니다이어리로, 그리고 결국 가계부로… 다 갖고 싶지만^^;;;;
정희진샘 책은 다 밑줄!
 
[eBook] 포르노랜드 : 당신이 웃어넘긴 야동의 실체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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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다시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다. 읽을 때의 분노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같은 급하고 후달리는 마음도, 다른 일, 다른 시간과 함께 무뎌진다. 시간이 가는 그만큼, 포르노도 ‘발전‘할 것이다.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고 제대로 된 정책도 시급하다. 시급한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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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내 그런 기분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내 집 내 침대에서 하루종일 뒹굴고 싶은 마음 굴뚝.

딱히 할 것도 볼 것도 있지 않은
뚜렷한 목적 없는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모로 생각하게 되는 시간.

드디어 내일 집에 간다. 그래서인지
피곤함이 몰려오는 오후.
무조건 걷기보다 어디든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는 기술 연마 필수, 지금은 그 기술 써먹는 중.

앉아서 쉴 때 읽으려고 전자책 들고 나왔지만
눈이 무겁다. 밀려있는 책들 어쩔. 나는 말이야, 책을 읽을 수 있는 여행을 원한다고.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특히 젊은 시절.(물론 나는 지금도 젊다.😜) 나만의 여행 패턴이란 게 있을 리가 없다. 누군가는 책 읽을 거면 여행을 뭣하러 오냐고 할 지도 모르는데 ㅋㅋ 숙소에 퍼져서 책 읽는 여행 좋지 않나요?

어쨌거나 여행은 혼자 하는 게 최고다. 누가 됐든 함께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불만도 생긴다. 내 맘대로 안 된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또 한번 실감한다.

내 여행 패턴에 대해 고민하면서.
안경을 벗으면 몇 미터 앞 사람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 내 시력을 걱정하면서.
어딘가에서 바람에 실려오는 하수구 냄새를 피할 도리 없이 맡으면서.
빵집의 에스프레소가 어째서 2,20유로인가에 대해 투덜거리면서.
글감을 휘갈겨놓은 수첩을 뒤적거리면서.

그런데
빠리에는 책방도 많고
책을 읽는 사람도 많다.
좀전에도 길가 계단에 앉아 책을 읽는 남자를 보았고 좀더 전에도 지하철에서 아이 셋 데리고 탄 남자가 책을 펼쳐 읽는 걸 보았고 그 전에도 어제도 그저께도 길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까페에서 책을 읽는 여자들을 보았다.
적어도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만큼은 종이책과 인간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만.

책을 읽기에는 머리와 눈이 무겁고 손글씨를 쓰기에는 손목이 아프고 멍 하자니 너무 멍해서 북플을 열고 수다 삼매경.

집에 가서 쓰러지지 않으면 ㅎㅎ 다음주에 나타날게요. 뿅.



(책 이미지 넣고 싶어 ㅎ 여행 중 간간이 매우 간간이 들여다보는 책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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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0-3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소에 퍼져서 책 읽는 여행은 늘 로망이에요! 왜 뭐 때문에 그런건지 나도 몰라요.ㅋㅋㅋ
어쨌든 집떠나면 고생 뭐 이런 말이 생각나는 글이에요.ㅎㅎㅎㅎ 돌아오심 푹 쉬셔요,, 쉬시면서 여행하는 동안 내가 왜 그랬지? 뭐 그딴 생각 하지마시길요.^^;

난티나무 2022-10-31 21:52   좋아요 0 | URL
같은 로망을 가진 라로님~^^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은 진리일까요?ㅠㅠ
 

여행 중에도 틈틈이.

겨우 책 몇 글자 보는 정도.
<포르노랜드> 읽을 수 있겠어? 했는데
서정적인 글보다 오히려 더 잘 읽히는 건 반전이다. ㅋㅋ
재독이라 그럴지도.
대신 글을 쓸만한 마음의 여유는 없...

북플 글도 대충 휘리릭, 제대로 못 읽음.
당분간 이럴 예정.






아마 포르노가 그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항하는 가장 목소리 큰 논리는 "포르노는 판타지다"라는 주장일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판타지는 머릿속에 존재하고 그 안에만 머무르며, 관계, 섹스, 사람, 친밀감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로는 절대 새어 나가지 않는다. 남자는 포르노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 이미지를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이들은 포르노를 재미있는 판타지로 즐길 줄 아는 교양 있는 소비자로 선을 넘는 형위나 유치한 플롯, 과장된 신체 묘사는 물론, 매번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오르가슴을 느끼고 남자는 다량의 정액을 분출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터무니없는 성적 장난질을 그저 즐길 뿐이라는 얘기다. 포르노가 끝나면 남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아무런 변화도 겪지 않은 채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일부 포르노 옹호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를 반박하는 사람은 판타지와 현실을 혼동하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207/433)

아이러니하게도 포르노는 판타지라고 주장하는 측이 놓치고 있는 짐은 실은 포르노가 우리의 상상력과 성적인 창조성을 오히려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포르노가 전달하는 이미지가 사고를 마비시킬 정도로 내용이 반복적이고, 정신이 둔해질 만큼 단조롭기 때문이다. (211/433)

"포르노는 강간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질문 대신, 포르노의 메시지가 우리의 현실과 문화를 형성하는 방식에 대해 더 섬세한 질문을 던진다면, 이미지가 곧 강간으로 이어진다는 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질문을 재정립함으로써, 포르노의 서사가 그 일관성과 통일성으로 만들어 낸 세계관이 이용자의 사고체계에 통합되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해, 인지, 해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214/433)

남아와 성인 남자는 비디오 게임, 영화, 텔레비전, 광고, 남성잡지에서 그러한 이미지를 접하며, 그 이미지는 그들에게 여성, 남성, 섹슈얼리티에 관한 서사를 제공한다. 포르노의 역할은 이 같은 여성에 대한 문화적 메시지를 가져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거의 없는 간결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일부 미디어 이미지는 여러 사람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미디어 연구에서는 이를 ‘다의적polysemic‘이라고 한다) 특히 곤조 포르노의 경우 - 여성을 향한 노골적인 멸시와 여자가 굴욕당하고 폄하당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끝도 없이 보여주는 서사를 통해 남자에게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들은 성차별적 대중문화 이미지로 가득한 사회에서 자란 덕분에 어느 정도의 포르노적 시선을 이미 체득한 상태다. (215/433)

해방을 위해 싸워 온 집단이라면 누구나, 미디어 이론가들이 수십 년에 걸쳐 깨달은 사실, 즉 미디어 이미지가 억압당하는 집단을 체계적으로 비인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안다. 이 이미지는 결코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집단에 가해지는 지속적인 억압을 합리화하는 메시지의 더 광범위한 체계 안에 연루되어 있고, 그것이 가진 권력은 대개 태도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억압을 묵인하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정상화하는 데서 나온다. (217/433)

텔레비전에서 예컨대 흑인이나 유대인을 계속해서 인종차별적 혹은 반유대주의적으로 그리는 드라마나 시트콤이 쏟아져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백인 남자가 이들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얼굴을 가격하고, 목을 조르며 그들의 입에 이물질을 집어넣는다면 어떨까? 추측건대 격한 항의에 부딪힐 것이고, 그러한 이미지는 단지 판타지라는 이유로 옹호받지 못할 것이며 보이는 그대로 간주될 것이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가하는 가혹행위다.
포르노는 폭력에 성적인 외피를 덧씌우며 그것을 비가시화하며, 결과적으로그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은 반폭력주의자가 아니라 반섹스주의자로 규정된다. (218/433)

포르노가 강간에 개입하는 방식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포르노를 이용하는 모든 남자가 강간을 저지르는 건 결코 아니지만, 포르노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상화하고, 합리화하고, 묵인함으로써 페미니스트들이 ‘강간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미지들은 폭력과 학대로 가득한 섹스를 당사자 모두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는 ‘섹시‘한 것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포르노의 메시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비정상적이며 용인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사회의 규범을 갉아먹는데, 사실 이 규범은 남성지배적 사회에서 이미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된 이미지 대다수가 여자에게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신체 온전성이나 영역, 경계가 없는 것으로 묘사한다. 이들 이미지는 총체적으로 작용해 그러한 경계선을 넘는 행위를 여자가 원하고 즐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포르노가 그 이용자에게 전파하는 다양한 강간 신화 중 일부이다. 포르노에는 다른 수많은 신화가 내재해 있는데, 모두 성폭력을 폭력의 행위가 아니라 합의에 기반한 행위로 묘사하는 게 목적이다. (234/433)

포르노의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질문을 뒤집어 보는것이다. 포르노가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대신, 어떤 조건에서 그러한 이미지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을지 물을 수 있다. 즉, 남자가 포르노의 서사에 대항하려면 어떤 것에 노출되어야 할까? 나를 비롯한 미디어 연구자들은 자본주의와 짝을 이루는 소비주의 이데올로기의 지속적 유입으로부터 사람들의 면역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논의할 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대개 그 해답은 그것에 반하는 이데올로기를 제공하여 소비 이데올로기의 허위적 본질을 드러내고 대안적 세계관을 제시하는 데 있다. 포르노의 반이데올로기 또한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그 메시지를 방해하고 파괴해야 하고, 포르노만큼 강력하고 즐거워야 하며, 남자에게 포르노 속 여성의 이미지는 허구이고, 특정한 형태의 섹스만을 팔기 위해 꾸며낸 거라고 설득해야 한다. 또한 이 대안 이데올로기는 이성애 섹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하며, 그것은 성 평등과 정의에 입각해야 한다. 그러한 페미니즘 이데올로기에 노출된 남성은 극히 드물다. 남자(그리고 여자) 대다수는 성 불평등이 자연스러우며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현실인 것처럼 느낄 정도로 지배적인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매일 주입당하며 살아간다. 포르노는 이 이데올로기를 최대한으로 뽑아먹을 뿐 아니라. 그것을 포장해서 고도로 성애화한 형태로 남자에게 돌려준다. 그것에 대항하는 반이데올로기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같이 달콤한 성차별 이데올로기는 지배적 사고방식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포르노는 사회화의 유일한 행위자는 결코 아니지만, 그 강렬한 이미지와 우리신체에 미치는 영향 덕분에 강력한 설득의 도구가 되었으며, 남자가 여자를 동등한 존재로, 자기가 당연히 갖는 인권을 마찬가지로 당연히 가지는 존재로 보는 능력을 잠식하고 있다. (23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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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포르노랜드 : 당신이 웃어넘긴 야동의 실체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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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깐 본 티브이프로그램에 미국의 ‘반전’ 배우들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지도 벌써 생각나지 않으려 하지만 남자고 유명 배우였고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재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는데(한국프로그램) 그 ‘힘든’ 과정에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해 이혼”한 것을 고통스러운 이혼 뭐 이런 식으로 묘사했다. 아놔. 지가 잘못해서 이혼한 걸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한참을 버럭버럭했다.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잠깐 펼친 <포르노랜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 사진은 아래에 있다.
“21세 때까지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파산이라는 소용돌이를 통과해야 했으며 마침내 …에 이르렀다.”
이 부분은 타임지 기사의 일부이다. 심지어 플린트(잡지 허슬러를 만든 인물)를 까내리는 기사다. 그런데도 결혼 이혼 파산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 느껴지지 않는다.

70년대 기사나 2022년 티브이프로그램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발화의 형식은 바뀌지 않는다. 언제까지 남성의 ‘힘들었던’ 삶을 영웅화할 것인가. 언제까지 우쭈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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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5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기사는 뭔가 스트립 클럽을 열었다는게 구국의 영웅쯤 되었다는 투로 말하네요. ㅎㅎ

난티나무 2022-10-17 01: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스토리. ㅋㅋㅋ 그나마 되게 부정적으로 쓴 기사인데도 우쭈쭈.ㅋㅋㅋ

호우 2022-10-1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바람돌이님 의견에 동감. ‘마침내‘ 스트립 클럽 여덟개를 열어 성공한 인생이 되었다는 뜻인가요? 으이 ㅆ.

난티나무 2022-10-17 01:37   좋아요 0 | URL
그러니 다른 성공 스토리는 어떻겠습니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