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머리말!

페미니즘은 여성 자신이 성 계급 sex class의 일원임을, 다시 말해 ‘성‘ 혹은 ‘섹스‘라는 것 - 인간 문명세계의 토대가 되는 자연적이고 전 "정치적이며 객관적인 물질적 기반 - 을 근거로 했을 때 사회적 지위가 열등한 사람들로 구성된 계급의 일원임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 P8

자연적인 것이라고 하는 이 ‘성‘ 혹은 ‘섹스‘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여기엔 이미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신체는 ‘남성‘과 ‘여성‘으로 분류된다. 많은 신체가 어느 한 범주에 맞춰 훼손되고, 또 훗날 많은 신체가 이미 정해진 결정에 불복하더라도 말이다. 신체가 어떤 사회적 목적을 부여받을지는 이 근원적인 분리를 통해 판가름 난다. 어떤 신체는 새로운 신체를 탄생시키기 위해, 다른 신체를 씻기고 입히고 먹이기 위해, 다른 신체에 기분 좋고 온전하며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다른 신체에 자유롭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섹스는 자연적인 것임을 가장하는 문화적인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섹스sex와 젠더 gender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미 섹스 자체가 가면을 쓴 젠더다.

‘섹스‘라는 단어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섹스화된 신체로 하는 행위, 즉 성행위 말이다. 어떤 신체는 다른 신체와 성관계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 어떤 신체는 다른 신체에게 쾌락·소유·소비·숭배 ·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다른 신체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존재한다. 이 두번째 의미의 ‘섹스‘ 역시 자연적인 것, 정치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이런 생각 역시 허구임을, 어떤 이익에 이바지하는 허구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가장 사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 섹스는 사실 공적인 것이다. 우리가 수행하는 역할, 우리가 느끼는 감정, 누가 주고 누가 받는가, 누가 요구하고 누가 제공하는가, 누가 원하고 누가 원해지는가,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고통을 받는가, 이 모든 것에 대한 규칙은 우리가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훨씬 이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어느 유명 철학자가 자신은 섹스를 하는 동안만큼은 진정으로 정치적 문제에서 벗어나 자유롭다고 느끼기 때문에, 섹스에 대한 페미니즘 비평에 반대한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에게 당신 아내가 그 말에 뭐라 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그의 아내는 식사 자리에 초대되지 않았기에 내가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다). 내가 하려는 말이 곧 섹스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오래전부터 성적 자유를 꿈꿔왔다. 그들이 거부하는 것은 성적 자유의 시뮬라크르, 그러니까 평등해서가 아니라 흔해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는 섹스다. 이 세상에서 성적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취해야 하는 무언가이며, 늘 불완전하다. - P9

(버니스 존슨) 레이건에 따르면 정치가 완벽한 집 - 레이건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궁‘처럼 완벽한 소속의 장소 - 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많은 페미니즘을 배타적인 모순으로 이끈다. ‘집‘으로 그려지는 페미니즘은 사실보다는 공통성을 주장하고, 집 안의 평화로운 풍경을 해치는 모든 걸 배제한다. 반면 진정으로 포용적인 정치는 불편하고 안전하지 못한 정치다. - P14

최선의 페미니즘 이론은 여성이 혼자일 때 하는 생각, 피켓 시위 라인과 생산 라인에서, 길모퉁이에서, 침실에서 주고받는 말, 남편·아버지·아들·상사 그리고 선출직 공무원에게 수천번 하려고 했던 말에 뿌리를 둔다. 최선의 페미니즘 이론은 여성들의 투쟁에 잠재된 여성들 삶의 가능성을 드러내고, 그 가능성에 더 바짝 다가선다. 그러나 페미니즘 이론은 여성들 삶의 세세한 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저 높은 곳에서 여성들에게 그들 삶이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만을 이야기해줄 때가 너무 많다. 대다수 여성에게 이런 말만 번드레한 주장은 쓸모가 없다. 그런 말에 귀기울이기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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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1-02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샀쥐 ㅋㅋㅋ 미리미리 ㅋㅋㅋ

난티나무 2023-01-22 23:13   좋아요 0 | URL
저 지난달에 다 읽었어요!!!!!! ㅎㅎ
 
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머리‘가 가장 좋았다.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들, 때로 단순하거나 성급한 부분이 없지 않다 느꼈으나 나쁘지 않았다. 일반적/대중적인 감상보다 조금 더 날카롭게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소설들. 무섭다고 해서 미루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나는 무섭지가 않았다. 미루지 말고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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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2-0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난티나무 2022-12-01 23:49   좋아요 0 | URL
오 안무서움 동지십니다~!^^

바람돌이 2022-12-0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일하게 무서운게 저는 머리였는데요. 좀 섬뜩하고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어요. ^^

난티나무 2022-12-01 23:51   좋아요 0 | URL
제가 현상(?) 자체보다 그 의미에 더 집중해 읽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얄라알라 2022-12-10 22:15   좋아요 0 | URL
머리,
이상하게 남의 이야기같지 않아서
읽는 내내 기분 묘하게 안 좋았고
무서웠어요.

바람돌이님과 난티나무님에 이어 살포시 표 하나 얹어가는 저 ㅎ

2022-12-02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2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2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2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칼자국 소설의 첫 만남 10
김애란 지음, 정수지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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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상관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상관없어보이)는 에피소드 하나. 

"엄마 옛날에 코다리조림 했었잖아, 왜, 꽤 자주 먹었던 거 같은데?"

"그랬나? 모르겠네."

"엄마가 코다리 좋아해서 자주 했다고 기억하는데. 나도 좋아했어. 그 왜, 꾸덕하게 꽤 많이 말려서, 먹으면 꼬들꼬들한 식감 나는 거 있잖아."

"맞아맞아. 옛날 코다리는 그랬지. 요즘은 그런 게 없더라. 언니 말하는 건 그거야, 그 꼬들꼬들한 거." 

동생이 옆에서 거들지만 엄마는 영 생각이 안 난다고 하고 만다. 

엄마의 음식, 엄마의 밥상, 이런 말들에 두드러기가 돋는 요즘이지만 이렇게 가끔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기억에는 엄마가 만들던 음식이 하나 둘 끼어있다. 힘들었던 시절, 엄마는 통째로 기억을 어디다 묻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내가 옛일을 기억 못하듯이. 그러나 그 코다리조림의 맛과 식감은 시간을 초월한다. 


짧은 소설을 후루룩 읽어버릴 수 없었던 건 문득 떠오르는 그런 기억들 때문이다. 겹쳐짐. 소설처럼, 엄마가 나를 칼 하나로 키운 것도 아니고 다른 무엇 하나로 키운 것도 아니지만, 비슷한 삶을 산 것도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짐작되는 삶의 모습, 엄마의 말과 마음과 느낌, 딸의 입장과 느낌... 한밤에 읽고 성급하게 별 다섯을 준 이유도 어쩌면 나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썰고, 가르고, 다지는 동안 칼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내 창자와 내 간, 심장과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는 어머니가 해 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 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8) 


첫장을 넘기면서 나온 이 구절.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는 말. 써놓으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문장인데 몸으로 느껴지는 것만 같다.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는 몸, 그 무게와 그 상처... 아득하다. 딸의 입장에서, 또 엄마의 입장에서, 내가 자라고, 아이가 자라고, 그러는 동안 '엄마'는 "'다라이'로 통하는 저 지하 세계에 빠져들지 않으려 버둥대는 것처럼"(15)...... 

지하 세계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버둥대는 방식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내가 보아온 엄마의 방식은, 철저하게 남자를 우위에 두기, 항상 미안해하기,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기 등 한마디로 '나'가 없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그렇다는 사실을 '모른다'. 자식들을 먹인 기억이 희미한 것 또한 엄마의 방어기제일 테다. 엄마는 지하 세계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먹는다는 것, 먹인다는 것, 그 행위에 대한 생각들. 깊이 생각하지 않는 문제들. 좀은 투박하게, 담담하게 엄마를 생각하는 어투는 지나친 감정이입도 막고 뻔한 서사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뻔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빠 이야기...ㅠㅠ 어째서 하나같이 비슷한 모양새인가.) 나는 이렇게 담담하게 하지만 제법 날카롭게, 엄마를 쓸 수 있을까, 막연하게 질문하게 된다. 아직도 엄마, 하면 날 세워 비판의 탈을 쓴 비난을 하는 데 머무르고 있으니까. 


제목만 보고 무슨 내용일지 짐작도 못했었다. 조카 읽히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같은 시리즈의 다른 단편도 하나 읽은 적 있는데 그것(제목 안 밝힘)보다 훨씬 좋았다. (뒤늦게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를 샀었다. 아직 안 읽었는데^^;; 거기에 이 <칼자국>이 실려있다고 한다.) 다만, 이런 '엄마 서사'가 그러니까 효도해라 식의 교훈으로 읽히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엄마를 '밥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엄마=집밥'으로 여기는 것은 모든 엄마가 그래서가 아니라 지난 시절 집밥을 했던 사람이 많은 경우 엄마여서일 뿐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 삽화 불만 (78) : 소설 뒷부분에서 화자가 깎은 사과의 껍질은 '푸른' 색이라고 되어있다. 사과가 푸른 색인지는 뭐 빛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치자. 화자는 칼로 슥슥 사과 껍질을 깎아서 베어문다. 삽화에서 깨물고 있는 사과는 붉은색이다. 뭥미?


+ 시리즈 이름이 '소설의 첫 만남'이다. 별 생각없이 넘겼는데 지금 보니 뭐가 뭐를 만난다는 말인지 헷갈린다. 사람'이' 소설'을' 처음 만나는 것 아닌가요. ~의,를 너무 쉽게 쓴다는 생각. 




"어느 날, 나는 내가 진정으로 배곯아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리둥절해진 적이 있다. 궁핍 혹은 넉넉함을 떠나, 말 그대로 누군가의 순수한 허기, 순수한 식욕을 다른 누군가가 수십 년간 감당해 왔다는 사실이 이상하고 놀라웠던 까닭이다. 오랜 세월, 어머니는 뭘 재우고, 절이고, 저장하고, 크게 웃고, 또 가끔은 팔뚝의 때를 밀다 혼자 울었다." (51) 


"나는 어머니의 뒤태에서 곧 사라져 갈 부족의 그림자를 봤다. 어쩌면 어머니의 말,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 사람들 중 더 작은 나라 사람들이 쓰는 그 말 때문인지도 몰랐다. 벵골 호랑이에게는 벵골 호랑이의 말이, 시베리아 호랑이에게는 시베리아 호랑이의 말이 필요하듯. 나이 들어 문득 쳐다보게 되는 어머니의 말. 나는 그것이 아름다운 관광지처럼 곧 사라질 것 같다 예감한다. 대개 어미는 새끼보다 먼저 죽고, 어미가 쓰는 말은 새끼보다 오래되었다. 어머니가 칼을 갈 때면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든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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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1-30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래전 <침이 고인다>로 김애란작가를 처음 만난 후 계속 읽어오고 있는데, 저 책에서 “칼자국”을 제일 좋아했어요^^ 인용하신 몸속의 칼자국 부분은 아직도 기억나네요!

난티나무 2022-11-30 23:13   좋아요 2 | URL
나온지 꽤 됐죠? 저는 사놓고 아직 안 읽었네요.ㅎㅎㅎ
독서괭님 기억하고 계시는 것처럼 저도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mini74 2022-11-3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ㅠ 아이가 엄마가 해준 음식 중 제일 좋은거 물었더니 옥수수차 ㅠㅠ 라고 한 저는 별로 할 말이 없네요 ㅎㅎ 제 기억의 엄마는 도시락 여덟아홉개 싸고 감자 박스로 깎던 거. 김애란 작가님 문장 참 좋아요. 저도 좋아합니다 ~

난티나무 2022-11-30 23:17   좋아요 1 | URL
옥수수차 맛있게 끓이기, 그거 어려운 일입니다. 암요.
도시락 @@ 도시락 하면 또 생각나는 거 너무 많죠...ㅠㅠ
오랜만에 읽으니 좋았어요.^^

 

11월,이라고 적으면서 화들짝,까지는 아니고 잠시 멈칫. 게다가 12일이래. 무슨 일이냐. 하루하루 꼬박꼬박 해는 뜨고 해 따라 그저 눈만 껌벅이는 느낌이고. 




어려운 책 골라 사기?ㅠㅠ 암튼 이번달 책탑은 이렇다. 글도 못 쓰고 겨우 책만 들여다보는둥마는둥 하고 있는데 책탑은 높아져만 간다. 컨디션 매우 난조. 정신 어지러움. 대략 난감한 1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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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만만찮아 보이는 책들! 화이팅입니다. ^^

난티나무 2022-11-15 03:47   좋아요 0 | URL
화이팅!!!! ㅎㅎㅎ 감사해요~^^

2022-11-22 16: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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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2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2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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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2 17: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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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2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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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3 1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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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3 17: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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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3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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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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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1: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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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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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4: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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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5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5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5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5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5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랜만에, 읽는 중인 책들 정리 좀 해보려고 들어왔다. 책을 읽는 일도 정리하는 일도 쓰는 일도 생각하는 것까지도 마구 불안한 상태. 나만 그런 것도 아니겠고 그래서 더 휘적휘적 왔다갔다 갈피를 못 잡는 상태. 사람의 마음은 일관을 잃기 일쑤다. 


















혼자 읽기 힘들 듯해서 두 분과 함께 낭독으로 읽고 있던 책인데 여행하느라 2주간 쉬었다가 이번주에 다시 읽기에 도전. 읽을 때는 음음 고개를 주억거리고 읽고 나면 머릿속이 뿌얘지는 경험을 반복하는 중이다. 중간에 잠시 쉬었더니 흐름은 좀 끊어진 느낌이고 여전히 글자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읽기에 어렵지는 않아 다행이다. 286쪽까지 읽었고 남은 분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걸 다 읽고 나서도 정리를 못할 것같은 예감이 든다. 미리 슬프다. 며칠 생각의 회로를 중단시킨 듯 책을 읽어도 떠오르는 생각이 거의 없다. 다른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 어쨌거나... 캐주얼 섹스에 대해, 여남 간의 관계에 대해, 사랑과 섹스에 대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섹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 생각해야 하는데 생각은 되지 않고...... 
















지난달 <포르노랜드>도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함께 훑어나 볼까 해서 펼쳤던 <포르노 판타지>를 계속 조금씩 읽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가 여기서도. <포르노랜드>는 전자책이라 펼치기가 쉽지 않다. 습관의 문제이겠으나 색색깔의 모양을 하고 얹혀진 종이책을 펼치기가 훨씬 더 쉽다. 그런 이유로 <포르노랜드>를 제쳐두고 이 책을 읽고 있다. 재독이라 더 술술 읽히기도 하고 또 재독이라 새롭게 밑줄긋는 부분도 있고 그렇다. 다 읽으면 <포르노랜드>와 함께 정리를 해보고 싶은데 잘 될지는 미지수. <포르노랜드>에 비해 깊이가 얕다고 할까, 더 대중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적 느낌은 있다. 내가 얼마나 남성의 책에 편협한 시각을 보태는지를 실감하는 중.ㅋㅋㅋ 
















지난달 끝내지 못해 계속 읽어 끝내야 겠고. 

















새 책으로 접하니 기분이 좋구나. (어째서 '기분이가 좋구나'로 쓰고 싶을까? 간혹 조사 '이'와 '가'를 실제 언어생활에서 함께 쓰는 사람을 만나면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건 그냥 장난으로 쓰는 게 아니라 습관으로 굳어진 거였는데.) 서문 클리어. 올초에 이 어마어마한 양의 텍스트를 읽는데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경험했기에 이번에도 매주 분량을 나누어 읽어나가기로 한다. 그렇다. 재독에 도전한다. 분석대상인 소설들을 웬만하면 읽고 재독하자 싶었는데 역시 계획과 다짐은 계획과 다짐일 뿐. 
















차학경의 <딕테>를, 어깨 너머 훔쳐만 보는 기분에서 텍스트 너머 훔쳐보는 기분으로. 어렵다고 하기도 난해하다고 하기도 어렴풋이 어렴풋하기만 한 이 텍스트 모양을 한 텍스트 읽기. 아무래도 수박 겉핥기에 그치지 않을까 짐작한다. 이웃님이 이웃님과 본격 읽기를 하신다기에 끼워달라고 했다. 어제 앞부분 읽으면서 아주 약간 후회를 했다. 아 왜 한다고 했지. 일단 자신이 없고 이단도 자신이 없다. 함께 읽을 논문들도 있다. 아침에 태혜숙의 논문을 프린트해 놓았다. 그걸 읽고 이해해낼 자신도 없다. 큰일이네. 




* 이 밖에도 펼쳐놓고 읽다 만 책이 책상 위에 그대로 쌓여 있다. 최근에 다 읽었다고 표시할 책도 없다. 힝. 아침에 눈 떠 침대에서 이리저리 꼬물락거리면서 폰과 친구하는 시간에 책을 읽었으면 벌써 몇 권은 다 읽었겠다 혼자 타박한다. 오늘 아침에는 정말,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기가 힘이 들었다. 바야흐로, 겨울이 온다. 


*아래는 이번달 (마저) 읽어야 하는 책들.(함께 읽기 책들)

















---

* 그리고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 책들.(<저주토끼>는 소설이니 그래도 금방 읽겠지만 다른 두 권은 생각만 하고 실천은 무리지 싶은데 어쨌거나 노력은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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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1-05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이 오면 정말 이불에서 나오기 힘들죠ㅠㅠ 올 겨울은 그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과연…

난티나무 2022-11-05 19:42   좋아요 2 | URL
추위를 핑계삼아 기상시간이 점점 더 늦추어질 것만 같습니다.ㅠㅠ
이제 정말로 추위 대비(카펫 깔기. 창문 틈새 막기, 두툼한 양말과 털슬리퍼 준비 등등등)를 해야 할 시간이에요. 윽 시러라...

공쟝쟝 2022-11-05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분이 좋구나! = 일반적인 기분이 좋은 느낌!
기분이가 좋쿠나! 기분이라는 주체까지 생겨서 구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좋구나!ㅋㅋㅋ

내가 기분을 좋게 느끼는 게 아니라 기분이 나를 사로잡은 상태? ㅋㅋㅋ

난티나무 2022-11-05 19:43   좋아요 1 | URL
기분이라는 주체! 기분이 나를 사로잡은 상태!!! ㅋㅋㅋㅋㅋ
👍♡♡

바람돌이 2022-11-05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실험을 해봤는데요. 여기 북플에 안들어오면 책이 많이 읽어지더군요. ㅎㅎ
그런데 단점은 리뷰던 페이퍼든 쓰야 하는 책이 막 쌓이니까 이게 부담이 되고 또 그래서 그냥 에이 그냥 넘어가자라는 마음이 돼서 기분이가 꿀꿀해진다는..... ㅎㅎ (쟝쟝님 말씀대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꿀꿀한 상태입니다. )

난티나무 2022-11-05 19:45   좋아요 1 | URL
으 맞아요. 아침에 북플 글 읽는 게 루틴이 되어버렸어요.^^;;;
쓰기는 정말 습관화하지 않으면 어려운 거 맞고요. 동감~ㅎㅎ
아 능동적으로 꿀꿀하다니, ㅎㅎㅎㅎㅎㅎ 말 되면서도 늠나 웃겨요.ㅋㅋ😂

공쟝쟝 2022-11-05 21:39   좋아요 1 | URL
꿀꿀이가 합니다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11-05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학경의 딕테가 반갑네요. 저도 그 책 읽어야 하는데^^; 마이너 필링스 읽으면서 생각한건데 아직도...ㅎㅎ 저도 책상이 읽어야 할 책들로 너저분합니다ㅋㅋㅋ 근데 대부분의 독서인들이 이렇지 않을까요?ㅎㅎ

난티나무 2022-11-06 05:35   좋아요 2 | URL
맞아요, 대부분 그러실 듯~ ㅎㅎㅎ 여러 권을 돌아가며 읽으시는 분들^^

<마이너 필링스>가 아주 큰 몫을 한 거 맞죠? <딕테>를 알리는 데에요. 차학경님이 계속 책을 영화를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작품을 만들었다면 그건 얼마나 멋있고 훌륭했을까, 싶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