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의 책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앞부분에 버지니아 울프와 관련한 솔닛의 강연 일화가 나온다. 


"그때 나는 청중에게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우리가 울프의 출산 상태를 추궁하는 건 그의 작품이 제기하는 멋진 질문으로부터 벗어나는 따분하고 무의미한 짓이라고. (기억하기로 그때 나는 어느 시점엔가 내 뜻을 그럭저럭 담았다고 할 수 있는, "이딴 얘기는 집어치우죠"라는 말로 사람들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이끌었다) 따지자면 아이를 낳는 건 많은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등대로]와 [3기니]를 쓰는 건 오직 한 사람만이 해낸 일이었으며 우리가 울프를 이야기하는 건 후자의 일 때문이다." (p.15) 


혹시 새로 올라올까 싶어 가끔 전자도서관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검색해본다. 얼마전에도 본 제목인데 위 구절을 읽은 후라 유독 눈에 띄는 제목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솔닛이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다고 했는데. 구미가 당겨 대출했더니, 소설이다. 















안이희옥,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문학동네, 2000년 10월 


소설의 도입부를 읽으며 아 그만 읽을까 생각했다. 문체가 내 스딸이 아닌데. 평범하면서 거친데. 고민하는 사이 알라딘 정보 검색. 응? 성폭행? 설명도 간단하고 리뷰도 페이퍼도 없다. 좀더 읽어보기로 한다. 


"한영의 말대로 비극은 어차피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멸해가는 남녀간 사랑의 제도 속에 몸을 던져버리고 싶은 이 강렬한 유혹. 해체되어가는 가족 제도로 회귀하고 싶은 이 안일함. 그러나 못 이기는 체 감상과 낭만에, 감각에 자기를 맡기는 자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죽음을 극복하려면 새로 탄생하는 것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 

무엇이 새로 태어나고 있는가? 희생당했던 여자들의 반란, 가족의 해체, 새로운 공동체의 실험, 거기에는 적어도 신선함이 있다. 그러나 그 신선함의 싹을 집요하게 뭉개버리려는 보수적 문화의 끈끈한 압력들, 이성간의 사랑을 우상시하는 지배 담론, 결혼 제도의 권력, 가족의 관습과 전통, 로맨스를 맹종하는 집단 무의식...... 가족 가운데서 온갖 고통을 받아오고, 남자 때문에 삶이 해체되는 극심한 고통을 겪은 나조차도 새로운 대안을 집요하게 추구하지 못하고 집단 세뇌의 끈끈함에 말려들고 만다면, 세상에서 주입하는 생각대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그들은 허구의 행복을 신기루처럼 쫓다 불행을 마주치고는 어쩔 줄 모르고 파멸해간다. 누가 구원할 것인가? 아무도 없다. 불행한 사람 스스로가 자신을 구제해야 한다. 나처럼 파괴된 여성들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끈질기게 자신을 치유하고 집단의 압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그렇다. 지금은 환상을 꿈꿀 때가 아니라 반란을 꿈꿀 때다. 여자들의 반란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고, 점점 더 끓어오르고 있다." 


흠. 어느새 여기저기 밑줄을 긋는 나를 발견한다. 밑줄을 그으며 가만 보니 주인공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작가의 분노가 느껴진다. 성추행, 성폭행, 윤간, 2차 가해, 사회적 낙인, 트라우마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경험으로 말하는 세계. 


" "친족 성폭행이 꽤 흔한 일이지?"

"그럼. 영국의 버지니아 울프도 일찍이 사촌오빠에게 성추행당했지, 흑인 작가 앨리스 워커도 근친강간의 경험이 있어. 그리고 한국에선 김보은, 김진관 사건이 있잖아. 평생을 성폭행한 의부를 찔러 죽인 거...... 성폭행의 삼십 프로 가량이 근친에 의해 일어나고 있어." 

... 

"성폭행에 관한 소설들은 나도 꽤 읽었어. 미국의 안드레아 드워킨이 쓴 [신에게는 딸이 없다] 같은 거...... 아홉 살 때 성폭행을 당했는데, 부모는 남자의 성기가 삽입됐는지 안 됐는지에만 관심을 갖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엄청난 방황을 하는 아주 극단적인 작품이야. 일본 사람 오치아이 게이코의 성폭력 소설이나 흑인 작가 사파이어의 [푸시], 그리고 김형경의 [세월]도 읽어봤어. 그런데 뭔가 할 말이 더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드는 거야." 

"그러면 너, 소설을 써보면 어떠니?" 

"내가 소설을 어떻게 쓰니?" 

"아니, 내 생각엔 누군가 써야 돼. 그리고 넌 쓸 수 있어. 생각해봐. 한국에선 성폭행 체험자들의 글이 많지 않아. 강간 범죄율은 세계 2위라는데...... 당한 여자들이 성폭행의 고통을 몰라서 그럴까? 왜 모두 침묵하는 걸까? 아니야, 침묵을 강요당하는 거야. 그러다가 김부남같이 병들 대로 병들어서 이십 년 전 자기를 성폭행한 동네 아저씨를 찔러 죽이는 극단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거야. 영국보다 미국보다 일본보다 더 과격해. 왜? 감히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야. 이래서는 안 돼. 말을 해야 해. 미치기 전에, 살인하기 전에 말을 해야 해." " 


주인공 현주와 친구 해경의 대화다. 해경은 여성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현주의 가랑이는 정육점에 걸린 죽은 고기처럼 벌려졌다." 


이 문장에서는 <육식의 성정치>가 떠올랐고. 


" "사이킥 에너지라구요? 그래요. 사실 내 안에는 박영미씨처럼 칼이라도 휘두르고 싶은 분노가 있어요. 그 분노는 전 세계라도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에요. 더구나 어릴 때부터 계속 남자들한테 당해왔다는 생각이 들면 모든 남자를 살해하고, 거세시켰음 좋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남자들이 멸종했으면 해요." 

남자 원장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남자들이 멸종하면 인류는 어떻게 유지되고요?" 

"인간 복제 기술이 발달하면 여자들끼리 과학적으로 단성 생식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왜 남자들은 성폭행을 할까?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남자들의 힘, 남자들의 세력. 남자들은 그들의 힘을 이용해서 여자와 아이들을 지배하면서 가장이 된다. 남자 가장들이 모이면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된다. 그들은 법을 만들고 기업을 경영하고 정치를 하면서 남자들 중심의 사회 제도를 만든다. 남자들 중심의 역사를 만든다. 흔히 말하는 가부장 제도이다. 가부장 제도 속에서 남자는 돈과 힘을 가지고 여자를 선택해 결혼하고, 대를 이어줄 아이를 낳고 기르게 한다. 일부일처 제도다. 그러나 사실은 여자에게만 순결과 정절이 강요된다." 


"그래, 삶의 방식이란 책꽂이에 분류된 책들이나 서류들처럼 일목요연하게 나누고 이름붙일 수 있는 게 아냐. 잘 정리된 이론은 삶의 해명에 도움이 되지만, 그 이론이 곧 삶의 전부를 설명하는 건 아니지. 내 경험을 정리해 주고 분노를 대변해주며 상처의 극복에 도움을 주는 여성해방 이론들은 더없이 소중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지도 몰라. 여성주의 이론에 내 경험을 꿰어맞추려는 시도는 어쩌면 또하나의 식민주의인지도 몰라. 앞으로 페미니스트들과 열심히 만나고 배워야 겠지만, 내 생활을 여성주의 이론틀에 꼭 맞추려고 애쓸 필요는 없겠어. 그냥 내 상황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해. 그리고 내 경험을 해석하고 극복해온 사고의 모험도 그냥 그대로 지켜보자. 그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조심할 것. 무조건 '여성주의 이론에 내 경험을 꿰어맞추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나도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기는 아주 쉽다. 


현주에게 오랜 연정을 품고 있는 한영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좀 아쉬웠다. 그가 젊은 시절 한 일(짓)은 앞뒤 상황을 재어보지 않아도 확실히 잘못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현주가 애인의 투신-죽음으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고 한영에게 옷을 벗고 덤벼들었다. 그는 그래 내가 책임질게 하며 그녀와 잔다.ㅠㅠ) 현주는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했고 그래서 남자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인물인데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가 우선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는 있지만, 애인의 이름을 부르는 현주를 안은 한영은 잘못이 없는 것일까? 여자는 제정신이 아닌데? 그런 맥락에서 시간이 흘러 만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소설 전체에서 느껴지는데 이 부분만큼은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아니면 한영의 캐릭터 자체가 작가의 의도였을까? 


하고 싶은 말을 꿈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나 인물의 대사로 표현하는 방식이 직접적이라고 할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 많다고도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격함이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소설이지만, 강렬했다. 2000년에 나온 소설이라 더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권하는 건가요 물으면 쩜쩜쩜,이 답이 될 듯. 10년 전 20년 전에 쓰여진 이런 소설들이 어딘가에 더 있을까? 

(최근에 구입한 책이 떠오른다. 최진영, <이제야 언니에게>, 절반쯤 읽었다.)

읽었으니 기록. 

함께 빌린 다른 책의 제목은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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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2-01 0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화경,이라는 작가를 처음 듣는데, 엄청 강렬한 소설을 썼군요. 읽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ㅠㅠ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은 옆동네 도서관에 있다고 하네요. 상호대차를 신청해서 읽어봐야겠어요. 난티나무님 덕분에 좋은 책을 소개받아요. 우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전 최근에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라는 평전을 읽으면서 ‘결혼‘할 수 밖에 없었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 생각도 조금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울프의 천재성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었고 둘 사이에 그런 끈끈한 동료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울프 사후의 일들에는 논란이 있다고 하는데 그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과 모습으로 울프를 제한했다는 논란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난티나무님 방에서 울프 이야기 하니까 좋네요. 전 2월에는 솔출판사 버지니아 울프 전집 순서대로 <등대로>를 읽으려고 합니다. 궁금하지 않으실수도 있지만 혹 궁금하실까 알려드려요^^

난티나무 2021-02-01 19:41   좋아요 1 | URL
엇 이화경은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저자입니다. 이 책은 소설 아니고요, 여러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이야기하는 책이더라고요. 첫 시작은 제인 오스틴이고요. 목차에 사강도 있고 하길래 빌려보았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은 음 위에도 썼듯이, 쩜쩜쩜...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시도를 높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이 든든한 버팀목이자 조력자이자 뭐 그랬다고 어디서 봤는데요, 그렇기도 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냥, 넘겨짚어보는 생각입니다.ㅎㅎㅎ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이라는 문구에 끌렸나?ㅎㅎㅎㅎ 암튼 논란이 있었다니 그것 또한 궁금해 지네요. 평전도 나중에 읽어보겠습니다.

솔출판사 전집이 작품 발표 순서대로인가요? 오홍~ 저의 <등대로>는 이제야 한국 우체국에 갔답니다. 허허. 단발머리님 읽으시는 것 궁금해요 궁금해~!! 계속 궁금해 할 꼬야요~!!!


단발머리 2021-02-02 11:51   좋아요 0 | URL
앗!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이 소설이군요 @@

제가 확인해보지 않아서 출간 연도 순인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출판사 시리즈 순서대로입니다. 올랜도는 워낙 궁금해서 그냥 읽었구요. 다음에는 순서대로요ㅋㅋㅋㅋㅋ 1. 등대로 2. 파도 이런 순으로 갑니다^^

난티나무 2021-02-03 06:27   좋아요 0 | URL
아아 기대된다...요 ㅎㅎㅎㅎㅎ
의식의 흐름 기법에 완전 취약한데 어찌 잘 읽을 수 있으려나 몰겠어요. 히히~

다락방 2021-02-0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독서의 기록을 보는 일이 요즘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책을 읽고 다른 책과 연결되고 그런 생각과 흔적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니 말예요.

일전에 버지니아 울프 좋아하시던 분이 알라딘에 계셨는데(공부중이라 하셨던 것 같아요) 그때만해도 저는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던 터라 그때를 생각하면 참 후회가 돼요. 그 때 읽을걸, 조금 더 빨리 알걸.. 하고서요. 저는 참 늦된가 봅니다.

올려주신 책은 검색해보니 절판이거나 품절도 아닌 고로, 저는 사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아하핫.

페이퍼 감사해요, 난티나무님!!

난티나무 2021-02-01 19:48   좋아요 0 | URL
사서 읽으신다니 부담 백배인데요. 글을 적으면서도 이 소설을 누가 사서 본다고 하면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고민했어요.ㅎㅎㅎㅎ 사서 보고 다시 팔아도 되니깐, 하면서 혼자 정리했습니다.ㅋㅋㅋ 20년 전임을 감안하여 본다면... 아~ 모르겠어요~~~~~~~

늦되기로 말하자면 제가 더..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늦되는 거 없다고 생각합시다! 흑흑...

다락방님께 즐거움을 드려서 즐거운 난티나무.

수이 2021-02-01 0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_은 바로 읽어봐야겠어요. 읽다보면 저는 다른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싶어요. 물론 다 읽어봐야 알겠지만요. 친족에 의한 성폭행은 제가 알기로는 50프로에 가깝다고 들었어요. 여가부에서 일하는 친구에게서. 비단 그 비율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더 플러스 될 거라고_ 왜냐하면 쉬쉬당하고 스스로 쉬쉬해서 밝히지 못하는 이들이 어마어마하니까_ 미투로 인해서 인식이 바뀌고 있고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침묵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더 퍼져가고 있으니. 오늘 아침 기사에서도 30대 새아빠에게서 계속 성폭행을 당했으면서도 10대 장녀가 제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요 아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점, 그리고 사실을 밝힌다면 엄마에게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 엄마와 동생들을 지키고자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 그 자그마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고 아 세상이 개 같아요.

울프는 울프 그 자체로 우리에게도 다른 이들에게도 시대를 거슬러 계속 읽히겠죠. 좋은 작가란 이렇게 시대를 거슬러 읽힌다...... ‘강렬했다‘고 말씀하시니 일단 소설부터!

난티나무 2021-02-01 20:13   좋아요 0 | URL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소설 속에 다 하는 게 아주 강렬했지요. 이거슨 소설인가 페미니즘 입문서인가.ㅎㅎㅎ 20년 전과 공식적인 퍼센테이지가 그렇게 차이나는군요. 아마 20년 전에도 지금처럼 혹은 더 많은 숫자였겠지요.ㅠㅠ 이런 통계와 글과 사건들을 보다 보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데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잖아,라는 말이 왤케 짜증나는지, 하아~ 세상이 진짜 뭣 같네요.ㅠㅠ

소설 읽고 글을 쓰면서도 작가의 고민이 내 고민 같고 나도 계속 고민 중이라 확실하게 어떻다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생각은 뭉게뭉게 더더 많은데 말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간단하게 쓰기도 했고... 내가 작가의 의도를 곡해하나 의심도 해보고, 아무튼 또 많은 생각이 들었네요!!^^

2021-11-02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2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6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5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가 내린다. 장우산을 집어든다. 우산 쓸 일이 많지 않은데도 우산살 하나가 빠져서 덜렁거린다. 적당히 어깨에 기대어 들고 걷는다. 비오는 토요일에는 사람 그림자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지러이 울어대던 새들도 조용하다. 조용하다고 할랬더니 어디선가 새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저기쯤이라 짐작되는 나무 위를 쳐다보지만 헛일이다. 비를 맞고 있지는 않겠지. 많이 안 춥네 하던 생각은 방향을 틀어 바람을 얼굴에 맞게 되면 어김없이 바뀌어버린다. 몇 발자국 더 걷다가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모자를 꺼내어 뒤집어쓴다. 이 모자는 그러니까 햇수로 20년이 훌쩍 넘었다. 20년이 뭐야. 30년 가까이 된 것도 같다. 숫자로 적으니 놀랄 만 하구나. 30년 가까이 멀쩡하다니. 잡지를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것 같은데 넓은 챙모자만 어울리는 듯한 내 두상에 겨우 어울린다는 소리를 할 수 있을 디자인이라 겨울 내내 버리지 않고 쓴다. 쓸 일이 많지 않아서 오래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산 쓰고 걸어다닐 일이 없네 하고 보니, 재작년 여름 한국에서의 비가 생각난다. 모처럼 부산엘 왔다고 어디라도 데려가고 싶어해서, 그럼 보수동 책방골목에 갑시다 나선 길이었다. 비가 올 것 같아 우산을 있는대로 챙겼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온 골목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백여미터나 걸었을까,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서 작은 우산으로는 막아내기가 버거워졌다. 줄줄이 가게 차양 밑으로 몸을 피한 채 이왕 젖은 거 계속 걸을래 그냥 돌아갈래.

나는 가보고 싶은 책방이 있었다. 헌책방들 말고 그 골목 언저리 어딘가에 있다는 작은 책방, 그곳에 가고 싶었다. 헌책방에는 책들이 안팎에서 습기를 견디고 있었다. 접은 우산의 물길이 책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서 걸었다. 다른 사람들이 헌책방 구경을 하는 동안 나는 작은 책방을 찾아나섰다. 동생에게 빌려신은 샌들은 이미 푹 젖은 채였고 치마바지도 절반은 젖은 채였다. 분명 지도에는 여기라 되어있는데 그 자리에 책방은 없었다.

주말이고, 계속 비가 내린다. 점심식사가 끝날 무렵의 시간, 길에서는 물소리만 들린다. 집집마다 다른 소리의 물들. 처마에서 땅으로 직행하는 물방울들의 소리, 모인 물이 통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 또락또락 떨어지는 소리, 통통통 튀는 소리, 하수구를 흘러내려가며 위에서 떨어지는 물과 만나는 포로퐁퐁 소리, 관을 울리며 나는 소리들, 화음들. 천천히 걷다가 문득 멈추어보기도 하면서 듣는 음악. 

그 장대비 오던 날 보수동 어귀의 작은 까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 좋았을 걸. 옆지기와 예전에 갔었던 그 까페에 잠시 앉아있다 오면 좋았을 걸. 문을 열지 않아 아쉽게 돌아섰던 기억. 안해도 좋은 생각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뜬금없이 그런 기억이 떠오른다. 헌책방의 책들은 무사할까. 물이 튀지 않아야 할 텐데. 나를 재촉할 거면 책방에 같이 가자고 하지 마. 이런 문장들을 머릿속으로 읊조린다. 암, 책방은 혼자 가는 맛이지.

젖은 우산을 현관에 기대어 두고 신발을 벗는다. 작은넘에게 작아져서 못신는 걸 물려(?)받았다. 방수 되는 겨울 신발이라 빗속을 걸어도 끄덕없다. 비와 눈의 산책을 가능케 해주는 물건이다. 들어오자마자 커피물을 얹는다. 스트레칭과 운동은 빼먹어도 오후의 커피는 빼먹지 않는 모순덩어리. 아, 커피는 치코레다. 카페인 제로.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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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31 0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머리 질끈 묶고 한책방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주인장의 옆모습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난티나무 2021-01-31 06:07   좋아요 2 | URL
비연님 가보셨군요. 저는 서너 번쯤 간 것 같은데 한번도 느긋하게 책을 골라본 적이 없어요.ㅠㅠ 그래서 책을 산 적도 없답니다.ㅎㅎㅎㅎ
완전 그려져요, 헌책방과 주인장의 모습!!!!

hnine 2021-01-31 0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은데, 사진마저 감성 듬뿍입니다.
(저도 제 아이 옷, 신발, 물려입고 물려신고 그런답니다 ^^)

난티나무 2021-01-31 06:10   좋아요 1 | URL
저 지금 입고 있는 스웨터도 아이 거예요. ㅎㅎ
폰 카메라 촛점이 나가서 엉망인데 가끔은 흐릿해서 좋을 때도 있더라고요. 꼭 촛점 맞아야 하나 싶을 때도 있고...ㅎㅎㅎㅎㅎ
좋게 봐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라로 2021-01-31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이 음악처럼 읽혀요. 여기도 비왔는데. 저는 빗소리도 못듣고 일만;;; 암튼 저도 드디어 막내 옷이랑 신발이랑 물려받아 입고 걸치고 들고 다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되나봐요.

난티나무 2021-01-31 19:57   좋아요 0 | URL
일하시는 라로님 응원합니다!
그렇게 되는군요~~ㅎㅎㅎ 애들 옷이 또 더 이쁜 것도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2-01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좋아요. 난티나무님 사진에는 뭐랄까 묘한 ‘느낌‘이 전해져요. 외국이라서 그럴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부산에 두 번 갔었는데 헌책방은 못 가봤네요. 코로나 괜찮아지고 부산에 가게되면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작은책방 거리요^^

난티나무 2021-02-01 22:07   좋아요 0 | URL
느낌 있다 하시니 으흐흐 좋습니다. 촛점 나간 카메라 덕분(?)!!! ㅎㅎㅎ
부산에서는 늘 시간에 쫓겨서 다닌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역시 여행은 혼여! 함께 하는 사람이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동행도 오케이! 아... 진짜 여행 느무 가고 싶네요.ㅠㅠ
 














"물론 이따금 불쑥 아무 상관없는 일들이나 음모론을 늘어놓는 사람 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지만, 내 경험상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자신감이 넘쳐서 정면 대결을 일삼는 사람은 유독 한쪽 성에 많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그리고 다른 여자들을 가르치려 든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든 모르든. 어떤 남자들은 그렇다." (p.15)


이런 성향을 가진 남자가 내 옆에도 있다. 그의 별명은 설명맨이다. 옛날에는 그의 말이 다 맞는 줄 알았다.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렇게 빠삭하게 다 알고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는지 부럽기까지 했다. 언젠가부터 조금씩 의문이 떠올랐다. 그거, 아닌 거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내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확신이 없었으니까. 몇 해가 더 흐르자 의문이 생기면 확신이 없어도 말을 내뱉었다. 그거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해야 될 것 같아. 내 의견은 쉽게 무시되었고 나도 내 의견을 주장하고 행동으로 옮길 의지는 없었다. 더 시간이 흘러 그 일에 관해 결국 내 의견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결국 내 생각이 맞았네. 조금씩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나는 확신 없이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그거 아닌 것 같다고 대거리를 한다. 넌 어찌 그리 확신하냐고 묻는다. 다른 시각의 예를 든다. 편견이라고 비판한다. 그래서 그와 나는 종종 다툰다. 


리베카 솔닛도 서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듯, 이 책은 맨스플레인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강간, 살해 이야기로 흘러간다. 사실 구분짓고 분류하는 것이 늘 바람직하지는 않다. 어떤 현상은 한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까.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페미니즘 책을 읽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대거리를 할 때 유용하다. 바로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할 때. 강간하고 살해하는 남자들이 왜 그러는 것일까를 이야기할 때. 처음에 설명맨은 그 남자들이 이상한 거라고 했다. 다음엔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어릴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성적 학대를 당해서 등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럼 그 수많은 여자들, 트라우마와 성적 학대를 당한 여자들은 왜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 왜 남자들만 저지르지? 여자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은 어떻게 가지게 되었을까? 나는 설명맨의 성향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설명에 종종 실패한다. 설명맨은 아직 이해가 힘들다. 이제 겨우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을 읽기 시작하며 아 요론 것이 페미니즘이군 하는 아주 단순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설명맨을 대하며 페미니즘 책들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그러나 온몸으로, 다시, 23년어치를, 새롭게, 느낀다. 


"사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조차도 모를 때가 허다한데, 하물며 그 질감과 반영이 우리와는 달랐던 시대에 살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야 어떻겠는가. 빈틈을 메운다는 것은 우리가 완전히 알지는 못하는 어떤 진실을 완전히 안다고 착각하는 어떤 거짓으로 바꾸는 일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다 안다고 착각할 때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보다 사실 더 모른다. 완결된 지식을 가진 척하는 이런 태도는 어쩌면 실패한 언어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담하게 단언하는 언어는 뉘앙스와 모호함과 성찰을 간직한 언어보다 더 간명하고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후자의 언어에서라면 울프는 달리 비길 상대가 없다." (p.125) 


" "나는 최선을 다해서 그녀를 죽였다. 만일 내가 법정에 서야 한다면, 내 행동은 정당방위였다고 변명하리라.  ... 집안의 천사를 죽이는 것은 여성 작가의 격분에 포함되는 일이었다. 이제 천사는 죽었다. 그러면 무엇이 남았는가? 잉크병과 함께 침실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라는 단순하고 흔한 것이 남았다고 말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이제 젊은 여자는 자신에게서 허위를 제거했으므로, 앞으로는 그저 그녀 자신이기만 하면 된다. 아, 그러나 대체 그 '그녀 자신'이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여성이란 무엇인가? 장담하건대, 나는 모른다. 당신이 알 것 같지도 않다."   "집안의 천사 죽이기, 그 문제는 내가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죽었다. 그러나 두번째 문제, 하나의 육체로서 나 자신의 경험을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문제는 내가 해결한 것 같지 않다. 누구든 해결한 여성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여성을 막아선 장애물들은 여전히 엄청나게 강력한데, 그럼에도 정확히 규정하기는 대단히 까다롭다." " (버지니아 울프 인용 부분, p.145~146) 


나는 집안의 천사를 죽일 수 있을까? 이미 시작했을 지도 모르겠다. 설명맨은 내가 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각은 여전히 설명맨, 그의 것이다. 아직은 좁고 편협한. 나는 달라졌을까? 만약 그렇다면,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잘 모르겠다. 리베카 솔닛의 울프 이야기를 읽으면서 울프 작품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누구나 그처럼 정규 교육에 앞선 사건들, 일상에 불현듯 등장한 사건들에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 배제된 영향력들을 나는 할머니들이라고 부른다." (p.105) 


할머니들. 할머니들. 가장 가까운 할머니, 그러니까 나의 엄마와 설명맨의 엄마가 떠오른다. 나의 엄마의 엄마가 떠오른다. 나의 아빠의 엄마보다 나의 엄마의 엄마가 더 가깝다고 느끼는 것은 고모보다 이모를 더 가깝게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엄마의 언니들이 떠오른다. 또다른 할머니들이 연이어 떠오른다. 모든 떠오르는 할머니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한다. 그런 행동들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끔 아니고 자주. 어려서나 자라서나 늙어서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좋은 영향력은 있다. 아마도 대체로 여자들은 공감하고 대체로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집안의 천사로 살았던 그들의 삶에서 오는. 아아 이 즈음에서 반성 모드 자체 발동이다. 발동만 될 뿐, 아마도 나의 행동은 바뀌지 않겠지. 트라우마 너무 주셨다고요.ㅠㅠ 애증의 관계들. 


"어떤 여자들은 한번에 조금씩 삭제되고, 어떤 여자들은 단번에 몽땅 삭제된다. 어떤 여자들은 도로 나타난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모든 여자들은 지금도 그들을 사라지게 하려는 세력들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여자의 이야기를 자기가 대신 말하려는 세력들과, 여자를 이야기와 족보와 인권현장과 법률에 기록하지 않으려는 세력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단어로든 이미지로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이미 승리다. 그 자체로 이미 반란이다." (p.112)  


'반란'이라는 단어를 보자 얼마 전 읽은 소설집 <엄마의 반란>이 생각난다. 내가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던 것은, 그 단어가 가지는 일반적인 의미, 반란은 나쁜 것, 좋지 않은 것,이라는 편견 때문은 아니었나? 군사반란, 쿠데타반란, 이런 단어들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가? 요즘은 책을 읽다가 혹은 글을 쓰다가 단어의 뜻을 찾아보는 일이 잦다. 반란이 꼭 나쁘게만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엄마의 반란'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제목이 아닐까?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용기내어 한다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것, 그러므로 사라 펜(엄마)의 '반란'은 승리라는 것. 제목이 별로라고 생각했던 생각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요즘처럼 책 한권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는 일이 잦다면 나는 일년 뒤엔 어느 정도 거짓말쟁이 혹은 변덕쟁이가 되어있을지도. 


"걸으면서 말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맞아떨어졌다는 키츠의 일화를 보면, 슬렁슬렁 거니는 산책이 상상력을 거닐게 하고 그럼으로써 무언가를 깨닫게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이해는 그 자체로 창조활동이다. 성찰을 야외활동으로 바꿔놓는 활동이다. (p.135) ... 울프가 [거리 떠돌기]에서 묘사한 상상의 산책은 오락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지만, 울프는 실제로 그런 산책의 와중에 <등대로>를 구상했으며, 책상에 앉은 채로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창작을 북돋웠다. 창조작업이란 무릇 예측 불가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법이다. 배회할 공간이 필요하고, 일정과 체계는 거부된다. 그 방식은 복제 가능한 공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p.139)"


이 부분을 읽고 나도 배회하고 싶어서, '창조활동'을 하고 싶어서 매일의 산책에 도전하고 있다. 비가 내리니까, 추우니까, 더우니까, 어두워졌으니까, 이런 핑계들 꺼져! 나를 바깥으로 나가게 한 책, 힘이 대단한 책, 그러므로 칭찬. 책꽂이에 있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를 꺼낸다. 페이지마커들이 조로록 붙어있다. 몇개월 전에 읽었지만 다시 읽으면 왠지 느낌이 또 다를 것 같다. 리베카 솔닛의 다른 책들도 더 읽고 싶다. (덧붙임 : 나는 이틀 전에 책을 구입했다. 알라딘은 감사하다며 적립금 천원을 또 쏘아주었다.ㅠㅠ) 















있는 책. 


아래는 읽고 싶은 책. 일단 요만큼만 읽고 싶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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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29 0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들을, 전부 가지고 있는... 리베카 솔닛의 글은 예전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대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어서.. 나오면 다 사게끔 되는.. 뭔 책인들 안 그렇겠냐고 뭐라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ㅎㅎㅎ ㅠㅜㅜㅜ

난티나무 2021-01-29 00:45   좋아요 2 | URL
우와!!!! 저도 한권씩 천천히 읽어봐야 겠어요! 3월에 또 한 권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실 듯~~~^^

비연 2021-01-29 00:47   좋아요 1 | URL
3월에 사야할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흐미... ㅜㅜ

난티나무 2021-01-29 00:53   좋아요 0 | URL
📦 ^^;;;;; 역시 개미지옥!!!ㅎㅎㅎ

2021-01-29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9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1-29 0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걷기의 인문학을 소장하지 못했네요. 소장욕 부르는 페이퍼입니다.

저도 처음에 리베카 솔닛 읽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요. 페미니즘 책들은 처음에 다 그랬어요.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부터 시작해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강한 충격은 물론 삶에 의문을 갖게되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죠. 맞아요, 난티나무님. 대거리 할 수도 있었고요.

페이퍼에 언급하신 것처럼 설명맨 한두명쯤 안만나본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한두명이 다 뭐야, 저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다 설명맨이더라고요. 잘 몰라도 확신을 갖고 설명한다는 것에 있어서도 그래요. 저 역시도 그런 점 때문에 상대를 천재인줄 알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것들이 생겨났고 그러다 제 말이 맞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동안을 상대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해왔어요. 지금은 그것이 다 제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요.. 아, 갑자기 과거 생각나서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세상에 읽을 책들이 많아서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으네요. 리베카 솔닛 아무 책이나 집어서 읽고 싶어져요. 집에 항상 책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후훗.

난티나무 2021-01-29 21:03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의 도전> 이것도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왠지 몇개월 전이랑 지금은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금껏 사서 읽은 페미니즘 책들을 모두 다시 읽어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하~ 읽을 책도 쌓여있는데 다시 읽기까지 하려면 도대체 어째야 하는 걸까요?ㅎㅎㅎㅎ 마지막 말씀 동감합니다. 좋으면서 싫은 마음! 격하게 공감!!! ㅠㅠ

2021-01-29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1-29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 사진, 아니 그림도 정말 강렬하죠? ^^ 책 읽고, 화가의 사이트에서 한참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림 사진 중 퍼블릭 도메인에 놓인 건 한장도 없었지만.

난티나무 2021-01-29 21:0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사진인 줄 알았어요.^^;;; 그림도 말을 한다! ㅎㅎㅎ 저도 사이트 찾아봐야 겠습니다!

수이 2021-01-29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알라딘 나한테만 천원 준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나한테만 주는 것처럼 이야기했으면서 흥!!!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다시 읽고싶어지게 만드는 글이야.

난티나무 2021-01-29 21:10   좋아요 0 | URL
그러게 왜 자꾸 나만 주는지 알라딘이 절 사랑하는 줄 착각할 뻔 했잖아요.

라로 2021-01-31 16:48   좋아요 0 | URL
천원 주면 뭐합니까? 줬다가 금방 뺐어가 버리고 더구나 전자책에는 사용도 할 수 없는 것을. 놀리는 것 같아서 천원 볼 때마다 빈정 상해요. 거부하고 싶어. 수신 메일 체크하는 것처럼 춴원 안 받을래,,뭐 이렇게요.ㅋ

난티나무 2021-01-31 19:59   좋아요 0 | URL
줬다가 뺏고 ㅎㅎㅎㅎㅎㅎ 맞아요 전자책에 쓸 수 있음 좋겠어요. 해외거주 하는 사람들에게 전자책 쿠폰을 허하라!!! ㅋㅋ
춴원 아 또 써야 하나 ㅠㅠ 제가 그래서 종이책을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ㅠㅠ
 

책이란 무엇인가. 아니, 알라딘은 무엇인가. 개미지옥. 블랙홀. 알라딘에 오지 않으면 나 정말 책 안 살 자신 완전 있는데, 알라딘에 오지 않는 걸 할 자신은 완전 없다. ㅠㅠ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모조리 사고 싶지만! 심호흡 한번 하고 열심히 중고를 뒤져본다. 뭐가 되게 많아, 정리가 안 되어 그냥 솔출판사에서 나온 전집을 한권씩 살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중고는 왤케 빨리 빠지는 거입니까. 모두들 울프만 사시는 건지.@@ 일단 <올랜도>를 솔출판사 구판으로 사본다. 이거 적으면서 상품 검색하니 아니 전자책이 있다! 















시공사에서 버지니아 울프 미니 선집을 내고 있나 보다. 아, 전자책 살 걸 그랬나. 근데 종이책으로 갖고 싶어. (전자책은 고민하지도 않았... 그리고... 벌써 샀어. 인간은 욕망의 노예. ㅠㅠ) 















시공사 미니선집은 현재 <올랜도><댈러웨이부인><자기만의방> 세 권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 한 권 더, <등대로> 역시 솔출판사 무려 2004년판.@@ 상태 좋기를 바람. 기념전집이 중고로 뜨길 기다릴 걸 그랬나 잠시 후회. 



















뮤리엘 루카이저, <어둠의 속도> 

언젠가 사야지 하고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이다. 앨리스 워커의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를 틈틈이 읽고 있는데 거기에 뮤리엘 루카이저 이야기가 나온다. 

"또 한 명의 위대한 선생님은 뮤리엘 류카이저였는데 그녀는 후지야마와 스페인 전쟁, 그리고 시와 용변 훈련을 함께 연결시킬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우주적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과 얘기해 본 적이 있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것입니다. 때때로 나는 그녀가 전적으로 풍자와 암시를 통해 가르쳤다고 생각합니다. 무서워하는 것이 거의 없고 어떤 것에도 위협받지 않는 시인 뮤리엘 류카이저, 예언가 뮤리엘 류카이저, 그리고 진실을 행하는 자로서 그녀는 이 세상에서 자신이 제시한 조건을 기반으로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주점 중고 검색을 하니 나와서 얼른 찜콩. 
















루이자 메이 올콧 외 다수 작가들, <그녀들의 이야기> 

역시 보관함에서 다음에, 다음에, 하던 책. 


목차는 다음과 같다. 


루이자 메이 올컷___내가 하녀가 되었던 경위
제인 오스틴___세 자매
윌라 캐더___폴의 사례
케이트 쇼팽___실크 스타킹 한 켤레
메리 E. 윌킨스 프리먼___뉴잉글랜드 수녀
엘리자베스 개스켈___이부형제
샬럿 퍼킨스 길먼___변심
수전 글래스펠___사소한 것들
조라 닐 허스턴___땀
에이미 레비___현명한 세대
캐서린 맨스필드___행복
이디스 워턴___다른 두 사람
버지니아 울프___새 드레스


음 이미 읽은 것도 있지만, 조라 닐 허스턴의 작품도 있고, 읽은 단편이 겹쳐도 좋다. 














정미조, <37years> 

이건 옆지기의 cd 주문 품목. 


















김영선, <정상 인간> 

역시 보관함에서 오래 기다린 책인데, 전자책도 있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화딱지가 나서 ㅠㅠ 조금은 충동 구매임을 인정해야 겠다. 사실 내가 읽기보다 읽히고 싶어서 산 책. 그러므로 그냥 한국에 두고 나는 나중에 전자책으로 읽을 수도 있을 듯. 

















솔르다드 브라비, 도로테 베르네르,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역시 보관함에서 픽. 전자책이 있다는 건 진즉에 알았지만 만화는 역시 종이책으로 봐야 제맛. 이 책도 읽히고 싶은 책이다. 일단 동생에게 권함. 

















앨리스 워커, <새로운 나여, 안녕> 

나도 언젠가 이렇게 인사하고 싶어. 새로운 나여, 안녕! ㅎㅎㅎ 

2005년판인데 @@ 개정판 안 나오나요. 다른 건 모두 중고로 샀지만 이건 중고 없어서 그냥 새책으로 구입. 앨리스 워커의 글을 읽고 있으니 자꾸 더 사고 싶네. 전자책도 한 권 더~ 

















앨리스 워커,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책꽂이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는 펼치지 않은 책들을 먼저 읽.......어야 하는데 말이다. 읽은 책들에 대해 뭐라도 좀 끄적여야 하는데 말이다. 뒷목은 자꾸 아파오고 말이다. 밤 열한 시니까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란 말이다. 그래도 책을 사니 기분은 좋다고 한다. 책을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아, 돈 더 벌어야지 다짐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안한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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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1-28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녀들의 이야기>는 저도 보관함에 계속 들어있는 책이에요. ㅎㅎ

저는 어제 최근3개월 구매액이 83만원인거 보고 진짜 당분간 안사기로 마음 먹었어요.지금 당장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사고 싶은데 꾹 참으려고요. 어쩌다가 83만원까지 갔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아무튼 다른 사람들의 책 지름은 항상 응원합니다!!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1-28 16:15   좋아요 0 | URL
작년 하반기 내내 그 3개월구매내역 금액이 저를 괴롭혔죠.ㅎㅎㅎ 대략 다락방님 정도의 금액이...ㅠㅠ 정말 미쳤구나 생각이 드는데 멈출 수 없는 건 뭣때문일까요.

헬렌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아 다 읽었는데 뭔가 써야 하는데 계속 못 쓰고 있고요.ㅎㅎ 천천히 사셔요~ 히히~


잠자냥 2021-01-28 16:56   좋아요 0 | URL
전 아직 45만원대에요. 행복합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1-2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알라딘은 개미지옥 우리들은 개미 ㅋㅋㅋㅋㅋㅋㅋ 공감합니다.

난티나무 2021-01-28 16:1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흑흑. 울면서 기분 좋은 건 뭔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는 개미!ㅠㅠ

2021-01-28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1-01-28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알라딘을 끊어야 해 진짜루.

난티나무 2021-01-28 16:17   좋아요 0 | URL
2222222222222222

비연 2021-01-28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린책들 에서 나온 <올랜도> 읽고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의 재발견이랄까.. 저도 올해는 책을 좀 덜 사야지 하는 중이긴 한데.. (먼산;)

난티나무 2021-01-28 16:18   좋아요 1 | URL
올랜도 기대됩니다!
덜 사야 하는 거 맞죠?ㅠㅠ 여러 분들의 페이퍼 보면서 공감하고 저도 안 사는 게 맞는데 싶어요. 흑흑.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아~~~~~~~~

라로 2021-01-28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님, <세 여자> 읽으셨어요?? 저 요즘 읽고 있는데 넘 재미나요!!! 덕분에 좋은 책을 읽게 된 것 같아요. 제 지름신은 난티나무님인데!!ㅠㅠ 프랑스에 사시는 분이 이렇게 책을 많이 사는데 미국에 사는 내가 못할 건 뭐야? 뭐 이런 생각도 처음에 들면서 그 이후로는 아니, 이분이 프랑스에 산다면서 왜 이렇게 책을 많이 사셔, 이번에도 또 사신거야?? 도대체 어떤 책을 사신거야? 보면서 나도 자꾸 다른 책을 찾게 만드시는 분이, 난티님이라고요. 흑. 저야말로 알라딘 들어옴 안 되는데,,,,알라딘이 아닌 알라디너들의 마력이 어마어마해서 그 에너지를 거부하거나 모른척 하기가 거의 불. 가. 능. ^^;;; 이런 페이퍼를 쓰셔서 또 나름 ˝그래, 나도 좀 사도 되겠다.˝이런 생각을 하며 안도하게 하신다고요.ㅠㅠㅠㅠ

난티나무 2021-01-28 16:22   좋아요 0 | URL
억 댓글달기 누르려다 좋아요 눌렀어요.ㅎㅎㅎ 의도한 거 아님.ㅎㅎㅎ
세 여자, 아직 시작 전이에요. 일단 두꺼워서 ㅎㅎ 시작해 놓은 책이 느무 많아서이기도 하고요. 재밌다니 다행다행입니다. 기대도 되고요.
제가.. 좀 미친 거죠?ㅠㅠ 책값이나 배송비나 삐까삐까.. 아 피카츄도 아니고 ㅠㅠ 돈이 늠 아까운데 안 아까워할려고 합리화해요. 그동안 못 산 거 지금 사는 거다, 괜찮다, 안 망한다, 수리수리마수..아 이거 아니네. ㅋㅋㅋ
제가 안도감을 드렸으니 칭찬해 주세용~!!! 이히히~

잠자냥 2021-01-2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 님, 다락방 님 <그녀들의 이야기> 얼른 사세요. 사셔서 프리먼 이후부터 읽으세요. 개미 올림

난티나무 2021-01-28 17:05   좋아요 1 | URL
저는 샀습니다! ㅎㅎㅎㅎ 사기는 했으나 택배를 받아서 다시 소포로 부쳐야 하는 긴 과정이 남아있습니다.ㅠㅠ 이번달 소포가 이제야 출발했으니 저 책들은 다음달이나 되어야 어찌 부쳐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흑흑. 우는 개미 올림.
 

그녀의 기준에서는 자신보다 백인처럼 보이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보다 나았다. 그래서 때로는 그녀가 검은 정도에 따라 자기보다 검은 사람에게 잔인하게 대했던 것처럼 자기보다 백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자기를 잔인하게 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닭장 안에 존재하는 위계질서처럼. 채찍질을 해도 되는 사람들에게는 비정하고 잔인하게 대하고 그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납작 엎드려서 복종하라. 일단 자기의 우상들을 정하고 그들에게 바칠 제단을 쌓고 나면 그곳에서 숭배를 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진실한 숭배자들이 그랬듯이 그녀 역시 자기의 신이 보여주는 모든 비일관성과 잔인함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경배를 받는 신들은 모두 잔인하다. 모든 신은 이유 없이 고통을 부과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들은 절대 숭배를 받지 못할 것이다. 무차별적인 고통을 통해 사람들은 두려움을 알게 되고 두려움은 가장 신성한 감정이다. 이것은 제단을 쌓는 돌들이자 지혜의 시발점이다.(이어짐)

(이어짐) 어중간한 신들은 술과 꽃으로 숭배를 받는다. 진짜 신들은 피를 요구한다.

원하는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낮에는 희망을 갖기가 무척 쉽다. 그러나 밤이었고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밤이 양손에 둥근 온 세상을 들고서 무(無)를 넘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천둥 번개가 큰 소리를 내며 지붕 위를 짓밟았다. 그러자 티 게이크와 모터 보트는 놀이를 멈췄다.
모터가 천사 같은 모습으로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하느님이 위층에서 의자를 끌어당기나 봐요."

그들 모두가 그녀를 비난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그녀를 비난하고 있어서 한 사람씩 가볍게 한 대씩만 쳐도 그녀는 죽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들이 온갖 추악한 생각으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들은 약자에게 남은 유일한 실제 무기인 혀를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잡아당겨 장전하고서 그곳에 와 있었다. 그것은 백인들 앞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허용된 유일한 살상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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