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대출해서 읽은 책들이라 그런 건 아니다. 내키는 대로 누르는 손꾸락이 문제다. 읽을 책들을 쌓아놓고도 대출하시겠습니까,에 넘어가는 건 정말 무슨 심리냐. 

















백수린 <다정한 매일매일> 

절반 가까이 읽다가 말았고 반납일이 되었다. 왜 문장들이 와닿지 않는지? 3개 정도는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1개만 풀어놓은 느낌. 주저하거나 망설이거나 겁내거나. 혹시 뒷부분이 더 좋으려나? 


















이정연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편견 따위 버리라고! 저자를 응원하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밑줄 그은 부분은 없다. 간간이 운동 팁 나오는 건 유용. 운동하자 운동. 


















엘리 <연애하지 않을 권리> 

내용이 제목을 따라가지 못하는 예,라고 하면 너무 혹평인가. 끝까지 읽기는 했으나 며칠 지나니 인상마저 흐릿해져버렸다. 어떤 인상이었는지 기억을 되살리려면 다시 대출해야 하는데. 과연. 
















정무늬 <웹소설 써서 먹고삽니다> 

지난달 100자평 대회의 책 목록에 있던 거라 줄 서서 기다렸는데 대회가 끝나고 대출이 되는 바람에. 어영부영 읽어보기로 하고 쓰윽 앞부분을 훑었으나. 이걸 계속 읽어 말어 하는 와중에 그만 반납일이 되었고 자동반납이 되었고 그리고 그냥 잊어버렸고. 뒷부분은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게 어떤 내용이어서 보고 싶었는지 까묵. 정말 심심할 때 다시 빌려볼까말까. 

















오헬리엉 루베르, 윤여진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프랑스 사람이 쓴 프랑스는 어떨까, 궁금한데 대강 짐작은 된다, 이러면서 읽었음. 짐작이 얼추 맞았음.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한국은 손님이 왕인데 프랑스는 직원이 왕이라는, 완전 맞는 말인 그것이었다. 하하. (정확한 문장은 아님. 이런 의미였음. 반납돼서 찾아볼 수 없음.) 책 내용에 대체로 동감하고 때때로 읭? 했다.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차이가 없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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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하신 분 계시고 페이퍼도 올라오는데 오늘 벌써 21일이고. 뭐라도 끄적여야 하겠다는 압박감에 뭐라도 끄적인다. 

<제인 에어>는 언제 읽었는지 생각 안 날 정도로 오래전에, 아마도 중고등학교시절? 내 인생 암흑기에 읽은 책들이라 그런지 날아간 기억 속에 들어있나 보다. <오만과 편견> 역시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에 없던 와중에 몇 년 전 다시 읽었고 심지어 작년인가에 또 읽었는데 말이다. 그 밖에 이 책에서 언급되는 소설들은 못 읽었다. <파멜라>는 다른 책에서 봐서 제목 익숙. <폭풍의 언덕>도 마찬가지. 언급된 소설들을 모두 다 읽었더라면 내용이 더 흥미진진했을 것인가 생각했다. 딱히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안 읽었다는 부담 없이 책을 접하고 있다. 접하고 있다는 표현이 매우 적절해보이는 것은 모두 다 아시는 것처럼 글자들이 잘 해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책을 안 읽었다는 부담은 없지만 해석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부담감은 또 엄청나서. 안 그래도 요즘 소설 너는 무엇, 아리송까리송해서 읽기가 힘든데 <소설의 정치사> 때문에 완전 더 아리송까리송해질 것 같아. 막연히 소설 쓰고 싶다는 '로망'을 갖고 있었는데 이젠 소설 못 쓸 것 같아. 너무 어려워. 정말 소설가로 태어나는 것인가? 싶을 정도. 

그래도 나름 플래그스티커 붙여가며 330페이지를 돌파하고 있다. 오늘은 뜬금없는 구절들만 몇 개 가져와보기로. 




"근대적 개인의 창조는 다른 무엇보다 특정 형태의 정치적 무의식을 요구했다." (p.75) 


가끔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눈에 들어오는 구절들이 있다. 여기서는 "정치적 무의식". 정말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올 구절이 아닌가. 한없이 많은 생각을 했으나 그 생각들 다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ㅠㅠ 




"여자 가정교사가 젠더 개념이 개대고 있는 구분을 흐렸던 것은 바로 돈을 벌기 위해 가정여성의 의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여자 가정교사는 가정적 의무와 돈벌이용 노동을 나누는 절대적으로 엄격한 구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구분은 대중의 마음에 너무도 깊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감히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여성을 묘사할 때면 그가 누구이든 매춘부의 형상이 자유롭게 환기될 지경이었다." (p.161)


"가정적 의무와 돈벌이용 노동". 싸움의 시작이자 과정이자 결론이 나지 않는, 아직 이길 수 없는, 골머리 아픈 주제. 나를 납득시킬 만한 논리가 세워지지 않은 건지? "감히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여성". "매춘부의 형상". 열 받고. "감히" 논리는 여전히 활발한 유통을 보이는 것인지라. '순결한 처자'와 '매춘부' 논리 역시. 화가 난다아. (저기요, 락방님, 성착취 도서는 언제 읽나요?) 




"주체를 여성화하는 기획" (p.212) 


말이 필요없지. 화가 나지. 




"이 아둔한 남자가 쓴 시에서 성적 욕망은 사랑이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권력에서 분리되지 못했으며..." (p.295) 


"성적 욕망은 사랑이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권력에서 분리되지 못했"다. 성적 욕망은 사랑이 될 수 있나? 사랑이 되어야 하나? 성적 욕망 없는 사랑은 존재할 수 없나? 왜 사랑에 '빠지면' 손 잡고 싶고 뽀뽀하고 싶고 막 더 나가고 싶고 그런 걸까? 사랑하면 섹스하는 게 '정상'인가? 정말 그게 그런 걸까? 당연한 걸까? 그래야 한다고 세뇌된 건 아닌가? 뭐 이런 지껄임. 





아마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집에 있는 <오만과 편견>부터 다시 읽어보겠지. 다시 읽어도 이전의 읽음과 크게 달라지는 느낌이 없다면, 별 생각이 없다면, 나는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는 것인가 아닌 것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상품 넣기 하려고 책 제목을 쳤더니 이런 책이 함께 뜬다.














제목도 "정치적 무의식"이야! 궁금하군. 


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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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8-21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난티나무님도 많이 나가셨네요. 아 저도 내일은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난티나무 2021-08-21 20:29   좋아요 1 | URL
어려운데 꾸역꾸역...ㅎㅎㅎㅎ 그래도 다행히(?) 중간중간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아요.^^

수이 2021-08-21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반에 미친듯 읽고 제인 에어도 읽기 시작하고 그랬다가 중반부 엠마 즈음에 다다라 아 음 헴 하다가 브론테 자매 이야기,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언니 나오면서 다시 막 달렸어요. 소설이 이토록 대단한가, 그렇단 말인가. 뭐 이런 거 읽는 동안 강하게 느꼈어요. 별 거 없는 소녀 소설, 결혼을 찬미하는 그런 제인 오스틴_ 이라고 오독한 제가 부끄러워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언급하신 책도 꽤 난이도가 상당해보여요.

난티나무 2021-08-21 20:31   좋아요 1 | URL
진짜 대단하죠? 앞으로 소설 어떻게 읽지 싶어요. 작가들도 골머리 앓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거 다 모르고도 소설 쓰는 사람도 많겠구나 싶기도 하고요.ㅎㅎㅎㅎ 새삼 언어의 힘에 대해 생각 많이 하게 하는 책이네요.^^

다락방 2021-08-21 20:44   좋아요 1 | URL
저 아직 읽으려면 멀었지만 여러분. 나는 예전부터 소설 읽으라고 소설 찬양했던 사람이에요. 알아줘요! (엉엉운다)

난티나무 2021-08-21 20:50   좋아요 0 | URL
울지 마요. 알고 있어요.ㅎㅎ (토닥인다)

수이 2021-08-21 20:52   좋아요 1 | URL
소설하면 다락방님 저절로 떠오르죠. 전공자인 줄 알았다니까요. 진짜루!!

다락방 2021-08-21 21:17   좋아요 1 | URL
아오 이 다정한 분들 😭
 

뭐라도 끄적인 지 열흘이 넘었다. 짐작 가는 바는 있지만 확신할 수 없는 아픔의 원인 이후로는 2주 가까이 흘렀다. 열흘 전 짧은 글을 키보드를 두드려 올리고는 한참이나 오른팔이 아팠다. 매일 몇 글자나마 쓰기로 작정했던 블로그도 쉬었다. 아침저녁으로 침대에 누운 몸을 살핀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하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개운하다. 마냥 쉴 수만은 없어 떨치고 일어나지만 아직도 머리가 맑지 못한 느낌이 든다. 매일 하던 것을 쉬어버리면 하지 않음의 관성이 붙어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 책은 계속 읽었는데 쓰지를 못했다. 조바심마저 난다. 남겨놓지 않으면 날아가버리는 기억, 다시 불러오려면 처음부터 또 읽어야 한다는, 그런데 그거 나쁘지 않네. 다시 읽기. 벗 유한한 시간. 뭐 그런 걸로. 

어찌 됐든 다시 써보기 위해 글쓰기 창을 열었다. 이럴 땐 책 산 이야기를 하는 게 최고지. 신나니까. 

















국지혜, <난민과 여성혐오> 

열다북스 책을 모으고 있다. <래디컬 페미니즘>은 선편소포 안에 들어있고, <여자는 인질이다>와 <'위안부'는 여자다>, <코르셋>은 종이책으로, <포르노랜드>와 <성매매, 성노동이 아니라 성착취>는 전자책으로 갖고 있다. 전자책 정말 책을 갖고 있다는 느낌도 안 들고 찾아보기도 귀찮(?)고 밑줄 찾기 어렵고.ㅠㅠ 전부 종이책으로 갖고 싶어. 


















우에노 지즈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이 책 정말 작년부터 계속 보관만 하던 책. 결국 샀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Ⅱ> 

1권만 사두었었는데 다음주부터 친구들과 함께 읽기로 해서 2권도 마저 구입. 



















최은미, <어제는 봄> 

팬이 될 수 있을까? 좀더 두고봐야 할 듯. 그래서 한 권 구입해 봄. 
















허난설헌 시선집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저 표지의 미스터션샤인 띠지 참으로 거슬리지만. 
















권도영, 송영림 지음, 권봉교 그림 <배또롱 아래 선그믓> - 옛이야기 속 여성의 삶에서 페미니즘을 읽다 

어디서 알게 된 책인지 모르겠다. 허난설헌 찾다가 발견한 걸 수도 있고. 


















양효실, <불구의 삶, 사랑의 말> 

**쟝님의 추천. 얼마 전 빌려본 양효실의 어느 책은 별로였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기대해 본다. 보관함에서 매번 중고서점 맞추기에 들지 못하다가 이번에 성공했다.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페미니즘의 투쟁> 

9월 여성주의책읽기 선정도서. 저자 이름 맨날 헷갈리고요. 

















크리스티안 노스럽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중고 뜨는 거 어려운 책인데 마침 중고 절반값으로 똭 떠서 얼른 구입. 하고 나서 며칠 뒤 전자도서관에 들어왔...@@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이것도 사고팠. 도서관에 신청 넣어야 겠다. 















데이비드 로버츠, <서프러제트> 

프랑스책 읽는 중 서프러제트 나왔을 때 멤버 한 분이 추천해 주신 책. 















최혜진,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어나더커버 새책으로 구입. 전자책도 있다. 그러나 이런 책은 전자책으로 보면 흥이 안 난다. 그림책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울 수 있을지 기대. 




이 밖에 쓰기에 대한 열정도 한번 불살라보려고 이런저런 노트도 주문.(읭? 핑계도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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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8-20 0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 상태 빠른 회복 기원드립니다.

난티나무 2021-08-20 17:25   좋아요 0 | URL
아구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1-08-20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9월 함께읽기 책 받았습니다. 역시 책 살 때가 제일 신나요. 그래서 사도 사도 또 사는가봐요..

난티나무 님, 컨디션 얼른 회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야지요.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즐겁게 말입니다. 잘 드시고 충분히 쉬시고 빠른 회복 하시길 바랄게요.

난티나무 2021-08-20 17:27   좋아요 0 | URL
아 진짜 책도 못 샀다면 ㅠㅠ 생각도 하기 싫으네요.^^;;;;; 이러고 다음에 또 뭐 사지 째려보고 있다는 ㅎㅎㅎ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2021-08-20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바심! 뭔지 알것 같습니다.
그래도 건강이 먼저!
빨리 회복 하시길..!

난티나무 2021-08-20 17:28   좋아요 0 | URL
ㅎㅎ 조바심 난다는 것도 웃기더라고요.^^;;;;;;
고맙습니다.^^

라로 2021-08-20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아프셨나봐요?? 어여 쾌차하시고 읽으신 책 얘기 많이 해주세요!!

난티나무 2021-08-20 17:31   좋아요 0 | URL
많이,는 아니었고요. 애매하게 오래 가네요. 긍게 이럴 때만 건강 생각하게 되고 참 간사한 마음입니다요. ㅎㅎㅎ

유수 2021-08-2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보내요. 사진은 없다 중독돼서 기다려요ㅋㅋ금방 또 뵈어요.

난티나무 2021-08-20 22:47   좋아요 1 | URL
마침 북플 들어온 지라 실시간 답글 갑니다.ㅎ
아뉘 중독되셨다니 그럼 다시 해야 하나요.ㅋㅋㅋ 맨날 사진 올리래.ㅎㅎㅎ

유수 2021-08-2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또롱 책 저도 리스트에 있는데 여기서 보다니 반갑네요.

난티나무 2021-08-20 22:48   좋아요 1 | URL
음 유수님 리스트를 제가 어디선가 봤을까요? 보기는 한 거 같은데 어디서 봤는지 몰겠어요.ㅎ

유수 2021-08-20 22:59   좋아요 0 | URL
히히 겹치면 더 좋죠. 저는 아직 사 보진 못해서 궁금해하고 있을게요

난티나무 2021-08-20 23:57   좋아요 0 | URL
저도 받으려면 몇 개월 걸려요.^^;;;;;;

2021-08-2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0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에노 지즈코, <불혹의 페미니즘> 


'불혹'을 글자 그대로의 '불혹'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중의 의미로 독자들을 낚은 사례의 하나가 아닐까. 일본 역사에 무지한 나로서는 일본의 40년 페미니즘 역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과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좀 버거웠다. 처음 읽은 우에노 지즈코의 책이라, <나의 행복한 페미니즘 공부법>에서 묘사되는 지즈코 선생님의 날카롭고 속시원한 문장들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앞부분 밑줄 긋고 나서 뒷부분에는 옮겨놓고 싶은 구절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도 아래와 같은 구절들은 속 시원하지 않나? 




"정론은 시시하다. 말해봤자 소득 없이 끝나기 때문이다. 성차별은 악이다. 매춘은 나쁘다. 그렇다. 그래서, 뭐? 

정론을 아무리 떠들어도 바뀌는 것은 없다. 정론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고, 정론으로 인간은 움직이지 않는다. 정론대로만 된다면 세상에 힘들 게 없을 것이다. 정론이 시시한 까닭은, 정론으로 왜 인간이 움직이지 않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와 오만함에 있다. " (전자책 8% 지점) 


" "남자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됐습니다, 당신들 앞에는 여성해방에 앞서 자기해방이라는 큰 과제가 놓여있습니다. 부지런히 '맨리브'부터 하십시오"라고 대답해왔다. " (전자책 29% 지점) 




('자기해방'. 진심 와닿는 단어였다. 남성의 자기해방. 부디.)


일본에서의 페미니즘 운동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엿보면서 우리 나라 페미니즘 운동과 역사 이야기를 역시나 잘 모르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괜찮다. 이것저것 읽다 보면 길들이 만나 합쳐질 것이다. 이런 생각만으로도 <불혹의 페미니즘>을 읽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읽겠냐고 묻는다면, 절레절레.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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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1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의식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고 들어서. 일본의 페미니즘이라..왠지 우리나라보다 뒤쳐져 있을것 같아요.🙄 우리는 일단 정희진언니가 있어서 막 든든하고요~ㅎㅎ♡

난티나무 2021-08-12 00:48   좋아요 1 | URL
책에도 슬쩍 그런 이야기 나오긴 해요. 한국이 부럽다고(페미니즘). 근데 제 생각엔 도긴개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잘 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임요.ㅎㅎㅎ

단발머리 2021-08-12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앞쪽 읽다가 반납했는데 다시 찾아 읽으려고 해요. 전자책 8퍼센트 그 문단, 저도 밑줄긋기했었거든요.
일본의 상황이 우리보다 더 열악하다고 느낍니다. 미투 운동 시작한 여성이 아주 탈탈 털렸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환경에서 페미니즘 교육과 실천을 지속해왔던 우에노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난티나무 2021-08-12 00:50   좋아요 0 | URL
절반 넘어가면서부터는 슬렁슬렁 읽었어요. ㅠㅠ 우에노님 대단하신 것 동의하고요. 멋져!
우리보다 더 열악하다면 아아 상상도 하기 싫어집니다요…

유수 2021-08-1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에노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읽기 시작하시면 저도 알려주세요. 같이 시작하고 파요

난티나무 2021-08-12 15:25   좋아요 1 | URL
저도 여쭈어보려고 했어요.^^ 저 아직 책 받기 전 ㅠㅠ 유수님 같이 읽어요~^^

2021-08-12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2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2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2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혹의 페미니즘> 밑줄 1

커뮤니케이션은 자원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여자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이상 실현? 가치 창조? 여자는 이데올로기나 이념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데올로기나 이념에 약한 지식인을 제외하면, 여자나 대중은 대부분 자신과 자신의 생활 외에는 흥미가 없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 내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를 표현하고 싶다, 이런 것들이 당사자에게는 가장 절실한 욕구다.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 타자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재미있는 것이다.
인간관계란 모든 자원을 소진한 뒤에 남는 최후의 자원이다. 자원은 쓰면 없어지지만 이 자원은 고갈되지 않는다. 다른 자원이 대 손에서 빠져나가도 이 자원만은 남는다. 관계를 맺고 있는 한, 가장 재

미있는 자원이다. 이 ‘관계‘라는 자원을 만들어가는 운동이 여자의 운동이 아니었을까.
다만 ‘관계‘를 만드는 능력은 개인차가 두드러진다. 이 차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벌어진다. 돈도 시간도 체력도 의지가 되지 않는 인생의 가을에, 마지막까지 힘이 되는 것은 ‘관계‘라는 자원이다. ‘관계‘는 노후의 여유 자산이다. 그것을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로 당신의 삶의 방식이 부정될지도 모른다고 하면 지나칠까.
단 ‘관계‘를 만드는 능력은 학습이 가능하다. 배움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여자들은 고립된 곳에서 어렵게 벗어나 이 ‘관계‘라는 자원만들기를 운동 안에서 서로 배웠다. 여자의 운동이 지닌 성장하는 힘, 그것이야말로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닐까.

소노 씨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의 엘리트주의일 것이다. ‘정말로 실력 있는 여성들은 묵묵히 일해왔다‘ 라는 말에서, 자신은 실력이 있어서 발휘해왔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당신은 결국 쓸모없는 인간이다, 라는 본심이 드러난다. 이것은 여타 엘리트 여성에게서도 많이 보이는 사고방식이다. 엘리트 여성은 프라이드가 매우 높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를 공통의 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결과 그녀들은 강자의 논리를 몸에 익히고,
약자에 대한 상상력을 잃고 만다. 엘리트 여성의 엘리트주의는 골치아프다, 라고 자숙의 마음을 담아 말해둔다.
페미니즘은 사회적 약자의 운동이다. 여성에게 이미 ‘실력‘이 있다면 이런 운동은 필요 없다. 나는 객관적으로는 엘리트 여성이지만(어쨌거나 대학 조교수이니까), 자신이 혜택 받은 특권적 소수파 안에 있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다. 내가 했으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다름 아닌 슈퍼우먼 신드롬이다. 엘리트 여성과 엘리트주의자는 다르다. 자신의 처지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상상력을 잃었을 때, 엘리트 여성은 엘리트주의자가 된다.

역사의 변화는 남자와 여자, 아이와 어른에게 불균등하게 찾아온다. 변화의 예고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은 여자와 아이다. 이유는그들이 사회의 주변부에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성(城)‘ 안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남자들은 발밑까지 밀어닥친 변화의 물결을 알아채지 못한다. 여자가 바뀐 것은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바뀐 것이다. 이제 이런 것은 할 수 없다고 여자들은 저마다 말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자가 가만히 있었던 지금까지는, 하지만 남자들도 이제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여자가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은 남자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일 것이다. 부부의 상황을 떠올려보라. 신혼 때는 "당신만을 따르겠습니다" 했던

아내가, 20년이 지나자 자립을 원하고, 30년이 된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이혼을 요구한다. "내가 뭘 잘못했어? 나는 변한 것이 없는데. 변해버린 건 당신이잖아?" 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 당신이 변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혼 서류를 받은 그날 아침까지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왔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당신의 그 둔감함이 문제인 것이다.

페미니즘이 ‘발명한 여러 표현 가운데 최대 히트작은 ‘무임금 노동‘이다. 가사도 노동이다, 심지어 돈도 못 받고 하는 부당한 노동이다, 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부부 싸움에서 아내를 침묵하게 만드는 남편의 필살기, "누구 덕에 먹고 사는데?" 라는 공격에도 반박할 말이생긴다.
"당신이야말로 누구 덕분에 매일 편하게 출근하는데? 나도 온종일 쉬지도 못하고 일한다고."
남편은 더 격분해서 말할 것이다.
"당신이 하는 일은 돈이 안 되잖아. 그런 건 일이라고 할 수 없지."
그럴 때는 이렇게 되받아쳐주자.
"당신이 하는 일이 돈이 되는 건, 남자라는 허울 때문이야. 결코 당신이 잘나서가 아니라고."
페미니즘은 여성을 이론으로 무장시켰기 때문에 이런 아내를 둔 남편은 쉽지 않을 것이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부부 사이는 확실히 나빠진다(하하). 아내의 수인한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까지는 ‘나 하나만 참으면 하는 아내의 포기와 인내로 부부 사이가 평탄하게 유지돼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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