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et(덧문)를 완벽하게 내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
잠 깨어 독서등만 켜고 침대 속에서 꼬물거리며 폰을 확인하니
단톡방에 깨톡깨톡이 떠있다.
근황, 책, 기타등등의 이야기를 한참 나누면서
한줄 한줄에서 서로의 성향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톡을 끝내고 아침 일기를 적는데
아! 이렇게 수다를 떠는 시간이 나에게는 참 귀하구나 싶다.
비록 문자지만, 아직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반경 200킬로미터 안에서 나와 수다를 떨 사람이 이제는 전무한 상태에서
(아니 200킬로키터 더 되겠는데 ㅠㅠ 왜 다들 멀리 이사가는 거야.ㅠ)
이 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프랑스어책읽기모임의 여러분 고마워요~)
그리고 거의 매일 시간 쪼개어
톡으로 나와 수다 떨어주는 동생도 무척 고맙다.
내가 정신을 잃지 않고, 쓰러지지 않는 것은
이런 시간들 때문이다, 생각한다.
마음이 슝슝 부풀어올라 북플을 살펴보는데.
그만 어느 님이 올려주신 시 한 편을 읽으면서 울어버렸다.
매개체가 책이든 영상이든 뭔가를 보고 내가 운다는 건
그동안 참아왔거나 쌓여왔거나 한 감정찌꺼기를
그 매개체가 툭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것이 매개체가 되는 것처럼 눈물이 잦다.
오늘 그 시가 건드린 나의 감정은 외로움이다.
시를 되풀이해 읽고 오후에 베껴 적어보았다.
감상적인 일요일 아침을 열어준 두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