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 품고 있지 뭉클한 내 어머니  

렁이는 세월안고 한 물결로 손 내밀다  

소로 투명해져도 끝까지 머무는 분  

 

* 2018.10. K 삼행시 공모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10-30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비종 2018-10-30 22:56   좋아요 1 | URL
삼행시가 은근히 어렵더군요^^;
 
아빠와 배트맨 북멘토 가치동화 21
이병승 지음, 장은희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맨틱한 백허그에 몰랑몰랑한 OST.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보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ditto’였다. 담담하게 울리는 남자 주인공의 음성이 너무도 절절하고 간질간질해서 무슨 뜻인지 몰라도 마냥 좋았고, ‘동감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나서는 더욱 좋아졌다.

단순하고 유쾌한 동화이겠거니 했다. 시커먼 망토를 휘날리며 배트맨 가면을 쓴 아빠가 땀을 삐질 흘리면서 공간을 날아가는 겉표지는 판타지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내용을 연상시켰다. 유머러스한 요소가 곳곳에 버무려져 동화가 지닌 무게감을 지탱했으나 결코 가볍지 않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오래전 영화에서 본 그 단어가 떠오른다. ditto. 오래 우려 깊은 맛이 배어나오는 디토의 느낌이 혀끝을 지나 마음 끝에 맴돈다.

6편의 단편 동화 속 주인공들은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과 가족과 친구에게 공감한다. 공감을 찾아가는 여정은 서툴지만 독자에게 느린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어른인 나를 돌아보고 나의 삶과 가까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읽은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생각했다. 강렬하지 않지만 여운이 길게 이어졌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해야 되냐는 우재의 말에 슬쩍 찔린다. 요즘 아이들의 교실을 떠올린다. 15일부터 시작되는 시험을 대비하느라 더욱 바빠진 수업시간. 높은 긴장감은 교사인 나의 몫이며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은 여전히 태평하다. “이거 중요해.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내용이지.” 분위기를 쇄신한답시고 종종 내뱉는 말이다. 시험을 위해서만 공부한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한 줄의 문장으로 교과서에 기록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치열한 시간이 담기는가. 그런 노력들이 시험문제의 출제 여부에 따라 뇌 속의 입성 대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이 껄끄럽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시험에 나오지 않아도 오백 권도 넘게 책을 읽는 우재야말로 공부계의 진정한 <하위권의 고수> 아닌가. 흙탕물을 먹는 아프리카인들이 깨끗한 물을 마셨으면 좋겠다며 아프리카에도 눈이 오게 할 거라는 아이의 말에 마음이 정화된다. 이런 마음을 품은 아이를 성적이 하위권이라는 이유로 무시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수 있는 자발적인 세상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탁 트인다.

남을 때리면 자기 손도 아프다는 <뻥쟁이 그루>의 말은 공감이 지닌 핵심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친구의 아픔이 내게로 다 빨려 들어왔으면 좋겠다며 소아암 병동에 누워있는 그루의 손을 슬며시 잡는 주인공의 마음은 너무 순수해서 시큰하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상처는 깊고 절실하다. ‘만을 바라보던 아이가 <마음을 엿보는 안경>을 얻게 되면서 왕따를 당하는 를 살피기 시작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 지가 언제였더라. 기억이 희미하다. 언제부터 나의 아픔에 함몰되어 주변에 시선을 두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나. 동화 속 아이를 거울인 듯 바라보면서 한참을 서성인다. 나태주의 풀꽃이 생각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외면해온 시간들을 반성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부 고발자가 되려는 아빠는 아이에게 진짜로 멋진 배트맨이 된다. 뉴스로 보도되던 비슷한 사건들을 몇 가지 떠올린다. 용기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라던가. 정의를 위해 싸우는 수많은 배트맨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회에 쏟아지는 크고 작은 불의를 보고도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나의 소심함을 부끄럽게 바라보며.

<꼬마 괴물 푸슝>은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접속사가 되어주는 동생의 이야기이다. 유전적으로 연결되지 않아도 가족으로 충분할 수 있음을 말하며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따뜻하게 보여준다.

일요일에만 자라는 나무는 없단다.(p67)’ <내일을 지우는 마법의 달력>을 얻어 평일을 지워버린 주인공에게 달력을 준 할아버지가 건넨 말이다. 눈가가 찡해진다. 살아오면서 내가 건너왔던 많은 날들이 스친다. 눈물 가득했던 하루, 웃음이 구르던 하루, 행복과 슬픔이 뒤섞여 번갈아 다가왔지. 견디기 힘든 날들도 많았지만 날카로운 시간들이 할퀸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돋아난 굳은살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외로우면 종종 블로그에 시를 쓴다. 쓰는 것만으로 한결 나아지지만 시에 담긴 마음을 공감해주는 이들로 인해 삶이 덜 시리다. 작가는 <글쓴이의 말>에서 글을 쓰는 이유는 아마 외로워서일 거라 말한다. 6편의 동화를 통해 그가 내민 손을 잡으며 공감했던 기억들이 겹쳐진다. ditto. 공명으로 따뜻해진 심장을 느끼며 다시 한 번 디토를 중얼거린다.

 

 

* 2018.10. J독후감 공모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풀수풀 흥얼대며 남산 숲을 걷다보니

초록 내음 사이사이 맑은 파도 쏴아아아

바스락 조개껍데기 발바닥을 간질간질

 

 

* 2018.10. N공모전 응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개 낀 날, 회색빛 거리를 걷는 듯 불확실한 시야 속에서 눈에 띄는 무엇이든 찾아보려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 입맛에 맞지 않는 고급 음식을 맛본 느낌이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감이 오는데 이런 식의 전달 방식, 나와는 맞지 않는다. 수분이 덜 마른 종이 탈을 쓴 기분이랄까. 채 마르지 않은 종이와 풀 냄새가 뒤섞여 텁텁하고 건조한 냄새가 나는 내용이다. 읽는 내내 걸쭉하고 질척한 것이 느린 속도로 서서히 흘러내려 마음 바탕에 깔렸다. 답답한 묵직함을 안고 소설을 읽었다.

 

파랑새를 찾아 헤매다 결국 출발지로 터벅터벅 돌아온 동화 속 주인공인양 마지막까지 갔다가 처음으로 되돌아오니 결론처럼 첫 문장이 선명한 마침표를 찍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p9)’ 작가는 세상의 빛과 먼지와 어둠과 습기를 묻히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삶의 허무를 전하고 싶었을까. ‘모래는 우리들 발자국을 기껏해야 몇 초 동안밖에 간직하지 않는다.(p76)’ 혹은 어딘가에 잠시라도 새겨져있을 삶의 짧은 흔적이 주는 의미를 말하고 싶던 걸까.

 

지워진 기억을 좇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서를 찾아가는 주인공. 어릴 때 하던 스무고개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주인공을 따라 걷는다. 주인공이 만난 이들 대부분은 무언가를 그에게 건네어준다. 상자에서 꺼낸 사진이나 책, 작은 단서가 적힌 종이 등. 소설 곳곳에는 주소나 전화번호, 건물, 장소가 등장한다. ‘건물들도 거리의 폭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 시절에는 빛이 달랐었고 다른 무엇이 대기 속에 떠돌고 있었다......(p170)’ 잠시나마 그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의 흔적이 묻어있다. 삶의 흔적들은 그를 스쳐간 물건 곳곳에 의미로 새겨진다. 물감 묻힌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별 의미 없는 선을 긋는 것처럼. 기억을 복기하여 도화지를 펼치면 그 순간의 냄새, , 소리 등이 그대로 재현된다.

 

의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한다. ‘그녀는 어느 길을 따라왔을까? 왼쪽으로 왔었을까, 오른쪽으로 왔었을까? 나는 그것을 카페의 주인에게 물어보는 것을 잊어버렸다.(p140~141)’ 그에게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방향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그의 그녀가 걷던 길이었기에 특별한 경로로서의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뇌에 새겨진 흔적들도 어쩌면 이토록 사소하게 보여 지는 기억들의 집합 아닐까. 그 때 그가 입었던 옷의 색깔이라든지, 흩날리던 머리칼에서 풍겨 나오던 향기라든지, 함께 듣던 유행가라든지. 작은 기억들이 보석처럼 박혀 지치고 힘든 삶의 순간에 떠올라 반짝이며 위안을 주는.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만큼이나 빨리 저녁 빛 속으로 지워져버리는 것은 아닐까(p262)’ 작가가 말한 허무 속에서도 나는 의미를 찾고 싶다. 삶은 물론 맑은 물이 아니다. 오염되어 혼탁해진 폐수와도 다르다. 적당히 뿌연 빛깔로 묵직하게 흘러가는 강물로 삶을 정의해보려 한다. 맑은 강물로 시작했다가 곳곳에서 유입되는 타인의 삶과 마주친 흔적들이 함께 흘러가는 것. 삶과 삶이 마주 본 순간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의미 있는 흔적으로 남으리라 믿는다. 잊히더라도 어딘가에는 부유물로 남아 내 안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줄 것이라 믿는다.

 

<후기>

콘스탄틴 폰 위트에서 어쩐지 기분이 쎄하더니 게이 오를로프에서 무너졌다. 인물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이런! 분명 한글로 된 책인데 당최 내용 파악이 되지 않았다. 결정적인 과속방지턱들은 이노무 이름들이었다.

종이를 펼쳐놓고 볼펜을 들었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왔다. 한 명 한 명 이름이 등장할 때마다 기록을 하고 관계도를 그려나갔다. 이 인간은 요 인간의 할아버지, 이 인간들은 친구 사이, 얘네들은 연인, 저 인간은 간지처럼 사이사이 끼워지는 탐정. A4용지를 빽빽이 메운 이름들을 보며 점점 인내력의 배터리는 방전이 되어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지만, 그래도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이라니 참아보기로 했다.

콘스탄틴 폰 위트, 기 롤랑, 폴 소나쉬체, 장 외스퇴르, 스티오파 드 자고리에프, 조르주 사셰, 조르지아제, 게이 오를로프, 갈리나, 키릴 오를로프, 이렌 조르지아제, 장 피에르 베르나르디, 월도 블런트, 러키 루치아노, 하워드 드 뤼즈, 존 길버트, 장 심티, 마벨 도나위, 프레디 하워드 드뤼즈, 클로드 하워드, 로베르, 앙드레 빌드메르, 페드로 맥케부아, 루비로사 포르피리오, 오르주 스테른, 주비아 시라노, 지미 페드로 스테른, 레옹 반 알엔, 드니즈 쿠드뢰즈, 알레그 드 브레데, 장 미셀, 망수르, 호이닝겐 후네, 알렉 스쿠피, 자크, 드 스베르, 카안 부인, 키릴, 보브 베송, 앙이 위베르누아, 조르주, 자클린, 앙드레 카를, 캉팡 부인, 프리부르...’

이 안에 기억 잃고 그 기억 찾아가는 주인공 한 명 있다.

차라리 우리나라 이름이면 나았을까. ‘이종혁, 송중기, 안재현, 양세종, 공유,...’ 이런 식이면 얼마든지 흐뭇하게 상상하며 읽었을 지도 모를 일인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을 품던 가슴이

이젠 희끗한 외로움을

아이인양 품고 지낸다

인간은 원래 고독한 거라

함부로 말하지 마라

 

세월이 섞인 외로움은

고고한 소나무가 되지만

눈물이 섞인 외로움은

서러운 독을 만들어낸다

 

오늘 뭐 하셨어요

밥은 잘 챙겨 드세요

날 좋은데 산책 갈까요

전화로 오가는 일상이라도

함께 걷는 한걸음이라도

따뜻한 손길 한 번으로도

해독제로 충분히 녹아들 텐데

 

당신의 무관심으로

독은 점점 차오르고

당신을 품던 가슴에

서서히 퍼져나가니

 

고독사는 투명한 독사다

 

 

* 2018. 10.  N글짓기 공모전(주제 : 노인공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