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로 - 할인행사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다케다 신지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 입 속의 검은 입


전쟁에서 혼자 남아 마지막으로 죽고 싶어하는 군인은 없다고 한다. 명쾌하지는 않아도 인간적인 진리다


ㅡ 알베르스 산체스 피뇰, 차가운 피부 중


 

 

 

 

 

 

12살 때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20년이 흐른 후였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청춘을 병실에서 의식 불명인 상태로 흘러보낸 것'이다. 당혹스러운 점은 정신은 " 12살 얼라 " 인데 육체는 " 32살 얼은(어른) " 이라는 데 있었다. 크라는 키는 안 크고 좆'만 쑥처럼 쑥쑥 컸다. 12살 얼라가 감당하기엔 너무 거시기했다. 도대체 이  폭풍 성징을 어쩌란 말이냐 ? 변화는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민둥산이었던 곳에 거뭇거뭇한 침엽수림이 군락을 이루었다. 병실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나는 아주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냥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났을 때의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깊게 들숨을 마신 후 날숨을 오래 내쉬었다.

 

사타구니가 가려워 팬티 속에 손을 넣어 긁다가 까끌까끌한 거웃을 발견했을 때 느끼게 되는 오묘한 공포심을 당신은 알까 ? 나는 << 나 홀로 집에 >> 에 나오는 얼라처럼 비명을 질렀다. Y지점이 " hairy " 해서 털을 깎고 싶었으나 부끄러워서 엄두가 안났다. " 성장 " 이 아니라 " 성징 " 으로 자라난 육체는 점점 비극으로 치달았다.  나는 몸집만 컸지 정신연령은 아이인, 영화 << 빅 >> 에 나오는 톰 행크스 신세'였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온다고 했던가. 내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그 사랑은 불행의 씨앗이었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11살 여자'였다. 지금 나는 깜빵에서 이 페이퍼를 작성한다. 요즘, 세상 참...... 좋아졌다 ㅡ

대충 얼개'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구상해 놓고는 사람들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했다. 대부분은 박장대소하며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영화 << 빅 >> 과 유사한 설정이라는 조롱과 함께 << 롤리타 >> 의 판타지 버전'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나는 이 유사성'을 장르적 특성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말했다. " 롹이라는 장르에 묶인 롹 음악'은 모두 롹 ㅡ 스럽고, 트로트 장르에 묶인 트로트 가락 또한 폭스트로트 풍으로 모두 비슷하지 않느냐. 내가 구상한 이야기 또한 몸(혹은 영혼)이 바뀌는 << 체인지 ㅡ 서사 >> 장르에 속한다. 그러냐, 안 그러냐 ? " 내가 보기엔 << 프랑켄슈타인 >> 과 << 롤리타 >> 는 동일한 서사 구조'를 가진 작품이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은 정신은 삼척동자인데 육체는 육척거한'인 자의 비애를 다룬 소설이었고

허버트 허버트 씨 또한 정신은 삼척동자인데 육체는 육 척 거한'인 자의 성애'를 다룬 소설이었다. < 비애 > 냐 < 성애 > 냐가 다를 뿐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몸에 맞지 않는 옷 때문에 괴로워하는 어른'이다. 내가 구상한 32살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 열애 > 이지 로리타 컴플렉스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탐 행크스가 연기한 조쉬,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 롤리타를 사랑한 허버트 허버트'는 한통속'이었다. 이들은 정신은 12살인데 좆만 커서 고통받는 성기거대증 환자'다. 부럽다, 시바. 바로 이 체인지ㅡ서사'에 밥 숟가락 하나 얹을 속셈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구상을 포기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연출한 << 인간 합격, 1998 >> 이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옥신각신, 오고가는 말풍선이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할 때 영화 꽤나 봤다던 K가 흥미없다는 듯 말했다. " 그거 기요시의 << 인간 합격 >> 이네... " 영화는 14살 때 교통사고로 10년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나는 주인공을 다루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아, 하고 무릎 탁, 치기에는 영화가 무척 뛰어났다. 도대체 저 인간(구로사와 기요시)은 4달에 한 편씩 영화를 속전속결로 만드는 주제'에    " 내가 영화 한 편을 찍는 데는 보통 서너 달의 시간이 걸린다. 기획이 한 달, 시나리오 한 달, 촬영 한 달, 후반작업 한 달. 이렇게 찍다 보면 1년에 3~4편을 찍을 수 있다. "  기요시, 잡지 키노와의 인터뷰    하나같이 걸작인 이유는 무엇일까 ? 저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맥빠진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까지'는  말머리'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다.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었던 것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걸작 << 회로 回路, 2001 >> 라는 영화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짜증낼 필요도 없다. 내 글은 본래 삼천포는 팔 할이고, 본론이 사족'이니깐 말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인터넷을 통해 유령이 출몰하고 유령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죽거나 실종된다는 이야기'다. 기존 영화 << 링 >> 을 그대로 카피했다고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니다. 유령이 출몰하는 근원지가 비디오 테이프에서 인터넷'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구로사와 기요시의 천재성이 발휘된다.

 

 

 

<< 회로 >> 는 << 링 >> 을 뻔뻔하게 카피했지만 << 링 >> 보다 풍부하고, 아름다우며, 진지하다. 현대인은 인터넷이라는 연결망 속에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단락短絡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니까 회로'에서 두 점 사이가 떨어지지 못하고 두 점 사이가 접속이 되는 순간 소통이 아닌 불통이 된다는 의미'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외로운 존재'다. 영화를 보다 보면 공포 영화'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게 된다. 저예산 공포 영화에서 모딜리아니 그림과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현대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쾌락에 가깝다. 색감을 탈색시킨 우중충한 회색톤과 " 포커스 아웃 " 시킨 화면 그리고 인간과 유령 사이에 개입되는 불순물(들) :

예를 들면 커튼, 건물 기둥, 불투명한 비닐'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점'은 주체와 객체 사이를 끊임없이 간섭하는 노이즈 효과를 발생한다. 이처럼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 노이즈 " 에 의해 지지직거린다. 이 글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쓴 글로 집요하게 내용을 파고들면 자칫 따분할 수가 있으니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다른 식으로 접근하도록 하자.

 

 

영화 제목인 회로回路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 回 > 라는 한자'다. 입 속에 입이 있는 형국이다. 영화 << 링 >> 이 도형 ○이 주는 공포라면, << 회로 >> 는 도형 □ 가 주는 공포'다. 곡선이 따스하고 전원적 풍경'이라면 직선은 차갑고 도시적 형태를 띤다. 제목 회로에서 回 는 네모인 형태 口'가 겹친 형태'인 점을 감안하면 영화 주제'와 절묘하게 섞인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집요하게 口 형태의 미장센을 구축한다. 그것은 컴퓨터 모니터 모양새와 유사하다. 사전을 찾아보면 回 는 돌아온다 라는 뜻이다. 돌고 돌아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니 영화 << 링 >> 의 원형 ○ 과도 일맥상통한다. 영화 << 링 >> 에서 우물은 촉촉하고 검은 구멍으로 물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여성 성기에 대한 은유로 읽히는데 << 회로 >> 또한 물 위에 떠 있는 배에서 시작해서 같은 장소에서 끝난다는 측면에서 물 이미지와 연관이 있다.

回 는 소용돌이'를 닮았다. 누구나 전쟁터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적이 점령한  적지敵地 에서 유일하게 혼자 남아 마지막으로 죽고 싶어하는 군인은 없다. 하루를 더 사느니 차라리 의지할 동료 병사가 있을 때 죽는 것이 낫다. 죽음보다 공포스러운 것은 바로 홀로 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처절한 외로움을 다룬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귀신은 무서운 존재라기보다는 외로운 존재'다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5-02-09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개월의 한 편이라. 정말입니까? 대단하네요.
김기덕 감독은 주로 비행기 안에서 시나리오를 쓴다고 하더군요.
비행기 뜰 때 쓰기 시작해서 착륙할 때쯤 한편을 쓴다고. 물론 초고고 거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초고라지만 고치겠습니까?
그런데 부럽긴 해요. 그의 자유로움이. 그냥 내가 쓰고 내가 찍는다. 그런 거잖아요.

이 동네도 동영상이 되서 다행입니다.
곰발님 여기선 동연상 안된다고 끙끙대시더니...
전 기계치라 동영상은 감히 꿈도 꾸지 않고 있습니다만.ㅠ

저 동상상 귀신 잠시 삐끗 웃겼어요.
진짜 배우가 그랬을까요? 아님 카메라가 조금 더 뽀샵질을 해 댔을까요?
난 이런 게 궁금하더라.ㅋㅋ
귀신 영화 의외로 생각보다 무섭지 않은데 선뜻 볼 마음이 나질 않아요.
그런데 귀신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외로운 존재란 곰발님 말씀에 웬지 방점을 찍고
선입견 없이 봐 주기도 해야할 것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9 20:14   좋아요 1 | URL
이게 밑도 끝도 없이 저 장면만 오려서 그렇지 처음부터 보면 존나 무섭습니다.
저 장면은 아마도 무용을 전문으로 한 춤꾼이 연출한 장면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 < 링 > 에서 나오는 귀신도
무용하는 사람이에요. 몸으로 표현하는 직업이 무용수니 그런 장면을 연출했지
일반 배우에게 하라고 하면 절대 못 나올 율동입니다.

기요시`는 영화 찍으면서 동시에 다음 작품 구상을 한다고 하네요...
요즘은 인기가 높아서 기요시도 그렇게 다작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거장 반열에 올랐어요...

AgalmA 2015-02-09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ㅁ미장센 끝내주네요! ㅁ도 ㅁ지만 사선을 칼날같이, 어둠들의 배치도 정말 절묘!
문득 일본 귀신들의 관절 자유형과 우리나라귀신의 뭐없음형(내 다리/자리 내놔라)의 지정학적 비교까지 하고 싶어질 정도~ㅎ
곰곰발님은 아무리 똑같은 소재라도 재밌게 쓰실 거임. 곰곰발님의 글맛은 소재보다(아이디어도 좋아요) 그것들을 엮어 입맛 돋우는 사설조로 푸는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하니까요. 응원합니다. 여기서 기력낭비마시고 소설을 쓰시라니까요!
기요시 영화 정말 다 섭렵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매력적이네요. 와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9 23:26   좋아요 1 | URL
미장센 좋죠 ? 저건 시쥐도 아니고 그냥 무용 좀 하는 사람이 한 것입니다. ( 정확한 정보는 아님.. )
이 감독이 영리한 게 왜 귀신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 인서트 컷으로 대체하지 않습니까. 느닷없이
팍 나타나서 놀랠키는...

대부분 빠른 편집으로 귀신을 등장시키고는 하는데 오히려 기요시는 귀신의 등장을 롱테이크로 찍습니다.
요기서 나오는 긴장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롱테이크 속에 그냥 툭 던져요. 집중력 약한 사람은 귀신이 나온 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죠. 감독이 강조를 안 하거든요... 그게 더 무서움..
 

 

 

 

이 시대 다이하드바디ㅡ들

 

 

다이하드 하드바디 (a diehard hardbody ) : diehard + hardbody'를 합친 합성어'로 줄여서 다이하드바디'라고도 한다.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홀로 서는, 24시간 발기되는, 결코 죽지 않으려는 불굴의 페니스 인간을 " diehardbody " 라고 한다. 대표적 인물로는 윤창중 씨와 일베'가 있다.  과도한 남성성'을 과시하는 영화 << 실미도 >> 에서 보여준 실미도 부대원 캐릭터들이 전형적 다이하드바디ㅡ들'이다.

 

- 형설시공사, 오소리 깻잎 입말 사전 중

 

 

 


브루스 윌리스 때문에 잘 알려진 diehard 라는 단어는 여간해서는 죽지 않는다는 뜻과 함께 보수적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저잣거리 입말로 번역하면 " 거머리 같은 (새끼) " 정도가 될 것이고, 보다 쎈 억양'으로 강조하자면 " 찰거머리 같은, 완전 어이 없어...... 이 개 꼴통 호러 (새끼) " 가 적당할 것이다. 찰거머리 하니, 옛 기억이 생각나누나. 논두렁에서 물고기 잡다가 정강이에 거머리가 달라붙은 적이 있었다. 거머리는 내 몸에 붙어서 피를 쪽쪽 빨고 있었다. 그 느낌이 매우 이상했는데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그 부위가 가려웠다. 서울 아이'였던 나는 무서워서 떼어 낼 생각'은 엄두도 못냈다. 울고 있으니 사촌 형이 와서 떼어 냈는데 피를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얼라 고추 만했다. 사촌 형은 거머리를 떼어 낸 후 돌로 거머리를 찧어 죽였다.

몸이 두 동강이가 났다. 새빨간 피'가 터졌다. 아, 저 피'는 내 피가 아니었던가 ! 신기한 것은 그토록 몸이 짓이겨졌는데도 살아 있었다는 점이다. 거머리가 잘려나간 몸뚱이를 이끌고 피를 질질 흘리며 움직였을 때 나는 몸서리를 쳤다. 결국 사촌형은 볕이 쨍쨍 비추는 평평한 바위 위에다 거머리를 놓았다. 마치 물놀이를 마치고 젖은 옷을 바위 위에 널어 놓는 것처럼. " 거머리는 말려서 죽여야지 발로 짓밟는다고 죽지 않아 ! " 그날 이후로 나는 거머리 공포증'이 생겼다. 영화 << 다이하드 >> 에서 잰틀한 악당'들이 보기엔 브루스 윌리스가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거머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내가 즐겨 쓰는 말 중에 hardbody 란 단어가 있는데 사전적 의미는 체격이 건장한 사람'을 뜻한다. 알타이어 계통으로 말하자면 " 말 근육 싸나이 " 정도 될까 ?

 

 

​ㅡ 존 람보, 그는 18센티미터가 아닌 180센티미터가 족히 넘는 거대한 남근을 두 손으로 잡고 있다. 이 딱딱한 하드 바디'는 그의 밤꽃 작렬하는 테스토스테론 이미지를 강화한다. 한때 그는 극영화로 데뷔하기 전에 포르노 배우'였다.


90년대 다이하드'를 대표하는 인물이 브루스 윌리스'라면, 80년대 하드바디'를 대표하는 인물은 실베스타 스텔론(람보)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터미네이터)'였다.    70년대 하드바디를 대표하는 인물은 << 더티 하리 >> 시리즈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 였다.        이들 육체는 말 그대로 " 리쎌웨폰(살인무기) " 이다. 무기 없이 일당백으로 싸워 백전백승한다. 그가 휘두르는 주먹은 총알 한 방의 위력이요, 이단옆차기는 핵탄두'였다. 사실 다이하드的 인물와 하드바디的 인물은 일맥상통한다. 둘 다 밤꽃 향기 작렬하는 테스토스테론을 찬양하며 불사의 존재'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만약에 이들이 나라를 세운다면 국화國花는 밤나무가 될 것이다. 결국 diehard = hardbody  다. 이들이 한통속이라는 점에서 내가 만들어낸 합성어'가 diehard 와 hardbody  를 합친  " 다이하드바디 diehardbody  " 다.

 

 

ㅡ 닭 가슴살과 달걀 흰자위 그리고 피나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하드바디. 그는 헐리후드 무비 스타이기 이전에 뛰어난 육체미 운동 스타'였다. 말 그대로 단단한 하드 바디'였다. 이 하드바디'가 할리우드 시스템과 접목하면서 " 다이하드바디 " 가 탄생하게 된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보수 정권이었던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 시절 , 스텔론과 슈왈츠제네거'는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였다.

다이하드바디'는 수많은 죽빵으로 인해 죽을 것처럼 앵앵거리다가도 위기가 닥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 위기에서 벗어난다. 죽어도 죽지 않는 불사의 정신'은 묘하게 페니스'를 닮았다. 페니스 또한 죽었다 다시 발기하고, 점령당했다가 다시 나라를 텐트를 세우나니(?) 가히 다이하드바디'라 할 만하다. 밤나무가 국화'라면 남근은 토템'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다이하드바디'가 유행하던 할리우드 영화를 살펴보면 보수 정권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다이하드바디를 대표하는 밤꽃작렬만발말근육싸나이'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은 모두 공화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유행했다. 80년대 레이건을 대표하는 밤꽃작렬만발말근육싸나이'가 실베스타스텔론의 << 람보시리즈 >> 였다면, 90년대를 대표하는 다이하드바디는 단연 브루스 윌리스의 << 다이하드 >> 시리즈'였다.

 

 

ㅡ 액션영화의 판도를바꿔버린 << 다이하드 >> 는 과도학 육체미'를 과시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스텔론과 슈왈츠제네거 영화와는 다른 영화'이다. 그는 좆빠지게 뛰고 나면 숨 넘어가듯 헐떡거린다. 하지만 죽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결국 보수화는 남성성을 강조하는 다이하드바디'를 호명한다. 그렇다면 이명박을 거쳐 박근혜로 이어진 시대의 다이하드바디'는 누구인가 ? 할리우드 다이하드바디'가 액션 영웅'이었다면, 한국우드 다이하드바디'는 자식들을 위해 죽도록 고생하는 아버지'이다. 그러니까 미국식 영웅이 악당 때문에 죽을 고생을 한다면, 한국식 영웅은 가족 때문에 죽을 고생을 한다. 전자가 인류애를 가장한 액션 휴머니즘이라면 후자는 인류애고 나발이고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보자는 식이다. 아들이 집을 나가고 아빠는 소식이 끊긴 마당에 무슨 놈의 범인류애적 휴머니티'란 말인가. 영화 << 광해 >> 는 임금과 백성의 관계를 부자지간으로 설정한 가족 서사극'이었고, << 변호인 >> 또한 아버지가 없는 국밥집 아들을 위해 송변호사가 아버지 역할을 하는 가족 서사극'이었다.

<< 국제시장 >> 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부재를 장남이 대신한다. 이들 유사 아버지'는 모두 자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그것은 한국 국민이 더 이상 국가'라는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을 보호하고 케어해 줄 대상을 국가에서 아버지'로 축소한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 영화는 점점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에서 믿을 것이라고는 가족 밖에 없다는 가족주의에 집착한다. 영화 << 국제 시장 >> 은 그 정점이다. 시선을 자꾸 가족 내'로 한정하니 타자와의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 국제 시장 >> 같은 영화가 천박한 이유'이다. 영화 << 친구 >> 를 패로디하자면 " 고마 해라, 가족애 많이 우려먹었다 아이가 ! " 눈물은 죄 없다. 동의한다. 하지만 백성이 흘린 눈물로 이득을 챙기는 사악한 놈이 있다면 그 눈물은 죄 있다.


 

 

 

​ㅡ 강냉이와 피밥으로 연명하던 시절의 육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기름진 王자 육체'를 봐야 하는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cg로 만들어진 황정민의 체형은 헬스 기구로 만들어진 육체이지 일상적 노동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바디'가 아니다. 이 영화는 가난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태도와 함께 가난했던 시절의 육체가 부끄러워서 cg로 지워버린 영화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진드기와 개미처럼, 당신이 흘린 눈물을 맛있게 먹는 정치가'가 있다.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신파를 이용했던 이명박과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했던 박정희 시대를 이용했던 박근혜 정권은 당신이 신파에 빠져서 질질 짜기를 바란다. 그래야지 보수는 정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미인 그들이 보기에 당신이 흘린 눈물은 진드기가 배설한 달콤한 배설물이다. 레이건 정권과 부시 정권 시절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이 대부분 남성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다이하드했다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시절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은 대부분 가난 때문에 다이하드하는 부모를 다룬다. 그러니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 드라마는 알고 보면 유사 할리우드 액션 영화'다. 그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제 부모'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는 아침마당 서사에 현혹되지 말자. 과도한 뽕끼'가 나라를 망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5-02-0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굴의 페니스 인간으로 변희재를 추천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상대를 종북으로 음해해서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하잖아요. 멈추지 않는 종북몰이도 발기하는 페니스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7 20:06   좋아요 0 | URL
마녀사냥이야말로 대표적인 다이하드하는 하드바디`죠. 사라졌다 하면 나타나고 죽었다 싶으면 다시 세우는 불굴의 페니스`입니다.

수다맨 2015-02-0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파 영화는 유사 할리우드 액션 영화라는 통찰이 참으로 신선하네요. 얼핏 거리가 있는 두 장르를 동류항으로 묶는 글솜씨가 역시나 일품입니다.
그런데, 황정민의 저 왕자 몸매는 확실히 에러네요. 저런 몸매는 헬스를 통해 다져지지, 막일로 만들 수 있는 몸매는 절대 아닌데 말이죠. 감독이 제정신이 아닌가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8 19:37   좋아요 0 | URL
막일하는 사람은 주로 팔뚝이 굵어지잖아요. 실제로 헬스로 힘을 키운 사람은 막일을 잘 못합니다. 헉헉대기 일쑤죠. 왜냐하면 헬스와 막일은 힘을 쓰는 부위가 전혀 달라요. 누가 일상 막일에서 복근에 힘을 줍니까. 대부분이 팔 힘이죠.... 저건 확실히 헬스로 다져진 몸입니다. 저 장면 나왔을 때 우서씀...
 
의혹 속의 증거 (프루프)
조셀린 무어하우스 감독, 러셀 크로우 외 출연 / 기가코리아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실크보다 부드러운

 

 

 

 

사람들은 말(대화)보다 글(문장)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서 문장'을 자유자재로 생산하는 작가'를 동경한다. 일단 믿고 본다. 하지만 김수영이나 권정생 선생 같이 언행일치하는 작가'는 흔치 않다. 술자리에서 지저분하게 노는 놈은 거래처 김사장이나 이 작가나 박 시인'이나 모두 대동소이'하다.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몸'이다. 싸나이로 태어나서 얼라로 죽지 않겠다는 다짐과 꿀리지 않겠다는 정신과 꼴리고 싶다는 정신'이 뒤섞인 주체를 나는 " 다이하드바디 " 라고 부른다. diehard :  끝까지 버티는  와   hardbody : 체격이 아주 건장한 사람      가 결합된 합성어'다. 그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게 막 지은 따순 조어造語이니까 말이다. 박근혜 정권 초기, 정권에 빅엿'을 날린 ㅇㅊㅈ 선생이 대표적 다이하드바디'다.

시도 때도 없이 꼴리는 남근적 인간이 바로 다이하드바디'다. 하는 꼴을 보면 이런 말을 하고 싶다. " 에라이, 시발...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 ? " 영화 << 실미도 >> 는 다이하드바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해서 북파 계획에서 제외된 강성진이 울면서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할 때 정재형이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힘주어 외친 " 우린, 죽지 않아 !!!!!!! " 라는 말은 " 우린 다이하드바디'다 !!!!!!!!!! " 와 일맥상통한다. 이 자리를 통해 고백하자면 그동안 < 조낸 > 과 < 시바 > 로 문장을 완성한 내 글'은 내 글'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다이하드바디'인 것처럼 고백했지만 사실 나는 다이하드바디'가 아니다. 어디서부터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 나는 시각장애인'이다.

17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지금은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사람들은 맹인을 신뢰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항상 내게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하고는 했다. " 이 세상에서 장님을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단다. 사람이 네 앞에서 하는 말을 믿으면 안된다. 아무리 달콤한 말이라도 말이다. " 나는 그동안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은 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시각장애인'이라고 고백하는 순간 당신은 나를 무시할 테니까. 물론 나는 점자 읽기를 배운 적도 없고 타자를 배운 적도 없어서 읽지도 못하고 타이핑할 수도 없다. 이 지점에서 모두 공통된 질문을 던질 것이다. " 그동안 당신이 작성한 페이퍼와 포스트는 뭡니까 ?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내가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 타이피스트'가 내가 녹음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작성한 것이다.

 

그녀의 본래 직업은 국회 속기사'다. 그녀와 나는 신뢰'로 뭉친 관계'였다. 나는 그녀의 입을 통해 내 글에 대한 반응을 살필 수 있었고, 이 사실을 추호도 의심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이었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ㅡ 오늘 옷을 샀어요. 실크 재질이에요.

ㅡ 내가 앞을 볼 수 없어 유감이군요. 예쁜 옷인가 보네요 ?

ㅡ 한 번...... 만져볼래요 ?

ㅡ  그래도 될까요 ?  

목자가 길 잃은 양을 안내하듯,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실크로드로 안내했다. 놀랄 만큼 부드러웠다. 그 촉감은 내가 지금까지 만져보았던 그 어떤 옷보다 부드럽고 온기 있었다.

ㅡ 이건 옷 단추인가 보네요 ?

ㅡ 네, 단추예요. 

ㅡ 딱딱한 단추만 보다가 스테딜러 연필 지우개처럼 말랑말랑하니 독특해요. 이 옷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ㅡ 살 수 없어요. 단 하나뿐인 옷이거든요.

ㅡ 아, 그래요 ?

ㅡ 그래요.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은 실크가 아니라 내 벌거벗은 젖가슴이에요. 당신이 만지는 것은 젖가슴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이에요.

나는 화들짝 놀라서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옷을 벗은 채 내 앞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 그그그러니까 그녀는 내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를 놀린 것이다. " 장님을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지 ! " 분노와 혐오가 밀려왔다. 돌이켜보면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고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었다. 사랑 때문에 콩깍지가 씌였으니까.  신뢰 관계는 깨졌다. 이제 더 이상 그녀가 한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 공포의 외인구단 >> 에서 까치가 엄지에게 하듯, 그녀는 내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거짓말도 서슴치 않고 했을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내 글'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을까 ? 그녀가 내게 전해준 바에 의하면,  내가 글을 올리면 덧글이 평균 100개 정도 달린다고 한다. 공감 버튼은 300개 정도이며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10만 명을 넘는다고. 그녀는 일일이 내 팬이 남긴 덧글을 읽어주었다.

" 멋진 페루애 님 ! 당신 글을 읽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살고 있습니다. " " 너무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어요. 남편과 섹스하는 것보다 차라리 당신 글을 읽는 게 더 짜릿하답니다. 호호. " " 당신은 천재예요. 천재 !!!! " 주로 이런 반응들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게 혼란스럽다. 어쩌면 그녀는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나를 속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뛰어난 문장 실력을 감안하면 내 포스트에 덧글이 평균 100개 달리고 공감 버튼이 300개 정도 달릴 수도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어쩌면 약간 과장된 거짓말일 수도 있다. 나는 그녀를 해고하고 다른 남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이 글을 내 녹음을 바탕으로 그 아르바이트이 작업한 첫 번째 포스트'다.

이 지점에서 이웃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평소 내 블로그는 일일 방문자 수가 10만 명에 육박하는 인기 블로그가 맞습니까 ? 여러분의 솔직한 고백을 듣고 싶습니다.







추신


위험한 선택( proof, 1991 ) ㅣ 주인공 마틴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믿는다.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다. 어린 마틴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창밖 풍경을 들려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맹인을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지. 그는 엄마 몰래 카메라로 창밖 풍경을 찍는다. 그는 말보다 사진을 신뢰한다. 정직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사진 속 풍경을 세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할 생각'이다. 그래야 엄마가 거짓을 말했나 아니면 진실을 말했나를 알 수 있으니까,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세월이 흘러, 마틴은 착한 앤디'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를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신뢰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마틴을 사랑하는 가정부의 계략 때문에 앤디는 신뢰를 잃는다. 그에게 아주 오래 전에 찍은 사진을 건낸다. " 사진 설명 좀 부탁하네 ! " 앤디가 사진 한 장을 보며 읽는다. " 창밖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있어요. 오른쪽에 말이죠. 그리고 사진 왼쪽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네요. 사진이 찍힌 날은 좀 특이하네요. 햇볕이 쨍쨍 한데 비가 오고 있어요. 이런 날을 두고 호랑이 장가간다고 하죠. 시바, 호랑이는 좋겠네. 이런 대낮에 응응응도 하고...... "

이 영화는 러셀 크로우와 휴고 위빙'이 할리우드에서 뜨기 전에 만들어진 호주 영화'다. 숨겨진 걸작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투브에 가면 이 영화 full movie 버전이 있습니다. 감상하시길....

비로그인 2015-02-06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러셀크로의 워터 디바이너를 재밌게 봤는데 젊은 러셀 크로가 나오니 너무 반갑네요. 꼭 봐야겠습니다. 워터 디바이너는 개연성 없는 뽕끼 로멘스가 난무하지만 눈물나는 가족애가 찡했습니다...(역시 전 뽕끼스타일). 터키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터키 관광 홍보 영화로도 손색이 없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9:50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뽕끼를 마이너 뽕끼`라고 하는데 이런 뽕끼`는 가치 있는 뽕끼`입니다. 그러니까 두사부일체처럼 졸라 우기기만 하다가 느닷없이 가족애 들먹이며 눈물 짜니는 메이저 뽕끼`가 아닌, 뭔가 이창동스러운 절절한 가족애`가 마이너 뽕끼` 아닌가 싶습니다.

참... 이 영화 기회되면 꼭 보십시오. 보다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옴...

2015-02-07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 ?

 

내가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때는 " 거울 " 을 통해서가 아니라 " 기억 " 을 통해서다. 신체에서 노화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슬픈 일에 속하지만 잊으면 안 될 것을 쉽게 잊게 되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에 속한다. 예를 들자면 집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요즘 들어 부쩍 얼굴은 생각이 나는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배우 조인성 얼굴은 떠오르는데 조인성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쩔쩔맸던 적도 있다. 심지어는 송강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단역 배우 이름이라면 모를까, 어떻게 송강호 이름을 잊을 수가 있을까, 시바.  어제도 그런 경우였다. 송강호 얼굴은 또렷이 떠오르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서 결국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면서 병신같다는 이웃인 네이버 지식인'에게 물어보았다.

아하, 송강호였지 ! 송강호'라는 이름을 기억하니 다시 그가 어느 영화에서 날린 명대사'가 생각났다. " 에라이, 시발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 ? " 그런데 이 대사'가 영화 << 살인의 추억 >> 에서 날린 애드립인지, << 복수는 나의 것 >> 에서 날린 애드립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영화 << 복수는 나의 것 >> 에서도 송강호는 " 밥은 먹고 다니냐 ? " 와 비슷한, 상상을 초월한 애드립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신하균을 물 깊숙한 곳에 끌고 간 후 죽이기 전에 이렇게 말한다. " 너 착한 거 나도 안다... 내가..너 죽여도..용서해 줄 꺼지 ? " 송강호'라는 배우가 두 영화를 통해 내뱉은 생뚱맞은 대사'는 기표와 기의'가 모두 다르지만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짐승 같은 살인범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고 안부를 묻는 것이나

착한 놈이란 걸 알면서도 죽여야 하는 상황이 전달하는 엇박자'는 뉘앙스가 비슷하다. 인간이랍시고 인간 행세를 하는 짐승에게도 윤리적 판단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상황과 착한 놈이란 사실을 잘 알면서도 죽여야만 하는 상황적 판단을 해야 하는 장면은 딜레마'라는 측면에서 동일하다. 나는 이 두 대사'가 이음동의어 같았다. 그래서 헷갈린 것이다. 결국에는 눈 부릅뜨고 확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 살인의 추억 >> 을 다시 보았다. 결말 부분만 보면 되는데 타이틀을 꼼꼼하게 챙기다가 그만 처음부터 끝가지 다시 보았다. 열 번 넘게 본 영화이지만 여전히 재미있었다. 보다 보니 어느새 그 유명한 기차역 장면까지 도착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김상경은 미국에서 온 편지를 읽으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박해일을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통고'였다.

심증은 100%이나 물증이 0%인 상태'다. 송강호도 이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가 인간이랍시고 인간 행세를 하는 짐승의 목덜미를 움켜잡으며 낮게 말한다. 에라시, 시발...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 변호인 >> 을 본 이후여서 그런지 몰라도 " 밥 " 이라는 낱말이 주는 정서가 새롭게 다가왔다. 송강호라는 배우만큼 밥의 서정'을 가장 진술하게 전달해 주는 배우는 없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송강호가 밥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 밥 > 은 인간을 지시하는 언어'다. 한국인에게 밥은 과일이나 다른 먹거리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쌀을 씻고, 뜸을 들이고, 밥그릇에 밥을 담아 내놓는 행위'는 오롯이 오랜 문명이 깃든 절차'였다. 그렇기에 단순하게 사과를 한 입 베어무는 행위와 밥 한 숟가락 떠 입에 넣는 행위는 다르다.

인간은 밥을 먹고 짐승은 먹이'를 먹는다. 그러니까 송강호가 박해일에게  던진 " 밥은 먹고 다니냐 ? " 라는 질문은 박해일에게 먹이'를 먹는 짐승이냐 아니면 밥을 먹는 인간이냐고 묻는 것이다. 장면이 바뀌면 송강호 가족이 아침 밥을 먹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트뤼포가 말했듯이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실천은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다. 좋은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로운 텍스트'로 다가온다. 그것은 마치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는 애인'과 같다. 오늘은 집에 가서 << 복수는 나의 것 >> 을 다시 보기로 했다. 박찬욱의 최고 걸작은 << 복수는 나의 것 >> 이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galmA 2015-02-05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인간사냥하러 다니느라 밥이 밥 같겠습니까.
밥 먹는 게 아니라 한끼 때우기가 되는 요즘, ˝밥 먹었냐˝가 6.25 동란 이후의 인사보다 더 나을 것도 없어졌어요.
기억도 기억이지만, 병원행이 시작되면 이번 치료 끝일 뿐 치료상황 계속 발발. 계속 죽을 맛이죠.
건강 잘 챙기십시오. 곰곰발님.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7:07   좋아요 0 | URL
쟁쟁한 댓글들이 달렸군요. 인간사냥이란 말이 마음에 와닿는군요.
뭐. 저도 건강한 몸은 아닙니다. 병원 자주 다닙니다.

AgalmA 2015-02-06 17:25   좋아요 1 | URL
그러게 다시다를...

돌궐 2015-02-05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곰곰님은 소설을 쓰시면 참 재미있게 쓰실 거 같아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듭니다.ㅎㅎ
재미있는 글 잘 보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7:08   좋아요 1 | URL
허허 그렇습니까. 돌궐 님. 근데 돌궐은 무슨 뜻인가요 ? 이런 질문 많이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만.. 허허허..

2015-02-06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6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2-05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끝에 혀끝에 달라붙은 듯..입술을 열면 마치 기억이 새어 나갈 것 같은 위기감..마저 느끼며 초조하죠..아...있는데..아..지x~!
입속에 서만 빙빙 돌 다 끝내 목구멍으로 마른 침 한번과 소득없음으로 결론 날때..다가서야 하는..컴퓨터 화면 키보드.
밥 부터 먹고ㅡ 밥이..밥 냄새를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7:09   좋아요 1 | URL
입끝에 맴도는... 궈 뭐더라.... 또 이름을 까먹었네요. 아, 키냐르 생각이 나니네요. 혀끝에 맴도는 이름`인가 하는 제목의 소설 말입니다.

iforte 2015-02-05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군요. 같은 말에도 깊은 의미를 담아 대사를 만드는 감독도 대단하고, 그런것들을 읽어내는 독자들도 대단하고.. 어흡..제가 내러티브 분석방법을 절대 쓸수없는 이유가 다 있어요. ㅠ-ㅠ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다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7:10   좋아요 1 | URL
이게 무슨 깊은 뜻입니까.. ㅎㅎㅎ 그냥 메모일 뿐입니다.
보면 볼 수록 참 재미있어요. 요런 게 걸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 아비정전 >> 을 40번 넘게 보았거든요. 가을되면 항상 쓸쓸해서 보고는 했는데... 이젠 그런 열정도 없는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5-02-06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말씀대로 한끼 때우기가 일상인 제입장에서는 먹이를 먹는다는게 오히려 더 적절한 표현으로 느껴지네요. 갑이 주는 먹이를 먹으며 핫식스로 야근을 하는 삶에게는 식사한끼가 문명이 깃든 절차를 수행한다고 하기엔 너무 저열한 수준이거든요. 오직 노동을 위한 에너지공급은 짐승의 먹이 만큼이나 비인간적인것 같습니다. 너무 비약인가요?ㅎㅎ이참에 곰발님이 ˝밥˝에 관한 글도 써주시면 참 재밌을거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7:12   좋아요 2 | URL
이젠 다 밖에서 해결하니 밥이 주는 어떤 정서가 많이 퇴화한 느낌을 줍니다.
언제 기회되면 밥에 대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니다. 밥에 대한 글을 쓰기는 썼네요. 영화관이란 카테고리 뒤지만 << 변호인 >> 에 대해 쓴 글 이 있는데
거기서 밥에 대한 단상을 적었습니다.

AgalmA 2015-02-06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송강호의 밥과 하정우의 밥 비교 예약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9:09   좋아요 1 | URL
모든 공은 아갈마 님에게 돌리겠습니다.

AgalmA 2015-02-06 19:16   좋아요 0 | URL
공은 개에게 던져 주시고요(이 문장 늬앙스 이상하지만 사실 그대로만 들어주세요) 밥을 주세요, 밥을!
식사 잘 챙겨드시고 아셨죠! 다시다는 좀 빼시고.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22:50   좋아요 0 | URL
개밥을 어서 줘야 겠네요 ~~

AgalmA 2015-02-06 23:16   좋아요 0 | URL
저는 훌라후프를 돌리겠습니다

[그장소] 2015-02-0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이건.여기.탁자놓고앉아 기다려야해..두구두구둥!!!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9:10   좋아요 1 | URL
뭐,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되니 따순 밥 한 끼 하시고 가십시오.

AgalmA 2015-02-06 19:14   좋아요 1 | URL
다들 글 앞에서 제삿밥을 기다리네요ㅎㅎ
 

 

 

 


 

 

 

 

 


하드바디 : 이명박과 영화ㅡ들.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

 

ㅡ 조지 오웰


 

 

 

각하 님께서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전에 서둘러 << 대통령의 시간 >> 이라는 회고록'을 출간하시었다. 피에르 바야르를 통해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을 배운 나로서는 이때다, 싶어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짧은 넋두리'로 말머리를 열까 한다. 이 책은 팔 할이 뻥'일 가능성이 높고 입소문은 났지만 책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재임 시절, 허각'보다 인기가 없던 각하'가 " 정신 승리 " 한 책을 사서 읽을 이 뉘 있으랴. 겉은 새 책'이나 속은 헌 책'이니 읽지도 않고서 별점 테러'를 자행하는 서평꾼이 늘어날 것이고, (읽지 않았기에) 차마 별점 테러를 감행하지 못한 자는 별점 테러한 글에 " 좋아요 " 버튼'이라도 누를 것이 분명하다. 결국 팔린 책 분량보다 토,  토토토토를 단 리뷰'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되는 기현상'이 일어나리라.

또 누군가는 이 책을 오디오 북'으로 착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면 개 풀 뜯어먹는 싸운드'가 들리니깐 말이다. 당신이 밉습니다, 라는 외침을 당신을 믿습니다, 라는 말로 알아듣는 막귀의 대가 각하가 스스로 < 업적 > 이라며 자화자찬한 부분에 대해서 국민 대다수는 < 얼척 > 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싶다. 내가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은 이명박 이후의 대중영화'에 대한 감상'이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각하 집권 이후, 흥행에 성공한 대중 영화'는 하나같이 " 부모 " 를 호명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신경숙 소설 << 엄마를 부탁해 >> 열풍으로 시작한 각하 정권은 " 엄마를 부탁해 " 를 새롭게 변주한 " 아빠를 부탁해 " 버전'인 << 7번 방의 선물 >> 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신세대 문화를 대표하는 2ne1이 " 아이 돈 케어 ! " 를 외칠 때, 대중은 " 케어, 케어, 케어 !!! " 로 화답한 꼴이 되었다. 각하 정권 내내 문제가 되었던 복지 정책 논란도 결국은 " care " 로 귀결된다. 부모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고 아이는 부모에게 보살핌을 요구할 권리'가 있듯이, 국가 또한 국민을 돌볼 의무가 있고 국민은 국가를 상대로 돌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무상 급식 논란'은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릴 대상은 < 엄마 > 인가 < 국가 > 인가를 놓고 대립한 치졸한 싸움이었다. 각하가 자원 외교'라는 이름으로 날린 돈'이 손수조 새누리당 청년위원과 이름이 비슷한 수십 조'에 이르고, 22조'가 투입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물 관리 비용만 매년 5000억이 낭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복지 요구가 결국에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 복지 망국론 " 은 뻥'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 무상 급식 비용 3000억 원'은 각하가 날린 비용에 비하면 껌값이요, 물보다 저렴한 비용이었으니, 큰 어른인 국가'가 얼라 밥값 가지고 꼴값한 경우다. 쉽게 말해서 대한민국은 돈을 벌어 오겠다는 명목으로 자식은 병든 노모에게 맡긴 채 부곡 하와이'에서 물 쓰듯 돈을 뿌린 못난 부모'였다, 시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국가 이데올로기'에 충실히 따르는 이중적 잣대'를 보여준다.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는 철저하게 뻔뻔한 국가 욕망에 복종한 소설이다. 국가에게 부탁할 당연한 권리'를 엄마에게 부탁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뽕끼'가 작렬하는 최루성 신파 소설'이다. 제목 << 엄마를 부탁해 >> 는 사실 << (너희) 엄마에게 부탁해 >> 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 광해 >> 에 대해서 노무현 향수를 자극한다거나 복지 국가'에 대한 바람이 흥행에 반영되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 영화는 보수적 가치인 가족ㅡ서사'에 의탁한 드라마'였다. 이 영화에서 광해'라는 인물은 국가   " 짐은 곧 국가요 "     로 작용하기보다는    " 임금은 백성의 아버지요 "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로 작동한다. 그렇기에 << 광해 >> 는 여전히 보살핌을 부모에게만 요구하는 낡은 서사'에 지나지 않는다.  << 변호인 >> 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때 노무현 향수를 자극하는 좌파 영화로 몰렸던 << 변호인 >> 은 꼼꼼히 따지고 속을 후벼파면 뻔한 가족 서사극'에 충실한 영화'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광해가 사랑이 충만한 아버지'라면, 송 변호사'는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우는 유사 아버지'다.

국밥집 아들에게 편모 슬하의 자식'이라는 뒷배경을 깐 이유는 송 변호사'를 아버지 대리자'로 끼워넣을 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결국 이 영화'도 가족 서사극'이다. 송 변호사는 정의를 위해 국가를 상대로 싸웠다기보다는 가족을 위해 나쁜 놈과 싸웠을 뿐이다. 대한민국 좌파는 이 영화를 보며 눈물 흘렸지만 정작 우파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영화'라는 점을 읽지 못했다. 그 놈의 눈물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났다고 해서 그 영화가 반드시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 변호인 >> 을 << 국제 시장 >> 이나 << 명량 >> 과 한통속'이라고 말하면 당신은 화를 낼 것이 분명하겠지만, 서사적 측면에서 보면 유사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 << 국제 시장 >> 에서 덕수는 송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유사ㅡ아버지'다.

두 영화 모두 유사 아버지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족 해체 위기를 극복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 덜 뻔뻔한 가족 서사 " 와 " 더 뻔뻔한 가족 서사 " 에 있다. 손석희 뉴스룸 진행자가 이명박 회고록을 이야기하면서 인용한 조지 오웰의 문장은 영화 국제 시장'에도 적용된다.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영화가 비판받아야 대목도 마찬가지'다. 굵직굵직한 현대사'를 거치면서도 유독 4.19를 제외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숨은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영화는 박정희 찬양-극'이다. << 국제 시장 >> 이 1000만  관객 돌파하기 이전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 명량 >> 도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가족 드라마'인데,

 

<< 국제 시장 >> 과 << 명량 >> 을 10자로 줄거리 요약하자면 "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 이다. << 명랑 >> 에서 민초의 입을 빌려 다음 세대'가 우리가 이토록 고생한 것을 모르면 호로 자식'이라고 일갈했다면, << 국제 시장 >> 에서 덕수는 가난을 다음 세대에 대물림하지 않고 자기 세대에서 끝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나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고..... "  둘 다 같은 대사'를 친 것이다. 각하 정권 이후의 천만 관객 동원 영화'를 보면 아버지는 모두 개고생을 한다. 영화 속 아버지는 " 다이 하드 하는 하드 바디 " 다. 구수한 저잣거리 입말로 번안하면 " 좆빠지게 고생하는,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 불굴의 오뚜기 " 다.

 

대중이 아버지를 다이 하드 하는 하드 바디'로 호명하는 현상을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국가를 상대로 케어'를 요구했으나 좌절되자 그 대상을 아버지'에 투영하거나 전이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대중은 국가를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버지에 기대어 보살핌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좌절과 복종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이명박 정권 이후의 천만 관객 영화들'이다. 우리, 싸구려 눈물에 속지 말자. 끝으로 눈보라가 휘나알리리리리리리리이는 바람찬 부곡 하와이 가서 돈 많이 벌어 돌아오겠다던,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나시리라 예상되는, 다이 하드 하는 하드 바디'인 내 아버지에게 쪽지 편지를 띄운다.

아빠, 보고 싶어요 !  머나먼 부곡 하와이'에서 피땀 흘리며 고생하시는 아빠 생각에 저는 오늘도 눈물이 앞을 가렸답니다. 오늘이 입춘이래요. 오라는 사람은 안 오고 봄만 오네요. 대문 곳곳에 입춘대길'이라고 붙어 있어요. 이런 제길. 아빠, 모든 것 다 용서할게요. 할머니가 많이 아프세요. 시바... 어서 돌아오세요.

- 대한민국 자식 대표 올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amadhi(眞我) 2015-02-05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박이 책에 토를 달기보다 저는 토할래요.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자간이 띄엄띄엄해서 느낌이 더 사네요^^

신경숙, 공지영 소설은 어쩌다가 한 권씩 읽어본 후로는 다시는 읽고 싶지 않아 읽지 않았고. 저는 성격이 나빠서 못읽겠다는 말이 더 맞지요.

다이하드 하드 바디, 정말 절묘한데요. ㅋㅋ

오라는 사람은 안오고... 이 부분 보니까 춘래불사춘이 떠오르네요. 얼굴도 모르는(?) 말년병장이던 남편에게 쓴 편지 중 춘래불사춘에 대한 얘기를 쓴 적이 있었죠. 처음엔 그 고사의 유래도 알지 못하고, 사를 죽을 사로 알고 죽지도 않고 봄이 또 왔다 라고 해석했지 뭐예요. 조금 지나서 고사를 찾아보고 금방 고쳐서 고사를 소개하는 편지를 썼지만요. 정말 창피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5 19: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다이하드하는 하드바디` 라임이 훌륭하죠 ? ㅎㅎㅎㅎ
좀 다듬어서 완성해야 할 문장입니다... ㅎㅎㅎㅎ 봄이 결국은 죽지도 않고 또 온 각설이처럼 취급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