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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난 도일은 명탐정 홈즈로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에 대해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남성 짝패 탐정물'을 " 초보적 형태의 소설 " 이라고 말했을 만큼 홈즈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는 홈즈의 명성 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쓰고자 했던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역사 소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은 대중작가'가 아니라 세익스피어 같은 대문호'가 되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그는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리즈인 홈즈'를 죽이기로 한다. 코난 도일의 전기를 쓴 파트릭 아브란에 의하면 그는 소설 속 인물인 홈즈'를 지겨워 한 것이 아니라 혐오하고 경멸했다고 한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도일'은 [ 마지막 사건 ] 에서 그를 죽인다. 뭐,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을 죽이겠다는데 막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소설가의 지위'란 창조주요, 소설 속 가상 인물인 홈즈와 왓슨'은 그 창조주가 만든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것 ! 도일이 가상 인물인 홈즈를 죽였다고 해서 도일'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의무 또한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일은 ( 더럽게 ) 묘하게 꼬인다. 홈즈가 죽자 영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에 조기를 다는가 하면, 사람들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아 홈즈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영국 왕실에 편지를 써서 홈즈의 귀환을 종용했으며, 공공연하게 도일을 혐박하기 시작했다. " 흥. 도일 개새끼 ! 말미잘, 해삼, 멍게, 3일 동안 산소 공급이 안 된, 수족관에 갇혀 지낸 개불 같은 자식 ! 부와 명성을 안긴 명탐정 홈즈를 죽이다니, 배은망덕한 놈 ! 응징하리라 ! 쿠아아아앙 " 여기저기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패닉'이었다. 독자들은 홈즈를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의 인물로 받아들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출판업자들은 도일에게 거액의 원고료를 제시하며 설득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자기가 낳은 홈즈'를 뼛속까지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수많은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8년 동안 홈즈'를 위한 소설'을 쓰지 않았다.

 

 

대중이 열광했던 것은 코난도일'이 아니라 셜록홈즈'였다. 홈즈는 아버지이며 창조주이고 현실 속 인물이 되었다. 반대로 도일은 아들이며 피조물이고 허구 속 인물이 된다. 웩 더 독 !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드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니 어느 누가 홈즈'를 살리려고 하는 작가가 있겠는가 !

 

 

 

 


 

 

 

 

눈물'이... 을 가린다 !

 

 

 

 

스티븐 킹의 소설은 해마다 영화화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허리우드 스튜디오'에서는 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원작의 퀄리티'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감독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스티븐 킹 본인이 영화를 만든다고 깝죽댔지만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만들어진 킹의 영화 중 가장 " 후진 영화 " 로 길이 남았다. 다들 동의하겠지만 킹의 원작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다. 그가 만든 < 쇼생크 탈출 > 은 아름다웠고, < 미스트 > 는 전복적이어서 놀라왔다.

 

여기에 한 명 더 추가하자면 로브 라이너'를 뽑고 싶다. < 스텐 바이 미 > 와 < 미져리 > 가 그의 작품이다. < 미저리 > 는 매우 잘 빠진 헐리우드 스릴러 영화'다. 케시 베이츠'가 침목과 해머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 오줌을 지릴 뻔했다. 설상가상 왼쪽 발목을 부러뜨린 미친 간호사 애니'가 소설가의 오른쪽 발목까지 내려칠 땐 너무 놀라서 똥을 쌀 뻔했다. 아, 시부랄 ! 똥 싸도 좋아. 나는 영화 상영 내내 오줌 싸고 똥 쌌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은 생각보다 텍스트'가 깊고 우아하다.

 

자세히 뜯어보면 < 미저리 > 는 < 천일야화 > 의 구조를 차용한다. 주인공 폴은 살기 위해서 날마다 미친년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소설 내용이 미친 간호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 된다. 어디서 많이 본 데쟈뷰'가 아닌가 ? < 천일야화 > 다. 우리가 이 두 서사의 유사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캐릭터의 성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 천일야화 > 에서의 왕은 < 미저리 > 에서 미친 여자 간호사로 바뀌었고, 세헤라자데 공주는 남성 소설가 폴'로 바뀌었다. 킹은 < 천일야화 > 의 플롯을 가지고 와서 공포소설의 킹'답게 멋지게 재창조한 것이다.  

 

여기에 스티븐 킹은 코난 도일'을 모델 삼아 폴'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킹은 아니라고 할 터이지만, 폴과 코난'은 동일인물이다. 폴이 창조한 미저리'는 코난이 창조한 홈즈'와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기서도 성별이 바뀐다. 종합하면 왕은 간호사 애니로 바뀌고, 세헤라자데'는 소설가 폴이 되었으며, 명탐정 마초 홈즈'는 비련의 여주인공 미저리'가 된다. 킹은 역시 꼼꼼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 쥐새끼처럼 알아채는 곰곰생각하는발이 아니던가.

 

폴은 코난 도일이 소설 속에서 홈즈를 죽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창조한 미저리'를 죽이고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하지만 소설가에 의한 < 소설의 죽음 > 은 유예된다. 영국 독자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던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 캐릭터인 미저리'에 빙의된 애니'는 격렬히 저항하는 셜록키언'을 닮았다. 그녀는 미저리언'이다. 그러니깐 스티븐 킹은 천일야화의 플롯을 끌여들어서 < 코난 도일, 한때의 곤경 > 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 수용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다.  결국 미저리'는 살아난다. 폴은  애니와의 사투에서 이겼으나 그녀의 소원대로 < 돌아온 미저리 > 를 썼다. 둘 다 하와이 가지는 않았으나 결과는 미저리의 승리다.  셜록 홈즈가 아버지 코난 도일'을 이겼듯이 말이다.

 

킹이 1999년에 대형 교통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 미저리 > 였다. 미저리 속 폴 쉘던'도 교통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죽음을 넘나들었으나 다행히 살아서 돌아왔다. 홀쭉한 모습으로 말이다. 아, 불쌍해라 ! 그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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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3-2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주인공이 작가보다 더 유명한 경우가 꽤 있죠.디킨즈보다 스쿠루지,하디보다 테스,디포우보다 로빈슨 크루소 등등...

우리나라 소설가 중 조성기 씨가 미저리 비슷한 소설을 하나 썼죠.스토커 같은 독자가 나오는...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3 23:12   좋아요 0 | URL
아, 조성기 작가님 요즘 뭐하시죠 ? 작품 활동을 접으셨나요 ?
글구 보니 조성기 작가님. 아닌가, 내가 알던 그 작가님이 아닌가 ? 헷갈리네요.. 찾아봐야지..ㅎㅎ

노이에자이트 2013-03-24 13:23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아직도 활동 중입니다.2 년 전 윤치호 전기소설을 썼던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4 17:56   좋아요 0 | URL
네에 찾아보니 아직 활동하시네요. 통도사 가는 길... 생각나네요.. 후훗..
 
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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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부 리 의     제 왕   :



 



짜릿짜릿한 30만 볼트의 서사 



 

 


 

                                                                                                    50년대 " 과학 빈티지 B급 괴수 영화 " 를 좋아하다 보니 유투브에 접속해서 괴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모은 동영상을 자주 감상한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참.... 거지 같구나.             

거무퉤퉤한 라텍스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살덩어리를 볼 때마다 폴리 에스테르의 살냄새가 물씬 풍겨서 어지러울 정도다. 평소에는 쩨깐해서 거들떠도 안 봤던 것들이 영화 속에서는 " 모비-딕 " 이 되어 돌아온다. 거대한 개미, 거대한 거미, 거대한 문어, 거대한 파리(인간), 거대한 바퀴(인간) 따위. 만약에 당신이 괴수의 탄생을 두고 과학적 해명을 요구한다면, 당신은 B급 영화를 볼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괴수(혹은 기이한 현상)에게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뿐더러 멍청한 짓이기도 하다(내가 박근혜에게 왜 그랬어요, 네에 ? _ 라고 묻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괴물이 가지고 있는 성정은 가짜 - 시늉, 흉내, 의태 따위이다).

괴수는 리얼하지 않을 때 비로소 리얼한 존재가 되는 법이다. 영화 속 과학자가 이게 다 방사선 노출 탓이라고 설명하면 관객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 방사선은 괴수의 어머니요, 양수(羊水)'이다. 그것은 사이비 신앙과 비슷해서 의심을 품는 순간 과학 빈티지 B급 괴수 영화를 즐길 수 없게 된다. 스티븐 킹 소설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다가 말이 안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독자는 사이비 신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킹에 대한, 그리고 H.P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예의이다. 리얼리티는 지나가는 개에게 주시라. 장편소설 << 리바이벌 >> 에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엉터리 고개가 등장한다.

나는 하, 정말 말도 안되는 장면이구나 _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속는 셈치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도 킹인데 어련하시것냐 _ 이런 마음으로. 이 고개만 넘으면 된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설정을 모두 전기 탓으로 돌린다. 마치 싸구려 B급 영화에 등장한 과학자가 이게 다 방사선 탓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노하지 말라. 번개(전기)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주식회사 한국전력의 사훈 같은, 이 엉터리를 긍정하고 나면 < 30만 볼트, 짜릿짜릿한 킹의 세계 > 를 영접하게 된다. 나는 이 야부리를 비판할 생각이 전혀 없다. 소설의 본질은 픽션이니까.

킹이라는 미치광이 교주의 신도로서 한마디 하자면 : 그는 공포소설뿐만 아니라 성장소설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작가'이다. 그는 " 성장 " 이라는 궤궤한 코드도 러블리한 야부리로 독자를 즐겁게 만들 줄 아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로서 함께 한다는 것은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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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7-08-15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글 읽으면 30만볼트 미소가 저절로 지어짐~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5 17:03   좋아요 0 | URL
참 신기한 작가예요.. 도대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한 작가입니다.
도대체 이 양반은 소설적 영감이 마를 날이 없으니...

다크아이즈 2017-08-15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의집님 말씀에 공감이요~~~
유쾌한 한 방, 매서운 통찰 속에 숨겨 둔 온기를 발견하하는 재미랄까요.
빗님 오시는데 빈대떡 한 접시 배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5 17: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조금 아쉽네요. 빈대떡 보내실 때 막걸리도 함께 보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ㅎㅎ

2017-08-15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6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8-1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성장소설에도 재능을 가졌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끄덕끄덕)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9 05:54   좋아요 0 | URL
끄덕끄덕 ^^
 

 

 

 

 

 

 

 



무제無題








1.                    좋은 소설이나 훌륭한 시나리오 속 캐릭터는 필연성과 당위성을 획득한다. 쉽게 말하자면, 그 캐릭터에 부여된 가정 환경과 생활 환경을 다른 조건으로 대체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반면에 형편없는 소설이나 나쁜 시나리오 속 캐릭터의 백그라운드'는 얼마든지 다른 환경 설정'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김애란의 << 두근두근 내 인생 >> 속 주인공인 아름이가 앓고 있는 조로증'은 필연성과 당위성이 떨어지다보니 작위적이다. 조로증을 백혈병(시한부 선고를 받은)으로 치환할 수도 있고, 단순히 지체장애를 가진 아이로 바꿔도 캐릭터 고유의 성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아름이를 신체 건강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죽는, 그런 어른스러운 아이로 설정해도 된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핵심은 " 아이 같은 부모와 철없는 부모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 " 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나이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아들(조로증에 걸린)이라는 설정을 강조하기 위해 조로증을 호명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이 졸라 후진 이유'이다. 좋은 캐릭터(소설이나 영화 속)는 " 살아온 날들에 대한 대체 불가능성 " 을 획득한다. 예를 들면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1954년에 연출한 영화 << 길 >> 에서 서커스 차력사를 연기한 안소니 퀸(극중 짐파노)의 " 빽그라운드 " 를 대체할 수 있는 설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력사 대신 약장수 ??!  혹은 공장 노동자 ???!  떠돌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채플린도 마찬가지'다.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곧 운명적인 것'을 의미한다.





2.                     아이에게 아이답게 행동하라는 어른의 요구는 꼰대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어른에게 어른답게 행동하라는 소년의 요구 또한 중2병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는 점에서 서로 대동소이'하다. 왜냐하면 아이는 어른인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른스럽고, 어른은 아이인 당신에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스럽기 때문이다. 좋은 어른은 아이를 어른으로 인정하고, 좋은 아이는 어른이 때로는 작은 일에도 상처받기 쉽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다. 싸울 때 " 너 몇 살이야 ? " 라고 호구 조사부터 하고 보는 어른은 반드시 어릴 때 " 나이도 어린 놈에게 욕 처먹으니 좋으냐 ? " 라고 말했던 놈이다. 둘 다 서로 대동소이한 놈이다. 너 몇 살이냐 _ 라고 호구 조사를 할 찰나에 먼저 " 선빵 " 을 날리는 놈이 나이 가지고 싸움의 우선권을 쥐려고 하는 놈보다 윤리적인 새끼'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3.                      무당의 굿이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데에는 굿이라는 행위가 현대의 " 심리 치료극 " 에 가깝기 때문이다. 굿을 하는 무당은 심리치료사'이다. 무당은 상담자의 죽은 부모나 친척에 빙의되어 죽은 자를 상담자 앞에 나타나지만, 사실은 죽은 자가 산 자(상담자)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담자를 과거로 데려간다는 점에서 퇴행적이다. 현실 세계에서 고통받았던 어른은 이제 시간 여행을 통해 어린이가 되어 죽은 자와 대면한다. 과거 여행을 통해서 죽은 자와 산 자'는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 화해한다. 현대 드라마 심리 치료극'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불만은 모두 과거(트라우마)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심리치료사는 상담자를 과거 속으로 안내한다. " 이제부터 무대 위에 서 있는 저 사람은 당신이고 옆에 계신 분은 당신의 어머니이십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당신의 아픈 장면을 보도록 합시다. 레드 ~ 썬 ! "







4.                         이 글이 매조지하게 될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다     :     박근혜라는 캐릭터의 빽그라운드는 대체불가능하다. 박정희라는 유신 시대의 괴물이 낳은 딸'이라는 가정 환경 조사서를 다른 조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설정은 아무것도 없다. 쓰빽따끌하며 아쓰뜨랄한 박근혜'라는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이다. 우리는 지금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졸라 유치한 인간 박근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 변기에 집착하는 박근혜를 보면서 나는 환갑이 지난 여자의, 후카시에 집착하는 항문기 고착 증후를 떠올리게 된다. 박근혜는 똥에 대한 집착이 돈으로 바뀐 경우이다(실제로 항문기 고착에 머문 캐릭터는 똥과 돈을 동일한 것으로 인식한다). 아따, 참말로 더러븐 은유법이다이잉~               << 드라마 박근혜 >> 에서 개인의 비극을 벗어나 외연을 확장해서 대한민국 전체의 비극에 대해 논해 보자. 우리는 왜 박근혜에게 열광했는가 ?    간단하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 자인 박근혜에게서 죽은 자인 박정희를 투영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박정희를 죽인 인물은 김재규가 아니라 박근혜일지도 모른다. 전자가 실재적 살해라면 후자는 상징적 살해'이다. 우리는 박근혜를 통해서 박정희(라는 유령)가 사실은 위대한 거상巨像'이 아니라 " nobody(좆만한 xx)" 이자 " nothing(좆도 아닌 xx) " 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승과 저승을 분리하지 못하고 경계가 애매모호할 때 공포는 발생한다. 그 사실은 스티븐 킹 소설이 증명한다. 기승전박이라고 욕하지 마시라. 오늘은 기승전킹'이니까. 하여튼, 킹이여...... 영원하라 ■

 

 

 

 

                           

덧대기      ㅣ       < 은교 > 와 < 롤리타 > 는 둘 다 남성이 어린 여성에게 성적 판타지를 갖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조를 갖췄지만 두 작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 롤리타 >> 의 주인공 험버트에게 있어서 " 롤리타 " 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이지만,  << 은교 >> 의 주인공 이적요'에게 있어서 " 한은교 " 는 대체 가능한 인물'이다.     험버트에게 있어서 롤리타가 대체 불가능한 이유는 운명적이라는 데 있다.   그렇기에 소설 << 롤리타 >> 는 남성 욕망을 다루지만 외설적이지 않고 뻔뻔하지도 않다.   반면에 소설 << 은교 >> 는 한은교라는 여성을 단순하게 소비하는 차원에서 다룬다.   이적요에게 은교는 운명적이라기보다는 젊고 예쁜 여자'에 불과하다. 소설 << 은교 >> 가 구질구질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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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02-01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호기심이라는 유아기의 어느 시점에 고착되어 있죠. 이 상황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10:45   좋아요 0 | URL
아이를 어른으로 대접하고, 어른도 실수를 할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봐도 마립간 님은 호기심 많은 아이 같습니다. 이거 아주 좋은 현상이죠..ㅎㅎ

cyrus 2017-02-01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치사극 ‘공화국’ 시리즈처럼 몇 십 년 후에 ‘박근혜’ 시절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온다면 정말 볼만하겠어요. 아마도 제가 죽고 난 후에 나올 것 같고요, 그때까지도 숨은 박근혜 세력이 남아 있다면, 그들의 압력 때문에 재미난 사건들이 드라마에 언급되지 못할 수도 있겠어요. 후손들에게 부끄러웠던 시절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면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11:11   좋아요 2 | URL
아마 공화국을 다룬 현대사 드라마 중 가장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장록수 > 나 < 연산군 > 처럼 단골 메뉴가 되어서 영화도 무진장 쏟아낼 것같습니다. 아마 한국의 감독이라면 모두 다 탐날 어마어마한 서사‘죠. 이보다 막장 드라마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ㅎㅎ

stella.K 2017-02-01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린 왜 이리도 박정희의 그늘을 못 벗어나는 걸까요?
그 와중에 그네 누님 어떻게든 탄핵을 모면하려고
하는 게 보이니까 더 혐오스럽더군요. 우린 이런 식으로
박정희의 그늘을 벗어나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ㅠ
박정희의 그늘을 못 벗어나는 걸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유아기란 생각도 들구요.

은교 저는 정말 잘 봤는데 곰발님의 해석을 거치면
별개 아닌게 되버리니 거 참...
롤라타를 읽어봐야겠군요.

아, 근데 킹 소설이라 하시면...?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15:17   좋아요 1 | URL
우상이 된 거죠. 세뇌의 결과입니다.
그러니까 박정희라는 신화의 대표적 사례가 오직 나라 사랑만 했지 재산 증식에는 관심이 없었던
이미지인데. 사실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인간이 박정희 아닙니까. 그 신화를 딸이 부셨죠..

+

박범신 인터뷰 보면 은교와 롤리타가 비슷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기분 나쁘다고 한 적 있는데
전 속으로 웃었습니다. 이야, 기분 나빠해야 될 사람은 나보코보지... ㅎㅎ 이렇게 말입니다..

2017-02-01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2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롱 워크 밀리언셀러 클럽 143
스티븐 킹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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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좀비들에게 고(告)함 !


                                                                                  펑 !   대한민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그때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야구 경기에서 8회'가 끝났을 때 대한민국은 7 : 0 으로 이기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9회초에 8실점을 하면서 경기를 내주기란 쉽지 않다니까 !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마무리 투수가 마지막 9회'에 올라 첫 타자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을 때만 해도 승리의 여신인 나이키'는 대한민국을 향해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시름 놓을 수밖에. 캔맥주를 비울 수록 방광은 가득 차길 마련이다.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 일 > 이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차곡차곡 점수를 잃더니 결국에는 역전을 허용했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야구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김영삼이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수의를 입힐 때까지만 해도 민주주의는 무난하게 안착될 것처럼 보였다. 맨주먹으로 칼을 앞세운 군인의 강철 군화를 벗겼으니 말이다. " 칼국수의 힘 " 이라고나 할까. 칼국수1가 칼을 이기다니. 남은 이닝을 김대중과 노무현이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무난하게 경기를 이끌어 갈 때까지만 해도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마무리는 불펜 투수 이명박이었다. 믿을 만한 구석은 별로 없는 선수였다. 철쭉도 아니면서 들쭉날쭉한 실력을 보여서 믿음이 가는 투수는 아니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투수...... 와인드업 ! 던졌습니다 !!!  와와. 대중은 환호했다. 7점 차 앞선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가 첫 타자를 삼구 삼진'으로 잡은 것이다. " 웬일이니, 쭉정이인 줄 알았더니 알맹이였네...... "

하지만 이명박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이후 홈런 포함 10안타를 두들겨맞으며 강판되었고,  박근혜는 고의적으로 타자에게 헤드샷을 날려 퇴장당했다. 그리고 다음 불펜 투수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9수 끝에 사법 고시를 통과한 엘리뜨 윤석렬 선수는 똥볼을 남발하다가 역전을 허용했다.  혼이 나간 표정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제가 잘못 던져서 졌습니까 ? 이게 다 전 선수들이 잘못해서 진 경기입니다. 에이, 시발. 압수수색해 !!!! "  " 분홍분홍 " 했던 장미빛 미래는 어느새 " 부들부들 " 한 헬조선으로 변했다. 일찍 터뜨린 샴페인은 < 민주화 > 와 < 민주주의 > 를 혼동한 결과였다. << 민주화 >> 는 과정일 뿐이지 완성이 아니지 않은가. 개천에서는 용 대신 이끼벌레가 창궐했다. 흙수저가 땅을 파서 십 원짜리 동전을 긁어모을 때 금수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전망 좋은 방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보다 보니 금수저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박찬욱 감독은 부자들이 마음씨도 착하다며 설레발을 까기도 했다. 

그들은 항상 웃었다. 웃을 때 고른 치아가 반짝거렸다. 금수저와 흙수저를 구별하는 표시는 샤넬이나 루이비통'이 아니었다. 그 옛날, 자가용 뒷자리에서나 볼 수 있었던 뤼비똥'은 이제는 아침 8시 지옥철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웃을 때 하얗고 고른 << 치아 >> 가 금수저와 흙수저의 << 차이 >> 를 만들었다. 수정하겠다, 흙수저에게 " 치아 " 라는 낱말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금수저에게는 없지만 흙수저에게는 있는 것.  그것은 바로 " 고르지 않은 누런 이빨 " 이었다. 금수저는 치아를 가지고 태어나고 흙수저는 이빨을 가지고 태어난다. 


들어가는 말풍선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 롱 워크 >> 는 훌륭한 소설이다. 킹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가 고등학교 졸업반일 때 이 소설을 썼다면 대한민국 소설가는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 목 메 죽어야 한다는 소리'다. 심하다고 ?!  내가 한 소리가 아니다. 비난의 화살은 모두 장정일에게 ! 장정일이 독서일기이 적어놓은 표현이니까. 경기 룰은 간단하다. 10대 참가자 100명이 오래달리기(걷기)를 한다.  최종 우승자 1인이 모든 부와 명예를 차지한다. 단, 걷기를 멈추면 죽는다. 대회를 진행하는 군인이 그 자리에서 총으로 즉결처형하는 방식이다. < out > 이 아니라 < kill > 이다. 이 죽음의 레이스'에 참가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  물어볼 필요도 없다. 아메리칸 금-포크 자식들이 상금을 노리고 목숨을 담보로 죽음의 레이스 경기에 뛰어들 놈은 없으니깐 말이다. 흙-포크'들이 한탕을 노리고 이 경기에 뛰어든다. 생존 확률은 1/100이지만,        어쩌라고 ?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며 깜짝 놀랐던 것은 킹이 선보이는 " 디스토피아적 우화 " 의 우아한 상상력 때문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우화가 아니라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롱 워크 게임은 스포츠 파시즘과 연결되어 있다. 승자독식,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사회에 대한 통렬한 반영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스포츠 파시즘이 일상 생활 곳곳에 침투되어 있다. 탕 !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첫 번째 총성( 주 : 여기서 총성은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 신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총살을 의미한다)이 울렸을 때( 총성이 울렸다는 것은 누군가가 낙오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낙오는 곧 죽음이다)  그 게임의 승자는 99명이었고 패자는 1명이었다. 탕 ! 다시 총성. 두 번째 총성이 울렸을 때 승자는 98명으로 줄어들었고, 패자는 한때 승자 중 1명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한때 승자였으나 패자가 된 사람이 하나둘 사라지게 된다.

즉결 처형'은 조용하게 진행된다. 킹은 < 헝거게임 > 이나 < 베틀로얄 > 처럼 야단법석을 떨며 경기를 진행하지 않는다.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품격'이다. 이 소설은 킹의 기존 소설에 비해 재미는 1/2로 줄어들었지만 메시지는 강력하다. 만약에 이 경기'가 헬조선에서 벌어진다면 참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 상금을 노리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하는 경기에 말이다. 헬조선에서 하루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자는 대략 40명. 그들은 대부분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1년이면 15,000명이 자살을 하는 사회.  어디 그뿐인가 ?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사업에 실패해서 빚더미에 오른 자도, 비정규직 노동자도, 갑질에 분노하는 을도 이 경기에 뛰어들 것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걷기만 하면 된다. 멈추지 않으면 된다. 상대방과 경쟁할(싸울) 필요는 없다. 상대가 지쳐서 쓰러지기를 바랄 뿐이다. 타인의 고통이 나에게는 기회가 되는 사회. 경주마에게 씌우는 눈가리개를 사람에게 씌우는 사회. 옆사람의 손을 잡으며 " 연대" 를 이야기하면 " 고대" 를 무시하냐며 좌빨로 모는 사회. " 이대 " 로는 살 수 없다고 거리에서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면 공공질서를 " 숙대(쑥대) " 밭으로 만들었다며 손가락질하는 사회.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말했다가 눈알이 파이고 입이 찢어졌다는 서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사회. 일제의 쌀 수탈을 수출이라고 주장하는 사회. 티븨만 돌리면 먹방만 방영되는 사회. 흙수저 자식새끼들은 굶어죽는데 금쪽이들만 부탁한다고 신소리만 하는 사회. 이 삭막한 도로 위에 흙수저와 흙포크가 출발선에 서 있다. 앞은 볼 수 있으나 옆은 볼 수 없는 말 눈가리개를 쓰고 초조하게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신호가 떨어지면 걷기 시작한다.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다. 생존확률은 1/100 % 내가 잘한다고 우승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흙수저로 태어나 할 일도 많지만 오늘도 걷는다. 탕 !  생존확률 1/99 %  탕 !  다시 울리는 총성. 생존확률은 1/98 % 앞만 보고 가련다. 탕 !  ■

 









 






 

  1. 김영삼의 상징적 오브제는 칼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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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1-2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지금˝을 적나라하게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네요. 정리의 힘! 배우고 싶사옵니다. Winner takes it all. 정말 소름끼치는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00:38   좋아요 0 | URL
조지오웰이 동물농장에서 이런 소릴 했죠. 과거를 조종하는 사람은 미래를 조종한다. 뭐 이런 소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아니다. 1984인가 ???!! 하튼. 박근혜 보니 저 문장이 느닷없이 생각나더라고요...

수다맨 2015-11-23 0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떴더군요. 사실 그와의 추억을 많이 공유하지 못한 저로서는 애보다는 증이 좀 더 큽니다. 저는 그의 민주투사 시절보다는 경제 위기 관리와 대처에 너무나도 무능했다는 점과, 노동법을 가장 반민주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고 수습에 미흡했다는 점만 생각나네요. 하지만 야당 정치가로서 그만한 배짱을 보여준 이도 드물었다 봅니다. 김 씨에 비하면 안철수/문재인 같은 사람들은 유약한 사람들이지요. 그의 명복을 늦게나마 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6:51   좋아요 0 | URL
저도 김영삼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뭐 말년에는 자식 농사 잘못 지어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시대적 인물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안철수와 문재인의 공통점은 사람은 좋아보이는데 히마리가 없어보인다는 점... 아쉽습니다.

기억의집 2015-11-23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맨 마지막 한 줄은 압권입니다. 아침부터 한참 웃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6:48   좋아요 0 | URL
유독 한국에서는 킹 할베의 인기가 별로 없어요. 순문학 애호가 강해서 그런가 보다 합니다.
욕이 많이 나와서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ㅎㅎㅎ

재는재로 2015-11-2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 짝짝~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6:46   좋아요 0 | URL
짝짝 하니 갑자기 짝짝짝 짝짝 ~ 응원 박수 박자가 생각났ㅅㅂ니다.

보슬비 2015-11-23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이책을 읽지 않아서 곰발님 페이퍼를 읽지 않았어요. 다 읽은후에 그때 읽을겁니다. ^^
빨랑 도서관에서 책아 오너라~~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7:44   좋아요 0 | URL
스포일러는 전혀 없습니다만, 책 읽기 전에 리뷰 먼저 보는 것은 재미를 반감시키기는 하죠.. ㅎㅎ

강가딘 2015-11-2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밀리언 셀러클럽말고 딴데서 스티븐킹 책을 출간했으면좋겠어요.
영어에서의욕설을 차라리 원문 그대로발음만 적어놓던지
완전히 한국식 쌍욕으로 바꿔놔서.. 특히 듀마키라는 책을 번역했던조영학이라고하는 번역가는
진짜 너무 싫습니다. 자기가 쓴책도 아니면서 왜 남의 책에다가 그짓거리를 하는지..
출판사가 하나 밖에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읽긴하지만..

기억의집 2015-11-24 09:17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분 말 공감해요. 제가 롱워크를영어로 읽었는데, 킹 작품이 번역된 다른 작품들처럼 싼티나지 않아요. 절대로.... 스탠 바이미도 그렇고. 제가 한때 청소년 소설은 영어로 읽었는데, 킹 문체가 생각보다 진중해요. 번역본처럼 싼티 절대 안 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4 16:5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욕을 번역한다는 게...... ㅎㅎㅎㅎㅎ 번역가도 좀 난감할 겁니다. ㅎㅎ
밀리언셀러클럽이 제본에 신경을 안 씁니다.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읽다가 정말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역대급 발번역...
번역가 님들 신경써주세요~~

기억의집 2015-11-24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는 젊어서부터 킹을 좋아해서 그의 책을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신간은 나오면 대부분 사서 읽었는데, 예전에 고려원에서 킹 소설 많이 냈어요, 남자들이 무협지 보는 사람 취급하더라구요. 하하. 그래도 쟝르문학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껴져 가고 있긴 해요. 전 그래서 순문학에 대한 반감 혹은 반항심이 없지 않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4 17:04   좋아요 0 | URL
킹이 뭐 워낙에 학교 선생할 때 작문 선생이었으니 정통성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신기하죠 ? 왜 킹이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킹은 일종의 소수 팬덤 문화일 뿐이지 대중적이지는 안잖아요. 한국 독자들이 너무 순문학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순문학 지지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장르 문학은 발로 뛰며 쓴 체험이 아니기에 형편없다고 말하는데, 전 순문학 대부분이(요즘 현대문학 순문학)에 발로 뛴 흔적을 찾질 못하겠습니다. 리얼리티가 문학의 모든 것으라고 착각하는 것을 보면 좀 그렇습니다. 하튼 이번 롱 워크 좋더군요. 재미는 1/2이지만 아.. 뭔가 깊이가... 전 이 소설을 굉장히 슬프게 읽었스비다.

비로그인 2015-11-2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지금까지 쓰신글 다듬어서 책좀 내주시면 안될까요 ? 이게 속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닌지 걱정입니다만...출판업계 사정을 잘몰라서요...근데 매번 북플와서 읽기도 힘들뿐더러 곁에 두고 봤으면 하는 글이 너무 많아요. 아 그리고 책으로 나와도 각종 감칠맛나는 비속어들은 제발 무삭제로 나오기를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8 09:50   좋아요 0 | URL
이 댓글을 출판업자들이 보아야 할 터인데 말이죠.... ㅎㅎㅎㅎ
나중에 프린트로 뽑아서 묶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속어는 삭제하면 맛이 안 나죠.. 후후...
 
롱 워크 밀리언셀러 클럽 143
스티븐 킹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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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워크 : 국토대장정, 오이디푸스 그리고 복면가왕




                                                                       해마다 여름이 되면 : 연중 행사'처럼 진행하는 퍼레이드가 있다. 동아제약에서 진행하는 << 국토대장정 >> 이다. < 박카스 > 가 대한민국 대표 자양강장제라면, < 국토대장정 > 은 < 지신밟기 > 의 20/21세기적 문화 행사'다. 마을 사람들이 집집마다 돌며 땅을 다스리는 신령을 달래고 안녕을 빌던 풍속은 지금에 와서는 기업 스폰서를 받아 글로벌하게 확장되었다. 해남 땅끝에서 서울로 범위를 넓힌 것이다. 국토대장정은 일종의 답정굿'인 셈이다.  행사 취지는 분명하다.  맨발의 청춘들은 해남 땅끝에서 시작해 서울로 입성하는, 600km가 넘는 거리'를 밟으면서 나라의 안녕을 빈다. "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평화통일 이뤄 주시고(할렐루야~), 부국강명 이뤄 주소셔(아멘~) ! "   이 퍼레이드가 성공하자 여러 단체에서도 희망원정대, 국토횡단모험단, 나눔로드 따위로 행사를 진행한다.

 

 

몇몇 단체에서 진행하는 21세기 지신밟기 행사에는 참가비가 무료이지만 몇몇 단체는 참가비를 내고 참여해야 한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 딱 > 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21세기 지신밟기 풍속 서사'는 < 기-승-전-國 > 이 아니라 < 기-승-전-家 > 이다. 주최 측에서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 화려 강산 " 보며 자긍심을 가지라며 " 팔도 유람 " 시켜 줬으나 대원들 머릿속은 집 생각뿐이다. 당연한 결과'다. 지신밟기'란 원래 내 집의 안녕을 비는 기복신앙에서 파생된 풍속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 세상 모든 행사 취지는 " 좋은 취지 " 에서 시작하지 " 나쁜 취지 " 는 없다.  이명박(or 박근혜)은 항상 나쁘지만 취지는 항상 좋은 놈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면 취지와는 다른 놈이 얼굴을 드러내는 법이다.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청춘은 모두 오이디푸스'다. 오이디푸스가 " 퉁퉁 부은 발 " 이란 점에서 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오이디푸스'라는 말이다.

 

그들이 이 행사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극기나 애국 따위가 아니라 " 집 나가면 개고생 " 이라는 평범한 진리'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 돈 내고 집 나가서 개고생 하는 게 국토대장정이라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휴먼드라마의 주제'다. 아 !  쪽팔린 일이다, 이런 서사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그런데 좀더 비판적으로 접근하면 군사 문화의 잔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은 " 개인의 극기 " 를 다루는 게 아니라 " 집단의 극기 " 를 다룬다. 이 행사에 참가한 청춘은 독단적 주체가 아니라 조(組)의 일원'일 뿐이다. 그들은 팀의 일원으로서 팀워크를 강요받는다. 팀워크는 하나를 위한 전체의 희생을 강요한다. " 너만 힘드니? 나도 힘들거등 ! " 국토대장정이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는 것은 << 완주 >> 이지만, 팀원 중 낙오자가 없을 때에나 빛나게 되는 가치'다. 특정인의 낙오는 곧 그 특정인이 소속된 팀 전체의 낙오로 간주되어 얼룩이 된다.  

 

여기서 낙오된 자는 나쁜 신체'라는 멍에를 쓴다. 그러다 보니 도중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국토대장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파시즘적 군국주의를 읽어낼 때, 스티븐 킹은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1966년에 << The Long Walk >> 라는 소설을 쓴다(여러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출판사는 모두 거절한다. 후에 스티븐 킹은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가명으로 출간하게 된다). 번역하자면 " 오래달리기 " 이지만 오래달리기'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자기계발서 제목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 차라리  " 국토대장정 " 이라는 이름이 그럴 듯하지 않을까 ? < 킹 > 은 오래 전에 이미 변방의, 어두컴컴한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한국판 국토대장정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이 소설에서 어린 청춘들은 국토대장정과 유사한 오래 걷기 대회에 참여한다.

 

 

< 룰 > 은 다음과 같다 : ㉠ 경기에 참여한 선수는 최저 제한 속도는 6.5km 이상으로 행군해야 하며, ㉡ 행군 중 최저 제한 속도 이하로 떨어지면 경고를 받는다. ㉢ 이 경고 횟수가 3회를 넘어 4회에 이르면 탈락된다. ㉣ 참가 인원은 100명이다. ㉤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게임은 지속된다. ㉥ 당연히 최후의 1인은 엄청난 금전적 보상이 따른다 - 는 줄거리. 아참, 중요한 것 하나를 빼먹었다. ㉦ 경고를 4번 받아서 경기에서 탈락하게 되면 .......  총살(즉결 처형)을 당한다. " 어때요, 킹답죠 ? " 깊이 있게 이 소설을 이야기하고 싶으나 스포일러 대방출이라는 어쩔 수 없는 덫에 빠지기에 생략하기로 하자.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가명으로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다. 쉽게 말해서 리처드 바크만은 스티븐 킹의 복면가왕인 셈이다. 킹이 바크만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문단의 홀대'에 있었다.

 

 

당시, 킹은 문단으로부터 대중에게는 인기가 높지만 퀄리티는 떨어지는 싸구려 대중 작가'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킹 스스로도 실력보다는 운이 따른 영광이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복면가왕이 바로 리처드 바크만'이었다. 그가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이름으로 고등학생 때 쓴 << 롱워크 >> 를 내놓자 평단은 호평 일색이었다. " 킹, 보고 있나 ?  장르 소설을 쓰려거든 바크만처럼 쓰시게나.  킹,  자네는 바크만의 발톱 때만도 못하다네...... " 장정일이 << 사계 >> 를 읽고 나서 이런 소리를 한 적 있다. " 스티븐 킹이 이 단편을 쉬어가는 의미에서 쓴 작품이라면 한국의 작가는 다 죽어야 한다. " 장정일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똑같은 소리를 했을 것이다. " 스티븐 킹이 이 소설을 쉬어가는 의미에서 고등학생 때 쓴 작품이라면 한국의 작가는 다 죽어야 한다. "

 

에둘러 말하지 말고 서둘러 말하자면 : << 롱 워크 >> , 쥑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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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1-2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사람은 참 이른 나이에 날아다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00:36   좋아요 0 | URL
난놈은 난놈입니다. 1년에 장편(보면 페이지 수가 1000되는 게 만음) 2개씩 생산하는 거 보면
집단 창작 같기도 하고.... 미스테리한 인물입니다.

기억의집 2015-11-22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튼 글 참 재밌게 쓰심~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00:36   좋아요 0 | URL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지금 춤추고있슴돠

5DOKU 2015-11-2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스탠 바이 미>를 읽었습니다만,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나 글로서 등장하는 단편들을 들여다보면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킹 스스로도 장르와 순문학 사이의 정체성에서 많은 고민을 한 듯합니다. 그런데 저는 킹의 존재 자체가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과연 킹 앞에서 플롯 중심이니 인물 중심이니 하면서 장르와 순문학을 구분할 자격이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직접 발로 뛴 흔적이 문장에 없다면 킹처럼 서사적 즐거움이라도 주든지 대개는 순문학이라는 이름만 달았지 책상머리 앞에서 쓴 건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그놈의 와닿지도 않는 주제의식 제대로 전달할 실력이 없으면 알레고리도 무의미할 뿐인데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00:35   좋아요 0 | URL
낮에 거의 7시간을 자버렸네요. 난감하네요.... ㅎㅎㅎㅎㅎ 5 님의 지적에 박수 4000번 때립니다. 말씀대로 발로 뛴 문장이 없다며 순문학은 지랄을 하던데, 솔직히 요즘 순문학 발로 뜁니까 ? 그냥 책상머리에 앉아서 모르는 것은 네이버 뒤지지요. 그럴 바에는 아예 킹처럼 읽는 맛이라도 주던지...만날 가족 얘기. 아빠는 항상 폭력적이야. 아빠 땜시 트라우마 생겼어. 엄마는왜 만날 아빠에게 맞아 ? 엄마도 싫어... 만늘 이런 이야기. 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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