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도일은 명탐정 홈즈로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에 대해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남성 짝패 탐정물'을 " 초보적 형태의 소설 " 이라고 말했을 만큼 홈즈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는 홈즈의 명성 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쓰고자 했던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역사 소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은 대중작가'가 아니라 세익스피어 같은 대문호'가 되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그는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리즈인 홈즈'를 죽이기로 한다. 코난 도일의 전기를 쓴 파트릭 아브란에 의하면 그는 소설 속 인물인 홈즈'를 지겨워 한 것이 아니라 혐오하고 경멸했다고 한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도일'은 [ 마지막 사건 ] 에서 그를 죽인다. 뭐,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을 죽이겠다는데 막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소설가의 지위'란 창조주요, 소설 속 가상 인물인 홈즈와 왓슨'은 그 창조주가 만든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것 ! 도일이 가상 인물인 홈즈를 죽였다고 해서 도일'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의무 또한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일은 ( 더럽게 ) 묘하게 꼬인다. 홈즈가 죽자 영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에 조기를 다는가 하면, 사람들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아 홈즈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영국 왕실에 편지를 써서 홈즈의 귀환을 종용했으며, 공공연하게 도일을 혐박하기 시작했다. " 흥. 도일 개새끼 ! 말미잘, 해삼, 멍게, 3일 동안 산소 공급이 안 된, 수족관에 갇혀 지낸 개불 같은 자식 ! 부와 명성을 안긴 명탐정 홈즈를 죽이다니, 배은망덕한 놈 ! 응징하리라 ! 쿠아아아앙 " 여기저기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패닉'이었다. 독자들은 홈즈를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의 인물로 받아들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출판업자들은 도일에게 거액의 원고료를 제시하며 설득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자기가 낳은 홈즈'를 뼛속까지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수많은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8년 동안 홈즈'를 위한 소설'을 쓰지 않았다.

 

 

대중이 열광했던 것은 코난도일'이 아니라 셜록홈즈'였다. 홈즈는 아버지이며 창조주이고 현실 속 인물이 되었다. 반대로 도일은 아들이며 피조물이고 허구 속 인물이 된다. 웩 더 독 !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드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니 어느 누가 홈즈'를 살리려고 하는 작가가 있겠는가 !

 

 

 

 


 

 

 

 

눈물'이... 을 가린다 !

 

 

 

 

스티븐 킹의 소설은 해마다 영화화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허리우드 스튜디오'에서는 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원작의 퀄리티'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감독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스티븐 킹 본인이 영화를 만든다고 깝죽댔지만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만들어진 킹의 영화 중 가장 " 후진 영화 " 로 길이 남았다. 다들 동의하겠지만 킹의 원작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다. 그가 만든 < 쇼생크 탈출 > 은 아름다웠고, < 미스트 > 는 전복적이어서 놀라왔다.

 

여기에 한 명 더 추가하자면 로브 라이너'를 뽑고 싶다. < 스텐 바이 미 > 와 < 미져리 > 가 그의 작품이다. < 미저리 > 는 매우 잘 빠진 헐리우드 스릴러 영화'다. 케시 베이츠'가 침목과 해머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 오줌을 지릴 뻔했다. 설상가상 왼쪽 발목을 부러뜨린 미친 간호사 애니'가 소설가의 오른쪽 발목까지 내려칠 땐 너무 놀라서 똥을 쌀 뻔했다. 아, 시부랄 ! 똥 싸도 좋아. 나는 영화 상영 내내 오줌 싸고 똥 쌌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은 생각보다 텍스트'가 깊고 우아하다.

 

자세히 뜯어보면 < 미저리 > 는 < 천일야화 > 의 구조를 차용한다. 주인공 폴은 살기 위해서 날마다 미친년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소설 내용이 미친 간호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 된다. 어디서 많이 본 데쟈뷰'가 아닌가 ? < 천일야화 > 다. 우리가 이 두 서사의 유사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캐릭터의 성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 천일야화 > 에서의 왕은 < 미저리 > 에서 미친 여자 간호사로 바뀌었고, 세헤라자데 공주는 남성 소설가 폴'로 바뀌었다. 킹은 < 천일야화 > 의 플롯을 가지고 와서 공포소설의 킹'답게 멋지게 재창조한 것이다.  

 

여기에 스티븐 킹은 코난 도일'을 모델 삼아 폴'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킹은 아니라고 할 터이지만, 폴과 코난'은 동일인물이다. 폴이 창조한 미저리'는 코난이 창조한 홈즈'와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기서도 성별이 바뀐다. 종합하면 왕은 간호사 애니로 바뀌고, 세헤라자데'는 소설가 폴이 되었으며, 명탐정 마초 홈즈'는 비련의 여주인공 미저리'가 된다. 킹은 역시 꼼꼼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 쥐새끼처럼 알아채는 곰곰생각하는발이 아니던가.

 

폴은 코난 도일이 소설 속에서 홈즈를 죽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창조한 미저리'를 죽이고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하지만 소설가에 의한 < 소설의 죽음 > 은 유예된다. 영국 독자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던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 캐릭터인 미저리'에 빙의된 애니'는 격렬히 저항하는 셜록키언'을 닮았다. 그녀는 미저리언'이다. 그러니깐 스티븐 킹은 천일야화의 플롯을 끌여들어서 < 코난 도일, 한때의 곤경 > 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 수용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다.  결국 미저리'는 살아난다. 폴은  애니와의 사투에서 이겼으나 그녀의 소원대로 < 돌아온 미저리 > 를 썼다. 둘 다 하와이 가지는 않았으나 결과는 미저리의 승리다.  셜록 홈즈가 아버지 코난 도일'을 이겼듯이 말이다.

 

킹이 1999년에 대형 교통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 미저리 > 였다. 미저리 속 폴 쉘던'도 교통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죽음을 넘나들었으나 다행히 살아서 돌아왔다. 홀쭉한 모습으로 말이다. 아, 불쌍해라 ! 그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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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3-2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주인공이 작가보다 더 유명한 경우가 꽤 있죠.디킨즈보다 스쿠루지,하디보다 테스,디포우보다 로빈슨 크루소 등등...

우리나라 소설가 중 조성기 씨가 미저리 비슷한 소설을 하나 썼죠.스토커 같은 독자가 나오는...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3 23:12   좋아요 0 | URL
아, 조성기 작가님 요즘 뭐하시죠 ? 작품 활동을 접으셨나요 ?
글구 보니 조성기 작가님. 아닌가, 내가 알던 그 작가님이 아닌가 ? 헷갈리네요.. 찾아봐야지..ㅎㅎ

노이에자이트 2013-03-24 13:23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아직도 활동 중입니다.2 년 전 윤치호 전기소설을 썼던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4 17:56   좋아요 0 | URL
네에 찾아보니 아직 활동하시네요. 통도사 가는 길... 생각나네요.. 후훗..
 

 

 

 

 

 

 

 

 

미녀는 썩지 않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턱 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미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헤어스타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욕망.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눈빛. 아, 아아. 사람들이 서로 닮아......

 

 

연극을 예로 들어보자. 대학로 소극장에서 < 고도를 기다리며 > 를 무대에 올린다고 하자. 동일한 대본, 동일한 무대, 동일한 배우들이 연기를 한다고 해도140회 공연을 거치면서 각 회마다 미세한 차이가 생길 것이다. 연극배우가 대본을 잘못 읽었을 수도 있고, 타이밍이 어긋날 수도 있다. 동일한 재현이지만 약간씩 다르다. 이처럼 반복이 거듭되면 차이'를 만든다. 이 차이'를 들뢰즈는 주름이라고 말할 것이고, 라캉은 얼룩이라고 말할 것이며, 프로이드는 언캐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성형은 본질적으로 < 불초 > 에서 비롯된 욕망이다. 불초/不肖'는 닮지 않았다는 뜻. 사극에서 효성 깊은 아들이 아버지 앞에 석고대죄하며 울부짖는 < 불초소생 > 이 바로 그 불초이다. 도대체 아들은 무엇을 닮지 못해 불초소생은 지은 죄가 많은 것일까 ? 여기서 말하는 그것의 정체는 오리지날'이다. 이 오리지날'은 진/선/미'를 의미한다. 아버지의 시뮬라크라'인 아들은 아버지의 미학적 원형'을 닮고 싶으나 못난 자식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땅을 치고 우는 것이다.

 

성형'도 자세히 보면 < 원형을 닮으려고 하는 욕망 > 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진/선/미'에서 미'만 취하고 진과 선'은 취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에 있다. 그러니깐 이 복제는 완벽할 수 없다. 여기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성형 미인'은 교묘하게 모두 닮았다. 븨 라인 턱, 버선 코, 물방울 가슴, 앞트임. 하이스미스의 < 리플리 시리즈 > 또한 " 불초 " 를 다룬다. 리플리는 백만장자 그린리프'를 죽이고 가짜 그린리프 씨 흉내를 낸다. 하지만 하이스미스는 리플리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 완전범죄'로 끝맺는다.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지 권선징악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형이란 변하지 않는 존재다. 불변'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뚜껑을 원형과 비슷하게  흉내낸다고 해도 속까지 바꿀 수는 없다. 죽는 순간 부패는 진행된다. 짐 크레이스의 걸작 < 그리고 죽음 > 은 인간의 죽음을 다큐적인 시선으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간은 불변도, 불사도 아닌, 덧없이 사라지는 불초의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킨다. 끝은 커트 보네거트풍으로 마무리하겠다.

 

" 그렇게 가는 거지. "

 

 

 

 


 

 

 

 

 

 

 

비닐계 화학 제품은 거의 썩지 않는다.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이 썩으려면 100년에서 500년의 세월이 흘러야 한다. 응큼한 곰곰생각하는발 박사의 표현을 빌리면 비닐계 화학 제품의 불사를 35일 동안 죽지 않은 페니스'의 놀랄 만한 발기력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겠지만 인간은 죽는 순간부터 부패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닐계'는 불멸 불사 불변의 존재에 가깝다. 이 불변성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예쁜 꽃이라 해도 열흘 꽃 피다 시드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물론 백일홍처럼 백일 동안 피는 꽃도 있다지만 왠지 이 꽃은 꽃 같지가 않고 조화 같아서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때가 되면 시들다가 떨어진다. 그게 숨탄것들의 운명이다.

 

 

 

래서 인간은 불변성, 영원불변성'을 이상적인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이다. 신은 불변의 존재이다. 그런데 니체는 이 불변성에 대하여 딴지를 건다. " 썩지 않는 존재는 수상한 존재 " 다. 드라큐라를 보라, 강시, 좀비를 보라. 불변성을 얻는 순간 무시무시한 존재가 된다. 수백년 동안 이어져오던 가치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한 가치'라고 여긴 불변의 가치는 사실 부르주와 지배 계급이 자신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서 퍼트린 날조에 가깝다. 모든 가치를 뒤집고 다시 생각하라. 그게 니체 철학의 근본이다. 썩지 않는 존재가 수상하다면 늙지 않는 존재 또한 수상한 것이다. 당신은 17시간 동안 죽지 않고 발기한 상태의 페니스'를 정상적이다, 라고 옹호할 수 있나 ? 지루가 한 시간을 넘기면 그것은 비아그라의 힘이다.

 

 

늙지 않는 존재가 수상한 것이라면 노화에도 불구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것 또한 수상한 것이다. 보톡스로 젊은 얼굴을 유지하려는 배우들은 본질적으로 흡혈귀에 매혹된 존재들이다. 40대의 나이에 20대의 얼굴과 몸매를 유지하기 위하여 온갖 성형을 하는 배우는 배우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다. 구두 수선공은 손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벽돌을 지고 나르는 노동자는 허리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이들은 모두 특성화된 신체의 발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배우는 어떤 신체 기관이 발달했을까 ? 당연히 얼굴이다. 배우란 일반인에 비해 얼굴 근육이 매우 발달한 직업군이다. 일반인들은 잘 쓰지 않는 얼굴 근육을 발달시켜 연기'를 한다. 그래서 배우는 얼굴 근육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배우가 자신의 얼굴에 보톡스 주사 시술을 하는 것이다. 보톡스'는 독의 일종으로 근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부종인데 이 부종은 근육을 팽팽하게 당겨서 주름을 펴게 만든다. 다림질이 주름진 옷을 펴듯이 말이다. 배우는 얼굴 근육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얼굴 근육을 마비시킨다는 것은 구두 수선공이 다 팔을 자른 것과 같다. 그러니 제대로 된 연기가 될 리가 없다. 대사는 절규하는데 얼굴은 무표정이다. 이것보다 더 끔찍한 광경이 있을까 ?

 

 

 

연스러운 것은 썩게 마련이다. 파리는 인간이 숨을 거둔 지 1분 안에 썩는 냄새를 맡고 달려온다고 한다. 부패는 신속하게 진행된다. 파리는 벌어진 인간의 구멍 속으로 침투한다. 눈, 귀, 콧속, 입, 상처, 항문 속으로 들어가서 알을 낳는다. 파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항문이다. 벌어진 괄약근 속은 따스하다. 부패 속도에 따라서 각종 곤충들이 몰려든다. 노래기, 딱정벌레 등도 찾아와 먹이를 먹는다. 남겨진 것은 뼈와 치아뿐이다. 아, 또 하나 ! 유방 속에 넣어둔 실리콘, 양악 수술에 쓰인 철심, 코를 세운 보형물들도 남을 것이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처럼 오랫동안 남겨질 것이다. 구더기들이 먹기엔 너무 단단하다 !

 

 

 

 

 

 

 

 

 

 

+

 

 

어느 순간 핑클의 이진이 성유리를 닮아갔다. 처음에는 얼핏 보았을 때 누가 성유리이고 누가 이진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핑클 시절 때의 두 사람은 전혀 닮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느 날 그들은 서로 도플갱어'가 되어 있었다. 턱은 47도 븨'라인이 가장 미학적입니다. 앞트임을 하십시요. 입술은 도톰하게, 광대뼈는 몽골 아시아인의 흔적들. 똥구멍에 몽고반점 있나요 ? 맙소사, 레이저로 당장 지우세요.

 

 

+

<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 에서 항상 궁금했던 것 하나는 왜 하필 미의 절대적 기준이 미혼 여성은 되고 기혼 여성은 안 될까 였다. 미녀를 뽑는데 결혼 유무'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닐까 ? 3초만 머리를 굴리면 답은 나온다. 미스코리아'는 남성 욕망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성적 관음증을 충족시키기 위한 남성의, 남성을, 남성에 의한 대회'가 바로 미스코라이 대회'이다. 그래도 간통죄'가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여서 차마 유부녀마저 욕망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미혼 여성만 뽑는 것이다. 성적 스펙타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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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3-27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 곰발님, 어디서 무시했다고 그러셔욧.
여기까지 이렇게 시간 날 때마다 와서 읽고 감탄하고 추천 누르고 그러는데.. :)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7 06:0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새벽 님이시군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전생에 우린 연인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오빠'의 독설.

 

 

 

 

 

 

 

 

 

 

 

 

 

대중은 왜 김미경에게 열광할까 ? 성공한 < 용 > 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반드시 놀던 물이 < 개천 > 이어야 한다.  ( 구름 위에서 놀던 용은 절대 안 된다. ) 사람들은 그녀를 개천에서 용 났다고 생각한다. 관객의 판단이 아니다. 김미경은 특강 내내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어두컴컴한, 증평의 촌년이라고 관객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갑자기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과장하는 것보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과장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밑바닥에 처참할 수록 그 사람의 성공은 더 빛나기 때문이다. 김미경은 자신의 성공 스토리에  < 개천' > 이라는 밑바닥을 끌어들임으로써 자신을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처세의 달인'이기에 가능한 우아한 기술이다. 그녀는 늘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 힘들지 ? " 그리고는 이어서 다음과 말한다. "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 이 말을 병렬을 연결하면 언니의 독설은 정말 나쁜 독설처럼 보인다.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은 친구에게 힘들지, 라고 묻고는 더 열심히 해, 라고 채찍을 가한다. 깐 데 또 깐다. 잔인한 일본 순사'처럼 말이다. 이 세상에 인생의 키워드를 알려주는 특강은 없다. 멘토가 알려준 노하우를 그대로 실천한다고 해서 당신이 성공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인생이 그런 몇 가지 지시'로 운명이 바뀔 수 있다면 저 높고 높은 구름 위의 신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  멘토는 없다. 오직 甲만 있을 뿐이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by Sean Mort

 

미경은 스타 강사'다. 최근에는 < 무르팍 도사 > 에도 나오고, 티븨엔 < 스타특강쇼 > 진행자'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스타강사 쇼'를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로 키울 야심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중국에 사대천왕이 있다면, 한국에는 사대멘토가 활약 중이다. 안철수, 김난도, 혜민'에 이어서 김미경도 한국의 내노라하는 대표 멘토'가 된 것이다. 가뜩이나 특강으로 수입이 짭짤한 분이 책도 불티나게 팔리니 천국이 따로 없다. 그녀의 특강 주제'는 밥그릇 챙기기'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밥그릇은 쉽게 바닥을 보이는 법이다. 바닥을 숨기기 위해서 아무리 고봉으로 밥을 쌓아도 머슴밥이다. 뱃놈, 숟가락질 몇 번이면 그릇 바닥이 보인다.

 

김미경은 최근 인문학 비하 논란으로 화제의 인물'에 올랐다. 동영상을 찾아서 보았다. 핵심은 인문학 읽으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다. 차라리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유익하다는 논리인데, 이 정도면 노골적인 PPL 광고'이다. 왜냐하면 자기계발서'를 20권 남짓 써온 < 자기계발서의 오프라 윈프리' > 가 아니었던가. 자기 책 광고 하려고 인문학을 시건방 떠는 것으로 비하하는 것이다. 인문학을 소금에 비유한다면, 성공학은 설탕이다. 설탕은 안 먹으면 되지만 소금은 섭취를 못하면 죽는다. 그게 인문학과 처세학의 차이다. 그녀의 말대로 책은 죄 없다. 사람도 아무 죄 없다. 문제는 김미경을 멘토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것저것 맛 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대한민국 성인의 1년 독서량이다. 1년에 한 권 읽는 수준의 독서'가 꼭 (언니의) 독설'이어야 할까 ? 끼리끼리 논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김미경 특강을 보고 있으면 그녀는 꼭 약장수 같다.

 

자기계발서의 한계'는 분명하다. 자기계발서'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해서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계발서의 정체다. 그녀의 책이 백만 부가 팔렸다면 백만 명이 읽었을 것이고, 그 책이 집의 서재에 꽂혀 있다면 엄마가 읽고, 아빠, 동생이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녀의 책을 읽은 사람은 최소 200만 명이 될 터인데, 왜 항상 그 모양 그 꼴로 살아가는 것일까 ? < 400만 원으로 10억 만들기 > 라는 재테크 서적이 있다. 그 책의 노하우를 충실히 따르면 모두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과연 있었나 ? 시중에 떠도는 자기계발서의 팔 할은 쓰레기'다. 김미경은 초등학교만 나오면 다 나오는 얘길 왜 인문학에서 배우려고 하느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똑같이 한번 당신에게 되묻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깨우치려면 깨우치는 법이거늘, 왜 이런 특강쇼'를 기획하는 것이오 ?

 

1년에 쏟아지는 이런 책들은 출판 시장을 오염시킨다. 수백 권의 자기계발서'가 쏟아지지만 사실은 똑같은 말이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 보드리야르의 말을 빌리면 ) 동일증식'이다. 김미경이 스타 강사여서 그렇지, 별 볼 일 없는 책들도 김미경이 했던 소리를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무한 반복한다. A라는 책의 주제가 < 디테일을 중시하라 > 라면 B의 책은 이 디테일을 살짝 비틀어서 < 꼼꼼한 김대리의 성공 노하우 > 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온다. 그리고 C의 책은 < 이제는 친정 엄마 마인드'다. > 라는 컨셉을 잡는다. 디테일을 구수한 한국식 말로 바꾸면 잔소리요, 꼼꼼한 태도'가 아닌가. 또한 그러한 상징적 인물은 친정엄마가 아닐까 ? 결국 같은 이야기의 변주다. 이런 식의 무한반복이 바로 자기계발서'이다. 그러니깐 당신은 10년 전에 읽은 책을 제목만 바뀌어서 나온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10년 전에 그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그 모양 그 꼴로 그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밑천이 없을 때 바닥을 보이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두둑한 종잣돈을 쌓아두고도 바닥 운운 하며 죽는 시늉을 하면 얄미운 법이다.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개천'을 끌어들이지는 말자. 이만큼 고생해서 이렇게 성공했으니, 당신들도 그만큼 고생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쉽게 말하지 말자.  눈코 뜰 사이 없이 살아온 그녀가 틈틈이 3년 간 9권이나 책을 썼다. 참... 부지런하시다. 이 정도면 조르조 심농과 견줄 만하다. 심농은 평생 300권의 작품을 선보였다. 단, 심농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 따위'를 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글만 썼다. 다른 건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인문학 서적은 한두 달에 한 권씩 완성될 수는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약전은 평생을 통해 단 한 권'을 남겼다. 그리고 발터 벤야민은 자신이 쓴 책 때문에 나치에 쫒겨다니다가 어느 낯선 나라의 국경 근처에서 자살을 선택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당신은 언제 단 한 번이라고 목숨 걸며 책을 쓴 적이 있던가 ? 인문학과 자기계발서의 차이다.오빠의 독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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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근에 나온 책의 발매 시점'을 나열해 보았다.

 


 

아트 스피치        2010/05
스토리 건배사     2010/11

 

언니의 독설        2011/06

키즈 스피치        2011/07

스토리건배사2.    2011/11

한달에 한번...       2012/02   

2012 자기계발     2012/02   

내 안의 스티브     2012/02

 드림온               20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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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3-2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논문 표절 사건만 아니었으면 저 같은 게으른 독자는 이런 사람의 존재도 몰랐을텐데.
저는 이 사람의 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많이 팔릴지 아니면 판매고가 줄어들지, 그게 궁금하네요.
예전에 신정아씨 책 냈을 때 폭발적인 반응과 사뭇 차이는 나겠지만 말입니다. 신정아씨 때는 베일로 감춰진 사건을 들춰보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에 만약 어떤 반응이 있다면, 어떤 이유일지 그게 궁금해서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2 13:53   좋아요 0 | URL
옛날에도 반짝 스타 강사는 많았어요. 그 사람들 모두 공통점은 어느 순간 사라진다는 거죠...
신기루 같습니다.

이진 2013-03-2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다른 레벨이시라고 답글을 다셨던데, 이제야 그 말에 확신이 가는 군요!
이 글은 정말 제 마음을 쏙 빼들어 글로 옮긴 거 같군요. 곰곰님의 그 날카로운 시선과 비판적인 문장들이 벌써 사랑스러워지려 합니다. 김미경의 강연을, 김미경쇼가 편성되기 전에 스타특강쇼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그녀는 말 하나는 진짜 타고난 듯합니다. 한 두 편 보다보니 지겨워져서(같은 말만 하더군요) 더 이상 안 보게 되었는데, 어제 인문학 비하 사건 기사 읽고 기가 찼어요. 자기계발서를 읽으라니, 그것도 인문학을 접어두고? 뭔가 찝찝했는데 곰곰님께서 그 찝찝함의 원인을 속 시원히 밝혀주셨군요. 책 많이도 썼네요, 김미경씨.
아, 더 적을 글이 있었는데 댓글 쓰다가 다른 일 좀 했더니 홀랑 까먹었네요.
곰곰님, 좋은 아침!

2013-03-23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4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호, 영화배우 한가인과 술을 마셨다!!!

 

 

 

 

구청에서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서 구청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고 해서 찾아갔다. 구청 앞마당엔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가 일렬로 나열되어 있었다. 짐자전거도 있고, 사이클도 있고, 산악용 자전거도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후줄근한 자전거 하나를 골랐다. 형편없는 자전거였다. 산악용 자전거도 아니고 짐자전거도 아닌 애매모호한 자전거였다. 80년대 디자인의 자전거였다. 외모로 평가하자면 박색이요, 곰보, 얼꽝이었다. 나는 이 자전거에게 < 애매모호 >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내가 이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는 디자인이 후줄근하고 너무 낡아서 길거리에 방치를 해도 동네 아이들이 훔쳐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달동네로 계단을 34개나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 마당에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자전거는 늘 계단 초입의 전봇대에 매어 두었다. 말이 잠금 장치이지 손으로 힘껏 당기면 풀렸다. 하여튼...... 못난이 중고 자전거 하나가 생겼다.

 

한 달 전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 내려갔더니 전봇대옆에 자전거가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이런 자전거를 훔치는 사람도 있던가 ? 이상한 놈이로군. 흠흠. 하지만 더 이상한 일은 다음 날 벌어졌다. 잃어버렸던 자전거가 제자리에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잠금장치가 채워진 채로 말이다. , 신이 곡할 노릇이군. 누가 이 낡은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해제한 후 타고 다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은 것. 그런 날이 계속 이어졌다. 누군가가 < 애매모호 >를 날마다 애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수께끼는 이내 풀렸다. 왜냐하면 길을 가다가 우연히 이 자전거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자전거는 굿모닝마트 앞 자전거 거치대 안에 있었다. 피식. 디자인이 너무 촌스러워서 타고 다니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아이고, 누가 요즘 이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가 !ㅎㅎ. 아마도... 나이 지긋한 동네 어르신이나 할머니가 타시고는 얌전히 제자리에 놓고 가시는 것이리라. 귀여운 자전거 도둑이 아닌가 ?피식.

 

자전거 도둑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마트 입구 벤치에 앉아 봄 볕을 쏘이고 있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영화배우 한가인을 봤다. 영화 촬영이 있는 날인가 ?우와, 정말 예뻤다.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태어나서 그토록 예쁜 여자는 처음 보았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한가인이내쪽으로 다가왔다. 점점. 점점점, 점점점점더 ! 그러더니 내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푼 후 안장 위에 올라타는 것이 아닌가 ?뭐지 ?! 몰래 카메라인가 ?한가인이 내 자전거를 훔친 도둑 ?

 

물론 영화배우 한가인이 내 자전거를 훔쳤을 리는 없을 것이다.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내 자전거를 훔쳤을 것이다. 하여튼 여자가 떠나기 전에 말을 걸어야 한다. 왜 내 자전거를 훔쳤소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아니지. 혹시 죄송하지만... 아니지. 내가 왜 죄송해야 하지 ?! 잠시 곰곰 생각하느라 가만 앉아 있는 사이 한가인이, 아니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 혹시, 이 자전거 주인이세요 ?“ 나는 수줍게 네, 라고 답했다. 한가인을 닮은 여자는 한가인만큼이나 예뻤다.

 

웃을 때 백옥 같은 하얀 치아가 가지런히 보였다. 천사가 따로 없군 ! 그녀가 말했다. “ 화 나셨다면 죄송해요. 누가 전봇대에 자전거를 자물쇠로 채우고는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방치를 했다고 판단했었거든요. 그래서 자전거를 빌리고는 다시 그 자리에 가져다 놓았어요. 저에겐 꼭 필요한 자전거이거든요. “ , 네에. 나는 수줍어서 별 말도 못했다. 여자가 말했다. “ 제가 실례를 범했으니 좋으시다면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실래요 ?“ 물론, 나는 좋았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입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자전거 도둑과 나는 동네 아사히 생맥주 집에 가서 아사히 맥주를 마셨다. 어찌나 달던지 !한가인을 닮은 자전거 도둑은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도 고왔다. 아마, 한가인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믿을 것이다. 내가 그 자전거 이름이 < 애매모호 > 라고 말하자 여자는 박장대소했다. 유머 감각 있으시다 !까르르르르. 이때다 싶어서 앞으로 개를 키우면 반드시 개 이름을 <연락처좀알수있을까요> 라거나 < 아름다우세요 > 라고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요 ? 라고 여자는 궁금한 듯 물었다. 하하하. 개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면 개를 사랑하는 여성분들이 오셔서는 꼭 이런 질문 하잖아요. 이름이 뭐에요 ? 이렇게 말이죠. 그러면 전 이렇게 대답합니다. 연락처좀알수있을까요 ? 아름다우세요. “한가인을 닮은 도둑은 정말 신나게 웃었다. 여기 생맥둘이요 ! 여자가 맥주를 추가 주문했다. 대화가 흥미롭다는 증거다. 여자가 물었다.

 

- 혹시 집에서 개는 안 키우세요 ?

- 두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이름이 < 다행 > 이와 < 덕분 >에 입니다.

- 다행이와덕분에 ?!

- , 다행과 덕분. 개 이름을 부르면 늘 즐거워요. 덕분에 재미있게 놀았어, 참 다행이다 등등.

- , 감동적인 이름이네요. 저 지금 감동해서 눈물이 흐를 뻔 !작명술의 달인이세요.

- 하하하.

- 호호호.

 

자전거 주인과 자전거 도둑은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술을 마셨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를 때 내가 도둑에게 말했다. “ 아름다우세요. 미인이십니다. 주변 사람들이 한가인 닮았다는 소릴 자주 하지 않나요 ?“ 여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한가인 닮았다는 소릴 들어 본 적은 없어요 !

- 왜요 ?

- 내가 바로 한가인이니까요 !! 까르르르르.

- 네에 ??! 농담도 잘 하십니다. 까르르르르.

- 농담 아니에요. 우르사 웅담입니다. 까르르르르.

- 전 곰곰생각하는발입니다. 까르르르르.

 

자세히 보니...... 자전거 도둑은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아니라 한가인이었다. 그래, 한가인이야 !어라 ?! 이게 무슨 일이지 ?한가인은 계속 까르르르 웃었다. 여자가 말했다. 제가 왜 이 낡은 자전거가 필요한지 아시나요 ? 낡고 볼품없는 당신의 자전거는 저에게 있어서 일종의 가면과 같은 기능을 하는 물건이에요. 마법의 자전거죠.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사람들은 저를 못 알아본답니다. 한가인이 설마 이렇게 낡은 자전거를 타고 대낮에 모자와 선그라스도 없이 돌아다니겠어 !한가인을 닮은 여자겠지. 이런 마음인 거죠. 오히려 제가 자전거 없이 선그라스를 끼고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돌아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위장은 오히려 제가 한가인이란 사실을 돋보이게 할 뿐이죠. 호호호호. 아시다시피, 유명인이 되면 사생활이 없게 되잖아요. 가끔 자유롭게 거리를 걷고 싶어요. 자유인으로 말이죠. 이 자전거가 저를 자유롭게 해준답니다. 일종의 투명 망토죠. 이건 비밀입니다. 자전거 도둑과 자전거 주인만이 알고 있는 비밀. 아셨죠 ?“

 

한가인과 난 아사히맥주집을 나와서 자전거를 매어 두는 전봇대까지 함께 걸었다. 그녀는 유쾌한 여자였다. 종종 훔치러 오겠어요 !네에. 대환영입니다. 언제든지 훔치세요. 하하하. 호호호. 배우 한가인과 나는 그렇게 헤어졌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혹은 지랄하고 자빠졌네, 라며 웃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한가인이 자전거 도둑이라는 둥, 한가인과 함께 아사히생맥 6잔을 마셨다는 둥, 30분 동안 거리를 산책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입장을 바꾸고 본다면 나 또한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또 어쩌면 내가 착한 자전거 도둑에게 속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진짜 한가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한가인이라고 착각하는 정신 나간 가짜 한가인의 판타지에 속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런들 어떠하고, 이런들 어떠하랴. 그 여자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나는 한가인과 술을 마셨다.

 

 

 

 

 

*

 

 

에필로그

 

어제 토크쇼에 한가인이 출연했다. < 건축학개론 > 의 흥행돌풍으로 인해 그 영화에 출연한 배우 몇몇이 나온 것이다. 시시껄렁한 잡담이 이어졌다. 내 눈엔 한가인만 보였다. 그 자전거 도둑은 정말 한가인이었을까 ? 아니면 한가인을 닮은 여자였을까 ? 그 여자의 말은 정말 농담이 아니라 우르사웅담이었을까 ? 화장을 한 얼굴과 화장을 안 한 얼굴을 비교하니 자전거 도둑의 말은 진담 같기도 하고 농담 같기도 했다. 내 코가 석 자인데 지금 내가 이런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지. 티븨를 끄려고 할 때 모니터 속 한가인이 하얗고 고른 치아를 보이며 말했다.

 

어제 강아지를 하나 입양했어요. 아직 이름은 정하지 않았지만 < 다행 > 이나 < 덕분 > 둘 중 하나를 고를까 해요. 어떤 이름이 좋을까요 ?“ 그날 나는 한가인이 앉은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밤 벚꽃 길을 달렸다. < 애매모호 > 는 관절염에 걸렸는지 연신 삐끄덕삐끄덕 소리를 냈다. 한가인은내년에도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자전거 도둑이 되어서 내가 사는 동네를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는 전봇대에 묶인 자전거를 풀어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것이다. 잠시 동안 배우 한가인은 배우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되어서 꽃처럼 사푼사푼 거리를 걸을 것이다. 내년에도 한가인과아사히 생맥주를 마시고 싶다. 한가인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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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반지 : 포우 그리고 톨킨 .

 

 

 

 

 

 

 

 

 

 

 

 

 

 

< 이발소 그림 > 이라는 말‘이 있다. 그림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엔 무척 잘 그린 그림이지만 동시에 조금이라고 그림에 대한 조예가 있는 사람이 보면 예술적 가치가 제로‘인 그림을 말한다. 더군다나 복사한 그림’이다. 이것이 바로 < 이발소 그림 > 에 대한 정의이다. 더욱 특이한 점’은 액자에 유리까지 끼워져 이발소 벽 중앙에 딱 하니 걸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그림이 가짜라는 사실’을 잘 안다. 왜냐하면 이발소 주인은 원본을 소장해서 감상할 만큼 여유 있는 삶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에 800억짜리 모나리자 그림을 이발소에 걸어둔다면 어떻게 될까 ? 도둑은 800억짜리 그림 대신 십 원짜리 800개가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을 뜯느라 땀을 뻘뻘 흘릴 것이다. 도둑이 이 그림을 훔치지 않은 이유는 물건과 장소'가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포우의 < 도둑맞은 편지 >에서 장관이 선보인 계략은 바로 물건과 장소의 불일치’였다.

 

왕비와 공작은 왕 몰래 불륜 관계‘에 빠진다. 그 당시엔 삐삐나 핸드폰 그리고 메신저’가 없는 관계‘로 주로 편지 왕래’를 통해 애끓는 욕망’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연서는 오고 간다. 오가는 횟수가 많을수록 내용은 보다 더 음란하다. 그런데 이들의 < 오고가는 황홀한 말풍선 > 에 갑자기 장관‘이 끼어들어서 이 편지’를 훔친다. 이 편지가 왕에게 전달될 경우 공작과 왕비‘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반면 편지’를 소유한 장관은 무소불휘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공작과 왕비의 불륜을 미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편지를 가진 자는 두 불륜 연인을 협박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빨아먹을 것이다. 상황이 다급해지니 왕비‘는 경시총감을 시켜 장관 몰래 장관의 집을 이 잡듯이 뒤진다. 그러나 편지’는 그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탐정 뒤팽‘은 이 편지’를 손쉽게 찾아낸다.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어 몇 달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던 편지를 뒤팽은 어떻게 손쉽게 찾을 수 있었을까 ? 신기한 마술도 그 비밀을 알고 나면 싱겁듯이, 뒤팽의 수사’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편지‘는 장관의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구겨지고, 찢어지고, 더렵혀진 채’로 그렇게 !

 

결국 이 편지‘는 누구나 볼 수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이다. 장관은 그것을 노렸고, 뒤팽은 그것을 알아차렸다. 편지를 찾은 뒤팽은 그것을 왕비에게 돌려준다. 자, 이제 편지’는 다시 발신인과 수신인‘에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장관은 어떻게 되었을까 ? 아마도 공작과 왕비의 계략으로 죽은 목숨이 되었을 것이 뻔하다. 대략 해피엔딩 !

 

 


 

 

 

 

반지의 제왕.

 

The Two Towers by Ian Wilding

 

< 반지의 제왕 > 은 < 도둑맞은 편지 > 의 알레고리‘와 유사하다. 차라리 “ 도둑맞은 반지 ” 라고 해도 근사한 제목이 되었을 것이다. 반지’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서약이다. 편지의 거래 방식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것은 둘만의 매우 은밀한 약호인 셈이어서 제 3자‘가 취득하면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은밀한 내용이 담긴 편지’란 은밀한 내용이 담긴 셀카 동영상‘과 같다. 다만 기록 저장 장치’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이토록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이 제 3자의 손에 들어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는 이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이 물건의 원 소유자들을 협박해 이득을 취할 것이다. 이렇듯 반지‘는 왕비의 편지’처럼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권력이 이동된다.

 

편지와 반지‘는 한갓 값싼 종이와 한 돈의 금’일 뿐이지만 이 물건을 가진 자는 고스란히 사물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승계 받는다. < 도둑맞은 편지 > 에서 편지를 누가 소유하느냐에 따라서 권력의 주체가 바뀌듯이, 반지 또한 지금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의 주체는 바뀐다. 그러므로 두 서사에 나오는 두 개의 사물은 서로 다르지만 동일한 알레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편지는 곧 반지‘이다. 물건에 깃든 주인의 정령’이라는 주제는 이제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편지’가 왕비‘를 보호하듯이, 제자리로 돌아온 반지’는 공주‘를 보호한다. 같은 이야기’를 두 작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풀어쓴 것이다. 전자에서 탐정 뒤팽이 왕비‘를 위기에서 구했다면, 후자는 소인족인 호빗’이 공주를 위기에서 구했다. 포우는 추리적 요소로 극을 전개시킨 것이고, 톨킨은 판타지‘를 끌어들인 것이다. 전혀 다른 내용 같지만 같은 내용이다. 코드’를 바꾼 것뿐이다. 그렇다면 톨킨은 포우의 작품을 표절한 것일까 ? 작곡은 동일하나 가사만 살짝 바꾼 노래일까 ?

 

연대순으로 보면 톨킨이 포우’의 작품을 읽었을 것이다. 시대의 지성인 톨킨이 그 유명한 포우의 < 도둑맞은 편지 >를 읽지 않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해서 톨킨이 작정하고 포우의 글을 훔쳤을 리’는 없다. 톨킨은 포우의 단편‘을 읽었고, 그것은 톨킨의 기억 속에서 무의식으로 남아 새로운 형태의 소설’로 창작되었을 것이다. 톨킨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펄펄 뛰겠지만 원래 원형성‘이라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없다. 작가란 자신의 작품이 오리지널’이라고 주장하지만 새로운 창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원본과 수많은 복제본‘이 존재할 뿐이다. 포우가 위대한 이유는 바로 그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오리지널’을 새롭게 창조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그는 이 광대한 사고의 은유’를 매우 짧은 분량의 텍스트 속에 함축시켰다는 점이다. 그것은 작은 컵 속에 바닷물‘을 담는 신기와 같다. 또한 톨킨의 서사’가 위대한 이유는 이 복사본‘이 복사본인지 모르게 감쪽같이 오리지널인 것처럼 속였다는 점이다. 내가 폭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도둑 맞은 편지 > 에서 장관은 편지/ LETTER'라는 단어를 잡동사니/ LITTER'로 둔갑시킨 것이다. ( 󰆴 어수선하게 흩어진 물건, 잡동사니; 찌꺼기, 쓰레기; 난잡, 혼란 ) 장관은 말 그대로 중요한 편지‘를 어수선하게 흐트러진 물건’으로 위장했다. 누가 보아도 그것은 잡동사니‘였으며, 구겨지고 찢어졌으며, 더렵혀진 쓰레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뒤팽‘은 장관의 속임수를 단번에 간파한다. 뒤팽이 장관의 집을 방문하여 눈여겨본 것은 고급 양장의 편지 LETTER’가 아니라 더러운 편지 / LITTER'였다. 이렇듯 사물과 장소‘가 서로 엇나가면 소동’이 일어난다. < 도둑맞은 편지 >에서 편지는 편지의 수신자 혹은 발신자‘가 보관해야 하는데 제 3자인 장관’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배달 사고‘다 ! ( 이언 매큐언의 < 속죄 > 에서는 나쁜 단어가 들어간 편지지’를 실수로 편지봉투에 넣어 수신자에게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발신자는 그 후 인생 막장을 달린다. ) < 반지의 제왕 >에서의 반지‘도 마찬가지다. 이런 < 엇박자 보관소 > 는 낱말 그대로 LITTER'를 호명한다. 모든 소동극’은 사실 물건과 그 물건을 보관하는 상자‘가 엇박자로 빗나갈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보자.

 

첫 번째 예 : 열차‘를 물건 상자’라고 하자. 그렇다면 열차라는 이름의 상자 속에 들어갈 물건은 무엇일까 ? 당연히 승객‘이다. 승객은 열차라는 포장의 상자 속에 보관되어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것이다. 두 번째 예 : 다이너마이트‘라는 위험물’이 있다. 이 물건의 상자‘는 무엇일까 ? 당연히 무기고’가 될 것이다. 이곳에는 다이너마이트‘를 화나게 해서 버럭 하게 할 벼락, 전기, 화기’로부터 차단되어서 이 위험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역할을 것이다 그런데 열차라는 보관 상자 안에 다이너마이트라는 물건’이 숨겨 있다면 어떻게 될까 ? 더군다나 시한폭탄‘이 예정된 시간을 향해 째깍 째깍 참새처럼 지저귄다면 ? 이 엇박자‘는 일대 소동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영화로 치자면 이 다이너마이트의 존재를 관객이 모르면 서프라이즈’가 되고, 다이너마이트가 열차 안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면 서스펜스‘가 된다. ( 히치콕의 그 유명한 정의 ! )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당신 남편‘은 현재 미국으로 출장 중’이다. 그런데 우연히 남산 하얏트 호텔 로비‘에서 당신의 남편을 목격한다. 남편/물건’은 미국/보관 상자‘에 있어야 정상인데, 남편/물건은 지금 이상한 장소/보관 상자‘에 있는 것이다. 아주 곰 같은 아내 곰곰 씨’가 아닌 이상은 보는 즉시 이 상황‘을 눈치 챌 것이다. 그것은 곧 불화의 씨앗이 될 것이다. 이렇듯 사물과 장소가 엇나가면 소동’이 일어난다. 명심할 것 ! 이러한 " THE LITTER " 들의 출몰‘은 본질적으로 혼란, 불화, 공포’를 발생시킨다. 우리가 귀신‘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저승에 있어야 할 물건이 이승’이라는 장소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라캉은 < 도둑맞은 편지 > 텍스트를 독해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편지는 반드시 수신인’에게 도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상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 편지들이 엉뚱한 곳으로 배달이 되면 일상적인 것은 혼란에 빠진다. 연필통 속엔 필기구가 있어야 하고, 기타 케이스엔 기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보낸 편지는 반드시 당신이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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