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김동인이 쓴 < 붉은 산 > 에 나오는 삵을 닮았다. 삐쩍 마른 몸, 유난히 튀어나온 광대뼈, 찢어진 눈. 무엇보다 콧구멍 사이로 삐져나온 콧털'은 삵이라는 캐릭터의 화룡점정'이었다. 그는 콧털을 뽑을지언정 다듬지는 않았다고 고집을 피웠다. 우리는 그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 미친개 > 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 브리샤'라는 변명도 있었다. 그가 몰고 다니는 차 브랜드가 브리샤'였는데 돈이 없었다기보다는 클래식 차 수집광다운 열정 때문에 똥차를 몰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가 가진 촌스러운 취향 가운데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라 할 만하다. )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지리 선생 이야기'다. 그는 주로 몽둥이 대신 주먹을 날렸다. 쉭, 쉭, 쉭. 주먹을 날릴 때마다 주먹에서는 바람 소리'가 났다. 하여튼, 아무튼, 이와 가튼 이유 때문에 지리 시간은 지옥이었다. 따분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 전설적인 주먹왕인 지리 선생이 나의 고3 담임이 되었을 때, 나는 정말 지지리도 복이 없는 복 지리 같은 새끼'라는 장탄식을 내뱉었다.

지리학이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생각없이 읽게 된 피터 손더스의 < 도시와 사회이론 > 은 " 도시 " 란 공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로 작동하는가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왜 옥탑이나 반지하'에서 살았을까 ? 이 동네 골목길은 재미있네 ?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보다 출근 거리가 먼 것일까 ? 이러한 공간과 지리에 대한 궁금증은 앙리 르페브르나 하비가 쓴 책이 답을 주고는 했다. 지루하기는커녕 존나 재미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맑스주의자 앙리 르페브르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다. " 공간은 정치적이다 ! " 그렇다, 공간은 정치적이다.

 

■ http://myperu.blog.me/20148051329 : 선을 넘는다는 의미.

■ http://myperu.blog.me/20182271048 : 숨겨진 차원.

 


 

 

 

 

 

아파트 : 공간은 정치적이다. 

 

아파트를 다른 말로 하면 공동 주택이다. 서구에서는 이 공동 주택'이라는 주거 공간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쯤으로 인식한다. 프랑스 사회학자가 강남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보고 여기가 대한민국 할렘이냐는 질문을 던진 것을 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들이 보기엔 신기한 것이다. 가난한 주거 공간 형태가 대한민국에서는 부의 상징이 되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아파트가 살기 좋다는 말은 뻥'이다. 아파트에서는 개를 키울 자유가 없다. 이 정도 제약은 아무것도 아니다. 층간 소음은 거의 전설적이다. ( 아파트가 사생활을 지켜준다고 ? 웃기고 자빠졌다. )

 

윗층 아저씨는 장이 안 좋은지 설사만 하는 모양이더라. 그는 항상 아침 6시 47분에 화장실을 간다. 화장실 용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는 늘 6시 47분이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아줌마는 새벽 1시 24분에 청소기를 돌린다. 청소기 소음으로 보아서 엘지 동글이 모델이다. 제품 사양이 구형으로써 서민 보급판인 것을 보면 넉넉한 살림은 아닌 듯싶다. 반면 애들은 주의력 결핍'을 앓고 있을 것이다. 윗층이 조용할 때는 방구대장 뿡뿡이'를 할 때가 전부다. 그 녀석은 뿡뿡이 마니아다. 그 시간 외에는 천장에서 온종일 번개가 친다. 우르릉, 쾅, 쾅.

 

이런 말 하기 미안하지만 윗층 부부는 종종 화장실에서 섹스'를 하고는 한다. 왜 화장실에서 섹스를 하는 것일까 ? 주의력 결핍인 그 녀석이 안방을 차지하고 막내 딸은 작은 방을 차지했으리라. 4월 11일 새벽 2시 30분에 그들은 안방 대신 화장실에서 섹스를 했다. 신음소리 때문에 아이들이 깰까 봐 자주 물을 내린다. 신음소리 아와 아아아'는 물 내려가는 소리에 묻힌다. 쉬, 쉭, 쉭, 쉭. 주의력 결핍인 그 녀석에게 들키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 엄마, 아빠 동시에 똥 싸는 중이야. 문 열지 마. 그러는 거 아니야. "

 

이런 공간이 사생활을 지켜주는 곳인가 ? 아파트는 사생활을 지켜주는 곳이 아니라 침해하는 공간이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 사건은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아랫층과 윗층은 진중권과 변희재만큼이나 서로 앙숙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윗층은 소음 가해자도 아니요, 아랫층 또한 까탈스러운 입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시체 놀이를 하지 않는 이상은 뛰어놀아야 한다. 그들은 죄 없다. 모두 피해자들이다. 이 책임은 아파트를 만든 건설사에 있다. 공공의 적은 아파트 건설사'다. 그리고 아파트 신화'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탓이다.

 

군 제대 후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6개월 동안 일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당신이 사는 천장은 온통 나무토막, 빵 봉지, 우유 펙, 스티로폼'이 섞인 칸막이라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시멘트 공구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공사 현장에 널부러진 온갖 것들을 다 채운 후 공구리'를 치기 때문이다. 농담이라고 ?! 맙소사.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은 곱게 자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막노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당신만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 더 충격적인 장면도 본 적 있다. 인부들이 바빠서 현장에서 싼 똥을 치우지도 않고 공구리를 친 경험도 있다. 그러니깐... 음, 윗층과 아랫층 사이엔, 나와 당신 사이엔 누군가의 똥이 있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에서는 아파트'가 세련된 주거 환경'이 되었을까 ?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건설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바로 아파트 건설이다. 땅 위에 집을 짓고, 그 집 위에 다시 집을 짓는다. 여기에는 아파트 생활'을 현대적인 문화 생활 이미지'로 세뇌시킨 국가 정책도 큰 몫을 차지했다. 박정희가 보기엔 이 좁아터진 땅덩어리에서 아파트보다 효율적인 주거 환경'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은 개인보다는 집단 속일 때 안정을 찾는 민족이지 않던가 ? 그들은 < 집단 - 속 > 과 < 집 - 단속 > 을 착각한다. 그들은 아파트가 안전한 주거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할렘을 의미했던 주거 공간이 대한민국에 수입되면서 고급화로 둔갑한 이유에는 국가와 짜고 친 건설업자의 숨은 공로가 있었던 것이다. 공로라기보다는 음모에 가깝지만 말이다. 하여튼... 눈물이 앞을 가린다.

 

대한민국은 이제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다. 아파트는 1층부터 13층까지 모두 동일한 구조'이다. 그러니깐 아파트 입주자 또한 동일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조지오웰의 < 1984 > 가 연상된다. 이처럼 한국인은 획일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촌스러운 주거 환경을 근사한 모던 라이프'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중이다. 국가가 모던 라이프'라고 하면 모던 라이프'인 것이다. 딴지는 김어준에게 해야 한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명심하자. 공간은 정치적이다. 아파트가 사람들기 살기 좋은 주거 형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이라고 믿는 맹신에는 국가 정책과 부동산 재벌 그리고 건설업자의 이해타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이 궁금하다면 르페브르와 하비'를 읽으면 답이 나온다. 흥미즨즨하다.

 

 

 

 

+

: 표현을 압축시킨 신조어다. 내가 방금 만들었다. 제2의 아햏햏'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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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4-2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잘 읽었어요~ 마지막에 르페브르와 하비 책도 링크 걸어주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짧은 아쉬움은 남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10:42   좋아요 0 | URL
아..네에... 맨 위에 링크 걸려 있습니다. 위의 책은 르페르브, 하비, 에드워드 홀, 손더스의 책입니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이죠. 후후.. 공간의 생산은 50% 세일이니 이참에 사두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마노아 2013-04-28 10:56   좋아요 0 | URL
아 이런 바부팅이. 링크 맨 위에 있는 건 홀랑 까먹고 왜 맨 아래 없나 생각했네요.^^;;;
안 그래도 지금 말씀해 주신 책들 구경하고 있었어요. 50% 세일은 군침 도는데 책이 두껍네요. 아...;;;;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10:59   좋아요 0 | URL
제가 흥미진진하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딱딱하죠..ㅎㅎㅎㅎㅎㅎ.
일단 숨겨진 차원 같은 책 먼저 보시면 흥미를 붙일 수 있을 겁니다.
이 책 엄청 재미이쎄 보았거든요.... 그 다음 일종의 개론서 비슷한 < 도시와 사회이론 > 을 읽으신 후
책에 소개된 학자 중 골라서 선택하시면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11:00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4433 숨겨진 차원에 대한 글이 하나 있군요....

새벽 2013-04-2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감 X ∞ ... 입니다.
전 그 어떤 소리보다도 충격적이던 게 컴퓨터 켜고 끌 때 나는 윈도우 음향 소리 있죠..? 윗집서 그거 들릴 때..
아.. 정말 우리집 소리도 별별 소리가 다 전해지겠구나.. 하고선..

음. 아파트 생활이 저를 의식화시켜줬다는 측면에서 보면 장점도 있었달까요. 하하.
오죽하면 책 잘 안 읽는 제가 아파트에 미치다,란 책을 읽어봤답니다.
그 책은 꽤나 미진한 부분이 많았는데 위에 페루애님 추천서들을 차근차근 읽어가야겠어요.
전 필 꽂히면 웬만큼 딱딱한 책도 참고 읽어내는 편이라... ^^;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12:19   좋아요 0 | URL
일단 맛보기로 < 숨겨진 차원 > 을 읽어보세요. 공간'에 중점을 두지 않고 거리'에 중점을 둔 책인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댓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 도시와 시화이론 > 은 일종은 도시 개론서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거기엔 도시 공간에 대한무수한 지적질이 있어요. 맘에 드는 분 골라서 읽으시면 됩니다.

전 < 도시와 사회 이론 > 에서 자주 언급되는 분들 책을 몇 권 읽었어요. 그중에서 하비와 르페르브'가 재미있더군요. 공교롭게도 모두 맑스주의 사회학자들이십니다. 참... < 아파트 공호국 > 은 저도 아직 안 읽었는데 평이 좋더군요. 함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살던 곳에서는 티븨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 크케 틀면 다 들리더군요. 이게 무슨 편한 세상입니까.
전 심지어 윗집 직업도 대충 알겠더군요. 세탁기가 항상 새벽 2시에 돌아가요... 그걸로 봐서는 아마 2교대 직장을 가진 사람이구나 했어요.

달사르 2013-04-2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시 아파트에 온 식구가 살았어요. 두 달 정도.

두 달간 거의 잠을 못 잤어요. 제가 살던 위층엔 다람쥐 같은 걸 키웠는데 이놈이 새벽 2시경이 되면 갑자기 방을 가로지르며 뛰어다니는 거에요. 아이들 쿵쾅거리는 소리 말고, 쥐가 천장에서 찍찍거리거나 우르르 다니는 소리 말고, 다람쥐가 다다다 달리는 소리는 또다른 색다른 고문이더군요.
물론 한밤중엔 다른 소리들도 있죠.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방귀 뀌는 소리, 말소리, 싸우는 소리, 아파트 밖 지나가는 행인들 소리, 술꾼들 소리, 각종 소리소리.

두달 살면서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싶었는데요. 아파트 살아보기 전에는 무슨 로망, 같은 것도 있었는데 살아보고 나니 사람 살 곳이 못된다는 생각이 우선이에요. 부자아파트는 다를수도 있겠지만, 제가 살아온 일반 아파트는 정말 심하던데요.

그나저나 공구리'에 그런 비밀이..ㅠ.ㅠ

곰발님 추천책은 소개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려운 책도 어려운 줄 모르고 읽게 된다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17:50   좋아요 0 | URL
하비 맑스 강의'는 저도 안 읽었는데 이분 맑스전통주의자이니, 아마 재미있을 겁니다. ㅎㅎ.
일상성 조거는 소설보다 재미있어요. 함 읽어보세요...이거 제가 무슨 책장수가 된 듯한....

소리 정말 적나라하더군요. 저도 40년된 주공아파트에서 살아밨는데 아... 정말 미치겠더군요.
소리가 그렇게 적나라하게 들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방귀뀌는 소리도 들리더라고요..
기침 소리는 뭐... 두 말하면 잔소리이고 말이죠..

왜 레옹 보면 마틸다 사는 곳도 일종의 빈민 공동주택이잖아요.
서구 영화 속 빈민가는 대부분 ㅇ파트였어요. 해피투게더도 보면 그렇고 말잊.
아파트는 살기 좋은 곳이 아니에요.

그런데 비싸기는 제일 비싸죠. 결국 건설사들이 가해자인 겁니다. 그들은 층간 소음에 대한 책임이 있어요.
그걸 방치한 부동산 건설 재벌들이 문제죠. 그들이 정치권 국회의원이 되니 이런 소음 규제에 대해 느슨한 겁니다.

봄밤 2013-04-3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문제는, 이렇게 비싸고 주거로 아주 빵점인 것을 알면서도 굳이 들어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집단 속-설명이 탁월합니다. 언제부터 집단 속을, 둘레를 같이 하고 싶어진 것일까요.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다름 아닌 학군과 지역으로 귀속되는 둘레였을까요? 집 짓고 사는 것이 언제부턴가 무모하고 돈 많이 드는 일이 된 것일까요. 사는 곳을 창조하고 싶지 않음. 창조할 만한 시간 없음. 보통의 기준에 맞춰 살기 급급함. 이런 것이 문제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5:12   좋아요 0 | URL
똑같은 땅이라고 해도 주택은 하나를 짓지만, 아파트는 16개를 지을 수 있습니다. 건설업자에게 이보다 횡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노동은 노동자의 몫일 뿐. 결국 아파트는 15개는 땅값 없이 짓는 거나 다름 없어요.
황금알입니다. 아파트 시공은 말이죠. 거기다가 일반 주택보다 비싸요. 굉장한 거죠.
건설업자는 정치권 로비를 뿌리고, 정치권은 단지 근처에 프리미엄을 주죠. 이게 얽힌 겁니다.
아파트 신화가 만들어진 거죠.

안나 2013-07-2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파트에 대한 통찰이 대단하시군뇨. 틀린 게 하나도 없습니다.
마치 30년은 아파트에서 살아보신 분 같습니다. (는 농이구-)
여튼.
진짜 대한민국 아파트는 구매자에게는 투기목적, 개발자에게는 돈벌이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근데... 그래도 아파트 탈출하기 힘든 게...
땅덩이가 너무나 좁아서 말입니다. 대안이 있다면...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는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건데-
머 그건 말이 쉽지... 어휴...
지방엔 땅들이 아주 막 놀고 있지 말입니다...

유현 2014-09-1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뽀로로 뽀통령이 전하는 아파트 층간소음예방캠페인 사뿐사뿐 콩도 있고 가벼운 발걸음 위층 아래층 모두모두 한마음 기분까지 서로서로 좋아하는 너도좋아 나도좋아 나비처럼 가볍게,뛰지말고 모두함께 걸어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리고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나오는 아파트 층간소음예방에 도움주는 두꺼운 슬리퍼하고 층간 소음 줄여준다는 에어 매트도 전부 다 있으며 앞으로 이사를 갈 땐 반드시 층간소음예방에 도움이 되는 두꺼운 슬리퍼라도 구입을 할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3 16:51   좋아요 0 | URL
글쿤요.그리하면 충간 소음 줄일 수 있군요. 요즘은 뭐 담배 연기 때문에 싸우기도 하더라고요..
남일도 아닙니다 저희 집 개도 마당에 오줌 싸면 오줌 냄새 난다고 지랄을 해서 싸우기도 했죠....
다음에는 냄새를 줄일 수 있ㄴ느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

 

 

( 옛날옛적 아주 오랜 옛날... ) 알라딘에서 배송되는 책을 받기 위해서 약속을 연기한 적 있다. 일주일 전부터 잡아놓은 약속인데 말이다. 부재 시 관리실에 보관되기에, 굳이 약속을 미룰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종 약속을 어기고 책'을 기다리고는 했다. 소년다운 고집'이었다. 배달된 책을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것과 집에 왔더니 책상 위에 놓인 택배 상자'를 발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전자가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코카콜라'라면 후자는 냉장고에서 꺼낸 지 오래된 미지근한 코카콜라'였다. 택배를 직접 받아서 그 자리에서 책을 확인하는 행위,  톡... 쏘는 맛이 좋았다.

 

하지만 배송일'은 정확히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겨울에는 특히 심했다. 왜냐하면 당시 내가 살던 곳은 강원도 속초'였기 때문이었다. 폭설이 내리면 한계령'은 차량들이 넘어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나는 배송 도착 예정일'에는 항상 약속을 잡지 않거나 밤 10시 이후로 술 약속을 잡고는 했다. 사정이 그러하니 예정일'이 하루 미루어졌다고 해서 항의'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미배송 이유가 < 고객 부재에 따른 미배송 > 으로 찍힐 때였다. 환장할 노릇이 아닌가 ? 나는 책 때문에 약속을 잡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약속까지 미뤄가며 텅 빈 방에서 온종일 기다렸는데 말이다. < 고객 부재에 따른 미배송 > 이란 메시지가 몇 번 반복되자,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고객 상담실에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고객을 1,3,5,7,9로 봅니까 ?  1,2,3,4,5,6으로 보아주십시요 ! ( 띄엄띄엄 보지 말란 소리다. )

 

항의 때문이었을까 ? 그다음부터는 " 고객 부재에 따른 미배송 " 대신 " 배송 지연으로 인한 미배송 " 이란 메시지가 떴고, 책들은 되도록이면 예정일에 맞춰 도착했다. 아, 착한 알라딘 !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았다. 왜냐하면 내 관할 지역을 담당하시던 택배 기사님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일자리를 잃은 것은 아니겠지만, 이 변화가 꼭 내 탓인 거 같아서 꽤나 괴로웠다. 새로 오신 후임 기사 분에게 전임 기사 분의 근황을 물었으나 방그레 웃을 뿐 답이 없으셨다. 문득 형 친구'가 생각났다.

 

그 형은 공고 졸업해서 별다른 기술을 배우지 못한 채 온갖 배달 일을 했다. 처음에는 잠시 먹고 살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던데 배운 기술 없이 나이를 먹다보니 배달 일이 직업이 되었다. 나는 그 형을 잘 따랐다. 사람을 재지 않을 뿐더라 잰 척하는 구석도 없었고, 윗사람이라고 으시대지도 않았다.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도 우리는 종종 만나서 술을 같이 마셨다. 어느 날, 친형'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내게 말했다.

 

" 그 녀석 지금 병원에 있다. 배달하다가 교통사고 당해서 대가리 박살나 병원에 누워 있더라. 썩을 놈 ! 정신 차려야지. 언제까지 배달이냐. 배달은. 면 뽑는 기술을 배우던가...... "  다음날 나는 병문안을 갔다. 형 친구는 병실에 누워 있었다. 나를 보더니 방긋. 으하하하, 웃다가 이내 어디가 아픈지 으아아아, 했다. 그는 내내 으하하'와 으아아'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쌍엽기처럼.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은 모두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전 재산을 헌납한 후 모 기도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모양이었다. 형 친구는 그래도 방긋 ! 

 

" 내... 내, 내..가 벌써 사고만 4번 째'다. 배에에에.. 으아아아. 아프다. 배달이란 게 그런 거야. 제일 바쁠 때가 언제인 줄 아니 ? 내가 일하기 싫어할 때야. 비가 억, 억수로 내리는 여름날이거나 눈이 환장하게 내리는 겨울날. 그럴 때가 제일 바, 바쁘고, 힘들고, 위험해. 그래서 난 꽃 피는 봄이 좋았어. 제일 한가하거든. 다들 놀러 가잖냐.  가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오토바이를 몰다 보면 이러다가 교통사고 당해서 죽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늦게 도착하면 주문을 취소하거나 면발이 불었다고 욕을 하거든.... 무섭지만 그냥 전속력으로 달, 달린다. 장대비 내릴 때 달려봐. 하나도 안 보여. 그냥 눈 감고 달리는 것과 같어.....  "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나는 수술 때문에 밀어버린 그 형의 머리'를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사회'는 < 속도 > 가 전부인 세상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고, 해외거주자는 대한민국의 당일 배송 시스템이 얼마나 놀라운 현상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쇼핑몰 감상 후기에는 늘 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라는 기이한 리뷰가 올라오고는 한다. 어디 그뿐인가 ! 슬로우 푸드인 한식은 사실 페스트푸드인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더 빠르게 나온다. 이 정도면 한식은 슬로우 푸드가 아니라 패스트 푸드보다 빠른 퀵 푸드'라 할 만하다.

 

 

 

 

 

 

 

 

 

 

 

 

 

 

 

 

 

▶ 오늘 구매한 책'이다. 모두 중고로 샀다. 차일드 44'는 워낙 명성이 자자한 터라 보자마자 골랐다. < 돈키호테 > 는 축약본으로 읽은 기억은 있으나 완역'은 읽지 못했다. 피로도 때문일까 ? 김훈의 문장이 서서히 지겨워진다. 그래서 < 공무도하 > 는 읽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읽어야 할 소설'이다. 끝으로 < 호모 코레아니쿠스 > 는 그냥 구매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사실 오늘 당일 배송으로 책을 받았다. 오후 2시에 주문장을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일 배송이라는 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개인 퀵 서비스'도 아닌데 어떻게 당일 배송이 가능한 것일까 ? 배송 현황을 살펴보니 담당 택배기사의 동선이 표시되어 있었다. 내가 받아야 할 지점에는 210'이란 숫자가 찍혔다. 무엇인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내게 책이 도착하기 전까지 들려야 하는 곳이 무려 209곳이라는 뜻이었다. 갑자기 울컥 했다. 형 친구가 병상에 누워서 했던 넋두리가 생각났다.

 

책은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그는 다시 211번째 고객을 향해 달릴 것이다. 사탕을 준비했었는데 늦은 밤에 개가 하도 크게 짖어 정신이 없어서 못 전했다. 이 자리를 빌려 한 마디 하자. " 택배 기사님 ! 앞으로 피곤하시거든 저에게 도착할 책은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그냥 부재에 따른 미배송으로 신고해 주십시요. 다음날 받겠습니다. 농담 아닙니다. 하하하. " 오늘.. 자꾸 형 친구'가 생각난다. 소식이 끊긴 지 오래되었다. 앞으로 나는 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라는 병신같은 리뷰는 작성하지 않을 작정이다. 언젠가 대한민국도 배송이 느려터져서 씐난다요, 라는 리뷰가 올라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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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티브이'를 항상 티븨'라고 적었다. 브이'를 븨'라고 하면 뭔가 귀족적인 느낌이 든다. 백작이 된 기분이랄까 ? 그래서 태권 브이'는 항상 태권 븨' 라고... 으하하, 좋다. 그런데 고집이 지나쳐서 이젠 < 비 /rain >마저도 븨'라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한편 웅이네 가족은......     " 창밖을 봐. 븨'가 내린다. " 으하하, 좋다. 하여튼 < 븨 > 는 곰곰생각하는발이 개발한 문장이니 굳이 쓰시려거든 허락을 받고 쓰십시요.

 

지금 창밖에는 븨'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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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2013-04-26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국을 떠나고 나서야
한국이 왜 배달의 민족인지 깨닫게 되었어요. ㅋㅋ (그 '배달'이 그 '배달'인진 모르지만..ㅋ)
여긴 배송도 느리고, 인터넷도 느리고, 배달음식은 피자, 중국음식 빼곤 없고.. (그래서 왠만한건 다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먹어야 해요 ㅠㅠ)
하지만 다 적응하기 나름이더군요. 그거 몇시간 빠르게 받아서 뭐 한다고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도록 촉박하게 강요하는지.. 택배 기사님들이 목숨을 걸 정도로 고액을 받는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한국은 도로 사정도 안 좋고 오르락 내리락이 많은 지형이라 배달하기 더 어려울거예요.
예전에 무슨 피자를 30분 이내에 배송 못하면 돈을 안 받겠다는 광고를 보고 욕이 나왔어요. 결국 어떤 배달원이 아마 배달중에 오토바이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1:3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젊은 친구 한 명이 겨울에 오토바이 몰다가, 30분 보상제 때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적이 있었죠.

사실 한국인'은 원래 빨리 빨리 민족이전혀 아니었어요.

일본 놈들이 한국 침략하고 나서 했던 가장 대표적인 말이 " 느려터졌다 " 는 말이었거든요.

한국인은 절대 빠르지 않았어요. 농경사회이다보니 빠를 필요가 없었죠. 때 되면 나가고, 비오면 쉬고....

일본이 착취를 하기 위해서는 빨리 빨리를 가르쳐야 했어요. 그래서 게으름은 죄'인 것처럼 교육을 시켰고

그게 지금에 이른 겁니다. 이 빠름 중독은 일본의 잔재'예요...




Nina 2013-04-26 01: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화투'도 그렇고 많은 나쁜 관습들이 일본의 잔재다 란 얘기를 저도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참, 일본 무섭네요. 일본 지배하에 있던게 언제적 얘기인데 아직도 우리가 그 잔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악습을 계속 유지해오다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치려다 보니 빨리빨리~ 가 입에 붙었나봐요. 지배하는 입장에서 아랫것이 생각을 한다는건 참 두려운 일일테니까요.
천천히 여유있게 하는건 결코 나쁜게 아니예요. 이노무 냄비근성을 없애줄지도. 게으름과는 다른데 말이죠.
제가 여기 와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넌 너무 빠르다. 말도 행동도. 좀더 여유있게 해라. 즐겨라.'였어요. 남들은 큰 수레바퀴 굴러가듯이 천천히, 하지만 스케일도 크게 여유로히 굴러가고 있는데 저 혼자 다람쥐 챗바퀴 돌리듯 작은 바퀴를 숨차게 굴려가면서 살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결과는? 다른 사람들이 저보다 더 많은걸 담을 그릇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더 앞서나갔다는거죠. 바퀴 자체가 크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1:57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손이 무지막지하게 빠른 놈입니다.

군대 있을 때 k2소총 분해결합 시간 사단 신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해에서 결합까지 1분이 안 걸렸거든요. 이걸 엄청나게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친 생각 같아요. 그거 빨라서 뭐합니까 ? 아니 총 분해 결합 하는 시간 빠르다고 뭐에 씁니까..ㅎㅎㅎㅎㅎ. 노동시간에 쥐20에서는 가장 많을 겁니다.

일하는 시간도 천문학적인데, 또 빨리빨리 일을 해야 해요...
과연 누가 제일 좋을까요 ? 저 기업주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 생활의 달인 > 에 나오는 속도의 달인'을 경이롭게 보면 안 됩니다.
비판저 시선으로 보아야 해요...

빠른 기술이 좋은 기술이 아니며, 그것이 노동의 미덕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끝으로 말죽거리잔혹사에나온 권상우의 그 유명한 말을...


대한민국 다 족구하라그래, 씨이..

Nina 2013-04-26 02: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권상우가 그런 명언을 남겼단 말이죠? 그 영화 봤었는데도 기억이.. ㅋㅋㅋ
페루애님이 손이 빠르시다니 의외예요. '곰곰 생각하는 발'이라 해서 이미지가 침착하고 글씨도 막 공책에 연필로 꾹꾹 눌러가면서 곰곰 생각하면서 천천히 쓰실거 같은데, 막상 글도 정말 빠른시간에 휘날리듯 쓰시고 말예요 ㅎㅎ

생활의 달인은 많아져도, 장인은 나올수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어 안타까워요 ..
달인이 보여주는 빠른 기술은 기계가 대신할수 있으니, 많은 부분이 다 기계화 되어가는거 아니겠어요. 그만큼 사람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근데 전 알라딘 회원이 아니라 댓글이 달려도 표시가 안되니 불편하군요. 이건 뭐 회원가입해야 되는건지요. 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2:23   좋아요 0 | URL
니나 님 아니세요... 아 비로긘으로 댓글 다시니 알림창이 안 뜨는군요. 허허...
새로 하나 가입하셥셔. ㅎㅎㅎㅎ.
농담이고요.. 왜 권상우가 싸울 때 이런 말 하잖아요.

대한민국 교육 다 좆까라 그래. 시발...

이걸 김애란은

대한민국 교육 다 족구하라 그래. 시발...

로 적었더라고요. 아마, 김애란도 우스개 어디서 주워들었을 겁니다. ㅎㅎㅎ


아.. 블로그 댓글창 닫아드었군... ㅎㅎ 열어두겠습니ㅏ.


metro318 2013-04-26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택배아저씨께 박카스라도 한병 드려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1:41   좋아요 0 | URL
ㅎㅎ. 좋은 생각이죠. 제가 주문한 시간이 오후 2시였는데 만나야 할 고객이 210대가 너었습니다. 거리를 보니 동네 갯수만 70개는 되더군요... 힘든 일이에요. 늦게 배달되었다고 짜증을 내거나 신고하거나 그런 건 진짜 찌질한 짓인 것 같습니다... 반갑스비다요.

잇힝.. 메트로 님 누군가해더니 *** 님이었구나..ㅎㅎㅎㅎㅎㅎ 깜빡했네요..

Forgettable. 2013-04-26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거의 매번 보고 있었는데 댓글은 처음인것 같은데.. 아니가; 여튼 술치매라 잘 모르겠습니당ㅋ 빠른 배송에 집착한 날도 없었던 건 아니건만, 아득하네요. 보내준다 해놓고는 날짜를 바꿔버리는 알라딘에 실망해서 갈아타놓고서는 이젠 배송날짜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아이러니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2:18   좋아요 0 | URL
술 치매'란 것도 있군요 ? ㅎㅎㅎ.
저도 처음엔 배송일 집착했는데 이젠 아예 거들떠도 안 봅니다.
저번에는 다른 곳에서 받을 택배가 열흘이 지났는데도 그냥 생깠습니다.
당뇨 환자라면 인슐린 주가 택배가 당장 필요하겠지만
뭐 책이나 옷... 바로 필요하진 않잖아요. ㅎㅎㅎ
아예 신경 안 쓰니깐 훨 좋도라고요..ㅎㅎㅎ.
반갑습니다. 포님 !!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 보니 내가 마치 굉장히 착한 놈 코스프레를 했네...ㅎㅎㅎㅎㅎㅎㅎㅎ. 시부랄.. 이러면 안 되는데..ㅎㅎ.

Nina 2013-04-26 03: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븨가와서 감상적이 되셔서 그런가봐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13:44   좋아요 0 | URL
오늘도 븨'가 오면 좋겠어요. 봄븨

나를 울려주는 봄븨. 언제까지 내리려나 봄븨.

밤비도 밤비' 구여운 밤븨...


뭔가 낭만적임...

마립간 2013-04-26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의 (초기에 잊어버릴 때를 제외하면) 항상 익일 배송을 클릭합니다. 음... 다른 알라디너도 그래 주었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12:55   좋아요 0 | URL
음.. 그런게 있나요 익일'을 사전으로 찾아보았쓰니다..ㅎㅎㅎㅎ-_-
익일은 어느 날 뒤에 오는 날이군요. 그런 게 있었나요 ?
사실 제가 오래전에 알라딘하다가 한 달 전에 다시 알라딘에 터를 잡아서..
시스템이 좀 바뀌었더락요.... 그니깐 당일 배송하고 익일 배송이 있다는 말씀이시네요...'흠흠 다음에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아이리시스 2013-04-2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도권에도 당일 배송은 잘 안되고 있었나보네요. 저는 지방이라 언제나, 익일도 아니고 다다음날.. 거의 받게 되어서 급한 주문은 알라딘에 하면(그런 게 있을리가 없지만) 안온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러다보니 한 번 더 망설이고.. 빨리 안받아도 되는데 빨리 온다고 하니까 기다리게 되는 그 믿음이 배반당하면 싫은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16:59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ㅎㅎㅎ. 배송일 잘 지킵니다. 제가 한때 속초에 있었습니다. 눈이 오면 모든 차량은 미시령이나 한계령 넘기 힘들잖아요.
서울은 그래도 제때이지만 사실 속초 같은 지방은 교통사정상 어쩔 수 없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지금은 서울에 삽니다만... ㅎㅎ. 서울은 당일배송이더라고요. 놀랍기도 하고,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봄밤 2013-04-3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젠가 태풍이 왔을 때 오늘 배송예정 입니다. 라는 문자를 받고 날씨가 험하니 다음에 오시라고 답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전화가 왔어요. 그래도 그날 오셨어야 했나봐요. 그래도 그것이 위로였을까? 물으면 다시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배송이 빠르다는 건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딘가, 무엇이 잘못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2:53   좋아요 0 | URL
아주 크게 잘못된 거죠. 택배가 밤 10시 넘어 오다니요. 그분 얼마나 피곤하시겠습니까.
솔직히 책 바로 오면 바로 읽나요 ? 겉표지만 보다가..
전 읽을 책을 아직 백 권은 넘은 것 같아요. 욕심인 것 같습니다.
이젠 배송 늦는다고 항의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부끄럽더군요...
 
조용필 - 19집 Hello
조용필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영원하라, 가왕이여 !

 

 

내 후배의 꿈은 뮤지션이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었다. 미련이 남았던지 가난한 무대 생활을 하다가, 먹고 살 길이 막막하면 다시 직장에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어느 날  그 녀석이 사는 방에 가보니 온갖 악기들로 가득했다. 뭐냐고 물었더니 밀린 1,2년치 월급 대신 받아온 악기들이라고 했다. 그 말투에는 뭔가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그날 그 녀석은 자신이 만든 곡들을 연주했다. 그 음악을 듣고 있자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따위의 오열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4월의 무처럼 아렸다. 그 친구는 꿈을 접고 의료기기 세일즈맨이 되었다.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의료 기기'를 팔았다. " 이 기계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뼈를 자를 때 살점이 안 튀깁니다요, 헤헤헤헤... "

 

 

그 친구에게서 오늘 연락이 왔다. " 형 ! 조용필 들었어 ? 아, 시발... 좋더라. 내가 그래도 한때 엔지니어였잖아. 내가 마스터링한 가수 중 유명한 사람 많다. 아, 시발... 형 같은 까막귀들은 잘 못 들어. 마스터링 끝내주더라. 듣는데 눈물이 다 나더라. 시발... " 그 녀석은 하루 종일 시발, 시발, 시발을 외쳤다. 마음이 짠 했다. 술 한 잔 하자는 걸, 나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 형... 피, 똥, 싸, 잖, 니 ! 의사 선상님이 음주는 치질에 안 좋다고 당분간 자제하라고 하더라. " 그러자 후배가 소리쳤다. " 아우, 시발... 형 ! 그놈의 피똥, 피똥... 지금 피똥이 문제야? 개떡같이 왜 그래 ?   대한민국 다 족구하라 그래. 시발...  형,  조용필이잖아. 조용필 !!! " 후배는 강원도에서 서울로 내려오는 어디 즈음에서 차를 세워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곰곰 생각해보았다. 그래... 내가 피똥 싸는 게 무슨 대수냐. 조용필이잖아. 그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서 술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우선 서로 실황 중계를 보자는 선에서 대충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나서 이 글을 쓴다. 울컥 했다. 정말 울컥 했다. 까막귀인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마는... 뭔가, 괄약근을 타고 전립선을 건드린 슬픔이 솟구쳐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는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슬퍼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페루애 씨 ? 피똥 싸는 군요. 하하. 슬퍼하지 말아요. 이 늙은 가수가 보기엔 세상은 아직 살 만합니다. 피똥이 무슨 대수요. 친구 만나 소주 한 잔 해요. "

 

 

설레발이 아니다. 노래가 좋아서 감동한 것도 아니다. 조용필 쇼케이스는 오직 조용필이란 존재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는 무대였다. 이 슬픔은 어떤 근심 때문이다. 이제는 사라져버릴 존재들에 대한, 그런 막연한 근심과 막막한 두려움들. 조용필이 세상을 떠나면 슬플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볼 때마다 같은 생각 때문에 슬픔이 몰려오는 것처럼.  오래오래 사시라. 내 비록 피똥 싸나, 오늘은 당신을 위해 잔을 높이 들리라. 영원하라, 가왕이여 !!!!

 

 

 

+

 

후배'는 지금 강원도 모 병원에서 의료기기 하나를 계약하고 내려오는 길이란다. 울고 싶다고, 울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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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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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에......

 

 

버릇이 하나 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하다 보니 그리 되었다. ( 습관을 ) 탓할 일은 아니다. 시집을 읽을 때는 랜덤' 순으로 읽고, 소설집을 읽을 때는 반드시 단편 하나는 빼놓고 읽는다. 이제는 아예 읽지 않을 < 단편 하나 > 를 미리 고른 후 독서를 시작한다. 기준은 없다. 김애란이 쓴 소설집 < 비행운 > 에서 내가 읽지 않기로 결심한 작품은 표제작인 " 비행운 " 이라는 단편이다. 그렇다면 이 글은 < 비행운 > 을 제외한 서평일까 ? 아니다,  지금 이 글은 내가 읽지 않은 < 비행운 > 에 대한 서평이다. 가능하냐고 ? 가능하다 !

 

김애란'을 관통하는 것은 집/home' 이 아니라 방/room' 이다. 이 거처는 대부분 평균값보다 낮거나 높다. 반지하이거나 옥탑이며, 고시원이거나 원룸'이다. 여기서 room은 a room 이 아니라 one room'이다. 1인용 방'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김애란이 이십대 (초)중반에 쓴 소설집 < 침이 고인다 > 와 < 달려라, 아비 > 는 대부분 1인용 방'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주거 공간은 곁'을 허용할 수 없는 공간 구조'이다. 그러니깐, 그러니깐, 그러니깐 말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생래적 고독이기보다는 (사회) 환경적 구조 탓이다. 옥탑 혹은 반지하에서 시작된 아비와 어미의 자식들은 고스란히 그 공간을 이어받는다. 한번 乙 은 영원하다 !

 

이 주거 공간은 < 비행운 > 에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얼핏 보기엔 집'이지만 가족 간 소통이 단절되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집 한 채는  단칸방이 확장된 버전'에 지나지 않는다. 두 칸짜리 방이 있는 아파트는 벼랑 끝에 있거나 홍수에 잠기고,  하나 밖에 없는 외아들은 달랑 " 사식을 넣어달라 " 는 편지만을 집으로 보낸다. 남편은 외박하고, 아빠는 실족사했으며 외아들은 교도소에 있다.  이처럼 방은 one room에서 two room'으로 늘었지만 결국은 혼자'다. 단칸이다. 오히려 텅 빈 방'은 고립감'을 강조할 뿐이다.

 

이러한 < 1인용 방 > 이미지는 여행용 가방'으로 변형이 되기도 한다. 방 = 가방'이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뜻하는  캐리어 / carrier 는 까막귀인 내게는 커리어/career 처럼 들린다. 그것은 가방이 아니라  < 이동용 조립식 1인용 방 > 이자 < 계급 상승에 대한 욕망 상품 > 이다.  백화점 직원들은 여자는 손톱과 가방으로 남자는 안경테와 시계로 소비 수준과 구매력을 판단한다고 말한다. 

 

" 여자 나이 스물일곱이면 알바 자리도 쉽게 나지 않는 "  취업준비생인 서윤과 이제 갓 취업에 성공한 직장 초년생인 나'가 욕망하는 것은  화려한 " 커리어(우먼) " 이다.  그런데 이상과 현실은 엇박자'가 난다.  캐리어는 크기가 크면 클수록 불편한 가방이다.  여행할 때 커다란 가방은 짐이다. 호텔 니약 따'에서 서윤이 은지가 가지고 다니는 커다란 캐리어'를 보며 불편해하는 이유는 은지와 맺는 계급 갈등/커리어 때문이다. 그것은 종종 불화한다.

 

전작에 등장했던 옥탑이거나, 반지하이거나, 고시원, 자취방'에 거주하던 주인공들은 < 비행운 > 에서는 확장된 주거 공간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큰 고립과 상실로 다가온다. 그들이 원한 것은 독립이 아니라 한 줌의 체온이었다. 사실 단편집 < 비행운 > 에서 " 비행운 " 이란 단편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말했던 것들은 이 소설집에 수록된 < 너의 여름은 어떠니 > , < 벌레들 > , < 물속 골리앗 > , < 하루의 축> , < 큐티클 > , < 호텔 니약 따 > , < 서른 > 에 대한 단상이었다. 내가 도사도 아니고 무슨 수로 읽지 않은 소설에 대한 서평을 쓸 수 있는가 말이다. 하, 하, 하.  나는 삐에르 바야르'가 아니다.

 

이 소설의 백미는 < 서른 > 이라는 단편이다. 편지 형식을 빌린 독백은 르포처럼 사회 고발적 측면이 강하여 자칫 잘못하면 선동적 성격이 두드러질 수 있었으나, 김애란은 솜씨 좋게 문학적으로 다듬는다. 촌스럽게 말하자면 기똥차다 !  그녀는 독한 마음으로 이 힘겨운 편지를 써내려갔을 것이다. 어쩌면 이 편지는 성공한 작가가 벼랑 끝에 몰린 동시대 친구들에게 보내는 부채 의식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연민이기보다는 살아남은 자가 느끼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분노이리라.  끝으로 < 서른 > 에 나오는 내용으로 이 글을 끝낼까 한다.

 

" 그때 저를 위로해준 건, 제가 직접 손을 뻗어 만질 수 있는 누군가의 체온이었어요. 욕망이나 쾌락은 그다음 문제였지요. 어쩌면 사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온기는 그리 많은 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이만하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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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애리는 나쁜 계집애. 캔디는 좋은 계집애다. 하니는 나애리 때문에 종종 울지만, 캔디는 이라이자 때문에 울지는 않는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 오히려 캔디는 우리에게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우냐 ?참치냐 ?라고 당돌하게 반문한다. 어라?! 이쯤되면 우리는 씩씩한 명랑에 홀린다. 김애란 소설이 좋은 점은 아버지의 부재를 자신의 트라우마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애란 소설 속 주인공들은 아버지가 있으나 없으나 똑같다. 캔디가 등장하는 김애란식 가족 서사에서 아버지는 주인공이 아니라 < 지나가는 행인 3> 에 불과하다. 김애란 소설이 빛나는 점은 바로 그것이다. 그녀가 선보인 문장은 신경숙처럼 지지리 궁상도 아니고, 은희경처럼 맹랑하지도 않다. 김애란은 명랑하다. 나는 그 점이 좋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 두근두근 내 인생 > 은 실패작이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했던가 ? 모든 평단이 이 소설에 대해 찬사를 쏟아낼 때, 나는 그들이 존나 재수없었다. 한국 문단의 병폐를 명징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 아, 이 지긋지긋한 정실 비평과 주례사 비평 !!!  하지만 김애란은 힘이 있는 소설가'다. 그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은 없다. < 비행운 > 을 읽었을 때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근두근내인생) 한계와 실패를 무엇보다도 정확히 인식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비행운'은 그동안 그녀가 선보인 단편 분량보다 호흡이 길고 분량도 많다. 그것은 마라토너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처럼 보였다. 하여튼, 아무튼...... 김애란 씨, 영광 있으라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6847 : 두근두근 내 인생, 지나치게 뷰티풀 마인드'하다.

 


 

 

 

 

김애란 씨'에 대한 사소한 복수.

 

- 애타게 으하하 씨를 찾아서

 

몇몇과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각하에 대한 사소한 농담으로 시작했다. 우리는 각하보다는 허각'이 인기가 더 많았다는 데 동의했다. " 허걱 ! " 낄낄, 으하하하. 각하'가 망명하면 ? " 튀각 !!! "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잔이 몇 순 돌자 누군가가 < 며칠' > 이라는 맞춤법으로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몇 년'은 되는데 몇 일'은 왜 안되는 것이냐 ? 코에 걸면 코걸이고 입이 걸면 막걸리냐 ? 그러다가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렀다. A는 < 와와 / 우우 > 라는 의성어는 김애란의 것이고, < 으하하 > 는 이제 박민규의 것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말에 웃으면서 코 팠다. 잇힝 ! " 이봐, 와와 / 우우'는 박민규가 즐겨 쓰는 단어야 ! 그리고 김애란은 으하하, 를 즐겨 사용했지! 한 페이지 건너 으하하, 가 나온다고 !  " 으하하하 ! 우린 으하하와 와와'를 가지고 술값 내기'를 했다. 공교롭게도 술값을 낸 사람은 나였다. 왜냐하면 나머지 놈들이 모두 김애란 소설 속에 으하하, 란 단어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금시초문이란다 ! 내가 술값을 계산하자, 계산대 뒤에서 친구들이 으하하하, 웃었다. 나도 웃었다. " 시부랄, 니미 뽕이닷 ! "

 

집에 돌아와 곰곰 생각했다. 억울한 것이다. 내, 이것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리라 !  김애란 씨 책을 뒤져서 으하하'를 찾아내 몇 페이지, 몇 번째 줄까지 기록한 후 쪽지를 보내리라. 으하하하하 !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꼴이었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 달려라 아비 > 를 꺼내서 으하하 씨'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만 찾는 것은 뒷전이 되고  재미가 붙어서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으하하, 으하하하. 입에서는 쉴새없이 으하하, 란 의성어가 쏟아졌지만 정작 으하하 씨'는 못 찾았다. 어쩌면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깜빡 잊어버린 것인지도......

 

으하하 씨'는 < 침이 고인다 > 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으하하 씨'를 만난 것은 < 두근두근 내 인생 > 에서였다. 무려 10시간 만에 만난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으하하 씨'가 의성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얼싸안고 울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밥......... 은 먹고 다녔냐 ? 으아아아 !  내친김에 < 비행운 > 도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혀 짧은 의성어'는 버린 듯했다. 맹랑을 가장한 명랑도 보이지 않았다. " 물속골리앗 " 은 독하게 아렸다. 풀빵 같던 문장은 어느새 마늘처럼 독해졌다. 그녀는 이제 곪아터지는 것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이젠 더 이상 " 으하하 " 나 " 으아아 " 따위는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조금 슬펐다. 다음날 나는 늦잠을 잤고, 지각을 했다. 욕을 바기지로 먹었다. 이게 다...... 김애란, 당신 탓이다 ! ( 나는 김애란 씨에게 복수를 하기로 다짐했다. )

 

삼천포로 빠졌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김애란 씨가 이 글을 본다면 처음엔 웃으면서 코 팔 것이다. " 호호... 내가 으하하, 란 의성어'를 사용한 적이 별로 없었나 ? 곰곰생각하는발, 웃기는 사람이네. 으하하하. " 그러다가 이내 " 아니지..... < 도도한 생활 > 에서 으하하, 를 사용했던 것 같아. 아닌가 ?! 으하하하. 내가 왜 이런 사소한 궁금증'에 혹하지 ? " 하지만 사소했던 것 " 쯔으으으으음 " 으로 생각했던 궁금증은  공기 풍선처럼 부풀어질 것이다. 그리고는 새벽에 책을 꺼내서 으하하 씨를 열심히 찾을 것이다. 닭이 울고 해가 떠오를 때까지.....

 

나는 지고는 못 산다. 잇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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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4-2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을 읽고나서는 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지요. 김애란은 단편으로만 끝나는건가..아쉬운데..이럼서요.
비행운..읽으면서믄 김애란 팟팅! 계속 응원할게요~~로 말할 수 있어서 저는 '어머어머'를 남발하며 읽었답니다.

으하하하, 는 김애란 에게서 못 본 것 같은데,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2 18:53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전 제 주변의 김애란 팬'들이 거의 다 김애란 장편에 실망을 했어요.
그런데 어찌 된 것이.... 정작 평단의 반응은 뭐 열광적이란 말입니다.
두근두근은 헛점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그걸 왜 평단은 모르느냔 말이죠.
하지만 비행운에서 보여준 실력은 명불허전이덕ㄴ요.. 역시나 했습니다.
전 두그두근에 보여준 평단의주례사 비평이 정말 싫더군요....
출판사 눈치를 보는 게 역력해서 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