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 먹을 각오로 쓴다 > 시리즈 제 4 탄.

 

 

- 덤을 요구하는 사회

 

 

시장통'은 집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무려 10분 정도'가 절약되니 시장을 볼 일이 없더라도 시장 길'을 통해 집으로 가는 일이 잦았다. 시장통, 볼거리 많은 거리가 바로 시장통이 아닐까 ? 쭈꾸미가 인사를 한다. 낙지, 개불, 볼락도 방긋. 죽은 척하는 생태는 커서 멋진 배우가 될 터이다. 동태는 아마... 얼어죽었다지 ? 생선 구경을 하다가 시장할 땐 시장에서 2000원짜리 잔치국수'를 사 먹거나 좌대에 앉아서 빈대떡에 먹걸리를 마시고는 했다.

 

어느 날이었다. 별 생각 없이 시장 골목을 지나가다가 어디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누군가 했더니 어머니가 한쪽 구석에 앉아서 두부'를 파는 것이 아닌가 ? 아이구야, 하루아침에 집이 망했나 보다. 집이 홀라당 불탄 것일까 ? 깜짝 놀라서 어찌 된 영문이냐고 물었더니, 두부를 팔던 노인이 쓰러져서 대신 급하게 두부를 팔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 노인이 퇴원할 때까지 두부를 팔았다.  두부를 팔고 남은 돈은 할머니 병원비로 쓰였다,

 

■  어머니가 다니시던 교회는 시장 안에 있어서 상인들과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라고 해야 미담이 되겠으나, 으째 쓰까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말 그대로 할머니가 병원에 누워 있던 일주일 동안 두부 장사를 하신 것이다. 하루에 2만 원도 벌고, 3만 원도 벌었다. 우리는 그 덕에 일주일 내내 두부 반찬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 일을 계기로 해서 알게 된 사실은 식재료 일체를 공급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시장 한쪽 구석에 앉아서 콩나물, 두부, 된장, 고추장을 소규모로 파는 사람들은 수익을 식재료 일체를 제공하는 공급책과 5대5로 나누는 것이다.

 

두부'를 콩나물'로 바꿔보자. 티븨 드라마에서 알뜰 주부'를 묘사할 때 늘 나오는 장면이 시장에서 콩나물 파는 할머니와 값 흥정을 하는 장면이다. 덤으로 더 달라, 안 된다 ! 한쪽은 밑지는 장사라고 하고, 한쪽은 밑져야 본전이라고 한다. 실랑이하던 주부는 콩나물 한줌을 검은 봉투에 넣고는 후다닥 값을 치른다. 어찌 되었든 해피엔딩 !  흐뭇 !!! 이런 장면은 이제 < 한국 드라마 클리세 > 가 되었다. 한국인은 이 모습을 보고 흐뭇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매우 불쾌하다. < 덤 > 을 < 정 > 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두부를 파는 사람이나 콩나물을 파는 사람이나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공급책에게서 제공 받아 파는 일이니 배당 받은 콩나물 한 통 다 팔아야 2,3만 원 수익이 고작일 것이다.

 

■  믿을 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콩나물'은 대부분 밑지고 판단다. 정량을 담을 수 없으니 손님이 요구하는 대로 한줌, 한줌 더 주다 보면 남는 게 없단다. 그러니깐 미덕'이라며 미화시킨 < 덤 > 은 결국 미덕이 아니라 < 덤터기 > 가 되고 만다. 밑지는 장사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장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밑지고 파는 장사 많다. 문을 닫는 그 수많은 동네 가게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 읭 ?!

 

그런데 손님들이 모두 알뜰 주부 흉내를 내며 덤으로 콩나물을 한줌 정도 강제로 가져간다면 ?  콩나물을 파는 할머니의 수익은 반토막이 날 것이다. 먹다 남은,  한줌의 콩나물은 먹다 먹다 남아서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버려질 것이다. 버리는 한이 있어서 덤을 얻겠다는 이 순수한 절약 정신. 하루 장사 해서 몇 만 원 버는 이에게 덤'을 요구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얌체 짓'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덤을 요구하거나 값을 흥정하는 것은 열악한 시장 노동자가 가져가야 할 이윤을 빼앗는 행위'이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덤을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시장보다 비싼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는 덤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장은 그냥 만만한 것이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백화점에 가서 물건 살 때  < 덤 > 을 요구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왜냐하면 같은 콩나물이라고 해도 백화점에서 파는 콩나물이 시장에서 파는 콩나물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논리 모순이다. 한줌의 콩나물을 얻기 위해 한줌의 양심을 팔지는 말자. 부끄러운 줄 알아라. 상인이 덤을 주는 것이야 그렇다고 쳐도, 덤을 요구하지는 맙시다. 끗.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tro318 2013-05-04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을 백번쯤 누르고 싶은 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4 10:49   좋아요 0 | URL
신기한게 사과 천원에 세 개.. 이런 거 다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 더 줘요... 이런 거.. 전 딱 질색이더라고요.
덤 요구하는 풍토... 웃긴 풍경이에요. 백화점 가서 할 용기는 없고 만만한게 시장인가 봅니다.

새벽 2013-05-0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고 보면 정말 야만이 도처에 널려 있어요.
시장에서 사람 사는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으며 생활의 활력을 얻는다는 류의 클리셰도 들을 때마다 배알이 꼴리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4 11:30   좋아요 0 | URL
에세이'에서 존나 그 얘기 엄청 하더군요.
사람 사는 정이 오가는 이야기. 아이구야... 대단하다. 그런 생각 듭니다.
제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추석 특집극이었는데
말썽부리는 손자와 부잣집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가 손자가 만날 오토바이나 타고 말썽을 부리자 새벽 시장에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는 한마디 하죠. " 봐라, 이 시간에도 저 사람들은 땀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

손자는 다음말 개과천선해서 훌륭한 사람이 됩니다.

도대체 왜 이런 클리세가 작동하는 걸까요 ?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새벽 2013-05-04 13:1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증말... 드라마 보시면서 짜증 제대로 나셨을 듯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4 14:26   좋아요 0 | URL
정말 욕 나올 뻔했습니다.

마립간 2013-05-0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지는 이해가 가는데요. 이미 알려진 역설을 말씀드리면, 은행의 역설이 있습니다. 부자에게 돈을 빌려 줄 때 이자율이 낮고, 가난한 사람에게 이자율은 높은 것 말입니다. 이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사회체계가 있을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4 12:08   좋아요 0 | URL
부자라는 의미는 대기업을 말하는 거겠죠 ? 아마 리스크 때문에 가난한 사람일수록 이자율이 높은 것 같은데 사실 돈 떼먹는 가난한 사람 수'로 생각하지 말고 액수로 보면 대기업 투자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가난한 사람이야 기껏 몇 천 빌리는 거지만 대기업은 몇 천 억을 빌리니깐 말이죠.... 아닌가 ? ㅎㅎㅎㅎ. 잘 모르겠습니다.

새벽 2013-05-04 13:1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IMF 사태를 기폭점으로 국내 은행들의 점유율이 뒤집힌 것이,
막대한 규모로 대기업에 대출한 자금 때문이던 걸로 기억합니다.

국내 최고라던 상업(우리)은행, 조흥은행 모두 이때 부채로 결국 무너지고
당시 그들에 비해 영세했던 신한, 하나은행은 대기업과 덜 묶인 덕에 우량은행으로 올라섰지요.

인도에서 시작된 착한 은행 제도..
가난하지만 회생 의지가 있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저리로 돈을 꿔주는 은행이 회수율이 좋았고 지금은 여러 나라에 퍼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회수 리스크에 따른 이자율 산정은 '자본'의 측면에 치우친 일방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생각할 때 현행의 은행 제도는 오히려 자본주의의 문제를 심화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자본이 계속해서 노동을 활용하려면..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도
자본주의 시스템 스스로 대안적인 은행 제도를 겸비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자본가 입장에선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현실적인 산출법이라는 걸 저도 부정할 순 없습니다.
다만, 자본주의에 전혀 대안이 없을 거라는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4 14:25   좋아요 0 | URL
인도 착한 은행 제도는 반전이었죠.
아무 조건도 없이 그냥 돈을 빌려주면 저 사람들 술 먹고 놀다가
돈 안 갚는다에 500원 건다. 무모한 짓이다. 사람들이 다 그랬는데
회수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유는 신뢰였어요.
무일푼인 자기를 아무 조건없이 돈을 빌려주자 그것을 일종의 믿음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무엇보다 잘 갚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깐 저런 이자율은 사기라는 거죠.
이 은행 운동을 뭐라 하던데 말이죠. 흠흠..

마립간 2013-05-06 11:52   좋아요 0 | URL
제가 언급했던 부자가 대기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구요, 일반인들 중 자산이 있은 사람을 신용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을 말한 것인데, 곰곰생각한발님이나 새벽님의 댓글을 보니 자산과 신용은 무관한 것으로 봐야겠네요. (은행에서는 그렇게 생각지 않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6 17:54   좋아요 0 | URL
부자는 온갖 혜택 다 누리더군요. 저희 외삼촌 갑자기 땅부자되더니 제일 먼저 달라진 게 바로 은행이더라고요.
은행 돈 예금할 일이 있으면 거기 직원이 직접 옵니다. 깜작 놀랐습니다.
대우가 이렇게 달라질 줄은 말이죠. 서민 대출은 온갖 지랄하며 까다롭게 굴다가도
외삼촌이 몇 십 억 좀 빌립시다,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주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하고.. 이게 천민 자본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ㅎㅎ. 쓸데없는 삼천포로 흘렀네요..ㅎㅎ

2017-06-01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하녀들 / 희곡, 장 쥬네 > ,  < 의식 / 영화, 로렌스 하비 > ,  < 심연 / 영화, 니코 파파타키 > ,  < 피부 속의 악마 / 소설, 플레트 우디예 > , < 의식 / 영화, 오시마 나기사 > ,  < A Judgement in Stone / 소설, 루스 렌델 > , < 이 집 안의 내 자매 / 소설, 웬디 케슬먼 > , < 자매여 내 자매여 / 영화, 낸시 메들러 > , < 의식 / 영화, 클로드 사브롤 > , < 버터플라이 키스 / 영화, 마이클 원터보텀 > 의  공통점은 ? 정답은 1933년에 벌어진 파팽 자매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소설과 영화들이라는 점이다.

 

1933년 2월 2일. 대저택에서 아내와 딸이 죽은 채 발견된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눈동자는 뽑힌 상태였고, 팔과 다리는 잘린 채 바닥에 나뒹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눈동자는 피해자들이 살아 있을 때 뽑힌 것으로 밝혀졌다. 그 집에서 일하는 하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침대에 죽은 듯 누워 있었다. 다만 그들은 죽은 듯이 누워 있었을 뿐 죽지는 않았다 !  왜냐하면 하녀인 크리스틴 파팽과 레아 파팽 자매가 범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파팽 자매는 별다른 저항없이 침대에 누워서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워낙 강렬해서 그 후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국내에 < 활자 잔혹극 >이라는 기상천외한 제목으로 출간된 루스 렌델의 < 석상의 심판 > 또한 이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소설이다. 주인공 유니스'는 자신이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란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러한 비밀'이 커버데일 가족에 의해 밝혀지자, 그녀는 가족을 몰살한다. 장정일이 발문에서 지적했듯이 소설은 문맹의 위험성과 함께 소통 없는 탐서'가 가지는 위험성도 함께 고찰한다. 사실 이 소설에서 제일 으시시한 인물은 유니스가 아니라 탐서가 자일즈'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기똥차다, 환장한다, 끝내준다, 질질 싼다, 환상적이다 !!! 아마도, 이 불길한 예감이 맞을 것 같지만, 올해 읽은 소설 가운데 최고는 이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상문학상 수상집 10권 읽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더 유익해보인다.  단연,  최고다 !  내 < 촉 > 은 틀린 적이 없다.

 

 

 

+

< A Judgement in Stone > 를 국내에서는 < 스톤家의 심판 > 으로 소개되었는데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등장 인물 그 어느 누구도 스톤'이란 성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 돌의 심판 > 이라고 하거나 < 석상의 심판 > 이 정확할 것 같다. 소설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작동하는 < 돈 조반니 > 줄거리를 보면 망나니 돈 조반니'가 동상을 집에 초대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 속 유니스'가 돌처럼 냉정하고 감정 없는 캐릭터인 것을 보면 < 돌처럼 냉정한, 감정없는 여자의 복수 > 란 뜻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제목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엔 이 제목은 하나님의 말씀을 적은 십계명이 새겨진 석판에 대한 속뜻'처럼 읽힌다. 그러니깐 < 돌에 새겨진 심판 > 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십계명'이 아닐까 ?

 

 

 

 


 

 

 

 

 

 

 

 

< 욕 먹을 각오로 쓴다 ! > 시리즈  제 3 탄.

 

 

 

- 독서, 허영의 불꽃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 독서 행위'는 미덕'이 되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 속물 > 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 교양 > 이 되었다. " 책 읽는 사람, 근사하다 ! "  읭 ?! 그런데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일수록 ( 나쁜 쪽으로 ) 고집이 세다. 가장 지저분하게 끝나는 술자리'는 글빨 좀 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이다. 시작은 수수하나 끝은 시시하거나, 미미하거나, 지저분하다. 서로 잘났다고 언성을 높아다가 싸움박질로 끝나고는 한다. 홍상수 식 작문으로 표현하자면 " 소주의 힘 " 이거나 " 막걸리의 힘 " 이다. 사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교양 있고, 이해심이 많으며, 지식이 풍부해서 큰 사람이 될 것 같지만 그것은 정말 오해입니다아아앙. 읭?

 

독서 행위가 인격을 높인다는 말은 과장이 심하다. 물론 독서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오로지 지적 허세'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멀리서 볼 것도 없다. 나부터가 그렇다. 책 좀 읽었다고 아는 척을 한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문장의 지랄같은 허세를 보라. 읭 ?! 사실 가장 꼴사나운 판은 평단'이다. 강준만은 이들을 문학 권력'이라고 지적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작가'는 문단 권력이 만든다. 문단 권력자'의 이해타산'에 의해 발굴되는 것이다. 이들이 큰소리 땅땅 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 등단 제도 > 때문이다.

 

이런 지적 허세'는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에세이 가운데 구 할은 자기 자랑'이다. 소소한 일상 예찬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 당신들이 놓친 것을 나는 간파했네 ! " 다. 김미경 자기계발서와 신달자 에세이는 동일하다. 그런가 하면 모 시인'은 블로그에 자신의 글이 올라왔다는 이유로 법적 대응 운운한 사례도 있다. 출처를 밝혔음에도 말이다.

 

 

한국 문단에서 등단을 통하지 않고 작가 행세'를 하면 개무시당한다. 문단 권력자들은 웃으면서 코 판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대가'라고 칭송하는 세계적 작가들은 등단을 마친 사람들일까 ? 나는 셰익스피어가 등단을 통해 작가 생활을 했다는 소릴을 들어본 적이 없다. 도스토예프스키는 ? 카프카는 ? 보르헤스는 ?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당연하다. 등단 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등단 제도'가 있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이 유일하다. 이런 것을 닮을 필요 없다. 못된 것만 배운다고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보증 제도'다. 반드시 없애야 할 악법이 보증 제도인데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못된 것만 배운다. 아비가 진 빚은 자식이 갚아야 한다. 채권자 甲 에게는 정말 환상적인 제도'다. 乙에게는 개같은 제도이지만 말이다.

 

■ 서평가의 리뷰를 읽는 것은 즐겁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순수한 열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좋아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문학평론가의 리뷰는 불쾌하다. 왜냐하면 그 글들에서 권력 욕망을 읽기 때문이다. 서열과 자기 과시'가 읽힌다. 문학평론가가 쓴 평론보다는 서평가가 쓴 글이 담백하다.

 

 

이 글을 읽는 알라디너들은 기분이 나쁠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나 스스로를 향한 반성문'이기도 하다.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런데 < 나 > 라는 인간은 교양이 쌓이기는커녕 삐딱하게 세상을 보기만 했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어떤 우월성이었다. 입만 살았지 발은 죽었다. 김수영 시인이 보았다면 냅다 내게 따귀를 때렸을 것이다. 김수영은 말했다. 책만 읽고 행동하지 않는 것은 읽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고 말이다. 우리는 책상 앞에 앉아서 교양 있는 척 허세를 부리지만  막상 철탑 노동자를 위해 싸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진정성'은 입'이 아니라 발'에서 나온다.  

 

■ < 활자 잔혹극 > 에서 주인공인 유니스'가 보이는 심리 상태는 사실 탐서가'에게 적용할 만하다. 예를 들면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읽지 않은 책'에 대하여 부끄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탐서가들은 자신이 고전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종종 거짓말을 하고는 한다. 독서광들이 세르반테스가 쓴 < 돈키호테 > 를 읽은 적이 없다고 고백하는 것은 유니스가 문자를 읽지 못해서 오는 < 수치 > 와 비슷하다. 그래서 읽은 척을 한다. 루스 렌델은 이 소설에서 유니스(문맹자)와 자일즈(탐서가)를 비슷한 유형으로 설정한다. 장정일의 표현을 빌리자면 " 현실과 소통을 거부하는 탐서 " 는 문맹과 다르지 않다.

 

 

내 어머니는 국민학교 졸업장이 전부'다. 성경책을 필사하는 데 평균 2년이 걸렸다. 초등학생 같은 글씨체'가 부끄러워서 한 글자 한 글자 펜 글씨로 써내려가다 보니 세월이 그리 흘렀다. 그렇게 해서 모인 성경 필사본이 4권이다. 당신이 읽은 유일한 책은 성경책이 전부였다. 어머니는 시장에 가면 물건값을 흥정하지 않는다. 덤을 주면 거절한다.  값을 흥정해야 될 곳은 백화점이지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 가난한 시장 상인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흥정을 하다니....  오히려 떵떵거리며 큰소리로 흥정해야 될 곳은 백화점이란다. 이 에미'는 못 배웠지만 적어도 그 정도는 안다. " 그 말은 마치 공산당 선언문'에 나오는 노동자여 단결하라, 처럼 들린다.

 

물론 어머니가 < 자본론 > 을 읽었을 리는 없다.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벽 2013-05-03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 미비한 경험이나마.. 책 많이 읽은 식자들 술자리보다 더 꼴 사나운 곳은.. 독서량은 부족한 영화광들의 술자리였습니다.

물론 독서,를 참된 향유나 성찰의 계기로 삼기보다 지적 허영 내지 권력 삼는 사람들에겐 화살이 꽂혀 마땅하나..

대부분의 책을 읽고 이런 공간에 글을 남기는 분들에겐.. 세상이 비뚤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리라..

알게 된 만큼 괴롭고 조오옷 같을 수 있으리라.. 책을 지독히도 읽지 않는 일인으로서 그리 생각하고 있답니다.

김수영님의 명제에서 작금의 우리 누가 과연 면책될 수 있을까..도 싶습니다.

암튼, 좋은 책 또 소개받고 글도 잘 읽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3 03:05   좋아요 0 | URL
조오옷.. 요 표현 좋습니다. 자주 써먹어야 할 것 같아요.
아니 이 야심한 밤에 왜 깨어있으시나요.. 읭 ? ㅎㅎㅎㅎ. 저 요즘 읭'에 꽂혔습니다.
전 서평가들은 좋게 봅니다. 서평가들은 정말 순수하게 책이 좋아서 그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문학평론가는 글이 곧 권력투쟁이 됩니다. 평단에서 싸우는 꼴 보십시요. 아주가관도 아닙니다.
이건 출판사 대표이사인지 아니라 술상무인지, 출판사 이익을 대변해요.
그럴 것이 문학상은 대부분 출판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심사위원 이거 대단한 닭 벼슬이거든요.
자기 한 마디에 작가들은 벌벌 떨죠.

하여튼 이 책 읽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내 안에 악마'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전 이런 소설이 좋더라고요....



새벽 2013-05-03 22:5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흥미진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은 건 책 구해서 펼쳐드는 실천...

그나저나 전 지금껏 '응?' 혹은 '음?'을 썼는데 정말 '읭?'이 더 낫군요. 앞으로 애용해야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4 03:44   좋아요 0 | URL
읭'이 요즘 인기더군요. 하루빨리 표준어가 되었으면 합니다.
흥미진진보다 흥미즨즨'이 더 뭔가 느낌이 있습니다..ㅎㅎㅎ

twinspica 2013-05-03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 책 10권을 읽는 것보다 애독서 한 권을 10번 읽는 게 나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3 03:07   좋아요 0 | URL
비슷할 겁니다. 저라면 새 책 읽습니다만..ㅎㅎㅎㅎㅎ. 깊이 읽기 하려면 한 권을 열 번 읽어야겠죠.

승우 2013-05-03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식>은 정말 재밋었어요 활자잔혹극은 꼭 봐야겠군요.

읽던 보던 감상후 왜 좋은지 잘 설명할수 있으면 좋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3 03:37   좋아요 0 | URL
의식'은 제가 좋아하는 샤브롤 영화'입니다. 전 마지막 장면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 비슷한 걸 느껴써요.
왜 마지막에 어둠 속에 있는 주인공으로 끝나잖아요. 아... 걸작이었어요.

재는재로 2013-05-0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자 잔혹극 진짜 대단한 작품이죠 가족들의 허영때문에 닥친 파멸 그리고 가해자에게 쏜아진 동정 하지만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공개되는게 그녀에게는 지옥같은 일이 아닐까요 자신의 문맹사실을 덮기 위해 저지른 살인이 오히려 더 지옥같은 삶을 살게하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3 15:41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하죠. 많은 걸 알게 해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이 양반 처음부터 다 까고 시작하잖아요. 유니스는 글을 쓸 줄고 읽을 줄도 몰라고 가족을 살해했다.
이 첫문장읽고 이 양반 미친 게 아닌가 했어요. 범인을 공개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쳐도
살해동기까지 미리 말하면 어떻합니까 ? 그런데 재미있다는 거죠. 참 독특한 소설이에요...

마립간 2013-05-0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독서를 하기도 하지만, 문화적 허영심때문에 독서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저의 심리는 저의 서재글에서 고백한 바 있습니다.) 제 서재 글의 구할구푼은 제 자랑입니다. (자랑이나 허영이 없는 글도 가끔 쓰지만 공개하는 적이 별로 없지요.)

여행의 악덕, 칭찬의 악덕, 반성의 악덕 그리고 독서의 악덕을 들었습니다만, 독서의 악덕에 '나쁜 쪽으로 고집이 세다'라는 이야기를 새로 듣게 되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3 15:40   좋아요 0 | URL
사실 ....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일수록 문맹적 성격이 강해요. 무슨 말인가 하면...
안 읽은 책을 읽었다고 거짓말하기 일쑤거든요. 예를 들어 돈키호테 안 읽었으면서
돈키호테 ? 아... 그거 끝내주지.. 이런 거.

안 읽었다고 고백하면 부끄럽다고 생각하잖아요. 위의 유니스와 다르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독서광일수록 유니스를 닮았어요. 그리고 과시적 책소개도 일종의 문맹적 성격입니다.

마립간 2013-05-06 10:57   좋아요 0 | URL
제 페이퍼에 독서에 관한 글을 작성했습니다. 그 글에서 곰곰생각하는발을 언급하여 이해를 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6 13:11   좋아요 0 | URL
아, 그럼요. 제가 나쁜 쪽으로 고집에 세다, 라고 한 전제에는 좋은 쪽으로 고집도 세다, 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도 합니다. 전 지나친 독서 행위가 독서 그 자체에 대한 맹신'을 부추긴다고 생각하니다.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할까요. 모든 것은 책 안에 있다는 믿음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개 2013-05-0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하지도 않고, 분량도 적은 독서를 하는 1人입니다.

점점더 머리가 굳는다 다시말해 나쁜쪽으로 고집이 세어진다는 말에 깜놀했네요.
'읭' 나만 그런게 아닌거야? 하고 말입니다.
행동하지 않고 활자만 쳐다보는 제가 정말 잘못 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3 15:37   좋아요 0 | URL
저 요즘 읭'에 꽂혔습니다. 이거 웰케 귀여운 겁니까. 읭 ?! ㅎㅎㅎㅎㅎ.
저의 반성이기도 합니다. 제가 꼰대 스타일을 정말 싫어하는데 책을 읽고부터 좀 꼰대스러워졌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05-0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자잔혹극>은 그보다 먼저 고려원 번역본 <유니스의 비밀>로 나왔죠.고려원이 망하기 몇 년 전에 유독 미스터리 소설 좋은 것을 많이 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3 15: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맞습니다. 저 이 고려원 시리즈 한 20권 가지고 있습니다. 헌책방에서 팔길래 얼릉 구입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 유니스 > 는 없더라고요. 전 유니스'가 < 활자중독극 > 으로 나온 줄 전혀 몰랐습니다. 얼마전에 그냥 클릭하다가 어 ? 루스 렌델이란 이름을 듣고 알았어요. < 잔혹과 매혹 > 이란 작품도 파팽 자매에 대한 글인데 재미이습니다. 참.... 절판이군요..ㅎㅎ

알로하 2013-05-0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적인 허영심! 찔리네요. 가끔씩 흥미 없는 책도 고전이니까 꾸역꾸역 읽어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고집도 세지는 게 확실한 것 같고, 조금 얻은 지식이 전부인양 떠벌리는 경우도 생기고요. 책을 통해 얻는 지식도 꼭 필요하긴 하지만 외려 어머님처럼 생활에서 우러나온 통찰이 더 진실되게 느껴질 때가 있네요. 반성 좀 해보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3 18:04   좋아요 0 | URL
제가 몇 년 전에 세익스피어 전공자와 대판은 아니고 소판 싸운 적이 있습니다. 추리소설, 이런 거 존나 무시하더라고요. 하긴 우린 둘 다 고집이 센 늙은이들이었씁니다. ㅎㅎ.
옛날에 컬트 마니아 붐이 있었죠. 저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 오로지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술자리에선 항상 그걸 자랑했죠. 남들은 보지 못한 것을 봤다는... 다 허세죠. 타자를 이해하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오로지 독서 목록을 채우기 위한 독서는 유니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거 저의 자기반성문입니다.

Nina 2013-05-04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통해 도피하려는, 저의 아집을 더 굳건히 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자기계발서가 아닌 자기위안서를 찾아다니던 제 모습을 직시하곤
한동안 책 읽기를 멀리하고
대신 행동에 집중하려던 시기가 있었죠.

예전에는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지만
이젠 좀 가려가며 읽어야 할거 같아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4 05:49   좋아요 0 | URL
전 옛날에 영화광이 되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컬트 영화만 찾아다녔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희귀 영화'만 찾아다녔던...
지금 생각하면 허세'였어요. 제가 술자리에서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너 < 엘 토포 > 봤냐 ? 안 봤냐... 멍청한 놈. 이런 식...ㅎㅎㅎ 얼마나 보기 싫었을까용

Nina 2013-05-04 06:0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뭘요, 귀여우셨을거 같아요. 그때 나이에밖에 할수 없는 치기 어린 행동.. 누구나 있을걸요 ㅎㅎㅎ
근데 페루애님 말씀대로 십계명도 맞을거 같아요 좀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구약을 보면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 받아가지고 오잖아요. 돌에 새겨진..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4 06:19   좋아요 0 | URL
진상이었을 거예요. 잘난 척을 엄청 했던 거 같아요.

소설 내용이 문맹인 가정부와 활자중독증에 거린 가족 간의 갈등이거든요.

모세가 석판에 음각으로 새긴 활자 ( 십계명 ) 들고 내려오잖아요. 하여튼 돌판이 둘로 쩍 하고 갈라졌지만...

십계명 하시다시피 거짓말 하지 마라, 살인하지 마라 일ㄴ 거 있잖아요. 그게 문자로 새겨졌단 말이죠. 흠흠

그니깐 돌의 심판'이란 것에서 돌이란 것은 모세의 십계명 석판'이란 거... 뭐, 그런 생각..ㅎㅎ.

 

 

 

 

 

< 욕 먹을 각오로 쓴다 > 시리즈 2탄.

 

- 한국적인 것'은 한국적인 것일 뿐

 

 

mbc 뉴스'에서 < 강남스타일 > 열풍에 대한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강남스타일 리듬'이 국악 가락'을 바탕으로 한 장단'이란 분석이었다. 뉴스는 친절하게 국악 가락과 강남스타일 리듬를 비교 분석한 후, 두 리듬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 오, 오오오오 !!!! 국민 여러분, 이 또한 아니 좋을 수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또, 또또또또, 똑같습니다. " 내가 가는귀먹어서 그런가 ?!  귀를 쫑긋 세워 다시 들어도 유사하기는커녕 닮은 구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시부랄, 이게 무슨 휘모리 장단인가, 읭 ?! 나는 3옥타브 < 라 > 음'으로 거칠게 웃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여, 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눈물겨운 안간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 좋지 않다 ! 한국적인 것은 그냥 한국적인 것이다. < 강남 스타일 > 이 빵도 아니면서 빵 터진 이유는 그 리듬이 지구촌 사람들 코드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지 국악 가락'이 빌보드를 점령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런 억지,  촌스럽다.

 

자기 자식 귀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을까 ? 하지만 무조건 내 자식만 귀하다고 하는 부모를 만나면 천박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자기 자식 귀하면 다른 사람 자식도 귀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게 에티켓'이다. 종종 한국어'가 가장 위대한 언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고는 한다. " 영어,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 모두 한글 앞에 나와서 무릎 꿇어. 우후훗 !! " 병신 같은 소리다. 언어'란 것은 순위를 매길 수 없는 고유 영역이다. 모국어'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몸빼 입은 어머니가 창피하다고 어머니를 바꿀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말이다. 부시맨이 사용하는 언어가 한국어보다 비과학적일까 ?  웃기는 소리다. 도대체 한국어가 타 언어에 비해 무엇이 우월하다는 것일까 ?

 

그리고 순우리말'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조사 < ~ 의 > 의 쓰임에 대하여 강박적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부류인데, 지나친 < ~ 의 > 사용을 자제해야 된다는 지적에는 100%  동의하지만 < ~ 의 > 를 사용하지 않는 문장이 매우 훌륭하다는 엉뚱한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니깐 과도하게 남용하지는 말자, 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굳이 일본 번역체가 낳은 찌꺼기'이므로 청산해야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언어'란 기본적으로 시대에 순응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언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다. 언어가 오염되었으니 옛말을 살리자고 하는 것은 언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오염된 언어는 오염된 언어로써 존중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도 지적했지만 한국적인 것은 그냥 한국적인 것이다. 그것은 생래적인 것이다. 지구촌 사람들이 어느 특정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그것이 한국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적인 보편성을 공유했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김윤옥 여사가 한식 세계화 캠페인을 주장했을 때, 나는 웃으면서 코 팠다. 진정한 한식 세계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홍어가 과연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한식을 세계화한다는 것은 한국적인 맛을 제거해야 된다는 소리가 된다. 한식 세계화란 곧 한국적인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것도 아닌 퓨전, 믹스, 짬뽕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김윤옥 여사가 진행한 한식 세계화는 곧 한식 파괴'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가치'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한국적인 것이니깐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내가 보기엔 그것은 컴플렉스'처럼 느껴진다. 오, 오오. 발끈하지 마라. 국수주의와 파시즘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심야책방 2013-05-0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어떤 교수는 젠틀맨 뮤직비디오의 내용이 놀부의 악행과 비슷하다며 한국적 정서...어쩌고를 말하던데...한순간 읭? 했더랬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02:02   좋아요 0 | URL
읭 ? ㅎㅎㅎ. 요즘 읭' 요 표현 귀엽더군요....
옛날엔 2002월드컵 광장 을 두고 김지하'가 위대한 무슨무슨 정신 그랬던 것 같아요.
광장 문화가 사실은 옛날에 이런이런 거였다... 그래서 크게 웃었던 기억 납니다.

다크아이즈 2013-05-02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얘긴 제가 하고 싶은 얘기예요.
근데, 근데 제가 엄청 소심해서 이런 직설적 화법을 잘 못 살려요.
글맛이 돌려면 이렇게 야무지게 접근해야 하는데. 배우고 또 배웁니다.

그나저나 갖다 붙이기 좋아하는 우리들의 분석가들, 그 유치찬란함, 뻥짐...어쩌면 좋아요 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15:25   좋아요 0 | URL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데... 좀 웃기잖아요. 옛날에 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나온 적 있습니다.
왜 보통 미디어는 그냥 인용해도 좋은데 꼭 전문가 모셔다놓고 자문을 구하잖아요.
그들 입에서 뭐가 나와야지 신뢰를 얻는 것처럼...
그런데 그 건강 의학 전문가'라고 소개된 사람 보니 사기꾼이더군요. 전과가 있는...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건강 상식 읽고 방송에 나와서 지껄인 겁니다.
요즘 보면 음식 만드는 사람에게 이 식재료는 뭐가 좋다 그런 말들 하는 걸 보는데.
좀 웃겨요.. 그 사람도 그냥 인터넷 뒤져서 그걸 외우고 하는 건데 말이죠.
모든 식재료에는 성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특정 성분이 조금 더 많다고 그게 어떤 병의 불로장생이라고 우기는 꼬라지 보면 한심해요. 만날 동의보감.. 그놈의 동의보감은 왜 그렇게 인용을 하는지...
제가 요즘 심기가 불편해서 모두까기가 되었나 봐요..ㅎㅎ

아무개 2013-05-0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님~ 국민연금으로 글한번 써보심이 어떠실런지요. 기대기대~~~~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17: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국민연금이요 ? ㅎㅎㅎㅎㅎ.

국민연금 운영자들에 대한 정의 : 자칭 전문가라는 놈들이 고객 돈'으로 이자놀이하는, 법적으로 허용된 투자 집단. 자기 돈 아니니 과감한 도전으로 주접떨다가 결국은 망하게 되는 필연적 시스템... 망해도 투자 손실에 대한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집단들...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정의 : 하기 싫어도 억지로 정부가 하는 사채 놀이에 투자해야 하는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인물들

정도로 정의하겠습니다.

새벽 2013-05-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아니라 늘 보면
세계적이 되면 그게 한국적이라고 우기면서 끼워 맞추더라니깐요. 전문가란 사람들이..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19:25   좋아요 0 | URL
전문가 집단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이 의사나 변호사들이죠.
이들은 이제 아주 정신분석학자나 사회학자가 되어서 현상들을 진단해요.
제가 여기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꼭 그들 입을 통해서 확인해야 되는가죠.
여기에는 전문가라고 하면 신뢰하는 학벌 사회의 맹신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겁니다
방송이 그러면 안 되죠. 그런데 오히려 더 조장해요.
가장 웃긴 것은 모 요리사가 나와서 이 식재료의 성분을 이야기하면 설레발을 치는 겁니다.
웃기잖아요.

saint236 2013-05-0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송사고인가 봅니다. 요즘 워낙 방송사고를 잘 내니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3 03:07   좋아요 0 | URL
워낙 방송사고가 잦아서 이젠 그냥 그려려니 합니다.
ㅎㅎㅎㅎㅎ.
 
사라진 알파벳(들)
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44 = 1'이다.

 

 

특정 장르'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닥치는 대로 읽고 보는 편이다. 깊게 파기보다는 넓게 파는 스타일'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깊게 파기 위해서는 넓게 파야 한다. 그래야 깊게 팔 수 있는 법이니깐.  추리 소설'도 건드려 보고, 하드보일드 소설'도 찔러 보고, 공포 소설도 펼쳐 본다. 그리고 스릴러'도 살짝 간본다. 설핏 보기엔 곁가지만 요란하게 뻗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 범죄 소설 > 이라는 큰 범주에 속하니 간보는 독서 취향이'기보다는 편식 없이 맛보는, 탐미적 춘향이'라고 스스로 자위한다. ( 자위'하니 하루키'가 생각난다. 나는 하루키'만 읽지 않는다. )

 

 

연쇄 살인'을 다룬 범죄 소설은 대부분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과정을 다룬다. 무관에서 유관으로, 비정형에서 정형으로, 그리고 무질서(엔트로피)에서 질서(네트로피)를 찾아내는 과정이 바로 수사'이다. 그러니깐 스릴러'란 < 차이/다름'에서 동일성 - 같음, 통일성, 공통점'을 뽑아내는 과정 > 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애거사 크리스티'는 이 방면에 있어서 도가 튼 도사'였다. < 오리엔트 특급 살인 > 에서 탐정 포와로는 국적과 신분이 서로 다른,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12명의 열차 승객'에게서 어린이 유괴'라는 단 한 가지 공통 분모를 뽑아낸다. 12명의 승객은 무질서를 나타내는 카오스'를 의미하지만, 포와로는 이 카오스에서 이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코스모스'를 발견한다.  12 = 1'이다.

 

 

그런가 하면 < abc 살인 사건 > 에서는 A로 시작되는 마을'에서 A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되고, B로 시작되는 마을에서는 B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되는 사건을 다룬다. 전형적인 묻지 마 범죄'이다. 살인자는 살인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는 포와로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리고는 도전장에 이런 말을 남긴다. " 나, 잡아봐라 ! 히히히 "  하지만 눈치 빠른 포와로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무질서에서 공통분모 하나를 뽑아낸다. " 잡았다, 이놈아 ! 으하하. "

 

 

< 차일드 44 > 도 같은 맥락이다. 희생자는 주로 여자아이이거나 남자아이'이다. 나이대는 십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살인이 벌어진 장소'도 넓게 흩어져 있다. 전형적인 카오스'이다. 네트워크 사회 이전인 50년대 자폐적인 스탈린 공포 정치 시대를 감안하면 이 사건들은 모두 개별적 범죄'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 레오'는 희생자 입 속을 채운 검은 흙(으로 추정되는 나무 가루)와 발목에 묶인 올무'를 통해 이 사건이 연쇄살인자에 의한 단독 범행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니깐 마흔넷 건의 살인 사건에 대한 범인은 마흔네 명이 아니라 한 명'인 것이다.  44 = 1'이다.

 

 

< 차일드 44 > 는 범주를 스파이 소설'에 묶느냐, 아아니면 스릴러 소설에 두느냐에 따라 별점'에 달라질 것 같다. 이 소설을 스파이 소설'로 보면 ★★★★★ 이지만 스릴러 소설'로 묶으면 ★★★ 정도. 이래저래 평균값을 내니 ★★★★ 이다.  스파이 서사'로는 매우 탁월하지만 스릴러 서사'로는 그리 훌륭한 설정은 아니었다. 지못미, 톰 롭 스미스 !  나는 연쇄살인마의 살해 동기'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살해 목적이 작위적이었다. 결국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가족 서사극인가 ? 눈물이 앞을 가린다.

 

 

톰 롭 스미스 씨'는 소설이 생각보다 잘 빠지자 끝에 가서 욕심을 냈는지도 모른다. 하드보일드했던 스탈린 시대의 비참'은 느닷없이 웅장한 그리스 시대의 비극'이 되었다. 하지만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전체적인 구성은 탄탄하다. 글 재주도 좋고, 괄약근'을 조이게 만드는 서사 배치도 훌륭했다. 역시 똥구멍과 화투 패'는 쪼여야 맛이다. 차라리 살인자가 가진 살해 동기'를 매우 심플하게 설정했다면 탁월한 작품 하나 나올 뻔했다. 스콧 스미스의 < 심플 플랜 > 처럼 말이다.

 

 

 

 

 

 

 

 


댓글(7) 먼댓글(1)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사라진 알파벳(들)
    from 새빨간 활 2013-05-01 06:48 
    양들의 침묵 : 사라진 알파벳(들) b, u, s. 희생자는 모두 “ 가죽이 벗겨진 채 ” 죽는다. 더군다나 희생자의 목에는 커다란 나방의 고치가 걸려 있다. 연쇄살인범‘은 < 버펄로 빌 > 이라고 불리는 놈이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가 바로 한니발 렉터 박사‘ 다. 그의 이름이 암시하듯이 그는 죽은 자의 살갗을 벗기기보다는 차라리
 
 
새벽 2013-05-0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중3에서 고1 올라가던 겨울방학. 우등생이던 주변 친구들은 모두 성문영어와 수학정석을 파고 있을 때
애거서 크리스티에 빠져 버렸습니다. 그 한 달 남짓 기간에 거의 오십 여 권을 읽은 것 같아요.
그 당시 곁다리로 더불어 읽은 게 필포츠, 엘러리 퀸 등의 추리소설 몇 권이구요.

그 이후 범죄 소설은 읽지 않았는데.. 여기 소개하신 차일드 44도 그렇지만 말미에 살짝 언급하신
심플 플랜이 무척 땡깁니다. 샘 레이미의 영화도 좋았지만 왠지 파고 같은 작품에 비해선
개인적으로 뭔가 2% 부족을 느꼈었거든요. 소설이 그 2%를 채워 줄 것 같은 느낌..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19:26   좋아요 0 | URL
참 신기해요. 추리소설은 딱 중학교 때까지만 읽습니다.
가만 보면 학교 사회가 추리소설은 안 좋은 거니 이젠 고전을 읽자구나, 이런 태도 같아요.
그냥 꼴리는 대로 재미있는 책 읽으면 장땡입니다.

새벽 2013-05-02 20:0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런 면도 있지만 그때 당시엔 대부분 고교 시절 독서 전반을 놓게 됐죠.
요즘이야 수능이다 논술이다 하면서 폭넓은 독서도 권장하는 분위기지만
학력고사는 독서는 교과서, 참고서, 문제집에 국한시켜 버리는 측면이 있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한샘 국어, 하이라이트 국어가 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로망을 완전히 말살시켰구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20:14   좋아요 0 | URL
한샘 국어... 한샘 국어 아직도 있나 모르겠습니다.
수학 정석, 한샘 국어... 참... ㅎㅎㅎㅎㅎㅎㅎ.
맞습니다. 고교 되면 아에 책을 읽을 수가 없었죠. 읽는 놈은 공부 못하는 놈들이나 읽는..
그래서 제가 공부를 못했나 봐요. 전 고등학교 때 세계문학전집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한 100권 넘게 읽었을 겁니다. 수학 시간에 소설 읽고 그랬거든요..

새벽 2013-05-0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샘국어 요즘도 있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주류 참고서는 아니구요.
그 자리를 수능에 맞춘 다른 참고서들이 차고 앉아서 또 비슷한 행각을 벌이고 있어요.

재밌는 건 당시 곰곰발님 같은 학생들에 대해서 선생님들도 자각하고 있었단 사실입니다. 적어도 저희 반에선..
학교 공부엔 관심 끊고 실존철학서부터 맑스까지 읽던 급우가 있었거든요.
담탱이 말이.. 너무 일찍 깼구나. 인생 고달파질텐데..
그리고 적어도 몇몇 학생은 전교 수위를 다투는 우리반 일등 아이보다
그 아이를 더 우러러 봤구요. 겉으로 내색은 안 하면서.
갑자기 그 친구 궁금해지고 보고싶고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2 20:27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내신이 거의 꼴찌였는데, 자화자찬입니다만, 전교에서 저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체육복, 교련복 산 기억이 없어요. 그냥 빌려 입었습니다.
아이들 잘 빌려주더라고요..ㅎㅎㅎㅎㅎ.
제가 학교 선생들에게 무진장 맞았어요. 일진 이런 거여서가 아니라 그냥 눈빛 맘에 안든다고 ㅎㅎㅎㅎㅎ.
저도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내 친구 때문인데, 이 친구 집안이 거의 다 미쳤어요. 농담이 아니라 자살하고, 죽고, 정신병원 가고... 그 친구가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더라고요. 그래서 지지 않으려고 저도 읽은.. 일종의 허세죠.
왜 중2병들은 그런 거 열심히 하잖아요. 컬트 영화만 찾아다니고 말이죠..ㅎㅎ

새벽 2013-05-02 20:5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선생들이라고 정말 다 같은 선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 한문 선생님은 그 친구와 대화 된다고 엄청 좋아하면서
방학 때면 책 왕창 선물하고 그랬는데... 저도 그때 곁눈질로 돌베개 출판사 책 몇 권 주워 읽었구요.

허세, 중이병.. 그런 건 절대 아니죠. 출발은 비슷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페루애님은.

비록 공교육 아닌 사교육 쪽에 있지만 전 그런 학생들이 이쁩니다.
벌써 제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학생들도 가끔 있거든요.

엄마 말쌈 따라 수능에 논술, 경시대회에만 미쳐서 뺑뺑이 도는 학생들에겐..
일단 밥값은 해야되니 최선은 다하지만 속으론 그럽니다.
참 너 인생도 답답하다.. 너만 답답하게 끝나면 모르는데 판검사 되고 의사돼서 남들한테 누끼칠까 겁난다..

음. 얘기하다보니 덧글이 원글과 너무 멀리 나간 감이 있네요. 하하 ;;
저녁은 드셨는지.. 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홍상수의 14번째 영화 < 그 누구의 딸도 아닌 혜원 > 을 보다가 묘한 기시감에 시달린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준상과 예지원'이 나누는 대화'에서다. 그들은 안개 낀 남한산성'을 오르다가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본다. 예지원이 그 깃발을 바라보며 말한다. " 깃발이 얼마나 멋진 발명품이야, 이게 있으니 바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잖아. " 명대사'다. 깃발은 사람이 바람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발명품이란다. " 멋지다, 홍상수 ! " 그런데 극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대사에 대한 묘한 기시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느 영화 속 한 장면이었을까, 아니면 롤랑 바르트의 < 사랑의 단상 > 에 나오는 문장이었을까 ? 의문은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엘리어스 카네티의 < 군중과 권력 > 에서 이와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다음과 같다.

 

" 깃발은 보여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바람이다. 깃발은 구름에서 잘라낸 작은 조각과 같은 것이다. 다만 구름보다 더 가깝고 색깔이 요란한 뿐이다. 그리고 깃발은 한곳에 매어져 있고, 그 형태도 언제나나 일정하다. 정말 그것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 될 때는 그것이 펄럭일 때이다. 여러 민족들은 마치 그들이 바람을 쪼개기라도 할 수 있듯이 그들 머리 위의 대기를 자기의 것을 규정짓기 위해서 깃발을 이용하는 것이다.  

 

- 군중과 권력 中

 

우연일까 ? 홍상수는 이 책을 과연 읽었을까 ? 감독과의 대화'가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알라딘의 기준에 따르자면 < 사회학 일반 > 으로 분류되는 이 책'은 사회학보다는 철학에 가까우며, 문장은 문학보다 더 문학적이며 시적이다. 이러한 모호한 경계는 카네티가 소설가이면서 시인이었고, 극작가였으며, 인류학자 그리고 사회과학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문은 풀린다. ( 그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상가였다. ) 이러한 전방위적 재능'을 나는 아름다운 짬뽕이라 부르고 싶다. 프랑스에 롤랑 바르트가 있다면, 독일에는 엘리어스 카네티'가 있다. < 군중과 권력 > 은 독일판 < 텍스트의 즐거움 > 이라 할 만하다.

 

엘리아스 카네티'는 불가리아 태생으로 스페인계 유대인이었다. 그가 주로 머문 곳은 영국이었다. 하지만 그는 독일어만으로 작품을 썼다. 이러한 상황은 카프카를 연상시킨다. 카프카 또한 체코 혈통의 유대인이었지만 독일어'로 글을 썼다. < 군중과 권력 > 을 읽다 보면 한국 사회'가 보인다. 한국인 특유의 " 무리에 대한 강박적 집착 " 은 카네티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했던 동물성'을 닮았다. 비로소 깨닫는다. 아파트와 학교는 거대한 버펄로 떼'다 !

 

 

 


 

 

 

 

 

 

 

 

 

< 욕 먹을 각오'로 쓴다 > 시리즈 1탄. 

 

 - 아파트 신화

 

 

대한민국은 왜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을까 ? 듣자 하니 서구에서 아파트'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거 형태'로 인식되는 모양이더라. 서구인들 눈에 거대한 강남 아파트 단지'는 거대한 할렘'처럼 보일 법하다. 사실 땅은 좁고 인구가 많아서 아파트가 발달했다는 주장은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이다.  서울은 그렇다고 치자.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지방에서도 아파트'가 꾸준히 건설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텅 빈 아파트가 남아도는 데'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지 않은가 ?

 

내가 보기엔  안전한 < 집 - 단속 > 은 < 집단 - 속 > 이라고 인식하는 심리 때문인 것 같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국인은 무리에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집이 단체로 모여 있는 것, 그래서 집단이다.  그러므로 아파트 단지'에서 아파트 입주자'로 산다는 것은 떼를 지어다니는 한 마리 버펄로나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기보다는) 떼를 지어 사냥을 하는 하이에나로 남고 싶다는 열망이 만든 존나 웃기는 아우라다. 그들은 집단 속에 몸을 숨기고 의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노래 한 곡 듣고 쉬어 가자. 조용필이 부릅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처럼 무리에서 떨어져나가지 않으려는 발악은 종종 대한민국에만 있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전국의 노스페이스 교복化는 기이한 풍경'처럼 보인다. 네가 노스페이스 입었는데 난들 외면할쏘냐. 잇힝 ! 여기에는 무리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한 초식동물들의 본능적 공포가 읽힌다. 대한민국 사회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다면, 고등학교에서 가난한 놈인가 아닌가는 노스페이스'로 간보는 것이다. 이처럼 서열과 경쟁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정글인 학교'는 한 줌의 도덕을 가르치기보다는 차라리 사냥과 도주 방법'을 가르친다. 학교는 거대한 버펄로 떼'다. 사자가 노리는 것은 버펄로 떼'에서 벗어난 놈'이다.

 

그들은 낙오된 놈만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버펄로에게 있어서 평화는 자기 동료'가 먹힐 때 찾아온다. 배 부른 사자'는 절대 다른 버펄로를 사냥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리는 이때 똥도 싸고, 히힝, 히힝 웃기도 한다. 여기서 왕따 학생은 무리에서 낙오되어 사자에게 먹히는 먹잇감'과 같은 존재다. 학생들은 이 희생을 통해 잠시 동안 평화를 얻는다. 한 놈이 괴롭힘을 당하면 나머지는 평화를 얻는, 이런 정글의 습속. 그래서 아이들은 못 본 채 한다. 1/ N . 한 놈이 고생하면 나머지는 편하다 !

 

어른들도 등산복을 좋아한다. 이제는 동네 뒷산인 도봉산을 오를 때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등산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보면 도봉산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쯤으로 인식할 것이다. 나나 너나, 너나 나나, 개나 소나 할 것 없이 등산복을 갖추어서, 이제는 가벼운 차림으로 도봉산을 오르는 것도 눈치가 보여서 도봉산 꽃구경이 쉽지만은 않다. 한국인 특유의 체면과 무리에 대한 강한 욕망'이 만든 촌극이다. 유행은 사실 다른 말로 하자면 쪽팔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하는 취향이다. 아마도 프라임 시간대에 등산복 광고를 때리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

 

아파트'는 이러한 무리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주거 형태'이다. 집이 모여서 집단을 만든다. 버펄로가 모여서 버펄로 떼를 이루듯이 말이다. 이제 아파트 부녀회장은 하나의 권력이 되었고, 임대 아파트 입주자는 다른 입주자들의 요구로 멀쩡한 길을 놔두고 뒷길'로 다닌다. 가끔은 힘을 합쳐서 아파트 근처 장애인 시설에 대한 반대 시위'를 주도하기도 한다. 병신들 모아둔 시설이 생기면 집값 떨어진다는 주장을, 그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배설하기도 한다.

 

그동안 아파트는 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사람들은 그 신화를 믿었다. 인간은 죽지만 아파트 집값은 죽지 않아 ! 그들은 모두 하하가 되어서 죽지 않아, 를 외쳤다. 하지만 이제 곧 아파트 신화는 무너질 것이다. 아파트도 이젠 마이 아파 !!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은 국가, 생산자, 소비자'가 모두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접근한 결과'였다. 이제 아파트는 골치 아픈 바벨탑이 되었다. 하여튼 대한민국 아파트 다 족구 하라 그래 C.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벽 2013-04-3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집단-속.. 심히 공감합니다.
그런 우리 습성이 정부, 토건족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주거형태로 나타난 게 아파트 같아요.
이 글 제 미투데이에 좀 퍼놓겠습니다_^^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8:57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서구 문화생활의 상징적 존재가 아파트였을 겁니다.
주택 하나 짓는 것 보다 아파트 짓는 게 어마어마한 이윤을 남긴다는 사실을 토건족은 깨닫기 시작했죠.
정치와 토건족은 서로 상생했을 겁니다. 이게 미투데이로도 퍼갈 수가 있나요 ? ㅎㅎ. 다 가져가셔도 됩니다요..

새벽 2013-04-30 19:0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네이버 블로그로는 스크랩이 안 되는데 미투데이로 링크 스크랩 비스무리하게 되네요. :)
요즘 웹에서 안 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 기능들이 유저들 상상과 감각을 넘어서는 듯한..

그런데 한 편으로 그런 기능들 다 구현하느라고
그렇잖아도 처우 좋지 않은 개발자들 닥달해댔을 거 생각하믄..
미안하고 서글퍼지네요.
한때 그쪽에서 일해본 적이 있는데.. 정말 IT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무식한..
주먹구구식의 업무 관행이 횡행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9:12   좋아요 0 | URL
어제 뉴스 보니깐 구글 안경이 곧 선보입니다.
놀라운 건 구글 안경 끼면, 페이스북 가입자의 경우, 지나가면 안경에 메시지가 떠요.
성별 이름, 나이 이런 거 말이에요. 이거 사생활 침해 아닌가요 ?
더군다나 결혼 유무도 알 수 있어요. 이게 몇 달 후 출시됩니다.
그리고 이 안경 끼고 사진도 찍을 수 있어요. 사진 찍어 하면 찍힙니다.
곧 동영상도 찍을 수 있어요. 지금이야 초기 모델이니깐 안경이 티가 나지만
한두 다 지나면 진짜 감족 같은 안경이 나올 거 같아요. 몰카 무진장 쏟아질 것 같습니다.
이건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과학이미친 것 같아요. 하면 안 될 짓을 하고 있습니다.

새벽 2013-04-30 19:2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미친 상품이 출시되려 하네요. 무슨 니키타도 아니고..
예전에 EBS 프로 보다가 세르반데스가 한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과학은 그 자체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는 건 과학을 빙자한 인간들이다.. 였나..
그게 요즘엔 인간 대신에 자본을 넣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자본이 부추기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점점 세상을 망쳐가지 않아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9:31   좋아요 0 | URL
어제 이 구글 안경으로 뉴스에서 10분 가량 보여주더라고요. 실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 출시만 앞두고 있다고... 현재 이 안경이 사생활침해가 있을 수있다고 해서 몇몇 가게들은 이 안경을 쓴 사람은 입장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을 붙인 걸 보면 뭐 확정이 된 모양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끔찍합니까.
길을 가는데 구글 안경 낀 사람이 나와 마주칠 때 안경에 곰곰생각하는발, 나이, 결혼 유무, 지병..
이런 거 뜬다고 해보세요. 미친 짓 아닙니까. 이건 거대한 빅브라더요, 판옵티콘이에요...

새벽 2013-04-30 20: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결국 을들은 거의 대부분 그 상품에서 소외되고 피해받고.. 그러겠네요.
엄청난 혼돈이 야기될 듯.. 정말 미친 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