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도덕

 

 

내용은 이렇다. ( http://blog.aladin.co.kr/honeyssam/6382800 ) 현재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계시다. 그녀는 신간평가단'답게 선정된 책에 대한 서평을 성실하게 올린다. 꽤 부리지 않는 문장이 돋보인다. 사진까지 첨부하는 것을 보면 성실한 리뷰어'이다. 그런데 문제는 알라딘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한 리뷰를 글자 하나 고치지 않은 상태로 예스24를 비롯한 기타 인터넷 서점에 동시에 올린다는 점이다. 발단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반론은 각각 두 개로 나뉘었다.

 

 

하나는 < 홍익인간' 파http://blog.aladin.co.kr/myinglife/6386317 > 부류이다. 홍익인간 분파는 이렇게 주장한다. " 저하 ! 중복 서평은 좋은 글을 좀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오니, 서평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때문에 권장할 만하다, 사료되옵니다. 동촉하여 주시옵소서 ! "  주장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 대의명분' http://blog.aladin.co.kr/maripkahn/6387248 > 다. " 저하 ! 성균관 규장각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게 되오면 규장으로부터 대략 10권 내외'의 서책을 무료로 받사옵는데, 그  비용'을 따지면 어림잡아 20만 냥이 이옵니다 ! ( 요즘 인문학 서적 꽤 비싸다. ) 규장각에서 투자한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신간평가단에서 제공하는 서평은 규장각에만 올려야 된다고 사료되업니다. 동촉하여 주시옵소서 ! "  주장이다. 물론, 나는 후자를 지지한다.

 

 

 

홍익인간 분파 가운데 한 분'은 내 문제 제기에 대해 "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 " 이라고 설정한 후 " 무슨 권리로 ( 타인의 ) 자유 행위'에 개입하려는지 웃기지도 않는다. " 는 별로 웃기지도 않아서 웃게 만드는, 무덤덤한 문장을 선보인다. 저 문장을 굳이 웃기지도 않은 문장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나 싶다. 그냥 < 오지랖 >이나, < 주접 > 이라고 했으면 더 알기 쉬웠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그 알라디너가 주장하는 바는 썩 매끄러운 설득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옆에 있던 남성이 가래를 뱉는다고 하자. 그의 논리대로라면 침을 뱉는 행위는 개인이 선택한 자유 행위'이므로 주변 사람이 그것에 대해 지적하면 안 된다. 그분 말투를 흉내 내 강조하자면 "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 " 이 된다.  과연 그럴까 ?  

 

 

 

 

 

 

 

 

 

 

코를 파는 건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하지만 그 장소가 어디인가에 따라서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침대에서 코를 파는 것은 씐나는 일이지만, 다 큰 어른이 식당에서 코를 파면, 누군가는 그 태도에 대해 지적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에티켓, 식사예절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유 행위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그 행위가 위법일 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성문법이 있는가 하면 불문법도 있지 않은가. 그 불문법 내에 관습법이 있다. 에티켓, 상도따위'가 이에 속한다. 그러므로 " 무슨 권리로 자유 행위'에 개입하려는지 웃기지도 않는다. " 는 말은 정말 웃긴 말이 되었다. 

 

 

 

 

사실 이 문제는 한줌의 도덕과, 한줌의 도의와, 한줌의 상식만 있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이다. 한 기수'가 활동 기간 중 알라딘으로부터 제공받는 책은 10권이다. 책 한 권 당 20,000원으로 잡으면, 알라딘이 한 사람에게 투자하는 금액은 200,000원이다.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왜냐하면 분야별 평가단 인원은 20명이니 금액으로 따지면 400만 원이다. 여기에 인문, 소설, 에세이 등 각 분야에서 총 100명이나 되는 신간평가단이 활동하니 금액으로 따지면 2000만 원이다. 여기에 신간평가단을 꾸리는 시스템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알라디너 "귀를기울이면" 님의 덧글을 부분 발췌해서 인용하자면 " 신간 평가단 운영 목적, 비용 부담의 주체인 시스템 유지 비용과 직원 월급 " 까지 비용을 계산하면 <그냥 책 한 권 값 > 이란 소리는 할 수가 없다. 한 기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0만 원' 을 훌쩍 뛰어넘는 비용이 소요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알라딘은 왜 이런 짓'을 할까 ?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좋은 서평을 뽑아내기 위해서이다. 좋은 서평을 확보하는 것은 온라인 서점에서는 큰 경쟁력이다. 그것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면 야구감독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지원자 가운데 선별 작업을 거치는 것이다. 더군다나 알리딘은 일방적으로 책을 정한 후  평가단에게 강제적으로 배포하지 않는다. 신간 평가단이 읽고 싶은 책을 먼저 선정하게 한 후 그 가운데서 몇 권을 뽑는 형식이다. 읽기 싫은 책의 서평을 막기 위해서다. 억지로 쓰는 서평은 결국 질이 떨어지는 나쁜 서평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좋은 서평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좋은 서평을 제공받기 위해서 알라딘은 투자를 하는 셈이다.  달리 생각하면, 글(서평)을 제공하는 것은 서평단으로 활약하는 개인'이지만 동시에 알라딘 운영진이기도 하다. 독자가 신문에 투고를 하면 소정의 원고료를 받듯이, 알라딘 서평단은 돈 대신 책을 받고 판 것이다. 이때 글과 책은 서로 등가교환 상태가 된다. 등가( 자신이 쓴 서평과 책을 무료로 제공받는 것 ) 란 결국 셈셈 ( = ) 부호'이다.  서로 교환 가치가 성립될 때 등가교환은 이루어진다. 서평단과 알라딘은 거래를 한 것이다.

 

 

 

 

그러므로 알라딘 신간 평가단이 제공한 책을 받고 작성한 서평은 경쟁 관계에 있는 온라인 서점에 중복 기재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홍익인간 분파'가 주장하는 것이 맞다고 하면 알라딘은 미친 짓을 하는 꼴이 된다. 좋은 서평을 얻기 위해 투자한 3000만 원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돈을 투자한 것은 알라딘인데, 이 데이타를 모든 온라인 서점이 공유한다 ?! 죽 쒀서 개 주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 이 문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알라디너'는 중복 서평'은 읽을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성과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한겨레에 사설을 송고하고 원고료를 받은 글을 다시 기타 다른 신문사에 공짜로 제공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여러 신문을 구독하지 않기에 읽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겨레는 억울할 것이다. 이것도 다양한 루트를 통한 읽을거리의 확대인가 ?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극단적으로 상황을 설정하자면, 남이 쓴 글을 무단으로 복제해서 자기 글인 양 글을 올리는 행위도 다양한 루트 확보라는 차원에서 용서가 된다.  여기서 신간평가단 기수에게 제공하는 책값을 누가 부담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책값 못지 않게 들어가는 것은 시스템 유지 관리 비용'이니 말이다. ( 책값은 출판사와 알라딘 모두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소리가 있다. )

 

 

자신이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여러 온라인 서점에 같은 서평을 올릴 수는 있다. 자신의 글을 누구에게 판 것도 아니니 나눔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 글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교환가치에 의해 책과 서평이 등가교환으로 이루어진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알라딘 신간 평가단으로 활동하면서 알라딘에서 제공한 책에 대한 서평을 여러 곳에 올리는 것은 잘못이다. 상도에 어긋나고,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지금 이 주장은 논리 싸움으로 상대방을 설득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상식의 문제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기분이 나쁘다면 할 수 없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 음식을 쩝쩝거리며 요란하게 먹으면 웨이터가 다가가 손님에게 주의를 준다. "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 " 식사 에티켓을 지키라는 주의'이다. 돈 내고 먹는데 웨이터에게 자신의 자유 행위'를 제재받으니 기분 나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의하다가는 쫒겨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의 유명 영화감독이 겪은 실화이다. 에티켓이 없다고 지적하는데, 그 지적에 대해 오히려 에티켓이 없다고 되받아치면 대략 난감하다. 책에 대한 욕심은 크게 두 가지다. 에 대한 탐욕이거나 에 대한 탐구이거나.

 

 

 

 

 

+

이 글의 핵심은 이거다 : 중복 게재하는 것 가지고 딴지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제공한 책을 중복 기재하는 것은 문제다.

 

 

+

 

Q : 리뷰는 개인 블로그나 타 서점 블로그에 올려도 되나요?
A :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자유이지만, 알라딘 서재에는 꼭 올려 주세요. 페이퍼가 아닌, 리뷰로 올려 주셔야 합니다. 타 서점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가급적 지양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가 확인하러 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알라딘 신간평가단 12기 FAQ 에서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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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5-29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블로그만 겨우 하는 저로선 인터넷 서점의 서평 제도에 대해 워낙 생소해서 왈가왈부하기가 좀 그렇긴 하지만..
읽다보니 그래도 한줌의 도의를 지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네요.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문득 애자,라는 영화의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거기서 주인공이 모 출판사 공모전에 학생때 백일장에서 상 받았던 글을 다시 다듬고 늘려서 출품(?)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표절로 걸려서 출판사 편집장에게 약점으로 잡혀 대필작가로 착취당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쓰고 보니 연결은 잘 안되는데 암튼...

그럼, 오늘 하루도 무사히..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9 12:27   좋아요 0 | URL
그건 일종의 자기표절'입니다. 마립간 님 글을 보면 알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독서 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공교롭게도 표절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9 12:30   좋아요 0 | URL
알라딘 신간평가단 제도란 : 흠흠. 고정적으로 서평을 올릴 분들을 알라딘에서 모집합니다. 그리고 매월 일정 기간에 그들이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모아진 책 중 선별하여 신간평가단에게 책을 증정합니다. 대신 신간평가단은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쓰도록 하는 제도랍니다.

마립간 2013-05-2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저는 의리파가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정의파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님에게 드렸던 답글을 여기에 다시 옮겨 놓겠습니다.

중복게재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원을 받으면 받은 사실을, 중복 게재하면 중복 게재한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알라딘 신간 평가단에 도서를 지원받고 서평을 쓴 글을 예스24에 게재할 때는 '이 서평은 알라딘 신간 평간단에서 도서를 지원받고 쓴 글이며, 알라딘에도 중복 게재되었습니다.'라는 서평 끝에 삽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라딘 신간 서평단에서 다른 인터넷 서점에 게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권고 사항이 있으면 개인 블로그와 알라딘에만 올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9 13:35   좋아요 0 | URL
저도 쓰면서 이건 무슨 깡패도 아니고 의리파'냐. 이러면서 썼습니다. 졸린 상황에서 쓴 글이라, 수정을 해야 하는데.... 흠흠... 의리파 대신 대의명분이라고 고쳤습니다. 흠흠... 오늘도 비가 올 날씨군요. 우중충한 날씨이지만, 좋은 하루 되십시요..

참... 수학에 관한 책 중 좋은 작품 몇 권만 추천해주십시요. 초보자가 읽기 쉬운 것으로 말입니다.

마립간 2013-05-29 14:14   좋아요 0 | URL
'대의명분파'... 의리파보다 훨씬 사실 관계도 가깝고, 글이 곰곰생각하는발님의 글답습니다.

개인적으로 수학에 익숙하다 보니, 제 추천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자라는 말씀을 그대로 받아 들여<천재들의 수학노트>, <눈송이는 어떤 모양일까?> 두 권을 추천합니다. (한 권은 품절이지만 아마 근처 도서관에는 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5392967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6865939

저로 인하여 수학이 어렵다는, 수학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그런 좋은 일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9 14:23   좋아요 0 | URL
메모했습니다. 지금은 읽을 책이 거의 200권. ( 사두고는 읽지 않은 책.. ) 이 되어서 이제 한 백권으로 줄인 상태에서 도전해야겠습니다. 천재들의 수학노트와, 눈송이라.... 눈송이 무척 재미있겠는데요... 찾아봐야지..프렉탈에 관심이 있어서 눈송이 함 볼까 했는데 품절이군요.. 흠흠.

저도 도서관에서 읽다가 좋다싶으면 따로 구매를 합니다. 현산어보를 찾아서' 도서관에서 읽다가 이건 사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013-05-29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3-05-3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신 내용에 공감 천만배!! 이글은 정말 논거가 꼼꼼한 글이군요~ 알라딘에 아주 가끔들어오지만 들어올때마다 글 잘보고 있습니다. 발님의 글은 재밌고 유익합니다~ 필력이 예사롭지 않은데 저서있으시면 알려주세요~ 냉큼사게요 ^^ 그리구..수학책이라..교양수학책을 독파할때가 엊그제 같은뎅~ 저는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을 강추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30 11:15   좋아요 0 | URL
아직 백만 부 돌파한 책은 없는지라 백만 부 돌파하게 되면 그땐 야무 님께 공짜로 한 부 보내드리겠습니다.
참..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 바로 검색하겠습니다.

소나기 2013-05-3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는 그럴 것이니 나는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글인데,
글쎄요. 그분의 생각엔 알라딘은 유령인 듯...
마립간님의 말씀처럼 알라딘에서 제공된 책이었음을 밝혀야 정상 아닐까 싶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30 11:18   좋아요 0 | URL
저도 마립간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쇼생크 탈출 SE (2disc) - [할인행사]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팀 로빈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 야구와 멜로는 엇갈림의 미학이다. "

야구공은 둥글고 작다. 공은 지름이 약 7cm이고 방망이도 둘레가 대략 7cm. 안타란 공의 중심과 방망이의 중심이 서로 만날 때 발생하게 되는 물리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지름이 7cm인 방망이와 지름이 7cm’인 공이 서로 부딪치기만 하면 다 안타가 될까 ? 그건 아니다. 방망이가 야구공 위쪽을 때리거나 아래쪽을 때리면 땅볼이나 높이 뜬 볼이 된다. 방망이로 공을 때렸다고 해도 그라운드를 향해 날아간 공 가운데 7,80%는 아웃'이다.   다..... 잘못 맞은 것이다. 안타란 ( 방망이-야구공 ) 중심축'이 서로 정확하게 만날 때 발생한다. 안타가 될 수 있는 충분 조건, 바로 1cm 영역 안에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검정 유성펜으로 방망이 중심에 선을 긋고 빨간 유성펜으로는 야구공 중심에 선을 그었다고 가정하자. 안타란 검은 선과 빨간 선이 만날 때 안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A급 투수가 공을 던지면 평균 150km’ 속도로 날아간다. 대략 계산하면 투수 손을 떠난 공은 0.5초 이내에 포수 글러브에 도착한다. , 공이 날아오고 있다고 치자. 공이 포수 근처에 오자  비로소 공의 구질을 간파한 타자는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지만 백이면 백 헛 스윙을 당하고 만다.  당신은 이미 포수 글러브 안에 공이 박혀 있는데 뒤늦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한물간 타자를 보게 될 것이다.

타율이 좋은 타자는 공이 투수 손을 떠난 지 0.25초 안에 공이 어느 지점으로 떨어질 것인지를 미리 예측해야 한다. 직구인가, 커브인가?  슬라이더, 스크루볼, 너클, 싱커, 스핏?   , 간단하다. 0.25초 안에 일곱 경우 중 하나를 간파하면 된다. 그 다음에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낙차. 스트라이크 존무릎에서 겨드랑이까지'가 포함된다. 건장한 체격을 가진 선수를 감안하면 스트라이크 존은 위 아래로 1미터 정도 된다. 생각보다, 꽤, 넓다.

지금 날아오는 공은 분명 포수 근처에 오면 뚝 떨어질 것이다. 그걸 예측하면 된다. 그 다음은 좌우폭이다. 저 공은 분명 왼쪽으로 5도 각도로 휘어져 들어올 것이다. 마치... 휘어진 내 페니스 각도와 비슷하군.좋아, 커피 한 잔 마시고 천천히 생각하자고. 그리고는 x y좌표가 만나는 지점을 설정한 후 허공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이 모든 생각을 0.25초안에 생각해야 한다. 커피도 마시면서 !

결론은 이렇다 : 150km로 날아오는 공을 0.25초 만에 위치를 간파하여 방망이 중심을 야구공 중심에 맞히면 안타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150km’ 속도로 날아오는 유리구슬을 연필로 휘둘러서 정확히 맞추는 꼴이다. 가능한가? 엄밀히 말하면 야구는 말이 되지 않는 경기다. 그러니깐 안타란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현상이다. 오히려 안타는 비정상적인 놈이 우연히 휘둘렀다가 안타를 때린 것이라고 봐야 한다.안타는 실패가 낳은 결과물인 셈이다. 한 마디로 야구란 실패학'이다.

나는 그런 야구를 좋아한다. 보통 3할 타자는 좋은 타자의 기준이다. 3할이란 10번 타석에 나가서 3번 성공하고 7번 실패한 경우를 말한다. 타자와 투수와의 싸움에서 타자는3 7의 성적을 올리는 꼴이다. 겨우 세 번 이긴 것이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 메이저리그에서 3할 타자라면 연봉 30억은 된다. 그것이 바로 3할의 진실이다. 실패, 실패, 실패, 또 실패 다음에 성공이다. 말 그대로 야구는 실패를 좋게 대우하는 스포츠다. 이 지점에서 야구 서사는 멜로 서사와 비슷한 구조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김영하의 말을 빌리면 " 멜로란 엇갈림의 미학 " 이다. " 오고가다 다 만나면 그것은 멜로가 아니라 텔레토비 " 이다. 그렇다. 맞는 말이다. 사실 야구도 < 엇갈림의 미학' > 이다. 방망이는 남성이고, 공은 여성이다. 안타는 만남이고, 헛스윙은 엇갈림이다. 오작교다. 간절히 만나고 싶지만 계속 엇갈리다가 운명적으로 만나는 과정이 바로 멜로'다. 영화에서는 멋진 키스로 보답하지만 야구에서는 탕 ! 소리로 보답한다. 방망이가 야구공을 제대로 때렸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 말이다. 그러므로 야구와 멜로는 동일하다.

영화 < 쇼생크 탈출 > 은 남성 퀴어 영화. 이 영화는 탈옥 영화가 아니라 멜로 영화. 그것도 운명적 사랑을 다룬, 지고지순한 사랑 영화. 그들은 쇼생크에서 운명적으로 만난다. 첫눈이 오는 11월도 아닌,  8월에 그들은 첫눈에 알아본다.  운명적 만남이다. 황당한 분석이니 끝까지 가자 ! 앤디가 탈옥하는 이유는 레드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치밀한 준비’이. 앤디는레드가 만기 출소를 하면 있어야 할 집과 배와 세간살이를 미리 준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탈옥을 한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이더냐. 하여튼 앤디와 레드는 황혼을 뜨겁게 불태우며 살았다고 한다.

앤디! 난쇼생크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심장이 뛰어서 심장을 가둔 케이지가고장날 줄 았았다네! 운명적 만남이라는 사실을 제일 먼저 안 건 사실 내가 아니라 으르렁거리는 내 심장이었어 !“  앤디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 그래요, 레드. 그건 운명적인 만남이었어요. 우리 너무 오랫동안 서로를 찾아헤맸던 것 같아요.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 사랑으로 채워요.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운명이라는 이름의 시간에게 복수가하는 거니깐. “  레드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 시간에 대한 복수라 ? 멋지구려앤디.... 그런 - “ 

그때 갑자기 배가 기우뚱거리면서 무엇인가가 낚시줄을 팽팽하게 당긴다. 큰 놈이 걸린 것이다 ! 레드가 큰 소리로 외쳤다. “ 이봐, 앤디 !!!!   큰 놈이 잡힌 것 같아. 참다랑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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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5-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궁금해할지몰라서 미리 쓴다. 물고기 그림이 들어간 이유는 없다. 시각적 충격을 주기 위해서이다.

지그문트 2013-05-28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랑합니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8 16:24   좋아요 0 | URL
천재 지그문트 ! 당신이 날 사랑하다니 감개무량하오..

새벽 2013-05-2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아.. 정말 글 읽다가 쇼생크 탈출 애정하게 될 듯싶습니다. 자칫 곰곰발님도.. (읭?)

아까 잠시 병원에서 불쾌한 일을 겪고 다운돼 있었는데 재밌는 글에 빠지고 나니 좀 가라앉네요. 휴..

정말 요즘 의사들, 의사 맞습니까. 이건 완전 장사치들입니다.

니들 히포크라테스 선서 하지 마라! 벼룩도 낯짝이 있지 쪽팔리지도 않냐! ... 씩씩...

그런데, 야구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으시네요. 저런 생각 한 번도 못해봤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8 19:26   좋아요 0 | URL
저 잠시병원을.. 정신병원인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의사들 약 팔려고 과잉 진료하는 거 어제오늘 일도 아니죠.
제가 감기 걸리면 약만 타고 주사는 안 맞겠다고 하면 한사코 맞으랍니다.
굉장히 불쾌해하더라고요.. 참내... 어이가없습니다...

한때 야구광이었어요. 어릴 때 말이지요. 지금은 거의 안봅니다만..

새벽 2013-05-28 19:5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놀라시기는...하하.
아. 정말 시간, 금전에 여유만 있으면 정신병원도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굳이 상담, 치료까진 아니어도 생면부지 의사 앞에 속을 쏟아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가 될듯 싶어요. (읭?)

그러고 보면.. 제가 너무 순진하고 안일해서 매번 그런 부조리한 일들에 놀라고 화내고 그런 것 같습니다.
언제쯤 이 낯선 세상에서의 삶에 능수능란해질런지...

참, 그리고 이 글도 모셔갑니다.
 
쇼생크 탈출 SE (2disc) - [할인행사]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팀 로빈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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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오물이 흐르는 하수구는 여성 성기'를 뜻한다.  앤디는 자궁에서 빠져나와 세상 밖으로 탈출한다. 

 

언젠가 여성은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데생을 공부한 학생이라면 남성적인 육체가 직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여성의 바디라인'은 곡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직선으로 이루어진 공간인 감옥과 군대가 모방하는 것은 수컷들의 도상학이다. 감옥에 갇힌 남성 이미지는 자연스러운 반면, 감옥에 갇힌 여성 이미지가 부자연스러운 이유는 여성이 남성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감옥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와 열은 수컷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미학이며 줄과 각은 폼생폼사. 영화 < 쇼생크탈출 > 에서 탈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탈옥이란 아버지가 정해놓은 선/밑줄을 넘는 행위이다. 그것은 아버지가 만든 법을 어기는 행위이다. 금기이다. 그래서 탈옥에 실패한 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영화 <쇼생크 탈출 > 에는 두 가지 도상'이 대립한다. 하나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딱딱한 사각형'이고, 다른 하나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부드러운 동그라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직선은 남근의 세계이다. 그것은 거칠고, 딱딱하다. 반면 동그라미는 여성스러운 젖가슴과 촉촉한 검은 동굴이다. 주인공인 팀 로빈스/앤디는 말이 거의 없다. 어쩌다가 한 마디 하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는 교도소 소장의 개인 비서로 내성적이며, 곱상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정성일의 말투를 흉내내자면 그러니까 이 영화는 아주 이상한 영화입니다 ! 거친 남성 과잉 서사의 극단적 변형인 감옥 영화에서, 주인공이 지나치게 여성스럽다는 사실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 그러니까 이 영화는 뿜빠라뿜빠뿜빠빠 입니다. “

 

아닌게 아니라 나레이션을 담당한 모건 프리먼도 앤디를 그는 약간 세게 부는 산들바람에도 꺾일 것 같아 보였다. “ 고 말한다. 닝기미... 그는 달려라 하니보다도 더 나약하며, 참고 참고 또 참는 캔디보다도 허약해 보인다. 이상하기는 하다. 마초 사회엔 감옥 영화에서 주인공이 여성스럽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더군다나 그는 탈옥에 멋지게 성공하지 않았던가 ?

 

이 영화가 다른 탈옥 영화들과 다른 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탈옥 영화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강인한 남성 마초들이었던 반면,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은 마초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동료를 괴롭히는 나쁜 녀석을 주먹으로 단 한 방에 날려버리는 설정은 없다. 산들바람에도 꺾일 것 같은 비실비실 비실이와 등이 둥글게 굽은 늙은 노인이 전부다. 도대체 이 힘없는 자들은 탈옥에 성공할 수 있을까 ?

 

우려와는 달리 앤디는 탈옥에 멋지게 성공한다. 그가 남긴 것은 풍만한 엉덩이를 가진 리타 헤이워드가 그려진 포스터 한 장이 전부이다. 그 포스터 뒤에 숨겨진 것은 촉촉한 검은 구멍'이다. 이 오브제(들)은 앤디가 여성적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앤디의 여성성을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설명하자면 남성 육체에 갇힌 여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앤디는 겉은 남성과 같은 육체이지만 속은 여성처럼 섬세한 정신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그것은 육체의 감옥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 영화에서 앤디가 남성 동료 죄수들에게 강간을 당하는 에피소드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탈옥 영화라는 장르를 빌린 동성애 러브스토리다.

 

 

 

 

그가 빠져나간 동굴은 ( 아프로디테의 ) 자궁이다. 그가 자유를 찾아 밖으로 기어나올 때 우리는 기시감에 시달린다. 그것은 출산에 대한 기억이다.  그리고 얼굴과 몸에 묻은 진흙은 산모가 흘린 피다. 그가 똥오줌이 지나가는 하수도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출산에 대한 은유'임을 확고히 한다. 그는 이 상징적인 제의를 통해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직선으로 이루어진 남성 세계인 감옥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여성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 ( 내가 이 장면을 성전환에 대하 은유라고 하면, 당신은 지랄을 하겠지 ? )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건 프리먼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앤디는 늙은 흑인을 위해서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그들은 푸른 해안가가 보이는 곳에서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다. 이 만남을 우정이어고 말해도 좋고 근사하게 재회'라고 말해도 좋다.

 

이 장면은 마치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다가 다시 만나는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지켜본다.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늙은 흑인은 이름이 앨리스 레딩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앨리스 레드 레딩이다. 남성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여성스럽지 않은가 ? 하여튼 그들은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둘이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낮에는 배를 타고 낚시를 하고, 밤에는 감옥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앨리스는 늙어서 죽을 것이다. 앤디는 죽은 앨리스의 힘없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린 후 입에 마지막 키스를 할 것이다.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 아무런 장식도 없는 벽엔 레드가 작년에 잡은, 1미터 32센티미터나 되는 커다란 참다랑어 표구 액자가 걸려 있을 것이다.

 

 

 

후일담

누군가 나에게 왜 이런 식으로 영화를 해석합니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정성일 흉내를 내며 그것이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 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영화가 끝난 이후를 늘 상상한다. 그 후일담들은 본편보다 더 재미있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살았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한다. 형편 없는 영화는 우리를 <허걱!>하게 만들지만 좋은 영화는 우리를 <울컥! > 하게 만든다. 또 누군가는 내가 쓴 이 글을 읽고 갑자기 이 영화가 좋아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좋은 영화 한 편을 만나기 위해서영화제가 열리는 도시를 찾아다닌다. 돈이 없어서 풍찬노숙을 하더라도 말이다. 나에게 <쇼생크 탈출 > 은 내가 애타게 찾던 바로 그 영화.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 > 이라는 낱말이 좋아졌다. 어릴 때 자주 썼던 말인데, 나이를 들면서 촌스러운 말투 같아서 잘 쓰지 않던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 < 쇼생크 탈출 > 은 총 8편으로 이루어진 에세이다. 다음 회'는 < 쇼생크 탈출 2 : 쇼생크와 야구 편 > 이다. 많은 애독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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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5-2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디는 마지막 탈출 때 리타 헤이워스의 사진으로 막아놓고 탈출한다. 그러나 어떻게 그 사진의 네 귀퉁이 모두를 구멍속에서 붙일 수 있었을까?>- 이 영화의 광적인 팬인 어느 분이 '옥의 티'랍시고(?) 네이버에 올린 것 중의 하나인데요, '가능하다'는 얘길 남편한테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갑자기 '그게 어떻게 가능한거지?' 싶은게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이.. 정말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7 22: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군요. 차마, 거기까지는 전혀 생각을 못했습니다.
저 이 영화 한 10번 정도 본 것 같은데, 그 생각은 전혀 못했네요..

새벽 2013-05-27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엄훠. 저 이 영화 엄청 미워하는데.. (싫어한다기보다 미워합니다. 하하 ;;)
음. 저와는 전혀 다른, 상상초월의 시각.. 이번 기회에 곰곰발님 연재를 꼼꼼 읽어가면서 애정을 가져볼까BoA요. :)

+ 메모로그 기억하고 싶은 글 카테고리에 담아 두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7 23:49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저 이 영화 엄청 좋아합니다. 이거 옛날에 올렸던 글들인데요기로 이전하면서 다시 씁니다.
저 이거 10번 정도 봤어요..아니 그런데왜 미워하십니깡..

새벽 2013-05-28 00:1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 영화 볼 당시의 좀 희한한 제 자의식과 결벽증에 걸려 들어서.. 무지 거부감을 지니고 봤었거든요.
그러니까 소시민의 탈출, 승리가 아니고 또 다른 미국식 영웅 이야기로 받아들였었달까요.

특히 제가 팀 로빈스를 당시 브루스 윌리스, 케빈 코스트너와 함께 삼적으로 꼽을만치 싫어해서.. 하하 ;;
지금 생각해보면, 팀 로빈스가 여러 영화를 통해 보여준 캐릭터에 절묘하게 제 모습도 비춰지는 게 미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이번 기회에 글도 읽고 영화도 다시 곱씹어보려 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8 00:48   좋아요 0 | URL
3적이라.... 여기에 남양유업과 윤창중을 더하면 을사5적이 되겠습니다. ㅎㅎㅎㅎ.
전 팀 로빈스, 이 영화 빼고는 다 싫어합니다. 참.. 묘한 배우예요.
기묘한 배우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그를 처음 본 건 야곱의 사다리였군요.
생각해 보니 이 영화도 재미있었어요..

새벽 2013-05-28 05:3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암만 그래도 그들이 남유, 윤창중 만큼 나쁜 놈들이겠습니까. 하하.
왜 그리 유독 그 미국 배우들이 싫었을까요. 너무 전형적인 양키 느낌을 줘선지..

아! 야곱의 사다리도 있었네요. 연출, 연기보다 각본 자체의 내용이 참 후덜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제가 팀 로빈스를 미워했나봅니다.
참 흥미진진하고 서늘한 작품인데 별로였던 느낌으로 남아있는 거 보면..

그나마 팀 로빈스가 별 거부감 없었던 영화는 밥 로버츠,였던 것 같아요.
영화 속 인물과 배우 이미지가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아선지.

지금에 와선 어릴 적 뭐 그리 가리는 게 많았나 싶기도 합니다.
로빈 윌리암스 때문에 죽인 시인의 사회, 굿모닝 베트남도 싫어했을 정도니까요. ^^;

그럼.. 쇼생크 두 번째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8 12:00   좋아요 0 | URL
일종의 팀 로빈스 트라우마를 앓고 계신듯합니다.
신기한 트라우마인데요. 흠흠.... 다음에 만나면 꼭 물어보겠습니다.
팀로빈스는 유독 살이 하얀... 아닌가 ? ㅎㅎ. 팀은 전형적인 양키 스타일이 맞습니다.
전 팀보다는 클린턴이 전형적인 양키같더라고요... 클린턴 싫어했어음..ㅎㅎㅎㅎ

새벽 2013-05-28 18: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트라우마..일까요? 음.. 정말 일종의 트라우마 겸 포비아 증세 같기도 하고.. 둘 다 좀 이상하군효. -_ㅜ

암튼, 이번 연재를 통해서 트라우마..인지 포비아..인지 조금 극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히히 2013-05-28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한밤의 아이들]을 읽고 살만루슈디에게 놀라고 김진준의 번역에 감동했더랬습니다.
그래서 그의 번역서를 찾아 읽은 글이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스티븐킹의 [스텐바이미] 였습니다.
'호흡법'을 읽다가 목이 잘려도 호흡을 할 수 있는거구나! 하고 착각할 정도로 소름 돋았습니다.
.
.
모건프리먼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닮아 더 좋았던 쇼생크 탈출...
교도소장이 원작에도 자살하나요?
스티븐 킹 답지 않다는 부자연스러움이 생기더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8 14:45   좋아요 0 | URL
실제로 목이 잘리면 몇 초 간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메리로취의 스푸트인가.. 그런 책에서 얼핏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흠흠.. 아마 사계 중 리타헤이워드와 쇼생크'에서... 죽나 ? 잘 모르겠군요.
제가 모건 프리먼 좋아합다앙... 목소리가너무좋아요. 정말 좋은 목소리입니다.

전 한밤의 아이들 안 읽었는데 읽어봐야겠는데요. 흠흠..

히히 2013-05-2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마도 ..거의..
곰...발님과 코드가 맞을 듯 합니다.
전 많이 놀랐어요.
인도의 슬픈 역사를 정말 코믹하게 풀어놓았습니다.
살만 루슈디의 수다가 끝나기까지 인내가 필요합니다만..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입니다.
곰..님이니까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단정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8 15:29   좋아요 0 | URL
아랍권 소설은 나집 마흐프즈의 < 우리동네 아이들 > 이후로는 안 읽어보았습니다.
이 참에 함 읽어봐야겠습니다. 일단, 이리저리 정보를 긁어모아야겠군요.

소나기 2013-05-3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가 끝난 이후를 늘 상상하는데, 왜 이런 멋진 글을 쓰지 못하는 건지... ?
저는 이리저리 엮어 보는 상상력이 문제.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30 11:14   좋아요 0 | URL
옛날부터 버릇이었던 거 같아요. 옛날에 왜 사춘기 때 야리야리한 청춘영화 보고 나면
내가 주인공이라면... 이런 생각하며 막 상상하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이 버릇이 된 것 같아요.. 하하..
 

 

 

 

 

 

끝이 주는 위로 : "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

 

 

 

 

               그녀는 2005년 3월 4일에 태어났다. 혈통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다면 축복이라도 받았겠지만 평범한 부모를 둔 탓이었을까. 다른 이'보다 몸집이 작았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가 작고 깃털처럼 가벼웠다고 한다. 고작 430kg이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작고 귀여운 그녀를 보고 차밍걸'이라고 불렀다. 혹자는 g를 kg으로 잘못 표기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몸무게는 430kg이 맞다. 경주마 차밍걸 이야기'다. ( 보통 혈통 좋은 명문가 경주마는 평균 500kg이 넘는단다. ) 다음은 차밍걸에 대한 중알일보 기사'이다.

 

 

“차밍걸, 욕하지 마세요. 얼마나 열심히 뛰는 말인데….”  (유미라 기수)

을(乙)들의 희망’으로 불리는 경주마 ‘차밍걸’이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가 생긴 이래 최다연패 신기록을 세웠다. 2005년 태어난 8세 암말 차밍걸은 26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6경주에 출전해 11마리 중에서 9번째로 골인했다. 이로써 2007년 데뷔, 7년간 96번 경주에 출전한 차밍걸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며 자신과 당나루(1995년 기준)가 갖고 있던 95연패 기록을 넘어섰다. <본지 5월 25일자 1, 14 ,15면>
   

차밍걸은 다른 경주마보다 몸무게 100㎏이 덜 나가는 430㎏의 왜소한 말. 1등은 못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뛰는 ‘소시민’ 또는 성실한 ‘을’로 비유되며 서울 경마공원의 ‘화제마’로 부상했다. 차밍걸이 96연패 기록을 세운 26일, 1등 기수보다 더 조명을 받은 기수가 있다. 차밍걸의 기수 유미라(29)씨다. 2008년 6월 기수로 데뷔한 유씨는 같은 해 8월 차밍걸을 처음 타 12두 가운데 6위를 한 이래 차밍걸이 출전한 96회 경주 중 75번을 함께 달렸다.

유 기수는 “오늘도 레이스 중반까지 꼴찌로 처졌다. 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달려 직선주로에서 두 마리를 제쳤다. 1등을 못하지만 어지간해서는 꼴찌도 안 하는 투지 있고 열심히 뛰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로라하는 특급 기수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랭킹은 서울경마공원 소속 기수 56명 중 46위다. 유 기수는 “2007년 교육생 때부터 내게 배정돼 인연을 맺은 말이다. 연습 때는 까불대지만 막상 경기를 뛰면 승부욕이 정말 강한 말”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차밍걸을 응원하는 팬도 있지만 ‘똥말이 또 뛴다’고 욕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차밍걸이 연패 기록을 쌓아가는 동안 유 기수의 기량은 향상되고 있다.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5시즌 동안 622번 달려 6번 우승에 그친 유 기수는 올해 벌써 4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기수를 시작했다. 말이나 기수나 여자라고 봐주는 게 없는 종목이다. 결혼을 한 뒤에도 차밍걸처럼 오랫동안 기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굵고 짧은 것보다는 가늘고 긴 걸 선호하는 ‘을’다운 포부다.

 

이해준 기자

 

 

 

드라마 같은 기적은 없었다. 성적은 말 그대로 초라했다. 96전 96패'였다. 최고 기록은 3위가 유일했다. 경마 역사상 최다 연패'를 기록한, " 불명예 기록 " 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늙은 말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경주마에게 8살이면 환갑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별다른 부상 없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과 비록 우승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으나 열심히 뛰어서 꼴등'을 한 적도 별로 없었던, 차밍걸의 성실한 태도'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앞에서 보느냐 아니면 뒤에서 보느냐, 에 따라서 입장'은 달라진다. 뒤'란 끝, 변방, 패자, 꼴찌, 비주류의 다른 이름이다. < 앞 > 에서 보면 차밍걸'은 한심한 경주마'이지만 < 뒤 > 에서 보면 성실한 경주마'이다.

 

이처럼 관점은 보는 위치가 어디인가에 따라서 판이하게 달라질 수가 있다. 중심'이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거나, 얼굴이거나, 뇌이기도 하지만 같은 이유로 누군가에게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거나, 얼굴이 아니거나, 뇌가 아닐 수도 있다.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나처럼 피똥을 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온통 항문에 신경이 집중된다. 신장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신장이 몸의 중심이 된다. 그러므로 중심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아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모든 관심은 아픈 곳에 쏠린다. 병든 곳이 중심이다. 다양성이란 차원에서 보면 승자독식은 독이다. 아주, 지독한 독이다. 중심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살린다고 주장하는 이건희 리더쉽'은 가짜다. 그것은 이건희가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노망에 가까운 실언이다. 마치 21세기형 군주제 같다. 이건희는 핸드폰을 팔아서 노동자를 먹여살린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를 한다. 대통령이 정치를 통치로 착각하면 위험하듯이, 경영자 또한 경영과 통치를 혼동하면 안 된다. 생각을 달리 하자. 오히려 만 명의 노동자가 이건희를 먹여살리는 것은 아닐까 ?

 

 

 

            앞에서 보면 보이지 않으나 뒤에서 보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바로 초라한 어깨'이다. 사람을 정면에서 바라볼 때 어깨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얼굴이라는 강력한 아우라 때문이다. 얼굴은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 구멍'이라는 도상학은 강력한 유혹'이라 할 만하다. 눈, 코, 귀, 입. 얼굴이란 온통 구멍투성이'다. 텅빈 기표이다. 독자여, 이런 표현을 용서해주신다면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람은 처음에는 얼굴을 보고 사랑에 빠지지만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은 초라한 어깨'라고 말이다. 타자의 어깨를 발견하게 되면 사랑에 빠지나니, 그것는 사랑의 묘약'이다.

 

 

- 나다니엘 페인, 1949

 

이 사진은 1949년도 풀리쳐 대상 작품으로 홈런 타자 베이비 루스가 은퇴를 알리는 공식적인 무대를 찍은 것이다. 사진 기자들이 이 역사적인 장면을 담기 위해 앞다투어 화려한 얼굴을 담을 때, 사진 작가인 나다니엘 페인은 쓸쓸한 어깨'를 담는다. 이 사진에는 화려한 얼굴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 끝이 주는 위로 > 가 짙게 깔려 있다.  등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 칼 끝보다 더 벼린 끝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끝......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이는 것은 관계이다. 여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쓸쓸한 끝이 있다. 사람들은 자의반 타의반, 관계를 맺거나 끊는다. 관계란 힘껏 당기면 끊어지는 끈이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에는 연필심처럼 날카로운, 조금이라도 손에 힘을 주면 똑, 부러지는 그런 연약한 끝이 있다. < 사랑의 끝 > 은 < 연필의 끝 > 과 같다. 그래서 연필을 쥘 때 너무 힘을 주면 안 된다. 연필과 사랑(집착)은 이음동의어이다. 연필이라고 쓰고 사랑이라고 읽는다. 힘껏 잡으면 잡을수록 心은 부러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끝은 절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끝이 보일 때 위로'를 얻기도 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이 끝나갈 때 기쁨을 얻듯, 연인들이 지독한 사랑 싸움 끝에 서로 끝내기로 결심을 할 때, 그때 끝이 보이는 관계는 위로'가 된다. 96전 96패를 기록한 차밍걸'은 다음 경주에도 출전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현역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불명예 기록을 하나 더 추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질주를 할 것이다. 늙은 말에게 있어서 우승은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젖은 빨래를 마르게 하는 바람은 무섭게 휘몰아치는 한겨울 칼바람이 아니다. 오뉴월의 느린 바람이다.  그녀는 열심히 달렸다. 바람보다는 느리지만 냇물보다는 빠른 속도로......

 

 

 

■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 뒷모습, 미셸 투르니에

 

 

 

 

 

 

 


 

 

 

 

 

 

 

 

 

 

 

 

 

 

 

 

 

 

 

 

함께 하는 책  :  < 퓰리처상 사진 > 은 가격이 부담 된다. 장바구니'에서 갇힌 지 꽤 오래되었다. 미셀투르니에의 사진 에세이 < 뒷모습 > 은 도서관에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여러 꼭지 가운데 하나인 < 뒤쪽이 진실이다 > 라는 짧은 글'이 책 전체를 말해준다. " 뒤쪽이 진실이다...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 오히려 이 책을 번역한 김화영 교수의 " 뒤에 붙임말 " 이 인상 깊다.

 

 

" 뒷모습은 정직하다. 눈과 입이 달려 있는 얼굴처럼 표정을 억지로 만들어 보이지 않는다. 마음과 의지에 따라 꾸미거나 속이거나 감추지 않는다. 뒷모습은 나타내 보이려는 의도의 세계가 아니라 그저 그렇게 존재하는 세계다. 벌거벗은 엉덩이는 그 멍청할 정도의 순진함 때문에 아름답다. "

 

 

 

 

 

 

 

 

 

 

 

 

 

 

 

 

 

 

말이 나온 김에 사진과 관련된 몇몇 책을 책장에서 뽑아본다. 롤랑 바르트가 쓴 < 카메라 루시다 > 는 수잔 손탁의 < 사진 이야기 > 와 함께 가장 중요한  사진 에세이'이다.  일독을 권한다. 이와 함께  존 버거가 쓴 < 이미지 > 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버몬트 뉴홀의 < 세계사진사 > 보다는 장클로드 르마니, 앙드레 루이예가 편집한 < 세계사진사 > 를 추천한다.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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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5-27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뭐에 대한 얘기일까 하다가 뉴스 검색해보곤 알았네요.
꼴찌에게 갈채를. 글에서 느껴진 페이소스에도..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7 10:02   좋아요 0 | URL
정보가 약했군요. 기사 내용 첨부합니다. 참...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 시선의 문제가 이렇게 달라보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한쪽 논리로 보면 한심한 말이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성실한 말....
바로 이런 시선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2013-05-27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7 20:09   좋아요 0 | URL
아니 소나기 님 그동안 왜 아무 연락도 없으셨어요.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버럭 ~
잘 지내시지요 ? 하이고.... 소식 없길래 무소식이희소식이려니 하며 밤마다 울었습니다.

소나기 2013-05-3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곰발님이었군요.
하루도 빠짐없이 곰발님의 알라딘과 네이버 블로그에 들러 가니 이젠 울지 마세염.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30 11:12   좋아요 0 | URL
흑흑.....며칠 비가 오더니 오늘은 활짝 필 모양입니다. 날씨가 말이지요.
그나저나 올 여름은 무지 더울 것 같아 걱정스럽군요. 흠흠...

히히 2013-05-3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중심이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대목에서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생각나네요.
"나는 내게 몸이 있단 사실을 깨닫는 데 생애 대부분을 보냈다.
혓바늘이 돋은 순간만큼 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때도 없는 것처럼,
각 기관들을 아주 세부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의식하며 살아야 했다."
--------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습니다.

근데 하루키 새 소설 선인세로 16억이상을 제시했다는 기사 아세요?.
하루키 때문에 일본작가 책은 거의 읽지 않았을 정도로 ...난 별로던데.
모임의 언니는 하루키 책은 3번 이상 읽어야 확실해진다는데, 속으로 '너나 읽으세요'
그 언니가 참 일본스럽다는 느낌인건 확실합니다. 그녀와 나는 코드에러!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9 07:53   좋아요 0 | URL
흠... 댓글을 달지 않았군요. 미안합니다.
김애란 두근두근을 읽었지만 저도 개실망한 작품입니다.
사실 저만큼 김애란 사랑하는 사람도 없을 듯...
그만큼 실망이 큰 탓일 거예요....


하루키에 대한 생각도 저와 비슷하네요. 저도 하루키는 도통 못 읽겠습니다.

경마댄스 2013-08-3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제 집에서 맥주와함게 편안하게 즐기십시오!!
멋진사장님 GoGo
http://mj724.com
 

 

 

 

 

 

 

 

 

 

 

 

 

 

 

 

 

 

 

 

 

 


 

 

 

 

 

 

 

두 편의 세태소설 : 위대한 개츠비 vs 삼부녀.

 

 

나는 < 위대한 개츠비 > 를 읽지 않았다. 읽지 않은 이유는 하루키가 쓴 < 상실의 시대 > 때문이었다. 이 책을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하루키의 허세가 웃겨서 읽지 않기로 굳은 맹세를 했다. 내가 읽은 소설 가운데 제일 후진 소설이 바로 < 상실의 시대 > 이다.  하루키 씨, 저도 당신과 친구할 생각 없습니다. 아마, 하루키는 지구가 멸망하는 그날에도 사과 나무 대신 자위'를 할 것이 분명하다. 지퍼를 내리면 희망이 보인다 ! ( 아흥 ) " 상실의 시대 " 가 후졌다, 에 500원 건다.

 

이곳저곳에서 매일 < 위대한 개츠비 > 이야기'다. 알라딘 메인을 장식한 지는 이미 오래이고, 무시무시한 반값 할인에 덤으로 + 2'이다. 한곳이 물량으로 공세를 펴니 다른 출판사도 기본적으로 50% 세일은 깔고 간다. 이런 상황이니 할인'을 안 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이상할 정도'이다. 신문 서평은 물론이고 방송 여기저기에서도 온통 개츠비'다. 레츠비가 그냥 커피라면 개츠비는 티오피다.  와와, 도대체 개츠비는 어떤 소설이더냐.  문득 남양유업의 < 밀어내기 > 논란이 생각난다. 이 정도면 아스트랄적 밀어주기'라 할 만하다.

 

밀어내기'나 밀어주기'나 < 물량 > 으로 쇼부를 본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국은 매한가지 아니던가. < 위대한 개츠비 > 열풍은 " 될 놈만 밀어준다 " 는 자본주의적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경우이다. 알라딘에서 <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 > 라고 했을 때, 앞다투어 반대했던 출판사들이 이제는 50%는 물론이고 사은품까지 준비하는 이율배반적 자세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아 다르고 어 다른 경우다.

 

< 위대한 개츠비 > 열풍은 영화 < 아이언맨 > 열풍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스크린 수가 2400개인데 아이언맨 상영 스크린 수가 1300개라는 것은 결국 아이언맨을 제외한 개봉 영화의 총 스크린 수보다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화 한 편이 나머지 전체 영화보다 더 많은 스크린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10개 스크린을 가진 극장'에서 최소 5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 아이언맨 > 을 집중적으로 상영했다는 말이 된다.  이 정도면 시장 논리를 떠나서 횡포에 가깝다. 그것은 마치 경상도 총인구수가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총 인구수'보다 많은 것과 비슷하다. 대한민국은 경상도 독과점 국가'다. 독과점은 반드시 나쁜 쪽으로 영향을 준다.  

 

주인공 아이언맨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측면에서 " 문제적 철면피 " 다. 철면피/鐵面皮'를  풀어쓰면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는 뜻이니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대기업 주도로 이루어지는 특정 영화 밀어주기'는 작은 영화가 상영될 기회를 박탈한다. 나 또한 아이언맨이 재미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상영관 독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 위대한 개츠비 > 가 훌륭한 소설일 거라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물량 공세'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사실 < 위대한 개츠비 > 와 같은 훌륭한 풍속소설'은 한국 소설에도 많다. 피자 먹으로 이탈리아까지 갈 필요 없다는 말이다. 손창섭이 쓴 < 삼부녀 > 는 그 가운데에서도 압권'이다.  손창섭의 < 삼부녀 > 는 나쁜 가족극‘이다. 근친 욕망이라는 이름의 총천연색 만화경’처럼 화려하다. 일본 도까이 에이브이 성인 공작소‘라면 이 원작을 입수해서 근사한 포르노를 찍었을 것이 분명하다.

 

손창섭은 이 소설에서 에둘러 이야기하는 법‘ 이 없다. 읽다 보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이 작품은 1970년 주간여성에 연재된 장편소설인데 과연 이러한 내용의 소설이 검열 없이 연재되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점은 생생하다는 것이다. 40년이나 지난 작품이 2010년의 당대성을 획득한다는 사실은 거의 기적처럼 보인다. 그러니깐 손창섭은 40년 앞을 내다보고 이 소설을 쓴 것이다. 그는 너무 앞서간 인물이었다.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가족은 해체된다. 아내는 바람나서 도망가고, 딸들도 모두 아버지를 부정하고 집을 나간다. 이제 남은 것은 늙은 수컷‘과 텅 빈 집이다. 소설은 해체된 가족’을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한다. 위기를 겪은 가족의 복원이 아닌,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하는 것이다. 스폰서를 하는 조건으로 아내의 빈자리‘를 젊은 여자가 채우고, 딸의 빈자리 또한 다른 젊은 여자’가 채우는 방식이다. 계약 가족이다. 문제는 두 여자 모두 아버지의 남근을 빨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끊임없이 유혹한다. 가짜 아내는 딸의 욕망을 견제하지만 나무라지는 않는다. 가짜 딸은 시도 때도 없이 아버지의 침실을 노린다 !

 

하지만 유사 가족 관계 안에서 불협화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유사 가족은 평화‘ 롭다, 놀랍게도 ! 손창섭이 보기에 혈연 중심적 가족주의’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해체를 주장한다.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안가족의 탄생이다. 박정희가 군화발로 동토를 철권통치하는 시대에 손창섭은 성적으로 도발을 한다. 엿 먹어라, 페니스 !

 

그는 남근 중심의 숨 막히는 한국 유교 사회‘를 혐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남근과 대한민국을 동일시했고, 그 속에서 광기의 소국’을 발견했다. 그래서 조국을 버리고 야반도주했는지도 모른다. 이 위대한 소설가는 끝끝내 조국을 등진 채 일본에서 숨을 거두었다.이 소설 놓치면 후회한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데 500원 건다. 내게 있어 500원은 껌값이다. 그리고 < 삼부녀 > 가 < 상실의 시대 > 보다 훌륭한 소설이라는 데에는 1000원 건다. 내 촉은 틀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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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5-25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면 다 막장이죠.70년대라고 해서 지금보다 더 도덕적이었겠습니까...우리 때는 순수했다느니 요즘 사람들은 물질만 추구한다느니 하고 늘어놓는 이야기는 다 거짓말입니다.70년대 소설 해설한 책이 있는데 요즘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우습게 안다느니...애들이 싸가지가 없다느니...젊은이들이 노인을 공경 안 하느니...남녀 간 문란하다느니...다 그런 이야기죠. 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채만식 <태평천하>도 그대로 드라마로 옮기면 막장인 장면이 많으니 70년대야 뭐...할 말 다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6 17:02   좋아요 0 | URL
아이구. 이 댓글 좋군요. 맞습니다.
제가 늘 하는 소리가 "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공부 열심히 한다 " 라고 말하지 ? 난 학창시절로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지금의 천성이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고쳐지는 게 아니다. 어린 시절이 좋았다고 ?
웃기지 마라라. 그때 어린나이에 있을 때를 회고해 보면 날마다 지옥이었다. 이런 식으로말하고는 했죠.
싸구려 향수는 정말 좀, 쫌 촌스럽습니다.

새벽 2013-05-25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상실의 시대 후졌다,에 저도 오백원 콜.
(제가 유일하게 읽은 하루키 소설입니다.
솔직히 무슨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길게 늘여논 거 읽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그의 작품 읽지 않지요.)

요즘 영화 때문에 위대한 개츠비가 출판시장까지 출렁이게 하나보죠?
예전에 로버트 레드포드, 미아 패로우 나왔던 70년대 영화가 기억나네요.
분위기만 잔뜩 잡고 칙칙하게 끝나버린...
제 경우 소설은 좋았습니다.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세로활자 책으로 읽었는데 참 오래됐네요.

아! 그리고 하루키 쯤 염상섭에게 비견할 수 없다에도 천원 콜입니다 :-)
그런데 삼부녀는 못 읽어봤어요..! e북으로라도 훑어보려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6 17:00   좋아요 0 | URL
소설은 저도 좋을 거 같아요. 약속 취소... 위대한 개츠비 읽어보기로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내용 보니 딱 내 스타일일 것 같아요. 개츠비.
솔직히 피츠제랄드 단편은 읽었는데 실망을 좀 많이 한 상태거든요. 개츠비로 만회를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이벤트는 출판사가 좀 자재를 해주었으면 해요. 물량 밀어내서 골목 상권 죽이는 거 진짜 끔찍합니다. 개츠비 10% 할인하는 출판사'는 마치 얌체처럼 느껴져요. 그들이 정상인데 말이죠.

맥거핀 2013-05-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실의 시대>가 확실히 허세 덩어리이기는 하죠. 그런데 90년대에 그렇게 이 소설이 먹혀든 것은 아마도 그 시대가 또한 허세덩어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요즘에는 저는 그런 허세로 가끔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요. 허세는 민낯이 부끄러워지는 이들, 적어도 부끄러움은 조금 아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모든 것을 리얼로 까는 시대, 정말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는 요즘을 보면요. (그 아이언맨, 아니 철면피도 참 어찌나 그렇게 부끄러움이 없는지..) 물론 이건 그냥 뻘소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6 16:57   좋아요 0 | URL
뻘소리'치고는 삘'이 충만한 지적 문장이십니다. 전 첫 단추가 잘못 되어서인지 하루키 소설을 계속 읽으려고 하느데 계속 안 읽히비다.집에 쌓아둔 하루키 책만5권은 됩니다. ( 고백하자면 안 읽고 방치한 책이 200권은 되는 것 같습니다. ) 소설은 제 취향이 아닌 것 같고 함 에세이 쪽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괜찮을려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