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안 할 말

 

 

 

 

할 말 안 할 말 가려 하지 않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만연체'로 쓰여진 문장을 읽으면 짜증이 난다. 플로베르나 프르스트 정도의 레베루'가 되어야지 할 말 안 할 말 가려 하지 않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만연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지, 어설픈 잔재주를 가진 사람이 할 말 안 할 말 가려 하지 않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만연체를 다루면 문장이 지저분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평론가 ○○○'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 아라비아의 로렌스 > 를 보고 나서 감읍하야 두 달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낙타'만 그렸다는 수줍은 고백은 시네필로서의 운명'을 보여준 일화'라 할 만하다. 두 달 동안 낙타만 그렸다니, 대, 다, 나, 다 !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  또래 아이들이 < 우뢰매 > 나 < 태권븨 > 에 열광할 때,  그는 사려깊은 눈빛으로 < 아라비아의 로렌스 > 에 열광한 것이다.  아이들이 담벼락 위에서 뛰어내리며 수직 낙하에 배울 때, 땡땡땡 평론가는 시네마 스코프 화면에서 수평의 미학을 발견한다. 아, 그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생각이 깊었다. 하지만 나는 이 에피소드가 진실이 결여된 허세'처럼 느껴진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나는 4살 때 아버지와 함께 장 콕토의 < 미녀와 야수 > 를 보고 나서 두 달 동안 벌거벗은 여자'만 그렸다. 그리고 그 나이에 이미 알파벳을 터득하여 도화지에 세로쓰기로 W.X.Y를 썼다(고 전해진다.)

리바이스 청바지 회사와 이름이 똑같은 레비스트로스'는 자서전을 쓰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 나쁜 기억력을 뽑았다. 그런데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와 디디에 에리봉가 주고 받은 대담'을 엮은 <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 를 읽으면 그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지식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 슬픈 열대 > 에서 누누이 자신은 기억력이 매우 나쁘다고 강조했다. 기억을 재구성할 수 없으니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그는 처음부터 < 기억 > 이라는 것를 신뢰하지 않았다. 기억이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된 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가 보기엔 인간의 기억'은 믿을 것이 못 된다. 

어쩌면 ○○○ 평론가는 단순한 기억'을 지나치게 의미 부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 한때 그냥 < 아라비아의 로렌스 > 를 본 적이 있었고, 한때 그냥 < 낙타 >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그는 이 단순한 기억'을 병렬로 나열해서 " 자신의 시네필的 에티튜드 " 를 과시하고 싶은 속셈은 아니었을까 ? 초2 때부터 이미 중2○을 앓았으니 조숙하긴 조숙했던 모양이다. 나는  < 기억 > 을 믿지 않는다. 내가 내뱉는 문장은 팔 할이 허세요, 뻥'이니 내 글은 믿지 마시길 !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내가 기억해 낸 재현들은 모두 미화된 것들이다.  나를 향한, 촉이 날카로운 경멸'조차도 말이다. 인간이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하지 않는 법이다.

나는 한때 아버지와 < 미녀와 야수 > 를 본 경험이 있고, 또 어느 한때 벌거벗은 여자를 그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기억'을 연속으로 나열해서 배치하면 될성부른 떡잎이 된다. 이 < 기억-병렬 장치 > 는 나를 4살 때 이미 장 콕토의 < 미녀와 야수 > 를 보고 감동한 조숙한 시네필'로 만든다. 당당해진 나는 이렇게 외치리라. " 야, 이놈들아 ! 너희들이 텔레토비 보고 헤헤거릴 때, 나는 미녀와 야수 보고 와와 했다. 이거시 바로 교양의 레베루'다 ! " 잠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지 ? 아, 아아 그렇지 ! < 만연체 > 에 대해 이야기하려다가 샛길로 빠졌네. 하여튼 만연체'는 실력 없는 사람이 다루면 지저분해진다.

땡땡땡 평론가'는 문장이 뒤틀리면 버리고 다시 써야 하는데 지우고 다시 쓰기는커녕 쉼표'를 찍고는 새로운 문장을 이어 쓴다. 이런 식으로 쉼표 몇 개가 나열되다가 어느 지점에서 마침표'가 마침내 작성된다. 결국은 꼬리가 긴 문장이 된다. 그런데 꼬리가 길면 주부와 술부 간에 호응이 꼬일 확률이 높고  문장의 긴밀성이 떨어진다.  독자 입장에서는 당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땡땡땡 평론가가 쓴 평론은 한글로 작성한 글이지만 왠지 모르게  원서를 번역해서 옮긴 글인 것만 같다. 그가 < 낙타 그림 > 대신 < 문법 공부 > 를 더 열심히 했다면 지금보다 더 훌륭한 영화 비평을 쓰는, 꽤 좋은 평론가가 되었을 것이다.

평론이야 그렇다고 쳐도 소설가가 할 말 안 한 말 가려 하지 않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한 만연체'로 쓴 소설을 읽으면 정말 할 말이 없다. 그것은 문장이 아니라 옹알이'요, 넋두리다. 심하게 말하면 문학이 아니라 단순한 녹취록'이다. 다듬지도 않은 글을 작가의 개성적 문체라고 우긴다면 지나가는 개도  하 ! 하 ! 하 !  원석도 깎고 다듬어야 보석이 되지 갈고 닦지 않으면 그 흔한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법이다.  절차탁마하라는 소리이다.  김훈은 < 꽃은 피었다 > 와 < 꽃이 피었다 > 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했고, 박완서는 쉬운 문장을 위해서 의뭉스러운 단어들은 버렸다. 좋은 문장은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할 때 탄생한다.

잘 고른 단어 하나는 열 단어 부럽지 않은 법!  박완서 작가'가 < 그 여자네 집 > 에서  " 그해 겨울은 내 생애의 구슬 같은 겨울이었네...... " 라고 쓴 문장은 황홀했다. 나는 이 문장에서 < 구슬 > 이라는 단어의 쓰임이 황홀해서 소설 전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가 " 내 생애의 주옥 같은 겨울이었네... " 라거나 "... 황금 같은 겨울 " 이라고 했다면, 나는 이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 내 생애의 구슬 같은 겨울 > 과 < 내 생애의 주옥 같은 겨울 > 은 뜻은 동일하지만 느낌은 다르다. 주옥(珠玉)이 구슬 주에 구슬 옥'이니, 구슬이나 주옥이나 같은 단어이지만 울림은 사뭇 다르다. 이처럼 깎고 다듬은 문장은 힘이 있다. 

이러한 고민도 없이 옹알이 같은 문장으로 된 소설이나 평론을 읽을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할 말 안 할 말 다 하지 말고, 할 말 안 할 말 가려서 꾹꾹 눌러 써야지 좋은 문장이 나온다. 깎지도 않은 돌을 보석이라고 우기면 곤란하다. 믈방울 크기의 다이아몬드는 커다란 원석을 갈고 닦은 결과이다.  소설은 영화와는 달리 스토리가 훌륭하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소설의 기본은 < 머리'> 보다는 < 손' > 이다. 이 말은 스토리보다는 문장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스티븐 킹은 스토리가 탄탄해서 좋은 작가가 된 것이 아니라 황홀한 상상력과 함께 튼튼한 문장 실력까지 갖춘 작가였기에 성공한 소설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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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9-19 0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막 옛 추억 속을 헤집고 다녔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라는 걸 진지하게 자각하게 된 작품이 뭐였나..
생각해 보니, 전 중1 때 여름방학에 본 이티,에서 최초의 감동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 이전에 아버지 손 잡고 신설동 전철역 앞에 있던 동보극장,에서
킹콩을 비롯, 몇몇 액션영화, 서부영화를 본 기억들은 듬성듬성 나는데
무슨 감회 같은 건 특별히 없었던 것 같네요.

전 너댓 살 취학 전에 뽑기를 그렇게 잘했다고들 해요.
그래서 이모들 사촌누이들이 골목에 뽑기 장수 아저씨 와서 판 벌이면
자기들 돈으로 사다가 막 저한테 주고 전 그걸 기막히게 도려내서
더 비싼 뽑기로 바꿔서 또 하고... 그랬다는 전설이..
아무래도 손재주를 이용한 뭔가를 하는 길로 갔어야 인생이 폈을텐데.. ^^;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0 13:13   좋아요 0 | URL
전 정말 영화를 진진하게생각했던 영화가
파리텍사스였어요. 신나고 재미있는 영화만 보다가
파리텍사스를 보는데 재미도 없고 우울하고고통스러운 겁니ㅏ.
어라 ?! 왜 영화가 고통스럽지 ?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습닏.
< 파리텍사스 > 는 내게 영화란 반드시 웃기고 재미있고 해피엔딘으로 끝나야지만 한다는
공식을 깨트린 영화였죠. 항상 저의 베스트 목록입니다.

새벽 2013-09-19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또 생각났어요!

초등학교 4,5 학년 때 쯤, 토요명화 시간에 본 '텍사스 대소동'!
아랑 드롱, 버트 랭카스터 나오는 코믹 서부극을 엄청 재밌게 봤고
비슷한 무렵 히치콕의 '39계단'도 참 세련되고 흥미롭구나 하며 본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새벽의 7인'을 보면서는 왜 그리도 뭉클했는지... 아마 비장감,이란 걸 느꼈나봐요.

이거 저도 더 기억을 파헤집다 보면 땡땡땡 평론가처럼 멋진 영화 신동 서사 하나 만들 수 있겠는데요. 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0 13:11   좋아요 0 | URL
39계단.....ㅎㅎㅎ
전 에이에프케이엔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중간에 봐서 몰랐는데
알고 보니 히치콕 작품이었던.....

새벽의7인'은 정말 어린이 수컷들에게 엄청 우정 이러 걸 막 뿌렸던 영화였죠..ㅎㅎㅎㅎ
생각나네요. 새벽의 7인도 보면 7인의 사무라이 레메이크였어요.큰 틀에서 보면 말이죠..

2013-09-19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0 13:07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포르테 님 ! 여긴 명절이지만 미국은 평일이니......
열공 모드시군요. 에이 ~ 그냥 놀아요 ! ㅎㅎㅎㅎㅎ
제가 이미 포르테 님 몫까지 잔뜩 먹어서 지방을 잔뜩 섭취했습니다.
하여튼.. 그래도 한가위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았으면 합니ㅏ.
날 참 좋더군요. 걷기 좋은 날이에요...

성재입니다. 2013-09-1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기에 터를 잡으셨군요. 반갑습니다 !
한번 전화 했더니 번호가 바뀌었더군요...
블로그로 찾아갔더니 그곳도 영업 종료...
물어물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함 연락 주십시요. 술 한 잔 하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0 13:09   좋아요 0 | URL
앗 !!!!!!!!!!!!!!!! 성재 ! ㅎㅎㅎㅎㅎ. 나 순간적으로 성재기입니다'로 읽어서
누가 장난하나 했다.
핸드폰 사용 안 한지가 언제인데 이제서야 안 거슬 보면
꽤 오랫만에 전화를한 거로군....
저놔 번호나 함남겨라....

2013-09-20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0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3-09-21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필요한 수식을 덕지덕지 단 문장이야말로 간결과 투명의 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은 깊게, 글은 쉽게 써야지요. 소설도 그렇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평론의 문장이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모습을 보면 어느 순간 한숨부터 나옵니다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1 12:33   좋아요 0 | URL
저도 평론 문장은 읽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짜증이 납니다.
후카시'는 더럽게 많이 잡더군요.
평론집 열 권 놓고 자세히 보면문체가 모두 똑같습니다. 짜증 대폭발 !!!!!

히히 2013-09-23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훈쌤은 글과 글 사이에 여백이 있어요.
그 여백은 독자가 메우고 말입니다.
독자의 자리를 마련하기위하여
얼마나 많은 문장을 버렸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4 15:33   좋아요 0 | URL
김훈은 갖다버린 흔적이 문장에서 보입니다.
그는 아마 대하소설은 못 쓸 거예요.
요즘은 정말 소설가들이 서평가보다 글재주가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레미콘과 시멘트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7월 말이었다. 올 것이 왔구나 ! 눈물이 앞을 가렸으나 울면' 안 되어서 짜장면'을 먹으면서 웃으면서 코 팠다. 나는 군대 가기 전까지 공사판에서 일했다. 근사한 홈시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성능 좋은 스피커로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을 감상하리라 ! < 귀 > 가 호강하기 위해서는 < 좆 > 이 고생하면 된다. 간단하다, 그래서 노가다판에서 < 좆 > 나게 고생했다. 당시 공사판에서 같이 일했던 형이 있었는데, 그는 완도 출신이었다. 배 타다가 서울로 상경해서 공사판에서 일하던 형'이었는데 걸죽한 남도 사투리를 섞은 욕은 가히 입말의 장관이었다.  그는 레미콘 차를 뺑뺑이 차'라고 불렀다.

개미 엉덩이 같이 생긴 게 빙글빙글 쉬지도 않고 돌아가니 그리 틀린 표현도 아니었다. " 왜 쉬지 않고 뱅글뱅글 돌아가죠 ? " 내가 묻자, 그는 신나게 대답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국어 사전 뜻풀이에 의하면 < 레미콘 > 은 " 콘크리트 제조 공장에서 아직 굳지 않은 상태로 차에 실어 그 속에서 뒤섞으며 현장으로 배달하며 콘크리트가 굳지 않도록 개면서 운반하도록 장치한 트럭  " 인데, 그 형은 장장 한 시간 동안 일하는 틈틈이  " 레미콘이라는 녀석의 운명 " 에 대해 입말을 풀었다. 굉장한 말빨이었다.  나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저토록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있게 만드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 입' > 은 문득 펜을 쥔 밀란 쿤데라의 < 손' > 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7월 무더위가 정점을 찍던 날에 나는 훈련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 형은 현대 아파트 완공을 끝내고 완도로 돌아갔다.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퇴소하자마자 전화를 했더니 광어 양식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내가 < 뭍 > 에서 일하는 것보다야 < 물 > 에서 일하는 게 낫다고 하니 그는 늘 한결같은 소리로 화답했다. " 아야 ! 힘들어 뒈져불것다. 나처럼 부모 잘못 만나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놈은 뭍이나 물이나 다 똑같다야. 니나 나나 뺑뺑이 인생 아니냐. 흐미, 시부랄 놈 ! 주인 새끼, 승질이 고약해서 잠시도 내가 쉬는 꼴을 못 본다야. 휴가 때 함 놀러오니라. 알았제 ? 바빠서 끊는다잉 ! "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때 말한 < 뺑뺑이 인생 > 이란 아마도 < 뺑뺑이 레미콘 차 > 를 두고 한 소리였을 것이다.

뱃속에 있는 시멘트를 굳게 하지 않으려면 쉬지 않고 돌려야 하니 레미콘 인생이나 주인 눈치 보며 맘껏 쉬지도 못하고 일해야 하는 인생이나 엇비슷한 것이다. 곰곰 생각하면, 레미콘과 시멘트'는 형질이 정반대'이다. 레미콘은 동적인 형질을 가진 수다쟁이요,  시멘트는 정적인 형질을 가진 과묵한 내성적 사내'다. 소설도 두 부류로 나뉜다. 전자를 페이지 터너'라고 한다. 내용이 흥미진진하니 책장 넘기기 바쁘다. 반대로 시멘트처럼 정적인 성질을 가진 소설도 있다. 내용이 따분하면 문장이라도 읽는 맛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한 문장 읽으면 졸음이 쏟아진다. 문장은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은 지 오래......  < 꼴 > 에 소설가랍시고 항상 거창한 주제만 다룬다. 고독, 소외, 절망, 구원'에 대한 이야기만 하니 잠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는 늘 아버지와 불화한다. 한국 소설에 나오는 여성 주인공만 놓고 보면 팔 할은 아버지에게 매 맞는 여성'처럼 보인다. 문장은 대부분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기보다는 평론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쓴다. 그러니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서 책장을 넘기기에 바쁠 턱이 있나. 엉엉 울거나 깔깔 웃다가 빠질 턱이 있나. 바쁠 턱도 없고 빠질 턱도 없으니 문장은 퍽퍽한 닭가슴살 같다. 그 이유가 < 독자 우선 > 보다는 < 평론가 우선' > 을 선언하다보니 스토리보다는 플롯에 목숨을 걸고, 고급스러운 상징'으로 아부를 떠니 평론가보다 읽는 눈이 낮은 독자 입장에서는 정교한 플롯과 고도로 압축된 상징으로 이루어진 글은 팍팍한 문장처럼 읽힌다.  졸립다, 졸립다, 졸립다.

눈꺼풀이 무겁다. " 시멘트 문장 " 이다. 이런 소설을 2시간 동안 억지로 읽는 것보다는 완도 형이 쉴 새 없이 들려주던 잡설을 듣는 게 더 재미있다. 그 아름다운 육두문자들...... < 시멘트 문장 >으로 이루어진 소설이 재미없다면 < 레미콘 문장 > 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읽으면 된다. 어릿광대가 되어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공 위에서 신나게 재주를 부리는 작가가 쓴 책 말이다. 우선 ① 찰스 부코스키 소설을 추천한다. 술 마시며 놀고 여자와 섹스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주인공은 술 마시며 놀고 여자와 닥치는 대로 섹스를 하며 쉴 새 없이 떠든다. 그것이 부코스키 소설의 특징이다. 곰곰생각하는발은 10분마다 코 파며 잇힝 하지만, 부코스키는 10분마다 똥구멍 이야기'를 한다.

그의 소설에는 한국 소설가들이 지긋지긋하게 고뇌하는 척하며 밑밥을 까는 인간의 고독, 인간의 절망, 인간의 소외, 인간의 구원, 인간의 불안따위'가 없다. 한국 소설가들이 고약한 점은 소설을 통해서 독자를 가르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 지루한 문장으로 말이다. 부코스키'는 적어도 독자를 훈계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순수하게 배설할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의 소설을 낄낄거리며 읽다 보면 인간의 고독과 인간의 절망과 인간의 소외'가 전해진다. 아,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것이다. 단언컨대, 부코스키 소설은 편혜영, 천운영, 배수아, 윤대녕 소설보다 10배는 훌륭하다. 부코스키, 진정한 페이지 터너'이다 ! 무진장 재미있다.

레미콘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문장을 구사하는 대가는 역시 ② 스티븐 킹과 밀란 쿤데라'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펄프 픽션 작가라고 스티븐 킹을 얕잡아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그만큼 문법적으로 바른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도 드물다. 밀란 쿤데라의 경우는 위대한 작가 대우를 받으니 그를 얕잡아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가진 장기는 재미없는 플롯을 기똥차게 재미있게 서술한다는 점이다.  이 두 작가'는 소설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도 소설이 아닌 산문도 매우 뛰어나다. < 유혹하는 글쓰기 > 를 읽고 나서 킹에게 반하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소설 작법서를 가장한 에세이 < 소설의 기술 > 또한 밀란 쿤데라의 뛰어난 산문 실력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소설가가 산문으로 글을 쓰면 뭔가 밋밋한 맛이 있는데, 킹과 쿤데라'는 소설과 에세이에서 모두 환상적인 문장력을 과시한다. 정말 무시무시한 인간들이다. 반면 노벨 문학상 수상작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소설을 뽑으라면 주저없이 < 파리 대왕 > 을 뽑겠다. 읽는 내내 손과 불알에 땀이 찼다. 노벨상 위원회'가 ④ 월리엄 골딩에게 문학상'을 수여한 것은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 소설만큼은 끝내준다. 월리엄 골딩은 어쩌다가 좋은 작품 하나 건진 것이다.  얼굴과 가면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엮는 것은 골딩의 재주'다.  내가 출판사 사장이라면 이 소설책에 대한 띠지에 다음과 같은  광고문을 삽입하겠다.

"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재미있는, 판타스틱하며 서프라이즈한  소설 ! " 이라거나  " 제임스 조이스가 잘난 척하느라고 버린 < 재미 > 를 윌리엄 골딩이 냅다 주워서 소설 속에 재미를 삽입한  작품 ! " 끝으로 한 권 더 뽑자면 ⑤ 코멕 메카시의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이다.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코맥 메카시의 소설은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내용은 둔중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으나 미문을 읽는 맛은 짜릿할 정도로 자극적이어서 취하게 된다. 스티븐 킹은 < 유혹하는 글쓰기 > 에서 코멕 메카시라는 작가를 예로 들며 비아냥거렸으나,아... 어쩌란 말이냐 !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니 말이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와 < 로드 > 를 읽을  때에는 아쉬워서 일부러 야금야금 속도는 늦추며 읽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코멕 메카시 소설이 지루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단문 위주로 문장을 구성힌 코멕 메카시 작가 특유의 건조체'에 뻑이 갔다. " 할 말 못 할 말 가려 하지 않고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 " 어설프고 이상한 만연체에 질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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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9-18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이번엔 제가 읽은 소설이 한 권 등장했습니다. 파리 대왕. :)
포스팅 하다보면 늘 문장이 질질 늘어지는 저로선 꽤 찔리지만, 그래도 재밌고 맞는 얘기라 공감이요.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8 12:18   좋아요 0 | URL
새벽 님 문장이 왜 질질 끕니까.
아니 그렇습니다. 새벽 님 문장 실력이면 문단 데비할 실력입니ㅏ.

수다맨 2013-09-1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코스키는 참으로 대단한 소설가지요. 무엇보다 문장에 아무런 '후까시'가 없다는 것, 자신의 농탕한 일상을 가감없이 들려준다는 것, 이 두 가지야말로 부코스키 소설의 소중한 미덕이자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오늘날 (한국) 소설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새로움'이나 '상상력'따위가 아니라 저러한 부코스키적 자세가 아닐까 싶어요. 역시나 곰곰발님께서 가려운 부분을 시원히 긁어주는 통쾌한 글을 써주셨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9 00:26   좋아요 0 | URL
후카시가 없다... 맞습니다. 그래서 편히 읽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소설 너무 진지해요. 별로 도덕적 인간들도 아닌 것 같은데
마치 엄청난 도덕적 인간 흉내 내는 걸 보면 꼴불견이란 생각도 간혹합니다...

2013-09-18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9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9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팜므느와르 2013-09-19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시! 이런 포스팅 나올 줄 알았어요.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부코스키는 그렇다치더라도 파리대왕이 그리 괜찮단 말이지요?
곰발님이 권하시니 다시 도전할게요.
중학생 논술 권장도서라 준비하긴 하는데 전 아직 완전히 접수가 안 되었거든요.
곰발님이 말씀하고자 한 포인트를 새기며 찬찬히 읽어볼게요.
추석 아침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0 13:15   좋아요 0 | URL
오, 팜므 님은 파리대왕 별로 안 내켜하시는군요전 흥미진진하게 보았습니다.
사실 어릴 때 읽어서 정확한 기억들은 가물가물한데
어릴 땐 이 소설이 암굴왕'처럼 흥미롭더라고요.
제 또래아이들이 나오는 모험극이니 더 재미있었나 봐요..ㅎㅎ

히히 2013-09-2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에서 생각나는 책이 [한밤의 아이들]입니다.
인도의 슬픈 역사을 쉼 없이 재잘거린답니다.
정말이지 귀가 얼얼거리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4 15:34   좋아요 0 | URL
오, 이 책 읽어볼게요. 살만 루시디'군요 !!!!!!
 

 

 

 

 

대나무과 오이 :

 

[ 책 책 ]   :

< 瓜 > 는 < 오이 > 라는 뜻을 가진 한자 음 < 과 > 다. 뜻은 같지만 음은 다르다. 대부분 뜻은 동일하지만 한자 음과 한글 음은 다르다. 그런데 冊 이라는 한자는 꽤 재미있다. 冊은 < 책 > 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 음 < 책 > 이다. 이런 형태를 정확히 무엇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한 형태'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결국 < 책 > 을 뜻하는 순우리말'은 없는 것이다. 닝기미, 이럴 줄 알았다 ! 유네스코 기록 문화 유산으로 선정된 한글'이 정작 기록 문화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한 낱말인 < 책 > 이란 순우리말'이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볼 때마다, 아...... 신기한 구석이 있는 한자'다.

책을 뜻하는< 典 > 이 낮은 책장에 책을 가지런히 꽂은 모양새'라면, < 冊 > 은 키 큰 책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큰 책장에 책이 꽂힌 모양새'로 보이기도 하고, 옛 제본 방식으로 만들어진 책 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 옛날에는 대나무를 종이 대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니 죽간 :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글자를 기록하던 대나무 조각' 을 끈으로 이어놓은 상태처럼 보이기도 한다. http://blog.aladin.co.kr/795816154/6400650 : 눈먼 올빼미'는 디자인이 독특하다. 책등을 보면 진짜 冊 처럼 보인다. ) 이래저래 여러 사물이 겹쳐진다. 재미있지 않은가 ? 개인적 취향을 고려하면 < 冊 > 과 < 書 > 는 그 느낌이 판이하게 다르다. 冊'은 책이라는 상품에 방점을 찍고, 書'는 내용/쓰기'에 방점을 찍는다. 그러니깐 책은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표지 디자인은 물론이고

제본 방식과 자간, 심지어는 종이 재질에도 신경을 쓴다. 그뿐이랴 !  마케팅'에도 신경을 쓴다. 반면 書라는 한자는 외형을 중시하는 冊을 경망스럽게 보는 태도처럼 느껴진다. 書가 보기에 冊은 얼굴 치장에만 환장한 년'처럼 보인다. 점잖은 양반이라 겉으로 내색은 안 하지만 속으로는 이런 속말을 내뱉을 것이다. " 지랄이 풍년이네. 얘 ! 견적 나온다. 느낌 아니까 ~  턱 깎고, 보톡스에 필러 때리고 고소영 애교점 찌거꾸나 ! " 이처럼 冊은 상업적인 반면, 書는 학술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나는 書 씨'가 좀 꼰대스럽다. 글 쓰는 자 특유의 으스대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차라리 약간 천박하지만 섹시한 冊 양'이 좋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원본 텍스트를 그대로 인쇄해 시장에 내놓았다고 해서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대에 맞는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비유가 웃기기는 하지만 몸매가 예쁘다고 아무 옷이나 입히면 안 된다. D컵 가슴이라면 V자보다는 U자 드레스 코드도 좋고, 다리가 예쁘다면 클라라 쫄팬티 줄무늬 야구복도 괜찮다. 출판사 동문선처럼 마분지로 책 표지를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다. 기획사 동문선 소속된 인물들을 보라 !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화려하다. 그런데 그토록 아름다운 몸매(텍스트)에 입힌 옷 꼬라지를 보라 ! 오리온 초코파이 과자 상자를 뜯어서 입힌 꼴이다. 맙소사, 클라라에게 XXXL 힙합 패션복을 입히다니 ! 좋은 텍스트에 좋은 옷을 입히는 것은 출판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최근에 현암사에서 나온 < 나쓰메 소세키 전집 시리즈 > 를 보면 몸매도 훌륭하지만 옷도 잘 입었어 !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와 현암사에서 나온 같은 책을 비교해 보자. 고양이'는 같은 고양이인데 어째 그 고양이가 아닌 것 같다. 느낌이 하늘과 땅 차이이다. 피카소가 고양이를 그렸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으니 그 누가 흉내 낸 것이리라. 내 기준에 의하면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는 도서이고, 현암사에서 나온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는 책'이다. 이제는 책도 풍각쟁이처럼 몸치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책의 명칭을 뜻하는 단어는 많다. 나열하면 이렇다. 전典, 서書, 본本, 권券, 도서圖書,  문헌文獻, 간책簡冊, 죽책竹冊, 엽책葉冊, 서책書冊, 서적書籍 그외 첩책, 접책, 보책 등이 있다. 이토록 다양한 명칭'이 있었다는 말은 곧 중국 문자 문화가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막상  가장 화려한 문자 문화'를 자랑했던 중국은 국민 연간 독서량은 5권이 안 된다. 책을 지독하게 안 읽는 한국보다도 더 안 읽는다. 이것 또한 참... 신기한 구석이다. 화려한 문자 문화를 자랑했던 중국과 유네스코 기록 문화 유산에 한글이 등록된 대한민국은 둘 다 OECD 가입국 가운데 연간 독서량이 꼴찌'이다.  대, 다, 나, 다 !

 

 

 

 

 

瓜 :  [ 오이 과 ]

< 위저드 베이커리' > 를 쓴 구병모 작가'가 이번에 < 파과 > 라는 소설을 내놓은 모양이다. 처음에 나는 < 파괴 > 라고 읽었다. ' 제목 한 번 진부하군 ! ' 이라고 하려다가 다시 보니 제목이 < 파과 > 였다. " 파라과이'를 줄인 말도 아니고.... 음, 제목 한 번 생경스럽군 ! " 사전을 찾아보니 파과(破果)다. 흠집이 난 과실'이라는 뜻이다. 아마 구병모 작가'가 아니었다면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파과'라는 뜻을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

지는 않다. 순우리말도 아닐 뿐더러 흔히 사용하는 생활 입말도 아니니 굳이 어색한 한자 조합으로 이루어진 < 파과 > 를 굳이 쓸 일'은 없을 것이다. 제목은 소설을 압축하는 상징성을 갖추고 있으니 작가가 소설 제목으로 < 파과 > 라고 하는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굳이 이처럼 생경스러운 제목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싶다. 제목 자체만 놓고 보면 뭔가 꼰대스럽다. 그래서 이 책은 읽지 않기로 했다. 책은 읽지도 않은 채 소설 제목만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경우는 알라딘 서재 역사상 최초이지 싶다. 소설 제목을 짓는 것은 소설가 마음이듯이 제목만 가지고 빈정 상해서 책을 안 읽겠다고 우기는 것도 독자 마음이다. 사전을 뒤지다가 재미있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破果에서 果가 아닌 [ 오이 과 ] 를 사용한 파과(破瓜) 다. 破瓜之年'을 줄인 말이다. 두 가지 뜻으로 쓰이는데 그 뜻이 전혀 다르다. 하나는 ① 나이 16세인 여자를 뜻하고 다른 하나는 ② 나이 64세인 남자'를 뜻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오이 과瓜'를 쪼개면 八 이 두 개'가 나오는데 이를 더하면 16이니 < 16세 소녀 > 를 뜻한다. 그런데 대상이 남성일 때는 이상한 논리가 적용된다. 여성에게는 8+8 = 16이란 공식을 선언하고, 남성에게는 8 × 8 = 64'라는 편법을 사용한다. 여성은 더하고 남성은 곱한다 ! 한참 웃었다. 이 남근 중심적 사고'라니.....  파과'는 또 다른 뜻도 있는데 " 성교에 의하여 처녀막이 깨진 상황 " 을 그리 부르는 모양'이다. 

또,  웃었다 !  " 재미, 아... 있다 !  " 지금이야 결혼 적령기'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로 늦어졌지만 옛날에는 결혼 적령기를 16세로 보았다. 그 옛날, 춘향이 나이'가 16세였으니 지금의 기준으로 "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년이 발라당 까졌어... " 라고 비난하면 안 된다. 그 시절에는 16세에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 로미오와 줄리엣 > 에서 줄리엣도 나이가 얼추 15세 정도는 되었을 나이이다. 우리가 흔히 혼기가 꽉 찬 딸을 두고 " 과년한 딸... " 이라고 부르는데,  이때 < 과년 > 은 결혼하기에 적당한 여자의 나이'를 뜻한다. 여기서 < 과 > 가 바로 < 瓜 : 오이 과 > 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여자는 16세에 첫 번째 섹스를 경험'을 하게 된다.

아, 아아아아아아 !  16세 소녀와 오이(瓜) 그리고 과일(果) 라니....  사실 오이는 테스토스테론이 왕성할 시기인 16세 소년이 꿈꾸는 음란한 판타지'에 자주 나오는 과일'이다. 솜털 보송보송한 소년들이  여성이 자위하는 모습을 상상할 때 딜도 대용으로 등장하는 대표적 물건이 오이가 아니었던가 ?  오이는 확실히 성적인 오브제'이다. < 오 > 와 < 이 > 는 그 모양이 촉촉하고 검은 동굴을 연상케 하고, 또한  깊고 푸른 밤 운우지정을 떠올리게 만드나니, 아아아아아아 ... 자꾸 이상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구나.

< 파과지년' > 이라는 사자성어에는 16세 소녀와 64세 노인'을 동일한 카테고리로 묶는 것을 보면 늙은 수컷의 성적 욕망이 읽힌다.  당시 이러한 합궁은 양반 사회에서는 흔한 조합이 아니었던가 ! 이러한 흔적 때문이었을까 ? 비속어로 " 여자를 따먹다 ! " 로 치환하는 식욕과 성욕의 혼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삐딱한 남근적 판타지'였던 모양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03155 : 욕망하는 알파'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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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화 2013-09-1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라는 것을 처음 들여올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문자가 없었으니까
당연히 그것의 집합체인 책도 없었을 것이고
책을 뜻하는 우리말도 만들어지지 못했겠죠.

그리고 덕분에 저도 재미있는 단어를 알았네요. 이런 게 있으면 더 파해치는 습관이 있어서 찾아보니
파과기(破瓜期)라는 단어도 있는데 이것도 파과지년과 마찬가지로 16세쯤 여자가 월경을 시작할 시기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파과병(破瓜病)이라는 의학용어도 눈에 띄는군요. 20세 전후에 나타나는 정신분열증의 일종이라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7 16:20   좋아요 0 | URL
오호 !!!!!!!!!!!!!!!!!!!!
옛 사람들은 16세에 첫 월경을 시작했군요. 요즘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해서 주로 13세 정도에 첫 월경을 하고는 하는데 말입니다. 확실히 오이는 성적인 오브제였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데요... 흠흠....


마립간 2013-09-1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冊 은 대나무에 글을 쓴 것에 유래하고 권卷은 비단에 글을 쓴 것에서 유래했다고 알고 있은데, 그외 의미가 조금씩 다른 Book의 명칭이 많군요.

http://blog.aladin.co.kr/maripkahn/7920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7 16:33   좋아요 0 | URL
예 맞습니다. 종이 이전에 대나무 조각 ( 죽간 )에다가 글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옛날 화투 모양이었나 봅니다.

권'은 비단에다 글을 쓴 경우군요.
엽책이라는 단어도 있는 걸 보면 나뭇잎에다가도 글을 썼나봅니다.

Forgettable. 2013-09-17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이 오이가 그 오이? 했는데 역시나 그 오이였군요.. 오. 이.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7 22:31   좋아요 0 | URL
그 오이가 그 오이였어요.. 오 ! 이 !

수다맨 2013-09-17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구병모의 파과를 읽어보기는 했습니다만, 글쎄요, 제 입장에서는 별로더라고요(물론 칭찬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내용을 떠나서 구병모 작가가 문장을 굉장히 만연체로 쓰는 스타일인데, 저는 일종의 이러한 문장이 군더더기나 공연한 멋부리기처럼 보여서 거슬리더라구요. 저는 이문구나 박상륭 등 몇몇 예외를 제하자면 만연체 문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문장이란 무엇보다 간결미와 정확성이 중요한데ㅡ무슨 판소리 가락 같은 것을 실험적으로 되살리려는 노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ㅡ만연체 문장은 확실히 에러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8 00:49   좋아요 0 | URL
전 구병모의 < ... 베이커리 > 읽었는데 청소년 소설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문장이 참 후지더라고요. 말씀하신대로 간결미도 없고 문장을 길게 끌다보니 비문도 많고....
저도 이런 문장을 싫어합니다. 문장이 완성이 안 되면 지우고 다시 써야 하는데
그냥 쉼표 날리고는 다른 문장으로 가고.... 요런 게 정성일 문체거든요...
하여튼 구병모 작가 문체는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수다맨 2013-09-1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거나 잡설이 길어졌는데 "파과"가 굳이 일독해볼 가치가 있는 장편은 제 생각에 아닌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8 01:12   좋아요 0 | URL
하여튼.. 파과에 대한 평이 안 좋다 싶으면 대부분 문장에 대해 걸고 넘어지는 분이 많더라고요....

히히 2013-09-2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에서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톨스토이,발자크,디킨스 등의 금서들이 다시 출판되자
날이 밝기 전에 서점 문밖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일부는 전날 밤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밤새 기다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 보다 훨씬 앞서 문자를 가진 나라라 다르구나했는데
뜻밖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4 15:35   좋아요 0 | URL
중국과 한국의 공통점은 노동시간이 아주 높다는 점이죠.
일하다 피곤하면 바로 집에 와 잠자기 일쑤입니다.
노동 환경 개선이 필요해요...
근데 그것도 아닌 게 일본도 노동시간 많지만 책은 열심히 보는 편..
 

 

 

맹목적 낙관주의는 우울한 비관주의보다 위험하다.

 

 

생일 선물로 < 冊 > 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말하고는 하지만 책을 선물 받고는 종종 난처'한 경우가 있다. 내 독서 취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요령껏 책을 골라 선물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무조건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선물하는 경향이 있다. 아, 그러나 나는 베스트셀러'는 읽지 않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건방지게 말하자면 < 베스트셀러란...... > "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한 책 " 이라기보다는 "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마저 일단 사고 보는 경우 " 이다. ( 문학'은 제외하자 ! ) 베스트셀러'란 책을 항상 읽는 사람들이 만든 결과'가 아니라 평소에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이 주머니'를 턴 결과이다. 냉소적 태도로 말하자면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이다. 짧은 기간 안에 왕창 팔리는 책보다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이다.

오래 전, 누가 나에게 < 시크릿 > 이란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부제가 1% 부와 성공의 비밀'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된 이후 해리 포터'를 능가한 판매고를 올렸다는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었으니 사람들이야 동할 만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웠다. 베스트샐러에 대한 불신과 자기계발서와 성공학'에 대한 너절한 혐오'를 가지고 있던 내게 이 책은 그야말로 읽으면 좆될 것 같은 책 가운데 하나였다.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기는 했으나 읽을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환상적이었다. 자기계발서와 기업형 대형교회 특유의 긍정신학을 접목한 성공학은 묘하게 비술적 분위기를 풍겼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이루어진다. >

2002 월드컵 붉은 악마 버전으로 말하자면 "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 이며 에스케이 텔레콤 버전으로 말하자면 " 생각대로 T " 이고,  아침이면 날마다 도착하는 " 고도원의 아침 편지 " 이며 한 달에 한 번 발간하는 " 좋은 생각 " 이다. < 긍정 > 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어떤 대상을 욕망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대상을 간절히 원할 때 종종 나쁜 결과에 도달하게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라면 가까이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포기'는 반드시 나약하며 부정적인 소극적 태도'라고 할 수는 없다. 긍정과 부정 사이에 놓인 것이 바로 포기다. < 포기 > 는 빠를수록 건강에 좋다.

불평이 금지된 사회'보다 더 병적인 사회는 칭찬'만 할 수 있는 사회'다. 김일성 세습 체제'는 말 그대로 김일성에게 칭찬만 해야 하는 사회가 아니었던가. 긍정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사회'는 포기'를 나쁜 태도'로 평가하지만,  사실 < 포기 > 의 반대 진영에 속한 < 집착 >은 좋은 쪽으로 흘러가면 열정이요 순애보이지만 나쁜 쪽으로 빠지면 스토커'가 된다. 또한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하지 않으면 가수 성진우의 예언처럼 " 닭고기 아줌마 / 다 포기하지 마. " 가 된다. 누군가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예로 들며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으나 그에 대한 답은 피파가 선정한 < 최악의 오심 베스트 텐 목록 > 을 확인하기 바란다. 6, 7, 8, 9위에 오른 오심은 모두 2002년 월드컵 때 한국과 치룬 경기'였다.

피파가 선정한 결과만을 놓고 보면 4강 신화는 " 간절히 " 원해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  심판의 도움으로 " 간신히 " 이룩한 결과였다. 오심으로 이룬 결과마저 긍정적으로 본다면 당신은 진정한 " 시크리터 " 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30분 읽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 농담이 아니라 진짜 버렸다 ! ) 내용이 하도 병신 같아서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쉿 ! 이 사실은 당신과 나만이 아는 특급 시크리트다.

 

 

 

 

1%의 부와 성공을 다룬 비서'에 가까운 귀한 책은 공교롭게도 알라딘 중고 장터에 쏟아져 나온 모양이다. 성공학 최고의 책은 중고 장터에서 1000원에 떨이로 팔리는 모양이다. 숫자를 보니 600권이나 나도는 모양인데 팔리지도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가지는 가치가 아닐까 ? 왜 이토록 귀한 책을 읽고서는 내다버렸을까 ?

 

피파 선정 월드컵 10대 오심 논란 ▼

 

 

 

 

 

펼친 부분 접기 ▲

 

 

긍정의 대가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인물은 < 캔디 > 다. 그녀는 외로워도 슬퍼도, " 내가 왜 울어 ?!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기 왜 우니 ? " 라고 반문한다. 그리고는 방긋 ! 이라이자 쌍년'이 그토록 괴롭혀도 캔디는 울지 않는다. < 하니 > 도 마찬가지다. 나애리, 나쁜 계집애'가 괴롭혀도 참고 참고 참다가 이 세상 끝까지 달린다고 헛소리를 한다. 뭐, 뛰어서 마라도까지 가겠다는 것인가 ! 소녀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 훔칠 뿐이다.

" 캔디와 하니 양 ! 눈물을 훔치면 감옥 갑니다. 허허허허. 저는 남산 은행나무 은행을 털었다고 은행 강도로 몰려서 감옥 갔습니다. 외로울 땐 외로울 필요가 있고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릴 자유가 있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주의 민주 공화국이니깐 말이죠. 이라이자 쌍년이 지랄을 하면 주먹을 날리세요. 그리고 나애리 나쁜 계집애를 깐족거리면 먼저 선빵'을 날리십시요 ! "

바바라 에런라이크는 < 긍정의 배신 > 에서 현대 미국 사회'를 힐링과 멘토링을 흉내 낸 자기계발서, 동기 유발 산업, 초대형 교회의 긍정 신학과 긍정 심리학'이 지배한 사회'라고 진단한다. 초대형 교회가 찌라시처럼 유포하는 " 쾌활한 자기 만족 " 메시지가 전하는 바는 세상 만사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징징거리지 마라, 똥개 눈에는 똥만 보이나니 부정적 사고'는 부정적 결과를 얻을 뿐이다. 사회에 대해 불평 불만을 갖지 말지어다. 초대형 교회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지, 송충이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 !  사회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말고 분수에 맞게 살라는 뜻.

 

 

<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 라는 제목을 다른 식으로 정하면 < 쥐와 인간 > 이 적당할 것이다. 두 명의 인간과 두 마리의 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쥐와 인간'은 치즈'를 찾아 미로 구조로 이루어진 방을 들락날락거린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치즈 창고를 발견한다, 야호 !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좋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그 많던 치즈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바닥이 났다.  인간은 마지막 남은 치즈를 뜯으며 불평 불만'을 쏟아낸다. " 어라, 시부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

나태한 인간과는 달리 쥐들은 창고에 치즈가 잔뜩 있었을 때에도 치즈가 바닥이 날 날을 대비해서 틈틈이 치즈'를 찾아 미로를 헤맸다. 결과는 첫 번째 발견한 치즈 창고보다 더 규모가 큰 치즈 창고를 발견'하는 결과를 얻었다.  어디서 많이 본 서사 구조'다. 그렇다 ! 이솝 우화'다. < 개미와 베짱이 > 에서 개미를 쥐로 바꾸고 베짱이는 인간'으로 바꾼 것이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 놀지 말고 열심히 일 해라 ! "  이솝은 알다시피 노예'였다. 주인은 평소에 이솝이 전해주는 말빨에 폭풍 감동하야 노예인 이솝을 풀어주었으니..... ( 한편 웅이네 가족은. )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 !  도대체 무엇이 주인 마음에 쏙 들었을까 ? 주인 입장에서 보면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는 이솝'이라는 노예가 기특했을 것이다. 꾀부리지 말고, 게으름 피우지 말고,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며 살자는 것이야말로 주인이 노예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 주인이 잔소리를 해야 할 상황에서 노예가 나서서 속 시원하게 긁어주니 기특한 것이다. 결국 이솝 우화'는 주인이 노예에게 전하는 훈화'다. 월요일 아침이면 학교 운동장에서 지긋지긋하게 듣던 교장 선생의 " 삼복 삼복... 삼복..... 삼복........ 어린이... 어린이... 이.....이...........이..........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 으로 시작하는 그 훈화 말이다.

< 쾌활한 자기 만족' >은 인간을 노예로 만들기에 좋다. 맹목적 낙관주의'는 우울한 비관주의'보다 위험하다. < 무조건적 긍정 > 의 반대말은 < 무조건적 부정 > 이 아니다. 같은말'이다. 어버이연합과 주사파'는 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비판적 부정'이지 무조건적 부정이 아니다. 긍정도 마찬가지'다. 행복과 불행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말하기에 앞서 먼저 사회적 모순에 대한 지적이 선행되어야 한다.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주장하는 혜민 스님의 위로는 틀렸다. 반대로 레비스트로스의 위로는 옳다. 인간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인간을 변화시킨다.

스펜서 존스의 <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 에서 게으른 인간'을 비난하기에 앞서 먼저 미로'라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낄낄거리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비판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 야, 이 씹새야 ! 네가 뭔데 거대한 미로를 만들어 놓고는 구경을 해 ? 인정머리없는 새끼. 닥쳐 ! 이 새끼야. 변명은 변소간에서 똥 쌀 때나 해라. 그리고 쥐새끼, 너희들도 나빠, 이 새끼들아. 치즈 창고를 발견했으면 넌지시 동료들에게 알려주면 안 되냐 ? 그동안 인간이 너희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곡간을 열어두었느냐. 싸가지없는 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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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9-1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다익선, 과유불급/아는 것이 힘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
이런 모순적인 사자성어나 속담이 있은 이유는 이들이 어떤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저는 긍정의 심리학도 어떤 상황을 설명하지만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일반화가 안 되는 명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쾌활한 자기만족인 인간을 노예로 만들기 좋은 것은 맞지만, 이것이 반체제적일수는 없을까요?

http://blog.aladin.co.kr/maripkahn/340026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6 14:06   좋아요 0 | URL
링크 걸어두신 글 잘 읽었습니다. 상보성... 경쟁과 협동이 최상의 배율로 융합되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쾌활한 자기 만족'은 이데올로기적이라기보다는 동기 유발 장사'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긍정성'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돈 버는 것은 결국 책을 쓴 사람이지 책을 읽는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얻는다고... 이런 힐링에 자기 만족을 느낀다면 할 말은 없지만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엄동 2013-09-1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목적 낙관주의는 우울한 비관주의보다 위험하다"는 제목이 모든걸 함축하고 있군요

긍정찬양 또한 무언갈 가르치려고만 하는 자기계발서의 한 축일테지만,
시크릿은 정말 별로였더랬죠.

특히, "오 지져스! 저기 있는 시크릿은 정말이지 내 인생을 바꾼 최고의 책이예요!!"
라는 내용의 몇몇 리뷰는 절 뜨악하게 만들었었구요

뭐 내 치즈"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었던 듯 합니다.

타인을 의식해서 만.들.어.낸. 긍정적에너지 혹은
반드시 긍정적인 사.고.여.야.만. 하는 강박관념은
때론 사람을 신경질적으로 돌변하게 만들수 있어요.


그냥 편하게 ^-^

낙관론자 비관론자 구분하여
자네 이러이러하니 요러요러하게 바꿔봄이 어떠한가. 하지말고

철수 영희 바둑이..
개개인의 생긴 그대로의 사고를 좀 존중해주었으면.

그래서 좋으면 사이좋게 지내고
싫으면 쌩까면 되는거 아님? ㅎㅎ


딴소리에 잡스러운 댓글이라고 이웃분들이 싫어하실까봐 맘쓰는 비관론자 엄동과
ㅎㅎ으로 급마무리하며 웃음으로 여운남겨 미워하진 않을꺼란 낙관론자 엄동은 모두 저이지 말입니다~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6 18:05   좋아요 0 | URL
물론 긍정이 나쁘지는 않죠.
그런데 지나치게 긍정에 대해 강박적으로
주입시키려는 경향이 있어요.
상대적으로 비판적 사고'는
부정적 사고로 찍혀서
불순하게 느껴지고 말입니다.
지나치면 나쁘죠.
지금은 긍정 과잉 시대입니다.


히히 2013-09-1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단계회사의 칙서 내용 8할이 맹목적 낙관주의입니다.
결국 그들의 끝은 우울한 비관주의가 되어 끝 모를 나락에 떨어졌다는 풍문이 자주 날아옵니다.
행복에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마음의 정화가 아니라 모순되지 않은 사회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허나,
무한 긍정은 얼굴을 이쁘게 하는데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저를 두고 임상실험을 하여본 결과이니 의심은 마십시오.
새끼 낳고 開花한 히히입니다.

[시크릿, 누가 치...]저도 읽다 만 책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6 18:07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흔히 행복은 개인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적 피드백이 잘 작동될 때
행복은 피어납니다.
행복이 개인적 영역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잘 받쳐주는냐에
따라 행복지수는 올라가는 것이니
개인보다는 사회 구조가 행복을 만듭니다.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어요.

수다맨 2013-09-1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기가 막히네요! 멋진 제목입니다. 그리고 곰곰발님 말씀처럼 '읽으면 좆 될 것 같은 책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대부분의 베스트셀러 저자들을 경멸하는 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6 18:08   좋아요 0 | URL
베스트셀러... 뭐, 득은 저자의 몫이죠.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거죠.
뉴스 보니 긍정 전도사'는 보아 하니
집에 공항이 있더라고요.
비행기가 3대랍니다.
헌금 받아서 샀다고...ㅎㅎㅎㅎㅎㅎㅎ

엄동 2013-09-16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월드컵 10대 오심논란 ㅋㅋ

수정되고 덧붙여지는 글을 보는 것도 꿀잼~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6 18:09   좋아요 0 | URL
제가 일단 글 쓰면 급히 올리고 야금야금 수정하는 스타일이어서 다름닙다.
성격이 급한 가 봐요....... 종종 댓글도 먼저 달고 수정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9-1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연휴 잘 보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7 09:39   좋아요 0 | URL
만애비 님도 추석 잘 보내십셔.... 사랑합니다 ~

잉크냄새 2013-09-1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관주의 자체는 별 문제 없다고 보는데 저런 종류의 책들 , 특히 자기 계발서나 '나는 이렇게 살았으니 불쌍한 중생은 이렇게 살아라'는 류의 책들이 사회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회사 추천 도서 대부분이 저런 종류의 책들로 채워지죠. '회사는 문제없어 니들의 문제지'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7 09:3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잉크 님. 요즘은 밤에 잠 자기가 편해서 좋습니다.
시크릿은 회사'가 대량으로 사서 직원들에게 배포했을 겁니다.
꼭 지들 좋은 것만 나눠준다니까요..ㅎㅎㅎㅎ
긍정성, 부정성, 낙관성 모두 그 자체가 나쁘지는 안다고 봅니다.
이처럼 강압적 긍정 사회'가 나쁜 겁니다. 이렇게 되면 말씀대로 개인의 문제고 됩니다. 모든 게 말이죠..

비로그인 2013-09-1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경우는 비관주의에 빠져 절망하다가 삶에 한 줌의 여유를 위한 긍정을 받아들이게 됬어요. 이 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제 삶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할까요. 이 말도 뭔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네요.

http://www.koreafilm.or.kr/cinema/program_view.asp?g_seq=103&p_seq=704
예전에 <멜랑콜리아> 상영하면 알려달라 하셨죠? 추석 때 시간 있으시면 여기 상암동 영상자료원에서 보실 수 있어요.
추석 잘 보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7 16:56   좋아요 0 | URL
엇 !!!! 멜랑콜리아 하는구나 !!!!!!!!!!!!!!!!!!!!!!!!! 허허허....
우현 님 시간 나면 같이 봅시다.
나 한번도 간 적이 없어서..... 길잡이 좀 해주쇼....

비로그인 2013-09-18 20:15   좋아요 0 | URL
다행히 토요일 오후에는 시간이 있을 것 같네요. 술도 마셔요. 그럼 어디서 같이 만나서 길을 안내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9 00:29   좋아요 0 | URL
오호 ! 그러면 누리꿈 스퀘어 버스 정류장에서 봅시다. 3시 !

비로그인 2013-09-20 23:48   좋아요 0 | URL
네! 그 정류소에서 아주 가까워요
 
야구의 심리학 - 야구경기 그 이면에 숨겨진 놀라운 심리법칙
마이크 스태들러 지음, 배도희 옮김, 송재우 감수 / 지식채널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 클러치 히터 ( clutch hitter ) 와 쵸크 히터 ( choke hitter )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아나운서가 즐겨 사용하는 야구 용어 가운데 하나가 < 클러치 상황' > 이라는 말이다. 별 뜻 없이 흘러넘기다 보니 그 상황이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으나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랐다. 클러치 ?! 그 클러치'가 내가 알고 있는 그 클러치인가 ? 그렇지 ! 이럴 땐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사전을 찾아보니 " 움켜쥐다 " 라는 뜻'이다. 그러니깐 " 클러치 상황 " 이란 경기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손을 꽉 움켜잡고 경기'를 보게 되는 상황'이란 뜻이다. ( 여담이지만 손에 땀을 쥐는 것은 좋으나 인턴의 엉덩이를 쥐지는 마라. 어쩌면 윤창중은 엉덩이를 땀으로 오해했을 수도 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

저잣거리 입말'을 빌리면 " 손에 땀을 쥐거나 불알에 땀 차... " 게 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7회 이후 1점 차 경기가 진행되거나 3점 차로 뒤지더라도 만루 상황이어서 역전이 가능하다면 그 상황은 < 클러치 상황 > 이 된다. 혹자는 우리말 고운 말을 쓰자며 스포츠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는 한다. 예를 들면 < 클러치 상황 >을 " 손에 땀을 쥔 상황 " 이라거나 " 불알에 땀 찬 경우 " 라거나 < 홈 플레이트 > 를 " 집구석 " 으로 부르자는 것 !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꼴불견'이다. 태권도 경기에서 심판은 각자 태어난 국적은 모두 달라도 한결같이 우렁차게 한국어로 " 차렷 ! ", " 시작 ! " , " 그만 !" 이라고 외친다.

태권도 심판이 되기 위해서는 100여 가지'가 넘는 한국어'를 암기해야 한다. 스포츠 중주국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 히트 앤드 런 " 을 " 넌 쳐라 난 존나게 달린다, 잇힝 ~ " 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순우리말로 야구 용어를 갈아치우면 꽤나 웃긴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 최강타 선수, 불알에 땀 찬 경우에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첫 번째 공은 포수 불알 근처에 떨어진 받아치기 좋은 공'이었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공 던졌습니다 !!!!  최강타 선수,  쳤습니다 ! 2루에 있던 황만근 선수 3루 돌아 집구석으로 돌진 ! 아, 아아아 ! 집구석에 들어오자마자 곰 같은 두산 베어즈 남자와 뒹굽니다. 집구석, 엉망이군요.  하지만 1점 추가합니다, 잇힝 !!!! "

스포츠 외래어'를 순화해서 부르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야구 용어'를 순화해서 부르지 않는 태도를 두고 단순하게 혀를 굴리는, 있는 척하려는, 보그 병신체'라고 매도하지는 맙시다.  말꼬리가 길어졌다. 본론으로 바로 가자. 클러치 상황'은 동점 내지 역전이 가능한 상황을 뜻한다.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들이야 손에 땀을 쥐지만 클러치 상황에 등장하는 타자는 똥구멍에 습기 찬다. 잘하면 영웅이지만 못하면 역적'이다. 클러치 상황에서 타자가 가지는 심리적 부담감은 말로 설명이 불가능할 것이다. 야구란 본질적으로 실패의 미학'을 다룬다. 4번 타자'란 3할'을 쳐야 하는데 < 3할 > 이란 7번 실패하고 3번 성공하는 기록이다.

4번 타자가 클러치 상황에서 등장한다고 해도 영웅보다는 역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 같은 소양인'은 무서워서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 " 아, 곰곰발 선수 ! 클러치 상황에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오줌을 지렸군요 ! 집구석에다 오줌을 싸다니... 집구석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 " 그런데 유독 클러치 상황에서 강한 선수'가 있다. 찬스에 강한 타자'를 < 클러치 히터 > 라고 부른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오티스 형님'이 대표적이다. 3점 뒤진 9회말 2아웃 만루에서 홈런을 치고는 한다. 반대로 클러치 상황에서 안타는커녕 곰곰발 선수처럼 오줌만 지리다가 아웃되는 선수를 < 쵸크 히터' > 라고 한다.

한 마디로 찬물만 끼얹는 선수다. " choke " 가 1. 질식시키다. 2. 목을 주리다. 3. ( 감정에 겨워 목이나 목소리가 ) 메이게 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설명을 안 해도 대충 무슨 뜻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 한 마디로 목을 조르고 싶은 선수'가 바로 쵸크 히터'다. 저잣거리 관중석 입말로는 < 아... 병신 새끼 > < 아, 저 새끼 > < 감독은 왜 자꾸 저걸 내보내는 거야 > < 팀에 도움이 안 되는 놈 > 라고 고함을 친다. 타자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아무리 잘 친다 한들 3번 성공하고 7번 실패하는 것이 타자'다. 타석에 들어서면 최소한 6,70%는 실패한다. 억울한 것이다. 과학적 확률로 보자면 9회말 2아웃 만루에서 아웃'을 당하는 경우'는 당연한 결과'이다.

쵸크 히터' 입장에서는 경기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진짜 실력이 안 나온다, 라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투수도 타자와 같은 입장이니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클러치 히티'는 존재하는 것일까 ? 찬스에 유독 강한 타자'가 있을까 ? 마이클 스태들러의 < 야구의 심리학 > 은 기술적 측면보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심리적 측면에서 야구를 분석한다. ( 몇몇 통계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 확률과 통계에 의하면 클러치 히터'는 없다. 클러치 상황에서 유독 강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다.  안타 칠 때가 되었으니깐 안타가 나온 것이고, 홈런 칠 때가 되니깐 홈런이 나온 것이다. " 그것은 클러치 상황에 대한 능력이 특출하기 때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좋은 타자였기 때문이었다/ 야구의 심리학 中, 마이크 스태들러 "

클러치 상황에서 타율이 3할이라고 해서 그 선수'를 그 선수를 클러치 히터'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만약에 그 선수의 평균 타율이 3할이라면 그 선수는 클러치 상황에서 평균 성적을 냈을 뿐이다. 다만 그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확률적으로 안타가 나올 시점이 공교롭게도 클러치 상황과 일치했을 뿐이다. < 클러치 상황에 강한 선수 > 라기보다는 < 운이 좋은 선수 > 가 정답일 것이다.  같은 이유로 쵸크 히터'를 너무 욕하지는 말자. 그 또한 확률적으로 아웃이 될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을 뿐이다. 언젠가는 팀에 도움이 될 날이 오리라 !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티스와 푸홀스는 확실히 위기에 강한 남자였다. 그들은 진정한 클러치 히터'였다. < 야구의 심리학 > 을 쓴 마이크 스태들러는 미주리大 심리학 부교수'이다. 얼핏 보면 심리학자가 야구에 대한 책을 썼다는 것이 외도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 야구는 투수와 타자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심리전'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저자의 전공 분야'처럼 읽히기도 한다.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 실패 > 와 < 우연 > 으로 이루어진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방망이 중심에 제대로 맞은 타구라고 해서 무조건 안타가 되지는 않는다. 야수가 잡기 좋은 곳에 떨어지면 아웃이 되기 때문이다.   神은 말한다. " 넌 때려라, 낙하점'은 내가 정한다 ! "

반대로 빗맞은 공이 반드시 아웃이 되는 것도 아니다. 텍사스 존'에 떨어진 공은 행운의 안타'가 되는 법이다. 그리고 땅볼은 투수 앞으로 가느냐 아니면 3루에 2루 사이로 빠지느냐에 따라서 운명이 갈린다.  흔히 말하는 연속 안타 행진'도 사실은 운이 지배한 결과'이다. 어떤 선수는 7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8번째 경기에서는 무 안타를 친다. 이러한 패턴을 주기적으로 8번 반복한다고 치자. 반면 어떤 선수는 56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내리 8일 동안 안타를 치지 못했다고 치자. 비록 두 타자가 같은 기간 동안 올린 56 안타는 동일하지만 역사는 180도 바뀐다.

전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후자는 야구 역사에서 커다란 획을 긋는다. 조 다마지오 ! 그는 1941년에 56게임 연속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은 3할 5푼 7리'였다. 같은 해, 테드 윌리엄스'는 4할 6리'라는 전설적인 타율을 기록했지만 56게임 연속안타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다. 신은 다마지오'를 선택했다. 이유는 모른다. 십일조를 열심히 헌납했을까 ? 모를 일이다. 인간은 공을 던지지만 신은 주사위를 던진다. 그것이 바로 야구'다.  하지만 테드 윌리엄스'가 조 다마지오'보다 레벨이 낮을 수는 없다. 1941년 이후 4할 타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뉴욕 양키스 광팬이었던 스티븐 제이 굴드는 < 풀 하우스 > 에서 앞으로 4할 타자'가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타자의 실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타자와 투수 모두 실력이 진화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호이징가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이라고 정의 내린다. 그 또한 스티브 제이 굴드처럼 메이저리그 골수팬'이었는지도 모른다. 야구 선수야말로 좀 놀아본 인간'들이다. 일반인들은 가끔 주말에 party를 열며 " play " 하지만 야구 선수들은 날마다 park 에서 " play " 한다, " baseball "을 가지고 말이다. 태진아 노래방 전속 성우가 야구장에 가서 홈런을 치는 선수'를 보았다면 다음과 같이 외쳤을 것이다. " 어디서 좀 놀아보셨군요 ! "

 

 

 

 

+

개인적으로 다저스 선수 가운데 < 닉 푼토 > 의 허슬 플레이'를 좋아한다. 화려한 경력은 없다. 슬슬 은퇴를 준비할 나이가 되었고 타율도 2할 중반이니 잘 치는 선수는 아니다. 더군다나 몸값은 다저스에서 가장 적은 선수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는 온몸'을 던진다. 최선을 다한다. 성실한 선수'다. 자이언트 팬으로서 홈런 왕 배리 본즈'를 좋아할 수는 있지만, 야구팬 입장에서 보면 배리 본즈'는 재수 없는 이기적 인간'이다. 반면 야구팬이라면 모두 다 닉 푼토를 좋은 선수'라고 기억할 것이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예의'를 중시하는 스포츠다. 좋은 선수는 < 홈런 > 을 치면 기쁨을 숨기고 묵묵히 트랙을 돈다. 기쁨은 벤치에서 나온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로 나눈다.

홈런을 친 선수가 트랙을 빠르게 도는 이유는 상대 투수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홈런을 친 타자야 하늘을 날고 싶을 만큼 기쁘지만 상대 팀 투수 입장에서 보면 지옥 아니겠는가. 배리 본즈는 종종 커다란 홈런을 치면 걸어서 1루를 걷고는 했다. 으스대는 꼴을 볼 때마다 재수 없었다. 그는 신화가 될 만한 기록을 욕심스럽게 달성했지만 명예의 전당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금지 약물 복용 혐의로 기소되었다. 약물 파동 이후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을 받던 그가 최소 연봉을 받겠다며 자세를 낮춰 각 구단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 어떤 구단도 그를 받아주지는 않았다. 시작은 위대했지만 끝은 초라했다. 그를 좋아한 동료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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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2013-09-1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요즘 팔자에도 없(을거라 생각했)던 야구를 거의 날마다 본답니다. 팀들 간의 성향 차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예를 들어 깔끔한 뉴욕 양키즈, The Sopranos에 나올 법한 마피아 부하들같은 이미지의 깍두기과 보스턴 레드 삭스 팀 ㅋㅋ,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다저스, 아직도 저주를 깨지 못한 비운의 시카고 컵스 등등..

페루애님은 어느 팀 응원하시며, 야구선수 중에서 푼토 말고 또 누굴 좋아하세요? 저도 이제 푼토 눈여겨 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5 13:30   좋아요 0 | URL
아, 니나 님이군요. 니나 님 사시는 곳이면 어느 팀 소속인가요 ? 궁금한데요..ㅎㅎㅎ.
전 당연히 보스톤 레드 삭스 팀입니다. 여긴 보스턴 레드 삭스 경기를 안 틀어줘서 할 수 없이 다저스만 주구장창 보고 있는데 레드 삭스와 다저스가 붙으면 당연히 레드 삭스 으원합니다.
결국 아메리카에서는 레드 삭스 응원하고, 내셔널 리그는 다저스 응원하게 도었네요.
다져스에 레드삭스 선수가 왕창 왔어요. 칼 크로포드도 그렇고, 닉푼토도 그렇고...

전 좀 잔챙이들 좋아하는 편이에요. 스타들은 뭔가 좀 으스대고 그러잖아요. 배리 본즈 같은 인간을 아주 싫어합니다. 팀 웨이크필드 좋아해요. 너클볼 투수였죠. 아주 느린 볼을 던진 투수였습니다.





Nina 2013-09-17 23:1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배리 본즈... 잘 나가다 왜그랬대요 참..

저희 동네 출신으론 최근엔
저스틴 벌랜더인가, 같은 학교 다녔떤 지금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있는 선수가 있는데요
딱히 팬은 아니고, 저도 보스톤 좋아하구요 ㅋㅋ
시카고 컵스는 왠지 좀 안스럽구요. 리글리 필드.. 염소의 저주.. 예전에 그 기록 깰 뻔했는데 어이 없게도 무너지고 (관련 다큐도 봤어요), 그 뒤로 영 비실대는걸 보면서 언젠가 꼭 그 저주 깼으면 해요.
아직 초짜라 아는건 별로 없지만 배워가고 있어요 ^^ 앞으로 페루애님 좋아하는 선수들 눈여겨봐야징~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5 14:45   좋아요 0 | URL
보스턴'은 역사도 깊고, 빨간 양말 로고가 멋지잖아요 ! 사실 전 로고 보고 팬이 된 예입니다..ㅎㅎㅎㅎㅎㅎ
아, 여행하게 되면 그냥 각 구단 구장 한번 보고 싶어요. 레드삭스 팬웨이 파크 가보고 싶습니다.

시카고 컵스는 아마... 무슨 염소의 저주'인가, 뭔가 하죠 ?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어느 허름한 염소를 몰고 온 관중을 구단주가 못 들어오게 했다고 합니다. 냄새 난다고 말이죠.
화가난 염소 주인이 말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컵스는 100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읻....

그래서 염소 어쩌구 저쩌구 저주'가 .....
컵스 보면 안타깝기는 합니다. 함 이겨으면 좋겠네요. 아마 컵스가 108년 동안 우승을 못했을 겁니다....

Nina 2013-09-17 23:2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 염소의 저주..
한번 그 저주를 깰 뻔한 기회가 있었는데 어이 없이 놓치고 나니 와르르 무너지고
당시 싸이영 후보였던 투수 마크 프라이어도 그 뒤로 확 내리막길을..
http://youtu.be/qE1mIT3CVPc 다큐도 있던데, 사람 심리라는게 참 무서운거 같아요. 잘 나가던 선수도 별거 아닐수도 있는 일로 와르르 무너지게 한다는게요..
사실만 놓고 보면 그 팬이 그걸 잡았다해도 승승장구 이기던 중이라 승패에 그렇게 결정적인 지장을 주는건 아니였나본데, 저 공을 놓치고나니까 관중들 포함, 모든 선수들이 다 초상집 분위기더군요.

참, 알아보니까 제가 사는 곳 팀 이름은 워싱턴 내셔널즈라고 하네요. 그렇다고 워싱턴을 응원하진 않지만요 ㅎㅎ 페루애님이 레드삭스의 팬이 된 계기가 의외로 단순하군요! ㅋㅋ 요즘 잘 나가더군요 레드삭스. ㅋㅋ 그나저나 걔네들은 지저분한 수염에, 바지도 헐렁하게 입고, 딱 스타일만 봐도 '난 보스톤 레드삭스 선수요'라는듯 딱 티가나요 어쩜~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6 14:14   좋아요 0 | URL
컵스의 그 비운은 워낙 유명하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앗 갑자기 이름이... 레드 삭스 포수가 피 터지게 싸운 경기도 유명합니다.
주먹이 진짜 마구 오가갔음... 8명이 퇴장했으니 말 다했죠...

하여튼 그날 경기에서 레드삭스가 기적적으로 10 ; 11로 이깁니다.
그때부터 승승장구해서 월드시리즈를 우승해요... ㅎㅎㅎㅎㅎ. 고 장면도 남편 분께 여줘보세요.
정말 굉장한 경기였습ㄴ다.

마노아 2013-09-1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핫!
" 최강타 선수, 불알에 땀 찬 경우에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첫 번째 공은 포수 불알 근처에 떨어진 받아치기 좋은 공'이었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공 던졌습니다 !!!! 최강타 선수, 쳤습니다 ! 2루에 있던 황만근 선수 3루 돌아 집구석으로 돌진 ! 아, 아아아 ! 집구석에 들어오자마자 곰 같은 두산 베어즈 남자와 뒹굽니다. 집구석, 엉망이군요. 하지만 1점 추가합니다, 잇힝 !!!! "
이 부분 읽다가 제대로 뿜었어요. 콧물까지 나왔어요..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6 14: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이거 제가 비장의 무기로 쓴 문장인데
사람들이 잘 안 웃어서 약간 당황했습니다...ㅎㅎㅎㅎㅎ
웃어주셔서 고마워요....

히히 2013-09-1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神은 말한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없는 것이다.
세계는 신의 직접적인 관여로 순간마다 질서정연하다.
찬스에 유독 강한 타자는 없다.
신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치는 것이다."
흥! ><
그 어떠한 것도 신을 위한 불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찬스는 싸우고 쟁취하고 또 다른이의 심장에 전이 되는 것이다.
순명에서 평화를 찾는 자를 신은 가장 사랑하신다.
그러니, 기회의 순간이 오기 전까지 불복종하며
우리의 의지를 순수 배양할 지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6 14:11   좋아요 0 | URL
3할 타자와 2할 7분 타자가 6,700타석에 들어섰다고 가정했을 때
3학 타자는 2학 타자보다 안타가 얼마나 더 많을까요 ?

놀라지 마십시요. 25개입니다.
700번 중에서 25개가 더 많으면 3학 타자가 되요..
그러니깐 사실 2학 타자나 3할 타자나 다 비슷한 겁니다.

그러나 연봉은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죠. 이것도 신의 장난인 것 같아요.

엄동 2013-09-1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용어를 적기적소에 쓰고

선수와 팀의 몇년전 기록까지 좔좔 읊고

통계에 따라 결과를 내다보는 야빠들.

대단합니다 진정 :)


전 두뇌게임이라는 야구에 크게 흥미는 없지만

알아가려해도 용어들이 어렵더라구요 :(

마음이 안가는거죠 뭐. ㅋㅋ


복싱 용어에도 클러치"가 있는데.

기운빠졌거나 불리할때 상대를 잡는 일명 껴안기.

잽 원투 카운터 훅 바디 더킹 클러치까지

귀에 쏙쏙 들어오죠 :D

마음이 따르는거죠 뭐.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6 14:09   좋아요 0 | URL
글구보니정말 복싱 용어에도 클러치가 있네요. 차에도 달려 있고 말이죠.
근데 설한 님은 복싱 용어를 자주 아시네요.
아니 여성분이 어떻게 아십니까 ?

사실 저도 복싱 좋아합니다. 그냥 보는 거 말입니다.
글구 보니 스포츠 안 좋아한다고 하고서는 은근 저도
스포츠를 열심히 보는 편인가봅니다.

복싱, 야구 좋아하거든요.

언제 한번 복싱 한 번 해요. 글러브 끼지 말고 말이죠.. ㅎㅎㅎㅎ

엄동 2013-09-1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자해를 하고자 하시는게 아니라면

빽글러브'정도는 끼고 하죠

촤하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6 16:04   좋아요 0 | URL
설한 님은 잽을 날리세요. 전 클러치로 방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