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투명한 배우'다.  

 

 

메소드 연기'란 용어가 있다. 러시아의 스타니슬라프스키'가 창안한 연기론'으로 " 극중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 스타일'을 지칭하 " 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메소드 연기란 " 쟤, 연기 잘한다 ! " 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극중 배역에 맞춰 자유자재로 연기 변신을 하는, 천 가지 얼굴을 가진 배우가 선보이는 연기 스타일'이 바로 메소드 연기'다.  잭 니콜슨,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케빈 스페이시 같은 배우가 이에 속한다.  반면 우디 앨런 같은 경우'는 자신의 페르소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디 앨런'이 연기를 못한다고는 할 수 없다. 연기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우디 앨런은 우디 앨런'이다. 로버트 드니로가 무아無我'라면 우디 앨런은 몰아沒我'다. 그렇다면 무아의 경지에 다다른 대한민국 배우는 누구일까 ? " 단언컨대, 송강호는 완벽한 물질입니다 ! "

 

그가 < 밀양 > 에서 보여준 카 센터 사장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적당한 속물과 의외의 순정 사이'를 교묘하게 오고가는 연기'는  그가 아니면 그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연기'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소리만 지르면 연기인 줄 아는 설경구 같은 배우 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메소드 연기'가 지향하는 것은 바로 무아 無我'의 경지'다.  송강호'는 무아'를 통해 타자와 접신'을 하는 박수무당에 가깝다. " 나는 내가 아니라 너다 ! " 그런데 < 연기 > 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바람, 비, 눈따위도 온힘을 다해 연기를 한다. 소설 <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을 영화화할 때 중요한 것은 배우의 신들린 연기'보다는 바람의 신들린 연기'이다. 소설 < 폭풍의 언덕 > 이 영화로 만들어질 때마다 항상 실패하는 이유는 적재적소에 바람의 다양한 얼굴을 그려넣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서정주는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바람이었다고 말도 안되는 허세를 부렸지만, 사실 < 폭풍의 언덕 > 을 키운 것은  팔 할이 쓸쓸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바람'은 기획사에 소속된 전속 배우가 아니기에 감독이 스케줄에 따라 오라 가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람은 조련사에 의해 다스려지는 존재가 아니지 않은가 ! 바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 제갈공명 " 밖에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바람 대신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바람에 의지하게 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거대한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바람'은 표현력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표정은 빈약하다. 이처럼 선풍기가 만들어낸,  직선으로 이루어진 편향'은 자연스러운 바람을 재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연스러운 바람은 한 방향에서만 불어오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기류를 탄다.

 

선풍기로 만든 인공적인 바람이 2차원 평면'이라면 자연적으로 생긴 바람은 3차원 입체'다. 전자가 직선이라면 후자는 곡선이다. 그래서 고집 있는 감독은 바람이 촬영장을 찾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고다르가 고백했듯이, 바람이 꼭 필요할 때  촬영장에 부는 바람은 신이 예술을 위해 내린 깜짝 선물이다. 이별 장면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배우가 흘리는 눈물보다는 남과 여 사이'에 바람이 불 때'이다.  바람이 지나가며 헝크러뜨린 머리카락은 구구절절한 열여덟 마디 대사'보다 더 애절한 심상을 전달한다.  화가는 바람을 그리기 위해서 바람을 그리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그린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그러니깐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이별을 앞둔 연인의 헝크러진 머리카락이 아니라 심란한 마음'이다.  나는 < 헝크러진 머리카락 > 이라고 쓰고, 아...  < 산산이 부서진 마음 > 이라고 읽는다.

 

그렇다고 바람이 모두  황홀한 연기를 선보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 바람 > 도 연기를 잘하는 바람과 연기를  못하는 바람이 있다. 송강호처럼 " 기차게 "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있는 반면에 얼굴은 반반하지만  " 기가  차서 " 말이 안 나올 만큼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있듯이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 가운데 가장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인 바람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연출한 < 거울 > 이라는 작품이었다.  나는 그 장면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바람의 명연기에 그만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내용은 이렇다  :  여자는 기약  없이 떠나는 남자을 멀리서 바라본다.  짧은 만남 긴 이별'이다.   떠나는 남자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여자 사이에는 넓은 초원이 가로놓여 있다. " 진격의 거인 "  이 아니라  " 간격의 연인 " 이다.  이때 느닷없이 바람이 카메라 앞에 나타나더니 뒤로 사라진다. 

 

풀은 흔들린다.  풀은 바람이 지나는 방향으로 누우며 잔물결을 만들고 이 잔물결이 모여서 큰 물결을 만든다. 작은 슬픔이 모여서 큰 격정을 이룬다. 기약 없이 떠나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는 슬픔과 격정 사이를 오간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은 이별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과 같다.  감독은 이 장면을 두고 " 우연히 찍힌 예상치 못한 바람  "  이었다고 고백했다.  신이 예술을 위해 내린 선물'이었다. 바람의 황홀한 연기'였다.  내가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다면 남우주연상으로  " 바람 " 을 호명했을 것이다.  와,  와와 !!  왠지 모르게 이 영화에 등장한 바람'은  고흐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고흐가 자살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 까마귀가 나는 밀밭 > 에서 내가 본 것은  쓸쓸하게 부는 바람'이었다. 내가 고흐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림 속에 바람이 지나간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고흐는 < 볕 > 을 그리기 위해서 < 바람 > 을 그린 화가였다. 그는 풍경만이 아니라 사람을 그릴 때에도 바람이 지나간 길을 그렸다.  주정뱅이 우체부 탕기 영감'을 그릴 때에도 그 얼굴에서 바람의 흔적이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영화 속 주연 배우'보다 비, 바람, 눈, 볕 같은 무보수 무명 배우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7월에 내리는 비는 시끄럽고 11월에 내리는 눈은 조용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바람은 특별한 배우였다.  오랜 기다림이 있어야 좋은 바람을 만날 수 있다. 성격이 급한 감독이 담은 바람'은 매력이 없다. 만약에 당신이 이유없이 " 어떤 장면 " 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연기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모든 영화에는 바람이 등장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망각한다. 칼바람처럼 요란하게 소리를 내는 바람도 있지만 소리 없이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도 있다.

 

창문을 열면 제일 먼저 들어오는 바람은 기분을 좋게 만들고, 죽어가는 자가 내뱉은 날숨은 관객을 쓸쓸하게 만든다. 이처럼 바람은 시끄럽고 조용하고 기분 좋고, 때론 슬프며 쓸쓸하다. 바람이야말로 천 가지 얼굴을 가진, 무보수 무명 배우'이다. 아니, 투명한 배우'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히히 2013-10-05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람 불어
우듬지 볕 쪼개고
산사 풍경 깨우고
호수 은파 휘젓고
달무리 그믐 건져내고
갑순이 갑돌이 눈 맞고
.
.
.

히히 가슴에 가을바람 불어 이리 팔랑 저리 팔랑
아따 그 바람 한번 곰살갑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5 01:27   좋아요 0 | URL
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고수다 !!!!!!!!!

새벽 2013-10-07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타르코프스키의 거울에선 정말 풀잎에 이는 바람이 카메라에 반응하는 배우 같았습니다.
사실 바람, 하면 거울 이전에 알렉산더 도브첸코의 대지,에서 워낙 인상 깊었기에 전 막상 거울에서의 감흥은 좀 깎였고.. ^^;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에서 물 속에서 부유하는 수초들이 전 너무 환상적이더라구요.
그리고 바람, 하면 떠오르는 또 한 편은 봄날은 간다.. 역시 좋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7 14:41   좋아요 0 | URL
타르코프스키는 모든 영화가 좋죠. 솔라리스도 정말 위대하고
스토커는 어떻습니까.. 환상적이죠.
안드레이 류블레프는 정말 가장 위대한 걸작이빈다.
이반의 이런 시절..

하여튼 모든 작품이 전부 무시무시한 걸작을 만든 건 타르코프스키가 유일하지 앟을까 싶어요..
 

 

 

재미있는 이야기.

 

 

속초에서 만난 스무 살 여자애 이름은 재미'였다. 이름이 재미있다보니 재미'를 만나면 장소팔 고춘자 만담처럼 시시껄렁한 농담을 서로 주고받고는 했다. 명랑 쾌활한 소녀'였다. 이런 식'이다.

 

- 여보세요 ?  재미있나요 ?

- 재미없어요.

- 재미없다구요 ?

- 네.

- 아, 재미없네...

 

재미랑 < 트랜스포머2 > 를 볼 때에도 난 재미에게 이렇게 말했다.

 

- 재미, 재미없지?

- 재미있어!

- 맙소사, 재미 ! 이게 재미있어?

- 맙소사, 그럼 재미없어?

- 너, 말이 짧다 ?

- 삼촌이 말 편하게 하라고 했잖아요.

 

녀석은 나중에 조양동 이마트 보안 직원이 되어 있었다. 이마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때 내가 한 최초의 말은 " 오, 재미 !  여기서 일하니깐 재미있니 ? " 였다. 내가 종종 재미에게 하는 농담이 " 재미없는 세상이 나는 재미있어 ! 그래서 난 재미있는 세상은 재미없어 !! " 였는데, 그 말만 하면 술에 취한 재미는 미친년 경기하듯 까르르르 웃어 젖혔다. " 까르르르... 삼촌, 재미 없으면 재미없지 ? 재미 있으면 재미있고. 까르르르르. 삼촌 만날 내 이름 가지고 농담하잖아. 그게 유일한 낙이잖아. 까르르르르. "  아, 철없는 재미는 실존에 대한 내 진지한 성찰'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재미 씨, 농담도 잘하셔 !  속초에 가면 재미가 산다. 속초에 재미'라는 이름을 가진 처녀도 있으니 제주도에는 재주라는 이름을 가진 총각도 있으리라.

 

- 재주 있나요 ?

- 재주 없어요.

- 네에 ? 재주 없다구요 ? 

- 네에. 재주,  별다른 재주도 없고 해서 제주도 떠났어요. 서울에서 공장 다녀요.

- 아하, 재주도 없어서 제주(도) 떠났군요. 

- 네, 그렇습니다. 참 재주도 없는 녀석이에요. 

 

이런 " 오고가는말풍선 " 이 예상되지 않습니까 ? 재주도 없어서 제주도 떠나는 안타까운 재주 씨'라니 ! 만약 재주 씨'가 제주도를 떠나서 속초에서 산다면 어떻게 될까 ? 둘이 만나면 이런 시시껄렁한 대화가 오고갈 것이다.

 

- 전 웃기는 재주가 없어서 재미없는 재주입니다.

- 어머, 재주 씨 !  재미있어요. 곰곰발 삼촌 생각이 나네...

- 재미 있으면 좋습니다.

- 저도요 ! 재미있는 세상이 좋아요.

- 아니요. 제 말은 재미 씨 있는 곳'이면 즐겁다는 뜻입니다.

- 어머 !

- 재미 씨는 사람을 재미있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재미 씨가 없으면 재미도 없습니다.

- ......

- 재미없는 사람이어서 무뚝뚝한 나에게 재미 씨는 재미있는 사람이어서 좋았습니다. 평소 재미없는 성격을 고치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으나 내성적인 천성을 고쳐지질 않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재미 씨 ! 재미없는 내 성격을 고칠 사람은 당신 밖에 없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면 재미(씨)있는 사람'이 되니깐 말입니다.

- 지금 청혼하시는 거예요 ?

- 네, 당신 앞에 무릎 꿇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재미 씨 !  평생 제 곁에 있어주세요. 재미있는 결혼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 조건이 있어요 ?

- 뭡니까 ?

- 아무리 외로워도 슬퍼도, 힘들어도, 재미 앞에서는 항상 재주 부리는 귀여운 곰이 되기로 약속 !

 

그래서 그들은 그날 밤 모텔에 가서 뒹굴었을 것이다.  재주는 재미 앞에서 재주껏 재주 부리고, 재미는 재주 부리는 재주 씨'를 재미있게 할 것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힘들어도, 너도, 나도, 제주도 !  그들은 재미없는 세상에서 장소팔 고춘자 만담 콤비처럼 한세월 말장난 하다가 떠날 것이다. 재미는 재주 씨를 위해서 재미있는 이주일 성대모사를 해서 재주 씨를 웃기리라. " 띠리리리리. 재주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제주도 ! 까르르르르. "

 

 

 

 추신  :  재주와 재미는 결혼하여 아들을 낳는다면 아들의 이름은 재수'라고 짓지 않을까 싶다. " 재수  있니 ? 재수 없다고 ? 아, 재수 없네. 그럼 엄마 재미 바꿔. 뭐 재미도 없어 ?  아, 재미없네. 그럼 아빠 재주는 ? 재주도 없어 ? 아니, 무슨 재주가 있어야 먹고 살 거 아니야. 이런이런. 제주도에서 할머니가 전화했다고 말씀드려라. 가만... 가만.....  집에 아무도 없으면.... 근데 넌 누구니 ? 재길?  근데 재길이가 누구지 ? 내 아들 이름은 재주이고 며느리 이름은 재미,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손주 이름은 재수인데 낭낭한 목소리를 가진 너는 누꼬 ?  뭐, 도둑놈 ?  아이구야, 이런 제길...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히히 2013-10-05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 글발 끗발이 좋아서
약발 까치발 보태도 어림도 없네.
노발대발 하려다가
버선발로 반기네.
제발 단발에 그만두지 마소.
발 벗고 나설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5 11:48   좋아요 0 | URL
아, 진짜 궁긍ㅎ서 하는 말이지만.. 히히 님 정체가 뭡니까 ?
이젠 슬슬 짜증나려고 합니다. 이젠 나에게 알려주세요.
< 발 > 이라는 것으로 황홀하게 마술을 부리는 것을 보면 고수인데....


곰발 글발 끗발 약발 노발 대발 버선발 제발 단발...

고수다, 고수...ㅎㅎㅎㅎ
도대체 당신 누구세요 ?


정말 이런 댓글 만나기 위해서 항상 덧글을 열어둡니다.


소년에로학난성 2013-10-0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가 아니니 철저한 익명이 가능해졌군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8 14: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창업은 잘 되시나 모르겠네요....
가을이니 조만간 술한잔 하십시다.
 

떼창의 정치학 : 대한민국, '' 놈만 밀어준다.  

 

-  강남 스타일, 싸이  

 

 

 

종편 티븨'가 일제히 뉴스'를 멈추고 < 싸이 시청 앞 광장 콘서트 > 생중계를 한 적이 있다. 뉴스 시간에 뉴스를 중단한 채 싸이 쇼'를 실시간으로  중계한  것 .  이처럼 정규 뉴스 시간에 뉴스를 멈추고  딴따라 쇼'를 생방송으로 보여준 사건은 전세계'를 통틀어서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나 한순간에 < 새 > 됐다고 징징거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빌보드를 점령한 < 말 > 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대한민국이 당신에게 흠뻑 빠졌다.  싸이는 율곡 이이 선생'도 하지 못한 10만 양병'을 시청 앞에 모아서 다 함께 떼창'을 했다. 대,다,나,다 ! 뉴스의 기본은 < 볼거리 > 가 아니라 < 알 권리 > 다. 뉴스가 볼거리'로 전락하면 그것은 옐로우 저널리즘'이 된다. 싸이 공연 생중계'는 과연 알 권리일까, 볼거리'일까 ? 뉴스가 기본 의무를 저버리고 쇼를 생중계한 것은 마치 야구장에서 축구하는 꼴이다. 뻘짓이라는 말이다. 뉴스 종사자들이 스튜디오에서 주접 떨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몰빵에 가까운 광신적 애국주의'를 보면서 치를 떨었다.

 

될 놈'만 밀어주는 방식은 이명박이 그토록 강조했던 " 기업 프랜들리 정신 " 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발굴하여 집중 투자를 하고,  싹수가 노란 놈은 애당초 잎을 솎아서 나무가 성장'하는데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한다. 투자'란 촌년을 여신'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신비한 메이크업 ! 될성부른 떡잎'은 훗날 甲이 되고, 싹수가 노란 잎은 乙이 된다. 피도 눈물도 없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돈이 될 만한 놈'에게 올인하는 것은 투자의 기본'이니 그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반면,  된 놈'만 밀어주는 방식'도 있다. 될 놈만 밀어주는 방식'이 장기적 안목이라면 된 놈만 밀어주는 방식'은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급급한 투자'다. 실력 있는 투자자'라면 < 된 놈 > 보다는 < 될 놈'>을 눈여겨본다. 그렇다고 된 놈만 밀어주는 방식'이 잘못된 투자라고 할 수는 없다. 광고주가 잘나가는 스타만 고집하는 이유는 그 스타'가 가지고 있는 즉흥적인 전시효과 때문이다. 

 

둘 다 매력적인 투자 전략'이다. 될 놈'은 발굴에 방점을 찍는 것이고, 된 놈'은 몸값 마케팅'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 주체'가 기업이 아닌 국가'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대로 굴러가는 국가'라면 될 놈과 안 될 놈 모두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 그것이 될성부른 떡잎이든 싹수가 노란 잎이든 말이다. 될 놈이 크게 돼서 기쁨의 < 나팔'> 을 불 때, 안 될 놈은 대낮부터 술에 취해 여의도 한복판에서 < 나발'> 을 분다.  곰곰발,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인생이란 언제나 한끗 차이'다. < 나팔 > 이나 < 나발 > 이나 모두 금관 악기'이지만 이 사소한 한끗은 극과 극'이다. " 미워도 다시 한 번 " 이라는 룰이 적용되지 않을 때, 그들은 여의도 한복판에서 칼 들고 나발'을 불 것이다. 사람 일이란 모른다. 한때 그들도 나발 대신 나팔을 분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나팔을 가진 자'보다 나발을 가진 자'가 많을 때 사회는 분열되고, 그 사회적 비용은 나팔을 가진 자가 벌어들인 이익보다 더 큰 손해를 끼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기업과는 달리 될 놈에게도 투자하고 안 될 놈에게도 투자를 해야 한다.<  될 놈 - 투자 전략 > 과 < 안될 놈 - 투자 전략 > 을 적절하게 콘트롤하는 것이 노련한 국정 운영'이다. 그런데 국가가 투자하는 방식 가운데 최악인 경우는 된 놈'만 밀어주는전략'이다. 된 놈'에게만 올인한다는 것은 이미 성공한 기득권에게만 집중적으로 투자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야구에 빗대서 이야기하자면 < 된 놈 - 전략 > 은  어린 유망주를 발굴해서 키울 생각은 안 하고  FA 시장에 나온 홈런 타자 이승엽에게만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은 이승엽이  제 역할을 다하면 다행이지만 부상을 당해서 슬럼프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니 위험한 몰빵에 가깝다. 차라리 이승엽 한 사람에게 돌아갈 비용을 미완의 유망주들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 안정적인 분산 투자이다. 국가는 앞만 보는데 급급해서 발등에 떨어진 불똥만 끄다가는 망하게 된다.

 

< 거포 > 에서 < 거품 > 으로 추락하는 먹튀 선수를 종종 보게 된다. 몰빵이 낳은 부작용이다. FA 시장에 나온 거포 타자가 탐이 나기는 하지만 눈 질끈 감고 미래 유망주를 찾아나서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국가 운영과 교육은 백년지계'라고 하지 않았던가. 멀리 볼 줄 알아야 된다는 말인데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은 백년지계'는커녕 오년지계'에 몰빵한다. 그러니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 인물이 이명박이다. 김병만도 최소한 16년 동안 갈고 닦아야 비로소 달인이 되는데 국가 운영을 5년 안에 해치우겠다고 하면 욕심이 아닐까 ? 아니나 다르랴 ! 4대강 사업은 거대한 재앙이 되었다.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내야하니 이미 검증된 선수에게만 집중 투자를 하게 된다. 대한민국, 된 놈'만 밀어준다 ! 개천에서 용 나온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개천도 지역에 따라 다르니 양재천에서 용 나는 경우는 가끔 있어도 홍제천에서 용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생 한 끗'이다. < 아 > 다르고 < 어 > 다르다고는  하지만 님이나 남이나 니미 뽕이다. 그게 그거니 거기서 거기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1%의 노력과 99%의 운이 성공과 실패'를 쪼갠다. 태어날 때부터 나팔'을 가진 사람은 나중에 나발'이 되지 않도록 악기를 잘 다루어야 하고  태어날 때부터 나발을 가진 사람에게는 나팔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거포는 거품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승엽 같은 홈런 타자 한 명'보다는 타율은 낮아도 팀에 도움이 되는 콩알 타자 백 명'이 필요하다. 이승엽은 처음부터 대포'였나 ? 그도 시작은 콩알이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제발 야구장에서 가서 떼창 하지 말자. 다 큰 어른이 애새끼도 아니고 그 무슨 떼창인가 ! 어제 엘지는 연장 10회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역전패 당했다. 자꾸 그러면 나 컨트롤 비트 다운 받는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13-10-0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 국민 모두가 모범생이면 나라가 망한다 라는 설명이 붙은 책이 있었습니다. (읽지는 못했고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검색도 안 되네요.) 한 동안 고민을 했었죠. 왜 망할까. - 나중에 찾은 설명은 미래의 모범생이 현재의 모범생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된 놈만 밀어주는 것도, 될 놈만 밀어주는 것도 ; 진화론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죠.

마립간 2013-10-02 12:07   좋아요 0 | URL
댓글 쓰다가 생각난 것인데, 대기업에서 된 놈(경쟁력있는 중소기업)만 착취하는 전략은 어떨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2 12:41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에서 모범생 기준은 다른 나라에서 보면 창의력 없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범적인 것과 길들여지는 것은 전혀 다른데 자꾸 우리는 길들여지는 것을 롤 모델로 삼는다는 것이 문제이지 싶습니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항상 된 놈만 흡수하잖아요.... ㅎㅎㅎ.
파이를 키우면 냅다 삼킵니다.

히히 2013-10-0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싹수가 푸른 놈이 태양을 내세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다가
된바람에 四肢가 死地가 되는 꼴을 여럿 보았습니다.
노란 놈도 각자 고유한 상징과 열정은 보유하고 있습니다.
될, 된 놈의 기준이 어디 있습니까?
두 딸 키우면서 깨치는 것은
세상 모든 자식은 될,된 놈입니다.
노란 눈으로 세상을 보면 쉬운것을......
과거의 흐름에 현재를 사는 이 나라의 미래는 짜증나잔냐!!!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4 00:18   좋아요 0 | URL
댓글달기의 세익스피어 님 !
사지가 그 사지'가 되는 꼴 여럿 보셨군요.
그나저나 딸이 둘이니 정말 옆기지 님은 아이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네요.
남자애들은 왜 무뚝뚝하잖아요.
하지마 이 나라 딸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기도 하죠....
히히 님이시면 잘 키우시리라 믿숩니다.
노인들은 항상 못 살던 옛날 타령을 하고,
수컷들은 항상 왕년에 타령을 하죠.
이래저래 과거지향형입니다.

saint236 2013-10-04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 생중계하고, 소주먹었다고 난리치고..아마도 종편은 싸이의 돌출 행동을 예상하고 있지 않았나 싶네요. 이렇게 영상으로 보여주고, 지면으로 까대고... 아들좋고 아버지 좋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5 09:33   좋아요 0 | URL
항상 북 치고 장구 치는 게 언론이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소속과 무속 :

 

 

- 무당과 고양이'에 대한 단상

 

여배우'라는 낱말은 있지만 남배우'라는 낱말은 없다. 라캉을 거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무의식은 언어로써 구조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개같은 남성 꼰대가 지배한 대한민국.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전을 뒤져보다가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 남배우 > 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 요즘 잘나가는 류근 시인의 취한 입말'을 빌리자면 " 시바, 조낸...... " 당황스럽다. 나는 지금까지 남자 배우'라는 조합을 본 적은 있으나 " 남배우 " 라는 낱말을 본 적은 없다. 아니나 다르랴 ! 사전은 대부분 그 단어에 대한 활용 예문이 있기 마련인데 < 남배우 > 라는 단어를 사용한 예문은 아예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단어를 사용한 작가는 대한민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관료적 우격다짐'이 읽힌다. 그런 식이라면

여의사'란 단어가 있으니 남의사'란 낱말도 있어야 하고, 여형사가 있으니 남형사도 있어야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그렇다고 <남행 열차> 라는 말도 있으니  <여행 열차> 라는 조합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사전에는 여의사나 여형사라는 단어는 있으나 남의사나 남형사'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 남배우 > 라는 단어는 예외 조항을 두었을까 ?  (언어학자 마리나 야겔로는 < 언어와 여성 > 에서 " 여성의 조건에 대한 사회 언어학적 접근 " 을 시도한다. 생각보다 재미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일단 오해는 하지 말자. 한글이 남성 중심 사고 체계를 갖춘 문자'라기보다는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는 자주독립을 확립하고 밖으로는 민주 번영에 이바지해야 할 후손들이 한국어'라는 언어를 잘못 사용한 예'라 할 수 있다.

만약에 당신이 " < 여의사 > 라는 단어는 있는데 왜 사전에 < 남의사 > 라는 단어는 없나요. 남성을 무시하나요 ?" 라고 당당하게 묻는다면 나는 답답하다. 중요한 것은  남배우, 남의사, 남형사'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록되어야 남녀 차별 없는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배우, 여의사, 여형사'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록된 것이 남근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여성 차별을 생산하는 단어'가 사전에 등록된 것에 대해 화를 내야 한다.  굳이 사용해야 한다면 여자 배우, 여자 의사, 여자 형사따위로 단어를 나열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 남자 새끼'가 < 남의사 > 따위를 가지고 화딱지를 내고 그러냐, 웬 오지랖이냐 ? "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병헌처럼 중후한 미(mi)음으로 이렇게 말하겠다. " 남.이.사 ! "

반면 < 무당 > 이라는 단어는 배우, 의사, 형사'라는 낱말과는 성격이 정반대'이다. 보통 남자 의사'를 성별 구분 없이 보통 의사'라고 지시하듯이 여자 무당 또한 성별 구별 없이 무당'이라고 지시한다. 만약에 당신이 무당을 여자 무당'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무속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무당(巫堂) 에서 무(巫)는 이미 여자 무당'을 의미한다. 그러니깐 " 여자 무당 " 이라는 말은 불필요한 중복이라는 말이다.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는 고사성어'가 말해주듯이 구름 운(雲)과 비 우(雨) 가 주로 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이는 것처럼,  무산지우 巫山之雨 나 무산지운 巫山之雲 이라는 고사성어도 모두 남녀 간 성적인 교합을 의미한다. 여기서 < 巫 > 는 여성을 의미하고 < 山 > 은 남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남자 무당'은 무엇이라고 부를까 ? 박수무당'이다. 남자 무당을 무당'이라 하지 않고 굳이 박수무당이라고 지시하는 것은 결국 쪽수의 문제'이다. " 팔 할 대 이 할 " 의 구조가 차이와 차별을 만드는 것이다. 이 할'에 소속된다는 것은 곧 단어 앞에 잰더를 등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라는 직업군에서 여성의 비율이 이 할'에 소속되기에 여의사'라는 단어가 탄생되는 것이고, 무속에서 남성의 비율이 이 할'에 소속되니 박수무당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무속은 남근 중심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여성 중심적 판타지아'를 구축한 세계'이다. 우리는 흔히 무당이나 무속을 불가촉 세계라 하여 두려워하지만 사실 굿은 신명 나는 구경거리'이다.  희노애락이 담긴 한풀이'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속의 풍경'은 곱고 예쁘고, 슬프다. 굿은 good'이다.

굿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황홀경이다. 나는 점쟁이가 하는 말을 신뢰하지 않지만 무당이 하는 말은 신뢰한다. 무 巫 ( 무당 ) 과 복卜 ( 점쟁이 ) 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巫 란 과거와 현재를 화해시켜서 병을 < 치유 > 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 행위이고, 卜은 단순히 미래에 일어날 < 확률 > 에 방점을 찍는 행위'이다. 전자는 힐링'이고 후자는 예보'다. 그렇기 때문에 巫 라는 한자는 여자 무당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의사' 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샤먼'이 주술과 의술을 겸했던 것과 같다. 내가 무당의 존재를 믿기 시작한 이유는 개인적 체험 때문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 놀라운 티븨, 서프라이즈 > 따위에서 선보이는 언빌리버블한 허구'가 아니다. 실제 경험'이다. 군산에 있을 때 바(BAR)에서 일하는 여성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처음 본 나를 보자마자 생일 파티를 같이 하자고 했다. 내 생일과 자기 생일이 같다는 주장이었다. 나와 함께 동행한 무리들은 모두 낄낄거리며 웃었다. 타관에서 서로 생일이 똑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 더군다나 낯선 이의 생일을 맞출 확률은 ? 우리가 낄낄거리며 웃자 바텐더는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서 내게 보여줬다. 나와 같은 달, 같은 날이었다. 그 인연으로 알게 된 사이'였다. 그녀는 내게 같은 끈으로 연결되었다는 말을 자주 하고는 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지만 가슴 한편에는 어떤 불안감이 존재했다. 특이한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서는 제사 때 피우는 향 냄새'가 진하게 나서 내 머리가 다 아플 정도였다. 나는 젊고 매력적인 아가씨에게 차마 향촉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프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속으로 늘 이상하게 생각하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  이 자리에서 사적인 얘기를 구구절절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기에 간략하게 결말을 말한다면 그녀는 신내림을 받았다. 내가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은 감쪽같이 사라진 지 8개월이 지난 후였다. 군산을 떠나던 날, 간신히 연락이 되어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병색이 완연했다. 곱고 매력적이던 여자는 여전히 곱고 매력적이었으나,  뭔가 더 어둡고 깊었다. 우리는 술집에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신내림을 받은 그녀는 그동안 벌어진 일에 대하여 내게 말했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고백은 눈물이 반이었고 희망도 반이었다. 그녀의 슬픈 가족사에 나는 몸이 떨렸다. 늦가을이 오면 가끔 그녀 생각이 난다.  말장난 같지만 < 무속 > 의 반대말은 < 소속 > 이다.  소속은 한자로 곳 소(所) 에, 무리 속(屬)'으로 이루어졌으니 뜻은 일정한 단체나 기관과 같은 무리 속'을 뜻한다.

내가 무속을 소속이라는 단어의 반대 개념으로 보는 이유는 무당'은 생래적으로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이다. 콜린 윌슨이 내린 아웃사이더에 대한 정의에 의하면 그들은 " 너무 깊게 너무 넓게, 그리고 너무 멀리 본다. " 소속이 울타리 < 안의 거처 > 라면 무속은 울타리 < 밖에 존재하는 > 영역이다. 위에서 말한 무당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무속은 가부장 중심 집단에서 벗어난 경계 밖 소수자의 처소'이다. 그것은 남성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은 독립적 세계이다. 종종 길고양이'를 보게 되면 신내림을 받은, 깊고 어두웠던 낯빛을 한, 군산 여자가 생각난다. 경계 밖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독립적인 세계를 구축한 무당처럼 사람의 손길에 길들여지지 않은 길고양이들은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산다. 인-사이드'에서 아웃-사이드'처럼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생은 소속이 아닌 무속의 삶이다. 점점 그들이 좋아진다. 무당과 길고양이는 닮은 구석이 많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만화애니비평 2013-10-01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이 생각나는군요. 잡귀신 물러가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1 17:51   좋아요 0 | URL
요즘 쓰시는 논문은 잘 끝내셨나 모르겠군요.
제 친구 놈이 만화 오타쿠가 아니라 피규어 오타쿠인데
정말 한 달에 쏟아붓는 돈이 거의 백에서 이백이더군요...
만애비 님은 피규어 모으서나 하지는 않죠 ?

마립간 2013-10-0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린 윌슨이 내린 아웃사이더에 대한 정의에 의하면 그들은 "너무 깊게 너무 넓게, 그리고 너무 멀리 본다."

위글은 제게 위로가 되네요. '아웃사이더'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뒤로 미루고 있는 작품인데, 이 달 이내로 꼭 읽어야 겠네요.

제가 알고 있은 에피소드 한 가지 소개하면
ㅎㄱ 여자고등학교 학생이 있는데, (당연히 여자죠.) ㅎㄱ (남자) 고등학교는 없었던 터라, 선생님으로부터 대신 전화를 받으라는 부탁을 받고 'ㅎㄱ 고등학교입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다음부터는 여자고등학교라고 대답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1 17:53   좋아요 0 | URL
여교수란 단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넌샌스죠...
여자 교수'란 조합이 있는 것과
여교수란 단어 자체가 사전에 등록되는 것은 엄청난 차이 아닙니까..
하여튼... 아웃사이더 좋습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10-0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규어는 아닙니다. 논문 반 정도 되어 갑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2 13:02   좋아요 0 | URL
아니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을 터인데 아직 완성을 안 하심.... ㅎㅎㅎㅎ

히히 2013-10-0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잡귀잡신은 물알로 천복만복은 이리로 덩더더 쿵덕쿵"
왕년에 정월 지신밟아본 히히입니다.
취미로 풍물판에서 놀다가 신랑이랑 가족이 되었구요.
그땐 신들린 것 마냥 젊음을 아끼지 않았으나
신끼는 없었는지
한 땀 한 땀 해가 갈수록 연상의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ㅋㅋ

무속 <-->소속
이러니 곰...발님 글에 중독이 되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4 00:14   좋아요 0 | URL
댓글달기의 세익스피어 님 오셨군요.
옛날에 풍물판에서 놀면 요즘 국정원 식 사고로 따지면 좌파일 가능성이 농후하군요.
국정원에 신고해서 국정원 시계를 타야겠어요.
신고하면 5만원짜리 청와대 로고가 박힌 시계를 준다고 하네요..

rtour 2013-10-03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방가방가. 으..나 누구게요? 즐거운 인생입지요. 그냥 편하게 네이버로 오시오. 이게 뭔 재접속, 로그인, 서버 허락 기다리기 등등. . 참 비싸십네다, 그랴.

곰곰생각하는발 2013-10-04 00:12   좋아요 0 | URL
즐거운 인생 님 ! ㅎㅎㅎㅎ.
남아일언중천금인데 후다닥 다시 복귀하면 면이 안 서잖아요.ㅎㅎㅎㅎㅎ
기회를 봐서 다시 복귀하도록 하겠스비다.
 

 

 

 

 

 

단언컨대, 책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

 

옛날에 시나리오 쓴다고 끄적거렸던 구상 중 하나가 인피( 人皮 ) 로 양장본을 만드는 어느 미친 애서가 이야기'였다. 조나단 드미 감독이 만든 < 양들의 침묵 > 을 보고 나서 너무 감동한 나머지 급조한 스토리'였다. 영화 속 주인공인 재단사 ⑴ 제임 검브가 쇠가죽 대신 사람 가죽으로 < 옷 > 을 만들어 입었다면 내가 구상한 애서가는 쇠가죽 대신 인피'로 < 책 > 에 옷을 입힌다. 그는 인쇄된 텍스트를 새롭게 필사하여 사철 제본 방식의 하드커버로 만들어서 사람 살가죽을 입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원본을 그대로 필사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바꾸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첨가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내용은 보르헤스를 흉내 낸 것이다. 그러니깐 이 세상에는 없는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는 ⑵ 제 2의 삐에르 메냐르'였다.

⑴ 원래는 제임스 검브'인데 병원 담당 계원의 실수로 - s'를 누락하고 기재해서 James가 아닌 jame이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원작 소설에는 자세하게 나온다. 한국에는 동사무소 직원이 그 일을 한다면 미국에는 병원 담당 계원이 그 일을 한다. 그러니깐 jame은 알파벳 s 가 결핍된 이름'이다. 그는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61722 

⑵ 삐에르 메나르'는 보르헤스 단편에 나오는 인물로 세르반테스의 < 돈키호테 >의 몇몇 장을 마침표 하나, 쉼표 하나까지 그대로 다시 쓴다.  결국 피에르 메나르는 세르반테스의 < 돈키호테 >를 능가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우리가 보기엔 명백한 표절이지만 보르헤스'는 다시 쓰기'를 창조적 행위'로 보았다. 이처럼 보르헤스의 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 필경의 풍경 " 이다. 옛날에는 도서관 사서와 수도사가 필경사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르헤스야말로 가장 성공한 필경사'였다. 보르헤스'는 서른 중반이 넘어서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이 엽기적 서사가 꽤 마음에 들어서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공상을 하다가 결국은 애서가의 직업을 문학평론'을 하는 미치광이 교수로 정했다. 당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군이 바로 교수와 문학 평론가'였다. 알전구 십오 촉 불빛이 새어나오는 지하실에서 사람 살가죽을 벗겨내서 무두질을 하고 있는 꼰대를 상상하니 통쾌한 거라. 당시 나는 < 엘 포토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1971 > 나 < ⑶핑크플라밍고 / 존 워터스, 1972 > 와 같은 old하지만 odd한 영화에 환장하던 때'여서 불 끄고 침대에 누워 공상을 하는 날이 많을수록 서사는 점점 정교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판이 되어갔다. 결국 이 미치광이 대학 교수'는 자신이 살해한 희생자의 살가죽으로 만든 책을 보고 자위'를 하게 이르렀다. 그리고는 항상 화장실에 가서 똥을 누는 것이다. 

⑶ 존 워터스 감독은 포르노'보다 더 포르노 같은 영화를 원했다. 그 결과가 바로 < 핑크 플라밍고 > 였다.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감독이 내뱉은 호언장담'처럼 가장 역겨운 영화'가 되었다. (실제로 영화가 상영되기 전 극장 로비'에서는 구토용 봉지를 나눠주었다고 한다.) 남자 항문을 클로우즈업으로 보여준 후 립싱크하는 장면과 주인공 디바인이 개똥을 진짜로 먹는 장면은 명불허전'이다. 이 영화는 퍽유 시네마의 원조'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 인어 공주 > 에 나오는 마녀 우르슬라'가 바로 디바인'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빌헬름 엔젠이 < 그라디바 > 에서 선보인 우아하며 신비한 에티튜드와 E.T.A 호프만이 < 모래사나이 >에서 묘사한 그로테스크 그리고 에코의 < 장미의 이름으로 > 가 보여준 아우라를 극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주변인의 몰이해로 인하여 접어야 했다.  " 현대인의 헬 오브 지옥 " 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대서사는 결국 폭파하게 되었으니......  나는 한동안 < 현대인의 상실 > 과 < 현대인의 불안 > 을 달래기 위해서 종로 쓰리 스트리트 펍'을 드나들며 기무치와 다꽝을 새컨드 안주 삼아 보드카와 압생트를 마시며 종로 파이브 스트리트 거리를 런닝하며 뛰고는 했다.  그리고는 컴 백 홈 해서 커피포트에 담은 블랙 커피를 머그잔에 따라 마시며 자위를 했다.

나는 이내 신음소리를  토해 냈다. "  위스키...위스키....  "  하루키 식 위로의 방식'이었다. 시대를 너무 앞선 서사'였을까 ? 나는 미치광이 교수가 우아한 양장본 만듦새를 보며 자위를 하거나 똥을 싸는 행동이 이해가 가는데 다른 이'는 그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루키의 주인공들이 자위하는 것은 너그럽게 용납을 해주면서 왜 미치광이 교수가 책 표지를 더듬으며 자위하는 행위는 인정을 안하는 것이더냐.  응?!  무두질과 용두질을 교묘하게 섞는 잔재주가 기특하지 않은가 ? 나는 무동력 배 위에서 시니컬하게 외치던 신구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늬들이 게 맛을 알어 ? " 하여튼 미완성으로 끝나버린 이 미치광이 교수의 은밀한 사생활은 결말이 다음과 같다. 

연쇄 실종 사건을 담당하던 형사는 주요 용의자 가운데 하나였던 미치광이 대학교수의 서재를 구경하게 된다. 낡은 책은 모두 가죽 양장본으로 새롭게 탄생하여 책장에 꽂혀 있다. 형사는 그중에서도 새롭게 제본된 토마스 핀천의 < 브이 > 를 보게 된다. 아, 이 책을 여기서 보게 되다니 ! 쇠가죽으로 헌책을 새롭게 제본하는 것이 취미라는 대학교수. 형사는 책을 살피다가 가죽 양장본 표피'에 새겨진 독특한 무늬'를 보게 된다. 검은 얼룩 옆에 독특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서재를 떠나는 형사 ! 형사는 경찰서로 돌아와 그동안 실종된 여성들 자료를 스크랩한 서류철을 꺼내 살핀다. 이때 형사는 갑자기 피해 여성의 스냅 사진 한 장에 집중하게 된다. 

원피스를 입고 바다에 뛰어드는 피해 여성의 뒷모습이다. 매의 눈을 가진 형사는 그 사진에서 중요한 단서를 포착한다. 그것은 흉터였다. 실종된 여성의 날개죽지에 새겨진 점 옆에 있는 독특한 화상 흉터 모양 ! 캬 !!!  토마스 핀천의 < 브이 > 양장본 표지에서 발견한 무늬'와 똑같은 것이었다. 대충,  뭐... 그런 내용이었다. 내가 이런 구상을 하게 된 이유는 미술 전시회에서 본 고서'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사철 제본 방식에 가죽으로 제본한 양장본'은 그 무수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책 디자인'보다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킨들의 역습'에도 불구하고 내가 종이책'이 몰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에는 책 자체가 아름다운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요즘은 책을 사철 방식이 아닌 무선 제본'으로 만든다. 책을 만드는 비용 때문에 선택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

사철 방식으로 만들어진 하드보일드한 하드커버'는 확실히 아름답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 가운데, 만듦새만 가지고 평가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은 하서 출판사가 내놓은 세계추리소설전집'이다. 초판 발행이 1974년으로 당시 가격이 1700원이다. 사철 제본 방식에 하드 커버'다. 앞 커버와 뒷 커버에는 그 어떠한 인쇄도 없다. 그냥 가죽 느낌이 나는 붉은 종이로 압착시켰고, 책등에만 금박으로 제목이 박혔다. 제목 또한 클래식해서 < 쟈칼의 날 > 이 아니라 < 재코올의 날 > 이라고 새겨져 있다. 책 크기는 8,90년대 잘나가던 범우사 크기'다. 아름다움에 압도당한 나는 당장 구입했다. 단돈 2000원에 말이다. 세월이 지나고 유행이 지나면 모든 물건은 촌스러워지는 것이 당연한데 책 디자인만큼은 옛날 디자인'이 훨씬 아름답다.

 요즘에 나오는 책 디자인은 화려하기만 했지 깊이가 없다. 빈 공간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광고 문구를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더라. 단언컨대 책 표지에 설레발치는 문구가 화려하게 박힌 책치고 좋은 책 없다. 누누이 말하지만 누구나 다 읽는 베스트셀러는 역설적으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농담이 아니다. 한때 오프라 윈프리'로부터 열광적 찬사를 받았던 < 시크릿 > 이란 책을 검색해서 중고 서적으로 매매되는 현황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책 주인이 간직하지 않고 버려서 중고 장터에 매물로 쏟아진 분량이 600권이 넘는다. 없어서 못 파는 게 아니라 있어도 안 팔린다. 요즘 아파트 거래 현황 같다.

마빈 해리스의 < 문화 유물론 > 이란 책을 구입하고 싶어서 몇 년 동안 중고 장터를 뒤져보았지만 팔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서 내 속을 태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니깐 베스트셀러는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이 버려지는 책이다. 그래서 나는 베스트셀러는 가급적이면 읽지 않는다. 인기 있을 때는 단물만 쏙 빼먹고는 늙었다 싶으면 내다 파는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보수주의자인지도 모른다. 책 만듦새'에 있어서 만큼은 옛날 방식이 좋다. 황화 현상으로 인해 누렇게 ⑷ 변색된 펄프는 색 바랜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6,70년대 종이 재질이 주는 거친 촉감은 굉장히 자극적이다. 요즘 책에 쓰이는 희멀건 종이를 보면 병색이 완연한 폐병 환자 같아서 병실에 간 기분이 든다.

⑷ 왠지 종이보다는 펄프'라고 쓰고 싶다. " 보그 병신체 " 라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펄프'라는 발음이 주는 느낌이 좋다. 늬낌 아니까 !

이래저래 옛 책이 좋다. 그리고 세로쓰기로 인쇄된 방식도 길을 들이면 읽기 편하다. 사람들은 세로 읽기'가 불편하다고 고백하는데 사실 그 말은 뻥에 가깝다. 속독의 경우는 가로쓰기 방식이 편하지만 속독이 아니라면 세로쓰기 방식으로 인쇄된 책을 읽는데 아무 불편이 없다. 내가 출판사 사장이라면 만화책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방식으로 인쇄된 책을 출간하겠다. 왜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방식은 너무 흔하잖아 ! 끝을 맺을 시간이 왔다. 요즘 유행하는 이병헌 말투를 빌려서 작별 인사를 고하겠다. 이병헌은 이런 말을 했다. " 메탈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물불을 두려워 않고 뛰어드는 용기와 시련에도 상처받지 않는 강인함, 차갑지만 약한 자를 감싸안는 따듯함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 책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물과 불을 두려워하여 뛰어들 용기도 없고 (분서갱유라는) 시련에 상처받는 나약한 심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한 번 뿔나서 심장이 불타면  활도 아니면서 활활 잘 타는, 물과 불을 두려워하면서도 때론 물불 가리지 않고 다 태우는 성깔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책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벽 2013-09-29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믿숨미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9 16:19   좋아요 0 | URL
새벽 님으 죄를 사하겠습니다

수다맨 2013-09-2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크 플라밍고는 방금 몇 장면을 봤는데 확실히 골 때리는 영화네요. 호불호를 떠나서 이런 영화가 그당시 만들어졌다는 건 정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차라리 어설픈 해피엔딩이나 도식적 서사보다는, 어떤 의미에서건 극단을 지향했던 이 영화에 훨씬 더 깊은 호감이 가네요. 저에겐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요즘 따라 정말로 역겨운 건 TV드라마나 같잖은 예능이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9 16:20   좋아요 0 | URL
워터스 감독이 워낙 아니키적 감수성이 있습니다.
반자본주의자로써 지독한 꼰대 혐오를 가지고 있으신 어른입지요.
꼰대 이성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이 영화를 그들 보라고 만든 영화인데
정작 그들은 안 보네요..ㅎㅎㅎ. 이런 영화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에서 좀 보아주셔야 할 영화입니다.
토 나오거든요...

히히 2013-09-3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은 나로 하여금 다른 세상의 것들에서
나 자신의 느낌을 읽을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진 능력자다.
자신의 그늘을 발견하고 볕을 찾아 나서는 모든 인간에게
능력자는 구름을 몰아내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30 17: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댓글 세계의 소크라테스이며 셰익스피어인 히히 님....

자신의 그늘을 발견하고 볕을 찾는 이'에게
능력자는 구름을 몰아냈다, 라....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