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텀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 석기용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치나스키, 놀이하는 인간.

 

 

 

똥구멍이 뭐가 나쁘냐고 ! 당신한테도 똥구멍은 있잖아. 나도 똥구멍이 있다고 ! 가게에 가서 큼지막한 쇠고기 스테이크를 하나 사봐. 거기도 똥구멍은 달렸어 ! 지구상에는 똥구멍이 널렸단 말이야 ! 어떤 면에서는 나무들도 똥구멍이 달렸는데 못 찾는 것뿐이야. 나무들도 이파리를 싸잖아. 당신 똥구멍, 내 똥구멍, 세상에는 수십억 개의 똥구멍으로 가득 찼어. 대통령도 똥구멍이 있고, 세차장 직원들도 똥구멍이 있어. 판사들도 살인자들도 똥구멍이 있다고. 심지어 자주색 넥타이핀 남자도 똥구멍이 있어 !

 

 

- 우체국, 中

 

 

입대하기 전'까지 공사판에서 막일'을 했었다. 입대 날짜'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림잡아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돌았다. 당시 내 꿈은 집에 근사한 홈시어터'를 장만하는 것이었다. 성능 좋은 진공관 앰프와 빔프로젝트'를 장만하여 거실 쇼파에 앉아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꿈이었다. 영화가 끝나면 어두컴컴한 거실 쇼파에 앉아서 영화가 남기고 간 진동을 느끼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편의점이나 주유소에서 깨작깨작 일 할 수는 없었다. 공사판에서 열흘 일하면 편의점에서 한 달 동안 일한 품삯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사판에서 막일'을 했다. 기술이 없으니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 목수 시다바리를 했고, 미장공 시다바리를 했다. 첫째 날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둘째 날에도 다리가 후들거렸고, 셋째 날에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공사장 십장은 갓 스물이 넘은 나에게 노가다라는 것이 처음에 힘이 들지 일주일만 버티면 막일도 할 만하다고 했다. 하지만 입곱째 날에도 다리가 후들거리기는 마찬가지였고 여덟째 날에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리고 막일을 한 지 일백 서른 다섯 번째 날에도 다리가 후들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봄이 오자 꽃은 피었지만 내 등골에는 소금 꽃이 피었다. 시멘트 400포를 혼자서 옮겼을 때에는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에는 저절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나이면 또래 여자아이와 뒹굴며 신나게 신음소리를 토해내야 하는 게 정상이었지만 삭신이 쑤셔서 뒷방 늙은이처럼 신음소리나 내고 있다니, 하지만 거실에 꾸며질 작지만 화려한 극장을 생각하며 참았다. 일이 힘들다 보니 참을 먹는 시간에 틈틈이 술을 마셨다. 몸이 힘들면 술의 힘을 빌려서 벽돌을 옮겨야 했다.

 

공사판에서 일하면서 제일 고통스러웠던 것은 씻을 수 있는 곳과 똥 쌀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나는 공구리를 치지 않은 나무 거푸집 위에다 똥을 쌌다. 그러므로 남양주 레미안 105동 11층과 12층 사이에 내가 싼 똥이 남아 있으리라.  그렇게 공사판을 전전하던 끝에 나는 드디어 7월 15일에 훈련소 입소를 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출력 좋은 스피커와 성능 좋은 앰프 그리고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캐논 빔 프로젝트'를 장만했다. 입대 전 공사판에서 피똥 쌌던 생각을 하니, 아...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내가 홈시어터를 만들고 나서 처음 본 영화가 < 라이언 일병 구하기 > 였다.  써라운드 입체 음향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 라이언 일병 구하기 > 만큼 좋은 영화도 없다.  화질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지만 사운드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볼륨을 최대치로 올리고 감상하니 총 소리가 내 뒤통수에서 들렸다. 하지만 며칠 후부터는 귓구멍에 이어폰을 꽂고 영화를 봐야만 했다. 이웃들이 시끄럽다고 지랄을 한 탓이다. 시부랄, 이 좋은 스피커와 앰프를 두고 귓구멍에 이어폰이나 꽂고 영화를 감상해야 하다니. 개새끼들....  문득 슬픈 농담 하나가 생각났다. 가난한 사내가 큰 맘 먹고 최신식 티븨'를 장만했단다. 다기능 멀티 플레이어'여서 스마트한 티븨였다. 이 티븨'는 어린이 시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거리 감지 센서가 부착되어서 시청자가 일정 거리 안으로 슬금슬금 기어들어 오면 전원이 자동적으로 꺼지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술에 만취한 남편이 새벽에 들어와서 겁도 없이 아내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지려다가 심기가 불편한 아내가 냅다 손을 내려치는 풍경과 비슷했다. 접근 금지'였다 !

 

사내는 이 기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외제차에나 있을 법한 거리 감지 센서'가 티븨에 내장되어 있다니 ! 그는 침대에 누워 이 똘똘한 티븨로 드라마를 볼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한다. 하지만 침대에 누운 사내는 아무리 전원을 눌러도 티븨가 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티븨와 침대 간 거리는 스마트한 기기'가 보기에는 시력을 저하시킬 정도로 좁아터진 공간이었다. 사내는 포근하고 말랑말랑한 침대를 벗어나서 바닥에 냉기가 도는 딱딱한 방문 앞에 정자세를 하고 앉아서 티븨를 봤다고 한다. 허리가 뻐근해서 눕기라도 하면 성정이 곱지 못한 티븨'는 삐쳐서 핏 ! 소리를 하며 꺼지기 일쑤였다고. 사내는 멋진 스마트 티븨'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이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 개새끼, 좁아터진 단칸방에서 산다고 바보상자마저 나를 우습게 생각하는구나 ! "

 

며칠 후, 사내는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월드컵 본선 경기를 시청했다. 방문 앞에 다닥다닥 붙어서 말이다. 박지성이 골을 몰고 상대 팀 골대를 향해 달렸다. 너무 흥분한 친구들은 벌떡 일어나며 앞으로 다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불길한 예감, 그렇다. 스마트 티븨'는 가까이 오지 말라며 핏 ! 소리를 내며 꺼졌다.  그 후, 친구들은 똑똑하지만 싸가지 없는 티븨 눈치를 봐야겠다. 소근소근 말했다. 승부차기에서 극적으로 이겨도 친구들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스마트 티븨는 성격이 꽤나 지랄같으니깐....   곰곰 생각하니, 내가 영락없이 그 꼴이었다. 홈시어터는 근사했지만 집구석은 후졌던 까닭이다. 이웃집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도 들리는 판국에 출력 300짜리 스피커를 장만할 생각을 했다니, 어리석은 일이었다. 3평짜리 방에서 시력 저하 방지 기능을 갖춘 티븨'를 장만하는 꼴이었다.

 

아마도 그 스마트한 티븨'는 속으로 이런 말을 했으리라. " 코딱지만한 집구석에서 나처럼 우아한 티븨를 장만하다니, 웃겨. 아.. 우껴 " 찰스 부코스키의 < 팩토텀 > 을 읽다가 훈련소에 입소할 때까지 공사판에서 허드레 막일꾼으로 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 또한 팩토텀( factotum : 잡역부, 막일꾼 )이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은 노동과 땀에 대한 숭고함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일하다가는 힘들어서 피똥 싼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몸이 고생해야 큰 깨달음을 얻는다는 꼰대들의 메시지'는 뻥이었다. 몸이 고생하면 그냥 병든다. 고생은 사서 할 필요가 없다. 낚시로 잡힌 갈치는 금갈치'라고 불리며 비싼 가격에 팔리지만 그물에 갇혀서 몸이 찢기고 멍든 갈치는 먹갈치'라고 불리며 싸게 팔린다. 병든 놈은 싸게 팔린다. 그게 자본주의 사회의 진실'이다.

 

찰스 부코스키 소설은 반-노동소설'이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생산해내는 노동의 신화'를 거부한다. 치나스키는 그저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는 게 꿈이다. 술 마시고, 노래 하고, 섹스 하는 것이 최고'다. " 좆이 서질 않는다 ! " 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이 소설'은 잰 척하는 먹물과 우아한 척하는 속물 문단과 주류 사회에 대한 주객(酒客)의 펄프픽션, 혹은 퍽유-픽션'처럼 읽힌다. 저잣거리와 뒷방 입말'은 캐릭터에 생생한 입체감을 부여한다. 그의 문장에는 후까시'가 없다.  헛과시'가 없다는 말이다. < 우체국 > 에서는 항상 똥구멍'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 펙토텀 > 에서는 자지'라는 단어가 검열 없이 자주 등장하지만 찰스 부코스키 소설은 전혀 외설스럽지 않다. 만약에 당신이 이 소설을 읽고 외설이라고 격분한다면 당신은 인생을 너무 우아하게 산 사람이다. 콜린 윌슨이 < 아웃사이더 > 를 쓰기 전에 부코스키 소설을 읽었다면,

 

그는 부코스키 소설을 전형적인 아웃사이더'라고 정의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가 내린 결론은 그대로 소설 속 주인공 치나스키에게도 적용된다.  " 나는 이렇다 할 재능도 없고 이룩해야만 할 사명도 없으며, 반드시 전달하지 않으면 안될 감정도 없다. 나는 가진 것도 없으며 무엇을 받을 만한 가치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무언가 보상'을 바라고 있다. "   치나스키는 이렇다 할 재능도 없고, 사명도 없다. 그리고 가진 것도 없고 무엇을 받을 만한 가치도 없지만 그는 멋진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는 성능 좋은 앰프와 출력 좋은 스피커를 욕망한다. 비록 1.5평짜리 좁은 방에서 뒹굴지만 시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거리 감지 센서가 부착된 스마트한 티븨'를 원한다. 게으른 놈이어서 지나치게 뻔뻔한 욕망인가 ? 얼리버드'였던 이명박 각하는 너무 부지런하셔서 오히려 더욱 뻔뻔하지 않았던가 ?

 

이 세상 모든 욕망은 뻔뻔하다. 뻔뻔하지 않은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는 10분마다 여자와 섹스하는 생각한다는 수치가 있으니 치나스키는 뻔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욕망에 충실한 것이다. 사르트르의 < 구토 > 에 나오는 로깡탱'처럼 24시간 내내 실존과 존재에 대한 상념에 사로잡힌 인간은 없다. 사르트르는 고뇌하는 지식인 흉내를 내며 으스대고 거들먹거렸지만 그 또한 10분마다 여자와 하는 상상을 하며 아랫도리를 뜨겁게 달구었을 것이다.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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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3-10-1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대한 서설(?)입니다요..ㅎㅎ
전 아파트 공사장에서 시멘트 200포대 날랐는데, 그날 완전 뻗었다는..ㅎ 아~ 엔날 생각 난다는..ㅎ
그나저나 이 소설을 꼭 보겠어요~ 제꿈도 역시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는 것이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21   좋아요 0 | URL
전 400포 날랐습니다. 정말 죽을 거 같았어요.토하고 싶었다니까요...ㅎㅎㅎㅎ
근데 진짜 이거 한두 달 하니깐 그렇게 죽을 거 같진 않더라고요.
편한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고, 오전에 일하다가 오후에 비가 쏟아져서
하루 일당 받고 집에 올 때는 얼마나 좋던지....

2013-10-18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9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히 2013-10-1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희망 + 뻔뻔 = 욕망
욕망 + 뻔뻔 = 욕심
욕심 + 뻔뻔 = 옹심
옹심 + 뻔뻔 = 노망
수위조절 잘 하셔야 합니다요.
시골서 갓내려오셔서 특별한 기술없었으므로
아버지가 지어 올린 아파트가 한두 채가 아닙니다.
술 만큼은 뻔뻔뻔뻔뻔뻔....하셨는데
다행히 망령나시기 전에 호흡으로 수위조절하셨습니다.
관 부여잡은 우리들만 뻔뻔한 년놈이 되었습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9 22:38   좋아요 0 | URL
오, 옹심이 뭔가하고 찾아봤습니다.
강원도에서는 거 뭐냐 옹심이라고 해서 팥죽에 넣는 것을 옹심이'라고 하더라고요.
별미라서 자주 먹던데 제 입맛이는 별로....

하여튼 이런 공식을 만드는데는 히히 님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옹심과 뻔이 만나면 노망이라...
후훗.. 항상 마음을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편린 2013-10-20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팩토텀 하니 어느 공장이었던가 (공장이 하도 많이 나오니 기억이..) 사장 아내랑 섹스를 하는데
그 여자 팬티에 똥이 묻어있었다는 장면이 기억이 나네요.

날이 쌀쌀해집니다. 늘 몸조심하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1 11:43   좋아요 0 | URL
그 표현 강렬했죠... 생각나는군요...사실 소설이 굉장히 군더더기 엇이 깔끔하잖아요.
지리멸렬하게 묘사에 치중하는 것도 아니고...
소설가가 묘사에 집중한다고 해서 독자도 그 묘사를 보고 생생하게 이미지를 떠올릴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은 빠르게 읽어나가니까요. 그런 묘사가 많을 수록 짜증이 나는데
치나스키'는 시를 써서 그런가, 간략한 서술이지만 핵심을 찌르는 실력을 갖춘 이'입니다.
 

나쁜 피 : 혈액형은 당신에게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제일 흔한 질문이 혈액형을 묻는 것인데, 이 심리에는 대화의 과정을 생략하고 상대방을 빨리빨리 알고 싶다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이들은 지속적인 만남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 성격이나 생각을 차근차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반면 혈액형은 내 궁합과 맞는 사람을 가장 신속하게 고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편리하다. 빨리빨리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벼락치기'는 이처럼 사람을 사귀는 영역에도 침투한다. 나이를 묻는 것은 어떤가 ?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것은 애매모호한 관계 설정을 종식시키는 데 좋다. 이러한 나이 위세는 싸울 때도 드러난다. " 너 몇 살 처먹었어 ? " 직위 서열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상무는 회사와 사회'를 혼동한다. 회사'를 뒤집으면 사회'가 되니 연장선상인 줄 착각한 것이다. 도상학적으로 말하자면 에티켓은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고자 하는 심리이고, 서열은 수직적 관계를 중시하는 심리이다. 벼락 시스템은 수직적 관계일 때 제대로 작동된다.  한국 사회는 벼락'이 지배하는 사회다. 혈액형을 묻는 게 왜 잘못이지, 나이를 물어보는 게 왜 예의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한번 해병대는 영원한 거 아닌가, 학번을 묻는 게 왜 폭력이 되지 ? 정말 그 사실을 모른다면 당신은 천박한 사람이다.

 

- 벼락 사회 : 과정을 생략하면 과장이 된다, 中

 

 


 

 

 

 

 

 

혈액형 성격 테스트'가 < 구라 > 라는 점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혈액형 성격 테스트'는 < 히틀러의 인종 우생학' > 이 그 출발점이었다. 위 혈액형 분포 도표에서 나타나듯이 유럽인은 대부분 혈액형이 O형과 A형이다. 비율로 따지면 80%가 넘는다. 스위스 같은 경우는 90%에 육박한다. 반면 유대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B형의 분포가 상대적으로 높다. 더군다나 러시아 또한 B형 비율이 높으니 쥐새끼 같은 히틀러가 이 사실을 놓칠 리가 없다. 그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독일 아리아 혈통이 우수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혈액형을 이용했다. 히틀러식 우생학은 B형 피'는 나쁜 피'라는 결론을 내렸다. B형은 범죄자가 많고, 머리가 나쁘고, 성격이 사납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유럽인은 O형과 A형의 전체 혈액형의 80~ 90%를 차지한다. 반면 아시아와 유대인 그리고 러시아'는 B형과 AB형이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히틀러 식 우생학 논리가 맞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종은 페루의 인디언이다. 이들은 O형이 100%다. 만약에 당신이 B형 남자들은 괴팍해,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나치들이 즐겨 사용했던 상투어'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카페에서 비싼 커피 마시면서 상대방에게 혈액형을 묻는 실례를 범하지는 말자.  타인의 피'는 당신에게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혈액형 성격'은 100% 엉터리'다. 그런데 사실 심리 테스트나 혈액형 테스트 결과를 보면 A형인 사람은 A형처럼 보이고, B형은 B형처럼 보인다. 이러한 심리적 기제를 포러효과/the Forer effect 라고 하는 모양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성격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다음 글을 읽고 예문이 자신의 성격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면 예금주 곰곰생각하는발, 제일은행 계좌 02-192834-19 으로 돈을 입급하라. 복채 한 번 받아보자 !

 

 

" 당신은 타인이 당신을 좋아하고, 자신이 존경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만, 아직 당신은 자신에게는 비판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성격에 약점은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결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당신이 아직 그것을 강점으로 이용하지 않는 숨겨진 훌륭한 재능이 있습니다. 겉으로보기엔 당신은 잘 절제할 수 있고 자기 억제도 되어 있습니다만, 내면적으로는 걱정도 있고 불안정한 점이 있습니다. 때로는, 올바른 결단을 한 것인가,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일까 하고 깊이 고민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변화와 다양성을 좋아하고, 규칙이나 규제로 굴레로 둘러 싸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당신은 종종 내향적이고 주의 깊고, 과묵한 때도 있습니다. 당신의 희망 중의 일부는 좀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딱 내 이야기인가 ? 너무 " 흥미쥔쥔 " 해서 오줌을 지렸나 ? 잠자리에서만 쏟아내야 하는 신음소리 < 아 > 를, 이 글을 읽으면서, 순두부처럼 부끄러워하면서도 막국수처럼 막 쏟아내는 것은 아닌가 ?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 겉으로는 강한 척합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신은 상처받기 쉬운 성격입니다. "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이명박, 진중권, 변희재, 낸시랭, 슈퍼맨, 배트맨, 엑스맨'에게 물어보라. 모두 다 공감할 것이다.  열쇠는 < A but B > 의 문장에 있다. < 척하기 > 는 인간의 기본적 속성이다. " 겉으로는 강한 척 ~ " 이라는 문장은 " 식탁 위에 놓인 사과는 시간이 지나면 썩는다 " 와 크게 다르지 않다. 너무 뻔한 소리'라는 말이다. 이 세상 모든 인간은 < 척하기 > 의 명수다.

 

이 명제를 A 라고 하자. 달랑 A 하나만 말하면 듣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다. 대뜸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 내가 시부랄... 이명박인가 ! " 화가 난 당신은 이 사실을 강하게 부정할 수도 있다. 여기서 명심해야 될 것은 점을 보는 행위를 포함한 대부분의 테스트'는 힐링'이 목적이다. 나쁜 것 하나를 말하면 좋은 것 하나를 던져줘야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이 이어진다. " ... 합니다만, 당신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신은 상처받기 쉬운 성격입니다. " 이 문장은 결국 강한 척하지만 약한 존재'라는 뜻이다. 알고 보면 좋은 놈'이라는 덕담이다. 여기서 무너진다. " 내 얘기 맞습니더 ! 흑흑흑.... " 알고 보면 좋은 놈'이라는 위악은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기에 좋다. 위의 예문을 보라. 가장 많이 쓰인 문장은 < 합니다만... > 이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개의 명제'를 모두 다 제시하는 것이다.

 

남들로부터 사랑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성격에 약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 60억 인구 중에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은 이명박 밖에 없다. 그리고 숨겨진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있으랴 ?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될 때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은 ? 없다. 그런 사람은 각하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위의 예문은 당신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모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이 바로 < 포러 효과 > 이다. 이러한 심리를 잘 파악하면 밑바닥으로 추락할 때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사기 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내가 이 포러 효과를 실험한 예를 들겠다. 속초에 있을 때 동우대학 여대생과 술을 마신 적이 있다. 내가 아는 것은 동우대 학생이라는 점과 집이 서울이라는 점이 전부였다. 나는 우선 귓구멍에서 안테나를 뽑았다. 삐용삐용 ! 일단 양 미간에 힘을 주어 川 를 만든 후 말을 했다.  

 

1. 당신은 부모 속을 태웠어.....

2.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상처 받기 쉬워.....

3. 노학동에 거주하며.....

4. 100미터 앞 사거리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어. 약간 기울어진 전봇대 옆에 말이야.....

5. 그리고 지금 머물고 있는 집은 붕 떠 있지.

 

" 붕 떠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이죠 ? " 여자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얼렁뚱땅 제시한 통밥'이 제대로 먹혔다는 증거'다. 양 미간에 새겨진 川자를 풀어 이마에 三를 만든 후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당신이 사는 곳이 2층 이상이라는 거야. " 내 말을 들은 여자는 복채라도 내놓을 기세였다. 다 맞다는 것이다. 어떻게 아셨죠, 라는 질문을 열 번 넘게 들었다. 답은 쉽다. 서울 사는 아가씨가 강원도 첩첩산중'에 있는 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의외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① 우선 지지리도 공부를 못했을 것이고, ② < 시바 > 와 < 조낸 > 이 맛깔스럽게 나오는 걸 보니 어디서 좀 놀았을 것이고, ③ 하숙 하면 학교 근처이니 노학동에 살 것이며, ④ 이곳 하숙 형태는 대부분 일반 가정 주택'을 개조해서 1층은 주인이 살고 윗층은 하숙'을 들이는 구조였으니, 적어도 단층 주거 형태는 아니란 결론. ⑤ 그리고 집 앞에 구멍가게'가 없는 곳이 어디에 있는가 ! 

 

기울어진 전봇대'는 답부터 말하자면 전봇대는 기울어질 확률보다 기울어지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상대방은 반론을 제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어느 누구도 평소에 전봇대가 기울어졌나 안 기울어졌나를 관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했던 말을 반복하자면 60억 인구 중에 전봇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인간은 이명박 밖에 없다.  내가 그냥 구멍가게'가 있다, 라고 말했다면 피식 웃었을 것이다. 구멍가게 없는 마을이 어디 있나. 하지만 디테일을 살려서 얘기를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기본적인 추리를 바탕으로 위에 제시한 예문을 곁들이면 점성술사가 되고, 점쟁이가 되며, 멘토가 되고, 힐링이 되며, 영혼이 맑은 자이며 미래를 보는 자가 된다. " 당신은 자유를 갈망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로부터 규제를 받고자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죠 ? "

 

만약에 당신이 피 따위로 타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냥 피식 웃고 말겠다. 당신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이해하는 과정이 지난하니깐 혈액형 따위로 만난 지 10분 안에 상대방의 성격 따위를 원나잇스탠드(벼락치기)를 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생각보다 멍청한 존재'다. 다 고만고만한 멍청이들이 있을 뿐이다. 나 또한 멍청하다. 부정하지 않는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 형은 희대의 사기꾼이나 사이비 종교 교주를 하면 대성할 타입이야 ! "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짓은 하지 않으련다. 나는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알고 보면 상처 받기 쉬운 존재'다.

 

 

 

+ 내 취향은......

 

어젯밤, 이국적인 꿈'을 꾸었다. 외국 여자가 내게 다가와서 다급하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마피아의 보석을 훔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피아'로부터 쫒기고 있어서 도피 자금이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그녀는 내게 자신이 훔친 보석을 보여주며 1/10 가격으로 흥정을 했다. 꿈속에서 나는 그녀가 제시한 돈을 주고 보석을 샀다. 여기서 페이드 아웃 ! 다음 장면은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마피아'에게 쫓기고 있었다. 누군가가 문을 부숴버릴 듯이 두드렸다. 저 문이 열리면 덩치 큰 마피아들이 내 주머니를 뒤지리라. 그리고 내 몸에서 보석이 발견되면 뒈지리라 !   나는 콘돔에 바람을 불어서 그 속에 보석을 넣은 후 삼켰다. 다시 페이드 아웃 ! 나는 화장실에 가서 똥을 쌌다. 퐁 ! 소리가 나더니 바람을 넣은 콘돔이 빠져나왔다. 흐르는 물에 씻었다. 포도를 씻듯이. 꿈이란 것이 엉망진창이어서 다음 장면은 죽을 고비를 하고 가져온 보석을 친구에게 자랑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친구가 보더니 한 마디 했다. " 야, 빙딱아 ! 이건 보석이 아니라 큐빅'이잖아 ! 등신아, 큐빅 100개 박힌 머리핀, 시장에 가면 1000원에 판다 ! " 원통했다. 큐빅이었다니.......  눈을 떴다. 꿈이었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순문학보다는 펄프픽션 쪽인 것 같다. 꿈에서 비록 썅년에게 사기를 당했지만 꽤나 흥미진진한 모험이었다. 다음에는 큐빅과 보석을 혼동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겠다. 콘돔에 보석을 넣고 삼키는 아이디어는 나름 훌륭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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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10-1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의 시나리오는 어쩐지 레오까락스의 '나쁜피'를 연상시키는 구석도 있네요. ㅋㅋㅋ

저는 혈액형 이론 좋아해요. 웃김ㅋㅋㅋ 외국친구들한테도 널리널리 전파. 주로 같이 비웃는 용도로.

혈액형으로 남의 성격 파악하는 건 안되지만, 내가 무슨 혈액형일것 같냐고 물었을 때 나오는 대답에서 이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나오더라구요. 여러모로 재미있는 혈액형이론입니다. 그 자체보다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면서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재미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09:06   좋아요 0 | URL
꿈이 워낙 드라마틱해서 .. 저번에는 에일리언이 나오더군요. 꿈에서 시고니 위버도 보았습니다.
트랜스포머도 나오고 그래요...ㅎㅎ

맞습니다. 혈액형이 뭐냐고 물었을 때 오히려 내 혈액형이 뭔거 같튼데 라고 되물으면 그 사람이 말한 혈액형이 곧 그 사람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됩니다. 안 좋게 보면 ab형으로 볼 것이고 좋게 보면
뭐 오형.. 이런 식....ㅎㅎㅎㅎㅎㅎ. 앞으로는 혈액형 물어오면 성질내지 말고 되물어야 될 것 가타요..

마립간 2013-10-1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ABO, Rh가 대중적이지만 MN 혈액형과 같은 다른 종류의 혈액형이 많습니다. 이것을 이용하여 (확률적으로) 친부모/자녀의 관계를 밝혀주죠. 그러므로 혈액형은 개인에게 혈연의 근원近遠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집단에서는 혈액형의 분포를 통해 집단을 (우열관계가 없는, 제 용어로 바꾸면 수평적) 특정 지울수 있습니다. 예를 어느 국가/민족인지 알 수 없는 학교의 학생 혈액형을 조사하고 그 분포가 페루와 같다면 그 학교의 학생은 (확률적으로) 페루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학 연구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09:11   좋아요 0 | URL
흠흠... 그렇군요.
제목을 저리 정한 것은 과장이 팔 할이죠. 제가 좀 과장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어서 말입니다..ㅋㅋㅋㅋㅋ
하여튼 심심풀이 땅콩으로 하는 에이비오형식 혈액형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전 사람들이 거의 다 비 형'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전 비 형이 아니거ㅡㄴ요.
그런데 그냥 비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럴 줄 알았다면서 줄줄이 그 예를 들더라고요...ㅎㅎㅎㅎㅎ
재미있습니다.


마립간 2013-10-19 07:50   좋아요 0 | URL
저는 악의 없는 과장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ABO 혈액형과 성격의 속설?은 논리적/과학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댓글은 반론이라기보다 첨언에 해당하죠.

제 혈액형은 *인데, 남들은 #형인 줄 알죠. 제가 혈액형 성격 테스트를 해 봐도 #형으로 나옵니다. (저는 *형으로 바넘효과가 작요하지 않나봐요.) *형이라고 이야기하면 '그럴 리理가 없는데...' ; 그럴 리가 뭘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9 10:23   좋아요 0 | URL
일반적인 통념에 항상 의문을 제기하고 그러면 보통 b형이냐고 묻더라고요...
아마 마립간 님도 사람들이 b형이냐고 묻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ㅎ

히히 2013-10-1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성격은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입니다.
후천적의 시작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로 보구요.
태아는 3개월쯤부터 성호르몬이 활동하는데
이때 산모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여
여성성을 가진 남아가 태어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삼천포로 빠졌는데... 그니까, 뱃속환경을 후천적으로 본다구요.
예전에 직장에서 혈액형을 신봉하는 부장에게
피도 안마른 신참내기가 곰...발님처럼 의견을 내었다가
승천은 포기하고 상사가 딴 곳으로 발령받기를 기다린 적은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20   좋아요 0 | URL
타고나기 보다는 환경적 요소죠. 성적은 거의 대부분 환경과 타고난 체력이 반반이라고 봐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환경이면 긍정적 사고를 많이 가지고..
그 역은 그 역으로 ㅏ타나고..
그러니깐 피 따위로 성격 짓는 따위는 정말 하지 말았으면 해요.
굉장히 짜증나요...

전 이상하게 짜증나더라고요

yamoo 2013-10-18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라별 혈액형 분포표를 보니, 의외로 울나라만 B형이 많고 다른 나라들은 그리 많은 수치가 아니네요~
쫌 놀람~ㅎ
특히 페루는 대박이네요....전체 국민이 o형이라뉘!!!
유익한 페이퍼 입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18   좋아요 0 | URL
아시아 계통은 대부분 20%를 넘어요. 페루뿐만 아니라 아마 인디오 계열이 대부분 0형일 겁니다.
신기해요. 피가 달랑 하나라는 게 참 심기합니다. 그래서 제가 페루를 사랑합니다.

다크아이즈 2013-10-1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바넘효과잖아요.ㅋ
저 모든 강좌의 첫 시간에 이 바넘(포러)효과로 시작하거든요.
스무개 항목 만들어가는데,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 문장에 수강생들 대부분 속아넘어 갑니다.

성격 테스트 20문항 중 자의식 강한 한 두명만 서너 개 이하 항목에 동의하고 60퍼센트 이상은 17개 이상 항목에 동의합니다.
족집개 점쟁이 되는 것 일도 아니지요 ㅋ. 나중에 성격 유형마다 똑 같은 내용인 것 알고 나면 허탈해하죠. 그래도 혈액형별 성격이나 점쟁이의 말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구제할 순 없더라구요. 오래 굳어진 생각이 쉬 바뀌질 않으니까요. 그들이 보면 바넘효과 운운하는 곰발님이나 저 같은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테니까요.

간만에 책 주문하러 왔다, 엄써서 교보 문고 있다고 안내하길래 난데없이 가입해서 주문하고 왔네요.
혹시 로즈버드 -피에르 아술린, 읽으셨나요? 뭐 건질 것 있을 것 같아서 남의 동네까지 가서 주문하고 왔다는.

언제 천천히 들어와서 곰발님 글 미뤄둔 것 읽을게요. 굿나잇하시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9 10:28   좋아요 0 | URL
오, 팜므 님 강의하시는군요. 흠흠... 바넘, 포러 효과 워낙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고 재미있다보니
자주 쓰이고는 하는데 사람들인 그래도 여전히 이런 거에 속수무책입니다.
심심풀이 땅콩이기는 하지만 이런 것에 그 사람을 평가하는 건 참... 어리석은 태도 같아요.
혈액형 성격 풀이말하면 외국 사람들은 웃는다고 하더군요. 혈액형이 어떻게 성격을 만드냐고 말이죠...ㅎㅎㅎㅎ


+

로즈버드'하면 시민케인 밖에 모르겠군요. 함 찾아봐야겠어요. 굉장한 소설인가 보죠 ?

다크아이즈 2013-10-19 11:06   좋아요 0 | URL
오해 마시길ㅋ 뭐 대학 강단 이런데 아니고
도서관이나 여성센터 등 문화 강좌 말하는 거예요.

로즈버드 ㅡ당연히 시민 케인에서 가져온 제목이고 소설 아니고 에세이에요.
알라딘 품절이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9 16:41   좋아요 0 | URL
강당에 서는데 장소가 무슨 문제입니까.
배우는 곳이라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찾아 보니, 은근 재미있는 책 같습니다.... 기회 되면 저도 읽어봐야 겠어요..
 

 

 

스포츠 응원 문화.

 

 

 

군대 문화는 간략하게 1음절 낱말(들)로 설명할 수 있다. 군대는  < 오 > 와 < 열 > 의 세계이며, < 악 > 으로 < 깡 > 으로 버티고, < 각 > 에 살고 < 각 > 에 죽는다. 그리고 모든 대화는 < ~다 > < ~나 > < ~까 > 로 통일한다. 무심결에 사회에서 쓰던 < ~ 요 > 라는 생활 입말을 사용했다가는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자랑하는 돌주먹이 당신의 아구창을 향해 시속 160km 로 날아올 것이다. 군대는 오,열,악,깡,각,각,다,나,까의 세계이다.  군대 용어 가운데 전투 축구'라는 말이 있다. 여자들이 윤창중 다음으로 싫어한다는 군대에서 축구 시합'을 하는 것을 말한다. 며칠 전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전투 축구로 인해 다쳐서 전역한 사람이 5년 간 2200명'이 넘었다고 한다. 먼 이웃 이야기가 아니다. 

나보다 세 살 많은 형도 군대에서 축구 경기'를 하다가 무릎 인대가 파열되어서 국군 통합 병원'에서 끊어진 인대 대신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축구 선수들이야 부드러운 잔디밭에서 뒹군다지만,  한창나이'에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어야 할 군인들이 연병장 돌더미'에서 뒹구니 부상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말이 좋아 여가 시간을 활용한 스포츠'이지 계급 투쟁의 연장선'이나 다름없다. 쫄따구는 죽기살기로 뛰어야 한다. 몸을 사렸다가는 그날 밤은 지옥이다. 정확히 말하면 계급 축구'이다. 실력으로 계급 간 갭'을 극복하겠다는 발상은 애당초 지나가는 개에게 주는 게 낫다. 악으로 깡으로 사력을 다해 뛰어야 하고, 그 와중에도 오와 열을 지키며 각을 잡고 뛰어야 한다. 이보다 힘든 경기가 있을까 ?

군대란 무조건 짬밥이다. 며칠 전에 한국 대 브라질 국가대표 친선 경기'가 있었다. 경기 결과는 0 : 2 패배였다.  전형적인 전투 축구'였다. 악으로 깡으로 싸운 경기였다. 반칙이 난무한 거친 경기'였다는 말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주인(한국)이 환갑잔치(친선경기)에 손님(브라질)을 초대해 놓고는 안방에서 손님을 매타작했다며 비판했다.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확립하고 밖으로는 민주 번영에 이바지해야 할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들이 보기에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 ① " 친목 도모를 위한 친선 경기'가 아니었냐, 중국은 소림 축구 하고 중동은 침대 축구하고 한국은 전투 축구하냐, 야구르지 ? "  ② " 네미마르 몸값이 얼마인데 친선 경기에서 다쳐서 선수 생활 끝나면 누구 책임이냐, 축구 싶냐 ? " ③ " 브라질 선수가 공만 잡으면 관중석에서는 야유만 쏟아지더라, 농구 있네 ! "  ④ " 화기애애하기는커녕 경기가 끝났을 때 한국 선수들은 악수도 거부한 채 운동장을 떠났더라. 이런 응원 문화 당구 싶지 않아. "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한국 선수들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어겼다는 비판'이다 그러자 서형욱 축구 해설가'가 누리꾼이 제기한 비판을 사대주의적 천민 근성'이라고 매섭게 쏘아붙였다. 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면 그만이지 남의 나라 눈치 살필 필요가 없다는 논조였다. " 네미마르 다리가 부러지든 말든, 니미럴 무슨 상관이오 ! " 설전이 오고갔다. 만약 당신이라면 누구 편'을 들 것인가 ?  페어플레이 정신을 어긴 선수를 비판할 것인가, 아니면 선수를 옹호한 서형욱 칼럼을 지지할 것인가. 나는 악으로 깡으로 각 잡고 뛰어다니는 선수'를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서형욱 칼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이 칼럼에서 보여준 설득력과 문장력은 바닥 수준이다. 이런 글을 칼럼이라고 싣는 언론사의 수준 또한 한심하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누리꾼을 단순하게 사대주의'라고 몰아붙이는 태도는 오히려 국수주의적'이다.

친선 경기는 단순한 올스타전 경기'가 아니라 A매치 경기'이다. 경기 결과에 따라서 피파 순위'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깐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되는 볼거리가 아니라 결과에 따라 순위와 보상이 주어지는 정식 경기라는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친선 경기'가 아니라 초청 경기'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 하나은행 협찬, 브라질 - 한국 A매치 초청 경기 > 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지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전투 축구'를 한 사연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 친선 " 이라고 하니 누리꾼 입장에서는 오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업계 바닥 속사정을 잘 아는 서형욱이라면 누리꾼의 비판이 작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바닥 정서와 동업자 정신을 강조한 말'을 두고 단순히 사대주의적 근성'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  축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끗내자 !

응원 문화'라는 말이 나와서 갑자기 생각난 것인데, 야구장에 갈 때마다 내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바로 야구장 응원 문화'이다. 거대한 에어로빅 댄스홀'이 따로 없다. 야구는 뒷전이고 집단 떼거지 율동과 응원가에 목숨을 건다. 춤과 노래에 빠지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경기 관람은 뒷전이다. 심각한 것은 도깨비 시장을 방불케하는 앰프 사용'이다. 출력 좋은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고성방가'는 과연 한국 특유의 응원 문화라고 보는 것이 옳은 것일까 ? 야구가 본질적으로 상대팀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앰프를 동원한 응원 문화는 기본적으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에 대한 무례이고 스포츠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싶다. 야구장 관중석에서 지르는 함성과 야유'는 경기의 일부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앰프까지 동원해서 경기 내내 음악을 틀어놓고 떠들어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금의 프로야구 응원 문화는 박정희 정권이 낳은 부스러기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동원 문화'다. 아파트로 상징되는 한국 문화'는 집단의 합일과 단결을 강조한다. 이구동성'이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사자성어'이다. 그래서 야구장에서도 단체 율동과 떼창으로 합일의 오르가슴'을 경험하려는 것은 아닐까 ?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 하듯이, 야구장에 가면 치어리더 빤스나 훔쳐볼 생각은 말고 야구에 집중하자. 야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끗내자 !

 

 

 


 

야구에 관한 글 모음.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6844 : 클라라는 왜 울었을까 ? 프로야구 시구에 대한 생각.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9516 : 실미도 vs 공포의 외인구단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0473 : 멜로의 모든 것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0641 : 400번째 안타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7416 : 쇼생크 탈출과 야구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6398 : 세상의 모든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8080 : 수다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88644 : 인간은 공을 던지고 신은 주사위를 던진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69010 : 상대가 강타자일수록 느리게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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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0-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흐르고~
저마다 누려야할 기쁨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드는 산과 들~
우리들 마음 속의 이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이구동성을 강요받는 곳~ 딴소리 내면 죽빵~

글에 공감!

초등학교 때 사촌형 따라 몇 번 동대문구장 가봤죠.
당시 OB 베어즈, 삼성라이온즈 코리안 시리즈도 봤던 기억이..
그때부터 야구보는 건 지루해했지만 그저 사촌형 정이 그리워서 따라 다니던 꼬맹이였다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6:02   좋아요 0 | URL
전 응워나는 거 까지는 뭐라 안 그러겠는데
왜 앰프 사용하는 지 모르겠어요. 정말 짜증남.....
메이저리그 보면 아시겠지만
조용하거든요. 거기서는 앰프 사용 떼창 이런 거 용납 안 압니ㅏ.
외국 용병들 아마 한국 응원 문화 보면 이상하다는 느낌 들거예요.
도깨비 시장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전 옆에 사람과 야구 보면서 소근소근대는 걸 좋아하거든요...

나탈야 2013-10-1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응웡문화와 친선축구논쟁글을 묶어서 싸셨군녀.

저도 응원문화에대한 제 생각을 똥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조쿤녀. 패루애의 진지글과 제 똥글의 콜라보레이션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7 13:22   좋아요 0 | URL
나턀야 님의 내공만 하겠습니다.
늘 배우는 자세로 염탐만 하고 있습니다.

드팀전 2013-10-1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는 오,열,악,깡,각,다,나,까의 세계이다> 4자로 맞추기 위해 두번째 '각'은 뺏습니다. 양해를ㅎㅎ
8자로 한국 군대를 정리한 명문이군요.
TV에서 군복입고 나오는 프로그램은 좀 사라졌음 좋겠는데-
8살 아들이 그 프로그램 스쳐지나가며 보더니 군대가기 싫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무서운 말로 못하게 한다구...
꼭 가야한다면 자기는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어서 군대 안가겠다네요. 일종의 대체복무인가...ㅋㅋ
잘 만들어보라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7 13:24   좋아요 0 | URL
아이언맨을 번역하면 철면피'잖아요. 철면피 부대 하나 만들어야 겠군요. ㅎㅎㅎㅎ
군대를 소재로 한 오락프로는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군대의 필요성을 두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굳이 오락 프로로 군대 이야기를 하는건 매우 파시즘적이죠.
군대는 이렇게 드러나면 안 됩니다. 어,... 어디다 이거 쓴 기억이 나는데.. 흠흠...

히히 2013-10-1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기고 지고가 가려지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은 저 소인배가
1,2,3,4는 충분히 시부릴 예시안입니다..........................만,
친선경기에 대한 올바른 풀이로 서형욱의 억울함은 받아들이겠습니다.
허나,
피 터지게 싸워 이겨야하는 경기종목은 저의 눈독 밖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09:13   좋아요 0 | URL
피 터지게 싸울 필요 있나요. 사실 야구는 서로 몸이 부딪치고 그러는 스포츠는 아니잖아요.
어찌 보면 꽤나 밍밍한 스포츠....
그런데 요거에 맛을 들이면 꽤 재미잇습니다.

samadhi(眞我) 2014-02-15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농구 있네 당구싶지 않아. ㅋㄷㅋㄷㅋㄷ
일년 내내 야구 생각만 하고 삽니다. 머니볼에서처럼 수학 좀 해야 제대로 아는 건데. 적당히(많이) 우기고 내 맘대로 해석합니다. 우리 어린이가 헐값(?)에나마 볼티모어에 팔렸다는 것(사람이 사람값이 아닌 몸값으로 "팔리는" 것이 참 거북한데요.)이 기쁠 따름입니다. 이제 어린이도 가고 용큐도 가고 무슨 맛으로 야구를 보아야 할 지. 꼬꼬마 브라더스만 바라보아야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5 23:41   좋아요 0 | URL
여성분이 야구 광팬인 경우 좀 드문데,진아 님은 광팬이시군요. 저도 야구철만 되면 야구 봅니다. 기아 응원하시나 봐요. 후후, 전 엘쥐 팬입니다. 봄은 야구로 시작해서 가을에는 한국시리즈로 끝나죠. 그래서 겨울은 좀 심심해요..ㅎㅎ
 

문학사적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환장할 만한 소설 목록 7편

 

 

 

 

 

 

 

 

 

 

 

 

 

 

 

 

1.

■ 손창섭, 단편소설 : 내가 내린 손창섭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 손창섭'이라고 말하면 < 어 ? > 하다가 잉여 인간'이라고 말하면 < 아 ! > 하게 되는 작가. 나 또한 <어?> 하다가 <아!> 하게 되는 경우였다. 3년 전, S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니체가 휘두르는 망치와 카프카가 찍어내리는 도끼 그리고 큐피드가 쏘아올린 화살'에 제대로 찍혔다. 손창섭 단편소설에는 부서지고, 베어지고, 박히는 아픔'만이 공존한다. 희망은 없다. 고독을 빗대어 멜랑콜리'를 이야기하려는 겉멋도 없다. 그리고 벗어나려고 하는 몸짓도 없다. 그들은 온종일 서서 비를 맞는다. 내 기준에 의하면 손창섭 단편소설'은 " 흥미진진한 독서 " 도 아니고 " 고진감래 " 도 아니다. 굳이 사자성어로 구획을 짓자면 " 오르가슴 " 이라고 짓겠다. S가 손창섭 소설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 어 ? > 라고 답했다. 생경스러운 이름이었으니깐 말이다. 그녀가 다시 < 잉여 인간 > 이라고 보충 설명을 했을 때 비로소 < 아 ! > 라고 말했다. " 손창섭의 잉여인간 " 이라고 연결이 되어야지만 알 수 있는 독특한 전후세대 작가 ! 영화제가 끝난 다음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단편집을 읽었다. 아, 아아아아아 ! 손창섭은 전후세대 작가'가 아니라 전무후무한 작가였다. 아! 로 시작해서 아아아아아 ! 로 끝나는, 어떤 몰입. 손창섭 소설에는 그런 힘이 있다.

 

 

2.

■ 찰스 부코스키, 치나스키 시리즈 : 나는 체질적으로 헤르만 헤세의 < 데미안 >이나 생텍쥐페리의 < 어린왕자 >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인간은 알을 깨고 나와야 성장한다는 허황된 성장 담론을 믿지 않는다. 박혁거세 신화를 믿는다면 모를까, 인간이 난생(卵生)이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그리고 다 큰 어른이 동화책 한 편 읽었다고 자랑스러워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모습도 웃긴다. 하여튼, 작가가 독자에게 훈계하듯이 교훈을 주려고 하는 짓'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 짓은 꼰대나 하는 짓 !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작가에게 외친다. 너나 잘해라 ! 물론... 속으로만 외친다. 안 그러면 따귀를 맞을 테니깐.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 펙토텀 > 에서 " 좆이 안 선다 ! " 라고 끝나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쾌감을 느꼈다. 많은 소설을 읽었고, 또한 수많은 소설의 엔딩'을 숱하게 읽어왔지만 < 좆이 안 선다 > 라는 문장보다 천박한 문장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긴, 술과 도박 그리고 섹스가 인생의 팔 할인 주인공에게 좆이 안 서는 것만큼 고민스러운 것도 없었으리라. 하루 종일 술과 도박과 섹스 생각만 하는 주인공이 느닷없이 끝날 때가 되니 인류애를 걱정하는 시늉을 한다면 그보다 꼴사나운 짓도 없을 것이다. 내가 찰스 부코스키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겉멋이 없기 때문이다. 걸레 스님으로 유명했던 중광이 좆에 붓을 달아서 그림을 그렸듯이, 찰스 부코스키는 좆에 붓을 달아서 소설'을 썼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의 소설은 온통 섹스 이야기'로 도배를 하지만 전혀 외설스럽지 않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이상하게 공허하고 쓸쓸한 느낌에 울컥하게 된다.

 

 

3.

■ 다카하시 겐이치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 스티븐 킹이 보스턴 레드삭스 팬으로써 <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 를 쓰고, 박민규가 인천 변두리 삼미 슈퍼스타즈 팬으로써 < 삼미 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 > 을 썼다면,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한신 타이거즈 팬으로써 <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 를 썼다. 이로써 한,미,일 베이스볼 삼국지'는 완성되었다,    는 뻥이고......    

유감스럽게도 찰스 부코스키는 < 여자들 > 에서 주인공이 외부 세계도 지루하고, 역사도 지루하고, 동물원도 지루하고, 그리고 " 야구도 지루하다 " 고 했지만 나는 야구만큼은 지겹지 않다. 요즘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밤낮 없이 가을 야구를 진행해서 밤낮없이 야구를 보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야구는, 재미있다 ! 야구는 본질적으로 실패를 다루는 미학'이다. 좋은 투수는 정직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볼을 잘 던지는 사람이고, 좋은 타자는 내야 땅볼을 치고도 전속력을 향해 달리는 선수'다. 베리 본즈'처럼 홈런 쳤다고 거들먹거리며 그라운드'를 느릿느릿 걷는 놈은 양아치 취급 받기 십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 메이저리그 역사상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베리본즈'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가장 닮고 싶지 않은 이기적 타자로 회자되고 있다.  베리 본즈보다는 허슬플레이어 닉 푼토 같은 타자가 좋은 타자이다. 전공투 세대인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 는 야구'라는 소재를 빗대서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언어 유희와 해체가 목적이다. 최루탄과 화염병 속에서 구속과 도피를 반복하면서 느껴야 했던 기성 세대'에 대한 반감은 고스란히 언어 해체에 따른 유희'에 집착하게 만든다. 그가 이 소설에서 노리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4.

스티븐 킹, 사계 : 앙드레 지드'가 보기에 조르주 심농'은 천재'였다. 1만 명이나 되는 여자와 섹스를 했다는 심농의 여성 편력이 부러웠던 것이 아니라 작품 하나에 평균 한 달에 못 미치는 집필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작품성을 유지하는 필력'을 부러워한 모양이다. ( 심농이 자랑스럽게 말한 1만 동침설'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1년이면 365일이니 그는 평균 27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 없이 새로운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 그는 여자와 섹스 그리고 자신이 이룩한 성공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타자기 앞에 앉아서 쪽파를 다듬듯이  문장 나부랭이'나 다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냥 본능에 의해 자동기술법으로 써내려갔으니 탁월한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그가 남긴 소설은 대략 400권이나 된다. 과연 심농에게 도전장을 내밀 현대 작가'가 있을까 ? 생산성과 작품성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작가 말이다. 심농에게는 못 미치지만 그에게 대적할 유일한 적수는 스티븐 킹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작품성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심농보다 한 수 위'다. 그 또한 자동기술법으로 소설을 작성하는 소설 기계'이다. 네 개의 중편 모음으로 이루어진 < 사계 > 시리즈'는 스티븐 킹'이 장편도 아니고 단편도 아니어서 출판하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래서 그냥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가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고 한다. 킹 소설이라면 침 흘리지 않을 편집장이 어디 있을까 ?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킹이 이 네 편의 중편'을 버렸다면 문학사적으로 큰 재앙이 되었을 것이다. < 사계 > 는 스티븐 킹이 쓴 소설 가운데 가장 탁월하다.

 

 

5.

코멕 메카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맥 매카시가 내놓은 소설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문장이 점점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피의 자오선 > 에서 보여준 고딕형 만연체'는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와 최근작인 < 로드 > 에서는 단문 위주로 문체가 바뀌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기성 작가들이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일관성을 유지했던 것과는 달리 코멕 메카시'는 작품마다 문체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나는 그의 변화가 반갑다. 그 정점에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가 있다.  어떻게 하면 마침표를 가장 멀리 던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초기작과는 달리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에서는 문장의 첫 번째 단어와 마지막 구두점 사이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더니 결국에는 따옴표와 쉼표 그리고  마침표까지 생략하기에 이른다.  그가 간결한 문장을 통해 남기고자 했던 것은 (등장인물 간의) 행위과 결과'였고, 도려낸 것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 집요한 생략이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시거가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 점원과 나누는 대화와  시거'에게 쫓기는 모스가 히치하이킹으로 만난 소녀와 나누는 짧은 선문답'은 이 소설의 백미'다. 유감스럽게도 코헨 형제가 만든 영화에서는 모스와 소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데 영특한 코헨 형제가 이 소설의 백미를 놓쳤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코헨 형제가 완성한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는 마치 춘향가에서 " 사랑가 " 를 생략한 완창 같다. 그렇다고 영화가 후지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소설은 영화보다 좋다는 사실은 진실'이다. 그는 헤밍웨이와 허먼 멜빌 사이를 가로질러서 그만의 묵시록을 이룩했다. 거룩한 소설이다.

 

 

6.

■ 김훈, 칼의 노래 : 플로베르의 앵무새' 라는 소설은 좋아하지만  플로베르의 보봐리' 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플로베르 특유의 만연체'에 질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깐, 나는 길게 늘어진 장식적 수사'에 대해 체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형용사(구)와 부사(구)가 잔뜩 낀 문장은 기름기'가 많은 비계덩어리 같다. 차라리 형용사(구)와 부사(구)가 최대한 억제된 문장이 읽기에 좋다. 간결한 문장은 맑은 대구탕' 같다. 싱싱한 대구에 일체의 양념 없이 소금만으로 간을 맞춘. 아... 바로 그 맛 !  원래 식감이 좋은 고급 식재료일수록 양념을 최소화하는 법이다. 반면 비린내가 많이 나는 값싼 생선일수록 독한 양념으로 냄새를 지운다. 문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뛰어난 문장가는 장식적 요소'를 버리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문장가가 바로 김훈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 칼의 노래 > 가 있다. 책 띠지'가 제공하는 설레발을 믿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책에 대한 " 벼락 같은 축복 " 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텍사스 주 엘파소에 코맥 매카시가 있다면, 경기도 일산에는 김훈이 있다. 그는 풍경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는 동시에 아픔-다운 것을 본다. 이러한 양가적 사고 방식은 인간을 바라보는 감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 나는 임금이 가여웠고, 임금이 무서웠다. 가여움과 무서움이 같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 그에게는 가여움과 무서움, 살고자 하는 욕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아름다움과 통증'은 하나로 겹친다. 김훈이 보기에 인간이란 귀한 놈도 없고 비천한 놈도 없다. 

 

 

7.

로맹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 10년 전이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 자기 앞의 생 > 이란 책을 발견했다. 내가 그동안 이 책을 읽지 않은 이유는 아동 청소년 책'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나는 꽤나 어려운 소설을 읽었다. 로브그리예, 사르트르, 까뮈,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읽기 어려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던 시절이었다. 마치 구하기 힘든 영화'만 찾아다니는 (필사의) 탐독 목록'처럼 말이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 자기 앞의 생 > 을 읽었다. 그러다가 그만 눈물을 쏙 빼게 되었고, 그 후 며칠 동안 도서관에 비치된 로맹가리가 쓴 소설'은 모두 읽게 되었다. 창녀의 아들로 태어난 모모는 오후 3시 같은 인물이었다. 점심 약속을 하기에는 늦고, 그렇다고 저녁 약속을 하기에는 이른 오후 3시 말이다. 모모는 아이'라고 하기에는 어른스럽고,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아이'이다. 정성일 말투를 흉내 내자면 " 그러니깐 이 소설은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다가온 애매모호한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다.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아이다운 아이'를 좋아하지 않고, 어른다운 어른에게도 끌리지 않는다. 그것은 생장 기간을 생애 주기'에 따라 짜맞춘 방학 생활 계획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른다운 아이와 아이다운 어른'에게서 인간적인 희노애락을 본다. 내가 로맹 가리 소설에 끌리는 이유는 조숙과 미숙 사이에 놓인 불완전한 반숙(半熟)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경계인은 자신이 가진 몸보다 정신이 너무 빠르거나 늦은 경우이다. 혹은 자신이 가진 정신보다 몸이 너무 빠르거나 늦게 성장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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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0-16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벽이 이 글에 끝까지 덧글을 달지 않은 이유는 나으 헤르만 헷세를 디스했기 때문..! :)

그런데 다른 분들은 이 재미난 포스트에 왜 피드백 안 하셨을까요? 공감만 잔뜩이넹..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5:58   좋아요 0 | URL
오홋.... 책 좀 읽는다는 사람에게 하루키와 헤세 디스하는 짓은
한국인이 김연아 디스하는 꼴이죠...... ㅎㅎㅎㅎㅎㅎ.
제가 좀 과장되어 말하는 버릇이 있지 헤세 그리 나쁘지 않아요.
다만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 헤세 디스핬습니다.

새벽 2013-10-1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헷세가 데미안에서 쓴 아브락사스 우화는 정신적인 성장통을 뜻한다고 봤어요.
또한 인식적인 깨침에는 뼈아쁜 아픔이 따르기도 한다는 생각..! 가끔은 공짜로 자각을 얻을 때도 있지만 :)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5:59   좋아요 0 | URL
네에... 그냥 웃자고 쓴 표현입니다.
전 이상하게 헤세 글이 지루하더라고요. 별다른 감흥이 없는 독서였어요.
하지만 그게 매우 고운 성품을 가진, 존경할 만한 지식인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솔라리스 2013-10-16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은 오후 일정이 비어서 일찍 귀가했으나 행복감도 잠시, 아이들도 마나님도 없는 집안에서 지금 뭘 할까 멍 때리고 있습니다. 간만에 독서를 해볼까 하여요.

한가지 닉넴으로만 글남기기 뭐해서 먼먼 옛날의 닉넴을 써봤습니다.. 누구일까요? (읭? )

+ 아, 얼른 운동이나 다녀와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6:00   좋아요 0 | URL
읭?! 요거 보고 누군지 알겠습니다. 새벽 님..
아니 이제부터는 솔라리스 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일찍 귀가하고 아이들 없으면 뭐 불 다 끄고 영화 보는 게 짱이죠..
치맥 사가지고 들어가셔서 관람이요 ~~~

2013-10-16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8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3-10-17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년 전에 손창섭이 88세로 별세했죠. 국민일보 정철훈 기자가 2009년에 그를 찾아내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생사조차도 모를 뻔했습니다.
수를 부족하게 누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초라한 말년과 최후를 보니 정말로 눈물 나더라구요. 이 대작가가 왜 바다 건너 타국에서 이토록 쓸쓸히 생애를 접어야 했는지... 작가의 인생이 그가 쓴 소설과 그대로 포개지는 것 같아 참 심란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15   좋아요 0 | URL
네에.... 제가 소창섭을 읽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손창섭 보고 소식을 들ㅇ니 기분 묘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그냥 일종의 연락 두절이었는데 병실에 누워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분 묘했습니다.
좋은 작가에 대한 문단에 대접이 형편없었죠..

히히 2013-10-1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름아름하게만 느꼈던 작가를 청아하게 끄르셨네요.
'내가 로맹 가리 소설에 끌리는 이유는 조숙과 미숙 사이에 놓인 불완전한 반숙(半熟) 때문이다.'
이런 명쾌한 해석은 곰...발님만 가능합니다. 완전 공감입니다.
눈 쌓이는 날 [남한산성]을 읽었는데 정말이지 갇히고 싶더라구요.
이후에 읽은 [칼의 노래]가 엉거주춤할 정도로요.
김훈쌤 글의 제철은 겨울이던데...
봄,여름은 문체와의 편차가 너무 심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17   좋아요 0 | URL
글죠 ? 모모'로 대표되는 아이는 조숙과 미숙 사이에 놓은 반숙입니다.
ㄱ렇기 ㄸ문에 우리가 끌리는 거예요.
김애란의 < 두근두근 > 이 개 실패한 이유는 너무 조숙 쪽으로만 밀었어요.
마치 어린아이를 성인군자처럼 묘사하잖아요.
굉장한 실패죠....


ㄱㄱㄱㄱ 공감합니다. 김훈의 문체는 겨울이에요.....
 

식탁의 풍경 : 식욕은 성욕이다.

 

식탁의 풍경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다가 문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2인용 식탁은 있지만 3인용 식탁은 없다. 4인용 식탁은 있지만 5인용 식탁은 없다. 6인용 식탁은 있으나 7인용 식탁은 없다. 그리고 1인용 침대는 있으나 1인용 식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식탁은 짝수로 이루어진 세계의 총합이다. 그 짝수에 +1'이 있을 뿐이다. 식탁에 앉아 늑대처럼 섬세한 귀와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사소한 일상을 관찰한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이다. 가족이란 2인용 식탁으로 시작해서 4인용, 6인용 식탁으로 확장되는 범위가 아닐까 ? 사전적 의미로 食口란 밥을 나눈다는 뜻이다. 그 최소 단위'가 둘 이상'이다. 혼자서는 나눌 수 없는 것 아닌가 ! 

 

 

 

의자에 대하여

 

공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장 안전한 구조는  다리가 세 개'인 의자이다.  다리가 세 개 달린 의자'는 각각 다리 길이'가 달라도 쓰러지지 않는다. 반면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는 다리 길이가 하나라도 길거나 짧으면 균형을 잃기 쉽다.  내가 생각하는 평등'은 각자의 길이가 다 달라도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다리 세 개 달린 의자의 균형감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키 작은 사람을 놀려서도 안 되고, 게이라고 손가락질해서도 안 되며, 피부가 검다고 욕을 해서도 안 된다. 저마다 다른 길이'와 그 차이'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균형잡힌 의자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다. 신은 다리 길이가 세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고, 인간은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런 식의 인문학적 상상은 좋다. 하지만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나는 점점 허무맹랑한 성적 판타지'에 빠지고 말았다. 여기서 멈춰야 했다.

.  

 

 

 

■ 숟가락에 대하여

 

" 생긴 게 꼭 정자 같구나 ! " 머리는 크고 둥글며, 꼬리는 길고 곧구나 ! 숟가락에서 < 숟 - > 대신 < 숫 - > 이거나 < 수 - > 가 더 어울린다고 말하면 욕을 먹겠지 ? 하여튼 숟가락과 정자'는 묘하게 닮았다. 식욕과 성욕이 관계가 있듯이 말이다. 사실 최초의 성욕은 구순기'였으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숟가락은 가부장적이다. 남근으로서의 아버지를 닮았다.  부창부수라 하지 않았던가. 밥상머리에서 主가 밥이라면, 從는 반찬이다. 그래서 숟가락은 밥을 먹는 용도로 쓰이고,  젓가락은 반찬을 집는 용도로 쓰인다. 숟가락은 남근을 본떠 만든 토템이다. 숟가락은...... 아버지다 !

 

 

 

 

 

■ 젓가락에 대하여

 

곰곰생각하는발의 황당무계한 똥고집을 이해한다면 젓가락을 여성적인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란 사실을 당신은 이미 간파했을 것이다. 숟가락이 정자의 모형을, 더 나아가 숟가락 머리'가 " 어머, 귀두와 닮았어요. " 방긋 ! 만약에 한글에서도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구분이 주어진다면 숫가락'은 남성형 명사요, 젖가락은 여성형 명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숫가락은 숟가락으로, 젖가락은 젓가락'으로 변형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밥상머리에서 항상 발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포크에 대하여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라면 범성론자인 곰곰생각하는발이 말하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 숟가락은 ( 숫 ) 가락이다 ? 젓가락은 ( 젖 ) 가락이었다 ?! 어,어어어어이가 없네. 이거 완전 섹드립'에 빠진 범성론자'이구만. 닝기미, 이보슈 잘난 양반 ! 그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포크는 뭐요 ? " 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 포크는 포큐 fuck you 입니다 ! " 그렇다고 스프를 스와핑이라거나 나이프르 와이프'라고 우길 생각은 없다. 밥상머리에서 흥분하면 곤란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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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10-13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릴적엔 언니랑 밥상에만 앉으면 왜 그리도 웃음이 터졌는지
범상인 아버지에게 자주 혼이 나곤 하였습니다.
지금도 진지하거나 엄숙한 상황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여
자주 낭패를 본답니다.
아직 젊어 그렇다고 위로하시는 어른들도 계시지만
대다수가 버릇없다 여기시더라구요.
저도 환장하고 미칠지경입니다.
한 번 터지면 막지를 못하니 도에서 출발하여 솔을 넘길 때는 천박한 소리가 목울대까지 차고 올라서
끄윽끄윽 넘어간답니다.
대충 상황이 수습이 되면 그 다음엔 제자신이 끝모를 나락을 쏘다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8:00   좋아요 0 | URL
웃음이 많다는 것은 젊다는 증거일 거예요.
그러다가 정접을 찍고 서서히 웃지 않는 날이 많아지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처음에는 웃음이 적다가
늙어가면서 서서히 웃음이 많아지는 생이 좋은 생 같아요.
아니, 웃음이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평온이 필요한 거지....
평온한 상태를 궁극이라고 한다면 사실 웃음도 그 발란스를 깨는 영역이기도 하지요.

히히 2013-10-1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웃음이 많은게 아니라 웃지 말아야 할 상황에 웃음이 많다는 거죠.
그 정점은 아버지 장례식에서 불효자가 된 사연입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뚝뚝이고 있는데
이모님께서 문밖에서부터 신발을 내팽개치고 들어오셔서
아이고아이고 곡을 하시기 시작하는데
전문가에게서 학습된 울음이였습니다.
생전 처음 접하는 소리에 처음엔 슬프다가 멍해지다가 웃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딱 죽겠더라구요.
이를 깍물고 버티고 있었는데
그때 하필 피차일반 참고있는 언니랑 눈이 마주쳐
동질의 감정에 안심하듯 억눌렀던 웃음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지요.
고개를 깊숙히 숙이고 참아보려고 용을 쓸 수록 어깨의 요동은 거세어졌답니다.
숨넘어가는 이모님의 곡소리는 완전 유머였다니깐요.(아버지와의 친분 정도를 보더라도)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4 13:23   좋아요 0 | URL
그런 비극이.....ㅋㅋㅋㅋㅋㅋㅋ. 장례식장에서 참 난감하죠...
곡소리 전문 특유의 그 곡소리가 있어요. 앓는 소리 같기도 하는데
여기 리듬에 그냥 아이고 아이고만 외치는....ㅎㅎㅎㅎㅎ
당혹스럽죠. 저도 종종 장례식장 가면
정색을 하고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전 이게 잘 안 되요.

엄동 2013-10-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
저도요 ㅋㅋㅋㅋ
직장상사분 빙모상에 갔다가
얼토당토않은거에 빵터져서 그만. 하ㅡ아

그때 끼친 민폐를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홧홧해집니다


그나저나
식탁의 도구(!)목록"을 곰곰발님께 보내드리고 싶어진다는.
느므 웃겨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4 13:24   좋아요 0 | URL
한 세트 모아서 보내주세요 ~

피비 2013-10-15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네요 3인용 식탁 나오면 좋겠당
우리 가족은 셋인데 4인용 식탁을 샀어요
대신 한쪽을 벽에 붙여서 3인용으로 만들었지요
남은 의자하나는 홀로 창고방에 있답니다 외롭겠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5 11:35   좋아요 0 | URL
오 ! 어서 감옥에 갇힌 의자의 풀어주십시요. 억울한 옥살이'입니다.
참.. 피비, 생신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