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루병 :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

   

거짓 미소'는 비대칭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미소를 억지로 지으면 한쪽만 입꼬리가 비대칭적으로 올라간다. 이처럼 가짜 감정'을 연기할 때는 표정이 비대칭적인 구도가 된다.  예를 들면 가짜-분노'에서는 왼쪽 눈썹이 더 낮게 내려가고, 가짜-혐오 표정에서는 코주름을 잡을 때 더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가짜'라는 증거는 비대칭성 이론'을 제외하더라도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진짜 웃음과 미소'가 사용하는 얼굴 근육은 눈 부위 근육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진짜 미소를 관장하는 근육이 작동되면 자연스럽게 눈 근육에 영향을 준다. 반면 가짜 미소'는 입꼬리를 움직이는 근육만을 사용할 뿐이기 때문에 눈' 근육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 김치 ~ " 하라고 요구하니,  그저 " 김치 " 라고 했을 뿐이다.

 

- 얼굴에 대하여 中

 

 

 


 

 

 

 

이명박 각하는 < 광우병 > 으로 시작해서 < 사대강' > 으로 매조지했다. 공통점은 둘 다 환경 재앙'이었다는 점과 이에 대항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었다는 점이었다. 각하와 한나라가 주장하는 작전 세력 개입'은 없었다. 든든한 빽그라운드라고는 쥐뿔도 없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을 뿐이다. 청와대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고작 한다는 짓이 인왕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부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소통'을 원했으나 돌아온 것은 불통'뿐이어서 시민들은 원통'했을 뿐이다. 각하 집권 내내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일은 많았다. 누가 나에게 이명박 정권을  4자성어'로 요약하라고 부탁한다면 " 촛불잔치 " 라고 할 것이고,  길게 늘려서 40자 트위터 논평'을 부탁한다면 " 각하보다는 허각이 대세였던 요상한 시대 " 라고 회상하거나  

 

" 각하는 상득이 하고는 놀아도 완득이 하고는 놀지 않는 로열 패밀리다운  상위 1% " 라고 비아냥거렸을 것이다.  각하의 불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의 꼴통'을 열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알아야 했다. 막연히 미친소'라고만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때 읽은 책이 바로 <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 톰 켈러허 > 였다. 광우병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흔적을 찾아 역추적하는 것이다. 인간광우병 전에 알츠하이머'를, 미친 사슴 전에 스크래피에 걸린 양'을, 이런 식으로 역주행하다 보면 최종적으로 쿠루병'에 도착하게 된다. 톰 켈러허'는 인간 광우병을 설명하기 위해서 1950년대 파푸아 뉴기니아'에서 유행하던 쿠루병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죽는 병인데 얼굴은 항상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쿠루'는 주로 여성과 아이들에게 집중적으로 발병한다는 점이다. 진상 조사를 위해 포레 족 마을을 방문한 가이듀섹 박사는 죽은 환자의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곧바로 역학 조사에 들어간다. 발병 원인은 충격적이었다. 식인 풍습'이었다. 쿠루 병에 걸린 여성들은 병에 걸리기 전에 무덤을 파헤쳐서 시체의 살점과 뇌를 뜯어먹었던 것이다 ! 병에 걸려서 구멍이 숭숭 뚫린 뇌'를 뜯어먹은 사람들은 그대로 전염되어 뇌 신경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무시무시한, 전염병이었다.  내가 이 지점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왜 남성'은 쿠루에 걸리지 않았는가, 라는 점이었다. ( 혹은 남성 환자 비율이 여성에 비해 적은 규모였는가 ! 라는 점 ) 의외로 간단했다. 성인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죽은 시체의 살점과 뇌를 뜯어먹을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여성과 아이들은 사람을 먹는 기회가 많았고 성인 남성은 기회가 적었던 것이다. 이상하다, 음식 섭취량이나 폭력성을 놓고 보자면 식인 습성은 여성이나 아이'보다는 성인 남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므로 쿠루 발병 또한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이 걸려야 이치에 맞다. 그렇지 않은가 ? 가이듀섹 박사는 쿠루병의 발병 원인'을 발견해서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왜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이 동료의 시체를 뜯어먹었는가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단순하게  < 그들만의 은밀한 리그 > 로 치부했을 뿐이다. 쿠루 ?! 이 단어'를 어디서 본 적이 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마빈 해리스가 쓴 <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 > 에서도 쿠루'에 대한 언급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쿠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 다른 뉴기니의 고원지대에 사는 다른 부족들과 마찬가지로 포레족의 매장의식에 따르면 죽은 사람의 여자 친척이 얕은 무덤에다가 시체를 묻도록 되어 있다. 알려지지 않는 기간이 지나면 그 여자는 뼈를 파내어 깨끗이 씻지만 그 고기는 전혀 먹지 않는다. 1920년대에는 여자들이 이 관습을 바꾸었는데 아마도 인간 동료로부터 얻을 수 있는 고기 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보상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들은 시체를 이틀이나 사흘 뒤에 꺼내어 뼈를 발라내고 고사리와 다른 푸른 채소들을 섞어 대나무통에 넣고 요리를 하여 시체 전부를 먹기 시작했다. "

- 음식문화의수수께끼, 241

 

마빈 해리스는 포어 족 여성이 사람을 먹은 이유로 성인 남성들이 고기'를 독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성인 남성들이 배 터지게 먹고 나서 남은 것을 먹어야 했던 여성들이 배급받은 것이라고는 뼈에 붙은 살점이 전부였다.  그래서 여성과 아이들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 음식에 대한 불평등 배분 > 이 쿠루병이 퍼지게 된 원인이라는 것. 그는 그 증거로 포레 족 여성의 단백질 섭취량이 권장 기준에 못 미치는 56%였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한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함정이 있다. 포레 족 남성에 대한 단백질 섭취량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시가 없다. 만약에 포레 족 남성의 단백질 섭취량이 권장 기준을 웃돈다면 마빈 해리스는 이 값을 가지고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의 성별 불균형을 통해서  자신이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포레 족 남성 또한 신통치 않은 단백질 섭취량'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계사회 부족이 아닌 이상은, 남성은 여성에 비해 질 좋은 고기'를 먹을 기회가 많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냥을 하는 성인 남성들은 질 좋은 고기를 자기들끼리만 먹었고, 여성들과 아이들은 개구리나 곤충 혹은 벌레로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했다. 이처럼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성과 아이들은 언제나 성인 남성에 비해 사회적 약자였다. 여성이 살아가기에는 동정 없는 세상일 뿐이다.  이제는 시대가 변해서 좀비가 아닌 이상은 고기가 먹고 싶어서 사람을 뜯어먹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힘이 약한 아이들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다. 배가 난파되면 제일 먼저 구조될 대상은 여성과 아이들이다. 우리가 여성을 먼저 배려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지난 세월에 대한 반성'이다.

 

그런데 < 음식에 대한 불평등 배분 > 을 < 임금 (pay )에 대한 불평등 배분 > 으로 살짝 바꾸면 시대는 달라졌지만 구조적 모순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일을 한 대가로 음식을 얻었고 지금은 일을 한 대가로 품삯을 받으니, 음식과 임금은 재화라는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남성에 비해 70% 수준의 임금 밖에 받지 못한다. 승진에도 제약이 따른다. 여전히 불평등 배분 사회'인 것이다. 그런데 남성들은 몇몇 최상위 엘리트 직업 여성의 진입에 좌불알석'이다. ( 오타가 아니라, 좌불안석 대신 좌불알석'이 입에 짝짝 붙는다. ) 된장남'보다는 된장녀가 많고, 김치남은 없는데 김치녀는 있다. 그리고 운전 못하는 김사장은 없는데 운전 못하는 김여사는 존재한다. 이 세상은 김태희 아니면 쌍년'이고, 성공한 여성은 보슬아치'로 격하시킨다.

 

쿠루병'은 < 웃는 병 >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안면근육이 마비가 되어서 죽을 때까지 웃는 표정을 짓게 된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병'인데도 말이다. 묘하게 현대 직장 여성과 닮은 구석이 있다. 언제부터 여성이 직장의 꽃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소는 여성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특히 감정 노동자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사회는 여성에게 친절을 이유로 미소를 강요한다. 무뚝뚝한 남성은 무뚝뚝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뚝뚝한 여성은 환영받지 못한다. 남성이 무뚝뚝한 성격인 경우에는 그것이 < 성실함 > 을 말해주는 징표가 되지만 여성이 무뚝뚝한 성격일 경우에는 < 노처녀 > 로 늙어 죽을 징표로 읽는다. " 아, 씨불알 ! 남성들이여,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 그래도 웃어야 한다.  사실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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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소 2013-10-2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페루애님 아니 곰곰발님 저에요 젯소에요
그리워서 들어와보고는 역시 즐겨찾기했어요
알라딘 블로그를 활성화시키시는
너란남자.. 지니같은 남자..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4 16:47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군요. 싸랑하는 젯소 님 !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성 1위.
이 늙은이를 그립다 하시니 마음이 설레이는군요.
자주 뵙도록 합시다. 가야금 연주 함 들어야 하는데..ㅋㅋ
 
선택의 심리학 - 선택하면 반드시 후회하는 이들의 심리탐구
배리 슈워츠 지음, 형선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

 

 

 

 

나는 친구들과 함께 그 녀석이 일하는 일터를 찾아간 적이 있다.  비록 그가 손수 만든 매운 짬뽕 때문에 내 똥구멍에서는 불이 났지만 맛은 < >좋았다. 친척이었던 중국집 사장님의 배려로 우리는 밤 늦도록 문 닫은 가게에서 술을 마셨다. 얼큰하게 취했을 무렵 그의 여자친구가 와서 함께 술을 마셨다. 친구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누군가가 망치질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친구는 그 말에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때 뽄드를 불며 007 제임스 뽄드 흉내를 내던 철없던 놈이 철이 든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오빠야 성깔이 화끈해서 좋아예, 뒤끝 없어예, 밤에는 더 화끈해예, 야광봉이라예, 캡사이신보다 더, , 더 화끈해예. 오래 쓰는 건전지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천맹기 씨는 마작을 하자고 했다. 내가 모른다고 하니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마작을 하다가, 고스톱을 치고, 포커 게임을 했다. 술기운이 올라왔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설사를 했다. 닝기미, 짬뽕이 너무 매웠다.

 

-  짬뽕과 딤섬 中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주문하게 되면 곧 후회를 하게 된다. " 짬뽕을 시킬걸...... "  칼칼한 짬뽕 국물 생각을 하니 짜장면은 느끼하다. 와신상담하여 다음에는 자신있게 짬뽕을 주문하게 된다. 하지만 이때에도 다시 후회하게 된다. 앞 테이블에서 후루륵 소리를 내며 짜장면을 먹고 있는 사람을 보면 짜장면이 더 맛있어 보인다. 짬뽕은 어째 그냥... 맵기만 할 뿐이다. 두 번의 선택과 두 번의 실패 ! 하지만 여기서 끝날쏘냐 ! 다시 한 번 와신상담.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에는 영리하게 < 짬짜면 > 을 주문한다. 잘못된 선택에 따른 기회 손실을 최소화해서 자기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심리이다. 그렇다면 짬짜면'은 탁월한 선택이었을까 ? 그렇지 않다 ! 지금 내가 먹는 음식이 짜장면 맛인지 아니면 짬뽕 맛인지 알 수가 없다. 이 맛이야말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웃기는 짬뽕 맛이 난다. 우리는 늘 중국집에 가면 햄릿'이 되어 선택에 따른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잘못된 선택에 따른 기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 간단하다. 짜장면만 파는 음식점이나 짬뽕만 파는 음식점을 찾으면 된다. 아니면 두 음식 가격이 최소한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중국집에 가면 된다. 우리가 항상 짜장면이냐 아니면 짬뽕이냐 를 놓고 고민하다가 후회하게 되는 이유는 두 음식의 조건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그렇다. 짜장면 값이면 짬뽕을 먹을 수 있고, 짬뽕 값이면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 만약에 짬뽕 가격이 짜장면보다 2배 정도 비싸다면 자신이 선택한 짜장면 맛에 대하여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 짬뽕이 더 맛있겠지만 대신 짜장면은 저렴하잖아...... " 짜장면을 선택한 사람은 맛을 포기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배를 채웠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자위를 할 것이다. 짜장면을 주문한 것은 탁월한 선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후회할 만한 선택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선택해야 될 메뉴가 두 가지'가 아니라 백 가지'라면 어떻게 될까 ? 배리 슈워츠의 < 선택의 심리학 > 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우리는 늘 선택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선택을 할 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점점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P.120) " 이처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생각보다 유쾌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공산주의 국가였을 때에는 자유를 갈망하다가 정작 공산주의가 붕괴되자 그 옛날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바로 선택의 자유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다. " 박정희 향수 " 도 마찬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가 있다. 인간은 겉으로는 자유, 자유, 자유를 외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에서 자유로운 구속,구속,구속을 원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공산주의 사회'보다 눈에 띄게 많은 것은 수많은 구두와 정신병원 그리고 연쇄살인자의 머릿수'일 것이다. 대부분의 연쇄살인자는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통설이 아니었던가.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골라서 자기 만족도가 높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일 수가 있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을수록 포기해야 될 상품'도 늘어나게 된다. 검정 고무신과 흰 고무신이 있을 때에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면 되지만,  진열장에 놓인 수많은 하이힐'은 무엇을 고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깊게 만든다. 여기에 힐 길이도 골라야 한다. 5센티, 7센티, 10센티... 여기에 가격도 따져야 한다. 지금 당신은 백여 개 정도 되는 구두 진열장 앞에 있다.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밑지고는 못 참는 손실 혐오와 이 손실 혐오를 피하기 위한 만족 극대화 심리가 작동하게 된다.

 

당신이 100 개의 구두 가운데 선택한 1 개의 구두는 역설적이게도 99개의 근심을 줄 수도 있다. 내가 선택한 A보다는 B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 빨간 구두는 너무 원색적이지 않을까 ? 10% 세일을 할 때 장만한 이 가격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 다음날 사장이 미쳐서 90% 세일을 하게 된다면 ? 이처럼 선택의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실패에 따른 우울은 깊어진다. 현대적 감각으로 말하자면 우울증은 선택과 관계가 깊다. 선택은 반드시 후회'라는 값을 치뤄야 한다. 올림픽 경기 시상대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동메달을 딴 선수가 아니라 은메달을 딴 선수이다. 억지가 아니다.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2등을 한 선수는 대부분 낯빛이 어둡다. 조금 더 힘을 냈다면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2등이란 결국 기회 손실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반면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대부분 방긋 웃는다. 자칫 잘못했으면 동메달을 놓칠 수 있었는데 운이 좋아서 이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회 손실 혐오는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답은 무엇일까 ?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백여 가지'나 되는 하이힐 진열장 앞에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화개장터에서 파는 고무신 가게 앞에 있는 것이 당신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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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10-2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관계에서 수평적인 관계보다는 수직적인 관계가 더 보편적인데, 그 이유가 만약 수평적인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또는 유지하려면) 관계에서 발생되는 사안마다 협상과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에너지 소모되고, 이것을 회피하려는 인간 성향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4 01:32   좋아요 0 | URL
에너지 효율성 차원에서 보면 수직적 일처리가 신속하죠. 그래서 삼성 같은 대기업은 수직성을 기업 가훈으로 받아들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스주의자들이잖아. 이건희 한 사람을 위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평적 관계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건설적이란 생각은 합니다.
요즘 검찰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수직적 관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는 하빈다.

새벽 2013-10-2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 오늘 곰곰발님 포스팅이 흥미롭고 좋습니다.
바로 이런 거죠.. 이렇게 세밀한 사람 심리, 정치 권력.. 그런 걸 주류경제학에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모델링하기 어렵다고 그런 인간 심리 저변을 도외시하고 계속 합리적 인간 운운하며 수식 그래프로 장난만 치다간 주류경제학은 영영 헛소리만 해댈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4 01:35   좋아요 0 | URL
그래프는 정말 장난입니다. 상승 곡선 부분을 확대하면 가파르게 오르는 거 같지만
역으로 하향 곡선을 그을 때 포인트를 잡아 그걸 확대하면 가파르게 내려갑니다.
어느 것에 촛점에 맞추느냐에 따라...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마낳아요.. 주류 경제학이 상아탑 책상에 앉아서 그래프 놀이만 할 때 엉망이 되죠.
얼마전에 사당동 25인가... 란 책이 나왔는데 이 사람은 한 사람의 25년을 추척한 책이었습니다.
직접 발로 뛴 사회학자가 쓴 책이죠. 전 아직 대기중인데 곧 읽을 생각입니다. 칭찬이 자자하더라고요...

루치아 2013-10-2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여전하군요 페루에...
한동안 개인사정 으로 블러그에 못들어 왔었는데..궁금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4 01:36   좋아요 0 | URL
아, 루치아 님.... 반가워요. 요즘 뭐하시나 궁금했습니다.
그넣지 않아도 조만간 모임 함 가질까 하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남으시면 내방하여 소맥 한잔 드십셔 ~

루치아 2013-10-24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인지 연락주세요~~
시간 되면 나들이 함하죠^^

2013-10-24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동 2013-10-2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우유부단하고
선결정+후후회하는 제 성격탓인줄 알았는데
그거슨 기회손실혐오"였군요.

무언가를 선택해서 얻는 결과보다
무언가를 선택할때 빠져나가는 에너지와
이후 선택하지 않아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니.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넓어지는 선택의 폭과 자유는 증말
. 싫어예

2013-10-25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5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5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5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5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6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6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즐거운 인생 2013-10-2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시 잼나게 잘 읽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9 18:49   좋아요 0 | URL
어, 즐거운인생 님 오셨군요. 갑자기 샌드위치 먹고 싶네요. 딸기잼 바른 식빵먹고 싶습니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오늘의 사상신서 157
마빈 해리스 지음 / 한길사 / 199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단백질 로드 :

애타게 동물성 단백질을 찾아서

                 

< 올드보이 > 에서 최민식이 질리도록 먹었던 군만두'는 서비스 메뉴'였을 것이다. 이런저런 추론을 해보면 유지태는 최민식을 사설 감옥'에 보내면서 날마다 밥값을 지불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밥값은 사설 감옥 직원들의 공돈으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대신 서비스'로 나온 군만두를 주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그러니깐 최민식은 15년 동안 직원들이 점심을 시켜 먹고 남은, 서비스로 나온 만두만 먹다가 속 터져버린 이야기다. 만약에 최민식에게 군만두 대신 딤섬을 點心 으로 내놓았다면 그토록 비극적이지는 않았으리라. 짬뽕이 맵고 자극적이었다면, 김이 모락모락나는 딤섬'은 담백하고 순한 맛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는 자극적인 것을 탐하다가 늙으면 순한 맛에 매료된다.

 

- 보수란 무엇인가, < 짬뽕과 딤섬 > 중

 

 

아버지의 여름 밥상은 언제나 단촐했다. 밥은 늘 찬물에 말고 잡수시고 반찬은 마늘이나 고추를 된장에 찍어 드시는 정도가 전부였다. 소고기나 닭고기를 좋아하지도 않으셨고, 그렇다고 해서 채식주의자'는 더더욱 아니셨다. 여름 식단만 놓고 보면 영양 불균형'처럼 보이지만 사계절 전체를 놓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아버지는 가을에서 봄까지 삼시 세 끼 보신탕'만 드셨다. 남들은 삼복에 단고기'를 즐겨 먹었지만 아버지는 특이하게도 여름 삼복에는 단고기를 멀리 했다. 여름을 견디기 위해서는 겨울에 몸 보신을 해야 여름을 이길 수 있지, 여름에 먹는 보양식은 헛것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노인이었다. 아버지의 고집 덕에 집에서 키우던 개들는 삼복을 무사히 넘겼지만 소설(小雪)을 넘기지는 못했다. 개들은 김장철과 무서리 내리는 초설 사이에서 비명횡사하고는 했다.

 

그리고 입춘이 오기 전에도 똑같은 일이 다시 한 번 반복되었다. 삼복을 거쳐 첫눈 무서리를 견딘, 마지막 남은 황구는 결국 입춘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마당에서 뛰놀던 황구는 보이지 않았다. 훵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 하지만 꽃 피는 봄이 오면,  어미 젖을 갓 뗀 황구 새끼 서너 마리가 개집을 차지하고는 했다. 어머니는 종종 자식들에게 쇠고기 육계장이라고 말은 하고는 밥상에 올렸으나 쉽게 먹지는 못했다. 그것이 단고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단고기'를 먹지 않기로 단단히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매우 맛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 맛이냐 > 아니면  < 의리냐 > 를 놓고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의리'를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단고기'를 먹지 않지만 그렇다고 보신탕 문화가 야만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신탕 문화'를 수치스럽고 혐오스러운 식문화'라고 주장하는 태도는 꼴사나운 짓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홍신 작가처럼  "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야, 안으로는 자주 독립과 밖으로는 민주 번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 보신탕 문화를 민족의 자금심  따위'로 숭상하려는 태도 또한 꼴사납기는 마찬가지였다. 벼 농사 중심인 한국과 중국'은 동물성 단백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였다. ( 마빈 해리스의 주장을 전제로 한다면 ) 콩이나 다른 채소에서도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는 있으나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만큼의 영양가 있는 것은 아니다.  소는 농사를 짓는 데 매우 중요한 일꾼이었고, 닭은 날마다 달걀을 공급하는 짐승이었으니 잔칫날이 아니고서는 함부로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서민들에게 만만한 것은 개'였다. 개는 중요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 삼복 > 할 때 복이 사람 人과 개 犬이 합쳐져서 伏(복)으로 쓰이는 꼴을 보면, 복날에는 반드시 개를 잡아먹는 풍속이 대중적으로 널리 퍼진 모양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현대는 동물성 단백질 과잉 섭취의 시대이다. 옛날에야 질 좋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개를 잡아먹었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값 싼 고기를 얻을 수 있으니 굳이 애완동물인 개를 식용으로 사용하면서까지 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 이유로 나는 단고기 식용에 반대한다. 문화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는 <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 > 에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을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다룬다.  흥미진진하다. 그는 힌두교 사람들이 쇠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와 이슬람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를 단백질 공급 루트'로 설명한다. 그가 내세운 가설은 이렇다.  쟁기와 수레를 끄는 < 소 > 는 인도 사람에게 있어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우유를 공급한다. 그리고 똥은 화력 좋은 연료로 쓰인다. 짚, 왕겨, 나뭇잎, 풀을 뜯어먹고 나서 싸는 똥이니 좋은 연료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인도 소는 인간이 먹지 못하는 것만 골라서 먹으니 식량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여러모로 보나 소를 죽여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이득보다는 소를 보호해서 얻는 이득이 월등히 많은 것이다. 효율 대비 측면에서 보자면 소를 죽이지 않는 것이 경제적이다. 그래서 소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결국에는 소를 숭배하는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라고 마빈 해리스는 주장한다. ) 이슬람 문화권이 돼지를 혐오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돼지는 무더위에 약해서 이슬람 문화권 기후에 맞지 않다. 돼지는 몸에 열이 오르면 물이나 진흙 속에 뒹굴어서 열을 식혀야 하는데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막을 횡단하는 유목민 입장에서 보면 돼지'는 이래저래 키울 수가 없다. 설령 악조건을 이기고  키운다고 해도 손실을 벌충할 만한 요소가 없다. 소, 염소, 닭, 낙타, 양 등은 고기뿐만 아니라 가죽은 물론이고 동물성 단백질인 우유와 달걀을 생산하며 보온을 위한 털과 쟁기를 끄는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돼지는 고기 공급 이외에는 얻을 것이 없다.

 

돼지를 키워서 투자 대비 비싼 동물성 단백질을 얻느니 차라리 투자 비용이 저렴하며 동물성 단백질뿐만 아니라 다른 부산물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짐승을 키우는것이 낫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속내일까 ?  이슬람교 사람들은 돼지를 더럽고 혐오스러운 짐승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힌두교가 < 숭배'> 라는 방식으로 소고기를 금지시켰다면 이슬람교는 < 혐오 > 라는 방식으로 돼지고기 식용을 금지시켰다. 마빈 해리스는 이런 식으로 말고기, 개고기에 이어 결국에는 식인 문화'에까지 접근하게 된다. 하지만 마빈 해리스의 동물성 단백질 인류사'는 여러 측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그는 동물성 단백질'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절대 반지'처럼 설명하지만 대부분의 영양학자들인 단백질에 대한 가치와 필요성을 마빈 해리스가 지나치게 과장했다고 주장한다.

 

사실 단백질은 중요한 영양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굳이 동물성과 식물성을 나눌 필요는 없다. 채식주의자는 간단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만으로도 건강하게 산다. 설령 우유와 계란마저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라 하더라도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승려'를 보면 답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마빈 해리스의 주장이 모두 엉터리라고도 할 수 없다. 문화 인류의 역사'란 딱히 한 가지 조건으로만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요소들이 얽히고설켜서 지금의 문화 인류사'를 만든 것이다. 제레미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가 이동하는 경로에 따라 독자를 지식의 고고학으로 안내한다면,  마빈 해리스는 식신로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마빈 해리스는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레드 다이아몬드처럼 대중적인 문장력을 갖춘 뛰어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박찬욱 감독의 < 올드보이 > 가 생각났다. 사설 감옥에서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은 사나이 ! 어쩌면 그는 야채로만 속을 꽉 채운 야채 만두를 꾸역꾸역 먹다가 드디어 속이 터진 것은 아니었을까 ? 그가 원한 것은 유지태를 향한 복수였지만, 사실 그에게 당장 필요했던 것은 동물성 단백질'이었으리라. 일단... 먹고 나서 복수하자 !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서 거창한 결심보다 앞서는 것은 항상 식욕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그나저나 인간이 소처럼 짚, 왕겨, 풀 따위를 먹었다면 에너지 걱정은 덜었을 것이다. 인간이 싼 똥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여보 !  올겨울에는 부모님 댁에 똥을 놓아드려야 겠어요 ! " ( 아, 인간이란 자원을 낭비만 할 뿐이니, 소똥만도 못한 존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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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3-10-2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명쾌한 결론.
저도 맛이냐 의리냐 에서 의리를 택한 경우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3 14:40   좋아요 0 | URL
뭐 맛을 선택했다고 해서 야만인'이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배꼽만큼도 없습니다만...
전 개인적으로 개고기 문화가 나쁜 습속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개와 함께 사는 인간으로써 도리를 지킬 뿐입니다....ㅎㅎㅎ

슈아 2013-10-2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곰발님! 블로그에서 지난번에 대화하고는 이제서야 역주행하러 왔어요. 띄엄띄엄 등장하는 건 제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지 제게는 매일매일 안부인사를 드리는 것과 같답니다 :)
네이버 블로그도 물건이었지만(?) 알라딘 서재도 하나하나 정말 주옥같네요. 물흐르듯 맛깔스러운 한글을 오랜만에 접하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ㅠ_ㅠ 그나저나 이 책 읽었던 책이에요! 오래전에 타부와 금기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읽었던 책 같은데 저는 매번 의리를 입에 담지만 정작 저는 맛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위선주의자에 가깝답니다. 패스트 푸드의 나라에 오니 그런 위선이 한층 더 돋보이는 느낌이라 숙연해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3 14:44   좋아요 0 | URL
앗, 슈아님이군요 ! 타관 생활 견딜 만하십시깡? 저도 사실 의리 타령하지만 늘 혀의 욕망에 당합니다. 동물 윤리로 따지자면 닥, 소, 돼지도 먹으면 안 돼죠. 지금처럼 공장식 사육장에서 말입니다.
실천이 중요한데 이게... 이 동물성 단백지에 대한 유혹으 쉽게 버릴 수가 없네요.
두부를 많이 먹고 고기는 조금 먹으려고 해도.. 입맛이 초등 입맛이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언젠가는 꼭 약속을 지킬 겁니다.

슈아 님 보니 또 고양이 생각이 나네요. 애쉬 안부를 묻습니다.

나탈야 2013-10-2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벙개, 스케쥴 체크 좀 하겠습니다.

10/24 (목)
10/28 (월)
10/30 (수)

괜찮으신 날 좀 골라주세요.

제 블로그에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스맛폰이 댓글 떳다고 알려주거등녀.
 

 

 

 

 

 

 

 

팀명과 토템 !

 

 

 

 

 

사대주의 근성'이라고 욕 해도 좋다. 어쩔 수 없다. 2013년 미국 월드시리즈 플레이 오프' 를 보다가 2013년 한국 플레이 오프 4차전 < 엘지 대 두산 > 경기를 보고 있노라니 유치원 어린이 야구 대회'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 브라질 대 영국 > 경기를 보고 나서 < 홍콩 대 베트남 > 경기를 연이어 보게 될 때 느끼게 되는 질적 저하'와 비슷하다. 멋진 다이빙 캐치'는 바라지도 않는다. 땅볼'조차 줍지 못해 허둥대는 꼴이나 상대팀에 대한 배려'따위는 애당초 없는 양아치 근성'은 눈살을 찌뿌리게 만든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윤요섭이 2루에서 아웃 당했다고 해서 분풀이로 상대 선수 옷을 잡고 시비'를 걸 때는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의 입장으로써) 상대팀에게 미안했다. 학교에서 < 타격 > 은 배웠지만 < 인격'> 은 배우지 못한 탓이다. 윤요섭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타격이 아니라 인격이다.

 

선수만 탓할 일은 아니다. 김기태 감독이 보여준 용병술'은 차라리 안 하니만 못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다.  타자가 안타를 치고 주자가 되었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게 되는 번트 작전'을 보고 있으면 소심하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플레이 오프 4차전 < LG : 두산 > 경기'는 번트로 시작해서 번트로 망한 경기였다. 김기태 감독은 주자가 1루에 나가기만 하면 번트 작전을 지시했는데 상대팀에게 뻔히 읽히는 수'를 작전이라고 하니 민망할 뿐이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설령 번트 작전이 성공했다고 해도 반드시 점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번트 작전보다는 타자를 믿었어야 했다. 감독이 경기에 개입해서 작전을 남발하게 되면 그것은 학생 아마추어 야구이지 성인 프로 야구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선수단을 타박해서 무엇하랴 !

 

그래도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으니 큰 위안'을 삼는다. 내가 보스톤 레드삭스 팬이 된 이유는 아기자기한 빨간 양말 토템 때문이었다. 빨간 양말을 본 순간에 나는, 아... 사랑에 빠져버렸다 !  원래 정식 명칭'은 < 보스턴 레드 스타킹즈 > 였는데 이름이 길다 보니 팬들이 부르기 쉽게 " 레드삭스 " 라고 해서 만들어졌다. " 양말 " 이라는 낱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번 월드 시리즈는 < 양말(들)의 전쟁 > 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빨간 양말 팀과 싸울 카디널스(Cardinals)는 주홍색이라는 뜻인데 토템이 주홍색 참새(홍관조) 다. 1899년, 구단주'였던 프랭크 로빈슨이 주홍색 양말을 선수들에게 신게 하자 야구 스포츠 기자'가 주홍 양말'에 빗대서 붙인 이름이 지금의 카디널스'다. 그러니깐 이번 싸움은 < 빨간 양말 대 주홍 양말 대전 > 이다. 

 

그런가 하면 하얀 양말 팀도 있다. < 시카고 화이트 삭스 > 다. 선수들이 착용하는 흰 스타킹'에서 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 도 양말 색깔 때문에 팀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파란색과 오렌지색이 섞인 스트라이프 무늬 양말이 호랑이 무늬'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신시내티 레즈 > 도 보스톤 레드 스타킹즈'와 같다. 양말 색깔에서 유래가 되었다. 정식 명칭은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즈'였다.   보스톤이 스타킹에서 삭스'로 변경했다면, 신시내티'는 레즈 스타킹'에서 스타킹을 생략하고 단순하게 레즈'라고 불렀다. 지금의 신시네티 레즈'다. 만약에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면 이름 짓기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 레드 스타킹스 대혈투 " 로 불리웠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라는 팀도 양말 색깔과 관계가 깊다.

 

이 팀은 1883년 우스터 브라운 스타킹즈'가 그 모체이기 때문이다. 양말 색깔을 종합해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흰 양말은 시카고, 빨간 양말은 보스턴과 신시내티, 주홍 양말은 세인트루이스, 갈색 양말은 필라델피아, 끝으로 줄무늬 양말은 디트로이트'이다. 이처럼 메이저리그 팀명과 토템의 유례'를 보면 아기자기한 것이 많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는 지역 특성과 역사'에서 비롯된 토착형 이름이 많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 팀명과 토템은 연고지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 그저 먹이사슬 최상위 토템을 경쟁적으로 정했을 뿐이다. 대구에는 사자가 살고, 광주에는 호랑이가 살며, 서울에는 곰과 하늘을 나는 비룡이 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창원에는 공룡이 있다고 우기기도 한다.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 모두를 소개할 수는 없고 몇 가지 재미있는 팀명과 토템'만 소개하기로 하자. 메이저리그 팀명과 유례'를 알아두면 미국 도시 지리 생태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접힌 부분 펼치기 ▼

 

 

 

 

 

 

 

 

 

 

 

펼친 부분 접기 ▲

 

밀워키 브루어스 ( Brewers ) 는 그 뜻이 " 양조업자들 " 이란 뜻이다. 밀워키가 양조업으로 번성한 도시'란 사실을 알 수 있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Padres ) 는 신부님'이란 뜻이다. 찾아보니 미국에 스페인 성당이 처음으로 세워진 곳이 바로 샌디에이고'라고 한다. ■ 반면 시애틀 메리너스 ( Mariners ) 는 " 선원들 " 이라는 뜻이니 시애틀이 항구 도시'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 그리고 템파 베이( Tampa Bay  rays ) 라는 이름 자체가 템파 만'이라는 이름이니 물과 관련이 깊은 지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토템 또한 물고기인 가오리 ( ray ) 이다. 원래는 템파 베이 데블레이스'였는데 최종적으로 템파 베이 레이스'로 확정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오리와 다이아몬드 그라운드 모양새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모두 마름모꼴'이다.

 

마름모꼴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팀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 Diamondbacks ) 다. 애리조나주에 서식하는 방울뱀으로 등에 마름모꼴 무늬가 있는 독사 ( Diamondbacks rattlesnake ) 한다. 만약에 템파 베이 가오리 팀과 애리조나 방울뱀 팀이 월드 시리즈'에서 격돌하게 되면 사람들은 " 다이아몬드( 마름모꼴 )  대전 " 이라고 부를 것이다.  자, 가오리가 등장했으니 청새치'가 토템으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플로리다 말린스 ( Marlins ) 에서 marlins'는 청새치'라는 뜻이다. 창단 당시 구단주였던 웨인 후이젠가'가 낚시광'으로 유명했다고 하니 그가 청새치'를 팀명과 토템으로 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청새치'는 말 그대로 황홀한 입질의 대표적 물고기'가 아니었던가 ! 몸무게가 200kg이 넘어서 청새치를 잡으려다가 잘못하면 배가 뒤집어지기도 할 만큼 힘이 센 물고기'다.

 

헤밍웨이가 소설 < 노인과 바다 > 에서 묘사한 물고기도 청새치'다. 그는 말년에 이곳 플로리다 해안에서 청새치 낚시를 즐겼다. 낚시광'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기쁨을 선사하는 물고기가 바로 청새치'이다. 이처럼 입질이 황홀하다 보니 청새치 낚시 대회가 인기리에 열리기도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쿠바의 카스트로'도 청새치 낚시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독특한 사연을 가진 구단도 있다. LA 다저스 ( Dadger ) 는 " 기피자 " 라는 뜻이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서 무임승차하거나 남을 잘 속이는 부류를 뜻한다. 일설에 의하면 브루클린 시민들이 전차에 무임승차 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 그리고 시카고 컵스'는 애송이 혹은 아기 곰 ( cub ) 이라는 뜻이다.  창단 당시 신인들로만 구성이 되어서 사람들이 그것을 빗대어 부르다 보니 컵스'가 된 모양이다. 토템만 놓고 보았을 때는 두산 베어스( 사나운 곰 ) 와 시카고 컵스 ( 아기 곰 )가 붙으면 두산이 5회 콜드 게임으로 이길 기세이지만,  두산 전력으로는 시카고 컵스 산하 2군 선수와 격돌해도 이기기는 힘들다. 시카고 컵스'가 창단 이후 1908년 우승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기는 하나 그래도 명색이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과 역사가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이다.

 

힘 있는 짐승만을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팀명이요 토템이다. 경상북도와 사자'는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까 ? 호랑이도 구경 못하는 판국에 머나먼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나 볼 수 있는 사자가 웬 말인가 ! 그래도 사자'는 봐줄 만하다. 청룡이니 비룡(와이번즈) 따위는 아예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서로운 짐승이다. 차라리 해태 타이거즈 대신 < 해태 갓김치 > 이라거나 롯데 자이언츠 대신 < 롯데 자갈치 > 라고 했다면 귀에 쏙쏙 들어왔을 것이다. 엘지 깍쟁이, 한화 핫바지, 삼성 머스마'도 좋은 작명이다. < 컵스 > 와 < 다저스 > 라는 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부정적으로 쓰이는 이름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15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이 만들어 놓은 관용'이라 할 수 있다. 야구 경기만큼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스포츠도 드물다.

 

홈런을 친 선수는 홈런 세레머니를 자제하고 빠르게 다이아몬드 그라운드'를 돌아야 한다. 홈런을 친 선수에게는 기쁨이지만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투수에게는 슬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수 차이가 큰 경기에서는 그 아무리 도루왕이라고 해도 이기고 있는 팀에서는 도루를 하지 않는다. 지고 있는 팀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어제 경기처럼 윤요섭 선수가 2루에서 아웃당했다고 해서 분풀이로 상대 선수 옷자락을 잡으며 싸울 기세로 시비를 거는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는 짓이다. 하여튼 다음 시즌에는 엘지 트윈스와 에스케이 와이번즈'가 한국 시리즈'에서 격돌했으면 싶다. 둘 다 용'이 토템이니 < 용용죽겠지 대혈투 > 가 아니겠는가 ! ( 엘지의 전신이 바로 엠비씨 청룡'이고 에스케이 와이번즈에서 와이번즈( wyvern ) 가 비룡일 뜻하니 두 팀도 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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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3-10-2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메이저리그 팀이름들의 유례가 이렇게나 흥미로웠다니요... 재밌는 사실 잘 알고 갑니다.
말씀하신대로 국내 리그 팀명 싹 갈아치워야 합니다.

LG 쌍둥이들 -> 서울 촌놈스
두산 곰돌이들 -> 눈감으면 코베일스
넥센 영웅들 -> 서울 뺀질이스
삼성 사자들 -> 대구 고담스
롯데 거인들 -> 롯데 과매기스
NC 공룡들 -> 창원 전어회스
해태 호랭이들 -> 해태 홍어스
SK 비룡들 -> SK 차이나타운스
한화 독수리들 -> 한화 꼴찌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1 19:40   좋아요 0 | URL
팀명만 제대로 알아도 미국 어느 정도 지리학에 정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플로리다 말린스 같은 경우 청새치가 토템이니 항구 도시라거나...
양키즈가 뜻이 북부 사람이라는 것이니 뉴욕이 남부에 위치한 도시가 아니라 북부에 위치한 도시라는 것...
그리고 애리조나와 방울뱀이 연결되니 사막과 연결이 되고, 그러니 남부 도시라는 것을 대충 알 수 있잖아요.
요거 외울 필요 있습니다.


해태 홍어 좋군요 ! 한화는 솜바지가 제격임...
에스케이 월미도는 어떤가요 ! 좀 이런 지역 특색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급조한 감이 있어요...
그냥 무조건 힘있는 짐승만 갖다 쓰고 말이죠..

rtour 2013-10-2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살아 있구랴. 술 많이 자셨습니까? 그참, 페루에 님도..걍 네이버 블로그도 사용하시죠?
귀차나..귀차니즘의 대가인 내가 여기까지 출몰하게 하다니, 그 파워도 대단하지만, 그만
귀찮고 싶다!!!! 이왕 올리는 거, 여기저기..얼마나 좋아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2 16:14   좋아요 0 | URL
음.... 제가 혹시 또 난동을 부렸나요 ? -_-
기억이 안 나서.... 음, 찾아봐야겠군요.

그래서 남아일언중천금인데 바로 돌아가면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기회봐서컴백하도록 하겠습니다.

귀찮으셔도 당분간 자주 오시기 바라요...

2013-10-22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2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2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3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탈야 2013-10-2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까짓 비아냥 머 어떻습니까. 껄껄껄...
물론 저도 비아냥 거릴테지만... 어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네이버가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박진감 넘치자나요?
페루애님에겐 박진감이 어울립니다.

어서 돌아오세요. 껄껄껄.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3 14:45   좋아요 0 | URL
나타야 님의 공격이 제일 두려워요. 또 지랄을 할 것이기 때무네...
한 지랄 하시잔하요... ㅎㅎㅎㅎㅎㅎㅎ
하긴 여긴 박진감이 없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새벽 2013-10-2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3주 정도 있으면 페루애 게임이 끝날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컴백 않으시면 보쌈해다가 눌러 앉히겠음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3 14:46   좋아요 0 | URL
아니 왜 페루애 게임을 끝내십니까. 하긴 이젠 포스터 공급력도 많이 딸리실 겁니다...ㅎㅎㅎㅎㅎㅎ
누가 보쌈 해서 삼시 세 끼 먹여주고 쟤워주고 했으면 좋겠네요..ㅎㅎ

새벽 2013-10-23 17:5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사실 포스터는 많고 많은데.. 매일같이 포스팅 하고 체크하고 하는 게 점점 힘드네요.
그냥 포토로그에 미니멀/대체 포스터 콜렉션 포스팅 몇 번 쫘악 하고 다시 옛날처럼 사나흘에 한 번 씩 리뷰나 하고 낙서나 하고.. 그러렵니다. :)

슈아 2013-10-2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밀워키에 있을 때 나들이의 80%가 맥주 또는 야구와 관련되어 있었던어요.
밀워키 맥주 맛은 정말 최고입니다. 지금은 많이 쇠락한 사업이지만 몇 개의 맥주 Brewery가 남아 있는데 찾아가면 그 날의 신선한 맥주를 바로 맛볼 수 있지요. 세인트루이스와 플레이오프 경기땐 미시간 호숫가의 US뱅크 빌딩이 GO BREWERS라고 창문의 불빛을 새기고 있었고요. 대도시도 시골도 아닌 저물어가는 도시의 몇 안되는 행사 하나하나가 처절한 축제 같아서 마음껏 즐겼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3 14:48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렇군요. 밀워키 맥주 야조장이라.... 아시겠지만
한국 맥주 오즘 맛 나잖아요. 개놈의 새끼들.... ㅎㅎㅎ
그나마 밀러 생맥주 맛이 좋아서 밀러 생맥주 자주 찾고는 했어요.
맥주는 정말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500생맥주 마시느니 차라리 소주 마시는 게 백 번 낫죠....
을지로에도 오비맥주 직통으로 공수해서 해주는 곳이 있는데 그곳 맥주도 무척 맛있어요.
이놈들이 맛을 못내는 건 아니에요.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는데
워낙 주류가 독과점이다보니 굳이 비용을 더 들여서 맛을 낼 생각을 안하는 거죠..
경쟁자들이 엄잖아요.. ㅎㅎ
 
의자의 재발견 - 삶의 풍경을 만드는 의자 디자인 이야기
김상규 지음 / 세미콜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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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자빠뜨려 !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경우에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16조

 

 

 

시골 노총각을 결혼시키기 위한 글로벌 웨딩 프로젝트 영화인 < 나의 결혼 원정기 > 에서 노총각들은 맞선을 보기 위해서 머나먼 우즈벡'까지 원정을 떠난다. < 반지 > 원정대가 아니라 < 반려 > 원정대'다. 이들의 목적은 여자'를 다 자빠뜨리는 것이다. 아,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우즈벡 말로 " 내일 또 만나요 ! " 가 바로 " 다자빠뜨러 ! " 라고 발음이 되기 때문이다. 결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 해서든, 다음에 또 만나야 기회가 올 것이 아닌가 말이다. 자빠뜨리기 위해서는 " 다자빠뜨러 " 해야 하고, " 다자빠뜨러 " 해서 결국 짝이 될 상대를 침대에서 자빠뜨려야 한다.  수컷이란, 그런.... 존재다 ! 맞선 본 여성과 " 다자빠뜨러 " 하지 않는다면, < 반려 > 는커녕 < 승려 > 가 될 판'이다. 영화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다행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 영화 < 방가? 방가 ! > 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의자 공장 공장장인 최 반장'이 의자 공장 작업장 직원에게 의자의 품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디자인 ? 편리함?! 견고함 ?!!!  정답은 " 자빠지지 않으려는 불굴의 투지 " 이다. 전봇대는 넘어져도 의자는 넘어지면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의자가 갖추어야 할 품격'이다. 그러므로  " 다 자빠뜨려 ! " 의 반대말은 " 의자 " 다. 7인조 여성 떼거지 율동단'이었던 티이라가 < 의지 > 때문에 팀이 자빠진 경우라면 가구 디자이너'는 자빠지지 않는 < 의자 >를 만드는데 의지'를 불태운다.  공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다리 세 개'인 의자'보다는 다리 네 개인 의자가 안전하고, 다리 네 개보다는 다리가 다섯 개인 의자가 보다 안정적이다. 그렇다고 다리 개수'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보통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가 대중적으로 널리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단순하게 의자의 균형 감각만을 놓고 봤을 때는 다리가 네 개인 의자보다는 다리가 세 개'인 의자가 균형 감각이 탁월하다. 왜냐하면 다리가 네 개인 의자가 다리 길이가 하나라도 길거나 짧으면 균형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의자 다리가 세 개'인 의자는 다리 길이가 모두 제각각이어도 균형을 잡을 수가 있다. 그리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에서도 다리가 세 개'인 의자가 안정적이다. 이처럼 제각각 다른 다리 세 개로 이루어진 의자'는 < 다르다 > 와 < 틀리다 > 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각기 다른 다리 세 개'가 서로 어우러져 균형을 이루는 현상은 평등과 다양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를 정확히 보여주는 예'이다. 반면 의자 다리가 네 개인 형태는 다리 네 개의 길이가 똑같을 때에만 안정적이다. 하나라도 길거나 짧으면 다 자빠진다.

 

내가 보기에는 자비로운 신은 다리가 세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고, 성정이 곱지 못한 인간은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다. 전자는 다르다와 다양성'에 방점을 찍고, 후자는 틀리다와 획일성에 방점을 찍는다. 그들은 < 틀리다 > 는 이유로 동일한 길이를 요구하며 다리 길이를 자르거나 덧댄다. 그래야지만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승질머리'는 동일한 기준에서 미달되는 것을 싸잡아서 차별한다. 평균에서 어긋나는 놈은 키 작은 루저가 되거나 혐오스러운 동성애자 그리고 된장녀와 김여사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의자의 생태학은 인간에게 매우 깊은 인문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우리는 흔히 의자 하면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를 생각하지면 주위를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다리를 가진 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은 다리가 네 개인 의자가 널리 사용되지만 태초에 의자는 다리가 없는 그루터기'였다.

판톤 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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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루터기 모형은 건축가 베르너 펜톤에 의해 다리가 없는 팬톤 의자'로 디자인되었는데 " 좌석 부분과 등판, 다리의 구분이 없이 한 몸으로 된 의자 ( 의자의 재발견, 51 ) " 였다. 그런가 하면 다리가 하나인 의자도 있다. 그 유명한 튤립 의자'이다. 에로 사리넨이 디자인 했는데 와인 잔을 닮아서 미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 다리가 두 개인 의자도 있다. 마르셀 브로이어가 만든 B32'는 다리가 두 개로 카페에서 흔히 보게 되는 토넷 의자만큼이나 대중적인 의자'이다. 이런 식으로 다리가 셋, 넷, 다섯'인 의자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의자는 다리가 아예 없다고 해서 앉은뱅이'라는 놀리지 않고, 하나'라고 해서 절뚝이라고 조롱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리 개수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다.

튤립 의자 + B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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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의자는 많은 것을 전달한다. 인간은 의자를 만들었지만 의자는 인간에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의자를 보면 인간의 삐딱한 성정'이 보인다. 그래서 재미있다. 우리는 흔히 < 의자 > 와 < 자리 > 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데 자리(지위)가 높을수록 의자'는 화려하다. 포장마차에서 흔히 보는 스툴60 스타일 의자는 주로 서민이 앉는 의자'이다. 등받이도 없고 팔걸이도 없다. 반면 지위가 높은 양반은 등판과 팔걸이'를 갖춘 고급 회전 의자'에 앉는다. 360 도 회전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돌아가는 판옵티콘이라 할 만하다. 루이비통이 여성의 계급을 말해주는 징표라면 팔걸이가 달린 회전 의자'는 남성의 명함을 나타낸다. 자리가 낮은 계급에게는 팔걸이'가 부착된 의자를 제공하지 않는 법이다. 멀리 볼 것 없다. 초중고 학교 교실 의자'를 보면 답이 나온다. 학생에게는 팔걸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5월이 되면 아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뻥이다.

등판과 팔걸이가 없는 스툴60 + 팔걸이가 없는 톨렛 의자 + 회전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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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팔걸이에 팔을 걸치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거들먹거리는 꼴을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보다 안락한 의자'를 내줄 생각이 전혀 없다. 이처럼 팔걸이'가 있는 의자는 권력지향적 이미지'가 강하다. 고흐는 해바라기 정물 이외'에도 다양한 정물을 그렸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의자'다. 고흐는 < 고흐의 의자 / 1888 > 와 < 고갱의 의자 / 1888 > 이라는 그림을 남겼는데 수평적 인간 관계를 중요시했던 고흐의 의자'는 등판만 있는 수수한 의자였던 반면에 수직적이며 권위적이었던 고갱의 의자는 팔걸이가 달린 의자였다. 이처럼 의자는 은연 중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드러낸다.

바르셀로나 의자 + 라운지 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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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아메리칸 사이코 > 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바르셀로나 의자( 1926 ) 를 소품으로 사용한다. X 모양의 크롬 도금된 틀 위에 가죽 시트와 등받이가 놓인 바로셀로나 의자'는 섬뜩한 살인자의 차가운 취향과 잘 어울린다. 그런가 하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명품 의자 논란이 일었던 < 라운지 체어 / 1956 > 는 의자왕 임스 부부가 친구인 빌리 와일더 감독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든 의자'였다. 임스 부부가 살아 있어서 동방예의지국에서 자신이 만든 의자'를 두고 피 터지게 싸우는 꼴을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 의자'는,  아는 만큼 보인다.

고흐의 의자 + 고갱의 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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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의자  + 고갱의 의자  ▼

 

 

고흐의 의자 / 1888

 

 

 

 

 

고갱의 의자 / 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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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10-1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툴,소파,의자 한결같이 책상다리를 하기때문에 너무 인체공학적인 의자는 저와 궁합이 맞지 않습니다.
그루터기가 딱 제 취향입니다.
나의 계급은 몸이 먼저 말을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9 22:28   좋아요 0 | URL
이 글은 나름 심혈을 기울였으니 별 반응이 없네요... ㅎㅎㅎㅎ. ( 이미지 첨부 하고 이런 거 귀찮아서 거의 안 하는데 이번엔 사진 자료 찾아서 첨부했습니다. )

전 카페 주인이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나 안 썼나를 볼 때 의자'를 봅니다.
카페에 잘 어울리는 찻잔에 신경을 많이 쓰는 주인은 보았지만
의자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은 별로 없더군요. 의자 아는 만큼 보입니다.
굉장히 재미있어요.....

애정샌 2014-09-0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제서 이 글을 읽었습니다.., 일 년후 추석 전날에 읽다니 감회가 새롭고 또 생각해주신 정성 때문에 늦게 읽어 죄송합니다.오래전 만나서 애기를 나누었을때 의자에 관해 눈을 빛내시던 페루애님이 기억납니다. ㅎ
무튼,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드네요. 제 엉덩이 사이즈에 꼭 맞는 의자만 찾다보면 제 엉덩이 크기는 금방 불어버릴 것 같아요. 몸이란 편하고 안락할수록 제 형태를 잃지 않나 하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10:23   좋아요 0 | URL
아, 누군지 알겠다. 니트 님이셨군요. 잘지내셨습니까 ? 보고 싶은 얼굴이군요.
이 책 읽어보셨나요. 다음에 만나면 이 책 읽어보라, 드리겠습니다.
사실... 그닥 내용이 알찬 책은 아닙니다만.. ㅎㅎ
잘 지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