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에서 온,

 

 

폭염의 도시 대구 출신인 송혜교'는 한류를 대표하는 연애인'이다. 신부님도 아니면서 건방지게 너의 죄를 사한다며 성호를 그었을 때에도 수컷인 우리는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할 수 없었다. 비록 그녀는 " 신부님 " 은 아니었으나 우리 모두는 그녀가 내 " 신부 " 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듯, 누군가는 님이라는 글자 하나를 삭제해서 가짜 신부님이셨던 송혜교를 진짜 신부'로 맞이할 것이 아닌가. < 님 > 하나에 울고 웃는다. 그녀는 < 가을날의 동화 > 로 배용준과 함께 한류를 대표하는 스타'로 우뚝 솟았다.

 

요즘은 개나 소나 떴다 하면 다 한류'라고 말해서 한류의 가치'가 땅바닥에 떨어졌지만 그래도 몇몇은 굳건히 한류를 대표한다. 송혜교, 배용준, 싸이, 비 그리고 " 대구 " 도 있다. 대구 ???!!! 혹자는 대구'가 배우 진구의 형'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대구는 진구 형 대구 씨도 아니고, 박근혜의 영원한 빨대 대구도 아니다. 바로 생선 대구'다.

 

 

대구는 한류를 대표하는, 추운 나라에서 온 물고기다. 대구의 ABC 알파벳 이름을 보아도 대구가 한류성 어류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대구를 뜻하는 cod'는 cold'에서 알파벳 L'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뻥이다 !!! 으하하하하하하하여튼 대구는 아이슬랜드/iceland'처럼 추운 나라'에서 노는 한류성 어류이기 때문에 난류성 도시인 대구의 화끈한 밤 문화'에서는 놀 수가 없다.

 

 

내가 < 대구 > 라는 물고기'를 처음 본 것은 대구가 아닌 거제'에서 였다. 거제 사람들이 대구를 으뜸 물고기'라고 여긴다는 것도 그곳에서 처음 알았다. 내가 귀한 손님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거제도 형'은 나를 거제에서 대구 요리'를 가장 잘하는 요리집으로 안내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싶었다만 비린내나는 생선 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해서 시큰둥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온 음식'이 대구 맑은 탕'이었다. 멀건 것이 맹탕 같다. 숟가락으로 휘익 저으니 대구 몸통 하나가 전부였다. 음식에 들어간 식재료가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 고추가루, 마늘, 양파 등 양념 범벅인 아귀찜과 비교하니...... 닝기미, 손님 대접이 이따위인가 ? 뿔다귀가 났다. 거제도 형이 말했다. " 아야, 묵어봐라 ! " 마지못해 숟가락을 들었다. 

 

 

 

" ..... 읭?! "

 

 

 

 

아, 이 깔끔한 맛이란 !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담백하며 칼칼한 맛이란 !! 그때 알았다. 정말 좋은 식재료'에는 많은 양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영광 굴비와 한우 꽃등심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것은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주재료'에 대한 강한 자신감 말이다. 비린내가 많이 날수록 그 생선'은 값이 싸다. 그리고 그 재료'로 만든 요리에는 향신료가 강하게 나는 부재료'를 많이 넣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지 비린내'를 잡을 수 있다. 이 경험 이후로 나는 대구 팬'이 되어 버렸다. 물론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지는 않는다. 매우 독특한 팬질'이다.

 

 

이토록 훌륭한 물고기'를 왜 옛어른들은 < ~ 魚 > 를 붙이지 않고 < 대구 > 라고 했을까 ? 대구'는 한자로 大口'다. 풀이를 하자면 입 큰 물고기'다. 맞는 말이다. 대구는 입이 무척 크다. 그리고 머리도 크다. 등신으로 구별하자면 3등신 정도 될까 ? 입 크고, 머리 크고, 3등신이다 보니 대구를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신 모양이다. 대구를 못난 생선 취급한 나라는 우리만이 아니었다.

 

 

서양 사람들은 대구가 못났다고 해서 먹지 않았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대구를 먹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도 나처럼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다가, 머릿속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가, 에이 시부랄... 이게 무슨 대접이냐고 속으로 생각하다가, 숟가락으로 건성건성 휘졌다가 한 입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외쳤을 것이다. 마, 디, 꾸, 나. 

 

 

 

 

대구는 그 이후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맛있는 생선이 되었다. 이 생선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결국에는 대구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72년부터 76년까지 영국과 아이슬란드'가 대구들이 모여 있는 곳을 놓고 대구 전쟁/cod war 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정도면 서구 사회에서 대구의 맛'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웃인 일본의 경우는 대구를 "타라"(魚+雪, たら)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기 "어"변에, 눈 "설"자'다. 대구 살이 흰 살'인 점, 그리고 한류성 물고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절한 작명이 아닌가 싶다. 그것에 비하면 달랑 입 크다고 대충 대구'라고 지은 조상의 건들거리는 건성'에 또 한번 실망하게 된다. 이 귀한 생선을 말이다. 이 대구 때문에 전쟁'까지 했던 것을 보면 ( 전쟁이라기보다는 분쟁이다. 굳이 cod war'라고 부르는 이유는 냉전을 의미하는 cold war' 와 모양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 대구'야말로 진정한 한류 스타'다. 내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다면 이성관계에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대구 같은 사람'이 되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 숭어처럼 멀쩡하게 생긴 건 맛이 없는 것이다. 횟감 중에 가장 맛 없는 게 숭어여, 숭어 ! 옛날 양반들이 예쁘장하게 생기고, 뭐냐... 그려 에스 라인 비스무리한 날렵한 몸매로 꼬리 살살 치니 혹해서 숭어'라고 지었지만 속은 무른 년이여. 이것아 ! 알긋냐 ? 뭐시라 붕어 ?! 붕어는 어떠냐고 ? 입만 붕얼붕얼거리는 것도 마찬가지여. 비린내가 을메나 지독하면 독한 양념 범벅이것냐. 지는 향수 뿌린다고 하드만 그게 어디 향수여 ? 간장이 향수여 ? 마늘이 향수여 ?!  그려 안 그려 ? 

 

 

응,,, 응, 뭐시냐. 붕어 고년 아담한게, 착한 것처럼 눈 동그랗게 뜨고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니만... 알랑가 몰라 ? 가시가 아주 지독혀 ! 둘 다 생긴 것만 멀쩡한 것이여. 대구 같은 아가씨를 만나, 알긋냐, 모르긋냐 ? 대갈빡 좀 크면 으뜨냐 ? 3등신이면 어떠냐. 잘 판단혀 ! 비린내나는 것들이 지 몸에서 독허게 썩는 냄새를 숨기기 위해설라문에 온갖 양념으로 향수를 뿌리는겨. 그런 것들이 호호 거리며 말끝마다 교양 운운하는겨.  남자도 마찬가지 아닌감. 정말 알찬 놈은 입이 무거운 법이여. 밥 좀 많이 묵으면 으뜨냐 ? 알긋냐 ? "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국은 대구맑은탕 같은 사람'이다. 겉치장이 요란하거나, 제법 비싼 종이로 명함을 만들거나, 뛰어난 언변'은 모두 비린내나는 몸내를 숨기기 위한 짙은 양념'에 불과하다. 다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독이 중요하며, 명함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니란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나는 문재인을 지지했다. 그는 대구'처럼 소박했다. 별다른 양념 없이 끓는 물에 굵은 소금 한줌이면 진국이 되는, 맑은 후보였다. 그런 그가 대구를 대표하는 인물과 싸웠으나 정권 창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 실패'는 감동적이었다. < 밀리언달러베이비 > 에서 늙은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 시합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

 

대구는 추운 나라에서 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붕어 : 실패한 모든 사랑은 목에 걸린 가시다. 

 

 

 

 

집이 쫄딱 망했다. 정확한 기억을 복기할 수는 없지만 그 많던 짐들은 단칸방으로 이사를 하면서 매우 단촐한 살림으로 변해 있었다. 좋게 말하면 이사'이고, 나쁘게 말하면 도주'였다. 우리 가족은 그 겨울밤에 신나게 달린 것이다. 야호 ! 야밤도주인 것도 모르고 말이다. 단칸방으로 이사하기 전까지는 강남 은마 아파트에 살면서 출퇴근 가정부까지 둔 넉넉한 생활이었는데 하루 아침에 단칸방으로 쫒겨난 식구들은 칼잠을 자야 했다.

 

아, 갈치처럼 모로 누워 잠을 자야 하다니. 이제와서 부끄러울 게 뭐가 있나. 어머니는... 음, 그러니깐, 그게, 음, 험험, 에에... 복부인이셨다. 당시에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렸는데 어머니는 아파트를 사고 팔고 하면서 꽤 많은 돈을 버셨던 것 같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날리는 법, 욕심이 화를 불렀다. 그때 빚쟁이들 돈은 제대로 갚으셨나 모르겠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 사실을 묻지 않았다.

 

 

이사를 간 곳은 변두리 촌구석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에는 유독 고목이 많았는데 여름만 되면 송충이들이 비처럼 떨어지고는 해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이웃집 아저씨'는 병색이 깊어 보였다. 늘 기침을 달고 사셨다. 아저씨는 평상시엔 어두운 방 안에서만 지냈는데 기운'을 조금 차리면 늘 낚시 도구를 챙겨서 근처에 있는 저수지를 향하고는 했다. 아저씨의 유일한 스포츠이고 외출이었다. 솜씨가 꽤 좋으셨던 모양이다. 어망에는 늘 붕어들이 가득했다. 아저씨는 씨알이 좋은 붕어는 어머니'에게 주었고 나머지 붕어로는 붕어즙'을 만들어 약처럼 복용하셨다. ( 낚시를 하지 않는 날에는 산에 가서 뱀을 잡으시고는 했다. )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좋은 이웃이었다. 당시 쌀도 궁하던 살림이어서 붕어'는 매우 훌륭한 반찬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마, 서로 먹겠다고 다투며 허겁지겁 먹은 모양이다. 붕어 가시'가 내 목에 걸린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목에 가시가 걸렸는데 그것을 미련하게 방치하다가 119에 실려갔던 모양이다. 죽다 살아났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그냥 꽤 아팠나 보다. 호되게 당하고부터 나는 붕어나 붕어 요리'만 보면 헛구역질이 났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때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서 강력하게 반응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웃 아저씨는 그리 오래 살지 못하셨다. 어느 날이었다. 나는 깊은 밤,  통곡 소리에 깨어났다. 그땐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저씨의 죽음을 알아차렸다.

 

 지금도 아저씨를 생각하면 집 밖에 걸려 있던 어망이 생각난다. 내 목구멍을 넘기지 못한 가시처럼 그해를 넘기지 못한 아저씨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붕어 비린내가 떠올랐다. 내가 목격한 첫 번째 죽음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 나는 붕어에 대한 묘한 포비아'를 가지고 있었다. 공포라기보다는 헛구역질이 났다. 정확히 말하면 공포는 아닌 것 같다. 붕어'는 조금 더 확산되어서 나중에 금붕어'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게 되었다. 아, 이 빌어먹을 붕어 새끼들 !

 

내가 붕어'에 대하여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때문이었다. 첫사랑 여자가 있었다. 그녀가 일본에서 보내온 선물이 일본어로 된 구스타프 클림트 화집'이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였다. 내 취향은 클림트보다는 에곤 쉴레'였으나 클림트'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그림을 보고, 보고, 보고, 보았다. 그런데 그림 중 하나'가 계속 내 심기'를 건드렸다. 벌거벗은 세 여자'가 있는 그림인데 세 여자 사이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다. 볼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그림 속 생선'이 내 속을 뒤집어놓은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그림의 제목이 바로 < 금붕어 > 였다. 일본어에 까막눈이다보니 일본어로 된 책을 보아도 알 턱이 없었다. 내 속이 울렁거렸던 이유다. 이러한 특이 증상은 세월이 흐르면서 나아졌다. 이제는 붕어'를 보면 속이 울렁거리지는 않는다.

 

 

 

 

첫사랑은 무뚝뚝한 여자였다. 나는 토말에서 자주 앓았다. 그럴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손톱이 자라듯 손금'이 자랐다. 부끄러웠다. 그후 황량한 이리 하나가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와서 페루'로 향했다. 리마에서도 나는 시름시름 앓았다. 그곳에서 마추픽추 사진이 담긴 여행엽서'와 몇 장의 편지'를 도쿄에 있는 그녀에게 보냈다. 가을이 오면 하드커버 책 페이지 사이사이에 꽃잎을 넣어 말리듯, 나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마른 칼을 접어 보냈다. 어쩌면 그 칼은 도착하기도 전에 바스락 바스락 부서져 티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도 가끔 편지를 보냈으나 편지는 오지 않았다. 수취인불명'이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 모양이었다. 술에 취하던 어느 밤, 나는 편지를 담은 상자를 들고 언덕에 올랐다.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서 분지르자 고사목 가지들이 경쾌하게 부러졌다. 담배를 한 모금 피웠다.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그냥 언덕길'을 내려왔다. 아직도 나는 그 편지들을 간직한다.  

 

두 번째 사랑은 오래 사귀었으나, 결국은 헤어졌다. 세월이 약이려니 생각했다. 몇 년이 지났으니 이젠 잊혀질 만도 하다. 그러나 잊고 있다가도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기억은 유년 시절의 통증을 잊었지만 몸은 종종 그 통증'을 기억해내고는 했다. 목구멍 깊숙이, 옹이처럼 박힌 그 생선 가시'를 기억해낸다. 환각통'이다. 그렇게 떠오를 때가 있다. 실패한 모든 사랑은 목에 걸린 가시다. 

 

기형도 시인은 나무는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를 가득 피웠다고 썼다. 아, 나는 기형도처럼 멋진 문장을 쓸 수는 없어서 김밥은 황폐한 재료를 숨기기 위해 돌돌 말린 김밥 위에 깨를 잔뜩 뿌렸다고 썼다. 김밥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김밥 속 재료가 부실하면 할수록 깨가 잔뜩 묻어 있다.

 

고급 재료가 듬뿍 들어간 김밥보다는 당근, 단무지, 시금치가 전부인 꼬마김밥에 깨를 아낌없이 뿌린다. 그것은 마치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이파리를 피우는 나무의 방식과 같다. 이처럼 저렴한 음식에는 깨 인심이 후하다. 어쩌면 기형도 시인은 시장 한 모퉁이 좌판에 쪼그리고 앉아 꼬마김밥을 먹다가 시상이 떠오른 것은 아니었을까 ? 김밥은 황폐한 재료를 숨기기 위해서.... 라고 하기엔 창피하니깐 나무의 은유를 끌어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고소한 참기름이 발린 김밥에 잔뜩 묻은 깨를 볼 때마다 내 生을 스치고 지나간 사랑했던 가난한 사람들이 생각난다. 엄마의 싸구려 인조 모피가 생각난다. 결혼식과 장례식 때에만 입는 장롱 속 아빠의 검은 양복도 생각난다. 가난한 몸이 부끄러워서 아낌없이 쏟아내는 황홀한 사치가 생각난다. 철없던 시절, 잔뜩 뿌려진 깨를 부끄러워한 적이 있었다. 실패한 모든 사랑은 목에 걸린 가시다.

 

 

 

 

 

+

아시다시피... 나는 삼천포의 명수다. 쓸데없는 소리'가 팔 할이다. 붕어 가시에 목이 걸린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사랑이야기로 빠지는가 하면 죽방멸치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김난도'가 튀어나오는 형식'이다. 처음부터 내가 삼천포로 빠진 것은 아니었다. 한때 내가 입에 달고 다닌 소리는 " 요점만 말해 ! " 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것은 비과학적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삼천포를 경멸했어 !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부터 절실히 깨달은 것 가운데 하나는 직장 생활은 모두 요점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란 점이었다. 이것 하세요, 저것 하세요 ! 그때부터 삼천포가 그립기 시작했다. " 화가는 바람을 그리기 위해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그린다. " 윤희상 시인의 말이다. 마찬가지다. 나는 실패한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목에 걸린 가시에 대해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삼천포, 그리 나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사어 鯊魚 ]

 

 

 

 

대체로 물고기는 난생이며 암수의 교배에 의해서 새끼를 낳지 않는다. 수놈이 먼저 정액을 뿌리면 암놈은 여기에 알을 낳고, 이렇게 수정된 알이 부화하면 새끼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상어만은 태생이며, 특별히 새끼를 배는 시기가 없다는 것도 물속에 사는 생물로서는 유별난 점이다. 상어의 수놈에게는 밖으로 드러난 두 개의 생식기가 있고, 암놈의 뱃속에는 두 개의 태보가 있다. 또 각각의 태보 속에는 4~5개의 태가 들어 있다. 이 태가 성숙해지면 새끼가 태어난다.

- 자산어보, 정약전

 

 

여기서 사어'는 상어'를 말한다. < 현산어보를 찾아서 2 > 는 " 상어박물지 " 라는 꼭지를 따로 두어 80페이지 넘게 상어에 대해서만 다룬다. ( 바다 생물에 대한 고른 배분'보다는 편애'다. 정약전의 편애가 아니라 저자인 이태원의 개인적 관심사인 듯하다. 하긴, 사내들이란 상어와 공룡에 대한 판타지를 영원히 간직한 어른이 아니었던가. ) 상어는 피부 비늘이 매우 거칠고 날카롭다. 손에 베일 정도이다. 옛날에는 나무를 다듬는 사포 대용으로 상어 껍질을 사용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칼을 벼리는 데에도 사용했다고 하니 성격만 거친 것이 아니라 피부 또한 매우 거친 녀석이라 할 수 있다.  짐승의 가죽이 쇠를 죽이는 것이다. 상어는 3억 5천 년 전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이는 진화가 덜 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완벽한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 상어 사. 모래 沙 에 고기 魚가 합친 한자'다. 한자 조합만으로도 상어 껍질이 모래처럼 거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어는, 그러니깐...... 애정 결핍'이다.

 

 

 

프로이트 이론에 의하면 < 흡혈귀 > 는 구순기‘에 고착된 존재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구순기’는 아기들이 젖을 빠는 시기‘를 말하는데 막장의 대가답게 프로이트‘는 이 아이가 엄마 젖을 빠는 행위’를 1차 쾌락 욕망이라고 정의했다. 그 다음 단계‘가 항문기다. 아이가 커서 < 오럴의 쾌락 >을 상실하자 아이’는 똥‘을 쌀 때 쾌락을 경험한다.

 

똥을 쌀 때마다 아이’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괄약근을 밀치며 쏟아져 나오는 가래떡 때문에 묘한 쾌락에 젖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2차 쾌락인 항문기’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남근기인 < 성기 중심의 쾌락 > 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쾌락’은 구순 - 항문 - 남근기‘를 거쳐 완성된다. 뭐, 여기까지 말하면 마치 이 과정이 유아 - 소년 - 어른의 과정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남근기는 이미 초등학생이면 마스터하는 커리큘럼이다. 하여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사히 단계별 쾌락 과정’을 완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 잘했어요!

 

 

 

그런데 모두가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이 어느 시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니깐 4호선은 오이도’에서 당고개’까지 가야 무사히 안전 운행을 마치는 것인데, 그만 서울역‘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이것을 정신분석 용어‘로 고착이라고 한다. 곰곰생각하는발 식 말대꾸로 설명하자면 도착의 반대말이 고착이다.

 

고착’이라는 개념을 고장 난 기차’에 빗대어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환자는 자신의 머릿속 기차가 고장 나서 멈춰버렸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육체적 성장은 트래픽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니깐 말이다. 다만 기차가 멈춤으로써 멘탈 속 교통’은 일대 혼란을 가져온다. 몸은 정상적으로 성장을 마쳤지만 정신은 고장 난 그 시점 그대로 머문다. 그 고장 난 시점‘이 구순기’라면 그가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그는 성적 쾌락을 입‘으로 강하게 느끼게 되어 식욕과 성욕이 섞이게 된다.

 

영화 < 고스터바스터즈 > 에 나오는 먹보 귀신’은 모두 구순기 괴물‘이다. 이 괴물들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데 이 식욕은 왕성한 성욕의 은유’이다. 그놈들은 “ 먹는 ” 것이면서 동시에 “ 씹 ”는 것이다. 입은 곧 성기'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구순기 고착'의 대표적 인물이 바로 흡혈귀'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에리카 종’이 멋들어지게 표현한 말을 빌리면 그들은 " 바지 지퍼‘를 내리지 않고 성교를 하는 종 " 이라 말할 수 있다. 흡혈귀는 사람들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지만, 따지고 보면 구순기 어린 놈‘이다. 흡혈귀는 입으로 섹스’를 한다. 대부분의 영화 속 괴물(들)’은 이 범주 안에 있다.

 

 

 

상어'도 구순기 성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짐승이다. 영화 < 죠스 > 에서 백상아리'는 닥치는 대로 문다. 내가 보기엔 상어‘는 굶주렸다기보다는 애정 결핍’에 의한 과잉 행동 장애인 것 같다. 그것은 배가 불러도 엄마 젖가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갓난이의 심리이다. 상어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달콤한 엄마의 젖가슴’이다.  애착을 넘어서는 집착이라 할 만하다. 혹시 영화 속 백상아리'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아픈 과거라도 있는 것일까 ? 최근에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고종석'은 퇴행성 구순기 고착 환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백상아리'이다. 그가 진술한 불행한 가정사'에서 주목할 점은 새엄마의 등장 시기'이다.

 

 

 주변 이웃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고종석은 7살 때부터 새엄마'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이 말은 그 이전부터 엄마 없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의미가 된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유년은 언제나 비극으로 치닫는법. 이 세상 모든 비극은 사랑의 결핍이 아니었던가. 공교롭게도 피해 아동의 나이도 7살이었다. 이 우연한 일치는 그가 과거 속에서 사는 인물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고종석이 구순기 고착 환자'라는 사실은 몇몇 흔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피해 아동'에게 깊은 치흔을 남길 정도'로 입으로 아이를 물었는데 그것은 그가 구순기 쾌락에 집착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고종석의 치아 상태'가 틀니를 해야 할 정도로 치아 건강이 최악이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구순기 괴물'은 젖을 빨던 그 옛날의 입-쾌락'에 강하게 끌리는 짐승이다.

 

 

상어는 괴물이 아니지만 영화 속 죠스'는 괴물이다. 물면 놓지 않는다. 구강 구조를 보면 낚시바늘보다 더 정교해서 빠져나갈 수가 없도록 설계되었다. 고착은 집착을 낳는다. 결핍이 원인이다. 햇병아리 같은 황당한 삐약( 비약 ) 을 용서하신다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상어'의 나쁜 입은 뒷거래로 점철된 정치가들의 나쁜 손'과 동일하다. 나쁜 손'은 탐욕스럽게 부정한 돈을 움켜쥐고는 놓을 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쁜 손과 아가리는 동일하다. 대한민국에는 백상아리 천국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십자가'가 오롯이 < + > 모양'으로 곧추섬'을 유지했다면, 나는 예수'라는 사내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기적'을 행하는 자'는 기적'을 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받아들인다.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른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저기, 누더기의 왕'이 지나간다. 십자가'가 휘청. 채찍'이 내리칠 때'마다 휘청. 지친 사내'는 번번이 십자가'를 곧추세우지 못하고 무릎 꿇는다. 이 연약함. 이 십자가( + ) 가 기울어진 모양이 바로 < × > 다. 나는 이 기호'에서 신'이 아닌 인간'으로써 끝까지 인간'을 이해하려 했던 예수를 본다. 내가 당신'의 어깨에 기대는 것'도 그리고 당신이 내 품'에 안기는 것'도 다 기욺'이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도 기욺'이며 가난한 삶'도 기욺'이다. 예수가 기욺'없이 곧추선 강철의 삶'만을 살았다면, 과연 우리는 예수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테니스 용어 가운데 < 러브 게임 > 이란 말이 있다. 0 를 러브'라고 부른다. 그리고 점수를 한 점도 얻지 못한 경기를 러브게임'이라고 한다. 예수나 부처가 보았다면 좋아했을 것이다. 그렇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 오소리 입말 사전, 기욺에 대하여 전문

 

 


 

 

茶,

 

러브 게임

 

 

사랑/ love 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문적 분류에 의하면 에로스적 사랑, 아가페적 사랑, 플라토닉 사랑'으로 나눌 수 있고, 저잣거리 입말을 빌리면 미친 사랑, 이 죽일 놈의 사랑, 철부지 같은 사랑, 풋사과 같은 첫사랑, 운명적 사랑,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랑, 미련한 사랑, 답답한 사랑,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지긋지긋한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이런 식으로 나열하면 끝이 없습니다. 어디서 좀 놀아본 양아치도, 어디서 좀 놀아본 언니'도 모두 사랑 때문에 울고 웃습디다. 제가 사랑이란 사랑을 모두 모아보니 종류가 정확히 4031개나 되더군요. 이 정도면 주소지가 서울인 교회 수'보다 많은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통속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독특한 사랑을 하나 여러분에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 포인트 러브 > 입니다. 

 

포인트 러브'가 뭐냐구요 ? 에로스가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고 아가페가 신의 자애로움을 뜻하고 플라토닉이 정신적 사랑이라면  포인트 러브'는 " 아닌 밤중에 홍두깨 " 같은 사랑이지요. 왜 테니스에서는 0'을 제로라고 하지 않고 러브'라고 부를까요 ?  더군다나 점수를 한 점도 내지 못한 경기'를 사랑 싸움/ love game'라고 부를까요 ?  다음은 < 포인트 러브 > 에 대한 유례'입니다.

 

테니스의 점수를 부르는 방법은 다른 경기와 달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다른 점은 포인트의 점수를 부르는 것만이며, 그 요령은 0점을 러브, 1점을 피프틴, 2점을 서티, 3점을 포티라고 한다. 이 방식은 리얼 테니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3번째 포인트를 15의 배수인 45가 아닌 40으로 부르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다. 0점을 뜻하는 러브는 달걀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l’oeuf’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서버의 득점을 먼저 부르므로 30:15의 점수는 서버가 2포인트, 상대가 1포인트를 뜻한다. 만일 양 선수가 포티(40)가 되면 스코어는 듀스라 하고 한 선수가 먼저  어드밴티지를 취한 후 2포인트 차이로 게임을 얻을 때까지 경기를 계속한다.

 

- 두산 세계 대백과'에서 발췌

 

 

러브의 유례는 추측일 뿐 정의'가 아닙니다. 더 이상  0'을 love'라고 말한 첫 번째 발화자'를 찾을 수가 없군요. 굳이 곰곰생각하는발 식 < 믿거나말거나 휘뚜루마뚜루 백과사전 > 에 의하면 최초의 유포자는 시인이거나 철학자가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사랑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잖아요. 이겨 보아야 득이 될 것이 하나 없다는 사실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 오히려 서로 이기려고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는 사랑에 금이 가기 일쑤죠. 인간의 유전자가 " 이타적인가, 이기적인가 " 라는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는 질문입니다.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 라는 논쟁처럼 아주 오래된 질문'이지요.  "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 "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브'란 본질적으로 타자성'에 의존한 감성입니다. 타자성이라는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니 너무 어렵습니까 ? 어려워하실 필요 없어요. 무식한 당신에겐 친절한 곰곰생각하는발 씨'가 있잖아요.  나라는 남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24시간 당신의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교양이라는 이름의 가로등'입니다. 타자'란 무엇입니까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바로 타자입니다. 철수에게 있어서 영희'는 사랑하는 타자'이죠.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타자'를 향한 마음입니다. " 사랑에 빠졌다! " 라는 말은 결국 < 나 > 가 아닌 < 너 > 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타자'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뜻이죠. 왜 그 사람 생각만 하면 심장이 간지럽잖아요.  요실금 환자처럼 비실비실 웃음이 나잖아요. 내 기쁨은 오로지 당신이 기뻐할 때 발생하게 됩니다. 당신의 미소는 나에게는 함박웃음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지면 어때요,  당신이 이기면 장땡이지요 ! 이것이 바로 " 포인트 러브 " 입니다.

 

그래요. 팔씨름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져 주는 것이 바로 러브입니다. 0 : 15'입니다. 아버지는 경기에서 졌지만 대신 가족의 결속과 행복을 얻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타적 게임'이죠. 러브 게임'입니다. 졌지만 이기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승부욕이 강한 아버지가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서 아들을 이겼다고 합시다. ( 이것이 바로 " 이기적 " 게임이죠. ) 그랬다가는 아내에게 " 밴댕이 소갈머리 " 라거나 " 이 화상아 ! " 라고 욕먹기 딱입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 엄마, 내 진짜 아버지는 누구야 ? " 라는 돌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죠.  게임에서는 이겼지만 이긴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렇듯, 이타성이란 얼핏 보기에는 손해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득인 셈입니다.  일본 대지진 때, 일본인이  보여준 " 타자를 향한 ( 놀라운 ) 배려 "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그들은 아비규환인 상황에서도 무질서보다는 질서를 선택했지요. < 필승 전략 > 대신 < 러브 게임 > 을 한 것입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질서는 무질서가 필연적으로 야기하게 만드는 혼란과 무정부 사태를 억제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켰습니다. 놀라운 시민 의식'이죠. 이처럼 사랑 싸움은 러브게임'으로 해야지 필승 전략을 세우면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타적 사랑은 러브게임'입니다.  어떻습니까 ? 사랑에 대한 정의 ! 당신,  네트를 넘어오는 테니스공을 슬쩍 라인 밖으로 내보내세요. 그깟 경기에서 지면 어떻습니까. 그러면 사랑이 찾아옵니다. 피프틴 러브 같은 사랑을 해 보세요. 서티 러브'는 어떤가요 ?  가장 위대한 사랑은 포티 러브입니다. 우리 모두 포티 러브'를 하기로 해요.

 

그럼 이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히 2013-11-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예전에 즐기던 짝사랑은
러브게임이군요.
오, 나의 사랑스런 타자성이여!

*주말에 세모녀가 서울 마실갔습니다.
하늘이 없고 건물유리에 간헐적으로 구름이 떠다니기는 하였습니다.
"엄마, 여기 제일 높는 건물이 서울 제일 낮은 건물이네."
"대신 여긴 고개를 쳐들지 않아도 산도 조각구름도 볼 수 있어."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8 01:15   좋아요 0 | URL
남산 타워 가신 거 아닙니까 ? ㅎㅎㅎㅎㅎㅎ.
명색이 서울 토박이인데 저한테 가이드 부탁했으면 제가 열심히 돌아다녔을 겁니다.
즐거우셨나요 ?
 
지하철 소녀 쟈지
레몽 크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사방지는 조선 세조 때 인물로서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체는 여성 성을 띄고 있던 인물입니다. 그에 대한 기록은 <<패관잡기>>와 <<필원잡기>>에 상세합니다. 어숙권의 <<패관잡기>>에 의하면, 사방지는 천민으로서 어려서부터 부모가 여자의 옷을 입히고 바느질을 시켰는데, 장성하여서는 사대부 집에 드나들며 여종들과 함께 자는 일이 많았다. 진사 김구석의 아내 이씨는 과부로 있으면서 사방지에게 바느질을 시키며 밤낮으로 10여 년을 함께 거처하였다. 이 사실을 들은 사헌부에서는 1463년(세조9) 봄에 그를 국문하였는데, 확인해 보니 남경(男莖)이 매우 장대하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세조는 웃으며 이씨의 아비인 판부사 이순지(李純之)의 가문을 더럽힐 염려가 있으니 따지지 말고 사방지를 이순지에게 넘겨 주어 처리하게 하였다. 이에 이순지는 곤장 10여 대만을 때리고 사방지를 경기도 내의 종으로 보내었다. 그러나 이순지가 죽고 이씨가 사방지와 다시 놀아나자 국왕 세조는 그를 신창현으로 귀양보내었다. 어숙권은 사방지를 두고 본인이 본 양성을 가진 암말을 떠올리며, 그 암말은 암·숫말과 정을 통하지 않는데 사방지는 여자와 정을 통하였으니 말보다 심한 자라 평했다. 그리고 양성인이라는 말은 사방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였다. 한편, 서거정의 <<필원잡기>>에 의하면 국왕 세조가 사방지의 처리에 관해 서거정에게 물었다 한다. 이에 서거정은 <<강호기문>>이라는 책에서 어떤 양성인을 人道의 바른 것을 더럽힌 자라며 죽였던 일을 들어 처벌하기를 청하였으나, 세조는 억지로 일을 밝히지 말라고 명하였다 한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86287 

 

- 욕망을 삼킨 말들, 네이버'에서 인물 사전에서 발췌 재인용

 


 

 

 

 

음, 그러니깐... 그게, 음... 제목이 뭐냐면


 

낙원동 시네마떼끄'에서 < 누벨바그의 기수, 루이 말 감독 특별 상영전 > 을 개최한 적이 있다. 나는 루이 말'이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이라는 주장에는 1%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만든 영화들이 누벨바그'라는 이름으로 과대평가'된 몇몇 영화들보다 좋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초기작 < 침묵의 세계 > , <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 , < 연인들 > 은 무척 좋았다. 뭔가 멜랑콜리'하며 데캉당스'한 분위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초기작은 거의 다 보았으나 유독 놓친 것이 있었으니 바로 < 지하철 소녀 자지 > 였다. 트뤼포'가 이 영화를 보고 홀딱 반해서 루이 말'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은 유명했다. 나에게는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였던 것이다. 문제는 주인공 이름'이었다. 당시 나는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 앞에만 서면 수줍고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손을 잡아보기는커녕 여자가 나를 쳐다보면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지고는 했다. 나는 용기를 내서 루이 말 영화제'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내 계획은 영화를 보고 나서 술 한 잔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누벨바그'에 대한 상식을 한껏 뽑내는 것이었다. 볼 것 하나 없는 놈은 말이라도 잘해야 한다. 그렇다, 내가 가진 무기는 말 밖에 없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텔 비용까지 넉넉하게 준비했다. 가장 좋은 팬티를 입었다. 영화를 함께 보러 가기로 한 여자'는 내게 영화 제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식은 땀이 났다. 잘못 말하면 좆된다. 어쩌면 성희롱으로 감옥에 갈지도 몰라. 자지 양' 이름을  최대한 혓바닥을 굴려서 좌와아아지' 라고 발음해야 했다. 이 발음이 안 된다면 최대한 양보해서 자야지'라고 해야 했다. 그런데 마음을 굳게 먹으면 먹을수록 혓바닥은 점점 딱딱해졌다.

 

- 응... 그게 무슨 영화냐 하면 루이 말 영화예요 !

- 호호호, 그걸 누가 모르나요 ? 루이 말 영화제'이니 루이 말 영화지요. 제목이 궁금해요, 곰곰발 씨 !

- 응... 그게 무슨 영화냐 하면.....

- 아니, 왜 뜸을 들이고 그러세요 ? 무슨 영화예요, 궁금해서 미추어버리겠어요. 곰곰발 씨 !

- 응... 무슨 영화냐 하면 !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 좌와아아아지 > 도 아니고 < 자야지 > 도 아닌, 매우 또렷한 < 자지 > 였다. 그것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지하철'이란 말은 빼먹고 그냥 < 소녀 자지 > 라고 불었다.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그 여자에게는 < 소녀의 자지 > 로 들렸을 것이다.  밝고 명랑하며 귀여웠던 꼬마 소녀 자지'가 느닷없이 에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방지'가 된 것이다. 일이 점점 꼬이기 시작했다. 영화 보러 " 영화관 " 가기 전에 교도소에 끌려가 " 교도관 " 볼 판이었다. 여자의 얼굴은 불판처럼 불 타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 그, 그그게 말이지요. 자지'가 아니라... 왜, 거시기 뭐냐... 거, 음.... 그 자지가 아니라.... 이름이, 이름이 자지'입니다. 자지 이름이에요. 자지.... 왜, 자지라는 이름 있잖아요. 아니, 그 자지가 아니라요. 아휴, 답답하네.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프, 프프프랑스에서는 흔한 이름인가봐요.  아, 아아아아... 아니 그게, 거시기... 음, 그게... 아니, 야한 영화가 아니라.... 이름이 자지'라니깐요.  사실 전 애린 씨 만나기 전에 계속 속으로 자야지, 자야지 를 외쳤답니다. 뭐요 ?! 내 입이 더럽다고요 ? 내가 자고 싶다고 말했다고요 ? 아이구야. 니미 시부럴.... 무슨....   아, 여기서 속으로 자야지, 라고 말한 것은 그 자야지'가 아니라....  자지. 아니, 자야지.......   에라이, 아예 소녀 자지 보지 말까요 ? 네 ?! 내가 언제 자지 보지 얘기했습니까 ? 아, 진짜 미추아버리겠네, 증말....  " ( 이 영화와 얽힌 여자와의 대화 에피소드는 뻥이다. 재미를 위해서 콩트처럼 삽입했다. 나머지는 모두 진실'이다. 이해하시길.. )

 

물론 이 영화 제목 속  자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자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꾸 그 자지를 떠올렸다.  이처럼 이름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있었으니 조지'라는 이름과  섹스피어'였다.  섹스피어 할아버지 이름 자체가 19 금지어’였다. 그나마 조지 섹스피어가 아니라 월리엄 섹스피어'였던 것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사춘기 시절, 대문호의 이름을 발음 할 때마다 난감해서 얼굴을 붉히고는 했는데 이제는 섹스의 참맛을 알아서 그런지 어색하지가 않고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고등어보다 맛이 좋다. 그래서 그랬을까 ?  섹스피어'라는 이름에 대한 바른 표기법은 섹스피어도 아니고 세익스피어도 아니다. 셰익스피어다. 이 표기법을 볼 때마다 < 지하철 소녀 자지 > 가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난다. 이 소설(영화)에 대한 인상 비평 중 가장 강렬했던 40자평은 다음과 같다. " 이 책은 사실... 애 이름이 너무 충격적이서 고르게 된 책이다. - 어느 네티즌 서평 "

 

그렇다, 자지와 섹스피어'는 이름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섹스피어는 그 이름만큼이나 작품 속에 성적 이중묘사‘를 암호처럼 즐겨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 섹스피어의 음담 > 이라는 책과 < 섹스피어 성적 언어 사전 > 이 출간되었을까 ! 한때, 도서관에서 책을 이 잡듯이 뒤져서 읽던 시절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절판된 책들만 찾아서 읽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러한 행동이 < 앎에 대한 욕망’ > 이었다고 스스로를 자위했으나, 지금생각해 보면 희귀 영화 테이프를 모으는 찌질한 컬트 영화광의 허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때 읽은 책이 장정일의 첫 번째 소설 <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 따위였다. 소년원에 갇힌 나는 소년원 소년들에게 따먹힌다는 딱딱한 소설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항문섹스, 오럴섹스의 세계에 심취한 작가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설은 정말 형편없었다. 그 사실을 작가 자신도 아는지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필모그라피에 이 소설을 지웠다. 그러니깐 나는 그가 쓴 첫 번째 소설을 읽은 몇 안 되는 독자 중 하나였다. 문청들이 한창 뜨고 있는 장정일 포스트모던소설운운할 때마다 나는 딱() 한 마디만 했다. “ <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 읽어는 봤어 ? 니미럴, 좆도 모르는 것들이 허세는....... 까르르르르.    희소성은 역시 가치가 있었다. 같은 이유로 공지영의 데뷔작 <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도 허세를 위해 준비했다.  “ 오오, 니미럴너희들 공지영의 <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읽었냐 ?  안 읽었다고 ? 이런 시커먼 군산 터미널 같은 새끼들... “  그때 읽었던 소설들이 나집 마흐프즈나 알랭 로브그리예의 소설들이었다. 내 교양은 어쩌면 후지산보다 더 높은지도 몰라, 어떡해 !

 

이 시절 내가 사용한 낱말은 가히 전설적이었다  :  " 포스트모더니즘과모더니즘 사이의 담론, 씨니피에의 질서를 파고드는 소쉬르적 기호의 세계, 존재론적 허구성의 세계,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의 변주와 고고학적지적 탐구, 보이지 않는 감시자 팝옵티콘의 제왕, 제의에서담론까지, 기타 등등. "

 

맙소사 !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읽다 보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화상으로 병원에 입원할 정도다. 내가 왜 이런 먹물 꼰대들의 어투를 배웠던 것일까 ? 곰곰 생각해 보면 이게 다 영화 잡지 < 키노 > 의 정성일 평론가 때문이었다. 정성일 씨가 늘 쓰던 말투를 흉내 낸 것이다.  그냥 아무 말이나 대입하면 정성일 식 문장이 된다. < 존재론적 허구의 우주적 세계관 > 근사하지 않은가 ? 이런 말을 길게늘리면 다음과 같다. < 모더니즘을 지나 포스트모던한 세계로의 진입은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블레이드러너 속 세계를 재현하는데 그 존재론적 허구의 우주적 세계관은 오리지날과 복제에 대한 의문을 날카롭게 제기한다.> , 오오오 니미럴. 좋다. 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오 나온다 나는 지금이라도 정성일 평론 따위의 저런 글은 눈 감고도 쓸 수 있다. 글쓴이 자신이 잘 모르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읽는 이가 제대로 이해할 리 없다.

 

그렇다고 어려워서 모른다고 말하면 교양이 없다는 증거 아닌가. 그러니 그냥 오, 오오 이런 지미럴, 좋군요. 좋아 !  그때 접한 책이 도울 김용옥의 책이었다.책 제목과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하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바로 < 자지 > 라는 단어였다동양 철학과 교양 전반에 대한 철학 에세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비속어가 페이지마다 박힌 것이 신기했다. 어라, 교양있는 철학 교수가 이런 말을 함부로 해도 되나, 라는 의심과 안 될 것 뭐가 있나, 라는 지지도 있었다. 남근, 외성기, 페니스심지어는 팔루스라고 말하면 교양 언어이고 자지라고 말하면 천박한 것일까 ? 그 이후로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남근이나 자지'나 다 같은 말이다. 당당해지리라. 하지만 나는 그 이후로도 당당해지지 못했다. 특히 루이 말 감독의 < 소녀 자지 > 를 말할 때는 언제나 당혹스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 참... 좋다. 그 점은 분명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벽 2013-11-05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알랭 레네, 루이 말은 누벨 바그하곤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해요.
루이 말 영화 중에 제일 재밌게 감상한 게 이 영화였습니다.
EBS에선 '지하철의 소녀'로 방영했었죠. :)

알라딘 서재가 네이버 종합점검 시간에 영향 받지 않는 거_ 이건 참 좋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5 15:49   좋아요 0 | URL
네이버 이 새끼들 또 점검 들어갔군요 ?
뭔 놈의 점검은 일주일에 한번 씩 한답니까...ㅎㅎㅎㅎ

루이 말 감독 초기작은 정말 좋았어요. 사형대의 엘리 보십시요...
캬... 데카당한 느낌이 죽여주지 않았습니까 ?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하여튼 루이말, 클루조 영화 좋아했습니다.
다음에 클루조 감독전 한번 했으면 좋겠네요...

스누피 2013-11-05 19:0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지하철의 소녀> ebs에서 정말 재밌게 봤는데...!
당시 방송을 비디오로 녹화를 했는데, 녹화 후 제목 써 넣는 스티커에
잘난 척 하느라 한글 제목 말고 원제를 매직으로 써 넣곤 했는데,
그게 참 zazie 를 쓰면서 몇 번을 키득거렸던 기억이...!


책 제목은 예술적으로다가 타협을 봤네요. '쟈지-'라...헐;


고개를 여러 번 주억거리며 (특히나 정성일 장정일 파트에서!)
본문과 덧글까지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_^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5 20:43   좋아요 0 | URL
zazie'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자지'죠.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지'라는 단어, 꼭 천박한 것은 아니에요.
남근'은 고상합니까 ? 다 똑같음.... 전 그냥 자지'라고 하겠습니다.

솔라리스 2013-11-05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읽다보니깐 갑자기 예전 어떤 평론을 쓸 때 정성일이 장정일한테 자극 받았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벌써 십 년도 전인 것 같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이었나..
어떤 영화글에서 계속 의도적으로 자지 자지 자지 를 반복해서 막 웃으면서 읽던 기억이 :)

곰곰생각하는발 2013-11-05 15:5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혀 성일이 스럽지 않군요....
돌이킬 수 없는 이 영화가 워낙에 남성 폭력을 다루다보니 아마 위압적인 단어 구사가 필요했나 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