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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소녀 쟈지
레몽 크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사방지는 조선 세조 때 인물로서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체는 여성 성을 띄고 있던 인물입니다. 그에 대한 기록은 <<패관잡기>>와 <<필원잡기>>에 상세합니다. 어숙권의 <<패관잡기>>에 의하면, 사방지는 천민으로서 어려서부터 부모가 여자의 옷을 입히고 바느질을 시켰는데, 장성하여서는 사대부 집에 드나들며 여종들과 함께 자는 일이 많았다. 진사 김구석의 아내 이씨는 과부로 있으면서 사방지에게 바느질을 시키며 밤낮으로 10여 년을 함께 거처하였다. 이 사실을 들은 사헌부에서는 1463년(세조9) 봄에 그를 국문하였는데, 확인해 보니 남경(男莖)이 매우 장대하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세조는 웃으며 이씨의 아비인 판부사 이순지(李純之)의 가문을 더럽힐 염려가 있으니 따지지 말고 사방지를 이순지에게 넘겨 주어 처리하게 하였다. 이에 이순지는 곤장 10여 대만을 때리고 사방지를 경기도 내의 종으로 보내었다. 그러나 이순지가 죽고 이씨가 사방지와 다시 놀아나자 국왕 세조는 그를 신창현으로 귀양보내었다. 어숙권은 사방지를 두고 본인이 본 양성을 가진 암말을 떠올리며, 그 암말은 암·숫말과 정을 통하지 않는데 사방지는 여자와 정을 통하였으니 말보다 심한 자라 평했다. 그리고 양성인이라는 말은 사방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였다. 한편, 서거정의 <<필원잡기>>에 의하면 국왕 세조가 사방지의 처리에 관해 서거정에게 물었다 한다. 이에 서거정은 <<강호기문>>이라는 책에서 어떤 양성인을 人道의 바른 것을 더럽힌 자라며 죽였던 일을 들어 처벌하기를 청하였으나, 세조는 억지로 일을 밝히지 말라고 명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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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을 삼킨 말들, 네이버'에서 인물 사전에서 발췌 재인용
음, 그러니깐... 그게, 음... 제목이 뭐냐면
낙원동 시네마떼끄'에서 < 누벨바그의 기수, 루이 말 감독 특별 상영전 > 을 개최한 적이 있다. 나는 루이 말'이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이라는 주장에는 1%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만든 영화들이 누벨바그'라는 이름으로 과대평가'된 몇몇 영화들보다 좋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초기작 < 침묵의 세계 > , <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 , < 연인들 > 은 무척 좋았다. 뭔가 멜랑콜리'하며 데캉당스'한 분위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초기작은 거의 다 보았으나 유독 놓친 것이 있었으니 바로 < 지하철 소녀 자지 > 였다. 트뤼포'가 이 영화를 보고 홀딱 반해서 루이 말'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은 유명했다. 나에게는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였던 것이다. 문제는 주인공 이름'이었다. 당시 나는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 앞에만 서면 수줍고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손을 잡아보기는커녕 여자가 나를 쳐다보면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지고는 했다. 나는 용기를 내서 루이 말 영화제'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내 계획은 영화를 보고 나서 술 한 잔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누벨바그'에 대한 상식을 한껏 뽑내는 것이었다. 볼 것 하나 없는 놈은 말이라도 잘해야 한다. 그렇다, 내가 가진 무기는 말 밖에 없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텔 비용까지 넉넉하게 준비했다. 가장 좋은 팬티를 입었다. 영화를 함께 보러 가기로 한 여자'는 내게 영화 제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식은 땀이 났다. 잘못 말하면 좆된다. 어쩌면 성희롱으로 감옥에 갈지도 몰라. 자지 양' 이름을 최대한 혓바닥을 굴려서 좌와아아지' 라고 발음해야 했다. 이 발음이 안 된다면 최대한 양보해서 자야지'라고 해야 했다. 그런데 마음을 굳게 먹으면 먹을수록 혓바닥은 점점 딱딱해졌다.
- 응... 그게 무슨 영화냐 하면 루이 말 영화예요 !
- 호호호, 그걸 누가 모르나요 ? 루이 말 영화제'이니 루이 말 영화지요. 제목이 궁금해요, 곰곰발 씨 !
- 응... 그게 무슨 영화냐 하면.....
- 아니, 왜 뜸을 들이고 그러세요 ? 무슨 영화예요, 궁금해서 미추어버리겠어요. 곰곰발 씨 !
- 응... 무슨 영화냐 하면 !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 좌와아아아지 > 도 아니고 < 자야지 > 도 아닌, 매우 또렷한 < 자지 > 였다. 그것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지하철'이란 말은 빼먹고 그냥 < 소녀 자지 > 라고 불었다.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그 여자에게는 < 소녀의 자지 > 로 들렸을 것이다. 밝고 명랑하며 귀여웠던 꼬마 소녀 자지'가 느닷없이 에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방지'가 된 것이다. 일이 점점 꼬이기 시작했다. 영화 보러 " 영화관 " 가기 전에 교도소에 끌려가 " 교도관 " 볼 판이었다. 여자의 얼굴은 불판처럼 불 타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 그, 그그게 말이지요. 자지'가 아니라... 왜, 거시기 뭐냐... 거, 음.... 그 자지가 아니라.... 이름이, 이름이 자지'입니다. 자지 이름이에요. 자지.... 왜, 자지라는 이름 있잖아요. 아니, 그 자지가 아니라요. 아휴, 답답하네.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프, 프프프랑스에서는 흔한 이름인가봐요. 아, 아아아아... 아니 그게, 거시기... 음, 그게... 아니, 야한 영화가 아니라.... 이름이 자지'라니깐요. 사실 전 애린 씨 만나기 전에 계속 속으로 자야지, 자야지 를 외쳤답니다. 뭐요 ?! 내 입이 더럽다고요 ? 내가 자고 싶다고 말했다고요 ? 아이구야. 니미 시부럴.... 무슨.... 아, 여기서 속으로 자야지, 라고 말한 것은 그 자야지'가 아니라.... 자지. 아니, 자야지....... 에라이, 아예 소녀 자지 보지 말까요 ? 네 ?! 내가 언제 자지 보지 얘기했습니까 ? 아, 진짜 미추아버리겠네, 증말.... " ( 이 영화와 얽힌 여자와의 대화 에피소드는 뻥이다. 재미를 위해서 콩트처럼 삽입했다. 나머지는 모두 진실'이다. 이해하시길.. )
물론 이 영화 제목 속 자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자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꾸 그 자지를 떠올렸다. 이처럼 이름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있었으니 조지'라는 이름과 섹스피어'였다. 섹스피어 할아버지 이름 자체가 19 금지어’였다. 그나마 조지 섹스피어가 아니라 월리엄 섹스피어'였던 것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사춘기 시절, 대문호의 이름을 발음 할 때마다 난감해서 얼굴을 붉히고는 했는데 이제는 섹스의 참맛을 알아서 그런지 어색하지가 않고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고등어보다 맛이 좋다. 그래서 그랬을까 ? 섹스피어'라는 이름에 대한 바른 표기법은 섹스피어도 아니고 세익스피어도 아니다. 셰익스피어다. 이 표기법을 볼 때마다 < 지하철 소녀 자지 > 가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난다. 이 소설(영화)에 대한 인상 비평 중 가장 강렬했던 40자평은 다음과 같다. " 이 책은 사실... 애 이름이 너무 충격적이서 고르게 된 책이다. - 어느 네티즌 서평 "
그렇다, 자지와 섹스피어'는 이름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섹스피어는 그 이름만큼이나 작품 속에 성적 이중묘사‘를 암호처럼 즐겨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 섹스피어의 음담 > 이라는 책과 < 섹스피어 성적 언어 사전 > 이 출간되었을까 ! 한때, 도서관에서 책을 이 잡듯이 뒤져서 읽던 시절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절판된 책들만 찾아서 읽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러한 행동이 < 앎에 대한 욕망’ > 이었다고 스스로를 자위했으나, 지금생각해 보면 희귀 영화 테이프를 모으는 찌질한 컬트 영화광의 허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때 읽은 책이 장정일의 첫 번째 소설 <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 따위였다. 소년원에 갇힌 나는 소년원 소년들에게 따먹힌다는 딱딱한 소설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항문섹스, 오럴섹스의 세계에 심취한 작가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설은 정말 형편없었다. 그 사실을 작가 자신도 아는지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필모그라피에 이 소설을 지웠다. 그러니깐 나는 그가 쓴 첫 번째 소설을 읽은 몇 안 되는 독자 중 하나였다. 문청들이 한창 뜨고 있는 장정일 포스트모던소설운운할 때마다 나는 딱(딱) 한 마디만 했다. “ <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 읽어는 봤어 ? 니미럴, 좆도 모르는 것들이 허세는....... 까르르르르. “ 희소성은 역시 가치가 있었다. 같은 이유로 공지영의 데뷔작 <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도 허세를 위해 준비했다. “ 오오, 니미럴 ! 너희들 공지영의 <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읽었냐 ? 안 읽었다고 ? 이런 시커먼 군산 터미널 같은 새끼들... “ 그때 읽었던 소설들이 나집 마흐프즈나 알랭 로브그리예의 소설들이었다. 내 교양은 어쩌면 후지산보다 더 높은지도 몰라, 어떡해 !
이 시절 내가 사용한 낱말은 가히 전설적이었다 : " 포스트모더니즘과모더니즘 사이의 담론, 씨니피에의 질서를 파고드는 소쉬르적 기호의 세계, 존재론적 허구성의 세계,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의 변주와 고고학적지적 탐구, 보이지 않는 감시자 팝옵티콘의 제왕, 제의에서담론까지, 기타 등등. "
맙소사 !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읽다 보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화상으로 병원에 입원할 정도다. 내가 왜 이런 먹물 꼰대들의 어투를 배웠던 것일까 ? 곰곰 생각해 보면 이게 다 영화 잡지 < 키노 > 의 정성일 평론가 때문이었다. 정성일 씨가 늘 쓰던 말투를 흉내 낸 것이다. 그냥 아무 말이나 대입하면 정성일 식 문장이 된다. < 존재론적 허구의 우주적 세계관 > 근사하지 않은가 ? 이런 말을 길게늘리면 다음과 같다. < 모더니즘을 지나 포스트모던한 세계로의 진입은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블레이드러너 속 세계를 재현하는데 그 존재론적 허구의 우주적 세계관은 오리지날과 복제에 대한 의문을 날카롭게 제기한다.> 오, 오오오 니미럴. 좋다. 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오 나온다. 나는 지금이라도 정성일 평론 따위의 저런 글은 눈 감고도 쓸 수 있다. 글쓴이 자신이 잘 모르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읽는 이가 제대로 이해할 리 없다.
그렇다고 어려워서 모른다고 말하면 교양이 없다는 증거 아닌가. 그러니 그냥 오, 오오 이런 지미럴, 좋군요. 좋아 ! 그때 접한 책이 도울 김용옥의 책이었다.책 제목과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하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바로 < 자지 > 라는 단어였다. 동양 철학과 교양 전반에 대한 철학 에세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비속어가 페이지마다 박힌 것이 신기했다. 어라, 교양있는 철학 교수가 이런 말을 함부로 해도 되나, 라는 의심과 안 될 것 뭐가 있나, 라는 지지도 있었다. 남근, 외성기, 페니스심지어는 팔루스’라고 말하면 교양 언어이고 자지’라고 말하면 천박한 것일까 ? 그 이후로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남근이나 자지'나 다 같은 말이다. 당당해지리라. 하지만 나는 그 이후로도 당당해지지 못했다. 특히 루이 말 감독의 < 소녀 자지 > 를 말할 때는 언제나 당혹스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 참... 좋다. 그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