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상의 방 한 칸‘이 이토록 간절할 때’는 크리스마스 때‘가 아닌가 싶다. 김애란 단편 < 성탄특선 >에서  연인은 기분 좋게 술 한 잔 하고, 벌거벗은 몸으로 서로 엉키려고 하는 순간, 방이 없다 ! 엄기영 앵커’가 “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 라는 통속적 멘트를 날리기도 전‘에, 이미 모텔 간판’은 불이 꺼진 지 오래이다. 대한민국 연인들은 모두 벌거벗은 채 전투 중이다. 이때‘가 바로 < 정기 大방출 > 이 아니라 < 정액 大방출 > 이 시작되는 기간'이다. 정액들의 엑소더스다. 모두, 하고 있습니까? 모두 탈출 하셨습니까 ?  소설 속 연인‘은 모두 다 하고 있을 때 하지 못하는 커플이다. 열 군데 넘게 돌아다닌 모텔 방은 이미 벌거벗은 어처구니들로 가득 찼고, 호텔은 지나치게 비싸며 여인숙'은 정액을 고급스럽게 대방출하기에는 너무 왁자지껄하다. 김애란은 이번 소설집에서 < 자기만의 방 > 을 이야기한다. 사랑스럽고, 편안하며, 방음 잘 되어서, 신나게 응, 응, 응, 아흥'을 당당하게 샤우팅으로 내지를 수 있는 그런 단단한 방'이 필요하다고.....

 

- 소설집 < 침이 고인다 > , 우우 하지 맙시다. 와와 합시다 中

 


 

 

 

 

여인숙과 비디오방.

 

호텔에서도 뒹굴어 보았다, 모텔에서도 뒹굴어 보았다, 유스호스텔에서도 뒹굴어 보았다, 여관에서도 뒹굴어 보았고 여인숙에서도 뒹굴어 보았다. 숙박업소 명칭은 좋은 매트리스'와 나쁜 매트리스'가 만든다. 숙박비가 비쌀수록 매트리스 속 스프링 복원력은 뛰어났다. 반면 숙박비가 저렴한 곳은 매트리스가 늙은 여자의 마른 젖가슴처럼 움푹 파여 있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불편은 없었다. 어차피, 눈만 붙이면 될 것 아닌가 ! 성공한 자는 호텔에서 머물 것이고, 실패한 자는 여인숙에서 쪽잠을 잘 것이다. 잠을 자야 한다는 간결한 목적으로 보자면 호텔이나 여인숙이나 도 긴 개 긴'이다.  문득 < 성공 > 과 < 실패 > 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궁금해졌다. 형설시공사에서 나온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 을 찾아보았다. 이 사전'은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사전이 꽤나 재미있어서 자주 들여다본다. 이 사전'에 의하면 성공과 실패'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성공(成功) [ 명사 ] 여인숙→여관→유스호스텔→모텔→호텔

실패(失敗) [ 명사 ] 호텔→모텔→유스호스텔→여관→여인숙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소율 著 

 

무슨 뜻인가 한참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 했다. 풍찬노숙 끝에 돈을 벌어서 나중에는 호텔'에서 뒹굴며 아침이 되면 조식을 먹고 당당하게 나오는 것이 성공이고,  실패는 처음에는 으리으리한 7성급 호텔에서 뒹굴다가 끝에 가서는 돈이 없어서 여인숙에 머무는 인생 말로'를 뜻했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뜻풀이'를 이런 식으로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보통 뜻풀이사전(들)'은 " 목적하는 바를 이룸 "  이라거나 "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 " 이라고 하는데 오소리 사전'은 달랐다. 태진아 노래방 기기 성우'였다면 저자인 소율'에게 " 어디서 쫌, 놀아보셨군요 !!! " 라고 외쳤을 것이다. 숙박업체에서 꽤나 뒹군 경험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뜻풀이'었다. 나는 소율에게서 강한 동료애'를 느꼈다. 그나 나나 모두 색기 있는 풍각쟁이'였다.

 

참고로 오소리 입말 사전에서는 < 허풍선이 > 를 " 여인숙에 머물면서 주위사람들에게는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말하는 자 " 이고, < 구두쇠 > 는 " 호텔 생활을 하면서 주위사람들에게는 여관에 머물고 있다며 앓는 소리'를 하는 사람 " 이라고 적혀 있다.  아, 했다. 사전'을 읽다가 감동한 적은 이 사전이 유일했다. 이래저래 < 여인숙 > 이라는 단어는 바닥 인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낱말'이다. 하지만 나는 여인숙이란 단어가 서정적 감수성'을 간직하고 있어서 좋다. " 여인 - " 이라는 어감이 주는 느낌과 " - 숙 " 이라는 여자 이름의 통속적 보편성'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럴까 ? 시인은 호텔, 모텔, 여관'이라는 낱말보다는 여인숙'이라는 단어를 시어로 자주 사용한다. 여인숙은 복고적 향수를 자극한다. 나는 여인숙에서 많이 뒹굴었다.

 

※  한때, 나는 침대가 " 삐걱 " 하는 소리를 1분에 3000번이나 낸 적도 있었다.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고는 했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당시 내가 머물던 객실 옆에 투숙했던 이'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하지만 지금은 늙어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스무 번 정도 나면 많이 나는 축에 속한다. 당신도 늙어봐라, 시바.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라면 탄력을 잃은 매트리스 스프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삐걱거리는 침대 소리'는 오히려 우리를 흥분시킬 뿐이었다. 땀이 등골을 타고 또르르 내려와 엉덩이 골에 고일 때, 아... 좋았다. 그뿐이었다. 그 시절에는 집'보다는 방'이 좋았다. 숨어 있기 좋은 방 말이다. 내가 그 여자를 처음 만난 곳도 비디오방'이었다. 당시 나는 서울역 근처 비디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녀는 손님이었고 나는 종업원이었다. 그녀가 내게 처음 던진 말은 " 고무인간의 최후란 영화 있나요 ? " 였다. 일 년 후, 우리는 비디오방에서 뒹굴었다. < 비디오방 > 에 대한 뜻풀이는 다음과 같다.

 

비디오-방 video 房  [ 명사 ] : 혼자 가야 몰입이 잘 된다. 둘이 가면 영화는 안 보고 빤스와 브라자'만 서로 만지작거리다가 나오기 일쑤다. 그러니까 비디오방은 혼자 가면 몰입이 잘 되고, 둘이 가면 산만해지는 장소'다. 비디오방은 본디 고독한 장소다.

 

관련어휘

 

비슷한말 ㅣ 달방

반대말 ㅣ 여인숙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소율 著

 

그렇다, 혼자 가면 몰입이 잘 되지만 둘이 가면 산만해지는 곳이 바로 비디오방'이다. 반면 여인숙은 혼자 가면 산만해지고 둘이 가면 몰입이 잘 되는 곳이다. 나는 속초 여인숙 달방'에서 홀로 1년을 살았다. 그때 깨달았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듯이, 둘이 머물면 행복하지만 혼자 머물면 불행해지는 곳이 달방'이란 사실을 ! 어떤 이'는 이 글을 읽고 투덜댈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의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에 대한 리뷰는커녕 온종일 숙박업소 유람기'에 대한 이야기만 하니 화딱지가 날 만하다.  하지만 노여워 마라. 화가가 바람을 그리기 위해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그려야 하듯이, 나는 이 책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숙박업소와 비디오방'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말한다. 짐승으로 태어났으나 인간으로 죽기 위해서는 고독해야 된다고 말이다. 고독한 인간만이 참된 삶을 살게 된다고. 그래야 가와이 간지'라고. 방 네 개에 파우더 룸이 딸린 58평짜리 집을 탐하지 마라. 3평짜리 비디오방이면 족하다. 외로움은 타자를 향한 그리움이지만 고독이란 자기 자신을 향한 어떤 몰입이다. 마루야마 겐지'가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칭찬이란 플로베르의 만연체처럼 길게 늘어지면 추해지는 법이고, 헤밍웨이의 건조체처럼 간단명료하면 깔끔한 법이다. 이제부터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겠다.

 

이 책, 좋다 !

 

 

 

 

 

 

 

덧.

이 글을 읽고 책을 살 결심을 했다면 반드시 thanks to 를 눌러라. 나에게 100원 떨어진다. 내가 한 달에 땡스투'로 벌어들이는 돈이, 놀라지 마시라 ! 자그만치 한 달 수입이 평균 1000원'이다. 1000만 원이 아니다. 말 그대로 천 원이다. 어마어마하다, 시바. < 덧 > 을 붙이지 않았다면 멋진 리뷰가 되었을 텐데 덧대서 구질구질한 문장이 되었다고 ?  이 리뷰에 thanks to가 몇 개나 달리나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  나... 원래 그런 놈이다.  나란 남잔 쪼잔한 남자.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남자란 다 그런 존재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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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3-11-1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갖고싶다.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인생따위엿.
곰발님이 공유해준 목차보고 저도 주문했는데
일하며 뜨문뜨문 몇페이지 넘기다 말았어요

겐지상이 당장 그만두고 정독하지 못해! 라며
호통칠 듯 하여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10:20   좋아요 0 | URL
이 사전을 드릴 수는 있어요. 이 사전은 내 머릿속에 있으니
이 사전이 탐나면 나를 가져야 합니다. 싸게 내놓을 테니 사십시요.
또 압니까 ? 하루키를 능가하는 글쓰는 인간 기계가 될지..
10만 원에 팝니다. 비싼 거 잘 안 먹습니다.
소주면 감지덕지합니다..

엄동 2013-11-15 12:14   좋아요 0 | URL
소주한잔"이 땡겨붙는 계절이긴 한가 보네요 ㅎ

곰발님 머릿속 사전은 앙사요.
갖고 나면 갖고 싶을때보다
가치가 덜해지잖아요 ㅎㅎ

대신
소주 한잔 하시고 담배 한 대 검지에 끼우시고
사전 내용 초큼 읊어주세요
받아적게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12:32   좋아요 0 | URL
필사로구뇨 ? ㅎㅎ. 좋습니다.
하여튼 나탈야 고 여시 같은 것은 늘 경계해야 합니다.
내 스토커인데 아주 귀찮아서 죽게씀....
아무래도 날 사랑하는 거 같습니다....

metro318 2013-11-1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눌렀습니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지 마시고 살포시 웃어 주십시오.

탐나는 깻잎 오소리 입말사전.
문득, 오래전 페루애님이 적어 주신 가짜 계좌번호 들고 은행 cd기 앞에서 삽질하던 제가 보이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11:12   좋아요 0 | URL
어, 진짜 그랬습니까 ? 아...ㅋㅋㅋㅋㅋ 농담으로 한 말인데.... 쩝쩝.....
언제 서울 함 놀러오세요. 술 한 잔 살게요.

metro318 2013-11-15 11:18   좋아요 0 | URL
언젠가 서울 올라갈 일이 있으면 연락드리지요,
술이야 누가 산들 어떻습니까.
즐겁게 마시면 되는거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11:21   좋아요 0 | URL
메트로 님 11월 님 맞으시죠 ? 하여튼 오시기 전에 미리 귀뜸 부탁드립니다.

metro318 2013-11-1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습니다.
여하튼 가기 전에 귀뜸드리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11:33   좋아요 0 | URL
11월 님 서재가 눈에 선하군요. 엄청난 분량이었는데....ㅎㅎㅎ

슈퍼고양이 2013-11-1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컹... 책을 사게 만들다니, 나쁜 사람!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11:36   좋아요 0 | URL
이 책 어렵지도 않고 속 시원합니다. 꼰대 냄새도 적고....
분량이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뭐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목소리를 얻으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죠.. 흠흠...

ㄱ나저나 오늘 하루만 이 책을 4분이 사셨으니 바다출판사에서 저에게 1000만 원 정도 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슈퍼고양이 2013-11-15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 출판사에 아는 분이 계셔서 한 권만 달라고 구걸을 해볼까 하다가, 상도덕에 어긋나는 듯하여 질렀다는...
담에 그 양반한테 술 사달라고 졸라야겠음.
책도 샀는데 술 한잔을 못 사냐며 협박해야겠음.
근데... 저 네이버의 슈퍼고양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11:5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럼 3분으로 줄었군요... ㅎㅎㅎ
그럼요. 책은 모름지기 사야 합니다.

나탈야 2013-11-1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_-;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14:45   좋아요 0 | URL
-_- ;

푸르푸르 2013-11-1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샀슴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23:47   좋아요 0 | URL
아, 오늘 내가 책 몇 권 팔아준 거냐...

비로그인 2013-11-1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루애의 글을 종이로 읽으면 참 좋을텐데요. 요샌 모든 책을 함부로 사지 말자는 주의라서 도서관에서 읽어본 뒤 소장해야겠다 싶으면 사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23:47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 방법 좋은 방법이죠.
책을 함부로 사는 것도 문제임.... 그런데 뭐 알 수 있나요.
사서 읽어봐야 아니...
하여튼 도서관에서 읽고 좋으면 산다..
요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새벽 2013-11-1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이웃들 공간에서 반응만 보면 인생 따위... 저 책 완전 초베스트셀러 될 듯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은 정말이지 쫄깃쫄깃한 사전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23:46   좋아요 0 | URL
짧은 단문 위주여서 읽기도 편하고, 그렇습니다
마초인데 매우 건조하고 느끼하지 않아요. 새벽 님이 읽으시면
아마 많이 공감할 겁니다.

수다맨 2013-11-1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책을 읽어본 저로서는 모든 문장이 좋게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대목은 논리의 부족이 엿보이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선 저자의 격앙된 어조가 감정의 과잉처럼 보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책이 (곰곰발님 말씀처럼) 좋은 책이라 자신 있게 말합니다. 망설임 없는 직설과 질타, 권위와 나태를 비웃는 조소, 자신이 걸어온 삶의 문법으로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려는 저 열정적 태도가 그의 글을 참으로 글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독자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는 글은 논리나 체계가 정확한 글이 아니라, 불타는 도도한 감정을 담은 글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23:45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사실... 저도 모든 문장과 소리가 좋게만 들리지는 않습니다. 읽으면서 이 양반, 욱하다가 터졌네, 라는 소리를 종종했으니까요. 아마도 이 글은 블로그나 트위터 이런 데 올린 걸 모아서 나온 책이라 예상합니다. 이런 모음집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결핍이 있잖아요. 그게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어떤 진실성입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독고다이와 겹치면서 획득한 결과물인데
제가 요즘 신물이 나는 게 혓바닥만 반지르르 하고 속은 개같은 경우거든요.
백민석의 경우도 사실 그의 문장이 저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백민석은 다른 작가들보다 소중합니다. 그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고집 때문인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책 권하기로 했습니다...

히히 2013-11-1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슷한말 : 사랑, 여행
반대발 : 우정, 관광

비로그인 2013-11-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아 1분에 3000번!
색기 있는 풍각쟁이!


thanks to 눌렀다는;
ㅎㅎㅎㅎㅎㅎㅎㅎ
아아주 오오랫만에 알라딘 로그-인 하게 만드셨다는; ㅋㅋ


한 달 수입 평균 1,000원에 제가 일조하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습니다. 구매 욕구는 성욕만큼 불타오르나 워낙 게을러서요. ㅎㅎ
이 책 얼마 전 배철수에서도 소개하더군요. 공교롭게도 그 날 저는 곰발 님 블로그에서 소개글 먼저 봤습니다만;;
아무튼 오늘도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11:46   좋아요 0 | URL
100원 벌었으니 붕어빵 꼬리 한쪽 사서 먹어야겠군요.... ㅎㅎㅎㅎㅎㅎㅎ
사실 이 책 조각글 모임이라 그냥 일종의 100자평 같은 느낌이어서 진한 감동은 없어요.
다만, 겐지 선생이 뚝심있게 살아온 삶을 보았기에 믿는 겁니다.

하여튼 꼬리 잘 먹겠습니다 ~~~~~



한때 별명이 벌새였습죠. 벌새가 1분에 3000번 날개짓할 때 전... 흐흐...
 

2012년 여름 일기

 

 

 

 

용산 사태를 다룬 < 두 개의 문 > 을 보기 위해 머리를 감았다. 어제 개가 잡아온 참새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어쩌면 기면증을 앓는 새인지도 몰라. 그런 막연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새는 어제보다 조금 더 딱딱해졌다. 하루가 지나면 오늘보다 조금 더 딱딱해질 것이고, 어제보다 조금 더 딱딱해질 것이다. 마당 한켠에 있는 터앝으로 가서 삽으로 땅을 팠다. 새를 크리넥스 티슈에 곱게 싸서 묻었다. 그러다 보니 늦었다. 머리를 말릴 시간도 없이 달렸다. 딸랑딸랑, 나의 불알이 방울소리를 냈다. 맙소사, 어르신들의 걸죽한 농담인 줄 알았는데 바둑알처럼 예쁜 나의 불알에서 방울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  7018 버스를 기다린다. 내가 사는 곳은 빈민촌이라 버스도 30분에 한 대 온다. 압구정동이었다면 1분에 한 대씩 지나갔을 것이다. 다행히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왔다.

 

버스에 올랐다.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오른쪽엔 볕이 들고 왼쪽엔 그늘이 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늘에 앉았다. 그래, 그것이 바로 당신과 나의 차이지. 똑똑한 사람은 지금이 아닌 앞을 내다보는 법. 당신들이 앉은 자리는 10분 후면 쨍쨍 불볕 드는 자리가 되리라. 나는 7018번 버스 노선도의 방위각을 생각했다. 자하문 터널을 지나면 방위각이 바뀌어 내 자리는 시원한 그늘이 질 것이다. 나는 일부러 땡볕으로 달구어진 자리에 앉았다. 아야, 뜨거워라. 그래도 참으련다. 버스는 세검정길을 지나 상명대를 지났다. 불볕이었다. 자하문 터널을 지났다. 불볕이었다. 괜찮아, 다 될 거야. 효자동을 지났다. 불볕이었다. 내 예측은 완벽하게 틀렸다. 시부랄...... 목적지인 세종문화회관에 다다르자 그때 비로소 그늘이 졌다. 이런 걸 두고 천재의 오류'라고 한다.

 

< 두 개의 문 > 주세요 ! 라고 했더니 상영 시간표를 잘못 읽었단다. 그 시간에는 다큐 < 두 개의 문 > 대신 독립 영화 < 슈퍼스타' > 를 상영하고 있었다. 교차상영'이었다. 다음 회'를 기다릴 수도 있으나 이 다큐 영화는 저녁 8시까지 모두 매진된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독립 영화 < 슈퍼스타 > 를 보았다. 충무로에서 놀던 가난한 시절이 떠올랐다. 영화는 무척 후졌다. 징징거리는 감독의 신세 한탄이 보여서 짜증이 났다. 독립영화라고 해서 다 좋은 영화는 아니다. 영화가 끝나고 교보문고에 들렸다. 교보문고에 가서 유하의 <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 박형준의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 심보선의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로맹가리의 < 솔로몬 왕의 지혜 > 그리고 미국 성 의학회'가 엮은 < 혼자서도 실전처럼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마스터베이션 45선 > 을 샀다.

 

김종삼 시인의 시집은 절판이어서 구매할 수 없었다. 다시 7018번 버스를 탔다. 이번에는 그늘에 앉았다. 다음 정류장에서 어떤 남자가 탔는데 어디를 앉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볕이 드는 곳에 앉은 것이다. 이런, 병신.....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병신이 있구나. 꺄르르르르. 그를 보며 쿡쿡 웃자 그 사내의 얼굴에 험악해졌다. 버스는 힘차게 달렸다. 5분 정도 달렸을까 ? 그늘 진 내 자리는 어느새 볕이 들고, 볕이 든 자리엔 그늘이 졌다. 쿡쿡, 그 사내가 웃었다. 돌아오는 길에 치킨 가게에서 치킨'을 샀다. 기다리는데 얼마나 침이 고이던지! 골목을 지나가는데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 안녕하세요 !!! " 누구였더라 ?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 아하, 너구나 ! 어이구,  많이 컸네. 그 아이 집 앞 골목에서 치킨 포장 용기를 열어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닭 네 조각을 주었다.

 

아이가 폴짝폴짝 뛰었다. 집에 도착하니 개가 다시 새를 물고서는 나에게 다가왔다. 새를 터앝에 얕게 묻은 무덤 탓'이다. 새는 네기 묻었을 때보다 말랑말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옷으로 새를 감싼 후 책상 위에 두었다. 남은 네 조각 중 한 조각은 개에게 던져주었다. 남은 세 조각으로 맥주 2병을 마셨다. 이때.... 새가 눈을 뜨더니 방 안을 날아다녔다. 기면증에 걸린 새였던 모양이었다. 새는 열린 창문 사이로 날아갔다. 아주 오래전이었다. 저 새처럼 아버지를 깨워도 깨워도 깨지 않는 날이 있었다. 마른 장작처럼 딱딱했다. 그때 나는 아버지가 새처럼 눈을 떠서 자유롭게 날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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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11-15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울서 내려오기 전에 교보문고를 들렀는데
몸이 개운치 않아서 그런지 숨이 막히고 정신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과거로의 향수가 강한 듯 합니다.
솔직히 책방은 아니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08:23   좋아요 0 | URL
서울토박이인 저는 잘 모르겠는데
가끔 지방에서 1년 정도 살다가 올라오면 정말 공해 때문에 숨이 탁탁 막히더군요.
하루빨리 서울을 벗어나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바퀴는 무척 착한 곤충이다. 건강한 바퀴는 목숨을 걸고 인간이 사는 부엌에 가서 실컷 먹은 후 은신처로 돌아와 자신이 먹은 먹이를 액체 형식으로 토해 놓는다. 그러면 몸이 아픈 동료나  늙은 동료들은 그 액체 먹이를 함께 나눠 먹는다. 먹잇감 앞에서는 죽기 살기로 서로 싸우는 맹수보다 멋있다. 내가 바퀴에게 먹은 걸 다 내놓으면 다시 배가 고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바퀴는 싱긋 웃으면서 괜찮아 ! 난 건강하고 달리기도 빠르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먹이를 찾으면 돼. “ 라고 말해서 나를 감동시켰다.  인간은 가끔 나눔을 실천하지만 바퀴는 날마다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심성 고운 곤충이다. 인간이 사악한 이유는 바퀴의 나눔 정신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바퀴를 죽이기 위한 잴 형태의 독약은 바퀴의 고운 심성을 이용한다. 이 독약을 먹은 바퀴는 먹자마자 죽지 않는다. 제조회사에서 서서히 독이 퍼져서 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독약을 먹은 바퀴는 굶주린 동료를 위해 자신이 먹은 맛있는 먹이를 내놓는다. 동료들은 독약인지도 모르고 먹는다. 그들은 함께 죽는 것이다.

 

- 바퀴벌레와 코카콜라 中

 

 

 


 

 

 

바퀴와 벌레

 

우울증 약에는 강력한 수면제'가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깨는 이유는 타는 듯한 갈증 때문이다. 주변 사람 가운데 물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갈증은 종종 통증을 수반한다. 눈을 떴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벽을 타고 기어다녔다. 나는 순간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a. 침대에서 일어나 바퀴벌레를 죽이고 물을 마신다. b. 물을 마시고 나서 바퀴벌레를 죽인다. c. 다 포기하고 죽은 듯이 잠을 잔다. 바퀴를 죽이는 일'에도 몇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d. 화장지를 이용해서 죽인다. e. 걸레를 던져 떨어뜨린 후 죽인다. f. 책으로 내려친다. g. 살충제를 뿌린다. 이런 식으로 우선 가상의 수를 종합하니 총 98개나 되었다. 아, 자본주의'란 선택의 폭이 너무나 많아서 선택에 대한 고민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다가 죽는 체제'이다. 자본주의에서 선택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나는 고민하다가 눈을 감고 잤다. 

 

다시 눈을 떴다. 몇 분이 흘렀을까 ? 아니면 몇 시간이 흘렀을까 ? 몸은 석고처럼 굳어 있었다. 눈동자만 굴려서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던 벽을 쳐다보았다. 바퀴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선택의 폭은 좁아졌다. a. 물을 마실 것인가. b. 계속 잠을 잘 것인가. 바퀴가 사라졌다고 해서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가 줄어든 것이다. 숨을 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비릿한 약 냄새'가 진동을 했다. 미원을 잔뜩 입에 넣었을 때의 불쾌감이다. 문득 이마를 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이 하나 더 늘었다. c. 제일 먼저 이마를 긁을 것인가. 나는 c를 선택했다. 툭 ! 이마를 긁자 검은 물체가 떨어졌다. 깜짝 놀라서 침대 바닥을 보니 커다란 바퀴벌레였다.  그 사이, 바퀴벌레는 바닥으로 떨어져 구석진 곳에 몸을 숨겼다. 화, 났다 !!!! " 나 죽고 너 살자 ! " 라고 외쳤다. 아차, 너 죽고 나 살자지 ? 피식. 인간사랑에서 출간된 지첵의 < 향락의 전이 > 를 뽑아 바퀴벌레를 내리쳤다. 

 

바퀴벌레는 몸 밖으로 내장이 흘러나왔다. 머리와 발은 바삐 움직였으나 바닥에 놀린 몸은 움직이지 못했다. 끈적거리는 내장은 풀과 같은 작용을 했다. 나는 거실로 가 물을 마시고, 걸레에 유한락스를 묻혀 책 하드커버를 닦았다.  방으로 돌아왔을 때 바퀴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탈장한 몸으로 살기 위해 어디론가 숨은 모양이었다. 은신처에 숨은 바퀴'는 신호를 보낼 것이다. 인간은 들을 수 없는 울음을 울 것이다. 바퀴들은 그 소리를 듣고 모인다. 몸에 붙어 있던 알집은 떨어져나가 부화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은 동료들을 위해 기꺼이 뜯길 것이다.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으리라. 알은 부화하리라. 그리고는 곰곰생각하는발'에게 복수를 할 것이다. 더 많은 바퀴들은 내 침대를 공격할 것이다. 수면제로 시체가 되어버린 내 몸 위에 똥을 쌀 것이 틀림없다. 어택, 어택 ! 일보전진 !!!!  한밤중에 깜짝 놀란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형설시공사 판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 에서 " 바퀴 " 를 찾아보았다. 바퀴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바퀴 : [ 명사 ] < 동물 > 바큇과의 곤충. 바퀴를 발견하게 되면 인간은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최소 10배 이상 증가한다. [ 유의어 : 상품.  물건 ]  자본주의에서 상품은 인간에게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하도록 만든다. 나이키 덩크 로우를 살 것인가, 덩크 하이를 살 것인가. 검은 나이키 로고를 살 것인가, 빨간 나이키 로고를 살 것인가. 정가를 주고 나이키 매장에서 살 것인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살 것인가. 등등. 자본주의 상품은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다양한 선택을 강요한다. 자본주의 체제 속 인간은 선택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죽는다. 바퀴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죽일 것인가 ? 그러므로 자본주의 상품과 바퀴는 동일어'다.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소율. 형설시공사. 1999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 은 아무리 봐도 이상한 사전'이다. " 서슴없이 " 란 부사'를 찾아보니 단어에 대한 뜻은 없고 대신 그림 하나가 있었다. 사슴이었다. 그리고는 붉은 X자가 그 그림 위에 겹쳐진 상태로 있었다. 너무 황당해서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국어사전으로 검색하니 " 말이나 행동에 망설임이나 거침이 없이 " 란 뜻이다. 그런가 하면 " 일리있다 " 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 일리 있다 " 라고 띄어쓰기'를 해야 하는지 아리송해서 오소리입말사전'을 찾아보니 " 어떤 면에서 그런대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이치 " 라는 뜻 대신에 " 1.2.2.5 " 라고 표시되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무릎을 아, 쳤다. 일(1) 리 (2) 있 (2) 다 (5)  아무리 생각해도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 은 이상한 사전이다. 이왕 펼쳤으니 사전을 이리저리 살폈다. 

 

사전에 <딱정> 이라는 이름의 곤충은 없다. < 딱정벌레 > 라는 이름이 있을 뿐이다. 같은 이유로 < 사슴 > < 사슴벌레> 는 전혀 다르다. 사슴은 사슴과에 속하는 동물이고, 사슴벌레는 사슴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그렇다면< 바퀴벌레 > ?!  정식 명칭은 바퀴. 바퀴벌레가 아니다. 그러므로 바퀴는 바퀴과에 속하는 곤충이지, 바퀴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이 아니라는 말이다지구상에 바퀴벌레과  곤충은 한 마리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철썩같이 바퀴를 바퀴벌레라고 알고 있다. 그런식으로 유유상종하자면 사슴과 사슴벌레도 모두 하나다 ! 우리가 바퀴를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는 바퀴라는 곤충에 대한혐오와 경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둘의 관계는 곰곰생각하는발 박사의 어투를 빌리자면 < 질문 : 하우아 유 >  < 답변 : 아임 파인탱큐. 앤드 유’ > 의 관계와 같다.

 

바퀴와 벌레는 장소팔과 고춘자, 서수남과 하청일이고  유재석과 박명수, 팝콘과 콜라, 맥주와 치킨 사이. 그런데  바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백해무익한 해충일까? 인간이 바퀴를 징그러운 해충이라고 규정한 후 < 박멸 > 한다면, 어쩌면 지구는 멸망할지도 모른다. 곤충은 지구 생태계 종 70%를 차지한다. 자연생태계에서  곤충은 좋은 식량이다. 많은 동물들이 곤충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바퀴는 새나 쥐, 고양이와 개도 즐겨 먹는 일용할 양식이다. 그뿐이 아니다. 개미도 바퀴를 즐겨 먹으며, 심지어는 바퀴도 바퀴를 즐겨 먹는다. 바퀴는 닭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3배나 많다 !  이 녀석은 말 그대로 단백질 덩어리다.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인 셈이다.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한다면 바퀴는 아웃벡 같은 패밀리레스토랑에 선보일 만한 자원이다.

 

조인성이 나와서 내가 다 해줄게. 바퀴 위에 구운 마늘을 이렇게 으깨서...한 입 ! “ 만약에 인간이 바퀴를 멸종시킨다면 그 영향은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바퀴의 상위 포식자는 그만큼 먹이를 먹지 못하게 되어 개체수가 줄어들고, 바퀴의 상위 포식자가 줄어들면 바퀴의 상위 포식자를 잡아먹는 상위 포식자 또한 굶어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바퀴의 박멸은 생태계 재앙을 야기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 세상에 잡초라는 이름을 가진 풀은 존재하지 않듯이, 해충이란 곤충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깐 < 해충 박멸’ > 이라는 문구는 인간 중심적 사고가 낳은 존나 촌스러운 의기양양이다. 자연생태계 입장에서 보자면 바퀴는 매우 소중한 식량 자원 중 하나이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동물이 해충에 가깝다. 자연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은 바퀴가 아니라 인간이다.

 

오소리 깻잎 입말 사전'에는 " 곰곰생각하는발 " 이란 낱말도 기재되어 었다. 뜻은 이렇다. " 아는 것은 많으나 깊게 알지는 못하는 놈. 이 자에게 진지하게 묻지는 말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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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3-11-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지하게 따져 묻고 싶으데, 따져 물을 말이 별로 없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페루애님과 함께 잘 조리된 바퀴벌레 한접시 먹고 싶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4 15:48   좋아요 0 | URL
마디겠군요. 튀겨서 겨자소스에 잘 찍어먹자구요..

히히 2013-11-15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인성할아버지가 나와서 샬랑샬랑해도 바퀴요리는 사양합니다.
세계1대희귀음식이 모기눈알 요리인데
차라리 요놈으로 도전~~~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08:28   좋아요 0 | URL
전 한번 바퀴 요리에 도전하고 싶어요.
벌레 요리만 하는 레스토랑도 있다고 하더군요.
벌레가 맛있나 봐요.
우리 번데기는 잘먹잖아요. 그러니깐 혐오'는 일종의 편견임...
같이 먹어요. 난 다리 먹을 테니깐
히히 님은 오동통한 배 먹으세요. 뭐니뭐니 해도
육식즐기는 사람은 내장 맛이 최고죠...

피비 2013-11-15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거미는 무척 나쁜 동물이다. 건강한 거미는 목숨을 걸고 피비가 사는 방으로 가서 실컷 피비를 골탕먹인 후 은신처로 돌아와 피비를 괴롭힌 이야기를 친구 거미에게 토해 놓는다. 그러면 몸이 아픈 동료나 늙은 동료들은 그 이야기를 함께 즐긴다.

먹잇감 앞에서는 죽기 살기로 서로 싸우는 맹수보다 악하다.

내가 거미에게 나를 그렇게 괴롭히고 놀래키면 너무 나쁜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거미는 싱긋 웃으면서 "괜찮아 ! 난 너를 놀래켜도 모기도 잡고 벌레도 잡아주니까. 그걸로 쌤쌤이지 뭐" 라고 말해서 나를 감동시켰다.


인간은 가끔 쌤쌤을 실천하지만 거미는 날마다 쌤쌤을 실천하는 것이다.

참,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병주고 약주는 동물이다.

인간이 사악한 이유는 거미의 외모만 보고 죽여버린다는 점이다.

두꺼운 형태의 국어사전은 피비가 무섭게 생겼다고 미워하는 거미를 죽이기 위해 이용한다. 이 사전에 눌린 거미는 바로 죽어버린다. 그렇지만 끝이 아니다. 이미 피비를 괴롭히는게 재밌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동료들은 침대 뒤에 숨어서 거미가 죽자마자 피비를 놀래킬 생각에 들떠 있던 중인 것이다!


- 거미와 피비 中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08:26   좋아요 0 | URL
피비, 날 놀리는구랴. ㅎ.ㅎ
거미 무서워하죠 ? ㅎㅎ. 저도 거미는 정말 무섭습니다.
지네 다음으로 무서워요.
벽에 거미가 있길래 내가 쩍쩍이에게 여기 벌레 있네, 라고 했더니
쩍쩍이가 큰 거미 한 마리를 생각없이 물었는데 아마 독거미였나 봐요.
화들짝 놀라서 도로 뱉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벌레 어딨어 ? 라고 하면 일단 흥분해서 벽을 봅니다. 영리한 녀석잉요.
 

 

 

무한도전의 시작은 정말 무()한 도전이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좌충우돌을 전면에 내세운 오락프로그램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이 프로는 띨빵과 띨띠리의 만담-였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요. 빨간 것은 사과예요 ! 사과는 맛있어요. 맛있으면 바나나예요 ! 바나나는 길어요. 길면..내 거시기네요 이제 그들은 더 이상 평균 이하 헐렁이들이 아니다. 유재석 사단은 방송 3사의 모든 오락 프로를 점령했으니, 이제 평균 이하 찌질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그들은 대한민국 평균 이상이다. 오락프로의 진일보한 진화란 이런 것일까 ? 그들이 변했다. ()한 도전은 이제 무()한 도전으로 업종 변경한 지 오래이다. 스포츠댄스 경연 대회에서 경연을 하고, 봅슬레이 국제 경기에서 선수로 경기를 펼치며, 프로레슬링 경기도 소화한다. 그리고 이제는 조정 경기에 도전장을 내민 모양이다. 말 그대로 무한한 도전이다. 고생 끝에 눈물이 맺힌다. 감동이란 이런 것입니다 ! 강열한 임팩트, 긴 여운 ! 긴 건...

    내 거시기'라니까요 !

 

- 무한도전 中

 

 

 


 

 

 

홀로서기'

  

< 홀로서기 > 라는 시집'을 읽은 적은 없다. 가끔 라디오'에서 청취자 엽서 사연'을 소개할 때 종종 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차 안에서 3040세대'를 겨냥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흘러나올 때 DJ가 " 에코빵빵사운드 " 로 시 낭송을 하는 것이 내가 서정윤 시를 접한 전부였다. 들을 때마다 시가 시시해서 고개를 도레도레 쳤다. 시적 서정성의 확립은 사실 미미한 수준이었다. 내 평가가 너무 도도한가 ? 미레가 창창한 시인에게 너무 야박한 평가다 싶어 작품을 진지하게 파도 파도 결과는 시시한 시였다. 어찌되었든, < 홀로서기 > 는 문학도를 열망하는 사춘기 소년이 일기장에 썼을 법한 아우라'였다. "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 라는 구절은 연애편지 쓰기에 딱이다. 나는 나중에 이 시집이 300만 부'나 팔렸다는 말을 듣고는 기절초풍할 뻔했다.

 

이 기록은 < 실미도 > 가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불행한 결과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가난에 대한 낭만적 접근에 성공한 함민복 시집이나 피고름을 짜서 완성한 김신용의 완성도 높은 시집이 3000부도 안 팔리는 판국에 < 홀로서기 > 가 300만 부'나 팔렸다니 놀라운 결과였다. 그렇다고 잘 팔렸던 < 홀로서기 > 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 디워 > 의 흥행'을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 지구를 지켜라 > 의 흥행 결과가 < 디워 > 와 바뀌었다면 한국 영화 산업이 조금 더 성숙했을 것이란 믿음처럼, 시집 판매량이 전자와 후자가 반대로 나왔다면 대한민국은 문화 강국이 되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어찌되었든 서정윤과 홀로서기 시집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풍문으로 들었고, 알음알음 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어제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접했다.

 

서정윤이 여중생을 성추행했다는 소식이었다.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공개된 것을 보면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중앙일보가 시교육청과 경찰서에서 얻은 내용을 종합하면 " 가슴이 얼마나 컸는지 만져봐도 되나요 ? " 라고 묻거나 볼에 두 번 입술에 세 번에 걸쳐 입을 맞췄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반항하는 제자에게 " 가만히 있어 보세요 ! " 라고 말했다는 것.  여학생은 가마니'가 아니었기에 가만히 있을 턱이 없고, 자신의 가슴은 젖을 뗀 지 일주일이 지난 통통한 강아지가 아니니 얼마나 컸는지 만져보겠다는 제안에 화가 잔뜩 났을 것이다. 서정윤은 격려 차원'이라고는 하나 이 정도가 < 격려' > 면 피해 여학생 입장에서는 이 < 갈려 > 할 사안이다. 솔직히 내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라고는 했으나 사실 나는 이 사건이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유명 시인'이 어쩌면 저럴 수 있는가 라고 한탄하지만 범성론자인 내가 보기에는 시인'이라고 별다른 것은 없다. 나는 시인에 대한 환상이 전혀 없다. 시인이 고고하고 단아할 것이란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시인이란 순수의 결정체가 아니다. 그냥 인간은 모두 도 긴 개 긴이다. 물론 이러한 말이 <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깐 ~  > 이라는 식으로 싸잡아서 특정 집단을 비판할 때 생기는 오류라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문학판 술자리'에 몇 번 가본 사람은 대충 돌아가는 꼴을 짐작할 수 있다. 문인들이 색기 있다는 말이 아니다. 모든 인간이 색기 있다는 소리'이다. 특히 수컷의 성욕은 본능이다. 후속 보도에 의하면 2008년에는 남학생들을 성적이 안 오른다는 이유로 골프채로 때려서 징계를 먹은 기록도 있는 모양이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때릴 수 있는 자유를 당연한 권리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이 사건과는 관련없지만,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리지만 < 어르신 이데올로기 > 에 사로잡힌 어르신들이 있다. 이런 인간들은 항상 어른 대접을 받으려고 한다. 그들은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자리 양보'를 하지 않는 년/놈을 모두 싸가지없다고 취급한다.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미덕이 될 수 있지만 어르신이 그것을 집요하게 강요하면 추태와 주접'이 된다. 어르신이 피죽 먹으며 피똥 싸서 이룩한 풍요로운 결과 때문에 너희들이 배부른 것 아니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하지 말자. 어른이라고 아이를 때릴 권리는 없다. 그런 어른은 어른 대접할 필요 없다. 국가와 꼰대가 강요하는 어른 대접은 개나 줘라.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욕을 잘한다며 혀를 끌끌차는 모양이던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자연스러운 입말'이다. 그들에게는 욕도 소통의 한 방식'이다.

 

오히려 " 요즘 아이들은 입만 열었다 하면 욕을 해서 걱정이에요. "라고 교양 있게 말하는 그 자세야말로 꼰대스럽다. 요즘 아이들이 싸가지가 있건 없건 그것은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어른이여, 아이들에게 지적질하지 마라. 너나 잘해라.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내가 보기에는 동일 계통 속에서 오고가는 욕보다는 위 아래 서열이 명확한 수직 계급 속에서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반말'이 더 심각하다. 어리다고 놀리지 마세요.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가 아니라 더러워서 말을 안 하는 것이니깐 말이다. 그러니까 나이 많다고 반말 찍찍거리지 마라. 쥐새끼도 아니면서 왜 찍찍거리나. 범성론자인 내가 보기에 < 홀로서기 > 에서 " 서다 " 라는 동사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그 뜻이 아닌지도 모른다.

 

 

서다

 

1. 사람이나 동물이 발을 땅에 대고 다리를 쭉 뻗으며 몸을 곧게 하다.

2. 처져 있던 것이 똑바로 위를 향하여 곧게 되다.

3. 계획, 결심, 자신감 따위가 마음속에 이루어지다.

4. 무딘 것이 날카롭게 되다.

5. 질서나 체계, 규율 따위가 올바르게 있게 되거나 짜이다

6. 아이가 배 속에 생기다.

7. 줄이나 주름 따위가 두드러지게 생기다.

8. 물품을 생산하는 기계 따위가 작동을 멈추다.

9. 남자의 성기가 발기되다.

 

서정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은 < 서다 > 를 ① 로 생각할 것이다. 진취적인 사람은 ③ 으로 판단할 것이다. 성모 마리아를 믿는 사람은 ⑥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범성론자는 ⑨로 이해할 것이다. 어쩌면 시인은 " 그것의 참을 수 없는 성욕 " 에 대한 번뇌를 호소하기 위해서 홀로 서기'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려던 행간은 아니었을까 ? 그래서 이제는 만나야 한다, 고 끝을 맺은 것은 아닐까 ?  라임에 욕심 내서 한번 디스하련다.  " 홀로 선다는 것은 죄 없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다들 아시리라. 하지만 교사실'에서 여학생과 둘이 있을 때 해소하려고 하면 안된다는  그사실'은 명심했으면 ! "  서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서면 가면 밀면 좋다. 알면 좋은 정보이니 초행길에  챙겼으면. 아, 그리고 돼지국밥도 맛있다. 맛있으면 역시 바나나다. 바나나는 길다. 길면..... 

 

성욕에 의한 범죄는 어쩌면 원숭이 엉덩이'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하필 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서 사과 → 바나나 → 거시기'로 진화했으냔 말이다. 사과가 맛이 없고, 바나나도 동그란 모양이었다면 거시기'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원숭이, 사과, 바나나'를 공범죄'로 엄히 다스릴 것이다. 원숭이와 사과는 종북 세력으로 몰아서 국가보안법'으로 처단하고 바나나는 공연 음란죄로 그리고 뼈도 아니면서 뼈 흉내를 내는 거시기는 명의 도용에 의한 사기죄로 다스릴 것이다. 그래야 지구에 평화가 찾아온다. 독수리 오형제는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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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11-14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홀로서기.. 서면.. 밀면... ㅋㅋㅋㅋ 으핳 하고 웃었네여. 제가 알고지내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은 stand 뜻이 뭐냐며 낄낄거리고 웃지요. 참 귀여워요. 성의 /도 모르는 제가 이들을 진심으로 귀엽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 다 페루애님 덕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삼 감사. 이런 글을 자주 올려주셔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4 03:01   좋아요 0 | URL
아니 이 시간에 안 주무시고 뭐합니다. 진짜로 서면 가서 밀면 먹고 싶네요. 돼지 냉족발이었던가요 ? 고것도 별미라 하던데 아직 못 먹었습니다. 이런 글 자주 올리면 즐겨찾기 수가 절반으로 감소가 되어서요.. 헤헤헤...

푸르푸르 2013-11-1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국밥 정말 맛있습니다 아 해장으로 그거 먹고 싶네요~
아이 속쓰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4 10:31   좋아요 0 | URL
선생님은 왜 항상 술에 쩔어 사십니까 !! 이 댓글에 대한 답글도 뻔해보이지만...
3일째 달렸어염... 요런 거 달릴 거 뻔함..

푸르푸르 2013-11-14 15:27   좋아요 0 | URL
왜 그러십니까 전 선생이 아닙니다
그리고 술이야 늘 마시는 거니 왜 숨쉬고 사냐고 묻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질문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4 15:43   좋아요 0 | URL
사실 그 표현이 이미 예상했었습니다 ~

나탈야 2013-11-1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시 페루애님은 이시대의 진정한 범성애자이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4 15:43   좋아요 0 | URL
범성애자가 아니라 범성론자입니다.

엄동 2013-11-1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은 오픈형 범성론자 즉 인퍼블릭"형!
곰발님외 수컷은 체면상아닌척"형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4 15:44   좋아요 0 | URL
아닌 척하는 놈들은 꼴도 보기 싫습니다.

히히 2013-11-1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고생 때 [홀로서기] 정말 인기 많았는데.
TV 없애고 난 뒤 소식통이 많이 늦습니다.
이외수 혼외아들 사건도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최악의 사기죄 공범 히히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08:29   좋아요 0 | URL
티븨 없애길 다행입니다.
보면 볼수록 병신 같은 기계가 티븨'임...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스티븐 킹의 사계 봄.여름 밀리언셀러 클럽 1
스티븐 킹 지음, 이경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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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가을이었던가 ? 열린 창문 사이로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나비는 내 방으로 들어와 나무의 섬유질로 만든 종이 책냄새를 맡으며 이리저리 호들갑스럽게 날아다녔다. 그날 밤,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둔 채 잠을 잤다. 나비를 가두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열린 창문 사이로 칼바람이 불었으리라.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며칠을 앓았다. 그렇다고 떠나버린 나비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벽 모퉁이에서 꼼짝도 않고 붙어 있는 나비를 발견했다. 날개 모양과 색깔로 보아서 며칠 전에 날아들어왔던 그 나비였다 나비가 나갔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비는 그동안 내 방에서 갇혀 있던 것이다. 사흘 동안 굶었을 생각을 하니 이만저만 미안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두 손으로 손 감옥을 만들어서 나비를 가두었다. 나비는 그때서야 자신이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손 감옥으로 나비를 가두기 전에 이미 내 방에 갇혀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나비는 자신이 오래 전에 갇혔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창문을 열었다. 두 손을 펼쳤다. 나비는 잠시 내 손바닥 위에 앉아 있다가 이내 팔랑거리며 밖으로 날아갔다.

- 쇼생크 탈출 3, 당신은 독살에 갇힌 죄수다 中

 


 

 

 

 

 

 

정직한 사람에게는 소리가 난다.

 

 

 

 

정직한 사람이라면 걸어갈 때 발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대지 위를 살금살금 돌아다닌다. 보라, 달이 고양이처럼 다가온다. 정직하지 못하게스리.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中, 프리드리히

 

 

 

 

 

속초 미라지 모텔 달방'에서 1년을 살았다. 원래는 지붕 낮고 마당 넓은 집을 찾기 전까지 잠시 머무를 요량이었다. 텃밭은 아니더라도 작은 터앝 하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 살던 집 전세금이 집주인 사정과 묶여서 재판에 걸리는 바람에 집을 얻을 수도 없는 노릇이 되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모텔 달방'에서 살았다. " 달방 " 이란 모텔에서 先월세'를 달마다 미리 지불하는 형식이었다. 이곳은 주로 장기 투숙자들이 묵었다. " 달방 " 이라고 하니 이름은 꽤나 낭만적이고 근사했지만 사실 달방 세입자들은 대부분 유흥업소 여성들이나 그녀들이 매춘을 해서  번 돈을 갈취하는 기둥서방들 그리고 떠돌이 노역자가 대부분이었다. 나 또한 밑바닥 인생'이었다. 대포항 방파제 공사현장에서 틈틈이 일을 했고 극장 영업이 끝나면 카페트나 의자를 소독하고 청소하는 일을 했다. 제임스 조이스나 프르스트 같은 위대한 작품을 쓰리라던 욕심과는 반대로 나는 날마다 술을 마셨다. 

 

달방은 감방'이었다. " 둘러보아 사방 네 벽 감방에서 /  갖고 놀 만한 것이라고는 네 자지말고 없다는 것을 ( 시 독거수 부분 / 김남주 作 ) " 깨닫게 되었다. 비가 오거나 일이 없을 때에는  아침 9시에 도서관에 갔다. 그때 도서관에서 읽은 책이 바로 < 리타 헤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이었다. 영화로는 이미 숱하게 보았지만 원작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모건 프리먼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중편 분량이었기에 그 자리에서 두 번 읽었다. 그리고 나서 시청각실'에 가서 < 쇼생크탈출 > 을 신청해서 보았다. 우울할 때마다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대부분 원작에 충실히 따랐지만 몇몇은 약간씩 다르다. 도서관 사서'로 나오는 브룩스는 소설에서는 자살이 아니라 빈민 노인수용소'에서 죽은 것으로 나온다. 소설 속 브룩스'에 대한 묘사는 다음과 같다.

" 브룩스의 나이는 68세였고, 거기에 관절염까지 있었다. 감옥 문을 나가면서 그는 한참을 울었다. 쇼생크가 브룩스의 세계였던 것이다. 브룩스에게 벽 밖의 세계는 15세기에 미신을 신봉하는 선원들이 생각하던 대서양처럼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감옥 안에서 브룩스는 중요인물이었다. 도서과의 사서였고 배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키터리 도서관에 가서 취직시켜 달라고 말한다고 해도, 취직은커녕 대출 카드조차 받지 못할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브룩스는 1953년에 프리포트 가까이에 있는 어느 빈곤 노인수용소에서 죽었다. ( p70 ) "

이 부분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3월을 며칠 앞둔 2월 늦겨울이었다. 하지만 속초에서는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계절이기도 했다.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렸다. 여름에 내리는 비는 시끄럽지만 겨울에 내리는 눈은 조용하다. 내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때 창밖을 보면 영락없이 눈이 내렸다. 나는 늙은 사서 브룩스가 교도소 철문 앞에서 오랫동안 한참을 울었다는 문장 앞에서 먹먹해졌다. 그는 50년 가까이 이곳 쇼생크 교도소'에서 살았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들어와서 한평생을 이곳에서 산 것이다. 그는 자유에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규제'에 길들여진 인간이었다.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험프리 보가트가 나오는 < 카사블랑카 > 를 좋아했던 나의 옛 애인은 이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늘 낮게 속삭였었다. " 카사블랑카여, 영원하라 ! "

브룩스가 흘린 눈물은 쇼생크'와 결별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 곁을 떠나는 애인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여자의 마음은 쇼생크 교도소 철문처럼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나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그해 봄, 나는 속초로 떠났다. 영화와 소설에서 가장 많은 차이가 나는 인물은 바로 교도소장'이었다. 소설 속에서는 새뮤얼 노튼 교도소장을 비롯해서 다양한 전임 소장들이 등장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교도소장'을 하나로 묶어 워든 노튼 교도소장'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원작에 비해 설정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으나 소설 속 새뮤얼 노튼 소장은 영화와는 달리 티미'를 살해하지도 않았고 권총 자살을 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냥 조용히 몰락하는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소설과 영화 중 어느 작품이 더 좋은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지 않겠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더 좋아 아니면 아빠가 더 좋아 라고 묻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침 9시에 도서관에 가서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을 두 번 읽고 나서 도서관 내 시청각실에 가서 < 쇼생크 탈출 > 을 보고 나오니 밖은 어두웠고 눈은 밝게 빛났다. 자전거를 두고 가게에 들려 소주 2병을 산 후 달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머무는 객실 옆에 사는 여자는 항상 새벽 4시에 들어왔다. 퇴근 시간으로 보아 유흥업소에 다니는 여자였다. 생각해 보니 내가 105호에 입주했을 때 103여자는 다음날 입주했었다. 우리는 모텔 투숙 동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얼굴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모텔 장기투숙자라는 것이 그렇게 떳떳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지 않은가.  

그 여자는 늘 취해 있었다. 내가 머무는 객실 복도를 지나칠 때에는 항상 불규칙적인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녀의 비틀거리는 하이힐 소리를 좋아했다. 정직한 사람에게는 걸어갈 때 발소리가 나는 법이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 곧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이내 조용해졌다. 간혹 변기 뚜껑을 열고 토악질하는 소리가 들렸을 뿐 여자는 무척이나 조용했다. 티븨 소리도, 누군가와 전화 통화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용한 아가씨였다. 어느 날 날품을 팔고 돌아와 보니 객실 문고리'에 검은 비닐봉투가 걸려 있었다. 그 속에는 귤과 쪽지 편지'가 있었다. " 기침을 심하게 하시더군요. 귤을 사다가 생각나서 나눕니다. 빈 속에 술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세요. 103호 " 낯익은 글씨체'였다. 헤어진 옛 애인의 글씨체와 비슷해서 눈물이 났다. 

나는 다음 날  < 리타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이라는 책을 사 그 속에 손편지를 넣어 103호 객실 문 옆에 두었다. " 제가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읽어보세요. 105호 " 얼굴은 알지 못하나 편지를 주고받았으니 일종의 펜팔이었다. 며칠 후 문 틈 사이로 쪽지 편지가 끼워져 있었다. " 저는 카사블랑카'를 좋아해요. 103호 " 우리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신을 왕래했다. 어느 날이었다. 103호 여자가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벽을 타고 들려왔다. 목소리에서 쨍쨍 쇳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얼마나 울고 싶었을까 ? 얼마나 외로웠을까 ? 낯선 타관에서 얼마나 그리웠을까 ? 다음날 복도에 사람들이 분주히 다니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일꾼들이 103호 객실에서 벽지를 뜯어내고 있었다. 카운터 주인에게 103호 여자의 행방을 물었다. 카운터 직원은 말했다.

" 무슨 말이에요. 103호는 물이 새서 그동안 방을 놓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방수 공사를 하는 거예요. 이 방을 창고로 쓴 지 벌써 1년이 넘었는걸요. 103호 여자라니 무슨 말인가요 ? 환상의 여인'이라도 되나요 ? " 카운터 여자'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말을 꺼내려다 이내 말문을 닫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귀신에 홀린 듯했다. 비틀거리는 하이힐 소리와 벽을 사이에 두고 주고받았던 쪽지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였다.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서울에 사는 친구였다. s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s는 내 옛 애인의 여동생과 사귄 적이 있는 친구였다. 그를 통해 옛 애인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날 나는  급히 서울로 내려갔다. 장례식장에서 옛 애인의 여동생을 만났다. 어색한 침묵이 오래 지속되었다. 내가 어렵사리 언니에 대한 근황을 묻자 여동생은 망설이다 말했다.

" 언니는 자살했어요. 오빠와 헤어지고 나서 말이에요. 아직 모르고 있었군요. 좋은 소식이 아니니 굳이 헤어진 애인에게 소식을 전할 필요는 없었죠. 경찰 연락을 받고 찾아간 곳은 강원도에 위치한 영안실이었어요. 아마... 작년 이쯤이었지 싶어요. 강원도에는 3월인데도 폭설이 내리더군요.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직원 안내를 받고 따라간 곳은 어느 모텔이었어요. 언니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거죠. 경찰 말로는 언니가 이곳에 달방을 얻은 관계로 기간이 투숙 기간이 남아 있어서 유품 정리'를 따로 안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유품이라고는 별로 없었어요. 책 한 권에 옷 몇 벌. 그리고 껍질을 까다 만 귤이 전부였어요. 네에 ? 아.... 그 책 이름이.... 아, 그래요.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었죠. 바로 어제가 일 주기 기일'이었어요. 이제 우리 가족은 오빠를 원망하지 않아요. 결혼을 반대한 것은 우리 쪽이었으니 말이죠. 다 지난 일이잖아요.  "  

봄이 오자 나 또한 미라지 모텔을 떠났다.  떠나기 전 주머니칼로 벽 모서리 끝에 " i was here " 라고 새겼다가 다시 " we were here " 라고 고쳤다.  모텔 문을 나가면서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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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3-11-13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캬... 좋다.
교도소의 철문을 굳게 닫힌 그녀의 마음으로 묘사한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됐고!

네이버에 빨리 돌아오셈.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3 11:52   좋아요 0 | URL
네이버에서 이웃들에게
무시(전라도 방언 무 ) 도 아니면서 무시당하고
멸치도 아니면서 멸시당한 생각을 하면 화병납니다.
언젠가 네이버 본사 불질러서 네이버 이웃들 다 쫒을거임..

나탈야 2013-11-1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리 블로그 데이터 백업해놔야겠다. 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3 15:11   좋아요 0 | URL
그럼 백업을 공격하게씀..

히히 2013-11-15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필 [달방]으로 가셨답니까?
음기가 강한 곳이니 처녀귀신이 출몰하지요?
아~~~우
빨간종이 줄까?
파란종이 줄까?
하얀종이 줄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5 08:23   좋아요 0 | URL
별로 안 웃기군요.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