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의 B 무비 : ADHD'적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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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지 선정 스티븐 킹 원작 영화 베스트 10
타임지'에서 스티븐 킹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 가운데 < Top 10 > 를 선정한 적이 있다. 다음과 같다. 1. 캐리 ( 1976 ) 2. 샤이닝 ( 1980 ) 3. 데드 존 ( 1983 ) 4. 스탠 바이 미 ( 1986 ) 5. 미저리 ( 1990 ) 6. 쇼생크 탈출 ( 1994 ) 7. 돌로레스 크레이븐 ( 1995 ) 8.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 1998 ) 9. 시크릿 윈도우 ( 2004 ) 10. 미스트 ( 2007 ) 이 목록을 보다가 문득 선정 기준이 궁굼해졌다. 취향의 문제이니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이 목록은 < 취향 > 을 떠나서 < 성의 > 가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보다는 감독 브랜드'에 치중한 것 같다. 내가 선정하라면 꽤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이번에는 엔터테인민트 위클리'가 선정한 스티븐 킹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 톱텐'을 살펴보았다. 다음과 같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선정 베스트 10
1. 쇼생크 탈출 2. 샤이닝 3. 미저리 4. 스탠 바이 미 5. 캐리 6. 스탠드 7. 데드 존 8. 그린 마일 9. 다크 하프 ( 1993 ) 10. 쿠조. 이 목록은 타임지'가 선정한 목록보다는 성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임이 선정한 < 데드 존 > 은 크로넨버그'가 만든 초기작'이기는 하나 명성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고 <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 또한 브라이언 싱어의 작품이지만 B스러운 감각이 부족해서 킹스클럽 ( 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 에 가입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타임에 비해 전문적이었다. 타임지'처럼 유명 감독에 기댄 전관예우'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 쿠조 > 를 선택한 것을 보면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것 같기도 하다. < 쿠조 > 는 루이스 티그'라는 별 볼 일 없는 감독이 별 볼 일 있게 만들었으나 3류 감독이라는 감독 브랜드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작품이다. 눙물이......
이 영화에서 길들여지진 개를 길들여지지 않은 개처럼 잡아내는 촬영 감독인 얀 드봉의 카메라 동선이 꽤 흥미진진하다.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으나 이 작품은 원작과는 달리 아이'를 구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한다. " 아이는 절대 죽이지 않는다 " 라는 헐리우드의 불문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이 잡지는 베스트 10'뿐만 아니라 워스트 5'도 선정했다. 다음과 같다. 1. 맹글러 2. 샤이닝( 티븨 미니 시리즈 판 ) 3. 맥시멈 오버드라이브 ( 1986 ) 4. 욕망을 파는 집 ( 1993 ) 5. 시너 ( 1996 ) 이 목록에서 재미있는 것은 베스트 2위에 뽑힌 샤이닝 ( 스탠리 큐브릭 감독 ) 과 워스트 2위에 뽑힌 샤이닝 ( 티븨 미니 시리즈 판 ) 이다. 스티븐 킹은 세간에 떠도는 명성과는 달리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 샤이닝 > 을 꽤나 싫어한 모양이다.
자신이 쓴 소설이 영화화되었을 경우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킹'은 이 작품에 대해서는 유독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간 날 때마다 험담을 한 것을 보면 말이다. 불만을 품은 그가 티븨 제작에 참여하고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 바로 티븨 미니 시리즈 판 샤이닝'이다. 바람이 전해준 말에 의하면 스티븐 킹은 이 시리즈에 대해 만족했다는 후문. 스티븐 킹'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 샤이닝 > 은 확실히 압도적일 만큼 뛰어난 걸작'이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경이롭다. 그리고 이 목록에서 흥미로운 점은 바로 워스트 3위에 오른 < 맥시멈 오버드라이브 > 다. 첫 번째 단편집 < night shift > 에 수록된 < 트럭 > 을 킹이 직접 연출을 맡은 입봉작이다.
결과는 대략 난감'이다. b스럽게는 하지만 기발함'은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b스럽게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 b스러움' > 이 아니라 ADHD的 정서'다. 뒤죽박죽이지만 결코 산만하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게 B무비의 생명이다. < 맥시멈 오버드라이브 > 는 말 그대로 " 오버 " 했다. 1위에 선정된 < 맹글러 > 또한 < night shift > 에 수록된 단편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짜집기를 했는데 결과는 완벽한 실패'다.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 > 라는 전설적인 호러 영화를 만들었던 토브 후퍼'가 영화 < 맹글러 > 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정말 형편없이 " 맹글렀" 다. < 나이트메어 > 에서 프레디 크루거를 연기한 로버트 잉글런드가 생얼로 영화에 등장하는데 마치 유재석이 안경을 벗었을 때의 느낌이 난다. 눙물이....... 이 목록을 보다가 문득 나도 베스트 10'을 뽑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곰곰생각하는발 만물박사의 베스트 10'이다.
▶ 곰곰생각하는발 선정 베스트 10
1. 쇼생크 탈출 2. 캐리 3. 샤이닝 ( 스탠리 큐브릭 ) 4. 크리스틴 5. 공포의 묘지 6. 미저리 7. 쿠조 8. 스탠 바이 미 9. 미스트 ( 2007 ) 10. 1408 ( 2007 ) 곰곰생각하는발 만물박사의 킹스클럽 만신전에 오른 < 쇼생크 탈출 > 은 두 말 하면 입이 아파서 세 말 하기 전에 입을 닫고 그저 엄지손가락 세 개'를 높이 쳐들겠다. 사실 < 쇼생크 탈출 > 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입봉작은 아니다. 그 전에 < 방안의 여자 > 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스티븐 킹은 서비스 차원에서 자신의 작품을 적은 예산으로 찍은 작품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서 영화를 만든 이에게 자신이 쓴 소설 가운데 한 편을 조건 없이 단돈 1달러에 넘기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바로 < 방안의 여자 > 가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래서 다라본트는 < 쇼생크 탈출 > 을 단돈 1달러에 인수하게 되었다.
로또나 다름 없었다. 후에 로브 라이너 ( 스탠 바이 미, 미저리 감독 ) 가 이 판권을 사기 위해 다라본트에게 250만 달러를 제안한 것을 보면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스티븐 킹'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작품을 실력이 뛰어난 감독 지망생 풋내기'에게 조건 없이 양보한 것이다. 아, 눙물이 !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감독 이전에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였다. < 라이언 일병 구하기 > , < 마이너리티 리포트 > , < 인디애나 존스 4 > 가 다라본트가 참여한 작품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다라본트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갖춘 사람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바로 이 화려한 " 글빨 " 로 중편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을 각색했으니 결과는 뻔했다. 영화는 원작과 약간 다른데 비교 평가를 하다 보면 감독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4위인 < 크리스틴 > 은 존 카펜터 감독이 만들었는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악령이 깃든 자동차'라는 주제는 킹이 만들어서 제대로 망칭 < 맥시멈 오버드라이브 > 와 유사한 설정이지만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촌스러운 B급 무비'라고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 < 크리스틴 > 을 보다 보면 킹이 이 소설 도입부에서 밝힌 " 러브 트라이앵글 " 이 주제라는 말이 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동차 크리스틴은 차 주인과 사랑에 빠진 여자'를 증오한다. 그리고는 없애버릴 계획을 실천하는데 이 과정이 황홀하다. 오락영화로도 손색이 없고, 존 카펜터를 대표하는 영화로도 좋다. < 공포의 묘지 > 또한 뛰어난 걸작이다. 원작도 훌륭하고 영화도 뛰어나다. 황홀하지만 거의 다 외면한, 불가사의한 영화인 < 시에스타 > 를 만든 메리 램버트'가 영화를 만들었는데 비극은 삼대'를 이어가는 모양.
이 영화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없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 소설 가운데 사계, 잇과 함께 가장 뛰어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알뛰세르의 호명, 프로이트의 실수 그리고 잘못된 텍스트에 대한 작가의 히스테릭'을 다룬다. 비극의 시작은 CEMETERY가 SEMATARY'로 잘못 호명된 장소에서 벌어진다. 루이스 티그가 감독한 < 쿠조 > 는 B스러움을 제대로 보여준다. 만약에 광견병에 걸린 개'를 CG로 재현했다면 삐급 서정'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가 애잔한 이유는 세인트 버나드'인 개가 보여준, 심장을 후벼파는 신파 연기에 있다. 개는 점점 광기에 빠지지만 그럴 수록 귀엽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B급 영화의 생명은 바로 B스러움'에 있다. 끝으로 2000년대 만들어진 영화로는 < 미스트 > 와 함께 < 1408 > 이란 영화가 마음에 든다.
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현대의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쳐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킹이 선정한 베스트 목록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찾아보았다. 오, 오오 ! 있다 !! 다음과 같다. 무순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다음과 같다. 순위 없이 순서대로 나열했다.
▶ 스티븐 킹 선정 베스트 10
1. 크리스틴 2. 쿠조 3. 스탠 바이 미 4. 공포의 묘지 5. 돌로레스 크레이븐 6. 미래의 묵시록 7. 미저리 8. 쇼생크 탈출 9. 그린 마일 10. 세기의 폭풍. 이 목록에서 작품성을 누구나 인정한 < 샤이닝 > , < 캐리 > 를 제외시킨 부분이 흥미롭다. 그가 < 크리스틴 > 과 < 쿠조 > 그리고 < 공포의 묘지 > 를 선정한 것을 보면 그가 B급 마니아'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누가 나에게 B무비'를 간단하게 요약하라고 주문한다면 간략하게 " ADHD적 서정 " 이라고 답하겠다. 싼 티, 산만함, 키치와 캠프'는 B 무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코드'다. 킹이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브라이언 드 팔마와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영화를 제외한 것은 의도적인 것처럼 보인다. 너무 잘 만든 영화'는 B스럽지 않다는 속내가 아닐까 싶다. 하여튼, 킹이여. 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