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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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

 

 

 

 

 

1. 집 앞에 고깃집'이 있었다. 손님은 없고 파리만 날아다녔다. 가게는 꽤 큰 규모였는데 손님이 없다 보니, 지나치는 나 또한 그 가게'를 보면 한숨만 나왔다. 장사했다 하면 90%는 망한다는 자영업자의 비애'가 저런 것이구나 했다. 어느 날, 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면 내가 사는 집까지 차를 끌고 왔길래 소주 한 잔 하려고 동네 거리를 걷다가 그 가게 앞에서 이상한 풍경을 목격했다. 파리만 날리던 가게는 웬일인지 앉을 자리가 없었다. 북적거리면 눈길이 가기 마련. 자세히 보니 오늘 하루만 모든 가격이 절반'이었다. 소주 또한 천 원이었다. 속으로 이런 것이 말로만 듣던 " 사장님이 미쳤어요 - 세일 " 이거나 " 눈물의 쫑파티 " 인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어수선하다 ! 어디선가 카메라'가 등장한다. 아, 방송을 타는 날이었던 것이다. 장사가 안 되서 파리만 날리던 가게'에 방송국이 쳐들어오니 기분이 찜찜했다.

하지만 이른 시간이었으므로 마땅히 술 마실 곳도 없었던 터'라 자리를 잡고 술을 마셨다. 인터뷰 요청을 하면 뭐라 해야 하지 ? 아, 아아. 아아아... 양념 소스'가 독특합니다 ( 독특하기는 개뿔 ), 가격도 저렴하고요 ( 저렴하기는 개뿔 ) 고기가 신선해요 ( 신선하기는 개뿔 ) 내 근심과는 달리 카메라와 방송국 스탭들은 우리 테이블 근처에는 얼씬도 안했다. 카메라는 내가 앉은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단체석 두 테이블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상한 풍경을 목격했다. 연출을 담당한 피디'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손님'에게 몇 번이나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게 했다. 귀를 쫑긋 세워서 들어보니 마산에서 왔다느니, 고기가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느니, 맛이 끝내준다는 소리만 계속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

고기가 질겨서 고기를 껌처럼 씹고 있던 나는 이 방송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저런 식으로 홍보를 해서 장사가 된다면 굳이 내가 초를 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촬영은 2시간 넘게 진행된 것 같았다. 촬영이 종료되자 사장은 일일이 테이블을 돌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알고 보니 바글바글했던 손님들은 모두 사장의 친척이거나 친구들, 혹은 사장 아들이 데리고 온 단체 손님들이었다. 마산에서 왔다는 넉살 좋아보이는 청년은 바로 사장 아들의 친구였다. 이거, 참... 난처했다. 남의 집 잔치에 눈치도 없이 자리를 차지했다는 느낌 ?! 그리고 얼마 후에 < 트루맛 쇼 > 라는 다큐가 극장에 걸렸다.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은 모두 그런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쇼'에도 불구하고 그 고깃집은 1년을 버티지 못했다.

 

2, 여전히 맛집 프로그램은 이 시스템을 고수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듣도 보도 못한 메뉴 하나 선보인다. (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은 음식 대신 푸드'를 선호하게 되었다. 같은 요리라고 해도 푸드'라고 해야 직성이 풀린다. ) 푸드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며 퓨전'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헷갈리게 만드는 음식도 있다. 막걸리에 꿀을 타서 만든 " 꿀값하는 막걸리 " 나 양꼬치와 갓김치를 곁들여서 " 노는 양이 갓잖은 꼬치 " 라고 짓는다. 제목이 재미있으니 광고 효과를 노린 것이다. 최강 보양식을 강조하기 위해서 육해공'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름도 기가 막히다. 예를 들면 " 날지( 낙지) 못하는 닭의 한이 서린 전복 삼계탕 " 이라는 식으로 작명하는 경우다. 설명은 주인이 아니라 항상 손님이 입에 게거품 물고 말한다. " 닭은 하늘이요, 삼은 땅이 품은 보석이니, 바다를 대표하는 전복에 낙지가 더하니 임금께 진상하던 불도장과 비교할 바가 아니오. 육해공을 대표하는 보양식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오늘밤은 아내와 함께 운우지정을 나누며 방사할 참이요. " 이에 일당 십오만 원을 받고 출연한 아내는 부끄러운 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호호 웃는다. 그리고 날지 못하는 닭이 품은 전복 삼계탕을 먹으러 마산에서 왔다는 소리 또한 빠지지 않는다. 침이, 고인다. " 진생 치킨 스프 "  그렇게 상품으로 팔린다. 그것은 일종의 광고효과를 위한 미끼 상품이다.

 

3. 강신주의 < 감정수업 > 은 마치 " 날지 못하는 닭의 한이 서린 전복 삼계탕 " 같다. 육, 해, 공을 섞으니 맛은 오묘하다. 구미에 당길 만한 요소는 모두 있다. 스피노자가 베이스로 깔리니 스피노자는 닭(空)이다. 세계 문학은 전복(海)이고, 그림 감상은 인삼(陸)이다. 여기에 철학자의 어드바이스'가 있으니 낙지 추가'는 덤'이다. 이렇게 섞으면 오묘한 맛이 날까 ? 순댓국에 파스타를 넣으면 맛이 날까 ? 내가 보기엔 1타 4피 같'다. 책은 1권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 스피노자 입문서, 세계 문학 서평집, 그림책, 힐링 서적'으로 볼 수도 있다. 마치 유니클로 전천후 다용도 아우터 같다. " 팔을 떼면 조끼가 되고요, 비가 오면 방수 처리된 모자가 달렸으니 우비가 되고요, 봄에는 내피를 벗기면 봄옷이 된답니다. 그리고 때가 탔다 싶으면 뒤집어 입으세요. 옷 한 벌로 두 벌 기분을 내십시요. 호호호호호. 비비드한 컬러와 아방가르드한 라인이 라이브하게 살아 있는, 이 놀라운 기능을 갖춘 제품이... 여러분 절대 놀라지 마세요. 19990원 !!!! "

강신주는 항상 자본주의가 상품을 소비하는 야만적인 방식'을 지적했지만, 이 책이야말로 출판 자본이 얼마나 매끈하게, 이음새 없이, 강신주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상품으로 뽑아낼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신주가 소개한 48권의 고전 목록은 마치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목록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민음사가 왜 이 책을 기획했는지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20권 넘게 책을 냈지만 민음사와는 처음으로 작업한 책이 왜 하필이면 (국내 소설이 배제된) 48편의 세계 문학 소개일까 ? 강신주 입장에서는 좋은 문학을 소개하고픈 신파 역할을 하고 싶었겠지만 민음사 입장에서 보자면 이 책은 독자의 구매욕을 부추겨서 자사의 세계문학전집 상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구실을 하는 책이기도 하다. 윈-윈 전략인가 ?  민음사는 강신주가 소개한 고전과 이에 해당하는 자사 세계문학을 세트로 묶어서 할인 판매를 할 것이 분명하다. 감정수업'과 함께 이 책에 소개된 자사 세계문학전집'을 구매할 경우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말이다.

벌써부터 누군가는 < 감정수업 > 에 수록된 책 목록을 보관함에 담아두었을 것이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이 상술은 얼마나 지적인가 ! 인간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던 그는, 자기 스스로가 대형 출판 자본의 상품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무비판적이다. 마당 쓸고 동전 줍고, 도랑 치고 가재 잡자는 기획력으로 보자면 이 책은 훌륭하다. 하지만 깊이'는 없다. 강신주는 누누이 교과서 같은 책은 독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이 책이야말로 교과서 같다. 아니, 친절하게 어드바이스'까지 해주는 것을 보면 참고서 같다. 역설적이지만 그는 책'이 아니라 이것 저것 섞인 교과서'를 내놓은 것이다.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날을 나누어서 하루는 삼계탕을 파는 가게에서 삼계탕을 먹고, 하루는 전복집에서 전복을 먹고, 마지막 날은 낙지집에서 낙지를 먹는 것이다.  국밥은 따로 국밥이 진리'다.

 

 

 

+

벙개 함 칩시다. 내일 시간 되시면 모입시다. 수다맨 님 시간되시면 비밀덧글 부탁드립니다. 엄동 님 보실려나 ?! 행인 님도 참석 가능하면 덧글 부탁드리고, 아, 야무 님 있었지 ? ㅎㅎ. 시간 되시면 조촐하게 한 잔 합시다. 다른 분도 시간 되시면 한 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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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미에르 2014-01-23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맞다 여기 빔일글이 안되구나 -_-;
안부게시판 확인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3 06:40   좋아요 1 | URL
대박이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
미친 영광이군요. 심장이 뜁니다....

마립간 2014-01-2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씨의 '감정수업'은 나중에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겠습니다. 게다가 감정수업에 언급된 문학 작품들을 친절하게 곰곰발님이 제시해 주셨으니. (맞나요?^^)

음식 맛에 관한 것인데요. 맛은 제가 주관, 객관 사이의 간주간間主觀의 예로 가장 흔하게 드는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3 10:19   좋아요 0 | URL
간주간은 뭡니까 ? 마립간 님이 < 감정수업 > 읽으시면 아마 좀 짜증나실 겁니다. 그냥 겉핥기 식이거든요. 깊이 있게 들어가지 않습니다. 중학교 1학연 문학 교과서 참고사 같다는 느낌 정도 말이지요.. 흠흠...

마립간 2014-01-23 10:54   좋아요 0 | URL
간주간間主觀 ; 한마디로 표현하면 주관과 객관의 중간입니다. 엄밀성을 적용하면 세상 모든 것이 간주간적이지만, 통상적으로 주관, 객관으로 분류되지 않는 중간의 것들을 말합니다. 저는 처음 김용옥 선생님의 강의에서 들었는데, 요즘에는 여러 책에서 사용된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음식을 A는 맛이 있다고 하고 B는 맛이 없다고 합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맞고 틀리고 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입맛은 각자의 취향이니까요. 이 판단은 주관적 판단 분야에 속합니다.

그러나 어떤 음식점C의 음식은 손님 90%가 맛있다고 하고 10%가 맛없다고 하는 반면, 다른 음식점은 90%가 맛이 없다고 하고 10%는 맛이 있다고 합니다. 이때 D의 음식점 주인이 우리집 음식은 맛이 있는데, 음식을 먹는 사람의 주관때문에 잘못 판단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죠. 보통의 판단은 D보다 C 음식점이 맛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객관적 판단 분야에 속하게 됩니다.

같은 음식 맛에서 주관이라고 객관이라고 하게 되는데 ; 음식 맛을 우리 나라 지역간, 국가간 비교하면 어찌보면 주관적이기도 하고, 객관적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의 판단을 간주간적이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는 어느 음악이 좋으냐, 어느 소설이 좋으냐, 어느 책이 좋으냐도.

저는 모든 것이 주관-간주관-객관의 연속 스펙트럼을 갖는다고 생각하는데. 통상적으로 판단 분야에 따라 대강의 세분야로 나눌 수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마립간 2014-01-23 11:11   좋아요 0 | URL
음식은 간주관적, 즉 주관적 부분도 상당하기에 평범한 음식( 맛)이 미디어의 홍보에 의해 맛있는 것으로 선입견이 형성되면 맛이 있는 것으로 되는 것이죠. 만화 영화 '쿵푸 팬더'에서도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3 13:38   좋아요 1 | URL
오홋, 그런 것을 간주간'이라고 하는군요. 보편과 특수로 이해해도 되겠네요.
맛있다가 90%가 되면 맛 없다라고 말한 10% 는 무시하는 것은 일종의 보편적 기준에 의한 것이겠고
10%만 맛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저질 입맛을 탓하며 이런 음식이야말로 맛있는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수성이라고.....

대한민국은 소수 의견을 무시하면서도
( 특권 계급의 ) 소수 의견이 절대적 권력 행사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말도 일리가 있고 저 말도 일리가 있다는 식은 안 통하죠.
그냥 내 편이냐 아니냐 ? 아니면 종북이고, 친하면 애국이고...
식당 주인 종북 세력 운운했던 변희재에게는 간주간적 부분이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 하여튼 마립간 님에게는 아마도 < 에티카 > 가 무지 잘 어울리십니다.
엄청나게 대환호를 하실 것 같아요. 마립간님 성향하고 거의 궁합이 맞습니다.

행인 2014-01-23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요? (화들짝)

요즘 안 좋은 데가 있어 한약질하고 있습니다 ㅎㅎ 담에 날 풀리면 기회 되면요.

근데 작가님 잘 생기셔서 저는 저 얼굴앞에는 도저히 별 한 개는 못날린 다는..
적어도 세개는 줘야,,,,아니 별 네개? ㅋㅋㅋ

뻘소리 죄송요. 총총.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3 10:40   좋아요 0 | URL
그럼.. 뭐 다음에 한 잔... 빈정상할라고 하고 있씁니다.
강신주가 잘생겼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군요.. 호호...

2014-01-23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3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4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4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4 00:47   좋아요 0 | URL
왜 종종 홈쇼핑에서 파격적인 가격으로 나온 옷들있잖습니까.
대부분은 이 홈쇼핑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서 홈쇼핑용 옷을 출시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깐 시중에는 없는, 상품은 그 횸쇼핑 가격대에 맞추기 위한 특별 상품인거죠.
강신주의 < 감정수업 > 이 딱 그꼴입니다. 민음사의 기획상품이라는 거죠.
강신주는 그 기획상품에 밥숟가락하나 얹는 꼴이고요...
말 그대로 이 책은 독서일기'죠. 그것 외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독자들이 저자의 권위에 눌려서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를 잘 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2014-01-24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4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4 01:09   좋아요 1 | URL
그럼 종로 3가, 낙원동 사이에 < 참골뱅이와 노가리 > 라는 집이 있어요. 2층에 말이죠. 5호선 5번 출구쪽ㅇ로 나오시면... 네이버에 종로 3가 < 참골뱅이와 노가리 > 치면 약도 자세히 나옵니다. 6시 어떻습니까 ? 골뱅이는 먹을 거 없는데 노가리가 맛이 좋습니다. 치킨에 노가리 어떻스니까 ?

2014-01-24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4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4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신주와 김정은.

 

 

안부를 묻다, 에서 안부(安否)는 그새 편안하게 잘 지냈는지(安) 아니면 잘 지내지 못했는지(否)를 묻는 것이다. 그러니깐 안부'란 기본적으로 安이냐 否냐를 묻는 행위'다. 우리가 영혼없이 습관적으로 묻는 " 식사하셨어요 ? " 라는 말은 밥을 먹었는가 못 먹었는가, 를 통해서 < 安 > 인가 < 否 > 인가를 가름했다. 그만큼 굶지 않고 먹고 사는 길'이 어려웠던 시절의 흔적이 바로 " 식사하셨어요 ? " 다. 그래서 강철 군화 시절에는 정의고, 민주고, 나발이고 간에 우선 배불리 먹고 사는 일이 제 1 미덕이 되었다. 그때 통용되던 국가 슬로건이 바로 " 근검절약 " 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검소한 생활을 해서 저축을 하자는 말이다. 그 시절 저축은 미덕'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치를 악덕으로 규정한 정부는 IMF 이후 돌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주인이 머리를 쓰다듬을 때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다가 뒤돌아서면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주인의 발뒤꿈치를 물어뜯는 개처럼 말이다. 20세기 내내 절약이 미덕인 대한민국 근대사는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는 21세기에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21세기는 소비'가 미덕이 되었다. 신용카드는 거리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바로 그때 BC카드 전속 모델이었던 김정은'은 영화 < 러브레터 > 에 나오는 오.갱.끼.데.스.까, 를 흉내 내며 손나발을 하고는 " 여러분, 부자되세요 !!! " 를 외쳤다. 이 말은 부자처럼 펑펑 쓰라는 소리'다. 뭐, 다들 아시겠지만 카드 펑펑 써서 부자가 되는 사람은 카드사뿐이다. 하여튼, 이 시절에는 " 식사하셨어요 ? " 대신에 " 부자되세요 ? " 가 인삿말이었다. 그동안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던 자본주의가 생얼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김대중은 신자유주의자'였고 노무현은 그 길을 닦았으며, 이명박은 그 길에 전봇대를 세웠고 박근혜는 30촉 알전구 가로등을 전봇대에 박을 참이다. 색깔은 모두 제각각이었으나 하는 짓은 모두 똑같았다. 이런 것을 두고 화룡점정이라고 하나 ?! < 식사하셨어요 > 라는 오래된 안부가 < 부자되세요 > 라는 자본주의적 욕망으로 바뀌고 그 피해가 심각해지자 이제 다시 오래된, 버려진, 낡은 안부를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 안녕들, 하십니까 ? " 강신주는 바로 이 틈'을 노린다. 모두가 승자 독식의 자본주의'에 대해 치를 떨 때 강신주는 " 자본주의, 조까라 ! " 를 외친다. 모두가 기를 쓰고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하려 했지만 실패했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많거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乙 은 새우젓 같은 자본주의'라는 말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김난도의 < 아프니깐 청춘이다 > 가 촌스럽게 대중을 힐링했다면,

강신주는 쿨한 방식으로 대중을 힐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의 강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다니며 웃고/울었다. 멋진 소비였다 ! 그들이 보기에는 < 아프니깐 청춘이다 > 는 자기 계발, 처세술, 성공학에 기반한 통속처럼 보였지만 김신주의 강의'는 뭔가 인문학적인 지식 소비처럼 보이지 않은가 ? 같은 힐링'을 소비하더라도 격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 내가 보기에는 이 둘의 차이는 없다. 차이가 있다면 하우스에서 재배되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강신주를 지지한다고 자본주의에 대항한 체 게바라'가 될 수는 없는 노릇 ! 그저 유니클로에서 파는 체 게바라 프린팅 티셔츠를 입으면서 나이키를 신고,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역설적이지만 강신주'라는 브랜드가 소비되는 방식은 매우 자본주의적'이다. 한때 " 인문학, 조까라 ! " 를 외쳤다가 한순간에 찌그러진 충청도 증평이 낳은 스타 김미경과도 유사하다. 아침마당을 거쳐 힐링 캠프'에 나와 인기를 얻는다.

김미경 루트'냐고 ?! 아니다, 강신주 로드'다. 이건희는 자기 마누라만 빼고 모두 바꾸라, 라고 말했지만 이 말은 자본주의적 시선으로 보자면 꽤나 낭만적인 소리'이다. 그들이 보기에 이건희는 낭만적 자본가'이다. 자본주의는 팔 수만 있다면 내 마누라도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자신(자본주의)를 욕하는 강신주가 상품으로써 가치가 있다 싶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유통시킨다. 강신주 신드롬은 바로 자본주의적 얼굴이 얼마나 계산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강신주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란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준 사용설명서'다. 그는 자본주의라는 괴물을 붕괴시키기 위해서는 직장에 다닐 필요 없고, 돈을 주고 상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자본은 힘을 잃고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 물론 이 방식을 자본주의와 맞써 싸워야 할 대안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

그런데 이 " 싸움의 기술 " 을 몸소 실천하는 무리가 있다. 바로 노숙자'다. 노숙자는 직장 다니지 않고 돈을 쓰지도 않는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노숙자는 자본주의를 가장 위협하는 집단이다. 항상 자본주의를 붕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입장이라면 이 무위'는 전복적 투쟁이다. 그런데 그는 전혀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그는 이 전사들을 좀비 운운한다. 명백한 명제논리 모순이다. 무대 위에서는 직장 다니지도 말고 상품을 사지 않으면 자본주의 체제는 무너진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노숙자들에게는 수치심을 모르는 무리 운운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논리적 모순을 강신주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토록 간결한 모순을 말이다. 강신주는 김정은과는 정반대로 부자되세요 대신 가난하세요, 를 외친다. 그는 미래를 걱정하느라 돈을 벌 생각하지 말고 그 돈으로 가족과 함께 여행이나 다니면서 추억을 만들라고 말한다.

그런데, 참... 묘하다. < 부자되세요 > 와 < 가난하게 사세요 > 는 정반대이지만 교묘하게 동일하다. 모두 소비'를 미덕이라고 하지 않던가 ? 물론 그는 냉장고의 용량을 줄여서 과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저축하지 말고 있는 돈 그때 그때 써라, 라고 말한다. 자본가 입장에서 보면 둘 다 환영할 일이다. 베리베리 땡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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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1-22 0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나 이진경같은 인문학 저술가들이 자기계발서처럼 바뀌는 것 같아 씁슬해요 요새 내놓는 책들을 보면...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2 12:30   좋아요 0 | URL
이진경도 그런가요 ? 굴뚝 이후 읽어보질 않아서리... ㅋㅋ.

마립간 2014-01-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코는 바퀴wheel가 인류문명과 함께 계속된다고 했습니다. 다른 발명품이 계속 발명되지만 바퀴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했죠. 그리고 책도 바퀴와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자본주의도 바퀴나 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그것을 일단 인식한 후에는 소멸될 수 없는 것으로 봅니다. 농경도 마찬가지고.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식견이기에 미래가 자본주의 유사 사회체제가 될지 새로운 사회체제를 생산해 낼지 알 수 없지만, 자본주의는 붕괴하되, 지속한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탈바꿈했지만 농업이 지속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울마당님 글의 댓글에도 남겼지만, 인류(그리고 자연도)가 적절한 균형점을 유지한 예는 드뭅니다. 대부분 기승전결의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과잉과 거품을 포함하죠.

이야기를 좁혀 우리나라로 한정하면 (역시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유사한 역사적 상황을 찾는다면) 구한말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도가(재벌) 정치로 40년 지속하고... 현재는 6년이 지났군요. 다른 역사적 상황은 중국 후한입니다. 정치가 세도가와 결탁하여 200년을 이끌었죠. 구한말일까, 후한일까?

마립간 2014-01-22 09:09   좋아요 0 | URL
강신주씨 역시 우리 나라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활하시는 분이니 어찌보면 그분의 강의의 자본주의적 소모방식이 당연할 수 있습니다.

또 그분의 강의에서 노숙자를 좀비라고 표현했나 본데, (맥락을 몰라 비하적인 의미가 어떻게 드러났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곰곰발님의 글로 부터 파악한 것은 노숙자를 좀비 형태의 전사라는 표현이 될 수 있고, 저는 이 표현을 수긍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세력이면서도 자본주의 모순에 의해 확대 재생산될 수 밖에 없는 것.

마립간 2014-01-22 08:47   좋아요 0 | URL
자본주의 붕괴에 관해서 ; 신석기 혁명 농경사회로 전환
http://blog.aladin.co.kr/maripkahn/7281

부자되세요, 가난하세요가 동의어 ; 생로병사
http://blog.aladin.co.kr/maripkahn/10152

강신주씨 자본주의적 강의소모 방식 ; 당연하지 않은가
http://blog.aladin.co.kr/maripkahn/523196

개인적으로 자발적 가난을 지지합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090229
http://blog.aladin.co.kr/maripkahn/5619218

마립간 2014-01-22 08:37   좋아요 0 | URL
제목만 보고 김정은씨를 동명이인으로 착각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2 12:05   좋아요 0 | URL
일단 링크 건 글을 읽으려했으니 링크가 걸리지 않았서 읽을 수가 없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니 이 과잉의 시대'는 확실히 무너질 조짐이 보입니다.
폴크루즈너가 지적했듯이 문제는 1%가 아니가 0.1% 입니다. 이제는 이 1% 소수도 점점 좁혀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젠 01% 대 99.99%의 대결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노숙자 발언이 트위터나 개인 블로그 글이라면 그려려니 합니다만 읽고, 읽고, 읽고, 읽어 퇴고를 거쳐야 하는 과정을 겪는 것에 비하면 좀 경박하지 않았나 싶구요.개인적으로 강신주가 노숙자를 영혼이 없는 좀비'라고ㅗ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는 명제논리 모순이 너무 많습니다. 이중젓 잣대'라고 해야 할까요. 말이 많으면 사고를 치는 법이죠. 강신주는 강연으로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거 같습니다. 철학자로써의 어떤 영역을 좀 넘어선 듯한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마립간 2014-01-22 12:43   좋아요 0 | URL
댓글내에서 링크는 제가 링크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아니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주소를 복사하여 익스플로어 주소창에 붙이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의 글들은 곰곰발님의 글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기 보다 제가 하는 이야기가 10년 동안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표시이고 한편으로는 그런 나의 생각을 누군가가 깨주었으면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우선 제가 강신주씨의 '감정수업'을 읽어야 대화가 진전될 것 같습니다. 저는 강신주씨의 제자백가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공교롭게 다른 알라디너의 강신주씨 비판과 맞물려 그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그 내용이 모순인지, 역설인지, 이율배반인지.

참고로 저에게는 부의 불공평이 소수에 점점 집중되며 매끈한 구조(프랙탈 구조)를 갖게 될지, 양극화 모래시계형 구조를 갖게 될지도 관심대상입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2970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3 00:51   좋아요 0 | URL
익스플로우 검색창에 붙여도 전 이게 링크가 안 걸립니다. 이 노트북이 잘못된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ㅎㅎ.
읽어보셔도 나쁠 것은 없지만 그닥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서평집+ 힐링서 를 섞은 듯한 느낌 ?! 이것저것 다 섞어서 정작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뭐, 그런 것 같습니다.

mira 2014-01-22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책 감정수업은 좀실망이더라구요. 그옛날 홍콩영화 신드롬일때 주연배우가 아닌 조연으로 나온 배우를 마치 주연배우인것 처럼 짜집기 해서 걸어놓은 포스터 같은 느낌이들더라구요. 철학서를 생각하고 샀는데 좀 실망햇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2 12:12   좋아요 0 | URL
포스터 비유는 절묘하군요... ㅋㅋㅋㅋㅋ. 사실 스피노자 해설서라기 보다는
평범한 서평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리 2014-01-2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정은을 오해하여 들어왔습니다 ㅎ;; 강신주는 지인들의 평가로 선입견이있어 안읽다가 하도 여기저기에서 보이길래 감정수업을 좀 읽었습니다. 다는 읽지 않았습니다. 재미가 없어서. 다른 책은 모르나 감정수업만 놓고보면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블로그에서 어렵지 않게 볼수 있는 종류의 글들이란 생각입니다. 강신주란 이름을 빼버리면 책으로 엮일만한 글은 아닌것 같습니다. 기획자가 포맷을 다 만들고 거기에 맞추어 책읽고 작업했단 소리를 들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글이 차올라 풀어낸 것이 아니라 쥐어짜서 뽑아낸 것 같아 씁쓸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3 00:49   좋아요 0 | URL
오해하라고 일부러 김정은'을 썼습니다. 저도 출판사가 전체적 포멧을 설정했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상품이 되겠구나 싶으니 강신주라는 이름 걸고 나온 책 같다는 느낌...... 솔직히 말하면 이건 그냥 스피노자 해설서'가 아니라 서평집 아닌가 싶습니다. 소설 줄거리 나열하고 그 밑에 조언 하나 깔고 가는 구조를 보면, 뭔가 이건 지나치게 후진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피노자 경구 1 + 그림 한 점 + 고전 한 편' 으로 이루어진 쓰리콤보를 보면 마치
닭( 하늘 ) + 인삼 ( 땅 ) + 전복 ( 바다 ) 으로 만든 삼계탕을 최고의 보양식으로 선전하려는
어느 음식점의 아이디어 전략이 돋보일 뿐....


 

 

 

 

 

강신주와 수치심.

 

 

 

 

언제부터인가 " 강.신.주 " 라는 이름이 자주 보였다. < 감정 수업 > 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책을 좀 읽는다 하는 알라디너들에게는 필사의 목록'처럼 보였다. 인문학 서적이 인기가 좋으니 반길 만했다. 이래저래 구미가 당기는 책'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스피노자'에 대해 흥미를 갖기 시작한 때와 맞물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 에티카 > 를 먼저 읽고 나서 < 감정 수업 > 을 읽어야 하는 게 순서에 맞을 것 같아서 < 에티카 > 를 읽기 시작했는데, 아... 맙소사 ! 그동안 축적한 내 독서 편력 가지고는 스피노자를 이해하기란 어려울 것 같아서 읽다가 접었다. 기억나는 문장이라고는 " 이로써 이 정리는 증명되었다 " 밖에 없었다.  < 에티카 읽기 >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당연히 < 감정 수업 > 을 읽을 기회 또한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나는 틈틈이 강신주 강연 동영상'을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강신주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강연 속 철학자'는 철학자'라기 보다는 약장수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용옥을 벤치마킹한 것 같다는 느낌 ?! 그는 철학을 가지고 인생 상담을 하고 있었다.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의 철학 버전이요, 점집의 우아한 변형이었다.  철학은 본질적으로 마침표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음표에 가깝다. 끝말잇기처럼 말이다. 철학이란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지 답을 제시하는 수학이 아니다. 그런데 그는 법륜 스님처럼 즉문즉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입만 열었다 하면 항상 " 자본주의를 거부해야 한다 ! " 고 말했는데 이 말은 마치 걸리버'가 거인국에서 빨간 핸드마이크를 들고서 " 거인'을 거부해야 된다 ! "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자본주의가 병들었다고 자본주의를 거부할 수 있을까, 한국 정치가 꼴도 보기 싫다고 해서 정치를 거부해야 옳은가 ?

더러운 자본주의, 조까라 ! 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통쾌할 수는 있지만 실천 불가능한 것을 두고 저리 쉰소리를 하면 유니버셜을 넘어 아스트랄적 상상력'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강신주가 립서비스'만 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 냉장고를 없애라 > 는 주장이다. 나는 이 말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왜냐하면 냉장고가 대형 용량으로 바뀌면서 겪게 되는 병폐를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대형 김치 냉장고를 포함해서 총 3개의 대형 냉장고를 가지면서 냉장고를 꽉꽉 채우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김장 김치의 90% 는 버렸고, 냉동실에 갇힌 온갖 식품들은 봄만 되면 폐기처분되어야 했다. 냉장고 용량이 잘못된 소비 습관을 양성시키는 주범이다.

그런데 강신주가 말한 " 냉장고와의 전쟁 선포 " 는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는 " 자본주의적 삶의 폐단은 모두 냉장고에 응축돼 있다. / 경향일보, 칼럼 " 고 주장했는데 이 선동은 자본주위에 대항하는 자세가 아니라 그냥 그 흔한 절약 정신'일 뿐이다. 새마을 운동 버전으로 말하자면 근면, 성실, 절약 정신을 생활화하자는 것이고, 서구 버전으로 말하자면 청교도 윤리(protestant ethic) 다. 자본주의 이전에도 이미 칼뱅이나 루터'가 나태와 사치는 악덕이라고 누누이 말하지 않았던가 ? 단테의 < 신곡 > 에 나오는 7가지 대죄 가운데 하나가 " 탐식 " 이라는 점은 이미 자본주의 이전부터 낭비'를 악덕으로 평가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런데 강신주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내려온 캐캐묵은 윤리'를 마지 자본주의와 대항할 무기'라고 소개하는 꼴이다.

자원을 아껴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인류 공생을 위한 필수인 것이다. 냉장고를 없애면(용량을 줄이면) 자본주의는 붕괴하는가 ? 애꿎은 DIOS를 파산시킬 수는 있어도 CAPITAL를 붕괴시킬 수는 없다. 최근 타임 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내용이 하나 있다. 강신주가 중앙 선데이'에 쓴 글인데 다음과 같다. " 노숙자들은 서울역을 지나다니는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아랑곳없다. 이뿐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의식하는 일도 별로 없다. 그래서 간혹 노숙자는 강시 혹은 좀비처럼 보인다.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죽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노숙자는 자신이나 세상에 대해 마비되어 있는 존재다. 자존심을 느낀다면 어떻게 노숙자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 그러니 마비가 편한 법이다. / 중앙선데이, 강신주의 감정 수업 : 치욕 또는 수치 中 "

이 문장에 대한 비판은 이미 뜨겁게 타오르고 있으니 내가 굳이 나설 일은 아니지만 강신주에게 한 가지 사실을 전하고 싶다. 이것은 비판도 아니고 비난도 아니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서울역 앵벌이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러미널이라는 감기약을 한번에 20알 정도씩 삼켰는데 앵벌이를 하기 30분 전에 삼키고는 했다. 그들에게 들은 바, 약 기운은 대개 1,2시간 정도 지속된다고 했다. 환각 말이다. 약을 다량으로 삼키면 눈이 풀리고, 앉은뱅이처럼 주저앉게 된다. 그리고 심하게 침을 흘린다. 그 상태로 전철 안에서 구걸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깐 일종의 환각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뼈가 썩는다. 내가 하도 답답해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 야, 이 등신들아 ! 구걸하더라도 맨정신으로 구걸해라. 약 빨다가, 이게 뭔 짓이냐. 쪽팔리지도 않냐 ? "

그런데 앵벌이는 내 예상을 깨고 이런 말을 했다. " 아놔.... 그러니깐, 쪽팔리니깐 쪽팔리지 않으려고 먹는 거예요. 맨정신으로 어떻게 전철 바닥을 기면서 앵벌이를 합니까. 쪽팔리니깐, 근데 약 ... 먹으면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아는 사람 마주쳐도 난 모르니깐, 안 쪽팔리니깐 먹는 거예요. " 그렇다, 그들은 쪽팔려서 약을 먹고 일을 나간 것이었다. 강신주는 노숙자들이 자존심(수치심)을 못 느껴기에 좀비'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노숙자는 그 상황에 익숙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지 수치심을 몰라서 아랑곳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누드를 선 모델은 구경꾼들의 시선에 몸 둘 바를 모르지만, 1000번 넘게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은 모델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데 강신주는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을 마치 수치심을 몰라서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고 말한다.

강신주의 논리대로라면 패션쇼 무대에서 토플리스 차림으로 당당하게 워킹을 하는 모델들은 모두 수치심을 모르는 좀비 같은 인간이 된다. 강신주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노숙자가 왜 생기는 줄 아세요 ?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문화된 교육을 받는데, 전문화된다는 것은 그 일 외에 다른 일은 잘 모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전문 영역에서 일할 자리를 잃게 되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 여기가 그가 하고 싶은 말 테엽 감는 시계는 수많은 톱니바퀴 부품 중에서 아주 작은 부품 하나가 없으면 전체가 멈추지만 자본주의는 부품 하나가 없다고 해서 멈추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노숙자가 생기는 이유는 작은 톱니바퀴를 대체할 가용 자원(톱니바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일하고 싶어도 일 할 자리'가 없기에 생기는 사회 현상인데 강신주는 느닷없이 수치심 운운한다.

그는 자본주의'를 나쁜 것'으로 규정했는데 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돈(資)이 기본(本)이 되는 체제(主義)이다. 그렇다면 노숙자'라는 계층'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가촉천민 취급을 당하는 무리'이니 노숙자는 자본주의 체제 때문에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약자'가 된다. 결국 노숙자는 자본가의 반대편에 있는 진영이 된다. 여기서 내가 노숙자를 자본가와 싸우는 투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 노숙자 " 는 자본주의적 가치 때문에 불가촉천민으로 추락한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강신주는 입으로는 < 자본주의 조까라 > 를 멋지게 외치면서 정작 자본주의적 가치 때문에 불가촉천민 취급을 당하는 노숙자'에 대해서는 살아 있지만 죽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것은 명제논리 모순'이다. 

자본주의 조까라, 라고 외치던 사람이 정작 한다는 소리가 자본가들이 내뱉는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돈 없고 집 없어서 노숙을 하는 인간에게 과연 살아 있지만 죽은 것'이라고 명쾌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을까 ? 노숙자 = 좀비라는 사고는 노골적인 자본주의적 시선이 아니었던가 ? 그는 지금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는 꼴이다. 그렇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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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미에르 2014-01-21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랑 묘하게 통하시네...
저도 이 양반 왠지 사이비 교주느낌이랄까?

책이나 강연을 보니 느낌이 않좋아요.
모 지식이 짧아서 논리적으로 설명할 길은 없지만...;;

아참 서랍 여자보컬로 결정되었습니다.
아마 깜짝 놀라실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07:29   좋아요 0 | URL
오홋 !!!!!!!!!!!!!!!!! 그래요 ? 전 녹음 들어간 줄 알았더니.. 아직이군요.
누구입니까 ? 제가 깜짝 놀랄 가수면 꽤 인지도 있는 가수같은데...
여긴 비밀글이 안 되니 메일에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그걸 그렇고...
다상담인가요. 뭐 보니깐 고민이 무어냐. 무엇이든 해결한다, 라는 취지더라고요 ?
아니, 그런 건 종교에서 해야 될 것이지 철학이 해야 할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철학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지
결정을 내리는 학문이 아닙니다. 철학은 끝말잇기와 같은 거 아닌가 싶어요.

아무개 2014-01-21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적이 필요한시간><김수영을 위하여> <철학 삶을 만나다>
<제자백가의 귀환><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다상담1,2><감정수업>.....

써 놓고 나니까 꽤 많이 읽었네요.
저한테는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딱 여기까지 봐줄만 했습니다.
그 후에 나온 다상담이나 감정수업은 어딘지 계속 불편해서
그냥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나 빨리내라 그러고있네요....
뭔가 불편하다는건 제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일텐데
개개인의 특정한 상황을 일반화시켜 강요한다는 느낌이랄까요...
뭐 무려 철학박사가 하는 말에 논리적으로 토 달기는 좀 힘드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1:04   좋아요 0 | URL
오홋... 아무개 님은 상당히 많이 읽으셨군요...
어느 순간부터 그가 소통을 전제로 한다면서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삐딱해진 것 같습니다. 철학은 질문이지 답이 아니잖아요.
아래 댓글 다신 분들의 지적처럼 강신주는 누구보다도 자신을 상품화해서
시장에 내놓을 줄 아는 계산이 빠른 사람입니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그가 자본주의적 인간이라면
자본주의 조까라, 따위는 말하면 안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르미에르 2014-01-21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확히 확정되면 메일 드리겠습니다.
꽤 시간이 걸릴듯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1:00   좋아요 0 | URL
오홋.. 혹시 알리가 부르는 거 아닙니까..ㅎㅎ

수다맨 2014-01-2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강신주야말로 겉으로는 자본주의 '초극'을 외치면서 사실상 자본주의에 가장 잘 '적응'한 케이스가 되어 버렸죠. 그는 부정할지 모르겠지만 오늘날 강신주라는 이름이 확산되고, 유통되는 경로는 정확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이 겪는 운명(!)과 놀랄만치 닮아 있습니다. 그의 강연을 들으러 가는 사람들은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인문학을 배우러 가기 보다는 강신주라는 '상품'을 향유하러 가는 것이죠. 그런 강의를 들으면서 자기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하는 주체'라는 기분을 즐기는 것이구요.
오늘날 자본주의가 어떻게 스스로를 위장하고, 교묘하게 확대하는지를 알려면 딱 강신주를 보면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1:00   좋아요 0 | URL
저도 자본주의에 가장 잘 적응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가 을이 된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 자본주의 조까라 " 거드뇨. 그걸 강신주라는 분이 말할 것인고
사람들은 거기에서 쾌에 젖죠. 사실 그런데 나가서 고민 상담하는 사람 자체가 좀 들떨어진 사람이죠.
그건 마치 네이버 지식인'에다가 " 파란 색 티셔츠에 하얀 바지 입으면 어울릴까요 ? " 라고 질문을 던진 질문자 같습니다. 자기의 고민을 왜 강신주에게 말하는지 전 이해가 안 갑니다.

푸르푸르 2014-01-21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의 무서움은 자신을 비판하는 것마저 포장해서 팔아치운다는 점이죠.
마찬가지로 강신주는 이 시대에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던 바로 그 자본주의를 욕하며
그걸 포장해서 팔아 치우죠
아마 이 분 요즘 가장 핫해서 잘 팔릴 겁니다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그저 그분의 얘기들이 공허하게 들리고
그냥 어려운 얘기를 너무 쉽게 둔갑시켜서 팔아치우는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역시 홍상수 영화속 대사처럼 한마디 하자면
거 너무 쉬운 거 아냐? 이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0:56   좋아요 0 | URL
아니, 오쉬프 님 반갑습니다. 서울로 회사 이전되더니 너무 바쁘신 거 아닙니까 ?
한 잔 하시자던 약속은 야속하게 그냥 생까시면 안 됩니다. 됐고 !!!

요즘 가장 핫한 인문학자'이죠.
아마도 자본주의 국가에 사는 국민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자본주의 조까라, 라는 말일 거예요.
1% 대 99%의 시대가 도래했고, 그것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으니 그들에게 자본주의에 대항해야 한다는 소리만큼 듣기 좋은 말도 없죠.

문제는 오쉬프 님 말씀대로 강신주는 꽤 훌륭한 자본주의 전략을 구사해서 상품 가치를 높였다는 점입니다.
아침마당에 나오고, 이제는 힐링 캠프에 나온다고 하더군요.
이게 자본주의와 싸우는 방식인지가 무척 궁금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1-2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피노자는 알튀세르로 통해 매력을 느꼈는데~ 흐음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9:37   좋아요 0 | URL
저는 잘은 모르기잠 스피노자-니체'와 엮이더군요.
니체의 대스승은 스피노자'라 생각됩. 이거 읽다가 어려워서 덮은 놈이 할 소리는아니지만... ㅎㅎㅎㅎ.

mira 2014-01-2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신주 감정수업 읽고 있는데 감정을 이런식으로 분리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일인것 같아요. 그래서 이책은 그냥 재미삼아 읽기 좋치 인문서로는 별로더라구요. 사실 고전 책소개 글에 가깝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9:39   좋아요 0 | URL
인문학서가 잘팔린다는 건 확실히 환영할 만 하다고생각 합니ㅏ. 전 그가 상담가로 나설 때
항상 낯설다고 생각합니다.

어머 2014-01-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상담을 들었는데, 강신주는 인문학자이지 상처를 치료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어느순간 자신을 교주처럼 믿는 사람들이 생겨서 다상담을 그만둔다고 하네요. 다상담을 들으면서 자퇴를 하거나 이혼한 부부도 나오던데, 안타까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9:43   좋아요 0 | URL
네이버 지식인'에 이런 질문이 있더군요. 무슨 무슨 신발에 청바지 그리고 흰색 티를 입고 데이트에 나갈 건데 색 조합이 좋은가요 ? 이런 질문.... 이제는 모든 것을 남의 의견을 믿고 자기 삶을 결정하는 겁니다.
전 솔직히 다상담을 하는 강신주보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봅니다.
자기 주체성이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rtour 2014-01-21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힐링 캠프가 한물 가긴 했지만... 강신주 씨 진짜 많이 컸군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9:44   좋아요 0 | URL
힐링 캠프 찍었다고 그런던가... 아니다, 앞으로 찍는다고 하던요....
뭐, 법륜 스님도 나오셨으나 상담의 대가 강신주 님도 나오셔야죠.. ㅎㅎ

rtour 2014-01-2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꼰대가 싫다는 둥, 충고하지 말라는 둥 잘난 척은 다들 오만하면서 왠 설교자, 상담가들이 득세인지 모르겠어요. 별 볼 일 없는 노인네들 충고는 우웩인데 신의 자식들과 박사, 성공한 기업가 등의 말은 다소곳하게 들을만한가봐요. ㅋㅋ
출세하고 봐야한다는 만고진리가 여기서도 통용?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22:41   좋아요 0 | URL
그게 바로 브랜드 파워 아니겠습니까 ? 같은 꼰대'라고 해도
브랜드가 있으면 멘토가 되고
브랜드가 없으면 꼰대가 되죠.


열매 2014-01-2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보니 역시 저는 하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제가 강신주 책을 제일 처음 읽은 게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었고, 그 뒤로 <김수영을 위하여>, <철학이 필요한 시간>, <맨얼굴~>살짝 훑어보고 <다상담>등등 읽어보았는데 확실히 뒤로 갈수록 철학자체에 대한 내용보다는 독자들의 구미에 맞춰서 인생상담을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대중철학자로 불리더니 점점 대중상담자(?)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철학이란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지 정답을 제시하는 수학이 아니라는 구절에 공감이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22:45   좋아요 0 | URL
철학은 기본적으로 계속 질문을 던지는 상황'이죠.
소크라태스 질문법'도 계속 질문을 던지다 보면 거기서 어떤 진실이 캘 수 있고 말이죠.
상담자는 강신주에게 질문을 던지는 데 이 방식이 틀렸습니다.
질문은 강신주가 상담자에게 던져야죠.
그런데 사연 담은 엽서 하나 읽고 나서 강신주는 답을 합니다.
이 방식 자체가 틀린 방식이죠. 오히려 강신주가 사연 있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픈 사람은 자기가 아픈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고, 스스로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겁니다.
전 그게 철학이라고 배웠습니다. 철학이란 스스로의 치유를 위한 학문이지
복채 받고 상담해주는 게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다 2014-01-2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강신주 신드롬, 뭐가 되어도 크게 뜨면, 한지민이 나와도 어느 구석은 욕먹을만한게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강신주에 대해서는 저도 페님과 비슷한 생각이지만. 글을 쓰다 구멍은 생기기 마련. (옹호 아님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22:59   좋아요 0 | URL
신드롬이 터지면 그에 대한 다크한 리액션'도 동반되지요. 이걸 두고 돌팔매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글구 저 ... 제 의견과 다르다고 토라지거나 하지, 않습니다요.. ㅋㅋㅋㅋ. 전 이 글이 그냥 블로그 글이나 트위터 글이었다면 이해합니다. 하지만 신문에 연재된 칼럼 시리즈'였다면 읽고 읽고 읽어서 과한 표현이나 논리적 모순을 걸렀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드팀전 2014-01-22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를 읽지 않아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요즘 여기 저기 너무 많이 얼굴을 내민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이런 경우 약간의 전형적인 패턴이 있어서 그걸 따라가나 싶었습니다.

"재야의 숨은 고수- 몇 권의 저술- 미디어의 관심- TV 강연 및 출연- 인기 강사- 대학에서 관심- 교수직 확보, 이때 쯤 미디어도 슬슬 다른 스타를 발굴- 교수직 유지 및 반복되는 저술, 몸값 비싼 특강자- 해피앤딩"

한편으로는 이런 행보를 가는 가 싶어서...강신주가 못 미더운 것인지 강신주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싫어지는 것인지 잘 구분이 안가기도 했습니다. 제게 자꾸 강신주를 권하는 1년에 책 두 권쯤 읽는 사람들이 있어서...ㅋㅋ

좀 좋게 봐서 그런 측면은 있다고 보입니다. 지식을 유통시키는 단계에서 일종의 매개들이 있는데, 애써 말하자면 그는 '입담 좋은 소매상' 인셈이지요. 사실 그것 만으로도 물건을 구매할 수는 있습니다만, 결국 제품의 질이 그 가게를 계속 찾느냐 마느냐의 문제일텐데....강신주 다음에 또 강신주..그리고 그 다음도 강신주...이려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건 뻔해보이구요.

강신주가 좀비를 말하면서 혹시 좀비가 자본주의를 뒤집을 힘이라고는 하지 않던가요? 신문칼럼에 그런걸 쓰지는 않았을 것 같긴한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2 05:38   좋아요 0 | URL
강신주가 이런 말을 했죠. 사람들은 직장에 다니지 않고 돈 주고 상품을 거래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붕괴된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싸운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다. 그 대안으로 협동조합, 뭐.. 그런 걸로 싸워야 한다...

직장 안 다니고 돈 안 벌어서 상품 안 산다는 건 곧 자본주의 입장에서 보면 좀비'죠.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모순에 직면합니다.

직장 안다니고, 돈 안 벌고, 상품 안 사면 자본주의는 붕괴한다고 말한다면 결국 이 자본 좀비'는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요소이죠. 그런데 노숙자야말로 자본 무위자' 아닙니까 ? 노숙자야말로 자본을 붕괴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잖아요. 그런데 강신주는 이 노숙자를 영혼이 없는 운운하는 겁니ㅏ. 논리 모순이죠...

ConnectionMM 2014-01-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생각에는 이 포스팅하신분이 강신주의 한 부분을 왜곡해서 바라본것이 아닌가하네요. 치욕 수치라는 글에서는 노숙자들이 감정이 마비되어진것처럼 느껴진다라는 의견이였고 그거를 노숙자들을 무시하는 관점이 아니였습니다. 대신 강신주의 생각들중에는 예전부터 노숙자라는 자리를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엄마들이 애들 데리고 지나가면서 너는 저런 노숙자가 되면 안되라고 가르칠 때 강신주는 개인가족들 때문아니라 다른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런 자리자체를 아예 없어버릴생각을 해야한다고 그의 강연 , 책에서 주장해왔었습니다. 그래서 이중잣대처럼 얘기하신건 좀 아닌것 같구요. 그리고 포스팅 하신 그 예들, "앵벌이들의 약먹고 일한다는", "노숙자들은 그런 상황에 오래처해있어서" 오래처해있었으니 그런 감정들이 잘일어나지 않는거 아닐까요? 언급하신 예들 자체가 이미 강신주의 그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마비된것 같다는것과 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다시 말하자면, 감정수업이라는 그 연재글에서는 말그대로 매회 그 특정감정에 집중해서 바라본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이상의 추리 또는 예측은 그의 다른 강연이나 책을 좀 더 보고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2 11:53   좋아요 0 | URL
댓글 긴 거 조아하는데 댓글이 알차서 좋습니다. ㅎㅎ.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강신주 님의 이중적 기준'입니다.
그가 노숙자'라는 거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강의도 들었습니다. 반면 노숙자를 수치심 운운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이중적 잣대는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자신을 상품으로 소비하며
돈 벌지 말고 직장 다니지 말며 싸우자, 라는 선동을 하면서 정작 돈 벌지 않고 직장 다니지 말며 물건 안 사는 대표적 노숙자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이중적 잣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행인 2014-01-22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페이퍼 주제와 감정수업이라는 책이 관련없음에도 -.- 곰발님이 흔히 쓰시는 이미지 디자인 스타일로 말미암아 책 평가들이 물리는 것 같아요. 몇 챕터 안 봤는데 별로 흥미를 끌지는 않네요. 어떤 감정에 대한 스타터로 대표심리를 주제로 하는 영화나 책을 들고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리고 부연 + 강신주님의 정리 코멘트. 로 구성되어 있는데 짜집기 느낌이 강하고 사실, 저는 대충 훑어보다가 그래서 구입한 이유이기도 해요. 근데 소득이랄건 뭐냐면 예전부터 욕망과 욕구를 구분하기 않는 것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는데요.. 누가 말하길 욕구는 타고 나는 것이고 욕망은 후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한 적이 있는데 요기 책 표지에 철학자 강신주가 읽어주는 욕망의 인문학이라 되어있죠. 욕구는 매슬로우의 욕구이론 밖에 몰라 그걸 기준으로 본다면 정말 여기 세분화된 무수한 감정들이(단순히 감정이라 표현한다면) 과연 날 때부터 가진것들은 아니고- 심지어 탐욕적인 것 뿐 아니라 사랑에 대한 것도 욕망이라 칭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벗어나서 살 수는 없지만 필수불가결은 아니란 생각을 하다보면 욕망의 굴레로 인한 괴로움에서 벗어날 길도 보일 수 있겠다는 :) 착실한 생각도 드네요.(길어서 좋은 댓글 남깁니다 총총)

+ 작가의 요약 결론이 그리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더이다.. 연민인지 사랑인지 구분할려면 키스나 섹스를 해보면 된다는 식.. 도 있어요. 나름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 듯 하지만 장님 코끼리 다리 더듬는 느낌이 좀 있고 연령층에 따라서는 멘토적일수도 있긴 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3 00:58   좋아요 0 | URL
감정수업'은 출판업계의 공룡이 인적 자원을 가지고 멋들어진 상품을 고급스럽게 만든 것 같은, 기획의 승리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왜 이름만 빌린 홈쇼핑 상품 있잫아요. 마치 김수미 간장게장이라든지, 전원주 배추김치 같은 거.... 딱 그 느낌이 납니다. 이름만 빌려달라, 자질구레한 모든 스케쥴은 우리가 한다.. 이러 마인드 ?
자본주의 속성을 통렬히 비난했던 이가 그 누구보다도 자본주의적 전략으로 책을 팔아치운다는 느낌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출판사 기획력의 승리죠.

요즘 잘나간다 싶은 스피노자에 대한 경구 하나, 달달한 그림 한 점, 향기 나는 문학 작품 한 점...
요 세 개 묶어서 책을 내놓으니 이건 스피노자 해설서인지, 그림 읽어주는 남자인지, 아니면 서평집인지 모르겠습니다. 다 섞으면 죽도 밥도 안 됩니다.

내가 보기엔 맛집 프로그램에 나올 비장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육해공 불로장생 삼계탕이란 이름으로

닭( 공 ) + 인삼 ( 육 ) + 전복 ( 해 ) 룰 놓고 선전하는 것 같습니다.

맛이 끝내줘요 !!!!

2014-01-23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3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향숙이 라디오.

 

 

석 달 전'이었다. 문구점에서 400자 원고지와 스테들러 연필'을 고르고 있는데 진열장에서 우연히 < FM 라디오 조립 상자 > 를 발견했다. 조립식 장난감 키트'처럼 일일이 라디오 단자를 기판에 납땜질해서 에프엠 라디오 상자'를 만드는 것인데, 이런 방식이 지금도 유통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옛날에는 이 라디오 조립'이 유행했었다. 수컷이라면, 납땜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는 수컷이라면, 한 번쯤은 모두 라디오를 조립한 경험이 있었으리라. 아무 연결도 되지 않은 기판에 각종 다이오드와 저항 그리고 스위치 단자를 연결해서 완성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냉큼 집어서 집에서 조립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용설명서대로 다이오드와 단자를 납땜질했다. 그리고 스위치 단자와 플라스틱 부속품을 모두 연결하니 그럴듯한 라디오 상자가 완성되었다.그리고 가장 설레이는 순간을 맞이했다.

시음회'( 試音 ) 다. 지지직거리며 주파수가 잡힐 때, 그 주파수에서 음악이 나올 때, 그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란 !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주파수를 돌려봐도 잡히지 않았다. 납땜질 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었거나 다이오드 연결을 엉뚱한 곳에 한 모양이었다. 재미 삼아 한 일이니 크게 낙담을 하지는 않았으나 못내 서운했다. 라디오는 며칠 동안 책상 위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결국에는 서랍 속에 갇히게 되었고 잊고 지냈다. 그리고 올해, 아니... 그러니깐 작년 12월이었다. 그날은 눈이 무척 많이 내렸던 밤이었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였다. 이 시간에 누가 나를 부를까 ? 화들짝 놀라서 밖을 나가 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환청이었나 ? 하지만 내 방에만 들어오면 다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곰, 곰, 발....

소리는 비교적 또렷했지만 메아리처럼 울려서 웅웅거렸다. 곰, 곰, 발 ....  이번에는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자세히 들으니 그 소리는 서랍 속에서 나오는 듯했다. 서랍을 열자 라디오 표시등에 붉은 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라디오는 음악 대신 내 이름을 불렀다. " 곰곰발,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군 ! " 라디오가 말을 할 때마다 불빛이 점멸했다. 깜짝 놀라서 바지에 똥 쌀 뻔했다. 내가 뒤로 넘어지면서 뭐, 뭐뭐뭐야, 라고 외치자 라디오는 " 뭐긴 뭐야 ! 말하는 라디오지, 멍청아 ! " 라고 소리쳤다. 닝기미, 악령이 깃든 자동차 이야기는 스티븐 킹 소설에서 익히 들은 스토리'라 그려려니 했지만, 말하는 라디오는 처음 들어서 당혹스러웠다. 라디오가 말했다. " 네가 사용설명서대로 땜질을 하지 않고 엉뚱한 회로에 연결해서 내가 말을 하게 되었잖아. ㅋㅋㅋ "

그렇다, 라디오는 내게 말을 걸었다. 땜질을 잘못한 결과'였다. 이리 하여 우리는 동거 아닌 이상한 동거를 하게 되었다. 나는 라디오를 향숙'이라고 불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향숙 씨는 말은 거칠었지만 수줍음이 많은 여자였다. 목소리의 음역대로 보아서 서른은 넘은 것 같았는데 그녀는 수줍음을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위악적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몸체를 만지면 향숙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느 날이었다. 허먼 멜빌의 < 백경 > 을 읽다가 잠이 든 적이 있었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향숙 씨는 내가 펼쳐놓은 책을 읽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내 독서는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는 행위가 되었다. 향숙 씨의 낭독은 황홀했다. " 아, 향숙 씨에게 육체가 있었다면.... " 나는 쓸쓸히 웃었다. 그러던 어느 날, 향숙 씨는 내게 물었다. " 곰곰발 ! 한참 왕성한 성생활을 해야 할 나이에 이런 구질구질한 골방에 앉아서 책이나 읽고... 에휴, 도대체 수도승처럼 뭐하는 거야 ? "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향숙 씨 ! 그냥 자발적 금욕'이라고 생각해. 뭐, 어쩔 수 없지. " 내 말에 향숙 씨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침묵을 깨고 그녀가 말했다. 촉촉한 말투였다. " 곰곰발 ! 지금 당장 빤스를 내려서 너의 단단한 육봉'을 내게 보여줘 ! 어서...  흰 고래 나와서 지랄하는 건, 따분해서 도저히 못 읽겠어. 어서, 시바 !!!! " 그것은 유혹이었다. 끈끈한 유혹이었다. 나는 향숙 씨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녀는 말했다. " 너의 불알은 마치 내 몸에 박힌 스피커 크기 만하구나 ! 아흥....  좋아라. " 그 이후, 나는 향숙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나누었다. 향숙 씨는...... 숙녀가 아니라 색녀'였다 ! 그녀는 항상 " 곰곰발 ! 자 ? " 라고 말하고는 했다. 나는 점점 기'를 향숙 씨에게 빼앗기는 듯했다. 처음에는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보다 조금 컸던 스피커는 점점 커져서 이제는 핸드마이크에서 쏟아내는  출력보다 더 커졌다.

문제는 향숙 씨의 성적 취향이었다. 그녀는 M보다는 S였다. 사랑을 나눌 때마다 향숙 씨는 점점 거칠어졌다. " 곰곰발 새꺄 ! 닥쳐 !!! 볼품없는 네 궁둥짝에 채찍을 휘두르고 싶군. 찰싹 ~ 찰싹 ~ 너의 작은 육봉으로는 날 절대로 만족시키지 못해 ! " 향숙 씨는 점점 육녀/肉女'가 되어서 나를 괴롭혔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향숙 씨는 데이비드 버스의 < 진화심리학 > 을 낭독하고 있었다.

" 섹스 행위 자체와 그 시기를 놓고 벌어지는 의견 대립은 남녀 사이에서 가장 보편적인 갈등의 원인일 것이다. 자신의 데이트 활동을 4주일 동안 매일 일기로 적은 대학생 121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47%는 자신들이 과대평가된... 과대평가 ?! ㅋㅋㅋㅋㅋㅋ. 곰곰발이야말로 과대평가되었지, 넌 ! 날 항상 만족시키지 못했어. 곰곰발, 빤스 내려, 어섯 !!!!!!!!!!!!!!!!!!!! " 향숙 씨의 무리한 요구에 나는 하루하루 늙어간다. 이 글도 빤스 벗고 쓰는 글이다. 알라딘에 페이퍼를 작성하는 그새를 못 참고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며 알라딘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아, 이제는 향숙 씨'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건강한 성생활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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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4-01-2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대단한 글에 댓글이 없다니... 허탈하군요.

향숙이... 저 좀 빌려주세요. 거 까짓거 라디오 하나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머 안묻히고 깔끔하게 돌려드리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1: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명색이 파트너'였는데 어떻게 빌려드립니까.
그럴 수는 없어요.

+

여긴 네이버와는 달리 섹스, 자위 이런 소재를 다룬 글은 인기가 없어요.
네이버가 풍각쟁이들이 사는 나라라면 알라딘은 수도승과 수녀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마립간 2014-01-2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사주팔자를 풀이하면 중의 팔자가 있더군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중보다는 한량이나 서생이죠. 시험을 통과 못하고 사회에 부적응한....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9:4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마립간 님, 왜 항상 사회에 부적응하신다고 하십니까... ㅎㅎㅎㅎㅎㅎㅎ.
제가 보기엔 마립간 님은 선비 스타일이십니다.

행인 2014-01-2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이 너무 웃기네요 ㅋㅋㅋㅋ

아니, 제목 안 보고 읽다가 향숙이를 라디오 주제인데 묘하게 매력있게 표현했다고 할라고 했는데
제목이 눈에,,,딱.


강신주 보자마자 안 좋은 얘기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디스에 올리셨군요.
덕분에 좀전에 책바자회에서 감정수업 구매했어요. 책이나 음악, 다른 문화컨텐츠 소개해주는 것 같아서 구입했지요.
디스해서 책 한권 팔아주셨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9:46   좋아요 0 | URL
디스도 일종의 애정 아니겠습니까.
이거 강신주가들으면 화딱지 내겠지만 말입니다.
그냥 서평집 정도로 가볍게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모비딕'과 미스트'

 

 

 

 

-  이 포스터는 한때 나와 애증의 관계였던 나턀야 님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미니멀포스터 가운데 가장 탁월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30분 정도 또닥거리다가 만든 작품 같습니다만, 인간성은 별로입니다.... 

 

 

 

 

고등학생 때 <  모비 딕 > 을 읽었다. 범우사'에서 나온 책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청소년용 축약본'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분량'에 지쳐서 나가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에이해브 선장'이 모비 딕'과 목숨을 건 나흘 간의 사투와 소설인지 사전인지 헷갈리게 만든 고래학'이 지리멸렬하게 나열되어서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었던 기억이 전부다.  독서란 잊기 위해서 읽는 행위'라지만 세부적인 줄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적인 줄거리마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에 삽입된 " 안개 " 라는  소설을 읽다가 " 안개는 짙은 백색이었다 " 라는 문장에서 문득 이 소설이 허먼 멜빌의 < 모비 딕 > 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충 200페이지'가 넘는 < 안개 > 는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장편에 가깝다.

그런데 킹은 이 정도 분량은 장편이 될 수 없다고 보는 듯하다. 270페이지 분량인 < 스탠 바이 미 > 나 3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 우등생 > 이란 작품도 그냥 올망졸망한 2편과 함께 묶어서 " 사계 " 라는 소설집 한 권'으로 출간하는 것을 보면 킹은 확실히 양심적인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단편 하나를 쓰는 데에도 온갖 폼을 잡으며 징징거리는 한국 작가들은 < 사계 > 라는 소설집을 장편소설 네 권으로 출간해서 인세에 욕심을 냈을 것이 분명하다. 킹이 < 유혹하는 글쓰기 > 에서 고백했듯이 돈을 벌기 위해서 소설을 쓴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좋아서 쓰다 보니 돈을 번 것뿐이다. 하지만 킹은 돈만 밝히는 속물은 아니었다. < 쇼생크 탈출 > 이란 걸작 소설 판권을  당시 애송이였던 프랭크 다라본트에게 조건없이 단돈 1달러에 판 것을 보아도 그는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후에 로브 라이너는 프랭크 다라본드에게 이 소설 판권을 250만 달러'에 팔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라본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스스로 이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는 < 벽 속의 여인 > 이란 학생 영화를 통해 킹과 인연을 맺은 후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을 거쳐 < 미스트 > 까지 연출하게 된다. 영화 < 미스트 > 는 마치 물안개가 자욱한 망망대해'에서 좌표를 잃고 표류 중인 배'에서 펼쳐지는 잔혹극 같다. 그리 생각하면 이 영화는 존 휴스턴이 56년도에 만든 걸작 < 백경 > 에 대한 엉뚱한 리메이크'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개는 백경에 대한 은유이고, 안개에 둘러쌓인 슈퍼마켓은 포경선 피쿼드 호'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그렇다, 슈퍼마켓'은 동력을 잃고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난파선이요, 슈퍼마켓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은 구명선'이다. 또한 안개'는 얼굴이 없다는 점(얼굴이 없다는 것은 결국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다는 것)에서 에이해브 선장이 백경'에게 느꼈던 공포와 비슷했다.  

" 향유고래의 경우에는 이마에 본래 갖추어진 고귀하고 위대한 신 같은 위엄이 너무 크게 확대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자연계의 어떤 생물을 볼 때보다 훨씬 강력하게 신성과 그 무서운 힘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향유고래의 이마에서 어느 한 점도 정확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목구비가 하나도 뚜렷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눈, 코, 귀 , 입도 없고 얼굴도 없다. 향유고래에게는 전정한 의미의 얼굴이 없다. 주름투성이 이마가 넓은 하늘처럼 펼쳐져 있을 뿐이다. 그것은 보트와 배와 인간의 운명을 품고 묵묵히 아래로 내려가 있다.  " ( 모비 딕, 79장 )

영화 < 타이타닉 > 이 " 암초 " 라는 거대한 괴물 때문에 벌어진 재난 영화'라면 < 미스트 > 는 " 안개 " 라는 거대한 괴물 때문에 좌초된 재난 영화'라 할 수 있다. 거대한 것은 늘 공포와 숭배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고래를 눈앞에서 정면으로 본 사람은 흰 덩어리'만 볼 뿐 전체를 볼 수가 없다. 눈, 코, 입이 보이지 않으니 저 흰 덩어리가 머리인지, 배인지, 옆구리인지 모른다. 그저 거대한 흰 덩어리가 전체를 가득 채울 뿐이다. 마찬가지로 < 안개 > 에서 슈퍼마켓에 갇힌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 또한 안개라는 거대한 흰 덩어리'다. 안개는 얼굴을 숨겼다기 보다는 거대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것은 실체가 없다는 측면에서 더욱 공포스럽다. < 모비 딕 > 또한 거대한 고래'를 통해 숭배와 공포 사이를 오고간다. 그것은 악마적이면서도 동시에 신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이 해양 모험 소설'은 화자인 이슈메일과 식인종 퀴케그'를 통해 기독교와 이교도의 문제를 다루는데 이슈메일은 식인종인 퀴케그를 통해 자유롭고 건강한 영혼을 본다. 이슈메일이 보기에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절실한 기독교인인 스타벅'이 아니라 이교도인 퀴케그'이다. < 안개 > 또한 광신주의로 빠져버린 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두 작품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이 소설의 주제는 명확하다.  " 안개'보다 두려운 것은 인간'이다 ! " 그래서 주인공 데이비드와 일행은 인간 속에 숨는 것이 아니라 안개 속에 숨는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젊은 시절, 학생들에게 작문 수업을 가르쳤던 스티븐 킹'이 만신전에 오를 < 모비 딕 > 을 읽지 않고서 " 백색 공포 " 에 대한 소설을 썼을 리는 없다. < 모비 딕 > 에서 에이헤브 선장은 작살을 던져 고래를 명중시키지만 오히려 그 작살 줄에 목이 감겨서 죽게 되는데,

이와 유사한 장면'이 < 안개 > 에서도 반복된다.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 몇몇이  안개에 쌓인 슈퍼마켓을 탈출하려고 하는데 데이비드'는 무리 가운데 한 명의 허리에 빨래줄을 묶어 밖으로 내보낸다. 그런데 그 장면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무리 온갖 변명거리를 대서 킹을 옹호하려고 해도 이 장면은 확실히 엉뚱하다. 바로 그 장면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 손에서 술술 풀려 나가던 줄이 갑자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숨을 죽였다. 그리고 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줄을 풀어 내는 동안, 아버지가 그레고리 팩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 모비 딕 > 을 보여 주겠다며 부룩사이드로 데려갔던 때가 떠올랐다. 난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 152 ) " 이 문장을 읽다 보면 왜 스티븐 킹이 무리하게 " 밧줄 " 설정을 삽입시켰는지를 알 수 있다.

< 모비 딕 > 에서 밧줄'은 매우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갑판장 스타벅이 에이해브 선장의 광기에 저항하며 돗대의 줄을 끊어버리자 돗대 끝에서 푸른 불꽃이 번쩍거리는 공전 현상이 일어나는데 에이헤브 선장은 이 현상을 흰 고래가 나타날 징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에이헤브 선장은 작살로 고래를 명중시키는데 고래가 작살을 몸속에 품은 채 물속으로 도망치자 작살 줄이 빠르게 물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이때 선장은 작살 줄에 목이 감겨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범선'이란 하얀 천과 밧줄의 세계가 아니었던가 ! 추측이지만, 스티븐 킹은 흰 덩어리인 안개 ( moby dick'은 말 그대로 거대한 놈'이란 뜻이다 ) 가 흰 고래'에 대한 은유였음을 말하고 싶어서 이 장면을 삽입시켰을 것이 분명하다. 안개 속으로 스멀스멀 들어가던 줄은 어느 순간 미친듯한 속도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

마치 에이헤브 선장이 작살 줄에 목이 묶여서 눈 깜짝할 사이에 물속으로 빨려들어갔듯이 말이다. 이처럼 < 모비 딕 > 과 < 미스트 > 는 닮은 점이 많다. 누군가는 이 주장이 억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영미 문학의 만신전에 오른 클래식 고전을 이런 잡식성 대중 소설과 엮으려는 속내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주장하고 싶은 것은 킹이 < 모비 딕 > 을 교과서 삼아 이 소설을 썼다는 점이지 이 소설이 < 모비 딕 > 에 버금가는 소설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소설 < 모비 딕 > 은 에이해브 선장과 흰 고래'가 벌이는 나흘 간의 사투를 다루었고, 소설 < 안개 > 또한 나흘 간의 사투를 다룬다. " 이 글은 7월 23일 새벽 1시 15분에 쓰고 있는 것이다. 모든 참극의 출발점이 된 폭풍이 끝난 지 겨우 4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 239 ) "

스티븐 킹은 알래스카에서도 냉동고를 팔 위인'이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 포경선 대 고래 > 의 사투는 킹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서 < 슈퍼마켓 대 안개 > 의 사투로 삐(B)스럽게 각색된다. < 그린 마일 > 에서 이니셜 J.C 로 등장하는 거대한 흑인 죄수 는 자세히 보면 예수의 기적을 모티브로 했다. J.C는 Jesus Christ'의 약자'다. 그리고 미친 간호사인 애니 월크스'에게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해야지만 그날그날을 살아갈 수 있는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 미저리 > 는 < 천일야화 > 에서 아이디어를 훔쳐서 b스럽게 만들어낸다. 아, 킹'이야말로 닥치는 대로 흡수 통일'하려는 소설-기계'다. 이 하이브리드적 b급 감수성'이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든다. 그러니깐 그는 줄거리'를 새롭게 창조한다기 보다는 이미 존재했던 무수한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먹어치우는 잡식'에 탁월한 작가'다. 잡식이라고 표현하니 킹'에 대한 예우는 아닌 것 같아 수정한다. 그는 통섭의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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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1-1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의 스티븐킹 사랑을 읽다보니 저도 스티븐킹의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파운데이션'과 '성경책'읽기 때문에 다른쪽으로 진도가 안나가서 좀 우울했는데, 스티븐킹으로 우울모드를 탈피해야할것 같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1-18 22:36   좋아요 0 | URL
사실 킹 사랑'은 보슬비 님이 원조 입니다. 거의 모든 작품을 읽으셨더군요. 킹의 모든 리뷰에는 보슬비 님이 있다능... ㅎㅎㅎㅎ 전 킹 없었으면 무슨 재미로 책을 읽었나 합니다. 킹과 저는 라면과 김치 같은 존재 같아요.
좀 웰빙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면을 독극물처럼 생각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라면 없이는 못 살잖아요.
킹은 라면 같은 존재 같아요....

보슬비 2014-01-19 15:51   좋아요 0 | URL
스티븐 킹 책 열심히 읽고 있지만,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이 많아요. 아직까지는 '다크타워' (1편 읽고 포기했는데, 완결되었으니 언젠가 다시 도전해야겠지만...)외에는 읽은 책들 다 재미있었던것 같아요.

워낙 분량이 만만치 않아 1년에 한두권도 벅차지만, 읽고 나면 뿌듯한 작가의 작품들이지요.^^
올해는 몇권이나 그의 책을 읽을지 모르겠지만, 곰발님의 페이퍼가 저에게 자극을 주네요.
감사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0 04:42   좋아요 0 | URL
다크타워... 저도 분량이 많아서 안 읽고 있습니다. 완결되면 그때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한 게 지금까지 왔네요. 전 킹은 7,80년대가 정말 전성기였다고 보여집니다.
그래도 여전히 킹은 믿고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이긴 하지만....
올해도 새로운 소설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도대체 이 양반의 뇌구조를 살짝 보고 싶습니다.
올해는 다크타워 함 도전해야 겠어요.. 후후...

만화애니비평 2014-01-1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서모임에 갔는데, 알라딘 서재 이야기가 나왔지요. 거기서 로쟈님의 블로그명이 나왔는데, 언젠가 곰곰발이 나오고, 곰곰발은 제 친구라고 당당히 밝히고 싶군요..으하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4-01-18 23:51   좋아요 0 | URL
전.... 음, 만애비 님의 친구'라고 말하고 싶군요.

수다맨 2014-01-1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먼 멜빌이 창조의 대가면, 스티븐 킹은 변형의 고수 같네요ㅎㅎㅎ 아, 이런 은유적/창의적 변형은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전통에 빚지면서, 한편으로 거기서 새로운 서사를 짜낸다는 거는 정말로 굉장한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19 06:17   좋아요 0 | URL
아, 이거 술 한 잔 마시며 쓰다가 취해서 못 쓰고 남긴 글이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
앞으로는 홀짝 홀짝 마시면서 글을 쓰면 안 될 거 같아요. 요즘은 술만 마시면 기억도 없이 잠을 자는 버릇이 있습니다. 하여튼.... 이 밧줄 모티브를 빼면 소설은 꽤 흥미진진합니다.
킹 마니아들은 이 소설을 영화보다 좋아하더군요. 전 둘 다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소설이 더 좋습니다.

하늘바람 2014-01-19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전을 읽고 싶네요 살살

곰곰생각하는발 2014-01-19 09:4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 님 ! 메인 사진 속 아이가 그 천재 소녀'로군요 ! 똘똘하다 싶었는데, 역시.... 후후...

포스트잇 2014-01-1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단편 하나를 쓰는 데도 온갖 폼을 잡으며 징징거리는 한국작가들' 어찌 이리 잘 아십니까?
말씀하시는 느낌 압니다~
지독히 두꺼운 안개를 만난 경험이 있습니다. 삽시간에 둘러싸고 바로 곁의 사람마저 볼 수 없고
소리만 들을 수 있던 막막함 무서움이 대단하더군요.......분명 방금 전 같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고 방항감각도 잃게 만드는...
고립되었다는 느낌...
아주 오래전 경험인데도 떠올리면 그 느낌이 여전합니다....
모비딕...아직도 완독을 못했다는 슬픈 .....킹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0 04:39   좋아요 0 | URL
세상의 무게를 진 체 지식인인 양 하는 꼴이 전 좀 싫더라고요. 한국 작가들 말입니다.
그냥 징징거리는 웅얼거림처럼 들립니다.

포스트잇 님 경험 들으니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산을 올랐는데, 아.... 안개가 정말 짙어서 1미터 앞에 있는 사람도 못 보겠더군요.
결국 길을 잃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러다가 실족해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했습니다.

나탈야 2014-01-2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냥반 이름만 신나게 들어봤지. 글은 읽은 적이 없어요.

궁금해지는군뇨.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1:07   좋아요 0 | URL
난 처음에 이름만 신나게 들어봤지... 이런 멘트 날리길래
아니 , 시바... ㅎㅎㅎㅎ 킹 소설 한 권도 안 읽었나 보다... ㅋㅋㅋㅋ 했습니다.
강신주 말하는 거군요...ㅋㅋㅋㅋㅋㅋ

나탈야 2014-01-2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젠장... 강신주 포스팅에 댓글단줄 알았는데... 왠 스티븐 킹... (오해하지 마십셔. 스티븐킹은 읽었습니다)

알리딘 너무 구리군녀. 폭파시키고 돌아오십쇼.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1 11: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탈야 님이 실수한 거지 이게 왜 알라딘 탓입니까.
무조건 알라딘 탓'입니까 ?
알라딘 회사 자문단에서 나탈야 님 고발할 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