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번 방의 선물 > 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동네 바보 용구'가 천만 관객을 울린 것이다. 흥행의 열쇠는 무엇이었을까 ? 중년의 남성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가 봇물을 이루었으니 " 부성애의 재발견 " 인 것은 확실하다. 이 영화를 본 그날의 가족 풍경이 눈에 선하다. 다 큰 자식들은 아빠'를 쇼파에 앉히고는 이런 율동을 선보였을 것이다. " 아빠, 힘 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 아빠, 힘 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 참새처럼 글썽거리면서, 물개처럼 콧물을 훌쩍거리면서 부르는, 다 큰 딸은 커다란 가슴을 출렁거리고, 군대를 막 제대한 아들은 곰 같은 몸으로 촐랑거리면서, 아.... 이런 슬픈 가족의 풍경 ! 그런데 < 가족의 재발견 > 은 용구 아빠'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우리는 " 엄마가 필요해 ! " 를 외쳤다. 그 촉매제'는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였다. 이 책의 서평 란에는 온통 눈물 바다'다. 종종 " 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 " 라는 이상한 감상평이 올라오기는 하나 주류는 엄마에게 잘하자, 이다. 그러니깐 이명박 정부는 엄마의 재발견으로 시작해서 아빠의 재발견'으로 끝나는, 매우 독특하며, 꽤나 신파적인, 일일 드라마 가족극에 충실한, 복고 취향의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각하는 (기업)프렌들리'가 아니라 (가업)페밀리'적이다. 각하는 말한다.  " 이 아빠는 욕 먹어도 좋다. 너희들은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 "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4910  7번 방의 비밀 中

 

 

 


 

 

 

 

 

포데기 신파극의 한계.

 

 

 

 

 

 

 

 

복작복작한 것은 딱 질색'이다. 명절에 가족과 친척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와서 머리를 식힐 겸 혼자 설 연휴에 극장을 찾았다. 설 대목 영화관 풍경이 대부분 그렇듯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 취향 " 이 아닌 " 편의 " 를 고려해서 고른 영화가 < 수상한 그녀 > 였다. 스크린 5개를 보유한 동네 소극장'인데도 < 수상한 그녀 > 는 3개 관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스크린 수는 늘어났지만 다양한 영화를 접하기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 신나게 웃기다가 마지막에 가서 울리는, 그 독특한 한국 코미디 영화겠지 ? "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영화 < 빅 > 이 꼬마 사내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겪는 성장통이라면 < 수상한 그녀 > 는 칠순 노모가 스무 살 꽃다운 처녀가 되어서 겪는 성장통을 다룬 영화였다.

 

몸이 바뀌었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전형적인 " 두근두근 체인지-서사 " 를 답습하는데 한국 코미디 영화답게 시종일관 웃기고 울린다. 여기에는 심은경이란 당돌한 배우가 능글맞게 연기하는 몫이 컸다.  심은경은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예쁘게 보이려고 하는 달뜬 허세가 보이지 않아서 좋은 배우'였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미덕은 딱 여기까지'다. 성동일은 좋은 배우이지만 오말순의 금지옥엽 외아들을 연기하기에는 끼가 너무 많은 배우'다. 성동일은 충무로 영화판에서 내노라하는 걸출한 신 스틸러'인데 그가 연기한 외아들 반현철은 끼를 발산하기에는 너무 평범했다. 그리고 김슬기는 쓸데없이 진지했고, 반지하 역을 맡은 진영'은 지나치게 풋내기였다. 사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 헛점은 배우들이기보다는 시나리오 자체에 있다.

 

영화 시작부터 여성 나레이터는 남성 욕망에 충실한 조크만 쏟아낸다. 10대는 < 농구공 > 이란다. 탱탱하고 탄력있어서 허공에 뜬 공을 수컷들이 잡으려고 안달하는 시기라고 말하고, 20대는 < 럭비공 > 에 비유한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나이 가지고 까부는 수작으로 보면 이제 30대 이후부터는 안 좋은 소리가 쏟아질 거란 예상을 쉽게 하게 되는데 이 예상은 늘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서 씁쓸하다. 30대는 < 탁구공 > 이다. 대시하는 수컷들은 줄어들고 그나마 한 놈이 달라붙는다고 붙인 조크다.  40대는 < 골프공 > 이다. 일단 보면 멀리 걷어찬다. 그 이후는 안 봐도 뻔하다. 만약에 이 글을 50대 여성이 읽는다면 나는 영화 속 오두리의 입말을 빌려서 발설한 50대에 대한 정의를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 당신은 피구공이에요. 피해 다니고 싶거든요 ! "

 

만약에 50대인 당신이 이 소리를 듣고도 희희낙락한다면 당신은 참.... 줏대 없는 여자'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성별이 궁금해진다. 나이 든 여성'에 대한 조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자세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하긴 젊은 여성을 " 영계 " 라고 비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문화이다 보니 40대 여성이 " 40대 여성은 골프공 " 이라는 멘트에 빵 터져서 웃고 박수 치는 것을 보면 공포스럽다. 적어도 당신이 여성이라면 그 웃음에 대해서 거부해야 한다. " 그냥 웃기는 조크를 심각하게 받아치는 당신이 이상하다 ! " 글쎄다, 오히려 나이 든 여성에 대한 조롱거리'를 코미디'라는 이유로 여유 있게 받아넘기는 풍토가 더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에 저 멘트를 정치인이 술자리에서 말했다면 다음날 조간 신문에 일파만파, 점입가경'이라는 자극적 제목을 달고 나왔을 것이다.  

 

나경원 씨가 모 강연에서 " 1등 신붓감은 예쁜 선생님, 2등 신붓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붓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붓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 " 이라고 말해서 불같이 화를 냈던 당신은 왜 영화 속 여성 비하 발언에는 화를 안 내는지 모르겠다. 나경원이 순위를 매긴 숫자에 0 를 더하면 고스란히 영화 속 농담이 된다. 10대 신붓감은 1등, 20대 신붓감은 2등,  30대 신붓감은 3등, 40대 신붓감은 4등 ! 만약에 이명박이 기자들과의 뒷풀이에서 저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말 했다면 어떻게 될까 ?  이 영화는 생각없이 웃기다가 어느 순간 느닷없이 " 어머니 " 라는 코드로 관객을 울린다. 자식을 위해서 별짓을 다하던 오말자/오두리'는 이제 손자를 위해서도 별짓을 한다. 엄마'라는 모성 신화는 여전히 희생을 전제로 하지만 여성 스스로도 이 자폐적 희생 제의'를 비판없이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문제적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염치'를 버려도 좋다는 억척 어멈 스토리'는 순혈주의가 낳은 기형적 신파'다. 이 가족 멜로 " 포데기 신파 " 는 조폭 멜로 " 번데기 신파 " 로 변해서 < 우리가 남이가 정신 > 으로 이어진다. < 남 > 인데도 불구하고 남이 아니라고 계속 우긴다면 그것은 심각한 관계망상'이다. 가족주의 중심 사회가 개인주의 중심 사회보다 부정부패가 심하다는 통계는 가족주의가 가족 내 혈연에만 집착한 나머지 타자성을 부정하는 배타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 억척 > 은 극성스럽고 악착스럽다는 뜻인데 포데기 신파극'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악착'을 정당화한다. 내 새끼를 위해 한 짓은 용서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내 새끼에게는 관대하면서 타자에게는 송곳처럼 까다로운 비뚤어진 모성을 만든다. < 수상한 그녀 > 는 바로 이러한 포데기 신파에 뿌리를 둔다. 

 

영화 속 오말자는 자식을 위해서 우아하게 사는 방식을 포기하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존재'다. 그렇다면 억척스럽게 살지 않기 위해 자식에게 쏟는 희생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나쁜 모성이 될까 ? 영화는 그렇다고 말한다. 오두리가 오두리의 삶을 포기하고 오말자로 돌아가는 설정은 엄마는 당연히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존재라는 전제가 깔린 장치'이다. 이 영화에서 오두리가 떠난 자리를 손녀인 반하나(김슬기)가 차지한다는 설정은 배타주의에서 비롯된 달콤한 봉합'이다. 해피엔딩'이 코미디라는 장르가 갖추어야 할 장치이기는 하지만 끼리끼리 해먹는 욕망'은 배타주의가 깔린 순혈주의처럼 읽혀서 유쾌하지가 않다. 좋은 엄마'를 만들기 위해서 희생을 강요하는 서사는 궁상맞다. 오두리는 수혈을 거부하고 당당하게 오두리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

 

먹고 살기 위한 억척과 궁상'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모성을 위해서 억척과 궁상이 미화되는 것은 꼴불견이다. < 수상한 그녀 > 는 포데기 신파극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측면에서 하품이 나오는 영화다.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하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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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2-0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맙소사.. 흥행 중이라길래 어떤 영화인가 했더니 정말 끔찍한 내용이네.
한국에서 여느 여자가 '어머니' 되려면
이건머~ 예수나 성모 마리아 정도 정신 레벨은 되야할듯.ㅎㅎ
"어머니 신화" - 그지발싸개같은 판타지란 생각.
여자도 남자들과 다를바 없는 한낱 인간일 뿐인데
애낳았다고 인간이 돌연 대단한 초인,으로라도 다시 태어나는줄 아나..

사회적으로 봤을 때 이거 다 동의어 아닌가 싶어.
<위대한 모성애> = <어머니의 아름다운 희생> = <머더 퍽커> = <니에미창년>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9 03:44   좋아요 0 | URL
음... 너무 확대한 거 아니냐 ? ㅎㅎㅎㅎ.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재미가 없었고, 유치했다.
여성을 나이에 따라 농구공, 럭비공, 탁구공, 피구공으로 나누는 농담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정치인이 여성 기자들과의 뒷풀이에서
똑같은 농담을 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

아마 사퇴 소동이 벌어졌을 거다.

곰곰손 2014-02-09 08:1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글쎄, 조금도 확대가 아니지ㅡ저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결국엔 또 엄마가 자기 삶 포기하고 (자식의)자식을 위해 수혈을 한다,라..
"좋은 엄마'를 만들기 위해서 희생을 강요하는 서사"가 남자들 보기엔
그저 궁상맞아보이는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자들 쪽에서는 사람 잡는 소리로 들림.
나는 한국이 여전히 입양수출?국 1위인 것도 학습능력 떨어지는 무식한 성의식이나 복지문제에도 있지만..
사회가 제멋대로 만들어내는 모성신화/전설땜에 애시당초 여성들이 자신없으니 시작도 해보기 전에
아예 육아를 포기하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고는 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9 14:57   좋아요 0 | URL
핏줄 서사는 이미 드라마의 핵심이잖아.
내가 드라마를 안 보는 이유 중 하나가 그 핏줄 타령에 아주 질려버렸기 때문.
하여튼 궁상이 모성과 관련이 되면 숭고가 되는
이 싸구려 포데기 신파는 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됨...

유다 2014-02-0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데 미국도 젊은 여자보고 영계(chick)라고 하는데. 왜 다들 닭인지 궁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9 14:56   좋아요 0 | URL
병아리 귀엽잖습니까 ! 미국이 말하는 새 새끼'는 여성을 지칭한다기보다는 대체로 어린 애송이를 전체적으로 아우르잖습니까. 하지만 한국에서 쓰이는 영계'라는 말은 성적 비하'가 좀 강하죠. 영계'라는 말에는 성욕을 식욕으로 상상하는 음란함이 있습니다.

꼴찌를 위해 2014-02-0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좀 뜬금없지만 일본인 작곡가 사무라고치 사건에 대해서 곰곰발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02:31   좋아요 0 | URL
사무라 고치 사건, 그 일본베토벤 사건 말씀하시는군요.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제가 무슨 만물박사도 아니고 ㅎㅎㅎㅎㅎ. 하지만 이 사건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 이 사건이 코난 도일과 홈즈 사건처럼 느껴지네요... 오홋, 재미있겠군요. 요 생각을 좀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엄동 2014-02-1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네이버영화평은 좋던데.
명절연휴때 가족끼리 보기 더없이 좋다면서.

뭐 눈물과 웃음코드의 맥만 잘 짚어내면
허술하고 조악한 스토리여도 찬사받으니.

이런 영화에 염증이 나네요

나이들수록 얌치"가 없어지는데
그럼 난 얌체공잉가 욱함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14:55   좋아요 0 | URL
그냥 명절 코미디 영화'죠.
분위기 보니 1000만 찍을 거 같습니다만
코미디가 여전히 잘 먹히는 걸 보면
좀 진지하게 반성하고 비판하는, 그런 작품들은 보기가
싫은 모양이에요.

뭐 취향의 문제이니 간섭할 일은 아니지만
그냥 제 개인적 취향에는 한심한 영화였습니다.

지긋지긋한 포데기 신파라니..
그뿐 아니라 영화적 완성도도 한참 떨어지죠.
소울 깊게 베인 노래에 감동한다는 것인데 심은경이 부르는 노래 솜씨는
노래방 가서 부르면 80점 정도 나올 솜씨죠.

< 조지아 > 라는 영화 추천합니다. 이 영환 정말 끝내주는 영화죠.

수다맨 2014-02-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를 부탁해"의 변주된 서사에 불과한 것들이 아직도 성황리에 유통되는 모습을 보면, 한국에는 아직 제대로 된 개인주의 문화도 뿌리 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우리는 엄마가 필요해', '엄마의 궁상과 억척을 보면서 불효자는 웁니다' 정서가 여전히 강하게 잔존하고 있네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02:54   좋아요 0 | URL
흔히 집 나간 아들 찾는 광고에 이런 문구 자주 쓰이죠 ?
잘못을 묻지 않으마, 돌아와라 !

뭐 가정 불화는 집 나간 아들만 돌아오면 다 해결될 것 같은데
사실 돌아와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죠. 본질적인 것을 안 건드리니깐...
하여튼 대한민국은 엄마가 만병통치약인 줄 알아요. 사실 그것은 사회적 케어가 부실해서 생기는 사회적 문제인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2014-02-12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2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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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500조각짜리 직소 퍼즐'을 바닥에 쏟자. 개별적으로 평가했을 때에는 이 조각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당신은 색깔 별로 조각들을 모을 것이다. 그런 다음 조각 면이 서로 맞물리는 조각들을 찾아 연결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맞추다보면 형체를 알 수 없는 부스러기'는 점점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는 낮게 외칠 것이다. 아, 모나리자 !  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을 때는 아무 의미가 없었으나 순열에 따라 조각을 배치하다 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 모나리자 > 그림을 복사한 직소 퍼즐이 완성이 된다. 이 지점에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깨달았을 것이다.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직소 퍼즐 조각들은 엔트로피 상태이고, 순열에 따라 배치되어 완성된 그림은 네트로피 상태'다.

 

사실 간략하게 서술했지만 엔트로피 개념은 매우 난해하다고 한다. 그냥 여기서는 엔트로피는 무질서를 네트로피는 질서'를 의미한다고만 알아두자. 내가 직소 퍼즐을 빗대서 엔트로피와 네트로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이유는 추리 소설의 구조가 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추리 소설은 기본적으로 500조각짜리 퍼즐 조각을 바닥에 흩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설가는 각각의 조각들을 나열한다. 독자는 소설가가 나열한 조각이 살인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으나 이 조각이 어떤 형체인지는 알 수가 없다. 또 어떤 조각은 중심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작가는 동등한 자격으로 병렬 서술을 한다. 결국 독자는 소설가가 흩뿌린 조각을 순열대로 재배치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바로 추리'이다. 500조각이 순열대로 배치가 되는 순간, 의미 없어 보였던 부스러기'는 범인의 얼굴을 완성한다. 범인은 바로 모나리자'다 !

 

결국 추리'란 엔트로피를 네트로피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당신이 모래 한 줌을 쥐어 우주 공간에 흩뿌렸다고 치자. 우주라는 공간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공간이기에 이 광활한 우주에서 무질서하게 흩어진 모래를 인식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한 줌의 모래가 당신 손에 모여 있다면 우리는 모래를 인식하게 된다. 물리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명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열역학 제 2법칙'이다. " 에너지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한다. " 이 난해한 물리학 개념'을 저잣거리 입말로 바꾸면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가 된다. 셜록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 주홍색 연구 > 에서 홈즈는 " 나이는 대략 마흔셋이나 마흔넨쯤 " 되는 남자의 죽음을 수사하는 것으로 위대한 홈즈 신화의 서막을 알린다. 사실, 살인 사건'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엔트로피 상태'이다.

 

살인이라는 행위는 질서를 무질서 상태로 만드는 에너지'이니깐 말이다. 여기서 살해당한 시체는 직소 퍼즐 조각처럼, 우주에 뿌려진 한 줌의 모래처럼, 흩어진 존재'다.  < 주홍색 연구 > 에서 첫 번째 시체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모자 또한 뒤집어진 채 옆에 떨어져 있고 팔은 양쪽으로 넓게 벌린 채 있는 반면 다리는 꼬여 있다. 이처럼 통제가 되지 못하고 제각각 흩어지면, 죽는다. 살인 현장'은 엔트로피 상태에 있다. 법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질서(법)를 무질서하게 파괴한 결과'가 바로 범죄 현장'이기도 하지만 네트로피的 시선으로 보아도 범죄 현장'은 전형적인 엔트로피 상태'이다. 체내에서 순환되어야 할 피는 밖으로 흩뿌려져 있고, 신체 일부분은 토막난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소지품 또한 농수로 밑이나 사건 현장에서 10km나 떨어진 장소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결국 범죄 현장은 흩뿌려진 상태'라 할 수 있다. 즈는 무법자를 잡아 사회로부터 격리시킴으로써 무질서한 상태를 다시 질서 상태로 돌려놓는다. 홈즈의 매력은 중심 사건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을 것 같은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로 엮는 데 있다. 그가 탐정이라는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아마도 솜씨 좋은 퀄트 장인이 되었을 것이다. 코난 도일이 쓴 홈즈 시리즈'는 시작부터 독자들에게 열광적 지지를 얻은 것은 아니다. 장편 소설인 < 주홍색 연구 / 셜록 홈즈 전집 1> 와 < 네 사람의 서명  / 전집 2 > 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코난 도일은 단편 형식으로 바꿔서 잡지에 연재했는데 바로 이 작품들이 대중들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얻게 된다. 독자들이 어린 시절 기억하는 사건들은 대부분 < 셜록 홈즈의 모험 / 전집 5 > 와 < 셜록 홈즈의 회상록 / 전집 6 > 에 수록되어 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한 에피소드여서 소개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지만 코난 도일은 부와 명예를 안긴 셜록 홈즈 시리즈를 경멸했다고 한다. 홈즈 시리즈'가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 셜록 홈즈의 회상록 > 에 수록된 " 마지막 사건 " 에서 홈즈는 숙적 모리어티 대령과 함께 계곡에 떨어져 죽는다.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 홈즈는 내게 언제까지나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남아 있으리라 (382쪽) " 추측건대, 그는 이 마지막 문장을 작성하고 나서 앓던 이가 빠진 듯한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코난 도일은 홈즈를 애도하며 "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지혜로운 " 사람이라고 슬퍼했지만 속으로는 기쁨의 찬가를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도 잠시. 그는 홈즈를 죽인 죄로 독자들로부터 평생 들어도 모자랄 욕을 먹는다.

 

그래서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홈즈를 위해 글을 써야 했다. 바로 그 작품이 유명한 < 바스커빌 가문의 개 / 전집 3 > 이다. 홈즈가 죽는 < 마지막 사건 > 이 1894년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홈즈를 살려내라는 대중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오랫동안 버티다가 1902년에 가서야 < 바스커빌 가문의 개 > 를 내놓는다. 물론 홈즈가 살아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왓슨이 홈즈를 추억하며 지난날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꾸며진 작품이니 말이다.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악몽은 불쾌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이 창조한 괴물이 자신의 손을 벗어나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공포와 비슷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독자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혹은 무의식적 반영인지는 모르겠으나 홈즈를 조롱하게 된다. "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

 

삐에르 바야르는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라는 제목은 The Hound of  Baker   ville' 로 읽힌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깐 < 베이커家의 개 > 라는 제목이 가진 숨은 속뜻은 < 베이커街의 개 > 라는 것이다. 가가 가다. 그러니깐, 家가 街라는 말이다.  베이커 거리(街) 는 홈즈의 주거지'이니, 홈즈는 베이커 하숙집에 사는 개'가 되는 것이다. 홈즈는 한순간에 명탐정에서 사냥개로 추락한다. 삐에르 바야르의 지적처럼 코난 도일은 중의적 은폐를 통해 홈즈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면 상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853860. ) 황금가지에서 펴낸 셜록 홈즈 전집 시리즈'에서 아쉬운 점은 출간 순으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리즈를 읽는 맛이란 출간 순서대로 읽을 때 맛이 나는데 황금가지는 이 순서를 성의없이 섞어 놓았다.

 

그래서 출판서에서 정한 순서대로 셜록 홈즈를 읽으면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에게 품은 애증의 관계가 읽히지 않는다. 살리에르(코난 도일)가 모짜르트(셜록 홈즈)에게 품은 질투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다음의 순서대로 읽는 게 좋다.

 

셜록 홈즈 전집 1,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전집 2, 네 사람의 서명

셜록 홈즈 전집 5,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 전집 6, 셜록 홈즈의 회상록

셜록 홈즈 전집 3, 바스커빌 가문의 개

셜록 홈즈 전집 7, 셜록 홈즈의 귀환

셜록 홈즈 전집 4, 공포의 계곡

셜록 홈즈 전집 8, 홈즈의 마지막 인사

셜록 홈즈 전집 9, 셜록 홈즈의 사건집

 

< 셜록 홈즈의 귀환, 전집 7 > 에 수록된 단편 " 빈집의 모험, 1905年 " 에서 홈즈는 드디어 생환해서 독자 앞에 나타난다. < 마지막 사건, 1894年 >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도일의 분신인 왓슨은 홈즈를 보자마자 기절하는데 홈즈가 이런 소리를 한다. " 왓슨, 정말 미안하이. 자네가 이 정도로 놀랄 줄은 꿈에도 몰랐네 ( 17쪽) " 작가와 캐릭터의 미묘한 신경전 때문이었는지, 홈즈가 건내는 말투는 이상하게 내 귀에는 왓슨을 향한 비아냥거림처럼 들린다. 이 말투는 마치 " 어랍쇼 ? 퍽이나 슬프지. 쇼 하지 말고 발딱 일어나게, 코난 도일 ! 인정머리하고는 좁쌀만큼도 없는 고약한 늙은이야 !!! " 라는 말로 들린다. 하여튼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다시 살려냈고, 홈즈는 씩씩하게 돌아왔다. 그는 여전히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하는 열역학 제 2법칙을 거스르며 맹활약을 펼친다. 그는 흩어진 단서들을 모아서 조각을 짜 맞춘다. 하지만 모든 조각(증거)이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각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범인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조각도 있으니 말이다. " 명확한 사실보다 더 기만적인 건 없( 보스콤 계곡 사건, 전집5. 123쪽) " 다. 싸우는 과정에서 파손된 듯한, 11시에서 멈춰버린 피해자의 시계는 역설적으로 11시에 알라바이가 확실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살인자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서 시곗바늘을 6시에서 11시로 설정한 후 망가트렸을 테니 말이다. 코난 도일은 홈즈 시리즈 마지막인 < 셜록 홈즈의 사건집 > 을 엮어 내놓으면서 서문에 " 좀더 진지한 나의 문학 작품이 홈즈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 이라고 투덜댄다. 그는 홈즈 시리즈를 끝내는 그 순간까지도 셜록 홈즈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기보다는 가자미 눈으로 흘겨보았다.

 

이처럼 도일이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모순적 감정으로 대했듯이 독자 또한 코난 도일을 같은 방식으로 대한다. 대중은 홈즈에게 열광했지만 반대로 작가인 홈즈는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 하지만 어쩌랴 !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홈즈에게 열광하는 나 같은 독자가 있으니 말이다.  홈즈가 없었다면 이 지루한 시대를 어떻게 버텼을까 ?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홈즈여, 가는 길에 영광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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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2-08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과 상관 없지만 ; 제가 무척 갖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직소 퍼즐의 하나입니다. 이 직소 퍼즐은 그림이 없습니다. 하얀 백지죠. (맞추기 전에도 하얀 조각, 맞춘 후에는 하약 백지) 이 조각은 오로지 요철로써만 맞출 수 있습니다. 검색을 몇번 해봤지만, 아직 국내에는 없은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8 14:24   좋아요 0 | URL
아 !!!!!!!!!!!!!!!!!!!!!!!!!!!!!!!!!!!!!!!!!!!!!!!!!!!!!!!!
그냥 프링팅 안 된 직소 말씀하시는 거죠. 오로지 조각 틀의 형태로만 짜 맞춰야 하는
그런 것 말씀하시는 거죠. 오, 저도 그거 함 도전해 보고 싶네요.
그런데 그걸 과연 맞출 수가 있을까요 ?
 

 

 

 

 

 

 

 

당신이 사랑한 것은 강신주의 지혜가 아니라 강신주의 성공이다.

 

 

영화 < 트루먼쇼 > 와 < 식스 센스 > 의 공통점'은 극중 주인공(들)이 자신이 누구인가, 를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끝에 가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사뭇 다르다. < 트루먼 쇼 > 는 주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짐 캐리를 속인 것이고, < 식스 센스 > 는 브루스 윌리스 스스로 자신을 속인 결과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 브루스 윌리스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들었다는 말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이 " 헛것(유령) " 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이유는 자신이 선택한 취사 선택의 결과였던 것이지 이웃이 그를 속였기 때문은 아니다. 관객 또한 브루스 윌리스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전략 " 에 말려들었다. 이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왜곡된 정보를 얻기 쉽다.

 

어리석은 경감과 똑똑한 탐정은 범죄 현장'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본다. 어리석은 경감은 범죄 현장에 나열된 " 보이는 정보 " 만 선택한다. 반면 똑똑한 탐정은 " 은폐한 정보 " 를 찾는 데 힘을 쓴다. 왜냐하면 범죄 현장에 나열된 증거들은 역으로 범인에 의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객인 우리가 쉽게 별다른 의심없이 브루스 윌리스를 믿었던 까닭은 그가 입은 의사 가운(gown) 때문이다. 그는 학계가 인정한, 성공한 아동 심리학 박사이다. 그가 입은 가운'은 일종의 명품 브랜드'다. " 아르마니 " 양복을 사는 사람은 절대 매장 직원에게 이 옷이 " 얼마니 ? " 라고 묻지 않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것이 바로 명품의 품격'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믿음이 바로 명품이 가지고 있는 미덕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가 브루스 윌리스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권력과 그 권력에서 오는 권위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 대해 의심을 하며 딴지를 거는 놈은 배, 배배배배배배배신, 배반형, t, tttttttttttto 부정사'다. 오늘날, 유행처럼 번지는 토크쇼에서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세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때 시청자들이 별다른 의심없이 그 처방전을 믿는 이유는 그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렇다. 복덕방 할아버지가 장기를 두며 늘 하던 잔소리'도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티븨에 나와 똑같은 소리를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자는 지긋지긋한 잔소리'가 되고 후자는 그럴듯한 처방전'이 된다. 같은 말인데도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것은 " 꼰대의 잔소리 " 가 아니라 " 별 볼 일 없는 꼰대의 잔소리 " 다. 반대로 " 별 볼 일 있는 꼰대 " 가 하는 말은 그것이 잔소리'라고 해도 경청해서 듣게 된다. 결국 젊은이들은 < 성공하기 위해서는 별짓을 다하는 속물 > 을 꼰대'라고 정의를 내리며 경멸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손가락질은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성공한 놈이 하는 소리는 모두 영양가 있는 충고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강신주 현상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강신주가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과는 달리 듣기 싫은 소리를 솔직하게 말한다고 해서 그의 화법을 < 돌직구 > 라며 좋아하지만 사실 당신이 열광하는 것은 그가 내린 정확한 진단 때문이 아니라 성공한 철학박사'가 내뱉는 권위 때문이다. 여기에는 < 성공 > 이라는 명함과 < 박사 > 라는 명패'가 그가 던진 말을 그럴듯하게 포장할 뿐이다. 그가 강의를 통해서 일관되게 하는 말은 " 솔직해져라 ! " 라는 진단이다. 아버지가 은퇴 후 자신을 간섭한다며 아버지의 은퇴 생활을 잘 꾸리도록 도울 방법을 묻는 여성 상담자에게 강신주는 아버지를 사랑하냐고 묻는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귀찮다는 것이다. " 아버지를 사랑하나요 ? " 라는 뼈아픈 말에 여성은 눈물을 흘린다. 강신주는 위로보다는 채찍을 드는 사람'이다. 그는 확실히 말 속의 뼈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 아버지의 은퇴 생활을 잘 꾸릴 방법... " 을 알려달라는 말에는 이타성'보다는 개인주의'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강신주는 꿰뚫어 보았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 실수를 한다. 개인주의'를 이기적인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전혀 다르다. 강신주가 놓친 것은 바로 그것이다. 강신주가 강의 내내 주장했던 것은 바로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자기 감정에 충실하자, 라는 소리는 개인주의와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그는 지금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전국민이 보는 힐링캠프에 나와서 개인사를 말할 수 있는 용기에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딸의 애정을 전제로 한다. 딸이 가지고 있는 혼돈은 환경이 바뀌었기에 오는 소란( 아버지의 은퇴 전과 은퇴 후 )일 뿐이지 그것을 두고 너는 단 한번이라도 아버지를 사랑한 적이 있느냐고 꾸짖는 것은 촛점이 어긋난 것이다. 비록 상담을 신청한 여성의 속내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효의 이타성'에는 못 미치지만, 나의 평안을 위해서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을 묻는 개인주의 성향을 보이지만 이것을 두고 이기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그는 솔로몬 왕이 아니다. 그가 내린 처방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여서 언제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소리이다. 다만 당신은 별 볼 일 없는 자가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흘려 들었을 뿐이다. 당신이 사랑한 것은 강신주의 지혜가 아니라 강신주의 성공이다.

 

 

 

+

여성의 사연에 대해 강신주가 느닷없이 아버지를 사랑하냐며 < 孝의 문제 > 로 전환한 이유에는 그가 질문을 오독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하자면 : 그는 < 은퇴한 아버지가 자꾸 문자를 보내고 간섭을 하는 > 것에서 치매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이고, < 은퇴 이후 생활을 잘 꾸밀 수 있는 계획 > 에서는 그런 아버지를 양로원에 보낼 계획을 꾸미는 이미지를 연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무의식이 느닷없이 튀어나와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귀찮아서 아버지를 양로원에 보낼 계획을 꾸미는 딸 이미지를 연상한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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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일턴 2014-02-0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멋진데요.

전 곰곰발님이 권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이말씀에는 1200퍼 동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8:42   좋아요 0 | URL
아니 유구일턴 님이 왠일이십니까. 저를 다 칭찬할 때고 있고 말이죠. 허허허허..

엄동 2014-02-0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의 다상담"이란 팟캐스틀 들은적있는데
. 좀 생각없이 합리화하며 호승심 강하고
뭣보다 내담자를 깔아본다는 느낌을 받았었죠.

이번에 힐링에 나온건못봤지만.
차가운 달변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뭐 딱히 와닿는것 없다고도 하고
주변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더라구요.

갓쓰고 도포입은 꼰대의 말은 받아적으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의구심을 품게 되는건
이미 만연해있는 모습이죠.
저도 안그런다곤 못하겠네요. 씁하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8 01:37   좋아요 0 | URL
말의 권위와 까운의 권위는 다 100% 가짜죠.
그걸 믿을 필요 전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죠.
이번에 나온 < 또 하나의 약속 > 에 나오는 그 아버지야말로
정말 존경할 인물이죠.
전 안철수보다는 그 아버님이 100000배는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이건희보다는 1000000000000000000000000000배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지 말 그리고 언어 나부랭이가 아니에요.


엄동 2014-02-10 14:06   좋아요 0 | URL
동감합니다.
원래 또하나의 가족"이었죠 제목이.

저라면,
실제 10억을 제시받았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을겁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그만큼 그분을 존경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14:47   좋아요 0 | URL
이 영화 막 내리기 전에 얼릉 가서 보아야겠어요.
첫 1주일이 고비거든요.

엄동 2014-02-10 17:07   좋아요 0 | URL
늦은저녁껄로 예매했어요
다행히 즈희 동네 근처에 상영관이 있네요
곰발님도 허리허리~

토드 2014-02-0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속지 않게 정신 바짝!!! 말과 행동이 다를땐 행동이 진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9:35   좋아요 0 | URL
문학이 위대하다면 천문학이나 생물학 이런 것도 위대한 거죠.
거품이 만히 생긴 형태입니다. 글 쓰는 재주는 그냥 한 분야의 재주일 뿐
그것이 어떤 아우라를 가지면 안 된다고 생ㄱㄱ각합니ㅏ.

착한시경 2014-02-0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상담과 감정 수업...뭐,,,강신주의 몇권의 책을 읽으며 철학자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대중강연 전문가라는느낌을 받았어여,,, 훗날까지 존경받기 위해서는 언행일치가 필요한데~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더라구요~곰곰발님 글에 공감하며~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8 01:39   좋아요 0 | URL
후후.. 전 강신주를 비판할 생각은 없어요. 강신주 현상을 비판하고 싶은 것일 뿐.. 말입니다.
다만 말이 많다 보니 ( 강연이 많다는 것은 결국 말이 많다는 소리 )
모순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강신주는 말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곰곰생각하는손 2014-02-08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제지긋지긋!!!강신주좀그만까!!!
하루키도그만까고!! ㅋㅋㅋㅋㅋ

근데근데 곰발, 요기 오른쪽 위에 요 금메달가튼거 이거 모야?
파워블로거 = 그런거?
야 이거 떼달라그래라. 시발 페루애 자존심이 있지.. 알라딘금메달이머냐~
사탕은 그나마 책이라도 바꿔본다치고말이야..


(※ 알라디너 비하 발언 아님)

(저, 알라딘에 좋아하는 블로거들 많습니다 -진심)

ㅎㅎㅎㅎㅎㅎ(도망~)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8 09:15   좋아요 0 | URL
이 녀석이.. 허허허 ! 요 금메달이 얼마나 좋은 건데 막말을 하냐 !
이거 나중에 알라딘에서 실제로 금 메달로 바꿔준다.


생각해 보니
음... 내가 강신주를 좀 많이 까긴 했어..
그만 까야겠다. 술만 마시면 강신주를 까게 되네... ㅎㅎㅎㅎㅎㅎㅎ
앞으로 안 깜....

만화애니비평 2014-02-1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강신주의 "철학적으로 시 읽기의 즐거움" 을 읽어봤기에 나름 책을 잘 쓴다고 느꼈으나,
그래도 강신주보다는 진중권과 이택광 교수라고 생각듭니다.
철학이란 것이 쉬운 것이 아닌데, 너무 쉬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철학을 너무 어렵게 만들어서는 아니 되나, 철학이 어려워하는 이유는
말도 안 되게 돈도 안 되고, 현실적으로 필요없는 것을 들고 해메는 먹물이 있든 없든
자기고민을 하는 자들의 유일한 소유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듭니다.

그러니깐, 적어도 길거리와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의문제기형을 항상 날리는
진중권 교수와 이택광 교수의 글에는 달콤한보단 씁쓸함과 냉소가 좋더군요.
사탕발림 없이 어려워 보이는 책을 이택광 교수가 적고,
냉소적이고 패러디한 내용을 진중권 교수가 적는데
최근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읽으면서 정말 좋더군요. 이런 명작이 있다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14:51   좋아요 0 | URL
철학은 본질적으로 어려워야죠. 쉬우면 그건 철학이 아닐 뿐더러
철학적 해답이 단답형이라면 그것은 더욱 철학이 아니죠.
철학은 꽤 오랜 질문과 꽤 오랜 대답 아니겠습니까 ?
강신주의 이전 책들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고,
최근 책들은 확실히 뭔가 좀 이상합니다. 깊이가 없다는 말이에요.

저도 이택광 교수를 좋아합니다.
책이 꽤 재미있어요. 진중권 교수도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말이죠.
하지만 강신주 식 대중 강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척 봐도 너무 엉터리이고, 앞뒤가 맞질 않아요. 철학은 기본적으로 논리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이게 엉망이면 진전이 안 되죠..

르미에르 2014-02-11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에 동의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03:40   좋아요 0 | URL
내용에도 동의해주세요.. 후후
 

 

 

허튼소리 3.

 

 

 

 

7. 아침에는 황해에서 놀고 저녁에는 서해에서 논다 : 물고기에게는 국경이 없다

 

나는 평소 해양 생태계'에 관심이 많다. 어릴 때 또래 친구들이 장래 희망으로 " 대통령 " 이나 " 선생님 " 이라고 할 때, 이미 박정희나 전두환이 저지른 똥냄새 나는 패악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존경하는 위인은 < 원효대사 > 라고 쓰고, 장래 희망 빈 칸에는 < 어부 > 라고 썼다. 호기심이 발동한 선생이 그 이유를 묻길래 대답을 했지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대답에 대한 선생의 코멘트는 아직도 기억한다. " 좀더 큰 꿈을 가져라잉 ? "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말은 굉장히 비교육적'이었다. 고기 잡는 어부라는 직업을 희망하면 꾀죄죄죄죄한 것이 되고, 학생 가르치는 선생을 희망하면 원대한 포부인가 ? 사실 인간만큼 꾀죄죄한 집단도 없다. 한국인은 애국심, 애사심, 애향심 따위를 개인에게 강요하는데 이 " 愛 - " 로 시작해서 - 心 으로 끝나는 단어는  폭력적일 때가 많다. < 愛 > 와 < 心 > 이 지나치게 國, 社, 鄕, 君, 師, 父에 몰려 있다.

 

<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 에서 피터 빅셀은 " 애국주의에는 적이 필요하다. " 고 말한다. " 타인의 애국심은 언제나 국수주의 " 인 까닭이다. 한국인이 보기에는 아베 총리의 말은 망언이지만 일본 극우파가 보기에는 충언'이다. 이처럼 애국심은 타자에게는 국수주의'다. 반면 물고기는 국경이 없다. 그들은 여권 없이도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물고기에게 출신 성분을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식탁에서 벌어지고는 한다. 생선이 맛있으면 국내산이고 맛이 없으면 중국산'이다. 다 고만고만한 근해에서 잡히는 놈들이니 다 고만고만한 놈들이어서 고놈이 그놈이지만 한국인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 근해에서 잡히는 놈은 맛이 좋은 것이고, 중국 근행에서 잡히는 놈은 맛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맛을 좌우하는 것은 어디서 잡혔느냐("국적이 어디냐 ?")가 아니라

 

얼마나 신선도를 유지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아침에는 황해에서 놀다가 저녁에는 서해에서 노는 물고기는 토종인가 아니면 아닌가 ? 그 물고기가 아침에 잡히면 중국산이 되고 저녁에 잡히면 국내산이 되는 것 아닌가 ? 남과 북도 모자라서 강남과 강북으로 갈라야 속이 시원한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굳이 국경도 없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에게 출신 성분으로 품평회를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자세일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은 식탁에 올라온 물고기마저 혈통을 거들먹거리며 족보를 따지는 시작했다. 대단한 애국심'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물고기에게는 국경이 없다.

 

 

 

 

8. 낙지가 검은 먹물 대신 붉은 피를 흘렸다면 : 볼거리와 볼 권리

 

 

낙지는 인간의 볼거리'를 위해 잔인하게 죽는다. " 인간의 시각적 쾌락 " 을 위해 해물탕 속에 빠져 죽는 것이다. 주인은 손님이 보는 앞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낙지를 펄펄 끓는 냄비 속에 넣는다. 말을 하지 못하는 낙지는 비명 대신 조용한 발짓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발악을 한다. 이 침묵에 가까운 고요한 몸짓은 고요하기에 더욱 잔인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손님들은 연민 대신 침이 고인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죽음 앞에서는 " 아, 아아아아아... " 라는 한숨과 함께 심장에 피가 쏠려야 정상인데  오히려 " 아, 아아아아아밀라아제 " 가 침샘에서 분비된다. 이 전시효과'는 야만스럽다. 옛부터 식재료를 다듬는 일은 모두 부엌에서 이루어졌다. 엘리아스의 < 문명화 과정 > 은 서구의 식문화가 어떻게 발달되었는지를 밝혀낸다. 중세 때만 해도 식탁에서 동물의 사체를 해체하는 일이 이루어졌지만 문명화 과정을 통해서 동물 해부는 부엌에서 이루어지고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은 그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미학적 기준에 의해 스타일化했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70810 ( 낙지 사회 )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 해물탕집 낙지'는 식탁 앞에서  처절하게 죽는다. 식탁에서 죽음을 은폐하기는커녕 죽음이 볼거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박수치고 난리도 아니다. 식문화가 퇴화했다는 증거'이다. 주인 입장에서는 살아 있는 낙지를 손님들 앞에 내놓아서 식재료가 싱싱한 것이라는 < 볼거리 > 를 제공하고 싶은 속내가 있었을 것이고, 손님 입장에서는 해물 재료가 싱싱한지 아닌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 볼 권리 > 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아서 생긴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야만적이다. 볼거리도 필요 없고, 볼 권리를 주장할 필요도 없다. 낙지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 지점에서 노래 한 곡 듣고 가자.

 

 

 

 

 

9. 신속 배달'이 생명입니까 ? : 냉면과 가위

 

옛날에는 한식이 슬로우 푸드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패스트 푸드'가 되었다. 한국인이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간은 10분이 한계'이다. 9분 56초, 9분 57초, 9분 58초, 9분 59초, 10 분 and 10분 01초'에 퐝, 터진다. 그래서 모든 한식은 10분 안에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한식은 패스트푸드'다. 냉면도 패스트 푸드'이다. 주문하자마자 나온다. 다른 한식 메뉴들이 10분을 목표로 설계되었다면 냉면은 3분을 지향한다. " 짜장면보다 빠르게 ! " 가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보니 시간 단축을 위해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 가위 > 이다. 냉면을 파는 식당 테이블에 도착하는 냉면은 사실 완성품이 아니다. 왜냐하면 식당 부엌에서 해야 할 마지막 과정을 테이블 앞에서 완성하기 때문이다. 직원은 음식이 다 만들어지지 않은 냉면을 들고 와서 손님 앞에서 가위로 냉면을 자르면서 완성시킨다. 일종의 테이프 커팅식'이다.  

 

문제는 왜 부엌에서 끝내야 할 일을 손님이 보는 테이블 앞에서 마무리를 짓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미술 대전'에 응시한 작품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데 느닷없이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붓을 들고 나타나서는 눈깔을 마저 그리지 못했다며 붓으로 " 화룡점정 " 하는 꼴과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 단축이다. 3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그래서 부엌에서나 쓰이는 도구 ( 재단가위가 부엌 도구라니 맙소사 ! ) 를 가지고 다니며 테이블 앞에서 면발을 자르는 것이다. < 해물탕집 낙지 > 와 마찬가지로< 냉면집 가위 > 는 부엌에서 이루어져야 할 해체 작업을 식탁으로까지 연장한다는 측면에서 퇴행적 증후이다.  빨리빨리 문화가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발달된 식문화를 야만스럽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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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4-02-0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주제넘게(?) 교정합니다. 두 번째 문단 넷째 줄에 말도 안되는 과 식탁에서 사이에 "일이" 를 넣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 그토록 사리가 분명하셨다니 놀랍습니다. 저 어릴 땐 뭣 모르고 두환이가 훌륭한 대통령인 줄 알았어요 ㅠ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낙지같은 민머리로 악수하는 사진이 실려있었죠. 사실 대통령처럼 높은 놈이면 좋은 놈(이 되어야 하는건데)인 줄 알았던 거죠. 어쨌든 그런 솔직하고 멋진 꿈을 가졌었다니, 꼬마의 문제인식(?) 수준이 드높았네요. 저도 기껏해야, 교사나 교수였다가 성악가였다가 의사였다가 하는 남들이 "와~" 하는 그럴싸해보이는 직업군이 훌륭한 줄 알았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괜찮은 초딩교사가 참 드문 것 같아요. 너무 쉽게 말해서 진짜 괜찮은 초딩선생님들 맘 상할 지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미쿡식 Patriot 란 이 늘 거북해요. 걔네들의 영웅주의, 보수주의.......특히 영웅물 영화 드라마 같은 게 제일 거슬리죠. 감추지 못하는 오만함. 감추지 않고 대놓고 드러내는 게 맞겠죠. 물론 무척 합리적인 사람들도 많지만. 고등학교 때 미국에서 온 원어민 교사 이름이 Cavalow였는데(스펠링이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늘 오만한데다 큰 엉덩이를 유난히 삐죽삐죽 흔들며 걸었어요. 우리들은 신발 상표인 "까발로" 라고 불렀죠.


중국산 쥐포를 국내에서 가공한 것을 술안주로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답니다.^^ 신선도 문제는 쥐포만 먹어봐도 알겠더라구요.
China Free 에 대한 편견이 저도 심하긴 해요. 뭐든 "중국산" 얘기만 들어도 기겁을 하고 말죠.

낙지만이 아니고 생선회도 그렇죠. 생선 머리와 뼈대가 꿈틀거리는 위에 생선살을 저며놓은 행태를 볼 때마다 진저리 쳐지면서도 "회 먹으면 술도 안췌(취해)" 그러면서 없어서 못먹는 제 이중성에 무척 찔려하지요.

그래서 보통 가정집에도 주방가위(재봉용 가위가 무척 잘들어서 그게 주방용으로 용도가 바뀌었어요.)가 한 두개씩 있어요.
김치도 도마에 김치물이 들어서 공일오비의 "적녹색인생"을 흥얼거리며 1회용 위생장갑을 꺼내어 김치통 속에서 손쉽게 가위로 잘라먹으니까요. 언제부터 이렇게 "편리"만을 추구하게 된건지.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뭔 짓을 하고 사는 지 잊고 살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6 20:55   좋아요 0 | URL
오홋, 장문의 덧글이로군요. 이런 덧글 좋아합니다.
주제 넘으셔도 됩니다. 전 달밤에 줄넘기 넘은 걸요. 후후....
쥐포나 그런 것들은 해외에서 잡힌 해산물로 만든 것인데 엄밀히 말하면
국산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주문 발주를 넣은 사람은 한국인이거든요.
한국인이 외국 현지 공장 사람들에게 이런이런 걸 만들라고 주문을 하죠.
독극물을 넣어서 만들라고 주문하는 것도 다 한국인 업자입니다.
쥐포나 이런 것도 다 어마어마한 화학 제품이 들어가는데
이런 이런 방식으로 제조하라고 하는 것은 한국인이니 엄밀히 말하면 국(내인이 주문해서 생)산'하는 구조...
외국산 가문어포 이런 것도 인간이 먹으면 안 될 거 넣어서 말이 많았는데
그 방식을 주문한 사람이 한국 수입업자입니다. 대부분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가더라고요...

하여튼....
가위는 뭐 모든 가정에서 이젠 부엌 도구로 쓰이고 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돈을 내고 먹는 입장에서 식당에서 내가 보는 앞에서 냉면을 가위로 자르는 모습을 보면 불쾌해집니다. 그것은 사실 부엌에서 해야 되는 게 정상인데, 미완성 냉면을 가지고 와서 식탁 앞에서 일을 끝마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samadhi(眞我) 2014-02-06 21:1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순박한 동남아사람들에게까지 물에 불린 새우같은 가공방식(?)을 친히(?) 전수해주신 놈도 한쿡인들이라 들어서 으찌나 썽질이 나고 창피하고 미안하던지요.
얼마 전에 곱창볶음 먹으면서 으찌나 세제맛이 많이 나던지. 먹고 난 뒤에도 입 안이 미끌거리는 세제맛 곱창.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식욕 때문에 억울해도 그냥 먹는데요. 모든 음식을 제 손으로 생산해 먹을 수가 없으니... 우리 언니들처럼 생협만을 맹신할 수도 없고. 무농약 저농약 유기농이라는 것도 수확 직전에만 농약을 안뿌리는 것 뿐이라고 농업을 전공한 선배가 알려주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00:08   좋아요 0 | URL
독극물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쪽 사람들이 되묻더군요. 이런 거 사용해도 되냐고 말이죠.
참.... 중국이 음식 가지고 장난 친다고 하는데 사실 보면 한국도 못지 않습니다.
과일에도 광택제를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너무예쁜 과일만 찾고 그러나 봅니다.
그래서 누가 그러더라고요.
백화점 가서 보기에 좋은 과일 사지 말고
그냥 못생긴 과일 찾아서 그거 먹으면 그게 유기농이라고 하더라고요.
반질반질하고 예쁘게 생긴 것 100% 광택제 사용이라고 말이죠.
귤만 해도 그래도 귤 나무에서 딴 귤 보세요. 빛이 안나거든요.

samadhi(眞我) 2014-02-07 01:09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겨울이면 서귀포산 못생긴 귤을 찾느라 용써요. 광택제 안쓰고 코팅도 안된(같은 말인가?) 크기도 제각각이고 귤이 지저분해보이지만 진짜 새콤달콤탱글한 그 맛이 자꾸 생각나서요. 입맛만 고급인 우리 식구들은 그 귤만 먹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01:14   좋아요 0 | URL
저희 집도 제주에 아시는 분이 계셔서 귤 철이 되면 매해마다 두 박스씩 배달을 해서 먹습니다. 가격도 무척 저렴해요. 열어보면 정말 일반 시장에서 파는 귤과는 색깔이 확실히 다릅니다. 무광택이어서 보기에는 맛이 없어 보여요. 그리고 크기도 다 다릅니다. 그리고 퍼런 색을 품은 귤들도 보이고요... 한마디로 못생겼다는 거죠...

rtour 2014-02-0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난 보면서 어려서부터 남 다르게 삐딱했구만!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00:08   좋아요 0 | URL
저 옛날에 위인전 딱 한 권 읽었는데 그게 바로 원효대사 위인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원효대사'를...ㅎㅎㅎㅎ

Forgettable. 2014-02-07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낙지 전골은 한 번 먹고는 죽어도 못먹겠어요. 근데 산낙지는 잘먹는 거 있죠? (<-나쁜 솨람 ㅠㅠ)
이게 낙지가 고통을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ㅋㅋ "아! 불쌍해!"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 맛있게 먹는 내 자신을 어쩐지 용납할 수가 없더라구요. 마치 똥싼 직후 식탁에 앉아 맛있게 밥을 먹는 내 자신이 (속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하며) 왠지 용납할 수 없는 것 마냥..


참, 그러고보면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당치 않은 관념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게 어찌나 폭력적인지 싶네요. (반성 반성 ㅠㅠ) 애들한테 매번 여행 많이 다니면 좋다고 얘기하는데 이런 것도 자제해야 할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01:24   좋아요 0 | URL
저도 딱한번 살아 있는 낙지 들어가는 곳 가봤는데 전... 이게 엄청 불편하더라고요.
옆 테이블은 낙지가 꿈틀거릴수록 박수 치고 그러던데.. 전 엄청 불쌍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쇼를 위해 낙지 투하하는 식당은 안 갑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각박해졌다는 증거죠. 그래야 장사가 되고, 손님은 그래야 주인장이 죽은 낙지 넣지 않는구나, 이런 생각하고... 서로 못 믿어서 생긴 게 낙지 투하 쇼'죠...

푸르푸르 2014-02-0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 식재료 한국 재료들과 같은 값이면 훨씬 좋은 재료 넘치고 넘칩니다
싼 거를 구입하면서 욕하는 거 이거 참 이상해요

아 제가 곰발님보다 많이 어려보여서 존대를 쓰셨던 거군요
또래니 은근슬쩍 말 놔도 욕하지 않겠습니다

사는게 참 조카튼데
언제 수요일에 시간 되시면 술이나 한잔 합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2:25   좋아요 0 | URL
제가 그 말 아닙니까. 같은 값이면 얼마든지 좋은 재료인데
인식이 중국은 나쁜 땅이어서 식재료도 나쁘다는 식으로 인식해요.
고거 얼마나 웃긴 혈연주의입니까. 이젠 할 게 없어서 곡물로도 차별을 하니... 참내...
아마 한국 사람들이 여름에 잡히는 전어는 비린내가 지독해서 안 먹으니
값이 저렴해서 저렴한 맛에 중국 상인 사서 중국내에 유통시키면 똑같은 소릴 할 겁니다.

근데 왜 수요일입니까 ? 저야 뭐 상관은 없지만...
요즘 너무 바쁜 거 아니우 ?

수다맨 2014-02-0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스통 할아버님들의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이게 아닐까 싶어요. 바로 애국이란 말이 가진 함의나 무게를 확 줄여줬다는 것이죠. 찰리 채플린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군중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네요. '애국하는 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이다' 그래서 나중에 전쟁 끝나고 매카시즘 광풍이 불 때 미국을 떠나서 영국으로 이민을 갔죠 ㅜㅜ 먹는 것도 국적 별로 급수를 따지니 참 세상이 한심해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4:20   좋아요 0 | URL
하긴 채플린이 빨갱이로 몰려서 얼마나 오랫동안 밖으로 떠돌아다녔습니까.
중국산이 맛이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맛이 없는 곡물을 거의 똥값을 주고 받아오니깐 말이죠.
저질 식재료를 사서 파니 맛이 없는 것인데 이걸 중국산은 모두 맛이 없다, 라고 하면 할 말이 없죠.
식탁에서의 파시즘이라고나 할까요. 신토불이가 국수와 만나면 이 꼴입니다.

엄동 2014-02-0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
전 좀 무뎌요
AI확산 위험이라 난리인 지금 치쏘를 더 즐기고
그 옛날 쥐머리깡이 유행이었을때도 엄우깡"의 명성대로 줄기차게 먹었고요
아. 쓰레기만두때는 좀 그랬던거 같긴 하네. 그러고 보니ㅋ
국경없는 물고기라 .
흠. 선"을 그을때와 지울때만 명확히 구분하는 안목만 가졌어도 참 좋겠어요

8.
낙지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생태탕 집에서 폭 익은 생선의 가시를 발라주는걸 보거나
산채로 죽어가며 발악하는 낙지를 지켜보는거나
전 뭐 별 느낌은 없어요
그치만 박수는 안쳐요. 그게멉니까 없어뵈게

9
저도 성격이 급한편이긴 합니다만,
우리네 빨리빨리는 대충대충"과 한 뜻인거 같아요


저 오늘 귀빠진 날이여요 곰발님
아침 출근길 집앞에서 자축 슬라이딩 한번 했네요 (술안깬거 아님)
분리수거하던 이웃아줌마가
제점수는요~ 하며 팻말을 들어도 좋을만한 슬라이딩이었지 말입니다.

장문의 덧글"을 좋아하신다길래
장문으로 늘려봤습니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7 14:26   좋아요 0 | URL
7. 저도 딱히 무디어서.... 조류 독감으로 닭 안 팔리면 닭 먹고, 소 안 팔리면 소 먹고 그렇습니다.
전 장사꾼들이 섹스 코드 다음으로 잘 파는 게 공포라고 생각하거든요.
공포야말로 상품을 사게 만들어요. 에이즈는 사실 그렇게 위험한 병이 아니었죠.
하지만 애국 보수들이 이걸 이용해서 보수 우익 상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8. 전 그닥 낙지를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아니다, 연포탕을 참 좋아했군요.
강원도 속초 동명항 가면 한겨울에 연포탕 에 소주 마시면서 한겨울 동해 방파제에서 마시는 맛이 일품이었죠.
술은 좀 떨면서 뜨거운 국물과 소주로 몸을 달구는 게 제맛이죠. 서울 술집은 너무 따스해서
소주 먹는 맛이 덜합니다. 추운 밖에서 소주로 몸을 녹일 때의 맛이 제법 좋은데 말이죠.

9. 오늘이 생신이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술마시기 좋은 금요일에 태어나시다니.... ㅎㅎㅎㅎ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달리시겠군요. 마니 드시지는 마세요.
 

 

 

 

 

 

허튼소리 2.

 

 

1. 나이 어린 친구에게 하대하지 않는 이유

 

술을 마실 때, 내 또래에게는 은근슬쩍 말을 놓지만 반대로 나이가 어린 상대일수록 말을 놓지는 않는다. 그것은 내 오랜 주도'(酒道)이다. 내 또래들이야 내가 말을 편하게 하면 그들도 편히 맞짱구를 칠 수 있지만,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내가 말을 편히 한다고 해서 같이 말을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평등 조건이 성립된다. 그래서 술을 마실 때 상대방이 나이가 어릴 수록 말을 높인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나이 어린 친구를 하대하는 독특한 한국식 나이 서열이 꼴불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오해를 하는 분이 계시다. 내가 말을 편하게 하지 않는 이유는 < 예의 > 때문이지 < 존중 > 하기 때문이 아니다. 깊게 그리고 오래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나는 본질적으로 인간을 혐오하는 부류이기 때문에 늙은 것이나 젊은 것이나 모두 혐오의 대상이다. 같은 이유로 아이'를 예뻐하지만 동심을 믿지는 않는다. 나는 성악설을 믿는다.

 

 

 

2. 참신과 성실의 차이

 

벼룩 시장에 기재된 부동사 거래 매매를 보면 주거 지역은 대부분 ○○ 역에서 도보로 10분이다. 그런데 이 정보는 100% 가짜'다. 도보로 10분 거리'라는 정보는 우사인 볼트가 전속력으로 뛰어야 가능할 거리'이다. 그리고 실제로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은 도보로 5분 거리'이거나 3분 거리'라고 광고한다. 그러니 모두 엉터리일 수밖에 없다.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투적 광고 문구 속에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 초 울트라 스펙타클 스피드를 숭배하는 빨리빨리 문화 " 가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국은 < 10분 사회 > 이다.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시킬 때 10분이 한계이다. 10분 이후부터는 " 늦다 "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식 배달을 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10분이 지나면 그때부터 전화를 걸어 빨리 배달해 줄 것을 주문한다.

 

한국에서의 기다림은 10분이 한계인 것이다. < 10분 > 이 한국인이 넉넉하게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의 한계라면, < 5분 > 은 모든 것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군대 나온 분들은 모두 공감하리라. 준비하는 데 5분을 넘어서는 순간 고문관이 된다. 체질적으로 몸짓이 느린 사람은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 반면 < 3분 > 은 인스턴트 식품이 익는 평균 시간이다. 3분 안에 익어야 인스턴트'라 할 수 있다. 결론은 이렇다. 10분은 기다림의 한계이고, 5분은 모든 준비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며, 3분은 인스턴트 식품이 익는 시간이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늦거나, 게으르거나, 즉석이 아니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시간 개념이다. 우스개처럼 들리고, 작위적인 우격다짐처럼 보이지만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일상적 상투어나 문장은 뿌리 깊은 습속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채용 공고는 대부분 " 참신한 (여)직원 구함 " 이거나 " 성실한 (남)직원 구함 " 이라는 문구를 쓴다. 여성에게는 참신'이고, 남성에게는 성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평범한 일상의 사소한 차이'를 가만히 뜯어보면 꽤나 천박한 편견이 자리하고 있음에 놀라게 된다. < 참신 斬新 > 은 " 새롭고 산뜻하다 " 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 新 > 은 새것(new)을 뜻하기에 참신하다, 라는 뉘앙스'에는 " 젊고 화사한 " 이라는 속뜻을 가지고 있다. 반면 남성 직원을 채용할 때의 기준은 < 성실 誠實 > 이다. 여기에는 나이에 대한 기준이 없다. 오로지 성실하면 되는 것이다. 왜 남성 직원을 뽑을 때는 성실'이 기준이면서 여성 직원을 채용할 때는 참신'이 기준이 될까 ? 바로 이 사소한 언어 습관 자체가 뿌리 깊은 남성 혈맹이 가지고 있는 여성 차별적 시선이 꽤 오랜 습속에서 굳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냥 성실한 여직원을 뽑아라 !

 

 

 

3. 중국은 토양이 나쁘다 ?!

 

한식 맛의 비결은 MSG다. 맹물에 밑재료( 파, 마늘, 양파 )없이 계란 하나에 다시다 한 스푼 넣고 끓이면 그럭저럭 괜찮은 계란탕이 된다. 가끔 나는 두 손을 모아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 시바... 고맙습니다. 가난한 자에게  일용할 MSG를 내려주셔서, 음식 솜씨가 없어 맛을 낼 줄도 모르지만, 별다른 양념 없이도 내 혓바닥의 아밀라아제를 분비하시사 감사하옵고, 감사하옵고, 또 감사하옵나이다.... " 하지만 대한민국 주부는 모두 이 마법의 재료를 숨긴다.  맛있으면 내 솜씨이지만 마법의 분말 스프를 넣고 끓였음에도 불구하고 맛이 없게 되면 이 모든 탓을 중국산 재료로 돌린다. 어느 순간부터 중국산은 저질 식재료의 대명사가 된다. 중국 토양은 본디 황무지여서 여기서 자라는 곡물은 모두 품질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에 상응하여 국내산은 최고의 식재료라고 광고한다.

 

여기에는 그 특유의 남조선 국수주의가 한몫한다. 신토불이'가 이데올로기와 만나면 이 꼴이 되는 것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중국산 식재료가 맛이 없는 이유는 중국에서 자라는 곡물 자체가 품질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 수입업자들이 이윤을 맞추기 위해서 값싼 곡물만 수입하기 때문에 그렇다. 쉬운 예를 들자면 이렇다 : 10월에 잡히는 전어'는 맛이 좋아 수요가 많아 가격 경쟁력이 좋아진다. 반면에 이 맛 좋던 10월 전어는 여름이 되면 비린내가 심해서 수요가 거의 없다. 수요가 없다는 사실은 결국 가격을 떨어트린다. 국내 수입업자들은 바로 8월 전어를 싸게 사서 박리다매로 시장에 유통시킨다. 그러니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중국산은 모두 맛이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산 식재료 탓하지 말고 중국 본토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비싼 채소 한 번 먹어봐라. 당신 혓바닷에 아밀라아제가 고일 것이다. 

 

가끔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자의 열등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자판을 칠 때 한자 입력은 불편한 반면 한글 입력은 매우 간편하다는 이유를 들어 세종대왕을 칭송하는 데, 이 주장은 매우 웃긴 말이다. 아니, 세종대왕과 집현전 사람들은 이미 손톡톡상자(휴대폰) 자판 구조를 이미 예견하시어서 한글을 그리 만드셨다는 소리인가 ? 이 세상 모든 언어와 문자는 모두 동등하다. 언어가 과학적일 필요는 전혀 없다. 언어와 문자를 과학으로 풀어내는 놈은 사기꾼이다. 이 세상 그 어떤 언어도 열등한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언어는 모든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언어 자체로 위대한 것이다. 제발 한글은 과학적이다, 라며 징징거리지 말자. 지랄하지 말자...

 

 

 

4. 패션의 정의 : 수많은 미쉐린 타이어와 스티브 잡스

 

언제부터인가 캐나다 구스 점퍼'가 인기'다. 이번 설에 온 조카들도 파란색 캐나다 구스 점퍼'를 입고 왔다. 새옷이었다. 입은 꼴을 보니 미쉐린 타이어'에 나오는 마스코트 같았다. 이 옷 입고 공굴리기 놀이'를 하면 영락없이 미쉐린 마스코트'다.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모두 미쉐린 타이어 마스코트가 되어서 거리를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입고 다니는 꼴이 가관'이다. 주거 형태는 아파트라는 집단 주거지로 모이고, 패션은 미쉐린 타이어로 뭉친다. 63빌딩보다 낮은 대한민국 도봉산이 안나 푸르나'가 된 지는 이미 오래 !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를 때에나 입고 갈 등산 장비를 갖추고서는 도봉산을 오른다. 산 정상에 오르면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파란색 고무 슬리퍼를 신고 오이를 판다. 아무 등산 장비도 갖추지 않고 말이다. 한국인은 유행에 살고 유행에 죽는다. 대, 다, 나, 다 !

 

개성 있는 패션 감각과 유행에 민감한 감각에는 차이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캐나다 구스 점퍼를 입었다는 사실은 유행에 따르는 소비 형태라고는 할 수 있지만 개성 있는 패션 감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알록달록한 옷을 입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두고 개성 있는 패션 감각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입은 옷차림새를 보고 알록달록하다고 느낀다는 것은 전체적인 색의 균형 감각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성이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표식'이다. 스티브 잡스의 옷차림'은 오롯이 스티브 잡스的이다. 그는 같은 옷을 수백 벌 갖추고는 365일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지만 이 불변성은 스티브 잡스를 설명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고유한 패션 감각이 된다. 이런 것이 개성이 아닐까 ?

 

 

 

5. 콩나물에 대하여 : 백화점과 재래시장

 

콩나물은 저렴한 식재료로써 서민의 대표적 먹거리이자 알뜰 주부인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리트머스로 작용한다. 사실 콩나물이야말로 드라마 최다 출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다. 일일 가족 드라마'에서 콩나물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신스틸러 scene stealer 다. 극본을 쓰는 작가는 알뜰 주부나 억척 아줌마를 표현하기 위해서 콩나물을 등장시킨다. 그녀들은 시장에서 한 줌 더 달라고 실갱이를 벌인다. 안 주면 빈 틈을 노려 한 줌 훔쳐서 도망친다. 정확히 말하면 절도인데 이것을 덤 문화'라고 우긴다. 내가 시장에서 생선을 팔다 보니 시장 돌아가는 꼴을 아는데, 콩나물을 파는 사람은 100% 밑지고 판다. 두부처럼 정량이 없으니 사람들이 한 줌 한 줌 걷어가다 보니 항상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 말은 콩나물을 파시는 할머니에게 직접 들은 소리'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드라마 속 억척 주부 풍경이 미덕이 될 수 있을까 ?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파는 콩나물을 덤이라는 이유로 자꾸 더 달라고 요구해서 결국에는 손해를 보게 만든다면 이게 과연 미덕인가 ? 반면 백화점에서 팔리는 콩나물은 같은 콩나물이라고 해도 재래시장보다 비싸게 팔린다. 재래시장에서 덤을 요구하며 억척스럽게 생활하던 주부도 백화점에서 콩나물을 살 때는 기가 죽어서 흥정을 하지 않는다. 그런 분들에게 꼭 한마디하고 싶다. 에누리는 백화점 가서 합시다 !

 

 

 

6. 눈 맞추기

 

 

 

 

실제로 인간은 타인과 눈을 30초 이상 맞추지 못한다. 학술적 근거에 의한 주장이 아니라 내 경험이다. 취미 삼아 사람들 얼굴을 그려주고는 했는데 스케치를 위해서 눈을 마주치면 서로 민망해서 30초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 반드시 시선을 외면하게 된다. 짐승도 마찬가지다. 짐승에게 있어서 시선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은 싸우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인간도 이와 비슷한데 화가 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들이밀게 된다. 시선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것은 싸우겠다는 의지'이다. 자화상은 대부분 정면을 바라본 자세를 취해서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과 마주보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피카소의 자화상을 볼 때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긴장감이다. 실제로도 피카소는 타인에 대한 지배욕으로 악명이 높았던 사람이다. 반면 고흐의 자화상은 정면을 응시한다기보다는 살짝 다른 쪽을 바라본다. 관객은 당연히 이 그림 속 사내와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기에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고흐는 성직자가 되고 싶었을 정도로 이타적 인간이었다.

 

 

 

 

 

 

 

사랑하는 연인 관계인 남녀는 24시간 서로 눈을 맞추며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30초 이상 눈을 맞춰봐라. 어색하다. 사랑하는 사이는 서로 마주보며 맺는 관계가 아니라 가자미처럼 흘깃흘깃 옆을 훔치며 맺는 관계이다. 이 동영상 속 여자는 행위예술가'이다. 현대의 단절과 그에 따른 고독'을 주제로 낯선 이와 1분 간 눈빛을 주고 받자는 기획으로 만들어진 퍼포먼스이다. " 고독한 현대인이여, 소통하라 ! " 가 이 퍼포먼스의 주제였다. 공격 본능을 제거한 상태에서 상대방과 눈을 맞추면 어떤 감정이 생길까 ? 여기에 머리 위로 올린 안경 하며 캔버스 신발로 포인트를 준 백발의 노신사가 등장한다. 행위예술가인 여자가 눈을 떠 이 노신사를 바라보는 순간,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30년 전에 헤어졌던 남자친구였던 것이다. 그녀가 먼저 남자의 손을 잡는다. 남자가 낮게 속삭인다. " 내 돈 갚어 ! " 구경꾼들은 그것도 모르고 감동해서 박수를 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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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2-0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야기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없지만,) 저도 성악설에 기반한 가치관을 갖고 있습니다. 글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4:3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성악설에 기반을 두면 사람들에게 욕 먹기 일쑤인데 반갑습니다.

즐인 2014-02-0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간들을 좋아하는 축은 아니지만, 아마 나도 다소 혐오하는 편? 아기들은 가르치지 않아도 착하게 굴 때가 있어요. 먹을 것을 걍 다른 아이에게 나눠준다든가.. 걍 이도저도 아니다..정도는 아닐지. 성선악교잡설. ㅋㅋ

근디, 중국산 기피는 저질 재료도 있지만 약물 처리, 유통 과정 상 문제도 큰 듯. 수입이란 것이 국내에 없거나 저렴한 것을 가져와 파는 것이 기본인데 고가 재료를 가져오기도 그렇잖수? 의미가 없달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4:59   좋아요 0 | URL
바로 그겁니다. 값싼 식재료를 받아서 여기서 약물 처리를 하고, 여기에 기간이 오래 걸리니 신선도가 떨어지고..... 똑같은 조건으로 한국산 재료를 같은 방식으로 하면 같은 식감이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질 떨어지는 한국산 재료를 다량 구매해서 약물처리해서 중국으로 보내면 같은 소리가 나오지않을까 싶어요.
종종 중국산은 토양 자체가 나빠서 그렇다는 소릴 듣는데 좀 그렇더군요... 신토불이를 단순히 먹거리 문화에서 오는 자부심으로 받아들이면 좋은데 이걸 마치 이념적으로 받아들여서 이상하게 섞으면 보기가 그렇더라고요..

rtour 2014-02-0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쪼선이 좀 언제나 국수주의...역설적으로 열등감 쩌는 자기 긍정 결핍...이라 그런 듯. 항상 외국에서 우리를 어찌 생각한다..에 전전긍긍하는 걸 보면. 근데 온라인 접속하면 연속 댓글 달기는 없나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5:11   좋아요 0 | URL
첫 번째 단 원글 댓글달기'를 눌려야 연속 댓글이 됩니다.
한국은 남의 시선 의식하기의 천재죠.
비빔밥도 그냥 건강식이다, 라고 하면 안 됩니다.
마이클잭슨이 인정한 비빔밥이라고 해야 소중함을 알고,
한글도
세계가 먼저 인정한 문자'라고 해야 우수한 것이 되고,

이 말투의 근본은 결국 타자가 발견한 것만이 우수하다는 꼴이 됩니다.
이건 노예 근성이죠...

rtour 2014-02-05 15:48   좋아요 0 | URL
아..이렇게 하는 거군요. ㅋㅋ 다 자신감이 없어서 그렇죠. 그게 노예 근성. 자기 긍정이 없어요..남들이 뭐라든..나는 잘났다..가 없음. 한국인들의 본성인 듯. 남들이 입으면 나도 입어야 하고, 강남 살면 나도 못 살아 안달이고..다 남이 하는 것이 기준...하도 시달려서 괴롭달까. 같이 안 살 수도 없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6: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인 님 바보 !

엄동 2014-02-0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예의가 바르단 것은,
상대와 내가 충분히 가깝지 않다는.
무언의 방어자세죠

전 스스럼 없는 사이가 참 좋은데
이게 참.
나이먹을수록 만들고 유지하기 어려운 사이죠

2. 형용사의 뜻부터 적확하게 파악하고 구인좀 올렸으면.
젊고화사한 여직원 구함이라고 쓰면 지들도 민망할 꺼면서.

3. 동글동글 귀여운 굴림체의 한글"과 심오한게 있어보이는 궁서체의 한자"라고 하면
전 외모(관)지상주의일까여

4. 캐나다구스 점퍼는 있지도 구입할의사도 이쁘다고 생각한적도 없으므로
패스

5. 휴. 새로고침 안했으면
왜 5번은 번호만 매겨놓고 글은 없냐고 징징댈뻔했네 zz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6:37   좋아요 0 | URL
스스럼없는 사이가 가장 좋죠. 이 스스럼에도 예의가 갖추어야 함...
스스럼없다고 밥 먹는데 마구 방구끼면 스스럼있는.. 잠깐 스스럼이 무슨 뜻이죠 ?
함 찾아봐야겠다..ㅎㅎ

2. 다소 님이 참신과 성실에 대한 덧글을 다셔서 읽어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3. 전 궁서체가 병맛 만화 때문에 이미지가 버린 서체 같아요.
마치 엘리제를 위하여 라는 위대한 클래식이 똥차 때문에 이미지를 버렸듯이.

4. 저도 요게 예뻐 보이질 않아서리ㅣ....


그나저나 덧글은 많아자고 공감은 적어지는 추세군요....


엄동 2014-02-05 17:1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호오
단언컨대,
여태껏 단한번도 곰발님 글에 공감" 혹은 좋아요"를 누른적이 없음 ㅋㅋ
할줄아는건 걍 댓글남기는거라.
. 앞으로 최선다해 공감"하리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7:26   좋아요 0 | URL
전 공감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허허...

유구일턴 2014-02-05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생활단상이 이처럼 생동감이 넘칠수가...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6:3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만화를 그릴 수 있다면 생활 만화'로 요런 단상을 만화로 그려서 팔 수 있을 텐데
만화에 소질이 없으니... ㅎㅎ

토드 2014-02-05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이 재밌어요. 페루애님이 쓰는 소설이 읽고 싶네요.. 팬이 될거 같아요. ㅎㅎㅎ 개인적으로 박민규 작가를 좋아하는데 더 재미있을거 같네요! 데뷔(?) 안하시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6:32   좋아요 0 | URL
시장에서 생선 파는 놈이 뭔놈의 등단입니까...
그런 건 고귀한 양반들이나.....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박민규보다 재미있을 거란 소리에 혹하기는 하네요...

엄동 2014-02-0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장에서 생선파는 놈"이라니
이것도 일종의 허세임 ㅋㅋㅋㅋ

가려운데 긁어주는 곰발님의 글빨은
박민규도 울고갈 듯
아 아닌가.
박민규가 압수해갈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7:25   좋아요 0 | URL
아, 예리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손 2014-02-0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 이거 나도 동감. 나도 나보다 어린 친구들한텐 꼭 존대어 씀.
글고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한텐 반대로 반말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림.
이래야 뭔가 모두모두가 조금은 동등한 관계가 구축됨 ㅋㅋ

2. 어머 정말? 여직원은 참신해야한대? 어머어머..
"미의 음모"란 책에서, 사회적으로 여성의 미,에 대한 추구가 높으면 높을수록
남성적/마초적 사회라고 하던데 -- 한국이 딱, 그런 사회임. 꼰대마초새끼들..쯧.

3. 난 한자를 주로 접하다보니, 오히려 한글만으로 된 책 읽을 때
사전을 더 찾아보게 되더라. 한자로 쓰여지면 의미가 한눈에 파악되는데
한글로만 쓰여지면 읽기는 쉬워도 뜻은 잘 모르겠는 단어가 넘 많어.
그래서 생소한 단어는 괄호,해서 한자로 써줬으면 하는 바람.

4. 이건.. 나도 좀 이해가 안감.
머 대단한 거 산다고 콩나물 값을 깍나..
근데 나 부동산에서 집값은 꼭 깍는다. ㅋㅋㅋㅋㅋㅋ
집있는 놈들은 다들 부자라 깍아달라고 해도 됨.
지금 사는 집 월세인데 월세 7천엔 깍아달라고 해서 깍은거.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7:53   좋아요 0 | URL
1.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는 항상 말을 높여야 함 ! 그게 공평한 거야.

2. 미녀를 싫어하는 나라는 없지 하지만 미녀를 강요하면 안 된다고 봐.
한국 배우들 봐라. 아주 .. 다 똑같어. 특히 걸그룹 여자들 보면 내 눈이 나쁜가 다 똑같아서
하나도 안 예뻐보임..

3. 그래서 철학서 읽으면 아예 뜻이 안 통하잖아.
한글 옆에 일일이 한자를 달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잘 안 읽히는 거....

4. 콩나무 깍는 거 보면 정말 토나옴... 뭘 그리 아끼겠다고 추운 겨울에 손 트신 할머니 콩나물을 빼앗냐...
하여튼 질색이다. 이런 에누리는 말이다.


수다맨 2014-02-05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는 허튼 소리가 아니라 귀한 소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ㅎ
혹시 또 누가 아나요. 위에서 어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박민규(혹은 천명관이)가 날마다 이 블로그 와서 이 귀한 자료를 날마다 수집하지는 않을런지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20:19   좋아요 0 | URL
오프에서 만난 유일한 알라디너 수다맨 님.... ㅋㅋㅋㅋㅋ.
다독의제왕이신 수다맨 님의 독서 욕심에 가끔 혀를 내두를 때가 있씁니다. 좋은 소설 쓰시기 바랍니다.
예시로 드신 박민규나 청명관이 아니라 김연수나 하루키였다면 제가

" 이보슈 ! 그 작자들이 감히 내 블로그를 기웃거리다니... " 라며 으름장을 놓겠지만
제가 평소 좋아하던 두 작가라 .. 이 글 보시고 그냥 덧글로 따스하게 곰곰발 님 반민규입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허허.. 라고 하면 영광이겠습니다.

비로그인 2014-02-05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는 성악설을 믿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무의마하게 느껴졌어요. 성선설이든 성악설이든 사람이 벌레를 해충이라고 부르는 거랑 다를 게 없더라고요. 그냥 이런 본질을 가진 생물일 뿐인데 착하다 나쁘다 의미를 갖다붙힌다는 느낌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21:39   좋아요 0 | URL
저는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흔 환경에서는 이타적 인간이 될 확률이 높지만 납흔 환겨에서는 이기적 인간이 될 확률이 높죠.
그런데 자본주의가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현대는 늘 항상 나쁜 환경이니
이타적 인간은 점점 줄어들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4-02-05 22:06   좋아요 0 | URL
페루애님 봉준호 설국열차 보셨나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두 번 상영해주네요. 멀티플렉스보단 나을테니 보고 싶으시면 보십셔 http://www.koreafilm.or.kr/cinema/screen_calendar.asp?change_date=2014-2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6 16:47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여기는 안 가게 됩니다. 뭐, 사실 멀지도 않아요. 바로 집앞에 가는 차가 있어서 30분이면 가는데 안 가게 됨.... 영화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거져.. 뭐.....

양손잡이 2014-02-0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 전 군대 있을 적에도 윗사람한테 혼날 때 눈을 마주봤어요. 심지어 대대장한테 혼날 때도...
싸우자는 건 아니었고 그래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 눈을 보시면 반성의 기미가 확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런 의미로다가...
그래서 군생활이 좀 편했나봐요. 싸나워보였나?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6 16:4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매력있으시네요. 정면을 지시한다라... 이게 쉬운 게 아닌데 말이죠.
양손잡이 님의 야성의 싸나이'여던 것 같습니다.

달사르 2014-02-0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아. 시원하고 통쾌하네요. 저도 중국산..그러면 약간 저어하는 게 있었는데 그런 선입견이 작용했던 거였군요. 끄덕끄덕. (이처럼 일상에서 무심코 넘어가는 생각이나 행동들 중에 허튼 생각들이 종종 있더라구요. 제 허튼 생각을 곰발 님 덕분에 발견했습니다요. ^^)

맞지요. 한글은 과학적이고 비과학적인 그런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언어 그 자체로, 다른 모든 언어와 꼭같이, 위대하다는 말에 공감입니다. 제발 비교할 걸 비교하자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6 16:58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음식 맛이 없으면 무조건 중국산이래서 그래.. 그러시더라고요.
한번은 생선을 먹는데 생선 맛이 없다며 갈치를 보며 중국산이네, 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 소리를 가만 듣다 보니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갈치에 국경이 어디있습니까?
국경을 초월한 놈들이 생선이데 어디서 잡히는냐에 따라 중국산 국산으로 나뉘는데
결국 똑같은 놈 아닙니까. 물론 알래스카 산과 한국산은 맛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한국과 중국은 서로 비슷한 근해인데 얼마나 다르겠어요. 선입견이란 말이죠.
실제로도 국내 수입업자들은 아주 싼 저질 식재료만 무더기로 사가지고 옵니다.


하여튼 과학적 한글 따위의 국수주의는 개나 줬으면 좋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4-02-0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하대하지 않는다는 건 채현국 선생 얘기랑 통하네요. 영어권 문화에서 가장 좋다고 느끼는 게 존칭이 없는 거라고 늘 주장해요. 소통이 존칭 때문에 가로막히기 쉽다고 생각하니까요.

발님^^ 글이 중독적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