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라는 이름의 신화.  

 

 

 

 

 

 

 

 

 

 

 

내가 황상기, 황유미 부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던 곳은 속초였다. 속초시'가 市이기는 하지만 다른 시'와 비교하자면 동네 읍네 수준이다. 속초시 인구수가 8만 명 정도이니 서울시 관악구 인구수는 물론이고 봉천동 통합 인구수보다도 적다. 규모가 작다 보니 명색이 市인데도 극장은 5개관인 소규모 극장 하나가 전부이고, 여고생이 갈 수 있는 학교도 속초여고와 속초상고'가 전부다. 그러니깐 한 다리 건너 알음알음 모두 다 아는 사이'다. 그래서 번화가인 속초 시내에서 술을 마시면 서로가 안면이 있어서 인사를 하고는 한다. 학교 선배이거나 후배이거나 동네 이웃이다. 한 다리 건너 모두 아는 사이'인 도시에서 나는 늘 고약한 상상을 하고는 했다. " 시바, 이 도시에서는 불륜을 저지르면 안 되겠구나 ! " 그도 그럴 것이 술집에 손님들이 오고가면 사람들은 술집을 나간 사람에 대해 시시콜콜 다 알고 있었다.

 

" 개동이 저 새끼, 향숙이랑 봉숙이 사이에서 양다리 걸쳤다며 ? " " 어머, 어머머머 ! 봉숙이 언니랑 사귀었어요 ? " 이런 식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웃의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모두 알고 있었던, 있었던, 있었던 것이었다. 속으로 뜨끔했다. 치질 때문에 대장항문과 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이때 담당 여의사가 내 항문을 보더니 국화 무늬'라고 칭찬했다며 말방귀처럼 떠들고 다녔는데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국화 무늬가 미스코리아 진'에 해당된다면 얼갈이배추 무늬는 가장 못생긴 축에 속하는 항문이었는데 내 항문은 얼갈이배추 무늬였다. 술집에서 그 대장항문과 여의사와 마주친다면 그 의사는 주위사람들에게 내 항문이 얼갈이배추 무늬라고 속삭였으리라. 그 생각만 하면 얼굴이 홧홧했다. 그러다 보니 황씨 부녀의 안타까운 사연도 술자리에서 알음알음 들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황상기 씨가 회사에 백지 사표( 백지 수표가 아니라 백지 사표'다.) 를 내고 받은 돈은 500만 원이었다고 한다. 회사를 위해 일하다가 죽을 병에 걸렸는데 사측에서 동냥하는 거지에게 적선하듯이 던진 돈이다. 황상기 씨가 사측에 요구했던 것은 거액의 보상금이 아니라 산재 인정'이었다. 그래야지 국가로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를 거부했고 황상기 씨는 그때부터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딸은 둔내 지나 싸리재 고개를 넘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딸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부모의 초라한 뒷모습이었다. 그녀에게 대한민국은 춥거나 더운 나라'였다. 꽃 피는 봄이 없는 나라였다. 딸의 죽음 앞에서 아버지는 더욱 강해진다. 그가 거대한 골리앗과 외롭게 싸우자 여기저기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500만 원으로 시작한 보상금은 점점 액수가 커진다. 황상기 씨가 점점 커져가는 보상금 앞에서 단호하게 거부의 몸짓을 보이자 삼성은 사회단체 사람들과 상대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상금 10억을 제시한다.

 

황유미 가족은 이 거액에 흔들렸을까 ? 흔들렸을 것이다. 파이가 커지면 커질수록 유혹은 강렬하니깐 말이다. 만약에 황상기 씨가 기나긴 싸움에 지쳐서 삼성에 제시한 당근을 덥썩 물었다면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문득 삼성이 제시한 10억이라는 액수의 정체성이 궁금해졌다. 삼성이 제시한 10억은 과연 통 큰 액수일까 ? 그렇지 않다. 목숨값은 500만 원에서 10억으로 늘어났지만 역설적이게도 삼성이 자사 노동자를 바라보는 목숨값은 500만 원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삼성 반도체 노동자 피해자 145명의 목숨값을 모두 합쳐서 황상기 씨에게 몰빵함으로써 입막음으로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깐 10억은 거액이 아니라 500만 원 숨값을 한 사람에게 몰아준 것이다. 이 기만은 삼성이라는 기업이 얼마나 승자 독식 방식 ( The Winner-Take-All Society ) 을 선호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천박한 몰빵 정신은 천재 한 명이 만 명의 노동자를 먹여살린다, 라는 " 이건희 식 천재론 " 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 몰빵 > 이 모든 혜택을 한 사람에게 몰아준다면 반대로 < 연대 > 는 골리앗과 싸우기 위해서 다윗들이 단결한다. 영화 < 변호인 > 에서는 송우석 변호사를 돕기 위해 99명의 변호인이 기립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온다. 이 직립은 좋은 문장이 나오면 그 문장에 밑줄을 긋는 행위와 같다. 저자의 문장과 내 생각이 동일할 때, 혹은 그 문장에 동의할 때 긋는 것이 바로 밑줄이 아니었던가 ?  그것은 공감이며 연대'이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제작 두레 방식에 동참한 만 명의 변호인'을 목격할 수 있다.  제작 두레에 참여한 그 수많은 이름은 얼굴이 등장하지 않지만  송강호의 클로우즈업된 얼굴보다 더 감동적이다.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이 알 수 없는 신화적 낭설'은 여전히 대한민국를 사로잡는 헛것이다 기업 하나가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한다면 그 나라는 차라리 망하는 게 낫다. 그런 식의 논리가 맞다면 소니가 망했으니 일본'은 침몰해야 한다는 공식도 성립한다. 그렇지 않은가 ? 소니는 망해도 일본은 건재한다.

 

 

 

 

+

영화가 개봉하면 첫째 주는 관객수와 상관없이 일주일을 버틸 수 있다. 문제는 다음 주'이다. 각 극장은 날마다 관객 스코어를 본사에 보내는데 본사 프로그램 팀은 주말 스코어에 따라 상영 시간표를 다시 짠다. 그러므로 주말 스코어'가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 영화 사업 본부단'이 이 영화를 꺼리는 이유는 영화 시작 전에 상영되는 광고 때문이다. 극장 수입 중 티켓 발부에 의한 수익보다는 상당 부분이 바로 팝콘과 콜라 그리고 극장 내 광고에서 보충된다. 그래서 기업형 극장 체인'이 이 영화를 걸지 않는 이유이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한 푼 두 푼 모아서 만든 영화이다. 성공하길 바란다. 좋은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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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22:05   좋아요 0 | URL
사실 저예산 영화 입장에서는 장소 섭외에 따른 액수도 무시를 못하거든요.
영화 속에서는 짧게 등장하는 배경이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이 걸려서
가게 하나 섭외하면 하루 매상 줘야 합니다. 저예산 영화에서는 엄청난 비용이죠.
이 장소 협찬도 모두 그런 취지이고, 배우들 뿐만 아니라 엑스트라도 다 자발적 참여입니다.
그리고 크라우딩 쉽게 말해서 두레 방식도 영화가 흥행하면 흥행에 따라 참여자가 돈을 버는 방식이 아니에요.
그냥 그것으로 끝나느 겁니다. 투자 개념이 아니라는 거ㅛ. 이 방식으로 3억을 모았다는 것은
두레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그 취지에 공감해서 내는 비용입니다.

곰곰생각하는손 2014-02-14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가 진짜 늘 두렵게 생각하는 게ㅡ
시발 개새끼대통령들은 임기 채우고 치워버리면 된다치지만
대체가 저 괴물삼성은 누가 어떻게 견제하느냔 말이지.
MB때는 엠비가 젤 나쁜놈 같더니 가만 생각해보면
이건희에 견줄만한 나쁜놈이야말로 또 없는듯.
희대의 나쁜새끼들이 죄다 살아서는 존경받으며 잘먹고잘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참고로 안취했다. 맑은 맨정신임..^v^ 방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00:45   좋아요 0 | URL
노무현이 그랬잖아. 이제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말이지.
삼성이 왜 광고 남발하는 줄 아냐 ? 티븨 광고, 신문 광고 모두 삼성이 어마어마한 손님으로 등극했지.
삼성 광고는 더이상 상품 홍보를 위해서 광고를 하는 게 아니다.
일종의 떡밥이지. 삼성에게 불리한 뉴스 전하면 바로 광고 빼거든.. 그러면 적자야.
바로 그 점을 노린 거다.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서 하는 게 바로 광고 남발이거든...
삼성 광고 홍수 속에서 굳이 삼성이 극장 광고에서도 고객 순위 1위인 이유도 다 그런 이유야.
이 삼성은 광고를 위해서가 아니라 떡밥을 주는 거야.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분뇨차 때문에 인생 망쳤듯이
블루라는 색깔은 삼성 때문에 똥칠이 되었지.....

블루, 한때 좋아했는데 이젠 아주 지겨운 색이 되었어..

+

역설적이게도 삼성을 거대하게 키운것은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지. 이거 진짜 더렵게 역설적인 모순임...
노 정권이 삼성을 키웠지. 이걸 노빠들은 인정을 안 하더라고... 친노 중 일부는 친삼이었지. 친 삼성파. 난 그들이 정의 운운할 때마다 더 혐오스러움...

수다맨 2014-02-14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저녁에 이 영화 보고 오려고 합니다. 안 보면 왠지 죄 짓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아서요. 다행히도 인근에 영화관이 하나 있던데 이번주까지는 상영을 하더군요. 다음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ㅜㅜ
기업 하나가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한다면 그 나라는 망하는 게 낫다,라는 말씀에 절대 동의합니다. 이 글 읽으니 삼성한테 돈 받고 상 받았던 일부 예술인(?!)들이 한편으로 지저분하게 보이더군요. 지금은, 누구나 삼성의 무법적/비인간적 행태를 직시해야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한국 사람들, 너무 잘 잊고, 너무 잘 용서하고, 너무 집단을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5:54   좋아요 0 | URL
안산에서 영화 하더군요. 같은 말을 반복해서 그렇지만....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은 누가 했는지 참 어이가 없습니다.
60년대 미국 대기업 100위를 뽑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2000대 다시 그 대기업 100위 선정한 적이 있습니다.
60년대 선정된 기업 중 아직까지 남아있는 기업은 몇이나 될까요 ?
놀라지 마십시요. 20개도 안 되더란 말이죠.

삼성 나라 멸망론대로라면 미국은 적어도 80번은 망했다는 말이 나오죠.
그리고 기업 하나가 망해서 나라가 망할 정도면 아예 그나라는 망하는 게 낫습니다.


samadhi(眞我) 2014-02-1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초 무서븐 동네군요. 이웃집 밥그릇 갯수, 동네할매가 손주 주려고 맛있는 거 숨겨 둔 비밀 장소까지 모두가 알고 있다면 곤란해요!

황상기씨 정말 용감한 아버지네요. 갑자기 쥐박이 때 그 쥐시키한테 폭탄테러 할 생각을 했다던 애엄마인 후배가 생각나네요.

Winner takes it all 이라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끔찍하고 소름끼쳤는지 몰라요.

이렇게 말이 안되는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한숨 쉴 때가 많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5:56   좋아요 0 | URL
그만큼 서로들 알고 지낸다, 라는 것을 좀 과장되게 설명하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하여튼 인사는 안 해도 대부분 다 알아요. 저 언니는 내 친구 언니이거나 뭐 이런 식이더라고요.
사건이 없는 동네이다보니 이번 황상기 님 사연도 많은 이야기를 낳을 겁니다.
우리는 국가적으로 저 승자독식을 하는 나라입니다. 금메달 딴 선수에게 몰빵하잖아요.

만화애니비평 2014-02-1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화란 은폐고 억압이고, 해방이죠. 계속되는 반복일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5:57   좋아요 0 | URL
신화란 은유이고 압축이며 해방이죠. 계속되는 순환일 겁니다...

엄동 2014-02-1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사람들에게
무조건 봐야하는 영화"라고 떠들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곰발님의 마지막문단을 빌려 희망"을 담아 권해야겠네요

거참. 영화를 보고 난 후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많아지며 머릿속이 복잡해졌었는데
이 글" 한편으로 펄펙. 정리되는 기분임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6:02   좋아요 0 | URL
예고편 때리기 전에 나오는 광고가 극장 수입에서 매우 중요해요.
사실 티켓 값은 이것 저것 떼면 별로 남는 게 없어요.
거의 대부분은 매점 수익에서 발생합니다. 팝콘 원가는 100원이에요. 포장지까지 다 하면 200원 될려나 ?
이걸 팔아야 수익이 남죠. 그리고 광고 또한 고정적 수입이 들어온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죠.
극장 가 보세요. 항상 삼성 광고 때리잖아요. 이 영화를 걸면 삼성이 이 광고 철수한다는 거죠.
그 액수를 생각해 보십시요. 그래서 롯데, 메가박스 이런 데서 알아서 기는 겁니다.
이제 삼성은 광고를 이상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엄동 2014-02-1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상하군요

어젯밤 폰으로 들여다 본 글에는
분명 국화빵과 얼갈이배추 사진이 삽입되어 있었는데.

한잔 과하게 한 제 눈이 이상한건가효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5:58   좋아요 0 | URL
국화빵과 얼갈이배추 사진 첨부했다가 아무래도 진지한 글에 누가 될까 봐 지웠습니다.
다음에는 국하와 배추에 대한 단상을 적을까 합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4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님 질문이요!

원래 학교 영화관에서 '주말'에 볼 계획이였는데요, 학교 안에 영화관은 원래 광고 없이 진행되는 시스템이거든요. 근데 학교가 워낙 요즘에 친기업적이되다보니...(생협 만드려고 공간 좀 내달라고 했는데, 기업들이 카페나 식당 만들어야한다고 공간없다고 거절했어요 !! -_-++) 아마 영화관에도 저 영화를 내려라고 하는거 아닐까- 걱정되서 학교에서 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광고측면에서 보자면, 학교 영화관은 제가 본다고 크게 도움이될 것 같지 않은데... 롯데시네마나 씨지비 같은데서 보는게 이 영화에 더 도움이 되는걸까요?

+ 그러면서 찾아보니 정말 상영관이 없긴 없네요 -0-.. 메가박스랑 롯데시네마는 정말 소수... CGV는 한 곳도 안열었네요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21:33   좋아요 0 | URL
네에, 뭐 아무 데서나 봐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체 스코어'이지 특정 사이트 한 관의 스코어'는 아니니깐 말이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보시고 리뷰 쓰시면 누군가는 그 글을 읽을 테이고, 또 한 걸음 극장을 찾을 것이고, 극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차후에 이 영화를 본다고 해도 의미는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올림'이 힘을 잃지 않고 잘 견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이름이 기니 그냥 곰발'이라고 불러주세요.

보슬비 2014-02-1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영화를 보려했는데, 영화 상영관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다행이도 근처에 상영을 해서 볼수 있었답니다. 주말에 많이들 봐서 상영관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2014-02-15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삼성 백혈병의 진실 세트 - 전2권 - 사람 냄새 + 먼지 없는 방 평화 발자국
김수박.김성희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또 하나의 약속.  

 

속초에서 1년 정도 살았다.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떠난 타관살이'였다. 딱딱한 각오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하나 써내리라. 곰 쓸개를 먹고 바늘 침대에서 잠을 청하리라 ! 하지만 내가 속초에서 한 일이라고는 모텔 달방'에서 에로 영화를 보는 게 전부였다. 에로 영화가 질리면 낚시 방송을 보았다. 하는 일은 없었다. 불면증이 찾아왔다. 24시간 잠을 자지 않았다. 술병을 깨서 난동을 부린 적도 있었고 유리 조각이 등에 박혀서 속초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술에 취해서 45,000원 주고 산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오다가 굴러 떨어진 적도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때 알고 지내던 분이 " 강원도 좌파 " 라고 불리는 사내였다. 사내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했고 그의 아내는 생선 조림 가게를 했다. 나는 하루에 한 끼'를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그때 내가 자주 가는 곳이 바로 이 식당이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이어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식당은 아니었다. 나는 가끔 그 식당에서 강원도 좌파 아저씨'와 술을 마시고는 했다. " 내가 있드래요, 요기 강원도 토박인데요. 내가 말만 하면 사람들이 빨갱이 같은 말만 한다고 해서 속이 답답했드래요. 그런데 이렇게 곰곰발 선생을 만나서 속 시원한 말방귀를 뀔 수 있어 이래 좋습니다. " 우리는 식당에 있는 막걸리를 모두 비우면서 주로 반공주의를 앞세운 우익 진영과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는 했다.  " 허각보다 인기도 없는 놈이 뭔 놈의.... " 강원도 좌파 감자 아저씨'는 울분에 가득 차서 항상 엿 먹어라, 라고 외치고는 했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 중 하나가 어느 택시 기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 내 아는 사람 중에 택시 모는 사람이 있드랬죠. 그집 딸내미가 삼성 반도체에 다녔는데 말입니다.

 

어느날 병에 걸려 집에 온 겁니다. 그 사람 말 들으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아빠가 모는 택시 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드라고요. 그 사람 지금도 삼성을 상대로 싸운다고 합디다. 달걀로 바위 치기지만 그 용기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 " 우리는 의례 목소리를 높이며 쌍욕을 했다. 내가 속초를 떠나던 날, 아쉽게도 강원도 좌파 아저씨를 만나지는 못했다. 대신 강원도 좌파 아저씨의 외아들인 바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 아이 이름이 바다'였다. )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러다가 작년에 유투브에 떠도는 영화 예고편 하나를 우연히 보았다. 낯익은 풍경,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었다. 속초였다. 예고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백혈병에 걸린 딸내미가 아빠가 모는 택시 안에서 죽었단다. 문득 강원도 좌파 아저씨가 술자리에서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 아빠가 모는 택시 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드라고요. " 삼성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 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화의 제목은 < 또 하나의 약속 > 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이 영화 제작 두레'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나는 알라딘 리뷰 대회에서 상금 50만 원을 받았다. 세금 떼고 차, 포 떼니 40만 원에 못 미치는 적립금이 쌓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내가 알고 지냈던 지인들에게 책을 돌리고 또 일부는 알라디너'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문태준의 < 가재미 > 라는 시집을 알라디너 10명에게 드릴까 했는데 달랑 시집 한 권 보내는 게 뭔가 좀 궁상스러워서 고민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글을 읽고 이번 주말에 영화 < 또 하나의 약속 > 을 보신 알라디너 중 선착순 5명에게 < 삼성 백혈병 진실 세트 2권 > 을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가 좀 오랫동안 극장에 걸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절차는 어렵지 않습니다. 보셨다면 덧글에 단순히 보셨다고만 남기십시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두 편의 동영상을 올린다. 하나는 삼성 백혈병 진실 세트에 있는 < 사람 냄새 > 와 < 먼지 없는 방 > 트레일러이고, 또 하나는 이건희 선생님께서 애국 충정의 마음으로 따끔하게 국민과 노동자에게 하신 말씀이시다. 역시 대단한 선생님이 아닐 수 없다. 인터뷰의 핵심은 매우 간단하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국민이 지나치게 복지를 요구하고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게으른 노동자 때문이란다. 시바, 할 말이 없다. 강원도 좌파 아저씨가 이 동영상을 보았다면 주먹을 불끈 쥐며 쌍욕을 했을 것이다. 이 글 읽고 이번 주말에 영화를 보신 분들은 댓글을 남겨주십시요. 5분에게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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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푸르 2014-02-1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직접 사서 보겠습니다
영화도 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02   좋아요 0 | URL
네에, 영화에 동참해야지요...
이럴 때 영화 보지 언제 봅니까.
가뜩이나 영화 내릴 생각만 해봐서
이번 주에 스코어 안 오르면 바로 내릴 기세입니다..

엄동 2014-02-1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가 모는 택시 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드라고요"

알지도 못하는 저 강원도 좌파 감자아저씨의 육성이.
대신 배우 박철민님 목소리로 귓전을 가르네요

곰발님의 이벤트에 훈훈땃땃,
온기가 더해지는 아침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01   좋아요 0 | URL
명함을 어디서 받아놨는데 이게 어디 간지 모르겠네요.
강원도 좌파 아저씨랑 꽤 친해져서
막걸리 무진장 마셨습니다. 이분은 이상하게 막걸리만 드시더라고요.
전 아주 질색인데 말입니다. 후후....

+
속초 특유의 사투리가 있는데, 아... 황상기 님 말투가 속초 사람들이 쓰는 말투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곰곰손 2014-02-1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꼭 이 책 사서 보겠숩니다. 영화는 못보겠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0:59   좋아요 0 | URL
한국 오거들랑 입국 기념으로 이 책 사서 주마 ! 사실 이 만화 나도 아직 안 읽었다. 오늘 신청했으니 내일 올 것이다. 그림체가 무척 좋던걸....

아무개 2014-02-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일 낮인데도 관객이 꽤 있었어요.
제 옆에 옆자리에 앉으신 할아버지.
파란색 커다란 마스크를 내내 쓰고 계셨는데
그 커다란 마스크로도...
그분의 울음소리는 가릴수 없었어요.
가족중에 비슷한 일 당한 분이 있으신건지
그날 울자고 작정하고 오신건지
자세한 이유는 알수 없었지만
연세 지긋한 남자분이 그렇게 서럽게 끅끅 우는 모습을 보는건
영화보다 더 마음이 아팠어요.
에이...뭐가 이렇게 주절거리는지 에이......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0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분명 무슨 사연이 있으시겠죠. 나이 지긋한 분이 영화관 오는 거 큰 걸음이잖아요.
아마, 손녀나 그런 분이 그런 일을 겪으셨나 봅니다.
저도 옛날에 실미도 보는데 어느 분이 미친듯이 우시더라고요.
속으로 친척 중에 그런 사연이 있는 분이 계시나보다 했습니ㅏ.

슈퍼고양이 2014-02-1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주 토요일에 볼 생각입니다. 쿨럭!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1:11   좋아요 0 | URL
이번 주 토요일에 보시거들랑 복 나서 덧글 남겨주세요. 책 보내드립니다.

아, 누군가 했더니 슈퍼고양이 님 아니십니까 ? ㅎㅎㅎㅎㅎㅎㅎ.
참, 티켓 두 장 생기셨더니 이 영화였구랴 ?

스코어가 좀 나와야 다음 주에도 걸릴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 데리고 가셔서
꼭 보시기 바랍니다.

삽하나 2014-02-1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고편 보고 깜짝 놀랐지 뭐에요. 꼭 봐야지요! 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6:32   좋아요 0 | URL
이왕 보실 거면 이번 주말에....
영화 내리고 올리고 하는 거 보통 본사 프로그램팀에서 화요일 정도에 정하게 됩니다.
그 지표가 주말 표 팔린 양상이죠. 이 영화가 제대로 찍혀서 잘 상영을 안 해주는데
주말 성적도 그렇다고 한다면 뻔하죠. 이번 주말이 고비입니다.
속초가 배경이길래 속초에 있는 단 하나의 극장도 살펴보니 전회 상영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보시고 덧글 남겨주십시요.

달사르 2014-02-1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친구와 약속을 잡아놨습니다. 또하나의 약속, 이 이런 내용이었군요. 이제사 알았습니다.
보고 나서 덧글 달겠습니다. 제가 순위에는 젬병인지라 5위 안에 들 자신은 없지만, 만약 6위가 되더라도 책은 사서 보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16:29   좋아요 0 | URL
제 블로그가 북적거리지는 않습니다. 후후, 사실 제가 이 세트 만화 저도 안 보았어요.
오늘 신청했으니 내일 오는데, 그림체 잠시 봤는데 아.. 제가 좋아하는 그림체입니다.
전 이런 그림체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이현세 같은 그림체는 별로더라고요. 투박한 그림체가 좋습니다.

2014-02-13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안에 영화관에서도 내일부터 상영시작이더라구요!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영화관은 아니지만, 학교의 입김을 받지 않을까-라고 추측되니 꼭 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20:33   좋아요 0 | URL
이왕 보실 거라면 이번 주에 꼭 보십시요. 밤하늘 님에게 저 책 선물하고 싶네요.

봄밤 2014-02-1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박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을 그가 그렸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만화로 각색했을 뿐이라고 여겼는데, 그곳에서 남일당 건물을 보았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림이 생각을 던지는 것. 곰곰발 님이 선물하시려는 책도 그러하리라 생각해요. 좋은 이벤트 응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22:14   좋아요 0 | URL
단순한 생각이죠. 만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영화이니 작품성을 떠나서 그 행간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영화가 1,2주 걸리다가 떨어지면 정말 허무하지 않을까요 ? 봄밤 님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

+

참 상사력 사전을 김수박 작가가 그렸군요. 아, 전 이런 만화체가 좋아서....

봄밤 2014-02-14 13:34   좋아요 0 | URL
물론 보았습니다. 멍게의 습성이 저를 두들겼지요. 다만 영화가 이야기를 할 뿐이고, 할 수 있도록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합니다. 그렇다면 그때 딸을 위해 싸웠을 아버지의 외로움과, 외로움을 연대한 이들은 대체 얼마나 어려웠을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6:06   좋아요 0 | URL
멍게의 습성... 뇌를 소진해서 식물이 되는, 참 적절한 비유 같습니다.
정말 삼성과 싸워야 했던 그들이 겪었을 외로움과 설움을 생각하면 캄캄합니다.

samadhi(眞我) 2014-02-14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엉엉 울었습니다. 제 별명이 수도꼭지라 한번 틀면 콸콸 쏟아지고 안그쳐요.
대학 때 문학과 영화의 이해였던가 그 수업시간에 "해바라기"영화를 보다가 제가 맨 앞자리에서 통곡을 해서 조용히 울고 있던 사람들마저 고무(?)되어 강의실이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때 처음으로 연애를 하던 때라 감정이입이 심했거든요.

이번 주말에 저도 보고 오빠 언니들한테도 다 연락해서 보라고 해야겠습니다. 제가 6남매라 짱짱합니다. 조카들까지 하면 숫자가 꽤 됩니다. 후배들 선배들 모두 동원해야겠어요.
역시 보리출판사였군요. 제가 좋아라하는 출판사. 거기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인터뷰를 보니 우리나라 기업가의 정신적 지적 수준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도대체 어느 세상에서 온 건지. 고대에서 날아 온 것 같습니다. 아니, 고대엔 적어도 귀족들이 직접 싸움터에 나가기라도 했으니 그런 것도 아니고. 딱 일제강점기, 제민족을 착취한 거머리들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6:05   좋아요 0 | URL
1타 6피군요 ? ㅎㅎㅎㅎㅎㅎ.
일단 보리 출판사는 믿고 보는 출판사입니다.
전 책 고를 때 저자 못지 않게 출판사를 보거든요.
동문선에서 아무리 좋은 책을 출간해도 저는 사보지 않는데
왜 그르냐면 동문선은 정말 제 개인적으로 최악의 출판사가 아닌가 싶어요.
마분지로 책 만드는 출판사 같다니까요.
얼른 보시고 멋진 강상문 부탁드립니다. 누군가가 사마디 님 글에 감동해서 극장으로 달려갈 것 아니겠습니까 ?

수다맨 2014-02-14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건희 씨는 저렇게 말도 어눌하고, 걸음걸이도 불편한데 외국에는 참 많이 돌아다녀요. 왠지 저 양반, 아무도 보지 않는 데서는 말 잘 하고 뛰어다닐 것 같아요-_-;;;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4 17: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주얼 서스펙트인가요 ? 1000억짜리 전용 비행기 있잖아요. 거기 보니깐 뭐 거실도 있고, 욕실 다 따로 있더군요.

2014-02-15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5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7 0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메달과 상금

 

 

스피트 스케이트 5000미터에 출전한 이승훈 선수가 12위로 경기를 끝내자 그가 한 말은 " 죄송합니다 ! " 라는 짧은 답변이었다. 그러자 모 정치인이 60억 인구 중 12위'이니 그 성적 또한 대단한 성적이라고 그를 위로했다. 여기저기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라는 응원이 이어졌다. 옛날처럼 메달 색깔에 환장하는 천박한 태도'는 아니어서 보기 좋은 풍경이기는 하지만 그닥 바뀐 문화는 아닌 것 같다. 예의상 던지는, 영혼 없는 멘트 같았다. 마치 생각없이 던지는 " 식사하셨어요 ? " 라는 인삿말처럼 들린다.  금메달이라도 따면 물 먹은 습자지처럼 흐느끼거나 뭍 밖의 문어발처럼 흐느적거리며 앵앵거린다. " 장하다, 대한의 아들 딸들아 ! "  누누이 말하지만 승부욕과 애국심'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승부 < 慾 : 욕심 욕 >은 이기적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애국 < 心 : 마음 심 > 은 이타성에 뿌리를 둔다. 황영조 추문에서 알 수 있듯이,

 

황영조 ( http://blog.naver.com/bangton/20029275664 ) 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도덕성'이 투철한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 효율적 측면에서 보자면 " 1/60억 선수 " 에 대한 호들갑은 비효율적'이다. 우리가 금메달을 딴 영웅에게 열광할 때 그 뒤에는 노메달에 그친 선수들이 겪어야 할 슬픔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 1명의 영웅을 위해서 나머지를 희생해야 하는 구조가 바로 금메달 신화'이다. 이상화 선수가 1등을 했을 때, 그녀는 감격에 겨워 울먹거렸는데 나는 이 풍경이 생경스러웠다. 그녀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그녀가 우아한 날개를 단 날치'라면 나머지는 오징어'였다. 모든 대회를 휩쓸었고 최근 대회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3회 연속 이룩했다. 그것은 브라질 국가대표 팀과 베트남 국가대표 팀 간에 벌어지는, A매치 경기만큼이나 뻔한 결론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왜 울었을까 ? 그동안 참고 인내해야 했던 훈련 과정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지옥의 훈련 레이스'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겪는 헬 오브 지옥'이 아니었던가. 올림픽 경기를 볼 때마다 늘 보게 되는 것은 한국 선수들의 눈물이다.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감격해서 울고 은메달을 따면 억울해서 운다. 오히려 동메달을 따면 환하게 웃는다. 여기에는 " 조금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는데... " 라는 석패의 한이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나라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기뻐서 웃고, 은메달을 따도 기뻐서 웃고(물론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동메달을 따면 메달을 땄다는 그 사실에 안도하며 웃는다. 한국 선수들이 우는 이유에는 " 몰빵 " 이라는 경쟁 시스템 때문이다. 1등을 하면 다 가지지만 순위권에서 벗어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들은 은갈치보다 은은하고 금 같이 빛나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 또다시 4년이라는 지옥 훈련을 경험해야 한다. 두 주먹 불끈 쥐며 다시 한번 다짐을 하지만 여기에는 캄캄한 절망과 그 절망을 애써 위로하는 희망이 반반 섞인 감정이리라.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게 되면 의례 뉴스 데스크에서는 뻔한 말들을 쏟아낸다. 여러 단체에서 포상금이 지급된다는 기사이다. 이 단체 저 단체, 이 기업 저 기업, 혹은 개인 기부까지 이어진다. 매우 이상한 풍경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가가 포상금이라는 당근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이 어긋나는 태도이다. 우승하면 돈을 준다 ?! 바로 여기에 서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웃고 은메달을 따도 웃고 동메달을 획득해도 웃는 이유가 있다. " 동계 스포츠의 강국으로 꼽히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라도 단 한 푼의 포상금을 받을 수 없다(한국일보 발췌) " 고 한다.

 

여기에 " 미국도 금메달을 받는 선수에게 단 2만5,000달러의 보너스만을 지급할 뿐이다. 또 오스트리아는 별도의 포상금 대신 17조각으로 된 은화를 주는 것 " 으로 나타났다. 속물처럼 말하자면 우승해도 얻는 게 없다는 말이 된다. 그들은 오로지 우승이라는 영광을 얻고자 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차지해도 그닥 손해를 볼 것은 없다. 금메달을 딴다 해도 고작 꾀죄죄한 수고비가 전부이니 말이다. 국가, 단체, 기업, 개인 기부자가 금메달 선수에게 몰빵하는 풍경을 본 한국인에게는 이 풍경이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폴린 스웨덴 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블룸버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1년에 1,100만달러(약 118억원) 이상을 훈련비, 선수들 장학금 등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국은 모든 포상과 혜택을 경기 후 우승을 한 선수에게 몰빵을 하는 반면 스웨덴 같은 국가들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골고루 나눠준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메달의 색깔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몰빵의 설움이 없다 보니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스웨덴이 될 놈(들)에게 골고루 투자한다면 한국은 된 놈'만 밀어주는 시스템이다. 이 얼마나 얌체 같은 시스템인가. 그러니깐 한국형 올림픽 정신은 딱 한 놈에게만 몰빵하는 경쟁 시스템인 것이다. 국가나 기관 혹은 기업들이 된 놈에게만 밀어주는 이유는 전시 효과 때문이다. 상금이 많은 복권은 한 놈에게 몰아줄수록 금액이 올라간다. 사람들은 10명에게 2억을 주는 복권(A)보다는 1명에게 10억을 몰아서 주는 로또(B)에게 몰리는 법이다. 지출한 총 금액을 보면 A가 B보다 많고 그만큼 상금을 탈 기회도 더 많지만, 사람들은 10억 상금에 몰리게 된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주최측 입장에서는 로또 시스템(B)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상금도 적을 뿐더라 복권이 팔리는 양 또한 A 판매량을 압도한다.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포상금이 몰리는 현상은 한국이 문화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 될 놈 > 은 거들떠도 안 보면서 < 된 놈 > 만 러브'하는 방식은 참 얍삽한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인사 관리 시스템'이다. 기업들이된 놈'을 영입하려고 하는 전략'을 두고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국가가 나서서 < 된 놈 > 에게만 러브하면 재앙이 된다. 길게 설명 안 하겠다.  다음은 이번 대회 국가 포상금 순위'이다. 대부분 구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탈리아와 한국이다.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은 두 나라'다.

 

카자흐스탄(25만달러ㆍ2억7,000만원ㆍ1위),  라트비아(19만2,800달러ㆍ약 2억800만원ㆍ2위),  이탈리아가 18만9,800달러(약 2억500만원ㆍ3위),  벨라루스(15만달러ㆍ약 1억6,000만원ㆍ4위),  에스토니아(13만8,500달러ㆍ약 1억5,000만원ㆍ5위),  러시아(11만3,200달러ㆍ6위)...  한국 (6만2,000 달러ㆍ6,700만원ㆍ10위)  공교롭게도 이들 나라들은 민주주의적 절차가 부실한 국가라는 공통점도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 하면 부정부패가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 한국과 이탈리아는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가족주의 문화인 나라일수록 부정부패가 심하고 비민주적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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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2014-02-1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 체육몰빵시스템은 전부터 유명하고 돌려먹기도 있었고. 게다가 체육자체가 전국민 생활스포츠에서 좀 잘 한 다는 사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사법고시 마냥 올인에 올인을 거듭하는 거라. 제 생각에 여긴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리 교육 시스템을 바꾼다고 난리쳐도 학벌위주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상관 없는 것 마냥.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18   좋아요 0 | URL
외국은 보면 생활 체육을 통해서 실력이 있다 싶으면 뽑혀서 실력을 뽐내는 시스템이 많잖습니까. 스키 좋아하던 사람 중 실력이 출중하면 대표로 발탁되어 뛰는 시스템이지만 한국이나 중국 이런 나라는 아예 공장처럼 돌려서 훈련시키잔습니까... 한국 선수들이 우는 건 허무해서 일 겁니다. 금메달을 땄다. 어라, 그럼 다음에는 뭐하지 ?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요..

마립간 2014-02-1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스톱이 우리 나라 국민 성향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는 것 같은데, 대개 우리 나라 사회 문화가 몰빵, 올인 문화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체육계도 우리 나라의 한 부분인 것 뿐이죠.

재미있는 것은 (이것도 옛날? 이야기에 들은 이야기라서 법제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 사회 체육의 하나, 회사에서 법률로 강제 하는 (사원들의 건강을 위한) 체육 활동 규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단지 법대로 지키지 않고 서류로만 처리하거나 요식 행사만 해서 문제이지요. 결국 사람의 가치관이 문제인 듯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28   좋아요 0 | URL
국가가 개인의 욕망에 간섭하는 게 한두 개가 아니지요. 간통죄만 해도 개인의 성생활을 간섭하는 대표적 예이고, 소고기 등급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국가가 뭔가 국민의 혓바닥을 고려해서 이게 좋은 거니 먹어라 말아라 합니까. 그 선택은 개인에게 맡겨야지요. 제가 보기엔 한국은 스물 브라더 사회인 것 같습니다.

푸르푸르 2014-02-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될 놈인 페루애에게 몰빵하겠습니다
제 최대 가용치인 월 2회 술 사드리겠습니다
대신 나중에 잘 되시면 제게 월 4회 술을 사주시면 됩니다
어떻습니까 제 파격적인 제시가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29   좋아요 0 | URL
올 !!!! 좋습니다. 어서 날짜를 잡으십시요.
글고, 그냥 더치 페이로 합시다. 오쉬프 괜히 허세 부리지 마세요.
없는 형편 잘 압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푸르푸르 2014-02-12 17:43   좋아요 0 | URL
내가 다른 사람 술사주진 못해도 우리 곰발 몸보신 시켜주고 할 여력은 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어떠십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52   좋아요 0 | URL
콜 !!! ( 전 그냥 분빠이하겠음.... 난 술 얻어먹는 체질은 아님 ! )

푸르푸르 2014-02-1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페루애를 위한 시 한편을 지었습니다

부디 제 선물을 거부하지 마시길

~~~~~~~~

페루애가 자신의 머리 속엔 똥만 가득 차 있다고
술을 마시며 운다

똥을 쌀 때마다
텅 텅
머리 속이 비어지는 것 같아
무섭다

무서움에 술을 마시고 또 마신다
똥대신 피가 나온다
내 머리 속에 똥대신 피가 흐르는 것 같아
좋다

같이 술을 마시는 페루애의 바지에도 피가 묻어있는 게 보인다
그도 웃고 있다

~~~~~~`

어떻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57   좋아요 0 | URL
음... 시가 무척 좋네요 !
치질 환자의 처절한 절망이 있어 좋군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죠.
대장항문과 의사가 예쁜 여자 의사'여서
정말 당황했던 기억을...

이 시는 < 피 > 라는 격정적 시어로 그 당황스러움을 잘 표한하신 것 같습니다.
시인이 쓴 시이므로 이게 시가 아니다, 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참고로 대장항문과 의사들이 최고의 항문으로 치는 아름다운 항문은 국화무늬 항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전 얼갈이배추 무늬'였습니다.


2014-02-12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4-02-1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될 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된 놈만 러브하는 방식...... 참 이런 문화는 어떻게 수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 종일 이상화 얘기만 나오더군요. 이상화 선수에게는 얼마든지 경의를 표해야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한 인물을 우상화/신비화/상업화하고, 더불어 신파가 곁들여진 인간 극장 만들려는 모습에는 정말로 구역질이 나더라구요. 대체 이게 뭐하는 건가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02:07   좋아요 0 | URL
하루 종일 이상화'에 대해 방송할 줄은 알았지만 여전히 이 관습은 바뀌지 않는군요.
금메달이 곧 애국심이 되는 이 이상한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게 도통 바뀔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한동안 인간극장은 꽤 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육 시스템도 문제지만요, 저는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지라 우리나라의 [스포츠선수를 평가하는 것]과 [육체 노동자들을 평가하는 것]의 괴리를 생각해보았어요.

올림픽 몇 일 전에 [다큐 3일]보는데, 연탄 배달하는 아저씨가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내가 귀가 안좋아서(청각장애) 공부를 못했지. 그래서 젊었을 때는 노가다도 하고 지금은 연탄배달을 해요..' 이렇게 답변을 하시더라구요.

저 답변에는 (정신성과 가까운) 공부를 못해서 (육체성과 가까운) 막노동, 연탄배달을 한다는 '정신성'이 '육체성'보다 더 가치있고 멋있는 직업이라는 가치평가가 개입되어있잖아요. 근데 그건 아저씨만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렇게 평가하잖아요. 육체적으로 일하는 노동은 저평가하고 정신적으로 일하는 노동은 찬양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 한국이 육체적 노동자를 괄시하는 경향이 좀 더 심하다고 보거든요. 또한, 다른 시대에도 육체성보다 정신성을 우위에 두었겠지만, (제 짧은 역사지식에 비추어 보면) 그 때는 지금처럼 육체성이 최대화된 스포츠에서 일 등 하는 사람을 지금처럼 숭배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 최고 스포츠 스타들이 받는 대우를 보면 어마어마하지요. 육체성이 최대화된 스포츠를 하는 사람은 떠받들여주고, 육체성과 관련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과소평가하는 게 저는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너무 과도한 해석일까요....? ㅠㅠㅎ

곰곰손 2014-02-12 22:5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실례지만 잠깐 끼어들게요.
노동을 정신성과 육체성으로 구분지어 생각하시군요.
그런데 저는 스포츠가 (밤하늘별소리님이 말씀하시는)육체성 노동의 분류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좀 잘못되었단 생각이에요.
소위, 한국에서 공부못하는 애들이 '예체능' 한다는 관념과 같은?
저는 스포츠가 그 어떤 지능적인 두뇌를 사용하는 직업보다
정신성,이 요하는 전문분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한 스포츠 스타 - 영웅을 사람들이 숭배한다면..
그건 그의 정신에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2-13 01:01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이 댓글을 적다가 제 글이 스포츠라는 운동에서 정신성을 배제한 것 처럼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완전한 정신성만 갖춘 노동이 있을 수 없고, 완전한 육체성만 갖춘 노동이 있을 수도 없구요. 이건 과도한 이분법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저는 곰곰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스포츠,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가치를 부여해야한다고 보아요. 스포츠에 육체성 뿐만 아니라 정신성이 필요한 것처럼, 겉으로는 정신적 노동으로 보이는 것도 육체성을 필요로 하기도 하구요.

위의 댓글에서는 '예체능'에 대한 제 의견보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던가, 연탄 나르시는 분들, 청소하시는 분들 등등의 노동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지점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좀 더 컸다고 할까요.

아버지께서 전문대학교에서 일을 하시는데요, 아무래도 아버지께서 전문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하셔서 저도 '예체능'보다는, '기술'을 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이것도 뭔가 모호하네요..ㅠㅠ)

[+ 덧, -> 상위권 학생들만 인정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어떻게하면 '영어,수학,국어 등등'에 관심을 가지게 할까-라는 방안을 모색하려고해요. 저는 물론 공부에 관심을 갖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지만, '성적 안나오는 학생'에게 '성적이 잘 나오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쩌면 '성적이 안나오지만 다른 것(ex. 공장에서 노동하거나, 청소하는 등등)'을 하면서 살기를 결심한 케이스를 덜 성공한 인생이라고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

횡설수설하지만, 저는 스포츠에 정신성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스포츠는 -다른 직업보다- '육체성'이 최대화되어있잖아요, 그런 '육체성'에 대한 뛰어남을 인정해주는 한국에서 '육체성'을 활용한 일반 노동은 상대적으로 괄시한다는 그런 생각에서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음.. 곰곰손님께서는 스포츠가 (제가 위에서 분류한) 육체적 노동보다는 정신적 노동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저는 육체적 노동일지라도 결코 정신적 노동보다 가치를 폄하할 수 없다는 입장이예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저의 의견은 '스포츠'보다는 '일반적인 육체적 노동'들에 더 방점을 찍고 있어요. (주제에서 너무 어긋난건가요?..ㅠ)

(앗, 그리고 육체노동으로 여겨지는 일반 노동들에서도 정신성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너무 거칠고 무식하게 분류한 것 같기도하네요..)

제가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되었고 글솜씨가 부족해서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절대 예체능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02:59   좋아요 0 | URL
노동자를 폄하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더 심각한 것은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를 불온한 것이란 인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동자이면서 스스로 노동자 계급을 혐오하는 부류가 많습니다. 저는 선거가 기본적으로 계급 연대의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남 3구가 강남 3구를 대표하는 오세훈을 찍었을 때, 그 행위에 대해 비난했던 다른 사람들을 저는 비난했죠. 강남 3구는 강남 3구를 대표하는 사람을 찍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문제는 스스로가 가난한 노동자이면서도 오세훈을 찍은 사람들이죠. 그것은 연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

개인적으로 올림픽은 기본적으로 힘을 겨루는 경기잖아요. 이 힘이 현대 올림픽에 와서는 마인드 컨드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서 결국에는 힘'이 반이고 정신이 반인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결국 반반인 셈이네요. 그러므로 운동선수를 정신력만을 강조할 수도 없고 힘만을 강조할 수도 없는 그런 영역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뿌리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힘과 기술이 바탕이 되는 위에 정신 훈련이 더해지는 것이니 말이죠. 흠흠

+

한국만큼 육체 노동자를 무시하는 g20 회원국은 없을 겁니다. 노동 경시가 만들어낸 풍경인데 정말 부끄러운 자화상이죠. 종종 생홀의 달인에 나오는 찐빵 기술자 보면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떼어낼 때 보면 정확히 600그램을 만드시잖아요. 고런 거 보면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노동에 대한 대우가 필수인데 대우는커녕 우습게 보는 풍토가 아쉽습니다.














samadhi(眞我) 2014-02-13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갈이배추문 항문소유자 발님의 아픈 사연이 절절히 와닿네요. 잘 아실테지만 질긴 채소와 좌욕, 반신욕이 최고입니다.
세계대회 때마다 환기되는 문제이죠. 군사적 전시적 정책(?)에 익숙해져, 죽어라 애쓴 그들에게 유독 가혹한 군중심리가 얼마나 잔인한지. 군중심리의 잔혹성을 전 영화 말레나에서 보았습니다. 모니카 벨루치가 너무 이뻤던 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08:24   좋아요 0 | URL
얼갈이배추였으면서도 항상 국화무늬'라고 뻥을 치고는 했죠.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전부 제 항문이 국하무늬인 줄 알고 있습니다.
반성 많이 했어요.
말레나 보셨군요 ? 이 영하에서 벨루치 정말 예쁘더군요 !
 

 

 

 

 

 

 

허벅지와 허리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은 확실히 일란성 쌍둥이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명박은 창을 하고 박근혜는 북채를 든 고수 같다. 아, 하면 어, 하고 와, 하면 우,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정권을 향해 우우, 하면 정권은 시민을 향해 에에, 한다. 장소팔과 고춘자 콤비의 쌍팔년도 만담 같다. 와우 ! 어찌 이리 장단이 잘 맞누 ? 하는 짓마다 부덕의 소치요, 오만의 소치'다. " 소치 " 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스포츠 서사를 휴머니즘으로 이상화'하는 것은 그닥 유쾌하지 않다. 이왕 " 이상화 " 라는 말이 나왔으니 이번 소치 올림픽에 참가한 이상화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인 이상화의 허벅지 둘레가 60cm라고 한다. 처음에는 허벅지 둘레를 허리 둘레'로 착각하고는 생각보다 잘록한 허리 사이즈'에 놀랐는데 알고 보니 허벅지 둘레'라고 해서 더욱 놀랐다. 이 정도면 날씬한 여성의 허리 사이즈가 아닌가 ?

 

2012년에 측정한 측정값에 의하면 " 허벅지 둘레는 60cm로 2009년 측정 때의 57㎝에 비해 3㎝가 늘어난 반면 체중은 대신 2010년에는 65.6㎏, 2012년에는 63.2㎏, 그리고 지금은 62㎏로 계속 줄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은 곧 체지방을 줄여 몸은 가벼워졌지만 허벅지 근력은 더욱 강해졌기에 상대적으로 더 큰 힘을 낸다는 의미 " 라고 한다. 하체는 굵어지고 상체는 날씬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좀더 빠른 스피드를 위해서 체형이 진화한 것이다. 문득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 치타'가 생각났다. 치타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몸무게를 줄여야 했다. 몸무게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뱃살을 줄이는 것이다. 그 결과가 뒷다리 근육은 커지고 허리는 뱃가죽이 허리에 닿을 정도로 잘록해지기 시작했다. 다리 근육이 비대해지고 허리가 잘록해서 몸무게가 감량되다 보니 치타'는 먹잇감인 가젤보다 빠른 속도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해서 항상 사냥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냥에는 여러 돌발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사냥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사냥에 성공했다고 해도 먹잇감을 하이에나 무리나 자신보다 큰 맹수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뱃살을 최대한 빼서 체내 지방 축적을 최소화하다보니 에너지 비축이 안 된다는 점이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정도로 마른 체형은 다른 짐승에 비해 굶으면 쉽게 지친다.  뱃살이 넉넉한 하이에나는 사냥감을 놓쳐도 지구력 하나로 버틸 수 있지만 치타는 사냥에 실패하면 다음 사냥에서는 첫 번째보다 속도가 떨어져 그만큼 사냥 성공 확률은 더욱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축적된 지방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사냥에 몇 번 실패해서 굶게 되면 치타는 먹잇감을 구하는 데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치타의 진화가 보여준 딜레마'다. 이처럼 진화가 반드시 좋은 쪽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 담론은 마치 치타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화한 것과 유사하다. 박정희 때에도 부국강병을 이룩하기 위해서 국민의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더니, 지금도 여전히 성장의 속도인 성장률이 정체된다 싶으면 국민에게 허리띠부터 조이자고 요구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기적 같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이유는 국민의 고통과 희생을 담보로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국가의 눈부신 성장이었다. 하지만 이 성장은 비효율적'이다. 99%의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한 대가는 가난이었고, 그 혜택은 1%가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속도의 신화를 믿는다.

 

가젤을 잡기 위해서는 속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발빠른 가젤을 잡기 위해서는 더 발빠른 속력을 내야 하는 것이 바로 경쟁력이라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짐승은 잘빠진 치타의 허벅지가 아니라 하이에나의 똥배'다. 100미터를 6초대에 돌파하는 치타에 비하면 하이에나는 한없이 느리지만 지구력이 뛰어나서 먹잇감이 지칠 때까지 쫓아갈 수 있다. 21세기가 간절히 원했기에 존재했던 조용필은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 현실성 없는 낭만은 그닥 좋아보이질 않는다. 성장률이라는 속도가 가파르게 올라야 행복도 가파른 상승을 할 것란 생각은 착각에 가깝다. 그래프 상의 화살표가 아찔한 수직으로 치솟는다 해도 그 수직성은 오롯이 1%를 위한 지표일 뿐이다.

 

이처럼 성장과 속도를 이상화하는 담론은 쓰레기통에 쳐박혀야 한다. 이상화'라는 말이 나와서 뜬금없이 하는 소리지만 이번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스피트 스케이팅 선수 이상화가 빙판을 씽씽 달렸으면 한다. 도망치는 가젤을 쫓는 치타처럼 말이다. 치타의 속도를 비판적으로 다루다가 뜬금없이 이상화 선수를 응원하며 치타처럼 달려라, 라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이게 다 내 부덕의 소치라 생각하시길 ! 여튼... 이상화 선수 파이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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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2-12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과 상관 없지만 제 글에도 치타가 제목으로 들어가는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치타와 사슴'

http://blog.aladin.co.kr/maripkahn/792048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19   좋아요 0 | URL
치타와 사슴...ㅋㅋㅋㅋ 아, 이거 뭔가 시작이면서도 동시에 좀 웃긴 조합 같기도 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2-1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선수 인기연예인 만들기 대작전 돌입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19   좋아요 0 | URL
이젠 몇 달 간 아주 운동선수들 연예 프로에 잔뜩 나올 겁니다.

엄동 2014-02-1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의 예지력"이라고 해야 하나
제목만 보면 이상화 선수의 활약을 예상하신 줄 ㅋ
여튼 찌릿찌릿한 간밤이었습니다

앞뒤가 안맞는 듯 해도
착착 달라붙게 풀어내는 님 능력 하나는
올림픽 메달권이지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7:20   좋아요 0 | URL
이상화 정말 잘 달리더라고요. 치타 같았습니다.
참 또하나의 약속 보셨나요 ?
앞뒤가 안 맞을 때는 무조건 억질 맞춰야 함니다.. 후후.

감상평 좀 올려주세요 ~

엄동 2014-02-1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예상하신 바와 같아요.
팩트를 다루고 있는, 그래서 중간중간 수없이 욱"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주변인에게 보기를 강권하고 있는 중이여요

영화보는 내내 숨이 탁탁 막히는 기분이 들었는데.
엔딩크레딧 올라갈때 결국 눈물 나더라구요.

실제 황상기님과 고 황유미양의 모습에 이어
끝없이 올라가는 개인투자자분들의 이름들에 그만.

보셔야 할 영홥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18:25   좋아요 0 | URL
여기 제 이름도 올라가 있을 겁니다. 제 이웃 몇몇과 함께 여기 동참했거든요.
개인투자자 올라갈 때 마치 변호인 마지막에 호명에 일어나는 부산지역 변호인 같죠 ? 후후.
저도 내일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4-02-13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상화언니야의 탐스런 허벅지를 가져보고 싶어요. 110kg 아령을 들어야 가능하다면 바로 꼬리내리겠지만.
김구가, 여운형이 그리고 독립을 위해 중공군에서 스러져간 조선의 청년들 민주화를 위해 죽어간 이땅의 청년들이 통탄할 일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08:27   좋아요 0 | URL
110킬로 아령이 어디 있습니까 ? ㅋㅋㅋㅋㅋ. 바벨이라면 모를까요. 아령은 말 그대로 작은 거 고거 말하는 거예요. 그나저나 이상화라는 선수는 정말 매력이 철철 넘치더군요.

samadhi(眞我) 2014-02-13 11:58   좋아요 0 | URL
바벨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아령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
그쵸 난 사람은 다르긴 다르단 말이죠. 어린 나이인데 대단해요.
 

 

 

 

 

디지털 베토벤 사무라고치 사기 사건,

                                         그리고 코난 도일.

 

 

 

 

 

 

지금 일본 열도는 뜨겁게 술렁이고 있는 모양이다.  천재 음악가'라며 칭송받던 작곡가 사무라고치'가 알고 보니 " 카게무샤 ( 대역 ) " 였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그는 얼굴 마담이었고 실제 작곡가는 니가키 다카시'라는 대학 시간 강사'였다. 니가키 다카시는 무려 18년 동안 사무라고치'에게 곡을 제공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단체로 아, 했다. 한때 사기꾼 황우석 때문에 아아, 하고 신정아 때문에 아아아, 했던 경험이 풍부한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대국민 사기극이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법이다. 내가 관심을 가진 인물은 사무라고치 마모루가 아니라 니가키 다카시'였다. 그는 왜 자신이 제공한 곡으로 성공해서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사기꾼 사무라고치'에 대해서 18년 동안이나 곡을 제공하면서 침묵했을까 ? 푼돈이나 받으면서 말이다. 어쩌면 이 사건의 주인공은 사무라고치가 아니라 니가키 다카시'인지도 모른다.

 

똑똑한 탐정은 범죄 현장을 찾기 전에 책상 위에서 진범을 밝혀내고는 한다. 나는 이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몇몇 인터넷 찌라시 정보만 가지고 수수께끼'를 풀어내기로 했다. 니가키 다카시'는 왜 18년 동안 침묵했을까 ?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사무라고치의 간략한 영웅 서사'가 전부다. 중앙일보 기사를 보니 " 자전적 수기에 따르면 그는 네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해 독학으로 작곡법을 익혔다. 열일곱 살 때 원인 모를 편두통 등을 겪으며 청각 장애를 안게 됐다. 청력 상실 뒤에는 절대 음감과 손으로 느끼는 진동에 의존해 작곡을 계속했다고 했다 " 고 적혀 있다. 이 성장 스토리는 역경을 딛고 성공한 전형적인 천재 예술가의 이야기'를 닮았다. 어릴 때부터 독학으로 작곡을 배우고, 발병 이유를 알 수 없는 편두통으로 청각을 잃은 뒤에 찾아온 절대 음감'은 잘빠진 시나리오 대본 같다.

 

사무라고치가 살아온 길은 베토벤의 삶과 유사한 것이 아니라 베토벤이 되고 싶었던 사내가 만들어낸 판타지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대국민을 속일 만큼 매끄럽게 봉합된, 이음새 없는 봉합이 가능한가에 있다. 천부적인 사기꾼 기질이 있어 보이는 사무라고치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 연기력도 뛰어났으며,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에게 없는 것은 작곡을 할 수 있는 음악적 재능이었다. 그에게는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음악적 재능은 없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서 사무라고치는 얼굴은 되는데 노래 실력은 형편없는 가수 지망생'이었던 것이다. 반면 18년 동안 대리 작곡을 했던 니가키 다카시'는 사무라고치 마모루'와는 달리 노래 실력은 뛰어난데 외모에는 자신이 없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무라고치가 은밀한 제안을 했을 때 그는 한 번쯤은 잘생긴 사무라고치 마모루를 내세워서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사무라고치 마모루'가 대중들로부터, 그리고 평단으로부터 이토록 열광적 지지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별 볼 일 없는 것이라 여겼을 것이 분명하다. 추측건대, 그는 매우 심한 외모 컴플렉스'에 시달렸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대중들 앞에 나서기가 두려웠을 것이다. 바로 이 과정에서 사무라고치 마모루가 대리 작곡을 부탁했을 때 그는 흔쾌히 그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사무라고치에게는 니가키의 재능이 필요했고, 니가키에게는 사무라고치의 연출력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사무라고치'는 음악가보다는 연극 연출가에 능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걸음걸이와 검은 선그라스를 쓴 코스튬 플레이'는 얼핏 일본 대중에게 인기가 좋은 자토이치(맹인 검객) 서사 속 주인공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 코스튬 플레이'는 고독한 영웅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주었다. 그것은 그가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2세라는 점과 겹치면서 묘하게 어울리는 연출이었다. 일본 대중들이 열광한 것은 니가키 다카시의 작곡이 아니라 사무라고치 마모루가 만들어낸 원폭 폐허 속에서 우뚝 솟은 고독한 영웅 이미지'였을 것이다. 사무라고치는 일본 대중이 원하는 욕망을 정확히 읽었다. 어쩌면 둘은 동성애적 관계인지도 모른다. 이 이상한 짝패 놀음은 정확하게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의 애증관계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개업의였던 코난 도일은 병원을 찾는 환자가 없자 용돈이나 벌어볼까 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 작품이 셜록 홈즈'였다.

 

하지만 < 창조주( 도일 ) 대 피조물( 홈즈 ) > 의 관계는 역전된다. 홈즈 시리즈가 대중들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얻게 되자 코난 도일은 질투에 사로잡혀서 홈즈를 죽인다. 이 에피소드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라 다들 아실 것이다. 니가키와 사무라고치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처음에 니가키는 별다른 생각없이 작곡가 사무라고치가 제안한 캐릭터를 창조하지만 이 카게무샤가 대중들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얻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가 부와 영광을 누리며 영웅 칭호를 받자 니가키'는 이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자신이 창조한 카케무샤에게 사망 선고를 내린다. 애증의 결과'이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질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분명한 것은 둘은 서로를 욕망했다는 점이다.

 

라캉의 공식을 적용하자면 서로에게 필요한 욕망을 채우는 존재라는 측면에서 이 짝패는 모두 서로 소문자 a다. 내가 이 사건에 대해 흥미를 갖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이야기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조지 로메로가 93년도에 영화로 만든 < 다크 하프 > 와 내용이 유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인공 테드'는 대중들로부터는 외면받지만 평단으로부터는 그 실력을 인정받는 가난한 소설가인데 그는 생활고를 벗어나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위해 조지 스타크'라는 이름으로 대중 소설'을 쓰는데 이 작품이 이 대중으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얻는다. 하지만 대중의 열광적 지지와 독자를 속였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테드는 허구 속 작가이자 분신인 조지 스타크를 사고로 위장해서 없앨 궁리를 출판사와 계획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허구 속 인물이자 작가의 카케무샤인 조지 스타크가 실제로 등장하여 테드를 위협한다는 내용이다.

 

스티븐 킹은 테드와 조지 스타크의 관계를 뱃속에서는 쌍둥이였으나 기가 강한 쪽이 기가 약한 쪽을 빨아들여서 혼자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것으로 둘의 관계를 암시한다. 그러니깐 유령 작가인 조지 스타크는 뱃속에서 사라져버린 테드의 반쪽이라는 것이다. 사무라고치와 니가키'도 이와 유사한 관계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둘이 하나가 되어야 완벽한 재능을 발휘하는데 서로 나뉘어져서 서로의 결핍으로 작용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소설 속 테드 또한 사무라고치처럼 편두통을 앓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기가키는 사무라고치의 베니싱 트윈( vanishing twin ) 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 역도 가능하다. 사무라고치는 니가키의 잃어버린 반쪽인지도......

 

 

 

 

다크 하프 줄거리 요약 ▼

 
주인공인 새들러(새드)보몬트는 평론가에게 찬사를 대중에게는 무관심을 선물받은 작가이다. 그의 두번째 소설까지 별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그는 기나긴 슬럼프를 겪기 시작했고 이때 아내의 제안으로 필명을 사용해서 대중소설을 발표하게 된다. 필명은 "조지 스타크"로 어두운 과거를 가진인물로 묘사되며 "썩 좋지 못한 인간"으로 대중에게 인식된다. 하여튼 그가 그의 필명인 "조지 스타크"로 발표한 [머신 시리즈]는 대 성공을 거두고 영화화까지 되었다. 그러나 새드는 오히려 "조지 스타크"의 성공을 버거워 하며, 아내와 함께 조용히 살아가고자 한다. 마침내 아내는 쌍둥이를 출산하고, 대시 새드 보몬트 본인의 이름으로 새소설을 쓸 계획을 세우는 도중, 한 가난한 법학도의 추적으로 새드보몬트와 조지스타크가 동일인임이 들어날 위험에 처하자,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피플"지에 대대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고 공식적으로 조지 스타크는 죽었음을 선포한다.

이 이후부터 갑자기 새드 주변인물-특히 조지스타크의 죽음을 공표한 인물..-들이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고, 첫 희생자가 나타났던 마을-새드의 별장이 있는-[캐슬록]의 "앨런 팽본"보안관이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참고로 이 앨런팽본 보안관은 탈도 많고 말썽도 많은 "캐슬록"의 보안관으로 어느정도 초자연적인 일("캐슬록의 비밀","쿠조"..등)을 많이 겪은 인물이다. 아무튼 범죄현장에 덕지덕지 남겨져있는 새드의 지문및 혈액을 찾고 난 후, 새드를 체포하기위해 캐슬록에서 새드가 사는 [러드로우]로 온다, 그러나 범죄가 있었던 바로 그 시간 새드와 그 부인인 리즈는 집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다. 너무 완벽한 알리바이에 결국 승복하고, 그 사이에 발생한 다른 한건의 범죄에도 새드는 알리바이가 있었으므로 결국 포기한다.

처음 새드는 너무나 황당한 범죄에 당황하지만, 그의 주위사람들이 마구 죽어가면서, 이 범죄가 본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조지 스타크"를 없애버린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새드의 편집장과 그 부인(그들은 새드 본명의 소설을 권했었다), 스타크와 새드의 비밀을 파해친 협박범, 그 협박법에게 협력했던 출판사의 여직원, "피플"지 에서 그 "스타크"의 장례식을 가상으로 꾸민 여 사진작가와 기사를 썼었던 기자. 경찰은 "조지 스타크"의 소설을 좋아하는 광적인 팬으로 생각, 위의 사람들을 보호하려 하지만, 경호업무에 동원된 경찰마져도 범인에게 죽어버린다. 편집장의 부인을 죽이면서 살인범은 "새드"에게 전화를 하게 되는데, 이때 새드는 무언가 초자연적인 텔레파시가 범인과 본인사이에 통하고 있으며, 범인이 광적인 팬이아닌 "조지 스타크" 본인임을, 즉 그가 가상으로 만들었었던 조지스타크가 살아났음을 느낀다.

조지스타크는 새드에게 다시 조지스타크 이름으로 새 소설 [강철의 머신]을 쓸 것을 명령하고 새드의 아내와 아이를 납치하여 새드를 애초 스타크가 태어났었던 캐슬록의 별장으로 오도록 명령한다. 한편 앨런 보안관은 새드가 추리한 조지스타크 즉, 상상의 인물이 실제의 범인이라는 이야기를 처음에는 믿지 못하나, 성문의 일치와 새드와 아내 리즈의 설득으로 조금씩 설득되어간다. 더구나 새드는 11살에 뇌수술을 받은적이 있으며, 그 수술했던 의사가 새드는 태어날때 쌍동이를 흡수해서 태어났고, 그 조직의 일부가 뇌에서 살아났으며, 11살 그 조직이 너무 커져서 수술을 받았음을 알게된다. 즉, 조지스타크는 새드의 상상물+새드의 죽은 동생의 유령인 셈이다.

한편 조지스타크는 점점 생명력이 약해지며 살이 문드러지고 썩어가게 된다. 혼자서는 소설을 쓸수 없는 그는 새드의 능력을 갈취하여 본인이 현실에서 살아가고자 한다. 마침내 앨런과 새드와 새드의 가족이 캐슬록의 별장에서 만나게 되고 파국이 시작된다.

-  줄거리 발췌,  illiya.egloos.com/182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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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고치'가 귀가 어둡다면 니가키 다카시는 눈이 어두울 것이다. 이 말은 니가키 다카시가 눈이 어둡다고 해서 시각장애인이 아니듯이 사무라고치 또한 귀가 어둡다고 해서 청각장애인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대범하게 대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절름거리는 걸음걸이는 < 유주얼 서스펙트 > 에 나오는 반전 주인공처럼 곧게 펴질 것이다. 사무라고치가 마초적 외양을 갖춘 반면 니가키 다카시는 그와 반대로 소심해 보인다. 추측건대, 니가키 다카시 또한 꽤 오랫동안 편두통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 ( 아님 말고 ! )

 

 

사무라고치 마모루

 

 

 

 

 

 니가키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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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2-1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곰발님.
이 글 재미있네요~
창조주와 피조물의 애증의 관계가 어찌 흘러갈지 궁금해지고요

뜬금없지만
다카시"는 만화 심야식당에 나온 캐릭과 비슷한 생김이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14:44   좋아요 0 | URL
다카시..... ㅋㅋㅋㅋ, 정말 만화 캐릭터 같습ㄴ다.
이 사건 무척 흥미롭습니다. 영화 소설 같은 일이에요.
만약에 니가키가 자신의 이름으로 곡을 발표했다면
사무라고치가 얻었던 영웅 칭호를 얻으며 사랑받았을 수 있었을까요 ?
아마 평가의 절반은 사무라고치가 청각 장애인이며 히르시마 원폭 2세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걸 사무라고치가 이요한 것이거요...

만화애니비평 2014-02-1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능력이 있어도 조건이 없으면 힘들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14:45   좋아요 0 | URL
바로 그거예요. 히든싱어 모창자들 보았을 때도 그렇지만
노래 실력만 가지고 보면 좋은 가수는 엄청 많죠.
결과는 조건입니다.

달사르 2014-02-10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가키 입니까, 기가키 입니까. 둘 중 하나로 통일해주시와요. ^^

피조물의 역전과 창조주의 복수라. 마치 진짜 신과 인간의 관계 같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부정적) 관계의 정형 같기도 하고.

18년이면 정말 오랜 세월인데 말이죠.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진실을 털어놓으려 하는 다카시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14:47   좋아요 0 | URL
제가 급히 쓴 관계료.. 어느 순간 기가키가 되었네요. 니가키입니다.
아니 왜 기가키'라고 했지 ??!!!!

하여튼 매우 흥미로운 주제예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거죠.
사기꾼 사무라고치.... 음악적 천재성을 가지고 있으나 늘 열등감에 시달렸던 니가키....
이 둘이 만난거죠.

수다맨 2014-02-1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서 말씀해 주신 스티븐 킹의 소설이 참 쫄깃하게(!) 입맛에 와 닿네요. 읽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글 참 좋습니다. 단순히 선악의 관점에서 비난을 하시는 게 아니라, 두 명이 일종의 짝패이자,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로 보면서 논평을 하시는 모습이 역시 곰곰발님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21:25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옛날에 출간된 적은 있었다고 하던데 구하기는 힘들 겁니다.
전 영화로만 보아서 책 내용은 궁금합니다. 글구보니 이 소설 누가 좀 출간을 해줬으면...
킹 선집이 아닌 킹 전집이 나올 만도 한데 안 나오내요..

samadhi(眞我) 2014-02-11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라고치라는 사람 참 배포가 크네요. 간떨려서 잠을 못잘 것 같은데 그토록 오랜세월 사기를 치는 대범함. 하지만 자신의 재능 없음에 얼마나 한스러웠을지. 니카기보다 더 불행한 영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03:07   좋아요 0 | URL
사기꾼 기질이 강한 사람은 점점 일을 키우잖습니까. 황우석이나 신정아를 보세요.
이들도 사무라고치 못지 않습니다. 희대의 사기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