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컴플렉스 : 주인은 심성이 착한 노예를 좋아한다.

 

 

- 드라큘라와 두근두근 내 인생'을 중심으로

 

 

 

 

 

차 떼고 포 떼고 결과만 놓고 평가를 내리자면 가장 오래된 매문 문학 가운데 하나가 바로 < 이솝 우화 > 다. 이솝은 전쟁 포로로 끌려가 노예가 된 인물이다. 그는 주인을 섬기기 위해 세헤라자데'처럼 주인(임금)의 귀를 즐겁게 했는데 그것이 바로 < 이솝 우화 > 다. < 천일 야화 > 에서 임금은 자신의 귀를 호강시켜 준 세헤라자데를 살려주었듯이, 주인은 자신을 즐겁게 만든 이솝을 노예에서 해방시켜 준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만나서 즐거웠어 ! " 이에 이솝은 감읍하야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 라며 흐느낀다. 그러자 주인은 말한다. " 아니다. 하는 짓이 예뻐서 주는 상이니 눈물을 거두어라. 여기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다 가져라 ! " 즉, 이솝 우화'는 노예가 주인을 섬기기 위한 처세술이다. 이솝 우화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꾀 부리지 말고 열심히 일해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몫에 대해 만족해라, 착한 심성을 가져라 따위'다. 노예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주인이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보기에 좋았어라. 평소 내 글을 자주 읽어서 패턴을 어느 정도 간파한 사람은 내가 앞으로 부릴 꾀나 주장을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내 글에 애린, 수아, 애리, 별리 따위의 소녀를 등장시키면 그 추억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낄낄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지금 나는 당신이 예측가능한 말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 권선징악 " 이라는 개념은 교육적 관점에서는 올바른 소리이지만 계급적 관점에서 보자면 쉰소리에 가깝다. 선을 권하는 것은 바른 태도(권선)이지만 악은 반드시 멸한다는 주장(징악)은 헛소리'라는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 징악 " 을 실천하는 국가였다면 가난한 백성은 기르던 소를 잡아서라도 " 풍악 " 을 울렸을 것이다. 하지만 " 징악 " 하기는커녕 " 장악 " 해서는 " 개악 " 과 " 패악 " 을 일삼았다.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취조실에서 탁, 치면 악, 소리를 내며 죽었다. 그것이 대한민국 현대사다. 친일파는 숙청된 적이 없고, 박근혜는 자랑스럽게 박정희 정신을 계승한다. 악이 처벌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선을 강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그것은 국가, 자본, 기득권 입장에서 보면 삐딱한 노예보다 착한 노예가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에게는 매를 들 필요가 없다. 착한 노예는 때려야 말을 듣는 노예보다 더 말을 잘 듣는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은 " 착하다 " 라는 메시지'를 계속 강요한다.

 

김애란의 < 두근두근 내 인생 > 이라는 작품이 비판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주인공 아람'은 도움을 받기 위해 " 리퀘스트 방송 " 에 출연해야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여기서 김애란은 국가, 자본, 기득권 세력이 비주류를 평가하고 그 무리에서 채찍을 들지 않아도 될 착한 아이'를 선별하는 자세로 아람을 묘사한다. 아람은 착한 아이'이다. 독자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며 동정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람은 착한 아이'다. 부모를 걱정하는 속 깊은 아이'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여기서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 착하다 > 는 타인의 시선이 차별과 편견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 착하다 " 와 " 선하다 "는 다르다. < 착하다 > 는 말을 아버지나 스승'에게 연결할 수는 없다. " 아버지가 착해요 " 라거나 " 스승이 착한 사람입니다 " 라고 말할 수 있나 ?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울리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격식을 차리기 위해서라면 윗사람을 대할 때에는 < 선하다 > 라는 단어를 골라야 한다. < 착한 아들, 착한 제자 > 는 어울리지만 < 착한 아버지, 착한 스승 > 은 어울리지 않는 말로 정확한 어법과 예절을 지킨다면 < 선하신 아버지, 선하신 스승 > 이 맞다. 이처럼 하대(下待) 에서 비롯된 말이 바로 < 착하다 > 는 말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생기는 위상적 좌표'다. 주인 입장에서는 눈을 깔아야지만 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착한 노예'이다. 김애란은 조로증에 걸린 아람을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저 아이는 불쌍하고,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로 추락시킨 후 그 불행을 즐겁게 바라본다.

 

이 소설은 모든 면에서 최악이지만 결정적으로 주류의 편견에서 기대어 비주류를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최악'이다. 약자를 바라보는 그 징그러운 동정이 한심하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주례사 비평'이다. 놀라서 다시 본다는 기막힌 논조라면 문학평론가는 모두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 (쏘리, 장정일 흉내를 좀 냈다)  왜 kbs 리퀘스트 방송에 나오는 장애인들은 모두 " 착한 장애인 " 이란 타이틀로 소개되는 것을까 ? 만약에 그 아이가 성질이 고약한 아이라면 도움이 필요 없는 것일까 ? 이 상스런 하대를 스스로 도덕적 연민으로 판단하는 착각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 나는 착한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지만 착한 사람을 강요하는 사람은 혐오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 팔뚝 굵은 너나... 잘하세요 ! "

 

개인적으로 김애란 소설 < 두근두근 내 인생 > 에 나오는 착한 아람'처럼 약자가 징징거리는 서사'를 보는 것은 불편하다. 약자를 위하는 것 같지만 그 시선 속에서 기득권이 가지고 있는 하대의 기만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질 드러운 비주류가 난장판을 부리는 소설이 좋다. 그 좋은 예가 바로 < 드라큘라 > 이다. < 두근두근 내 인생 > 이 주류에서 소외된 착한 비주류'를 다룬다면 < 드라큘라 > 는 주류에서 소외된 고약한 비주류를 다룬다. 또한 < 두근두근 내 인생 > 에서 " 아람 " 이 정상적인 시간보다 빨리 노화되어서 노쇠해지는 존재라면, < 드라큘라 > 는 반대로 회춘해서 점점 강인해진다. 둘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지만 서로 완벽하게 다르다는 측면에서 이상한 짝패이기도 하다. 아람은 늙었지만 사실은 늙지 않은 존재이고, 드라큘라는 점점 젊어지지만 사실은 너무 늙은 존재'이다.

 

그들은 모두 겉보기와는 다른 존재다. 단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주류 사회는 두 사람 모두에게 채찍을 휘두를 수 없다. 아람은 착한 아이이기 때문에 때릴 필요가 없고, 드라큘라는, 뭐... 다들 아시지 않은가 ? 후덜덜...  드라큘라에 대한 글은 전에 써두었던 글을 부분 발췌해서 첨삭한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6140 ㅣ 엑소시스트 : 더러운 초록색 담즙(들)

 

 

" 드라큘라’는 본질적으로 < 여성 >이다. 창백한 피부, 곱상한 외모, 가녀린 몸, 하늘거리는 실크 망토, 더군다나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드라큘라는 황새의 우아한 걸음을 닮았다. 니체의 입장에서 보면 드라큘라는 " 정직하지 않은 사람 " 이다. 니체는 말했다. "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직한 사람에게는 소리가 난다. " 정직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드라큘라는 불온한 존재'다. 나는 드라큘라를 검은 망토를 입은 여성이거나 여성이 되고 싶은 게이 정도’로 생각한다. 황당한 주장 같지만 그리 황당한 것도 아니다. 브람스토커 소설 < 드라큘라 >에서 실제 모델은 백작이 아니라 트란실바니아의 백작 부인 “엘리자베스 바토리“ 다. 이처럼 드라큘라 남작’을 드라큘라 부인’으로 치환하면, 부인이 왜 보름달이 뜨는 밤에 그토록 피’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월경으로 인해 유실된 피를 타인을 통해서 보충하고자 하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 누군가는 이 해석을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 드라큘라는 여자였다 > 라는 가설’은 오히려 상큼하다. 우선 드라큘라가 머무는 관’을 보자. 관은 누가 보아도 여성 자궁’에 대한 은유이다. 어디 그뿐인가 ?드랴큘라가 흡혈하는 부위인 목/neck이라는 단어는 자궁/neck’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드라큘라를 영원히 제거할 수 있는 방식은 심장에 말뚝을 박거나 목을 베어버리는 것인데, 여기서의 말뚝박기’는 말 그대로 강간에 대한 은유’이다. 또한 목을 베는 행위는 자궁을 적출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결국 드라큘라의 신체 기관 중 자궁을 적출한다는 것은 여성의 생산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녀의 전염성은 강력하기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무시무시한 원초적 어머니’다. 이빨 달린 < 바기나 덴타타> 다. 그는 평소에는 매력있는 백작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어딘지 모르게 기괴하다. " 괴물 " 은 대부분 주류 사회의 편견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들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 공포와 숭배 " 가 혼합되어 있지만 사실 주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접촉 금지'다. 괴물은 불가촉천민'이다. 비주류인 불가촉천민들은 늘 복수를 꿈꾼다.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있을까 ? 괴물은 주류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낳은 사생아다. < 두근두근 내 인생 > 에 등장하는 비주류가 주류 사회의 " 신데렐라 컴플렉스 ( 착한 아이 콤플렉스 ) " 를 받아들여서 스스로 채찍을 피했다면, < 드라큘라 > 는 같은 비주류이지만 주류가 휘두르는 채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말뚝에 박혀 죽을지언정 휘두르는 채찍에 매를 맞지는 않겠다는 강골 정신이 엿보인다. 같은 말을 다시 반복하자. 주인은 심성이 착한 노예를 좋아한다. 매를 든 노예보다 말을 더 잘 듣는다. 본문과는 상관없는 여담이지만 며칠 전에 애린의 동생 애리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 수지를 닮아서 길을 걷다 보면 종종 수지로 오해를 받아 곤혼스러워하던 친구인데, 그 친구가 내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부잣집 막내딸은 아니고 그저 평범한 중산층이다. 재산이 1500억 정도 되는 것 같더라. 잠시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이내 거절했다. " 난... 오나미 같은 여자가 좋아. 넌..... 너무 평범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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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3-0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회춘해서 강인해진다니.
드라큘라" 읽어봐야겠어요

김애란의 저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던데.
아프지만 착하고 속깊은 아이가
불러일으키는 동정이 전부인데 말이죠

리퀘스트 방송에서
저 아이를 보며
이번화는 대박이 날꺼라고 말하는
피디의 대사는
오히려 현실적이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4 12:32   좋아요 0 | URL
사실 저 드라큘라 안 읽었습니다. 저건 그냥 수많은 드라큘라 영화 생각하며 쓴 겁니다.
어서 빨리 읽어야 겠어요.

영화로 만드러지더군요. 그런데 100% 신통치 않은 영화가 될 거 같아요. 부모로 나오는배우가 모두
꽃미남 꽃미녀던데 사실 좀 수더분한 배우로 해야 원작의 맛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엄동 2014-03-04 13:3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죠
비주얼보다 사람내 풍기는 수더분한 배우가 적격이죠

프로필 사진 바꾸셨군요
예수"나 피터팬"보다 제 이상형에 가까워서
심쿵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4 14:11   좋아요 0 | URL
날건달 스타일 좋아하시는군요. 실망입니다... ㅋㅋㅋㅋㅋ.
전 처음에 캐스팅된 배우 보고 정말 의아했습니다.
영화 망하겠구나. 물론 톱스타이니 기본은 때리겠지만 말입니다.

마립간 2014-03-0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신교(보다 어쩌면 나신교(나를 믿는 종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종'의 미덕보다는 '리더십'의 미덕이 우선입니다. (유치원에서는 순종의 미덕을 배웁니다만,) 제 아이에게조차 '순종'이란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 순종에 관해서는 아직 숙고가 안 되어서 가치판단 보류 상태입니다. (기본적으로 우파적 가치관은 사회를 유지시키고, 좌파적 가치관은 사회를 진보시킨다고 합니다만.)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 마태복음 10:34~36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4 14:14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예절을 가르치는 것은 좋은데 그 예절이 순종을 위한 예절이라면 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저도좋아하는 성경 구절입니다. 확살히 구약과 신약이 차이가 있어요. 마태복음 외전이라고 해야 하나요 ? 잘 모르겠지만 마태오, 뭐 있던데요.... 그거 함 읽어보고 싶습니다.

마립간 2014-03-04 14:18   좋아요 0 | URL
마태 복음과 마태오 복음은 같은 것입니다. Matthew를 음역하면서 이렇게도 쓰이고, 저렇게 불리고 합니다. 외경에 해당하는 것은 신구약 66권을 벗어난 것들, 예를 들면 도마복음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예수님은 지금 용어로 하면 빨갱이셨죠. 김규항씨의 '예수전'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4 14:29   좋아요 0 | URL
예수전은 읽었습니다. 거기서 김규항이 마태오와 마태복음이 좀 다르다고 말하더라고요.... 원전과 차이가 있다고 말이죠.... 그래서 좀 찾아볼까 했더니 마땅히 없더라고요....

+

맞습니다. 지금 보면 한국식으로 말하면 예수는 빨갱이라고 해서 광화문에서 십자가 처형 당하실 겁니다. 예수는 제가 제일좋아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제가 예수에게 배운 것은 " 분노하라 ! " 였거든요. 예수는 사랑을 가르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분노도 가르친 성인이었습니다.


마립간 2014-03-05 08:15   좋아요 0 | URL
'예수전'을 읽으셨다니 하니 다른 책 하나 더 소개해 드립니다. '구약의 하나님은 신약의 하나님이 아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6029X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09:11   좋아요 0 | URL
네에, 고맙습니다. 찾아서 읽어ㅗ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04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아이로 살아오지 못해 6남매 중 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니? 소리를 들으며 여태 살아온 제가 곰발님 글에 마구마구 기뻐하고 있답니다. 만날 삐따기로 어디에서나 미운털 박히고 지위나 나이 따위(?) 신경 안쓰고 겁없이 따지고 들어서 욕처먹는 "조직" 부적응자예요. 어릴 때부터 천사같은 아이들을 보면 "천사병" 걸렸다고 투덜댔죠. 제가 착하지 않아 그런지 다들 위선적으로 보였거든요.
게리올드만표 드라큘라 정말 섹시했는데. 얼마 전에도 드라큘라 원작 미쿡 드라마가 나왔길래, 역시 영화보다 못하다고 얘기했었는데. 위노나는질투하기도 피곤할 만큼 너무 이뻤죠.
저는 안경쓴 아자씨가 손 전체를 "앙~" 깨무는 것같은 앞앞 자기소개그림이 좋았어요. 볼 때마다 정이 가는 귀여운 인물이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09:10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부류는 일은 안 하고 퇴근하면 온통 윗사람 접대하면서 사는 놈이 있는데 이 놈이 결국은 초고속 승진을 하더라고요. 그거 보고 조직에서 성공한다는 것 얍삽한 정치의 달인이 되어야 하는구나, 했습니다.
정말 성실히 일하지만 윗사람 대접에는 소홀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승진 못하는 구조더라고요...

+
그 그림은 저를 너무 미화시켜서 찔려서 내렸씁니다..

수다맨 2014-03-05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질 더러운 부류가 난장판을 부리는 소설... 맞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소설이 없어요. 정말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혹은 "내 심장을 핥아보라, 그러면 쓴맛이 날 것이다"라고 당당히 외치는 소설이 너무 없는 것 같아요ㅜㅜ 노벨상 같은 거 운운하기 전에 우리 나라에 정말 기백과 배짱 있는 소설이 있는지 그것부터 따져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09:08   좋아요 0 | URL
아, 까먹었다. 소설가도 소설도 생각이 안 나는군요. 영이'라는 제목이었나 ? 하여튼 그 소설 속 주인공은 여고생인데 칼부림으로....

왜 난장판 부리는 소설로 목화밭 엽기전 그런 소설 있잖습니까.

곰곰손 2014-03-05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아어뜨케 빵터짐.

자네가 평소에 네이버 블로그를 얼마나 무시하고 같잖게 생각하는지..
이 포스트 링크시킨 네이버 블로그 - 포스트 제목 좀 가서 봐라.
그리고 신데렐라 님한테도 사과하고.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08:46   좋아요 0 | URL
무슨 소리야 ? 신데렐라 ?

신데랄레 2014-03-05 09:1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ㅋ
아 웃김
날건달같으니라구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09:33   좋아요 0 | URL
무슨 소리입니까 ? 이 글은 누굴 험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이 글 링크 건 장소 좀 말해주십시요..
그나저나 날건달 ㅋㅋㅋ 재미있는 표현이군요..

곰곰손 2014-03-05 10:2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얘가 왜 말귀를 못알아들어~~?!

네가 네이버엔 제목을 이렇게 써놓음.

<"신데랄레" 콤플렉스 : 두근두근 내 인생과 드라큘라를 중심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데렐라 누나한테 사과해야돼말아야돼?!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10:27   좋아요 0 | URL
신데랄레 님은 신데렐라 이복여동생이다. ( 코 팜 )

Nina 2014-03-05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성경 어디에선가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란 구절이 생각나네요.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주변 어른들은 항상 후자(비둘기처럼 순결)만 강조하셨죠. 그래야 다루기 쉬울테니.. 그러고보니 전자(뱀처럼 교활)는 누가 가르쳐 주는게 아닌가봐요. 독학이라도 해야겠어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09:05   좋아요 0 | URL
성경을 읽다 보면 정말 허를 찌르는 경구가 많습니다. 성경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고는 해요. 압축과 은유'입니다. 그것을 잘 해석해야 하는데, 일부 이상한 목사들이 이걸 악용해서 곧이곧대로 믿으려는 , 혹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이해하려는.... 그런 경향이 있어요.

달사르 2014-03-0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김애란의 이전 소설들은 괜찮네..하면서 몇 편 읽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래서 '두근두근' 도 냉큼 샀었는데, 읽으면서 얼마나 화가 나든지요. 뭐야. 글이 왜 이따위지?
근데, 그 화가 나는 지점을 설명을 못하겠는 거에요. 소설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 이야기를 억지로 이어간다. 등의 말 말고 분명 뭔가가 더 있는데 그걸 못 찾겠는 거에요. 제가 소설책 읽다가 재미 없다..은 심정은 여러 번 느꼈지만, 화가 난다..싶은 심정은 처음이었거든요.


곰발님 포스팅, 엄지손가락 두 개 다 치켜들었습니다. 따봉!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08:37   좋아요 0 | URL
실망이군요. 다음에는 엄지손 세 개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ㅋ

김애란을 아이의 착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명랑을 두드러지게 표현했는데
죽음을 앞둔 아이에게 명랑을 강요하는 것은
1시간 전에 부모가 죽은 개그맨에게 생방송이니 아주 웃긴 연기를 부탁하는 것처럼 예의없는 것
아닐까 싶어요, 김애란의 특징이 명랑이기는 하지만
아무 때나 명랑이 쓰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슨니다.
 

 

 

 

 

 

 

착한 사람에게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

 

 

 

알라딘 서재에 글을 쓸 때에도 자기 검열은 작동한다. 이것저것 눈치를 봐야 한다. 서재에 글을 올리는 행위가 돈을 받고 매문을 하는 것도 아닌 데도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스소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알라딘 서재는 이해 득실'을 따질 필요가 없기에 가감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다짐했다. 내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다. 다만 내 생각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거북하다면 < 판단 > 이 아니라 개인의 < 취향 > 으로 이해해 달라. 나는 이오덕'을 존경하지만 이오덕-주의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글 사용에 있어서는 이오덕보다는 고종석-주의자'에 가까웠다. 언어는 오염되면서 살아남는다. ~의, ~적, ~성, ~것 따위를 문장에 사용한다고 해서 그 문장이 바르지 않은 문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근본적 순혈주의가 나는 불편하다. 이왕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말이 나왔으니 이 자리를 빌려 몇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김연수 소설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김연수의 말랑말랑하며 촉촉한 감성'을 좋아했지만 내게 보기에는 너무 푹 익었다. 굳어버린 기름덩어리를 씹는 맛이다. 무리카미 하루키'도 마찬가지다. 야채를 버터에 볶는 레시피까지는 용서할 수 있지만 버터를 버터에 볶을 때에는 등짝을 한 대 쳐주고 싶었다. 느끼하다. 그리고 신경숙은 포데기 신파의 여왕이었고, 강신주는 인문성형-주의자 같았다. "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어려우셨다고요 ?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요. 매월 29,900원에 무이자 5개월이 보장됩니다. 제품 구매 시 세계 문학전집 10% 할인권도 드립니다. 고객님 많이 놀라셨죠 ? 저도 마아아니 놀랐습니다. 48가지 골라먹는 재미가 베스킨라빈스 31보다 다양합니다. 지금 당장 주문하세요. 망설이시면 앙돼용 ~ " 

 

자본주의가 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도 자본주의적 절차에 의해 가장 자본주의적 성공을 한 사람에 속했다. 여기까지는 좋다. 여기까지는 자기검열 없이 마음껏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마다 망설이는 주제는 " 노무현 " 이었다. 나는 변호사 노무현을 좋아했지만 대통령 노무현을 아주 싫어했다. 그는 헌신적인 변호사였고, 솔직한 정치인이었으며 소탈한 대통령이었지만 좋은 대통령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쁜 대통령에 속했다. 물론 이명박과 박근혜는 노무현에 비해 아주아주아주아주 나쁜 대통령에 속하지만 넓은 범주로 확장하자면 노무현 또한 같은 범위'에 포함되었다.  내가 노무현 서거 때 동명항 방파제에서 서럽게 운 까닭은 헌신적인 변호사와 솔직한 정치인에 대한 애도였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도는 아니었다.

 

 

 

 

뒤늦은 고백이지만 천 만 관객을 동원한 < 변호인 > 은 그냥 시시껄렁한 영화'였다. 다만 그 사실을 숨기고 영화 < 변호인 > 을 지지했던 이유는 이명박근혜 정권 때문이었다. 적이 선명할 수록 분노는 정당성을 얻게 된다. 같은 이유로 < 또 하나의 약속 > 또한 삼성이라는 괴물을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서 지지했다. 영화적 완성도'로 보자면 그닥 높은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의미 있는 영화였다. 그 사실만으로도 가치 있는 영화'다. 이 이율배반적 태도가 거슬리기는 했으나 딱히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적은 선명해야 되니깐 말이다. 영화 < 변호인 > 과 < 또 하나의 약속 > 은 모두 정치사회적 문제를 건드리기는 하지만 핵심은 가족-서사'다. 영화 < 변호인 > 에서 국밥집 가족은 아버지가 부재하는데 그 이유는 그 자리에 송강호를 개입시키기 위해서이다.

 

그가 국밥집 아들을 위해 변호하는(개입하는) 순간 송강호는 유사-아버지'가 되어 또 하나의 가족이 된다.  결국 이 영화는 국가 권력에 대한 저항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부성애 가족극'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이 있다기보다는 낡은 가족 서사'에 기대서 안전하게 분노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상업 영화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다. < 또 하나의 약속 > 도 마찬가지'다. 가족 서사에 기대다 보니 사실이 가지고 있는 " 날것 " 의 생생함보다는 드라마적 요소가 강해서 전달력이 떨어진다. 생생한 고통과 증언을 간직한 딸은 생각보다 일찍 화면에서 빠진 점은 아쉽다. 그것은 마치 달걀을 풀어서 북엇국을 끓였는데 북어 우린 국물 맛보다는 계란탕 맛이 더 강한 경우다. 이 영화들이 보여준 불의에 대한 " 분노 " 는 " 불온 " 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정확히 말하자면 관객이 이 영화들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사회적 모순보다는 착한 가족'을 특정 집단이 건드렸다는 것에 대한 분노'다.

 

 

 

 

이 온순한 분노는 국가가 자본가에게 있어 그렇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천사는 기쁨과 눈물을 주지만 대상을 파괴하지는 않는다. 어떤 대상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악마'에게만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 필요한 존재는 날개 달린 천사가 아니라 꼬리 달린 악마'다. 그래서 < 변호인 > 과 < 또 하나의 가족 > 은 위협적이지 않다. 비록 이들 영화가 관객들에게 눈물과 기쁨을 주겠지만 이 눈물과 분노가 집단을 향하지는 못한다. 당신은 영화관을 나오면서 눈물을 닦고 이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갤럭시로 카톡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들은 감기와 같다. 며칠 지나면 분노는 사라진다. IMF가 터지고 나서 " 내 탓이오 " 캠페인이 벌어진 적이 있다. 사람들이 자동차 뒷 유리창에 내 탓이오 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 네 탓 > 하지 말고 < 내 탓 > 하자는 소리'다.

 

김수환 추기경의 제안으로 시작된 캠페인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 캠페인은 전형적인 노예 근성'을 강요하는 메시지처럼 보였다. 한국 사회는 자기 징벌 사회'다. 자살 현상은 남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돌리는 행위'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가 < 내 탓 > 은 하지 않고 < 네 탓 > 이 만연한 사회라는 것은 새빨간 주장이다. 한국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런데 무슨 놈의 " 내 탓 " 타령인가 ? 김수환 추기경은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사람들은 세 모녀가 연탄불을 피워 놓고 자살한 사건에 대해 슬퍼하고 애도했다. 그 어떤 사건보다 울림이 컸다. 이 울림이 컸던 이유는 세 모녀가 보여준 < 착함 > 이었다. 그 가족은 죽는 그 순간에도 밀린 방세와 공과금을 지불했다. 사람들은 착한 가족이 허무하게 죽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슬퍼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만약에 그 가족이 7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남기지 않고 자살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큰 울림을 주었을까 ?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착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에만 분노한다. 영화 < 변호인 > 에서 속물인 송강호가 국밥집 아들 변호를 맡으면서 한 말은 " 그 사람들 착한 사람이잖아요. 이러면 안 되잖아요 ? " 였다. 그리고 < 또 하나의 약속 > 도 같은 뉘앙스'였다. 그렇다면 똑같은 일을 당했는데 그 사람들이 그닥 착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 지금처럼 이렇게 뜨겁게 울 수 있을까 ? < 변호인 > 에서 송강호가 " 착한 사람에게 이러면 안되잖아요 ? " 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 착한 사람 " 이라는 말 대신 단순하게 그냥 " 사람 " 이라고 말해야 한다.

 

다시 수정하면 " 국가 기관이나 거대 기업이 힘으로 사람들에게 이러면 안되잖아요. " 라고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세 모녀 사건을 다룬 기사 덧글에 넘쳐나는 " 착한 사람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 는 말은 기괴하게 들린다. 돈봉투가 없었다면 그토록 슬프지는 않았다는 말인가 ?! 바로 그점이 한국인의 인권 수준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리퀘스트 방송을 볼 때마다 느끼는 사실이지만 방송은 항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을 다룰 때 < 착함 > 을 강조한다. 속이 얼마나 깊은 아이인가를 강조한다. 결국 착한 장애인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태도는 야만적이다. 왜냐하면 착한 장애인은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이고 나쁜 장애인은 도움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은연 중에 내포하기 때문이다. 김애란의 < 두근두근 내 인생 > 도 바로 이러한 착한 장애인 메시지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차원에서 한심한 소설이다.

 

그것은 김애란이 그만큼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언론이 착한 사람의 안타까운(억울한) 죽음'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약자의 비참에 대해서 슬퍼해야지 착한 사람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촛점을 맞춰 슬퍼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착한 사람이든, 까칠한 사람이든, 이혼녀이든, 재벌집 딸이든 그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그 사람은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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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opy 2014-03-0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00만 번 공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1:44   좋아요 0 | URL
실망이군요.. 다음에는 101만 번이라는 화려한 수식을 꼭 달아주십시요.

만화애니비평 2014-03-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싫든 좋든 문재인의 운명에서 인권변호사라는 호칭에서 뭔가 잘 못 되었다고 하더군요. 변호사 자체가 인권을 위해 존재하는데, 인권변호사란 단어가 새로 나왔다는 뜻은 결국 인권의 추락이 어디까지인가! 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보면 역대 대통령 중에 페루애님 관점으로 좋은 대통령은 없군요.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무현이란 사람은 좋았다는 사실입니다. 언젠간 노회찬이나 심상정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날이 오면 좋으려만, 노무현 대통령도 그 과정의 하나이지만, 나라는 오히려 거꾸로...어흑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2:02   좋아요 0 | URL
그럴 것 같습니다.
전 대통령'은 존경의 주체가 되면 박근혜 망령이 이승만 망령처럼 정말 꼴사나운 짓이 발생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존경의 대상이기보다는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비판적 존재로 남아야지 그것에 대해칭송하고 그러면 안 됩니다. 전 문재인을 지지했지만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비판적 자세를 유지할 겁니다. 그래야지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냉정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 < 후흑학 > 를 믿습니다. 모든 정치가는 두꺼운 얼굴에 검은 마음을 가지고 있죠. 그래야 권력을 잡을 수 있습니다.

푸르푸르 2014-03-0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두영화 다 재미 없었어요.
그런데 세 모녀의 자살에 있어 저는 그들이 남긴 70만원이 그들이 꼭 착한 사람이라는 것보다
그들의 비참함을 더 상징적으로 드러내주어다고 느꼈기에 슬프고 동시에 무섭다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월세 60에 살고 있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2:04   좋아요 0 | URL
전세 60이면 좀 부담 가지 않습니까 ? 혼자 사시면서 무슨 60입니까.
한 30짜리로 옮기시고 그 돈으로 소고기나 사묵읍시다... 어서욧..

푸르푸르 2014-03-03 12:16   좋아요 0 | URL
ㅎㅎ 왜 혼자라고 생각하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2:30   좋아요 0 | URL
음... 그러게 말입니다. 미안합니다. 숨겨둔 우렁각시가 있군요 ?

rtour 2014-03-0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변호인 지적질. 가족 서사란 말에 무릅침. 글구 물론 보증금이 얼마냐가 중요한 거지만,오쉬쁘 좋은 집 사누만. 월세 부담이 크니 빠른 시일 전세로 옮길 수 있길! 전세 없음 반전세!

푸르푸르 2014-03-03 12:31   좋아요 0 | URL
사실 전세에서 월세로 옮겼답니다 아래층에 미친 놈이 살아서 전세 빼지도 못하고 나온거거든요 점심 맛나게 드시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2:33   좋아요 0 | URL
요즘은 반전세로 가야죠. 60이면 이거 너무 큽니다. 이것저것 빼고 술값 빼고 하면 남는 게 뭐가 있습니다. 하루빨리 반전세로 옮기길 바랍니다.

+

변호인 보면 전형적인 가족 서사'죠. 남편은 없지 않습니까. 그 자리를 송강호가 차지합니다. 그는 유사-아버지'죠. 이웃을 구한다라기보다는 아들을 구한다는 느낌이 강해요.

비로그인 2014-03-03 14:41   좋아요 0 | URL
문득 오쉬쁘님 아래층 미친놈 애기가 궁금. 제가 층간소음 문제에 관심이 많슴돠.

나탈야 2014-03-03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거꾸로-!

<나쁜사람에게는 이래도 되잖아요-!>

라는 취지의 '나쁜 운동'을 전개하고 시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2:57   좋아요 0 | URL
올해의 댓글상으로 뽑고 싶군요 !!!!

나탈야 2014-03-0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데 사실 저, 어젯밤에 변호인 봤음. ㅎㅎㅎ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렇다치고- 송강호의 연기는 머 타의추종을 불허하더군요. (동의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송강호... 미친 거 같음.

설경구표 연기 마냥, 송강호표 연기도 없지 않았는데- 그게 좀 허물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이건 좋아하는 사람이건- 눈물 찔끔 흘리게 만들어버리는 연기력이었음.

송강호 아니었으면, 그냥 노무현 영화 하나 나왔다고 잠깐 이슈탔다가, 금방 잊혀져버릴 수준의 평범한 영화였다란 생각.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2:58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전도 송강호의 압도적 명불허전에 이 영화 전체가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저런 과도한 연기를 다른 배우가 하면 진짜 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송강호가 과도한 감성 연기를 하면 그게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그게 바로 송강호의 힘이겠지요.
이 영화는 노무현 영화가 아니라 그냥 송강호 영화입니다.

samadhi(眞我) 2014-03-0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모녀 기사를 보고 질질 울면서 남편이랑 그랬습니다. 인천으로 이사오지. ㅋㅋ 인천 집값 디지게 쌉니다.(그래서 서울로 못들어가지만.) 확실히 살기 좋은 동네가 아니거든요.
대부분 곰발님처럼 대통령 노무현보다 인간 노무현을 좋아했을 거예요. 대통령으로서는 한계가 많았으니까요. 제일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우루과이 대통령 같은 사람 어디 없나요? 전재산을 사회환원한다는 코웃음나는 명박이식 말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5:00   좋아요 0 | URL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공과 사를 분명히 해야 해요. 노무현 소중한 대통령이죠. 가장 그립죠. 하지만 거기까지 입니다. 범위를 넘어서면 미화'가 되는 거니깐 말이죠.
아무래도 대한민국에는 좋은 대통령 나오기 힘들죠. 전재산 내놓겠다는 사람치고 내논 사람 못 봤습니다. 이명박은 진짜 꾀죄죄한 인간이죠. 이런 인간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사장이 미쳤어요, 가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미친 거죠..

2014-03-03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3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탕끓이는새벽 2014-03-0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껏 접한 가장 시원한 변호인 리뷰!

전 그 70만원이 그녀들의 평소 자존감을 짐작케 해줘서.. 그래서 더 서글프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5:01   좋아요 0 | URL
그래요. 자존심 같았습니다. 가난하게 살아도 신세는 지지 않겠다는 오기 같은 거....
그게 참 가슴 아프죠. 그때 상황을 곰곰 복기하면 할수록 정말 슬퍼집니다.

마립간 2014-03-0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착한 사람과 평소에 나쁜짓을 많이 사람이 똑같은 나쁜 범죄를 행했을 때, 동등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평소에 착했던 것으로 정상참작을 받아야 할지.

변호사 http://blog.aladin.co.kr/maripkahn/787040
기숙사 http://blog.aladin.co.kr/maripkahn/787511
Penalty phase http://www.imdb.com/title/tt0091741/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7:00   좋아요 0 | URL
법은 이미 정상 참작을 하지 않나요 ? 초범은 아무래도 형량이 잡범보다 줄어들겠죠.

마립간 2014-03-03 17:19   좋아요 0 | URL
저의 질문이 압축된 내용이라서 초범은 재범보다 형량이 줄어들지만, 범법자가 착한 사람이냐, 아니냐와는 무관하죠.

대부분의 사건에 대한 가치판단이 사건의 맥락적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 '착한 사람에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가 맥락적 가치판단이고 '사람에게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맥락을 제외한 가치판단이 아닌가 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8:02   좋아요 0 | URL
ㅎㅎ 사실 마립간 님 질문을 제가 잘 이해를 못하겠어요.
맥락적 가치 판단이 뭔지 제가 좀 잘 모르겠습니다. 음.. 그러니깐 제가 착한 사람 그냥 사람'으로 나눈 기준은
착한 사람'이라는 뉘앙스에는 도움을 주는 자가 선별해서 도움을 줄 사람을 선별하는 그런 고압적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만약에 10명이 굶고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말 잘듣고 착해 보이는 사람에게만 3명 선택해서 주는 게 과연 옳은가에 대한 거였습니다. 그건 좀 기만이 아닌가 싶어서요. 전 착한 거지이건 아주 나쁜 거지이건 똑같이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복지 시스템이 아닌가 싶습니다. 착한, 안 착한은 기득권의 오만한 잣대일 뿐이란 것을 ㅣㅈ 지적하기 위해서입니다.

마립간 2014-03-04 08:55   좋아요 0 | URL
원래 길게 설명해야 하는데, 길게 설명하면 곰곰발님의 글과 동떨어진 글이게 인용글과 함께 압축적인 질문만 하여 의사소통이 안 되었군요.

제 서재에 비유적인 글 '사람과 쥐'라는 올렸습니다. 곰곰발님의 글처럼 재미는 없지만.^^

감은빛 2014-03-0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과, 두 영화를 바라보는 입장이 저와 매우 비슷하세요.
이런 류의 영화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지점이 늘 아쉬웠는데,
이번에도 그런가봐요.
저는 둘 다 아직 보지 않았는데, 주변의 평이 다 그렇네요.

마지막 '착한 사람'이 아닌 '사람'에 대한 말씀도 무척 공감합니다.
최근에 경제학 공부모임에서도 비슷한 얘길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7:57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두 영화는 상업영화로써 미덕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술성을 요구하며 김기덕처럼 찍어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다만, 접근 방법이 포데기 신파'(이게 제가 지어낸 말인데 그냥 지긋지긋한 가족서사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죠. 좀 과격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서 아쉬웠습니다.

+
복지'를 마치 가난하지만 착한 사람에게 투자해야 돼, 이런 마인드 자체가 틀렸다는 생각입니다.
복지는 결코 선별적일 수 없습니다. 나쁘 놈도 받아야 되고 좋은 놈도 받아야 되는데
우리는 이 권리에 대한생각 자체가 좀 무지하지 않나 싶습니다.

남쪽바람 2014-03-03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의 의식에 자주 공감합니다.
우리가 착하든 착하지않든 그것을 누가 판단합니까?
난 그 누구한테도 나에대한 판단을 그냥 흘러보냅니다. 그건 나의 본모습이 아니니까요.
동시에 다른사람에 대한 나의 의견은 그냥 그대로 인정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인간'에게 공평하자는거에 곰발님의 목소리가 큰 영향미치길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8:25   좋아요 0 | URL
그렇죠 ? KBS 리퀘스트 방송 볼 때마다 진짜 개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장애인은 착한 장애인이네. 그런데 불행해. 도와줘야지.... 만약에 성질 고약한 장애인이라면 안 도와줍니까 ? 새누리 정치 집단이 복지를 선별적으로 하자는 마인드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왕이면 성질 고약한 가난뱅이보다는 정말 착한 가난뱅이에게 적선하자는 거나 똑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공평함이지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 만든 호불호에 따라 대상을 선정하려는 짓이 매우 지독하게 나쁜 태도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곰곰손 2014-03-0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무슨 사회구조정치복지 문제 논하는데 착한사람 타령이야?
머리에서뇌가 빠졌나~ 기가차다못해 완전 막혀버리겠네진짜ㅡ

그나저나 니가 웬일로 이 타이밍에 찰스를 안까? ㅎㅎㅎㅎ
정말이지.. 이런 삼류 (정치)드라마가 없단 생각. ㅋㅋㅋㅋ
한국 정치판에서 살아 버틸라면 결단코 '쪽팔림'을 몰라야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나마 노 전대통령은 유일하게 양심있는 정치인이었음.

+ 글고 프로필 그림 수염 - 이건 순전 사기다!
무슨 수염이 그렇게 이순신장군처럼 용맹해! 실은 안그렇찮아너!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4 06:49   좋아요 0 | URL
원래 인생이란 복잡한 거시다.
글구 내가 왜 철수를 까냐. 이번 대통합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난 환영하는 입장이야. 선명한 적을 위해서는 지지하고 응원해야 한다.
그거시 정치의 비극 아니겠냐...

+
내 수염이 어때서 왜 항상 딴지를 걸고 지랄이냐 !
내 수염 원래 이래. 내가 뭐 나턀야 수염인 줄 아냐 ? 췟~~

밤하늘의별소리 2014-03-0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자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억울한 일을 당한 모든 '사람'이라는 말! 오늘도 제 인식의 한계를 깨는 글이네요 ㅠㅠ 읽으면서 무릎 탁, 치고 아!!하고 제 머리도 한 대 때렸어여..ㅠㅠ

완전히 동일한 선상의 논지는 아니겠지만, 제가 <드라큘라>를 좋아하는 이유는요, 드라큘라 소설이 백인 주인공들의 편지로 모아진 글이고 그 소설에서 드라큘라의 목소리는 우리가 들을 수 없어요. 그런데, 백인들이 자기들이 드라큘라에게 위협당하는 약자인척 하지만, 사실 드라큘라는 그들이 가진 이방인의 공포심/두려움에 의해 형상화된 괴물이거든요. 드라큘라는 피 빨아먹고 살지만 사실은 약자예요, 제 눈에는! 소설에서 <선>은 <백인>이고 <악>은 <드라큘라>지만, 오히려 <약자>는 <드라큘라 백작>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

덧붙여, 제가 어제 트위터 돌아다니다가 이택광이라는 문화평론가(?) 분의 글을 보았어요. 곰곰발님께서 강신주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라고 하지만 사실은 가장 자본주의를 잘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셨잖아요. 이택광은 "강신주는 상아탑이라는 좁은 대학 공간에서 벗어난(즉 제도권에서 벗어난) 학자로 활동하려고 한다. 대학이라는 제도 밖에 있는 사람은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 미디어는 사회의 모든 영역을 포섭하려는 자본주의의 영향 하에 있기 때문에, 제도권 밖에서 활동하는 학자를 상업화해낸다."라는 식의 평가를 하셨더라구요.

-0- 제가 너무 요약정리를 못하는 것 같네요..ㅠㅠ 중요한 건, 강신주가 대학이라는 제도권 밖에 나오는, 그냥 먹물로 남으려는 게 아니라 대중과 이야기 하려는 (성공했던 못했던간에)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상아탑이라는 제도권 밖은 완전히 자본주의,상업화 되어 있다는 것이겠지요.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자들은 상아탑이라는 제도권 내에 있을 수도, 그 제도를 벗어나 미디어를 통할 수도 없는 위치에 놓여있는 게 아닐까요...ㅠㅠ

라고 저는 이택광의 글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근데, 근데, 생각해보니 제도권과 미디어의 영향 밖에서 인문학과 사회 비판을 놓아버리지 않는 사람이 있긴 하네요.'학자'는 아니더라도 제가 인문학자보다 더 조아하는 곰발님!!! //>_
기승전곰발님칭찬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4 07:24   좋아요 0 | URL
반가운 댓글이군요. 제 카테고리에 보면 < 영화관 > 에 엑소시스트 리뷰가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드라큘라가 여자 혹은 성소수자 정도로 읽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남성가부장 사회의 약자'라 볼 수 있죠. 기득권이 자꾸 " 착한 사람 " 을 호명하는 이유는 착한 사람이 주류입장에서 보면 다스리기 좋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드라큘라는 원래 착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죽고 나서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죠. 기득권 주류 사회가 보기에 착하지 않은 드라쿨랴는 제거해야 될 대상이죠. 그래서 저는 사회적 약자가 주류 사회에 대해서 공격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제가 쓴 < 엑소시스트 > 에서 긁었습니다. ( 여기는 링크가 안 걸리더라고요..) 대충 요약 발췌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드라큘라’는 본질적으로 < 여성 >이다. 창백한 피부, 곱상한 외모, 가녀린 몸, 하늘거리는 실크 망토, 더군다나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드라큘라는 황새의 우아한 걸음을 닮았다. 니체의 입장에서 보면 드라큘라는 " 정직하지 않은 사람 " 이다. 니체는 말했다. "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직한 사람에게는 소리가 난다. " 그래서 나는 드라큘라를 검은 망토를 입은 여성이거나 여성이 되고 싶은 게이 정도’로 생각한다. 황당한 주장 같지만 그리 황당한 것도 아니다. 브람스토커 소설 < 드라큘라 >에서 실제 모델은 백작이 아니라 트란실바니아의 백작 부인 “엘리자베스 바토리“ 다. 이처럼 드라큘라 남작’을 드라큘라 부인’으로 치환하면, 부인이 왜 보름달이 뜨는 밤에 그토록 피’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월경으로 인해 유실된 피를 타인을 통해서 보충하고자 하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 누군가는 이 해석을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 드라큘라는 여자였다 > 라는 가설’은 오히려 상큼하다. 우선 드라큘라의 은신처인 관’을 보자. 관은 누가 보아도 여성 자궁’에 대한 은유이다. 어디 그뿐인가 ?드랴큘라가 흡혈하는 부위인 목/neck이라는 단어는 자궁/neck’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드라큘라를 영원히 제거할 수 있는 방식은 심장에 말뚝을 박거나 목을 베어버리는 것인데, 여기서의 말뚝박기’는 말 그대로 강간에 대한 은유’이다. 또한 목을 베는 행위는 자궁을 적출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결국 드라큘라의 신체 기관 중 자궁을 적출한다는 것은 여성의 생산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녀의 전염성은 강력하기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무시무시한 원초적 어머니’다. 이빨 달린 < 바기나 덴타타> 다. 그는 평소에는 매력있는 백작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어딘지 모르게 기괴하다. " 괴물 " 은 대부분 주류 사회의 편견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들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 공포와 숭배 " 가 혼합되어 있지만 사실 주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접촉 금지'다. 괴물은 불가촉천민'이다. 비주류인 불가촉천민들은 늘 복수를 꿈꾼다.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있을까 ? 괴물은 주류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낳은 사생아다.

 
절규신데렐라 1
눈미 유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눈미에게.  

 

 

 

안양 반지하, 사진이 흐려서 그렇지 자세히 보면 꽤 근사하다. 내 방 벽 왼쪽 상단에 걸린 자화상 액자 옆에 쓰여진 글'은 내 묘비명이다 : 언제나 머무는 이곳에 대해 타자이면서 그 스스로에 대해 타자인 자.

 

 

일본에서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눈미'는 내 친구'다. 그녀는 홀홀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만화가로 입성한 작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고, 쉽지 않은 성공이었다.  만화 제국인 일본에서 만화 잡지에 자신의 만화를 연재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피나는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아프리카 콩고 사람이 창을 배우겠다며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계룡 폭포 아래에서 3시간 23분짜리 춘향가 완창을 시도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내 친구는 성공했다. 사실 나는 하이틴 순정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몸속에는 어쩔 수 없는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나서 턱 밑에 수염에 자라고 크래커는 점점 딱딱하게 되니 말랑말랑한 하이틴 로맨스 만화'를 즐겨 보는 타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 만화에 대해 쏟은 애정은 칭찬을 하고도 모자랄 정도'다.

 

그녀의 그림 실력은 누가 봐도 인정을 해야 한다. 나는 그녀를 매우 우연한 기회에 만났다. 당시 나는 일본 여행 중이었다. 도쿄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서 지하철에 올랐다. 사람은 많지 않아서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존 버거의 < A가 X에게 > 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소설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소설이어서 나는 이 멀고 낯선 타지, 그것도 지하철 안에서 찔끔찔끔 울기 시작했다. < 눈물 > 이라는 단어와 같은 말은 < 가면 > 이었다. 앞은 있으나 뒤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뒤에 숨기지도 못한 채,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아가씨가 다가와서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공공 장소에서의 예절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일본이니 지하철 안에서 눈물을 보이면 실례인 것 같았다. 얼굴이 홧홧했다.

 

내가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려고 할 때 그녀가 말했다. " 책 제목 좀 알 수 있을까요 ? " 그녀는 한국말로 또렷하게 말했다. " 다 큰 사내가 책을 보고 우시길래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 나는 얼떨결에 책을 덮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 존 버거, < A가 X에게 > " 그녀가 낮게 따라 읽으며 내게 좋은 여행이 되라며 웃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더니 작은 수첩을 꺼내서 메모를 했다. 그녀는 꽃무늬 집시 치마에 캔버스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상의는 흰색 라운드티에 연두색 가디건이었다. 챙 넓은 갈색 스웨이드 모자와 잘 어울렸다. 인연이란 알 수 없다. 그녀를 다시 만나 이렇게 친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깐 말이다. 그녀를 다시 만난 곳인 알라딘 서재'였다. [ A가 X에게 ]를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이 작품에 대한 서평이 궁금해서 올라온 서평들을 읽다가 눈에 띄는 서평을 발견했다. 다음과 같다.

 

" 한 남자가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으며 훌쩍이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다가 울고 있는 남자라니 ! 문득 그 남자가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책일까 ? 궁금증이 궁금증을 낳았다. 무례를 무릎 쓰고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톡톡 쳤다. 그가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는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존 버거의 [ A가 X에게 ] 였다. ( ..... 중략 ) 아,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는 내 이상형은 아니다. 일본 지하철 안에서 한국어로 쓰여진 책을 읽으며 울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호기심이 생길 테니깐 말이다. 그런 인연으로 인해 이 책을 읽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물은 가면과 같아서 뒤가 없는 것. 그래서 눈물은 항상 앞을 가린다 ....." 

 - 2009.08.22 ***** 의 ** 한 서재

 

아, 이 글을 읽었을 때 나는 심장이 뛰었다. 사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 눈물이 앞을 가린다 " 라는 말도 그녀가 쓴 이 리뷰에서 따왔다. 자주 쓰다 보니 입말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내가 이상형이 아니라고 했으나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나는 그녀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 무릎  쓰고 " 가 아니라 " 무릅쓰고 " 입니다, 라고 시작하는 글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5년째 다정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사람 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녀는 일본 만화 잡지에 고정적으로 연재를 하는 만화가'였다. 그녀가 그린 < 절규 신데렐라 > 가 한국어판으로 정식 출간되었을 때 나는 무척 기뻤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물은 가면과 같아서 뒤가 없으니 말이다. 그것을 계기로 우리는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연락이 두절되었다.

 

답답한 나는 그녀의 만화책을 출간한 출판사를 통해서 일본에 있는 가족과 연결이 되었다. 동생이라는 분이 차분하게 말했다. " 언니요 ? 언니는...  10년 전 도쿄 지하철 전복 사고로 목숨을 잃었어요. 참 곱고 예쁜 언니였는데 말이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자주 그 지하철에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챙 넓은 갈색 스웨이드 모자에, 연두색 가디건 그리고 꽃무늬 집시 치마를 입고 있지 않았던가요 ? 사고 당시 언니가 입고 있던 옷차림이에요. 여보세요 ?! 듣고 계시나요 ? 귀신은 여러 종류가 있어요. 원한령 색정령 종교령 부유령 지박령 몽마 상사귀 조상령이 있는데 언니는 지박령에 해당되죠. 죽은 자리를 계속 맴돕니다. " 덜덜 떨렸다. 그렇다면 나는 유령과 대화를 하고 웃고 울었단 말인가. 그때 전화기 너머 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 곰곰발 ! 이 빙딱아, 나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친구란 놈이 내 목소리도 못 알아보냐 ? " 나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른 채 잠시 침묵에 빠졌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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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미와 친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뻥이다. 누가 [ A가 X에게 ] 란 서평을 썼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흉내를 내보았다. http://blog.aladin.co.kr/733731194/6665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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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3-0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이틴 순정 로맨스 아주 좋아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09:11   좋아요 0 | URL
우현 님이야 워낙 이쪽 취향이시니.. ㅋㅋㅋㅋㅋㅋ.

승우 2014-03-0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크 따라 가밨는데, 리뷰가 이렇게 쓰일수두 있군요.

전에 아파트 글에서도 속고 뭐드라 그똘망한 꼬맹이 이야기에도 속고
그라고 아 또 속았음...

<가면>은 제가 그려바두 되나욥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18:34   좋아요 0 | URL
기대됩니다. 승우 님의 그림은 또 어떻게 마술을 부릴 지....
승우님 회화 작품은 아주 묘한 맛이 있습니다.
제목은 가면이 되나요 ?

3시 2014-03-02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뻥이라말안해줘도뻥인줄눈치까고있슴 까르르르르르르~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07:40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뻥이라고 말하지만 전 마술적리얼리즘'이락 부릅니다.

2014-03-02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3 0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3-03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미찌 어디서 무얼하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1:13   좋아요 0 | URL
어디서 아사히 맥주 마시고 있지 않겠습니까..

푸르푸르 2014-03-0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뻥을 좀 뻥답게 치지 너무 뻥같아 뻥같지가 않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2:29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 ㅎㅎㅎㅎㅎ 서서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어요. 내 수작이 다 들통난 것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0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정(?) 뻥쟁이로 인정!!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5:0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팔 할이 뻥인 블로그입니ㅏ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무엇일까 ? 핸드폰 ?!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요즘은 코흘리개도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니깐. 유니클로 29,900원짜리 티셔츠, 박카스, 새우깡 따위도 포함되리라. 또 누군가는 센스 있게 " 정의 " 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정의를 팔아서 이득을 취하는 자, 양심을 팔아서 이득을 취하는 자, 예수를 팔아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도 많으니 이것들도 잘 팔리는 효자 종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 섹스 " 와 " 공포 " 이미지를 덧씌워서 파생되는 상품에 비하면 나머지는 꾀죄죄한 상품에 속한다. 상품 이미지를 섹스 이미지로 덧씌워서 파는 파생 상품'은 대충 느낌이 오기에 이 자리를 빌려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간단하게 요약하자. 성매매 산업은 기본이고 꼼꼼하게 들어가자면 코카콜라 병이 여성의 S라인을 표방한 것도 포함될 것이다.

 

섹시함을 강조하는 연예 산업도 넓은 의미에서의 섹스 파생 상품이다. 이처럼 섹스 상품은 분명하기 때문에 쉽게 수긍하지만 공포를 사고 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봐, 공포를 누가 사 !!! " 하지만 공포 파생 상품만큼 광범위하게 팔리는 제품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 공포 " 다. 대한민국은 공포 사회'다. 일단 쉽게 시작하자. 공포 영화'를 돈 주고 관람했다고 했을 때 관람객은 돈을 주고 2시간 동안 " 공포 " 를 샀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당신은 공포가 어떻게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는가를 보고 있다. 그 다음은 ?! 이 글을 읽자마자 상품 구매 시 모든 영수증을 꼼꼼하게 챙기는 꼼꼼 씨'는 한 달치' 영수증을 검토하며 자신이 공포 파생 상품을 구매한 증거를 확인하지만 공포 파생 상품을 산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뭐야 ?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게 공포 상품이라고 하더니 하나도 없잖아 ? 내가 이번 달에 구매한 것이라고는 유기농 야채, 토익 수강비, 대학 등록금 대출 비용 상환액, 헬스 3개월 이용료, 방범창 설치, 3개월치 보약 구입비뿐이네. 곰곰발 이 새끼, 설레발치기는...  인생 팔 할이 뻥인 색휘 !!! " 이라고 꼼꼼 씨는 투덜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꼼꼼 씨는 공포 상품을 사는 데 모든 돈을 투자했다. 사교육으로 거대한 돈을 갈취하는 교육 마피아'는 사람들에게 스펙'이 좋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유포한다. 이 교육 마피아들이 하는 소리'에 사람들은 스펙이 부실하면 자신의 미래가 불안정하게 된다는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연탄불 피워 놓고 자살을 선택하는 수많은 루저를 보며 그들은 스펙만이 살 길이라고 다짐한다.

 

이 불안 공포는 결국 토익 학원에 가서 수강비를 내도록 유도한다. 마치 연가시가 꼽등이를 지배해서 냇가로 끌고 가듯이 말이다. 교육 마피아는 공포를 팔았고 소비자는 돈을 지불한 것이다. 대학등록금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새누리당을 지배하는 무리는 법조계 출신이거나 교육 재벌 출신들이 많다. 상아탑 커낵션은 이런 식으로 여의도를 장악해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놈은 살아남지 못하도록 제도를 꼼꼼하게 챙긴다. 여기에 건강 산업 마피아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건강 염려증에 걸리도록 언론을 통해 강박적으로 공포를 유포한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어느새 대한민국 토크쇼의 절반을 차지해서는 특정 병에 대한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유포한다. " 췌장암에 걸리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을 얻게 됩니다. 예방이 최선입니다. 종합영양제 꼬박꼬박 드시고요. 유기농 야채를 즐겨 드십시요. 농약 속 중금속이 당신의 불알을 갉아먹을 겁니다.

 

쇠망치로 당신 불알을 내리친다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하죠 ? 운동하시면서 아침에는 가시오가피 3리터를, 저녁에는 오시오가피 3리터를 3회 복용하세요.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답니다. " 꼼꼼 씨가 구매한 유기농 야채, 종합영양제, 헬스클럽 이용료, 방범창 설치 비용'도 이와 같은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이다. 아마 전세계를 통틀어서 티븨 오락프로에 이렇게 많은 흰 가운 의사 선상님들이 출연하여 종횡무진 활약하시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그들은 이제 시월드까지 진출해서 잡다한 고민까지 해결한다. 마치 자신이 솔로몬 왕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그들이 활약할 수록 건강 상품은 잘 팔린다. 당신이 사는 것은 유기농 야채에 종합영양제 그리고 동의보감에서 소개하는 그 지랄같은 보양식이지만 사실은 건강 상품 마피아들이 유포하는 공포에 겁을 먹어서 산 제품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빨갱이 산업은 대한민국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국가는 북 도발 카드를 남발한다. 반지하 십오 촉 알전구 밑에서 사는 불만 세력'에게 입에 자물쇠를 채우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시위가 조금 거칠다 싶으면 정치 세력이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정치 마피아들은 빨갱이 공포를 국민에서 팔아서 자리'를 지킨다. 백성은 쫄아서 점점 보수주의자가 되어 방구석에 쳐박혀서 일일 드마마 속 가족애'를 보며 흐느껴운다. 이 험한 세상에 믿을 놈은 가족 밖에 없다 ! 이 선언은 결국 가족 이기주의로 변질된다.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은 공포를 팔고 그 공포를 소비한다. 대한민국은 공포 사회'다. 세 모녀가 앞날이 캄캄해서 방에 연탄불을 피워 놓고 자살을 선택했다. 낙상 사고로 노모가 돈을 벌지 못하자 살 길이 막막하여 선택한 결정이다. 유서 대신 밀린 월세와 공과금 70만 원을 담은 봉투를 남기고 말이다.

 

이럴 때마다 나는 종종 신경숙 작가에게 묻고 싶다. 엄마만 있으면 행복하냐고 말이다. 핏줄만 찾으면 견딜 수 있느냐고 말이다. 공포에서 파생된 핏줄에 대한 애착은 어느 정도 선까지는 " 케어 " 가 가능하겠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 된다. 자살을 선택한 세 모녀에게 왜 어리석은 행동을 했냐고 꾸짖는 말은 마치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주민에게 비만은 건강에 해롭다고 말해주는 친절한 근심을 닮았다. 이 비참에 대해서 우리는 모두 슬퍼하며 술 한 잔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보다 더 악랄하게 살아야지. 나도 저 꼴이 될지 몰라. 이웃의 비참 앞에서 연민과 함께 공포를 느낀다. 어쩌면 당신은 당장 집에 가서 아내와 함께 아들 교육에 대해 의논할지도 모른다. " 여보, 내일부터 상민이 원어민 학원에 보냅시다. 우리가 조금 더 힘들어도 상민이가 희망 아니우.... "

 

공포는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넘어지면 죽어야 하는 사회, 정치가들이 뻔뻔하게 복지를 구걸 행위라고 서슴치 않고 말해도 당당하게 뽑히는 사회, 김연아의 은메달에 분노하며 청원 운동에 동참하면서도 정작 이웃의 죽음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사회, 그 비참을 보면서 공포를 느껴야 하는 사회, 대한민국 참... 좆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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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인 2014-03-0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포 영화의 공포는 근거가 없는 가짜 대상을 향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생활의 공포는 실체가 분명하며 사실이라는 것이 진짜 무서운 일이겠죠. 주수입원이 제대로 돈을 못 벌거나 병들거나 죽어버리면 진짜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끝장날 확률이 상당히 높은 나라. 이게 사실이란 걸 대부분 다 알아요. 그러니 미친 사람들처럼 헐떡이며 살아가는 거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6:01   좋아요 0 | URL
그렇죠. 공포 영화를 보는 이유는 스크린이 일종의 안전 철조망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에 가능합니다. 스크린과 관객인 나 사이에는 안전거리가 형성되거든요. 그런데 현실은 우리가 영화관에서 공포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공포스럽게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사회적 케어, 안전망은 없으니깐 말이죠. 1미터 앞에 멧돼지가 있는 거죠. 맷되지가 비록 드랴큘라나 프레드 크루거보다 귀엽게 생겼다고 해도 울타리가 없으면 그 괴물들보다 100배는 무섭다. 전 옛날에 산에서 거품 문 귀엽게 생긴 조그마한 미친 개를 본 적 있는데 정말 오줌을 쌀 정도로 무섭더군요. 지금 한국 사회는 이 안전망이 없어요. 신경숙이란 작가는 엄마만있으면 된다고 징정거려서 떼돈을 벌죠. 묻고 싶습니다. 신경숙에게 저 세 모녀는 엄마가 있어서 행복했냐고 말이죠. 아, 열받네.. 시바.. 오늘 저녁에 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비로그인 2014-03-0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의 주체와 대상이 점점 같아진다는 점에서 이상의 오감도가 생각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05:43   좋아요 0 | URL
다음 주 토요일 시간 됩니다. 약속 제안하셨으니 장소 섭외하시구랴.
둘이 만나기는 그렇고 좀 몇몇 찌끄러기들 모시고 갑시다.

수다맨 2014-03-02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섹스와 공포, 한가지 덧붙인다면 '반자본주의'도 일종의 상품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세 모녀가 남긴 유서를 보면서, 저것을 마냥 착하게만, 온정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모녀는 저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반복해 쓰면서 단순히 미안함 뿐만이 아니라 통한의 분노와 공포를 느꼈을 거라 봅니다. 때문에 저 모녀의 선한 마음을 칭송하기 보다(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죽다니), 저 글의 이면에 깔려 있을 복잡한 정서들을(나는 지금 죄송하다 말하고 있지만 실은 이 세상을 더없이 경멸하고 증오하고 있다) 잡아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연민의 정서를 분노의 연대로 만드는 작업을, 모두가 해야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05:42   좋아요 0 | URL
답답한 현실입니다. < 복지 > 를 < 구걸 > 이라고 인식하는 사회가 큰 문제인거죠. 그리고 그것을 시혜하듯 하사하듯 깨작깨작 거리는 것도 그렇습니다. 제가 마음이 아픈 이유는 세 사람이 모두 죽음에 대해 저항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그만큼 비참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ㅇㅇㅇㅇㅇ 2014-03-02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rothfleh rkwlrkwl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05:38   좋아요 0 | URL
너의 글을 그대로 한글 자판으로 번역해 보마.

" 개소리도 가지가지 "

이런 시부럴.... 좆을 개불 씹듯 씹어먹을 새끼. 사내새끼가 겨우 이 욕하기가 무서워서 영타로 깨작깨작 남기고 가냐 ? 내 뭐라 안 할 터이니 더 강한 거 한글로 남기고 가라. 욕하고 싶은데 참으면 병 된다.
내 걱정 말고 시원하게 까고 가라.. 너의죄를 사한다.

만화애니비평 2014-03-03 08:17   좋아요 0 | URL
이런 인간들 제법 있네. 반디에서 이상한 소릴 영어로 지꺼리는 인간이 있드만, 왜 그래 살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1:13   좋아요 0 | URL
병신 새끼 쫄아서 익명으로도 제대로 욕을 못하다니.. 쯔쯔즈....

밤하늘의별소리 2014-03-0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그문트 바우만이 현대 사회는 '시민들을 사회적 지위의 하락이라는 공포로부터 책임지고 보호해주겠다는 맹세'에서 벗어나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개인이라는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겠다'는 국가적 약속으로 변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소아성애자, 연쇄살인범, 테러리스트 같이 '무서운 사람들'도 너무 많아진거죠. 사람들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실존적 불안과 공포를 생각할 수 없도록, 이웃을 두려워하게 만들어버린 것같아요.

곰곰발님처럼 현대 사회의 공포를 똑바로 직시하고 그걸 말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소설도, 철학도 해결책 말해주는 것을 마구 비판할 순 없지만, 어떨때보면 참 도덕수업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_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11:52   좋아요 0 | URL
좋은 지적이십니다. 바우만의 지적은 곧 < 국민의 품격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 > 에서 < 범죄로부터의 치안을 지켜주겠다는 방식 > 으로 바뀐 겁니다. 곧 전자는 품격에 방점을 찍는 것이고 후자는 치안'에 방점을 찍죠. 대한민국이 전형적인 치안국가'인데 얼핏 들으면 좋은 사회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으나 가만 보면 공산국가도 치안 중심 국가죠. 치안을 중시하면 결국 공권력의 힘이 커져야 하고, 공권력이 커져야 하면 경찰의 힘이 커져야 합니다. 치안이 자니치면 공포정치가 됩니다. 제가 시간날때마다 신경숙이나 수상한 그녀 같은 영화를 까는 이유는 이게 가족주의로 흐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가족주의'란 결국 우리 가족은 손 안 벌리고 내 새낀 내가 간수하겠다 이 정신이거든요. 그래서 악착과 억척이 작동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세 모녀를 죽인 원인은 저는 돈이 없어서 오는 절망 때문이 아니라 복지를 구걸이라고 말했던 정치가들과 그 정치가를 뽑은 유권자'입니다. 스웨덴이나 그런 나라였다면 기관에 가서 복지 구제 요청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세 모녀가 죽음을 선택할지언정 기관에 손을 내밀지 않은 이유는 그 행동이 구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복지에 따른 구제 요청은 구걸이 절대 아닙니다. 그만큼 우리는 돈을 냈어요.

돈이 없어서 복지를 못한다. 웃기는 소리입니다. 독일은 지금 우리보다 1/5수준일 때부터 각종 복지 시스템이 돌아갔습니다. 제가 보기엔 세 모녀는 가족주의의 피해자'입니다. 가족의 문제는 가족이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한 거죠. 엄마가 최고야 라거나 내 자식이 제일 좋아가 만든 비극입니다. 신경숙 따위의 신파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삐라 같은 거라는 걸 신경숙은 알아야 해요. 엄마만 있으면 행복하다면, 엄마가 있어서 세 모녀는 비극을 맞았을까요 ?

samadhi(眞我) 2014-03-0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에 공감하며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신경숙 소설은 언젠가 한 권 읽고 다시는 읽고 싶지 않았지요. 공지영 소설도 한 권 읽고 있는대로 성질을 내며 다신 읽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노르웨이의 숲을 좋아했는데 1Q84 2권까지 읽다가 낚인 기분에 불쾌해서 그 뒤로 읽지 않게 됐어요. 어쩔 수 없어요. 편독할 수밖에. 안 읽히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5:02   좋아요 0 | URL
취향이 저랑 비슷하시군요 ? ㅎㅎㅎ 또 모르죠. 하루키가 좋아질 지...
저도 한두 권 읽고 아휴 내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키가 노벨상 후보라는 사실은 이해불가능합니다.

samadhi(眞我) 2014-03-03 15:52   좋아요 0 | URL
조정래 소설같은 거 노벨상 받았으면 좋겠지만 그 맛깔스런 사투리를 어찌 영어로 바꾸겠어요. 하루키의 지나친 대중성(?)을 인정하나봐요. 노벨상이라는 게 기준이 좀 그렇더라구요. 특히 문학상은 몹시...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3 17:01   좋아요 0 | URL
사투리... ㅋㅋㅋㅋ 정말 이걸 번역하기에는 힘으 들겁니다. 거시기'를 도대체 뭘로 표현하겠습니까. 불가능함니다....
 
조이랜드
스티븐 킹 지음, 나동하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 조이랜드 > 를 두 번 읽고 두 번째 리뷰를 올리다.

 

 

 

유치원 교사가 학부모를 초청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치원 교사가 < 봄-여름-가을-겨울 > 에 대한 개념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봄이 지나면 오는 게 뭐죠 ? " 아이들은 일제히 " 여름이요 ! " 라고 외친다. 여름이 지나면 ? 가을'이요 ! 가을이 지나면 ? 아이들이 겨울'이라고 합창을 한다. 그런데 유독 한 아이'만 시무룩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의 엄마도 덩달아 시무룩하다. 눈치 빠른 선생이 그 아이에게 묻는다. " 애린아, 겨울이 지나면 ? "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 고드름이 녹아요. " 정확한 기억의 복기'는 아니지만 내 이웃이 학부모 참관 수업 때 겪었던 에피소드'였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그 아이는 겨울이 지나면 녹아서 사라져버릴 고드름을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한글 받아쓰기 수업 때 교사가 " 동그라미 " 를 쓰라고 명령했다.

 

유치원에서 선행학습을 거쳐 올라온 아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뽐내기 위해서 열심히 받아썼다. 물론 한 아이만 빼고 말이다. 그 아이는 < 동그라미 > 이라는 문자 대신 < ○ > 를 그렸다. 교사는 고민에 빠졌다. 만약에 당신이 빨간펜 선생님이라면 두 아이가 한 말'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 정답인가, 오답인가. 아래 댓글창에 메모를 남겨달라. < 어른 > 입장에서 보면 " 고드름 " 과 " 동그라미 " 는 정답이 아니다, 어리석은 대답일 뿐이다. 겨울 다음에는 봄'이 와야 하고 동,그,라,미'라고 받아써야 한다. 그게 어른이 정한 게임의 법칙'이니깐 말이다. 무조건 점수 포인트가 올라가는 게 정답이다. < 어린이 > 는 원래 " 어리석은 이 " 라는 뜻이었는데 현재에 와서는 < 愚 : 어리석을 우 > 에서 < 幼 : 어릴 유 > 로 뜻이 변화하였다. 우리가 흔히 " 어리석은 사람/무식한 사람 " 을 표현할 때 강조하는 감각은 시각'이다.

 

어리석은 사람에 속하는 무리는 대부분 한치 앞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문맹文盲이거나 까막눈'이다. 그러므로 < 어린이 > 라는 말 속에는 < 愚 > , < 幼 > 와 함께 < 盲 > 의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다. < 盲 : 눈 멀 맹 > 은 눈(目: 눈 목)을 잃어버린 자(亡 : 잃을 망)이다. 종합하면 어른은 어린이'보다 많은 것을 보는 존재이고, 어린이는 어른보다 적은 것을 보는 존재'가 된다. 동의합니까 ?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훈육을 통해 길들여졌기에 어린이 또한 훈육해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 NO ! " 라고 대답한다. 스티븐 킹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어른이 보지 못한 것을 보거나 너무 많은 것을 본다. 아이들은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처럼 유령이 보인다고 말한다. 인간 타자기'를 넘어 인간 복사기에 가까운 총알 타자수 스티븐 킹의 최신작 < 조이랜드 > 에서 다루는

 

주제는 " 어른의 문맹과 어린이의 심안 " 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대부분 맹盲'에 가깝다. 반면 근육위축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열 살배기 마이클 로스'는 심안'을 가진 영매'다. 아이는 너무 많은 것을 본다. 엄마인 애니는 아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난 항상 마이크가 너무 걱정스러워요. 아이는 너무 많은 것을 보는데 그 수많은 것들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니까 (267쪽) " < 조이랜드 > 는 60대에 접어든 < 나 > 가 21살 때에 조이랜드'라는 놀이공원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회상 형식으로 회고하는 후일담'인데 매 단락마다 < 나 > 는 " 그땐 그랬어야 했다는 걸 몰랐 " 고 " 그때 그게 마지막이 될 줄 꿈에도 몰랐 " 으며 " 결국엔 그게 착각이었음을 나중에서야 " 알게 되었다고 후회한다. 후일담'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코드 진행이기는 하지만

 

스티븐 킹은 감성적 소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다. 화자인 " 나 " 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은 볼 수 있었으나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화자인 나의 후회는 본질적으로 盲에서 오는 무지다. 그는 꿰뚫어 보는 눈(目)을 잃어버린 (亡) 주체'다. 반면 마이크는 마음을 꿰뚫는(心) 눈을 소유한(眼) 아이'이다. 盲과 眼은 연쇄살인범을 잡을 때에도 적용된다. 화자인 < 나 > 를 비롯한 경찰과 주변 사람들은 범인의 손에 새겨진 새 문신'만 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신이 아니라 ○○○ 이었다. 부분에 집중하면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블라인드 스팟'이다. 맹점*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달을 보는 게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끝을 보고 있다. < 조이랜드 > 는 7,80년대 전성기 이후 주춤했던 킹의 21세기 후기 작품 가운데 최고 걸작'이다.

* 마이크의 할아버지'는 세속화된 상업 대형 교회의 목사'다. 그는 혹세무민으로 신도를 미혹한다. 그는 맹신자들의 교주다. 그는 손가락으로 천국을 가리키고, 맹신자들은 손가락 끝만 쳐다본다. 한국 성장 소설과는 달리 아이의 죽음을 계기로 가족은 봉합되지 않는다. 아버지와 딸은 끝끝내 화해하지 않는다.

 

달달한 사랑 이야기와 칼칼한 살인 이야기'를 성장 소설로 풀어내는 솜씨는 킹이 왜 킹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레이몬드 챈들러이거나, 대쉬 해밀이거나, 제임스 엘로이 가운데 한 명이 아닐까 싶다.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무조건 < 총 > 을 등장시키라고 말이다. 그래야지 무거워진 눈꺼풀 때문에 책을 덮으려다가 소설 속 총소리에 놀라 다시 책을 읽게 된다고, 비록 총이 느닷없이 등장해서 스텝이 꼬여도 어쩔 수 없다고 ! 하지만 스티븐 킹은 < 총 > 을 등장시키지 않아도 독자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그는 한 단락이 끝나는 마지막 문장에 총잡이 대신 궁금증을 자아내는 문장을 선보인다. 예를 들면 " 조이랜드는 평화로웠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 이런 식이다.

 

그것은 마치 헨델과 그레텔이 떨어뜨리고 간 빵 조각'과 비슷해서 궁금한 독자들은 킹이 흘리고 간 빵 조각을 야금야금 주워 먹게 된다. 뒤돌아보면 꽤 먼 길이지만 결정적 단서라고는 아직 공개도 하지 않는다. 독자는 순간 배신감에 치를 떨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가재미 눈이 되어 책을 덮으려는 순간 느닷없이 킹이 날린 펀치에 토끼 눈이 되고는 한다. 그리고는 새벽에 오면 부엉이 눈이 되기 일쑤다. 킹은 독자를 가재미 눈에서 토끼 눈으로, 토끼 눈에서 부엉이 눈으로 만드는 조절 능력이 탁월한 작가'이다. 소설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한 번 읽고 나면 다시는 읽지 않은 소설과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읽게 되는 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고전이 최소한 두 번 이상 읽어야 할 소설 목록'이라는 측면에서 이 소설은 훌륭하다. 두 번째 읽고 나서 다시 두 번째 < 조이랜드 > 리뷰를 쓴다.

 

다시 읽었더니 놓친 부분이 많다. 암시와 복선을 찾아내는 깨알 같은 재미가 상당하다. 오, 오오 ! 킹이여, 가는 길에 영광있으라 ! 당신 때문에 산다.

 

 

 

 


 

 

 킹 리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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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7416 : 쇼생크 탈출 2 :     야구와 멜로는 엇갈림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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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aladin.co.kr/749915104/6825800 : 킹의 B무비

 

 

 

 

 

 

 

 

 

 

 

 

 

 

 

 

 

 

 

 

 

 

 

 

 

 

 

 

 

 

 

 

 

 

 

 

 

첨언 ㅣ

곰곰 생각하니 첫 번째 에피소드는 겨울이 지나면 고드름이 녹아요, 가 아니라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되나요 ? 라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어른이 듣고 싶은 대답은 " 눈이 녹으면 물이 돼요 ! " 인데, 아이는 " 봄이 와요. " 라고 했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여튼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시선이 참 아름답다. 그래, 겨울이 지나면 고드름이 사라지고, 눈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게 아니라 봄이 온단다. 아, 이제 곧 꽃샘잎샘하는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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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시는손 2014-03-0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눈 오는날 눈길 걸으며 4살짜리 조카에게
"눈이 녹으면 뭐가 되는줄 알아?" 물었는데,
전, 물이 된다, 내지는 비가 된다..뭐 이런 답을 예상했거든요.
그랬더니 얘는 반대로 "눈이 녹으면 봄이 돼" 이러며 싱긋 웃었어요ㅎㅎ
그리고 덧붙여서

"..그리고 봄이면 할미가 와! " 이러면서 막 폴짝폴짝 뜀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1:19   좋아요 0 | URL
음 이 에피소드가 정확히 생각이 안 난다.
아, 맞다 !!! 시바 !!!! 겨울이 지나면 고드름이 녹는게 아니라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 라는 에피소드 였지. 근데 왜 존댓말이냐 ?
너 눈미 아니냐 ?

아닌데... 고드름이라고 말한 거 같은데.. 아닌가... 요즘 뒤죽박죽이야.

곰곰생각하시는손 2014-03-01 11: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제부터 니한테 삐친거 있으면 존댓말 쓰기로 했어요.

눈인들 고드름인들 뭔들 어때여~
어차피 니가 하는 말씀 8할은 다 뻥이잖아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1:48   좋아요 0 | URL
왜 또 삐쳐서 그러냐.
화 풀어, 그래야 수요일이 오니깐. ㅋㅋㅋㅋ

곰곰손 2014-03-01 11:5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흑흑흑.. 화 풀어야 수요일이 온다니..

그런 아저씨들 중년 개그를.. ㅠ_ㅠ(눈물)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2:14   좋아요 0 | URL
수 다음에는 목단이야.

월계하계 수수목단 금단 초단 공주마마 납시지....

곰곰생각하시는손 2014-03-01 12:2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곰곰발 아저씨 따분한 소리만 하니깐 저 그만 나갈래여~


+ 아시발 좆가튼 갤럭시 안쓸라고 해약하러 휴대폰 가게 왔는데
어느새 내가 쓰던 회사 CF모델이 "원디렉션"으로 바꼈네?
아놔ㅡ 귀요미들 상큼한 얼굴 사진 보니.. 맘이 또 흔들리네..
아미치겠다 귀요미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2:28   좋아요 0 | URL
너는 애가 아주 욕을 입에 달고 사는구나.
앞으로는 욕 대신 목욕을 하도록...
아니면 도가니 수육도 좋아..

rtour 2014-03-0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작가의 인생관이 드러나는 소설이란 생각은 했지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2:27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드시는 확실히 뭔가가 달라졌어요. 1122에서도 감지했지만 이젠 좀 소프트했졌다고나 할까요. ㅎㅎㅎ
전 킹의 소설 중 전통 공포 소설보다는 쇼생크, 스탠바이, 잇 그런 것처럼 뭔가 성장코드를 함께 넣은 소설이 좋더라고요.

rtour 2014-03-0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 꽤 관조적인 인생관이지요, 좋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2:51   좋아요 0 | URL
아, 이 양반은 정말 뭔가 다크한데 핑크-스럽기도 합니다. 독특한 경지예요.

수다맨 2014-03-0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성장소설들은 사실 패턴이 비슷비슷하죠. 배경이 어땠건 간에 순수(순진?)→고난→성숙이라는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패턴을 바꾸려고 끌어들이는 방식이 김애란처럼 일종의 조로인데, 대부분 어설픈 조로가 되기 십상이죠. 진짜 조로라면 거기에 유머의 과잉이나, 동화적 색채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른 이상의 예리함과 깊이를 보여줘야죠 ㅎㅎ
곰곰발님께서 강추하시니 이 책을 꼭 읽어봐야갰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3:37   좋아요 0 | URL
개인적 취향이 깊게 담긴 추천입니다. 이 양반이 정말 정교하게 글을 씁니다.
제가 항상 글빨이라며 약간 희화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글빨이 아니라 탁월한 문장력이죠.
이것저것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힘은 킹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에요.
소설 공부하시는 분들인 오 소설을 뜯어보면 답이 보일 겁니다.

두리두리 2014-03-0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50페이지쯤 읽다가 덮었어요. 전 도저히 못 읽겠네요T.T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1 15:45   좋아요 0 | URL
280페이지부터 쭉쭉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