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 표정이란 결핍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 전설의 고향에서 처녀 귀신 분장을 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처녀귀신이 수염이 났다고 항의해서 제작진은 곤혹을 치뤘다

 

 

 

노량진 역'이었다. 연인 사이로 보이는 남녀가 지하철을 탔다. 앉을 자리'는 있었으나, 아.... 神은 이들 연인을 시샘하는지라 빈 자리는 서로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각자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서로 마주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내 옆에는 여자가 앉았고 맞은편 자리에 남자가 앉았다. 이 이별 앞에 나는 주책없이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물은 가면과 같아서 뒤가 없으니 말이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나도 달달한 연애를 해봐서 안다. 웃고 있어도 아아, 눈물이 나고, 보고 있어도 아아, 보고 싶은 시절이다. 그때였다. 맞은편 남자가 손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내 옆에 있던 여자도 손동작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그것은 손으로 만든 메시지가 아니라 정확히는 수화'였다.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하다가 그들은 본격적으로 수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농아'였다. 조용하지만 매우 수다스러운, 그들만의 대화가 이어졌다. 물론 그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는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조용하지만 꽤나 수다스러운 묵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순간 나는 맞은편 남자가 하는 수화를 어느 정도 알아듣게 되었다.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 수화도 배웠수 ? " 물론 배운 적 없다. " 그럼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요 ? " 그럴 리는 없다. 수화를 배운 적도 없고, 타인의 마음을 읽는 심안 능력도 없지만 어렴풋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얼굴 표정 때문이었다. 남자는 수화를 할 때 손동작에만 신경을 쓰는 게 아니었다. 손동작 못지 않게 자주 쓰는 근육은 얼굴이었다. 표정은 무척 다양했다. 아, 하는 표정. 우, 하는 표정. 어, 하는 표정. 와, 하는 표정. 아아, 하는 표정. 우우, 하는 표정. 우와, 와우, 와와, 에에, 에계계, 하는 표정을 선보였다.

 

그 사람 얼굴 표정을 읽으니 대충 손동작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자막 없이 외화를 보는 방법과 유사했다. 놀라지 마시라. 나는 영어 깜깜이'에 해당되지만 헐리우드 영화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다. 묵음으로 처리하고 보아도 대충 알아듣는다. 원리는 간단하다.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법을 숙지한 상태에서 배우의 표정을 읽으면 된다. 오랫동안 필름을 다루다 보니 헐리우드 영화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 하는 표정에는 항상 특정한 대사'가 사용되었고 어, 하는 표정에도 특정한 대사가 사용되었다. 표정을 읽으면 언어를 몰라도 대사가 보인다. 이런 식으로 훈련을 하다 보면 일본 영화, 스페인 영화 심지어는 콩고, 과테말라, 푸에리토푸리코, 아주리쌍쌍국 영화도 자막 없이 볼 수 있다. 수화도 마찬가지였다.

 

애린아, 네 옆에 앉은 남자 웃기게 생겼다. 오빠, 내 옆에 앉은 사람 우리 대화를 알아듣는 거 같아. 에이, 설마 ! 수화를 알겠어 ? 아니야, 오빠. 표정 봐봐. 어머머머 ! 지금 웃고 있잖아. 어떻게 ! 알아듣는 거 같아. 글쎄, 저 사람(곰곰발) 그냥 바보 같아. 음...  내 말을 알아듣나 ? 갑자기 얼굴이 누르락붉으락하네 ?!

 

수화를 하는 사람을 보면 표정이 매우 다양하다. 아마도 수화가 비언어'이다보니 몸짓 언어'를 강조하게 되어 다양한 표정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 비언어 가운데 가장 강력한 표현 수단이 바로 표정이니깐 말이다. 결국 수화란 손동작과 함께 얼굴 표정을 사용하는 비언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얼굴에 털이 없는 짐승'이다. 털 있는 짐승들은 꼬리와 몸짓으로 감정을 표시하지만 인간은 꼬리가 없기 때문에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표시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짐승에 비해 인간의 얼굴은 근육이 많다. 근육하면 흔히 이두박근, 삼두박근, 괄약근만 생각하는데 사실 얼굴에는 22가지의 근육이 존재한다.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전두근, 비근근, 안륜근, 상순거근, 소관골근, 대관골근, 소근, 구각하체근, 이근, 하순하체근, 구륜근, 협근, 교근......  바로 이러한 근육들이 섬세한 표정을 만드는 것이다.

 

달리기 선수는 허벅지가 발달하고, 목수는 팔 근육이 발달한다면, 소매치기는 손 근육이 발달한 사람이다. 그리고 배우는 얼굴 근육이 발달한 직업군이라 할 수 있다. 22가지 근육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된다. 그 또한 근육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노동자'이다. 그렇다면 얼굴에 보톡스 주사를 맞고 연기를 하는 배우는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까 ?  보톡스는 말 그대로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인데,  자발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하고 연기를 하면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없을 뿐더러 배우로써의 자격 또한 의심해 보아야 한다.  보톡스를 맞는다는 것은 곧 표정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얼마 전 재미있는 사건 하나가 있었다. 아이를 죽인 범인으로 엄마가 지목되었는데 이유는 울기는 우는데 표정이 가식적이라는 사실을 경찰이 의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심은 해프닝으로 끝났는데, 당시 아이 엄마는 보톡스 시술을 해서 표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배우가 보톡스 주사를 맞고 연기를 하는 것은 좋은 궤'를 만들겠다는 목수가 팔을 자르고 다음날 목공소에 나오는 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표정을 잃어버리는 것과 무표정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표정은 어떤 표정을 감추기 위한 표정'이기에 또 하나의 표정이다.  오직 神만이 가능한 표정이 바로 무표정이다.  완벽한 사람은 웃지 않는다. 웃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돈이 많은 사람은 칠성급 호텔에서 나오는 만찬 요리를 사진으로 찍어 SNS상에 올리지 않는다. 자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들어내서 유포하는 표현과 표정이란 결핍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웃는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이며, 아주 비싼 삼페인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그 삼페인을 다시는 마셔볼 기회가 별로 없는 사람이다. ON이 화려할 수록 OFF는 초라한 법이다.

 

다시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수다를 떨던 연인 이야기로 돌아오자. 어쩌면 농아'야말로 사람 얼굴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말을 들을 수 없는 대신 그들은 타인의 얼굴을 통해 메시지를 읽는다. 눈동자는 많은 것을 말하지, 눈썹은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재미있는 영화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하는 조연이지, 사람 얼굴을 그리다 보면 눈썹이 얼마나 중요한 조연인가를 깨닫게 되지, 그래서 우리는 항상 눈썹을 보지. 타인의 얼굴을 오래 보다 보면 미워할 수 없다. 얼굴은 결핍이기 때문이다. 종종 농아 부부를 보고는 한다. 수레에서 공갈빵을 만들어 파는 부부'였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서로 얼굴을 가장 많이 보는 부부가 아닌가 싶다. 얼굴 한 번 안 쳐다보고 사는 부부도 많다지만 이들 부부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얼굴을 보아야 한다.

 

어느 시인은 들꽃을 두고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했다. 사랑도 그렇다. 예쁜 얼굴은 따로 없다. 오래 보면 예뻐진다.

 

 

 

 

 


 

 

덧대기

대니얼 맥닐의 < 얼굴 > 은 비언어 의사소통을 연구한 폴 에크먼'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데, 폴 에크먼의 < 얼굴의 심리학 > 보다 내용이 더 알차다. 이 과학 저널리스트의 인문학적 교양으로 인해 책이 무척 풍부해졌다. 두고두고 읽는 책'이다. 지금 이 책은 알라딘 중고샵'에 나와 있다. 놓치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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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2014-03-0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냐옹냐옹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1:07   좋아요 0 | URL
어라 ?! 고양이가 타자를 치네 ?! 이놈의 색휘 !! 할 짓이 없어서 가장 치사한 짐승인 사람 흉내를 내냐...
너 누구냣 !!

고양이 2014-03-0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blog.aladin.co.kr/749915104/6898723

으흐흐 당신이 사랑의 비밀을 속삭였던, 지금은 베어진 그 나무에 오백 년을 살았던 넋이다. 죽어 똥구멍에 파리가 꼬여있던 길고양이의 육신을 가로챘지. 고양이의 눈으로 만물을 보라는 페루 인디언들의 말도 있잖은가? 흠.. 얼굴이라. 이 눈으로 관상을 보니 당신 잘생겼어 정말 잘생겼어 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1:56   좋아요 0 | URL
어랏 ?! 고양이가 별짓을 다하는구나. 귀신이로구나. 네가 정녕 오백 년 묵은 그 나무의 넋이란 말이더냐 ? 내가 길고양이 물은 책임지고 물을 주고는 있다만.... 네가 그 물을 먹은 고양이라면 굳이 고맙다고 할 필요는 없다. 하여튼 보은하는 고양이구나.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거라... 늙은이보고 잘생겼다니 좋긴 좋구나.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다.

snoopy 2014-03-0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으하하하하하- 사진 보자마자 빵 터져서 글 못 읽고 있다는;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9: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스누피 님이 웃으시니 저도 웃습니다. 스누피 님 저 상투 쓴 이외수 사진만 보면 항상 웃으시네요..ㅎ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4-03-0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물사진이예요? ㅋㅋㅋㅋ 아침에 슬쩍 봤을 땐 사진 안보였는데. 마구마구 웃습니다. ㅋㄷㅋㄷㅋㄷ상투 푼 옛 선비같아요. 안경을 쓰셨으니 개화기 쯤?
수화로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을 넋 놓고 바라본 적이 있었죠. 그 대화에 저도 끼어들고 싶을 만큼 신나보였어요. 수화는 대단히 "극" 적인 느낌이 들었지요. 얼굴을 읽는 언어. 대학 처음 들어갔을 때 수화동아리에 들었다가 제 수화가 너무 거칠어(?) 다른 사람들이 제가 수화할 때마다 웃어댔어요. 동작이 너무 커서^^;.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뭔가 심심해서?) 탈패로 옮겨탔지요. 그래도 언젠간 꼭 배우고 싶은 언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9:55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수화 배울려고 기초 수화 1 샀었습니다. 지금도 있어요. 전 수화가 그렇게 매력적이더라고요. 이런 말하면 농아 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지만 전 수화하면서 만 가지 표정을 보이는 거 보면, 아... 그게 이상하게 아름다워요. 이건 어떤 연민도 아니고 저의 개인적 미적 취향입니다. 전 정말 수화가 아름다워요...


+

뭐, 제가 이렇게 생겼어요. 늙어서 이젠 거들떠도 안 봅니다. 그나저나 처녀귀신 엑스트라할 때는 꽤나 힘들었어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
저 소복 입고 가끔 명동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달사르 2014-03-0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읽고 댓글 달던 중, 술 마시러 나오라는 소리에 나가서 놀다가 이제 집에 들어온 일인입니다.
곰발 님 포스팅이 제 포스팅 보다 더 좋은데요. ^^

건강의 정의는 몸의 불균형이 없는 상태다, 라는 말이 있어요.
아프지 않은 상태가 아니구 말이죠.
인체는 완벽한 상태는 있을 수 없고 항상 뭔가가 모자라거나 넘칠 뿐인데 그 과잉이나 결핍의 정도가 적은 게 가장 건강한 거지요.

제가 이 말을 들었을 때가 작년이었는데 아직까지 곱씹고 있는 말이에요. '결핍'이라는 게 꼭 나쁜 거 만은 아니구나. 결핍이라는 걸 인정하는 자세가 어쩌면 삶을 인식하는 과정일 수도 있겠구나, 라구요.

표정이란 것이 결핍이 나타내는 결과물이다, 라는 말이 그래서 공감이 많이 되요. 결핍의 과정을 누구보다 많이 겪은 '농'의 얼굴 표정이 풍부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미소가 그래서 더 넉넉하고 풍성한 무엇일까요. 결핍을 오래 응시하면 그 출구는 더이상 결핍이 아니다, 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9 06:08   좋아요 0 | URL
저도 술 먹고 들어온 1인입니다. 요즘은 소주 1병만 마셔도 그냥 취하네요.

다이어트는 하지 않는데 군 제대하고 싶하게 다이어트를 한 적 있습니다. 이때 금지 음식이 설탕, 과자'였습니다. 결국 몸에는 설탕이 부족하게 되었더니 단 음식 먹고 싶어 미치겠더라고요. ( 평소 단 음식을 싫어해서 입에도 안 되는 체질인데 말입니다. ) 아, 이것도 말이 길어지니 포스팅으로 대체해야 할 것 같아요. 전 역시 100자평 이런 거는 못 쓰는 체질 같습니다.

2014-03-09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9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동 2014-03-1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크롤 내리다 빵 터짐 ㅋㅋㅋㅋ

아... 아름다우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11:21   좋아요 0 | URL
여고괴담 5탄에 출연해서 귀신 엑스트라했는데 어찌나 춥던지요... 추워서 혼났슺빈다...

나이트메어 주인공 프레드 크루거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어요... 차차 보여드리겠습니다.
 

 

 

 

수필과 시,         

 

 

 

한 지붕 네 남매가 살 때 이야기다. 누나는 책을 살 때 열에 아홉은 수필집(에세이)을 샀다. 나머지 하나는 이상문학상 수상집'이었다. 그래서 누나가 결혼을 해서 책장을 분리하기 전까지 책장에 꽂힌 책 가운데 9권은 수필집이었고 나머지 1권은 수상집'이었다. 이상문학상 수상집'은 한국판 리더스 다이제스트'여서 한 권만 읽어도 그해 문단 돌아가는 꼴에 대해 이런저런 군말을 할 수 있으니, 그 용도로 구입하는 것 같았다. 누나는 가끔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수록된 작가 가운데 마음에 드는 이가 있으면 그가 쓴 소설집을 따로 구매하기는 했으나, 그런 열정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반면 비소설 분야는 수필집으로 때우자는 야심찬 계획을 실천했다. 문학적 교양을 뽐내고는 싶으나 열정은 없을 때 선택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구사한 것이다. 집도 좁아터져 옥작복작거리는 데 집에 온갖 " ~집 " 이 들어앉았으니 더욱 복잡했다. 하여튼 집에 뒹구는 수필집이 구 할이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수필집을 읽게 되었는데 대부분은 유안진이나 신달자 류의 감성 에세이'였다.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구슬 같은 깨달음을 담고 있었다 - 라고 내가 말할 줄 알았다면......  당신은 착각했다. 내가 보기엔 이런 식의 에세이'는 뻔뻔했다. 그들은 소소한 서민적 삶을 예찬하며 정이 오가는 시장 풍경을 찬양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기 자랑이 팔 할'이다.

 

예를 들면 수필집에서 단골로 나오는 소재가 라면 박스 줍는 할머니나 청소부'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새벽에 묵묵이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가 없었다면 이 사회는 얼마나 지저분해질까 라고 반문하며 가끔 거리에다 쓰레기를 버렸던 자신이 부끄럽다는 소리를 하는데, 이런 글이 내포하고 있는 속내는 결국 자신을 향한 소박한 겸손'이다. " 적어도 나는 부끄러움을 아는 지식인 " 이라는 계산이 깔린 장치'다. 그들은 소박한 가난을 예찬하지만 궁극적인 것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소박한 겸손이다. 물론 이 겸손은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하지만 자화자찬하는 수필집을 굳이 돈을 주고 사서 읽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있어 신달자 수필집은 느낌 없는 에세이'였다. 수필( 隨 따를 수, 筆 붓 필 )이 아무리 붓 가는 대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장르'라고는 하지만

 

자화자찬이 목적이라면 그것은 隨筆이 아니라 단순히 手筆이거나 自筆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깊이 있는 사유가 없는 글은 잡문이지 수필이 아니다. 신달자가 시인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시인 협회 회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작년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시인 협회 기획 시집 < 사람 > 논란'을 통해서 였다. 그동안 나는 신달자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내 눈에는 그저 그런 통속적 신파 에세이나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 사람 > 이라는 시집에 수록된, 재벌을 향한 용비언천가는 그렇다고 쳐도 박정희를 두고 " 당신은 날이 갈수록 빛나는 전설 " 이라거나 " 언제까지나 꺼지지 않을 우리의 횃불 " 이라고 제대로 된 용비어천가'를 박근혜 취임에 맞춰 출간한 것을 보면 기획력 하나는 끝내줘여~ 그런 그녀가 이번에 시집을 냈다. < 살 흐르다 > 이다.

 

읽지 않았으므로 이 시집에 대한 군말은 하지 않겠다. 좋은 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기를 바란다. 좋은 수필은 숲을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신영복 에세이'가 그렇다. 그의 에세이는 어떤 대상에 대해 감성적이지도 않고 동정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서 좋다. 그는 < 나무야 나무야 > 에서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무 너머 숲을 보게 만든다. 종종 < 수필 > 이란 단어를 빠르게 타이핑하면 < 숲일 > 이 되고는 한다. 사람들에게 숲을 보도록 하는 일'이 수필이 아닐까 싶다. 억지를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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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손 2014-03-0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그래서 몬소리야아~ 비ㅡ비ㅡ돌리면서 말하니깐 헷갈린다해!
너 그래서 다들 네이버로 돌아오라는 거잖어ㅡ
깔꺼면 제대로 '시뻘건활'처럼 까라고~ ㅋㅋㅋ


하긴.. 사탕 맛 좀 봤겠다.. 알라딘이 좋텐다~ 이휴.



(※만취덧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04:56   좋아요 0 | URL
내가 까긴 누굴 까냐. 그런 거 없어.
글구 내가 알사탕 얼마나 먹었다고 그르냐....

언젠가 네 작품을 까는 알라디너도 곧 생길 것이야..ㅋㅋㅋ

글구 새빨간 활이지 시뻘건 활은 아니다. 이것아 ! 넌 시차도 별로 없는 외국에 살면서 왜 벌써부터 취하고 지랄이냐..... 난 안 취했다...

곰곰손 2014-03-07 20: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그러니깐 신달자 까는 글이자나~!

난, 신달자 잘 모르는데 어째 영 맘에 안듬.
나 중3때 담임 진짜 (지금도) 시러하는데
그사람 이름이 - 오영매거든.

<신달자 - 오영매>

먼가 동일인물 가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21:27   좋아요 0 | URL
신달자 까는 건 맞다.
그런데 왜 오영매'라는 이상한 사람과 같은 레벨로 취급하냐....

주식곰탐간식달고나먹는새벽 2014-03-0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잊을 수 없는 작가입니다. '물 위를 걷는 여자'란 소설로 제게 최악의 문학적 체험을 안겨 줬죠.
나중에 박철수 감독, 황신혜, 강문영, 이덕화 출연 동명영화를 보는데 영화가 별로였음에도 원작보다 재밌어서 깜놀했던..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04:48   좋아요 0 | URL
엇? 물위를 걷는 여자.... 아, 맞다 !!!! 맞습니다. 누나가 종종 소설책을 사오고는 했는데 그중 한 권이 바로 물위를걷는여자'였어요. 옛날에는 책이 귀해서 누나가 책 사오면 무조건 읽었거든요. 읽으면서 한숨만 푹푹 쉬면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맞어 물위를걷는여자... ㅋㅋㅋㅋㅋ

수다맨 2014-03-08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 아직도 시 쓰셨군요. 시는 잘 모르지만 수필은 참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필은 신영복 선생이 역시 최고인 듯합니다. 저는 사실 전혜린, 신달자, 피천득 같은 이들은 내공에 비해 참 과분한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04:52   좋아요 0 | URL
저도 시는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말씀대로 수필을 쓰려거든 신영복 같은 깊이' 있는 글이 좋더군요. 아니면 내 글은 잡문이오, 라고 아예 까놓고 자유롭게 글을 쓰는 하루키 정도는 되어야 읽는 맛이 나죠. 제가 소설은 안 좋아하지만 수필은 은근 좋아합니다. 시니컬한 조롱과 때론 사물에 대한 깊은 이해에 깜짝 놀라고는 하니까요. 그런데 신달자 에세이는 정말 재미가 없어요. 전혜린은 확실히 과도한 평가인 건 확실합니다. 그냥 비극적 서사'가 어떤 전설을 내보내는 것일 뿐....피천득은 인연 빼고는 읽은 게 없어서 평가 유보...
 

 

 

 

 

 

 

 

 

 

 

 

 

 

 

 

 

 

 


 

 

 

 

독 : 바퀴돈.

 

 

 

 

 

 

강릉 여행 때 신사임당 생가인 < 오죽헌 > 을 방문한 적이 있다. 조선시대 명문가'였으니 요즘 말로 치면 강남 부자'일 터인데 방'들이 모두 작아서 속으로 궁시렁거렸던 적이 있다. " 에계계 ? " 꾀죄죄한 규모였던 것이다. 왕이 머무는 궁궐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규모가 아담했다. 생각해 보면 방이 작은 이유는 세간이 단촐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별별 살림살이가 방을 가득 채우지만 옛날만 해도 장과 궤만 있으면 되니 방 규모가 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궐과 명문가 집 규모가 이 정도이니 가난한 백성이 사는 초가집은 말을 안해도 짐작이 간다. 꾀죄죄한 방구석은 그렇다 쳐도 세간 하나 없는 방구석 풍경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 방을 살펴본다.

 

욕심 많은 다람쥐가 꾸역꾸역 도토리를 쟁여 두듯 내 방은 온통 잡다한 세간으로 가득하다. 침대, 옷장, 옷걸이, 책상, 책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사방 벽은 온통 가구들이 차지했다. 문득 청결을 강조하는 현대 주거 형태는 오히려 벌레들이 살기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판 밑에는 벌레들이 살기에 좋다. 어디 그뿐인가. 벽에 붙인 가구 뒤는 벌레들이 은신하기에 좋은 장소'다. 달리 생각하면 세간 하나 없이 살던 옛 사람의 방이 오히려 벌레가 살기 힘든 구조였다는 생각이 든다. 장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으리으리한 장과 궤는 부잣집에나 있는 사치품이니 초가집 방구석에는 벌레들이 숨을 장소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바퀴벌레나 돈벌레(그리마)를 부자벌레'라고 했다.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레들 입장에서는 초가집 방구석은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 더군다나 가난해서 땔감을 땔 수도 없었으니 추위에 약한 벌레 입장에서는 훈훈한 부잣집이 제격이지 않았을까 ? 숨을 곳도 많으니 말이다. 돈벌레를 자세히 볼 기회가 있었다. 침대 옆 벽에 돈벌레가 붙어 있길래 종이로 다리를 살살 건드려서 쫒아낸 후 잠을 청했으나 찜찜해서 불을 켜니 그 돈벌레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그러기를 세 번, 지친 나마지 나는 잠을 포기한 채 가까이 다가가 벌레를 유심해 보다가, 아..... 시바 ! 사랑에 빠져버렸다. 농담이 아니라 돈벌레를 돋보기로 자세히 보면 굉장히 예쁘다.

 

다리 하나 하나 뜯어보면 길게 시원스레 뻗은 다리는 아름답다. 무엇보다도 그리마(돈벌레)의 캄캄한 눈이 예쁘다.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닌가 ? 그때 깨달았다. 관상용 꽃과는 달리 작은 들꽃은 오래 보아야 예쁘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래 보아야 예쁜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우리는 흔히 지네나 돈벌레처럼 다리가 많은 다지류를 보면 공포에 사로잡혀서 부들부들 떤다. 공포 때문이었을까 ? 지네를 보면 피가 얼굴에 쏠려서 홍조를 띠고, 심장 박동수가 올라간다. 그리고 지네보다 더 강력한 독을 가진 뱀을 만나면 소리를 지르기는커녕 입도 벙긋 못한 채 한동안 도망칠 생각도 못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반응은 두려움에서 오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부끄럼을 탈 때 몸이 반응하는 현상과도 비슷하다.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 있던 경험을 떠올려라. 상기된 얼굴에 긴장으로 가볍게 떨리는 손, 송글송글 맺히는 땀, 두근거리는 심장, 자연스럽게 웃으려고 해도 긴장된 근육은 어색한 미소만 만든다. 그렇다, 지금 당신은 징그럽고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저것에 물리면 아프다는 사실, 사랑은 독과 마찬가지로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 있다. 인간은 독이 있는 존재'을 사랑하게 된다. 물리면 아프고 어쩌면 그 독이 온몸에 퍼져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사랑에 빠진다.  김광석이 부른 < 꽃 > 이란 노래를 듣다 보면 자주 꽃처럼 예쁜 지네가 생각난다.

 

김광석은 부른다. 꽃이 지네 / 들과 산 사이로 / 꽃이 지네. 나는 이 가사가 " 꽃지네 " 처럼 들려서 " 꽃지네, 산과 들 사이로 " 로 독이 퍼져나가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언제 한번 독한 년에게 쏘이고 싶다. 독한 사랑 하고 싶다. 비록 내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라도 말이다. 나는 위험한 여자가 좋다.

 

 

바퀴벌레와 코카콜라 ▼

 

바퀴벌레와 코카콜라

 

- 부제: 바퀴와 코카콜라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페루로 끝나는 글

 

 

 

1. 어쩌면 아웃벡 :  바퀴벌레 내장 통마늘 스프 요리

 

사전에 <딱정> 이라는이름의 곤충은 없다. < 딱정벌레 > 라는 이름이있을 뿐이다. 같은 이유로 < 사슴 > < 사슴벌레> 는 전혀 다르다. 사슴은 사슴과에속하는 동물이고, 사슴벌레는 사슴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그렇다면< 바퀴벌레 > ?!

 

바퀴벌레의 정식 명칭은 바퀴. 바퀴벌레가 아니다. 그러므로바퀴는 바퀴과에 속하는 곤충이지, 바퀴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구상에 바퀴벌레과 곤충은 한마리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철썩같이 바퀴를 바퀴벌레라고 알고 있다. 그런식으로 유유상종 하자면 사슴과 사슴벌레도 모두 하나다 ! 우리가 바퀴를바퀴벌레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는 바퀴라는 곤충에 대한혐오와 경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둘의 관계는곰곰생각하는발 박사의 어투를 빌리자면 < 질문 : 하우아 유 >  < 답변 : 아임 파인탱큐. 앤드 유’ > 의 관계와 같다. 바퀴와 벌레는 장소팔과 고춘자, 서수남과 하청일이고  유재석과 박명수, 팝콘과 콜라, 맥주와 치킨 사이.

그런데  바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이나백해무익한 해충일까? 인간이 바퀴를 징그러운 해충이라고 규정한 후 < 박멸 > 한다면, 어쩌면 지구는 멸망할 지도 모른다. 곤충은 지구 생태계 종 70%를 차지한다. 자연생태계에서곤충은 좋은 식량이다. 많은 동물들이 곤충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바퀴는새나 쥐, 고양이와 개도 즐겨 먹는 일용할 양식이다. 그뿐이 아니다. 개미도 바퀴를즐겨 먹으며, 심지어는 바퀴도 바퀴를 즐겨 먹는다. 바퀴는닭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3배나 많다 !  이 녀석은 말 그대로 단백질 덩어리다.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인 셈이다.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한다면 바퀴는아웃벡 같은 패밀리레스토랑에 선보일 만한 자원이다. 조인성이 나와서 내가 다 해줄게. 바퀴 위에 구운 마늘을 이렇게 으깨서...한 입 ! “

 

만약에 인간이 바퀴를 멸종시킨다면 그 영향은 나비효과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바퀴의 상위 포식자는 그만큼 먹이를 먹지 못하게 되어 개체수가 줄어들고, 바퀴의 상위 포식자가 줄어들면 바퀴의 상위 포식자를 잡아먹는 상위 포식자 또한 굶어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바퀴의 박멸은 생태계의 재앙을 야기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 세상에 잡초라는 이름을 가진 풀은 존재하지 않듯이, 해충이란 곤충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깐 < 해충 박멸’ > 이라는 문구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존나 촌스러운 의기양양이다. 자연생태계의 입장에서 보자면 바퀴는 매우 소중한 식량 자원 중하나이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동물이 해충에 가깝다. 자연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은 바퀴가 아니라 인간이다.

 

바퀴는 무척 착한 곤충이다. 건강한바퀴는 목숨을 걸고 인간이 사는 부엌에 가서 실컷 먹은 후 바퀴의 은신처로 돌아와 자신이 먹은 먹이를 액체 형식으로 토해 놓는다. 그러면몸이 아픈 동료나  늙은 동료들은그 액체 먹이를 함께 나눠 먹는다. 내가 바퀴에게 먹은 걸 다 내놓으면 다시 배가 고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바퀴는 싱긋 웃으면서 괜찮아 ! 난 건강하고 달리기도빠르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먹이를 찾으면 돼. “ 라고 말해서 나를 감동시켰다.  인간은 가끔 나눔을 실천하지만 바퀴는 날마다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심성 고운 곤충이다. 인간이 사악한 이유는바퀴의 나눔 정신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바퀴를 죽이기 위한잴 형태의 독약은 바퀴의 고운 심성을 이용한다. 이 독약을 먹은 바퀴는 먹자마자 죽지 않는다. 제조회사에서 서서히 독이 퍼져서 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독약을 먹은 바퀴는 굶주린 동료를 위해 자신이 먹은 맛있는 먹이를 내놓는다. 동료들은 독약인지도 모르고 먹는다. 그들은 함께 죽는 것이다.

 

 

 

2. 어쩌면 잉카의 후예들 : 코카콜라 만드는 법

 

나는 하루에 평균 중간 크기의 페트병 콜라 다섯 개를 마신다. 1.6리터 대용량 코카콜라는 삽십 분 안에 다 마신다. 내가 캔이나 병 콜라를 마시지 않고 뚜껑 달린 콜라를 마시는 이유는 탄산의 유출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이다. 한 모금마시고 나서 바로 뚜껑을 닫는다. 그래야지 콜라 특유의 맛을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량음료를즐겨 마시지는 않는다. 주스와 코카콜라가 아닌 음료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오로지 코카콜라다. 팹시도 안 된다. 8.15콜라도 안 된다. 극장이나 롯데리아에서 파는 콜라는더더욱 안 된다. 그것은...... 콜라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 코카콜라 양을 만난 것이다. 프로이트라면나의 코카콜라 집착 < 이별이라는 트라우마가 특이식성으로 변한 예 >라고 진단한 후 이러한 특이식성을 가진 사람은 한니발 렉터 박사 이후 두 번째라고 말할 것이다. 하여튼, 나는애인과 결별을 한 후부터 코카콜라를 사랑하게 되었다.

 

바퀴벌레와 코카콜라는 닮았다. 바퀴와벌레가 뗄래야 뗄 수 없는 찰떡이듯이, 코카와 콜라도 그렇고 그런 관계다. 벌레 하면 바퀴이듯이, 콜라 하면 코카. 코카콜라에서 코카는 펩시콜라에서의펩시처럼 인위적으로 지은 네이밍이 아니다. 코카는 원래 코카라는나무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코카 잎에서 코카인과 코카콜라를 만든다. 또한  콜라는 콜라 나무 열매로 만든 청량음료를 총칭할 때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깐 코카콜라는 코카 나무와 콜라 나무의 잎과 열매로 만든 음료수인 것이다.

 

운명이란 이런 것일까 ? 1년 전 해외토픽에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다. 해고당한 직원이 작심하고 코카 레시피를 폭로한 것. 그가 폭로한 내용은 코카콜라는 페루 원주민의 침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동안 코카콜라 회사는 은밀하게 페루 원주민의 침을 수입했다고 한다. 그러니깐 전세계인은 잉카의 후예들이 뱉은 침을 마시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기사를 해고 당한 노동자의 비분강개, 우수개, 황당무개()’라고 비웃었지만 나는 어쩌면 그의 주장이 진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했다. 왜냐하면 일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코카의 원산지는 페루다. 페루에서가장 흔한 것은 국화인 해바라기와 코카 나무와 콜라 나무다. 잉카의 후예들은 특정 나무의 잎을 즐겨씹는데, 이 잎을 씹으면 잎의 성분이 침샘을 자극해서 침이 많이 분비된다. 그들은 이 침을 항아리에 저장을 해 숙성시킨 후 음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농담이 아니라 진실이다. 잉카 사람들은 귀한 손님이 오면 이 침 범벅 음료를 준다. 이 잎이 무엇이겠는가 ? 그러므로 해고 당한 직원이 밝힌 코카콜라의레시비 비밀은 어쩌면 사실인지도 모른다.

 

바퀴와 벌레, 코카와 콜라처럼페루와 나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내가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페루의 국화가 해바라기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페루를 사랑하기 전부터 해바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고흐가좋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로맹가리가 쓴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를 읽고 페루를 찾아간 이유는 로맹 가리의 소설 때문이 아닌지도 모른다. 소설이좋아서 페루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다. 나의 전생은 잉카의후예였을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해바라기거나, 코카 나무이거나, 콜라 나무였을 것이다. 당신의중추 신경을 마비시켜서 히죽히죽 웃게 만드는 코카인이었을것이다. 내가 이토록 삐딱하며, 반문화적인 이유는 내 몸에흐르는 코카인 성분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코카콜라를 마신다. 잉카의 후예가 뱉은 침으로 만든 코카를 마실 때마다 페루가 생각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코카 꽃 콜라 꽃. 아기 진달래.에이, 시발... 눈물난다. 그립다. 페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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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79436 ㅣ 지네포비아 : 실패한 첫사랑은 모두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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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3-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살아있음을 절절히 느끼고 싶소? 아, 사랑의 에너지는 힘이 쎄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11:01   좋아요 0 | URL
지네는 왠지 저에게 어떤 강렬한 본능을 일깨우게 합니다.
아주 멋진 놈이에요..독이 있는 것 전체가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놈은 독이 있어요.

rtour 2014-03-0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 사랑은 생 본능을 강렬하게 깨우지요. 사랑과 죽음은 맞닿아 있고, 사랑이 독을 내뿜는 것을 당연할지도. 바디유의 에로티즘을 읽고 싶구랴.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11:52   좋아요 0 | URL
바디우 말씀하시는 겁니까 ? 전 바따이유의 < 에로티즘 > 이란 책은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살펴보니 이 책을 2000년에 샀군요. 그때 어려웠나 봅니다. 읽다 말았는데 ( 밑줄이 앞부분에만 집중되어 있음 -_- )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이 병렬식 독서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진화 심리학 + 백과쟁명 + 신화학 + 소설 1,2 권 + 등등이어서.. 이렇게 읽으면 다 안 읽게 되더라고요.... 버릇을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에로티즘 읽고 싶지만 일단 마무리하고 읽어야 겠습니다.

rtour 2014-03-0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잘못 썼어요. 바따이유요. 에로티즘..강렬하게 아름다운 책입니다. 사실 가장 아름다운 책은 소설보다 철학책이더군요. 바따이유, 레비나스의 어떤 책들은..진짜 아름다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12:13   좋아요 0 | URL
읽던 책 접고 일단 이 시간부터 에로티즘 읽게습니다.

rtour 2014-03-0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 다만 개인차가 크지 않기를.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12:34   좋아요 0 | URL
저 바타이유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 이 책은 책 디자인이 정말 훌륭했죠. 디자인 잘빠진 책 좋아합니다.

samadhi(眞我) 2014-03-08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네한테 물려봤어요. 대문없는 흙집에서 9년을 살았는데요. 물리면 정말 쓰라려요. 지네라는 놈 생긴 것도 무섭고 소름 돋지만 독기가 곰발님이 원하는 만큼일 거예요. 저는 발이 없거나 발이 2개 넘게 있는 모든 짐승이 너무 무서워서 정말 유난을 떨어요. 평소엔 선머슴처럼 굴다가도 그런 녀석들만 보면 바로 "여자"스럽게 변하고 만답니다. 아무리 해도 극복하지 못하겠어요. 잠자리도 못잡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15:17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지네 무진장 무서워합니다. 옛날에 군대에서 일하다가 그냥 산 기슭 바닥에 누워자다가 뭔가 간지러워서 눈을 떴더니 지나게 다리로 내 코를....

아마 제 평생 이보다 무서울 수는 없었음.... 오줌 쌀 뻔했다니까요. 귀신보다 더 무섭습니다...

2014-03-07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7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짝 : 선택과 간택 사이.

 

 

 

 

 

시작부터 설레발이 요란스러워 눈살을 찌푸리는 이도 있을 테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나는 5,6세 정도 되는 아이들에게 꽤 인기'가 좋다. 3등신인 아이들이 보기에는 7등신, 8등신인 어른보다는 4등신에 가까운 내가 친근한 까닭이다. 느낌 아니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이들이 와서 먼저 말을 건다. 사인sign'을 요청하는 아이들과 있다. 티븨'에서 많이 본 얼굴이란다. 아이들만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에는 또래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남고'인데도 불구하고 극기 훈련이나 수학 여행을 갔다오면 몇몇이 기념품을 챙겨서 내게 주고는 했다. 심지어는 일진들도 나를 챙기고는 했다. 이러한 인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문제는 이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자'에게서 인기가 좋았다는 점이다.

 

통계에 의하면 전체 인구에서 이성애자는 98%를 차지하고 동성애자가 약 2% 정도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에 해당하는 남자'들이었다. 공교롭게도 남자들과 아이들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고 남자는 무관심을 떠나서 혐오하는 수준이다. 불행은 지금부터다.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으로 두루두루 사랑받던 나는 공교롭게도 젊은 여성들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인기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폭탄 수준이었다. 키는 작은 데다 목소리는 모기가 앵앵거리는 수준이고 시장에서 생선이나 파는 몸이니 인기가 없을 만도 했다. 더군다나 아토피로 고생을 심하게 해서 이곳저곳 긁으니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왜 그렇게 몸을 긁으세요 ? 아토피'입니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이 나를 싫어하는 태도에 대해 원망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것이 진화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자신과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조건을 선호하게 된다. 사냥에 능숙해야 하고 적과 싸워서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힘 있는 남자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한 진화 과정에서 여자는 키가 크고, 힘이 센 남자를 고른다. 현대 사회에서는 힘이 센 남자는 곧 지위가 높은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진화 과정 중 특이한 점은 여성이 낮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낮은 목소리가 성적 성숙, 큰 몸집, 건강한 유전자, 지배적 성향을 가진 남자들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 진화를 살펴보면 여성들이 몸집이 작고 모기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가진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성들이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속물이라기 보다는 진화에 따른 본능적 태도'라는 점이다. 슬프게도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나름 스타이고 동성애 사회에서는 나름 잘생긴 축에 속한다는 것에 만족하자, 시바. 그건 그렇고 어제는 하루 종일 sbs 연애 다큐 < 짝 > 에 대한 불행한 소식으로 소란이 일었다. < 짝 > 에 출연했던 여성이 촬영 기간 중 자살을 한 사건이다. 이 방송을 한두 번 본 게 전부여서 섣불리 말은 못하겠지만 여성과 남성의 짝짓기 전략을 엿볼 수 있어서 나름 흥미로웠던 기억은 난다.

 

하지만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선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가 한 여성이 자살을 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내가 " 언제가 그럴 줄 알았어... " 따위의 훈수를 둘 생각은 전혀 없다. 분명한 것은 자살과 우울을 무조건 하나로 엮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우울증 때문에 자살을 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자살한 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말은 성립이 안된다. 상당수는 격정적 충동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다. 내 말은 자살이 오랜 준비 끝에 완성된 비극은 아니라는 말이다. 길을 걷다가, 아파트 계단을 오르다가 느닷없이 슬픈 격정에 쌓이고 망설임없이 몸을 던진다.

 

< 짝 > 은 상대방으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면 징벌을 받는다. 혼자 도시락을 먹어야 한다. 시청자에게 즐거운 오락거리를 선사하기 위한 벌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체벌에 가까운 징벌이다.  내가 남자 3호로 출연했다면 날마다 혼자서 도시락을 먹다가 성질이 나서 카메라를 쳐다보며 < 이명박의애제자이며전원일기둘째아들인유인촌문화부장관 > 처럼 말했을 것이다. " 에이, 승질 뻗쳐서... 찍지 마. 찍지 마. 시바. " 짝짓기에 실패한 사람을 위로는 못해 줄망정 조롱거리로 삼는 것이 온당할 수는 없다. 출연자는 이 장치 때문에 이중 삼중으로 소외된다. 첫 번째는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는 슬픔과 두 번째는 경쟁에서 도태되었다는 두려움이다. < 짝 > 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면 스스로 어느 정도 자신감에 차 있기에 신청했을 것이지만 혼자 도시락을 먹는 순간이 오면 자신감'은 우르르 무너지게 되어 있다. 

 

도시락 벌칙'은 제작진이 출연진에게 던지는 " 와신상담 " 하라는 메시지'다. 여자 2호님,  바늘 침대에서 주무시고 곰 쓸개를 씹는 심정으로 헝거 게임'에 매진하시죠 ?  이때부터 구애'는 시작된다. 소심한 구애'로는 상대방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 구애는 보다 화려하고 적극성을 띠게 된다. 그런데 구애가 화려할수록 선택받지 못하면 그 상처는 두 배 커진다. 왜냐하면 소심한 구애를 했을 때 퇴짜를 맞는 것과 자존심 버리고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쳤는데 퇴짜를 맞는 것은 그 충격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후자는 따귀 맞는 기분일 것이다. 공작이 꼬리를 활짝 펴서 화려한 춤을 선보였는데 암컷 공작이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면 수컷의 날개'는 얼마나 무안할까 ? 사실 인기 프로그램인 < 짝 > 은 리얼 다큐'를 표방하고 있지만 전혀 리얼'하지 않다.

 

여기에는 < 남의 시선 의식하기 > 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공공 화장실 세면대에 카메라를 설치한 후, 화장실 이용자가 손을 씻는 횟수를 체그한 실험이 있었다. 단, 여기에는 두 가지 사례가 적용된다. 실험 대상자가 화장실을 나왔을 때 로비에 사람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연출했다. 변화가 있을까 ? 화장실 로비에 사람이 있는 경우 화장실 이용자가 손을 씻는 경우는 80%였지만 화장실 로비에 사람이 없으면 손을 씻는 경우는 20%에 지나지 않았다. 즉, 많은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손을 씻는 것이다. 하물며 24시간 모든 곳에 카메라가 정착된 애정촌에서 벌어지는 행위'는 날것 그대로일까 ? 그렇지 않다. 말투, 표정, 감정 모두 카메라를 의식한 결과'다. 모든 행위는 과장된다. < 짝 > 은 트루먼쇼가 아니다.

 

트루먼은 적어도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모든 일상이 몰래카메라였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깐 말이다. " 애정촌 " 에서 맺어진 커플이 실제 연인으로 연결될 확률이 낮은 이유는 장기적 짝짓기 전략을 구사하지 않고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단기적 짝짓기 전략에서 성적 끌림의 기준이 되는 조건들은 장기적 짝짓기 전략 목록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좋은 예가 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여자들은 남자들의 낮은 목소리'에 끌린다. 하지만 이 " 낮은 목소리 끌림 " 은 장기적 짝짓기보다는 단기적 짝짓기에서 더 중요하다. 여자는 바람을 피울 때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남자와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편감은 다르다. 결혼 상대자 조건으로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남성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애정촌'에 입성한 출연자들은 끊임없이 반복적인 선택 압력에 노출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출연자들은 이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된다. 이 선택은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여성 출연자 1호가 남성 출연자 7호를 선택한다면, 이 선택은 역으로 남자 출연자 1,2,3,4,5,6호의 간택에 영향을 준다. 사랑은 경쟁의 산물'이다. 나는 이 냉혹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깐 말이다. 나는 여성이 돈 많고, 키 크고, 잘생긴 남자를 선택하는 태도와 남성이 젊고,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성에게 환호하는 태도'가 천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짝짓기에 실패했다고 해서 혼자 도시락을 먹게 하고 그 모습을 카메라가 무표정하게 찍는 태도는 천박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헝그리'다. 배가 부른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포만감이다. 사랑하는 순간 굶주리게 된다. 그러나 사랑이 헝그리 정신'이라고 해서 " 사랑의 헝거 게임 " 을 벌이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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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며끓인곰탕녀 2014-03-0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입니다. 오타 수정 안하셔도 될만큼 좋은 글입니다. 이젠 진짜 생선 파는 분으로 믿겠습니다. 곰발님 화이팅!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0:39   좋아요 0 | URL
곰탕녀 만날 때 싱싱한 고등어 한 마리 가지고 가겠습니다.

새벽 2014-03-06 12:4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앗.. 곰탕 닉넴은 제 특허 사안입니다만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3:17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새벽 님이라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ㅋ. 다른 분이시군요..

rtour 2014-03-0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프로의 문제?는 공개 구애란 점이 크겠죠. 구애 과정과 결과가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사실. 집 방구석에서 코파는 건 안부끄러운데 지하철에서 코파다 들키면 수치스럽기 그지 없는 것과 같은 이치. 선택에서 배제되었다는 수치심이 배가 되는, 그리고 상대를 진짜 호감하든 아니든 그 망신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정을 강화하고 그나마 호감가는 상대에게 추파를 과장해서 보내게 되는 심리. 선택받기 위해선 나도 네게 큰 관심이 있다고 대놓고든 은근히든 신호를 보내야하기 때문이죠. 어쨌든 이 공간에 짝짓기를 목적으로 갇힌다는 건 이중삼중의 압박감을 느끼겠다는 것과 다름 없는 일임은 사실이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0:4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선택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은 공개 수치'가 되기에 평소의 구애보다 더 큰, 자극적인 구애를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평소의 구애 메시지는 단순하게 알사탕 하나 주는 것인데, 이게 방송이다 보면 구애가 과장되게 되는 법입니다. 그래서 무작정 새벽에 문 두드려서 자는 사람 불러내 구애의 몸짓을 크게 하죠.
그런데 이 구애의 몸짓이 클 수록 공개적 망신의 범위가 그만큼 커집니다. 이건 일종의 딜레마죠.
아마 여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겁니다.

samadhi(眞我) 2014-03-06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헝거게임은 정말 잔인해요. 무심코 던지는 돌에 개구리가 죽는 건 억울하고 슬프기 그지 없는 일인데.
유치원 때였던가. 위험하다고 학교 놀이터에서 그네를 못타게 한 적이 있었는데 남자애들 사이에서 제일 인기가 많았던 여자애랑 같이 그네를 타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남자애가 선생님한테 이르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여자애가, "나는?" 하며 눈을 반짝이니까 그 남자애 수줍어하면서 그 여자애는 봐주겠다고 했거든요. 아, 그 순간. 느꼈던 세상의 잔인함^^ 이런 치사한 놈.
그나저나 만날 인터넷 기사에 뜨는데 한번도 못 본 프로그램이예요. 외적인 조건만 보고 작대기질 하는 추잡한 프로그램이겠거니 하며 관심을 두지 않았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0:41   좋아요 0 | URL
저도 한두 번 본 게 고작입니다. 그래서 잘 몰라요. 대충 짝대기 실패하면 혼자 밥 먹는구나, 그런 룰이 있구나 하는 것만 알아서 말이죠. 그나저나 그 녀석 눈이 낮기는 하군요. 여왕을 못 알아보다니 멍청한 녀석....
원래 어린 녀석들은 제대로 된 이성을 잘 못 찾죠.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눈 낮은 녀석같으니라구....

samadhi(眞我) 2014-03-06 10:47   좋아요 0 | URL
그여자애도 치사했죠. 저혼자만 살겠다고. 동료애가 없는 어린것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1:33   좋아요 0 | URL
나는 ? 이라고 말할 때부터 어떤 자신감이 있었겠죠.. ㅎㅎㅎㅎㅎㅎㅎ

rtour 2014-03-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쇼인지 알고 벌이는 트루먼쇼는 과장극으로 흐릅니다. 더 착한 척, 덜 속물인 척, 더 약한 척. 더 강한 척, 더 진실한 척..등등. 이 프로그램의 그 긴 역사에도 실재 성혼 커플은 극히 드믈다는 것이 이 구애극의 진정성을 증명해주는 것이겠죠. 나는 네게 반하지 않았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0:46   좋아요 0 | URL
그래요 ? 성혼 커플이 있긴 있어나 봐죠. 가만.. 글구 보니 결혼을 전재로 하고 만나는 프로이니 당연히 저는 결혼한 사람이 꽤 있겠다 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군요. 역시 즐인 님이세요. 저 마침 데이비드 버스의 < 진화심리학 > 읽고 있는데 마침 남녀 짝짓기 심리가 주여서 엮어 생각하기 좋군요...

rtour 2014-03-06 11:1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 프로그램이 장수 프로그램이죠? 3년 이상 된 것 같은데...매주 방송했다면..꽤 한 것이고..2-3커플 있다고
들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1:33   좋아요 0 | URL
이 방송이 3년이나 됐다고요 ?! 오호, 장수 프로그램이구나...ㅎㅎㅎㅎㅎㅎ

곰탕우려내는새벽 2014-03-06 12:5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2~3년이 뭐에요. 제가 이 프로 마지막으로 본 게 적어도 5년은 된 것 같은데... (아닌가.. 읭.)

(+) 아, 찾아보니 첫방송이 2011년 3월이었군요. 음 이제 슬슬 노환이..

슈퍼고양이 2014-03-0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헝거 게임이 아니라 헝그리라... 좋으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1:06   좋아요 0 | URL
텍스트걸 님 제가 책 선물보냈는데 왜 계속 안 받으셔서 자꾸 재전송하게 만듭니까.

슈퍼고양이 2014-03-06 11:28   좋아요 0 | URL
잉? 어디로 보내셨는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1:30   좋아요 0 | URL
여기 기프트북이라고 해서 그냥 텍스트걸 님만입력하면 알라딘에서 텍스트걸 님 입력된 주소로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다른 주소인가요 ? 일단 그냥 지켜보고 있음.... 도대체 몇 번 재전송이 이루어지나 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기프트북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고 싶어서 말이죠..

슈퍼고양이 2014-03-06 13:06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게 있군요. 알라딘 사용한 지가 하도 오래되서 주소가 옛날 거였네요. 다시 바꾸었어요. 주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3:16   좋아요 0 | URL
앗... 주소가 옛날 거 였습니까... 아이고 이거 알라딘에 미안해집니다. 주소 바뀌었으니 제대로 들어가겠죠 ?
좀만 기다려주십셔..

박조건형 2014-03-0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만 비추는 경우가 많아서 출연진은 많아도 카메라에 잡히는 사람은 몇 안되죠. 그게 참 불편하더라구용^^ 물론 시간적제약 있고 시청률이라는걸 무시 못하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런 자살사건이 일어났는데 다른 사람들이 출현할 마음이 있을까요? 프로그램은 폐지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1:3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 좀 자극적 서사'를 보여주는 사람만 보이더라고요. 얌전하면 아예 안 보입니다.
그게 상업 방송의 한계이기는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결국은 출연자 하기 나름이죠.

사실 전 거의 안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ㅎㅎ

마립간 2014-03-0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경쟁의 산물이지만, 저는 단거리를 달리기로 볼 것이냐 (예를 들면 짝에서 짝짓기에 성공하는 것) 아니면 장거리 달리기로 볼 것이냐 (나에게 맞은 배우자를 찾아 - 그리고 행복한 결혼 생활)의 관점에는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MBC 사랑의 스튜디오에서도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프로그램에서 짝지워진 경우보다 뒷풀이에서 맺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짝은 (제가 한번도 못 봤지만) 사랑의 스튜디오보다, 사랑의 스튜디오는 행운의 청춘열차 (TBC 시절 짝짓기 프로그램)보다 (단거리 달리기의) 승패를 노골화시켰겠죠.

저는 (아마 추정하기로) 곰곰발님보다 키도 크지 않을 것이고, 목소리 톤도 낮지 않은데다가, 근력도 약하고, 재담도 없고, 가장 큰 약점은 여성을 냉소적으로 보는 성향 때문에, 여자를 사귀는 악조건은 풍부했죠. (아토피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달리기 식의 가치관으로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2:00   좋아요 0 | URL
짝짓기에는 단기적 짝짓기 성공과 장기적 짝짓기 성공이 있죠.
단기적 짝짓기란 말 그대로 결혼을 전제로 한 섹스가 아니고
장기적 짝짓기란 말 그대로 결혼을 전제로 한 섹스(결혼)이죠.
짝은 단기적 짝짓기 효과'죠.
이 프로에서 나오는 구애'는 사실 성공을 위한 제스츄어일 뿐이지
진심을 담보로 했다고 보기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트루먼은 진짜라고 믿었기에 진실된 행동을 하지만
< 짝 > 에 나오는 출연자는 이게 트루먼쇼'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남의 시선 의식하기'가 작동한 결과죠.


곰곰손 2014-03-0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ㅎ헝그리 정신,/헝거게임 비유가 탁월하네요. -_-)b
저는 자살하는 사람이 반드시 우울증을 지니고 있을 거라 생각은 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대개의 자살에는 외적인 요인보단 내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외적 요인만이 자살 이유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4:40   좋아요 0 | URL
저도 동의합니다. 사실 이 글을 쓸려고 했던 이유는 그녀의 자살 이유였는데 안 썼습니다.
전 그녀가 " 전이 " 현상 때문에 격정적 충동에 휩싸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헤어진 남자를 떠올리게 해서 전이'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남자 출연자가 다른 여성분을 선택하자
여자는 갑자기 헤어졌던 그 사건과의 기시감에 빠진 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를 혼동하게 되는 것이죠.
과거 남자와의 헤어짐 아픔이 갑자기 폭풍처럼 밀려온 것은 아닐까 싶어요.

곰곰손 2014-03-06 14:5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네.. 그런데 제가 말씀 드리는 '내적 요인'이란..좀 더..
더더욱 내적인 부분이란 게 아닌가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곰곰발님이 말씀하시는 '전이 현상' 또한 외적 요인이 된다는 거죠.
한 인간의 자살 뒤에는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할수 있으나
님이 말씀하시는 '격정적 충동'이 그리 짧은 시간안에
(오직)자기 혼자 홀로 발생시킬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거..

...등도 함께 감안해 이번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곰곰손 2014-03-07 02: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잇쒸~ 모야~
오랜만에 진지하게 덧글달았는데 개무시 당함. (콧방귀 끼며 하산)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09:08   좋아요 0 | URL
너였냐 ? ㅎㅎㅎ 왜 존댓말을 쓰고 그래. 난 그냥 다른 이'인 줄 알았어.
그리고 덧글이 많이 달리다 보니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론 존댓말을 해서 헷갈리게 만들지 마라...

rtour 2014-03-0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손 동의, 프로그램 참여가 촉발은 시켰겠지만 이게 다일 수는 없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4:40   좋아요 0 | URL
저도 동의합니다. 사실 이 글을 쓸려고 했던 이유는 그녀의 자살 이유였는데 안 썼습니다.
전 그녀가 " 전이 " 현상 때문에 격정적 충동에 휩싸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헤어진 남자를 떠올리게 해서 전이'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남자 출연자가 다른 여성분을 선택하자
여자는 갑자기 헤어졌던 그 사건과의 기시감에 빠진 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를 혼동하게 되는 것이죠.
과거 남자와의 헤어짐 아픔이 갑자기 폭풍처럼 밀려온 것은 아닐까 싶어요.

만화애니비평 2014-03-0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님의 인기는 참...말하지 못할 정도로 놀라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18:51   좋아요 0 | URL
나같은 거지가 무슨 인기입니까. 과찬이십니다.

2014-03-0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가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09:09   좋아요 0 | URL
썸 님, 생각해 보니 섬'이라는 외자 이름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에피큐리언 2014-03-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독한 인어를 낚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13:45   좋아요 0 | URL
인어를 낚시로 낚으면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제가 직접 물속으로 뛰어돌어서 만나보겠습니다.

에피큐리언 2014-03-07 14:0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혹시 구두수선은 안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14:08   좋아요 0 | URL
구두 수선은 하지 않고 버리진 구두 가죽이 아까워서 가방 주머니를 만든 적은 있습니다. 지금 들고 다니는 가박 주머니가 바로 제가 신다가 버린 구두로 만들었으니 뭐 구두 수선도 하는 군요. 어수선과 더불어 구두수선공이라고 불러주셔도 좋습니다.
 

 

 

 

 

 

 

 

 

 

 

 

 

 

 

 

 

 

 

 

 


 

 

 

여성 괴물(들)

 

 

 

 

 

 

영화 < 에이리언 > 시리즈에 등장하는 " 괴물 " 이 HR기거'가 디자인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 이 자리를 빌려 말하자면 영화 속 괴물'은 기거'가 " 괴물과 남근 형상 " 을 섞어서 창조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페미니즘 이론으로 풀어서 해석하는 비평도 있다.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 시각은 이미 흔한 예'가 되었으니깐 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괴물이 " 좆같이 " 생겼다는 데 있지 않다. 사실 공포의 주체는 남근을 닮은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의 무한한 생산성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장면은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퀸 에이리언의 출산 공장을 발견하는 시퀸스'다. 이 무시무시한 생명력'은 인간을 숙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끔찍하다.

 

 

결국 영화 속 폭력의 주체는 남근을 닮은 수컷'이 아니라 남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폭력적인 암컷'이다. 영화 속 괴물은 사람 몸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존재여서 설핏 수컷에 가깝다고 생각되지만 자궁이 있는 몸을 빌리지 않고서도 생산 주체가 된다는 측면에서 괴물은 무성과 양성 사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 비평에서 이 영화를 남성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 전사'라는 해석을 잘못되었다. 본질은 성질 더러운 암컷이 용감한 여성 전사와 싸우는 데 있다. 공통점은 모성'이다. 외계 암컷과 지구 여성은 모두 모성'에 뿌리를 둔다. 그들은 모두 생산적 주체'다.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주제는 바로 " 여성 괴물 " 이다(여기에는 " 좆같이 생겼지만 암컷 " 인 괴물도 포함된다).  에이리언'처럼 좆같이 생겼지만 암컷인 대표적 괴물'이 바로 드라큘라'이다. 드라큘라는 에이리언 괴물과 마찬가지로 탁월한 생산, 나아가 출산 능력을 갖춘 존재'이다. 에일리언이 인간을 숙주로 활용하면서 자기 복제'가 가능하듯이, 흡혈 바이러스'도 인간 몸속에 숨어 있다가 본색을 드러낸다. 사실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들은 " 감염 " 되었다는 표현보다는 차리라 " 임신 " 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드라큘라는 목을 흡혈하는데 neck(목)에라는 단어에는 " 자궁 "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감안한다면 흡혈은 성교'에 대한 묘사라 할 수 있다. 송곳니는 남근이고 목은 자궁이다. 그렇다면 드라큘라는 수컷에 가까운 존재일까 ? 수컷이 자궁을 가진 암컷의 몸을 빌려 새끼를 낳는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드라큘라는 남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드라큘라는 자궁이 없는 남자의 몸에서도 자기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에이리언과 마찬가지로 무성과 양성 사이에 놓여 있지만 숙주의 자궁'을 빌리지 않고서도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성에 가깝다. 주류 사회가 두려워하는 것은 드라큘라의 < 파워 > 가 아니라 < 생산성/출산 능력 > 이다. 임신 기간은 감기'보다 짧다.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증,

 

식욕 부진'은 마치 임신한 여성에게 나타나는 철분 부족에 따른 현기증과 입덧 증상과 유사하다. 이처럼 감염'을 임신'으로 치환하면  서구 백인 사회가 드라큘라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피가 섞인다는 것에 대한 공포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흡혈귀 서사'를 관통하는 공포는 접촉 공포'다. 그것은 낯설고 이질적인 타자에 대한 백인 주류 사회의 근심'이다. 이 접촉 공포는 (순혈을 지키려고 하는)종족 보호 본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낯설고 이질적인 타자에 대한 공포를 무작정 인종 차별'로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네오포비아(neophobia), 새것 공포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것 공포증'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낯선 것에 대한 공포'가 된다.

 

 

" 사람과 쥐는 새로운 음식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쥐는 보통 새롭고 낯선 먹이는 아주 소량만 맛을 보며, 또 새로운 먹이가 여러 가지 있을 때에는 따로따로 먹지 절대로 한꺼번에 다 먹지 않는다. ( 진화심리학, 135쪽) "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다. 새로운 음식은 대개 부모가 먹어보라고 권해야 비로소 먹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아이 입장에서 보면 부모는 자기에게 나쁜 음식을 권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구 백인 사회가 드라큘라'라는 낯설고 이질적 타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피가 섞인다는 공포와 함께 네오포비아'도 함께 작동한 탓이다. 중요한 것은 드라큘라가 가지고 있는 자가 출산 능력'이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생산성은 오로지 암컷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드라큘라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 가까운 존재'다. 여성 외모를 비하하기 위한 표현이 아니란 점을 미리 밝히고 말하자면 드라큘라는 " 좆같이 생긴 여성 " 이다. 드라큘라가 여성이라는 증거는 많다. 드라큘라 실제 모델이 엘리자베스 바토리'라는 부인이었다는 점과 드라큘라가 흡혈하는 부위인 목(neck) 이 여성 자궁이라는 뜻이라는 점도 그것을 뒷받침한다. 가만 보면 드라큘라가 눕는 관도 자궁을 닮았다. 그는 수컷인 척하는 암컷'이다. 여성 괴물'이다. 여성 괴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메두사'다. 에이리언이 겉모양으로 보자면 남근을 닮은 괴물이라면 메두사는 여성 성기를 닮은 cunt 괴물이다. 꿈틀거리는 뱀은 거웃이고 얼굴은 cunt다. 사람들이 메두사의 얼굴을 보면 딱딱한 돌이 되어 죽는 현상은 프로이드 식으로 말하자면 페니스 발기'다. 그들이 본 것은 메두사의 얼굴이 아니라 여자의 촉촉하고 검은, 아......

 

여성 괴물은 생각보다 많다. < 오이디푸스 > 이야기에 나오는 스핑크스'도 메두사와 마찬가지고 여성 괴물을 대표하는 슈퍼스타'이다. 스핑크스의 어원이 바로 똥구멍'이다. 그러니깐 스핑크스는 똥구멍 괴물'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배변 훈련을 가르치고 항문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존재는 엄마'다. 엄마는 항문을 관장하는 감독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핑크스는 여성 괴물이면서 초월적 어머니 괴물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 그렇다면 오이디푸스는 왜 스핑크스를 물리치고 나서야 왕'이 되었을까 ? 간단하다. 왕이 되었다는 말은 어른이 되었다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가 죽기 전까지는 어린이'였다는 간단한 공식이 성립된다. 여기에 스핑크스가 항문을 관장하는 괴물이라는 점을 접목시키면 오이디푸스는 구순기-항문기-남근기 기간 중 항문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 항문기를 벗어나 남근기에 접어들어야지만 상징적 어른이 된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의 만남은 바로 이 시기'이다. 그는 스핑크스를 제거함으로써 남근을 획득한다. 스핑크스가 던진 질문 " 저녁에 다리가 세 개 " 에 대해 오이디푸스는 늙으면 지팡이에 의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지팡이가 아니라 발기한 남근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대한민국은 중세시대나 고딕 시대에서 등장할 법한 드라큘라 서사'가 21세기에 작동하는 사회'다. " 빨갱이 " 는 현대판 드라큘라'다. 우리가 흔히 쓰는 " 빨갱이 사상에 물들었다. " 라는 표현은 마치 " 드라큘라에 물려서 감염되었다. " 라는 말처럼 들린다. 빨갱이(종북세력)은 소문은 무성하지만 본 사람은 없다는 면에서 보면 " 처음 보는 음식 " 이다. 이와 같이 " 빨갱이 " 는 낯설고 이질적인 타자여서 네오포비아의 대상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빨갱이는 영원한 타자'이다. 문제는 네오포비아'가 아니다. 아이는 본질적으로 새 음식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지만 부모를 믿고 그 공포를 해소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국가가 나서서 오히려 낯설고 이질적인 타자'를 공격한다. 피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순혈을 강조한다.

 

그래서 새것은 멀리하고 익숙한 것에만 집착하게 만든다. 바로 그러한 태도가 국가주의와 가족주의를 만든다. 국가주의와 가족주의의 핵심이 바로 익숙한 것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니깐 말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GDP 성장이 아니라 네오포비아를 없애는 것이다. 순혈이 중요하다고 해서 혼혈을 경멸하면 안된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애국심에는 반드시 적이 필요하다. 적을 만들 수록, 그래서 적이 많을수록 당신의 뒤통수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뒤통수, 조심해야 한다.

 

 

 

 

 


 

 

 

 

첨언.

 

불알 스토커의 < 드라큘라 > 에서 드라큘라 백작'은 초월적 존재'라기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가깝다. 중세의 마녀 사냥이 그렇듯이 백인 주류 사회'는 변방에서 온 창백하고 낯선 존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타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진행되는 풍문은 온통 악의에 가득 차 있다. 이 풍문에 의하면 드라큘라 백작은 기괴하며 무시무시한 악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주류 사회로부터 격리된 불가촉천민에 가깝다. 그는 사회적 약자'일 뿐이다. 어떤 공격에 대한 일반적 대응은 다음과 같다. ① 동작 멈추기  ② 도망가기 ③ 싸우기 ④ 복종하기 ⑤ 죽은 척하기  ⑥ 기절하기'이다. 여기서 관 속에 있는 흡혈귀들이 사람들에게 발각되었을 때 보이는 대응 방식은 " 죽은 척하기 " 와 " 기절하기 " 이다. 그들은 잠든 것이 아니라 근육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 ? " 죽은 척하기 "와 " 기절하기 " 는 대부분 자기보다 강한 자가 공격할 때, 도망칠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남자보다 여자와 아이가 기절을 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드라큘라와 흡혈귀'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니라 연약한 존재'다. 찌라시는 믿을 만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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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4-03-0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피시즈 또한 H.R기거의 작품입니다. 스피시즈 또한 좆나게 무서운 여자괴물이자나여.
여왕벌, 여왕개미가 짱임.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13:40   좋아요 0 | URL
안타까운 일이군요. 사실 전 짝'을 거의 안 봐서 룰을 잘 모릅니다...
그나저나 남자의 변심 때문에 그런 것 같던데
그 남자분도 상처가 크겠군요....
괜히 남성분에게 돌팔매는 하지 맙시다..

나탈야 2014-03-0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건 그렇고 SBS '짝'의 여성출연자, 녹화 기간 중 숙소에서 목메 자살했답니다.
그에 대한 글 한번 투척해 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13:08   좋아요 0 | URL
정말입니까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15:43   좋아요 0 | URL
불미스러운 일을 포스팅하기는 그렇고 여기에 그냥 덧글을 남깁니다.
어쩌면 그녀는 수동적 자살을 선택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능동적 공격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살을 하는 심리의 이면에는 살아 남은 자가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받게 할 목적으로
자실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그녀가 굳이 촬영 기간 중에 자살을 한 이유도 자신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선택한 남자와 그 파트너, 그리고 넓게 보면 짝'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복수심이 이 비극을 불러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경쟁 심리죠.
실연과 함께 경쟁에서 떨어졌다는 자괴감이 2배 더 힘들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이런 프로 자체가 전 못마땅합니다.
사랑을 경쟁적으로 해서 차지해 봐,, 이런 내용인데.. 글세요...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이지만 자살 충동은 오랜 시간 동안 계획이 이루어진다기보다는
대부분 어떤 급격하게 쏟는 격정적 충동이 이런 비극을 낳습니다.

나탈야 2014-03-05 18:5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딱히 <짝>이라는 프로그램 같은, 짧은 기간동안 한공간에 몰아놓고 충동적 사랑을 실험하는 시스템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아요. 부적절 하다면 부적절하죠. 다만- 인간의 본성을 관찰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프로그램이기에 즐겨본 편입니다. 인간의 수준을 이해하기에 딱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근데 이게 어찌보면 관음증의 일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같은 프로그램을 평가하더라도 저마다의 가치관 만큼은 다르니까요.

본문과 페루애님의 댓글에 연관 짓자면... 흠.

여자는 무서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19:21   좋아요 0 | URL
이게 여자와 남자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자살'할 때에도 남녀는 차이가 있습니다.
남자는 주로 직장, 혹은 지위를 상실했을 때 자살을 많이 합니다.
반면 여자는 실연이 가장 큰 원인이죠.

감히 제가 위험한 추리'를 하자면
여성은 짝 프로그램에서 만난 남자에게서 옛사랑을 느꼈을 겁니다. 비슷했다는 거죠.
그런데 그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자
그 전에 사귀던 남자가 겹치면서 생각이 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깐 그녀가 느끼는 배신감은 한번이 아니라
두 번 연속이었다는 점이죠. 그래서 그만큼 상실감도 컸던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담이지만 최태원 회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그 말 듣고 참 싸가지 없는 새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의적 책임'이란 개인의 양심이나 사회적 통념에 의한 윤리적인 책임'인데
최태원은 관습법에 의한 회장직 물러나는 게 아니라
법원이 법률적으로 판단해서 죄를 지었다고 해서 내렸는데
무슨 놈의 도의적 책임일까 ? 어이가 없다. .

곰탕데우는새벽 2014-03-0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 회심의 역작을 읽은 듯한 기분.. 넘 흥미진진해서 단숨에 읽어내렸습니다.
헌데.. 퀸 에이리언은 어찌 보면 또 남근의 상징도 되지 않나 생각 들어요.
여성은 저렇게 한꺼번에 대량유포(?)하기가 힘들잖아여.. 남성들이 여기저기 씨를 흩뿌리고 다니지..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13: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드랴큘라 송곳니는 어쩌면 남근이잖아요. 송곳니(남근)를 목(자궁)에 직접 박아넣는다는 측면에서 말이죠. 에이리언도 그렇고, 드라큘라도 그렇고 핵심은 여성 몸'에 기대지 않아도 자가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수컷은 반드시 암컷의 몸을 빌려야지만 자기 복제가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보면
에일리언과 드라큘라는 자궁이 없는 수컷의 몸에서도 자가 복제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출산 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대량유포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가 여성 괴물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건 아닐까요. 허허...
무시무시한 출산능력이 바로 이런 종류의 서사에서 가장 큰 공포로 작용하죠.

새벽 2014-03-05 13:5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허긴 남자든 여자든 자웅동체든 그보다 곰발님의 메시지, 테마가 중요하죠.
정말 넘 잘 읽었습니다.

곰탕만삼일째인새벽 2014-03-0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종교배에 대한 공포.. 이게 파시즘적 망상으로 번지는 걸 경계해야 하지만
고래적부터 종족 유지를 위한 본능으로 새겨진 것이라 보기에.. 또 무작정 공격하기만도 그런 토픽 같아요.
물론 곰발님은 현명하시게도 시종 중립적인 뉘앙스를 유지하셨고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13:55   좋아요 0 | URL
드랴큘라 서사'는 확실히 이종교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종'에 대한 ( 낯선 타자성'으로 지시되는 ) 공포는 생래적이기도 하죠. 인간은 본질적으로 네오포비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공포를 다스리는 것이 바로 그 나라의 교육이고 시스템이겠죠. 교양입니다. 아이가 부모를 믿고 낯선 음식을 먹듯이,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네오포비아를 국가(부모)가 꾸준한 교육을 통해서 가르쳐주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네오포비아를 오히려 부추기죠. 빨갱이 보신 적 있으신가요 ? 전 빨갱이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 본 적이 없어요. 새것이잖아요. 이종'이죠. 이걸 국가는 다스려야 하는데 오히려 부추깁니다.

그래도곰탕이좋은새벽 2014-03-05 14:0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럼요 그럼요. 우리나라는 이미 이종교배 공포가 적정수준을 넘어 심각하게 도용되고 이용되고 있지요.
곰발님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제 얘기는 그 이전의 본질적인 얘기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14:33   좋아요 0 | URL
아, 그럼요. 새벽 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의도를 알고 있습니다. 그냥 보충 설명을 하다 보니..ㅋㅋㅋㅋㅋㅋ
한국은 확실히 공포 사회'에요. 빨갱이는 일종의 드라큘라'잖아요.
흔히 좀 좌퐈적으로 말을 하기만 하면 " 저 새끼 빨갱이 사상에 물들었어. " 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꼭 드라큘라 이빨에 감염되었어, 처럼 들리거든요.....

samadhi(眞我) 2014-03-0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많은 "ㅈ" 받침에 놀랐습니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가 강한 사회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이방인이라고 느낀 제 자신이 처음 가 본 도시에서 길을 물었을 뿐인데도 경계하던 그 눈빛이 잊혀지질 않네요. 지금도 그 동네를 떠올리면 폐쇄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5 19:23   좋아요 1 | URL
일부러 사용했어요. 남근 형상을 한 괴물이라는 표현은 좆같다'는 표현보다 잘 맞는 표현은 없더라고요. 후후.
낯선이를 경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는 하죠.
그것을 사회가 교육이 국가가 잘 풀어줘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다 보니
낯선이에 대한 경계가 심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달사르 2014-03-0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큐라가 송곳니를 여자의 목에 박을 때 자꾸 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공포스러운 장면일텐데 이상타..생각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니 곰발 님 표현처럼 그런 숨은 은유를 제가 은연 중에 느꼈나봐요.

괴물의 성 정체성은 여직 남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자 괴물이라니요. 되게 신선하네요.
남자 괴물은 주로 여자를 잡아서 어쩌구저쩌구 하는 동안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 여자를 구하고 괴물을 죽이는 게 대개의 줄거리인 반면, 여자 괴물이 나오면 남자가 잡히고 여자 주인공이 구해주고 하는 그런 루틴한 서사는 나오지 않는군요. 대신 좀더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리나봐요. 접촉공포. 네오포비아.

빨갱이라는 단어에 대한 네오포비아는 완전 공감입니다. 이 빨갱이라는 단어는 토대가 얼마나 튼튼한지, 필리핀 신부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감, 순혈주의는 저절로 자가복제를 하는 듯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6 08:34   좋아요 0 | URL
제가 뱀파냐'들을 좋아합니다. 저 위의 책 < 여성 괴물 > 이라는 책 상당히 좋습니다. 좋은 책인데 의외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더군요. 전 저 책을 몇 년 전에 읽었는데 읽고 나서 책이 상당히 좋아서 깜짝 놀란 적이 있씁니다. 신선했거든요. 그래서 여성 괴물'에 대해 생각해 보니 정말 여러 가지 여성 괴물이 등장하더라고요.

+
아이들 보면 새로운 음식에 대한 공포가 있어요. 처음 보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아예 안 먹습니다.
그걸 부모가 먹으라고 권하죠. 아이는 먹죠. 왜, 부모는 자기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사랑이니깐....
네어포비아는 결국 접촉공포와 하나죠. 그걸 해소하는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부모죠.
이거 조금 확장하면 부모 역할을 하는게 바로 국가입니다. 국가(부모)는 국민(아이)가 새 음식에 대한 거부에 대해 먹으로가 가르치는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될 의무죠. 그런데 먹으라고 가르치기는커녕 오히려 아이들의 편식을 조장합니다.이런 나라참 드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