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은 전형적인 완장이다. 완장을 한자로 풀면 팔 완 + 글 장'이니 팔에 글자를 새겼다는 뜻이다. 아, 윤창중은 무시무시한 문신을 한 사람이다. 그가 양아치와 다른 점은 양아치는 팔뚝에 "차카게살자 " 라고 쓰지만 그는 팔뚝에 " 나라사랑 " 이라고 새겼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런 그가 어공(어쩌다공무원)이 되었으니 물 만난 물고기'가 된 심정이었을 것이다. < 청와대 대변인' > 이라는 아이언맨 갑옷 슈트는 얼마나 근사한 명품 옷인가.  얼마나 훌륭한 완장인가. 어용이 어공이 되면 위세는 하늘을 찌르고, 백성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모든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한국 사회'가 갑의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이 된 원인에는 < 벼락 > 이 키워드로 작동되고 있다. 서구 사회'는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수정해 나아가는 단계를 거쳤지만, 한국 사회는 근대화와 산업화'가 빛의 속도로 진행이 되다 보니 이 감정 교육 과정'이 생략되었던 것이다. 세계 꼴찌였던 가난한 나라는 50년 만에 부자 나라'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벼락(들)이 탄생하게 된다. 수평이 느림이라면 수직은 빠름이다. 한국의 부자들은 대부분 < 완장 > 에 나오는 종술'이다. 빈둥거리던 종술이 느닷없이 완장을 차듯이, 한국의 부자들은 교양 수업 없이 곧바로 부자가 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완장질은 동네에서 무시받던 놈이 완장을 찼을 때이다. 한국형 부자의 탄생이다.

 

- 갑질사회 中,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66382

 

 

 

 


 

 

 

 

감투와 완장 : " 한 방에 훅, 간다잉 ! "

 

 

 

 

 

권투 시합을 할 때 선수는 상대방 얼굴을 보지 글러브를 낀 손을 보지는 않는다. 상대방 오른손 움직임에 신경을 쓰다 보면 당연히 왼손 움직임을 놓치게 되고, 반대로 왼손 움직임에 신경을 쓰면 오른손 글러브를 놓치게 된다. 블라인드 스팟, 특정 부분을 힘주어 바라보면 부분을 제외한 전체가 하얗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노련한 권투 선수는 글러브를 보지 않는다. 권투란 얼굴을 마주보고 싸우는 게임'이다. 얼핏 보기에는 주먹다짐 같지만 사실은 눈싸움'이다(맙소사, 사내새끼들 격정 다툼인 줄 알았더니 계집아이들 신경전이었다니).  며칠 전에 올린 < 관상 > 이라는 글에서도 말했듯이 표정에 사용되는 얼굴 근육 종류는 무려 22개'다. 단일 근육을 하나씩만 사용한다고 했을 때 최소한 스물두 가지 기본 표정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두 개 이상이 짝을 이뤄 표정을 만들어내면 경우의수'는 6000개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깐 사람은 얼굴 근육 22개를 가지고 표정을 6000가지나 만들 수 있는 짐승이다.

 

한자도 마찬가지'다. 기초 한자'만 터득하면 나머지는 연상 암기법으로 숙지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 務 > 라는 한자도 기본만 알고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이 한자는 力 : 힘 력, 矛 : 창 모, 攴: 회초리로 때릴 복'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면 대충 이 한자가 가지고 있는 뜻을 유추할 수 있다. 국가가 백성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서 회초리를 휘둘러서 백성들이 창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 싸우게 하는 형국이다. 전쟁터에서 살기 위해서는 죽기살기로 싸워야 하는 법이 아니던가 ? 이 세 가지가 짝을 이뤄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 힘쓸 무 : 務 > 라는 한자'다. 그런데 이 한자'는 자발적 참여라기보다는 국가 동원에 의한 부역'에 가깝다. 그래서 務에는 < 힘을 쓰다 > 라는 뜻과 함께 < 업신여기다 > 라는 뜻도 같이 가지고 있다. 이처럼 한자란 기본 한자를 다양하게 섞어서 수많은 한자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표정도 마찬가지'다. 입꼬리에 있는 근육과 이마에 있는 근육이 두려움을 만들고, 이에 덧대서 눈꼬리 근육까지 사용하면 경멸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경우의수를 따지면 6000개가 된다는 말. 훌륭한 권투 선수'는 상대방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 결심 " 을 읽어낸다. 선수가 상대방 얼굴에서 < 결심 > 이라는 표정을 읽는다는 것은 곧 상대방이 결정적 한 방을 노리기 위해 주먹을 휘두른다는 메시지'다. 바로 그때를 노리면 된다. 그래서 상대방이 주먹을 휘두를 때, 당황하지 말고 살짝 고개를 숙인 후, 오른손 주먹으로 상대 선수 턱을 빡 !!!..... 끄으읏 (끝) ! 하지만 그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고 해도 럭키펀치 한 방에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이 펀치는 경우의수'에서 제외된, 말 그대로 계산이 깔리지 않은 우연한 한 방'이다. 이 럭키펀치에 맞으면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 해도 속수무책이다. 

 

한 방에 훅, 간다. 무릎 탁, 치며 아, 하고 탄식해도 소용없다. 버스 떠나고 나서 손 흔드는 꼴이다. 권투 경기'에서만 럭키펀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링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럭키펀치는 존재한다. 말이 좋아 lucky이지 당하는 입장에서는 hell이다. 헐이요, 훅'이다. 훅, 간다. 최근에 벌어진 " 럭키펀치 " 가운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입방아에 오른 사람은 세 사람 정도로 압축될 것 같다. 이들은 모두 강력한 한 방에 펀치드렁크 상태가 되었다. 포스코 라면 상무, 윤창중 선생님 그리고 국민 사위 함익병 씨.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빛나는 " 감투 " 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스코 라면 상무도 상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풋내기 상무였고, 윤창중 선생님께서는 꾀죄죄한 동아방송에서 쾌도난마 출연료 15만 원으로 근근이 버티시다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되셨으니 벼락 감투요, 여성 3/4권리 말실수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 입병 함익병 선생 " 도 국민 사위라는 감투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문제는 감투가 아니라 그들이 < 감투 > 와 < 완장 > 을 혼동한다는 점이다. 감투를 뜻하는 [ 冠 : 갓 관 ] 은 冖 덮을 멱, 元 머리 원 그리고 寸 마디 촌(손을 뜻하는)으로 이루어진 한자'다. 손으로 갓을 머리에 쓰고 갓끈을 매는 형상이다. 반면 완장에서 핵심 단어인 [ 腕 팔뚝 완 ] 을 조각으로 나누면 月 달 월, 宛 완연할 완'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宛 은 소리만 빌렸다. 뜻은 月에 있는데 흔히 우리가 달 월'이라고 생각하지만 肉 고기 육, 둘레 유'다. 여기서 肉은 신에게 바치기 위해 조각으로 나눈 고기를 뜻한다. 이 분해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게 바로 다리를 자르는 것. 사람으로 치자면 팔에 해당되는 것이다. 결국 완장은 팔 둘레'에 차는 팔띠'다. 종합하면 감투는 쓰는 물건이고, 완장은 차는 물건이다. 갓을 팔에 찰 수 있나 ? 당연히 그럴 수는 없다.

 

갓은 팔띠가 아니니 말이다. 윤창중과 라면 상무는 이 갓을 애써 팔에 차려고 했기 때문에 사단이 난 것이다. 양말은 발, 장갑은 손, 갓은 머리, 완장은 팔뚝'이다. 각기 맞는 용도에 사용해야지 패션 아이템을 가지고 이상한 짓을 하면 복장 도착자가 되는 법이다. 감투를 써야 하는데 완장을 차면 럭키펀치가 당신을 찾아온다. 럭키펀치는 저승사자와 비슷하다. 느닷없이 다가온다. 성공에 취해서 방심할 때 럭키펀치는 아침에 질레트 3중 면도기로 깎은 허약한 턱을, 팍 !!!!..... 끄읏 ! 듣기로는 라면으로 지랄을 하셨던 포스코 상무는 감투를 벗으셨다고 한다. 포스코 상무라면 라면 가지고 나무라면 승무원들이 라면 면발처럼 꼬들꼬들 말리비틀어지는 줄 착각한 포스코 라면 상무는 지금도 그때 라면 가지고 나무라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신다고 한다.

 

그 이후, 라면은 절대 먹지 않는다고 ! 윤창중 선생님도 아파트에서 도를 닦으신다고 한다. 말랑말랑하며 탱탱한 것은 모두 멀리하신다고 한다. 국민 사위라는 명에로운 훈장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에 취했던 함익병 선생 또한 십 리도 못 가서 입병 나셨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이들에 대해 너무 벌떼처럼 몰려들어서 비난을 하는데 "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야.  애들이 많이 다쳤어. " 하여튼 옛사람이 하는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잘나갈 때 몸을 사려야 한다. 참고로 입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비타민'을 복용하는 게 좋다. 끄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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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3-1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방에 훅간다는 이야기가 통용되는 예시들에 탄성이 납니다.

RPM 수치가 2와 3사이를 꾸준히 유지하도록 엑셀을 밟아야죠

잘나간다고 도로상황 파악 못하고 속도 높히다가
브레이크 밟고 시동꺼지기 일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5:03   좋아요 0 | URL
미시령 고개에서 그리 달렸다가는
ㅎㅎㅎ. 미시령 고개 내려올 때는 정말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3-1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투>와 <완장>을 혼동하지마라-!라니, 항상 명심해야겠어요! 물론 제가 명예를 쥘 가능성은 없어요...ㅋㅋ

가끔, 공인이나 연예인 중에서 실수한 걸로 너무나 혹독한 비난을 받는 사람들을 볼 때 좀 걱정이 되기도해요. 예전에 아이유가 안좋은 일 겪고 다시 컴백했는데, 표절시비로 또 엄청나게비난받는 것 보고 쟤 어떻게 되는거 아닌가..제가 괜히 걱정했어요.ㅠㅠㅋ뭐.. 잘못하기도 했고, 인기가 많을 땐 정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최고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잘나가니... 그 반대급부도 감수해야하긴 하는 위치기도 하겠지만요!

그러고보면, 전 그냥 이렇게 인기 없이 누구에게도 큰 칭찬 받지 않고 살아가는게 편한것 같기도 해요~0~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5:16   좋아요 0 | URL
아니 밤하늘 님, 제가 실종신고 낼 뻔했습니다.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드시느라
소식이 깜깜했습니까...ㅎㅎ
자세히는 알지 못하겠지만 익병 씨는 보면 아무래도 정치에 뜻을 두어서
립서비스 차원에서
한 소리 같습니다.


감투는 쓰는 것이고 완장은 차는 것이란 차이가 있습니다만,
둘 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죠. 투명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3-12 16:50   좋아요 0 | URL
저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거든요 !!ㅎㅎ 그래서 일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다행히 오늘 일하는 시간에 틈이 좀 나서, 책주문하면서 아싸 ~0~ 하면서 곰곰발님 서재에 들어왔습니다ㅋㅋ

함익병씨..ㅠㅠ 방학 때 집에 내려갔을때만 해도, 엄마는 막 칭찬하고 아빠가 저거 설정아니냐고 너무 심하다고 막 뭐라고 하던 기억은 나요... ㅋㅋㅋ

이제 저 나름 사회생활 시작했는데, 어쨌든 조심조심 또 조심, 좋은 일 있고 일 잘풀린다고 그냥 방심하고 함부로 행동하면 안되겠어요 . 저에게 아주 시의적절한 글이어서 뜻깊게 잘 읽었어요-! ㅎㅎ

+ 곰곰발님 그 때 벽화마을- 글 읽고 한참 후에 그런생각이 들더라구요. 부자들은 자기 집들을 수많은 감시체제로 꽁꽁 봉쇄하여 접근금지!를 외치는 것과 참 반대되는 것 같아요. '돈 많고 권력있는 자들에게는 접근 금지', '(자신들에게)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소외된 계층'에게는 벽화를 통해서 친밀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려고하는 건 아닌지 말이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7:00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 정말 위대한 통찰인데요 ? 덧글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정말 그러네요. 부자들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눈이 싫어서 꽁꽁 감추잖아요. 사생활 보호 받고 싶다느니... 이런 소리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낯선 사람이 자기 집을 넘겨보면 부자가 아니어도 평범한 집주인이면 불쾌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놓치고 있는것은 자기 집은 남들에게 볼거리로 보이는 것을 싫어하면서 가난한 사람 집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폭력이죠. 나중에 생각을 좀 모아서 이 논의를 좀 확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지적이세요. 올해 최고의 댓글이어씀...

마립간 2014-03-12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투와 완장 ;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결과론적 현상인지 고민중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5:14   좋아요 0 | URL
차이가 있다면.......


감투는 쓰는 물건이고 완장은 차는 물건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통점도 있습니다.

감투와 완장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만 보이지 않을가요 ?

아무개 2014-03-13 09:52   좋아요 0 | URL
감투>완장.
감투 쓴 사람이 완장 찰 사람을 선발하고
완장 찬 사람은 감투 쓴 사람의 명령에 따르거나
감투 쓴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기에 대부분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둘러진 완장을 휘두르고 다님.
완장은 감투의 하수인.

"와! 저사람 감투 썼네!"와" 참내... 완장둘렀다고 저 지랄이네!"
는 많이 다르지 않나 싶어서요.

저는 대충 뭐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3 16:51   좋아요 0 | URL
감투는 사실 꼭 나쁜 뜻으로만 쓰이는 단어는 아니란 생각을 합니다. ㅎㅎㅎ
오히려 이웃이 배가 아프니 감투 썼다고 하는 것이지.
반면 완장은 무조건 나쁜 의미로만 쓰이잖아요.
감투를 쓴 놈 중에는 감투를 이용해서 악랄하게 사는 놈도 있지만
꽤 유용하게 검소하게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수다맨 2014-03-1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의 명문 "빤쓰 벗고 덤벼라"가 생각납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3 16:49   좋아요 0 | URL
반쓰 벗고 덤벼라는 만고진리입죠. 빤스 벗고 싸운 놈이 반드시 싸움에서 이깁니다.
왜냐하면 불알 까고 덤비는 놈과 싸우게 되면 엄청 쪽팔리거든요...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소설 < 차가운 피부 > 를 읽다가 문득 로맹가리 단편 <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 가 생각났다. 두 주인공 모두 인간에 대한 환멸 때문에 세상의 끝‘으로 떠나는 사람들 이야기이기 때문. < 새들은... > 이 페루 해안가 작은 카페‘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 차가운... > 은 남극 근처 외딴 섬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오지 섬 기상관으로 복무하면서 1년 동안 책만 읽을 생각으로 섬에 도착하는데 첫날밤부터 주인공은 괴물의 공격을 받는다. 그는 괴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온 책을 모두 불태운다. 괴테, 아리스토텔레스, 릴케, 스티븐슨, 마르크스, 시몽, 밀턴, 볼테르, 루소, 공고라, 세르반테스...... 맙소사 ! 위대한 유산은 자연 앞에 한갓 불쏘시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이 분서갱유 속에서도 태우지 않은 한 권의 책’이 존재했으니 바로 프레이져의 < 황금가지 > 였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작가인 피뇰이 프레이저에게 노골적으로 오마쥬를 보낸 것은 확실하다. 소설은 흥미진진하다. 괴물과 인간이 싸우는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것도 없다. 단점이 있다면 시작은 창대한데 끝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함익병, 미인은 잠꾸러기다 !

 

 

조카'가 내게 물었다. " 삼촌, 군대 재밌어 ? " 나는 눈을 흘기며 조카에게 대답했다. " 넌, 공부 재밌냐 ? " 이 말투에는 이주일 식 성대모사가 녹아들어서 " 콩나물에 고춧가루 팍팍 무쳤냐이 ~ " 처럼 들렸을 것이다. 조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군대도 마찬가지야. " 조카가 그 말을 한 이유를 안다. 그때 조카는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 < 진짜 사나이 > 를 보고 있었으니깐 말이다. < 진짜 사나이 > 속 병영 생활은 기똥차게 재미있다. 신입 입소식 때는 깜짝 몰래카메라로 감동시킨다. 고된 훈련 끝에는 진한 눈물이 흐르고, 우정이 꽃 피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넘쳐난다. 실제로 그럴까 ?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군 자살자 수를 보면 병영 생활은 < 진짜 사나이 > 속 판타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능 다큐에서 티븨 속 " 리얼 " 은 존재하지 않는다.

 

카메라 앞에서 리얼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 군에 입소하게 되면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은 군 시설에 대한 기밀 보안'이다. 간첩이 남한에 침투해서 제일 흔하게 하는 임무가 바로 군 시설을 파악하고 사진을 찍는 것. 그런데 < 진짜 사나이 > 는 이 모든 군대 내 시설을 화끈하게 보여준다. 홍보인가 아니면 누설인가, 애매모호한 지점이다. 대한민국은 분단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일말의 주저 없이 " 강력한 군대 " 를 양성해야 된다는 말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세 말 하면 입 아프니깐 말이다. 하지만 강력한 군대를 위해서 군대 문화를 미화하면 안된다. < 진짜 사나이 > 처럼 군대 문화를 미화시키면 안된다는 말. 어제는 함익병 씨가 국민의 4대 의무인 국방, 납세, 근로, 교윽'을 이야기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 권리를 빼야 한다는 소리를 한 모양이다.

 

특히, 여성은 4대 의무 중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3/4권리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서 " 70%만 챙겨라 ! " 라는 소리'다. 오, 독특한 발상이다. 허경영 이후 가장 날카로운 독설'이다. 정치에 뜻을 두었던 이명박, 원세훈, 김황식, 정운찬 기타 등등등등등등등'은 군 미필'이니 3대 의무'만 이행한 자. 그들은 자기 몫의 70%만 챙기면 된다. 이명박도 선거에서 얻은 총 득표수에서 70%만 챙겨야 한다. 박근혜는 어떤가 ?  박 대통령도 자신이 얻은 표에서 30%는 사표 처리한 후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 생각만 해도 씐난다 ! 누가 봐도 " 3/4권리 " 발언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은 < 의무 > 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 권리 > 를 보잘것없는 애물단지 취급을 한다. 일단 할 일 다하고 나서 권리를 주장하라고 말한다.

 

선과 후'가 분명하다. 누릉지를 먹으려거든 밥을 먼저 해야 한다는 소리다. 파업이 발생하면 노동자가 일을 하지 않아서 발생하게 된 손실부터 따진다. 안 봐도 딱이다.  하지만 권리는 의무를 이행하고 남은 냄비 속 누릉지가 아니다. 권리는 무시한 채 의무만 강요하는 사람은 독재자이고, 그 사람이 지배하는 사회는 독재 사회가 된다. 반면 의무보다 권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권'이다. 지적했다시피, 대한민국은 이미 과노동 국가'이다. 이 말은 곧 국민이 지나치게 국가가 호명한 의무에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의무(義務)라는 단어에서 핵심은 (務  : 힘쓸 무)에 있다. 이 한자는 力 : 힘 력'에 矛 : 창 모, 그리고 攴 : 채찍질할 복'으로 이루어진 한자'다. 이 세 가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대충 감이 올 것이다. 국가가 백성을 전쟁에 강제로 동원한 모양새다.

 

채찍질을 해서 백성이 창을 들고 싸우게 만드는 형국이다. 그래서 부수다, 무리하게 무엇인가를 하다, 힘쓰다'는 뜻이 된다. 함익병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무에는 이런 속뜻이 있다. 한국 사회가 노동 과부하 사회라는 점은 이미 국민이 지나치게 국가가 호명한 의무에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마당에, 함익병은 의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채찍을 휘두르다가는 대한민국은 피로사회에서 기절사회로 전환되지 않을까 ? 그런데 그가 피부과 병원 원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가 한 속내가 읽히기도 한다. 피부의 적은 피로'다. 기절할 때까지 일하는 사회가 되면 신나는 사람은 피부과 병원 원장 밖에 더 있는가 ? 함익병이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노린 것은 피로였던, 였던, 였던 것이다. 사람들이 피로야, 가라 ! 라고 외칠 때 그는 피로야, 오라 ! 라고 외친다.

 

그가 쏟아낸 격정 토론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꽤 실망스러운 결론이서 아, 아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부지런한 놈들은 대부분 밉상인 경우가 많다. 한때 허각보다 인기가 없었던 각하는 지금도 남들 다 잘 때 일어나서 황제 테니스를 치시겠지 ? 아,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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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4-03-1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읽긴 읽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미스테리 소설을 몰아 읽는 버릇이 있어서.
남편이랑 군대 얘기하다가 새파랄 때 개고생하는 아해들 보상이 적극 필요하다고. 왜 여자는 군대를 안가냐는 둥. 이스라엘은 여자도 군대가는데 어쩌고 하다가. 아무튼 군대의 현대화가 필요하고. 투명한 군인문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을 한 적이 있었죠. 대만 얘기도 하고. 위아래 없는 생활을 하는 미쿡군대가 참 괜찮다는 얘기도 하고. 아무튼 민감한 문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20:51   좋아요 0 | URL
기사 보니 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함익병이 한국, 이스라엘, 대만이 전부라고 했는데 보니깐 70군데 가까이 되더군요. 이중 여자도 군대가는 나라는 10여 곳이라 합니다. 더군다나 대만 여자도 군대가는 징접제'는 사실무근이라고 한느군요. 하여튼 이스라엘이 여성을 동원하는이유는 간단해요. 주변국에 비해 인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것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여성도 참여하게 된 것이지 평등을 위해서 여성도 군대를 가는 것은 아니란 마입니다. 보상 중요합니다. 실제로 징병제 국가들은 대부분 월급을 줘요. 뭐 한 50에서 150정도 받는다고 하더군요. 우리게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반갑 등록금 대신 군인에게 100만 원 월급을 지급해야 합니다. 반갑 등록금은 대학생에게만 적용되니 상대적으로 대학 안 간 사람에게는 엄청난 손해죠. 차리라 군대 간 사람에게 적어도 50만 원 정도 월급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한 80만 원 정도... 그러면 말끔해 다 해소가 되요...


+

오, 이 소설 읽으셨군요 ? 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11 21:07   좋아요 0 | URL
네. 애들 월급만 많이 주면 되는데 그냥 일반 회사원 수준으로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웬만한 추리 미스테리는 다 읽었어요. ㅋㅋ 그 장르를 좋아해서.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21:09   좋아요 0 | URL
오홋, 그러면 언제 한번 추리 미테리스 추천 베스트 10// 뭔 이런 거 함 올려주십시요. 참고하게 말이죠..

samadhi(眞我) 2014-03-11 21:27   좋아요 0 | URL
다들 읽은 것일터라... ㅎㅎ 저보다 더 그쪽에 능한 분들이 많기도 하구요.

마립간 2014-03-1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익병 ; 곰곰발님 덕분에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서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군대 없는 국가가 가능한지 의문, 만약 군대가 필요하다는 전제에 모병제가 징집제가 나은지 의문, 그리고 징집제에서 남자만 징집하는 것이 남녀 모두를 징집하는 것보다 나은지 의문 - '집단 정신의 진화'의 책에서는 남녀 함께 징집하는 것이 남자만을 징집하거나 모병제를 통한 군대보다 폭력성을 완화시켜 주어, 질 높은 군대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148022
기본적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여자에게 국방의 의무는 있죠. 병역의 의무가 없을 뿐.

플라톤의 철인독재는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이 부인을 공유하여 자신의 자식이 누구인지 모르는 즉 가족을 갖지 않아 욕심을 배제한다는 전제이므로 전제 조건이 현대 사회에서 성립될 지 의문.

논란의 주제 중 가장 큰 의문은 ; 로마 공화정에서 로마 제정을 넘어가면서 국가 운영이 강해졌나(= 크게 발전) 아니면 약화되었냐인데, 제가 신뢰하는 신문에서는 약화되었다고 하는군요. 이것이 맞는 이야기일까요?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5333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5:18   좋아요 0 | URL
제가 역사는 취약 분야라, 더군다나 로미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
그나저나 남녀 함께 징집하면 질 높은 군대를 유지한다는 저 책 무척 솔깃하군요.
살펴보니 절판이네요.... 후훗....... 어제보니깐 남자만 군대가는 건 합헌이다는 헌법 해석도 있었습니다.

마립간 2014-03-12 15:22   좋아요 0 | URL
그 이유가 군대의 폭력성 때문에, 더 폭력적인 사람들만 모이게 하는 효과(selective bias)가 생기는 것이죠. 미국의 경우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계층에서만 지원을 한다던가.

남녀의 차이를 고려할 때, 합헌인 것이 상식적인 것 같고요. 많은 국가에서 남자만을 징집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중국 근세,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집단에서 남녀에게 동일한 병역 의무를 주었는데, 집단 내의 불만으로 집단 유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5:31   좋아요 0 | URL
일종의 깨진 유리창 이론과 비슷한 거로군요?
왜 깨진 창문 하나가 방치되면 불량한 사람이 한두 모이다가 우범지대가 되는.....

마립간 2014-03-12 15: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은.

위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모병제가 맞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군대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면 폭력성과 같은 부정적인 면을 감소시키는 징집제가 맞고, 남녀모두 징집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고. 뿐만 아니라 신체 장애자도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병역의 의무가 아닌 병역의 권리로 참여시킬만 하다고 생각했죠. (군에 복무할 정도로 생활 기술을 익힌다면 사회에는 더 잘 적응하겠죠?)

급여는 현실화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어째거나 전국민이 병역에 참여한다면 현재 말도 안되는 급여로 인한 불평등한 느낌도 많이 완화될테니까요.
 

 

 

 

 

 

 

 

 

 

 

 

 

 

 

 

 

 

 

 

 

 


 

 

 

 

 

 

남자가 남자에게 !

 

 

작년 추석 연휴 때 영진공'에서 영화 < 멜랑콜리아 > 를 상영해서 A와 함께 상암동에서 만났다. 영화 상영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공원 의자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다.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그러다가 A가 갑자기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 앉았다. 고개를 돌리면 코와 코가 마주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여서 당황스러웠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영화관으로 향했다. ( ...... 중략 ) 영화가 끝나고 뒷풀이를 겸해서 노천에 테이블을 마련한 호프집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아, 하면 그 친구는 아아, 했고 그 친구가 어, 하면 나도 어어, 하며 맞짱구를 쳤다. 다들 아시겠지만 맥주를 마시면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 듯, 화장실에 가서 오줌통을 비워야 했다. A와 나는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다.

 

문제는 그 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와서 자리에 앉을 때마다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둥근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던 그는 화장실을 다녀올 때마다 거리를 야금야금 좁허더니 결국에는 내 옆자리까지 다가왔다. 당혹스러웠다. 일행이 많아서 복작복작 곁을 내주어야 하는 상황하고는 다르지 않은가 ? 그것은 마치 전철 안에 승객이 거의 없는 데도 누군가가 내 옆에 와서 앉을 때 느끼는 불안함이었다. 그런데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고 해서 내가 일어나서 의자를 끌고 둥근 테이블 맞은편으로 가 자리를 고쳐 앉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싶었다. 서둘러 술자리를 끝냈다. 불편하기보다는 불쾌했으니깐 말이다. 나는 내가 빗금 친 영역 안으로 타인이 허락도 없이 침범하면 불쾌하다. 그것은 내 성격이 까칠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본능이다.

 

내 곁을 허용할 수 있는 대상은 친한 친구이거나 애인 혹은 가족이 전부'다. 애인이란 내 곁을 허용하고도 불쾌한 감정이 들지 않는 관계'다. 그런데 그 외 사람들이 곁으로 바짝 다가오면 털이 곤두선다. 여성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상사가 업무 과정을 가르쳐준다는 구실로 뒤에서 바짝 다가와 귀에 콧바람 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몇 달 후, 여럿이 모였다. A도 참석했다. 대여섯 명이 모인 자리여서 A가 내 옆에 앉았지만 그때처럼 불편하지는 않았다. 종로 술집이라는 게 모두 최대한 붙어서 술을 마셔야 하니깐 말이다. 문제는 그 친구가 아예 작정을 하고 내게 팔짱을 끼고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가 주선한 모임이었기에 화를 내서 술자리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 자리도 그냥 흐지부지 끝냈다. 다음날, 그 친구에게 " 지랄 " 을 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적 취향을 무척 존중하지만 내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태도에 화가 난 것이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 인권에 대한 침해'이다. 그 친구가 이 글을 읽을 수도 있기에 이 자리를 빌려 한 마디 하련다. " 이봐, 친구 ! 내 자지는 오로지 젖가슴 앞에서만 발기한다. 오케이 ?! "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그 일 이후로 그 친구와 가까워지지 못했다. 거기까지가 내가 가진 한계'였다. 사실 나는 남자가 멍청하다는 생각을 하는 남자'다. 그래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진화 심리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자는 꽤나 거추장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비비드 버스의 < 진화 심리학 > 이라는 책을 읽다 보면 사내새끼들이 꽤나 꾀죄죄한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낯선 여자보다 낯선 남자를 훨씬 무서워한다. 이것은 낯선 남자가 낯선 여자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정말 남자는 여자보다 폭력적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라는 사실은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다 보면 남자는 여자보다 공격적이며, 여자는 남자보다 이타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굳이 남자와 여자'로 한정하지 않고 수컷과 암컷을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생물학자 폴 셔먼은 숲속 땅다람쥐를 조사했다. 땅다람쥐는 포식동물을 발견하면 소리를 지른다. 동료들은 이 경고를 듣고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그런데 이 행위에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호루라기를 분 땅다람쥐는 포식 동물의 눈에 띄어서 잡혀먹힐 확률이 높아진다.

 

만약에 당신이 땅다람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치면 동료는 살 수 있으나 자신은 그 늑대의 표적이 된다. 반면 호루라기를 부는 대신 혼자 몰래 도망치면 목숨은 건지지만 동료가 죽는다. 쉽게 말해서 " 당신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 " 를 묻는 질문이다. 폴 셔먼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호루라기를 불어 동료를 살린 땅다람쥐의 성별을 조사했다. 수컷보다는 암컷이 더 이타적 행위를 많이 했다. 21%나 더 많이 말이다. 남자란, 수컷이란 그런 존재다. 모유를 먹는 아기들조차 남자가 위험하다는 정보를 습득한 채 태어난다. 모유를 먹는 아기는 다른 여자보다 어머니 냄새를 더 좋아하지만, 아버지 냄새를 다른 남자 냄새보다 더 좋아하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서 " 남자는 다 똑같아 ! " 그렇다, 남자는 다 똑같다. 남자는 이기적이며 폭력적이다.

 

그리고 조금 더 멍청하다. 더군다나 가부장 한국 사회인 경우는 더, 더더욱 그렇다. 한국 남성은 지금 여성 상위 시대라며 징징거린다. 대한민국은 남녀 평균 임금 격차가 OECD 28개국 평균(15%)보다 무려 2.5배가 높은 39% 를 기록해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일본하고도 무려 10%나 차이가 난다. 자살율과 함께 불명예 2관왕'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명예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여성 상위 시대가 되는 나라'다. 골때리는 남성 부족 국가'다. 남성들이여, 무식하게 누워서 침 뱉지는 말자. 이래저래 자꾸 성질을 건드리다가는 여성들이 섹스 파업'이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보신왕국에서 태어난 한국 남자는 섹스 없이는 몬산다, 몬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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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3-1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에피는 꽤 자주 읽은 기분이라 곰발님이 얼마나 불쾌했는지는 익히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미 얘길 해서 관계가 깨진 마당에 굳이 공개적으로 그 분을 비난하는 건 좀 과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뭐, 두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저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는) 이렇게 글을 올리시면서 상관하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불쾌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매우 당연하지만 이렇게 글로 공개적이고 공격적으로 비난을 하시는 건 배려가 조금 부족하신 건 아닌가 싶네요. 본인도 그 분에게 그 술자리에서 배려받지 못했다고 하시면 어쩔 수 없는거지만...
여튼 뭐 저는 술자리에서 여자가 들이대도 크게 상관치 않는 사람이라 이런 덧글을 쓰고 있는거겠죠.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0:53   좋아요 0 | URL
노코멘트하겠습니다.

곰곰손 2014-03-1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포의 의견에 동감.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너의 블로그의 글들은
꽤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들어와 보는 곳이잖아.
이미 그 분으로부터 정중하게 사과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몇번이고 번복하며 그 에피소드를 입에 올리는 건
좀 그러네..

그리고 깔꺼면 오프에서 그 상대 면상에 대고 까는 게 예의란 생각도 든다.
블로그에다 이렇게 공개 처형하는 식은 옳지못하단 생각.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5:29   좋아요 0 | URL
글쎄... 난 정중하게 사과받았다는 기분이 별로 안 들어서... 길게 말 안한다.

똑같은 식으로 너에게 한마디 하마.
나를 깔거면 꼭 오프로 떠서 까지 말고 비밀글로 까는 게 예의란 생각도 든다.
블로그에다 이렇게 공개 처형하는 식은 옳지 못하단 생각이 든다.

내가 싸가지없다면 너도 싸가지가 없는 게지.
이거 비밀글로 할 걸 그랬나 ?! 미안 비로그인 덧글은 비밀 답글이 안된단다.

곰곰손 2014-03-11 19: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이제야 봤다.
'공개 처형'이란 단어가 맘상하게 했구나. 그렇다면 미안하다.
나는 이글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려던 건데 네가 듣기엔 거북했나보다.

공개 덧글로 단 거, 사과하지 않아도 좋다. 뭐라 하고싶으면 더 뭐라 해도 좋고.

암튼 싸가지 없어서 미안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20:50   좋아요 0 | URL
과장되게 말해서 그런 것뿐 네가 무슨 싸가지없겠냐.
하여튼 열올리지는 마라.

rtour 2014-03-1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은 이해할 듯. 잘 풀리지 감정이 있죠. 그러나 분노와 불쾌감은 충분히 표현했으니, 남은 것은 상대를 배려 어려워도 깨끗하게 묻거나, 현피. 또 여성들은 법에 판단을 맡기기도 하죠.

2014-03-11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탈야 2014-03-1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페루애의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버렸구나!!! (탄식)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2:10   좋아요 0 | URL
트라우마까지는 아니고...
그 친구가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기에 경각심. 한심하긴 저도 한심하죠. 이해합니다.

달사르 2014-03-1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포스팅을 곰발 님이 친구 분을 이해하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정말 친구 분이 싫다면 아예 이렇게 포스팅을 하지 않으셨겠지요. 그냥 안 보면 되는 거니까요. 근데 계속 언급하신다는 건, 정말로 그 친구를 까기 위해서라기보다, 곰발 님이 이해 못하는 상황에 대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자신의 그 '이해못함'을 '이해함'으로 바꾸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게다가 본인의 한계라는 것도 언급하셨듯이 말입니다.

해서, 제 생각엔 윗 글이 곰발 님이 친구 분을 알아가는 과정 중에 생긴 에피' 일 수도 있겠다, 란 생각입니다. 제가 웹툰을 보는 편이라 네이버 웹툰 중 '모두에게 완자를' 도 당연히 봤는데요. 저는 이 웹툰을 보면서도 작가가 커밍아웃 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더랬어요. 그저 여자 둘이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생활툰이구나, 그랬는데 막상 커밍아웃 하고 나니, 그런 느낌을 진작부터 받았다는 댓글들이 많았어요. 아,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 제법 되는구나. 싶었지요.

곰발 님도 눈치가 빠른 편이어서 빨리 알아차린 게 아닐까요. 저도 어릴 적부터 여자애들이 저를 차지하려고 서로 질투하고 마음 끓이는 일이 많았는데요. 저는 그때는 이해를 못했어요. 여자는 당연히 남자를 보면 좋아하는 게 정상인데, 남자도 아닌 여자가 왜 저를 못 차지해 안달인지 이해를 당연히 못했죠. (그래 봤자 같이 밥 먹고 같이 노는 게 전부지만.) 그냥 질투심 많은 여자인가? 이 정도 생각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여자들 중 일부는 성향이 그쪽이겠다, 싶더라구요. 우리 일반인들과 달리 그쪽 사람들은 본인의 정 정체성을 인정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거니와 본인이 인정을 못해서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을 거 같애요. 정상적이지 않다는 게, 자신이 아웃사이더 임을 인식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것도 자발적이 아니라, 선택권이 있는 게 아니라, 태생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데다가 또 본인 의지로 바꿀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네들은 동성 친구를 그냥 친구로서 사귀는 데도 일반인보다 좀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어렵다고 징징거리고만 있으면 안되고, 세상을 향해 한 발을 내디딘다면, 앞으로 받을 상처는 감수를 해야죠. 그렇게 상처를 받는 과정 중에 새로운 관계가 싹을 틔울 테니까요. 그리고 혹여 실수가 있었다면 정중히 사과를 하는 연습도 해야 되구요.

물론 곰발 님이 이를 모른다는 게 아니라, 다 이해하는 데 자신이 그은 빗금 이상은 넘어오지 말라, 그 말이잖아요. 그 빗금이란 게 거리가 좀 애매해서 사람에 따라 거리가 짧아지기도 길어지기도 하는 게 문제일텐데, 일단 곰발 님의 그 거리를 이번에 친구 분이 확실히 알았으니 그 거리 이상 넘는 경우는 없겠지요. 친구 분의 입장에서는 그 거리에 대한 기준이 곰발 님 보다 훨씬 짧았나 봅니다. 그리고 남녀를 떠나서 곰발 님은 좀더 친해지고픈 그런 욕심이 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니, 그만 그 선을 넘어버렸겠지요. 저도 개인적으로 제가 그은 선을 타인이 넘어오는 걸 싫어하는 편인지라, 곰발 님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그 선은 입 밖에 내서 확실히 이야기하기가 애매할 때가 많지요. 그렇지만, 그 선이라는 것이 존중되어야 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2014-03-11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르푸르 2014-03-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성적 존재가 한마디 하자면 남자를 끊임없이 강요당하는 삶 너도 여자를 좋아하고 너도 오입을 좋아하지? 자 우리처럼 해봐~라고 하는 남성들 문화 정말 견디기 어렵죠.
어쨌든 똥꼬는 안녕하십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2:08   좋아요 0 | URL
무성을 가장한 여성애주의자 오쉬프 님 오셨군요. 조직 오입 문화, 대책이 없죠. 똥구멍은 항상 관리 중입니다. 전 이상하게 방바닥보다는 의자에 앉는 게 편하더군요. 남의 똥꼬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이버이웃 2014-03-1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이버 이웃. 이라고 적고 네이버상의 아이디는 적지 않을게요.

저는 게이입니다만, 느끼셨을 불쾌함이나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요.
그 간의 곰곰발님의 글에서 드러났던 소수자들에 대한 애정도 충분히 감지했던 터입니다.

그리고 그 배려와 존중을 '신체적 접촉'으로 '시도'하거나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하는 것은 명백한 실수죠.
대학교 다닐 때, 성추행 당했던 피해자의 대리인 역할을 해 보면서
'당하는 사람의 입장과 고통'에 대해서 충분히 보고 느껴서 공감이 갑니다.

안타깝게도 더 발전적이고 좋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인연을, 그 분께서 망쳐 버리셨네요.
소통하면서 거리 유지하기는 참 중요한 문제인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5:25   좋아요 0 | URL
전 자주 언급했듯이, 게이 친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게이바'에 가서 술도 자주 마십니다. 제가 이성애자라고 해서 동성애자에 대한 장벽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들과 술을 마시면 농담삼아 " 나같은 이성애자 새끼들은 한심해. 이성애자들 엿먹어야 해. " 라고 말하기도 하죠. 이성애자가 그리 얘기하면 속시원하잖아요. 물론 술값은 그들이 내기에 아부하는 측면도 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흔히 " 동성애자 사회를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어 " 라는 말을 하는데 저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웃긴 시각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마치 사람을 가난하니깐 불쌍한 사람이야, 라는 선입견이 깔린 거 아니겠습니까.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이해하고 자시고 할 것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똑같은 사람일 뿐이니까요. 저 말투에는 은근히 꼰대적 발상입니다. 그래서 전 동성애를 특별히 옹호하지도 않고 비판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똑같은 잣대로 판단할 뿐입니다.

저는 누굴 만나면 쉽게 만지지 않습니다. 가끔 상사들 한테 끌려가서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적도 많지만 내 상사가 테이블 치우고 그 위에 올라가서 파트너 옷을 벗겨 별짓을 다하지만 전 단 한 번도 내 파트너 아가씨에게 반말한 적도 없고 몸을 만진 적도 없습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 어린 남자라고 해서 반말하지 않습니다. 전 그게 기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취향은 존중하지만 그 취향이 타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취향이라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궁금 2014-03-1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술집가서 파트너 몸만지는 거도 나쁜 짓인 겁니까? 궁금해서 지나다가 여쭤봅니다. 쉽게 돈벌려고 하는 애들, 더 쉽게 돈 벌게 해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몸 파는 행위를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해달라고 하는 게 걔들 생각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거꾸로 그녀들의 성노동을 사는 게 정상인거죠. 애초에 아무짓도 안할 거라면 가지를 말아야하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7:29   좋아요 0 | URL
궁금 님도 사회생활하다 보면 부득이하게 룸살롱에 가는 경우가 있잖습니까. 물론 돈을 주었으니 몸을 만질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반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돈 내고 빵을 샀으니 포장지를 뜯을 권리가 있기는 하지만 빵부스러기를 흘리면 안 되고 빵봉지 버리면 안 되지 않습니까. ㅎㅎㅎㅎ 비유가 좀 그렇죠 ? ㅎㅎㅎㅎㅎㅎㅎㅎ 여튼... 그것을 지나치게 정당한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오버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손 잡고 허리 몇 번 만지는 걸로 끝내야지 빤스까지 찢어가면서 남성성을 과시할 필요가 있을까요 ?

samadhi(眞我) 2014-03-1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성후배가 미묘한 감정을 품고 저를 바라봤을 때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저를 인간적으로 좋아해서 그러려니 생각해서 뭐라고 하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이게 참 경계가 "거시기" 한데. 지금은 애엄마가 된 아이지만. 친한 친구처럼 잘 지냅니다. 그냥 한때 어린 나이의 동경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곰발님이 겪은 상황과는 많이 다른 듯하지만요.
제게 동성애 성향은 없지만 남성동성애자들이 참 좋아서(거의 소녀적 동경이죠.) 동성애물 참 많이 봤습니다. 만화책, 영화, 드라마 불문하고. 대표적인 영쿡, 미쿡 드라마 "Queer as folk" 진짜 이건 명작인데 ㅋㅋㅋ. 아주 친하고 편한 동성애자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들도 했었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3:36   좋아요 0 | URL
전 동성애 사회에 대한 동경은 없습니다만 잰틀한 자유 의지'는 좋더군요. 딱히 편견들이 없어요. 앞뒤 재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관계가 자유롭습니다. 아마 소수자가 가지고 있는 힘인 것 같더군요....
 

 

 

 

 

 

 

 

 

 

오 ! 오므라이스

 

 

 

 

 

오므라이스'는 계란 덮밥 요리'이다.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비빔밥을 포함한 볶음밥 종류는 잘 먹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집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가 내게 한 말 때문이었는데,  볶음밥, 덮밥 따위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음식물 흔적이 있는 공깃밥을 모아두었다고 볶음밥이나 덮밥을 만들 때 사용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덧대어 말하기를, " 영업 시간 다 끝나갈 때에는 중국집 가지 마라. 주방장 이제 막 모자 벗고 퇴근 준비하려다가 느닷없이 주문 받으면 짜장면에 침 뱉는다. ㅋㅋ. " 친구가 친구에게 한 소리이니 군말은 아니지 않을까 ? 충분히 가능한 소리'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돈 주고 김치볶음밥이나 달걀볶음밥은 사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오므라이스도 안 먹은 지 십 년은 지난 듯하다. 사실 오므라이스를 먹지 않게 된 이유는 꽤나 웃기다. 오므라이스를 발음할 때 입술을 오므리게 되는데 이때 입모양이 똥구멍처럼 오므라들기 때문에 이 요리와 항문이 자꾸 연결이 된다.

 

더군다나 노란 달걀지단으로 덮여 있어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쏟아낸 토사물 같아서 입맛을 잃기 때문이다. 요리 품평을 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니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 덮밥 > 이나 < 덮개 > 라는 단어에서 " 덮 " 은 어근'이다. 뿌리'이기 때문에 " 덮 "이라는 음이 독립해서 활용될 수는 없다. < 덮 > 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없는 낱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 사소하다 " 라는 형용사에서 " 사소 " 라는 음절을 독립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 ? 만약에 그런 식으로 독립 활용이 가능하다면 " 파랗다 " 에서 어근인 " 파랗 " 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새누리당 본색은 파랗'이다. " 내가 이 소리를 왜 하나면 수많은 문학평론집 따위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문법적으로 개판인 문장을 수없이 목격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팔린 평론집 가운데 하나인 *******에서는 " 사소성 " 이라는 정체불명인 명사'가 등장한다. < 사소하다 > 의 어근인 " 사소 - " 에 성질을 뜻하는 접사 " 성 " 이 붙어서 만든 조합인데 이게 문법적으로 가능한가 궁금하다. 태어나서 " 문학의 사소성 " 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그냥 단순하게 " 보잘것없는 문학 " 이거나 " 문학이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정도로 표현하면 될 일인데 굳이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도 않은 단어를 만들어서 비문을 남발하는 것을 보면 의아하다. 평론가 아닌가 ? 국문학을 전공했고, 그 스펙으로 문학 작품을 평가하는 직업이 아닌가 말이다. < 사소성 > 이라는 조어를 새로 말을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창조라고 한다면 차라리 한자로 형성된 " 사소하다 " 는 단어보다 뜻이 같은 " 자질구레하다 " 에서 어근을 떼어내어 " 자질구레성 " 이라고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 ?

 

내가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말은 상당수 문학평론가들은 문학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자기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손가락질인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너나 잘하세요. 하여튼 평론가들의 자질구레성'과 보잘것없성'은 한심한 수준이다. 내 이웃이 다음과 같은 위트 있는 정리를 내렸다. " 좋아하는 것만 같으면 동호인이고, 싫어하는 것만 같으면 동지다. " 여기에 덧붙여서 "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비슷해서 서로 좋아하면 친구가 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서로 좋으면 사랑이다. " 라고 교통정리를 했다. 이 문장 읽고 무릎 탁, 치며 아, 하고 하, 하하 웃었다. 싫어하는 것이 분명해서 모이는 형태가 정치적 동지'이다. 문학 동인은 아무래도 동호인과 정치적 동지가 반반 섞인 형태'가 아닐까 싶다.

 

뜻이 같은 자가 뭉쳤으니 뜻이 다른 것도 선명한 무리'이다. 문제는 이러한 군집이 자칫 잘못하면 떼거리가 되어 생떼거리를 하기 쉽다. 동인이 성찰과 비판은커녕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해 이성을 잃고 떼거지로 비난을 하는 광경은 흔한 예에 속한다. 가끔, 문단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들이 거대 출판사를 위한 홍위병 같아서 아리송할 때가 있다. 알쏭달쏭하다. 표절을 지적한 이에게 자기 스승을 모욕했다고 네 에미는 창녀다, 라고 말하는 고상한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속한 출판사와 조중동의 정치적 연합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고 이새끼, 저새끼, 나중에 나쓰메 소새끼, 라는 고상한 욕지거리를 보면 문단이라고 고운 말, 바른말만 하는 세계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열심히 글만 쓰려는 작가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문단이 사용하는 언어가 이 정도이니 고위급 관료라고 해서 그들은 바른말을 사용할 리 없다.

 

알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뻔뻔한 입말이 고착되다 보니 잘못 표현된 말인지도 모른다. 국정원이 < 서울시공무원간첩단사건조작 > 에 대해 사과를 발표했다. " 물의를 일으켜서 송구 " 스럽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 말은 말이 안되는 소리이다. 사전적 의미는 " ( 대개 부정적인 뜻으로 쓰여 ) 어떤 사람 또는 단체의 처사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상태 " 를 뜻한다. 그렇다면 뜻은 분명하다.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수에 오른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이다. 그런데 국정원이 개입된 공문서 조작 사건은 악질적인 범죄 사건이지 물의가 아니다. 이렇게 악질적인 사건을 단순히 저잣거리에서 입방아에 오른 수준으로 격하시켰다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오히려 적반하장에 속한다. 국정원의 보잘것없성'이다. 또한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회장이 " 도의적 책임을 지고 등기 이사직에서 물러난... " 다고

 

비장하게 말했는데 정말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 도의 > 란 도덕적 의리'를 뜻하는데 범죄가 확정된 사람이 도의 운운하는 태도는 여전히 적반하장이다. 그는 도덕적 의리를 저버린 인물이 아니라 돈을 횡령한 죄로 선고를 받은 사람이다. 이처럼 명백한 죄를 저질렀지만 여전히 < 물의 > 와 < 도의 > 를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들 입에서 옳은 소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럴 깜냥도 못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이치에 맞는 소리는 하고 살자. 이게 다 일상생활어의 사소성, 그러니깐 일상어의 자질구레성 혹은 보잘것없성'이 만든 코미디'다. 이런 인간들을 볼 때에도 항상 오므라이스가 생각난다. 자기가 싼 똥을 근사하게 덮어씌우는 꼴이 비슷하지 않은가. 노란색 달걀지단 같은 사과의 변(辯) 을 들을 때마다 오므라이스가 생각난다.

 

색체 심리학에서는 노란색을 " 자기애 " 로 설명한다. 범죄를 물의나 도의로 희석하는 언변을 보면 자신을 향한 변명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한다. 묘하게 맞는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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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3-1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법에 맞지 않더라도 독자가 흐름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면
필요에 따라 용납될 수 있다고 봐요

그치만 법을 어겨 집행을 받는 피고인 신분의 그들이
물의"니 도의"니 언급하는 물타기식 발언에 대한 의견엔 동감합니다

훗ㅎ 저 노랑색과 보라색 좋아하는데
어쩐지 단내를 폴폴 풍겨줄거 같은 노랑색이 자기애"군요
왠지 비겁해보이는 보라색은 어떤 의민지 찾아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15:36   좋아요 0 | URL
한번 서울시 버스가 보라색으로 칠해져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죠.
서울시로 항의가 빗발쳤다고 하죠 ? 보라색은 색체 심리학에서는
정신병자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되어 있어요. 광기의 색이죠. ㅎㅎㅎㅎㅎㅎ.
그래서 사람들이 어나 어떻게 버스 색을 보라색으로 하냐고 항의했었어요.
실제로도 정신병동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색이 제일 좋은가, 라고 물으면 보라색이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된다고 합니다.

엄동 2014-03-1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광기의 색 ㅋㅋㅋ
자기애로 포장했지만
실은 광녀 ㅋㅋㅋ 들켰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22:42   좋아요 0 | URL
색체 심리 이런 거 믿을 거 못됩니다.
다, 구라죠...이런 거 믿으면 안 됩니다.

samadhi(眞我) 2014-03-1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네집(? 반말 아닌 거 아시죠? 그남자네 집 정도로 이해하세용)이 어느새 방앗간이 돼버렸어요. "도의"가 못된 짓 하는 놈들의 유행어가 돼버려서 죽을 죄를 밥먹듯 지어놓고 오리발 내미는 격으로 "도의" 운운하고 자빠~졌습니다.(좋은 말이 안나와요).

그런데 "오" 발음은 사랑스러운 것들도 많은데 똥구녘을 떠올리시다니^^; "뽀뽀" "꼬옥" "쪼옥" 아무튼 많은데 ㅋㄷㅋㄷ
진짜 웃기는 말들 참 많이 쓰죠. 우리집 샴푸에 새겨진 광고문구는 "촉촉한 수분력" 이래요. 이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광고문구는 특히나 한심해서 혼자 열내고 썽내고 교정하고 요즘 나오는 대중음악 가사가 제일 심하고요. 속이 터질 것 같아서 애들 붙잡고 한 마디 하고 싶어요. 제가 힙합이나 랩을 꽤 좋아하는 편인데 힙합 좀 하는 드렁큰 타이거,"편의점" 이라는 노래에 "팽개쳐"라고 해야 할 부분을 남자나 여자나 둘다 "팽겨쳐"로 발음합니다. 이게 아주 여러번 나오는데 만나서 제발 좀 고치라고 알아듣게 얘기하고 싶어요. 고칠 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영어권 나라에서 살다가 우리말 발음을 영어처럼 하는 게 지들 유행인 건 알겠는데 기본적인 단어는 좀 제대로 알고 노래하라고 말이죠. 말짱한 우리나라 애들까지 그걸 따라할 테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22:42   좋아요 0 | URL
그냥 일반인이야 그렇다쳐도 문학을 평생 업으로 먹고 사는 놈들이 사소성... 이런 거 남발하면 진짜 꼴불견입니다. 우리같은 사람은 문법으로 먹고 사는 놈들이 아니니 백번 천번 해도 괜찮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런데 송강호 입말을 살짝 빌리면 " 문창과 교수잖아요. 문창과 교수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래서 저도 평론집 몇 번 읽다가 뒤집어졌습니다. 나같은 놈도 딱 보면 그 문장 실력이 한심해서 한숨이 나는데 내가 못보고 지나친 오류들이 얼마나 만ㄶ겠습니까.

원래 요즘 가사.... ㅎㅎㅎㅎㅎ 거의 문법 대파괴아니ㅔ겠습니까.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samadhi(眞我) 2014-03-10 23: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전 평론에 관심을 안가져요. 자랑아닌데 ㅋㅋ 비평을 위한 비평을 해대는 것 같아서. 게다가 자기가 만든, 맞지도 않는 말들을 쓴다면야 그 글을 어떻게 읽어주겠어요. 곰발님이 평론을 읽어줘야 하는 처지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전 평론이라는 장르 따위(?) 없다고 생각하는 처지라서 마음 편하게 삽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23:44   좋아요 0 | URL
근데 가끔 기똥찬 평론들이 나오고는 합니다. 그걸 위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읽어야 하는데....ㅎㅎㅎㅎㅎ
성공률이 좀 떨어지죠. 하여튼 저도 평론은 잘 안 읽힙니다.

samadhi(眞我) 2014-03-11 20:35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숟가락만 얹을랍니다. 곰발님이 진짜 이건 꼭 읽어야 한다 싶은 평론만 골라읽을래요. 다른 읽을 것도 많아서 평론엔 손이 안갈 것 같지만.
 

 

 

 

 

 

 

 

 

 

 

 

 

 


 

 

 

 

 

 관상

 

 

 

- 초상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 표정이란 22개의 얼굴 근육 가운데 한 가지 근육 이상을 사용한 결과'다. 그렇다면 초상화는 얼굴 근육을 사용하지 않은 얼굴을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웃거나 우는 표정은 캐리캐처가 될 수는 있으나 초상화가 될 수는 없으니깐 말이다. 그렇다면 초상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무표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화가가 그린 초상화에는 성격이 보인다. 좋은 초상화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그린다. 이 초상화는 얼굴 근육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면에서는 무표정하지만 그 어느 표정보다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인간은 수많은 표정을 만들 수 있으나 역설적으로 유일하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표정이 바로 무표정이다. 무표정은 신의 영역이다.

 

 

 

구효서'가 < 깡통 따개가 없는 마을 > 에서 이런 소리를 한 적이 있다.  " 소설 쓰기'란 하찮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기'이거나, 진지한 것을 하찮게 생각하기'이거나.... "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무릎 탁, 치며 아, 하며 하, 하하하. 구효서의 생각'이 맞다면 소설가는 승려요, 소설 쓰기'는 수행修行'이다. 왜냐하면 승려의 수행은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다고 하고, 쓸모 있는 것은 쓸모없다는 하기 때문이다. 둘 다 사물에 대한 자세가 비슷하다는 말이다. 무소유'란 속세에서 귀하게 여기는 것을 쓸모없게 여기는 반면에 하찮은 것은 귀하게 여긴다. 법정 스님이 보기에는 귀한 난초 화분은 근심을 낳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속세에서는 그 난초가 귀하지만 스님에게는 쓸모없는 것이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성철 스님이 다 버리고 버려서 남긴 거적 장삼 하나'는 속세'에서 보면 헌옷이지만 승려 입장에서 보면 황금으로 만든 옷보다 화려하다. 마찬가지로 승려들이 부엌 하수구에 물을 버릴 때 식혀서 버리는 이유는 하수구에 사는 벌레들이 뜨거운 물에 화를 입지 말라는 근심에서 비롯된 마음가짐인데,

 

그것은 쓸모없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자세'다. 하찮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 소설 쓰기라면, 구효서의 말이 맞다면, 글쓰기'란 결국 자기 치유, 즉 구도의 길'이다. 오, 오오 !  하지만 감탄사는 여기까지. (됐고!)  현실은 시궁창이어서 그러한 진지한 자세로 펜을 쥐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등단이라는 제도를 이용해서 끼리끼리 다 해먹는다. 대학에서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문예지나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동시에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한다. 여기에 시인'으로도 발을 살짝 들이밀면 혼자서 다해 먹는 꼴이다.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 권력이 한 놈에게 쏠리면 줄과 갈래가 생긴다. 줄서기와 파벌이 조성된다는 말이다. 가끔 그들이 시인이랍시고, 문학평론가랍시고 꼴사납게 설치는 꼴을 보면 헛구역질이 난다. 그래, 세상을 다 가져라 ! 그들은 글쓰기를 통해서 권력을 나눌 뿐이다. 사랑을 나누면 성인이 되지만 권력을 나누면 이익 집단'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 결핍 > 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동안 우리는 "결핍"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인식했다.구루병은 비타민 D 결핍이 원인이며, 철면피는 애정 결핍이 원인이다. 이처럼 모든 병은 ○○의 결핍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결핍'을 다른 식으로 접근하면 꽤 근사한 놈이다. 부처와 예수는 결핍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발견한 성인이다. 생선 한 마리가 한 사람의 허기를 채울 수는 없지만 그것을 열 사람에게 나누는 순간 풍요가 된다. " 오병이어의 기적 " 은 결핍이 어떻게 풍요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결핍은 욕망을 낳는다. 그리고 이 욕망은 다양한 표현과 표정을 낳는다. 예술은 궁극적으로 욕망을 재현하는 장치이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결국 예술이란 결핍이 낳은 자식'이다. 표정도 마찬가지'다. 욕망은 다양한 얼굴 표정을 만든다.

 

아, 하거나 어, 하거나 오, 하거나 우, 하거나 오, 할 때마다 얼굴은 아, 어, 오, 우 하는 표정을 짓고, 표정이 보다 풍부하거나 과장이 심한 사람은 아아, 어어, 오오, 우우 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다양한 표정을 만들 수 있다. 신체 기관 중 가장 많은 종류의 근육이 몰려 있는 곳이 바로 얼굴이다. 근육 종류가 22개나 된다. 눈썹을 올리는 근육이 있는가 하면, 눈썹을 내리는 데에만 사용되는 근육도 있다. 우리가 흔히 " 무표정 " 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무표정은 인간이 유일하게 흉내 낼 수 없는 표정'이다.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감정을 얼굴에 담는다. 예를 들어 어떤 소설에서 주인공이 " 개를 살해하는 장면을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 라고 했을 때, 그 주인공의 무표정은 그가 가지고 있는 속내가 얼마나 끔찍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무표정하기 때문에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관상은 얼굴을 본다기보다는 성질을 읽는다. 영화 < 관상 > 에서 송강호는 표정 없는 타인의 얼굴에서 성질을 끄집어내어 마음을 읽는다. 마음이란 욕망이다. 그리고 그 욕망을 낳은 아버지가 바로 결핍이다. 송강호는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결핍을 읽는 능력이 탁월한 관상가'다. 그가 수양대군의 얼굴에서 읽은 것은 탐욕이 아니라 사랑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과잉이 아니라 결핍을 읽었다는 점이다. 탐욕은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을 뜻하니 과잉'이다. 그래서 그는 수양대군의 얼굴에서 탐욕을 읽지는 못한다. 다만 사랑의 결핍을 본다. 인간은 얼굴에서 감정을 숨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왜냐하면 결핍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표정한 척 연기를 하지만 그것 또한 " 무표정한 척하기 위한 " 정교한 표정일 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인간은 다양한 감정을 표정으로 연출할 수 있지만 무표정을 연기할 수 없다. 무표정은 오직 신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다. 조선시대 관상쟁이'였던 송강호가 이명박의 얼굴을 보았다면 어떤 평을  내렸을까 ?

 

이런 촌평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다 : " 얼굴을 딱, 보니 그 사람 참... 부지런한 사람이오. 범의 눈에 뱀의 혀를 가지고 있으니, 거참... 조합이 오묘하구려. 욕심이 많아 재물이 모일 상'이고, 머리도 좋고 꾀도 많아 사업에 손을 대면 성공할 팔자요, 가만 보자.... 물 장사 하면 높은 관직을 얻을 상이로다. 허허. 그런데 말이우 ! 가장 중요한 게 하나 없구려. 사랑이오, 사랑 ! 사랑이 없다는 건 목적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다는 소리요. 다 좋소만 이런 양반은 장사를 해야지 정치를 하면 크게 엿먹일 놈이오. 그 옛날, 이와 비슷한 이가 있었지. 피도 눈물도 없던....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던.... 다, 옛일이오. 하여튼 이 사람이 정치판에 뛰어든다고 하면 말리시구려. 장사꾼이 정치를 하면 나라를 망하는 법. 그나저나 이 나라 대통령은 누구요 ? 내 먼 과거에서 와서 눈이 어둡다오. 뭐?! 이 여자란 말이오 ? 아이구야, 첩첩산중이구려. 똥 피하려다가 번개 맞는 꼴이니.....

 

 

 

 


 

 

 

 

 

 

 

본문과는 전혀 상관 없는 말   : 한국어 교육, 이대로 좋은가 !   

 

자기 새끼는 남들과 다른 법이다. 집에서 키우는 개(레드리버, 3살)에게 말을 가르치기로 다짐을 한 이유는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집이 인왕산과 가까워서 곤충들이 자주 집에 들어오는데 어느 날 벽에 거대한 거미가 붙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거미가 아니었다. 다리가 굵은 것으로 보아 타란큘라 같았는데 누가 애완용으로 키웠는데 도망친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런저런 생각할 여유도 없이 벽에 거대한 거미를 보며 오금이 저려서 낮게 소리쳤다. " 버, 버버버벌레'다 ! " 이때 쩍쩍이'가 아무 생각없이 벽에 붙어 있던 거미를 덥썩 물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말릴 틈도 없었다. 결과는 뻔했다. 개는 독에 쏘였는지 화들짝 놀라서 물던 입을 벌리고는 뒤로 발랑 넘어졌다. 거미는 살아 있었다. 복수라도 하려는 것일까 ?

 

쩍쩍이 목덜미를 잡고 있는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바, 집에서 키우는 개 때문에 주인이 죽게 생겼구나 ! 바로 그때 개는 주인 손을 뿌리치고는 냅다 달려들어서 거미를 입에 물고 난동을 부리다가 삼켰다. 주인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기특한가. 온갖 설레발로 칭찬을 했으니 개는 그날을 잊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때 이후로 개는 < 벌레 > 라는 단어를 알아듣기 시작했다. 잠을 자다가도 내가 " 벌레 어디있어 ? " 라고 말하면 벌떡 일어나 벽쪽으로 다가가 훑는다. 털이 곤두선 채 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 자두 어디있어 ? " 라는 말도 했지만 오직 " 벌레 " 라는 단어에만 반응한다. 두 번째 단어는 < 쥐 > 였다. 개가 현관문을 기가 막히게 여는데 어느날 열린 현관문 틈으로 쥐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새벽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거실 불을 켜는 순간 쥐가 냉장고 뒤로 숨는 바람에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 쥐, 쥐쥐쥐다 ! " 라고 외쳤더니 개가 난입해서 쥐를 잡겠다고 설치고 다녔다. 그때부터 개는 < 벌레 >와 < 개 > 라는 단어를 알아들었다. 벌레'라고 외치면 고개를 쳐들어 벽을 쳐다보고,  쥐라고 외치면 고개를 숙이고는 냉장고 뒤, 화장실, 침대 아래를 샅샅이 뒤진다. 이런 식이라면 쩍쩍이'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 말귀가 트인 개'로 성장해서 조만간 " 동물농장 " 에 출연할 날도 오리라.  요즘은 < 지네 > 라는 말을 알아듣는다. 마당에서 커다란 지네를 발견해서 놀라서 소리쳤더니 개는 홍반장처럼 홀연히 나타나서는 지네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때에도 나는 개에게 과도한 칭찬을 쏟아부었다. 문제는 며칠 후'였다. 동네 후배가 책을 빌리려 집에 왔길래 내가 " 자네, 왔는가 ! 어서 오게... " 했더니,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개는 " 자네 " 라고 불리는 사내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개가 < 지네 > 와 < 자네 > 를 혼동한 까닭이다. 생각해 보니 작년 여름에 발에 쥐가 나서 쥐, 쥐 했더니 내 발을 보며 으르렁거렸던 일이 불현듯 생각났다. 시바, 오늘 병문안 갔다 오는 길이다. 개는 개답게 키우기로 했다. 개에게 무슨 한국어 학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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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9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9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0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0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4-03-0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두서의 자화상은 원래는 강한 인상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오주석 선생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서히 알 수 있지요. 구루병이 비타민D의 결핍이라는 걸 알고 계시다니. 보통 교과목 가정을 배우지 않은 세대들은 알기 어려운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요즘 아해들은 가정과 기술을 함께 배우지만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이라는 말 참 좋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9 13:16   좋아요 0 | URL
그래요 ? 그럼 왜 점점 강한 그림이 되었을까요 ? 궁금하니 뒷이야기를 풀어주십시요. 아니다. 생각해 보니 오주석 책이 있었지.. ㅎㅎㅎㅎ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루병 비타민디 결핍 이런 거.... 달달 외웠습니다. 시험 문제에 꽤 자주 나오지 않았나요 ? ㅎㅎㅎㅎ.

달사르 2014-03-0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쩍쩍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럼 일상 용어와 헷갈리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9 16:24   좋아요 0 | URL
dog라고 가르치면 항아리'로 달려가는 건 아닐까요 ?

달사르 2014-03-0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상대하는 직업을 오래 하는 사람들은 대개 타인의 관상을 보는 눈이 길러지는데요. 이게 경험 탓이 클 거 같아요.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의 인상을 종합하니 이렇더라, 나중에 딴 말 하는 사람 인상은 이렇구 등등. 이 경험이 쌓이면서 종합화되는 과정에 하나의 틀이 마련되고 또 틀이 생기기도 하구요. 쥐상이 어떻고, 말상이 어떻고. 등이 이래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즉, 타인의 관상을 잘 본다는 건, 타인의 결핍 지점이 무엇인지 눈으로 혹은 느낌으로 금방 알아챈다는 의미. 이는 물론 자신의 결핍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는 의미.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9 16:29   좋아요 0 | URL
관상이라는 게 일종의 통계학이죠. 통계를 내니 이런이런 사람은 70% 정도는 이런 상이더라, 라는....
결국 30%는 열외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만, 그게 어디인가요. 이건희 하면 떠오르는 게 관상이라고 하죠 ?
사원 면접을 볼 때 관상가가 있어서 성패를 좌지우지했다는... 참, 건희 그러고보면 근대적 인간입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항상 주장하는 게 얼굴을 봐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말을 보지 말고 얼굴을 보라고 말이죠. 여기서 얼굴은 예쁜 얼굴이 아니라 그 얼굴에서 나오는 기를 보아야 한다고.... 전 사람 표정에 관심이 많아요. 옛날에 편집일을 좀 했었는데 같은 장면을 수도 없이 봐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뛰어난 배우는 얼굴 근육을 매우 잘 사용하더라고요.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22가지 얼굴 근육이 있는데 어느 근육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표정이 달라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9 16:36   좋아요 0 | URL
여담입니다만, 모나리자 미소 있잖아요. 그건 정확히 설명하면 소근' 근육이 움직인 결과입니다.
소근이란 한자로 笑 ( 웃을 소 ) 筋 ( 힘줄 근 ) 을 사용하는데요. 사진사가 치즈하세요. 하면 우리가 치즈하며 움직이는 근육이 바로 소근'입니다. 그래서 입꼬리 근처에 있는 근육을 소근'이라고 하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소근은 역설적이게도 진짜 웃음에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진짜 미소에는 다른 근육이 사용이 되요. 그러니깐 모나리자의 미소는 가짜입니다. 이 22개의 근육에 경우의 수와 합쳐서 만들어내는 표정은 6000개입니다. 이걸 누가 체계적으로 다루었으면 좋겠어요.

수다맨 2014-03-10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 전이었나요. 이명박이 과반에 가깝게 득표하고 대통령되는 모습을 보면서 기겁할 뻔했습니다. 저 사람은 나라를 일종의 화수분으로 생각하는 이인데, 저런 사람에게 표를 몰아준 사람들이 한편으로 괴물처럼 보이더군요. 어쨌거나, 지금이라도 이명박 당장 구속시켜서 비리로 모은 재산 싹 털어야합니다. 이런 인간과 한 하늘 아래에서 숨 쉬고 산다는 생각하니 쪽팔리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11:11   좋아요 0 | URL
워낙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명박 인기가 하늘을 찔러서 당선되었을 때는 의아하지는 않더군요. 그저 이게 바로 경상도의 힘이구나 했습니다. 전체인구의 절반 정도를 경상도 인구가 가지고 있으니 이런 불균형이 오는 거죠. 이거 어디 경상도 출신 아니면 대통령 할 수 있겠습니까 ?

만화애니비평 2014-03-10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재 윤두서 선생의 초상이라니..허허허
이 양반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외증조부입니다. 그는 고산 윤선도의 직계후손이고요.
진중권 교수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서 이인화의 <영원화 제국>의 학자군주 정조가 생각나는데
그 양반은 성호학파에서 성호좌파인 세력보다 영남기호남인에게 올인한 듯합니다.
그런데 성호학파의 남인이라면 정약용 선생인데, 그가 가장 슬퍼하는 것은 백성의 곤궁함과 핍박받는 모습이죠.
다산 선생님이 이것을 보시고 뭐라고 하실지...시대정신이란 말을 제가 감히 사용할 수 없는 말이나
정약용 선생님을 생각하면 항상 시대정신의 표본은 그분인 듯합니다. 그렇게 바른 분들은
귀양가거나 죽거나 멸문지화에 가까운 수준을 당했는데 말이죠. 참고로 지금 빨갱이 사냥이나
당시 천주학쟁이 사냥이나 별로 차이나지 않은 듯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11:1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윤선도 후손이 윤두서'이더군요. 명문가문입니다.
옛날부터 대한민국은 항상 선명한 적이 필요했어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마냥사냥인데
이 마녀사냥이 지금껏 이어져온다는 사실이 불쾌합니다.
지금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보십시요. 이게 어디 21세기에 벌어질 일입니까.
60년대에나 가능한 일이 이렇게 벌어지고 있다니.....
이런 사태가 터지면 그날 바로 국정원장부터시작해서 검찰총장 다 목을 내놓아야지요.
뻔뻔하게 한다는 말이 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 ?! 아니 이게 물의 입니까 ? 엄연한 범죄지죠.
범죄를 저질러서 죄송하다고, 해야 옳은 데 물의'입니다.

물의의 사전적 의미는

(대개 부정적인 뜻으로 쓰여) 어떤 사람 또는 단체의 처사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상태. [비슷한 말] 물론2(物論).


엄동 2014-03-1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람볼 줄 모른다는 소리를 아직도 참 많이 들어요
그래서 모두 알고 보이는 걸
나만 모르고 놓쳐서 통수를 맞은 일도 있었구요
그래도 엠비의 관상이 좋지 않다는 정도쯤은 알아요
책상을 탕"치며 샹"하고 짜증을 부릴거 같은 생김임

얼굴엔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하지만
가면을 쓰거나 메쓰를 대는 사람도 많으니
그조차도 이젠 못믿겠어요

근데 손"을 보면 그 사람이 좀 보이는거 같아요
가늘고 예쁘거나 뭉툭하고 못생긴. 머 이런부분 말고요

전 일하는 손"이라는 소릴 종종 듣곤 해요
호미에 길들여진 농부손 같다며.
어릴땐 그 소리가 참 싫었는데
지금은 뭔가 정겹고 좋아요 가끔보는 시골풍경처럼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11:19   좋아요 0 | URL
손이 참 많은 것을 말하죠. 저도 언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손은 제 2의 입'이다. 많은 정보를 말해준다고 말이죠.
手와 口 는 의외로 유사기관입니다.
손은 말과 연관이 되어 있어요. 수화를 보세요.
손으로 말을 하잖아요. 그리고 열 마디 말보다
말없이 손 한번 잡아주는 게 더 감동적일 때가 많습니다.
글구 확실히 정직하게 일한 사람의 그 뭉툭한 손은 감동적이죠.
이건 다른 미사어구가 필요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