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존 파브로 감독, 기네스 팰트로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사이보그'여서 안 돼 !

 

 

 

 

 

 

삼성이 최신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삼성 연구 개발팀은 신상품보다 더 신상인 상품을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 중에 있다. 그러니깐 신상'이라며 내놓는 상품은 이미 신상이 아니다. 기업들은 시장 돌아가는 꼴을 호시탐탐 지켜보다가 때가 되면 최신  제품인 양 출시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돌린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수명이 짧아야지 회전률 또한 짧아지기에 쉽게 고장나도록 하거나 쉽게 질리게 만든다. 돈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골목 상권까지 넘보며 떡볶이라도 팔 놈들이 저렴한 테엽 장치 시계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테엽 장치 시계 수명'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하나 장만하면 몇 년은커녕 2대, 3대를 거쳐도 고장이 나지 않으니 그들 입장에서 보면 상품 회전률이 너무 길다. 그래서 저렴한 전자 시계를 만들지언정 테엽 시계는 만들지 않는다. 물론 테엽 시계를 만드는 회사는 있다.

 

대신 고가 상품으로 박리다매 대신 희소성에 승부를 건다. 21세기 가장 핫한 전자 제품은 핸드폰인데 신상이 출시될 때마다 기능은 추가된다. 전 모델이 28가지 기능을 갖추었다면 신상은 34가지로 무장을 한 채 선을 보인다. 물론 개발 연구팀은 이미 43가지 기능을 갖춘 모델을 완성시켜 놓고 있겠지만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능이 많을수록 그만큼 고장날 확률도 높다는 점이다. 한 가지 기능만 있는 제품보다는 잡다한 기능을 갖춘 제품이 고장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굳이 통계값을 제시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비교적 고장이 안나는 가전 제품들은 대부분 기능이 단순하다. 토스터기, 커피포트,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등은 질리도록 고장이 나지 않는다. 왜 ?! 단순하니깐 ! (내가 사용하는 헤어드라이어는 20년 전 제품이다) 그런데 이 기능 전체를 하나로 통일한 로봇팔 기능을 갖춘 제품은 쉽게 고장이 난다.

 

< 윌로스와 그로밋 > 이라는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제품이 바로 만능 로봇팔이다. 아침 출근용 도우미 로봇팔은 토스터도 굽고, 커피도 내리고, 다리미질도 하며 주인 머리도 말린다. 그런데 로봇팔은 항상 잘나가다가 어느 순간 뒤죽박죽이 된다. 커피잔이 제 위치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바닥에 커피를 붓고 구겨진 옷에 다리미질을 해야 하는데 주인 얼굴에 다리미질을 한다. 한번 나사가 빠지면 모든 공정은 엉망이 된다. 엉엉엉. 이게 다 기능을 한곳에 쑤셔 박아 넣기 때문이다. 만능 로봇팔은 단순하게 토스터, 커피포트,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가전 제품 4개 기능을 합쳤지만 이 기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백 개 이상의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커피를 끓이는 일만 해도 그렇다. 커피포트는 단순하게 커피만 끓이면 되지만 만능팔은 커피잔을 낙하지점에 정확히 이동시켜야 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주전자를 기울이는 각도, 커피잔에 커피가 차면 자동적으로 주전자 각도를 조절하는 정교한 기능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뿐인가 ? 커피잔에 커피가 가득 찼다는 인지 기능도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정교한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제어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기능이 계속 추가되면 로봇팔은 복잡해진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시스템이다. 그냥 단순하게 토스터 기기를 사용하면 되고, 커피포트에 커피를 끓이면 되는데 말이다. < 윌리스와 그로밋 > 속 로봇팔은 기능이 수백 가지이다 보니 수많은 기능만큼 잔고장이 많아서 제대로 작동된 적을 본 적이 없다. 삼성 휴대폰 신상이 노리는 것은 바로 고장'이다. 기능을 잡다하게 추가해서 뒤죽박죽으로 만들거나 가격을 올린다.  요즘 쏟아지는 가전제품 속 기능 중 80%는 불필요한 것들이다. 이런 광고가 있다. 주부 모델로 보이는 여성이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나물을 무치다가 문득 드라마 할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아..... 고춧가루와 참기름 범벅인 손으로 리모콘을 만질 수는 없는 노릇.

 

코가 가장 간지러울 때는 양팔을 깁스했을 때라고 했던가 ? 쥐새끼 같은 대기업은 발빠르게 소비자의 욕망을 읽은 후 음성 인식 티븨를 만들어 소비가 콧잔등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시원하세요 ? 헤헤헤헤헤.  소비자는 리모콘 대신 병신처럼 " 채널 11번 !!!!! " 을 외치면 된다. 물론 기능 하나 추가될 때마다 스마트 티븨 가격은 87,400원씩 오른다. 개발비'다. 티븨나 핸드폰이 이것저것 다하니 이들 제품이 스마트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제품이 스마트할수록 당신은 멍청해진다. 요리를 할 때는 한눈 팔지 말고 콩나물에 고춧가루 팍팍 무쳐서 맛있는 밥상을 준비해라. 영화 < 아이언맨 > 에는 최첨단 철갑 만능 수트 제품이 나온다. 극장문을 나서면 관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저런 제품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며 " 스마트 " 하게 웃는다. 그럴 때마다 그들이 즐겁게 나누는 대화에 끼어들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 아마 저 아이언맨 수트에 투입된 최첨단 기능은 1000개는 넘을걸. 기능이 그 정도면 기능 하나 당 사용되는 기술은 열 개는 넘을 거란 말이지. 그러면 1000개의 기능을 위해 만 개 이상의 기술이 투입되고, 그 그 기능들을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어 시스템도 가동되어야 겠지. 이봐, 기능이 많을수록 고장날 확률이 높아진다네. 그건 확률이잖아. 아이언맨 철갑 입고 접시에 썰어 놓은 스테이크를 포크로 집어 먹으려다가 느닷없이 과부하가 걸리면 로봇팔이 포크로 자네 눈을 쑤실지도 모른다네. 윌로스와 그로밋도 안 봤나 ? 허허허, 이 사람... 참. 중요한 것은 아이언맨이 아니라 아이 엠 맨'이라네. 믿을 놈은 그래도 자기 자신 밖에 없지, 암 그렇고 말고......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madhi(眞我) 2014-03-3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소비자는 점점 선택권이 좁아지죠. 원하는 걸 고를 수 없는 강요된 소비사회에서 살아가기 빡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08:31   좋아요 0 | URL
핸드폰 파는 사람에게 기능이 가장 적은 폰'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반응이 이 사람 또라이 아니야, 이런 표정으로 저를 보더군요.
전 기능 많은 걸 별로 안 좋아하요. 80% 정도는 사용을 안하거든요...

엄동 2014-04-0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도 취향 차이인거 같아요
로맨스소설에 환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퐌타지물 마니아가 있는 것 처럼.
많은 기능 일일이 떠들어보고 쓰는 사람도있고 아닌 사람도 있죠

저도 통화 문자 까톡 정도만 씁니다.
스맛폰 처음 시도했을때 신기한 마음에 잔뜩 깔아놓은 기능들은
단한번도 열어보지 않은게 대부분이에요

그나저나
신상을 미리 개발해두느는 건 그렇다 쳐도
쉬 고장나도록 튼튼하지 않게 만드는 짓거리는
차암 꼴불견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3:18   좋아요 0 | URL
어라 ? 여기 댓글 달았는데 왜 지워졌을까요 ? 흠흠.....
모든 가전 제품이 그럴 겁니다.
하여튼 전 제품 사용 설명서를 읽은 적이 없어요.
그러니 기능을 제대로 알 턱이 없죠.
저에겐 제품 사용 설명서를 읽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명박과 라면 하나 같이 먹는 게 덜 지루합니다.
읽지 못하겠음....

밤하늘의별소리 2014-04-02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언맨이 아니라 아이 앰 맨 ..ㅋㅋㅋㅋㅋㅋ

<곰발님 글 몰아 읽는 것 너무 티나나요?ㅠㅠ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20:22   좋아요 0 | URL
T 나도 됩니다. U,V,W,X,Y,Z만 아니면 되니까요.....
 

 

 

 

 

 

 

 

 

 

 

 

 

 


 

 

 

 

집 없는 설움

 

 

 

 

- 디 아더스 : 입 다물고 조용히 살아라

 

 

샛방'을 얻어 셋방살이'를 해본 사람은 한결같이 집 없는 설움'에 대해 말한다. 주인이 유세 떠는 꼴을 보면 < 집 > 이 있다는 사실은 세(勢)가 있다(有)는 말과 뜻이 통한다. 으리으리한 집을 가진 놈은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꾀죄죄한 집을 가지고 있는 놈은 나름대로 꾀죄죄한 권세를 부린다고 할 수 있다. 가진 거라고는 불알 두 쪽이 전부인 맨발의 청춘은 주먹 불끈 쥔다. 열심히 일해서 집 하나 장만하리라. " 샛방 " 에서 새'는 사이의 준말'이니 샛방이란 방과 방 사이에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러니깐 엄밀히 말하면 샛방은 방과 방 사이에 있는 짜투리 공간이다.  홍길동 아버지가 양반이랍시고 길동에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게 한 것과 같이,  집주인은 셋방살이하는 이에게 방을 방이라 부르지 못하게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다시 한 번 주먹 불끈 ! (페니스는 세우지 마라) 하지만 서러워 마라. 예수도 샛방처럼 방과 방 사이에서 태어난 꾀죄죄한 셋방살이 세입자가 아니었느냐.  곳과 곳 사이가  곳간庫'이듯, 마구간馬廐間 또한 사이(間) 공간'이다. 예수는 바로 틈새 ( 間 ) 에서 꾀죄죄한 모습으로 태어난 성인이었다. 그는 우주를 통치할 만한 권세를 가졌으나 구름 위 높은 성을 버리고 가장 좁고 낮은 틈새에서 태어나 인간이 가진 죄를 안고 희생을 선택한 인물이었다. 그러므로 쪽팔려 할 필요 없다. 샛방과 비슷한 말이 곁방'이다. 길동 아버지가 호부呼父를 허락하지 않듯이 곁방 또한 호방(呼房)을 허락하지 않는다. 곁이란 메인 요리'가 아닌 스끼다시'요, 고상하게 말하자면 타자'다. 비주류, 변두리, 짜투리'에 속한다.  속담에 " 곁방 년이 코 곤다 " 는 말이 있다.

 

셋방살이하는 주제에 밤에 코를 골아서 집주인이 잠자리를 설친다는 뜻인데,  속뜻은 제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까분다는 뜻이다. 예수라면 이 말을 듣고 주먹 쥐고 불끈 쥐며 소리쳤을 것이다.  "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마쇼 ! "  월세 꼬박꼬박 내니 공짜로 더부살이하는 것도 아닌데 좀 까불면 어떤가 ? 이명박 시절 오야붕 믿고 하는 꼴이 장관이었던 유인촌이었다면 " 승질 뻗쳐서 증말 ! " 이라고 한소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 쥐 죽은 듯 살아야 한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 디 아더스 > 는 곁방살이하는 주제에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코를 고는 눈치 없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다. 니콜 키드만은 끊임없이 자기가 사는 집에 유령이 침입해서 한밤중에 시끄럽게 군다고 의심하지만 반전은 따로 있었다.  유령은...... 니콜 키드만'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비롯한 가족이 오래 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저택의 집주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곁방살림을 차린 꼴이다. 이 초라한 몰락, 그녀는 서럽게 운다. 자신이 그토록 지켜려고 했던 가족이 유령이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셋방살이'에 대한 설움이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왔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 쥐 죽은 듯 숨 죽이며 조용히 살아온 나날에 대한 회한과 설움이리라.  영화 제목 " 디 아더스 " 는 말 그대로 중심에서 벗어난 타자'이며, 사이'이고, 곁'이다.  그들은 입 다물고 조용히 살아야 하는 존재'다, 유령은 그런 존재다. 이와 유사한 영화 < 식스 센스 > 도 곁방살이하는 설움에 대해 말한다. 죽은 자는 무조건 방을 빼야 한다. 그것이 게임의 룰'이니깐 ! 곁방살이'를 하니 그는 잠을 잘 때에도 속 시원하게 코를 골며 잘 수 없다.

 

들킬세라 유령처럼 뒤꿈치를 들며 다녀야 한다.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유령은 기본적으로 더부살이'를 해야 하는 존재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두 영화 모두 중심이 아닌 변방 지역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점이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칠레에서 태어났고, 나이트 샤말란은 인도 태생이다. 그들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구름 속 성'에 초대된 이방인,  디 아더스'다. 이렇듯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와 나이트 샤말란이 중심에서 밀려나 " 사이 " 에 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에는 집 없는 설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집 없는 나그네 설움이라니. 이 구조를 대한민국으로 확대하면 슈퍼 갑인 정치가, 대기업, 지방 토호들은 집주인이고 대한민국 서민은 샛방이거나 곁방에 사는 세입자'다. 집주인인 주류 권력자가 곁방살림을 차린 이에게 요구하는 것은 입 다물고 조용히 살라는 주문이다.

 

코를 골지 말 것, 뛰어다니지 말 것, 세입자 외에는 사람을 불러들여서 떠들지 말 것, 하여튼 입 다물고 조용히 살 것 ! 이명박 정권 이후 우리는 할 말을 할 때 조심하게 된다. 국가 조직의 뒷조사가 두렵고, 가진 자가 허위 사실 및 명예 훼손으로 날리는 법원 출두서가 두렵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주류 권력자는 언제나 곁방 년이 코를 골면 괘씸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파업 노동자에게 백 억원의 손해배상청구서를 날리는 이유는 곁방 사는 년이 시끄럽게 코를 골아서 집주인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렸다는 이유다.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파업 노동자는 벼랑 끝에 몰리고 자살을 선택한다.  좆같지만 그게 현실이다. 오래 전 일도 아니다. 곁방살이를 하던 세 모녀가 방과 방 사이'에서 자살을 선택했다. 그들은 유령처럼 쥐 죽은 듯 살았다.

 

주인은 세 모녀가 평소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다는 말과 함께 말썽 한 번 부린 적 없는, 착한 이웃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이 말이 꽤나 아팠다. 쥐 죽은 듯 살아야 좋은 곁방살이인가 ? 곁방 년이 코를 골면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 세 모녀 이야기는 묘하게 영화 < 디 아더스 > 와 겹친다. 주인공인 니콜 키드만도 두 자녀를 보호하던 어미였다. 그녀는 죽은 듯, 조용히 살았다. 유령처럼......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르푸르 2014-03-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시반전에 대학로로 오셔서 연락주시면 술 한잔 사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1 12:52   좋아요 0 | URL
두 잔이 아니군요. 나름 스케쥴이 빡빡해서....
하여튼 모임 함 가져야죠. 오쉬프 님 ! 옛날처럼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samadhi(眞我) 2014-03-3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마도 평생 셋방에 살 듯합니다. 이사다니는 것만 아니면 살 만합니다. 두 영화를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군요. 그 해석 참 기똥찹니다. 글을 읽다보니 셋방에 사는 설움을 그린 소설이며 영화 속 장면들이 그려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08:33   좋아요 0 | URL
이사... 정말 지긋지긋하죠. 전 이상하게 이사하는 날만 비가 옵니다.
그래서 버린 책이 정말 무지무지 많았습니다. 얼마나 속상하던지...
지금도 책 상태들이 별로 좋지 않아요...

엄동 2014-03-3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임차인의 횡포"도 만만치않죠
대한민국에서 집"관련해 서러워하지 않은 이는 아마 없을겁니다

불행으로 가득한 주말이었습니다
마라톤 대회 나갔다가 짐가방을 몽땅 분실했더랬죠
주최측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어젠 술을 마시며 엉엉 울었어요
왜 이렇게 나는 재수가 없는거냐며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08:36   좋아요 0 | URL
마라톤이요 ? 엄동 님 운동 마니아시군요. 마라톤을 하시다니.......
새롭게 보입니다.

그나저나 왜 찌질하게 울고 그럽니까.
뭐 재수 없어서 잃어버리겠어요.
어절 수 없으니 우울 걷어내시고요....
활기찬 주중 되시기 바랍니다.

마라톤이라.....

엄동 2014-04-01 10:57   좋아요 0 | URL
풀코스까진 아니구요
하프정도 뜁니다

몹시 즐기진 않으니
마니아까진 아니그여 ㅋㅋ

2014-04-01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1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1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옥소리는 매력적이다.

 

 

 

 

 

 

" 주말의 명화 " 로 대표되는 티븨 영화는 반드시 " 명화(masterpiece) " 를 송출하지는 않았다. 꾀죄죄한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과대 광고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 엠비씨 주말의 꾀죄죄한 영화 > 라는 타이틀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티븨 영화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작품성 때문이 아니라 목소리 더빙 시스템 때문이었다. 성우 더빙은 오리지날이 가지고 있는 본때와 때깔을 50%는 갉아먹었다. 성우 양지운과 박일은 수퍼맨이 되었다가 존 맥클레인 형사가 되기도 하고, 로버트 레드포드가 되기도 했으며, 닝기미.... 브레드 피트가 되기도 했을 때는 화딱지가 나기도 했다. 연기'에서 중요한 것은 잘생긴 얼굴보다는 표정이며, 표정보다는 목소리'다. 표정이 4'라면 목소리는 6이다. 톤, 호흡, 휴지기, 말투, 멈춤 따위는 캐릭터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목소리가 돼야 표정이 나오지, 표정은 기똥찬데 목소리 연기가 개판이면 개그콘서트 < 시청률의 제왕 > 에 나오는 아이돌 스타(류근지)처럼 " 가로 열고 가로 닫고 " 캐릭터가 되기 십상이다. 요즘 한국 영화 배우 대세는 연극 무대 출신 배우들이다. 김윤식, 송강호, 최민식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간장게장(씬스틸러의 순우리말)들까지 합하면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영화판을 접수했다고 보아도 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다양한 목소리에 있다. 연극'이란 가까이 하기엔 꽤 먼 거리에서 관람하는 형태다. 영화는 롱쇼트, 풀쇼트, 미디엄쇼트, 클로즈업 쇼트 등 다양한 거리 조절이 가능하지만 연극은 오로지 풀쇼트'다. 관객이 배우의 미세한 얼굴 표정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극 무대는 영화 스크린과는 달리 표정 연기'보다는 목소리 연기를 중요하다.

 

연극 배우들은 대본 발성법에서 목소리에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는 기술을 연습한다. 연극 배우에게는 목소리가 경쟁력이고 영화배우에게는 얼굴이 경쟁력이다.  내가 연예 기획사 대표라면 특정 배우와 장기 계약을 맺을 때에는 표정 연기는 되는데 꾀죄죄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보다는 목소리는 되는데 표정 연기가 미흡한 배우를 선택하겠다. 입만 열었다 하면 모기가 날아다니는, 앵앵 소리'를 내는 베컴이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끔찍한 상상이다. 현영'이 신파 멜로 주인공이 되어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한다거나 설상가상 하얀 소복'을 입고 곡을 하는 연기를 상상할 수 있을까 ? 성우 더빙 영화에 질려버린 나는 티븨 영화를 외면하고 영화관을 들락날락거렸고 결국에는 집에 홈시어터를 장만하기에 이르렀으니.......  

 

3개월 동안 막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장만한 " 5쩜1채널 " 홈시어터'였다. 물론, 당시 재생기는 VHS 비디오 데크'였다. 일명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하는 녹화기'였다. 보기에 좋았어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는 모건 프리먼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 < 좋은 목소리 > 와 < 좋아하는 목소리 > 는 다르다. 대중적 보편성을 획득한 목소리가 듣기 좋은 목소리'라면 좋아하는 목소리'는 개인의 취향에 방점을 찍었다고 보면 된다. 모건 프리먼은 좋은 목소리를 가진 배우였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였다. 특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탐 웨이츠처럼 위스키와 담배 연기로 숙성한 까끌까끌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였다. 그런, 목소리.  좋다. 사실 모건 프리먼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탁월한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할 수는 없다. 

 

얼굴 표정 연기'만을 놓고 보면 그들은 베테랑은 아니다. 그들보다 뛰어난 얼굴 표정의 달인은 많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위스키와 담배로 숙성시킨, 이 알 수 없는 " 찰스 부코스키的 건성 " 이 웅숭깊은 맛을 전해준다. 그들은 얼굴로 먹고 사는 배우라기보다는 목소리로 먹고 사는 배우다. 이런 목소리 연기는 잘생긴 젊은 배우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어떤 영토'다. 내가 < 용서받지 못한 자 > 나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라는 영화에 환장하는 이유는 두 배우가 전해주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멋진 목소리는 잘생긴 얼굴'보다 더 강력한 최음제 역할을 한다. 물론 멋진 목소리에 잘생긴 얼굴이면 금상첨화이기는 하나 그리 흔한 황금 조합은 아니지 않은가 ? 배우 이병헌은 예외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목소리도 좋다. 그가 < 달콤한 인생 > 에서 보스에게 " 왜 그랬나요 ? " 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은 마치 허진호 감독의 < 봄날은 간다 > 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에게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 라고 묻는 떨림'처럼 느껴졌다. 수컷끼리 대화를 나눌 때 내는 소리가 아닌, 달콤한 목소리처럼 들렸다. 내게는 < 왜 그랬나요 ? > 가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 처럼 들려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아, 했다. 이 영화는 퀴어 영화'로구나. 이병헌은 보스를 사랑하는구나. 그리고 그 역도 마찬가지구나. < 달콤한 인생 > 은 배신에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두 수컷 간 질투를 다룬 퀴어 영화였다(김지운의 이러한 성향은 전작인 < 장화 홍련, 2003 >에서도 나타난다. 영화 속 설정은 자매지만 사실은 레즈'다). 어쩌면 이병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 하관 > 이 아니라 하관 속에 감추어진 < 성대 > 다가 아닐까 ? 그렇다고 해서 목소리 좋은 사람만 성공하라는 법은 없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권상우'다. 그가 < 말죽거리 잔혹사 > 에서 " 대한민국 다 좆 까라 그래 !! " 라고 말했을 때 관객들은 "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 " 로 들려서 뜬금없었다.  갑자기 < 족구 > 하자고 하니 뭔 소리인가 했다. 족구는 군대에서 델몬트 오렌지 쥬스 내기 게임이나 남한산성에서 백숙집 공터'에서 하는 놀이가 아니냔 말이다. 혀 짧은 발성으로 인기를 누린다는 것은 기적처럼 보인다. 내가 장담하지만 그런 배우는 오래 가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예로 유명한 배우 한 명 더 거론하고 싶으나 대한민국 여성들로부터 " 곰곰발, 다 족구 하라, 그래 ! " 라는 소릴 듣고 싶지 않아 이 자리에서 밝히지는 않겠다. 난 당신과 한가하게 족구 하고 싶지는 않아. 됐고. 좋은 배우는 대부분 안정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좋은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 매력'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 취향은 그렇다. 잘생긴 얼굴보다는 멋진 목소리를 가진 수컷이 좋다. 유감스럽게도 내 목소리는 모기 앵앵거리는 소리'다. 신이 내린 천벌이리라. 그래서 가급적이면 말을 하지 않고 " 바리톤 " 을 가진 양 가증스럽게 마초처럼 굴며 글을 쓴다. 일종의 개수작이요, 개똥 같은 소리요, 은폐요, 결핍의 대체'다.  나, 그런 놈이다. 하여튼 배우에게 목소리는 보물이다.  玉소리'를 가진 사람은 매력 있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벽 2014-03-30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끝까지 읽어도 결국 옥소리는 나오지 않고.. -_ㅜ 그 옥소리가 그 옥소리가 아니고 그 옥소리 얘기! ㅎㅎㅎ
[달콤한 인생]은 저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음. 이 작품을 게이 코드로 읽어낸다면 이병헌과 보스는 결국 양성애자였고 마지막 싹쓸이 해버리던 태구(에릭)는 왕언니..!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06:09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어제 다시 보았는데, 아.. 다시 봐도 때깔 좋게 뽑았더군요. 이병헌 목소리 좋아합니다. ㅎㅎㅎ.
워낙 이 영화 조연이 모두 주연급이잖아요. 대한민국 대표 씬스틸러는 모두 나온 것 같습니다.
씬스털러를 한국 식으로 말하자면 간장게장 조역들이라고 해야 하나요 ? ㅎㅎㅎㅎ

새벽 2014-03-30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짜 이병헌에 신민아, 김영철 뿐 아니라 김뢰하, 이기영, 에릭까지 대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중 으뜸은 조커를 능가하는 비열한 연기를 선뵌 황정민! :)
음. 간장게장 조역 맞네요 씬스틸러. 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07:43   좋아요 0 | URL
글죠 ? 이런 조합 당분간 나오기 힘듭니다. 황정민, 김롸하, 이기영, 오달수에 김해곤까지....
뭐 정말 환상적인 간장게장 조역들이죠.

삽하나 2014-03-3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에서 악을 쓰고 엉엉울다 깨서는, 갑자기 곰발님이 생각나서 들어와봅니다. 좋아하는 찰스 부코스키도 이렇게 만나는군요 ㅋㅋ 전 목소리가 엄마아빠 닮아 낮고 우아(?)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저질이라 많이들 놀라는... ; ㅅ ; ㅎㅎ 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11:57   좋아요 0 | URL
제가 꿈속에 나타나 또 개똥같은 소리하고 막 행패를 부린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꿈속에서는 제어가 불가능해요. 한번은 연쇄살인범이 된 적도 있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30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목소리에 무척 약합니다. 얼굴은 안보는데(미소년 밝힘증은 차치하고. 그건 순전히 눈요기니까요 ㅋㅋㅋ) 목소리는 듣습니다. 확실히 목소리가 중후하면 무명의 배우라도 자꾸 눈길이 갑니다. 베컴 인터뷰를 처음 듣고 충격이 엄청났지요. 으찌나 없어보이던지. 그 뒤부터 베컴이 어떤 멋진 모습을 보여도 목소리만 떠오르더라구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발음을 신경 써 듣는데 요즘 아해들 발음 듣다보면 아, 미칩니다. 발성을 전혀 안하고 나오나봐요. "극"을 하는 사람들에게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우리말인데 왜 발음을 못해. 왜. 브래드 핏이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발음이 좀 샌다고 느껴요. 그런데도 그 발음에 중독성이 있어서 환청처럼 들리기도 하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12:02   좋아요 0 | URL
연극배우나 연륜 있는 탤런트들 보면 단어에 장음 단음까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발음을 한다고 하죠 ?
제가 하여튼 모 방송에서 보니 연륜 있는 텔런트가 신인에게 지적을 하더라고요.
특정 단어를 낼 때 장음을 내서 소리내야 한다고 정색을 하시더니 지적하더군요...
깜작 놀랐습니다. 자기는 그런 식으로 호되게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게 탤런트의 기본이라고. 좋은 탤런트는 한글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죠.
요즘 친구들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요. 연극 배우들도 발음을 배웁니다. 객석에게 전달하게 위해서는
정확한 발음은 필수 아닙니까....

그나저나 그래서 제가 없어보이나 봅니다.. 허허허.. 이, 저.. 주받은 목소리.......

samadhi(眞我) 2014-03-30 12:39   좋아요 0 | URL
오해(?)하시면 안되는데 베컴은 얼굴과 목소리가 워낙 딴판이라서 더 그래보였던 거구요
곰발님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고 ㅋㅋㅋ 제 목소리도 곱지 않아서 그런지 목소리 좋은 사람을 눈여겨보게 돼요.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김조년 역의 류승룡을 처음 보고 팬카페에 가입했었어요. 목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지금이야 류승룡이 유명해졌지만 전 그때 그 배우를 처음 봤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12:59   좋아요 0 | URL
목소리 연기가 탁월한 사람들 보면 대부분 연극 배우 출신이에요.
일반, 그냥 가수하다가 연기하는 친구들은 낮게 속삭일 때 말을 알아듣지 못해요.
하지만 연극 배우 출신들은 낮게 해도 또렷하게 들립니다.
이게 바로 목소리 발성 훈련 탓입니다.

뭐, 유승룡, 허허허... 이 양반도 연극에서 잔뼈가 굵어서 뭐 ... 목소리 좋지. 압도하잖아요. 상대방을....


글구, 까도 좋아요. 목소리 나쁜 건 나쁜 거지, 뭐 그거 가지고 제가 뭐라 하겠습니까..

samadhi(眞我) 2014-03-31 13:12   좋아요 0 | URL
곰발님 목소리도 못 들어본 제가 어찌 까겠습니다. 듣고 나면 마구 "까" 드리겠지만^^

수다맨 2014-03-3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스트우드 옹, 이 양반은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어요 ㅎㅎ 마초에 보수꼴통에 가까운 사람인데,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자기 철학대로 사는 모습을 보면 참 매력적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스트우드 옹 목소리 듣고 껄끄럽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쇠가 부딪치는 목소리라 해야 할까요.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 저만치 매력적이고 인상 깊은 목소리가 둘도 없더라구요. 담배와 위스키로 얼마나 단련(?!)해야 저런 목소리가 나올지 참, 경이롭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13:01   좋아요 0 | URL
이스트옹, ㅎㅎㅎㅎㅎㅎㅎ. 아, 이런 목소리는 묘하게 끌리는 데가 있어요. 제가 탐 웨이츠 좋아하지 않습니까. 안 끌릴 수가 없어요. 하여튼 공화당 배우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여튼..... ㅎㅎㅎㅎ
담배와 위스키로 목소리를 훈제하면 한대수 같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이 가수도 진짜 다른 나라였으면 전설이 되었을 양반인데.... 안따깝습니다.

엄동 2014-03-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신없어 하는 건 중 하나가 목소리예요

귀를 막고 말을 하면 더 선명하게 들리는
참 듣기싫은 소리.
어릴적엔 목소리를 녹음해 듣고는 기겁했었고.

아.화자냐 청자냐에 따라 들리는 목소리가 다르다는 걸 알았을땐
매우 충격이었쬬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08:32   좋아요 0 | URL
오홋, 저도 그렇습니다.
자기 목소리를 듣는 건 정말 끔찍한 겁니다.
이거 참... 모두 똑같네요.......
저도 녹음한 제 목소리 들으면 어디 숨고 싶을 지경입니다.

그런 남자 2014-04-1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빠요. 진짜 배우 <옥소리>는 무슨 죄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7 15:41   좋아요 0 | URL
누가 옥소리 나쁘다고 했습니깡?

그런 남자 2014-04-17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이 나쁘다는 말인데욥?
 

 

 

 

 

국정원과 간첩.    

 

 

 

 

 

 

 

김지운 감독의 뽀다구 나는 건달 복수극 < 달콤한 인생(클릭) > 에 대한 내용을 40자 이내로 요약하라고 하면 : 질문은 내가 한다. 묻는 말에 답이나 해라 ! 영화 속 보스(김영철)은 부하(이병헌)에게 질문을 던진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병헌은 영리해서 질문에 척척 답을 한다. 그는 보스가 듣고 싶은 답만 말한다. 보기에 좋았어라, 보스는 그를 후계자로 점찍어 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부하는 보스의 질문에 궁색한 대답만 하게 된다. 보스는 균열을 감지한다. 대답이 궁색하다는 사실은 꿍꿍이가 있다는 소리다. 묻는 질문에 답을 못한다는 것은 양아치 세계에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짓.  영하의 영화 에세이 < 굴비 낚시, 김영하의 영화 이야기 > 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몇 년 전 박헌수 감독이 만든 < 진짜 사나이 > 라는 영화에서 주연인 권해효가 조폭 두목 김학철에게 무지하게 얻어터지는데 그 이유는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안했기 때문이다. 두목 김학철은 계속 묻는다. " 너는 누구냐? " 권해효도 지지 않고 대답한다. " 나는 진짜 사나이다. 태양보다 뜨겁고..... ( 어쩌고 저쩌고) ... " 그래서 권해효는 계속 맞는다. 이 장면은 이 땅의 질문과 대답의 권력관계에 대해 의미심장한 사색들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 질문자는 매우 딱딱한 문어체로 질문을 던진다. " 내가 묻는다. 너는 누구냐 ? " 답변가가 건방지게도 질문자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면, 즉 " 나는 진짜 사나이다 " 식으로 대답하면 매우 맞는다. 질문자는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때린다. (30쪽)

 

< 달콤한 인생 > 속 보스도 마찬가지다. 보스는 부하가 숨긴 " 꿍꿍이 " 를 듣고 싶은데 " 엉뚱이 " 만 내놓는다. 슈퍼 갑인 보스 입장에서는 원하는 답이 아니니 답답하고 갑갑하다. 보스는 그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이병헌의 몸값이 말해주듯이 그는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 하드-바디'가 아니다. 그는 제거'될 뻔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아서 보스에게 복수를 한다. 단 둘이 남은 상황에서 부하는 보스에게 총을 겨루며 질문을 던진다. " 왜 그랬어요 ? "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이제 질문은 부하가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보스가 해야 한다. 이 영화를 자세히 뜯어보면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 서사'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흥,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잡아먹지롱. 이제 보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양심은 팔아도 쪽 " 팔리는 " 짓은 하지 못하는 보스는 속으로 생각한다. 닝기미, 조또 !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 개그콘서트 < 깐죽거리 잔혹사 > 에 나오는 보스처럼 낮게 " 애들이 많이 다쳤어... " 라고 말하며 은근슬쩍 넘어가야 하나. 이리저리 궁리를 모색할 때, 부하는 재차 질문을 던진다. " 말해봐요. 정말 날 죽이려고 했나요 ? " 이 질문에 대하여 보스는 ①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침이 마르지만 ② 애써 태연한 척 연기를 하며 ③ 성난 부하를 다독이기 위해 세 가지 유형 중 하나를 제시해야 한다. 첫째, " 죽이려고 했다. 애들이 마아니 다쳤어.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눔아 !  " 둘째, " 동상 ! 내가 사랑하는 동상을 죽이려고 했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 말어. 그러는 거 아니야. " 셋째,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침묵. 그런데 보스는 yes 라고 해도 죽고, no 라고 해도 죽고, 대답하지 않아도 죽는다.

 

왜냐하면 부하는 이미 보스를 죽이기로 결심을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보스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답을 듣고 나서 결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형수의 최후 진술을 듣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은 일종의 유예, 사형수를 위한 예우'다. 사형수가 아무리 그 자리에서 감동스러운 참회를 한들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는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은 바로 " 이미 결정된 질문 "이 갖는 폭력성'을 보여준다. 요즘 시쳇말로 어마무시한 질문이다.   " 질문과 대답 " 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쪽은 질문을 던지는 쪽이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은 이미 결정된 질문 앞에 무력한 인간을 다룬다. 국가 권력은 질문을 던진다. " 당신, 간첩이오 ? " 이 질문에 대해 유우성과 유가려 남매는 답을 해야 한다. yes 아니면 no 혹은 침묵. yes라고 말하면 당연히 간첩이 되지만, 간첩이 아니라고 말해도 간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답을 거부해도 간첩이 된다. 왜냐하면 이미 국가 권력은 국가 조직의 희생양으로 그들을 선택해서 호명했기 때문이다.  호명하는 순간 이미 그들은 간첩이 된다. 새누리당이나 조중동이 선거철만 되면 꺼내드는 카드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서 모순에 봉착하게 만드는, 유사 소크라테스 대화법'이다. 의혹 제기'는 1면에 싣고 그에 대한 의혹 당사자의 해명은 끄트머리에 담는다. 결국 유권자는 악의적인 의혹 제기만 머릿속에 남고 해명은 쉽게 잊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네거티브 전략이다. 이처럼 권력을 가진 자는 질문 사용권을 독점한다. 한국 사회는 소수가 질문을 독점하는 구조다. 한국 사회에서 질문의 질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유독 대답은 눈부셔야 한다고 어거지를 부린다. 그래서 대답을 해야 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질문에 대해 그럴싸하게 대답해야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결국 늘게 되는 것은 처세술이다.  

 

내가 당신에게 묻는다, 답하라. " 말해라. 왜 그랬나 ? " 당신의 궁색한 변명을 듣고 싶다. 총은 내가 가지고 있다

 

 

 

fire

 

 

 

 


 

 

 

덧대기

 

달콤한 인생'은 퀴어영화'다. " 복수 " 에 방점을 찍지 말고 두 남자 간 " 질투 " 로 풀어내면 퀴어'로 읽힌다. 보스는 부하'를 사랑한다. 문득, 새끼손가락 걸며 사랑의 맹세를 하던, 저 속내를 알고 싶다. 그래서 부하를 유혹할 팜므파탈을 그에게 보낸다. 부하는 이 치명적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 눈빛이 흔들린다. 마음을 빼앗겼다는 뜻이다. 질투에 눈이 먼 보스는 부하를 제거하기로 한다. 다, 사랑 때문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리 2014-03-2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답을 가진 것은 인민이며, 이들은 단지 답을 가진 것에 대한 질문을 알지 못할 뿐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지식인의 역할은 그것이 무슨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환자의 증상이 이미 대답이며, 의사는 그 증상이 어떤 병의 증상인지 즉 어떤 질문인지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낡은 질문을 독점한 자라면, 권력을 가지고자 하는 자는 새로운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자일 것입니다. 답은 이미 나와있으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11:18   좋아요 0 | URL
이 의미없는 글에 매우 아름다운 댓글이군요. 권력을 가진 자는 낡은 질문을 독점한 자이고 권력을 가지고자 하는 자는 새로운 질문일 가진 자라.... 맞습니다.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맑스가 그런 소릴 했죠. 새것은 낡은 것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말이죠. 질문을 독점하는 시대는 낡은 시대죠.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질문보다는 아래에서 위를 향하는 질문이 바람직한 방식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2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찔러보고 아니면 말고. 가 그들의 낡고도 계속되는 수법이죠. 기냐(그러냐), 아니냐가 전혀 문제되지 않고 그저 한번 던져보는 식. 그 무리에 속하면 전공필수로 배우나봐요.

달콤한 인생. 정말 명작이죠. 이병헌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좋아해요. 양파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의 주제가를 불렀던 양파 목소리는 정말 매혹적이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02:07   좋아요 0 | URL
못 먹는 감 찔러보는 수법이죠. 수없이 본 수법인데 참 여기에 무조건
속는 사람도 대책이 없습니다. 전공 필수가 맞습니다.

달콤한 인생 좋죠. 전 김지운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무척 좋아합니다. 아주 잘빠진 느와르 영화예요.
전 몇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재미있어요. 전 이 영화를 동성애 영화로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먹쥐자마자풀손.    

 

 

 

- 탐 웨이츠'라고 쓰고 전설이라고 읽는다

 

토마스 샤츠의 < 할리우드 장르 > 는 구판으로 가지고 있다. 초판 발행일은 한나래 출판사에서 < 헐리우드 장르의 구조 > 라는 제목으로 95년 03월에 발행되었는데 이 책을 2000년대 초입'에 구입했다. 물론, 읽었다. 이 책이 아쉽게도 절판된 상태여서 그동안 발만 동동 구르는 이도 있었을 터인데, 이번에 출판사를 바꿔서 새롭게 나온 모양이다. 내 속내는 반갑지 않다. 절판되었으나 내게는 있는 책. 그런 책은 영원히 절판되었으면 싶은, 아... 그런 사,사사사사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 그래도 방긋. 그런데 물가를 감안한다고 해도 책값이 꽤 올랐다. 한나래 구판'은 9800원인데 이 책은 28000원이나 된다. 가격이 꽤 차이가 나서 미리보기'로 편집 디자인을 살펴보려고 했는데 미리보기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 마치 살펴보지 못하게 비닐 포장을 한 스타 화보집 같다.

 

적어도 약 30,000원에 가까운 가격이라면 구매 의향이 있는 독자에게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미리 보기 기능을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 10000원짜리 라운드T를 살 때에도 입어 보고 살 수 있지 않느냔 말이다. 절판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페이지 수'이다. < 할리우드 장르(컬쳐룩) > 은 560쪽이고, <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한나래) > 는 479쪽이다. 항목이 새로 추가되었다는 소리일까 ? 그런데 목차를 대조 비교해 보니 내용이 추가된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이 책을 번역한 사람 또한 동일하니 말이다.  조심스럽게 추론하자면 아마도 자간이나 행간, 줄, 여백 따위로 변화를 준 모양이다. 하긴, 한나래 판이 요즘 추세와는 달리 페이지 당 30줄'이니 줄 조정을 하면 80페이지를 늘리는 것 따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번역자도 동일한데 책값을 3배나 올리나 ? 얍삽하고, 꾀죄죄하며, 후줄근한 짓에 한참 투덜대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긋 ! 내용은 그대로인데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받는 상술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물가를 고려해서 책값을 올렸으면 싶다. 한때 영화 전문 출판사였던 한나래'도 2012년에 수잔 헤이워드의 < 영화 사전 : 이론과 비평 > 개정판을 낸 적이 있는데 이때에는 책값을 두 배 올렸다. 구판이 15000원이고 개정판은 35000원이었다. 불의보다는 사소한 것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곤 하는 꾀죄죄한 나는 속으로 욕을 하다가 마음을 풀고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구판은 490쪽인데 개정판은 무려 800쪽이다. 300쪽이 늘어난 것이다. 줄'을 대폭 줄였을까(구판 줄 수는 32줄이다) ?

 

살펴보니 " 이번 개정판에 새로 추가된 항목은 각색, 민속지학 영화, 블록버스터, 선정 영화, 액션 영화, 인디펜던트 미국 영화, 제3세계 영화, 포르노그래피, 포스트식민주의 이론, 흑인 영화 등이다. 특히 인디펜던트 영화 항목에서 미국 영화 항목이 독립되어 다루어졌고, 제3세계 영화에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까지 방대한 양이 추가되었다. 흑인 영화는 1판의 같은 항목에서 미국과 영국을 별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장르, 운동, 이론, 제작 등 각 분야의 주요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영화를 공부하는 데 있어 필수 지침서이다. ( 책 소개 글에서 ) " 추가된 부분은 새로운 번역가가 번역을 한 모양이다. 물가 인상과 화폐 가격을 고려하면 책값 2배 인상이라기보다는 약간의 품값이 적용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800페이지 분량인 영화화 전공 서적이 35,000원이라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두 주먹 불끈 쥔 손은 어느새 힘을 풀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피식, 웃었다. 피는 못 속이는구나. 내 할머니 성함이 " 주먹쥐자마자박수를 " 이었다. 성이 주씨요, 이름이 먹쥐자마자박수를'이시다. 자세한 내용은 (됐고!),  그 정직함에 박수를 ! 가는 길에 영광있으라 ! 두 출판사,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 생각해 보니 책값 이야기'하다가 옆길로 빠진 감이 있다. 군말'만 길어졌으니 本 말은 실종된 느낌이어서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지만 일말'의 주저없이 말하련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세 말' 하면 잔소리이니깐 말이다. 내 말'은 둘 다 좋은 책이라는 소리다. 오, 말'의 유희란....... 그것은 분명한 사실. 특히 < 영화 사전 : 이론과 비평 > 은 내가 읽은 영화 서적 가운데 가장 뛰어난 책'으로 뽑는 책이다. 이 책은 사전 형식을 빌렸지만 영화 이론과 비평에 대한 접근이다.   책값은 비싸지만 그래도 방긋 !  ☞ 영화서적 10

 

 

 

 

 


 

 

덧대기               

 

사람들은 곰곰생각하는발'이라는 이름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가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틀렸다. 본명이다. 한국 식으로 따지자면 나는 곰씨 성을 가졌다. 할아버지 성함은 곰자, 곰자, 생자, 각자, 하자, 는자, 손자'다. 곰곰생각하는손'이다. 그리고 할머니 존함은 주자, 먹자, 쥐자, 자자, 마자, 자자, 풀자, 손자'다. " 주먹쥐자마자풀손 " 이다. 마음이 착해서 화가 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도 이내 마음이 풀어져 상대방 어깨를 토닥인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알아차렸으리라. 그렇다, 난 한국인이 아니다. 아라파호 족 인디언'이다. 인디언들은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살기 힘들어서 세계 각지로  흩어져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지금은 탐 웨이츠'라는 가명으로 활동하지만 사실 그는 내가 살던 동네에 살았다.

 

그도 인디언이었다. 본명은 " 오늘도술마시고흔들흔들" 이었다.  그는 항상 술 마시고 흔들흔들 걸어다녔는데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 오늘도술마시고흔들흔들 씨는 오늘도 술 마시고 흔들흔들 지나가는구나... " 라고 말하고는 했다. 그가 뉴욕에 가서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름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소리지만 내 아버지 성함은 " 날자, 마자, 다자, 까자, 진짜, 무자, 릎자" 다. < 날마다까진무릎 > 이시다. 마을에서 꽤 알아주는 풍각쟁이'여서 동네 처녀들을 많이 울렸다. 아버지 무릎은 늘 까졌다고. 아버지 무릎이 퍼렇게 까질수록 자식들은 늘어났다. 내 동생 이름이 바로 < 어쩌다낳은한숨 > 이다. 자식이 서른둘이나 되었는데 그중 막내'다.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으나 작심삼일이었다.

 

윗골에 사는 처녀가 아이를 등에 업고 찾아왔을 때 할머니는 너무 화가 나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이내 힘을 풀고 윗골 처녀를 위로했다. 그 처녀 이름이 바로 " 오줌눌때휘파람소리가 " 였다. < 주먹쥐자마자풀손 > 은 그 아이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어쩌다 낳은 한숨이 되었다. 나 또한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 밖에 나가 씨를 많이 뿌렸다. 내 딸 이름이 < 불행중다행 > 이다. 사연을 알고 싶으신 분은 링크를 걸어둔다. ☞ 불행중다행  내가 살던 인디언 마을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하여튼.... 됐고 ! 인디언들은 3월을 다음과 같이 부른다.

 

 

 

3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ㅣ 체로키 족

연못에 물이 고이는 달 ㅣ 퐁카 족

암소가 송아지 낳는 달 ㅣ 수우 족

개구리의 달 ㅣ 오마하 족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 ㅣ 아라파호 족 ( 내 고향이다. )

물고기 잡는 달 ㅣ 앨곤퀸 족

잎이 터지는 달 ㅣ 테와 푸에블로 족

눈 다래끼 나는 달 ㅣ 아시니보인 족

독수리의 달 ㅣ 크리 족

강풍이 죽은 나뭇가지 쓸어가 새순 돋는 달 ㅣ 동부 체로키 족

바람이 속삭이는 달 ㅣ 호피 족

훨씬 더디게 가는 달 ㅣ 모호크 족

어린 봄의 달 ㅣ 무스코키 족

하루가 길어지는 달 ㅣ 위쉬람 족

작은 모래 바람 부는 달 ㅣ 주니 족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14-03-28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라파호 인디언들이 살고 곳은 넓은 들이었게죠. 그런 곳에서 살다보면 인재도 많을 것 같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8 12:23   좋아요 0 | URL
인디언들은 어른'은 있어도 시인이나 철학자는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모든 사고가 사실 인디언들은 시적이고 철학적이에요.
모든 인디언이 시인이며 철학자입니다. 얼릉 돈 벌어서 내 고향 꿈바바카당'으로 가고 싶군요...

2014-03-28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9 0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4-03-29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사전"과 "헐리우드 장르의 구조"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곰곰발님 감식안이라면 뭐 내용이 훌륭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요즘 로쟈님 블로그에 게시되는 내용이 출판사 책 소개와 다를 바가 없어져서 실망하고 있는데, 그래도 곰곰발님 블로그가 사막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03:51   좋아요 0 | URL
어랏 ?! 이거 가격이 꽤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선택입니다.
할리우드 장르'는 영화비평이나 소설평론을 별 무리없이 읽는 사람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워낙 좋은 책이어서 아마도... 이게 영화학과 필수 서적일 겁니다. 사실 영화를 깊이있게 보기 위해서는
장르 이데올리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거든요. 반면 영화 사전'은 전체를 아우리기 때문에
좀 어렵습니다.하지만 두고두고 야금야금 읽기에는 최고죠...... 이런 책은 사둘만해요......

황혼으로 저무는 새벽 2014-03-29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제가 근래 워낙 책을 안 사서 시중 서적들 가격대에 대한 감이 전혀 없어선지.. 유독 비싸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몇 권 사서 꼭 읽고 싶네요. 특히나 좋아라하는 영화 관련 서적이니.

그나저나 알라딘에서 열 번도 넘게 책 구입을 시도했었고, 그 중엔 곰곰발님 포스트에서 찜한 책도 몇 권 있었는데 정말이지 열 번 모두 에러가 나서 번번이 구매 실패했습니다. 열 받아서 알라딘 계정 폭파해 버렸어요. 제 소중한 시간을 낭비케 한 알라딘 측에 대한 나름의 복수!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06:05   좋아요 0 | URL
어쩐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더라고요. 흑흑..
알라딘 이 색휘들, 왜 그래쪄. 왜 그래쪄 ~~~~~~

르미에르 2014-03-29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씨 들이 즐겨먹는...곰....탕....아...죄송합니다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11:42   좋아요 0 | URL
좋은 유머입니다. 곰탕'보다는 차라리 곰팅아 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2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나는 책들이네요. 이런 건 얻어보는 맛. 책사주는 선배랑 약속을 잡아야겠네요. ㅎㅎㅎ.

무릎이 까질 때마다 자식들이 늘어났다는 아버지의 사연을 들으니, "둥당애 타령" 이라는 민요의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민요라지요. "날씨가 좋아서 나무하러 갔더니만 모진 년 만나서 무르팍 까졌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30 02:10   좋아요 0 | URL
둥당애 타령... 정말 기막힌데요. 웃었음... 날씨가 좋아서 나무하러 갔더니만 모진 년 만나서 무르팍 까졌다라...
ㅎㅎㅎㅎㅎㅎㅎ. 가끔 보면 < 욕 > 의 기능은 나쁜 면도 있지만 좋은 면도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