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쥐자마자풀손.
- 탐 웨이츠'라고 쓰고 전설이라고 읽는다
토마스 샤츠의 < 할리우드 장르 > 는 구판으로 가지고 있다. 초판 발행일은 한나래 출판사에서 < 헐리우드 장르의 구조 > 라는 제목으로 95년 03월에 발행되었는데 이 책을 2000년대 초입'에 구입했다. 물론, 읽었다. 이 책이 아쉽게도 절판된 상태여서 그동안 발만 동동 구르는 이도 있었을 터인데, 이번에 출판사를 바꿔서 새롭게 나온 모양이다. 내 속내는 반갑지 않다. 절판되었으나 내게는 있는 책. 그런 책은 영원히 절판되었으면 싶은, 아... 그런 사,사사사사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 그래도 방긋. 그런데 물가를 감안한다고 해도 책값이 꽤 올랐다. 한나래 구판'은 9800원인데 이 책은 28000원이나 된다. 가격이 꽤 차이가 나서 미리보기'로 편집 디자인을 살펴보려고 했는데 미리보기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 마치 살펴보지 못하게 비닐 포장을 한 스타 화보집 같다.
적어도 약 30,000원에 가까운 가격이라면 구매 의향이 있는 독자에게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미리 보기 기능을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 10000원짜리 라운드T를 살 때에도 입어 보고 살 수 있지 않느냔 말이다. 절판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페이지 수'이다. < 할리우드 장르(컬쳐룩) > 은 560쪽이고, <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한나래) > 는 479쪽이다. 항목이 새로 추가되었다는 소리일까 ? 그런데 목차를 대조 비교해 보니 내용이 추가된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이 책을 번역한 사람 또한 동일하니 말이다. 조심스럽게 추론하자면 아마도 자간이나 행간, 줄, 여백 따위로 변화를 준 모양이다. 하긴, 한나래 판이 요즘 추세와는 달리 페이지 당 30줄'이니 줄 조정을 하면 80페이지를 늘리는 것 따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번역자도 동일한데 책값을 3배나 올리나 ? 얍삽하고, 꾀죄죄하며, 후줄근한 짓에 한참 투덜대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긋 ! 내용은 그대로인데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받는 상술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물가를 고려해서 책값을 올렸으면 싶다. 한때 영화 전문 출판사였던 한나래'도 2012년에 수잔 헤이워드의 < 영화 사전 : 이론과 비평 > 개정판을 낸 적이 있는데 이때에는 책값을 두 배 올렸다. 구판이 15000원이고 개정판은 35000원이었다. 불의보다는 사소한 것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곤 하는 꾀죄죄한 나는 속으로 욕을 하다가 마음을 풀고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구판은 490쪽인데 개정판은 무려 800쪽이다. 300쪽이 늘어난 것이다. 줄'을 대폭 줄였을까(구판 줄 수는 32줄이다) ?
살펴보니 " 이번 개정판에 새로 추가된 항목은 각색, 민속지학 영화, 블록버스터, 선정 영화, 액션 영화, 인디펜던트 미국 영화, 제3세계 영화, 포르노그래피, 포스트식민주의 이론, 흑인 영화 등이다. 특히 인디펜던트 영화 항목에서 미국 영화 항목이 독립되어 다루어졌고, 제3세계 영화에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까지 방대한 양이 추가되었다. 흑인 영화는 1판의 같은 항목에서 미국과 영국을 별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장르, 운동, 이론, 제작 등 각 분야의 주요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영화를 공부하는 데 있어 필수 지침서이다. ( 책 소개 글에서 ) " 추가된 부분은 새로운 번역가가 번역을 한 모양이다. 물가 인상과 화폐 가격을 고려하면 책값 2배 인상이라기보다는 약간의 품값이 적용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800페이지 분량인 영화화 전공 서적이 35,000원이라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두 주먹 불끈 쥔 손은 어느새 힘을 풀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피식, 웃었다. 피는 못 속이는구나. 내 할머니 성함이 " 주먹쥐자마자박수를 " 이었다. 성이 주씨요, 이름이 먹쥐자마자박수를'이시다. 자세한 내용은 (됐고!), 그 정직함에 박수를 ! 가는 길에 영광있으라 ! 두 출판사,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 생각해 보니 책값 이야기'하다가 옆길로 빠진 감이 있다. 군말'만 길어졌으니 本 말은 실종된 느낌이어서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지만 일말'의 주저없이 말하련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세 말' 하면 잔소리이니깐 말이다. 내 말'은 둘 다 좋은 책이라는 소리다. 오, 말'의 유희란....... 그것은 분명한 사실. 특히 < 영화 사전 : 이론과 비평 > 은 내가 읽은 영화 서적 가운데 가장 뛰어난 책'으로 뽑는 책이다. 이 책은 사전 형식을 빌렸지만 영화 이론과 비평에 대한 접근이다. 책값은 비싸지만 그래도 방긋 ! ☞ 영화서적 10
덧대기
사람들은 곰곰생각하는발'이라는 이름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가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틀렸다. 본명이다. 한국 식으로 따지자면 나는 곰씨 성을 가졌다. 할아버지 성함은 곰자, 곰자, 생자, 각자, 하자, 는자, 손자'다. 곰곰생각하는손'이다. 그리고 할머니 존함은 주자, 먹자, 쥐자, 자자, 마자, 자자, 풀자, 손자'다. " 주먹쥐자마자풀손 " 이다. 마음이 착해서 화가 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도 이내 마음이 풀어져 상대방 어깨를 토닥인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알아차렸으리라. 그렇다, 난 한국인이 아니다. 아라파호 족 인디언'이다. 인디언들은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살기 힘들어서 세계 각지로 흩어져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지금은 탐 웨이츠'라는 가명으로 활동하지만 사실 그는 내가 살던 동네에 살았다.
그도 인디언이었다. 본명은 " 오늘도술마시고흔들흔들" 이었다. 그는 항상 술 마시고 흔들흔들 걸어다녔는데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 오늘도술마시고흔들흔들 씨는 오늘도 술 마시고 흔들흔들 지나가는구나... " 라고 말하고는 했다. 그가 뉴욕에 가서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름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소리지만 내 아버지 성함은 " 날자, 마자, 다자, 까자, 진짜, 무자, 릎자" 다. < 날마다까진무릎 > 이시다. 마을에서 꽤 알아주는 풍각쟁이'여서 동네 처녀들을 많이 울렸다. 아버지 무릎은 늘 까졌다고. 아버지 무릎이 퍼렇게 까질수록 자식들은 늘어났다. 내 동생 이름이 바로 < 어쩌다낳은한숨 > 이다. 자식이 서른둘이나 되었는데 그중 막내'다.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으나 작심삼일이었다.
윗골에 사는 처녀가 아이를 등에 업고 찾아왔을 때 할머니는 너무 화가 나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이내 힘을 풀고 윗골 처녀를 위로했다. 그 처녀 이름이 바로 " 오줌눌때휘파람소리가 " 였다. < 주먹쥐자마자풀손 > 은 그 아이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어쩌다 낳은 한숨이 되었다. 나 또한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 밖에 나가 씨를 많이 뿌렸다. 내 딸 이름이 < 불행중다행 > 이다. 사연을 알고 싶으신 분은 링크를 걸어둔다. ☞ 불행중다행 내가 살던 인디언 마을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하여튼.... 됐고 ! 인디언들은 3월을 다음과 같이 부른다.
3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ㅣ 체로키 족
연못에 물이 고이는 달 ㅣ 퐁카 족
암소가 송아지 낳는 달 ㅣ 수우 족
개구리의 달 ㅣ 오마하 족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 ㅣ 아라파호 족 ( 내 고향이다. )
물고기 잡는 달 ㅣ 앨곤퀸 족
잎이 터지는 달 ㅣ 테와 푸에블로 족
눈 다래끼 나는 달 ㅣ 아시니보인 족
독수리의 달 ㅣ 크리 족
강풍이 죽은 나뭇가지 쓸어가 새순 돋는 달 ㅣ 동부 체로키 족
바람이 속삭이는 달 ㅣ 호피 족
훨씬 더디게 가는 달 ㅣ 모호크 족
어린 봄의 달 ㅣ 무스코키 족
하루가 길어지는 달 ㅣ 위쉬람 족
작은 모래 바람 부는 달 ㅣ 주니 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