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 같은 소리

 

 

3 : 햄버거에 대한 명상 + 미녀는 괴로워

 

 

 

 

 

한 번의 성공과 네 번의 실패였다. 말이 좋아서 네번의 실패이지 내 가족의 흥망성쇠는 줄곧 실패패패패에에에에'였다. 위로 누나와 형이 1년 터울로 대학생이 되자 어머니는 두 사람의 대학 등록금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곁방 하나를 세를 주었다. 세입자는 잘생긴 총각 아저씨였는데 문청의 뜻을 품은 채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었다. 살림으로는 그 흔한 냄비 하나 없었지만 책은 많았다. 이 자리에서 고백하지만 나는 출근하고 없는 곁방에 들어가 책을 읽고는 했다. 그때 읽었던 책이 바로 장정일 시집 <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이었다.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표지 제목과 같은 제목의 "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이라는 시는 또렷이 기억한다. 왜냐하면 읽으면서 속으로 뭐, 이런 개똥 같은 소리가 다 있나 ? 라며 의아해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시 <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전문 펼치기 ▼

 

햄버거에 대한 명상

 

                       -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시

 

 

옛날에 나는 금이나 꿈에 대하여 명상했다
아주 단단하거나 투명한 무엇들에 대하여
그러나 나는 이제 물렁물렁한 것들에 대하여도 명상하련다

오늘 내가 해보일 명상은 햄버거를 만드는 일이다
아무나 손쉽게, 많은 재료를 들이지 않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명상
그러면서도 맛이 좋고 영양이 듬뿍 든 명상
어쩌자고 우리가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족속> 가운데서
빠질 수 있겠는가?
자, 나와 함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행하자
먼저 필요한 재료를 가르쳐 주겠다. 준비물은

햄버거 빵 2
버터 1½큰 술
쇠고기 150g
돼지고기 100g
양파 1½
달걀 2
빵가루 2 컵
소금 2 작은 술
후춧가루 ¼작은 술
상추 4 잎
오이 1
마요네즈소스 약간
브라운소스 ¼컵

위의 재료들은 힘들이지 않고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믿을 만한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슈퍼에 가면
모든 것이 위생비닐 속에 안전히 담겨 있다. 슈퍼를 이용하라―

먼저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곱게 다진다.
이 때 잡념을 떨쳐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 명상의 첫단계는
이 명상을 행하는 이로 하여금 좀더 훌륭한 명상이 되도록
매우 주의깊게 순서가 만들어졌는데
이 첫단계에서 잡념을 떨치지 못하면 손가락이 날카로운 칼에
잘려, 명상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장치되어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곱게 다졌으면,
이번에는 양파 1개를 곱게 다져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넣고
노릇노릇할 때까지 볶아 식혀 놓는다.
소리내며 튀는 기름과 기분 좋은 양파 향기는
가벼운 흥분으로 당신의 맥박을 빠르게 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이 명상에 흥미를 느낀다는 뜻이기도 한데
흥미가 없으면 명상이 행해질 리 만무하고
흥미가 없으면 세계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끝난 다음,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 빵가루, 달걀, 볶은 양파,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골고루 반죽이 되도록 손으로 치댄다.
얼마나 신나는 명상인가. 잠자리에서 상대방의 그곳을 만지는 일만큼
우리의 촉각을 행복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순간은,
곧 이 순간,
음식물을 손가락으로 버무리는 때가 아니던가

반죽이, 충분히 끈기가 날 정도로 되면
4개로 나누어 둥글납작하게 빚어 속까지 익힌다.
이때 명상도 따라 익는데,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반죽된 고기를 올려놓고 1분이 지나면 뒤집어서 다시 1분 간을 지져
겉면만 살짝 익힌 다음 불을 약하게 하여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절대 가스레인지가 필요하다― 뚜껑을 덮고 은근한 불에서
중심까지 완전히 익힌다. 이때
당신 머리 속에는 햄버거를 만들기 위한 명상이 가득 차 있어야 한다.
머리의 외피가 아니라 머리 중심에, 가득히!

그런 다음,
반쪽 남은 양파는 고리 모양으로
오이는 엇비슷하게 썰고
상추는 깨끗이 씻어놓는데
이런 잔손질마저도
이 명상이 머리 속에서만 이루고 마는 것이 아니라
명상도 하나의 훌륭한 노동임을 보여준다.

그 일이 잘 끝나면,
빵을 반으로 칼집을 넣어 벌려 버터를 바르고
상추를 깔아 마요네즈 소스를 바른다. 이때 이 바른다는 행위는
혹시라도 다시 생길지 모르는 잡념이 내부로 틈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므로 버터와 마요네즈를 한꺼번에 처바르는 것이 아니라
약간씩, 스며들도록 바른다.

그것이 끝나면,
고기를 넣고 브라운 소스를 알맞게 끼얹어 양파, 오이를 끼운다.
이렇게 해서 명상이 끝난다.

이 얼마나 유익한 명상인가?
까다롭고 주의사항이 많은 명상 끝에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이 만들어졌다

 

 

 

펼친 부분 접기 ▲

 

아마 접힌 부분을 펼쳐본 이 또한 개똥스러워 하기는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 뭐, 이런 개똥 같은 소리가 다 있담 ?! " 잘 빠진 교과서용 시만 접하다가 이런 시를 만나면 개똥스럽게 된다. 그런데 편견없이 읽으면 이해하기 쉽다. 이 시를 말 그대로 실용적이다. 시를 읽으면서 그대로 따라하면 먹음직스러운 햄버거가 만들어지니 실용적이지 않은가 ? 장정일은 이미 "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시 " 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말은 곧 지금까지의 시들이 실용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깐 시인들이 계룡산 뜬구름 잡는 소리만 했다는 지적처럼 들린다. 노스텔지어 어쩌구저쩌구, 푸른 해원 어쩌구저쩌구..... 거창한 담론만을 말하다 보니 시를 현실과 동떨어져서 뜬구름만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주먹 불끈 쥐고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는 시를 만든 것이다. 1절, 2절, 3절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이 만들어 "  진다.

 

아, 침이 고인다. 하지만 햄버거란 결국 정크 푸드가 아니었던가. 이 시는 실용적이기는 한데 결과물은 정크'다. 그러므로 좋은 결과가 아니다. 이 아이러니'를 장정일은 즐긴다. 먹고 나서 돼지나 돼라 ! 이 시를 읽다 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김용화 감독의 < 미녀는 괴로워 > 이다. 하지만 그 전에 위대한 걸작 < 사랑은 비를 타고 > 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 순서가 실용적이니깐 말이다. 무성영화 시절에는 배우의 목소리가 중요하지 않았다. 개똥 같은 소리를 가진 베컴이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훌륭한 배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키 영화 시대'에는 목소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이제 무성영화 스타는 지고 매혹적인 목소리 음색과 정확한 발성법’을 배운 배우가 인기‘를 끌게 되었다. 뮤지컬 영화 < 사랑은 비를 타고 > 는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교체되는 30년대 헐리우드‘가 배경이다. 

 

" 싸운드 " 가 도래하자 " 마임 " 은 곧 사라질 운명.  영화 속 무성영화의 디바였던 여배우는 공교롭게도 " 여자 베컴 " 이었다. " 이, 런 된장 ! 컷 !!  이봐요, 안젤리나 모스키토 양 ! 당신 목소리는..... " 감독은 차마 개똥 같은 소리요, 라는 말을 할 수 없어서 목구멍 속으로 삼킨다. 당시에는 후시녹음 시스템이 없었기 모든 토키 영화 촬영은 생방송처럼 진행되어야 했다. 성질이 고약한 디바 모스키토 양'에게는 목소리 대역이 필요했다. 신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얼굴을 주었지만 반대로 더러운 목소리를 선사했으니 주사위는 공평하다고 말해야 하나 ?! 이 목소리 대역은 얼굴은 평범하지만 목소리가 아름다운 옥소리 양'이 맡기로 했다. 물론 마음씨도 비단 같이 고운 처녀였다. 그녀는 카메라 뒤에서 디바 모스키토 양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그녀는 남진이 느끼하게 부르던  "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 한 번만 마음 주면 변치 않는, 그런 여자가 정말 여자 "  다.

 

남진이 불쑥  “ 한 번만 응응 주면 ” 이라는 성적 코드만 들고 나오지 않았다면 썩 괜찮은 뽕짝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속임수란 그리 오래 가지 않는 법‘이다. 개똥 같은 소리'를 가진 여배우의 사기 행각은 들통이 나고, 대신 그 자리’를 " 한 번 주면 절대 변치 않는 " 마음씨 착한 신데렐라‘가 차지해서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뻔, 하다. 쇼란 늘 그런 것이니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에 열광해서 열 번 넘게 보았다. 영화 < 미녀는 괴로워 > 는 < 사랑은 비를 타고 >의 기본 서사를 그대로 차용한다. < 사랑은 비를 타고 > 에 나오는 평범한 여성이 디바에게 자신의 옥소리를 빌려주었다면 < 미녀는 괴로워 > 속 뚱보 양 또한 비쥬얼 가수에게 자신의 옥소리'를 빌려주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서 성형의 힘을 빌려서 날씬한 미녀로 둔갑한다.

 

목소리는 자연산‘이고, 비쥬얼은 양식’이다. 둘, 다, 맛, 있다 !  그녀는 곧 디바‘로 성공한다.  그렇다면 이 성공은 노래를 잘했기에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얼굴이 예뻐서 성공한 것일까. 결론은 얼굴이 예쁜데 노래까지 잘해서 성공한 것이다. 그러니깐 방점은 < 미녀 > 이지 < 가수 > 가 아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 가수가 괴로워 " 가 아니라 " 미녀가 괴로워 " 인 이유다. 김용화 감독은 " 얼굴만 예쁘다고 가수냐, 노래를 잘해야 가수다 " 라는 메시지를 뿌리지만 그것은 일종의 예의 차원이다. 이 영화를 끌고 가는 것은 " 노래만 잘한다고 가수냐, 얼굴이 예뻐야 가수지 " 다. 하지만 이 영화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상업영화의 한계이니 말이다. 하여튼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비만은 아름다움의 적'이다.

 

다시 <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으로 돌아오자. 미녀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비만은 적이다. 그러므로 식욕은 적이다. 식욕이 적이니 당연히 맛있는 햄버거는 공공의 적이다. 칼로리가 무려.........   지금 당신은 햄버거 레시피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실용적인 시를 읽고 있다. 읽으면 침이 고인다, 식욕이 생긴다, 욕망이 살아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캔디처럼 참고 참고 참아서 날씬한 미녀가 될 것이냐 아니면 무대 뒤에 숨어서 대역 가수가 될 것인가. 장정일은 햄버거 레시피를 통해서 당신의 욕망을 건드린다. 실용적이라며 끝까지 읽을 것을 강요하지만 다 읽고 나면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욕망만 남는다. 그러므로 당신의 욕망과 정크 푸드는 동일하다. 결국 당신의 욕망은 영양가 하나 없는 개똥이다. 

 

 

- 네이버 블로그, 2011/04/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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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4-02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기막힌 반전적 결말. 욕망의 하찮음.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07:11   좋아요 0 | URL
마자요. 바로 제가 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즐인 님은 확실히 훈련이 되어서 그런지
요점을 매우 정확히 요약하세요. 이게 쉬운 게 아닌데 말이죠....
가끔 놀랍니다.

엄동 2014-04-03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가정요리서대로 햄버거 하나 푸짐하게 만들어 먹고 싶은

아아 이 개똥같은 욕망이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07:12   좋아요 0 | URL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걸 보니 전날 술 꽐라대서 목 말라 깨어나신 것 같군요.
오늘은 북엇국으로 해장을 ~~~

엄동 2014-04-03 09:37   좋아요 0 | URL
야빠에 엘빠 친구따라 빠져드는 중입니다.
이겼잖아요 ㅋㅋㅋ
북엇국점심 참고하지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10:24   좋아요 0 | URL
엄동 님도 야빠에 엘빠입니까 ?
사실 전 엘빠는 아니에요. 엘지 팬이기는 하지만
요즘은 메이져리그만 봅니다. 허허허허허...
욕 먹을 수리지만
메이저리그보다가 국내 야구 보면 좀 답답해요.
그래도 전 엘지 영원한 팬입죠...

만화애니비평 2014-04-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둑에게는 책친구가 될 수 있죠. 그분은 무얼하는지(정말 실화라면)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10: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도둑은 아닙니다. 허락업이 방과 책을 빌렸을 뿐...

samadhi(眞我) 2014-04-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밤에도 빌어먹을 식욕과 싸우려고 욕봤어요. 욕망의 실체가 진짜가 아닌 걸 알면서도 당해주고 속아주고 휘둘리고 싶은 비겁한 마음과 싸우는 요즘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4 08:51   좋아요 0 | URL
흠흠... 자정 넘으면 라면에 신 김치가 최고죠. 정말 먹고 싶음..
 

 

 

 

 

 

 

 

 

 

 

 

 

 

 

 

 

 

 

 


 

 

 

 

 

 

쌈마이, 의리적 혈투

 

 

 

 

2 :  돌아온 외팔이 + 넘버3

 

 

 

 

 

내가 살던 동네는 집집마다 마당에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국가 주도형 기획 도시여서 대규모 밭을 주택 단지'로 만들었는데 건설사에서 1가구 1자녀 정책에 호응이라도 하듯 1주택 1(라일락)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4월이 오면 마을 전체가 하얀 라일락 군락이 되어 장관이었다. 기획 도시이다보니 집들이 다 고만고만했는데 유독 한 집'만 규모가 컸다. 대부분의 주택이 40평 내외였다면 그 집은 100평 규모였다. 무엇보다 마당 넓은 집이어서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우리는 그 집을 " 형사네 " 라고 불렀다. 집주인이 형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 형사네 " 는 집 전체를 세 놓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새로 온 이웃은 공교롭게도 조폭 두목이었다. 형사가 살던 집에 조폭 두목이 들어온 것이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조폭 두목은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서 두 집 살림'을 하는 모양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똘마니들이 골목길에 주욱 대기하는 풍경이었다. 영화에서 보는 풍경과 흡사했는데 어린 마음에 꽤 근사해 보였다.  그 남자는 조폭 세계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 틀림없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이웃인 조폭 두목과 두목의 애인'을 좋아했다. 그들은 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툭 하면 짜장면이나 군만두 따위를 우리에게 주고는 했다. 여자는 늘 짙은 화장에 미용실에서 갓 다듬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화류계에서 놀던 여자가 분명했다. 밤에 출근을 해서 새벽에 들어오고는 했으니깐 말이다. 나는 짜장면을 허겁지겁 먹으면서 늘 생각했다. " 깡패 짓도 꽤 근사한걸 ! " 그들은 그 집에서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1년 후,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내가 깡패'를 근사하게 본 이유는 아마도 < 야인시대 > 따위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김두한, 시라소니, 최영의가 주먹만으로 조직을 평정하던 이야기에는 주먹질에 낭만을 부여했으니깐 말이다. 주먹으로  세를 과시하던 건달은 어느새 연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보이 호텔 사건은  조폭史에서 " 주먹 싸움 " 에서 " 칼질 " 로 패러다임이 180도 바뀐 중요한 사건이었다.  조양은, 그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 영화 < 보스 > 는 조양은을 다룬 전기영화인데 그는 이 영화에서 주연도 맡았다. 영화는 토 나올 만큼 개같은 영화'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주연을 맡은 조양은'이 주먹을 휘두르며 제작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 조양은 1인 독재 찬양 영화 " 가 되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바로 송능한'이다. 그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양아치가 어떤 놈인가를 제대로 배웠을 것이다. 그는 후에 전설적 컬트 영화 < 넘버3 > 로 감독 데뷔를 한다

 

영화는 3부'구성되어 있다. 1부 제목은 < 백조 > 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 인 척흉내를 내는 > 속물()’을 보고 있다. 조폭 두목은 합법적 경영인 흉내를 내며 경영선진화 정책을 펴고, 양아치 부하들/박상면은 애국자 시늉을 내며 랭보/박강성은 고뇌하는 시인 흉내를 낸다. 룸살롱 새끼 마담은 술 마시고, 노래 하고, 춤을 추면서 시인이 되고, 불사파 두목 조필/.송강호불한당 같은 선비 흉내를 낸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우아한 척'이다. 이들 모리배는 마치 호수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배 같다. 1부 제목 < 백조 > 는 겉으로 보기에는 우아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물 속에서 쉴 새 없이 오리발을 우스꽝스럽게 휘져어야 하는 백조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조롱이다. 백조는 물 밖에서는 < 우아 >하지만 물속에서는 < 우스 >운 놈이다. 그것은 꼴통과 꼰대 그리고 좌파인 척하는 우파들의 이중적 태도와 유사하다.

 

두 번째 장 제목은 < 쌈마이> . 이 영화에는 송강호가 연기한 조필이는 불사파 조직 두목으로 나온다.  아닐 ,에 죽을. 조직 이름인 불사라는 표현은 왠지 모르게 음란하다. 불사파를 상징하는 토템 도상인olo 또한 그, 그그그것을 닮았다. 더군다나 조필이라는 이름을 강하게 부르면 좆삐리가 되지 않던가 ? 삐리는 광대를 따라다니며 재주를 배우는 아이를 말하는데, 좆과 삐리가 만나면 어린아이의 작은 성기라는 뜻을 내포한다. 그렇다, 불사파 제자들에게 자신을 거대한 후지산, 딱딱한 대물, 오래 가는 양물이라고 소개하는 조필이는 좆삐리였다. 백조와 쌈마이는 한통속이다. 백조가 물 위에서는 우아한 것처럼 보이지만 물 속에서는 죽기살기로 물장구를 치듯이, 조폭으로 상징되는 오야붕 조필이는 알고 보면 코찔찔이 얼라의 그것'이었다.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짓인가.  조필'은 발기해도 3센티미터다.

 

필로 상징되는 볼품 없는 허풍은 전설이 되었다. 현정화와 최영의에 대한 육담’은 근대적 아버지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현정화로 대표되는 <헝그리 정신 > 과 최영의로 상징되는 <무뎃뽀* 정신 > 은 학교 운동장에서 월요 조회 시간이면 머리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훈화 정신이다.  헝그리 정신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박카스 특유의 미친 신세계이고, 무뎃뽀 정신불가능은 없다의 세계이다. 박카스 국토대장정 식 헝그리 정신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고생의 미학이 아니라 순종의 미학이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길 위의 날씨는 덥고, 집 안은 시원하다. 부모 말 잘 듣자, 공부 열심히 해서 땡볕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되지 말자, 순종하자, 그러자, 그게 장땡이다. 박카스 참가자들이여, 울먹이면서 이렇게 인터뷰하자 : 엄마, 아빠 사랑해요 !

 

그것()은 박정희 식으로 말하자면 < 악 > 을 닮았다.  면 먹고 달린 선수가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라고 해도, 정답은 현정화라고 말해야 한다. 틀려도 믿고 따라야 하는 이유는 무조건적 믿음에 의해서만 잘 살아보세, 라는 욕망이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밴츠 몰고, 폼 나게 룸살롱에서 양주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6척 거인 존슨과 맞짱 뜬 최영의의 전설적 다구리는 정주영 식 < 깡' >을 닮았. 그들은 농번기가 되면 농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풍월가를 읊거나 사막 한가운데 바벨탑을 짓는 전설적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이지만, 카메라 < 틸 다운 >해서 물밑과 땅 밑으로 침투하면 그곳에는 좆나게 휘젓는 오리발의 세계가 있다. 막걸리 너머엔 날마다 술집 아가씨를 청와대 아방궁으로 공수하는 이상한 위스키의 세계가 있으며 정주영의 낡은 구두 신화에는 노동운동에 대한 집요한 탄압이 있었다. 그들 상체는 우아한 백조이지만 하체는 우스꽝스러운 오리발이며불굴의 페니스는 알고 보면 발기해도 3센티미터인 초라한 고추의 세계이다.

 

마지막 3부 제목은< 카오스 >. 영화 속 오리배들은 모두 카오스로 모인다. 카오스는 룸살롱이름이다. 이곳에는 3류 건달들과 3류 야쿠자와 3류 검사와 3류 시인과 3류 마담은 각자 방에서 놀고 있다. 한국 양아치는 일본 양아치와 독도를 놓고 신경전 중이다. 그리고 시인과 부인<>고 있는 중이다. 이 와중에 불한당 같은 선비들이 침투하고, 마지막은 형사들이 접수한다. 불이 나간 컴컴한 지하 공간에서, 피아 구별이 불가능한 어둠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 찌르고 죽인다. 이 신랄한 육담과 조크는 대한민국 세기말에 대한 독설처럼 보인다. 감독이 보기에 대한민국은 썩을 대로 썩었고, 갈 때까지 갔다.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보수에서 꼴통 모두 백조다, 쌈마이다, 넘버 3,  좆삐리다. 3센티미터다. 말캉말캉하다, 애국가 1절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돌아눕는 남편의 등짝이다. 한 대 차주고 싶은 등짝이다.  어차피 이놈이 저놈이고, 저놈이 이놈이니 누가 누구를 찌르던 상관없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룸살롱으로 축소된 욕망의 대한민국은 대책이 없다.

 

혼란 그 자체다. 감독이 원하는 것은 갱생이기보다는 파멸인 것처럼 보인다. 감독은 실제로 < 세기말 > 을 찍은 후 홀연히 영화계 은퇴를 선언한 후 이민을 갔다. 내가 보기엔 이민이 아니라 정치적 망명처럼 보인다. 영화 < 넘버 3 > 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선구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무게 있는 건달 영화에서 가벼운 양아치 조폭코미디 영화로 바뀌는 시발점이 되었으며, 자막의 적극적 활용, 콜라주 기법, 입말이 풀어내는 향연은 코미디 영화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작품이 되었다. 기존의 조폭 영화가 위악적 남성의 거친 서사를 다루었다면, 이 영화는 쌩-양아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사랑을 위해서 희생한다거나 가족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식의 자기 희생 서사가 배제된다. 왜냐하면 그런 양아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놈은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사시미 칼에 윤리가 있던가 ? 눈물이 있던가  ? 사시미 칼은 윤리적이지도 않으며 로맨스적이지도 않고 영웅적이지도 않다. 사시미는 사시미다. 여러분, 이런 나라에서 열심히 사시미 !(개인적 취향이 담긴 조크다) 감독 송능한은 로버트 알트만과 쿠엔틴 타란티노 사이에 있는 듯하다. 그는 한국 영화의 전통 서사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난 듯 보인다. < 넘버 3 > 는 유하의 시집 < 무림 일기 > 속 세상과 비슷하다. 대한민국은 좆만한 놈들이 설치는 세계다. 시인 유하는 시집 < 무림일기 > 에서 한국 사회를 싸구려 무협영화 속 중원무림으로 풀어낸다. 이 중원무림에 절대 맹주는 없다. 맹주들이 항상 으름장을 놓곤 하지만 알고 보면 개똥 같은 소리'다. 그들은 " 닭 잡을 힘도 없 " 는 꾀죄죄한 놈들이다. 맹주가 아니라 맹추다. 좆만한 놈들이 무림을 평정하겠다고 설치니, 하는 짓이 가관이다. 시 < 돌아온 외팔이 > 는 얼뜨기 맹추를 양산하는 정글 자본주의 속성을 풍자한다.

 

응? 살기가...... !

펑펑 비수가 날아오고, 잽싸게 주인공 외팔이가 몸을 날려

내려선 곳은 소림사의 잔디밭, 아차차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 하얀 푯말이 그대로 화면에 비친

웃지 못할 국적 불명 무술 영화

싸구려 제작비에 재미는 시시껄렁해도

어늘한 영상 속에 걸핏하면 나오는, '하산해도 좋느니라'

깊은 산중 사부님의 쩌렁쩌렁한 말 한마디 속에서

문득 심오한 철학적 의미를 발견한다

복수를 위해 남해신검의 제자가 된 지 어언 십오년

비로소 비전의 철학을 배우고 하산하는 외팔이

가는 곳마다 똘마니들이 찌럭찌럭 건들지만

끝끝내ㅏ 검을 뽑지 않는 외팔이

아아 어떻게 배운 팔만사천 검법인가

물 긷고 밥 짓기 삼 년

나무하고 장작 패기 삼 년

빨래하고 아흔아홉 계단 쓸기 삼 년......

 

피아노 단기 완성!

대입 미술 이 개월 책임 지도!

돈만 내면 즉석에서 흔쾌히 모든 걸 전수해주는,

오늘날의 화끈한 싸부님들 싸부님들

발랄한 제자들은 아무 때나 발랄하게 하산하여

아무 때나 아무 때나 칼을 뽑아 든다

복싱을 배우고 나면 흉기 같은 주먹으로 기껏 아내나 패고

소리를 전수 받으면 뽕짝이나 부르고

무술을 배우면 약장수 아니면 정치 깡패가 되는,

얄밉도록 발랄한 현실의 제자  여루분들

 

그러고 보면, 자신의 재주를 삼가고

귀히 여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무리 황당무계한 삼류 무협영화지만

'하산해도 좋느니라'

백발성성한 사부의 말씀 그 속뜻만큼은 얼마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안배가 깃들어 있는가

 

헌데, 만약 내 시의 사부가 있다면?

이놈, 하산은 무슨 얼어 죽을.....

연필만 한 삼 년 더 깎어라

껄껄껄

 

                               - 돌아온 외팔이, 전문

 

 

 " 싸부님들 싸부님들 " 은 " 돈만 내면 즉석에서 흔쾌히 모든 걸 전수해 " 준다. " 물 긷고 밥 짓기 삼 년 / 나무하고 장작 패기 삼 년 / 빨래하고 아흔아홉 계단 쓸기 삼 년 " 을 거쳐야 비로소 사부님으로부터 " 하산해도 좋느니라 " 라는 소릴 듣던 시절과 비교하면 너무 다르다. 정글자본주의는 " 이 개월 책임 지도 " 하에 기술을 전수하여 중원무림에 내놓는다. 이러니 " 아무 때나 아무 때나 칼을 뽑아 " 들고 " 복싱을 배우고 나면 흉기 같은 주먹으로 기껏 아내나 패고 / 소리를 전수 받으면 뽕작이나 부르 " 는 것이다. < 사부님 > 은 없고 < 싸부님들 > 만 넘쳐난다. 영화 < 넘버 3 > 속 모리배들도 모두 싸부들로부터 이 개월 책임 지도 하에 단기 속성으로 무술을 연마한 무림 맹추'들이다. 물론 그들은 맹주라고 우길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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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2014-04-0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믿고 보는 페루애 님 글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15: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스누피 님 !

rendevous 2014-04-0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
토토로 보고 싶어졌어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15:50   좋아요 0 | URL
토토토토토토토달면 배반입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4-02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ㅋㅋㅋ 저 영상보고 진짜 웃었어요.

그나저나 조폭 코메디 영화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라고 궁금해했었는데, 곰발님 글 읽고 뭔가 그 의문이 풀렸어요..

게다가 마지막 유하의 "돌아온 외팔이"는 ... 대박이네요. "발랄한 제자들은 아무 때나 발랄하게 하산하여/ 아무 때나 아무 때나 칼을 뽑아든다." 그에 반해, "자신의 재주를 삼가고/ 귀히 여긴다는 것" "백발 성성한 사부의 말씀 그 속 뜻".

왠지 이 시가 제 마음에 콕 박혀버린듯한 느낌이예요ㅎㅎ 전 곰발님 글이랑 곰발님이 소개해주는 것들이 없으면 못살 것 같아요오오오오오 곰발님 평생평생평생평생 글써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17:35   좋아요 0 | URL
그래요 ? 흠흠.... 이거 네이버 블로그에 저장되어 있는 글들입니다.
새롭게 쓴 게 아니라.... 네이버 블로그 들렸다가 영화 카테고리 눌렀더니
글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밤하늘 님이 재미있다 아니 하루여 몇 편씩 옮겨놓겠습니다.

수다맨 2014-04-0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버3, 이 영화 희대의 걸작이라 봅니다. 장엄이나 근엄을 까발리면 그 속에 우스개와 싸구려 밖에 없다는 것을 이 영화만큼 재미나고 멋지게 보여준 작품도 드문 것 같아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11:55   좋아요 0 | URL
이 작품 정말 넘버1입니다.
지금 봐도 여전히 세련됬습니다. 기똥찬 작품입죠....
대단한 작품입니다.

samadhi(眞我) 2014-04-0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에 입학하자 마자 동아리 선배들이 입말로 달고 살았죠. 넘버3 송강호 대사들. 정말 손에 꼽을 명작이죠.
제자 여루분들 ㅋㅋㅋㅋ. 시 참 좋네요. 이 형아 신랄해서 멋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4 08:50   좋아요 0 | URL
이게 다 애드립이었다고 하죠 ? 대단한 드립력입니다.
어떤 신공이 느껴져요. 무림일기'는 아마 시집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시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하는

 

시와 함께 영화 시리즈 1탄 : 사랑하는 손 + 시티라이트

 

 

 

 

시티 라이트의 이 장면은 워낙 유명해서 내가 굳이 내용을 디테일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강산이 예닐곱 번은 바뀌었으나, 아직까지도 이 장면보다 더 감동적인 재회를 보여준 영화가 있었던가? 내 기억 속에는 없는 것 같다. 소녀 앞에 방랑자가 나타나지만 소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녀가 수술 후 눈을 떠서 처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을 때, 정작 그 소녀가 볼 수 없는 유일한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아이러니. “ 사랑하면 보이나니...“ 라는 경구도 있다지만 또 어떤 이에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찾아오는 캄캄한 사랑도 있는 법이다. 눈을 감으면 보이고 눈을 뜨면 보이지 않는 사랑 말이다. 꽃 파는 소녀는 꽃과 동전을 건네려다 남자의 손을 스친다. 이때 여자는 손의 촉감을 통해서 이 낯선 남자의 손이 익숙한 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할 때 늘 자신을 위로하고 토닥이던 그 손이다. 작고, 조용하고, 사려 깊은 손. 아름다운 여자가 초라한 남자를 바라본다. 초라한 남자는 아름다운 여자의 시선을 피한다. 여자가 뭐라고 말을 하지만 소리가 없다. 소녀는 이 초라한 방랑자가 자신을 구해준 키다리 아저씨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녀가 묻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막이 대신한다. “당신이에요 ?“ 소녀가 던진 질문에 방랑자가 대답한다. 역시 자막이 대신한다. “ 이제는 볼 수 있소 ?“  소녀가 대답한다. “ 그럼요, 이제는 볼 수 있어요 !“ 여자가 웃는다. 남자도, 수줍게 웃는다. 채플린이 위대한 점은 바로 지금부터다. 소녀는 개안 수술비를 마련해 준 남자를 목소리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손을 통해서 알게 된다발화(소리)가 아닌 수화(손)가 그 뜻을 전달한 것이다. 무성영화는 발화 대신 수화로 소통하는 영화이다. 무성영화의 본질은 꿀 먹은 벙어리가 아니었던가 ? *자막 카드란 일종의 수화. 공교롭게도 <시티라이트> 는 무성영화 때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유성영화 시절에 만들어진 무성영화이다.

채플린은 무성영화의 시대가 끝났음을 느낀다. 그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간절한 심정으로자신의 마지막 무성영화를 찍는다. 무성영화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을 담아서 말이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라기보다는 멜로 드라마에 가깝다. 굳이 타협점을 찾자면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자. 형식적으로는 두 남녀 간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본질은 무성영화에 대한 채플린의 애정이 담긴 프로포즈이자 모노로그이다. 오손 웰즈의<시민케인> 을 보고 나면 < 감탄 > 하게 되지만, 찰리 채플린의 < 시티 라이트> 를 보고 나면 < 감동 > 하게 된다. 찰리 채플린은 신이 인간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이다.

■  말 그대로 무성영화에서의 자막은 현대의 영화 자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막이 인쇄된 카드를 말한다. 관객은 자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막이 쓰여진 카드를 보는 것이다. 수화란 자막 카드와 같다. 다만 종이 위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다 글을 쓴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은 말을 할 수 없다. 이 없기 때문이다. 손은 언제나 조용하다. 입이 없기 때문이다. 손은 침을 흘리지도 않는다. 입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손 모양으로 만드는 수화는 입이 할 수 있는 발화의 기능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다. < 2의 입’> 이다.  하지만 손은 말을 하는데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대체물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손은 종종 입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초월한다. 사람들은 < > 이 의사와 감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나이가 들면 그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손이다. 손은 입처럼 감정을 속이거나 미화하지 못한다. 긴장하면 손에 땀이 나고, 무서우면 손끝이 떨린다.

정직하다. 손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거의 모든 것을 말한다. 기도할 때 우리가 두 손을 모으는 까닭은 인간의 신체 기관 중에서 손이 가장 정직하기 때문이 아닐까 ? 사랑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말의 성찬보다는 진심을 담은 손의 울림이 더 큰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처음으로 잡았을 때가 기억난다십 분이면 도착할 곳을 느리게 걸었다. 손을 놓았을 때 손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도 나를 사랑했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한참 지나고 나서야 말했지만, 그때 이미 우리는 알고 있었다. 침묵하는 손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말한다는 사실을 말이다손은 가장 훌륭한 문학이다, 세레나데다, 프로포즈다. 시인 최승자는 < 사랑하는 손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주는 가여운 안식

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을 때

열 손가락에 걸리는 존재의 쓸쓸함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주는 가여운 평화

 

  - '사랑하는 손'  전문

 

입은 믿을 만한 기관이 아니다. 비록 입에서 욕이 아니라 아름다운 말을 쏟아낸다한들 정직하지 않다. 손은 말이 없고 무뚝뚝하지만 가장 정직한 것들을 쏟아낸다. 이성복 시인이 입이 없는 것들에게 연민을 느끼듯이 최승자 시인 또한 입이 없는 것(손)에서 연민을 느낀다. 손은 입이 없기에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며 꾸미지 않기에 정직한 기관이다.  시인은 내 손과 네 손의 합일을 통해서(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을 때) 기도하는 숭고한 손을 본다. 그녀에게 맞잡은 손은 " 가여운 안식 " 과 " 가여운 평화 " 를 기원하는 손이다. 그리고 " 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 " 았을 때 흥건히 젖는, 부끄러워하는 손을 보며 말한다. 비가 내린다고, "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 " 린다고......

 

 

- 2012. 03. 11,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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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4-0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 나 이거 자랑인데ㅡ나 예전에 여기서 신문인터뷰 받을 때
사진 담당 기자가 자기가 지금껏 찍은 사람들 중에
베스트5에 드는 예쁜 손이라고 칭찬해줬음.(피식~)
인터뷰 동안 손 제스쳐가 넘 많았나봄. ㅡ_ㅡ

결론 --> 나-손(만) 쫌 이쁨.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6:46   좋아요 0 | URL
사내새끼가 실없이 던지는 농담에 웬 호들갑이냐....
다시는 그 기자 만나지 마 !!!! ( 씩씩...)

곰곰손 2014-04-01 16:5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 존빠른답글!!!
아이고야!!보고싶었써곰발!!! ㅠㅜㅜㅜㅜ

알잖아~ 난 곰바리 너 밖에 없능거~♡ ㅋㅋㅋ

아, 이거

http://fuckyeahchaplin.tumblr.com/


내가 좋아하는 채플린 - 영상/사진 꽤 많은 텀블러 사이트.
예전부터 가르쳐줄라 그랬었는데ㅡ
시간날때 함 봐봐~ 너 채플린 좋아하잖아.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7:37   좋아요 0 | URL
오호, 진짜 여기 다 있구나.
자주 놀러가야 겠군.. 흠흠. 고맙다 !

근데 인터뷰 무슨 내용이었냐 궁금 ?!



그나저나 네이버 영화 카테고리에 버리기엔 좀 아까운 글들이 좀 많네.
글이 좋다는 게 아니라 그 글 쓸 때의 시간이 아깝단 말이죠. 날마다 몇 개씩 옮겨야겠어....

곰곰손 2014-04-01 17: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뻔하지모ㅡ
어쩌다 여기와서 그런 일 하게 됐냐..
언어에 있어 장애는 없냐,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나?..

..이딴 질문?

암튼, 시발 이제 여긴
말보로 한갑에 460,엔ㅠㅠㅠㅜ
20엔이나 올랐어 ㅠㅠㅠㅠㅜㅜ

곰발.. 나 넘 살기 힘드러ㅡ ㅠㅠ흑흑
빨랑 너 대박나서 나 돈좀줘~
가난이 시러~ ㅠ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05:46   좋아요 0 | URL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비싼 아이디어를 줄께....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거든
내 아이디어를 훔쳐 !

너에게는 공짜로 주마......


이참에 끊어라. 46엔이면 얼마나 4600원이냐 ?
내가 88라이트 두 박스 보내주마..

samadhi(眞我) 2014-04-0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자마자 찰리 채플린이 정말 위대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HD화질이 아닌데도 표정과 몸짓이 가슴에 훅! 들어오네요.
제 몸의 세포가 떨려서 간질간질거립니다. 표현력이 뛰어나네요. 말이 없는데 더 많이 느낄 수 있군요.

손미남에게 무척 약한데 ㅋㅋ. 특히 손짓이 예쁘면 자꾸 눈이 가더라구요. 손짓을 눈여겨 보는 편입니다. 말보다 더 많이 말해주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05:48   좋아요 0 | URL
채플린은 존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예요.
여전히 지금 보아도 세련되었다는 사실에 종종 놀라고는 하죠.
하여튼 이 영화는 채플린의 라임라이트와 함께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저 마지막 장면은 지금 보아도 여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군요...

손미남이라고 하기에 손미남이란 작가가 있나 ? 했습니다. ㅎㅎ

매직퀸 2014-04-0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영화 제가 완전 좋아함. 처음 보고 울었다죠: 공교롭게 며칠 전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서 다운 받고 초반 조금 봤습니다. 포스팅 본 김에 다시 끝까지 봐야겠네요. 지금봐도 세련됨에 공감. 제가 처음 극장에서 본게 확실하진 읺지만 채플린 영화였을 거에요. 부모님이 모던 타임즈를 영등포 모 극장에서 보여준 거 같은 기억.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13:41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이 영화 유투브에 풀버전 있길래 감상했습니다.
여전히 좋군요. 따띠도 좋고, 키튼도 좋지만
전 아무래도 채플린이 더 좋습니다.
뭔가 원초적인 슬픔이 있거든요. 이 영화는 아무리 봐도 걸작입니다.

엄동 2014-04-0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승자 표현 죽이죠.
열손가락에 걸리는 존재의 쓸쓸함..

일전에 말했듯 제 손은 농부손같기에
모든것을 이야기하는 손"을 당당하게 내밀지 못한답니다 ㅠ

입은 믿을만한 기관이 아니다. 정직하다"라는
저 말이 너무 와닿네요
상등신같이 세치혀의 사탕발림에 꼼빡 넘어가고
쓸데없는데 맘이 몰캉해지는 요즘
마음이 좀 딱딱해질 필요가 있기에
.
손으로 꾹꾹 눌러 저 위 문단들을 메모장에 옮겨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13:43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열손가락에 존재의 쓸쓸함이 걸린다니.......
이런 표현 쉽게 할 수 없습니다.
농부 같은 손이라..... 감동적이겠군요.
하여튼 말에 속지 맙시다요. 아주 질렸음.....
글도 그렇고 말도 그렇고.....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4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 이번 달'부터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 활동을 시작한다

 

 

 

 

 

 

1. 그래도, 방긋           

 

 

 

사실 이 책'을 가지고 있다. 한나래 출판사에서 < 헐리우드 장르의 구조 > 라는 제목으로 90년대에 출간되었다. 물론,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간 평가단 14기 주목할 만한 신간 추천 목록으로 고른 이유는 단 하나'다. 탁월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절판되어서 그동안 발만 동동 구르는 이도 있었을 터인데, 이번에 새롭게 나온 모양이다. 반갑지 않다. 절판되었으나 내게는 있는 책, 그런 책은 영원히 절판되었으면 싶은, 아... 그런 사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방긋) 그런데 책값이 꽤 올랐다. 한나래 구판'은 9800원인데 이 책은 28000원이나 된다. 가격이 꽤 차이가 나서 미리보기'로 편집 디자인을 살펴보려고 했는데 미리보기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 마치 살펴보지 못하게 비닐 포장을 한 스타 화보집 같다. 적어도 30,000원에 가까운 가격이라면 구매 의향이 있는 독자에게 미리 보기 기능을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 10000원짜리 라운드T를 살 때에도 입어 보고 살 수 있지 않느냔 말이다. 절판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페이지 수'이다. < 할리우드 장르(컬쳐룩) > 은 560쪽이고 <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한나래) > 는 479쪽이다. 그런데 목록을 대조 비교해 보니 내용이 추가된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이 책을 번역한 사람 또한 동일하다. 조심스럽게 추론하자면 아마도 자간이나 행간 따위로 변화를 준 모양이다. 하긴, 한나래 판이 30줄'이니 줄 조정을 하면 560쪽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번역자도 동일한데 책값을 3배나 올리나? 한참 투덜대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긋 ! ☞ 영화서적 10

 

 

                                                                                                                 

 

                                                       

                                                  

 

 2. 도시와 변두리        

 

 데이비드 하비의 < 반란의 도시 > 도 눈에 " 확 ! " 들어온다. 무엇보다도 "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인문학자 20인’에 선정된 데이비드 하비의 최신작 " 이라는 책 소개가 마음에 든다. 데이비드 하비는 세계적 지리학자이자 부드러운 맑스주의자'이다. 일단, < 지리학 >은 재미가 없을 거란 편견은 버려야 한다. 오래 전부터 자본가는 공간을 점유하고 탈중심 지역을 식민지화시켰다. 흔히 식민지 정책하면 제국이 식민 국가를 점령하는 방식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은 자국 내에서도 식민지 정책은 교묘하게 이루어진다. 변두리의 탄생은 도시가 번성하는 때와 관련이 깊다. 식민 통치란 " 본국과는 다른 차별적 지배를 받고 있는 지역에 자국민이 영주할 목적으로 이주하여 경제적으로 개척하며 활동하는 일, 또는 이주민 (네이버 사전 인용)" 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는데, < 본국 > 에 < 도시 > 를 넣고, < 지역 > 에 < 변두리 > 를 넣어도 맥락이 통한다. 데이비드 하비는 그동안 자본가가 도시 공간을 과도하게 점유하며 권리를 누린다고 비판해 왔던 석학이다. 이번 기회에 소개도 할 겸 선정했다. 도시 지리학'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피터 손더스의 < 도시와 사회이론 >, 앙리 르페브르의 < 공간의 생산 > 그리고 대우학술총서에서 나온 < 공간의 정치경제학 > 을 추천한다.  ☞ 공간은 정치적이다 

 

 

                                                                                                                 

 

 

 

3. 그것이 알고 싶다    

 

 

 메리 로치만큼 배꼽 빠지도록 글을 잘 쓰는 작가도 없다. 유머 작가냐 ?! 아니다, 과학 분야 전문 저술가'다. 일종의 과학 전문 르포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따분한 과학을 입담 하나로 독자를 사로잡는 이는 메리 로치가 최고'다. 그렇다고 말빨 하나만 믿고 글빨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던가 ? 아니면 그 반대던가 ?! 메리 로치는 < 손 > 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 < 발 > 로 지구 몇 바퀴를 뛰어다닐 만큼 부지런한 저널리스트다. 그녀 특유의 빈정거림과 시니컬 그리고 웃음은 성실한 발과 눈물이 만들어낸 결과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것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우리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것만 골라서 알려준다는 데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엉뚱한 곳에 관심을 두는데, 이 꾀죄죄하고 사소한 에피소드가 읽는 맛을 더한다. 독특한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 스티프 > 는 시체의 유통경로에 대해서, < 스푸크 > 는 사후 세계를 다루었고, < 우주 다큐 > 는 우주비행사를 뽑기 위한 온갖 잡다한 실험을 진지하게 접근한다. 그리고 < 봉크 > 에서는, 맙소사 ! 여성 클리토리스를 다룬다. 모든 작품이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 스푸크 > 는 욕심이 과해서 흥미를 잃게 만든 책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본은 한다. 그녀가 이 시대 뛰어난 대중 과학 저널리스트인 것만은 분명하다. 난, 그녀의 팬이다.봉크

 

 

                                                                                                                  

 

 

 

4. 탈락된 자를 위한 복수 

 

 

출판사 교양인의 < 문제적 인간 > 시리즈'를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는 인물 평전을 기획했는데 그 뚝심이 감동적이다. 2005년 < 로베스 피에르, 혁명의 탄생 > 을 시작으로 트로츠키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기계발서에 편승해서 떼돈을 벌어볼까 생각하는 출판사와 비교하면 교양인이야말로 문제적 출판사가 아닐까 ? 좋은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꾀죄죄한 욕심 때문이다. 평소 10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에 책값이 50000원'이라면 책을 사서 보기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다. 이번 알라딘 신간 평가단를 기회로 못 먹을 감, 한번 찔러보기 위해 추천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번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에 지원했는데 탈락된 분들을 위로코자 이 책을 선택했다. 탈락된 자들을 위한 복수'라고나 할까 ? 아니다, 복수는 흔한 시대적 클리셰가 되었으니 위로라고 해 두자. 신간평가단이 10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읽느라 밤을 새며 피똥 쌀 생각을 하면 위로가 되리라. 기쁘다. 참고로 나는 1400페이지가 가까운 < 히치콕 - 서스펜스의 거장 > 이라는 평전을 아직까지 끝내지 못하고 읽고 있다. 벌써 2년째'다.

 

 

                                                                                                                 

 

5. 꾀죄죄죄한              

 

 

일단 책 분량이 1000페이지가 넘어가면 기가 죽는다.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자꾸 망설이다가 구입을 포기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반대로 분량이 너무 적어도 적다는 이유로 사기가 망설여지는 책도 있다. 한병철의 < 피로사회 > 가 그렇다. 100페이지 정도라면 교보문고 가서 서서 읽을 만한 분량이지 않은가 ? 이래서 나온 말이 " 핑계 없는 무덤 없다 " 는 속담일 게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책을 살 때 기준은 : 첫째, 동문선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사지 않는다. 둘째,  최소 200페이지 이상. 셋째, 한 페이지 당 최소 21줄 이상'이다(단, 소설은 예외다).   < 투명사회 > 는 200페이지를 넘겼으나, 아쉽게도 21줄을 넘지는 못했다(19줄이다), 그래서 그동안 책을 안 사고 있었지만, 사실 무척 읽고 싶은 책이기는 했다.  이 기준이 어떤 똥고집 비스무리한 꾀죄죄죄죄한 태도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고집을 버릴 생각이 별로 없다. 열린책들 책처럼 촘촘하게 박힌 책에 대해 절대적 신뢰를 보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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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4-0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뭬야이거?!?!

뭐? 신간평가단?

너 이런거 하지말어!!!

닝기미~ 곰곰바리~ 자존심이있지~
이딴거 하지말어!!

글고 저 옆에 금메달도 얼른 치워달라그래!!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7:48   좋아요 0 | URL
왜 그르냐. 읽고 싶은 책 맘대로 고를 수도 있는데.....
요즘 책값이 부담이야. 더럽게 비싸져서
이젠 아예 원서보다 비싼 경우도 많아.
나 자존심 쥐뿔도 없어.. ㅋㅋㅋㅋ

samadhi(眞我) 2014-04-01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쿡서적 출판하는 출판사는 역시 열린책들 이죠. 1000쪽 짜리 책은 으...... 그래서 메리 로치의 책 중 제일 재미난 책이 무어란 말인가요? [스티프] 인가요? 읽어보고 싶네요. 과학쪽엔 문외한이라 잘 안읽게 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20:26   좋아요 0 | URL
열린 책이 사철제본이어서 정말 튼튼해요.

메리 로치 책 중 시티브가 가장 재미있습니다. 추천합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4-0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명사회 ! 저 이 책 샀어요 ㅎㅎ 한병철선생님이 강연하는데서 그냥 샀다죠. (근데 사실 안직 못읽었어요..ㅠㅠㅋㅋ) 곰발님께서 저 책 선물해주셔서 이거 곰발님한테 선물해드리면 좋겠다아아!!고 생각했었는데 곰발님은 이 책 내가 선물해드리기 전에 사셨겠지? 그냥 그만두자..ㅋㅋ 했는데 곰발님의 고집은 이 책을 구매하지 않을 예정이시라니 흠흠흠... 흠흠흠.. 저 이번 주말에 알바해서 돈벌면 곰발님께 선무르....(저 이렇게 말만 이렇게 번지르르하게하고 안드리면 완전 못되먹은 사람 될듯한데요..?ㅋㅋ)

아, 한병철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좋았던 것 몇 개

"인문학은 어제의 성과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잠시 휴식을 취하는 눈감기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공간을 볼 수 있는 눈을 뜰 수 있는 끊어짐의 눈감기가 되어야 한다"

"Protect me from what I want."(내가 원하는 것으로만 내가 이끌리지 않도록 해주소서) 라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셨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2 20:26   좋아요 0 | URL
아이고...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책 선물입니까. 사양합니다.
밤하늘 님에게 책선물 받는 건 가오가 안 섭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책이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아마도 밤하늘 님이 아닐까 합니다.
주말에 알바해서 돈 버시면 그냥 맛있는 거 사서 얌얌하십시요.
아직 안 읽은 책에 집에 한 200권은 돼요. 죽겠습니다.



수다맨 2014-04-0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순간 로쟈님 블로그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이런 활동도 이제 맡아서 하시는군요. 그런데 알라딘은 각성해야 합니다. 이런 걸로 책 몇 권 주는 게 아니라 인기블로거(넘버 5~6까지)들에게 돈 천 만 원씩 줬으면 좋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11:54   좋아요 0 | URL
호기심 삼아 한번 해보려고요. 요즘 책값이 진짜 비쌉니다.
출판계가불황이다보니 책값을 거의 원서 사서 읽는 것보다 더 비싼 경우도 허다한데
출판계 망하게 욕을 할 수도 없고... 하여튼 값이 좀 지랄 같습니다. 천 만원 주면 정말 좋겠네요. 시바....

rendevous 2014-04-0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로츠키 꼭 뽑히시길 응원합니다 ^^ 그나저나 동문선 출판사는 제가 모르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동문선에서 나온 롤랑 바르트 책 열심히 샀었는데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7 15:41   좋아요 0 | URL
동문선은 제가 그냥 싫어합니다. 모든 게 다 구린 출판사 같아요.
 

 

 

 

 

 

 

 

 

 

 

 

 

 


 

 

 

 

장국영과 김경욱

 

 

 

만우절이면 항상 하는 일이 있다. 물론, 여의도 국회에 불이 났다고 119에 전화를 거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만우절이 되면 항상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를 보게 된다. 공교롭게도 4월이 시작되면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를 보았다. 2009년도에는 낙원동 아트시네마에서 " 장국영 추모 영화제 " 를 해서 < 아비정전 > 과 < 화양연화 > 를 보았고, 작년에는 모 출판사가 장국영에 대한 책을 발간하면서 마련한 장국영 기획 특별 상영전을 보기 위해 광화문에 있었다. 왕가위 영화제도 장국영 기일에 맞춰 상영되고는 했기에 4월 하면 장국영이 떠오른다. 그러니깐 4월 1일에 나는 항상 장국영 영화를 보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국영 추모 영화는 상영된다. 극장 스크린은 아니지만 케이블 영화 전문 티븨에서 특별 기획전'을 연다. 

 

내가 장국영 추모 영화제를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낯익은 얼굴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나처럼 장국영을 기리기 위해 영화관을 찾아 떠도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이가 있다. 소설가 김경욱'이다. 그 또한 장국영 열혈 팬'이다. 작년 장국영 추모 영화제 때에는 모 극장 로비에서 장국영과 관련된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때 내가 산 책이 김경욱의 < 장국영이 죽었다고 ? > 라는 소설집이었다. 책을 사서 극장 로비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 장국영 좋아하시나 봐요 ? "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수수하게 생긴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소설가 김경욱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시치미를 떼고는 이렇게 말했다. " 네, 평소 김경욱 소설을 열심히 읽습니다.

 

그래도 한국 문단에서는 김경욱을 따라올 자 없지요. " 사내의 눈빛이 밤하늘 위에 뜬 인공위성처럼 반짝반짝반짝반짝거렸다. 그 다음은 대강 아시리라. 제, 가, 김, 경, 욱, 입, 니, 다 ! 그가 먼저 순댓국에 소주 한 잔 어떠냐며 물었다. 이럴 땐 반응 속도를 살짝 늦춰야 한다. 나는 시계를 쳐다보며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 낮술 좋죠 ! " 우리는 낙원상가 옆에 있는 이모네'에서 술을 마셨다. 그는 문학판에 대해 말했고, 나는 영화판에 대해 말했다. 결론은 둘 다 개판이라는 거 ! 그때 낮술이 인연이 되어서 우리는 종종 만난다. 만나면 항상 장국영에 대한 이야기로 말머리를 시작한다. 그는 내가 아비정전을 41번 보았다고 했을 때 " 41번이나 ?! " 라고 놀라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여기서 잠시 사전적 의미로써의 < 이나 > 에 대한 이야기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 이나 : ( 수량이나 정도를 나타내는, 받침 있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 ) 수량이 크거나 많음, 혹은 정도가 높음을 강조하는 보조사. 흔히 놀람의 뜻이 수반된다 ㅣ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인용 "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도 < 장국영이 죽었다고? > 라는 단편을 쓰기 위해서 그 정도 보았다고 고백했다. 글 쓰는 동안 느낌을 공유해야 했으니깐, 느낌 아니깐. 그날 < 아비정전 > 에 대한 영화 이야기로만 몇 시간을 보냈다. " 왜.... 아비가 자신을 낳은 친엄마가 그리워서 엄마를 찾아가는 장면 있잖아요 ? 그런데 엄마한테 빵꾸 먹잖아요. 아, 시바. 그때 아비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커튼 너머로 아들을 훔쳐보던 엄마를 의식하며 아비는 고개를 홱 돌려 떠나죠. 그리고는 이런 소릴 하잖아요. 엄마가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 나 또한 엄마에게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아, 시발 ! 여기서 포텐 터집디다. "

 

내가 눈을 갸르스름하게 뜨며 말하자 김경욱에 캬, 소리를 내며 장단을 맞췄다. " 건달이란 양심은 팔아도 쪽은 안 팔지 않습니까. 씩씩하게 뒤돌아서 걷죠.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 시바... 이런 태도로 말이죠. 그런데 빠른 걸음으로 걷는 장국영의 뒷모습을 감독은 슬로우모션으로 잡아서 가둡니다. 결국 빠른 걸음으로 그 장소를 빠져나가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엄마네 집에 머무는 거죠. 행동은 씩씩하게 멀어지는 거지만 마음은 그래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머무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 우리는 그날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화장실에서 오줌을 눌 때 김경욱이 내 코가 삐뚤어졌다며 바로잡아주었다. " 왜 술에 취하면 코가 삐뚤어질까요 ? " 그가 말을 하며 오줌을 누다가 그만 바지에 잔뜩 흘렸다.

 

내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 코가 얼굴의 중심 아닙니까. 코가 삐뚤어졌다는 건, 그러니깐... 음, 그래. 맞아. 중심을 잃었다는 거죠. 중심 잃고 비틀거리니 코가 삐뚤어졌다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글구 보면 우리 조상들 참....  굉장히 과학적 사고를 가진 분들이에요. 아니, 닝기미 바지저고리 입던 그 시대에 이런 과학적 사고를 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 그가 내 말을 듣더니 낄낄거리며 소리쳤다. " 아 ! 그래서 코가 삐뚤어졌다고 하는군요 ? ㅋㅋㅋㅋㅋ. 이거 제가 좀 써먹어도 됩니까 ? " 안 된다고 농을 치자 그가 다시 한 번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는 지금도 골방에 쳐박혀서 소설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는 부지런한 작가이니 말이다. 우리가 화장실에서 이런저런 만담을 하고 있을 때 불현듯 한 사내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장국영이었다 !

 

우리가 깜짝 놀라서 동시에 장국영이다, 라고 소리쳤더니 그가 웃으면서 " 저, 장국영 아닌데요 ? " 라고 말했다 - 라고 할 줄 알았지 ? 아니다, 그는 진짜 장국영이었다. 중국말로 쏼라쏼라 했는데 우리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와 김경욱은 동시에 같은 말을 쏟아냈다. " 이거 꿈이로구나 ! " 장국영이 나와 김경욱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 찌찌뽕 ~ " 눈을 떴다. 어제 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코를 만져보니 삐뚤어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 동사서독과 화양연화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00531

■ 브루스 윌리스와 장국영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92976

■ 아비정전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5267

■ 소년다운 고집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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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4-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중혁 작가에 따르면 '경욱이'가 축구를 잘한다고 합디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2:39   좋아요 0 | URL
김경욱 꽤 열심히 소설을 쓰시는 분이죠. 글구 보면 김숨이란 작가도 소설 기계라 할 만함.
둘 다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소설가들이죠..

엄동 2014-04-0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혹시

새로운 글을 이 블로그에 내놓을 때.
그 새로운 글보다 더 신상인 글을 이미 써놓았거나
쓰는 중에 있는거 아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1 13:38   좋아요 0 | URL
그냥... 몇 분만에 후다닥 쓰는 글입니다. ( 귓속말 ) 저 400타 칩니다.

samadhi(眞我) 2014-04-01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eep Purple, April을 들어주고 4월부터는 야구죠 ㅋㅋㅋ. 아 이제 매일 저녁 행복한 야구삼매에 빠져들 수 있게 됐습니다. 10여년 전에 남편과 아이 이름을 뭘로 지을까 하다가 "숨"도 생각했는데 이미 숨이란 이름이 있더라구요. 그 사람이 소설가였던 것이고. 그 소설가의 남편인 김도언의 글이 좋았습니다. 그 사람도 소설을 쓰는 것 같던데 그 사람의 일기가 저는 좋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07:03   좋아요 0 | URL
어? 이 글 누구 지웠죠 ?분면 여기에 댓글을 달았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야구의 계절이다.. 막 이런 걸로 길게 썼는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숨 남편이 도언이었습니까 ? 몰랐네요. 전혀 몰랐음.... 글쿠나.... ㅎㅎㅎㅎㅎㅎㅎ
숨이란 이름 참 좋죠 ? 제가 아는 이름 중 정말 좋은 이름은 섬'이었습니다. 외자 이름이었죠. 섬.
성하고도 잘 어울려요. 김섬, 정섬, 한섬, 이섬, 그런데 역시 박섬은 안 어울리네요. 박씨가 어찌보면 가장 촌스러운 성 같아요..ㅎ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4-04-03 13:53   좋아요 0 | URL
조씨 성이 제일 심하죠. 죄다 욕이 됨. ㅋㅋ 저는 마음에 안들면 그 사람이름에 "조"씨 성을 붙여서 부릅니다.
우리 선배 중 어깨가 꽤 좋았던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별명이 "조까치" 였어요. 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4 08:52   좋아요 0 | URL
왜요. 그래도 조 씨' 의외로 괜찮은 성임.....

멋진 성은 류, 민, 한, 오, 정 씨'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후진 성은 김, 박, 곽, 홍 씨 이러거임... 저주받은 성.. 흑흑...

매직퀸 2014-04-03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이 포스트를 보길 잘했군요. 4/1일에 행하는 의식인 아비정전 걸어가는 뒷모습보기를 빼먹었는데 생각났네요. 봐야겠군요. 감사. 말씀하신 장면은 정말이지 왕가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장면. 허술한 이야기 따위는 영화에서 나는 상관 안 해 다른 게 있거든 나한테 막 이런 소리가 귓가에 들림.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07:06   좋아요 0 | URL
전 왕가위 영화 이야기가 허술하다고 생각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미지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그게 커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요즘 느끼지만 이야기 촘촘하지만 후진 작품들 참 많거든요.
이야기가 꼼꼼하다는 것은 시나리오가 좋다는 소리인데 이걸 이미지화시키지 못하는 헐렁하게 됩니다.
왕가위는 이걸 촘촘한 이미지로 엮는 솜씨가 뛰어나죠..

매직퀸 2014-04-03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허술한 이야기' 는 수정해야겠습니다. 모 감독이 왕가위 영화에서 이야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고, 왕가위는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로 영화한다는 그런 세간의 평같은 것이 있어서 그냥 별 생각없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저 단어를 썼는데, 허술한 이야기란 흔히 작법책에서 말하는 잘 짜여진 서사구조 같은 것에 빗대어 그런 것이고, 왕가위의 이야기가 허술하진 않은 거 같습니다.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잘 하는 감독이라고 생각. 간만에 페루애님 글 보고 아비정전과 중경삼림을 조금 보고 느낀 것. 지금 중간중간 본거긴 한데, 다시봐도 가장 유명한 맘보 춤 추는 장면은 별 감흥이 없군요. 유덕화가 장만옥을 기다리다가 오지 않는 장만옥을 보고 이제 선원이 되겠다는 장면에서 빈 골목길 장면이 좋군요.

내가 허술하다고 한 게 찝찝해서 다시 책상에 앉았는데, 그러다가 오렌지 쥬스를 책상에 엎질렀음 아 나 ㅋㅋ 다행히 컴퓨터에는 흘리지 않았지요. 여튼 덕분에 다시 왕가위 영화의 몇 클립을 보니 왕가위는 소년 감성으로 영화를 만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왕가위가 어른이 된 건가. 화양연화 이후로 10년 동안 만들어진 영화는 별 감흥이 없네요.

아비정전 끝장면을 봤는데, 왜 마지막에 양조위가 등장한건지 페루애님의 의견이 궁금하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3 07:01   좋아요 0 | URL
구글 돌아다니다가 아비정전 스틸컷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러니깐... 촬영은 했는데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미공개 컷인데 거기에 보면 양조위와 장만옥은 그 지붕 낮은 데 함께 있습니다. 아마도 촬영에는
장만옥과 양조위가 사귀는 걸로 찍었던 모양입니다. 아시다시피 왕가위 감독 촬영은 잔뜩 하고
정작 다 버리잖아요. 이 영화 마지막 장면도 그렇게 보아야.....
관객이 보기에는 뜬금없지만 사실 양조위와 장만옥이 아는 사이였던 거죠....


+

그렇죠 ? 저도 맘보춤이 처음에는 가장 인상에 남았는데 몇 번 보면 왜 이 장면이 끌렸을까, 하는 의아함이 들어요. 공중전화 장면은 늘 좋죠. 저도 화양연화 이후로는 왕가위 영화 잘 안봅니다. 2046에 질려버렸고... 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