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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 활동

 

 

 

 

1.  메뚜기도 한철 ?!     

 

 

 

 

 

 

이 자리에서 고백하지만 : 나는 축구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기껏해야 월드컵 경기 할 때나 본다. 그렇다고 새벽에 일어나 월드컵 중계를 챙겨 보는 것도 아니다. 동시간대에 월드 시리즈 경기와 월드컵 경기 중계가 서로 겹친다면 일말의 주저없이 야구를 선택하는 쪽이다. 관중 동원수'만 가지고 평가하자면 한국 축구는 국민 스포츠이기는커녕 비인기 종목'에 가깝다.  의아해 할 필요 없다. K리그 축구 경기 관객수와 한국 프로야구 관객수를 비교하면 답은 나온다. 한국인은 철저하게 국내 축구를 외면했다. 관심이 없다 보니 국내 리그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월드컵 시즌'만 되면 축구장 한번 간 적 없는 사람들이 붉은 옷 입고 광장으로 모인다. 이기면 < 파우스트 > 처럼 영혼이라도 팔 자세로 기뻐하고, 지면 < 베르테르 > 처럼 슬픔에 젖어서 박연 폭포 같은 눈물을 흘린다. 붉은악마 응원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 한철에만 반짝하는 양극성장애 " 현상'이다. 축구는 내셔널리즘이 강한 스포츠다.  축구는 곧 국가'요, 선수는 병사'다. 한국인이 국내 클럽 축구 대항전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반면 국가 대항전만 되면 흥분하는 이유는 축구를 애국스포츠 서사'로 인식한다는 데 있다. 나는 모든 스포츠를 개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 이해하기 때문에 " 국가 승리 " 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는 애국적 으름장'을 믿지 않는다. 박세리는 출세를 위해 양말을 벗었고, 김연아는 꿈을 위해 점프했으며, 박찬호와 류현진 또한 성공하기 위해 공을 던졌을 뿐이다. 콩트는 콩트일 뿐이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4년에 한번, 양극성 장애를 겪는 붉은 악마 응원단이여 ! 그냥 동네 닭집에서 닭다리 뜯으며 응원하자. 그들에게 욕을 먹을래나 ?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축구(죽고) 싶냐, 야구(약 오)르네 ! 시부럴, 잘 알지도 못하면서.... " 그렇다, 나는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 축구의 세계사 > 라는 책을 7월 신간평가단 추천 도서로 뽑았다.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땡큐 베루 마치'다. 아, 아아아니 " 따봉이다 ! " 지금은 브라질 월드컵 시즌이니깐. ( 역사 분야 )

 

 

 

 

 

 

                                                                                                        

 

 

                                                       

                                

 

 

                  

2. 공은 둥글다지만     

 

 

 

 

 

 

 

 

 때가 때인지라, 축구와 관련된 책을 또 뽑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 축구의 세계사 >> 는 역사 분야이고, << 피파 마피아 >> 는 사회 분야 서적이라는 점 정도 ?  야구가 세계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복잡한 룰 규정과 비싼 야구 장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 야구 글러브만 해도 투수 글러브와 야수 글러브가 다르다. 그뿐인가 ? 내야수 글러브와 외야수 글러브도 다르다. ) 반면 축구가 전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야구에 비해 값 싼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모두 다 신나게 놀 수 있다는 데 있다.  축구화 따위는 없어도 된다. 가난한 아프리카와 남미 아이들은 맨발로 축구 놀이를 하며 컸다. 축구장이 없어도 된다. 공터만 있으면 되니깐 말이다. 심지어 축구공이 없어도 된다. 헝겁으로 만든 축구공으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신나게 놀고 싶다면 그저 뜨거운 열정과 맨발만 있으면 된다. 축구야말로 지구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 문제는 축구 시장이 커지자 장사꾼이 월드컵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점이다. < 돈 > 이 되는 곳에는 < 이권 > 이 생기고, 이 이권을 노린 세력이 모이게 마련이다. 피파, 연맹, 미디어, 대기업들이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공은 둥글다지만 잇속은 특정 소수가 독점하는 모양이다. 블래터에게 한마디 하련다. " 블래터, 이 그지같은 새끼 ! "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따봉 !! " 이다. ( 사회 분야 )

 

 

  

 

                                                                                                       

 

 

 

 

 

3. 드라큘라와 함께 자본론을 !   

 

 

 

 

 

스탠포드 영문학 교수 프랑코 모레티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 문학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학교 안의 문학 담당 교수가 아니라 시장의 독자'다. " 정확히 복기할 수는 없으나(정확한 출처를 잘 모르겠다) 이 말은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건망증이라면 남 부럽지 않은 내가 이 문장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프랑코 모레티는 피에르 바야르( 파리 8대학 프랑스 문학 교수)와 함께 가장 독창적인 문학 비평을 하는 사람이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소개글에 따르면 << 드라큘라 >> 를 << 자본론 >> 과 엮고, << 설록 홈즈 >> 를 << 율리시즈 >> 로 연결한다.  드라큘라와 자본론을 비교 평가한다 ?! 쉽게 납득이 안 간다, 납득이 !  그뿐이 아니다. << 프랑켄슈타인 >>과 << 황무지 >> 를 짝패로 묶는다.  이들 짝패 목록은 변희재와 진중권이 한 팀이 되어 서로 다리 한쪽을 묶어 달리기를 하는 풍경만큼 흥미롭고 기이한 조합이다.  기대되는 책이다. 이 책이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호호호러블 ! " 하다. ( 인문 분야 1 )

 

 

 

                                                                                               

 

 

 

4. 여기서 묵자                    

 

 

 

 

동양 철학에 대한 깊이가 없어서인지 공자'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 계룡산 남근봉 뜬구름 위에 있는 도사 같다. 공자는 입신양명을 위해서 꽤나 노력한 인물이었다. 출세지향적 캐릭터라고 할까 ? 그에 반하여 묵자'는 독특한 캐릭터에 속했다. 제자백가 가운데 처음으로 공자를 깐 사람은 묵자(묵적)였다. 어떤 이는 그의 이름이 " 묵적 墨狄 " 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 검은 오랑캐 " 라는 뜻이 되는데, 이 사실을 근거로 그가 인도나 아랍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하여튼 묵자는 출신 성분이 비교적 비천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공자가 귀족을 옹호하고 예술에 관심을 보였다면 묵자는 평민을 옹호하고 물리 같은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문화혁명 당시 중국 공산당이 공자 말살 정책을 펼친 이유이기도 하다. 묵자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 겸애 " 라고 할 수 있는데, 묵자와 예수는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묵자와 예수를 비교하는 책도 어디서 본 적 있다. 이번에 << 묵자 >> 라는 묵직한 책이 " 국내 최초 완역판 "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되었다. 원전을 포함하고 있어서 묵자 사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띵호와 / 挺好阿[ting hao a] !  " 다. ( 인문학 분야 2 )

 

 

                                                                                                         

 

 

 

 

5.   바기나 덴타타, 이빨 달린 질       

 

 

 

 

 

 

아잇 님의 추천 목록을 보다가 << 메두사의 저주 >> 라는 책을 보고 급히 선택했다. 메두사의 저주'라 ! 프로이트는 메두사 신화'에서 남자들이 메두사를 보면 딱딱하게 굳게 되는 것을 페니스 발기 현상으로 풀었다. 이 발칙한 해석에 한바탕 큰 웃음을 날리다가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인 경험이 있었다. 사실 메두사를 자세히 보면 메두사가 여성 성기를 닮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메두사 얼굴은 촉촉하고 검은 동굴에 대한 은유이며 뱀으로 뒤엉킨 머리는 거웃과 유사하지 않은가 ? 결국 메두사 신화는 거세 혹은 발기 부전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이 반영된 서사'라 할 수 있다. 조금 유식하게 말하자면 메두사, 사이렌과 같은 괴물은 바기나 덴타타 신화와 맥을 같이 한다. 바기나 덴타타는 " 이빨 달린 질 " 이란 뜻이다. 이 책이 선정된다면 나로서는 " 아 ! " 이다. ( 인문 분야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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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7-0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의 세계사 ; 미시세계사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어느 글에서 모든 미시세계사는 세계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군요. (거의 모든 항목에서 미약하지 않은 강력한 영향 - 이것은 논리적이지는 않지만요.)

묵자 ; 저도 묵자의 사상이 예수님의 사상과 대응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도 동양적 분위를 가지는 사상이 있었죠. 디오게네스를 포함하여, 예수님의 제자 도마의 경우도 그렇고요. 반면 동양의 사상에서 묵자의 겸애는 예수님의 사상에, 혜시의 사상은 논리학에 대응된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2 13:59   좋아요 0 | URL
미시가 모여서 거시가 되는 거시 아니겠습니까 ~
대구'라는 책에서도 그렇지만 이 미시사'가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묵자랑 예수랑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죠 ? 개인적으로 제자백가 중에는 도가가 꽤 철학적으로 재미있는 것 같더군요. 묵자, 도가 공부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총리를 찾아라 

 

 

 

 

 

윌리는 나를 알지 못하지만 나는 윌리가 누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 나는 윌리가 지난 여름에 한 짓'을 알고 있어 ! " 그는 빨간 줄무늬 긴팔 티셔츠와 털모자 그리고 파란 바지를 입었다. 패션 디자이너라면 윌리가 입고 다니는 옷차림에 대해 " 까르르, 까르르... 마이너스 백 점. 땡, 탈락 ! " 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윌리가 입은 옷은 ( 까르르 까르르 ) 촌스럽다. 성조기 패션'이라고 우긴다면 할 말 없다만( 설령, 성조기 패션이다 하더라도 영국놈이 다른 나라 국기 패션을 하는 건 우습다. 마치 일본인이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것처럼 말이다. 윌리는 영국인'이여 ! ) 그런 차림새는 슈퍼맨에게나 어울리지 말라깽이 윌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윌리의 패션 감각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매조지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윌리는 여행을 좋아해서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를 본 곳은 영국식 정원에서였다. 당신을 찾는데 애먹었다. 옷차림이 눈에 띠어서 윌리를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눈에 띠지 않았다. 그를 찾아냈다고 해서 보상이 따르지는 않지만 윌리를 찾고 나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윌리는 좋은 사람이다. 인간은 두 종류로 나뉜다. 옷차림은 화려하지만 보기는 싫은 사람과 옷차림은 초라하지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 내 취향을 고려하면 박근혜는 옷차림은 화려한데 마주치기는 싫은 사람이고 윌리는 옷차림은 촌스러운데 만나면 반가운 얼굴이다. 아, 윌리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어.  최근 청와대는 " 총리를 찾아라 ! " 놀이를 하다가 포기했다.

 

안대희 낙마 후, 청와대가 찾다 찾다 찾다 찾아낸 인물이 문창극이었는데 알고 보니 수아레스 핵이빨보다 무서운 핵이빨이었다. 양심은 없지만 뚝심은 있어 보이는 그가 물어뜯은 곳은 상대 선수 어깨가 아니라 청와대 바짓가랑이였다. 그는 사퇴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박근혜는 문창극이 청렴결백한 진짜 총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가 찾아낸 총리는 가짜'였다. 눈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결국 그네가 꺼내든 카드는 정홍원 총리 유임'이다. 유임 이유가 꽤 아름답다. " 지금의 인사 검증 시스템으로는 진짜 총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네, 네네 맞습니다. 저, 원칙과 소신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 비서관이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을 하자 ) 대구는요 ? 하여튼...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 "

 

박근혜가 < 인간 먼지론 > 을 주장하며 징징거렸을 때, 나는 박장대소했다. " 이 인간 대체 뭐지롱 ? "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털어서 먼지 나는 인간'이라면 대한민국은 부도덕 사회요, 깡패 국가'다. 그런 불량 국가는 하루빨리 망하는 게 세계 평화를 위해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심사 자격에 맞는 후보를 골라야지 후보에 맞춰 심사 기준을 고치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논리'다. 앞뒤가 바뀌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대리운전 회사 전화번호'가 유일하다.  침대가 작다고 누운 사람 다리를 자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대한민국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존나 많다 ! 그런데 박근혜는 왜 생뚱맞은 소리를 할까 ? 이해는 간다. 까마귀 노는 곳에서 백로를 찾으려고 하니 있을 턱이 있나.  

 

백로(진짜 총리)를 찾을 수 없으니 보디 페인팅 작업으로 새까만 까마귀(가짜 총리)를 하얀 백로로 위장은 했지만 그것은 "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 " 일 뿐이다. 까마귀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 까마귀의 짧은 다리는 어쩔껴 ? 응, 어쩔껴 !! 박근혜, 마이너스 백 점. 땡, 탈락 ! 까마귀 노는 곳에서 백로를 찾으면 안 되고, 닭장에서 군계일학'을 바라면 안 된다. 학을 찾으려면 물 좋고 공기 맑은 곳으로 가면 된다. 어때요, 참 쉽죠 ? 총리가 아무리 다방 얼굴마담 직(職)이라고는 하지만 좀비를 앉혀 놓고 장사를 하겠다는 심보는 고약하다. 같은 소리 두 번 해서 미안하다.  박근혜는 옷차림은 좋은데 만나기는 싫은 부류'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패션이 아니라 두뇌와 심장이다. 메르켈을 보라 !

 

나는 그네가 꺼낸 회심의 카드'보다는 윌리가 보낸 평범한 여행 카드가 마음에 든다. 그는 여행를 떠나면 여행지 풍경이 담긴 엽서를 보내오고는 했다. 박근혜 카드는 항상 실망스러웠지만 윌리 카드는 언제나 반가웠다. 고마워, 윌리 ! 너의 패션 감각은 여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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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D 2014-07-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에는털어서먼지 안나는사람존나 많다! 이부분이 참 시원하네요. 박근혜 하는일 면면을 보면 뭐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어요. 얼굴마담도 아니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1 19:29   좋아요 0 | URL
토드 님 이제 알라디너가 되셨군요 ? 호호.. 청와대 패션쇼 지겹죠. 그네님, 패션쇼 말고 민생이나 잘 살피쇼 !

엄동 2014-07-0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네가 어떤 카드를 꺼내든 이제.

하이고 의미없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2 16:57   좋아요 0 | URL
또 하 ~ 또 하 ~
 
[히틀러의 철학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영혼을 팔면 권력을 얻고,

양심을 지키면 시련을 준다.

 

 

 

 

 

 

히틀러 정권 아래에서 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철학자는 많았다. 양심을 팔면 빵을 얻을 수 있었고 영혼을 팔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그들은(학교에 남아 있는 철학자들은) 나치에 협력하면 빵과 권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쥐새끼처럼 재빨리 간파했다. 그런 식으로 교수직을 얻은 철학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자리를 통해 그 이름을 열거하지는 않으련다. 왜냐하면 독일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상, 이들 이름을 아는 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독일 내에서 떵떵거리며 권세를 누렸으나 세계 지성인 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기껏해야 나치 정권의 나팔수 취급을 받았다. 스스로를 " 철학적 지도자 " 라며 떠벌리고 다녔던 히틀러에게는 보다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히틀러'는 " 출력이 낮아 앵앵거리는 나팔(핸드마이크) " 를 쥔 나팔수(핸드마이커 : 내가 방금 지은 신조어'다)에 만족하지 않았다. 변희재, 지만원, 조갑제 따위가 박근혜 지지 선언을 한다고 해서 " 그네 " 가 크게 기뻐할 리는 없다. 오히려 김지하의 지지 선언이 그네에게는 큰 위안이었을 것이다.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다. 히틀러는 칸트와 바그너 그리고 니체를 나치와 연결해 줄 동시대 철학자'를 간절히 원했다. 기회주의자였던 그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이 철학교수는 1933년 5월 1일 나치당에 입당한다.  당원번호는 3,125,894번'이었다. 그는 변희재, 지만원, 조갑제처럼 고만고만한, 앵앵거리는 < 핸드마이커 > 가 아니었다.

 

그는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호박 나이트클럽 JBL < 대형스피커 > 였다. 한번 지껄이면 세계로, 세계로, 세계로 뻗었다. 히틀러, 보기에 좋았어라. 그는 세계 철학계의 거성이었다. 슈퍼스타였다. 영혼을 팔면 권력을 얻고 양심을 지키려는 자에게는 시련을 준다고 했던가 ! 그가 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얻은 것은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 자리'였다. 신임 총장이 된 그는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휘날리는 연단에 올랐다. 나치 제복 차림이었다. " 하일, 히틀러 ! ! ! " 그는 나치식 거수경례를 한 다음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총장이라는 자리는 대학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선생과 학생의 충성심은 오직 대학의 정신 속에 담긴 진정한 공동의 뿌리를 통해서만 깨어나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의 정신이 명백함과 탁월함, 권력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도자, 즉 총통 스스로 가장 먼저 앞서 나가야 합니다. 달리 말해서 독일이라는 국가의 운명을 통해 독일의 역사를 표현하라는 정신적 명령을 주저 없이 우리의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176쪽 )

 

 

그가 바로 마르틴 하이데거'였다 !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야기'다. 하이데거는 나치에 < 협조 > 했다기보다는 차라리 열정적으로 나치에 < 충성 > 을 바쳤다. 그가 총장이 되고 나서 한 일은 유대인 철학자를 대학에서 내쫒는 일이었다. 철저한 기회주의자였고 나치 당원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철학계의 천재였다. " 독일의 서정주 " 라고 할까 ? 이본 세라트의 << 히틀러의철학자들 >> 은 출세를 위해 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철학자들을 다룬 책이다. 동시에 하이데거 같은 인간 때문에 고난을 겪었던 철학자도 다룬다. 발터 벤야민은 게슈타포를 피해 변방을 떠돌다가 " 말 한 마리를 죽이기에 충분한 " 모르핀을 삼키고 죽었다. 그가 남긴 것은 손때 묻은 낡은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반면 < 철학계의 찰리 채플린 > 이었던 아도르노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망명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곳에서조차 그는 외롭고 높고 두려웠다.  " 자신의 표현을 발리자면 아도르노는 < 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새 > 였다 ( 276쪽 ) " 그리고 또 한 명,  위대한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있었다. 그녀는 " 한때나마 사랑했던 유부남 " 의 조국인 독일을 벗어나 망명길에 올랐다.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한 때는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부남은 서른 여섯 살 교수였고, 아렌트는 겨우 열여덟 살 제자'였다. 그들은 불륜 관계'였다. 스승은 쪽지를 통해 제자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시간 순으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아렌트 양! 오늘 저녁 꼭 내 연구실로 들러줘요. 내 진심을 말하고 싶어요.

 저녁에는 계획에 없던 모임이 생길 수 있어서 어찌될지 모르겠어요.... 이 쪽지는 찢어서 없애버려요. 

 내 사랑..... 일요일 밤 9시 이후에 와줘요

나의 한나 ! 이번 주 일요일 밤에 올 수 있어 ? ...... 9시쯤 ! 

당신을 향한 나의 욕망을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있어

 

열여덟 살 소녀를 사랑했던 남자는 누구일까 ? 눈치가 빠른 이라면 " 설마 ?! " 라며 도리질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하이데거'였다. 그렇다, 나치주의자 하이데거와 유대인 한나 아렌트는 연인 관계'였었다. 독일 패전 후, 나치에 동조했던 인물들은 죗값을 치뤘다. 핸드마이커'들은 규모에 걸맞게 꾀죄죄한 형벌을 받았다. 그렇다면 대형 스피커에 해당하는 하이데거는 어떻게 되었을까 ? 열혈 나치주의자'였던 하이데거도 재판을 받았다. << 나의 투쟁 >> 을 읽어봤냐는 반나치위원회의 질문에 하이데거는 " 내용이 혐오스러웠다 ! " 고 답변했다. 연합군은 그에게 명예교수직을 박탈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내린 형벌은 약간의 경제적 제재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이 작은 고통 앞에서 불만이 많았다. 그는 동료들에게(심지어 유대인 동료들에게도) 지지를 호소했다. 거대한 출력을 자랑했던 호박 나이트클럽 JBL 스피커는 이처럼 핸드마이크보다 초라한 모습으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자신을 보호하며 앵앵거렸다. 유대인 동료가 받은 고통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데 말이다. 그는 끝끝내 유대인 동료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 히틀러의 철학자 >>는 제목만 놓고 보았을 때( " 맙소사, 정치와 철학'의 조합이라니 ! " ) 는 무척 따분할 것 같지만 예상 외로 쉽게 읽힌다. 오히려 소설보다 재미있다. 읽다 보면 역사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을 추천한 신간평가단에 감사하다. 예상치 못한 빅 재미를 선사한 책이다.

 

이 책을 고리타분한 인문학서로 오해할 독자를 위해서 마무리는 < 저자의 서문 > 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매조지하겠다.

 

 

이 책은 관련된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역사적인 시대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다큐드라마 형식으로 쓰여졌다. 물론 기본적으로 이 책은 논픽션이다. 공문서에서부터 편지, 시진, 그림, 구두 기록, 설명문 같은 자료를 철저하게 조사해 사실을 바탕으로 썼으며 자료의 출처는 참고문헌 목록에 전부 밝혀두었다. 하지만 서술방식은 독자가 위험천만한 1930년대의 독일에 실제로 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하기 위해 소설 속의 사건을 묘사하는 형식을 따랐음을 미리 밝혀둔다.

- 저자 서문 중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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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벽 2014-06-3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읽으면서 헐...
예전에 어떤 선생과 잡담 중에 북한 김일성 대학에선 문과에서 제일 커트라인 높은 과가 철학과라던 얘기가 떠오르네요. 그런 면에서 보면 북한이 우리보다 한 수 위..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4:59   좋아요 0 | URL
김일성 대학에 철학과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군요. 도대체 뭘 가르치려는 걸까요.
주체사상도 철학이라 할 수는 있겠군요. 맑스주의와 주체사상은 참말로 다른데
사람들이 맑스주의와 주체사상을 동일할 것으로 착각하더군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다르듯이 말입니다.

싸이벽 2014-06-30 15: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북 당국에선 본문 내용처럼 주체사상에 각종 철학을 접목, 합리화하고 심화하는 걸 목적으로 하겠죠.
허나 그 중에 제대로 철학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올 것 같네요.
아무리 김일성 대학이라도 대학은 대학이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7:51   좋아요 0 | URL
말이 좋아 대학이지 시부랄 놈들... 그냥 북한 고위급 정치인 자식들 가는 곳 아니겠습니까...

수다맨 2014-06-3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의 깊이가 아무리 도저해도 공적 자아의 모습이나, 사적 행실의 모습이 추레한 사람들 수두룩한 것 같습니다.
오래전 고종석이 미당의 친일 행적을 짚으면서, 문학적 재능과 춤 추는 재능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지요. 이 말을 다소 비틀자면, 철학적 재능-사실 철학에 재능이란 말을 붙이기 좀 그렇지만-과 춤 추는 재능 사이의 거리도 그다지 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석학이란 인간들 추레한 짓거리 보이는 모습을 여럿 봐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7:48   좋아요 0 | URL
하이데거의 친일, 아니 나치 행위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전 적어도 그냥 대충 적당히 협조 차원인줄 알았는데 정말 노골적이더군요. 예상 밖에이었습니다. 참 낯익은 풍경입니다. 친일파의모습과도 겹치고 말이죠. 서정주.. ㅎㅎ 정말 할 말없죠. 그가 전두환을 위해 쓴 찬양시를 읽으면 아.. 인간이 이렇게도 처참하게 영혼을 팔 수도 있구나 생각합니다. 이명박이 서울을 하나늠에게 바쳤다면, 서정주는 서울을 전두환에게 바쳤죠. 대단한 인물이었으 습니다.

AgalmA 2015-01-19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일, 친나치 책 따위 안 보고 싶은데, 또 봐야할 부분이 생기니 이거 참 이율배반적이란 말입니다? 적을 알아야 공격을 하든말든 할 거 아닙니까....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요즘 이병헌씨 카톡 문자가 다시 오버랩되면서....참 (형용사, 부사가 많이 붙는) 인간다운 거죠. 허허
하필 바로 아래 글 첫 줄이 이병헌이야;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9 17:21   좋아요 0 | URL
이병헌이 어디 나옵니까 ? 찾아봐도 없네 ㅋㅋㅋㅋ.
하이데거를 빼고는 현대 철학을 이야기할 수 없죠. 하여튼 그닥 정이 가는 인간은 아니에요...
그런 걸 보면 니체야말로 정말 인간적인 철학자였죠.


AgalmA 2015-01-20 05:20   좋아요 0 | URL
아, 이 글목록 보다가 바로 아래 고병권씨에 대한 글 첫줄에 이병헌 나오는 영화얘기가 나오길래 말이죠ㅎ
니체...루 살로메 관련해 참 딱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사랑의 좌절이 여성혐오까지 가는 걸 뛰어난 철학자도 막을 수가 없구나 싶고.
머리와 겸손을 겸비한 철학자는 쉽지 않으니 그게 참 희한하단 말입니다. 꼬이지 않으면 미치던가... 왜들 그런가 싶고.

2015-01-20 0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철학자와 하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목사님 ! 그때 왜 그랬어요, 네 ?

 

 

영화 << 달콤한 인생 >> 에서 이병헌이 보스에게 묻는다. " 그때 왜 그랬어요 ? 말해봐요, 네에 ? "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고교 학창시절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 선생이 학생을 무시무시하게 폭행한 사건 " 이었다. 가해자는 미션스쿨'에서 성경 과목을 가르치는 교목(목사)이었고 피해자는 내 친구'였다.  전라도 허벌나게 먼 곳에서 상경한 녀석이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웠는지 3년 내내 신문을 돌렸던 친구'였다. 친구는 목사가 휘두른 주먹에 정신없이 맞아서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였다. 수업 시간에 친구가 목사에게 던진 질문이 발단이었다. " 예수님은 헐벗고 굶주린 이웃을 걱정하시며 스스로 헐벗고 굶주리셨는데, 예수님의 삶을 따른다는 목사님들은 왜 하나같이 뚱뚱한가요 ? "

 

우리는 엉뚱한 질문에 까르르 웃었다. 당시 얼굴에 기름이 번지르르르르르르했던 교목은 친구를 교단으로 불러냈다. 그의 눈동자에서 살쾡이 같은 표독스러운 눈빛이 감지되었다. " 좆됐구나, 시바 ! " 나는 웃음을 삼키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교목은 김득구가 되어서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흥분한 교목이 말했다. " 내, 내내내내내내가 예수님 하면 예, 예예예예수님인 거야. 알아, 이 씹떼끼야 ! 무, 물물물론 기도하고 회계하며 고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게 목회자의 고난 ! 고행 ! 고독한 운명이지만,  이... 씹떼끼 ! 목사가 개개개개게을러서 뚱뚱한 게 아니야 ! 내, 내내내가 말하지만 기도하지 않은 자에겐 내일의 태양은 떠오르지 않아 !!!!!!!!!!!!!!!!!!!!!!!!!!!!!!!!!!!! " 뭐, 대충 이런 상황극'이었다.

 

그날 성경 수업에서 그가 가르친 것은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 가 아니라 < 네 이웃을 샌드백처럼 쳐라 > 였다. 방과 후, 친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신문을 돌려야 했다. 내가 누군가 !  아픈 친구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친구 일을 도왔다(그가 쪽지에 적어준 주소를 바탕으로 신문을 50부 정도 돌렸다).  왜냐하면 그날이 바로 신문보급소 월급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친구가 고맙다며 짜장면'을 사줬다. 맛, 있었다 ! 헤헤. ( 지금도 나는 그 친구가 땀 흘린 대가로 사준 그 짜장면 맛을 잊지 못한다. )

 

 

그는 신앙이 깊은 신학생'이었다. 성격도 밝고 명랑했으며 순수한 영혼을 가진 베르테르였으며 부모가 상당한 부자'였다.  고르고 하얀 치아는 그가 부잣집 외아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는 동성에게는 좋은 친구였고, 이성에게는 좋은 교회 오빠였다. 결혼 정보업체 < 듀오 > 에 의하면 그는 신랑감으로써 90점이었다( 반면 나는 마이너스 1000점이었다). 그는 어느 모로 보나 모난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특별하다면 특별하다고 할까 ? 그 친구는 " 고기 " 를 과도하게 좋아했다. 점심 시간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건 일상에 가까웠다. 심지어 아침에도 고기를 구워먹는다고 했다. 나는 그런 그가 매우 이상했다. 과도한 육식 애호 식성 때문이 아니다. 그가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육식-제일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신앙심 깊은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고기를 과도하게 좋아하는 식성은 마치 진중권과 변희재를 하나로 묶은 짝패만큼 이상한 조합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너는 천국에 가기 위해 기독교인이 되었지 ? - 응 !  너는 고기를 좋아해. 아니, 사랑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고기 생각하면 침이 고일 거야, 맞지 ? - 응 ! 그렇다면 너는 천국에 입주하면 안 돼 ? - 읭 ??!!   내가 내세운 논리는 간단했다. " 천국에는 고기가 없다 ! " 천국에서 소를 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소를 죽일 수는 없다. 천사가 식욕을 채우기 위해 소를 죽인다 ?! 천국 시민인 천사가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쇠망치를 들어 소 머리를 내려친다 ? 맙소사, 그런 일은 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만약 당신이 천국에서 살고 싶다면 반드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내가 말했다. " 천국이냐 고기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 ! "  그는 내 말을 듣고 나서 곰곰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환하게 웃었다. " 조까 !! " 천국에 입주하면 안 되는 사람은 비단 육식-제일주의자뿐만이 아니다.  철학자도 천국에 가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고병권은 << 철학자와 하녀 >>라는 에세이'에서 " 철학은 지옥에서 하는 것이다 " 라고 단언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깨달음은 천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천국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도 필요성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에는 철학이 없고 신은 철학자가 아니다.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삶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 ( 20쪽 )

 

천국은 풍요로운 곳이다( " 다만... 고기만 없을 뿐이다, 시바 ! " ). 하지만 지옥은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배움터'다. 어마어마한 억만장자였던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을 위해서는 풍요를 버려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상속을 포기했던 인물이다. 그는 < 배부른 돼지가 되느냐 > 아니면 <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느냐 > 에서 소크라테스를 선택했다. 이 책은 철학에 대해 말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쉬운 표현으로 어렵지 않게 말한다. 그는 니체의 << 이 사람을 보라 >> 에 나오는 문장을 소개하며 이 책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요약한다. " 이 사소한 사항들은 이제껏 중요하다고 받아들여졌던 것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여기서 바로 다시 배우는 일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 104쪽 ) "

 

그 옛날, 내 친구는 교목에게 왜 그토록 맞았을까 ? 성난 들짐승의 발톱처럼 사나워진 교목은 왜 이성을 잃고 폭력을 휘둘렀을까 ? " 목사님 ! 말해봐요, 그때 왜 그랬어요 ? " 내가 그 사건을 통해 배운 것은 "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진실을 말할 때는 불같이 화를 낸다 " 는 점이었다. 인간은 진실'보다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진실은 쓰고 거짓말은 달콤하다. 우리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철학은 거짓말을 싫어하고 참말을 좋아하게 만드는, 인간 교정 프로그램이다. 칸트가 떠올린 계몽된 사람이란 " 박식한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이다. '감히' 따져 묻고 '감히' 알려고 하는 의지와 용기를 가진 사람 "이다. 그래서 그는 " < 감히 알려고 하라 > 를 계몽의 구호로 삼았다. ( 80쪽 ) "

 

지금 생각해 보면 : 인간 샌드백이 되어 죽도록 맞았던 내 친구는 칸트가 말한 계몽된 사람'이었다. 그는 공부는 못했지만 용감했다. '감히' 따져 묻고, '감히' 알려고 했다. 반면 미션스쿨 젊은 교목은 양아치에 가까웠다. 목사가 불같이 화를 냈던 이유는 명확하다. 내 친구의 말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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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qur 2014-06-2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곰발님도 미션스쿨 다니셨군요. 저도 중학이 장로교 계열 미션스쿨이었죠.
거긴 학생들에게 성경 가르치던 사람이 목사가 아니라 전도사였는데, 그 인종도 폭력을 서슴없이 휘두르는 편이었습니다. 다만 뚱뚱하진 않았고 삐썩 말랐었죠. 성질 때문인지 :)

P.S. 참 육식과 채식에 대해선, 전 채식 쪽 역시 회의적입니다. '채식의 배신'이란 책을 읽은 후 인간의 먹거리 자체에 회의적이 됐달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8 11:56   좋아요 0 | URL
전 채식주의자가 아닙니다. ㅎㅎㅎ. 고기 없어서 못 먹습니다. 근데 저도 한 한달 정도 고기만 먹어야 할 때가 있었는데 아, 이거 질리더라고요....

말리 2014-06-2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칸트는 "자유롭게 사고하라. 하지만 복종하라" 고 했답니다. 아직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농을 하자면 아멘이 필요했던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9 11:44   좋아요 0 | URL
아멘 ....
말리 하니 말리꽃 생각납니다. 노래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말리꽃 인가... 뭐 그런 노래가 떠오르네요..

마립간 2014-06-2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진실을 말할 때는 불같이 화를 낸다 ; 삼국지의 전풍을 다시 오르게합니다.

지옥과 천국의 이야기가 ; 제 글 '사필귀정'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http://blog.aladin.co.kr/maripkahn/4940847

저는 감히 생각하고, 용감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부류죠. ; 이것도 많이 피고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9 12:08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부류입니다. 감히 생각은 해보겠는데 행동하지는 못해서 가끔 정말 절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 박근혜는 달콤한 거짓말을 매우 좋아하는 인간입니다.

수다맨 2014-06-2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병권의 글이 좋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습니다. 곰곰발님 방금 인용해주신 글만 보아도, 과도한 수식이나 거창한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핵심만 딱 집어서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복잡하게 얘기하지 않으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09:48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대중을 위한 책이기에 깊이 읽기보다는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이런 책을 두고 왜 깊이가 없냐고 말하면 넌센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병권은 확실히 요점을 파악해서 쉽께 끄집어내는 기술이 좋은 저술가 같습니다. 쉽게 말해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저항하라 ! 입니다. 요걸 과격하지 않게 부드럽게 말하네요...

엄동 2014-06-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미 학창시절에
현실적이지만 흔한 경험을 하셨군요

나름 고급진 일식집에 간적이 있었는데
목사로 보이는(맞은편 뚱뚱한 아줌마에게 자매님 소리를 연발) 나이자신 양반께서
접대해주시는 아주머의 서비스가 맘에 안들었는지
막판에 이년"이라는 호칭을 쓰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모두는 아니겠지만 하나같이" 그런 부류들.
원데이투데이 겪습니까.


부끄럽지만
불의를 보거나 진실을 말해야할 때.
존재감없이 빽스텝을 밟는 사람입니다. 전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4:01   좋아요 1 | URL
흔한 경험이지요.
모든 목사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목사가 그렇다는 측면에서
목사는 피를 빨아먹는 흡혈입니다. 예수님이 재림한다면 제일 먼저 목사를 칠 것이고
아마도..... 80% 정도는 사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기독교인입니다. 예수가 저의 우상입니다 !!!!


백스텝은 그나마 양호하군요. 전 도망칩니다. 부끄럽습니다.

불량사모 2014-07-05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목사사모입니다.
이일이 세상에 보탬이 될 일인줄 알고 들어섰는데..
난도질을 당해 마땅한 이시대의 목사라는 직책이 너무나 가엾습니다.
개척교회를 못 면하고 있어서 직구로 욕들을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은것이 천만다행이나
이런 감동의글을 읽고 눈에 습도를 조정하고있는 저 자신을 보며 뭐냐...싶습니다.

목사를 판단할수있고 기독교인이라고 말할수 있는 모든이들에게 먼저 고개숙여 죄송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공로는 형편없으나 평생을 예수의 이름을 빌어 인생을 소비한 사람으로 그냥 죄송합니다.
그 다음에,기독교인이 아니고 목사를 판단하는 모든이들에게 또한 고개숙여 심히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댓글 쓰는중에 예수로 인해 인생이 달라져 성인되는 숫자를 온 인류역사에 겨우 144000으로
정하신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또 하나의 이단 탄생^^)..
우리 인생들이 얼마나 변화가 어렵고 변질되기 쉬운 존재인지 새삼 생각합니다.
나도 지금 이순간 말씀에 의지하여 변질되고 있지는 않는지..문득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곰곰발님의 맛깔스런 문장에 잠시 깊이 감동하여 생전에 안하던 짓을 해봤습니다.



저는 불끈거리는듯하나 늘 작은건도 불발에 그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5 15: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이 글이 불편하셨을 수도 있는데 그리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전 교회는 안 다니지만 꾸준히 성경을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예수가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십시요, 건투를 빕니다 ! 불량사모님 !!!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0-14 14:59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좋은 칭찬 감사합니다 ^^
 

 

 

 

 

 

 

 

 

 

 

 

 

 

 

 

 

 

 

 

 

 

 


 

 

 

 

 

 

매미와 붉은 악마

 

 

 

 

 

 

월드컵 시즌이라 축구에 대한 책 2권이 출간되었다. 신간평가단 도서로 추천할 생각이다. 축구란 무엇일까 ? 이 자리에서 고백하련다. 나는 축구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기껏해야 월드컵 경기 할 때나 본다. 그렇다고 새벽에 일어나 월드컵 중계를 챙겨 보는 것도 아니다. 동시간대에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 경기와 월드컵 결승 경기 중계가 서로 겹친다면 일말의 주저없이 야구를 선택하는 쪽이다. 두 말 하지 않으련다. 나는 축구보다는 야구가 좋다. 관중 동원수'만 가지고 평가하자면 한국 축구는 국민 스포츠이기는커녕 비인기 종목'에 가깝다.  의아해 할 필요 없다. K리그 축구 경기 관객수와 한국 프로야구 관객수를 비교하면 답은 나온다.  국내 프로 축구 평균 관중수가 고작 7000명 남짓'이다. 대규모 야외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야구와 축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실내 경기장을 갖춘 국내 프로 배구 평균 관중수가 3000 ~ 4000명이고,

 

프로 농구 관중수가 4000~ 5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프로 축구 평균 관중수가 고작 7000명 정도라는 것은 초라한 성적이다. 한국인은 철저하게 국내 축구를 외면했다. 관심이 없다 보니 국내 리그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지상파 방송사도 별로 없다. 스포츠 방송 시청률'을 놓고 보면 축구 중계 방송 시청률( 국내 클럽대항전 )은 다른 스포츠 종목 시청률에 비하면 애국가 시청률 수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월드컵 시즌'만 되면 축구장 한번 간 적 없는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광장으로 모인다. " 붉은 악마 티셔츠 준비하셔셔셔여여여 ? 뿔 달린 소품도 준비하셔셔셔셔 !  " 이기면 < 파우스트 > 처럼 영혼이라도 팔 자세로 기뻐하고, 지면 < 베르테르 > 처럼 슬픔에 젖어서 박연폭포 같은 눈물을 흘린다. 

 

2002년 올림픽 때 한국 지식인 사회는 붉은 악마 응원 문화를 " 민주적 열망이 투영된 광장 문화의 빛나는 얼 " 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지만 내가 보기에 붉은 악마 응원단'은 " 한철에만 반짝하는 양극성장애 " 환자 같았다. 축구는 내셔널리즘이 강한 스포츠로 대리전 양상을 띤다. 축구는 곧 국가'요, 선수는 병사'이며, 승리는 승전'이다. 한국인이 국내 클럽 축구 대항전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에 국가 대항전만 되면 흥분하는 이유는 축구가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내셔널리즘 성격이 강한 스포츠로 인식하는 데 있다. 나는 모든 스포츠를 개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 이해하기 때문에 " 국가 승리 " 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는 애국적 으름장과 응원단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마케팅'에 동참하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순수를 믿지 않는다.

 

박세리는 출세를 위해 양말을 벗었을 뿐이고, 김연아는 꿈을 위해 돌았을 뿐이고,  박찬호와 류현진 또한 부와 명예를 위해 공을 던졌을 뿐이다. 그들은 < 애국자 > 라기보다는 그저 성실하고 실력 있는 < 운동선수 > 일 뿐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축구선수 박주영이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후 인터뷰를 한 적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군 면제'라는 목표를 위해서 선수들이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 "  말실수인가 ? 아니다, 솔직한 속내'다. 그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메달을 따면 군 면제'가 이루어지니 한국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동기 부여'가 뚜렸했기에, 좆빠지게 뛰었고, 결국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박주영의 솔직한 인터뷰는 나중에 낙인으로 작용했다.

 

그가 국가 대항전 경기'에서 부진할 때마다 사람들은 < 대한민국을 위해서... > 가 아니라 < 군 면제를 받기 위해서... > 열심히 뛰었다는 박주영이 한 말을 기억하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제사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나 관심 있는, 사리사욕에 눈 먼 놈이라는 비난이다.  한국인이 듣고 싶었던 말은 " 애국심 " 이지 " 사적 욕망 " 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에게 묻고 싶다. 운동선수가 독립운동가냐고 말이다.  오, 불쌍한 박주영 ! 나는 영동대로 한복판에서 두 팔 벌려 외치리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아아아아아 ~ 나는 축구'가 따분한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 11명의 축구선수 " 를 " 11척의 거북선 " 으로 생각하는 대리전 양상은 불편하다. 리우 데 자네이로'는 명량 해협이 아니다. 거북이처럼 뛰다가는 욕 먹기 딱이다. 콩트는 콩트일 뿐이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매미의 생애주기는 소수로 이루어져 있다. 3, 5, 7, 13, 17년마다 지상으로 나와 열흘(혹은 길게는 한달) 남짓 신나게 울다가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3년 주기 매미, 7년 주기 매미, 17년 주기 매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깐 매미는 소수를 좋아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

 

 

이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수학이론에 따르면, 이 매미들의 생애 주기는 매미들이 출현하는 때에 맞춰 나타나 양껏 매미들을 포식하는 그들의 천적과 관련이 있다. 생애 주기가 ‘소수’인 매미는 ‘합성수’ 주기의 매미보다 포식자를 만날 확률이 훨씬 낮다. 말하자면 소수 생애 주기를 지닌 매미들이 살아남고 합성수 주기 매미들은 도태될 확률이 높다. 예컨대 100년 동안 생애 주기 7년인 매미와 생애 주기 6년인 포식자가 같은 해에 마주칠 확률은, 7의 배수와 6의 배수가 만나는 42년째와 84년째 단 두 번뿐이다. 그러나 생애 주기 8년인 매미와 6년 주기의 포식자는 24년마다 마주치며, 생애 주기가 9년인 매미들은 6년 주기의 포식자들과 18년마다 마주친다. 결국 오랜 세월 동안 매미들은 포식자들과 마주치는 확률을 낮추기 위한 경쟁을 벌여왔고 거기서 진 쪽은 도태당했다.

 

- 한겨레 2012.6.29일 기사 내용에서 발췌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했던가 ? 그렇다면 매미도 한때'다. 4년마다 나와서 열흘 남짓 울다가 사라지는 붉은 악마를 볼 때마다 매미가 생각난다. 2003년 미 코네티컷주에 출몰해서 1조 마리의 알을 까고 죽은 17년 주기 매미는 죽은 듯이 지내다가 2020년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테고, 4년 주기 붉은 악마 매미'도 심드렁하게 일상을 조용히 보내다가, 국내 클럽 경기에는 관심도 없다가 2018년 6월이 오면 슬슬 깨어나 시끄럽게 울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매미는 나무에 매달려 울고, 붉은 악마 응원단은 광장에서 베르테르처럼 운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대기업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붉은 악마 응원단이여, 이젠 흩어져라 ! 그냥 동네 닭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닭다리나 뜯으며 소박하게 대한민국을 응원하자. 어설픈 훌리건 흉내는 이제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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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6-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야구보다 축구를 좋아합니다. (좋아하지만 하지도 보지도 않습니다만.) 축구의 매력은 1) 전쟁을 대신한 스포츠라는 것, 2) 달리기와 같은 기본 기술이 주된 기술이라는 것.

축구를 보지 않게된 계기가 언젠가 차범근이 선수로 뛴 아시아 예선전에서 3패를 한 후입니다. (중앙선만 넘으면 공을 빼꼈었죠.) 정말 베르테르처럼 처참했죠.

메뚜기 한철은 논할 것도 없고 ; 내셔날리즘과 분리할 수 없는 축구 - 부도덕하다고 해야 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6 12:52   좋아요 0 | URL
저도 축구 좋아합니다. 월드컵 경기 네이버 다시 보기로 꼬박꼬박 다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서포터즈가 아닌 붉은악마 응원단이 싫습니다. 전 국가 대항전보다는 클럽대항전이 재미있더군요. 다국적 팀 경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애국심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게 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죠.

엄동 2014-06-2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축구에 그닥 관심이 없어요.
축구란 스포츠 자체에 대해서도 무지하지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잘해주었다. 이겼다.란 소릴 들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긴 해요 ㅋ

그치만
전국민이 들고 일어나 열광하는 붉은 앙마가 되지 않음
비애국자 취급받는 이 상황은 정말 별로예요

"그냥 동네 닭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닭다리나 뜯으며 소박하게 대한민국을 응원하자."란 말에
공감! 백퍼!!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6 17:30   좋아요 0 | URL
새벽 5시에 경기하는데 저녁 8시부터 교통 통제한다고 하는데 미친 거 아닙니까... 한번 버릇 잘못 길들여났더니 요즘 막나갑니다. 월드컵 경기는 그냥 동네 호프집에서 빔 틀어놓고 닭다리 뜯으면서 몇몇과 관람하는 게 최고입니닷. 나는 왜 거리 응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봄밤 2014-06-2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미와 소수에서 눈이 커집니다. 축구요, 잘 모르겠습니다. 전혀 보질 않으니.,열한대의 거북선이라는 비유는 정말이지, 이보다 적절할 수 없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09:50   좋아요 0 | URL
매미 소수 관계 재미있죠 ? 무척 재미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죠. 이 녀석들이 도대체 어떻게 안 것일까 ? 인간은 소수를 이해하기 위해서 몇 천 년ㅇㄹ을 걸쳐 발견한 건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완전체입니다. 미물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거죠.... 만약에 벌레 따위를 퇴화된 것으로 인식한다면 그건 인간의 오만이 ㅏ 아닐가 싶습니다.

봄밤 2014-06-30 10:33   좋아요 0 | URL
벌레 말씀하시니 서민 마태우스 님 기생충 같은 이야기가 생각나요ㅎㅎ 기생충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는 책이겠더라고요 여전히 무섭기는 하지만 하하.
그렇지요, 저마다 완전한 모습이지요. 사람이 벌레에게 놀라는 것처럼 벌레도 비명이 있다면 세상에 소리가 가득찼겠지요. 매미, 땅속에서 꿈꾸는 듯한 시간을 우리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거라는 거. 위안이 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4:00   좋아요 0 | URL
이번에 기생이란 책이 나오더군요. 요거 추천 도서로 밀어볼 생각입니다.
유투브에 보면 이비에스 다큐 치고 기생 치면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존나 재미있어요. 이 다큐 존나 재미있으니 꼭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