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다리잘띠네 씨에 대한 기록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개는 " 골든 리트리버 " 다. 말이야 < 골든 ~ > 이지, 하는 짓으로 보면 < copper : 구리 > 에 가깝다. 원래 리트리버는 온순한 성격인데 이 개는 무척 사납다. 특히 식사 중'에는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 소개가 늦었다. 이 개 이름은 " 봉다리잘띠네 " 다. 얼마 전에 < 쩍쩍이 > 에서 < 봉다리잘띠네 > 로 개명했다. 비닐 봉투만 보면 흥분해서 마당을 뛰어다닌다. 그래서 지은 이름이 봉다리(만 보면 좋아서) 잘 뛰네'다. 혹자는 우아한 프랑스 이름이나 카메룬 사람 이름 같다고 착각하는데 우리말'이다. 그렇다면 왜 봉다리잘띠네 씨'는 봉다리만 보면 흥분해서 뛰어다닐까 ? 비니루 패티시즘'이라도 있는 것일까 ? 아마, 내 말을 듣고 나면 당신은 봉다리잘띠네 씨'에 대해 연민을 느낄 것이다.

 

나는 그동안 봉다리잘띠네 씨'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집에 갈 때는 항상 구멍가게에 들려 개가 먹을 주전부리를 사고는 했다. 새우깡, 천하장사 소세지, 비비빅 따위'다. 먹거리를 비닐 봉투에 담아  오니 봉다리잘띠네 씨'에게 봉다리는 화수분이다. 어머니도 이에 동참한다. 외식 후 남은 고기를 비닐 봉투에 담아 챙겨 오신다. 그래서 봉다리잘띠네 씨는 봉투만 보면 미치게 되었다. 아, 불쌍한 봉다리잘띠네 씨 ! 너의 절편음란증은 다 내 잘못이다. 용서하거라 ! 봉다리잘띠네 씨는 살아오면서 사건 사고가 많았다. 돈봉투를 물어뜯은 적이 있고, 내 노트북을 발톱으로 북북 그어서 산 지 얼마 되지 않는 신형 노트북이 " 그지 " 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교회 바자회 때 쓰려고 준비한 참기름 통을 엎어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일반 석유통 크기에 가득 담긴 참기름이었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어머니에게 죽도록 맞았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메주를 담그기 위해 무공해로 키운 짚단을 어렵사리 수소문해서 구해왔는데 짚단을 담은 소쿠리에 똥을 싸서 그때도 뒈지게 맞았다. 그뿐인가 ? 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우던 배추 위에다가도 똥을 싸서 따귀를 맞았다. 서랍 속에 넣어둔 농약을 삼킨 적도 있다. 그 무거운 걸 들고 새벽 거리를 뛰어다녔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동물 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 응급실로 뛰어가서 응급 수술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농담이 아니라 실화'다. 접수처 직원은 당연히 그럴 수 없다고 했으나 나는 그 사람 멱살을 잡을 뻔했다. 다행히 24시간 운영하는 동물 병원을 찾아서 응급치료를 받았는데 병원 대기실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고 있던 슬리퍼 하나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뛰어다니다 보니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오른발에는 슬리퍼 대신 개똥이 왕창 묻어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렇게 해서 살려냈건만 봉다리잘띠네 씨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개가 가장 무서워하고 존경하는 인물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절대 신에 가까웠다.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잘띠네 씨는 황송해서 발라당 드러누우며 오줌을 찔끔 싸기도 했다. 그 다음 서열은 진공청소기'였다. 다음은 전기모기채, 샤워기 꼭지, 라이터 순이었다.

 

라이터 같은 경우는 무서워한다기보다는 짜증을 냈다. 불을 켜는 시늉을 하면 물어뜯었다. 라이터 다음이 바로 < 나 > 였다. 나는 집안에서 서열이 꼴찌였다. 삼백 원짜리 라이터보다 못한 존재라니 ! 그래도 나는 봉다리잘띠네씨'를 사랑해서 근사한 개집을 장만했다. 벨기에 제품으로 조립식 개집이었다. 무공해 제품으로 개집치고는 꽤 비싸게 주고 샀는데, 개새끼 ! 아.... ( 흥분을 가라앉히자. 개집 얘기가 나오면 야마가 돈다. 이해하시길... ) 잘띠네 씨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개집에 들어가 잔 적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로지 땅바닥에서 잠을 잔다. 불쌍해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화장실에서 재웠는데 이제는 아예 화장실이 자기 집인 줄 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잘띠네 씨는 화장실 바닥에 편안하게 누워 있다.

 

그리고 변기통을 식수대로 사용한다. 정수기 물을 떠 주면 콧방귀도 안 뀐다. 오로지 화장실 변기 물만 마신다. 그래, 시바 ! 원효대사님도 시체 썩은 물 드시고 득도 하셨지. 봉다리잘띠네 씨는 이제 곧 좋아서 마당을 미친듯이 뛰어다닐 것이다. 신기하다, 식탐이 많아서 나를 보면 으르렁거리고, 내가 사 준 집은 거들떠도 안 보지만 밉지 않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봉다리만보면잘띠네 씨'는 달달한 걸 무척 좋아한다. 작년 여름에 먹은 비비빅이 백 개가 넘는다. 여름 보양식으로 날마다 한두 개씩 주다 보니 그리 되었다. 마르크스와 앵겔스는 공산당선언문에서 "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 라고 말했다. 그 유명한 문장을 살짝 바꾸자면 " 봉다리잘띠네여, 단걸 그만 먹어라 ! " 라고 말하고 싶다. 살찐다. 어찌 되었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뛰어다녔으면 좋겠다.

 

 

 

+

아차 ! 이 말을 하려고 이 글을 쓴 건데 까먹고 지나갈 뻔했다. 봉다리잘띠네 씨'는 < 단어 > 를 알아듣는다. 동물농장에 나오는 개처럼 40개 단어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은 아직 없지만 한 개 단어'만큼은 구별할 줄 안다. " 벌레 " 라는 단어'다. 내가 잘띠네 씨에게 " 벌레 어딨어 ? " 라고 물으면 갑자기 벌떡 일어나 털을 곤두세우고는 벌레를 찾는데 주로 벽을 쳐다본다. 못자국이라도 있으면 벌레인 줄 알고 살핀다. 봉다리잘띠네 씨'가 < 벌레 > 라는 단어를 학습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거미 한 마리가 벽에 붙어 있었다. 일반 거미가 아니라 타란튤라처럼 생긴 거대한 거미였다. ( 과장이 아니다. 산 아래 달동네에 살아서 이상한 벌레가 자주 출몰한다 ) 내가 너무 놀라서 뒤로 자빠지며 잘띠네 씨에게 벌레 ! 벌레 !!!!! 라고 외치자 호기심이 왕성한 잘띠네 씨가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냅다 삼켰다. 독거미가 확실했다. 잘띠네 씨는 삼키자마자 거미를 토해내며 뒤로 자빠졌다. 그 다음부터 " 벌레 " 라는 단어만 나오면 흥분한다. 복수하겠다, 뭐... 그런 것 아니겠는가 ?

 

 

 

 

+

고양이도 한 마리 키운다. 고양이 이름은 " 사색이 " 다. 봉다리잘띠네 씨와는 달리 사색 씨'는 나를 좋아한다. 사진집을 보고 있는 그윽한 눈동자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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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qur 2014-07-0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고보니 동물농장 아저씨였었.. 하하. 봉다리잘띠네의 득도에 오백원 겁니다.

그나저나 오늘 어수선이 휴업한 건가요. 글 대방출!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7 10:41   좋아요 0 | URL
현재 잘띠네 씨'가 터득한 낱말은 " 벌레 어딨어 ? " 와 " 쥐 어딨어 ? " 입니다. 쥐 어딨어? 라고 물으면 쥐가 자주 다니는 길을 코르 킁킁 하며 털이 곤두섭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7-0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들은 신문이나 책 앞에 저렇게 앉아서 뭔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7 10:39   좋아요 0 | URL
고양이는 뭐랄까. 신비한 구석이 있죠. 개가 장비 같은 인물이라면 고양이는 제갈공명 같다고나 할까요 ?

엄동 2014-07-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 보고싶어요
쩍쩍이.
실물이 훨 간지날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7 15:00   좋아요 0 | URL
화장실이 자기 집 안방이고 변기물 먹는 놈이 뭔놈의 간지입니다. 그지'지....
개인적으로 전 쩍쩍이(잘띠네) 씨'에게 냉소적임..

달콤한 농담 2014-07-0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렸을 적 줄곧 개를, 현재는 고양이 한마리를 키우는 저로써는 왠지 모든 개는 수컷의 성향을, 모든 고양이는 암컷의 성향을 갖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8 18:54   좋아요 0 | URL
봉다리만보면잘띠네 씨의 누추한 속살을 보며 좋아하시는군요. 달콤한농담 님을 위해 가끔 이 녀석의 처철한 식탐에 대해 가끔 올리겠습니다. 우울하시거든 미리 말씀해 주십시요...

달콤한 농담 2014-07-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봉다리만보면잘띠네(박차고뛰어나온노미,,,,필이 나네요)를 둘러싼 곰님과 곰님 모친의 한바탕 난리법석 대소동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해서요,,,,봉~이는 무척 사랑스러운 놈입니다. 다른 사람이 기르는 개라는 조건하에서만 말이죠 ^^ 말씀만으로도 우울이 반감되는 효과가 있네요 감솨 ~~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9 14:43   좋아요 0 | URL
개가 좋은 일을 할 때도 있군요. 허허허허허...

2014-07-09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9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9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당동 더하기 25, 읽어 보셨나요 ?

 

 

영국 프리미어 축구 클럽 대항전'에 빠지면 국내 K리그 클럽 대항전'은 재미가 없어서 못 본다. < 네덜란드 : 독일 > A매치 경기를 보고 나서 곧바로 < 베트남 : 캄보디아 > A매치 경기'를 볼 때 느끼게 되는 당혹감이라고 할까 ? 풋볼이 아니라 똥볼이다.  " 레베루(레벨) " 가 다르다. 사대주의적 속물 근성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국내 K리그 경기는 거품 빠진 미지근한 맥주 맛이 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 빠지면 한국 프로야구는 시시하다 ! 국내에서 홈런 타자로 활동하는 용병 선수들이 대부분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된 선수들이니 실력 차를 굳이 비교 평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나는 엘지 팬으로써 야구 중계를 보는 낙으로 살고, 

 

종종 야구장을 찾는 편이지만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다가 한국 야구를 보면 전국 고교 대항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 메이저리그 선수,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 수염을 보다가 반들반들한 국내 프로야구 선수 턱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응원 문화도 한몫 한다. 치어리더와 함께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율동을 하는 중년을 보라 !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 야구장이 도떼기시장도 아니고 음악 틀어놓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풍경을 보면.... 할 말은 많다만 여기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 그냥 < 정 > 때문에 본다. 하지만 어쩌랴, 관심이 있어야 실력이 느는 법이고, 실력이 있어야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수 있으니 국내 축구와 야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야 한다. 그래야 류현진이나 손흥민 같은 선수가 나오는 것이다. 우, 하다가도 아, 하게 된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조은의 << 사당동 더하기 25 >> 라는 사회학 책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엄기호의 << 단속사회 >> 나 오찬호의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같은 사회학 서적을 읽게 되면 " 레베루 " 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내가 만난 몇몇 크레타 인'이 거짓말쟁이라고 해서 크레타 인'이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부분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에 빠지게 된다. 같은 이유로 몇몇 사마리아 인'이 착하다고 해서 사마리아 인'이라면 무조적 묻지마-보증'을 섰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과도하게 무리를 묶으면 편견과 차별을 낳는다. 몇몇 유대인이 돈만 밝히는 사채업자'라고 해서 유대인 전체가 사악하다고 주장하면 안 되고, 몇몇 목사가 패악스럽다고 해서 기독교 전체가 사악하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 단속사회 >> 나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라는 책은 몇몇 사례를 전체인 양 부풀린다. 작가 김연수를 닮아서 감수성이 예민한 문학소녀들에게 인기가 있을 법한 수다맨이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라는 책에 대해 남긴 100자평은 예리하다.

 

" 삼분의 일쯤 읽다 덮었다. 이 저자는 뭔가 착각하고 있다. 사회학적 글이라면 직관이나 귀동냥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 자료를 통해 논리적 증명을 해야한다. 단순히 주변인 몇 명의 사례를 들먹이며 `이십대 개새끼론`을 펼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이 책은 꼰대의 글로 읽힐 소지가 다분하다. "

 

 

프로이트는 같은 정신분석의는 귀동냥에 의존해도 되지만 사회학자가 귀동냥에만 의존하게 되면 위험하다. 오찬호는 교양 있게 < 괴물이 된 이십대 > 라고 표현했지만, 이 표현을 고양이 혓바닥처럼 까칠한 저잣거리 입말로 번역하자면 < 이십대 개새끼론 > 이다. 하지만 나는 오찬호의 사회 분석 방식(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대해 찬성하지 않을 뿐이지, 이십대 개새끼론'에는 찬성한다. 단, 선행 조건이 붙는다. 삼십대 개새끼론, 사십대 개새끼론, 오십대 개새끼론, 육십대 개새끼론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꼰대'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바로 " 왕년 " 이다. 갈 왕 : 往 에 해 년 : 年 으로 옛날'이란 뜻이다. 왕년에 잘 나가지 않은 사람 어디 있나 ? 왕년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중년 있었던가 ?

 

오찬호는 < 왕년에 ~ > 라는 프레임을 작동시켜서 왕년에 우리는 이랬는데 왜 너희들은 팔 월 한낮에 늘어진 엿처럼 시들시들하냐고 질타한다. 인간은 " 상황적 동물 " 이다.  직면한 상황에 따라 행동은 달라진다. 80년대 상황과 2000년대 상황을 배제한 채 오로지 현상만을 놓고 분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리고 차별에 찬성하는 이십대'가 있다면, 차별에 반대하는 이십대도 있다.  오찬호는 차별에 찬성하는 몇몇 이십대를 마치 전체인 양 말하고는 혀를 끌끌 찬다.  엄기호의 << 단속사회 >> 도 분석틀로 사용된 실험군'이 지나치게 협소하고, 진단은 성급하다. 소설가는 다작을 할 수 있지만, 사회학을 공부하는 학자가 다작을 하게 되면 내용이 부실하게 된다.

 

<< 단속사회 >> 는 전작인 <<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후속편 같다. 전작에서 했던 말을 다시 한다. 마치 팔도비빔면 같다. 왼손으로 비벼도 되고, 오른손으로 비벼도 된다. 그게 그거라는 말이다. 조은의 << 사당동 더하기 25 >> 는 가난한 가족을 25년 동안 찾아다니며 기록한 내용이다. 엄기호와 오찬호의 책이 < 겉절이 > 같다면 이 책은 < 묵은 김장 김치 > 다. 겉절이는 훌륭한 반찬이기는 하나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일 수는 없다. 반찬을 원한다면 호호 형제(엄기호+오찬호) 가 만든 겉절이를 추천하지만, 찌갯거리를 원한다면 조은이 푹 담근 묵은 김치를 권한다. 대학에서 29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던 조은은 정년을 맞아 < 사회학은 현장이다 > 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강의를 했다고 한다.

 

이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엄기호와 오찬호가 귀'만 열었다면, 조은은 귀를 열고 눈으로 보고 발로 뛰었다. 그녀는 섣불리 진단하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가난에 대해 말한다. 무뚝뚝한 성실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분석가의 부끄러운 욕망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조은은 정금선 할머니 가족이 별탈없이 지내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를 내심 기대한다. 기승승승'만 있는 스토리보다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가 재미있으니깐 말이다. 그리고는 그 사실에 스스로 놀란다. 이 책은 관찰과 기록에만 그치지 않고, 분석가가 대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반성하는 과정이 담겼다.

 

참, << 사당동 더하기 22 >. 라는 다큐멘터리 시디'는 이 책을 살 때 덤으로 나온다.  누군가가 나에게 << 단속사회 >> 나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라는 책이 읽어볼 만한 책이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당신에게 되묻겠다. " << 사당동 더하기 25 >> 읽어 보셨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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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7-0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사당동 더하기 25는 걸작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지요!! 저도 작년에 이 책을 읽고 나서 '무뚝뚝한 성실성'이 배어난 글쓰기란 이런 거구나, 하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에 비해 오찬호 글을 읽고 나면, 곰곰발님 말씀처럼 '레베루'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요...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겉절이보다도 '다꾸앙(단무지)'에 알맞아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8 00:50   좋아요 0 | URL
저도 사당동은 작년에 읽었습니다. 이 글은 오찬호에 대해 쓰려다가 딱히 할 말이 없더군요. 그래서 사당동과 비교하게 되더군요. 모범 답안이지 싶습니다.
 

 

 

 

 

 

 

 

 

 

 

 

 

 

 

 

 

 

 

 


 

 

 

 

 

두 남자를 위한 변명

 

 

 

 

 

최근에 나는 두 남자에 대해 말했다. 서평을 쓰기 위해 두 사람을 호출하다 보니 그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끌려나와 돌팔매를 당한 느낌이리라. 물론 그들이 내 글을 읽을 턱은 없지만, 혹여...... 내 글을 읽는다면 불편하지는 않을까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두 남자를 위한 변명'이다.

 

속초에서 만난 남자는 하급 관리는 아니었다. 지점 지점장이었다. 중간 관리직에 속했다. 숙소와 직장은 무척 가까웠다.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있었다. 점심과 저녁은 직원 식당에서 해결했다. 본사에서 파견된 지점장들은 법인 카드가 있어서 한도 내에서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서 유흥업소에서 양주를 마시며 흥청망청 술을 마셨지만 그는 다른 지점장과는 달랐다. 직원들과 술자리를 자주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와 같은 뜨내기와 술자리를 갖거나 혼자서 술을 마셨다. 그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생각해 보라, 타향에서 혼자 타관살이하는 사내를 ! 집에 도착하면 6시 5분이었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픈 딸아이 수술 걱정을 하다가, 본사에 편입되지 못하고 파견 근로자로써 지방 변두리 생활을 해야 하는 자신을 부끄러워 하다가, 미래를 생각하다가, 이내 자기 삶이 실패한 것은 아닌가라는 근심으로 이어졌다. 잡생각이 늘어날수록 우울도 깊어졌다. 그에게는  < 생각 > 보다는 생각을 없앨 수 있는 어떤 < 몰입 > 이 중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결과가 청소였다. 청소를 하면 잡생각이 들지 않았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날마다 침대보를 빨고 이불은 볕에 말렸다. 그러다 보면 밖은 어두워졌고 몸은 피곤했다. 꿈이 없는 조용한 잠이 이어졌다.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청소도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가스 레인지 전용 세제와 화장실 변기용 세제 따위를 샀다.

 

가스레인지를 반짝반짝 공들여 닦았을 때, 남자는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자동차 세차를 위한 청소 도구만 해도 수십 가지'였다. 자동차 바퀴 안쪽까지 싹싹 닦았다. 꿈이 없는 조용한 잠이 점점 깊어졌다. 누군가는 황금 같은 시간을 쓸데없는 데 사용했다고 혀를 찰지도 모르겠다. 가스레인지나 자동차를 분리해서 청소를 할 시간에 승진 시험에 유리한 영어를 공부하거나 직장 내 사교 활동에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 라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퇴근 후 생활을 " 일의 연장 " 으로 이어지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훌륭한 직장인보다는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결국 그는 퇴사를 결정했다. 파견 근무, 십 년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가 떠나던 날, 나는 그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지는 못했다. 전날, 나는 술에 취해서 소주병을 달방 벽을 향해 던졌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침대가 온통 피투성이였다. 눈이 빠지도록 그리웠던 여자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슬퍼졌고, 느닷없이 화가 났다. 그리고는 벽을 향해 마시다 만 소주병을 내던졌다. 침대는 벽에 가까이 붙어 있어서 유리 조각이 고스란히 침대에 쌓였고, 나는 유리 조각 위에서 잠이 들었던 것이다. 유리 조각이 사면발니처럼 내 등을 파고들었다. 꿈이 없는 조용한 잠이었으나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통증은 뒷등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이 아팠다. 섹스가 끝나면 여자는 창문을 열어 밖을 보고는 했다. " 참... 이상하지 ? 당신과 함께 있는 날에는 항상 비가 내렸어 ! 오늘도 비가 내리네. 어제까지만 해도 화창했던 날씨였는데...... "

 

나는 일어나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걸어서 30분 거리였지만 택시를 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등에 박힌 유리 조각을 뽑고 링거주사를 맞았다. 내가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사이, 그는 속초를 떠났다.

 

 

 

서울역에서 만난 사내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는 명문대 신학생이었고 신앙심이 깊은 사내였다. 어떤 이는 내가 쓴 글을 읽고 공감 능력이 부족하거나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지만, 내가 가까이 지켜본 바로는 그를 단정적으로 어떤 부류에 속한다고 말하기에는 매우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는 폭력을 싫어했고, 겸손했으며, 상냥한 사람이었다. 결국 성직자의 삶은 포기했지만 동네 작은 학원을 운영하면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이에게 매달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는 신문보급소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서 재판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재판 과정에서 진범이 잡히는 바람에 풀려나올 수는 있었지만 진범이 잡히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죄인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살인 자체보다 살인 현장에서 태연하게 아침밥을 차려 먹고 학원으로 가서 열심히 공부했다는 그 사실이 더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왜 그랬을까 ? 아무도 모른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라는 하나님 말씀을 외면했던 그는 신학생이 되었고 성직자를 꿈꾸었다. 이 이율배반 앞에서 그는 혼란스러웠을까 ? <<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 는 아버지에게 10년 동안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자가 직접 쓴 수기'다. 아버지는 딸을 성폭행한다. 딸아이 나이 아홉 살이었다. 그날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아버지는 딸의 침대로 향했다고 한다. 만약 거부할 때에는 무시무시한 폭력이 이어졌다고 ! 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그녀 또한 희생자였다.

 

딸을 지키기에 자신은 너무 연약했고 남편은 성난 발톱을 가진 무서운 짐승이었다. 짐승 같은 아버지가 다니는 직장은 교회였다. 그는 목사'였다. 주말이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라는 하나님 말씀을 설교했다. 그는 교회 신도들에게 친절했고, 겸손했으며, 상냥했고, 신앙심이 깊은 목사였다. 나는 친절한 타인을 믿지 않는다. 동료의 죽음을 외면한 그도 친절했고 짐승 같았던 그 목사도 친절했을 것이다.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서울역 사내와 짐승 같은 목사를 동일선상에 올려놓으려는 생각은 없다. 종교와 위선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 예수를 사랑할 뿐이다. 부분을 전체로 확장할 생각도 없다. 기독교는 위대한 종교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서울역에서 만난 남자가 저지른 외면을 욕하지 않으련다. 타인이 나를 평가할 때 내린 하마평은 대부분 내가 친절한 남자'였다는 중론이었다. 하지만 틀렸다. 내가 당신에게 보낸 친절은 위선이었다. 나는 인간을 경멸했지만 내색을 안 했을 뿐이다. 인문학은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사실 인문학은 ( 짐승 수 獸를 써서 ) 수문학에 가깝다. 인문학은 인간이 짐승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학문이다. 보름달이 뜰 때마다 두렵다.  온몸이 간지럽다. 털이 솟고, 이빨이 자랄 것만 같다. 혹시 나는 성긴 발톰을 숨긴 짐승은 아닐까 ?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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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2014-07-0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문학은 수문학,이란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사실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들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동물을 통해서 인간을 보고 싶은 거죠. 다른 인간들을 통해서 자신을 볼 뿐이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5 15:17   좋아요 0 | URL
인성'이 위대하다고 찬양하게 되면 그것은 자기계발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긍정적 마인드에 해당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제가 읽은 인문학서는 대부분 절대적 이성에 대한 경계'였습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끄집어냈고 다윈 또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한나아렌트는 악은 평범하다고도 했죠. 인간과 악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마립간 2014-07-0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표리부동하는 위선이라도 필요한 것인지, 수문학獸文學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게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6 09:30   좋아요 0 | URL
위선은 인간의 본능이죠 ! 위선 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ㅎㅎ

마립간 2014-07-0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7063382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7 10:42   좋아요 0 | URL
네에, 찾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은 인간을 해석할 수 없다

 

 

 

 

 

이 글은 실화'다. 가끔 " 입말의 쾌락 " 을 위해 사소한 일을 과장해서 부풀리는 경우도 있었으나, 지금 내가 당신에게 전할 말은 그러한 수식을 배제한 채 " 사실 " 만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기로 한다. 서울역 건너편에 대성학원이라는 입시학원이 있었다. 인기 있는 과목을 신청할 경우는 새벽부터 줄을 서야 수강할 수 있을 정도로 학원은 번성했다. 주변은 온통 학생을 상대로 한 식당과 고시원 그리고 위락 시설이 즐비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주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공부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새벽에는 신문보급소에서 신문을 돌렸고, 아침에는 학원으로 출근했다. 숙식은 신문보습소에서 해결했다. 용돈도 벌 수 있고 숙식도 해결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그런데 새벽에 신문을 돌린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신문보급소에서 마련한 집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신문을 3,400부 정도 돌려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 7시까지 일을 한다. 그만큼 잠잘 시간이 부족하고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  신문보급단 청년들은 장수생이 많았다. 3수는 기본이고 4,5,6수 하다가 결국에는 공무원 시험으로 빠지기 일쑤였다.  어떤 이는 신문 배달을 아예 직업으로 삼는 이도 있었다. 당시 나는 비디오 대여점과 영화감상실을 동시에 운영하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내가 일했던 곳이 주로 고시원과 학원이 밀집해 있어서 " 공부 스트레스 " 를 풀기 위해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

 

신문보급단 청년들은 비디오방 단골이었다. 주로 액션 영화나 만두 부인 속 터졌네 따위의 에로 영화를 보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친해지게 되었고 일이 끝나면 각자 추렴하여 공원 팔각정에 앉아서 삼겹살을 구워먹고는 했다. 대부분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술이 일 배, 이 배, 삼 배 돌다가 누군가가 삼 년 전에 보급소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사건 속 주인공은 작년에 신학대에 입학한 늦깎이 형이었다. 피식 ! 그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을 때 나는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말이 안 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못 믿겠다고 하자 신문보급소 청년단은 그 사건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아니라 그때 그 사건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였다. 풍문이 아니었다. 나는 충격에 빠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s의 고향은 충청도 당진이었다(당진이었나?!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상경해서 서울에 있는 공장에 다니다가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삶의 목표를 정했다. 그는 공장을 그만 두고 (서울역 신문보급소에서 신문을 돌리면서) 신학 대학을 목표로 입시 공부를 했다. 목표가 뚜렷했던 만큼 남들보다 몇 배 열심해 공부를 했다. " 무섭게 공부했어라 ! " 전라도에서 올라온 청년이 말했다. 이 말에 신문보급소 청년단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보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인정을 하지 않아도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s는 명문 신학대에 다녔으니깐 말이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 어느 날 아침 " 이었다.

 

신문보급소 직원이 숙소 방에서 칼에 찔려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바닥에는 선홍색 피가 흥건했다. 사망 시간은 대충 새벽 4,5시로 추정되었다. 현장을 조사하던 형사가 주목한 곳은 거실 식탁이었다. 형사는 누군가가 거실 식탁에서 밥을 먹은 흔적을 발견했다. 식탁에는 반찬통이 놓여 있었고 싱크대에는 씻지 않은 밥그릇과 숟가락이 있었다. 신문보급소 청년단이 그날 경찰에 진술한 내용을 종합하면 그날 새벽에 식탁과 싱크대는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결국 사망 시간 이후, 누군가가 이곳에서 밥을 먹었다는 말이 된다. 방문은 열려 있었다. 핏자국은 방뿐만 아니라 거실 여기저기 족적을 남겼다. 피해자는 보급소를 관리하는 직원이었기에 신문을 돌리지 않았고 신문을 돌리고 온 학생들 아침밥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그가 새벽에 밥을 챙겨 먹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결론은 하나로 좁혀졌다. 누군가가 살인 현장을 목격했지만 그 자리에서 신고를 하지 않고 아침밥만 먹고 사라진 것이다. 그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황상 범인일 가능성은 충분했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 아침을 먹고 사라진 사람의 정체는 금방 드러났다. s였다. s는 경찰 진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 신문을 돌리고 왔습니다. 서둘러야 했어요. 직장인을 위한 새벽반 강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습니다. 밥을 차리다가 문득 거실 바닥이 피로 얼룩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방문이 열려 있길래 보았더니 사람이 죽었더군요. 순간 고민했습니다. 경찰에 알려야 할까 ? 경찰에 알리면 이리저리 다니며 조서를 꾸며야 하고, 그러면 내가 공부할 시간을 빼앗길 것 아닌가 ?

 

모른 척하자. 다음에 오는 친구가 신고를 할 거야 ! " 경찰은 당연히 그 진술을 믿지 않았다. 경찰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진범으로 몰렸다. 이 황당한 변명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깐 말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공부할 시간을 빼앗길까 봐 신고를 안 했다 ?! 하지만 곧 진범이 잡혔다. 피해자와 아는 사람이었다. 범인이 자백을 했기에 s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무혐의로 풀려났으므로 그가 그날 진술한 변명은 진실이 되었다.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는 피가 흥건히 고인, 살해 현장에서 국에 밥을 말아 먹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난 것이다. 그리고는 학원으로 달려가 영어 수업을 들은 것이다. 나는 이 사실 앞에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내가 아는 s는 매우 평범한 사람이었고, 친절했으며, 신앙심이 깊었다. 가끔 그와 술을 마시면 그때 일을 꼭 물어보고 싶었으나 말하지 못했다. 그 사건은 그에게도 숨기고 싶은 사건이니깐 말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인간은 인간을 해석할 수 없다. 나는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면담하면서 느꼈을 " 당혹감 " 을 이해한다. 그녀는 악이 평범하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만나기 전에 그에 대해 수없이 상상하고는 했다. 얼마나 잔인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 ? 얼마나 독한 말이 쏟아질까 ? 얼마나 뻔뻔한 자기 변명을 할까 ? 그녀는 그를 상상할 때마다 전율했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아이히만은 조용하고 성실하며 약간 수줍은 사람이었다. 악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s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방향을 돌려 조그마한 영어 학원을 차렸다. 성실했기에 그럭저럭 장사가 되었던 모양이다. 가끔 그와 술을 마셨다.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언제나 목구멍에 걸려서 말하지 못했다. 그는 왜 외면했을까 ? 그가 느낀 허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하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은 나 또한 그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 사실이 슬펐다. 나는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철탑 위 노동자를 외면했고, 밀양과 제주 구럼비 마을의 비극을 외면했다.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양심을 지키기 위해 끌려갔지만 나는 꾸역꾸역 밥숟가락을 들었다.  만약 내가 s를 다시 만난다면 그때 이웃의 비극에 대해 왜 그토록 잔인했냐고 묻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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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7-0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능력이 없어 감정이 제외된 상태의 합리적 선택이죠. 신고를 조금 빨리 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는 공부해야 할 이유와 시간이 필요했고.

제가 이전에 언급했던 실제 사건 ; 자신이 교통사고를 낸 죽어가는 여성을 강간한 후, 강간의 이유를 묻자 그냥 죽게 내버려두는 것은 낭비잖아요라고 말한 청년이 생각나는군요.

마립간 2014-07-04 15:12   좋아요 0 | URL
그 분 지금은 잘 생활한다고 하시니, 공감능력이 없었던 것이 그 당시에 일시적이었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4 15:22   좋아요 0 | URL
그는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신학대 학생이었으니깐 말이죠. 십일조를 냈습니다.
기도를 하며 울었습니다. 이 눈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이
신학을 공부할 수 있을까요 ? 온통 궁금한 것투성이'입니다.


마립간 2014-07-04 16:31   좋아요 0 | URL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도 감정이 있으니 기도하며 울 수 있지요. (저도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지만,^^ 가끔 눈물을 흘립니다.) 공감능력이 강한 여자가 눈물을 흘릴 때, 같은 상황에서 무감각한 남자들을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런 남자들은 감정적이라며 여성을 우습게 여기도 하고요.

공감능력이 떨어져도 이성은 멀쩡하니, 대체로 사회 생활에는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 공감능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되죠. (위 경우와 같이)

공감능력이 필요한 대인관계에서는 일정부분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학원 경영에서 직원 관리라든가... 가족 내의 관계라든가. 그가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의 기독교 신앙은 어쩌면 자신에 대한 연민일 수 있습니다.

저의 궁금증은 ; 공감능력 상실이 그 당시 일시적이어서 지금은 공감능력을 회복하고 잘 생활하고 계신지, 아니면 여전히 공감능력이 없어 문제가 있는데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인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5 11:42   좋아요 0 | URL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좀 답답하고 고지식한 면은 있어도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폭력을 싫어하고, 욕을 하는 걸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이기적인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이웃을 자주 도운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돈을 벌면서는 어렵게 공부하는 사람 2명에게 매달 10만원 씩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요..... 계속 그게 머릿속에 남습니다.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2014-07-04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르푸르 2014-07-05 15:51   좋아요 0 | URL
꼬옥 오셔야 합니다 안그러면 욕을 먹어요 ㅡ,ㅡ

말리 2014-07-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보면서 내린 결론은 사유의 부재라고 기억합니다. 아이히만은 충실하게 자신의 의무를 이행했지요. 그 의무 자체에 대해 사유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영화 '더 리더'가 비슷한 것을 다루었지요. 거기서 사유의 부재는 문맹으로 표현됩니다. S는 목사가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공감이든 사유든 단지 영어 자체만 가르치는 것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을수도 있을테니까요....적어도 목사보다는. 어이없는 목사가 많기도 하지만 적어도 상식적으로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5 11:44   좋아요 0 | URL

영화 < 리더 > 는 보았습니다. 맞아요, 영화에서는 그것을 문맹으로 다루더군요.
매우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납니다.
s는 사실 매우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나면 굉장히 좋아하고 즐거워 하고는 했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진실을 잘 모르겠습니다.

마립간 2014-07-0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7063382
 
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그 남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속초에서 달방 생활을 할 때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다. 그는 본사에서 파견한 근로자로,  본사에서 위탁 관리하는 오픈 지점'을 돌면서 현장 관리를 했다. 가족은 서울에 있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집에 내려가 아내와 어린 딸을 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는 집에 내려갔다 올라오면 늘 근심이 가득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딸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딸이 너무 어린 나이여서 수술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초조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우리는 자주 술을 마셨다. 2차는 항상 자신이 머물고 있는 원룸으로 향했다. 혼자 사는 남자가 사는 집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깨끗했다. 방바닥은 대리석처럼 반짝거렸다. 손으로 방바닥을 쓸면 머리카락은커녕 티끌 하나 묻어나지 않았다. 돼지우리에서 사는 나와는 정반대였다.

 

내가 보기엔 청결이 아니라 집착처럼 보였다. 그에게 정돈 강박 증세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 아니요, 깔끔한 성격이기는 하나 청소를 열심히 하는 쪽이 아니었습니다. 파견 근무 생활만 10년째요, 본사 근무를 신청했지만 번번히 무시되더군요. 결혼 후, 지금까지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낳을 때에도, 이사를 갈 때에도 언제나 혼자였지요. 늘 미안했습니다. 동기들이 본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으며 승진을 할 때마다 초조해지더군요. 입사 동기들은 대부분 좋은 자리 꿰찼는데 나는 여기서 뭐하나,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 그때부터 청소에 대한 강박이 생깁디다. " 그는 횡설수설했지만 종합하면 직장 동료에게 무시받지 않기 위해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애매모호한 고백이기는 했으나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그의 원룸에 가는 날도 많아졌다. 갈 때마다 기시감이 들었다. 집안 풍경은 그대로였다. 사물이 놓인 자리는 오차 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걸레는 네모반듯하게 접혀 화장실 문 왼쪽에 놓여 있고, 빗자루와 쓰레받이 또한 그 자리 그대로였다. 침대보는 구김이 전혀 없었고, 이불은 개서 침대 끝 왼쪽 모서리에 두었다. 그가 사는 집은 깨끗했으나 온기가 없었다. 그가 스스로 자신에게 부여한 원칙과 절제는 엄격함보다는 자기 학대처럼 보였다. 그는 오랜 객지 생활 끝에 자신에 다니는 직장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흩어진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정리 정돈에 매달린 것이었다.

 

얼마 후, 그는 회사를 그만 두었다. 집에 내려가 작은 가게나 하나 차리겠다며 쓸쓸하게 웃었다. 그날, 우리는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다. 하지만 코가 비뚤어지지는 않았다.

 

 

 

그( 시무라 씨 ) 는 기상청에서 근무한다. 나이가 56세이니 이제 곧 정년 퇴임 후 노후를 걱정해야 할 나이다. 그 남자는 독신이다. 에릭 파이의 소설 << 나가사키 >> 를 읽다가 문득 속초에서 만났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퇴근하면 하는 일이 없어서 소일거리로 집안 청소를 하다가 이 꼴이 되었다며 웃던 남자는 소설 속 남자와 많이 닮았다. " 사는 일에 크게 실망한 " 그는 작은 빌라에서 혼자 살아간다. 인간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기에 퇴근하면 동료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기보다는 집으로 향한다. 그는 혼자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흩어진 사물들을 모두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물은 조금씩 흩어진 채 발견된다.

 

냉장고 속에 넣어둔 요구르트가 사라지거나 사물들은 조금씩 오차 범위 밖에서 이동한다. 성격이 무덤덤한 이'라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정돈된 일상은 조금씩 흩어진 상태로 돌아온다. 이 균열은 여자 때문이었다. 남자는 집안 구석구석 cctv를 설치해 놓고 직장 내 모니터를 통해 원격장치로 주인 없는 집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때 한 여자가 유령처럼 나타난다. 모르는 여자다. 여자는 다다미 바닥에 앉아 볕을 쪼인다. 행복한 표정은 아니지만 불안한 표정도 아니다. 오히려 평화로운 얼굴이다. 그는 잠시 그녀에게 연민을 느낀다. 여자는 남자(집주인) 몰래 이불 벽장 속에서 숨어 살았다. 형사가 남자에게 말했다. " 시무라 씨, 아마 좀 전에 이미 아셨겠지만 이 여자는 당신 집에서 당신 모르게 일 년 가까이 살았다는 걸 말씀드려야겠군요. "

 

남자는 여자를 미워할 수가 없다. 타자(여자)에 대한 동정은  결국 자신(남자)에 대한 연민으로 돌아온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닮았다. 여자 또한 조용하고 쓸쓸했으니깐 말이다. 저자는 파스칼 키냐르의 문장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뿌리가 같은 대나무는 제아무리 세상 멀리 떨어진 곳에 심어도 똑같은 날에 꽃을 피우고 똑같은 날에 죽는다고 한다. " 중편 분량인 이 소설에서 여자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다. 남자는 여자를 통해서 자신의 쓸쓸한 어깨를, 뒷모습을 본다.  여자도 마찬가지이리라. " 사는 일에 크게 실망한 " 남자는 " 사는 일에 크게 실망한 여자 " 를 본다. 그리고는 이내 마음이 흩어진다. 정돈 강박증에 걸린 사내가 말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여자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을 내놓고 떠난 남자가 궁금했다. 사는 일에 크게 실망했다는 말은 반대로 죽는 일에 대해서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소설은 " 그 남자의 그 후 " 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  한때 나는 내 삶이 실패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자주 했고 괴로웠으며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삶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 불안이란 그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초조함이다. 그 가능성이 사실로 증명되는 순간 더 이상 궁금해지지 않는다. 요즘 나는 강박적으로 방을 치운다. 침대보를 정리하고 쓸고 닦고 정돈하기를 반복한다. 속초에서 만났던 그 남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청소를 하면서 비로소 그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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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otopia 2014-07-0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사는 집은 깨끗했으나 온기가 없었다.

라는 말... 와닿네요, 바로.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3 15:42   좋아요 0 | URL
마침 이 책 70% 세일 중입니다. 이번 기회에 장만하십시요...

heterotopia 2014-07-04 14:52   좋아요 0 | URL
그러려고 합니다... 3천원이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네요.

엄동 2014-07-0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우리가 불안한건 그럴수도 있을거란 가능성 때문이죠

인간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는 시무라씨가 부러워요

다가서기와 돌아서기를 반복하는
이 뻔한 관계에 신물이 나도
실낱같은 희망은 쥐고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3 18:29   좋아요 0 | URL
저도 시무라입니다. 전 인간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애, 인류애, 이런 게 좀 우습더라고요... 특히 애국심 이 따위 말이죠.
애'가 들어간 것 중 가장 한심한 거 하나가 바로 애국심 아닌가 싶습니다.

루쉰P 2014-07-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비정규직 전문가로서 속초에서 만난 분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가 않군요...
파견 근로자 셨나봐요, 근데 그런 초조감을 없애기 위해 방 청소를 하다니, 전 비정규직의 초조함을 이기기 위해 책 사다가 벽장 무너트릴 뻔 했죠. 뭔가 통하는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파견 근로자 얘기에 눈이 뜨여 한번 들어봤습니다.
서재가 하얀 게 눈이 부셔요. 저도 이렇게 꾸미고 싶네요 ㅎ
인간에 대한 가치를 저도 높게 평가하지는 않아요. 근데 인간인지라 높은 가치의 인간을 찾아 보려고 하죠. 이게 인간일리가 없어 하고 말이죠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4 00:04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루쉰 님. 좋은 이름이군요. 루쉰이라....
왜 파견근로자 대부분은 직장과 숙소가 가까이 있잖습니까.
보통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숙소를 얻잖습니까.
그분은 6시 땡 치면 집에 가면 6시 5분이었다고 합니다.
남자 혼자, 뭘 하겠습니까. 그때부터 청소를 했다고 하네요.
그 사람 숙소 가면 온갖 청소 도구가 다 있습니다. 아주 전문적이었어요.
청소 도구가 그렇게 많은 것 처음 보았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게 취미였죠.
그렇게 청소를 하다보면 몇 시간이 지나간다고........

반갑습니다. 루쉰 님 !

마립간 2014-07-04 09:01   좋아요 0 | URL
루신P님, 저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의 지성이 뛰어나지 않다는, 그러니까 별볼일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 그나마 해결책이 될지, 아니면 별 의미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양극화 아랫쪽에 있는 사람들의 초조감 못지 않게, 양극화 윗쪽에 있는 사람들도 아랫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초조해 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초조감은 아랫계층의 사람을 더 옥죄죠.

아무도 모른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791213

수양 2014-07-04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렇다면 조만간 언젠가 곰곰발님 벽장에서도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은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4 11:32   좋아요 0 | URL
요즘은 날마다 침대 밑을 걸레질하는데 떨어진 동전 한 3000원 주웠습니다

수다맨 2014-07-0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가슴 짠한 리뷰입니다. 곰곰발님 덕에 에릭파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네요. 지갑을 열어야 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4 12:10   좋아요 0 | URL
단편 같은 중편 소설입니다.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묘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그 기본 서사'가 가슴을 치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가 일본을 배경으로 쓴 소설인데 그 이유는 나중에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