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맛있오 씨와 그 딸내미는 어떻게 대한민국을 점령했나

 

 

 

 

 

 

김기영 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 << 하녀 / 1960 >> 가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10년 뒤 같은 작품을 리메이크한 << 화녀 / 1971 >> 를 만든다. << 하녀 >> 가 A급 영화였다면, << 화녀 >> 는 B 무비'였다. 이 영화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 잊을 수 없는 명장면 " 이 수두룩하지만 인상 깊은 장면 하나를 고르라면 닭집 데이트 장면'을 뽑겠다. 하녀는 집주인 남자를 < 칠성 전기 통닭 구이 영양 쎈타하우스' > 로 초대한다. 하녀 입장에서 보면 칠성전기통닭구이영양쎈타하우스는 고급 레스또랑 못지 않은 장소'다. 격식을 차린 데이트 장소였다. ( 필자로써 이 글을 읽을 독자에게 작은 바람 하나를 말하자면 : 철성전기통닭구이영양쎈타하우스'라는 상호를 읽을 때에는 쉼없이 단숨에 읽어주세요. 멘델스존 풀네임 " 야코프 루트비히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 " 라는 이름을 단숨에 읽어야 세에에에련된 것처럼.... )

 

하녀는 협박 섞인 애걸복걸( 집주인 사내와 몸을 섞었다는 이유로 ) 로 남자를 유혹하려고 하지만 남자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남자가 떠나려고 할 때 하녀는 비장한 목소리로 외친다. " 닭 잡숩고 가요 ! " 하지만 남자는 떠나고 여자는 남는다. 하녀는 빵 대신 닭을 뜯으며 운다. 눈물 젖은 닭이다. 현대인은 울면서 칠성전기통닭구이영양쎈타하우스 닭을 뜯는 하녀를 이해 못하겠지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면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당시 전기구이 닭은 국민 간식'이 아니었다. 이벤트 음식에 가까웠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나는 이별 앞에서 침이 고인 적 있다.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을 심정으로 여자를 호프집으로 불렀다. 하지만 여자는 단호했다. 나는 슬퍼서 눈물이 났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우리는 말없이, 때론 격렬한 몸짓을 섞으며  술만 마셨다. 여자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안주로 시킨 닭다리 하나를 허겁지겁 뜯었다. 슬픔보다 강한 건 식욕이었어 !  우리는 닭 조각 일곱 개를 남겨둔 채 헤어졌다. 이별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곱 조각이나 남겨두고 떠났다니 ! 체면이고 뭐고, 하녀처럼 용기가 있었다면 야멸차게 떠나는 애인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을 것이다. " 닭 잡숩고 가요 !! "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제 < 닭 > 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국민 간식이 되었고  < 치맥 > 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가 되었다. 공중파 전지현 치맥 먹방은 이제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는 중이다.  닭 입장에서는 심란한 소식이다. 전지현을 향해 닭똥집'이라도 던져야 할 판이다.

 

내가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생긴 버릇은 읽고 싶은 신간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예전처럼 바로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전략적 공천을 통해 이 책이 뽑히기를 기다릴 작정이다. 정은영의 << 대한민국 치킨전 >> 은 치킨 발전사로 본 대한민국 사회상을 다루는 미시사 분야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 미각의 역사 " 따위는 온통 바깥 나라 사람이 쓴 미식견문록'이니 쉽게 와 닿지 않았다. 이제는 한국인이 쓴 한국 식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 닭의 계보학'이라고 할까 ? 닭은 진화했다. 백숙에서 전기통닭구이로, 전기통닭구이에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으로, 켄터기 후라이드 치킨에서 양념 치킨으로 진화를 거듭했고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동네를 온통 점령한 것은 닭'이었다. 

 

계급을 A, B, C로 나눈다면 A계급은 닭을 시키고,  B계급은 닭을 튀기고, C계급은 닭을 배달한다. 여기에 열외 계급인 특권층(재벌, 정치가 따위)을 포함하면 D계급은 닭을 지킨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닭 공화국이다. 청와대 안주인도 닭이요, 동네 가게를 점령한 것도 닭 가게'이니 말이다. 닭 가게'라는 말이 나와서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 이름이 " 닭고기 맛있어 " 가 아니었던가 ! 닭의 지배'는 글로벌 현상이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맥도날드는 노동 시장을 변화시켰다. 조지 리처의 <<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는 맥도날드가 어떻게 포드 시스템(포드주의)를 무너뜨렸는가를 자세히 다룬다. 맥도날드는 개나 소나 닭을 튀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든 재료와 레시피는 본사에서 공급한다. 시간과 온도만 체크하면 끄읏 !

 

기술력이 필요 없으니 노동력은 아르바이트로 충당한다. 기술자를 없애는 것이 맥도날드의 전략이었다. 맥도날드는 고급 기술자에게 월급을 주는 대신 시스템을 만드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이 전략은 전통적 노동 시장을 붕괴시켰다. 우리가 맥도날드 치킨을 뜯으며 아메리칸 스타일을 흉내 낼 때, 노동자의 삶과 일터는 망가졌다. 이제 현대인은 세 가지 계급으로 나뉘었다. 닭을 시킬 것이냐, 닭을 튀길 것이냐, 닭을 배달할 것이냐 ? 영화 << 화녀 >> 에서 하녀인 명자가 일하는 곳은 서울 근교 에서 양계장을 하는 집이다.  오, 오오 ! 닭장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잡는다. 어쩌면 김기영 감독은 예언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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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1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2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슈퍼고양이 2014-07-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은 짭쪼롬한 교촌 치킨이 생각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2 09:16   좋아요 0 | URL
마늘치킨 먹고 싶군요. 장거리연애는 잘하고 계십니까 ?

toqur 2014-07-1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옛날에 프랑소와 오종의 엽기발랄 집약이라던 [시트콤]이란 영화를 보고
나중에 김기영의 [하녀]를 보고 [화녀], [충녀]를 보면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오종이 김기영 감독 영화를 흉내낸 건 아닐까 확 의구심이 들 정도더라구요.
더구나 오종은 김기영 감독의 엽기와 계급의식에 째비가 안 되는.. 정말 앞서간 감독이란 생각이 듭니다.

고교 시절 이서방 양념치킨을 처음 맛보고 받았던 쇼크(?)가 생생하네요. 치킨 맛의 신기원이었던. 본문에 위배되는 얘기이긴 하지만 :)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2 09:18   좋아요 0 | URL
글구보니 김기영과 오종이 비슷한 구석이 있는 거 같근요. 전혀 생각치 못했는데 비슷해 보입니다.
기영의 < 살인나비를 쫒는... > 요거 함 보십시요. 아주 기가 막히게 후진 영환데 엄청 웃깁니다.
섹스를하는데 뻥튀기 기계에서 펑펑 소리를 내며 펑튀기 과자가 벌거벗은 남녀 몸 위로 쏟아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 그거 보고 엄청 웃었습니다. 김기영 미친 감독이다... ㅎㅎㅎㅎㅎㅎㅎㅎ

페리카나 치킨은 기억나는데 이서방 치킨은 기억이 안나네요... 페리카나 아작도 있나 모르겠네요..

toqur 2014-07-12 20:5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글로만 읽어도 웃겨요 ㅎㅎㅎ
나중에 꼭 보겠습니다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마립간 2014-07-12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닭고기 맛있어' 뒤의 '()' 안의 글은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확실히 계급 B, C는 아닌데, 그렇다고 우리집 튀김닭 총량제 1년 12마리에 걸려 마음대로 A 계급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니, A 계급도 아니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2 09:21   좋아요 0 | URL
첫 문장을 제가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 이 부분 말이죵.. ㅎㅎ

1년에 12마리면 정말 적게 드시는군요. 전 한달이 2마리 정도 먹는 거 같습니다. 요즘은 서로 입맛이 달라서 예를 들면 한쪽은 삼겹살 좋아하는 반면 다른 쪽은 삽겹살 못 먹어서 해물 쪽으로... 반면 삽겹살 좋아하는 사람은 해물 못 먹는 경우... 이럴 땐 치킨으로 합의를 보면 딱이더라고요..ㅎㅎㅎ

마립간 2014-07-12 12:01   좋아요 0 | URL
(다카기 마사오)요. 명시적으로 보니 이중구조의 충격이 완화되는 것 같아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2 12:3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얼릉 지워야지..ㅎㅎㅎ
 

 

 

 

 

 

 

 

 

 

 


 

김명수여, 네 멋대로 해라 !

 

 

 

 

내가 처음 본 고다르 영화는 << 네 멋대로 해라 >> 였다. 시네필에게 << 네 멋대로 해라 >> 는 << 시민 케인 >> 과 함께 만신전(판테온)에 오른 작품이었다. " 신라면 " 을 먹은 적 없는 이가 오뚜기 " 진라면 " 을 논하면 안 되듯이, 시네필이라면 반드시 고다르 영화'를 거쳐야 했다. << 시민 케인 >> 이 기술적 진화'였다면, << 네 멋대로 해라 >> 는 혁명적 진보'였다. 그는 총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이 영화 원제는 << A Bout De Souffle >> 인데 직역하면 " 숨가쁨 " 이다. 그래서 헐리우드 리메이크 작품 제목이 << breathless / 숨 가빠 >> 였다. 원작에서 정치색만 쏙 뺀 이 영화는 그저 그렇고 그런 시시한 섹스 영화'가 되었다. 기억나는 건 오로지 리처드 기어의 가빠(갑바)가 전부였다.

 

위대한 원작을 생각하면 민망하여라 ~  (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 숨가 ~ > 를 < 슴가 > 로 착각하지는 맙시다 ) 원제목과는 동떨어진 제목'이지만 이 영화는 한글 번역 제목이 더 근사한 경우다.  영화 << 죠스 >> 를 << 아가리 >> 로 번역한 경우를 생각한다면 " 네 멋대로 해라 " 는 신의 한수'에 가까웠다. 어제 김명수 청문회'를 보다가 문득 고다르 영화 << 네 멋대로 해라 >> 가 떠올랐다. 청문회 내내 " 정신줄 " 놓은 김명수 후보는 타는 가슴으로 청문회 위원장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 30초만 쉼쉴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 " 그렇다, 그는 뭍에 오른 붕어'였다. 대한민국 甲의 생얼 앞에서 갑갑한 사람 많았으리라, 또한 횡설수설에 동문서답이니 답답한 사람 많았으리라 ! 그는 말귀 자체를 알아듣지 못하는 후보였다. 정점은 " 5.16은 쿠데타냐 ? "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5.16은 < 쿠데타 > 는 아니지만 < 정변 > 이라고는 생각합니다아 ~ " 그는 < 쿠데타 > 와 < 정변 > 이 같은 뜻이란 사실을 몰랐다. < 정변 > 이라는 뜻이 " 혁명이나 쿠데타 따위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생긴 정치상의 큰 변동 (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인용 ) " 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답변한 것이다. 일반인이 " 정변 " 이라는 단어를 모를 수는 있다. 하지만 김명수는 교육부 장관 후보'다. 요즘 박근혜 정부 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5.16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은 상식인데 그는 뻔한 예상 질문에 대한 준비마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거의 여왕'이라며 잔뜩 기대했던 박근혜는 알고 보니 우왕좌王'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교육부 장관 후보마저 동문서답에 횡설수설에 우왕좌왕하니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마음 깊이 와 닿는다.

 

우왕좌왕하는 삼천포 출신 신하가 우왕좌王을 모시니 앞으로 돌아갈 꼴이 우왕, 대박 !  문창극이 1인 창극'으로 끝났다면 김명수는 << 네 멋대로 해라 >> 라는 제목의 1인 촌극'으로 끝날 것이다. 박근혜 수첩은 알고 보니 데쓰 노트'였다. 윤창중으로 시작한 줄줄이 알사탕 낙마 앞에서 우왕좌王은 가슴을 치며 외칠 것이다. " 미안하돠아 !!!!! " 한국 축구와 김명수의 공통점은 폐'가 허약하다는 점이다. 현대 축구는 본질적으로 폐-싸움'에서 결정난다. < 폐 > 가 튼튼한 조직이 이긴다. 차두리는 간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한국 축구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몰락한 이유는 허파(폐) 때문이었다. 한국 축구는 실력도 없고 정신력도 부족했으며 체력도 부족했다. 헉헉대기 일쑤였다.

 

같은 이유로 김명수 후보 또한 세 가지'가 없었다. 실력도 없고 양심도 없으며 체력도 부족했다. 헉헉대기 일쑤였다. 여기에 청력'마저 추가되면 4가지가 없는 후보가 된다. 의리보다 중요한 것은 윤리'이고, 딴청보다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그가 청문회에서 했던 말이 자꾸 맴돈다.  " 30초만 쉼쉴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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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qur 2014-07-10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호흡! 오늘 곰곰발님의 언어유희는 정말이지 숨이 가쁘군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5 18:34   좋아요 0 | URL
V고맙습니다. 전 그저 얕은 말장난일 뿐, 새벽 님의 깊은 사유와 정직한 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세발의 피인가요? 새 발인가, 세발인가, 새발인가??!!! 새 발'이군요....

toqur 2014-07-11 06:2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리 겸손에 과찬으로 답글하심 앞으로 덧글 못답니다. 여튼 갑자기 세발낙지가 먹고 싶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1 14:25   좋아요 0 | URL
세발낙지에서 세발은 다리가 가늘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다리가 세 개라는말인가요 ? 궁금하네.. 찾아봐야지... 오호, 지식인에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있네요. 세발낙지에서 세가 가늘 세'면 왜 족이라는 한자 대신 발이라는 한글을 썼을까 의문이었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이 있습니다.

고유어와 한자어가 결합된 말이 많이 있습니다.
가는 모시를 '세저(細苧)'라고도 하고 '세모시'라고도 합니다.
세발도 이처럼 한자와 고유어를 뒤섞은 형태입니다.
'가는'이라는 말은 '가늘다'보다는 '가다'와 관계 있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두 음절이나 되기 때문에 발음의 경제성을 살리기 위해 '가는' 대신에 '세(細)'를 택해서 쓰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말에 '가는 발'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는 없습니다.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가는 발 낙지'를 위해 굳이 한자어를 만들 필요성도 없었을 것이어서 '細足'이라는 말을 만들어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toqur 2014-07-11 23:4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이 학구열이라뇨!
그죠. 그런 말 꽤 되는 듯. 족판이 아니라 발판, 월력이 아니라 달력... 등등 :)

2014-07-10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5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르푸르 2014-07-1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 안된다면 가게주소를 주세요 찾아갈테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1 00:45   좋아요 0 | URL
누추한 생선가게'입니다. 부끄러워요..

2014-07-11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1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1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1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르푸르 2014-07-1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왕시장에 점심때 들를테니 그럼 연경이네에서 순대에 소주 한잔 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1 14:18   좋아요 0 | URL
연경이네 ?! 그런 가게는 없어요......

엄동 2014-07-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 예전에 하셨던 말씀 있잖습니까 ㅋㅋ

소통을 원했는데
돌아오는건 불통뿐이라 원통했노라고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1 14:20   좋아요 0 | URL
통통 튀는 라임이군요. 소통을 원했는데 불통뿐이어서 원통했다라....고통스러운 문장이군요....
전 새누리당이 지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새민련이 이기는 걸 원하지도 않습니다.
이 예길 왜 여기서 갑자기 하지? ㅎㅎㅎㅎ 하여튼 그렇습니다. 김한길 안철수 하는 걸 보면 최악임..

수다맨 2014-07-1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저 교육부 장관 후보자란 인간도 국회의원 앞에서 저렇게 발발 기면서도, 막상 자기 구역에선 왕초처럼 굴었다는 거 생각하니 기가 막힙니다. 차라리 저 인간이 고하를 가리지 않고 저기서도 기 세게 나왔다면, 그래도 나름의 일관성은 있었을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1 15:12   좋아요 0 | URL
사자가 없으면 하이에나가 왕초죠. 명수 제자들 얼마나답답했을까요. 아마 명수 제자들도 같은 지위에 오르면 스승과 차별화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게 한국 사회'가 아닐까 하는.... 쫄따구일 때는 고참되면 욕하지 말아야지 하다가 막상 고참 되면 나 이등병 때는 이 색휘야... 이런 상황극이...
 

 

 

 

 

 

 

 

 

 

 

 

 

 

 


 

 

월드컵은 현대판 포틀래치'다.

 

 

독일 축구는 선이 간결하다. " 원 샷 원 킬 " 이다. 독일 축구가 칸딘스키 회화'라면 브라질 축구는 클레 그림 같다. 비유가 어정쩡한가, 그럼 다시 ! 독일 축구가 동양화 난초 그림이라면, 브라질 축구는 유화로 그린 서양화 기법을 연상시킨다. 전자가 획을 긋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점을 찍는 방식이다. 티키타카는 유화'를 닮았다. 브라질 선수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드리블'은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4강전 < 독일 - 브라질 > 경기는 아, 라는 감탄사 대신 앗, 이라는 비명을 지르기에 바빴다. 7 : 1, 독일 승리였다. " 펠레의 저주 " 는 예상을 빗나간 적이 없다. 브라질은 졌다. 펠레가 < 브라질은 철벽 수비가 뛰어나기에 브라질이 우승할 거임 ! > 이라고 예상했으나 결과는 자동문 수비'였다.

 

독일을 응원했던 나는 결정을 철회하고 브라질이 어느 정도 만회하기를 바랐으나 이 바람이 헛바람이란 사실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증명되었다. 독일은 사냥에 성공했고 배가 터질 만큼 먹었지만 자비는 없었다.  배불리 먹고 나면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는 게 맹수의 습속이지만, 독일은 먹이를 얻기 위해 사냥을 하는 사자 무리'보다는 살인을 목적으로 하는 들개에 가까웠다. 비난할 일은 아니다. 축구는 총성 없는 전쟁이니깐 말이다. 사실 독일 공격이 잔인했다기보다는 브라질 수비가 완벽하게 무너졌다. 독일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결과론'이지만 나는 독일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 나는 오래 전부터 독일을 응원했다. 그렇기에 내 예측은 편애와 편향성에 의존한 예측에 가깝다. 독일 축구는 화려하지 않다. 실리 축구를 쳘치는 팀이었다. 중요한 것은 개인기가 아니라 승리'다.  )

 

개인기를 바탕으로 볼 점유율을 높여 득점 찬스를 얻는 티키타카 전술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이미 스페인 몰락에서 예견되었다. 더군다나 공격력 대부분을 네미마르'라는 선수의 발끝에 의존하는 방식은 네미마르가 부진할 경우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점에서 < 네덜란드 : 아르헨티나 > 경기도 네덜란드가 이길 확률이 높다. 메시가 죽으면 아르헨티나 전체가 죽는다. 현재 브라질 현지는 전운이 감도는 모양새'다. 버스는 화난 군중에 의해 전소되었고, 대형 유통매장을 중심으로 약탈도 발생하고 있다. 브라질 마피아도 한몫했다. 네미마르에게 부상을 입힌 콜롬비아 선수 수니가에'에게 보복을 선언했고 현상금이 붙었다는 말도 나돈다.

 

만약에 수니가에 선수가 피살된다면 국가 분쟁도 피할 수 없다. 콜롬비아 마피아는 군대보다 화력이 빵빵한 집단이다. 브라질 마피아와 콜롬비아 마피아 간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뿐이 아니다. 알려진 대로 브라질 국민 가운데 상당수는 월드컵 개최에 반대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축제가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적자 경영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민 세금과 빚으로 잔치를 벌이고,  이득은 몇몇 스포츠 마피아와 대기업이 차지한다. 브라질은 월드컵 도로와 경기장 건설을 위해 빈민가를 강제로 철거했다.  86아시안 게임 당시 달동네가 해외선수단과 응원단에게 쪽팔리다는 이유로 도로 가림막을 설치한 이유와 비슷하다. 대한민국이 2002 월드컵을 개최해서 얻은 수익은 얼마나 될까 ?

 

축구는 거대한 빚잔치가 되었다. 월드컵은 현대판 " 포틀래치 " 다. 포틀래치는 치누크 인디언족 말로 " 소비한다 " 라는 뜻으로, 경조사 때 과도하게 잔치를 벌이는 축제'다. 포틀래치 축제에서 주인에게 과도한 선물을 받은 손님은 답례 축하연을 열어서 손님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해야 했다. 포틀래치 축제에서 증여의 핵심은 :  주인은 손님에게 과도한 선물을 한다, 주인이 주면 손님은 무조건 받아야 한다, 손님은 후에 더욱 성대한 답례 축하연을 열어야 한다. 만약에 답례 축하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인은 체면을 잃거나 심지어 노예가 되기도 했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다음 개최지는 이보다 더 화려한 개최를 위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상을 차릴 것이고,

 

국가 탕진에 대한 고통은 전적으로 빚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그 빚을 갚아야 할 주체는 국민이다. 대형 스포츠 축제 개최는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다. 빚 잔치일 뿐이다. 평창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 전국민이 기도로 염원한 적이 있다.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을 보여주었듯이 대한민국에도 기적을 보여주시옵소서 ! 묻고 싶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당신에게 무엇을  선사할까 ? 자긍심 ?! 웃기지 마라, 소문난 잔치가 끝나면 남겨진 것은 부러진 상다리'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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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7-0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축구 같은 것 때문에 버스에 불을 지르고, 살인 협박 같은 걸 하는지. 예전에 진짜 선수 하나를 죽여버린 일도 있었지요? 어쨌건 인간은 진짜 요령부득,이해불가 동물. ^^;;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9 22:20   좋아요 0 | URL
축구는 확실히 대리전입니다. 가만 보면 축구는 모든 스포츠 가운데 가장 룰이 쉬워요.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고 이게 대중 스포츠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게기가 되었을 겁니다. 콜롬비아 마피아'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일종의 군대인데 브라질 마피아와 콜롬비아 마피아가 붙으면 골때리게 됩니다. 어차리 마약 루트 장악하기 위해서 축구를 핑계로 전쟁을 벌릴지도모릅니다. 저도 이해불가능...

2014-07-09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9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박 씨, 씨 없는 수박이라며 ?

 

 

 

내가 좋아하는 작가 가운데 김수박이라는 만화가가 있다. 그네 이름을 부를 때는 그 이름이 주는 어감 때문에 종종 웃는다. 수박 씨 있어요 ? 수박 씨 없어요 ?! 속초에서 만난 스무 살 말괄량이 아가씨 이름은 < 재미 > 였다. ( 아, 성은 모르겠다 ! ) 만나면 가끔 술도 마시고 영화도 함께 보는, 나이를 초월한 친구였다. 영화가 끝나면 항상 재미에게 물었다. 영화 재미있어? 재미없어 ?! 재미없어 ? 재미 있는데 왜 재미없다고 하냐 ? 재미'는 성격이 좋아서 내 썰렁 개그에 대해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호탕하게 호, 호, 호 ! 나는 재미에게 사람 이름 가지고 노는 < 이름 개그 > 를 선보이고는 했다. 나름 교양 유머'라고 생각하는 이름-개그 가운데 하나가 " 허만 " 이었다. 성이 허 씨요, 이름이 만'이었다.

 

매우 평범한 이름이지만 병원이나 은행에 가면 빛이 난다. 창구 직원이 이름을 호명한다. " 험한(허만) 손님 ! 3번 창구로 나오세요.... " 졸지에 험한 손님이 된 허만은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단다. 이 글을 쓰다가 느닷없이 생각난 이름이 있다.  조은솜' 이다. 참말로 예쁜 이름인데 이름 다음에 氏를 붙이면 더 근사한 이름이 된다. 좋은 솜씨'군요 ? 내 성은 ● 씨인데 박 씨, 방 씨, 마 씨'만큼 촌스러운 성'이어서 아무리 예쁜 이름을 갖다붙여도 예쁜 이름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누이는 성이 쎄에에에에련된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농담처럼 말하고는 했다. 누나가 데리고 온 남자는 한 씨'였다. 최선은 아니었으나 차선에 만족했다. 누나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 이름에 골몰했다.

 

한아름 어때 ? 한하은, 한은혜, 한물결, 한겨레, 한숨결, 외자 이름도 근사하지. 한결 어떨까 ?  몸풀달이 다가와 친정집으로 온 누나는 어머니 앞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시부모가 이미 아이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항렬에 따른 돌림자를 쓰다 보니 태어날 조카 이름은 정식'이 되었다. 한, 정, 식 ! 누나는 식당 이름도 아니고 한정식이 뭐냐며 울었다. 결국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한연식이 되었지만 촌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누나는 친정에 올 때마다 두고두고 그 얘길 했다. " 아니, 그 많고 많은 예쁜 이름 중에 한정식이 뭐야. 한정식이..... 서 씨'였다면 서양식이 될 뻔했잖아 ! 이름대로 산다고 손주가 주방에서 땀 뻘뻘 흘리면 좋겠어 ? " 나는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고 했는데, 사촌을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라고 누나를 위로했다.

 

내 사촌 이름은 첫째가 오세종대왕과 막내가 오창조의불'이다. 성이 오 씨고 이름이 세종대왕과 창조의불'이다. 하지만 오세종대왕은 세종대왕이 되지 못했다. 작문 실력도 형편 없다. 입시 교재를 여럿 저술했는데 공교롭게도 영어 교재'다.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름따라 사는 게 아니니, 내 아이 이름은 자유롭게 짓고 싶다. 氏와 함께 하면 근사한 딸기, 살구, 사과와 같은 과일 이름이나 덕분과 다행도 좋으리라. 사람들은 다행이를 보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 다행이네 ! " 수박씨에 대해 말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사실.... 미안한 소리이지만 이 글은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가 목적이 아니다. 씨 없는 수박에 대해 쓰려다가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고승덕 버전으로 " 미안하돠아~~ "

 

씨 없는 수박을 볼 때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 너절한 존재란 생각을 하게 된다. 배부른 소리이지만, 먹고 살 만하니깐 인간은 작은 불편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씨를 고르는 것도 귀찮아서 씨 없는 수박을 만드는 걸 보면 새삼 징그럽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인간 편리한 대로 자연을 조작하면 안 된다. 씨 뱉는 게 얼마나 불편하다고 씨 없는 수박을 만드나. 그것은 달콤한 맛을 선사하는 수박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 한번 묻힌 적 없는, 공주처럼 자라난 박근혜는 양손에 단물 묻혀가며 수박을 먹지는 않을 것 같다. ( 고상하니까 ! ) 더군다나 교양 없게 먹다 남은 씨를 함부로 뱉지도 않을 것 같다. 먹는다면 네모반듯하게 조각낸 씨 없는 수박 따위나 먹지 않을까 ?

 

수박씨는 쓸모없거나, 형편없거나, 볼품없거나,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씨를 잘 말려서 그늘 진 땅에 심으면 싹이 나온다. 박근혜는 먹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사회를 씨 없는 수박으로 개조하려고 한다. 그르지 마라 ! 이 세상 모든, 작고 사소한 것은 위대한 것이다. 프리다 칼로는 말년에 수박 정물을 자주 그렸다. 위 그림 제목은 << 삶이여, 영원하라 >> 이다. 나는 프리다 칼로의 수박 정물 그림을 매우 좋아했다. 그녀가 주목한 것은 수박씨'였다. 수박씨는 칼로의 트레이드마크인 눈물을 닮았다. 이 그림에서 수박씨가 빠진다면 아무 느낌도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작명할 때 사람 이름으로 수박도 고려했는데 철회해야 할 것 같다. 수박 씨가 어른이 되서 결혼을 한다고 치자. 그런데 애가 없다고 치자. 사람들은 수근대리라.

 

수박 씨, 씨 없는 수박이라며 ?

 

 

 

 

 

 

 

 

 

 

p.s 프라다 칼로 그림을 모방해서 그린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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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qur 2014-07-08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네누나 얘기에 은근 찔리네염. 저도 씨가 귀찮아서 수박은 물론 참외도 안 먹거든요. 고상하니깐! 호호..
여튼 씨 없는 수박은 주로 맛이 없어서 더 싫고.. 제 스타일은 아예 안 먹는 스탈.
이 글에 대입하면 씨 없는 개한민국 되기 전에 탈출, 이민이 답이군요. 진짜 돈 많이 벌어야겠당..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8 18:44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수박 참외 잘 안 먹습니다. 손에 묻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 이거 모순적 발언이죠 ? ㅎㅎㅎㅎ ) 과일 자체를 싫어합니다. 유일하게 먹는 게 토마토인데 이 토마토도 익은 건 안 먹습니다. 안 익은 새파란 토마토만 먹습니다... ㅎㅎㅎ 지금 터앝에 토마토 심었는데 아니 이놈이 꽤 많이 열매를 맺었어요.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호기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어요.. ㅎㅎ
 

 

 

 

 

 

대한민국이 스포츠 소비하는 방식


 

 

신체 검사는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 기타 등등 " 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3주간 군사 훈련'을 < 실미교육 > 이라고 한다. 이 " 기타 등등....... " 에는 전과 기록 때문에 군 입대를 할 수 없는 사람도 다수 포함된다. 그래서 실미교육을 받는 사람 중에는 조폭이 입소하기도 했다. " 정신 바짝 차려라 ! 이놈들은 민간인이 아니다.... " 중대장이 사뭇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 시바, 좆됐구나 !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실미 교육을 담당해야 할 내무 반장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내게 배당된 내무반 훈련생은 총 16명이었는데 전과 기록을 가진 사람은 3명이었다. 셋 다 조폭이었다. 그 가운데 한놈이 유독 눈에 띄었다. 스티븐 킹 소설 << 그린 마일 >> 에 나오는 흑인 죄수와 판박이였다.

 

헬스로 다진 몸이 아닌, 말 그대로 지하 세계에서 뒹굴다가 다듬어진 거구'였다. 기록표를 보니 이십대 후반이었다. 나는, 압도당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내무반에 들어가 큰소리로 외쳤다. "사복을 벗고 훈련복으로 갈아입는다. 실시 ! " 다음에 나올 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동작 그만 ! 그것 밖에 못하겠습니까 ? 라고 말한 후, 대가리를 바닥에 박는다, 실시 ! 라고 말하면 끗 ! 그런데 나는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하지 못했다. 킹 소설에 나오는 흑인 죄수를 닮은 그가 옷통을 벗었을 때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듣던 " 칼빵 " 이었다. 오, 오오. 온몸이 칼자국이었는데 흉터가 부풀어올라서 선들이 어지럽게 새겨져 있었다. 칸딘스키 회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시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는 훈련 과정 내내 별다른 말썽을 부리지 않았다. 조폭들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놈이라서 오히려 군사 시스템에 잘 적응했다.  3주차 훈련이 끝나갈 무렵, 나는 그에게 몸에 새겨진 " 칼빵 " 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가 어눌하게 대답했다. " 나 같은 놈에게는 칼자국이 훈장입니다. 교도소에서도 칼빵 많은 놈은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 그는 칼자국 흉터의 길이와 개수로 자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놈인가를 증명했다. 코맥 메카시가 말했다. 흉터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흉터는 과거에 있었던 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조폭이 " 칼빵 " 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프로 선수는 " 몸값 " 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증명한다.

 

몸값이 곧 서열'이다.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팀이 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는가, 라는 의문점은 몸값을 보면 답이 나온다. 실력만 놓고 보면 한국은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았다. 성적이 56등인 꼴찌'에게 10등을 바랄 수는 있다. 하지만 무리'다. 이럴 때 한국인이 항상 내세우는 것은 모자란 실력은 정신력으로 채우면 된다는 논리'다. < 헝그리 정신 > 을 강조한다. 헝그리는 만병통치약'이다. 열악한 운동 환경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송강호 말마따나 "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 씹떼끼야.... " 다. 대한민국 꼰대가 대한민국 젊은이에게 하는 소리'다. 헝그리 정신을 이명박 식으로 말하자면 배부른 소리'이고, 박근혜 스타일로 각색하자면 제2의 새마을 운동 정신'이다.

 

하지만 월드컵은 < 정신력 > 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축구는 정신력, 근력, 순발력, 지도력 따위가 종합적으로 작동할 때 좋은 성적이 나온다. 정신력은 많은 요소 가운데 하나이지 절대 요소가 아니다. 정신력은 한국인에게만 있나 ? 실력을 갖췄는데 정신력마저 뛰어나다면 ?! 누누이 말하지만 실력은 정신력보다 좋은 기술'이다. 대한민국은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과 제도 따위를 지원하기보다는 정신력'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 육성 정책은 < 될 놈 > 을 밀어주어야 하는데, < 된 놈 > 만 밀어준다. 검증된 놈에게만 과도하게 몰빵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될 놈과 되지 못한 놈은 철저하게 소외된다. 국가는 된 놈에게 온갖 선물을 주고는 생색을 낸다. " 봤냐, 우리 전하는 성적 좋은 놈에게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거등 ! "

 

스포츠 세계에서도 승자 독식 현상은 그대로 재현되었다.  실력보다는 정신력을 강조하는 오랜 전통은 박정희 정권에서 가훈으로 작용했고 이명박근혜 키드는 계승 발전한다.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야 좋은 실력이 나오는 법인데, 실력을 위해서 환경 개선을 주문하면 허, 허허허허헝그리 정신을 내세운다. 내, 내내내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 이 씹떼끼야 ! 내, 내내내 말 잘 들어. 게으른 놈에게는 내일의 태양은 뜨지 않아 ! 대한민국은 헝그리 정신과 의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하지만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비단 고용주만이 아니다. 고용주에 세뇌된 노동자도 현정화, 현정화, 현정화 한다. 현정화 정신는 곧 대한민국 현대화 과정이 되었다.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을 탓하기 전에 열악한 운동 환경에 대한 지적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게 이치에 맞다. 안선주라는 프로골프 선수가 있다. 그녀는 일본프로여자골프에서 활약하는데 놀랄 만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녀가 한국프로여자골프에서 뛰지 않고 일본을 선택한 이유가 한국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없었던 데 있다고 고백했다. 안선주는 실력은 탁월했지만 뛰어난 미녀는 아니었다. 후원 명목으로 성형을 강요한 기업도 있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이다. 김연아에 대한 열광에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미모가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 김연아와 안선주가 " 체인지 " 했다면, 지금처럼 당신은 김연아에 열광할 수 있을까 ? 모순을 직시하자. 개그콘서트 << 끝사랑 >> 에 나오는 정태호 말투를 빌려 말하자. " 그거 사랑 아니야 ! "

 

현정화 정신을 강조한 현대화 과정에서 군사부일체는 늘 정신력을 강조했다. 여성 노동자는 생리통 약과 잠을 쫒는 약을 먹으며 철야 근무를 했고,  이에 환경 개선을 주문하면 빨갱이'가 되었다. 그들이 보기에 노동 환경 개선 주장은 헝그리 정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군사부일체에게 있어서 노동자 몸은 연소되어도 되는 주체'였다. 고용주는 현정화 정신을 숭배했다. 우리는 항상 환경과 구조적 문제점을 말하기보다는 헝그리 정신만 강조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밝히지만 " 라면 먹고 금메달 딴 선수는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입니다, 형님 ! " 이에 대한 형님의 반응은 뻔하다. " 나가 있어 !!!! " 그래도 나는 말하련다. " 임춘애입니다, 형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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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7-0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춘애입니다 형님, 이 말 참 달착지근하고 쫄깃하네요. 다시금 넘버3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마태우스 2014-07-08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강호의 명대사를 가지고 축구 얘기를 찰지게 할 수가 있네요. 좋은 글은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두 사물을 연결시키는 거라고 제가 늘 생각했는데요, 곰발님의 글은 정말 걸작입니다. 볼 때마다 감탄사를 남발하게 된다는... (이 짧은 댓글을 달면서 표절을 저지르다니 죄송...)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8 11:46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은 말씀만 하셔서 고맙습니다. 걸작이라는 소리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 몸이 둥 떴습니다. 생유 ~ 마태우스 님 !!!!

만화애니비평 2014-07-0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건이 있어야 개인의 능력이 따르는 법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8 11:47   좋아요 0 | URL
저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2014-07-08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