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일, 그리고 죽음.

 

 

 http://youtu.be/U_cCVMKWjEc 

 

 

영화가 상영되기 전 영화제를 돕는 진행 요원이 단상에 올라 다음과 같은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 "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영화를 보시는 중 기절, 호흡곤란, 쇼크 등이 올 수 있습니다. 심장이나 호흡기 계통의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 일어나셔서 밖으로 나가셔도 좋습니다. 현재 밖엔 응급요원이 상주하고 있으니 이상이 있으시면 저희 진행 요원을 찾아주십시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  극장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불길하다. 몇몇은 밖으로 나간다. 순간 이곳저곳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진다. 장내 딤머'가 서서히 조도를 낮추면서 어두워지자 이내 영화가 상영된다.  상영되는 영화는 스탠 브랙헤이지의 ' The act of seeing with one's own eyes 이다.

 

전위 영화'를 찾아다니는 영화광들에게는 이미 전설이 된 영화'다. 십 년 전, 나는 전주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시체 공시소와 시체 부검실' 모습을 다룬 다큐 영화'였다. 시체 공시소 직원이 전기 드릴'로 사체의 두개골'을 절개하는 장면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뇌수가 흘러나오더니 해부학 사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뇌 내부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한참 눈을 감고 있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체를 절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화도 거의 없다. 배경음악도 없다. 나레이션도 사용하지 않았다. 영화는 거의 무성영화나 다름없다. 온전히 내가 목격해야 하는 것은 절단되는 육체들이다. 상영 시간 내내 영화는 시체 해부 장면을 보여준다. 세로로 잘려진 육체들, 제거된 기관들, 두개골, 고인 피 그리고 페니스, 발바닥, 펴지지 않는 손, 구멍과 틈......

 

직원들은 적출된 기관인 간, 위, 심장 등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고 기록한다. 그뿐이 아니다. 두개골 크기도 잰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죽은 자와 죽은 자'를 해부하는 직원만이 있을 뿐이다. 가끔 도구를 내려놓거나  전기드릴'을 사용할 때 들리는 소음으로 인하여 이 영화가 무성영화는 아님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나는 이 침묵이 감독이 의도했다는 점을 알아챘다. 감독이 전해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 ( 내 기억은 틀렸다. 확인하니 이 영화는 무성 영화'가 맞다. 전기드릴 소리를 들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  서서히 적응이 된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화면을 주시했다.  파리'가 부검 중인 사체의 발 위'에 앉았다. 카메라는 이 부분을 확대한다.

 

이제 더 이상 육체는 파리의 간섭에 저항할 수가 없다. 영화가 끝났다. 깊은 숨을 내쉬었다. 두렵고, 끔찍하고, 속이 울렁거렸지만 혐오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영화 속 작업자'는 훼손한 신체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었기 때문이었다. 죽은 자에 대한 산 자의 예의'가 느껴졌기에 혐오스럽지는 않았다. 갑자기 슬퍼지기 시작했다. 육체라는 것, 한때는 팔딱거리던 육체가 초라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니 쓸쓸했다. 덧없고 공허했다. 가장 강렬했던 이미지는 머리 가죽을 당겨서 해골이 나오는 그런 충격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가슴 아프게 목격한 신체는 죽은 남자의 시든 페니스였다. 이 이미지는 매우 강렬해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스탠 브랙헤이지 감독은 죽음 이후'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가 맺는 계약, 그러니까 마지막 절차를 보여주려고 했다. < 흉터 > 가 과거에 있었던 일이 사실이라는 점을 일깨우듯이, < 죽음 > 은 한때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명백한 기록이 아니었던가 ?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목격하게 되는 것은 인간과 사회'가 맺는 계약이다. 사회는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  우리는 사회'라는 이름의  임대 아파트'와 부동산 계약을 맺었기에 기간이 만료되면 아파트를 비워야 한다. 하지만 이삿짐만 옮긴다고 해서 이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밀린 공과금과 기타 세부 사항 그리고 부동산 계약 시 명시해 놓은 조건이 이행되었는가를 확인한 후 아파트 키를 넘기게 되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무인도나 숲속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사회와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우린 그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인간은 계약 기간이 끝나는 " 죽음 이후 " 에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사실 인간의 죽음은 사적인 것 같지만 지극히 공적이다. 세상 모든 죽음'은 국가의 개입으로 이루어진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죽은 자'는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용기가 있다면 클릭해서 동영상을 보라. 당신이 잠든 사이에 벌어지는 절차와 과정이다. 짐 크레이스의 위대한 소설 << 그리고 죽음 >> 도 " 죽음 이후 " 를 다룬다. 정확히 말하자면 " 사후 세계 " 가 아니라 시체가 부패되는 과정과 사회가 사체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과정을 건조한 필체로 다룬 소설이다.

 

감정 동요 없이 담담하게 써내려간 서술 덕분에 끔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소설을 읽다 보면 죽은 자의 장례를 치루는 것은 산 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란 생각이 든다. 설령, 죽은 자가 거처 없이 떠돌다 죽은 행불 처리자'라고 해도 말이다. 세월호 사고 100일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찾지 못한 영혼이 있고, 잊지 못해 우는 유가족이 있고, 동요하는 시민이 있다. 반면 그동안 숨죽이며 슬픈 척 눈물을 흘렸던 사람은 본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죽은 자에 대한 예의는 없다. 슬픈 현실이다. 국가는 장례 수습조차 할 수 없는 무능한 상태'에 빠졌다. 국가는 재난에 빠졌는데 무대에 올라 비상 시 요령을 설명하는 사람도 없고, 죽은 자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공시소 직원도 없다.

 

유가족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엄마부대가 있는가 하면 단순 교통 사고와 다를 바 없다는 막말을 하는 정치인도 있다. 질이 좋지 않으면 사지 말아야 하는데 소비자는 장사꾼의 호화로운 입말에 다시 한번 속아서 넙죽 사다 보니, 장사꾼 입장에서 보면 소비자는 호구'다. 생각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임상 실험을 통해 밝혀진 특효약은 " 조까라마이싱 " 이다.  박근혜 정부, 참.... 좆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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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7-25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벌써 100일이 지났어요. 한숨이 푹. 꺾이는..

그나저나 이 책은 곰곰발님이 두 번째 소개하는 책인 듯.. 예전에 롤리타 관련한 글 다음으로요. 읽으면 사고 싶어지지만 제 성향상 이렇게 대책없이 계속 책을 사다가 결국 나중에 못 읽는 책이 우수수 나올 걸 알기에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16:16   좋아요 0 | URL
대책 없이 책을 사시다가는 제 꼴 납니다. 안 읽은 책 지금 제 방에 한 200권 있는 거 같습니다. 10권 사면 7권 읽는 거 같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다 읽어야 하는데 또 똑같이 10권 사서 7권 읽습니다. 신간은 사는데 결국 읽는 지점은 3,4년 묵혔다가 읽으니 구간이죠. 이럴 바에는 차라리 구간 할인 할 때 사는 게 더 경제적인데 말입니다.

엄동 2014-07-25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죽은자에 대한 예의도
버티는 유가족에 대한 예의도 없죠. 이놈의 정부는.

유가족이 벼슬이냐. 생난리냐는
소위 교수란 자의 막말에
탄식이 저절로 나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17:16   좋아요 0 | URL
개 꼬리 삼 년 묻어도 황모 안 된다는 속담 있잖습니까.
이제 슬슬 기어나올 때가 되었지요. 막말해도 지지율은 든든하고,
뭐.. 그러니 보이는 게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만화애니비평 2014-07-2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베스피에르가 한국에 없는 게 후회되는 시대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6 14:51   좋아요 0 | URL
만날 러베스 피에르 로베스 피에르 하는데 대체 피에르가 누굽니까.
속시원히 페이퍼 하나 남기십시요..

딴지 2014-07-27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딴지 걸려는 건 아닌데, 그 속성과외가 효과가 없을 거라 하시면서, 개천에서 용 안난다는 건 무슨 말인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05:10   좋아요 0 | URL
곰곰발 집안에 개천입니다. 개천에서 용 하나 만들려고 비싼 속성 과외 시키지만 효과가 없으니 용 나오겠습니까. 기껏해야 이무기입니다. 이거 너무 자기비하인가요 ? ㅎㅎㅎ.
 
[블루레이] 바톤 핑크
조엘 코엔 감독, 존 터투로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의 빠떼루.

 

 

 

 

 

 

 

 

슬링 : 아이에게 " 원초적 장면 " 이 발각되면, 당황한 부모가 내놓는 궁색한 변명. " 울지 마, 엄마 아빠 레슬링 하는 거야 ! " 빅 매치, 승리는 언제나 엄마를 깔아뭉개던 아빠가 차지. 세상 모든 엄마들은 숨죽인 비명, 소리 없는 아우성. 30초만 숨쉴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네에 ? 대한민국은 < 아 > , 일본은 < 응 > , 미국은 < 오 >, 소련은 < 이 > 노무새끼. 하지만 중국은 의뭉스러워서 도통 알 수가 없었던 신음. " 아 " 인지, " 응 " 인지, " 오 " 인지... 어느 때는 " 아 " 이고, " 어느 때는 " 응 " 이고, 어느 때는 " 오 " 여서 < 애 > 매모호했던 신음.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청음. 종종 엄마가 아빠를 깔아뭉개는 기적을 연출해서  열쇠 구멍'으로 관람하던 프로이트의 아이들은 여성 상위'를 응원하기도 했다.  "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렇듯, 레슬링은 뱃놀이와 더불어 어른들이 가장 즐기는 < 2대 야간 실내 스포츠 경기 > 가 되었다. 원초적 장면이 강렬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올림픽 경기를 중계할 때 레슬링 시합'이 나오면 자꾸 후배위 장면'이 떠오른다. 더군다나 트로트 가수 홍진영이 부른 " 사랑의 빠떼루 " 는 내 생각을 고착시켰다. " 나를 사랑으로 채워줘요 / 사랑의 빠떼루가 다 됐나 봐요 / 당신 없인 못살아 정말 나는 못살아 / 당신은 나의 빠떼루 / 한번 더 나를 안아주세요 / 가슴이 터지도록 안아주세요 / 사랑의 약발이 떨어졌나 봐 / 당신이 필요해요....... " 빠떼루 자세가 나오면 고개를 외면하게 된다. 한 남자는 엎드려서 엉덩이를 상대편 남자에게 들이밀고, 상대편 남자는 그 엉덩이를 덮치기 위해서 달려가고 있다. 

 

내가 아무리 이건 스포츠야,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오해하지 말자 !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라고 해도 내 뇌하수체'는 사랑의 빠떼루를 떠올렸다. 아아, 저 자세는 내가 만리동 이화장 여관에서 시범을 보였던 자세가 아니었던가. 그때 여자는 오르막에 오르면서 말했다. 아아,  30초만 숨쉴 수 있는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네에 ? 아크로바틱한 체위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하기로 하자. 할 말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온가족이 모여 티븨를 시청할 때는 발레와 함께 상영 금지 목록에 오른 스포츠 관람이 레슬링이었다. " 레슬링을 동성애 섹스와 연결하는, 이런 음란한 상상을 하는 놈은 이 지구상에 홍진영과 나뿐이겠지 ? " 라고 생각할 무렵,  우연히 코헨 형제가 만든 << 바톤핑크 >> 라는 영화를 보았다. 레슬링 영화'였다, 빠떼루 영화'였다, 놀랍게도 동성애를 다룬 영화'였다. 얼뜨기 범성론자인 나는 이 영화를 살인마 찰리( 존 굿맨 분 )와 극작가 바톤 핑크( 존 터투로 분 ) 사이에서 벌어지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눈물이 앞을 가리는 " 핑크 러브 스토리 "로 이해했다. 그들은 " 썸 " 을 타고 있었다. 영화 속 인물 이름은 감독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노래 한 곡 듣고 가자. 봉천동 정기高 나온 소유 양이 부릅니다. 썸 !

 

 

 

일단 < 네이버 영화 > 에서 제공하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41년 뉴욕시. 바톤 핑크(Barton Fink: 존 터투로 분)는 보통 사람을 찬양하는 드라마를 써서 유명해진 극작가이다. 핑크의 대성공을 들은 헐리웃 영화계는 그를 스카웃하려한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진출을 망설이지만,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매니저의 권유로 LA로 간다. 기대와 불안감을 안고 캐피탈 영화사 사장인 잭 립닉(Jack Lipnick: 마이클 러너 분)과 첫 대면을 가진다. 수다스럽고 돈밖에 모르는 잭은 핑크에게 레슬링 시나리오를 써달라 부탁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핑크는 호텔로 돌아와 크게 후회한다. 레슬링을 본적도 없기 때문이다. 난감해진 핑크는 단 몇줄만을 써놓은 채 있다가 옆방에서 나는 남자의 울음소리, 그 소리가 시끄럽다고 불평했다가 찰리(Charlie Meadows: 존 굿맨 분)에게 얻어맞을 뻔한 일을 계기로 그와 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핑크는 시나리오가 진전이 없어 고민하던 중 우연히 작가 W.P. 메이휴(W.P. Mayhew: 존 마호니 분)를 만나게 된다. 메이휴는 알콜 중독자로 타락하여 그의 비서 오드리(Audrey Taylor: 주디 데이비스 분)가 대필을 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잭 립닉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해야할 시간은 다가오고, 작품은 안 되었고 할 수 없이 오드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서로 외로운 처지의 두 사람은 핑크의 집에서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 잠에서 깬 핑크는 피투성이가 된채 살해된 오드리를 보고 경악한다.

 

- 네이버 영화 제공

 

 

코헨 형제는 민중 봉기를 다룬 연극 대본으로 유명해진 바톤 핑크를 동성애자(PINK : 빨갱이, 동성애자 )로 설정한 후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름을 핑크(FINK : 파업 파괴자, 경찰관 ) 로 만든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듯, < P > 를 < F > 로 바꾸자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 PINK- FINK 짝패 " 는 "  DR. JEKYLL- HYDE " 짝패와 유사하다. 그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관계다. 민중을 찬양했던 동성애자 바톤핑크는 자본가 밑에서 일을 한다. 그는 동성애 사랑 대신 동성 간 싸움을 다루는 시나리오를 쓴다.  그것은 < 위장 > 에 해당되지만 동시에 < 생존 > 을 위한 선택이었다. 메카시 열풍이 말해주듯이 미국 사회는 빨갱이와 동성애자를 범죄자로 규정했고 색출했다.

 

 

 

 

- 사랑의 빠떼루'가 다 됐나 봐요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PINK는 민주당 지지자'이고, FINK는 공화당 지지자'다. 그리고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PINK는 " 종북좌파 게이 " 이고, FINK는 " 종미우파 쌍놈 " 이다. 영화는 바톤 핑크의 정체성을 숨긴 채 끝까지 간다. 결국 이 영화는 코헨 형제가 만든 영화 가운데 가장 난해한 영화'로 남았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코헨 형제는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 박근혜 성대 모사로 ) 영화평론가도 속고, 관객도 속고, 나도 속고, 네. 네네네. 그렇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 지금 대전은요 ?

 

 

 

 

 

이 영화에 대한 100자평을 날리자면 : 찰리와 핑크'는 한 번 하고 싶으나 뿌리 깊게 내린 호모포비아 때문에 하지 못한 슬픈 사랑 이야기'다. << 브로큰백마운틴 >> 의 1941년 검열 버전'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  이 영화는 동성애 영화'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면 답은 쉽게 풀린다. 핑크와 잠을 잔 여비서를 죽인 사람은 당연히 찰리다. 왜 ? 사랑에 눈이 멀어서 ! 찰리는 " FINK " 가 " PINK " 란 사실을 안다. 그는 PINK와 한판 하고 싶다. 침대에 묶인 바톤을 풀어주기 전에 갖은 빠떼루' 장면은 진정 아름다운 정사'라 할 만하다. 그들은 " 빠떼루 " 를 가장한 " 후배위 " 자세로 붙는다. 헐떡인다. " 피곤하게 힘 빼지 말고.... 사랑한다 말해줘 ! " 훅 들어왔다 훅 나간, 짧은 사랑은 강렬했다.

 

끝으로 레슬링은 남녀 혼합 경기가 가장 흥미진진하지만, 남남 경기나 여여 경기'는 재미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순히 취향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후배위를 지지한다. 좋은 사회는 동성애자가 숨죽여 사는 사회가 아니라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사회다.  만약,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나서 얼토당토않는 내 해석에 분노한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 30초만 숨쉴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네에 ? "

 

 

 

 

 


 

 

 

덧대기

 

1. 핑크'가 머무는 낡은 호텔의 이름이 EARL(E )이다. 이 단어는 백작  혹은 남자 이름'을 뜻한다. 그러니깐 얼' 호텔은 남성형'이다. EARL 호텔은 < 금남/禁男의 집 > 이 아니라 < 禁女의 집 > 이다. 영화 << 샤이닝 >> 에서 오버룩 호텔과 잭 토런스( 잭 니콜슨 분 )을 동일시하듯이, EARL 호텔과 남성 육체는 동일시된다. 여성은 접근 금지된다. 내부로 침입한 여성은 살해된다.

 

2. 비가 촉촉히 내려 당신 가슴을 적십니다. 지금 로스팅한 커피 한 잔 어떻습니까. 분위기 있는 곡 하나 띄웁니다. 홍진영의 사랑의 빠떼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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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7-25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me places are like people.. 어쩐지..
호텔 분위기가 후줄근 야리꾸리하고 찰리의 눈빛이 너무 끈적끈적하다 했음..
늘 땀에 젖어 있으면서 숨을 헐떡거리고..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09:08   좋아요 0 | URL
그림 좀 추가했습니다. 전 미스테리 중 하나가 왜 평론가들이 이 영화의 호모포비아를 말하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제가 보기엔 영락없이 바톤과 찰리는 동성애 관계거든요. 확식히 빠떼루와 러브'는 연관이 있습니다. 홍진영이 그러잖습니까. 사랑의 빠떼루를 채워달라고 말입니다.

풀무 2014-07-25 14:54   좋아요 0 | URL
아마도 요즘 같았으면 누군가 언급했을지도.. 이 영화 개봉이 1992년 늦가을, 초겨울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울나라 평론 토양이 참 거시기했죠..

그나저나 요즘 가끔 포털 대문에서 홍진영, 홍진영 하면 전 홍진경이 음반냈나 했었는데 따로 가수가 있었군요. 완전 첨 들어요. 사랑의 빳떼루!!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16:21   좋아요 0 | URL
바톤핑크가 극장에서 개봉을 했군요 ? 하긴.... 칸느 영화제 대상 정도면 극장에 걸릴 만한죠.
홍진영 가수 모르시는군요.. ㅎㅎㅎㅎㅎ. 저 노래방 가면 가끔 사랑의 빠떼루 부르곤 합니다.
빠떼루 빠데루 하니깐 갑자기 만화가생각나네요. 멋지다 마사루'인가? 뭐, 그런 만화........

요즘은 어째 만화가게도 거의 없습니다.

마태우스 2014-07-2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도 처음엔 레슬링이 저게 뭔가 싶었는데 내공이 깊어지니까 스포츠로만 보였답니다. 글구 홍진영도 섹시함으로 승부하는 가수는 아닌지라 배터리로만 들렸지, 빠떼루라고는....^^ 맨 마지막 동영상 보고 있는데요, 홍진영이 저리 예뻤나 싶네요. 방송에서 봤을 땐 귀여운 여동생으로만 보였는데 말입니다. 다음에 혹시, 호옥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잘 하려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16:19   좋아요 0 | URL
오홋, 레슬링에 대한 내공이 깊은 분은 마태우스 님이 처음이십니다. ㅎㅎ
글구, 홍진영 보시거든 제가 팬이라고 꼭 전해주십시요. 노래방에서 싸랑의 빠떼루 부르곤 한다고.....
홍진영 씨는 섹스보다는 확실히 애교로 승부를 보시는 분 같습니다.

영혼을가진배우 2014-09-1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톤핑크을 너무 보고 싶은데 어떻게 구할수 없을까요??
메일 부탁드립니다
ttl1b@lnamver.com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5 12:53   좋아요 0 | URL
10년 전에 본 영화라 제게 파일은 없습니다. 있었다면 보내드렸을 텐데 말입니다.
요즘 블루레이는 말고 디븨이디'는 싸더군요... 추천합니다.
 

 

 

김기덕과 노무현

 

 

 

 

 

영화 < 섬 > 은 입은 있으나 말이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기덕은 이 영화로 페미니즘 진영쪽 영화평론가들에게 살인에 가까운 독설을 들어야 했고 < 나쁜 남자 > 에서 정점'을 찍었다. 김기덕을 향한 비판은 비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조롱과 경멸에 가까웠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력과 강간 장면을 여성에 대한 조롱과 경멸로 읽었고, 평론가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감독에게 되돌려 주었다. 김기덕을 비판하던 평론가들은 이 가학성'을 " 김기덕의 정신병적 취향 정도 " 로 이해했고, 가족 가운데 가족력(정신과 치료를 받은)이 있는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기상천외한 평론을 남발하는 이도 있었지만, 김기덕(영화)보다 더 폭력적인 이는 김기덕을 공격한 페미니즘 진영쪽 영화평론가들이었다.  

 

- 영화 < 섬 > " 아, 말이 없는 것들 ! " 中

 

 

 

 

 

1996년, 한국 영화 두 편이 동시에 도착했다. 미국 유학파 엘리트 출신인 홍상수는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라는 낯설지만 지적인 영화'로 찾아왔고,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김기덕은 << 악어 >> 라는 낯설지만 거친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두 영화 모두 충무로 영화 문법에서 벗어났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조감독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그 흔한 단편 영화 제작 경험도 없는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 그리고 또 하나 ! 둘 다 관객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   어쩌면 1996년은 한국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론가 반응은 사뭇 달랐다. 평단은 홍상수 영화에 매료됐지만 김기덕 영화는 외면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만이 < 악어 > 에 대해 호평했을 뿐이다. 호평이라기보다는 신인 감독에 대한 습관성 응원과 지지 따위였다. 마치 식사하셨어요 ? 라는 영혼 없는 인사처럼......

 

정성일은 김기덕 영화가 가지고 있는 비릿한 " 날것 " 에 주목했지만,   평론가 대부분은 날것이 주는 폭력성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그들이 신인 감독에게 원했던 것은 이음새 없는, 매끈하게 잘 빠진 영화'였다. 사실 정성일을 제외한 평론가들이 < 악어 > 를 불편하게 생각했다는 말은 모순된 면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관심조차 없었으니깐 말이다. 내가 김기덕의 < 악어 > 에 주목했던 이유는 날것'을 매끄럽게 포장하려는 기교를, 감독 스스로 일부러 배제했다는 점이다. 그는 관객이 불편하기를 바랐고 그 바람은 성공했다. ( 성공했다는 표현은 적절한 것 같지는 않다만...... )  당시, 김기덕은 악만 남은 사내였고 관객은 악만 남은 감독이 만든 이상한 영화를 보았다.

 

기이한 현상은 세 번째 작품인 < 파란대문 / 98 > 에서부터 시작된다. 국내 평론가들로부터 형편없는 영화로 낙인 찍혔던 김기덕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되어 호평을 받자, 평단은 일제히 핏대를 세우며 거칠게 조롱했다. 주로 페미니즘 진영쪽 평론가들이 주축이 된 공격이었다. 눈 뜨고 못 봐주게슴미, 구멍 동서 매춘 영화냐, 강간 영화냐 ? 등의 쌍스러운 욕설이 주를 이뤘다. 그들은 김기덕 영화 속 남성 주인공이 여성에게 행사하는 폭력을 "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가학적 장치 " 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기덕 영화'가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는 것과 함께 페미니즘 진영쪽 영화평론가의 독설도 그와 비례했다는 점이다.  섬, 실제상황, 수취인불명과 나쁜 남자'가 계속 해외 영화제에서 관심을 받으면 받을수록 평론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 

 

영화 << 나쁜 남자 >> 를 둘러싼 신경 쇠약 직전의 평론'은 가히 압권이었다. 그들이 보기엔 호환마마'보다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무엇이 그네 심기를 건드렸을까 ? 그들이 평소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폭력적인 남성 서사'를 불편하게 생각했다면, 그들은 먼저 임권택 감독의 << 서편제 >> 가 가지고 있는 남성 폭력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했어야 옳다. 서편제'에서 아버지는 예술의 승화'라는 이름으로 딸에게 독약을 먹여 눈을 멀게 만드는데, 이것은 명백히 < 자기  욕망 > 과 < 타자 욕망 > 을 동일시하는 행위'였다. 아버지는 " 타자의 욕망 " 을 착취해서 실패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이 " 접점 " 은 거칠게 말하자면 " 기생 " 이며 " 근친상간 " 에 가까웠다. 

 

김기덕 영화 속 남성 폭력에 대해서 거의 광적인 혐오'를 보인 평론가들은 왜 << 서편제 >>가 가지고 있는 패륜과 근친 욕망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 아버지가 딸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과 동일하게 아들은 누나'를 성적 욕망으로 느낀다. 그들이 만나 해후하는 과정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제 3자( 최종원 분 ) 가 그들 만남에 대하여 " 운우지정 " 이라는 노골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그들 남매는 에로스적 긴장 관계인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가 농락하고 버린 몸을 아들이 다시 농락하겠다는 뜻인가. 임권택의 < 서편제 > 는 뻔뻔한 영화'다. 그런데 페미니즘 진영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서는 위대한 걸작 운운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간극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

 

간단하다. 이런 복잡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간단하다. 평론가로서 자질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토록 김기덕 영화를 씹던 몇몇 평론가들은 이제는 더 이상 김기덕 영화'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씹기엔 김기덕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되었다.  김기덕이 폭력에 집착하는 이유는 날것을 표현하기에 가장 훌륭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평론 역사상, 집요하게 그리고 아주 악랄하게, 김기덕을 씹었던 이 기현상'의 뒷면에는 학벌에 대한 차별 때문이었다, 라고 말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 그것은 때론 전여옥이 노무현을 향해 고졸 출신 대통령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한, 천박한 말투를 닮았다. 

 

노무현은 제대로 된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채 대통령이 되었다. 눈꼴사나웠을까 ? 임기 내내 조롱과 경멸이 노무현을 옥죄였다. 공(功)은 과소평가되었고, 과(過)는 과장되었다. 그리고 조롱과 경멸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노무현이 여의도에서 학력 차별을 받았다면 김기덕은 충무로에서 학력 차별을 받았다. 평론가들이 보기에 김기덕은 영화 제도권 밖에서 온 듣보잡'이었다. 그 흔한 영화과 출신도 아니었고, 충무로 조감독 출신도 아니었다. 진입 장벽이 높기로 소문난 영화판에서 김기덕은 혼자 꾀죄죄한 학력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성공했다. 또한 그는 평단이 쏟아내는 비판에 대해 적극 대처하며 싸웠던 감독이었다. 그는 자기 영화를 비난하는 평론에 대한 반박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를 비판했던 평론가 입장에서 보면 김기덕은 눈엣가시'였다.   

 

지금은 많이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김기덕 영화에 대한 평가는 야박한 편이다. 김기덕과 노무현의 공통점은 학벌 차별의 당사자'라는 점이다. 교육 엘리트가 보기에 그들은 둘 다 " 나쁜 남자 "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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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7-2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곰곰발님. 시간 나면 요번에 김기덕 감독 [일대일] 보고 또 찰진 글 하나 써 주십시오. 살해된 여고생 민주,가 물론 보편적인 정치적 오브제로도 볼 수 있겠으나 노무현,으로 봐도 통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4 11:38   좋아요 0 | URL
아, 일대일'이란 영화를 찍었나요 ? 제작한 게 아니라 ??! 요즘은 영화를 하도 안 봐서리..... 보게 되면 찰지는 차원을 떠나서 딱풀이 될 정도로 적어보겠스ㅡㅂ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2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집에 내려가는데, 가기 전 단원미술관의 세월호 만화작가 전시회에 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따라 너무 그립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4 16:45   좋아요 0 | URL
갑자기 비 무진장 오던 날, 낙원동에서 만애비 님이랑 막걸리 마시던 일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그때 우리 새벽까지 마셨죠 ? 날이 밝았던 것 같은데...ㅎㅎㅎㅎ. 다음에 올라오시면 미리 귀뜸이라도 주십시요....

오리콘 2014-07-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은 의견을 말씀드리면... 김기덕 감독님은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알고있고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 '아리랑'과 TV 출연에서 말씀하시는거 보면 공식적인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인듯 합니다. 나중에 비공식 즉, 졸업이 인정 안되고 수료증만 나오는 농업원예학교를 졸업하셨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4 16:4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어디서는 중학교 졸업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래서 헷갈렸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오리코 님 !!

수다맨 2014-07-2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장정일이 자기가 쓴 독서일기에서 이청준의 "서편제"를 혹독하게 비판-이라 쓰고 비난-했죠. 일테면 "당신을 4.19세대라고도 하도 그것을 형상화한 작가라고도 하던데, 잠든 어린 딸의 눈에 청강수를 찍어 넣는 애비는 마땅히 그 좆대가리를 잘라 씹어버려야 하지 않나."라고 말이죠. 저는 이 부분 읽고 나서 아주 짜릿하더군요.
오래전 손창섭이 신문에 "삼부녀"나 "부부"와 같은 장편소설을 연재했을 때, 대중과 타협했느니, 외설적이고 통속적이니 따위의 비난을 대다수 평론가들에게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손창섭이 어느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당당하게) 소회를 밝혔습니다. “고급독자보다도 일반대중에게 더 친근감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더불어 무엇이든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말이죠.
저는 무릇 -영화판이건 문학판이건- 뭔가를 제대로 해보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세계에 소신과 자부를 갖고, 다수 대중들과 정면 승부를 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평론가들이야 뭐라고 짖어대든 간에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4 16:4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찾아보려고 했는데 독서일기 어디에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도무지 못 찾겠습니다. 훅쇠 수다맨 님이 아시거든 알려주십시요. 뭐, 전적으로 장절일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게 만약에 송화에게 생명 보험이 들어갔다면 생명보험을 노린 아주 악랄한 범죄행위죠. 이런 걸 예술의 승화 따위로 포장하는 게 웃깁니다. 영화만 놓고 보았을 때 아들도 송화를 육체적으로 그리워하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마립간 2014-07-2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공된 것은 나쁘고, 천연물을 좋다는 것은 흔한 편견 중에 하나입니다. 폭력이 날 것을 표현하는데, 훌륭한 것에 동의하더라도 날것이 훌륭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 중 '섬'만 봤습니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악마파'가 떠오르더군요.

학력 ; 학력은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적 성향은 높은 학력과 청결을 좋아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4 16:53   좋아요 0 | URL
뭐, 미원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 저는 조미료가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먹거리엑스파일이 과장되게 엠에스쥐를 독약으로 묘사해서 그렇지요.

저는 섬이란 영화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 빈집 > 을 최고라고 치더군요. 전 동의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기회 되시면 < 빈집 > 한번 감상해 보십시요.


LAYLA 2014-07-2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덕 영화는 잔인함 때문에 보질 못해서... 캡쳐해서 줄거리를 설명하는 포스팅으로 영화를 봅니다. 빈집은 봤는데 참 좋았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06:28   좋아요 0 | URL
전 김기덕 영화를 열심히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좋은 것도 있고, 보면서 정말 더럽게 못 만들었구나 하는 작품도 있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 적어도 폭력 묘사가 재미를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가 살아온 삶이 투영된 반응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 한국 돌아오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라로 2014-07-25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기덕 영화를 여러번 보려고 시도했지만 보다가 영화관을 나온 것만 두 번이에요~~~.^^;;
하지만 곰발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용기를 내어 보고 싶어지네요,,,그래도 결과는 같을 것 같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5 09:21   좋아요 0 | URL
LAYLA 님도 그렇고 아롬 님도 그렇고 여성분들은 정말 김기덕 영화를 잘 못 보는군요....
그렇다면 우선 빈집'을 추천합니다. 남편에게 맞는 아내가 나오긴 하지만 별다른 자극적 요소는 없습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가 김기덕의 최고 걸작이라고 하더군요. 잔인한 장면으로 치면 아마 < 섬 > 이 가장 끔직하지 않을까 싶군요. 개인적으로 김지운 감독이 < 악마를 보았다 > 보고 정말 쌍욕을 하며 밖으로 나왔던 기억이 새롭네요..
 
샤이닝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2
스티븐 킹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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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고백하련다. 한때 나는 싸구려 공포 영화 열혈 오타꾸'였다. 보석상을 터는 강도처럼 동네 비디오 가게마다 침입해서 공포 영화 비디오 테이프를 쓸어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내 꿈은 공포 영화'를 정복하는 것이었다. 지구 정복'은 잘 빠진 주류 하드-바디'들이 책임질 몫이었으니, 나 같은 비주류 오타꾸는 병뚜껑 모으기 정복, 껌종이 모으기 정복' 같은,  주류가 꺼려하는 잡동사니'를 수집하는 넝마주이'였다. 지구 평화는 독수리 O형제'에게 맡기고, 공포 영화는 H'에게 맡겨라. 영화 좀 본다 하는 놈들은 해외 영화 잡지 < Cahiers du Cinema > 나  < Sight & Sound > 를 거들먹거리며 시네필 특유의 " 좆부심 " 을 뽐냈지만 나는 예술 영화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었다. 

 

아아, 그 시절'을 회상하며 나는 쓴다.   오래되고 낡은 브이. 에이치. 에스' 테이프 속에서 웨스 크레이븐'과 로이드 카우프만'의 영화'를 발견하는 기쁨'은 위대한 불꽃'이었노라 말이다. 나는 주말이면 하이에나처럼 B급 영화를 찾아 헤맸지만 열정만큼은 A급이었다. 특급 사랑'이었다. 정성일'을 교주로 추앙하는 시네필들이 예술 영화를 통해 사랑와 혁명을 배울 때, 나는 싸구려 공포 영화를 보며 " 집 나가면 개고생 " 이라는 심오한 교훈을 얻었다. " 오지 탐험가'보다는 차라리 히키코모리가 낫겠어...... "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4129 )

 

당시 나는 문학 작품에 관심이 없었다. 범우사 문고판 세계문학전집 읽기 이후로, 스무 살 이후로, 더 이상은 문학 작품을 읽지 않았다. 문학 읽기는 기쁨이 아니라 고해'였다.  스티븐 킹 소설을 읽어야 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내가 좋아했던 공포 영화가 " 대부분 스티븐 킹 소설을 각색한 영화 " 였다는 데 있었다. 킹은 대체 누구냐 ? 한번 속는 셈치고 킹 소설을 읽어볼까. 때마침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기획한 " 스티븐 킹 걸작선 세트 " 가 출간되었기에 바로 구입했다. 내가 처음 읽은 킹 소설은 << 샤이닝 >> 이었다. 동시에 본격적으로 문학을 다시 영접했던 계기도 << 샤이닝 >> 때문이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 샤이닝 " 이 워낙 강렬했던 탓이었을까 ?  

 

소설 " 샤이닝 " 은 생각보다 심심했다. 나는 이 작품이 재미있다는 데 동의했으나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스티븐 킹은 그냥 그렇고 그런, 재미난 소설가'였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비유를 들자면 그때 나는 성경험이 전혀 없는 모태솔로녀'였다. 고기도 먹는 놈이 맛을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 장르 문학도 마찬가지'였다. 순문학에 대한 접근법과 장르 문학에 대한 접근법은 달랐다. 당시 나는 부끄럽고 두려워서 모텔 침대 시트를 바짝 끌어올린, 성경험이 전무한 스무 살 시골 처녀 같았다. 거칠게 다가오는 저 짐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킹에 대한 진가는 늦게 발동이 걸렸다.  장르 소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재미를 느꼈다.

 

부끄럽고 두려워서 침대 시트를 바짝 끌어올렸던 나는 이제 능숙한 " milf " 로 변했다. " 난 이제 매력적인 아줌마가 되었어. 이제는 불알 달린 사내새끼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이 되었지. " 스티븐 킹 신작 << 닥터 슬립 >> 을 읽고 나자 문득 << 샤이닝 >> 이 궁금해졌다. 알콜중독자가 된 삼십대 중년 남자, 대니 토랜스의 유년 시절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오래 전에 읽기는 했으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나면 항상 뒷장 속지에 날짜를 적는 버릇이 있었는데 확인하니 2004년 1월 2일'이다. 읽은 지 십 년이나 지났구나 !  발췌독'을 할 생각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다가 그만 정독하고 말았다. 괄약근을 풀었다 조였다 하는 기술은 타, 타타타탁월했다.

 

서로 연결될 것 같지 않던 각각의 알레고리는 교묘하게 하나로 통일되어 주제를 강화했다. 집요할 정도로 계산적인 배치'였다. 독자는 스티븐 킹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다. ( 어이구, 잘하는 짓이다 ! ) 스티븐 킹이 다루는 문학 세계는 < 본성 > 이 < 이성 > 을 압도하는 세계'다. 사회화된 이성은 본성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극한 상황이 연출되면 이성은 이성을 잃고 고성을 지른다. 그 텅 빈 공간을 거친 본성이 채운다.  소설 << 샤이닝 >> 은 유리 같은 이성'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존재인가를 증명한다. 유리는 깨지는 순간 날카로운 무기'가 되듯, 사회화를 학습한 이성적 사고 또한 분열되는 순간 광기로 변한다. 통제는 불가능하다. 좋은 아빠( 잭 토런스 )는 화가 나면 괴물이 된다. 

 

자기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오버룩 호텔(overlook hotel) 은 고스란히 잭 토런스를 투영한 유물적 공간이며 잭의 무의식을 반영한다. 겨울이 되면 세계와 단절되어 고립되는 오버룩 호텔은 잭 토런스가 처한 상황과 일치한다. 알콜중독과 가정 폭력 그리고 실업이 겹치면서 잭 토런스는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단절된다. 겉으로 보기에 아내는 남편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내는 남편이 술을 몰래 마시는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들은 서로 불신한다. 사용 연령 기간이 지나버린 알전구 필라멘트 같다. 남자는 이 균열을 감지한다. 그리고는 이내 폭발한다. 임계점은 한계를 넘었다. 母子를 위기에서 구했던 또 다른 샤이닝 능력자 잭 할로런 노인은 어린 대니에게 말한다.

 

 

대니. 세상은 상관하지 않아. 너랑 나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사랑해 주지도 않아. 세상에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단다. 착한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홀로 남겨 두고 떠나기도 하지. 어떤 때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 샤이닝 2권, ( 344쪽 )

 

 

이 노인네도 참 주책이다. 다섯 살배기 대니를 두고 이토록 심오한 이야기를 늘어놓다니....... 하지만 그게 진실이다. 신은 인간의 운명을 지켜볼 뿐 사건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신은 (인간의) 행복을 보며 미소 짓지만, (인간의) 불행에 대해 울지는 않는다. 권선징악은 없다. 착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싶지만, 나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도 한다. 누굴 탓할 일은 아니다. 인생이란 그런 거니깐 말이다. 소설 << 샤이닝 >> 은 " 운명 " 에 대해 말한다. 비극은 비극으로 끝난다. 잭 토랜스의 유년 시절은 불행했다. 할아버지는 알콜중독자였고, 아버지도 알콜중독자였고, 잭은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 잭의 아들 대니도 아버지와 같은 전철을 밝는다. 꼬마 대니'도 어른이 되지만 운명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 또한 알콜중독자였으니 말이다.

 

사르트르는 이런 말을 했다. "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평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 토런스 일가'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결론은 이렇다. << 샤이닝 >> 은 걸작이다. 이거... 특급 칭찬이야.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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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7-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샤이닝]을 그렇게 보고 싶었었는데 다른 영화들과 달리 유독 인연이 닿질 않아 번번이 놓쳤었죠. 그러다 2004년 여름에 케이블 채널 방영분을 보고서 얼마나 흥분했는지... 진짜 몇 번을 봐도 재밌더군요. 언젠가 꼭 원작소설을 읽고픈..!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10:10   좋아요 0 | URL
무플방지위원회에서 오셨군요..... 전 이 영화 제가 가지고 있는 영화 테입 몇 개 주고 물물 교환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목록도 희귀 영화였는데... 지금 기억이 안 남... 하여튼 희귀한 비됴테이프였죠. 소설을 읽으면 왜 킹이 큐브릭 영화에 불만이 있었나를 알 수 있습니다.

풀무 2014-07-23 13:51   좋아요 0 | URL
그죠! 예전에 [샤이닝]은 비디오테잎도 유독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음. 정말 대니 할아버지 그러니까 잭의 아버지 얘기까지 나오고.. 소설을 읽어봐야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21:49   좋아요 0 | URL
왜 영화에서는 귀신이 미제국의 욕망으로 나오잖아요. 인디언 영혼이... 그런 식으로...
소설에는 그 부분이 전혀 없어요.

풀무 2014-07-2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들어 잭 토렌스의 심정이 너무너무 이해갈 때가 있습니다. (읭)

그나저나 이 글은 정말 재미지군요. 특급칭찬이야~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10:48   좋아요 0 | URL
특급칭찬이군요. 전 특급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하여튼 전 김희애'가 좀 가식적으로 느껴져요. 뭔가 좀 야리꾸리한 배우 가틈... ㅎㅎㅎ

그건 그렇고... 소설은 꽤 설득력있게 남자의 입장을 말합니다. 오버룩 호텔과 잭은 동일한 처지,
둘 다 단절되었습니ㅏ다.

풀무 2014-07-23 13:55   좋아요 0 | URL
드라마를 잘 못보게 된지 한참이지만.. 옛날을 떠올려 보면 그냥 자기관리 철저한 연예인 정도의 이미지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라라라 삼총사보다는 연기가 한 수 위였던 걸로.. (라라라 삼총사는 하희라 신애라 채시라)
이번에 밀회,라는 드라마가 무척 화제였다지요? 전 한 편도 못봤고 저 특급칭찬,이란 말만 유행어가 되어 회자되더라구요. 개그맨 김영철의 혼신의 연기(?). 패로디 정신을 높이 삽니다. 하하.

흑흑 단절.. 바로 그겁니다. 정말 책을 읽어봐야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21:41   좋아요 0 | URL
저도 드라마를 잘 못 봅니다. 주구장창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만 보니... 좀 삭막해지기는 한 거 같습니다. 지금도 야구 보면서 글을 남깁니다. 가끔 특급 배우가 가난한 삶을 연기하고는 하잖아요. 전 이 간극 때문에 집중이 안 됩니다. 백 억짜리 근사한 집에 살면서 끼니 걱정하는 연기를 하는 걸 보면... 뭔가 모순적이기에.....
맞다.. ㅋㅋㅋㅋ 김영철이 한 패로디했죠... ㅎㅎㅎㅎㅎㅎㅎㅎ

만화애니비평 2014-07-2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덕력증강을 위해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있습니다. 아마 집엔 내일 가나 올라온김에 인사차 덧글 남깁니다.

풀무 2014-07-23 14:12   좋아요 0 | URL
허, 지금 명동 쪽에 계시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21:42   좋아요 0 | URL
어헛 ~ 아니 휴가 중이시구랴... 거 리라 초등학교 있는 곳이죠 ? 영화 보기는 비오는 날이 최고이기는 하죠.
하여튼 잘 보고 오슈.... 귀뜸했으면 조촐하게 자리 함 마련했을 텐데 말입니다.

엄동 2014-07-2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문사진이 거의 매일 바뀌는군요

이번 사진이 제일 맘에 드네요ㅋ

업뎃되는 새글과 바뀌는 대문사진으로 곰발님 안부를 챙기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21:44   좋아요 0 | URL
제 유일한 취미가 대문사집 업뎃입니다.
직장 갈 때 만날 똑같은 옷 입고 나갈 순 엇잖아요.
그날 그날 글에 따라 유사 사진 올립니다.

lmicah 2014-07-2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쪽도 저는 관심 없는 분야네요..^^;; 브이 에이치 에쓰 시대 하드코어 고어 심령물이 돌고 돌았었는데요. 거의 매일 친구놈 집에 모여 WWF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또 봤죠. 워리워와 마초맨의 등장 음악이 들리면 가슴이 두근두근...
그러던 어느날 이상한 테이프가 동네를 돌았습니다. 이상하게 생긴 작달막한 아줌마가 기도를 하며 사람들의 허리나 다리(상처부위)를 때리면 피나 고름같은 것이 나오고 앉은뱅이로 무대 앞으로 나온 사람들이 갑자기 일어나서 춤추고 노래하고... 정말 무서웠어요. 교회라고는 달란트 잔치한다고 떡볶이 먹으러 간 기억밖에 없던 당시. OO기도원 이라 쓰인 비디오테이프가 왜 그때 그 친구놈 집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함께 본 친구들과 넋이 나간 채 부르르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크흐흐..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3 21:47   좋아요 0 | URL
이게 장르문학이라는 게 처음 접하면 적응이 잘 안 됩니다. 장르적 장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거든요. 그런데 적응 기간이 끝나면 술술 읽힙니다. ㅎㅎㅎㅎㅎ. 저도 공포영화 이런 거는 하나도 안 무서워하는데
왜 실화라고 하면서 재현하는 프로 있잖습니까. 고거는 엄청 무섭더라고요.....
아마 땡땡 기도원 비디오테이프는 공포 자체였겠습니다. 전 핸드폰으로 셀카 찍고 났는데 뒤에 보니깐
귀신 같은 사람이 나를 보고 있더라고요. 정말 놀라서 오줄 쌀 뻔했는데 알고 보니 그날 함께 술 마신 사람이었습니다. 술 취하니 딴 사람처럼 보였나 봅니다..ㅎㅎㅎㅎㅎ
 
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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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 

 

 

케이시는 습관처럼 영화감독 존 워터스의 일화를 들먹였다. 그의 초기작 < 핑크 플라밍고 > 에서 여장 남자 스타 디바인은 교외 잔디밭에서 개똥을 먹었다. 워터스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 빛나는 순간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결국 기자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 " 그깟 개똥 한 덩이 가지고 뭘 그래요 ? 덕분에 그 배우, 유명해졌잖아요. "

 

- 닥터 슬립 2, 208쪽 

 

 

처음 접한 브라이언 싱어 영화는 <<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 이었다. ( 내 기억으로는 << 유주얼 서스펙트 >> 보다 이 영화를 먼저 영접했다. 지금이야 거물이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그는 처음 듣는 초짜 감독이었다. ) 당시에는 스티븐 킹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은 무조건 의무감을 가지고 보았기 때문에 비디오 가게'에서 이 영화를 고른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킹-마니아 사이에서는 이 영화 원작 소설인 << 사계 >> 에 대한 평판이 좋았다. 킹의 대표작 혹은 " 버금 딸림 화음 " 정도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던 터'라 기대가 컸다. 그래서 영화 감상하기 좋은 " 길일 " 을 택하여 영화를 보았다. 내 예상과는 달리 영화는 평범했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했다고 말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답지 않게 진지하고 무거웠다는 데 그 원인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지나치게 영화가 " 야리꾸리 " 했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 동성애 영화 " 였다. 내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 쇼생크 탈출 >> 를 동성애 영화 범주로 보는 것과 같은 논리였다. ( 여기서 오해는 금물 : 내가 불만을 가진 부분은 이 영화가 동성애 영화라는 점이 아니라 원작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쇼생크 탈출 >>( 클릭 )  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가운데 하나'였다. 다라본트는 원작인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 가 가지고 있는 동성애 코드를 예리하게 감지했다. ) 스스로 얼토당토않는 해석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 생각을 쉽게 버릴 수는 없었다. 영화 속 두 남자의 관계가 수상했다. 

 

아, 저 끈적끈적한 눈빛은 대체 뭐지 ?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브라이언 싱어가 게이 감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내가 브리이언 싱어 감독의 소식을 접한 글은 연예 통신'이라기보다는 사회면 기사에 근접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 엑스맨 데이지 오브 퓨쳐 패스트 ( 이하 엑스맨으로 표기 ) >> 영화 개봉을 앞두고 미성년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 평소 여자를 돌같이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다른 식으로 말해서 " 커밍아웃 " 을 한 것이다.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꼴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십 년 전 내 의심은 사실로 밝혀졌다. << 엑스맨 >> 은 성소수자'였던 감독의 불안과 입장이 잘 드러난 영화'다.

 

이 영화를 40자평 형식으로 말하자면 :  "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 뭉쳐서 싸우자 !  " 만약 내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전략 기획 팀 소속으로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면 정치 프레임을 다음과 같이 설정했을 것이다. " 열 명의 마누라를 거느린 만수르가 과부 설움 알겠더냐 ?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 이것아 ! " 스티븐 킹 신작 << 닥터 슬립 >> 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브라이언 싱어의 << 엑스맨 >> 이었다. 마르크스와 앵겔스가 주먹 불끈 쥐며 외쳤던 "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 를 살짝 패로디하자면 " 하나의 유령이 미국 전역을 떠돌고 있다....... 만국의 샤이닝'이여, 단결하라 ! " 가 될 것이다.   " 샤이닝 " 은 초월적 힘'을 지시하는 그들 세계에서 쓰이는 은어'다.

 

그들은 죽은 자와 대화를 하며, 과거를 읽고, 접신을 하며, 생각을 훔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무당인 셈이다. 그들은 저주받은 불가촉 계급'이다. 소설 << 샤이닝 >> 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오버룩 호텔 복도를 돌아다녔던, 바가지 머리 스타일이 잘 어울렸던 대니얼 토랜스'는 성장해서 어른이 되지만 끔찍했던 트라우마(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가정 폭력)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또한 심각한 알콜중독자'로 추락한다. 초월적 힘'은 결국 대니'를 우울한 X맨'으로 만들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능력 때문에 사회로부터 소외된다. 하지만 자신과 똑같은 능력을 가진 X맨(아브라)를 만나는 순간 달라진다. 그들은 서로 연대하여 고난을 극복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샤이닝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긍정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이제 더 이상 괴물이 아니며 혼자가 아니다. 트루낫 집단이 새흡련(새천년흡혈귀권익옹호를위한대연합)으로 모였다면, 샤이닝 능력을 가진 자는 서로에 대한 동병상련'으로 모인다. 민주당 지지자인 스티븐 킹의 정치 색깔이 반영된 결과'이다. 주인공 대니얼 토랜스는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 타인의 전쟁 " 에 개입한다. 반면 흡혈귀 두목 로즈'는 수치심 때문에 복수를 결심한다. 심리학자 실반 톰킨스는 " 수치심이 우파 정치의 가치관과 이념을 움직이고 지배하는 핵심 정서라면 죄의식은 좌파 정치를 움직이는 핵심 정서( 제임스 길리건,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에서 부분 발췌 ) " 라고 지적한다.

 

그 점을 염두에 두면 로즈 무리는 민중의 피를 빠는 공화당 보수 지배 계급이고, 대니얼은 노동자 계급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 로즈 무리는 서열을 중시하는 집단이지만 대니얼 무리는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 할 말은 많으나 소설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여기서 끝내기로 하자. 갓 나온 신간 소설 줄거리를 자세하게 풀어 설명하는 것은 친절한 행위가 아니라 고약한 짓에 해당되니깐 말이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출판사가 제공한 줄거리를 내놓겠다. 내 책임은 아니다.

 

 

 

오버룩 호텔에서 살아남은 대니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오버룩 호텔의 유령들을 보며 공포에 떤다. 오버룩 호텔의 주방장이자 대니의 샤이닝 능력을 알고 있던 샤이닝 능력자 딕 할로런은 대니에게 유령들을 머릿속에 가두는 방법을 알려준다. 유령들의 괴롭힘에서 풀려난 대니는 아버지처럼 알코올에 의존하지 않고 살리라 다짐한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후, 대니는 중년이 되었지만 유년기의 다짐을 지키지 못한 채 알코올중독에 빠져 있다. 자신의 샤이닝 능력 때문에 괴로움을 잊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샤이닝 능력으로 호스피스 일을 하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쫓겨나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하다가 티니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친절한 몇몇의 조언으로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나가면서 스스로 새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가끔씩 폭풍우가 치는 위태로운 밤이나 심리적 안정을 잃을 때마다 샤이닝 능력이 발동하여 그를 괴롭힌다. 한편 그 즈음 애니스톤 지역에서 아브라라는 아이가 탄생한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9.11을 예견하는 염상을 부모에게 보내기도 하는 등 강력한 샤이닝을 갖고 있다. 아브라가 성장하던 어느 날, 그녀는 먼 곳에서 의문의 집단이 야구하는 소년을 괴롭혀 죽이고 거기서 나온 영기를 빨아들여 영생을 누리는 장면을 샤이닝으로 목격한다. 문제는 그녀가 목격했다는 것을 괴집단의 리더도 알게 된 것이다. 샤이닝 능력이 있는 아이들을 고문하고 죽여 그 영기를 마셔 강력해지는 괴집단 '트루 낫'은 수 세기 내에 발견할 수 없던 강력한 샤이닝을 가진 아브라를 추적하기에 이른다. 아브라는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자, 오래 전부터 지켜보아오던 대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 출판사 제공

 

 

분명한 것은 킹은 이 소설에서 소수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 !  킹은 독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킹이 그대를 속이는 법은 없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저잣거리 잡배들이나 쓰는 까칠한 입말 표현은 이 소설'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 " 엿이나 드세요, 엄마 " 라는 문장 앞에서 나는 꽤 오랫동안 낄낄거렸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현대 미국 문학의 신화가 될 작가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경이롭다. 소설에서 " 열기구 소년의 아빠 기억하시죠 ? (105쪽) " 라거나 " 에이미 와인하우스처럼 꼴까닥하게 돼 ( 189쪽) " 라는 문장을 발견할 때마다 < 왕과 나 > 는 동시대인'이란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열기구 아들 실종 사기 사건과 와인하우스 쇼크사'는 각주를 통해서나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독자가 얼마 전에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쉽게 접했던 사건들이었으니 말이다. 이 자리를 통해 고백하련다. 스티븐 킹 소설에 대한 평가만큼은 공정한 잣대를 상실한 지 오래이다. 재미없어도 재미있고, 재미있으면 감동해서 울컥하게 된다. 으리.... 그래, 맞다. 으리 때문에 읽는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1960년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당시 경마 기록표나 로또 당첨 번호 목록을 가지고 가는 대신 스티븐 킹 소설 몇 권을 가지고 가겠다. 필사를 해서 출판사에 넘기면 로또보다 많은 금액과 명성을 얻으리라. 킹은 킹이다. 나는 그곳에서 곰곰생각하는발'이란 이름을 버리고 스티브 킴'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리라.

 

당신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내 불알은 뜨겁다. 오오, 킹이여 ! 가는 길에 영광(에서 굴비!)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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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7-2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새벽 3시까지 읽었네요. 샤이닝보단 덜 재미나지만 ..역시 킹.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0 19:21   좋아요 0 | URL
사실 전 킹 소설에 대한 비판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냥, 살아서 소설 내주는 게 고맙고 감동적이고 그렇습니다. 킹을 보면 글쓰기가 졸라 쉬운가 보다... 그런 생각도 합니다. 도대체 10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을 1년도 안 되서 어찌 그리 만들어내는지 신기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영화 예고편을 보니 망한 영화 같다. 멍청아, 킹 영화는 진지 빨지 말고 좀 거칠고 삐급 스럽게 다가가라. 어째, 북트레일러보다도 못 만드냐.. 할 말이 없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트루낫'이라는 집단인데, 이들은 서로 아픈 사연을 가지고 모인 아웃사이더처럼 묘사된다. 그들도 살기 위해서 나름 연대를 하고 사랑을 하고 동료의 죽음에 슬퍼한다. 영화 예고편처럼 간지나는 집단은 아니라는 점이다. 똥냄새 풀풀 풍기고 말을 더듬는 여자도 있고, 그렇다. 나름 째째한 집단이다. 킹 소설이 빛을 내는 지점이다.

유구일턴 2014-07-21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킹영화치고 성공한게 쇼생크 랑 괴물 말고는 없다는...샤이닝도 영화는 글쎄?임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1 11:24   좋아요 0 | URL
괴물 원작은 따로 있습니다. 미저리'도 왜 대박치지 않았습니까. 스탠 바이 미'도 있고 말이죠.... 그나저나 오랜만이네요. 유구일턴 님 !

수다맨 2014-07-22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기 전에 디바인 개똥 먹는 사진 보고 뿜었습니다 ㅎㅎㅎ 실제로 진짜 개똥 먹는 바람에 몸속에 진짜로 기생충이 생겨서 디바인 꽤나 고생했다고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2 12:04   좋아요 0 | URL
디바인 진짜 개똥 먹었죠. 저 장면에서 어찌나 통쾌하고 웃기던지.......
이 영화는 참 구하기 힘든 영화였습니다. 그나저나 기생충으로 고생했군요. 기생충 약을 먹어야지.. 멍청하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