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추세라면 ' 돌풍 ' 이 아니라 ' 쓰나미급 ' 이다. 영화 << 명랑 >> 흥행몰이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목표는 1000만'이 아니라 1500만'이다. 만약에 << 명랑 >> 이 1500만을 돌파한다면 한국 영화 시장은 새롭게 형성될 것이다. << 괴물 >> 보다 200만 명이 더 보았다는, 산술적 의미'가 아니다. 영화 제작에 200억을 쏟아붓고도 이윤을 낼 수 있다는 청신호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판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쉽게 말해서 " 쩜 " 당 100원짜리 내기 화투'에서 판돈을 150원으로 올린 꼴이다. 판돈이 올랐으니 딸 때는 오지게 동전을 긁어모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잃을 때는 오지게 잃을 것이다. 그게 게임의 룰'이다. 영화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관객은 10대와

 

20대다. 광(光)이라도 팔아서 이익을 내려면 10대와 20대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1000만 관객 동원에 결정적 힘을 보태는 세대는 50대 이상'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박근혜 지지자를 끌여들이지 못하면 1000만 관객을 동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 미녀는 괴로워 >> 라는 영화가 매우 잘 만든 오락 영화였지만 1000만 관객에 실패한 이유는 중장년층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만한 동력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중장년층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 민족애 " 와 " 가족애 " 를 양념으로 깔아야 한다. 민족애와 가족애는 10대부터 60대,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적 정서'이니깐 말이다.  이 정서( 민족애와 가족애)를 관통하는 것은 " 가족주의 " 다. 가족애'라는 혈맹과 순혈 욕망을 확장한 것이 민족애'이니 거기서

 

거기인 셈이다. 1000만 신화'를 알린 << 실미도 >> 와 << 태극기 휘날리며 >> 는 북한이라는 선명한 적을 내세워서 중장년층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거리에서 가스통에 불을 붙이거나 하천 굴다리 밑에 놓인 트레일러에서 화투나 치며 놀던 해병전우회 노인들도 극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 실미도 >> 는 작품성이 좆같아도 민족주의에 기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새누리당이 북풍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듯이 충무로는 민족주의를 앞세워서 영화 장사를 했고 성공했다. 반면 괴물, 해운대, 7번 방의 선물, 광해, 변호인'은 가족주의를 내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변호인과 광해'는 겉으로는 노무현에 대한 향수를 담은 정치 영화처럼 보이

 

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좋은 아버지에 대한 롤모델로써 노무현을 이용한 영화였다. 죽은 아버지(노무현)에 대한 빈 자리'를 변호인과 광해가 채운 꼴이다. 애비 없는 자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향수를 달랜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바른 정치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는 애비 없는 자식들을 노린 충무로용 힐링 무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순신'은 다양한 소비자 " 니즈 " 를 채워주는 인물이다. 민족주의란 이름으로 가스통 할배와 해병전우회 할배를 끌어들일 수 있고, 강한 아버지에 대한 열망을 채워줄 수도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라는 말은 얼마나 가족주의에 와 닿는가 ! 그동안 충무로가 충무공'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순신은 거북선을 끝까지 지켰지만, 청해진 선장은 배를 버리고 달아났으며, 청와대 선장은 그 시각 7시간 동안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 명랑 >> 에 대한 분석은 판타지 님이 작성한 " 명랑, 거기 없는 것을 말하지 말라 " 로 대체하겠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이 양반,  그리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이 글은 글쓴이가 약 빨고 쓴 글이 분명하다.

 

 

 

 

+ 덧대기

 

<< 명량 >> 이 개봉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국 스크린 수 2200개 가운데 1600개를 ' 명량 '이 차지했으니 70% 를 훌쩍 넘긴 경우'다. 멀티플렉스 전성 시대 이후, " 가늘고 길게 " 상영 전략을 세우던 방식에서 " 짧고 굵게 " 상영하는 전략으로 바뀌었다. 초대박 흥행 영화라고 해서 극장에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훅 들어왔다 훅 나가는 거 맞지 ? 맞지 ! 대한민국 소비자는 팔 할이 얼리 어답터'이다. 상도덕이라는 게 있다. 같은 장사를 하더라도 최소한 예의를 갖추자는 말이다. 초대형 흥행 영화'라고 해도 미국 같은 경우는 전체 스크린의 30% 선을 넘지 않는다. 흥행에 자신 있다면 작은 영화가 개봉할 스크린 수를 양보해도 된다.

 

내놓은 스크린 수만큼 상영일수를 늘리면 되니깐 말이다. 1000만 돌파'라는 기록이 얼핏 보면 한국 영화의 부흥을 알리는 지표로 보이지만 중소 영화 제작사의 경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뻐할 수만은 없다. 한쪽이 대박을 차면 다른 한쪽은 쪽박을 차는 법이다. 혼자만 살 잘믄 무슨 재민겨 ? 다 같이 먹고 살자 !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24836 : 변호인, 착한 사람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9516 : 실미도, 우린 죽지 않아 !!

 

 


 

 

 

 

 

 

명량 : 거기 없는 것을 말하지 말라

 

 

글 fantasy

 

 

또 다시 한 편의 영화가 천 만 관객 동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범상한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그 추세가 남다르다. <명량>88일 현재 개봉 11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이는 최단기간 800만 관객 돌파로 기존 기록(<도둑들>. 16)6일이나 단축한 결과라고 한다. 이 기세라면 관객수 1.500만도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1.500만 관객수를 단순히 <도둑들>보다 200만 명 더 본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하나의 산업적 예시. 관객수 1.500만의 벽이 뚫린다면 순수 내수 시장만으로 제작비 200억 이상의 영화들이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 <명량>의 흥행 추이는 대한민국 제도권 영화 시장의 생태를 바꿔버릴 만한 행보가 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가히 전례 없는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한 수치다. 지금 대중은 미친 듯이 <명량>에 몰리고 있다.

 

그런데 흥행속도에 비해 의외로 <명량>이 불러일으키는 반향과 파급력이 신드롬이라 부를 만큼 그리 압도적인 것 같진 않다. 외려 무지막지한 그 흥행 추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명량>에 대해 대중들이 느끼고 있는 모종의 피로감이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미 많은 이들이 <명량>의 흥행에 대해 각자의 가설을 내놓았다. 누군가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 덕분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이순신 덕분이라고 말하며, 누군가는 스크린 독과점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영화의 비정상적 흥행(과 대중의 피로감)을 자명하게 설명하는 원인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 천만 영화에 대한 각종 담론의 무의미한 반복이 피로감을 주는 것이라고.

 

그 담론의 중심 키워드는 아마도 힐링리더일 것이다. 유행이 지나간 것처럼 보였던 이 두 단어는 매년마다 유령처럼 돌아오고 있다. 시작은 <광해>이었다. 정치의 해인 2012년 가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단숨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였다. 모두들 광해 같은 리더가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생각했다. 3개월 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이듬해 <변호인>이 도착했다. 모두들 노무현 같은 리더가 우리를 우울에서 구출하리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변호인>이 무엇을 바꾸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변호인>이 취사선택한 방식의 영웅서사가 지니는 위험성에 대해선 이미 개봉 당시에 글로 남긴 바 있다. 모두가 이 두 영화를 도구 삼아 정치의 본질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다. <광해>의 경우는 거기 없는 것(정치적 논쟁)을 굳이 끄집어내면서, <변호인>의 경우는 거기에 분명히 있는 것(노무현)을 외면해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또 다음해 <명량>이 출현했다. 이 영화는 세월호 침몰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이 응답한 영화다. 이순신의 리더십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돌림노래의 한 형태로 머물게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명량>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명량>은 명량해전이 시작되기 전의 상황을 묘사하는 전반부와 본격적인 명량해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후반부로 나뉘어 있다. 많은 이들의 지적대로 전반부를 채우는 건 리더로서의 이순신의 딜레마와 그에 대한 영화적 질문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뿐, 확장되거나 깊어지지 않는 단순한 위기의 나열이다. tv 다큐멘터리와 재연드라마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듯한 영상과 성의 없는 캐릭터들의 등/퇴장, 여기에 이순신의 강박적인 명대사 퍼레이드로 채워진 1시간가량의 전반부를 쉽게 버티면서 보기 힘들다. 돌려 말할 것 없이 <명량>의 전반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후지다. 신기한 건,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영화의 내적 빈곤함을 지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은 영화 내내 주문처럼 나열되던 이순신의 어록과 선택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극중 이순신의 아들 이회는 오로지 이순신의 판단력과 통찰의 위대함을 감탄하는 역할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순신과 이회가 대화를 하는 장면의 대부분은 적어도 영화를 평가하는 입장에서라면, 캐릭터의 도구적 사용과 주제 전달의 촌스러운 방식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관객은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한 것이다.”라는 이순신의 말을 기억한다. 왜 그 장면이 그 맥락에서 등장하는지에 대해서 영화도, 관객도 질문하지 않고 있다. 영화 안에서 장면과 이야기가 성립될 수 있는 핵심적 질문과 요구를 모두 무시하고 그럴 듯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봉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겠다. <명량>은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들 중 가장 구성이 아마추어적인 영화다. 이전의 천만 관객 영화들은 대체로 관습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었지만 적어도 아마추어적이지는 않았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영화의 대박을 납득할 수 있었다. 그 말은 곧 관객이 <명량>을 볼 때, 영화 자체를 본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기존의 깔끔하게 정제된 이미지를 확인하러 온다는 인상으로 연결된다.

 

전반부의 늘어지는 지루함을 하나의 특정 전투에 집중한 영화의 구성의 일환으로 변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명량해전이 시작되는 후반부에도 영화는 전반부의 단점을 고스란히 이어간다. 간단하게 말해서 아직도 이순신이 어떻게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영화는 이순신의 전략과 전투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없이 시각효과로 눈을 멀게 한 뒤, 전투의 승패의 정보를 전달할 뿐이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일본 장수들은 시나리오 작법 상, 아무 것도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없는 캐릭터들이다. 영화가 명량해전을 얼마만큼 충실히 고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영화 안에 묘사되고 있는 명량해전은 지독하게 지루하다. 여기엔 상황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구성이 부재하고 있다.

 

<명량>의 흥행에 대해 누구나 쉽게 말한다. 그건 현실에서 보기 힘든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실의 한심한 리더들에게 지친 대중의 잠재의식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열망으로 향한 것이다. 과연 그런가? 정녕 이 영화 안에 이순신의 리더로서의 딜레마를 질문하는 대목이 있던가. 오히려 <명량>은 영화 내내 이순신을 혼자 있게 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지지부진한 위기 상황이 반복되면서 본격적으로 명량해전이 시작될 때까지 시간을 채울 뿐이다. 사실상 <명량>이라는 영화 속 이순신 캐릭터의 구축은 관객의 뇌 속에서 이미 배경지식을 통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이순신에 대한 재해석과 질문의 자리를 그럴 듯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옮겨놓는다. 돌려 말할 필요 없이 <명량>이라는 영화 안에 백성을 위한 영웅의 면모와 진정한 리더로서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를 묘사한 적도, 설명한 적도 없으며 심지어 방점을 두지도 않았다. 언제부터 영화에서 맥락 없이 던지는 몇 마디 대사와 그럴 듯한 이미지 메이킹이 영화의 핵심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는가. 관객들은 당최 영화의 어떤 장면을 보고 이순신을 진정한 리더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해전이 진행되는 후반부에 이르면 디테일에 대한 최소한의 리얼리티도 실종된다. 주제를 끼워 맞추기 위해 작위적으로 동원되는 백성들의 장면에서 특히 그러하다. 정씨 여인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죽어가는 임준영의 말을 알아듣고 치마를 펄럭이는 장면, 십수명의 백성들이 손으로 판옥선을 소용돌이에서 끄집어내는 장면에 이르면 지구의 물리적 한계를 무시해버리는 그 실험적 상상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보기 민망한 장면 묘사는 영화의 얄팍한 전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백성이 이순신과 함께 싸우며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라는 의미와 이미지 메이킹을 보여주고 있을 뿐, 그에 대한 어떠한 영화적 묘사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만 전달하고 싶다면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 없이 tv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이 대목에서 이 영화를 tv의 자리를 침범하고자 하는 실험적인 메타시네마로 보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구체적 묘사와 최소한의 리얼리티 보존을 못한 게 아니라 안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화답하듯 관객 또한 여기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있다. 고작 그럴 듯한 이미지와 아주 단순한 의미 단위. 이것이 우리 세대의 관객이 직면한 시네마인가.

 

전투가 일단락되자 배 안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후손들이 알까?” 누군가 대답한다. “모르면 호로자슥들이지.” 이 대화가 오가는 순간, 나는 관객의 입장에서 민망함을 참을 수 없었다. 주제를 끼워 맞추기 위해 전투가 펼쳐지는 몇몇 장면에서 백성들이 작위적으로 개입하는 대목은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더 나아가 영화가 이 대사를 관객에게 들려주고 주제를 노골적으로 가르치려 들 때, 영화는 관객과의 사적인 만남을 중단하고 관객을 애국심을 가지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국민의 한 사람으로 호명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대사는 고증의 산물이 아니며 명백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차라리 대화라기보다는 온전히 스크린 밖의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후손들을 향해 발사되는 계몽주의 연극에 가깝다. <명량>은 고문당하고 있는 단독자의 얼굴에서 출발하여 백성들의 작위적 대사를 통해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이상한 방식으로 끝맺는다. 이것이 영화가 생각하는 백성을 향한 충이라면 나는 그 태도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다시 질문하고 싶다. 정말로 그게 거기에 있었던가. 나는 관객이 <변호인><명량>이라는 어떤 특정한 영화를 보러 온 게 아니라 노무현과 이순신이라는 원형적 이미지를 ()확인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명량>은 영화가 포함하고 있는 거의 모든 요소에서 구제불능 상태인 영화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세대의 관객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걸어 다니면서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빠르게 옮겨 다니는 관객에게 이야기, 캐릭터, 장면의 맥락은 더 이상 영화 감상의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남아 있는 건 극도로 단순화 된 한 줄의 의미가 유일하다. 대중들은 마녀만 갈아 치워가며 사냥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구원자조차 주기적으로 갈아 치워가며 카타르시스를 체험한다(고 믿는다).

 

신파는 패배만 거듭하는 한국 서민의 변형된 저항의 형태이며 마조히즘에 의한 자기해방의 수단이다.”라는 고 이영일 평론가의 한국 신파영화 사조에 대한 지적은 문장 속 신파의 자리가 괄호 쳐진 채로 2010년 이후 대한민국에 적절히 도착한다. 나는 그들이 특정한 영화들을 보고 정말로 구원을 바라는 것인지, 정말로 힐링을 받은 것인지 의문스럽다. 어쩌면 그들은 지금 이상한 착각 혹은 이상한 습관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빠른 소비와 빠른 망각, 그리고 끝없는 되풀이. 본질적 원인은 해결되지 않은 채, 초조함에 시달리며 표백된 영웅의 승리담을 통해 일시적 자위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 영화관객의 특성이다.

  

영화는 에필로그에서 감동 받은 관객을 위해 6년 전 한산도로 돌아가 이순신의 또 하나의 승리담을 예고한다(<명량>3부작으로 계획될 예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패배의 역사를 끝없이 지연시키고 깔끔하게 표백된 서사를 반복한다. 앞서 말한 대로 무모해보이던 주인공의 윤리적 승리를 다루는 서사는 이제 2010년 이후 한국영화의 변형된 신파이자 빙빙 도는 후렴구가 되었다. 한쪽에서 끊임없이 힘든 시절의 자학과 패배를 통한 마조히즘적 쾌감에 도취되고 있다면, 다른 한쪽에선 이 힘든 시절을 벗어나게 해주리라 믿는 영웅의 서사가 주는 쾌감에 눈물을 흘린다. 물론 여기엔 영웅의 선택에 대한 딜레마와 질문이 결여되어 있으며 영화적 묘사에 대한 욕망도 부재하고 있다.

 

딜레마 없는 영웅에 대한 이 비정상적인 호응이 우리 세대의 병리를 진단할 수 있을까. <변호인>에 대한, 그러나 <명량>을 비롯한 무수한 영화들에게도 유효한 허문영 평론가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생각을 더 하고 싶다. “살균과 표백으로 제거된 것은 우리의 죄의식과 질문들이다. 이 수의가 많은 사람들, 이 영화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울게 했다면, 실은 우리가 살균과 표백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죄의식의 연루와 대답 없는 질문들의 미로를 벗어나고픈 욕망, ‘선한우리의 고단함과 불행이 악한그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싶은 충동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응시해야 할 것은, 이 한편의 영화 이전에 그 욕망과 충동일 것이다.” <명량>이라는 영화는 완전히 표백되어 텅 비어있다. 그러니 우리는 거기 없는 것을 본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PS1. “살이 에이듯이 추운 날이다. 옷 없는 병졸들이 움츠리고 앉아 추위에 떨고 있다. 군량은 바닥났다. 군량은 오지 않았다”(<난중일기>, 1594120). <명량>은 러닝타임 내내 보여주는 무수한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의 건조한 언어가 내포하는 냉철한 영웅의 면모를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PS2. 2005, 배우 최민식은 한국영화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무릎을 꿇어가며 시위를 벌였고, 10년 뒤 본인이 주연한 영화 <명량>으로 스크린 깡패짓을 시전하고 있다. 지인의 불평에 따르면 일찍이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투자, 제작, 배급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영화의 수준과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한다. 그 염려의 시간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니 뭐니 자위하면서 멍청하게 보내다가 결국 우리가 맞이하게 된 건 <광해><명량>1600개의 스크린이다. 관객의 마음이란 정말 도저히 모르겠다. CJ의 기획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불평하고 싶은 건 최근의 영화평론가들은 과거의 정성일처럼 기형적 환경을 염려하기는커녕, 그 환경에 붙어서 기생하거나 혹은 신기루처럼 잠시나마 반짝였던 10여 년 전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기를 들먹이며 최근의 CJ산 공산품 영화들을 기계적으로 비판하는 꼰대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이젠 어떤 비평가에게도 2003년에 대해 듣고 싶지 않다). 후진 영화가 양산되기 때문에 후진 비평가들이 되는 걸까. 잘 모르겠다. (모든 신드롬이 그렇겠지만) <명량>의 비정상적인 흥행은 단순히 하나의 요소를 찬미하거나 하나의 독소를 비판하는 것으로 명쾌해질 것 같지 않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인물이 뜨면 리더십이 뜬다는 것은 공식이 되었다. 히딩크 리더십으로 책을 팔고, 박칼린 리더십으로도 책을 팔았으니 이젠 이순신 리더십이 뜨겠구나. 하긴 새들도 세상을 뜨는 판국에 이순신이라고 안 뜰 이유는 없지.....

풀무 2014-08-0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뜬금포 덧글일 수도 있으나.. 지인과 세월호 때 올해 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라인업이 죄다 바다 영화이니 망할 건 불보듯 뻔한 일, 영화판에 쏟은 돈 있으면 빨리 회수하란 얘기를 오간 적 있었는데.. 이렇게 흥행폭풍이라니 진짜 사건은 잊혀지고 그 자리를 이순신이 채워 넣는군요. 전 늘 동시대 사람들을 과대평가(아니 과소평가인가?)하는 병신인 듯. 이 허접 센스로 영화일 안 하길 잘 한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7:32   좋아요 0 | URL
진짜 영화 흥행은 아무도 모릅니다. 전문가가 없어요. 제 보스도 그냥 어디서 쓰레기 같은 작품 하나 가져와서 생각 없이 상영했는데 대박난 경우도 있고, 그 판돈 키워서 대형 초대형 영화수입해서 목숨 걸었는데 그지된 경우도 봤습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진짜 영화판은 위험사업입니다. 심형래 보십시요...
완전 그지되었잖아요. 이 양반 모 티븨에 나와서 술 마시면서 말하는 토크쇼 비스무리한 거 나왔는데
진짜 망가졌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코미디언이어서 웃기면서 토크하려고 해도 바탕이 무너지니 그게 안 되더라고요. 어찌나 안쓰럽던지.....

양손잡이 2014-08-0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본 영화 중에 최악이었어요...
영화로서 진짜 졸작이었음.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7:29   좋아요 0 | URL
오, 최악이었나요 ? 이순신 3부작 가운데 하나로 기획했으니, 더군다나 흥행 초대박이 났으니 3부까진 갈 것 같습니다만....

봄밤 2014-08-0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판타지 님의 글 더 읽어봤습니다. 괴물같은 분들이 너무 많네요.
명량의 소식에 멀찍이 있었는데, 오늘 스치는 뉴스에서 대통령이 영화를 봤다는게 회자되더군요. 그 옛날의 명량이 현실을 덥치고 휩쓸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주 좋은 때에 불어온 파도...입니다. 시선을 명량으로 아주 다 날려버리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1:39   좋아요 0 | URL
잊지 말아야 할 맹골수로 이야기는 잊고, 명량으로 대체하는, 가짜가 진짜 흉내를 냅니다.

유구일턴 2014-08-1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량..그냥 잘 본 영화였어요 굳이 졸린부분도 있었지만 전투장면은 외국인들도 대단해하던데...저두 재밌게 봄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1:40   좋아요 0 | URL
사실... 이제 왠만하면 다 시쥐로 처리해서 뭰만한 국가도 이런 퀄리티는 기본입니다.
태국만 해도 퀄리티가 장난이 아닙니다. 전 이 영화 안 봐서 패쑤 ~~

samadhi(眞我) 2014-08-1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편이랑 보려고 하다가 지나친 민족주의에 진지 그 자체라고 듣고, 결정적으로 "재미없다"는 얘기에 접었습니다. 광양에서 촬영해서(남편이 광양 사람이라) 봐주자고 했지만, 아닌 건 아니니까. 처음 이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가 돌았을 때 김훈,『칼의 노래』같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했지요. 그랬다간 흥행이 안됐겠지만요^^. 갈수록 최민식의 행보가 실망스러워요. 송강호 횽아한테 안되는 듯해요. 점점 속물이 돼가는 것 같아요. 아님 처음부터 그랬는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특히 가족애를 포장한 지독한 배타주의에 신물이 나요. 미국이나 일본이 제나라가 추구하는 "주의" 답게 그런 영화를 많이 만들지요. 정말 소름끼치게 싫어요. 즈그(자기)식구만 귀한 줄 아는 문화. 그래서 더욱 육아에 대한 거부감이 커요. 아이가 있으면 가족주의가 강화되게 마련이니까요. 자식 둘을 두고도 목숨 바친 윤봉길 같은 사람처럼 되긴 쉽지 않으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2:49   좋아요 0 | URL
마침 제가 덧대기 글을 쓰고 있는데 그 사이 댓글 달고 도망치셨군요.
1000만 관객 영화가 탄생하면 한국 영화 르네상스구나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아무리 거대한 흥행영화라고 해도 전체 스크린수에서 30%으로 조정합니다.
다른 영화를 위해서 말이죠. 다른 영화들도 여름 성수기를 위해 준비했을 거 아닙니까.
혼자 70%를 점령하면 다른 영화들이 죽고 영화사가 죽습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30% 선을 유지해요/ 제가 알기로는 법적 장치는 아니고 그냥 일종의 상도덕이라고나 할까요 ?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게 없어요. 닝기미 인구 5000만인 나라에서 2주만에 1000만이 들어왔다는 사실은 전체 스크린을 아예 독점했기에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계산해 보니 전체 스크린수의 70%를 명량이 독점했군요. 다른 식으로 말하면 여름 성수기용 영화를 열심히 준비했던 다른 영화사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결론이 납니다. 이건 영화 전체 시장에서 좋은 결과가 아닙니다. 흥행에 자신 있다면
스크린수 50%만 점령하고 나머지는 다른 영화사 작품에 줘야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

양심이 없는 거죠. 김한민인가 뭔가 하는 놈은 영화에 대한 기본 상도덕이 없는 놈입니다.

아니마토 2014-08-1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도 끼어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설탕회사의 밀어주기도 어마어마하지만
문제는 그 수많은 상영관의 객석 점유율이 90프로에 육박한다는 거죠.
관객들이 많이 찾으면, 자본주의 논리에서는 많이 걸어놓는 게 당연하고요. 말씀하신대로 상도덕이란 게 있지만, 설탕회사한테 그런걸 기대할 수는 없잖아요 ㅎ
오늘만해도, 일요일이죠, 오전부터 쭉 관객점유율이 80-90프로를 넘나듭니다. 역린 같은 경우도 스크린폭격 장난아니었지만 관객점유율이 단기간에 쭉 빠져버리는 바람에 설탕회사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스크린 줄여버렸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5:52   좋아요 0 | URL
설탕회사..ㅋ ㅋㅋㅋㅋ 한참 생각했습니다. 왜 설탕회사가.. 하다가.. 아하 ~

위에서도 지적했다시피 미국은 좌석점유율이 100%라고 해도 전체 스크린수를 30%선을 유지하죠. 좌석을 내놓는 대신 상영일수를늘리면 되는 문제이니깐 말입니다. 객석정유율 90%를 곰곰 생각하면 극장 프라임 시간대를 보면 거의 다 이 영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 취향의 영화는 보니깐 밤 12시에 1회 상영하고 끝나더군요. 밤 12시에 누가 봅니까.... 한 영화만 밀어주니 자연스럽게 명량 보게 됩니다.

마태우스 2014-08-1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명량은 보고픈 마음이 없어요. 저만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명량의 승자가 이순신이라는 걸 잘 알고 있고, 그걸 새롭게 해석한 영화라면 모를까 리뷰들을 보니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어제 가디안 어쩌고 하는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천안의 극장 두 개 중 하나에선 아예 안하더라고요. 명량이 스크린을 6개나 차지한 덕분이죠. 이런 식으로 꼭 봐야 한다고 물량공세를 퍼붓다보니 반발심이 생기더이다. 1500만이 본다해도 전 기꺼이 3500만 중의 하나가 되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8:20   좋아요 0 | URL
명랑보다는 군도가 재미있을 거 같던데요... 군도 보십시요. 요거 아직도 하려나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갤럭시 저도 이 영화에 기대 많이 걸고 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10개관에 8개씩 상영하면 정말 짜증나죠. 제가 보고 싶은 영화는 교차상영으로 밤 12시에 1회 상영하고... 이게 보라는 건지 보지 말라는 건지... 참.....
 

 

 

 

클리셰란 무엇인가 ?

 

 

클리셰'란 상투적인 표현이나 장치'를 뜻한다. " 우레와 같은  박수" 라든지, " 장대 같은 비 " 가 그 예이다.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글 좀 쓴다는 고수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차라리 수박 같은 박수 혹은 젖가락 같은 비'가 더 신선해 보인다. 이 판에 박힌 표현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장을 볼 때'는 꼭  장바구니 속에 대파'가 들어있는 식이다. 그리고 알뜰 주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콩나물 흥정'이다. 콩나물 가격 흥정하며 실랑이질하다가 ( 주인 동의 없이 ) 콩나물 한줌 봉투에 담은 후 냅다 도망친다. 볼 때마다 불쾌해지는 장면이다.  이것은 < 흥정 > 문화가 아니라 < 절취 > 다. 

 

내가 드라마 속 상인이었다면 그 여자를 콩나물 절취'로 고소했을 것이다. 클리셰란 원래  인쇄할 때 사용하는 연판(鉛版) 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순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판박이 혹은 틀에 박힌 틀 정도 되겠다. 그러니깐   클리셰란 진부한 모든 것'이다. 진부하다는 것,  그것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예측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측불허의 반대말이 클리셰다. 뻔한 한국 드라마 속 클리셰를 보자 : 운명이란 지랄같아서 끌린다 싶으면 오누이다.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이 뒷목 잡고 쓰러지면 의식불명 상태이고, 눈을 뜬다 해도 기억상실증이다. 누구떼여 ? 오누이가 아니다 싶으면 둘 중 하나는 불치병이고,  싸가지 없다 싶으면 재벌2세요 ( 설령 싸가지가 있는 재벌2세라면 그 부모가 싸가지가 없다 ) ,

 

설상가상 재벌은 꼭 가난한 사람'에게만 꼴린다.  계급 사회인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네버, 결코 벌어지지 않는 신데렐라 이야기다. 드라마 1회만 보면 16부작 기획 드라마 마지막 쪽대본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청자는 " 내가 네 오빠다 ! " 라는 진부한 커밍아웃보다는  스타워즈에서 선보인 " 내가 네 애비다 ! " 라는 의외의 반전에 열광하지만,  이런 명대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 다스베이더가 주인공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미리 예상했던 놈 나와 봐라 ! ) 당신이 내 아비라니, 다스베이더 당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와 영화'는 끊임없이 클리셰'라는 진부한  장치'를 이용한다.  왜냐하면  익숙한 설정이 관객들에게 친숙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콩나무 무단 절취 에피소드만 해도 그렇다.

 

이 한 장면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시청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등장인물 k 주부'는 알뜰주부이면서 동시에 억척스러운 아줌마이며, 내 몸 치장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다. 이 인물 설정을 콩나물 무단 절취 장면으로 간단하게 끝내는 것이다. 이처럼 클리셰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놈이다. 마찬가지로 느와르 영화에서 우리는 영화 속 팜므파탈'을 단번에 파악하게 된다. 챙이 넓은 모자에 담배를 피우는 여자'는 100퍼센트 남자 주인공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요부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오로지 영화 속 탐정뿐이다. 느와르 영화에서 감독이 이런 진부한 영화적 장치'를 자주 이용하는 까닭은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챙 넓은 모자,  얼굴을 가린 베일,  새빨간 킬힐 그리고 담배라는  클리셰 4종 세트'는  중심 캐릭터가 아닌 주변 캐릭터를 설명하느라 뜸을 들여야 하는 시간들을 최소화한다. 런닝 타임이 정해진 영화에서 골든 타임'보다 언저리 타임'이 길게 되면 그 영화는 망한다. 우리는 이 소품'이 의미하는 바' 를 단번에 알아차린다.  클리셰 4종 세트를 몸에 주렁주렁 달고 등장한 금발 여자가 무대에 나오자마자 관객은 외친다.  " 나쁜 년 ! "  대사 한 마디 없이도 그녀는 관객의 괄약근을 조이는 힘을 발휘한다. 그것이 바로 감독이 노리는 것이여 !   하지만 이러한 장치'를 지나치게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 알고 보니 오누이' > 라는 클리셰가 나쁘지는 않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그렇게 대충 그까이꺼 뭐 그런 미지근한 사랑을 해서

 

애 낳고 그냥 그렇게 대충 그까이꺼 뭐 그냥 구질구질하게 살았더라, 라는 평범한 드라마를 볼 인간이 어디 있는가 ?  시청자와 관객은 특별한 사랑을 원한다. 그래서 < 알고보니 오누이 > 라는 극한의 설정에 끌린다. 그런데 문제는 알고 보니  어릴 때 헤어진 오누이'인데 누이 양'은 백혈병이다.  설상가상  오 군'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기억상실이닷 ?!  알면서 속는다지만 이 정도면 해도 너무한 설정이다.  " 오 군, 나야. 누이... 나, 누이라고 ?  서...설마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 "   오 군은 누이 양을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는  펄펄 끓는 물 속의 계란처럼 부들부들  떨리지만 이내 냉정을 찾는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면 다시 얌전한 자세로 돌아오는 계란처럼.   "  당신은,  누....

 

구세요 ?  "  방긋 !!!!

 

기억상실인 줄 알았던 오 군은 떠나가는 누이 양'을 보면 눈물 흘린다. 알고 보니 기억상실 환자인 척한 것. 누구를 위해서 ?  누이 양을 위해서 !  얼씨구, 세상의 간지는 모두 오 군의 몫이구나... 바로 이런 것이 막장이다. 대한민국 막장을 대표하는 드라마가 바로 < 이명박 정부 > 다. 1부만 봐도 16부의 줄거리 밑그림이 그려진다. 뻔하다. 그래서 뻔뻔하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막장이다. 반전은 없다. 병역 면제 문제로 탈락되면 그 자리를 다시 병역 면제 받은 놈이 총리 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민다. 뭐 대충 이렇게 돌아간다. 그러니 이 드라마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이런 진상 드라마는 채널을 돌리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돌린 채널에서는 지금 드라마 < 박근혜 정부 > 가  시작된다. 

 

그러니 고개를 돌려서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 게시판에 불꽃싸다구를 날려야 한다. 우, 우우우우.   불륜드라마,  적당히 합시다, 잉......

 

 

2011/07/20 14:34, 네이버 블로그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만화애니비평 2014-08-0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셰가 열광되는 이유는 우리 대중문화가 되돌이표란 것이죠. 결국 창의성 없이 자기들만의 이야기,
저는 공감이란 것이 요새 안 좋게 보입니다. 같은 감정이란 뜻인데
감정이 윤리적으로 이입되는 게 아니라 타인을 헐뜯는 것으로
자신들의 정의를 만족시키는 공감이 짜증나죠..미디어..오덕에게 함락되어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9:17   좋아요 0 | URL
도돌이표라는 표현 딱이군요.
공감해서 공감 누른다는 데 할 말은 없지만, 다른 것은 딱히 거부감은 들지 않는데
트윗 공감은 거부감이 확실히 들더군요.
네 편 내 편 가르자, 시바... 뭐 이런 메시지로 보여서 말이죠.

풀무 2014-08-0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누이,를 가지고 이런 언어유희를 이끌어 내시다니.. ㅎㅎ
그죠. 이래서 곰발님 글이 재밌음. 사실 클리셰가 클리세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그 설정의 힘이 강했기 때문이겠죠..
참, 제가 티븨 드라마는 진짜 잘 안 보는데 요즘 식구들이랑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종종 보거든요.
클리셰의 모범 사례라고 할만 합니다. 재밌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9:15   좋아요 0 | URL
제가 장르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공포, 느와르 장르 영화를 즐겨보는데 캐릭터가 정해져 있으니깐 저 사람 뭐하는 사람이지.. 하면서 캐릭터 분석하느라 시간 낭비하는 게 거의 없어서 좋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몰입하게 되는 것을 제공하는 게 장르 클레쉐죠. 그런데 이 클레쉐를 지나치게 남발하면 영화는 개같은 영화가 됩니다. 장르를 비틀어야지 위대한 장르 영화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스트우드옹의 < 용서받지 못한 자 > 를 보십시요. 뻔한 인물 설정이지만 이 영화는 기존 서부 장르를 완전 뒤집습니다. 요런 재미가 있어야죠..

풀무 2014-08-07 19:53   좋아요 0 | URL
그런 측면에서 호러의 [스크림]도 손꼽을 만하죠.
사실 일일 혹은 주말 드라마에선 완전 뒤집기를 기대하기 힘들죠. 단막특집극 아니면.
영화와 티븨드라마의 태생적 차이 아니겠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20:10   좋아요 0 | URL
ㅎㅎ. 서쪽 님 지붕뚫고 안 보셨군요 ? 요거 완전 기존 구조를 뒤집습니다. 생각해 보면
임성한 작가도 장르 뒤집기를 하잖아요. 적당히 하면 꽤 전복적인 드라마가 될 터인데 너무 나갔어요..ㅎㅎㅎ

풀무 2014-08-07 20:19   좋아요 0 | URL
제가 드라마를 워낙 안(못)보니.. 지금껏 모래시계, 작년에 미쓰킴, 두 드라마 정도네요 꾸준히 봤던 게..
지붕뚫고, 그게 하이킥이죠? 가끔 일요일에 재방을 보긴 했는데 확실히 촉이 다르긴 하더라고요. 그 마지막은 인터넷 기사글로만 접했었는데 언젠가 다시보기 서비스에 있으면 함 봐야겠군요.

임성한 작가는 워낙 인터넷상으로 악명만 들었습니다. 무슨 주인공 눈에서 레이저광선이 나갔다며.. 대체 그게 뭔 말인지 아직도 상상불허.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20:41   좋아요 0 | URL
임성한이라는 작가 드라마가 전복적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투적인 이유는 아주 철저하게 갑'이라는 계급에 종속된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나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바르지 않거든요. 임성한은 을 계급을 비아냥거리고 약자를 조롱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드라마 거의 안 봅니다.

수다맨 2014-08-07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벌은 가난한 사람한테 꼴린다, 이거 참 쫄깃한 문장입니다. 기황후 시절이나 그런 게 가능했지 왜 드라마에서 대한민국 재벌 놈들은 없는'년'들한테 그리 환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9:13   좋아요 0 | URL
드라마가 원래 서민이 타킷 아닙니까. 서민 없는 기생충을 논할 수 없듯이, 드라마에서 서민 찬양 없는 드라마는 꿈도 꿀 소 없죠. 그런데 사실 서민이 욕망하는 것은 재벌이죠. 그래서 재벌2세와 서민이 붙는 거 아니겠습니까 돈은 많은데 불행한 재벌'이라는 이미지는 대중문화에 쫘악 퍼진 것인데 서민은 항상 돈 때문에 불행하게 사느니 차라리 없이 살아도 편하게 살련다, 라고 말하고는 하죠. 거짓 감정 아니겠습니까. 저라면 차라리 돈이 많아서 불행한 삶과 돈이 없다고 불행하지는 않는 삶 가운데 차라리 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14-08-08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박같은 박수, 글에서 꼭 써먹어야겠어요 근데 이의를 좀 제기하자면, 이명박 정부는 막장인 건 맞지만 클리세랑은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해요. 강바닥을 그렇게 팔 줄을 누가 예상했겠어요..? 모든 게 진부하기는커녕 창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청계재단도 그렇고. 글구 윗 댓글에서 제 이름 넣어주셔서 감사!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8 13:45   좋아요 0 | URL
후후, 강바닥 파기 신공'을 이미 공약으로 내걸었잖습니까. 천개천 팔 때부터 징조가 야리꾸리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명박 드라마는 진부하다기보다는 온갖 엽기로 가득찬 드라마였던 것같습니다.

곰곰손 2014-08-09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클리셰?

ㅡ란 말이 넘 생소하고 우아하게 들려서 내가 모르는 얘긴줄 알고 안읽고 있었는데
우레같은 박수?! 그런거면 나도 클리셰, 쫌 알어~!

그나저나잘지내냐곰발?!
난 쫌잘지냄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2:07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 좋은 일 ?!

잡지연재하기로 했냐 ?

samadhi(眞我) 2014-08-1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주 목요일 밤에 어디 가까운 데라도 다녀오자고 했다가 8.15집회에 꼭 가야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집회 혼자 가라고 해서 좀 다퉜어요. 그러면서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느니, 아는 사람이 이대로 두고 볼거냐는둥, 남의 일이냐...... 잔소리를 해댔어요. 정말정말 화가 나서 미치겠는데, 여전히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고 믿고 싶은데 제발제발제발 모두 같이 일어나서 바스티유감옥을 부숴버려야 하는데. 보기를 미뤄뒀던 100년 전쟁 다큐를 봤어요. 승만이시키에 대해 다 알고는 있지만 다시 보니 또 욕이 줄줄 나오더라구요. 눈물도 줄줄 새고. 어쩜 명박이는 승만이를 그리도 닮았는지. 국내진공작전 좌절로 김구가 얼마나 한스러워했는지 그 마음이 와닿아서 그때문에 이 나라가 요모냥이라고 오래전부터 침튀기며 말하는게 입버릇이 되었을 정도예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한 일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5:5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바다에 빠져 죽은 지도 얼마나 되었다고......
바다 해양 모험극에 열광하는 나라라니, 참극의 실제 스펙타클은 외면하면서
스크린에 펼쳐진 가짜 스펙타클에는 열광하더군요.
뭔가 잘못되었죠. 한참......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

 

: 마음 심

 

 

 

 

산부인과 병원 실수로 신생아가 바뀌는 일이 벌어진다. 두 여자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다. 운명이 바뀌니 삶도 바뀐다. A와 B 모두 부잣집이거나 가난한 집 딸이라면 운명은 팔자려니 하며 살 텐데,  한쪽은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한 집이고 다른 한쪽은 넓은 정원이 딸린 청담동 부잣집이다. 오래 전에 상영된 mbc 주말 연속극 << 반짝반짝 빛나는 >> 이야기다. 가난한 집 딸 이름은 금란이고, 부잣집 딸 이름은 정원이다. ( 정원 딸린 집에 살아서 정원이라고 기억하면 쉽다. ) 금란은 억울할 터 !  금란이 보기에 정원은 자기 삶을 빼앗은 도둑이다. 정원이 걸친 명품 핸드백, 명품 구두, 유명 브랜드 옷은 사실 금란의 것이 아니었던가 ? 뿔,     따구’가 날 만하다. 그


래서 바꾸자고 제안한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금란은 정원네'로, 정원은 금란네'로. go, go. go ! 금란이 보기에 정원의 구김살 없는 예쁜 얼굴은 전적으로 돈 걱정 없이 산 배경 탓이다.  아, 이제 금란도 불행 끝 행복 시작. 눈썹과 눈썹 사이에 새겨진 부정 < 川 > 자가 긍정 < 三 > 자‘로 바뀌리라. 호, 호, 호.  그런데 川 자를 옆으로 쓰러트리기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가난한 집 둘째 딸로 태어나 28년 동안 가난하게 산 (불행했던)금란’은 사모님 딸로 신분이 상승되었지만 여전히 이마엔 川 자가 짙게 그려져 있다. 환경이 180도 바뀌어도 그녀는 욕심 많은 여자이고, 나쁜 여자이며, 불행한 여자로 살아간다. 구김살이 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구겨진다. 이 정도면  장밋빛 인생이라는 애초의 설계에서 한참을 벗어난 궤도이탈이다.


반면 남의 운명을 산 덕에 28년 동안 부유하게 산 (행복했던)정원‘은 가난한 밥집 아줌마 딸로 살아가지만 여전히 행복하다. 환경이 180도로 바뀌어도 그녀는 긍정적인 여자다, 착한 여자이고, 예쁜 여자이다. 갑에서 을이 되었지만 여전히 할 말은 하고 사는 여자이다. 그러니깐 정원이 가지고 있는 밝은 기운은 환경 때문이 아니라 바탕 자체가 착한 데서 비롯된 기운이다. 드라마는 행복한 삶이란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이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마음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은 결정된다,   고 말한다.   부와 명예가 행복을 줄 것 같지만 “ 마음씨 고약한 금란 씨 꼬라지를 보셔셔셔셔요. ” 지긋지긋하게 듣는 < 마음먹기에 따라서 - 論 > 이다.


이 말은 불교 유심 사상‘에 바탕을 둔다. 혜민 스님이 방긋 웃으면서 만날 하는 소리가 유심론이다. 맞벌이하느라 아이와 눈으로 스킨쉽하기 힘들죠 ? 해결책은 간단하답니다.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아이와 웃으면서 말해요. 니체라면 유심론을 노예근성이라고 욕했을 것이다. 몸이 힘들면 제일 먼저 생기는 것은 짜증이고,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것은 웃음이다. 맞벌이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쳤는데 1시간 일찍 일어나 아이와 놀아야 한다면, 과연 웃을 수 있을까 ? 스피노자와 니체는 단연코 아니라고 할 양반들이다. 사실 <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가르치는 속내 > 를 들여다보면, 이 발화‘는 지배 계급이 가난한 노동자 계급을 달래기 위해 어르는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 반짝반짝 > 드라마 작가’가 금란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혜민 스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금란아, 행복은 부와 명예 따위의, 좋은 환경을 취득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정원이를 보렴 !  정원이 없는 집에 살지만 정원이 있는 집에 살았던 시절처럼 행복하게 살잖니. 가난하지만 행복하잖아. 사람들에게 사랑받잖아.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 행복을 위해서 돈은 지나가는 개에게 줘버렷,  정신차렷,  열중쉬엇 ! 앞으로 나란히, 뒤로 굴럿, 무릎 꿇고 일어섯. 어섯 !!!! ”     

 

시청자 : ( 이구동성 감동의 박수삼창 ) 짝, 짝, 짝 !!!


그런데 정말 그럴까 ? 정원은 바탕 자체가 긍정적인 여자라기보다는 28년 동안 누린 좋은 환경과 교육을 받았기에 긍정적인 여자로 성장한 것이다. 가난은 얼굴에 어두운 그늘’을 새기는 법이고,  풍요는 활짝 웃는 방법을 알려주는 기술자다 ! 마음먹기‘는 행복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지배 계급’은 언제나 전부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발악을 하면서 말이다. 나는 팜므파탈인 금란을 응원했다.  갖은 악행을 다 저지르지만 그래도 금란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빠진 빽그라운드‘가 금란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지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 다들 아시다시피 결과는 정원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났다. ( 이 드라마는 딱 1/3 까지만 좋았다. 나머지는 욕심을 부리다가 좆됐다. )

 

" 국익이란 국가의 이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계급의 이익'을 말하는 것 " 이라는 김규항의 지적처럼, 사실 통념은 지배계급이 안정적 시스템 유지를 위해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지배 계급은 최저임금제 100원 인상하는 데에는 손을 벌벌 떨면서, 대중의 우민화 작업에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알 수 없는 종족이다. 혜민이나 김난도에게 속으면 안 된다. 마음먹는다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다. 

 

속으면 안 된다.


 

 


1) 마음은 만물의 본체라는 주장은 불교 유심 사상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이 주장을 일상의 처세술에 대한 답으로 둔갑시키면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지배계급은 교묘하게 이 개념을 민중의 우매화 작업을 위한 선전도구로 사용한다.

2)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이 불만 없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기를 바란다. 폭동이라도 일어난다면 자신들에게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중을 어리석은 상태‘로 만들 필요를 느낀다. 드라마’는 그 좋은 예이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풀무 2014-08-0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이 글은 예전 네이버 새빨간 활에서 읽은 기억이 나네요.
헌데 설마 이게 법륜스님 글에 대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9:46   좋아요 0 | URL
법륜스님이요 ? 아니 혜민스님에 대한.... 전 법륜 스님에 원한 없습니다.. ㅎㅎ.
유투브에서 이 동영상 발견해서 보다가 문득 제가 옛날에 써 두었던 글이 생각나더라고요..

풀무 2014-08-06 19:54   좋아요 0 | URL
저도 법륜이나 혜민이나 별 감정은 없지요. ^^

rtour 2014-08-0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시에 없는 자들의 자기 위안일지도.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9:48   좋아요 0 | URL
아, 마자요. 가난한 자의 자기 위안입니다. 항상 없는게 마음 편하다고 하는데 사실 그 말은 진실이 아닐 겁니다. 사실 이 글에 " 날마다 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마음 편하게 사는 삶을 택하느나 차라리 끼니 걱정없으나 그럭저럭 불행한 삶을 선택하겠다 " 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지웠습니다. 너무 강렬한 것 같아서..ㅎㅎ

유다 2014-08-0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은 그냥 금수저가 학력, 돈 뿐아니라 성격까지 갖추는 요소가 되어버렸어요. 전에 다같이 못살때엔 드멍드멍한 편부모 가정에 애비/애미없는 새끼라 욕 하더니, 그게 만연화되자 이젠 경제력으로 '좋은 집에서 갈등없이 자라 둥글고 착한 성격' 이 경쟁력있어졌네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1:16   좋아요 0 | URL
금수저가 정답이네요. 이젠 학벌도 한물 간 것 같습니다. 부모보다는 조부가 돈이 많아야죠....

만화애니비평 2014-08-0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다님이 말한 것을 보니 사이코들이 나오는 이유는 인간에게 너무 강요하기 때문인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1:18   좋아요 0 | URL
인간에 대한 기대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태우스 2014-08-08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래요 제 얼굴의 자신감없음은 늘 무시당하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훈장이라는... 드라마가 가끔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아침드라마를 잘 보는 편이라, 곰발님이 드라마 얘기하니 겁나 반갑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8 13:39   좋아요 0 | URL
후후, 전 드라마는 잘 안 봅니다. 저녁 먹다가 걸리는 게 드라마라 뜨문 뜨문 보는 편이라서요...
얼굴 가만히 보면 두 종류가 있는 거 같습니다. 나이ㄷㄹ 들 수록 식상한 얼굴과 나이 들수록 편한 얼굴 말입니다. 마태우스 님의 전형적인 후자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4-08-1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류의 선과악을 결정짓는 이야기는 욕지기를 불러와요. 딱 초딩수준의, 새마을운동같은 느낌.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기만. 정말 거부감이 들어요. 의도가 빤한데 이걸 마치 불문률처럼 여기는 어엿븐 즘생. 있는 자들의 자만. 여유라는 게 "있어 본 적 없이" 나올 수 있겠냐는 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5:54   좋아요 0 | URL
이젠 돌이킬 수도 없고, 딱 정체된 느낌입니다. 새누리가 똑똑하긴 해요. 아주 바보로 만드는 데 기막히게 성공하거든요....
 

 

 

 

 

 

 

 

 

 

 

 


 

 

 

: 닭 계 

 

닭이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통치하던 지구는 2312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 2312년이 외계 대연합 연정 원년이다. ) 지구 해방 전투에서 승리한 외계(外鷄) 대연합 연정‘은 지구를 통치한다.  닭은 살아남은 인간을 식용으로 가축화하는데 성공한다. 원년 198년 일이다. 닭이 어떻게 지구 정복자가 되었는지 묻지 마라. 자세한 내막은 나도 모른다. 그냥 방사선 누출에 의한 돌연변이'라고 하자. 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원전에서 흘러나온 감마선에 노출된 닭은 인간의 지능과 독수리의 날개. 그리고 사자의 몸을 가지게 되었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던 오리와 닭 쫒던 개는 추방되었다.  한때 닭을 삶아 먹고 기름에 튀겨 먹던 인간은 거꾸로 닭이 인간을 삶아 먹고 튀겨 먹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 닭은 인간을 맛 좋은 간식으로 개발했다. 4년마다 열리던 월드컵은 막을 내렸고 그 자리를 < 치킨-런 > 대회'가 차지했다. 지구를 정복한 닭은 인간을 사육하기 시작했다.  좋은 육질을 얻기 위해 그들은 잔인한 방식으로 인간을 사육했지만, 그 옛날 인간이 닭을 사육했던 방식에 비하면 그리 잔인하지는 않았다. 본 기자는 업체 1위인 외계 대연합 바른 먹거리 육가공업체 차카차카치키치키치킨社 를 방문했다. 때마침 사내 스피커에서는 날아라 슈퍼보드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초 ~ 밝은 기운이 감돌았다. 외계 대연합 바른 먹거리 육가공업체 관리인 카잔차치킨 씨의 설명이다. “ 인간이 애를 낳으면 우리는 바로 손가락 열 개’를 자릅니다.

 

그리고 이빨이 나면 모두 뽑습니다. 인간이란 짐승은 싸움을 좋아해서 손가락을 자르지 않으면 동료 몸에 상처를 주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지죠. 그걸 방지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인간이라는 놈들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영악한 짐승이라는 데 있습니다. 관리가 소홀하면 탈출하는 예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손목만 남기고 손가락을 모두 절단하지요. ”관리인은 우리를 인간 사육장 안으로 안내했다. 인간들은 모두 1평 남짓한 독립된 공간 안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한때 만물의 영장이었던 인간은 이제 고깃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생후 1년이 안된 신생아'는 저염장 특상품으로 팔려나갔고, 여성들은 가임 기간 동안 출산 및 신선한 우유 공급자로써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반면 남자들은 3년 안에 도살된다고

 

목장 관리인 카찬차키친 씨'가 힘주어 말했다. 공간이 워낙 협소해서 누워서 잘 수도 없는 공간이었다. 그들은 서서 잠을 잔다. “ 아기가 태어나면 암컷과 수컷으로 나뉘어 각자 포육실로 이동합니다. 수컷은 정액받이가 아닌 놈은 모두 불알을 거세하죠. 불알이 달린 고기는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육질에서 비린내가 나죠. 소비자는 이 맛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수컷 정액받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세를 하고 있습니다. " 기자가 떼어 낸 불알은 어디에 쓰냐고 물었더니 다꼬꼬 씨는 날개를 퍼득이며 말했다. " 돼지 먹이로 주고 있습니다. 지구를 정복했던 인간 수컷의 말로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 " 그는 말을 계속 이었다. " 인간을 가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오랜 사육 기간이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인간이 성장하기까지는 평균 20년이라는 긴 성장기를 거치죠. 그만큼 사육에 따른 시장 공급가‘가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회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성장 촉진제와 우수한 육종 개발에 힘썼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차카차카치키치킨 타이슨 푸드 최상급 상품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15년 성장 기간은 3년으로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생후 3년이면 평균 15살 성인의 체중에 가깝게 도달합니다. 자 다음은 포육실로 이동하실까요 ? “ 우리가 포육실로 이동했을 때 여성이 막 출산을 한 후였다. “ 저희 회사는 출산과 동시에 어미와 새끼를 분리합니다. 새끼에게는 젖을 주지 않습니다. 저희 회사 자체에서 개발한 성장 촉진제를 먹이지요. 여기 있는 여자들은 모두 출산용입니다. 

 

임신 주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새끼에게 젖을 먹이지 않아요. 젖이 분비되면 수태’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출산을 한 암컷은 15일 동안 평균 끼니의 30%만 지급됩니다. 그래야지 바로 임신이 되기 때문이죠.  방목장으로 이동하실까요 ? " 차카차카치킨치킨 타이슨 푸드社 관리인이 방목장이라 쓰여진 건물 앞에 섰다. " 자, 여기는 방목장입니다. 여자 50마리에 남자 1마리를 방목하죠. 인간은 유일하게 인공 수정이 까다로운 가축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수컷과 암컷의 직접 교접으로 수태를 하죠. 보이시나요 ? 저기 보이는 놈이 수컷입니다. 저 녀석이 보기에는 오징어 같이 꾀죄죄해도 성욕만큼은 무척 강한 놈이죠. 한때 정자왕이란 별명으 붙었던 놈이죠. 제가 한 번 불러보죠. 어이 곰곰생각하는발 이리 온 ! “ 

 

관리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곰곰생각하는발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남자가 다가왔다. ” 이 녀석은 하루에 50번 정도 방사를 합니다. 기자님 앞에서 이런 쌍스런 표현을 써서 거시기하지만......  이 녀석은 거시기가 썩어문들어져도 할 놈입니다. 개똥 같은 정력을 가진 놈입니다.  침대에 누운 후 21시간 동안 진동 바이브레이터‘가 이 녀석이 사정하는 것을 도웁니다. 자... 이번에 가공실로 가 보실까요 ? “ 가공실로 들어서자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 여기가 가공실입니다. 저희는 마취를 시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화학물질이 육질 속에 스며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샤워실에서 몸을 적신 후 전류가 통하는 물통‘에 빠트려 감전시킵니다.

 

일시적 마비상태죠. 신선한 재료를 위해서 저희가 개발한 도살 방식입니다. 약한 전류가 죽지 않을 만큼 흐르기 때문에 기절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기절하지 않는 놈이 있기도 하죠.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환경 시민 단체에서는 인권을 이야기하던데 짐승 같은 놈들에게 무슨 인권입니까? 소, 돼지 그리고 우리의 조상 격인 닭에게 자행했던 짓을 보십시오. 인과응보입니다. ” 끝으로 기자가 향한 곳은 역사관이었다. 이곳에는 우리 조상이 인간에게 학대받았던 온갖 자료가 보관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두 개의 초상화였다. 하나는 박근혜였고, 다른 하나는 박정희였다. 카잔차키친 씨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 인간들은 한때 우리를 치느님이라 불렀죠. 전지현은 치맥을 중국에 전파해서 우리 종족을 멸종시킬 뻔했습니다.

 

그 시절 우리는 병아리 냉가슴 앓았습니다.  전지현은 아이히만 같은 인물이었어요. 쥐도 아니면서 쥐 죽은 듯 살아야 했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 카잔차치킨 씨는 말하는 내내 울먹이다가 드디어 통곡했다. 꼬끼요오오오오,  꼬끼요오오오오오 ~~~  "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오더군요. 닭이 인간을 지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정권입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입니다. 인간들은 닭그네와 다카기 마사오'라고 읽더군요. 우리는 닭 그대와 닭고기 맛있어'라고 읽습니다만.... "

 

 

 

 

 

+

 

위에 사례는 실제로 인간이 가축인 닭이나 돼지에게 가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내가 이 글에서 묘사한 사육 방식은 인간이 닭을 사육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출처는 << 죽음의 밥상 / 피터 싱어, 짐 메이슨 >> 이다.  소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동료가 전기톱에 의해 12등분으로 나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그 소라면 ?  우리가 애견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애완동물은 거의 대부분 씨받이 새끼들이다. 그들은 한 평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새끼만 낳다가 죽는다. 백 퍼센트 순종에 대한 욕심이 부른 결과이다. 짐승을 사랑한다면 상업화된 애완동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애완 동물'을 거래하면 안된다. 닭 사육장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경악하게 된다.  닭장에 갇힌 닭은 뒤돌아서기도 힘들 정도로 협소한 공간에서 그 자세로 서 있다. 죽을 때까지 그 협소한 공간에서 그렇게 살아간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애니비평 2014-08-0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1등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3:44   좋아요 0 | URL
참 잘했어요 !

todd 2014-08-0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동물을 먹지만 평생을 잔인하게 사육되고 죽임당하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때가 많아요 ㅠㅠ 가끔 저 짓들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인간으로 표현하는 소설이나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튼 그렇게 생각만 할뿐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에 잔인하고 비정한 인간의 하나일 뿐입니다..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5:08   좋아요 0 | URL
저도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 섭취량을 줄이려고 노력은 합니다. 옛날만큼 고기 식탐주의자는 아닙니다. 고기 소비량을 절반만 줄여도 지구 환경은 어마어마한 이득을 볼 겁니다. 그것만큼은 확실하죠. 중국인이 부자가 되면서 고기 소비량이 촉진되어서 이젠 지구가 망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즐인 2014-08-0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째 온갖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점점 파멸로 이끌어가는 느낌? 칼로 망한자 칼로 망하고, 과학 기술로 흥한 자 과학 기술로 망하리라..중국인이 부자가 되는 것도 다 과학 기술 + 자본주의화의 결과니까요..소 한 마리가 해치우는 녹지의 양이 어마어마하다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5:32   좋아요 0 | URL
호주는 호주에 살고 있는 인구수보다 소수가 더 많다고 하잖아요. 한때 곡물 파동이 일어서 왜 굴머죽는 사람 많았잖습니까. 폭동도 일어나고 말이죠. 이게 다 소에게 비싼 곡물을 줘서 그렇습니다. 잉카 제국에서 옥수수는 신이 준 선물이라 해서 신성시했는데 이제는 소 먹이로 전락했습니다. 여기에 가축이 쏟아내는 분료가 엄청나서 이산화탄소의 주범이라고도 합니다. 육식을 끓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이 육식 습관을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하는것은 시급한 현실입니다. 저는 치킨을 한 달에 두 번 정도 먹는데 이젠 하번으로 줄여야 할까 봅니다.

풀무 2014-08-0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나자 마자 손가락 열 개를 자른다는 데에서 정말 기발하다 그럴 것 같다며 무릎을 탁! 쳤는데,
이게 지금 인간들이 닭에게 행한다는 마지막에서 또 충격 먹음요. 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9:49   좋아요 0 | URL
실제로 그리 한다고 한답니다. 정말 끔찍하죠 ? 그리고 돼지 같은 경우는 씨받이 돼지는 무조건 먹는 양의 30%만 준다고 합니다. 굶어야 수태가 된다고 하나 봐요. 결국 씨받이 돼지는 평생 굴주림에 새끼 낳는 고통만겪다가 죽는 꼴입니다.

풀무 2014-08-06 19: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그 돼지가.. 씨받이 아니라 혹시 씨내리 수컷 돼지 아니우..? ^^;
제가 늘 궁금했던 게 사람들이 식욕이랑 성욕을 비교 많이 하잖아요.
근데 여튼 전 그런 비교를 들으면서 어.. 난 둘이 상충관계인데 이상하다 그런 적이 많았거든요.
그러니까 전 배부르면 거의 그 생각이 안 나는데 배가 고프면 맹렬히 고개를 처들거든요. (읭)
여튼 그러던 중 어떤 과학잡지에서 남자는 배고플 때 성욕이 높아지고 여자는 그 반대 경향이 많다는 문장을 접하고 위안을 얻었다는.. (읭..) 아마 돼지도 그래서 굶기나 보네요. 아 정말 사람이 젤 무섭다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20:23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 글구 보니 그런 거 같네요. 씨받이와 씨내리를 제가 혼동하고 있었나 봅니다.
출처를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굶어야 성욕이 생기는구나. 이 세상 모든 짐승은.......
하긴 저도 배부르면 그냥 잠만 자고 싶더라고요.

돼지가 아닌가 봅니다. 소인가 ?! ㅎㅎㅎㅎ 하여튼 어디서 읽었는데 출처를 찾을 수가 없군요..

풀무 2014-08-06 20:48   좋아요 0 | URL
뭐 어쨌든 곰발님 글 쓰신 의중이 제게 충분히 와닿았습니다.
게다가 거의 단락마다 깜딱깜딱 놀람서 읽었음요.
 

 

 

 

 

 

 

 

 

 

 

 

 


 

 

 

 

가면 뒤의 얼굴은 인간이다.

 

 

 

 

MBC 주말 오락 프로그램 < 진짜 사나이 > 가 대중들에게 " 인기 " 있는 방송이 되었을 때, 나는 " 공포 " 를 느꼈다. 군 문화를 찬양하는 나라치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나라를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군대 무용론을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연예인을 동원해서, 지상파 방송 카메라를 동원해서, 군대 문화를 미화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군 문화를 오락거리로 미화하는 방식에 대한 언론 비판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내가 < 진짜 사나이 > 를 신랄하게 비판했을 때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락은 오락일 뿐 오해하지 말자고 말했다. 하지만 둑은 언제나 작은 균열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무너지는 법이 아닌가 ? 웃자고 시작한 일에 나중에는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된다. 單刀直入的(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 진짜 사나이 > 는 < 가짜 사나이 > 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 단도직입 " 을 한자로 풀면 單刀直入이다. 무시무시한 뜻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칼(단도)을 들고 적을 찌르기 위해 곧장 쳐들어간다는 뜻이다. 군대를 4자로 정리하자면 < 단도직입 > 이다.

 

< 리얼 다큐 > 라는 제목을 달고 방송되는 지상파 오락 방송 프로그램에서 " 리얼 " 과 " 다큐 " 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수많은 스텝들이 카메라 뒤에서 피사체를 따라다니는 마당에 진짜 " 리얼 " 을 뽑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착한 척할 뿐이고, 예쁜 척할 뿐이고, 다정한 척할 뿐이다. 리얼이 아니라 리얼을 가장한 콩트'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연예인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  연기를 한다.  샘 해밀턴은 구멍 병사 연기를 하고, 박형식은 먹방의 신을 연기하며 무조건 황홀한 표정을 선보인다.   연예인 중심 리얼 버라이어티'만이 아니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 짝 > 이나 < 인간 극장 > 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출연자는 자기 검열을 작동시킨다.

 

그것은 마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담임에게 일기장 검사를 받아야 하는 ) 초등학생 일기장과 같다. 그 일기장에 거짓을 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쓰는 것도 아니다. 방송용 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골목길 CCTV에 찍힌 영상이 아니다. < 진짜 사나이 > 는 병영 체험을 통해 용기, 전우애, 애국심, 극기 따위를 말하지만 군대를 나온 사람은 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묘사하는 전우애 따위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조작'인가를 잘 알고 있다. 체력 테스트에서 낙오될 위기에 처한 샘 해밀턴을 위해 동료 병사들이 그와 함께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해서 단체로 진급 테스트 탈락 위기에 놓인 에피소드는 쌍욕이 나올 만큼 천박한 기만이었다.  그러한 전우애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일 뿐이다.

 

그 장면을 보며 박수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시청자는 아이들과 여성. 그리고 군대에 간 적 없는 남성뿐이다.  군대는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멀리 볼 것 없다. 내 군 경험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참 군화발에 맞아서 팔이 부러진 적 있다. 그리고 내 아래 기수 가운데 한 명은 정기 휴가가 끝났는 데도 부대로 복귀하지 않았다. 부대 근처 여관에서 농약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헌병이 그를 찾았을 때 그는 병실에 누워 있었고, 그 이후로는 그 후임병을 본 적은 없다. 다른 부대로 옮겼다는 소리만 얼핏 들었다. 이런 사건 사고는 너무 흔해서 언론에 노출되지도 않는다. < 진짜 사나이 > 속 구멍 병사'는 동료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가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고문관으로 통용되는 구멍 병사'를 도와주는 병영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약점이 잡히는 순간 지옥은 시작된다. 사자가 들소 무리에서 표적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리 중에서 이상한 걸음으로 걷는 녀석이다.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부상을 입었다는 증거이니깐 !  인간도 마찬가지다. 절뚝거리는 순간 표적이 된다. 그게 본질'이다. 군대 내 폭력은 일상이 되었다.  28사단 윤일병이 죽었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참혹했고 쓸쓸했다. 모두 다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는 뻔한 궁시렁이 이어졌다. "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지 ? " 여기에는 인간의 탈을 쓴 무리와 자신을 전혀 다른 종으로 분류하려는 속내가 읽힌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실은 이렇다.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른다. 짐승이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를 수는 없지 않은가 ?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것처럼 < 악 > 은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권위에 복종한다. 밀그램의 " 권위에의 맹종 " 실험은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신문에 모집 공고를 낸다. 사례비는 시간 당 4달러였다. 하는 일은 간단했다. 명령자가 버튼을 누르라고 하면 버튼을 누르면 되는 일이었다. 30개의 스위치는 15볼트를 시작으로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15볼트씩 올라간다. 그리고 각 스위치에는 단계별로 경고문이 쓰여 있었다.

 

 

1단계 / 15 v : 미세한 충격

              .

              .

              .

              .

              .

10단계 / 150 v  :  강한 충격

13단계 / 195 v  :  아주 강한 충격

17단계 / 255 v  :  격렬한 충격

21단계 / 315 v  :  극도로 격렬한 충격

25단계 / 375 v  :  위험, 극심한 충격

29단계 / 435 v  :  xxx

30단계 / 450 v  :  xxx

 

이 실험에서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실험실 안에서 전기 충격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단계별로 버튼을 누르라고 명령한다. 연기자'는 전기 볼트가 높아질수록 아픔을 호소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구조'를 요청하는 연기를 펼친다. 그러니깐 피험자는 고스란히 그 죽어가는 고통을 목격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심리학자 대부분은 450 볼트'를 누를 수 있는 가능성을 0.1 %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65 % 였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실험에 참가한 피험자들은 모두 최종적으로 300볼트 버튼을 눌렀다. 사람들은 220볼트가 사람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살을 잘 알면서도 참가자 전원이 300v 이상을 누른 것이다.

 

밀그램 실험 딜레마'는 이후에도 다양한 변주'를 통해서 각국에서 시행되었다. 결과는 모두 엇비슷했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이 이 실험 수치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실험 참가자 중 450볼트 버튼을 누른 상당수의 실험자는 이 상황이 몰래카메라'라는 사실을 실험 도중 깨달았기 때문에 450 볼트 버튼을 누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심리학자 세리던과 킹'은 똑같은 상황에서 전기충격을 받는 것처럼 연기하던 사람'를 귀여운 강아지'로 교체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역시 버튼은 450 볼트' 단계까지 30단계로 이루어졌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강아지'가 전기충격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 물론 강아지가 전기 충격을 받긴 하지만 450 볼트의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 강아지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 

 

피험자들은 이 실험이 리얼'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인식하고 진지하게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강아지는 낑낑거리며 헛바퀴를 돌며 고통스러워 했다.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남자 피험자 중 450 단계 버튼까지 누른 권위 복종자는 54%였던 반면, 여자'는 100 % 였다. 대부분은 개를 키운 경험이 있거나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었다. 이 결과를 놓고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설마, 그래도,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필립 짐바르도가 진행한 < 스탠퍼드 감옥 실험 > 은 " 설마 ? " 하는 의심에 단단히 쐐기를 박았다. 스탠포트 감옥 실험은 < 상황적 요소 > 가 < 개인적 기질 > 를 압도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니깐, 어떤 상황에 처해지면 평범한 사람도 인간의 탈을 쓰고 " 그짓 " 을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도덕은 유리처럼 깨지기 쉽다. 유리는 균형을 잃고 깨지는 순간 칼이 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균형을 잃고 깨지는 순간(불합리한 상황적 요소) 인간 본성은 본색을 드러낸다. 인간은 모두 짐승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인문학이란 인간의 탈을 쓴 가면을 벗기니 가면 속 얼굴은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은 없다. 인간의 탈을 쓴 존재는 오로지 인간이다. 가면 뒤의 얼굴은 인간'이었다.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tour 2014-08-0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가면을 벗기니 괴물이 아니고?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1:53   좋아요 0 | URL
후훗, 괴물 가면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 같습니다.

rtour 2014-08-0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가면을 쓰고 있으면 젠틀하고 다들 도덕과 정의를 말하잖아요. 인문 사회과학의 목적은 결국 인간들이 그 가면을 잘 쓰고 있을 수 있는 조건들을 연구하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1:59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ㅎㅎㅎ. 인간 가면을 잘 쓰고 있어야 할 터인데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저도 확 가면을 벗고 난동 한번 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는 해서 놀라고는 합니다. 뽄드로 잘 붙여놔야겠어요..

rtour 2014-08-0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게요. 축제든 보면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돈 받고 맞아주는 놀이도 있잖아요. 폭력. 난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소리지르고 물건을 던져서 망가뜨리고 때리고 쌍욕을 하고..씩씩거림 일면 시원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11   좋아요 0 | URL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은 카니발적 요소가 없어요. 한번 신나게 망가져도 괜찮은 축제가 있으면 한국인도 스트레스 풀고 다음날 방긋 우스며 일상으로 돌아갈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전 야구를 봅니다.
욕 무진장하거든요..ㅎㅎㅎ. 야, 시바... 저걸 못 치냐 !!!! 뒈져. 이자식아, 먹튀 ~~~~ 이러고 나면 나중에 시원합니다.

rtour 2014-08-05 12:47   좋아요 0 | URL
이렇게 보면 곰곰발 님이 실제 만나도 참 달변일 것 같은데 아니더란 말이죠..ㅋㅋ
글에서만 달문..이랄까...=3=3=3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14   좋아요 0 | URL
제가 술에 안 취하면 나름 달변입니다. 술만 취했다 하면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단어를 다 까먹습니다..ㅎㅎㅎ 하지만 어리버리 인정합니다..ㅎㅎㅎ

풀무 2014-08-0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어젯밤 귀가 중에 마트에서 제가 그 가면, 신랄하게 벗어 던졌었다는.. 넘 짜증나서요. 흑흑 (고해성사의 시간)

(+) 그나저나 인간의 가면을 벗기니 가면 뒤의 얼굴은 인간이었다,는 문장 좋다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28   좋아요 0 | URL
아니... 서쪽 님처럼 선비 같은 분이 왜 가면을 벗을 일이... 허어....
이거 분명 그쪽에서 깐족거렸군요. 근데 서쪽 님 몸보고서는 맘대로 깐족거리지 못할 터인데..ㅎㅎㅎ

풀무 2014-08-05 12:32   좋아요 0 | URL
아녜요. 그쪽에서 먼저 깐죽댔으면 제가 가면을 벗었다고까진 안 하죠.
아.. 말로 하면 길어지는데 여튼 그 마트의 고질적인 무신경, 불친절에 폭발했달까요.
봉투 전달부터 물건들 바코더에 쓱쓱 문질러서 휙휙 던져대는 것도 거슬리는데 그러다가 마나님 가져다 줄 그 왜 천 원짜리 매일 카페라떼 있잖아요. 그거 플라스틱 뚜껑이 절단났거든요.
암튼 약자 입장인 카운터 아주머니 앞에서 쌍욕을 해댔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잘못이 큽니다. (반성의 시간)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후회 엄청 되시죠 ? 그분도 노동 강도가 쎄다 보니 불친절할 수밖에........
저도 마트에서 참지 못하고 욱한 적 있죠. 제가 수입 맥주 종류별로 잔뜩 샀는데

카운터 직원이 그거 보고 짜증난 표정 짓더라고요. 왜 한가지 종류로 잔뜩 사면 계산이 편한데
종류마다 사면 일일이 찍어야 하지 않습니까.

직원이 맥주 들다가놓치는 바람에 병 하나를 깨트렸습니다.
그리고는 저보고 시큰둥하게 다시 가서 가지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화딱지나서 뒤엎었는데.. 아 이거 지나고 보니 쪽팔리고 제가 한심하기도 하고....
다시는 가지 못하겠더군요...

풀무 2014-08-05 12:40   좋아요 0 | URL
그죠. 그러네요. 곰발님 케이스에 비하면 또 제 경우는 고의도 아니고 관행대로 하다가 실수한 건데 말이죠.
저도 당분간은 그 마트 못 갈 듯 ;;

뭐 이렇게 글 읽으면서 반성도 하고.. 그래서 또 인간에게 희망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45   좋아요 0 | URL
당분간 마트 못가거임 ~~~~ ㅎㅎㅎㅎ.
저도 생각해 보니 그때가 2010년 월드컵 한국 경기 때였습니다. 고거 보려고 사람들이 정말 지역 토종 마트에 바글바글이었습니다. 노동 강도가 쎄다 보면 웃음을 잃게 되죠. 어서 다른 루트를 뚫어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

풀무 2014-08-05 12:56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면 곰발님은 정말 인간적. 다독 다상량이시니 수치심을 아는 분, 같단 인상을 늘 받아요. 그만큼 괴로워도 하고. (그러고 보면 인간적,이란 말이 참 이중적이네요. 그죠?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좋게 썼다가 우린 모든 인간적인 것들과 싸워야 한다, 식으로 부정적으로도 쓰이고..)

전 철면피여서 다른 마트 안 뚫음. 흐흐..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00   좋아요 0 | URL
그냥 평생 그지 같은 행동을 하고 날마다 후회하는 인간형이죠. 뭐....
제가 무슨 수치심을 압니까...

엄동 2014-08-0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탈을 쓴 인간이라ᆢ인면인심이로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14   좋아요 0 | URL
인면인심이라... 요거 마음에 듭니다. 인면인심 자주 써먹어야할것 같습니다.

편린 2014-08-0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팀 버튼의 그림책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에 보면 굴 소년이 할로윈데이에 무슨 가면을 쓸까 고민하다가 인간 가면을 쓰는 장면이 나와요. 무서운 괴물로 분장하는 할로윈데이에 인간 분장을 하는 것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15   좋아요 0 | URL
아, 맞습니다. 맞아... 그랬지요. 그랬나 ? 버튼 영화에서 본 것도 같고요..ㅎㅎㅎ
인간 분장이 가장 무서운 겁니다. 누가 호박 귀신 분장한 거 보고 무섭다고 그럽니까.
귀신 분장이 제일 무서운 거임....

수다맨 2014-08-0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른다, 이 문장 몇 번이고 곱씹게 되네요.
이 병장의 행동은 물론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었느냐는 따위의 비난은 참으로 나이브하다고 봅니다. 사람 마음 밑바닥에는 언제나 악의가 도사리고 있고, 그러한 악의가 군대라는 폐쇄적/위계적 공간에선 더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박근혜/김무성 커플(?!)의 흥분에 찬 행동을 보니 우습고 역겹기 그지없더라구요. '그 전에 니들 꼬라지부터 돌아보라'고 외치고 싶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6:52   좋아요 0 | URL
인간 본성에 대한 지나친 자만심이라고 할까요 ? 여러 심리 실험에서 보여주었듯이 인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왜.. 거... 아프간 포로 학대 사진 때문에 미국이 발칵 뒤집어진 적 있잖습니까. 그런 건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황이 만든 거죠. 저런 개같은 인간들이라고 욕한 사람도 그 상황에 직면하면 그리 될 것입니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는 수밖에 없죠. 그 길박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8-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개만도 못한 짓을 하는 인간들은 자기가 틀렸다고 여기지 않고, 집단괴롭힘을 하는 애들은 자기들이 정의를 내린다고 하죠. 정의라는 이름따위는 개에게 주는 겁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가 없는 이 사회에서 정의란 단지 힘으로 얻어지는 수단에 불과하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6:5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권선징악 따위를 믿지 않습니다. 이상과 현실이 괴리감 느끼는 게 전형적인 권선징악이죠. 권선징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명박은 삼족이 멸해야죠. 멀쩡하게 잘 사고 있잖습니까전두환은 어떻습니까.. 권선징악 따위는 없습니다. 다만 누가 더 빽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나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립간 2014-08-0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프레시안 글에 자주 공감하지만, 역시 내 맘과 같은 글이 있기에 소개합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211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6:56   좋아요 0 | URL
전 마립간 님 링크 걸어둔 부분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주소 복사해서 실행해도 나오지도 않으나..
이 기사 혹시 죄를 가볍게 내리면 천벌받는다는 기사 아닙니까....

마립간 2014-08-05 17:11   좋아요 0 | URL
폭력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군대의 구조적 문제와 우리나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한 이야기입니다.

혁신적이거나 참신한 이야기보다 (어찌 보면)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기회될 때 한 번 읽어보세요.

제가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아. ... 주소를 제시하는 것 이외에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7:45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프레시안 뒤져서 찾아냈습니다. 저도 기사 읽었습니다. 프레시안의 시선에 동의합니다. 가해자는 당연히 처벌받아야겠으나 처벌했으니 끝날 문제는 아닙니다. 워낙 구조적으로 뿌리가 깊으니 말이죠. 근데 저만 주소 링크 걸면 저만 읽지 못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바일러스 먹었나 ??!

유다 2014-08-0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탠포드 감옥 시뮬레이션도 떠오르네요. 영화 <엑스페리먼트>로 두 번이나 나온. 그나저나 저는 어릴때부터 그냥 막연히 책이나 영화도 전쟁물이 엄청나게 재미없는데 아무래도 남자들만 나오고 마초끼만 발산하는데서 감동을 못느끼는 부류인가 싶습니다. 아님 연대의식이 모자라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1:11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는 안 봤는데 루시퍼 이펙트 책 보니 정말 끔찍하더군요...인간이란 조그마한 완장을 차는 순간 그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브라우니 2014-08-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점심먹는데 직장 동료(군대 갔다온 40대 남성)이 그러더군요. 맞는 애들은 문제가 있는 애들이 맞는다고..사실 지휘관은 알지도 못하고 아무 관계도 없는데 육군참모총장이 옷을 벗게되었다고..순간 어이도 없고 너무나 화가 치밀었지만 정색하고 말이 거칠게 나갈거 같아 아무말도 못했습니다..옆에 있던 다른 동료가 그럼 관리자가 뭐하러 있냐고 부드럽게 대꾸하고 지나갔어요..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이렇게 참혹한 사건까지 일어나게 된거라고는 생각지 않느냐..그렇게 따지면 문제없는 사람이 어딨느냐 사람간에는 늘 갈등이 생기고 더구나 군대같이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서는 훨씬 심할텐데 그런 문제점을 위에서도 알고 최소한 조심하고 신경써야 하고 지휘관의 마인드에 따라서 부대 문화가 달라지는 곳도 분명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하며 흥분해서는 속에서만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위에 링크된 프레시안 칼럼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퍼져 있는 문화의 문제점 부분이 너무 뼈아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9:21   좋아요 0 | URL
죽을 짓을 했으니깐 죽는다, 라는 논리는 유대인이니깐 죽어도 싸다, 라는 논리와 같습니다.
그러모르 그 직장 동료새끼는 ( 죄송합니다. 이런 극강의 표현을 쓰다니... 하지만 저런 논리로 합리화하는 걸 참지 못하겠습니다 ) 히틀러와 동급입니다. 같은 논리로 여성이 성폭행 당하면 피해자가 짧은 치마 입었으니깐 당했다는 논리 아니겠습니까. 한심한 거죠. 잠을 잘 때 조금만이라도 그 친구가 겪었을 두려움을 생각하면 그런 소리 못하죠. 30일 동안 24시간 맞아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생각해 보십시요....

이 세상에 " 맞을 짓 " 은 존재하지 않지 않습니까.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 맞을 짓 > 을 정당화하는 문화입니다. 군대문화가 일반 문화에 깊게 스며들었습니다.

박서연 2014-08-1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매끄럽고 시원하게 잘 쓰셨네요... 저도 '진짜 사나이'를 보면서(참고로 군대를 접하지 않은 31살 여성) '정말 저럴까? 아닐 것 같은데' 이런 의구심으로 보곤 했는데요.... 요즘같은 상황들을 보면서... 인간은 성선설이 아니라 성악설로 설명될 수 있는 존재들인가,,, 하는 회의감도 들고. 환경에 따라 '본성, 본질, 본색'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 결국 인간의 본성은 악이라는 건가, 혹은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는 그저 자기의 이익만에 따르는 존재들인가. 그런저런 회의에 빠져드는 요즘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24   좋아요 0 | URL
100% 뻥입니다. 그런 훈훈한 이야기는 군대에 없습니다. 전우애 ? 웃습니다. 그건 그냥 그들만의 판타지일 뿐...
영화에서나 써먹는 게 전우애'지. 실제로 전우애 따위는 없습니다. 왕따 문화에 익숙한 청년은 군대에서도 왕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