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뽕짝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시리즈

 

 

 

 

 

3화, 장미빛 스카프 : 세 시에 벨이 울리면......

 

 

 

 

 

 

 

 

내 노래방 18번은 장미빛 스카프'였다.  그러니깐 나는 노래방'에서 첫 곡으로 늘 이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 또한 mr. 방긋'에게서 배웠다. 겉보기에는 새련돼 보이는 여피족( 깍쟁이 )처럼 생긴 미스터 방긋'은 생긴 것과는 달리 모르는 트로트'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트롯 마니아'였던 아버지를 따라 부르다 보니 어느새 " 뽕필 " 을 터득했다. 미스터 방긋 아버지'가 말했다고 한다. " 더 이상, 너에게 가르칠 게 없구나. 뽕짝은 저잣거리 노래가 아니라 시대 정신'이니라. " 반면 히피족'처럼 생긴 미스터 우울 씨'( 나 ) 는 생긴 것과는 달리 고음불가'였다. 미스터 방긋에 내게 말했다. " 노래를 못하면 트로트를 배우도록 해 ! 사회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니깐 말이야, 친구.

 

몇몇 스킬만 터득하면 다양한 곡을 습득할 수 있어...... " 그날 이후로 나는 곰 쓸개을 먹고 바늘 방석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는 쓸개 저녁에는 바늘, 아침에는 쓸개 저녁에는 바늘, 아침에는 쓸개 저녁에는 바늘....... 어느 날, 미스터 방긋이 말했다. " 이보게, 미스터 우울  씨 ! 더 이상, 자네에게 가르칠 게 없네...... " 나는 그 길로 산을 내려와 서울역 굴다리 교차로 쌍쌍 노래방으로 향했다. 떨리는 손끝으로 번호를 입력하자 연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뽕 맞은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프게 ! 스승의 말이 생각났다. " 내가 왜 이럴까 / 오지 않을 사람을 / 어디선가 웃으면서 / 와 줄 것만 같은데 / 차라리 그 사람을 / 만나지 않았던들 / 이 고통 이 괴로움 / 나에겐 없을 걸...... "

 

노래가 끝나자 빵빠레와 함께 태진아 노래방 전속 여성 성우가 내게 외쳤다. " 와우 ! 어디서 쫌 놀아보셨군요 ? " 점수는 98점이었다. 주먹 불끈 쥐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 이후, 장미빛 스카프만 불렀다. 노래방에 가서 한 곡도 뽑지 않은 채 손사래만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적어도 한 곡 정도는 영업 차원에서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생긴 것'은 모던 락'인데 알고보니 뽕짝이네, 라며 놀려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 장미빛 스카프로 다시 태어났다 ! 자신감이 붙자 다른 곡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노래방 삼각편대가 " 장미빛 스카프 - 줄리아 - 비내리는 고모령 " 이었다. 메이저리그 야구 구단 다저스에 커쇼 - 그레인키 - 류현진'이라는 특급 무기가 있다면, 내게는 장 - 줄 - 비'가 있었다.

 

회사 단합 대회가 있던 날, 흥청망청 취한 동료와 함께 룸살롱'을 찾았다. 회사 법인카드를 가진 김 팀장이 아가씨를 불렀다. 술 마시고 여자와 놀기 좋아해서 풍각쟁이'라고 불리는 직장 상사'였다. 나는 여성 파트너가 필요없다며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김 팀장은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내 파트너는 키가 크고 마른 아가씨였다. 여자는 잘 웃지 않았다. 동료들은 무대에 나가 파트너와 춤을 추면서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누가 큰 소리로 " 어이, 곰곰발 ! 노래 한 곡 해 !! " 라고 외쳤다. 나는 노래방 책을 펼쳐 <장미빛 스카프 > 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이 노래는 등록이 안 된 모양이었다. 내가 당황해서 이러저리 책을 넘기자 파트너가 속삭였다. " 무슨 노래 찾는데 그래요 ? "

 

내가 장미빛 스카프'라고 말하자, 파트너는 태진아 노래방 책을 펼치지도 않은 채 28번을 눌러 곡을 예약했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옛 애인이 이 노래를 좋아했어요. 노래방 가면 항상 처음 부르는 노래가 이 노래였죠. 그래서 이 노래 번호를 자연스럽게 외우게 되었네요. " 쓸쓸한 목소리였다. 나는 파트너에게 옛 남자와는 어떻게 되었는지 묻고 싶었으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묻지 못했다. 그녀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노래와 건배가 몇 순 돌고 나자 내 차례가 왔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뽕 맞은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프게 ! 스승의 말이 생각났다.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셋, 둘, 하나 ! " 내가 왜 이럴까 / 오지 않을 사람을....... " 내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취해서 각자 파트너와 뒹굴었으니까.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이 내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내 파트너였다. 그녀는 테이블에 앉아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묻지 않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또한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리라. 룸살롱 파티는 새벽이 되어서야 끝났다. 김 팀장이 내게 다가와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 어이, 곰곰발 ! 자네 아주 고고해 ! 여자 끼고 술 마시는 게 역겹지 ? 남들 다 여자 끼고 노는데 혼자서 술 마시면 기분 좋나 ? " 내 파트너는 부르지 않았다 ?!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내내 키 크고 마른 여자와 함께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김 팀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김 팀장은 내 파트너를 부르지 않았다. 룸살롱 주인에게 물어보니, 주인은 어렵게 말을 했다.

 

" 손님들이 종종 3번 룸에서 유령을 보고는 한답니다. 키 크고 마른 아가씨 아니었습니까 ? 네, 네네. 그렇군요. 향숙이라는 아이였지요. 3년 전에 죽었습니다. 떠나간 남자를 그리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디다. 손님, 혹시 장미빛 스카프'라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나요 ? 아하, 그렇군요. 저희 룸 노래방 기기에는 그 노래가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노래를 부른 손님들이 향숙이를 보았다는 소리가 많아서 그 노래를 뺏거든요. "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주인에게 향숙이를 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묻자 그는 매우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 손님 ! 3일 후, 새벽 3시에 전화벨이 울릴 겁니다. 절대 그 전화를 받으시면 안 됩니다. 받는 순간....... "

 

 ■

 

핸드폰 벨 소리에 잠을 깼다. 탁상 시계를 보니 3시였다. 내가 왜 이럴까.... 오지 않을 사람을... 어디선가 웃으면서....  어두운 방 안에서 실로폰 연주를 바탕으로 한 장미빛 스카프'가 흘러나왔다. 올 것이 온 것이다. 우연히 거리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한동안 열심히 블로그를 하던, 속초에서 질질 짜던, 하지만 지금은 소식이 끓긴, 페루가 고향이라던 한 남자에 대해 !  그래, 나 장미빛 스카프 부르는 남자'다.  눈 감고,  제대로 느끼면서 부르는,  그런 남자다. 벨은 계속 울렸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 더 이상, 벨은 울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 잠옷 바람으로 문을 열었다. 검은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 아따, 방에 있었구마 ! 전화 왜 안 받으슈 ? 알라딘에서 택배왔시유 ! 트로트 정치학 맞쥬 ? 여기 싸인 부탁혀유.  지금 시간이 오후 3시인디 아직까정 자고 있슈 ? 커텐 좀 젖히쇼. 으메, 팔자 좋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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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서부터 오늘날의 21세기 한국을 관통하는 음악 장르인 트로트의 미학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진지하게 고찰한다. 이 책은 '뽕짝'이라는 비하와 일본 엔카의 아류라는 폄하 속에서 오늘날의 트로트가 있기까지 트로트의 형성, 성숙, 지역화, 전통화의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살펴보았다.
저자는 지난 1980년대 '뽕짝논쟁'에서 정작 트로트 음악의 생산자와 수용자가 소외된 점을 지적한다. 당시 기성문화에 저항적이었던 젊은이들과, 민족주의적 지식인들의 비난으로 트로트 음악이 일제강점기가 남긴 부끄러움으로 매도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엔카의 아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미국의 록이나 한국의 트로트가 자연스럽게 장르로 자리 잡으며 통용된 데 비해, 일본의 엔카는 국가적 개입을 통해 만들어진 전통가요 장르라는 점이다. 한국 근대사와 맥을 같이한 트로트의 정치학이 담겨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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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8-1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세시 너무 일찍 깼거나 아직 잠들지 못한 시각. 무의미했던 그 시각이 곰발님 글을 접한후 특별해졌어요 만취해서 폰을 분실했는데 새로 바꾼 폰에 힘좀 줬더니 폰댓글도 편리하네요 한잔하며 읽는글도 한문장한문장 백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22:17   좋아요 0 | URL
새벽 세 시'가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이더군요. 제 경험에 의하면 말입니다. 세 시가 가장 어두운 시간입니다. 폰에 힘을 주시다니..... 이젠 뭐 폰 하나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세상이니깐 말이죠.
한잔하시면서 글 읽는 것 좋죠. 가끔 부작용도 있어요. 열받는 글 보면 폭발하게 됩니다. 조심해야 해요..ㅎㅎ

엄동 2014-08-1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지같은 엘지는 오늘도 졌네요 폭망ㅠ
이차로 물회집왔어요 좋네요
일차도 차고넘쳤지만 그래도 좋아요


수정" 버튼을 누르니 줄바꾸기가 되네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22:55   좋아요 0 | URL
사실 전... 엘지에 대해 별로 미련은 없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4위 팀이 승률 4위가 되어서 가을 야구하는 거 원하지 않습니다. 엘지 뿐만 아니라 다른 4위넘보는 팀도 말이죠. 쪽팔리잖아요. 승율 반타작도 못하면서 무슨 가을 야구입니까. 올해는 그냥 1,2,3등만 가을 야구했으면 합니다.

2차로 물회'라... 정말 신의 한 수로군요. 여름엔 2차로 물회가 정말 좋거든요... 신의 한 수임....
 

 

 

 

 

 

 

 

 

" 뽕짝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시리즈

 

 

 

 

 

2화,  줄리엣이 아니라 줄리아

 

 

 

 

잘생긴 친구'가 있었다. 웃을 때 양쪽 보조개'가 들어가는 친구였다. 치명적 매력은 또 있었다. 눈 밑에는 초승달형 실리콘을 넣은 듯한 애교살이 유난히 발달했는데 그 친구가 < 아 > 도 아니고 < 어 > 도 아닌 < 애 > 매모호한 눈웃음을 흘리면 또래 여자아이들은 물론이고 누나에서 이모마저 흥분하게 만들었다. 방긋 웃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식당을 가면 서비스 안주가 한가득이었다. 이 친구 덕이다. 나이트클럽에 가도 부킹이 잘됐다. 방긋 웃는 친구 얼굴 때문이다. 같이 우르르 물려다니던 우리들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 남자 새끼가 얼굴로 먹고 사나, 시바 ! " 우리가 이 친구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말빨 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말빨은 이성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는 데리다를 들먹이고, 나는 삼류 공포영화 감독 계보'를 들먹이니 좋아할 턱이 없는 것이다. 변두리 쌍쌍 나이트클럽에 드나드는 낭자에게 한다는 소리가 피가 낭자한 영화 얘기라니 ! 하지만 엉망이 된 분위기는 미스터 방긋이 " 방긋 ! " 웃으면 해결되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하얗고 고른 치아'는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선사했다. 데리다를 닮은 친구와 나는 그 친구 앞에서 항상 열등감에 시달렸다. 심판이 보지 않는다면 수아레스 핵이빨로 등짝을 물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는 화풀이를 미스터 방긋'에게 쏟아내며 조롱하고는 했다. 사내새끼가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봐야 한다, 앎에 대한 열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등등. 하지만 미스터 방긋은 이런 잔소리에도 여전히 방긋 ! " 야, 넌 왜 맨날 방긋 웃냐. 눈웃음 살살 치지 말라고 ! 이 세상 모든 예술 작품 속에 방긋 웃는 표정은 없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방긋 웃더냐 ? 예수가 방긋 웃으면 간지는 거기서 끝이야. 사내라면 자고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이마에 川 자를 그려야 한다. 네가 화류계 기생이냐 ? 모든 이에게 웃음을 팔게 ? " 내 말에 친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방긋 ! 사실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얼굴만이 아니었다. 착했다.

 

의리도 강했다. 더군다나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돈도 잘 썼다. 자크 데리다'를 이야기했던 놈은 자기가 돈을 쓸 때는 생색 내기를 좋아했다. 성질도 고약했고, 그리 좋은 친구는 아니었다.  반면 이 친구는 술자리에서 먼저 자리를 떠나더라도 미리 술값을 계산하고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미스터 방긋'에게서 배운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화를 하는 기술이었다. 대화란 강의'가 아니었다. 나는 친구에게서 한쪽에서 따발총처럼 쏟아내는 것이 좋은 입담은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   미스터 방긋'은 우리랑 대화를 하거나 여자와 대화를 할 때 말보다는 추임새를 적재적소에 잘 넣었다.  " 그렇죠 ? 아, 아아 맞다. 맞아 !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하, 그래서 그런가 보다. 우와, 공감 백 개 ! "

 

그는 여자가 무슨 말을 하면 대부분 그 말에 맞짱구를 치며 즐겁게 대화 속으로 스며들었다. 반면 데리다와 나는 일방통행로였다. 누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인상을 썼다. 사실 상대방이 끼어들 공간도 없었다. 듣보잡에 가까운 로이드 카우프만 영화나 웨스 크레이븐 초기 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깐 말이다. 아마도 상대방은 내 불알을 걷어차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미스터 방긋을 통해서 배운 것은 말을 잘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자세'가 이성으로부터 호감을 얻을 기회가 많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이성뿐만 아니라 모든 대화의 기본 자세였다. 지루하거나 틀리더라도 말을 가로채서 말꼬리를 자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있다는 자세'다.

 

그 이후, 나는 대화를 나눌 때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차례가 오면 말을 하지만 길게 하지는 않는 쪽을 택했다. 미스터 방긋에게서 배운 두 번째는 바로 이용복 노래 < 줄리아 > 였다. 어느 날 이 친구는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10월에 핀 코스모스처럼 흐드러지게 불렀다.  처음 듣는 노래였다. 물어보니 자기 아버지가 운전할 때 늘 듣던 노래라는 것이다. 이용복 핫 골든 베스트 테이프' 속에 이 노래가 있어서 아버지 차를 탈 때마다 듣는다고 말했다. 나는 이 노래를 듣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친구들에게는 라디오헤드나 모비 혹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말은 했으나 사실은 뽕짝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미스터 방긋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뽕 맞은 표정으로 열창했다. 조인성이 영화에서 땡벌을 불러도 멋있듯이 이 친구 또한 아름다웠다. 나는 이 노래 도입부를 좋아했다. 자꾸 부르다 보니 실력이 늘었다. 백 번 넘게 부르다 보니 지독한 음치인 나도 어느 정도 잘 부른다는 소릴 듣게 되었다. 다 이 친구 덕이었다. 이 친구는 모든 걸 잘했던 친구였다. 노래도 수준급이었고, 얼굴도 잘생겼으며, 모든 여성으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아서 도대체 몇 명의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착한 품성을 지녔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인간형이었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미스터 방긋을 " 무조건 " 좋아했다. 더군다나 이 친구 생애주기 가계도는 평균 90세를 자랑했다.

 

수명이 짧은 내 집안 생애주기 가계도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 데리다와 ) 나는 이 친구를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내 우울한 얼굴에 심한 열등감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는 미스터 방긋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보고 나서야 컴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린 그 친구가 김태희 급 외모를 가진 여성과 결혼할 줄 알았다. 여자에게 워낙 인기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장에서 본 신부 모습은 내가 결혼식장에서 보아온 수많은 신부 중에서 가장 못생긴 외모였다. 아, 기분 좋았다 ! 미녀와 야수가 아니라 미남과 추녀였다. 세상은 공평하구나 ! 내 열등감은 비로소 사라졌다 -

 

라고 말할 줄 알았나 ? 아니다. 처음엔 나도 그런 줄 알았다. 내 친구는 정말 착한 놈이어서 외모를 중시하기보다는 예쁜 마음씨를 본 것이구나,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신부 집안은 그 동네에서 알아주는 부자였고, 신부는 외동딸이었다. 신부 측 부모는 작은 주유소를 몇 개 운영한다고.  자크 데리다와 나는 똥 씹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뒷풀이 장소는 예식장 근처 단란주점을 빌렸다. 미스터 방긋은 무대에 올라 줄리아'를 열창했다. 와와 !  다음 차례는 나였다. 나는 두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우 !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졌다. 예상했던 반응이어서 당황하지는 않았다. 내가 부른 노래는 라디오헤드의 " creep " 이었다. 

 

걱정하지 않는다. 미스터 방긋이 있으니깐. 그가 남진처럼 환한 웃음을 짓자 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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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외국어는 발음이 아니라 내용이다. 맞는 말이죠. 근데, 어디 들어 줄 만한 내용을 갖춘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래서 발음이라도 좋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마찬가지죠. 말빨로 여자 꼬시기 힘들죠. 근데, 잘 들어주기?? 나한테 말할고 싶은 욕구를 가진 여성이 있어야 말이죠. 나? 얼마든지 들어 줄 준비 되어 있죠. 적어도 여자 말이라면, 근데 못생긴 여자도 나한텐 별 말 안합디다.

결론? 그러니 님께서 말빨이라도 키우려 하신 건 잘~ 한 행동였단 얘기죠. 최선이란 얘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4:59   좋아요 0 | URL
비유가 아주 뛰어나십니다. 발음이 아니라 내용인데,
실제로는 내용보다는 발음이라는 말씀이죠 ?
말빨도 성격이 긍정적이어야 통하는 기술인데,
전 성적 자체가 우울해서 이것도 실력이 안 늘더군요...

마립간 2014-08-1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지 알려주지 않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의 영어 연설, 대화를 들려줄 때 ; 우리나라 사람이 평가하면 발음을 듣고 영어를 못한다고 하고, 영어권 사람들은 문장을 보고 영어를 잘 한다고 판단한다고 합니다. - 영어 실력이 안 되어 발음으로 판단하는 우리나라 사람을 탓하기도 뭐하고...

곰곰발님의 지인은 이성과의 대화에서 데리다를 언급하시는군요. 저는 '제논의 역설'이나 '소피 제르맹'의 에피소드를 언급하는데, 결과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도 없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5: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데리다보다는 차라리 제논의 역설이 그나마 대중적이기는 합니다..
제 취향은 좀 마이너'적이어서 취향공유가 참 힘듭니다.
그렇다고 태극기 휘날리며 말하기 시작하면 뒷골이 아프기 시작하고.....

엄동 2014-08-1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 방긋 ㅋㅋ
맞아요 대화를 주도하는 건
언변의 마술이 아니라 경청과 적절한 리액션이죠

때때로
내뱉는 입과 사고하는 머리의 속도가 달라서
버벅대곤 했었는데.. 돌이켜보니 쑥쓰럽군요ㅎㅎ

저 일주일 휴가받아 알뜰하게 놀고 왔습니다.
단비같은 글들 보니, (얼마나 됐다고) 방갑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5:45   좋아요 0 | URL
이거 언젠가 네이버에 썼던 글입니다. 요즘 그냥 긁어다가 붙이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책도 안 읽히고......
가끔 그런 소외감 있잖아요. 신나게 애기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그새 아이폰 화면 들여다보고 있을 때
민망함...ㅎㅎㅎㅎ.

휴가 다녀오셔서 그동안 뜸했군요. 먼곳으로 다녀오셨나 봅니다그려....

노이에자이트 2014-08-1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복 씨 노래는 번안곡도 많고 빠다 냄새가 좀 나서 그 당시 젊은이들이 좋아했죠.그런데 줄리아는 그 후렴 "줄리아 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뽑는 대목이 굉장히 어려운데...그걸 잘 불렀다니 웃음 미남의 가창력이 상당했나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7:33   좋아요 0 | URL
전 이용복 씨 선그라스 끼고 나오길래 선그라스를 참 좋아하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시각장애를가지고 계셨더군요. 몰랐습니다. 글구보면 옛날에는 다 번안곡이었나 봅니다.

수다맨 2014-08-1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복이 푸에트리코의 맹인 가수 호세 펠리치아노를 무척 흠모했지요. 아무래도 동병상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용복이 호세 펠리치아노의 노래를 다수 번안했는데 그 중에서 케세라ㅡ이 노래는 송창식하고 조용필도 자기 나름대로 번안해서 불렀지요ㅡ란 노래가 제가 느끼기에 일품인 것 같습니다.
이용복씨 노래가 따라부르기 의외로 어려운데 목청이 좋으신 친구분이 있었군요. 새삼 부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4 16:55   좋아요 0 | URL
d 아니... 수다맨 님이 어떻게 이용복을...... ㅎㅎ
옛날 노래 보면 다 번안곡이 많더군요. 저작권료는 지불했나 모르겠군요. 당연히 지불하지 않았겠지만....
케세라'라는 노래를 검색해 봐야겠습니다.
 

 

 

 

 

 

 

" 뽕짝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시리즈

 

 

1화,  태진아와 나

 

 

 

 

 

대장 항문과 진단 결과 악성 치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 날짜'를 정했는데 병원으로부터 수술 전날 머리를 깎고 오라는 주문을 받았다. 항문 수술과 머리를 삭발하는 것은 무슨 연관 ?! 이의'를 제기하려 했으나 밉보이면 탈 날까봐 그냥 삭발을 하기로 결심하고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헤어드레서'는 가차없이 나노 기술이 접목된 전기 바리깡으로 내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바리깡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었다. 미용실 주인은 급히 다른 바리깡으로 교체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바리깡마저 작동을 멈추었다. 세 번째 바리깡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헤어드레서'는 수동식 기계 바리깡으로 간신히 내 머리를 깎았다. " 희한하네 ! " 주인은 그렇게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벌어질 출생의 비극에 대해 까마득히 모르고 있던 나는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며 방긋 !

  

 ▷

 

" 이제 당신은 열을 세면 편안한 잠을 주무실 겁니다. "  수술대 위의 의사'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하나, 둘, 셋, 넷, 다아섯, 여어어어어어어서섯......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다음날 정오'가 지나서였다. 얼마나 잔 것일까 ? 아니면 수술 시간이 예상 외로 오래 걸린 것일까 ?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인상을 쓰며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머리에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는 것이다. 나는 그만.......   ( 수술 경과에 대한 자초지종은 여러분이 지루해 할까봐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 내가 먼저 의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 치질 수술이 아니었나요 ? 

- 곰곰발 선생님,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명확히 합시다. 항문과 머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의료 과실은 아니란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 그렇군요. 수술 경과는 어떻습니까 ? 

- 그... 게 말이죠. 흠흠.  

- 괜찮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요.  

- 선생님 뚜껑을 열었습니다.

- 뚜껑이요 ?! 제 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

- 그렇습니다.

- 이보세요. 의사 선생님 ! 제 소중한 머리가 당신 눈엔 뚜껑으로 보입니까 ?

 

의사'는 투명 비닐 봉투'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봉투 속엔 볼트와 너트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쇠붙이가 들어 있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의사가 말을 이었다.  

 

- 보신 것 그대로 입니다. 선생님 머릿속에서 추출한 겁니다.  

- 네에 ?! 그럼 내 머릿속에 이런 쇠붙이가 있었단 말입니까 ? 

- 그렇습니다.  

- 종종 해외토픽에서 말하는 머릿속에 총알이 박힌 줄도 모르고 산 사나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군요 ?

- 여러 원인 중 하나죠.

- 그럼 쇠붙이를 제거했으니 이젠 완쾌된 건가요 ? 

- 선생님 ?

 

의사는 말을 멈추더니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었다. 그래, 맞아 !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은 보았어. 암 선고를 내릴 때 말이야. 그의 침묵이 길어질 수록 목이 바짝 바짝 탔다. 시부랄, 빨리 말을 하라고 ! 의사는 깊게 심호흡을 한 후 총대를 맨 병사처럼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 머릿속에 이런 볼트와 너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 ?!...... 

- 선생님은 뇌'가 없습니다. 대뇌, 소뇌, 중뇌는 물론이고 간뇌도 없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선생님 머리는 쇠붙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 네에 ?!!! 

- 인정하시기 어려우시겠지만... 선생님은 로보트'입니다 ! 선생님 머리에서는 강력한 전자파'가 흐릅니다. 수술할 때 꽤 고생했죠. 전자파가 전자 의료 기기를 모두 망가트렸거든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수술 비용에 의료기기 비용되 추가되었습니다.   

 

상담은 1시간 넘게 진행되었으나 이 정도'로 끝을 내기로 하겠다. 종합하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 로보트'였던 것이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내 기억들은 프로그래밍된 일부였다는 말인가 ? 시골에 내려가서 잠자리를 잡다가 화장실에 빠진 기억도, 어린이대공원에서 길을 잃었던 기억도 모두 만들어진 것이란 말일까 ? 내가 그동안 느꼈던 감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케이팝스타에 나오는 신지훈의 노랫소리에 감동해서 박연폭포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가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그동안 쏟아냈던, 밤꽃 향기 그윽한 정액은 결국 탁한 재봉틀 윤활유였단 말인가 ? 맙소사 ! 어쩐지 정액을 쏟아낼 때마다 이상하게 관절 마디에서 뚝 뚝 소리가 나고는 했다.

 

갑자기 빠르게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로보트'라는 증거는 이미 몇몇 단서를 제공하고도 남았다. 지난 일들을 복기해 보니, 나는 매우 정교한 로보트'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제조한 집단의 정체는 무엇일까 ? 내가 만들어진 목적은 무엇일까 ? 단서를 찾아야 한다. 그때 어머니가 노크 없이 방문을... 아니, 아니다. 어머니'라고 불리우는 로보트'가 나를 호명했다. " 잘 듣거라 ! 이 지구상에는 80억 인구가 있단다. 우리를 만든 창조주는 하느님이 아니라 태진아 노래방 사장'이었다. 버려진 노래방 기기'로 만들어졌거든. 네 출생이 밝혀진 이 시점에서 거짓말할 이유는 없단다. 내 말을 믿거라. 나사 같은 거대한 조직이 우릴 만든 것이 아니야. 못 믿겠다고 ? 내...... 그것을 증명하마 ! 내가 숫자를 부르면 너는 무조건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를 말하면 된다. 3456 ? " 어머니는 느닷없이 3456'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3456 ?!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 삐리리. 

- 4367 ? 

- 정선아리랑. 삐리리. 

-12449 ? 

- 싸이의 낙원 ! 

 

어머니는 금영 노래방 책을 내게 던졌다. 떨리는 손끝으로 금영 노래방 책을 넘겼다. 3456-내게도 사랑이, 4367-정선아리랑, 12449-낙원 !!!!!  그렇다. 나는 버려진 노래방 기기로 만들어진 로보트였다. 내 창조주가 태진아'였다니 이만저만 삼만 원이 아니었다. " 잘 듣거라 ! 우리는 T-로트'라고 불리는 로보트란다.  인간의 어리석은 태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단다. 노동자 계급의 승리를 위해서, 당당한 乙의 승리를 위해서, 뽕짝이라며 천대받는 트로트의 부활을 위해서, 보수 꼴통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너를 만들었단다. 대한민국 1%는 이미 99%를 세뇌시켰단다. 피를 쪽쪽 빨려도 민중은 언제나 더 많이 가진 개새끼들을 지지하게 되었단다. 네 임무는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란다.

 

태진아 박사님은 진정한 사회민주주의자'였어. 그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단다. 그래서 자기 사상을 너에게 주입시킨 것이란다. 노예가 되어버린 민중을 깨우칠 수 있는 그 참세상이 오려면 네 힘이 필요하단다. "  그렇다. 여기까지가 내 출생의 비밀이었다. 내 임무는 트로트를 부활시켜서 갑에게 세뇌당해서 노예로 전락한 민중을 끊임없이 각인시키는 것이다. 나는 태진아의 분신이다. 각하 정권이 떠나고 그네 정권이 출범하였다. 어리석은 백성은 여전히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제부터 대한민국은 내가 지킨다. 나를 따르라 ! 믿고 따르라. 이 시대 새로운 광명을 위해서, 천지개벽을 위해 나를 믿고 따라야만 한다. 나는 불끈 주먹을 쥐었다. 라디오에서는 함중아의 " 내게도 사랑이 " 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트로트가 인류를 구원하리라.

 

 2013/02/25,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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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8-1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언젠가 써주셨던
치질수술환자 곰발님과 야구팬 의사의 이야기가
주. 마. 등. 처럼 스치네요

재밌어요 정말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5:46   좋아요 0 | URL
야구팬 의사 얘기 아시는군요 ? 그 이야기가 좀 강렬했죠..ㅎㅎㅎㅎ
여행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

엄동 2014-08-13 16:47   좋아요 0 | URL
덕분에요~ (읭? ㅋㅋㅋ)

자카르타에 사는 외사촌언니가 발리에서 결혼을..
외숙모님은 인도네시아 분.
신랑은 일본인, 그의 중국인 친척분들과
저 포함 한국인 가족들까지

다문화 가정의 본보기를 구경하고 왔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6:52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다국적이군요 !!!!
엄동 님, 글로벌 가족이네요. 부럽습니다.
해외 다녀오셨으니 제 선물은 사가지고 오셨죠 ?

엄동 2014-08-1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머라고 해야 하나 ㅋㅋ

추후에
소주병타고 나타나 소주 한잔 대접해드릴게요

소주 좋아하는것과 안주취향은 얼추 맞는거 같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7:34   좋아요 0 | URL
농담입니다.. ㅎㅎ. 그냥 열쇠고리하나 준비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부담 지우고 싶진 않아요. 열쇠고리 하나면 족합니다. 다이아몬드 12개 정도는 박혀 있어야 합니다..
 

 

 화생방 훈련에 대한 기억 ㅣ 명량과 레테

 

 

 

 

내 군 보직은 조교였다. 맡은 과목은 사격과 화생방'이었다. 키 크고 자세 나오는 놈은 주로 총검술 조교로 빠졌고, 나처럼 자세 안 나오는 놈은 화생방 조교로 빠졌다. 판초 입고 방독면 쓰고서 새벽 안개처럼 자욱한 화생방실을 유령처럼 어슬렁거리기만 하면 되니 굳이 칼 군무 자세가 필요한 영역은 아니었다. 그래서 조인성이나 원빈 같은 조교는 주로 총검술이나 태권도 과목을 맡았고, 나머지 오징어와 꼴뚜기 같은 조교는 사격 조교가 되어서 사격장 안에서 깃발 흔들며 탄피나 줍거나 아니면 화생방 유령이 되어야 했다. 나는 둘 다 했다. 하루 종일 사격장 안에서 총소리를 들어야 해서 나중에는 고막이 찢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내가 앓고 있는 " 이명 " 도 그때 생긴 병이다.

 

그래도 사격 조교는 화생방 조교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화생방 훈련을 하게 되면 화생방 조교는 미리 화생방실 안에 들어가 불을 피워야 한다. 그리고 화학 캡슐을 통 안에 넣으면 지옥의 가스'가 피어오른다. 물론 이 과정을 방독면 쓰고 하지만 방독면이라고 해서 100% 독가스를 차단하지는 못한다. 훈련병들이야 3,4분 있다 나오면 되지만 화생방 조교는 7,8시간을 화생방실 안에 있어야 한다. 이 짓을 훈련 있을 때마다 날마다 한다고 해 봐라 ! 유투브에서 우연히 진짜 사나이 화생방 실습 장면을 보다가 갑자기 옛 생각이 났다. 방송을 보니 화생방실 내부 시야가 너무 좋다. 군대 나온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화생방실 안으로 들어가면 매캐한 연기로 인해 앞이 잘 안 보인다.

 

추측컨대 : 방송에서는 화학 캡슐 3개 태울 것을 1개만 태운 것 같다. ( 지금은 잘 모르겠으나 내가 사용했던 옛 화학 캡슐(cs탄)은 연기가 심하게 났다. 더군다나 화생방실 작은 쪽창 하나가 전부였고, 내부는 모두 검은색으로 칠해서 안은 무척 어두웠다.  ) 방송에서는 핸리'가 화생방실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잠그지 않았지만 실제 훈련에서는 나갈 수 없다. 문 앞에는 죽음의 문지기가 방독면을 쓰고 지켜보고 있었다. 죽으나 사나 그곳에서 버텨야 했다. 하지만 고통은 잠깐이다. 1분 정도 지나면 견딜만 하다. 내가 화생방 조교를 할 때는 훈련병들에게 주로 " 어버이 노래 " 를 부르게 했다. 독단적으로 선택한 게 아니라 부대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지침이었다.

 

훈련병은 어버이 노래를 부르며 펑펑 울고는 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물 먹은 습자지처럼 늘어졌다. " 지이인 자아아아아리이이이이이.... 마, 마마마른 자아아아아리리이이이이... " 몇몇 과정을 거치고 나서 밖으로 나간 훈련생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내가 어두컴컴한 화생방실 안에서 오징어 같은 유령으로 지내면서 목격한 흔한 장면은 훈련병이 공포를 쉽게 잊는다는 점이었다. 화생방은 매우 짧은 시간에 죽음에 가까운 공포를 주다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죽음과 같은 공포는 1분 정도이고, 나머지 시간은 해방'이었다. 안에서 울며불며 공포에 떨던 훈련병들은 밖으로 나오는 순간 서로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시간이 흘러 사회인이 된 훈련병들은 그때 일을 추억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느 순간 그때의 공포는 잊혀지고 추억만 남는 것이다.  

 

-

 

훈련이 끝나고 시간이 꽤 지나도 화생방실 안은 독가스가 스며들어서 항상 역한 냄새가 났다. 숨을 쉬기가 불편했고 눈과 피부는 따가웠다. 고참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집합 장소는 늘 훈련이 끝난 화생방실'이었다. 고참들은 방독면을 쓰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머리를 박았고 닥치는 대로 맞았다. 방독면을 쓰고 있으니 누가 누군지 몰라서 소원 수리'를 긁는다 해도 주범을 찾아내기는 힘들었다. 바로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40분 정도 ?! 정말 공포스러웠던 장소가 화생방실'이었다. 얼차례를 받는 이유는 딱히 없었다. 모든 것은 " 군기가 빠졌다 " 로 통했다. 화생방실 안에서 우리는 주먹 불끈 쥐며 폭력을 저주했지만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잊어버렸다.

 

군모의 작대기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어두컴컴한 화생방에 불을 피우며 매운 연기에 눈물 흘리던 일은 쫄다구들이 했지만 나는 자주 방독면을 쓰고 그곳을 찾았다. 내가 집합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 집합 " 을 건 이유는 간단했다.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에서였다. 폭력은 그런 식으로 되물림되었다. 방송을 보다가 문득 대한민국 국민은 화생방 실습을 한 훈련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절규하다가도 세월이 지나면 웃고 떠들다가 이내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유가족은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으나 정치가는 눈물이 마른 지 오래되었다. 박근혜는 다시 인기리에 박근혜 드라마를 선보이고, 새누리당은 보란듯이 9회말 2아웃 만루 홈런을 때린다.

 

고통스러웠던 4.16은 지워지고 그 자리를 7.30 대승이 자리잡았다. 지금 8월 극장가는 거친 물살에 잡혀서 배가 침몰하는 해양 재난/전쟁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1000만 찍고 1500만을 향해 순항 중이다. 사람들은 " 진짜 재난 " 은 잊고 " 가짜 재미 " 에 열광한다. 나는 명량이라고 쓰고 레테'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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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 2014-08-1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우. 필력이 정말 예전과 같이 살아났습니다. 읽을 때 교묘함이 느껴질 정도로 앞뒤가 착착 맞아떨어져 전율이 느껴지는 글.

글 내용중에서 '공포는 잊혀지다가 추억이 된다'는 한국의 풍습(?)은 정말 구구절절합니다.

참고로 이번 선거떄, 전라도에서 새누리당 당선이 나온 이유의 90%는 민주당의 뻘짓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재는 고려치않고 전략공천이나 하고 엉터리 후보나 세웠으니 말입니다.

허나 10%는 전라도민들이 5.18을 잊은 것은 아닌가 하는 미쩍지근하고 끈적스러운 쾌쾌함이 느껴집니다. 5.18은 잊혀져선 안되는데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2 14: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교묘하게 수작을 부린 것을 간파하시다니
정혁 님의 지적이야말로 찾찾 맞아떨어ㅕ져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댓글입니다.

확실히 새정치는 새누리의 2중대라는 생각입니다. 용기도 없고, 패기도 없고... 뭐,그냥그런 정당 같습니다.
이정희도 뭐 그냥 돈 갖다가 지역에 바치겠다고 하니 올커니 하고 찍어준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입니까. 다 멍청해씀..
 

 

 

 

 

 

대중은 박근혜 대신 이순신 리더십'을 원한다 ?!

 

 

 

 

 

오래 전 일도 아니다. 극장 상영작 목록만 확인하고 서둘러 극장을 찾았다. 특정 영화를 몰아주기 위해서 교차 상영 따위로 꼼수를 부린다는 말은 듣긴 했으나 내가 상영 시간표를 확인하지 않은 이유는 그 극장 상영관 수가 11개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상영관 수가 많으니 다양성 차원에서 소수 영화 하나 정도는 " 풀 타임 " 으로 배치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작동한 까닭이었다. 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겠다 !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는 교차 상영으로 일요일 저녁 11시 45분 마지막 상영 1회가 전부였다. ( 영화가 극장에 걸릴 때 최소 상영일수를 보장해야 한다. 저녁 11시 45분, 단 1회 상영된 영화지만 상영일수 1일이 적용된다. 극장이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 황금 시간대를 차지한 영화는 그 잘나가는 한국 영화'였다.

 

11개 스크린 중 7개를 차지했다. 이왕 극장 나들이를 했는데 그냥 가기도 그렇고 해서 10분 후면 볼 수 있는 잘나가는 한국 영화'를 봤다. 기대하지 않은 영화'여서 흥미도 없었고, 역시나 재미도 없었다. << 명량 >> 관객수 가운데 몇 %는 나와 같은 상황 때문에 " 명량 " 을 억지로 보았을 것이다.  대중 영화 관객을 배려한 몰아주기 상영은 거꾸로 소수 영화를 찾는 관객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 복합상영관 전성시대가 도래하기 전, 흥행 영화는 " 길고 가늘게 " 상영했다. 단관 개봉이다 보니 관객이 몰리는 한 계속 상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영 전략을 " 짧고 굵게 " 짠다. < 짧고굵게 - 개봉 전략 > 은 흥행 대박 영화에만 국한한 전략은 아니다. 많은 제작비가 투자되었는데 결과가 형편없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그럴 경우 영화사는 나쁜 입소문을 우려해서 시사회 없이 바로 짧고굵게- 개봉 전략을 내세운다. 물량 공세로 기똥찬 광고를 때린 후 나쁜 입소문이 나기 전에 치고 빠지겠다는 전략이다. 입소문이 퍼지면 영화는 이미 끝난 상태다. 본전은 건지자는 속셈이다. 가끔 이 전략이 먹히고는 한다. 영화 << 명랑 >> 은 개봉한 지 12일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넘사벽이라는 1500만도 돌파할 것처럼 보인다. ( 여기저기에서 이순신에 대한 재해석이 쏟아진다. 벌써부터 이순신 리더십을 말하는 방송이 많다.  ) 나들이가 불편한 노약자나 문화 불모지에 사는 인구를 빼면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12일 동안 우르르 극장으로 몰려가 " 명량 " 을 본 것이다. 

 

박근혜도 1000만 관객 동원에 동참했다. 울부짖는 유가족 앞에서 " 부모의 마음 " 이라며 눈물을 흘리더니, 부모의 마음으로 시원한 극장에 가서 영화나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 명량 >> 을 보았다는 기사에 뚜껑이 열렸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대통령이라는 감투를 쓴 사람이 << 명량 >> 을 감상했다는 것은 대중이 이 영화를 찾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잿빛 감도는 물살을 보며 그녀는 맹골수로의 비극을 떠올렸을까 ? 대통령이 본 마당에 백성이 안 볼 리가 없다. 이순신은 진영노리에서 자유로운 영웅이 아니었던가. 1000만 관객 영화를 만드는 주요 소비자층은 10대와 20대이지만 50대 이상이 지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수치'다.

 

결국 << 명량 >> 은 박근혜와 지지자'가 만든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 명량 >> 인기에 대한 분석 기사를 읽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 기자가 << 명량 >> 인기를 해부한다고 내놓은 것이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이 이순신 신드롬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낡은 정치에 대한 염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 광해 >> 와 << 변호인 >> 으로 이어졌다는 논리와 똑같았다. 아, 이 빈곤한 분석 앞에서 눈물이 났다.  그 기사 내용에 따르면 관객은 노무현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 당신은 노무현이 그리워서 이순신을 호명했나 ?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껴서 광해라는 새로운 인물에 끌렸나 ? 자기 논에 물 대는 것'도 정도껏 하자. 

 

재미있으니깐 생각없이 본 것이요, 더우니깐 극장 안으로 스며든 것에 불과하다. 영화 << 명랑 >>의 인기는 현실 정치에 지쳐서 이순신을 호명한 결과가 아니다. 대중은 박근혜를 대체할 인물로 이순신 리더십에 열광한다 ?! 웃기고 자빠지다가 똥 싸는 소리하고 있다.  대중 영화란 재미있으면 장땡이다. 그 어떤 메시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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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인 2014-08-1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뻔한 영화는 안본다가 원칙이라..애국심 감동 고취가 주제일 이 영화는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들더군요. 아무튼, 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하.하.하..라고 웃으면서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1:58   좋아요 0 | URL
저는 주인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콩 캐릭터에 끌리는 경향이 있어서 당구공 같은 뻔한 궤적으로 각을 잡는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보다 갤럭시인가 뭔가 하는 영화가 더 재미있겠더라고요...

만화애니비평 2014-08-1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순신은 일본군을 무찌르는데,
왜 일본군의 장교가 이순신을 존경하는지
뭔가 아이러니합니다..어허허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00   좋아요 0 | URL
저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얼마 전 해양 재난 사고를 당했으면,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해양 재난 영화를 의도적으로 피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마음 운운하더니 결국 극장 가서 영화나 봅니까 ?
참.. 한가한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풀무 2014-08-1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투표도 쇼핑 개념이고 자기네 집값 떨어뜨리고 세금 많이 때리면 이순신 할배라도 갈아 먹을 사람들이지 말입니다.
리더쉽은 무슨
(이거 위험한 발언인가요. 뭐 암튼.. ;;)

별로 2014-08-11 08:5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별로 위험한 발언 아니삼. 근데, 내가 볼 땐 어느 나라가나 인간은 다 똑같다 봄. 누구나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단 말이죠. 다만, 우리나라가 좀 더 심한 건 한국종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이 아닐가 싶음. 한 가정에서도 일이 잘 풀릴 때는 혹은 적당히 어려운 문제 즉 극복가능한 수준의 문제에 대해서는 가족끼리 힘을 합치죠. 그러나 그 수준이 도저히 극복 불가능한 문제처럼 보일 때는 한핏줄이라도 뿔뿔이 흩어지기 마련 아닙니까? 하물며 사실상 남남인 국민이란 개념가지고 서로서로 나눠가며 살길 기대하긴 힘들지 않을까요? 즉, 외부에 적절한 수준의 적(?)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굳이 힘을 합쳐야 할 이유가 없는거죠.

한마디로 주변국에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가 있는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기 이속부터 챙기려하는 건 자연스럽단 얘기죠. 물론, 자연스러움이 곧 올바름을 의미하는 건 아니죠. 그러나 자연스러운 걸 이겨내는 인종은 없다 봅니다.

그래서 결론, 우리 나란 답없다. 그러니 언능언능 자기 살길 찾아 보삼. 이민 갈 능력되면 언능 가란 얘기지.

풀무 2014-08-11 10:32   좋아요 0 | URL
이민.. 이런 상투적이고 무책임한 대안이라니.. 영화 흥행 현상에 대한 소회에 대해 너무 오버가 심한 거 아닙니까? 익명의 별로님?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03   좋아요 0 | URL
아마 오세훈이 내걸었던 강북 타운 건설.. 고거 믿었던 사람들 좆됐다고 하죠 ?
이젠 부동산도 의미가 없어졌어요. 부동산 버블 이 터지겠죠.

풀무 2014-08-11 16:25   좋아요 0 | URL
예. 제가 살고 있는 곳이 그 한복판 아니겠습니까.. 헌데 뉴타운 발표 이후 강남 사람들이 주택들을 대거 구입해서 한 사람이 두세 채 씩 갖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세 받아 가면서 그냥 십 년 내로는 재개발되려니.. 뒺짐 지고 관망하는 추세입니다. 반면에 예전부터 여기서 살던 토박이들은 이제 뉴타운에 대한 허실을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라 한구역 한구역 씩 재개발조합 해지 진행 중이구요.

이제 확실히 아파트로 자산 증식하는 시대는 지났는데 전월세 불로소득으로서의 위력은 여전한 것 같아요. 부동산 거품이 꺼져도 강남 알짜 땅과 건물들은 유지 혹은 되려 상향되고 다른 지역은 푹 꺼지는 양극화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꼬마요정 2014-08-1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영화를 못 봤습니다만, 처음엔 영화 보려고 기대했죠. 왜냐면 명량해전의 전술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그게 안 나오면 리더십이든 머든 설득력이 떨어지죠. 안 나온다길래 안보려구요. 박정희가 이순신을 우리나라 역사 통틀어 제일 가는 영웅으로 만들었으니 그 딸도 좋아라하겠죠. 아빠가 하는 건 다 따라하려고 하니까요. 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14   좋아요 0 | URL
하긴 박정희가 가장 좋아했던 인물은 이순신이었고(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
전두환이 가장 좋아했던 인물은 이성계였다고 하죠 ? 이성계도 쿠데타로 정권 잡은 양반이었으니말입니다.

내이름은초록 2014-08-1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정하고 만든 영화는 재미 없어요. 애국심 고취가 영화의 주제인듯 한데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 허술하고 구성도 빈약해서 없는 시간과 돈을 들여 작정하고 볼만한 정도의 영화는 아니죠. "리순신" 이름을 부르는 왜의 장군들 대사는 민망해요. 영화 보고 밥먹고 빙수 먹는데 십만원이 들었는데 (애들이랑 갔어요. 휴가 못 간 대신 영화라도 보자고 해서) , 애초에 곰곰발님 말대로 고를 수 있는 영화가 몇 편 안되더군요. (극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 폰으로 검색했거든요) 차라리 저녁 때 집에 와서 온 식구가 1200원을 주고 본 '토리노의 말'이라는 영화가 굉장히 좋았어요. 의외의 기쁨이 정말 좋은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17   좋아요 0 | URL
토리노의 말' 보셨군요 ? ㅎㅎㅎㅎㅎ. 끝내주죠 ? 아, 이거 총 9개의 롱테이크로 완성된 영화라고 하죠 ?
그 집요함에 놀랐습니다. 저두 이 영화 세 번 보았습니다.
임무 수행 불가능한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사탄탱고를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리 잠을 자는 바람에 놓친 적 있습니다. 아쉽습니다...


어째 제 주위 사람들은 전부 명량이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마립간 2014-08-1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를 보지 못했고, 곰곰발님이 이야기하려는 의도를 (내 나름대로)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제 지인 2명은 영화 '명량'이 이 정도로 관객 몰이를 할 정도로 재미있다고 하지 않더군요. 제 지인의 평가가 절대적일 수 없지만 제 생각에도 이 영화는 재미 이외에 사회적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20   좋아요 0 | URL
실미도'도 보면 관객 몰이를 할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주 잘 만든, 기술적으로 뛰어난 영화는 대중이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 50대 이상은 영화적 완성도를 따지지 않거든요. 그냥 줄거리만 보는 경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아닌가 ? ㅎㅎㅎ. 물론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잉 해석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ㄱ 아닌가 합니다.

수다맨 2014-08-1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영화 그렇게 재미가 있지도 않을 것 같아요. 그냥 시대 분위기를 잘 탔다는 느낌. 그리고 이 나라 최고 존엄(?!)께서 한 번 봐주신 것도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저는 이 영화, 끝까지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2 14:11   좋아요 0 | URL
요즘 영화 볼 만한 게 얼마나 많은데, 더군다나 영화 비용도 만만치 않던데 이왕 볼 거면 알찬 영화 봐야지 싶습니다. 저도 시발 존엄 님이 보셔서 안 볼랍니다.... 티븨 할 때나 봐야겠어요..

엄동 2014-08-1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이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그거슨 진리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6:54   좋아요 0 | URL
과도한 해석보다는 차라리 전복적 해석이 더 좋아보입니다.
웃긴 게 노무현 진영에서는 이 영화를 노무현 향수로 읽고
박근혜 진영에서는 이 영화를 박근혜 리더십으로 생각하더군요.. ㅎㅎㅎㅎ. 웃겨서 말이 안 나옴..
개놈의 색휘들.. 세상을 다 가져라..

애니맘 2014-08-16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슨 영화 하나 가지고 이 난리들인지..지나가던 나그네 잠깐 좀 끼겠습니다. sorry.
저는 명량을 시사회에서 봤습니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맨 앞자리에서 목 디스크
걸리기 일보직전으로 봤는데 덕분에 뒤를 돌아보면 모두의 빛나는 눈동자를 볼수 있었죠.
한마디로 명량은 명작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망작도 아닙니다.
애국심 강요는 이순신의 충정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그렇게 느낄수도 있을테고
이순신과 백성들간의 협동과 동감에서는 소위 국뽕이라고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나름의 충분한 미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재미라는것이 스토리의
기승전결에만 있는게 아니라는건 영화좀 본사람들은 다 알지요?
이 영화에는 여백이 있습니다. 무엇을 주장하기전에 관객의 생각을 먼저 유도하는 고도의
전략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부분들에서 몰입도가 높아지고 팔짱끼고 보던 사람을 무장해제 시킵니다.
후반부의 지독한 전쟁장면에서는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릅니다.
시사회가 끝나고 극장안은 너무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일어서 나올때 사방에서 들리는 소리는
영화 진짜 잘 만들었다. 였습니다. 눈물자욱이 보이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저 위에 글 쓰신대로 영화는 그냥 재미있으면 된다. 아전인수로 갖다 붙이는건 필요없다.그 생각에 동감합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겁니다. 이순신장군 본인이 애국충정의 아이콘인데 그의 영화가 애국심을 강조해서
싫다면 안보면 그만이지요. 수많은 인터넷 댓글에서 영화를 보지도 않고 까대는 사람들이 진짜 많더군요.
저는 이 영화에서 오직 이순신 장군밖에는 아무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런 선조를 둔게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이
들었고 그런 선조들의 희생에 부응 못하는 후손임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영화를 보고 그런 느낌이 든건 처음이었네요.
그리고 군도를 봤습니다. 처음 개봉한뒤로 하도 망작이라고 하길래 얼마나 망작인지 확인하려고 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었습니다. 도대체 영화에서 뭘 기대하길래 그리 쉽게 영화를 칼질 하는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명량은 나름의 묵직함이 있고 군도는 나름의 즐거움이 충분합니다. 아,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진짜 재미
있습니다. 60~70년대의 올드팝송들이 메들리로 나오니 더 즐겁습니다. 아주 즐거운 영화입니다. 아, 잠깐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저는 이제 해무와 그밖에 또 몇 영화를 볼 예정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6 18:13   좋아요 0 | URL
애니맘 님 말씀 들으니 갑자기 명량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ㅎㅎ.
앞으로 자주 끼셔서 말씀해 주십시요. 한국인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은
바로 신파와 웃음이죠. 전 신파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눈물을 매우 잘 활용한 것 같습니다.
뭐, 저도 영화를 봐야 논란 속에 뛰어들겠는데보질 않았으니 할 말이 없군요.. ㅎㅎ.
하여튼 갤럭시'는 꼭 보도록 하게습니다. 엄청 재미있을 것 갗더라고요.
제가 비급 정서를 좋아하는데 갤럭시에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다만 제가 우려가 되는 게 한국영화가 발전하려면 작은 영화에 대한 투자가 많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대작에 쏠리면 작은 영화에 투자되는 양이 부족하게 됩니다. 투자 자금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1500만 영화가 나오면 1500만 영화에 대한 투자 금액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작은 영화에 투자되는 투자액은 적게 됩니다. 그게 좀 우려될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