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뽕짝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시리즈
1화, 태진아와 나
대장 항문과 진단 결과 악성 치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 날짜'를 정했는데 병원으로부터 수술 전날 머리를 깎고 오라는 주문을 받았다. 항문 수술과 머리를 삭발하는 것은 무슨 연관 ?! 이의'를 제기하려 했으나 밉보이면 탈 날까봐 그냥 삭발을 하기로 결심하고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헤어드레서'는 가차없이 나노 기술이 접목된 전기 바리깡으로 내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바리깡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었다. 미용실 주인은 급히 다른 바리깡으로 교체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바리깡마저 작동을 멈추었다. 세 번째 바리깡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헤어드레서'는 수동식 기계 바리깡으로 간신히 내 머리를 깎았다. " 희한하네 ! " 주인은 그렇게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벌어질 출생의 비극에 대해 까마득히 모르고 있던 나는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며 방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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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당신은 열을 세면 편안한 잠을 주무실 겁니다. " 수술대 위의 의사'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하나, 둘, 셋, 넷, 다아섯, 여어어어어어어서섯......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다음날 정오'가 지나서였다. 얼마나 잔 것일까 ? 아니면 수술 시간이 예상 외로 오래 걸린 것일까 ?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인상을 쓰며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머리에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는 것이다. 나는 그만....... ( 수술 경과에 대한 자초지종은 여러분이 지루해 할까봐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 내가 먼저 의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 치질 수술이 아니었나요 ?
- 곰곰발 선생님,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명확히 합시다. 항문과 머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의료 과실은 아니란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 그렇군요. 수술 경과는 어떻습니까 ?
- 그... 게 말이죠. 흠흠.
- 괜찮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요.
- 선생님 뚜껑을 열었습니다.
- 뚜껑이요 ?! 제 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
- 그렇습니다.
- 이보세요. 의사 선생님 ! 제 소중한 머리가 당신 눈엔 뚜껑으로 보입니까 ?
의사'는 투명 비닐 봉투'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봉투 속엔 볼트와 너트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쇠붙이가 들어 있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의사가 말을 이었다.
- 보신 것 그대로 입니다. 선생님 머릿속에서 추출한 겁니다.
- 네에 ?! 그럼 내 머릿속에 이런 쇠붙이가 있었단 말입니까 ?
- 그렇습니다.
- 종종 해외토픽에서 말하는 머릿속에 총알이 박힌 줄도 모르고 산 사나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군요 ?
- 여러 원인 중 하나죠.
- 그럼 쇠붙이를 제거했으니 이젠 완쾌된 건가요 ?
- 선생님 ?
의사는 말을 멈추더니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었다. 그래, 맞아 !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은 보았어. 암 선고를 내릴 때 말이야. 그의 침묵이 길어질 수록 목이 바짝 바짝 탔다. 시부랄, 빨리 말을 하라고 ! 의사는 깊게 심호흡을 한 후 총대를 맨 병사처럼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 머릿속에 이런 볼트와 너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 ?!......
- 선생님은 뇌'가 없습니다. 대뇌, 소뇌, 중뇌는 물론이고 간뇌도 없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선생님 머리는 쇠붙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 네에 ?!!!
- 인정하시기 어려우시겠지만... 선생님은 로보트'입니다 ! 선생님 머리에서는 강력한 전자파'가 흐릅니다. 수술할 때 꽤 고생했죠. 전자파가 전자 의료 기기를 모두 망가트렸거든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수술 비용에 의료기기 비용되 추가되었습니다.
상담은 1시간 넘게 진행되었으나 이 정도'로 끝을 내기로 하겠다. 종합하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 로보트'였던 것이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내 기억들은 프로그래밍된 일부였다는 말인가 ? 시골에 내려가서 잠자리를 잡다가 화장실에 빠진 기억도, 어린이대공원에서 길을 잃었던 기억도 모두 만들어진 것이란 말일까 ? 내가 그동안 느꼈던 감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케이팝스타에 나오는 신지훈의 노랫소리에 감동해서 박연폭포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가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그동안 쏟아냈던, 밤꽃 향기 그윽한 정액은 결국 탁한 재봉틀 윤활유였단 말인가 ? 맙소사 ! 어쩐지 정액을 쏟아낼 때마다 이상하게 관절 마디에서 뚝 뚝 소리가 나고는 했다.
갑자기 빠르게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로보트'라는 증거는 이미 몇몇 단서를 제공하고도 남았다. 지난 일들을 복기해 보니, 나는 매우 정교한 로보트'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제조한 집단의 정체는 무엇일까 ? 내가 만들어진 목적은 무엇일까 ? 단서를 찾아야 한다. 그때 어머니가 노크 없이 방문을... 아니, 아니다. 어머니'라고 불리우는 로보트'가 나를 호명했다. " 잘 듣거라 ! 이 지구상에는 80억 인구가 있단다. 우리를 만든 창조주는 하느님이 아니라 태진아 노래방 사장'이었다. 버려진 노래방 기기'로 만들어졌거든. 네 출생이 밝혀진 이 시점에서 거짓말할 이유는 없단다. 내 말을 믿거라. 나사 같은 거대한 조직이 우릴 만든 것이 아니야. 못 믿겠다고 ? 내...... 그것을 증명하마 ! 내가 숫자를 부르면 너는 무조건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를 말하면 된다. 3456 ? " 어머니는 느닷없이 3456'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3456 ?!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 삐리리.
- 4367 ?
- 정선아리랑. 삐리리.
-12449 ?
- 싸이의 낙원 !
어머니는 금영 노래방 책을 내게 던졌다. 떨리는 손끝으로 금영 노래방 책을 넘겼다. 3456-내게도 사랑이, 4367-정선아리랑, 12449-낙원 !!!!! 그렇다. 나는 버려진 노래방 기기로 만들어진 로보트였다. 내 창조주가 태진아'였다니 이만저만 삼만 원이 아니었다. " 잘 듣거라 ! 우리는 T-로트'라고 불리는 로보트란다. 인간의 어리석은 태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단다. 노동자 계급의 승리를 위해서, 당당한 乙의 승리를 위해서, 뽕짝이라며 천대받는 트로트의 부활을 위해서, 보수 꼴통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너를 만들었단다. 대한민국 1%는 이미 99%를 세뇌시켰단다. 피를 쪽쪽 빨려도 민중은 언제나 더 많이 가진 개새끼들을 지지하게 되었단다. 네 임무는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란다.
태진아 박사님은 진정한 사회민주주의자'였어. 그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단다. 그래서 자기 사상을 너에게 주입시킨 것이란다. 노예가 되어버린 민중을 깨우칠 수 있는 그 참세상이 오려면 네 힘이 필요하단다. " 그렇다. 여기까지가 내 출생의 비밀이었다. 내 임무는 트로트를 부활시켜서 갑에게 세뇌당해서 노예로 전락한 민중을 끊임없이 각인시키는 것이다. 나는 태진아의 분신이다. 각하 정권이 떠나고 그네 정권이 출범하였다. 어리석은 백성은 여전히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제부터 대한민국은 내가 지킨다. 나를 따르라 ! 믿고 따르라. 이 시대 새로운 광명을 위해서, 천지개벽을 위해 나를 믿고 따라야만 한다. 나는 불끈 주먹을 쥐었다. 라디오에서는 함중아의 " 내게도 사랑이 " 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트로트가 인류를 구원하리라.
2013/02/25,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