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룡은 변 사또'보다 백 배'는 비열하다

 

 

 

<< 춘향뎐 >> 에서 가장 뻔뻔한 인물은 변학도'가 아니다. 변학도보다 더 뻔뻔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암행어사 이몽룡 되시것어요.  16살에 춘향이를 만났다고는 하나,  이미 그 전부터 현대판 룸살롱인 기방을 출입하며 음주와 성매매를 자연스럽게 하시었으니 지금이었다면 < 세태 보고 : 지도층 자녀들의 탈선 이대로 좋은가 ? > 라는 기획 취재에 음성 변조된 목소리와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로 등장했을 이력'이다. 이몽룡이 들락날락거린 곳이 고을 사또와 같은 세도가들이 드나들던 물 좋은 룸살롱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몽룡 집안이 얼마나 빵빵한 가문이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니나 달라, 그는 한양에 살다가 남원 부사로 발령받아 내려온 세도가 아들이었다.

 

노력 없이도 선택 받는 존재요, 놀고 먹어도 굶어 죽을 걱정이 없는 지도층 양반 가문 아들이 바로 이몽룡이다. 그 지도층 자녀의 남원 기방 출입기'가 < 춘향전' > 이다. 사실 변 사또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당시 기생이란 신분은 관아 소속이었다. 타관 벼슬아치들이 방문하면 기생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그들이 해야 할 임무였다. 그러니깐 변학도'가 수청을 들라, 고 했을 때 춘향이가 거절한 것은 엄밀히 말하면 직무 유기다. 그 시대 눈높이로 보자면 수청'은 자연스러운 요구였던 셈이다. 그런데 사랑에 눈이 먼 춘향은 수청 대신 숙청'을 받기로 모진 결심을 한다.  한 마디로 목숨 걸고 사랑한 것이다. 아, 업고 놀자던 그 말 ! 변성기가 채 지나지 않은 목소리와 솜털 같은 수염 그리고 여드름은 얼마나 멋있었나 !

 

춘향전 내용 모르면 간첩이기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바로 클라이막스로 가자. " 고약한 년, 지금 당장 저 년 목을 쳐라 ! " 라고 변 사또가 고함을 치는 순간,  때마침 이몽룡과 졸개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 어사출또'요 ! "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몽룡은 얼굴을 부채로 가린 채 고개를 숙인 춘향 앞에 등장한다. 그는 자기 정체를 숨긴 채 생글생글 웃으며 춘향이에게 유도 신문' 을 한다.  대중에게 각인된 이 장면은 대충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 허어, 네가 기생 주제에 한 남자에 푹 빠져서 변 사또의 수청을 거절했다는 그 기생이더냐 ? 변학도 저 놈이야 악랄한 탐관오리'이니 그렇다고 치자. 내 변 사또를 혼내줬으니 오늘 밤은 내 수청을 들거라 ! 기생 주제에 어사 수청마처 거절하면 어찌 되는 줄 아느냐 ? 호호호호호...  "

 

내가 << 춘향전 >> 에서 문제 삼는 장면이 바로 이 부분이다. 어사가 된 몽룡은 모진 고초로 인해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춘향을 보며 측은한 마음을 품다가 이내 흔한 한국 남자의 속내를 드러낸다. 죽기로 결심한 춘향을 다시 한번 시험하기로 한 것이다. 누군가는 " 해학 " 으로 이해할 부분을 " 해악 " 으로 이해한다고 군소리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명문가 패밀리가 되기 위한 자격 심사 비스무리하다. 그가 던진 질문은 성 윤리 테스트 같다. 이몽룡은 변 사또보다 백 배는 비열하다.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한 여인에게 한다는 게 고작 청문회 놀이'더냐 ? 왜 갑자기 이몽룡은 춘향이 품고 있는 속내가 궁금해진 것일까 ? 만약에 춘향이가 수청을 들겠다고 말한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되었을까.  

 

이몽룡이 춘향 속내를 떠볼 때, 춘향이가 " yes " 라고 말하는 순간 춘향은 모든 것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춘향이가 옥살이에 지쳐서 어사가 내린 청을 허락했다면 어떻게 될까 ? " 이 몸, 사악한 변 사또에게 줄 수는 없으나, 고결하고, 고결하고, 고결하신 어사 나으리시라면 기꺼이 수청을 들겠나이다. 긴긴 옥살이 다시 할 생각에 앞이 캄캄하니, 오늘 밤 어사 나으리를 향해 빗장처럼 걸린 비단 옷고름 풀어드리지요. 목욕재계하겠사오니 아랫것을 시켜 창포 달인 물을 받아주시옵소서. 오늘, 화끈하게 놀아 보아yo ~ o, yeah !  "  사건이 그렇게 흘렀다면, 외간 남자와 화끈하게 놀자는 춘향의 말에 이몽룡은 여전히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생글생글 웃을 수 있을까 ?

 

아니면 얼굴을 가린 부채를 거두고는 정색을 하며 " 어이 없어, 증말 ! 너, 낯설다. 되게 낯설다. " 라고 화를 낼까. 설령,  춘향이가 당차게 어사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해도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 춘향전, 그 후 >> 은 이몽룡에게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지만 춘향이에게는 해피엔드일 가능성이 더 높다. 기생은 절대로 정실부인이 될 수 없는 법. 기껏해야 첩이요, 첩이 낳은 자식 또한 기껏해야 서자가 되어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해 호부호형을 허해 달라고 발악을 할 뿐이다. 이래저래 이몽룡은 참... 뻔뻔하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로 수청을 거부한 애인에게 한다는 짓이 고작 정절을 시험하기 위한 몰래카메라' 였던 것이었나 ?  

 

고전 << 춘향전 >> 을 현대판 막장 드라마인 << 사랑과 전쟁 >> 스타일로 각색해 보자. 남편 이몽룡은 아내 춘향을 테스트하고 싶어 한다. 그가 짠 각본은 스타킹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강도 행세를 하며 아내를 겁탈하려는 계획이다. 아내는 과연 목숨 걸고 자신의 정절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  이 막장 드라마 제목을 << 위기의 여자 >> 라고 하자. 내가 보기엔 << 위기의 여자 >> 서사와 << 춘향전 >> 서사는 도토리 키재기'다. 둘 다 막장이라는 소리'다. 이몽룡이 나쁜 자식인 이유는 자신은 춘향이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정작 자신을 향한 춘향이의 사랑을 시험한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사랑을 시험한다는 것은 이미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니 이 말은 곧 사랑에 균열이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몽룡은 춘향이를 적어도 온몸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자신은 춘향이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춘향이에게는 절대 사랑을 강요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 사랑을 시험하는 게 나쁜 행동인가 ? > 라는 질문이 반드시 < 사랑을 시험하는 것은 나쁜 행동 > 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질문을 던지는 자 스스로 상대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상대로부터 절대 사랑을 확인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간보는 행위는 나쁘다.  그리고 이몽룡은 개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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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8-2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너랑 같은 생각. 사랑을 시험한다는 게..
흠.. 바람직하게 들리진 않네.. 랄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느껴보고 체험한, 혹은 타인에게서 느끼고 발견한 사랑은
뭐 어쩌구 시험하네마네 하기 전에 이미 그 순간부터 완전하게 존재하는 감정이어서
그런 자연발생적인 완전한 감정을 시험하고말고 할 건 무어며
또 그게 고의로 만든다고 만들어질 성질의 것도 아니고.
연애라는 관계에 있어 시험은 얼마든지 필요하지만, 사랑 그 감정을 시험한다는 건...
글쎄 잘 모르겠음. 천년은 변하지 않아야 사랑이다,고 말씀하시지만
사랑을 그렇게 시간의 영원성으로 정의내리고자 하는 발상은..
100년도 살까말까하는 우리네 인간들에게 사랑은 논하지도 말란 거나 같은, 그..그런??(아이고~마립간님 태클 아닙니다요 ^^;;;)

마립간 2014-08-21 14:16   좋아요 0 | URL
저에게 태클 거셔도 됩니다. 곰곰발님도 밝히셨지만 저는 곰곰발님의 생각에 반대하기보다 생각의 정리가 안 된 상태죠. 사랑을 시험하는 행위가 부정적인 것만은 틀림없음니다만, 부정적이라면 어떤 잣대로 평가했기 때문이냐라는 문제와 어느 정도 부정적이냐라는 문제에서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글에서 오타도 교정합니다. 숙청宿請인가 수청守廳인가 했는데, 수청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2 21:51   좋아요 0 | URL
곰곰손 : 글구보면 난 누굴 사귀면서 밀당 비스무리한 걸 해본 적도 없네.
밀당도 나름 재미가 있을 테지만, 말 그대로 밀당을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고
사랑을 시험하는 것은 사랑이 완성된 다음 그 사랑을 시험하는 것이니
본질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
곰곰손, 너도 이젠 그냥 알라딘으로 돌아와라... 너가 있는 거긴 너무 불편하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2 21:53   좋아요 0 | URL
쿨한 마립간 님 ! ㅎㅎㅎㅎㅎ. 전 마립간 님의 과학적 호기심을 알기에
마립간 님이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곰곰손 2014-08-22 23: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내가 보기에 곰발,

넌 밀당을 무진장 하는 사내이다.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10:20   좋아요 0 | URL
허어, 곰곰손 이 녀석 ! 밀면은 알아도 밀당은 모른다..

레베랑스 2014-08-2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근데 위에 곰곰손님? 그럼 곰곰발님과는 어떤 관계? ^^
사랑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
근데 전 이 작품에서 수줍은 듯 하게 시작되는 동양적 사랑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2 21:48   좋아요 0 | URL
곰곰손은 제 여자친구입니다 !

아니 레베랑스 님이 갑자기 사강처럼 사랑에 대해 불신을 하시다니요...
제가 보기엔 레베랑스 님은 사랑이 가득찬 분이십니다.

책읽는여름 2014-08-2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레베랑스님처럼 곰곰시리즈님 관계 궁금^^
2. 파격적인 결론 신선! 근데 뭐 춘향이도 보통은 아니었던듯해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2 21:49   좋아요 0 | URL
곰곰손은 제 여자친구입니다 !

원전을 보면 ( 읽진 않았지만... 읽은 사람들에 의하면 ) 출세욕을 간직한 요부였다는 말도 있더군요..

사무아 2014-08-2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사랑을 시험하는 행위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곰곰발님이 이를 춘향전을 예로 들어 설명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
여전히 곰곰발님의 글은 쉽고 재밌게 읽히네요.
잘 읽고 갑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10:21   좋아요 0 | URL
전 춘향전을 재벌2세의 철없는 러브스토리라 생각합니다. ㅎㅎ
자주 오십시요. 여기 좀 불편하죠 ? 네이버에 비하면 ? ㅎㅎㅎㅎ.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선생님, 더 이상 일기를 못 쓸 것 같아요. "

 

 

 

 

 

 

1977년 10월 25일, 앙리에트 벵제는 세상을 떠난다. 그녀 나이 여든네 살이었다. 롤랑 바르트는 1977년 10월 26일부터 메모지에다 그날그날 단상을 적는다. 남자는 날마다 한 여자를 애도한다. 그가 애도하는 대상은 바로 어머니다. 앙리에트 벵제는 롤랑 바르트의 어머니'다. 이 쪽지 글을 모은 책이 << 애도일기 >> 다. << 애도 일기 >> 는 정확히 말하자면 " 일기 " 라는 형식을 빌려 죽은 어머니를 애도했다기보다는 " 메모 " 라는 형식을 빌려 죽은 어머니를 애도했다고 보아야 한다. 손바닥만한 낱장에 단상을 적었으니 말이다. 읽다 보면 기분이 장마철 창문에 걸린 커튼처럼 눅눅하다. 손에 힘을 주어 짜면 책에서 소금기 먹은 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만 같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 죽은 자를 애도한다는 것, 산 자가 죽은 자를 잊지 못해 한숨을 글로 적는다는 것, 더군다나 죽은 어머니를 애도하는 아들이 쓴 글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로서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 이 책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 내용이 짧고 종이 여백은 길다 " 는 지적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를 패로디한 문장인가 ? 날짜별 일기가 대부분 내용이 짧아 페이지 여백이 많다 보니 당연히 페이지 수는 늘어날 테고, 늘어난 페이지는 곧 책값 인상으로 이어지니 소비자인 그가 보기에는 이 여백은 출판사가 부리는 " 꼼수 "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만약에 날짜별로 " 페이지 나눔 " 을 하지 않고 " 칸 나눔 " 으로 내려쓰기를 해서 여백 없이 빡빡하게 책을 구성했다면

 

나는 오히려 그 사실에 대해 불평이 담긴 100자평을 남겼을 것이다. " 닝기미, 그깟 종이값 하나 아끼겠다고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짓입니까 ?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확 펼칩시다 ! " << 애도 일기 >> 에서 여백은 쉼표와 같다.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신파 영화에서 엔딩 크레딧'을 길게 끄는 것은 관객을 위한 배려'다. 눈물을 닦을 시간이 필요하니깐 말이다. 건방지게 말하자면 세상에 존재하는 일기장은 " 딱 " 두 부류로 나뉜다. 날짜가 바뀌면 다음 페이지에 일기를 적는 페이지 나눔 형식과 페이지를 나누지 않고 아래 칸에 내려쓰기 형식. 선택은 개인 취향에 따라 자유이나 여백이 없는 일기장은 일기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기록장( 혹은 가계부?!) 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  

 

그런 식으로 일기를 쓰는 사람은 롤랑 바르트보다는 이명박에 가까운 째째한 인간일 가능성이 높다. ( 이 인간이 일기를 썼을 것 같지는 않지만... ) 일기와 기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기 속 " 여백 " 과 " 짧은 글 " 은 다른 형식의 글쓰기와는 다르다. 일기장에 남긴 여백은 글을 쓰지 않아서 생긴 공간이 아니라 글씨가 보이지 않은 연필심으로 쓴 결과일 뿐이다. 일기장 속 여백은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짧은 글도 마찬가지'다. 일기에서 짧은 글은 ( 적을 내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 너무 복잡한 심경이어서 그 심란한 마음을 글로 길게 풀어쓸 힘이 없을 때이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이 일기에 " 오늘은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다 " 라고 짧게 썼을 때, 우리는 그날 이순신이 느꼈을 복잡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롤랑 바르트의 << 애도 일기 >> 에서 가장 격렬했던 날은 1978년 6월 12일에 쓴 매우 짧은 일기였다. " 격렬한 슬픔의 습격. 울다 " 사람은 기분이 좋으면 말과 글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격렬한 슬픔 앞에서는 말과 글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우울과 애도로 인해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비단 " 웃음 " 만이 아니다. " 표현(표정)을 잃어버리는 것 " 이야말로 우울과 애도가 가지고 있는 뼈아픈 본질'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롤랑 바르트는 우울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다. 전매특허가 된 롤랑 바르트식 짧은 단상'는 어쩌면 우울한 기질이 만든 필연적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일본 문화를 다룬 에세이 << 기호의 제국 >> 에서 롤랑 바르트가 " 하이쿠 " 에 대해 관심을 보인 이유는

 

하이쿠 형식이 " 간결성이 완벽성을 보장하며 단순함이 심오함을 입증해주는 인상 ( 의미로의 침입, 91쪽 ) " 에 있다. 돌이켜보면 롤랑 바르트가 쓴 글은 묘하게 하이쿠와 닮은 구석이 있다. 그에게 있어 하이쿠는 생략과 부재 그리고 무의미가 만들어 낸 것은 풍부한 주석과 명징한 주체성 그리고 선명한 의미이다. 짧지만 강렬하다는 면에서 하이쿠와 푼크툼은 닮았다. 이 주장에 대해 믿지 못하겠거든 변명 따위는 하지 않겠다. 대신 바쇼의 하이쿠 하나 소개하련다.

 

인생은 순간

믿지 못하겠거든

번개를 보게

 

내가 아는 사람은 어릴 때 일기를 열심히 썼다고 한다. 그가 전한 성장통'은 다음과 같다  :  아이는 일기를 열심히 썼다. 선생님은 빨간 색연필로 일기장에 꼬박꼬박 답글을 달았다. 일기를 바르게 쓰는 요령이 아닌 소소한 일상에 대한 찬양에 대하여 ! " 오늘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었구나 ? 어이쿠, 얼음과자 많이 먹으면 배탈나요. ^^ " 아이는 선생님이 쓴 답글'을 보고 다시 일기'를 썼다. 아이는 선생님이 자기에게만 들려주는 귀엣말이 좋았던 것이다. 아이는 선생님에게 더 많은 사랑받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일기를 썼다. 날이 지날수록 내용은 점점 길어졌지만 선생님은 늘 한결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일기장을 펼쳐 놓고 오랫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그리고는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대신 " 선생님에게 ..... " 로 시작하는 편지'를 일기장에 썼다.

 

 

사랑하는 샘 !

미안해요.  이젠 일기를 더 이상 쓰지 못할 것 같아요. 저에게도 사춘기가 오려나봐요...... 

 

 

나는 이 짧은 사연 속에 일기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사춘기가 다가오자 아이는 더 이상 샘에게 관심을 받기 위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일기'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밀을 간직하는 순간 사춘기는 시작되는 것이니깐 말이다. 샘은 어떤 답글을 남겼을까 ?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오늘도 비가 온다. 볕을 보지 못한 창가 커튼이 눅눅하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5773 ㅣ 러브레터 : 애도와 우울

 

 

 

 

덧대기

 

 

 

 

 

 

 

 

 

 

 

내 손금이다. 손금에 그려진 꽃은 벗꽃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 벽화 그림 제목은 " 굿나잇 " 이었다. 도배를 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서 4B연필로 그렸다. 색을 입히기로 결심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사방 벽( 심지어 천장까지도! ) 을 모두 그림으로 채울 생각이었으나 그것마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옛 애인은 이 그림 제목을 무척 싫어했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 집에 이사를 온 사람은 이 그림을 보고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오자마자 새로 도배를 했다고 ! 집주인이 내게 전화를 해 도배 비용을 요구했으나 나는,  생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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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8-2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년 시절 슬픈 맛이 무언지 몰라
높다란 누대에 오르길 좋아했지요
높다란 누대에 오르고 올라
새 노래 짓겠다며 일부러 슬픔을 짜냈지요

이제 슬픈 맛 알 것 같기에
말하려다 삼키고
말하려다 그만두고
아 서늘해서 좋은 가을이라 했지요


그나저나 길이 남을 벽화에 도배를 하다니.. 제가 가서 벗겨내 복구해야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10:51   좋아요 0 | URL
웃긴 짓이었죠. 길이 보전했으면 아마 300억은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도배를 하다니... 근데

저 위의 글은 시입니까 ?

풀무 2014-08-20 10:53   좋아요 0 | URL
예. 송나라 누가 지은 시였는데.. 머리에서 시인은 잊고 내용만 남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10:59   좋아요 0 | URL
오호, 저 시 읽으니 갑자기 호우시절'이라는 문구가 생각나네요.
이백이었나 두보였나 ? ㅎㅎ...

대부분 시인은 기억이 나는데 시를 외우지 못하는데
거꾸로시군요..ㅎㅎㅎㅎㅎㅎ.

풀무 2014-08-20 11:01   좋아요 0 | URL
이백이나 두보였으면 제가 기억을 했을텐데! :)

레베랑스 2014-08-20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시 페루애님 글은 최고에요^^
일기를 즐겨쓰던 과거의 제 모습이 오버랩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11:00   좋아요 0 | URL
안나 님 오셨구랴... 전, 일기를 쓰지는 않았네요.일기 쓰는 게 참 힘들었는데 말이죠.
아직도 일기장 가지고 게십니까 ?

엄동 2014-08-2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직접 그리신겁니까?
그림 실력도 수준끕"이시군요! (투떰즈 업)

좀 다른 이야기지만,
나이들수록
어머니의 사소한 질문을 과대한 관심으로 확대해석하고
단답이나 짜증섞인 대답으로 일관하는 제 스스로가 참 징합니다.

그때마다 제 어머니 가슴도 눅눅해지셨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47   좋아요 0 | URL
실망이군요. 뜨리썸즈업도 아니고......
ㅎㅎㅎ.

저도 격하게 공감합니다. 원래 엄동 님만 아니라 인간이 대부분
가까운 사람에게는 짜증내면서 먼 사람에게는 친절한 거 아니겠습니까.
토닥토다가... ㅌㅎ덕,, ㅌㅎ토토

토닥토닥...

말리 2014-08-20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랑 바르트. 작년에 처음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에서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보았어요. 우울은 애도를 충분히 하지 못한자가 앓는병이라죠. 세월호 유가족들도 진상규명을 통해 자식들을 제대로 애도하고 그래야 떠나 보낼수 있을텐데. 그게 안되면 우울에서 벗어날 수 없게되겠죠. 규명이 되어도 벗어나기 힘든것을. 번거로운 장례절차를 저는 싫어하지만 한편으론 그 슬픔의 절차를 통해 애도를 마침으로써 망자의 기억을 떠나보내는 과정이란 생각을해요. 바르트는 결국 자살했던 것 같은데. 찾아봐야겠네요.

말리 2014-08-2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살은 아닌데 작은 교통사고후 치료를 심리적으로 거부하고 죽었다네요. 그의 애도가 실패했음 보여준 것이라고요. 그는 우울 속에 갇혀 애도작업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53   좋아요 0 | URL
오, 그런가요 ? 전 교통사고로 죽었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 바르트 걸작은 어머니가 죽고 난 후 그러니까 애도일기까 쓰여진 시기에 많이 나왔습니다. 가장 열정적으로 일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것조차도 그 결핍을 채우지는 못했었던것같습니다.

제 나름대로 정의하면 애도는 울어서 속시원하게 다 비운 상태라면, 우울은 울지도 않아서 속을 비우지 못한 상태, 안에 고인 상태'라고 말하고 싶군요. 애도는 전세계 문화에서 다 있는 것 아닙니까. 애도를 거쳐야..
참 제가 러브레터라는 글을 쓴 적 있는데 거기에 애도와 우울에 대해 쓴 글이 있습니다.

본문에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삽하나 2014-08-20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랜만에 와서 곰발님 글 읽어서 너무 좋아요. 덧글 달아주신 거 보고 냉큼 달려왔어요.
이명박에서 커피 뿜었습니다 ㅋ 집 앞 도서관을 검색하니까 요 책이 있네요. 내일은 도서관 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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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생선가게 하세요? 정말? 증말?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41   좋아요 0 | URL
뭐, 서로 주고받자는 셈법이군요 ! ㅎㅎㅎㅎ. 하도 안 오길래 제가 일부러 찾아가서 어깃장 부리고 왔습니다.
참... 오늘 일은 잘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크리스티나 직접 보니 예쁘던가요 ?
전 이 양반 목소리가 정말 궁금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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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가문의 가업이랍니다. 생선 열심히 팔아서 한길그레이트북 원없이 샀으면 좋겠습니다.

rendevous 2014-08-20 21:01   좋아요 0 | URL
한길 그레이트 북 ^^ 책장에 딱 한 칸 한길 그레이트 북으로 채웠는데(그마저도 멀리서 보면 비슷한 동서문화사 월드북이라 콜라보로 이뤄낸 성과지만) 저도 이제 그레이트 북 모아서 그레이트한 독서가가 되려고요 ㅎㅎ 문학은... 도서관에서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1:05   좋아요 0 | URL
마자요. 소설은 구디 사서 읽을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문학 발전을 위해서라면 사서 읽어야 하겠으나 내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저도 한번 읽은 소설은 거의 다 다시는 안 읽습니다. 반면 평론집,사회학, 철학 인문학 서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다시 펼칠 날이 오더라고요... 글을 쓰기 위한 참고자료라도 말이죠.
그레이트북 책 한 칸 채우려면 한 100만 원 들잖아요. 엄두가 안 남...

삽하나 2014-08-20 23:15   좋아요 0 | URL
크리스티나 생얼에다 안경쓰고, 머리 정돈 하나도 안 하고 와서 처음에 누군가 했어요 ㅋㅋ
목소리는... 음... 영어만 해서 그런지 방송에서처럼 괴상하지 않았어요 ㅋㅋㅋ 부드럽던데요 ㅋㅋ

면접은 잘 봤습니다만, 월급이 예전에 비하면 절반 조금 넘는데다,
주말에도 나와야 할 때도 있다고 해서 조금 망설여지기는 합니다 ㅠㅠ

종종 오겠다고 하고 매번 이렇게 흔적을 남겨 주셔야 겨우 찾아 오네요 ㅋㅋㅋ
그래도 항상 저는 곰발님의 열혈 팬이라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오오오오 //ㅅ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1 09:02   좋아요 0 | URL
크리스티나... 후후, 목소리 함 들어보고 싶네요. 성대모사하기 참 쉬운 목소리를 가졌거든요.
행복의 조건을 연구한 팀이 있습니다.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근(퇴근)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면 아무리 좋은 회사라고 해도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이 2,3번 아내 혹은 남편과 섹스를 한다.
주말에는 야구나 보면서 동네 친구들과 가볍게 맥주를 마신다.

요거 세 개더라고요. 이거 보면서 한국인은 정말 지지리도 불행한 사람들이다,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페이'는 날 잡아서 은행이나 털어 보충합시다.



2014-08-20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39   좋아요 0 | URL
오, 함돈균 재미있는 평론가로군요 ? 저도 읽었는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아니 그 어려운 걸, 요로코롬 쉽게 풀어내다니.. 허허......
이번 기회에 함돈균 평론집이나 함 볼까요. 함돈균...

rendevous 2014-08-20 20:59   좋아요 0 | URL
만약에 사신다면 예외들 말고 얼굴 없는 비평으로... 예외들은 창비에서 어차피 비평집 안 팔리니까 인쇄비만 회수하자는 전략으로 아싸리 비싸게 팔아서요...(정가 2만원에 할인가 1.8만원 ... 황현산 평론가 잘 표현된 불행처럼 7-800페이지면 수긍하겠는데 300쪽 남짓이라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1:02   좋아요 0 | URL
하긴 수요가 없으니 비싸게 팔더군요. 그리고 사실 재미도 더럽게 없잖아요. 전 평론가들이 대중적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짜증납니다. 하긴 뭐 책 팔려고 글 쓰는 것도 아니고, 교수 고과 평가 때문에 쓴 글들이니 굳이 대중 입맛에 맞출 필요도 없고.... 얼굴 없는 비평 함 찾아보게/ㅅ습니다....

근데 잘 표현된 불행. 이 어떻습니까 ? 저 이거 읽을까 말까 고민하고 그랬는데 말이죠.. 얼릉 말씀해 주십시요..

rendevous 2014-08-23 13:21   좋아요 0 | URL
처음에 황현산 특유의 문체에 좀 당황하긴 했지만 익숙해지니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저명한 불문학자시고, 본인의 잎으로도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건 프랑스 저서를 번역하고, 거기에 주석을 붙이시는 작업이라 했었는데... 프랑스 문체로 쓴 한국 비평서? 느낌?! 2012년인가 그때 대산문학상도 수상하셨더라고요. 이광호, 김인환, 정과리 ~ 대산문학상 꽤 신빙성이 있어서 비평집 찾아서 읽어보려고요~

레베랑스 2014-08-2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20살 좀 넘은 어느날 일기장을 죄다 없애 버렸어요.
그래야 살겠더라고요..그걸 볼 용기가 없었어요~지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08:13   좋아요 0 | URL
진짜 일기를 쓰셨군요. 가짜 일기를 쓰면 다시 읽을 때 후회, 상처 그런 건 없잖아요.
아까운 분서군요...
 

 

 

 

 

 

 

 

 

 

 

 


 

 

 

 

단서의 괴로움

 

 

 

 

 

-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 내 서재 모습

 

 

제목이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저 ) 이라길래 長 : 길 장' 을 써서 長書로 지레짐작을 한 후,  長 = 多 로 이해했는데 알고 보니 藏 : 감출 장' 을 써서 藏書였다. 사전 뜻풀이에 의하면 " 책을 간직하여 둠 " 이라고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 글 제목으로 '短 : 짧을 단' 을 써서 < 短書의 괴로움 > 이라 미리 정해 두었다.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가 모은 長書 30,000권에 비하면 내가 죽을 둥 살 둥 바둥거리며 모은 3,000권은 새 발의 피요, 그야말로 短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제목을 고치려다가 나름 재치 있는 언어 유희'라 생각해서 그대로 두었다.  내가 그동안 보관했던 책을 대충 셈하니 3000권 정도 되었다.  5단짜리 싸구려 책장 하나에 책을 200권 정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면 5단 책장 15개가 필요한 분량이었다. 

 

■ 30,000권을 보유했다고 고백한 다케시'도 엄격하게 말하자면 아마츄어다. 책 분량이 어마무시한 장서가'는 자신이 보유한 책이 몇 권인지도 모른다. 장서가 이노우에 히사시가 책을 기증하기 위해 책을 내놓았는데 무려 13만 권이었다. 그가 한 말이 걸작이다. " 모두 해서 몇 권이나 있는지는 나도 몰랐어요. 그냥 3만 권쯤 있지 않을까 했는데...... 비극입니다. ( 웃음 ) " 만약에 누군가가 자신을 엄청난 책을 보유한 장서가라며 보관 중인 책이 13만 2천 4백 7십 2권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 보면 된다.

 

책 쌓기 신공을 펼쳐서 책장 하나에 300권을 간신히 보관한다고 해도 책장 10개가 필요한 분량이다. 하지만 내 방은 방문과 창문이 있는 벽을 각각 제외하면 앞쪽 벽과 오른쪽 벽에 책장을 4개씩, 총 8개를 붙여 놓으면 꽉 차는 공간이었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책장은 총 5개였다. 보르네오산 통나무 책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사람들이 이사를 갈 때 버린 책장을 주워 왔다.  그 흔하고 흔한 싸구려 pb재질로 만든 5단짜리 책장 되시것다.   나는 어떻게 조해서든 책장 다섯 개 안에 3000권을 장서해야 했다.  이래저래 과포화 상태'였다.  꾀죄죄죄죄한 방구석에다 책 3000권을 장서한다는 것은 주제 파악도 못하고 카드를 남발한 가난한 쇼핑중독자가 처한 곤경과 비슷했다. 

 

한번은 책장 칸막이가 책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늘어지는 바람에 책이 땅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진 적도 있었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을 깬 나는 책을 향해 육두문자를 써가며 질책했다. " 야, 이 새끼들아 ! 주인이 잠을 잘 때는 조용히 해라잉 ? 다음에 또 책잡히는 짓 했다가는 그때는 진짜 책 잡는 날 온다잉 ? 마지막 경고다 ! " 그때 그 소란에 대해 콩트 형식으로 쓴 글이 있다. 링크를 걸어둔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11556 : 원목과 톱밥이 서로 싸운다

 

이처럼 3000권만 돼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 이빠이 " 받아서 책으로부터 " 빠이빠이 " 를 하고 싶은데 < 장서의 괴로움 > 을 쓴 작가 오카자키 다케시'는 무려 30,000권이나 된다고 하니 그 심정은 오죽할까 ?  5단짜리 책장으로 따지자면 책장만 150개가 집구석에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책장 150개를 성인 남성 150명으로 교체해 보자. 집에 다 큰 남자가 150명 있다고 생각해 보라 ! 그가 보유한 長書(장서) 규모에 비하면 나는 말 그대로 短書(단서)'에 불과했다. 처음에 " 집에 쌓아둔 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 는 책 내용을 얼핏 들었을 때 다치바나 다카시'가 이 책을 쓴 줄 알았다. 책이 많아서 결국에는 따로 " 고양이 빌딩 " 을 지어 책을 보관했던 유명한 작가였으니 말이다.

 

출판 대국답게 일본에는 다카시나 다케시 같은 장서가가 많은 모양이다. 장서의 괴로움에 대해서는 장정일도 고충을 토로한 적 있다. 설핏 듣기로는 엄청난 분량의 책을 내다 팔았다고 ! 나도 책 - 다이어트를 감행한 적이 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고 엉뚱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돌아온 날, 방에 널브러져 나뒹구는 책을 보자 갑자기 뚜껑이 열렸다. 처음에는 헌책방에 보낼 책을 추리기 위해 데스노트를 만들려고 쉰들러 리스트를 작성하려다가 이내 포기했다. 누구는 살려주고 누구는 죽인단 말인가.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짓인가 ! 결국에는 헌책방 아저씨를 불러서 무작위로 책장 두 개를 도려냈다. 책과 함께 책장도 처분했다. 책은 먼지를 풀풀 날리며 거칠게 저항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책인감 없는 주인의 책 잡는 날에 살아남은 책은 한동안 책잡히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당시에는 책을 없앴다는 기쁨보다 책장을 없앴다는 기쁨이 컸다.  공사판에서 나뒹구는 널판때기'를 모아 톱밥 분쇄기에 넣어 본드로 떡반죽을 만든 후 프레스 기계로 압축해서 만든 것 위에 나무 무늬 장판으로 도배를 한 게 5단짜리 pb재질 책장이었다.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이사갈 때마다 버리고 간 싸구려 5단 책장이 아닌, 진짜 나이테'가 보이는 근사한 원목으로 만든 책장'을 장만하리라. 책을 팔고 남은 돈이 생기자 나는 그 돈으로 술을 마셨다. 친구와 어울리며 노래방도 갔다. 장미빛 스카프를 불렀다, 줄리아'도 불렀다. 그리고 여자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올려세우며 " 특급 사랑이야 ~ " 를 외쳤다 ( F.O = fade out ) 

 

내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그 이후는 생각이 안난다. 눈을 뜨자 나는 내 방에 누워 있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했던가 ! 책장 두 개가 있던 자리에 장판이 눌린 자국을 보자 마음이 짠했다. 내 주머니엔 동전 몇 개와 구겨진 지폐 몇 장이 전부였다. 마치 심청이가 임당수에 몸을 던진 대가로 받은 돈으로 흥청망청 논 아비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눈물이 아.... 앞을 가렸다(는 거짓말이지만...)  " 책장이란 새끼가 그깟 책 무게도 견디지 못하고 8월 엿가락처럼 축 늘어져 ? 그게 무슨 나무'냐. "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책 70권 정도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다는 사실을 말이다. 톱밥으로 만든 널판때기'가 10년을 버티기엔 등골이 휘어질 수밖에 없는 무게라는 사실을.

 

그 후, 책장을 다시 주섬주섬 하나 둘 얻게 되었다. 이번에도 누가 이사 갈 때 버리고 간 5단짜리 책장이었다. ( 책 판 돈으로 다시 책을 샀는지 아니면 책장을 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이제는 철이 들었는지 오리지날 나이테에 대한 미련을 버렸고 싸구려 5단 책장에게 나이테 흉내나 내는 널판때기라는 비난도 버렸다. 생각해 보라. 당신은 타인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할 용기가 있나 ?  믹서기 속 토마토처럼 갈리는 아픔을 견딘 끝에 책장으로 태어나 평생 동안 등골이 휘어지는 고통을 견디며 책을 위해 묵묵히 자기 등골을 내어준 5단 책장은 얼마나 이타적인가 !  싸구려 5단 책장이 걸어온 삶은 마치 길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기술을 배워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노숙자의 재활 의지처럼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 됐고 ! ) 지금은 간추리고 간추린 결과  대략 책 1,700권;이 여섯 개의 책장에 분산 수용되어 있다.  나는 미리 쓰는 유언장에 다음과 같이 썼다.

 

" ...... 끝으로 책장은 제재소로 보내 책장이 아닌 장식장으로 리폼해 주십시요. 리폼 비용은 책을 판 비용으로 지불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동안 책을 위해 묵묵히 자기 등골을 내어준 놈들입니다. 여섯 놈 모두 주인에게 버려진 놈들이니 각별히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살면서 상처가 많았던 놈들이니 날카로운 쇠못 대신 둥근 나무못을 사용해 주십시요. 책을 찬양하는 놈은 수없이 봤으나 정작 책장을 찬양한 놈은 아무도 없더군요. 박근혜를 찬양하는 놈은 많으나 박근혜 때문에 고통받는 가난한 민중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현실과 다르지 않아 쓸쓸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책장에게 한마디 하렵니다.  낡은 책장이여,  다음 생은 장식장으로 태어나 가볍게 살아라. 등골 휘지 마라. 건투를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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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초록 2014-08-1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이 깊으신 분이군요, 곰곰발님. 젊은 나이에 이런 유언을 남기다니.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9 18:2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인간에 대한 정은 없습니다. 사물에 대한 정이 있을 뿐...
아무래도 패티시즘 같습니다. ㅎㅎ

말리 2014-08-18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이란 그림책이 있어요. 책이 현관문까지 막아버리자 구청에 가서 미련없이 집째로 기부했답니다. 도서관이 되었지요. 친구집에 얹혀 살며 매일 도서관을 다니는 행복한 삶을 살았대나. 책은 감추지 말고 공공으로 ^^. 도서관에 가면 책같지 않은 책이 너무 많아 시간 낭비할때가 많은데요. 장서가들이 개인 도서관을 열면 참 좋을것 같아요. 누구누구 도서관하면 허튼책 하나 없이 딱 골라져 있을테니까요. 전 옛날에 책 다 버리고 걍 빌려보며 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9 18:23   좋아요 0 | URL
도서관 가면 하도 많은 책이 있다 보니 그냥 서서 이것저것 고르다 보면 시간이 다 가더라고요. 너무 많아도 탈입니다. 옛날에 살던 집이 도서관하고 걸어서 5분 거리여서 주말에는 항상 도서관을 가고는 했어요. 책은 안 읽고 도서관 가면 죽돌이들 있는데 그들과 벤치에 앉아서 잡담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ㅎㅎㅎ

마태우스 2014-08-1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천권이라, 저는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권수네요. 전 천권을 넘긴 적이 없어요. 근데 신기한 건 저 역시 아내와 싸운 날, 처음으로 책 방출을 했다는 거죠. 님과 공통점이 있다니 반갑습니다. 간만에 들어왔더니 님의 주옥같은 글들이 저를 반겨주네요...^^감사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9 18:27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 님 오셨군요. 계산 편하게 하려고 3천이지, 이 숫자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수 + 헌책방에 판 책 수 를 종합해서 내린 추론이니 3천을 한번에 보관했던 적은 없습니다. 2천 넘으면 팔고 다시 넘으면 팔고 그랬습니다. 하여튼 스트레스 받고 오는 날, 책 잔뜩 있ㄴ느 거 보면 전 이상하게 화가 나더라고요. ㅎㅎㅎㅎ. 하여튼 마태우스 님과 공통점ㅁ이 있다는 게 반갑습니다. ( 잉꼬부부인 줄 알았더니 싸우시기도 하시는군요 ? ㅎㅎ )

라로 2014-08-19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튼 곰발님은 언어의 마술사! 혼자 머리 끄덕이다, 크크 웃다가 했더니 제 앞에 큐빅에 앉은 사람이(저희 사무실 큐빅이 낮아서 이마가 보여요,,ㅠㅠ 옆 사무실 큐빅은 높은데;;;ㅠㅠ) 절 넘겨다 보네요. 일이 저렇게 재밌을까? 하는 눈빛이 아니라 저 여자가 오늘 이상하네 하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9 18:28   좋아요 0 | URL
아니, 이게 누굽니까. 아롬 님 아니십니까, 특별 인사 올립니다 ! 아마 직장에서 웃으면 사람들이 뻘짓하느라 웃는구나 할 겁니다. 누가 요즘 직장이 재미있어서 웃나요.. ㅎㅎㅎㅎㅎㅎㅎ.

todd 2014-08-2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렇게 많은 책을 읽으시니 좋은 글이 나오는가 봅니다.. ㅎㅎㅎㅎ 저는 예전에 큰맘먹고 벽 하나 크기에 맞춰 합판 책장 하나 맞췄었는데 어머니가 자꾸 책 앞 공간에 다른 잡스런 물건을 보관하시는 바람에..;; 책을 보려면 일단 그 물건을 꺼내고 봐야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ㅎㅎ 페루애님도 절대 이책만은 안판다 이런책 있으신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10:32   좋아요 0 | URL
오, 당연히 있죠 ! 엘리어트 카네티가 쓴 < 구제된 혀 > 라는 책이 있씁니다. 이거 헌책방에서 2000원인가 샀는데 이 책은 개인적으로 아끼는 책입니다. 절판된 책은 이상하게 절판된 순간 빛나는 구석이 있더군요.. ㅎㅎㅎㅎㅎ.
 

 

 

 

나는 왜 그토록 슬펐을까 ?

 

 

 

 

이웃이 전한 말을 옮긴다 : 택시를 탔다, 늙은 택시 운전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을 고아'라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고아는 아니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유일한 살붙이인 형마저 세상을 떠나 혼자가 됐다고 했다. 여자는 타자에 대한 간소한 예의와 슬픔에 대한 간결한 예우 차원에서 택시 운전사를 위로했다.

 

슬프시겠어요. - 아니요, 별로 슬프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살갑게 지내지 않으셨나 보군요 ? - 아니요, 어머니를 좋아했습니다. 인자하신 분이었지요. 하지만 슬프지는 않더군요. 산다는 거.... 고해 아닙니까. 그렇다면 세상에서 유일한 피붙이였던 형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슬프셨겠네요. - 아니요, 별로 슬프지 않았습니다. 형님과는 살갑게 지내지 않으셨나 보군요 ? - 아니요, 우린 의좋은 형제였습니다. 하지만 슬프지는 않더군요. 산다는 거.... 고해 아닙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슬프지는 않으셨겠네요 ? - 아니요, 슬펐습니다. 다른 가족과는 달리 아버지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군요 ? - 아니요, 아버지를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왜 슬퍼하셨나요 ? - 사실...... 아버지와 내가 많이 닮았거든요.

 

초상집에서 가장 크게 우는 사람은 다름 아닌 불효자인 것처럼,  늙은 택시 운전사는 늙은 아버지의 초라한 죽음에서 자신의 죽음을 본다. 자기 연민은 자기애'다. 정신과 의사가 내게 충고했다. " 지나친 자기애는 결국 자기 혐오라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 의사는 창백한 내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 볕은 아주 좋은 보약이죠. " 그가 내게 내린 처방은 산책이었다. 볕 좋은 오후, 나는 집을 나와 산책을 했다. 불현듯 내가 머물렀던 집을 바라보았다. 내가 없으니 빈집이 되었네. 안쓰러워서 산책을 멈추고 되돌아갔다. 빈집에 갇혔다. 속초에서 만났던( 본 적은 없다. 그가 살았던 방을 보았을 뿐이다. ) 병든 사내가 생각났다. 그때, 나는 그 사내 때문에 많이 슬펐다. 얼굴 본 적 없다.

 

방을 내놓은 집주인이 전한 사연이 전부였다. 불면증으로 인해 잠이 오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고 종종 그 집 앞에 가서 넋 놓고 있다 오고는 했다. 계약 기간이 채 끝나지 않은 빈집'에 갇힌 사내,  나는 왜 그때 그 사내에게 끌렸을까 ? 어쩌면 저 늙은 택시 운전사가 고해성사처럼 내뱉은 말 속에 정답이 있을 듯싶다.  

 

 

사내는 육 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동해바다와 청초호가 보이는 터에 집을 얻었다. 방 하나에 작은 거실이 딸린, 지붕 낮은 달방이었다. 집 앞 넓은 공터를 텃밭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의지'가 그를 이곳에 머물게 했다. 입주 조건은 보증금 없이 다달이 세를 내는 달방 계약이었으나 사내는 이 년치 세/貰'를 일시불로 지급했다. 그가 살아갈 날보다 많은 나날이었다.  그가 그 공터에서 처음 한 일은 돌을 고르는 일이었다. 온갖 채소를 길렀다. 하루가 다르게 밭은 푸르렀다. 내가 그 집을 보러 갔을 때, 텃밭은 온갖 풀이 웃자라 있었다. 집주인은 내게 육 개월 세를 일시불로 줄 것과 육 개월이 지나면 그때부터 다달이 세를 줄 것을 요구했다. 전세도 아니고 월세도 아니고, 그렇다고 달방 계약도 아니었다. 이상해서 캐물으니 주인은 이 집에 살았던 사내에 대해 털어놓았다. " 풀도 주인 손길 탄다는 거 아우 ? " 주인은 웃자란 풀을 보며 말했다. 사내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머문 지 반년도 되지 않아 병으로 죽었다고 했다. 내가 그 집을 갔을 때, 그 집은 아직도 그가 세를 내고 있는 기간이었다. 육 개월 일시불은 죽은 세입자 가족에게 전달할 모양이었다. 내가 그 집을 얻는다면 나는 죽은 자와 계약 잔류 기간 동안 동거를 해야 했다. 방은 아담했다. 쪽창은 해가 기우는 빛을 받아 바닥에 쏟아냈다. 붉은 기운이 돌았으나 온기는 없는 빛이었다. 망설이다가 끝내 돌아섰다. 어젯밤, 꿈에 그 집이 보였다. 텃밭은 작은 채소들이 가지런히 자라고 있었다. 텃밭을 가꾼 모양새로 보아 솜씨 좋은 농부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텃밭은 온통 돌밭이었다. 나는 그 집 앞에서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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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8-1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타인의 삶과 정서를 경험하지 못하죠. 그런 의미에서 우린 제각각 하나의 고립된 섬들입니다. 어머니의 삶이 고달펐다를 보편적 속성과 연결시켜 말할 수 있는 것은 객관적 유추 능력이 뛰어남을 말하는 것이고, 고달픈 삶에서 벗어났으니 슬프지 않았다는 것도 역시 객관적 다른 말로 사실 어쨌든 냉정하단 말인데요 .., 그럼에도 못 벗어나는 것이 자기 연민이니, 자기애란 존재의 뿌리가 맞나봅니다. 쓸쓸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09:20   좋아요 0 | URL
즐인 님의 짧은 글 속에 참 많은 것이 담겨져 있더군요. 선문답 같았습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자살할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수많은 작가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걸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다 고립된 섬이죠. 그래서 왜 그 유명한 사자성어도 있잖습니까.
섬섬옥수라고... 섬과 섬은 감옥이라는 뜻이죠. 아니면 말고요...

samadhi(眞我) 2014-08-17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남편과 감정이입, 객관적 상관물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요. 내가 슬퍼서, 그저 그렇게 있을 뿐인 객관적 상관물에게 너도 슬프냐, 나도 슬프냐 하며 위로받는(?) 어쩌면 인간은 너무나 외롭고 연약한 존재가 아닐까요. 쓸쓸하지만 느낌이 좋은 단편 소설이네요. 책 언제 내시는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17:39   좋아요 0 | URL
공자였나요. 인간의 갖추어야 할 것은 " 측은지심 " 이라고 말이죠. 측은지심을 달리 말하면 내가 너가 되어 생각하는 마음 아니겠습니까. 이 사회가 점점 그런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rtour 2014-08-1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애가 강하면 인정 욕구, 타인, 타물에게 사랑받음 욕구도 크니 쉽게 우울증으로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그런데 딱히 예술가 직종에서 자살률이 높은지는 모르겠네요. 작가는 장수 직업군에 속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전 보니 자살률이 높은 직업군은 무직, 주부, 일용직 육체 노농
자라 나오더군요. 강하지 않을지라

rtour 2014-08-1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 어쨌든 우린 모두 타인의 사랑, 타인의 인정을 받는 의미 있는 삶을 원하고, 가난은 생의 치명적인 독소임이 분명하 겠죠..비율로 볼 때 주부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보답받지 못하는 일방 통행적 헌신에 사회적 무시,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가 약해짐,가 더해진 까닭 아닐까요? 노인, 일용직군의 자살률 높음은 가난과 무시가 주원이겠구요. 단답처리 하기엔 복잡다단한 것이 인간의 문제겠죠..어쨌건 생명은 멸종되기 전까지 유구하고 장엄하게 흘러갈 뿐이죠..타인의 죽음은 대개 무시되거나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고 그것이 생명의 본성이죠. 산사람은 살게 되어있다,로 표현되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17:3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몇몇 작가의 죽음으 크게 다가오다보니 그리 생각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장수 그룹에 속하겠습니다. 어느 대학에서 행복에 대한 조사를 한 적 있습니다.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 행복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몇몇 조건들을 조사했는데, 아마도 한국인이 생각하는 행복 조건과는 180도 달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너 가지 목록 중에 하나가 출퇴근 시간이1시간 이내일 것'이라는 조건이 나오더군요. 행복하기 위해서는 출근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출퇴근 시간이 2시간이 넘으면 행복을 못 느낀다고 합니다. 좋은 직장, 아파트장만 따위가 행복 조건이 아니었다는 거죠... 처절하게 공감했습니다. 이 단체에서 조사한 행복 조건을 종합하니 아내(남편)과 일주일에 한두 번 즐거운 섹스를 하고, 퇴근길이 30분 정도이고, 일찍 와서 동네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는 거랍니다. 요, 세 개만 대충 해결되면 행복을 느낀다고 하네요. 높은 집값 때문에 서울 내 직작인이 싼 집을 찾아 경기도로 빠진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만큼 장거리 출퇴근 사회가 된 거죠....

rtour 2014-08-17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지독한 가난만 아니라면 즐거운 삶이란 결국 좋은 관계에서 오는 듯요. 제 경험만 돌이켜봐도 ..이 사회의 경쟁 과다 시스템, 일중독 찬양 문화는 약화되어야만 하는데 말입니다..이런 시스템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한잔 기분 카..는 어렵죠. 직장 멀고 다들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고 만나봐야 너 출세? 몇 평 사니? 몰고 다니는 차 등 경쟁으로 기분 상하기 일수라. 경험상 그렇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8 15:35   좋아요 0 | URL
아파트 몇 평이니 ? 라는 질문은 학번이 어떻게 되세요 ? 와 비슷한 구석이 있죠.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속물처럼 보여서 빙 둘러 말하는.... 아파트 몇 평이니, 는 결국 너 얼마 벌었니 ? 라는 말이잖아요. 이걸 부끄럽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문화에 살고 있죠. 이웃의 비극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외면하면서 꼭 이런 알 필요 없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알고 싶어하는 그 속물 근성들....

수다맨 2014-08-1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껏 곰곰발님께서 쓰신 글 중에서 가장 아련한 느낌을 주네요. 택시 기사와 달방에 머물렀던 사내를 생각하고 나니 가슴이 무척 쓸쓸해집니다. '자기 연민은 자기애다', 참으로 맞는 말 같아요. 스스로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깊으면 깊어질수록, 자신을 애정하는 마음도 커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9 08:04   좋아요 0 | URL
택시 기사 얘길 들으니 갑자기 달방 사내가 생각납디다. 혼자 남겨진다는 거.. 참 쓸쓸한 거죠. 죽음이란 결국 혼자 남겨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가장 외로운 순간이 죽음 같습니다.

todd 2014-08-2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꾸 곱씹어 읽게되는 글이네요. 떠나게 되는 운명이 참 슬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10:33   좋아요 0 | URL
택시운전사 이야기'가 울림이 이상하게 오래가더라고요. 어떤 삶에 대한 우화 혹은 통찰처럼 보입니다.

엄동 2014-08-20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모님 돌아가실때 참 많이 울 듯 해요
원래 불효자가 그리 운다잖아요

효자는,
좋은 곳 가시라고 흐뭇하게 보낸다고들 하고.

제가 못되처먹었어요 아주
남들한텐 잘하면서. 내 부모 내 형제에겐 칼같은 잣대를 들이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5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나도 부모상 앞에서 가장 크게 울 놈이로구나...
효자야 뭐 할 도리 다 했으니 편안하겠으나
그렇지 못한 불효자는 .......


못되처먹은거는 이미 오랜 전에 알고 있었으나
남한테 잘하면서 내 부모형제에게 칼같은 잣대로 들이대는 거
또한 잘하신 겁니다. 전 가족 로망스가 없어서
가족판타지에 대해 늘 부정적이거든요.
전 가족에게도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뽕짝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시리즈

 

 

 

 

 

4화, 빨개요

 

 

 

 

 

 

 

 

 

올해 초,  곡에 가사를 입히는 작업을 했다. 알음알음 알게 된 작곡가가 부탁을 하길래 처음에는 손사래치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다가 결국에는 작업에 참여했다. 작곡가는 내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시작부에 ㄲ, ㄸ, ㅃ, ㅆ, ㅉ 같은 된소리를 피하면 되고 가급적이면 받침이 어려운 단어는 사용하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뭐,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것만 지키면 내용은 자유란다. 그런데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된소리와 격음을 피해서 글자 수를 조절한다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결국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작업을 넘겼는데 의외로 ok 사인이 떨어져서 당황했다. 그 사이,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원래 이 곡은 신인 가수'가 부르기로 했는데

 

계획이 변경되어서 실력파 가수가 부르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나가수에 출연했던 가수이니 실력과 대중성은 확보된 경우였다. " 잘하면 저작권료 받아먹게 생겼구나 ! " 일은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스튜디오 녹음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는 감감무소식이다. 음반 산업이 워낙 불경기인 데다가 10대를 겨냥한 추파춥스용 음악이 아니면 음반을 제작해서 이윤을 남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 제작을 꺼리는 모양이다. 이번 작업을 계기로 한 수 배우겠다는 자세로 인기 있는 노래 " 가사 " 에 관심을 가지고 음악을 듣게 되었다. 시장에서 생선 팔던 놈이 작사가로 직업을 갈아타겠다는 욕심은 아니다. 그냥 궁금했다.

 

자연스럽게 추파춥스用 " 소년소녀떼거지율동단 " 이 부른 노래 가사를 듣게 되었다. 오, 놀라워라 ! 평소 듣긴 들었으나 가사를 생각하며 듣지 않아서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가사를 제대로 파악하면서 들으니 닭살'이었다. 현아가 부른 < 빨개요 > 는 압권이었다. 전체 가사는 다음과 같다.

 

 

 

 

더 hot하게 레드 립스틱 좀 더 빨갛게 / 더 cool하게 더 hot하게 레드 립스틱 좀 더 빨갛게​ um~ / 새빨간 립스틱 발라도 빨개요 / 깨물어 주고 싶은 내 귀가 예술이예요

(현아's back uh)
왠만한 애들보다 잘빠진 몸매는 내겐 full option /
몸 좀 풀고 달려볼라니까 / 빨간거 그게 나니까 / (​이제 무대 위로 올라가볼까) / 날 두고 떠나지 마​ / 나 지금 너무나 외롭단 말이야 / 너만은 나를 떠나지마 / 여긴 나 하나밖에 없다고 / (나 지금 변해버릴지 몰라​)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what)​ / 빨간 건 현아 현아는(yeah) / so cool하게 더hot하게 / 레드 립스틱 좀 더 빨갛게​ /
so cool하게 더hot하게​ / 레드 립스틱 좀 더 빨갛게​ / 다 그만해 따끔하게​ / 혼내줄테니까 엉덩이 대 / (감당 안 돼) / 밤마다 say h y u n 그리고 a

 

 

죽이는 댄스 무대위 킬러​ / 콧대는 하늘을 찔러 / 긴말은 생략할게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what)​ / 빨간건 현아 현아는(yeah) / 현아는 빨개요

날 두고 떠나지마 / 나 지금 너무나 외롭단 말이야​ /
너만은 나를 떠나지마​ / 여긴 나 하나밖에 없다고 / (나 지금 변해버릴지 몰라)​
 

 

 

우선 이 노래 가사는 서사가 붕괴되었다. 앞 문장과 뒤에 오는 문장 간 개연성이 없다. 섹시한 입술 얘기하다가 느닷없이 깨물어 주고 싶은 " 내 귀가 예술 " 이란다. 그리고는 원숭이 어쩌구저쩌구하다가 혼내준다며 엉덩이 대란다. 신나게 떠들다가도 느닷없이 외롭다 한다. " 횡설 " 과 " 수설 " 이 얽힌다. 이 분열적 서사는 전형적 정신분열증 환자가 사용하는 서사 구조와 유사하다. 가사만 보면 전형적인 조울성 장애'다. 이 노래 절정은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 빨간 건 현아 / 현아는 ( yeah ) / 현아는 빨개요 " 다. 이 후렴구에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다. 동요 가사'대로 한다면 빨간 건 사과인데 이 노래에서는 빨간 건 현아'가 된다.

 

같은 이유로 " 사과는 맛있어 " 라는 가사 자리에 " 현아는 맛있어 ! " 가 자리 잡는다. 물론 이 노래에서는 검열을 의식해서 " 맛있어 ! " 라는 부분은 생략했지만, 대중이 지워진 욕망을 복원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현아는 맛있어 ?! 맛있으면, 뭐.. 뭐, 어쩌라고 ?  현아가 가지고 있는 터질 듯한 육감적 몸은 식욕과 성욕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상품이다.  말 그대로 비싼 " 몸값 " 이다.  현아는 자기 몸값이 비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상품화된 < 현아 - 소프트 바디 > 가 < 남성 - 하드 바디 > 를 살살 녹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자기 이름을 건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것은 마치 < 원조 >  와 < 장충동 왕족발 > 사이에 할머니 이름을 삽입한 족발집 간판과 동일한 노림수'다. 

 

하지만 PPL이 지나치면 염불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만 관심 있다는 군소리를 듣게 된다. 섹스'라는 코드를 끼워서 상품을 " 판매 "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 강매 " 를 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현아의 < 빨개요 > 라는 노래는 섹스 코드를 내세워서 상품을 소비자에게 강매하는 인상을 준다. 꼰대처럼 섹스 어필에 대해 비판할 생각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가전 상품이 아니라 공포와 섹스를 이용한 상품이니까.  아니라고 ? 정말 그렇다니까 !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  하물며 대중 욕망에 편승해야 하는 연예 오락 사업에서 섹스 코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요, 세 말 하면 입 아프다.  노래 잘하는 가수가 섹스 어필도 가능하다면, 그것은 제구력 좋은 투수가 강속구마저 보유한 것과 같다.

 

지만 지나치게 노골적인 섹스 어필 강요와 PPL 노출은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정글 사회에서 강속구만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지금 당장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투수를 살펴보면 된다. 강속구 투수들이 수두룩하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빠른 공만 던져서는 좋은 투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 메이저리그로 승격하지 못한 ) 마이너리그'는 증명한다. 대체로 빠른 공과 함께 좋은 변화구 한두 개 정도는 던질 줄 알아야 좋은 투수가 될 자격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섹시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현아는 이효리를 잇는 차세대 섹시 디바로 자리했다. 하지만 현아의 세 번째 미니앨범은 지나치게 " 섹시 " 만을 강조한다.

 

여자 가수에게 " 섹시함 " 은 훌륭한 무기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힘을 빼고 던질 수 있는 좋은 변화구가 없으면 오래 사랑받기는 힘들다. 현아는 좋은 가수지만 이번 미니 앨범은 실패했다. 마돈나는 늘 파격적 무대를 선보였지만 항상 자기 목소리( 메시지 ) 를 담으려고 노력했던 디바였다. 약간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마돈나는 섹시한 디바였지만 동시에 희노애락이 느껴지는 디바이기도 했다. 현아에게는 뭇 남성을 후,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육체를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여성으로써의 자기 목소리는 실종되었다. 그녀 노래에는 메시지는 없고 마사지'만 있다. 쇼윈도우에 걸린 예쁜 인형 같다. 노래는 현아가 부르지만 사실 남성이 부르는 것과 같다.

 

자기 목소리로 말하는 발성, 현아가 마돈나에게 배워야 할 부분이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현아 씨, 잘못하다가는 원숭이 되는 거예요 ? " 아무래도 나는 추파춥스 노래 가사'보다는 트로트 가사를 써야 할 것 같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현아 팬이다. 좋은 노래 가사는 태평양을 건너 / 대서양을 건너 / 인도양을 건너 / 시대를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노래 한 곡 띄운다. " 박상철이 부릅니다. 무조건 ! " 좋은 사랑, 슬픈 사랑, 운명적 사랑, 눈먼 사랑, 지독한 사랑, 잔인한 사랑, 사랑, 사랑, 사랑, 그 많은 사랑 중에 도대체 특급 사랑이란 어떤 사랑일까 ? 한 남자의 순애보를 다룬 슬픈 노래 가사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

 

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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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8-1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너무도 적절한 분석과 비유!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지나치게 섹스어필에만 의존하는 건 자멸의 길이라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4 23:49   좋아요 0 | URL
제가 현아 팬입니다만... 이번에 너무 나간 거 같아요. 현아는 맛있어.. 이런 엉뚱한 가사는 뭡니까...
이건 리믹스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마돈나는 항상 자기 목소리를 담았잖아요. 그게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현아도 뭐 아직 팔팔한 나이이니 대성할 가수라 생각됩니다만.... 제작자의 농간에 쉽게 굴복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마립간 2014-08-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아에게 뭇 남성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냐요. 안목이 없어 대성할 재목을 알지 못했군요. (어느 음악 평론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원더걸스 연습생 시절부터 재목이었다고.) 영화 명량과 같은 시장 장악 현상만 눈에 띱니다. 현아가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제 대답은 '잘 못하고 있은 것이죠.' 단지 망하지 않았을 뿐.

후끈... 저는 김희애나 이영애 등을, 가수 중에는 김윤아나 이은미 등을 고르겠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김추자는 가수로서는 잘 모르겠고 노래는 지금도 후끈하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4:07   좋아요 0 | URL
기획사 기획으로 만든 현아 이미지 아닙니까. 자기 목소리가 없이 그저 기획사에서 꾸며주는 인형 같이 앉아 있습니다. 돈은 벌겠으나 아티스트가 되기는 역부족 같습니다.

저도 김추자의 카리스마에 압도된 적 있습니다. 그 사람은 좀 외계인 같습니다.
시대를 너무 앞선 가수라고나 할까요....참, 이번에 앨범 냈지요 ? 김추차 님..
반응이 별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마립간 2014-08-16 08:46   좋아요 0 | URL
한국일보 '실험적 음악으로 돌아온 예은, 그녀의 생존법' http://www.hankookilbo.com/v/cdf35efba0db4043895ad8144d5d8ae2

이 영화 평론가의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관련된 인터넷 기사가 있어 소개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6 10:14   좋아요 0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핫펠트로 활동하더라고요. 뮤직뱅크인가 하여튼 무대 선보이길래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첫느낌은 가수로써의 예은이 아니라 작가로써의 예은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핫펠트의 과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만화애니비평 2014-08-1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차라리 이런 영상보다는 포르노 보는 게 낳다고 생각합니다.
은밀한 포장 속에 각종 관음증에 바나나 위에 타는 것은..결국...
이런 스타일은 결국 계속 (문화적, 정신적) 자위하도록 만드기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4:09   좋아요 0 | URL
섹시 컨셉이 나쁜 건 아닌데. 그냥 개나 소나 다 섹시 컨셉이어서
무조건 노래 안주에 엉덩이 흔드는 거 다 같이 보여주니 식상합니다.

amd780501 2014-08-1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코드를 놓치셨군녀. (빨게요=빨께요) / 나탈야 다녀감.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6:00   좋아요 0 | URL
역시 저질 코드는 살아있군요.ㅎㅎ. 이거 직장 옮기더니 너무 무심한 거 아닙니까.
그 방송국도 장난 아니게 일 시킨다고 하던데....
글구 보니 현아 자주 보겠네요 ? 보면 싸인 좀 받아주십시요..

amd780501 2014-08-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세 AOA에 꽂혀있습니다. 방송국 직원이라고 별거 없습니다. 연출이나 작가 한테 좀 굽신데야 싸인 씨디라도 하나 얻지 영양가 없음.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7:13   좋아요 0 | URL
하긴... 나탈야 님 스타일이긴 함. 난 처음 걔 무대 보았을 때 소녀 시대 몇 명이 아파서 무대 안 나온 줄 알았습니다. 차별성이 업씀....


전 < 오렌지 카라멜 > 팬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이죠....

오 ! 렌지 ! 오 ! 렌지 ! 오 ( 오 ! ) 오 ( 오 ! ) 오렌지 카라멜 파이팅 ~

노이에자이트 2014-08-15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현아와 AOA의 팬입니다.으하하하...

아...그리고 레이나가 산이와 함께 부른 <한여름밤의 꿀>이 좋더군요.가사를 중시하는 곰발 님 취향에 들어맞을 겁니다.레이나 목소리가 좋더라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9:17   좋아요 0 | URL
저도 현아 팬입니다. 사생팬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몇 안 되는 가수입니다. 제 취향은 sm 계열 음악은 아니고 yg계열 쪽 음악이 쫗더군요.. ㅎㅎ. 지디, 태양 정도급 실력이면 먹고들어가는 실력 아니겠습니까. 산이도 좋아합니다. 당연히 한여름밤의 꿀' 좋아합니다..ㅎㅎㅎ 제가 오렌지카라멜 팬이잖습니까..ㅎㅎㅎㅎ 오렌지에게서는 이상하게 삐급 서정'이 읽힙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8-15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 김밥 스시 나오는 뮤직 비디오...그런데 엄숙주의자들이 그거 가지고 되게 뭐라고 시비 걸던데요...죽자고 달려드는데 답답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곰발 님은 유이나 나나보단 레이나나 리지 쪽 취향인 듯하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9:44   좋아요 0 | URL
미친새끼들이죠... 스시가 왜색 문화라면 피자 먹을 때 한국에서만 내놓는다는 피클은 자랑스러운 한국 전통입니까 ? 음식 문화 가지고 국가 색을 논하는 놈만큼 병신같은 것도 없죠. 그런 식으로 따지면 라면은 왜 먹습니까. 라면도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고, 불고기도 일본에서 들여온 문화입니다. 돈까스도 일본에서 시작된 음식 아닙니까... 그냥 맛있으면 장땡이지, 스시 문화 가지고 왜색 어쩌구저쩌구하는 게 우습습니다...


유이 빼고는 다 좋습니다.. ㅎㅎ. 다름 뮤비에는 과테말라 의상 입고 노래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렌지야말로 코스튬 문화를 적극 끌어들인 그룹 아니겠습니까...


saint236 2014-08-1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까지 뮤비를 보는 것도 힘듭니다. 사상 검증 해봐야겠어요. 저렇게 빨갱이라고 하다니...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노래를 만들까요? 이건 츄파츕스에 대한 모독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10:11   좋아요 0 | URL
세월호 유가족에게 불순 세력 개입 운운하던 정치가를 보며 정말 이 나라 좆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보기엔 이 나라는 정말 최악입니다.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빨갱이 하나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니....

samadhi(眞我) 2014-08-1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사가 이럴 줄이야. 요즘 노래 가사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다가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를 가슴시리게 하던, "시"여야 할 노랫말이 어쩜 이렇게까지 저속해졌는지. 물질만능의 세태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어떻게?? 시가 사라진 세상. 깜깜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17:43   좋아요 0 | URL
요즘 노래는 가사가 잘 안들려서 생각없이 그냥 스치듯이 들었는데 요즘은 가사에 집중해서 들으니 확실히 느낌이 반감됩니다. 노골적이라고나 할까요. 전 섹스 어필 문화가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하나, 이건 정도가 지나치게 상업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현아 저 노래는 여성의 주체적 욕망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남성 프로듀서가 남성 욕망을 여성 가수에 빙의되어 내뱉는 말 같아 아쉽습니다.

엄동 2014-08-2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만 들어도 참 많은 단어,행위,사물(읭?)등이 연상되더라구요.

뮤비도 보면서 들어보고는 싶은데
지금 제 뒤가 트인 상태라..

아. 저희 회사건물에 화재가 나서
임시로 이전했어요. 나참

발화지점인 옆사무실은 홀랑 탔고.
그나마 우리쪽은 타진 않았는데. 화재로 인한 매연은
하이고 장난아니더라구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57   좋아요 0 | URL
이 새끼들 영악해서 머리를 좀 썼더라고요.
빨개요 : 펠라티오 연상케 함, 빨가벗다를 연상케 함,


+

ㅎㅎㅎㅎ 웃으면 안 되는데 아니 불이 어떻게 났길래.....
신나셨겠어요 ? 출근했는데 막 불나고.. 전 이런 거 보면 오히려 막 신나고 그러더라고요..
소풍간 기분이잖아요. 임시 건물에서 일을 하면 말입니ㅏ.
이거 너무 무책임한 발언인가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희 집도 불 나서 집 한 채 홀라당 말아먹은 적 있습니다.
화재에서 정작 주인공은 불이 아니라 연기더라고요.
이 연기는 아무리 냄새를 제거해도 굉장히 오래 갑니다.

불난 얘기 좀 자세히 해보세요..

엄동 2014-08-25 17:0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네. 냄새가 장난아니더라구요

휴가 떠나기 전날, 화재가 났어요
하필 저희 바로 옆 호실 -_-

오래된 건물을 한달 반동안 리모델링 하고
건물수리업체에서 떡을 돌린 시각이 오전11시반인데.
약 한시간 뒤에 화재가 난거죠ㅋ
다행히 점심시간 직후여서 사무실을 비우긴 했지만
큰일날 뻔 했어요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serial=86442

기사를 떠들어보니 나오네요 후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고의로 저지른 방화 사건이었군요. 맙소사, 이거 점심 시간에 나가셔서 그렇지 타이밍이 잘못되었다가는 아수라장이 될 뻔했습니다. 다행이군요. 한편으로는 휴가 떠나기 전날 발생해서 그나마 다행이군요. 골치 아픈 건 화재가 끝난 다음이잖아요. ㅎㅎㅎ. 하여튼 천만다행이십니다. 그나저나 엄동 님 변호사는 아니시겠죠 ? 제가 그동안 변호사를 하도 까서 변호사시라면 사과 말씀 드립니다.

엄동 2014-08-26 16:1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다행히 아닙니다.

미운털 안박히는거죠?

저도 경멸합니다.

그 부류들 중 일부 아니 대다수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17:16   좋아요 0 | URL
으하하, 다행이군요. 변호사 새끼들.....

이동윤 2014-09-03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래가 좋다 안좋다 떠나서 노래가 야하다는 이유로 잘못됫다고말하는건 좀말이안되죠
외국유명팝스타들이 부르는 노래의표현보다는 양반인것같은데 그런 노래에비해 이 노래는 별로지만 그건 음악적인부분이고 음악적인부분이마음에안들어서 그걸욕하는거면 그냥잇겟지만 야하다고 비난하는거엔 문제가잇네요
어린애들이 보기에안좋다고 욕하는것도 어이가없죠
뮤비에는 이미 19금딱지가 있고 안보면 되는거죠.
음악방송에 나온다 노래를 틀면 나온다 그런건 어린이들이 접할 수도 있다
그런건 방송에서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않는 것에 대한 잘못이죠.
심지어 연령제한이 없다면 가사라도 야하지않게 바꿔서 나온다던가 해야겟죠
그것또한 방송계의 문제고
요즘 인터넷 조금만하면 그런거 다 찾아 본다. 그냥 인터넷검색만해도 볼수있다.
이것도 인터넷검색이 제대로 수위조절이안되는거에대한 문제고, 어떻게 찾아서 보는거는 연령제한을 무시하고 몰래 본 잘못이죠. 야한거 다운받아보듯이
그런 조치는 취해지는게 더 좋다는 생각은 저도 들지만 단지 노래가 야하다는 이유로 노래와 가수 소속사를 욕하는건
좀아닌거같아요.
성은 개방적인게 건강한사횐데
노래가 야하긴하지만 현아나 소속사가 잘못한건하나도없음 창작의자유고 표현의자유
그걸 듣고싶지않다면 안들으면 되는거 그런 음악을 트는 곳이잇다면 가서 꺼달라고하는게 맞겟죠. 아무편견없이보면 그냥 야한 컨셉의 노래 그게끝.
거기다대고 야하다 어떻다 xx같다 라고 비난한다면 그들을 두번 죽이는거고 또 이런 분위기와 비난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접하고 성에대해 더조심스럽고 폐쇄적으로 자라는계기를마련할수도잇겟네요 남녀칠세부동석할것도아닌데;; 조금만 넓게보면 지구의 다른곳에서는 아무렇지도않게 지나갈수잇는일이고 별일아닙니다. 자꾸왈가왈부하는게 이런이슈를더불러일으키고 더 왈가왈부하게되죠 그건 서양이나 다른나라고
지금의우리나라정서에는맞지않는다고 욕할거라면 우리는 언제쯤 개방적인 사회가될가요
언제쯤 국력이강해지고 언제쯤 경제가 그들처럼 발전할가요 갑자기 왠경제냐 국력이냐 할수도잇는데 같은얘깁니다. 외국의다른것은배우려하지않으면서 국력이나 경제력은 비슷해지려고한다는게 웃긴얘기죠
뭐든지개방적인사회가 그렇지않은사회보다 좀더발전이잇다고합니다. 그건 과거의 역사와 지금의역사를비교하면알겟죠 어느나라든 어느분야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2:03   좋아요 0 | URL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