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맥주 만드는 법 

 

 

낮술에 취해서 잠이 든 모양이다. 일어나 보니 밤 12시다. 보름달을 보니 전병 생각이 났다. 망망대해에 표류 중인 로빈슨 크루소 같은 심정. 큰 누나는 시댁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친정 엄마를 모시고 일본 온천 관광을 떠났다. 하층민 계급에 속하는 가족이 1년에 2번이나 해외 여행을 떠나다니 어쩌면 내 가족은 빈민을 가장한 중산층인지도 모른다. 평소 기독교 추도 예배 형식으로 명절을 지냈기에 제사를 지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명절 음식은 꼬박꼬박 차렸는데 올해는 누나와 어머니의 폐업으로 명절 없는 명절이 되었다. 씐난다 ! 누나 입장에서는 시댁을 향해 대포를 쏜 격이고, 어머니 입장에서는 자식들과 며느리를 향해 불 화살을 쏜 모양새를 취했으나.... 결과는 모두 해피엔딩'이다.

 

요즘은 소맥으로 거품 맥주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서 날마다 소맥을 마셨다. 명절이니 특별히 거품 맥주 만드는 방법을 당신에게 알려주겠다. 참고하시라. [ 유사 거품 맥주 만드는 법 ] 우선 맥주 잔을 준비하자. 잔 용량을 총 10'이라 했을 때 소주를 1 정도 붓는다. 다음은 맥주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잔을 기울인 상태에서 맥주를 4 정도 따른다. 뜨거운 물에 담근 젓가락을 컵에 넣은 후 다른 젓가락으로 타종을 치듯 쎄에에에에게 친다. 이때 충격으로 인해 거품이 5 정도 만들어진다. " 이거시 " 바로 유사 밀러타임 거품 맥주'되시것어요. 이런 비율로 소맥을 말다 보면 소주 한 병에 맥주 두 병'을 비울 수 있다. 거품을 만들고 거품을 터는 맛에 마신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인생을 10'이라 했을 때 그 가운데 거품이 5'이다. 아무리 잘난 인간이라 해도, 김연아라 해도, 강동원이라 해도, 송혜교라 해도 거품이 반'이다. 그들도 뱃속에는 똥을 달고 다닌다. 거품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 껍데기 " 가 반이요, " 후루꾸 " 가 반이요, " 후까시 " 가 반이요, " 좆도 아닌 게 " 반이다. 하지만 거품이 있어야 완성되는 게 바로 인생'이 아니었던가.  투수가 공을 100개 던졌다고 했을 때 스트라이크와 볼은 최소 5 : 5 정도'가 되어야 한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다고 해서 좋은 투구는 아니다.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타자에게 난타당하기 일쑤이다. 삼겹살이 맛있는 이유도 살코기와 비계의 황금비율 때문이 아니었던가 ? 그런 면에서 언어도 적당히 오염된 언어가 좋다.

 

어제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광화문을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밖을 보았는데 일베들이 폭식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드디어 거리로 나온 것이다. 버스 안에서 잠시 본 것이 전부였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일베 게시판에 " 집에 귀가하는 여대생을 납치해서 집단 강간하자 ! " 따위가 버젓이 올라오고 그 밑에 " ㅋㅋㅋ " 라는 댓글이 죄책감 없이 기록되는 일베치고는 광장에 나온 이들은 대부분 여리여리한 애 같았다.  단단한 몸과는 멀었다. 일베의 평소 언어 사용으로 보아서는 시뻘건 ㅈ이 생각났으나 막상 실제로 보니 사정 후 쪼그라든 개불 같았다. 이 " 언발란스 " 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문득 버스 안에서 어버이 연합 시위를 지켜보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기묘한 " 언발란스 "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 일베 > 나 < 어버이연합 > 이나 집단으로 보면 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보면 평범한, 너무나 평범한 얼굴에 당황하게 된다.  나는 창문을 열고 닭다리를 뜯고 있는 여리여리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청년에게 말했다. " 처먹으니깐 맛있냐 ? " 내 말에 일베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누군가 내게 결투를 신청했다. " 버스 안에서 모기처럼 앵앵거리지 말고 나와서 한판 붙자 ! 널 산업화시키겠다. " 와와 ! 일베들 박수소리. 상명여대 앞에서 버스에 올라 탄 아가씨들이 만류했지만 나는 버스 운전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버스에서 내려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다. 일촉즉발, 17대 1 .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 오라 ! 씹떼기들아..... "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 하늘을 향해 힘껏 던졌다. 저 동전이 떨어지기 전에 너희 모두 섬멸하리라. 일베 좀비들이 떼거지로 달려들었다. " 정의의 주먹이 너희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 "  주먹이 바람을 스칠 때 나는 소리를 들려주마 !  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계장, 칠칠이, 팔팔이, 구봉서........  땡그랑 !!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까지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은  좀비는 단 한 명뿐이었다. 내 주먹은 붉은 피와 양념치킨 양념장으로 물들었다. 마지막 좀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 너에게 필요한 것은 양념이 아니라 양심이다 ! " 녀석은 떨고 있었다. 그 녀석은 결국 주저앉았다. 일반 시민들은 와와, 했고 일게들은 우우, 했다 - 는

 

뻥'이다. 이 글은 거품이 반이다. 하여튼 볼 일을 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가니 일베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오늘도 (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이다 ) 술 약속이 있다. 혹여, 명절 스트레스'에 혈압이 오르는 사람이라면 홍대 놀이터 앞 " 막걸리싸롱 " 으로 오후 5시까지 오시라. 사정 후 뭣 같이 쪼그라든, 개불처럼 생긴 늙은이 몇몇이 쭈구려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권투를 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rtour 2014-09-0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뉴스인지를 보니 박근혜 지지율이 52프로라고...ㅎㅎ 할 말이 없더라구요. 국민과 소통하려했던 노통 지지율이 한 자리수였던 걸 생각해보면 불통을 위엄있는 권위로 생각하는 모양. 박근혜가 입을 열고 행동을 할 이유가 없겠죠.
불통을 대통령의 품격이라 믿는 열혈 지지자들이 50프로를 넘는데..인기 떨어질 일 있나요. 일베 창궐에 멍석 깔아주는 세월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9 22:08   좋아요 0 | URL
참 신기한 동네... 52%는 마지노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긴 저라도 똥을 싸던 지랄을 하던 50%의 콘크리트묻지마 지지율을 가지고 있으면 내 맘대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풀무 2014-09-09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널 산업화시키겠다.. ㅎㅎㅎ
그나저나 미안하오.. 밤 열 시가 넘어서야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경기도..
대신 내년 모임엔 제가 꼭 쏘겠습니..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9 22:10   좋아요 0 | URL
새벽 님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으나 오지 않으셨더군요.
사실, 빠져나오시기가 힘드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특별히 새벽 님은 산업화시키지 않겠습니다.

수다맨 2014-09-0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동안 집 밖에서 떠돌아 다니다 이제야 귀가했습니다. 집에 오니 제 가족들도 제사랑 성묘 지내고 다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네요.
저도 막걸리싸롱 가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감기 기운이 조금 있네요. ㅠㅠ 나중에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9 22:11   좋아요 0 | URL
수다맨 님 그동안 떠돌이 생활히셨군요 ? ㅎㅎㅎㅎㅎ 보고 싶긴 하군요.
언제 시간 내서 만납시다...

봄밤 2014-09-1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잘 보내셨나요. 곰발님. 이 글은 특히 마음에 들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0:02   좋아요 0 | URL
안녕, 봄밤 님 ! 뭐, 추석 늘 왁자지껄하다 끝나는 거죠.. 허허.
봄밤 님은 잘지내셨기나 보르겠네요. 명절은 남자보다 여자가 힘든 시기이니 말이죠..

봄밤 2014-09-13 23:14   좋아요 0 | URL
이 글 보고 특히 좋다는 말을 하러 왔는데 이미 써있네요! 이 명절은 '엄마'가 힘든 날이 아닌가 합니다. 저야 뭐, 잘 먹고 놀고 그랬지요!

만화애니비평 2014-09-1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베들 이미 산업화 된 사회에서 이제 탈산업화인데
자기들도 산업화 당하면 비정규직 같은 떨거지로 살 게 뻔한 일인데
참 보면...그저 씁쓸..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12:30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인정투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정받고 싶어서...
왜 아이들 엄마에게 사랑받고싶어서 일부러 말썽을 부리지 않습니까...
 

 

 

 

개와 고양이'에 대한 진실

 

- 봉다리잘띠네 씨에 대한 기록

 

봉다리잘띠네 씨는 4살'짜리 골든레트리버'이다. 말이 좋아 " 골든 " 이지 " 누렁이 " 다.  줄여서 " 봉달이 " 라고 부른다. 사람 나이'로 치면 혈기왕성한 이십대 수컷이다. 사람들은 봉다리잘띠네'라는 이름이 정식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이름 또한 애칭'이다. 정식 이름은 " 봉다리만 보면 좋아서 잘 뛰네 " 다. 몇 번 장가를 보냈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암컷에게 주둥이만 물린 채 돌아왔다. 덩치만 컸지 성적 매력은 없는 모양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암컷에게 매력없는 수컷은 모두 불쌍한 존재. 아아. 언제부터인가 봉달 씨'는 내 다리에 붙어서 응응 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앞발로 내 허벅지를 꽉 붙잡는 힘이 전해질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고는 했다. " 이 녀석, 성에 대한 욕망이 가,가가가강렬하구나 ! " 나는 조용히 앞발을 풀어 육포 하나를 던져주고는 했다.

 

한때 쩍쩍이'라는 이름으로 살던 봉달 씨 ▼

 

< 쩍쩍이 > 는 세 살배기 수컷'이다. 총각으로 늙는 게 안쓰러워서 몇 번 장가'를 보냈다. 장가라고 해 봐야 암컷이 있는 갈빗집 주인 집에서 며칠을 함께 보내는 게 전부이다. 들은 자리는 모르지만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쩍쩍이가 없는 며칠은 온통 쩍쩍이 생각을 하며 그 녀석의 신혼 첫날밤을 생각했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 꽃잠 " 으로 불리웠을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는 첫날밤을 꽃잠이라고 부른단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허니문은 이내 비터문'이었음이 밝혀졌다. 돌아온 쩍쩍이의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콧잔등에도 물렸는지 빨간약이 칠해져 있었다. 암컷에게 물어뜯긴 것이다. 몸 이곳저곳에 털이 뽑힌 흔적이 역력했다. 한번 하고 싶어서 달라들 때마다 물어뜯은 모양이었다.  

 

문득 갈비집 진돗개 암컷의 사나운 이빨이 생각났다. 주인 아저씨는 연신 미안한지 허,허,허 하고 웃기만 하셨다. 아저씨는 밥을 먹고 가라며 갈비탕에 육회를 내셨다. 가는 길'에는 갈비도 포장해 주셨다. 무게로 보아 몇 근은 나갈 것 같았다. 하여튼...... 쩍쩍이는 진순이'의 앙탈을 물리치고 섹스에 성공했을까 ? 결론적으로 말해 섹스는 실패했다. 왜냐하면 진순이가 임신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키 1미터에 몸무게 30kg의 늠름한 리트리버'를 진순이는 왜 거부했을까 ? 발기하면 내 자지보다 더 큰 자지'를 자랑하는 나의 수컷, 쩍쩍이를.  

  

돌아오는 길'에 흘깃 쩍쩍이를 보니 불쌍한 거다. 털은 뜯겨나가고 코는 빨간 옥도정끼'를 발라서 루돌프가 되어서 절뚝이는 것이다. 김칫국에 밥 말아먹여 키워서 그런가,  힘이 없어서 날마다 괴깃국에 갈비 뜯은 놈에게 호되게 당했다고 생각하니 계급 의식이 발동한 거라. 서러운 거라. 우리 쩍쩍이가 어디 봐서 하자가 있단 말이더냐. 리트리버'는 옛날에 강가에서 숭어 잡던 귀한 놈이었다. 이것아 ! 축 늘어진 귀로 쫄랑쫄랑 따라오는 개를 보니 진순이의 도도하게 쫑긋 솟은 귀가 생각났다. 건방진 년. 네까짓 게 무슨 < 뽕 > 에 나오는 이미숙이더냐 ? 다른 남정네 다 받아도 우리 삼돌이'에게는 죽어도 못 준다 이거지 ? 분통이 터졌다.  사내구실 못하면 어떤가. 잘 키워주마. 사랑으로 잘 키워주마.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주인이나 개나 사내 구실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2013.02

 

펼친 부분 접기 ▲

 

성욕은 식욕으로 풀어야 하느니라. 그 후로도 몇 번, 끈끈한 밤을 보내라고 씨 좋은 암컷이 있는 집에 보내고는 했으나 결과는 무참했다. 갈빗집 진순이'에게 물려서 털이 잔뜩 빠지기도 했다. 임신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진순이는 봉달 씨'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네가 뭐라고 ? 감히 네가 뭐라고 봉달 씨'를 무시하느냐. 영화 << 뽕 >> 에 나오는 동네 바보 같은 봉달 씨. 그 영화에서 이미숙이 칼칼한 목소리로 동네 바보 이대근에게 외쳤다. " 다른 사람한테는 다 줘도 너한테는 못 주겠다, 잡놈아 ! " 눈물이 앞을 가린다 x 2  요즘 봉달 씨'는 내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올 여름에 털을 바짝 깎았더니 산 모기가 떼로 몰려와 물어뜯어 놓았다. 처음에는 피부병인 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모기에 물린 자국이란다. 그동안 골든 칼라 털 때문에 모기의 극성을 피할 수 있었는데 삭발을 하다 보니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래서 방에서 주무신다. 좋으시단다.  이미 침대는 봉달 씨 몫이 되었다. 어제는 봉달 씨 자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자면서 오줌을 찔끔찔끔 싸는 것이다. 살다 살다 잠을 자면서 오줌을 싸는 놈은 처음 보았다. 귀머거리 개를 키운 적은 있으나 오줌싸개'를 키운 적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소리를 질렀더니 봉달 씨는 벌떡 일어났다. 주인님, 무슨 일입니까 ? 사실, 모기 때문에 봉달 씨를 실내에서 키우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길 고양이가 담 아래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다. 내가 사는 곳은 계단식 집이라 앞집 뒷담이 내 집 앞 담'이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고양이는 앞집 뒷담에 새끼를 낳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봉달 씨는 앞발을 담에 걸친 후 새끼들을 내려다보며 으르렁거리기 일쑤였다.

 

결론은 실내 감금 조치였다. 고양이 새끼들이 얼추 자라서 사회 활동을 하게 될 때까지는 감금 조치를 풀 계획은 없다. 요즘은 담 너머 고양이 보는 맛에 산다. 무럭무럭 커서 골목을 호령하거라. 그나저나 봉달 씨 총각 딱지나 떼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시바, 어느 누가 오줌싸개를 보고 성적 욕망을 느끼겠는가 !

 

 

 

 

덧대기

고양이 새끼 이름은 " 담 " 과 " 벼락 " 으로 지었다. 나머지 세 마리는 아직 이름이 없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ㅍㄹ 2014-09-0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머지 세 마리의 이름은 각각
야, 옹, 이
로 짓는게 어떻겠습니까.

식상하시다면
야, 오, 이
도 괜찮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4:24   좋아요 0 | URL
음... 센스 있는 작명은 아니군요.

엄동 2014-09-0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집 개님은 열살하고도 넉달을 더 먹었으니
사람나이로 치면 지천명이군요!
헌데 이 분도 장가를 못갔어요,

아 평생에 딱 한번, 한 일주일정도 잃어버렸다 찾은적이 있었는데
그때나 응응 해봤을라나 ㅋ

개를 키우면서 좋은 점은
뭘 말하든, 씨불이든, 주정을 부리든
묵묵히 들어준다는 거.

가끔 녀석이
애교같지도 않은 애교를 부릴때면
하하 웃곤합니다 :D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7:35   좋아요 0 | URL
엄동 님, 추석 당일 시간 되시면 홍대 놀이터 앞 막걸리싸롱'이라는 주점으로 오세요.
막걸리나 한 잔 찌끄립시다. 오쉬프도 온다 하니까요.
5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시간 안 되면 할 수 없지만서도요...

엄동 2014-09-05 15:2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추석 당일요? 어디들 안가십니까.
안될 듯 예상되지만, 앞일은 모르니.
갈 수 있음 가겠습니다.

홍대는 삼년전에 가보곤 안가봤군요.
놀이터 앞이 어딘지
오쉬프님은 또 누구신지.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6 12:45   좋아요 0 | URL
아, 나탈야 님 이웃이기에 당연히 오쉬프 님도 아시는 줄 알았씁니다.
전직 시인이셨는데 지금은 타락하신 분입니다.
시간 되시면 홍대 놀이터 앞 이라는 주막이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 치면 바로 나옵니다. 오실 의향 있으시면 5시에 오셔도 되고
조금 늦으셔도 됩니다.

풀무 2014-09-0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우연이.. 간밤에 제가 [개와 고양이]라는 일본영화를 보다 잠들었는데 말이죠.
영화는 재미 없었는데 글은 재미있군요.
우리 쩍쩍이 아니 봉달씨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암캐가 우리 앞집에 살고 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5 11:16   좋아요 0 | URL
ㅎㅎㅎ. 봉달이 오줌싸개'입니다. 오줌싸개를 좋아할 암컷이 어디있겠습니까.
한 20시간 정도 잠만 자는 거 같습니다. 운동을 안 해서 오줌싸개가 된 것도 같고...
하체 트레이닝을 좀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엄동 2014-09-0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명절스트레스 땜에 뛰쳐나왔는데 당췌 어디가 어딘지 ㅋ
오늘안엔 가겠죠뭐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9 23:01   좋아요 0 | URL
아... 엄동 님 ! 그래도 잘 만났으니 다행입니다.
엄동 님은 저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팬' 아닙니까......
팬 관리'를 좀 해야겠습니다. 제 마음은 무조건 가사로 대신합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특급 사랑이야....

어제 아침 8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문득 엄동 님이 참 고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가 생면부지 꾀죄죄 사내를 응원하고 그럽니까.
당신은 밤하늘에 뜬 인공위성이에요. 반짝반짝거리니깐 말이죠...


+

그나저나 빈말이아니라 참말 미인이세요 ! 엄동 님 때문에 운 남자 한둘이 아니었겠습니다.
 
[뉴스의 시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스와 시댁 

 

 

보도 사진'을 꼼꼼하게 살피면 신문 기사를 읽지 않아도 그 신문사가 지향하는 목소리를 대충 읽을 수 있다. 동일한 보도 내용을 다룬다고 해도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인 신문사는 " 쁘리티 " 한 박근혜 사진을 뽑아 대문에 걸고,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사는 " 찌뿌둥 " 한 박근혜 사진을 뽑아 건다박근혜 대신 노무현'이라는 단어를 대입해도 된다   신문사가 이따위 꼼수'를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 이미지 > 는 < 텍스트 > 보다 강하다. 권투'에서 < 잽 jab > 은 상대 선수를 K.O 시키기 위해 던지는 주먹'이 아니다. 어퍼컷이라면 모를까, 가볍게 툭툭 던지는 주먹(잽)에 나자빠지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우습게 보다가는 큰코다친다는 법.  가볍게 툭툭 던지는 주먹에 자주 맞다 보면 결국에는 쓰러지고 만다.

 

< 이미지 > 는 < 잽 > 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 찌뿌둥한 사진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결국에는 해맑게 웃어도 찌뿌둥하게 웃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단어를 선택하는 과정'도 언론사 입맛'에 맞는 쪽으로 흐른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분쟁'이 좋은 예이다. 한국 언론은 < 교전 >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 학살 > 이다.  툭 까놓고 말해서 : 뉴스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한다기보다는 왜곡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뉴스는 공정한 사실 보도를 전하는 게 아니라 가재미 눈깔'처럼 한쪽으로 쏠린 편향을 내보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뉴스를 보는 눈이 아니라 뉴스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에 있다.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여기까지는 글 깨나 쓴다는 양반들이 내놓는 해석이니 말이다. 신간 << 뉴스의 시대 >> 도 이 비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저자 알랭 드 보통이 보기에 현대인은 뉴스에 중독된 상태'다. 현대인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토끼 귀와 매 눈 그리고 하이에나 발이 되어서 뉴스를 쫓는다.  뉴스 수용자는 그저 " 넋이 나간 채 " 뉴스를 볼 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뉴스도 상품이다. 그렇기에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별별 수작을 다 부린다. 두려움과 공포만큼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공포 분위기를 강조할수록 중요한 사건이 된다. 그래서 뉴스는 별것 아닌 것에 대해서도 호들갑을 떨면서 지나친 확대 해석을 내린다. 광고 효과를 얻고자 하는 전략이다.

 

뉴스는 에이즈나 사스 따위를 중세 시대 페스트'와 동급으로 다루었지만 사스로 인해 죽은 사망자보다 감기로 인해 죽은 사망자가 더 많다는 사실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다.  왜냐하면 그 사실이 알려지면 공포는 제거되고 시시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 후까시 " 가 제거된 뉴스는 사정 후 쪼그라든 뭣 같은, 거품 빠진 미지근한 맥주'와 같다. 누가 시시한 상품에 눈길을 주겠는가 !  공포'는 섹스와 함께 가장 잘 팔리는 현대 상품이다. 뉴스는 그 점을 노린다. 알랭 드 보통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 비극에서 코러스 그리스 비극에 등장하는 합창대. 극 속에 수시로 개입하여 내용을 설명하거나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등 작품의 중요 요소로 활약했다 는 수시로 사건에 개입하여 감정의 방향을 조정하고 등장인물의 행동에 풍부한 맥락을 부여했다. 코로스는 주인공이 어떤 죄를 저질렀건 간에 그에 대해 엄숙한 존경을 담아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섬세함 덕에 << 오이디푸스 왕 >> 공연을 보며 불운한 중심인물들을 패배자나 정신병자로 치부하는 관객은 매우 드물었다.

- 221쪽

 

 

 

오늘날,  뉴스가 " 오이디푸스 " 와 유사한 사건을 보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 모든 사연은 생략된 채 자극적인 몇몇 사실만 나열되어 그를 악마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내용이 잔인할수록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을 다룰 때, 뉴스가 유병언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이와 같다. 유병언을 " 악마 " 로 만들면 만들수록 시청률은 높아지고 그만큼 돈이 되는 장사가 된다. 정작 잔인한 사이코패스는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 언론이다. 뉴스에는 자비가 없다 !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얄밉다고 했던가. 뉴스를 생산하는 업자'와 시댁 식구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자기 허물은 못 보면서 지적질은 졸라 한다는 점이다.

 

내 눈에는 << 뉴스의 시대 >> 라는 제목이 계속 << 뉴스와 시댁 >> 으로 읽힌다. 내가 까막눈이어서 그런가 ?!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홍수 속에서 알짜배기'를 고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해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찾으라는 말투'다. 그런데 이 심드렁한 말투에 딱히 비판을 할 생각은 없다. 혼자서 찾아야 할 일이니까 ! 가을 장마' 가 끝나면 곧 추석' 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앓아눕는 이 있으리라. 시댁 식구가 감 놔라, 대추 놔라 ! 라고 잔소리하는  환청이 벌써부터 들린다. 그럴 때마다 주부들은 쏘아붙이고 싶다. " 너나 잘하세요 ! " 가끔 뉴스를 파는 업자들이 도덕군자처럼 범죄자를 훈계하는 꼴을 보면 가관이다. 며느리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tour 2014-09-0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르주아가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을 잡은 그룹은 그 영역이 뭐든 갑질을 하며 알량한 권력이라도 쉽게 놓지 않으려 한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하게 해준 것이 조선의 시댁 문화죠. 뼈아픈 교훈.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6:38   좋아요 0 | URL
핵심을 찌르는 지적이군요. 맞습니다. 정말 무서운 권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알량한 권력 같습니다.

엄동 2014-09-0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곡 편파적 뉴스보도도 물론이지만
격한 제목으로 시선끌기도 뉴스가 광고"로 전락했다는 것의 반증이죠

인터넷 선정적 제목 집계 사이트, 충격 고로케를 아시나요?
꽤 골때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7:27   좋아요 0 | URL
이 새끼들 늘 이런 문장을 뽑잖아요. 이럴수가, 충격, 일파만파....
막상 클릭하면 아무것도 아닌 ! 클릭수 유도하는 것인데
그래서 전 이런 제목을 단 글은 아예 클릭을 안 합니다.

풀무 2014-09-0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견해로, 남자가 여자의 시댁 증후군에서 겪는 인격적 모멸감을 뼈저리게 대리 체험하는 가장 좋은(?) 확실한 방법은 장인 장모에게 갈굼을 당해보는 것. 그럼 아 내 색시는 울집에서 더했겠구나 막 와닿음요. 더 아껴주고 싶고 (읭)

(+) 오늘 글 무지 잼있게 읽었음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7:30   좋아요 0 | URL
그냥 명절이고 나발이고... 생일, 경조사, 명절 다 해서 서로 일년에 한번씩만 뵙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너무 자주 모이는 거 반갑지 않습니다.

마립간 2014-09-0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기업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 닮았다고 하더군요. (저도 동감했습니다.) 언론사가 기업이죠.

시댁의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생각 중) 예전에 시모와 며느리와 갈등이 주였다면 지금은 장모와 사위 갈등이 부상하고 있다고 하네요. 왜 갈등에서 시부와 장인은 빠졌을까요? (시부와 며느리 갈등도 있지만 빈도수와 강도를 볼 때, 친정 어머니, 딸의 갈등보다 적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7:29   좋아요 1 | URL
제가 무리하게 시대와 시댁'이 말이 비슷하여 우격다짐으로 글에 넣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ㅋㅋㅋㅋ 그런데 확실한 건 전 앵커들이 왜 클로징 멘트하잫습니까 ? 그때마다 훈계조로 말을 하는데 대중에 거기에 일희일비 하는 게 꽤 웃거디라고요 듣기 좋은 말은 얼마나 쉽습니까. 전 신경민이 클로징 멘트에서 독한 말을 쏟아부을 때 이 사람도 정치하겠구나,싶었습니다.

곰곰손 2014-09-0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짜 공감동감동감!!

한국뿐이 아니라 여기도 마찬가지.
안그래도 여기 친구랑 매스컴에대해 얘기나눴는데ㅡ
매스컴은 공포, 불안, ㅡ을 이용해서 시청률을 높이고
정치권 기성세력은 이 분위기를 이용해서 여론을 그쪽으로 몰아가는 건데..

이게 참 거지같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매스컴이랑 기성세력은 짝짝꿍하면 할수록 윈~윈~이라는.

근데 이건 진짜, 막을 방법이 없다.
세월호 사건, 같은 911테러 못지않은 사건이 일어나도
그래도 저씨발새끼들의 윈~윈~ 놀이에 여론이 끌려가자너~ ㅎㅎ

부끄럽지만 넘 절망적이고 충격적이라..
요즘 사회/정치 돌아가는 거에는 거리를 '껑충!'
두고있음..

참..

견디기 힘든 세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미, 형성되어 있다... (또 절망...)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7   좋아요 0 | URL
요즘 한국인은 뉴스 안 믿어. 나뿐만이 아니라 이명박근혜가 만들어놓은 좋은 세상'에 대한 각인 효과'라고나 할까 ? 어느 병신이 뉴스를 곧이곧대로믿냐....
난 신경민 앵커가 은퇴할 즈음 클로징 멘트로 정부를 강하게 질타할 때
속으로 국회의원하려고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냥 여건만 된다면 대한민국 뜨고 싶을 뿐이지.
누가 한국에서 애 낳고 공부 시키고 싶겠냐.

시바...

rendevous 2014-09-04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쿤데라 소설에서 매스컴을 엄청 풍자했던데 그때에 비해 훨씬 심각해진 지금은... 어휴... 전 사실 두렵습니다. '놀라울 정도의' 성능을 가진 카메라를 장착한 사람들이 서로서로 감시하고, 그걸 SNS, 웹사이트에 올린 걸 바탕으로 빅데이터 이용해서 뭔가를 해먹을 누군가의 존재가 눈에 선연히 보여서... 유투브에서 콘서트 영상 볼 때 카메라 찍고 있는 모습 보면 답답해요... 시뮬라크르 - 이미지 도착/페티시즘... 좀만 싸움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카메라 찍어서 웹에 올리고... 모텔에서 여관에서 나눴던 그들만의 대화도 누군가에 의해서 공개되고... 야만적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4   좋아요 0 | URL
조지우웰의 빅브라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이제 댓글 이런 것도 조심해서 써야 합니다. 누가 압니까 ? 내가 10년 후 대통령 선거에 나올지? 에스엔에스에 올린 육두문자 하나에 비난 여론이 조성될지 아무도 모르죠...
언론이 자꾸 이런사소한 것을 부풀리면 답은 없습니다. 저도 왜 유명인 나타났다 하면 무조건 찍던데 그거 왜 찍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나 누구 거리에서 봤다.. 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찍어서 남기려는 이류를 모르겠습니다.

다크아이즈 2014-09-04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0   좋아요 0 | URL
마음이 아프군요. 하고 싶은 말을 끝내 하지 못한....

다크아이즈 2014-09-04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무슨 조화?
댓글 열심히 써서 눌렀더니 '댓글이 없으니 댓글을 써서' 올리랍니다.
그러면서 저리 닉만 뜨네요. 알라딘 이상해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0   좋아요 0 | URL
이거 알라딘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팜므 님 글자 수대로 천 원으로 계산해서 총 30만 원 정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국정원만 개입하지 않으면 승산 있습니다.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9월에 읽을 만한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 마지막 활동

 

 

 

 

 

1.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괴로울걸?         

 

 

누구나 처음은 책장을 채우는 맛에 책을 산다. 집을 지을 때 벽돌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올리듯, 책도 마찬가지'다. 책장에 책이 가득 차면 두 번째 책장을 새로 하나 장만한다. 그리고는 행복한 결심을 한다. 처음은 미미하였으나 나중에는 창대하리라. 모든 벽을 책으로 쌓으리라. 괄약근 꽉 조인다. 바로.... 이 맛 아니겠습니까 ? 책장 정리'를 한 날에는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면서 엄살을 부리기도 한다. 이젠 책을 줄여야 겠어 ! 하지만 속내는 자긍심'이리라. 그렇게 세월이 흘러, 흘러, 흘러, 흘러, 흘러, 흐르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시바, 이러다가는 책더미에 깔려 죽을 수도 있겠구나. << 장서의 괴로움 >> 은 책 때문에 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시작된 " 헬 오브 다이어트 " 를 다뤘다고 한다. 가끔 알라디너로 활동하고 계신 로자 님 책 보유량이 궁금해진다. ( 인문학 분야 )

 

 

 

 

 

2.  그래도 저 눔이 천성은 착한 놈이여

 

 

스티븐 핑커는 스티븐 제이 굴드와 함께 믿고 고를 수 있는 보증 수표와 같은 이름이다.  칼칼한 문장과 방대한 지식에서 뽑아낸 합당한 설득 설득이라는 단어를 보니 문득 " 상득 " 이와 상득이 동생 명박이 생각난다. 합리적 설득은커녕 불통으로 나라를 지옥으로 만들었던ㅡ 악명 높던 형제 !   적절한 유머는 그를 과학계의 무라카미 하루키로 만들었다. 하루키'가 과학자'였다면 스티븐 핑커와 비슷한 스타일을 갖췄을 것이다. 이 책을 마지막 신간 평가단 책으로 고른다. 일단 1,400 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에 입을 다물 수 없지만 " 설마 이 책이 선정되겠어 ? " 라는 심정으로 고른다. 일단 이 책을 추천한  가디언의 추천사가 마음에 든다. : “이 책을 읽으며 두 권의 소설을 떠올렸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코맥 매카시의 『로드』. 모두가 폭력의 역사적 감소를 다룬 스티븐 핑커의 이 놀라운 책을 읽어야만 한다.”  파리대왕과 로드'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잖아 ! ( 과학 분야 )

 

 

 

 

 

3.  내 친구는 아토피로 고생했었지

 

 

신간평가단20인은 각자 읽고 싶은 책 다섯 권'을 뽑아 제출하면 운영자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두 권'을 선정한다. 반드시 득표 순은 아니다. 지금까지 총 10권이 선정되었는데 이 가운데 내가 고른 책이 다섯 권이었다. 반란의 도시, 투명사회, 힘내라 브론토.. , 피파마피아, 대한민국 치킨전  반타작은 한 셈이니 운이 좋았다. 동시에 승률이 낮은 분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이번 작전은 " 선택과 집중 " 이라 해 두자. 승률이 가장 낮았던 신간평가단 두 분이 공교롭게도 이 책을 선정했기에 밀어주기 차원에서 선정했다. 사실, 책 제목에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단어'는 나름 친숙한 단어여서 눈길이 간다.  롤랑 바르트는 << 사랑의 단상 >> 에서 " 아토포스 " 라는 토막 글을 따로 떼어내 설명한 만큼 중요한 단어'다. 롤랑바르트 스타일이 늘 그렇듯이 이 단어도 딱 잘라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사전적 의미로 " 아토포스는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어 potos에서 유래한 말로 접두어 a는 결여, 부정을 나타낸다. ( 사랑의 단상 60쪽, 역주에서 인용 ) " 이지만 롤랑 바르트는 장소를 사랑하는 대상'으로 확대 적용한다. 내 식대로 아토포스를 번역하자면 " 있는듯없는듯없는듯있는듯해서없는것같지만 그렇다고없다고말하기에는있는듯한........ " 이 될까 ? 존재 내  부재이거나 부재 속 존재'가 아토피아'가 아닐까 ? 구원파 신도에게 유병언은 아토포스'다. " 그는 내 욕망의 특이함에 기적적으로 부응하러 온 유일한, 독특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 ( 인문학 분야 )

 

 

 

 

 

4. 공산주의가 붕괴되었다고 해서 맑스 자본론이 틀린 것은 아니다. 

 

 

김수행 교수가 진행한 << 자본론 >> 강의를 유감스럽지만 동영상으로 접한 적 있다. 소규모 공간에서 진행되었는데 인상 깊었던 장면은 강의 내용이 아니라 강의 하는 자세'였다. 이웃집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격의없이 대화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권위 의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청자를 내려다보며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라보는 강의와는 달랐다. 깊은 감동을 받았다. 사실 << 자본론 >> 에 대해 " 쫌 " 안다는 사람들이 김수행 교수를 모른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김수행이 누군데요 ? 비봉출판사에서 나온 오렌지 색 << 자본론 >> 을 완역한 분이 김수행 교수'다. 무엇보다도 그가 경제학 교수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마르크스의 << 자본론 >> 를 굳이 서지분류학으로 분류하자면 경제학에 해당된다. 경제학도'가 자본론을 공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이한 상황이다. ( 사회학 분야 )

 

 

 

 

 

5. 마르크스와 야구

 

<< 머니볼 >>의 주인공 빌리 빈 때문에 오클랜드 팀을 응원한다. 내가 응원하는 메이저리그 팀은 여럿이다. 보스톤 레드삭스, 오클랜드 애슬랙틱스, 엘에이 다져스 등등 이 팀은 일단 odd 한 느낌이 든다. 팀명을 저잣거리 입말로 번역하면 " 오클랜드에서 힘 깨나 쓰나 녀석들  Oakland Athletics  " 이 된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유니폼도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짙은 겨자색과 녹색이 바탕이다. 울퉁불퉁한 운동선수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킹콩처럼 뛰어다니는 꼴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가방만 메면 영락없는 유치원생이다. << 머니볼 >> 때문에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오클랜드 구단은 가난해서 몸값 비싼 선수로 팀을 꾸릴 수가 없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선수를 영입해서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 < 다저스 > 의 반대말이 < A's : 오클랜드 팬들은 애슬래틱스를 줄여서  에이스'라고 부른다 > 다. 스타 선수 하나 없어서 선수들은 성적이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팀 순위는 항상 상위권이었다. 이건희는 천재 한 명이 평범한 대다수를 먹여살린다고 주장했지만 오클랜티 팀 성적'을 보면 이건희 철학은 개똥 같은 소리'다. 오클랜드는 천재 선수 없이도 승승장구했다. 마르크스가 꿈꿨던 세상은 오클랜드 에이스'였다. 평범한 대다수 노동자가 몸값 비싼 골리앗을 깨부수는 팀 말이다. 곰곰 생각하면 " 오클랜드에서 힘 깨나 쓰는 녀석들 " 이라는 팀명을 간결하게 작명하면 " 노동자 " 가 아니었던가 !  실패한 것은 레닌'이지 맑스'가 아니다. ( 사회학 분야 )  

 

 

 

 

 

접힌 부분 펼치기 ▼

 

 

 

펼친 부분 접기 ▲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풀무 2014-09-0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 너무 읽고 싶다는..! 헌데 가격이 충격이라는..!

4, 5번 감동입니다.

3번은 제목만 얼핏 보고 정말 아토피 실용서적인 줄 알았음요. 애들 땜시 필요한데. 흑흑.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2 18:08   좋아요 0 | URL
1400페이지'이니 4,5권으로 분권되어 나올 거 한데 뭉쳐서 나왔습니다.
요즘은 보통 과학서적 최소 15,000원은 하거등요. 다 따지면 비싼 편은 아니지만
요즘 책값이 정말 비쌉니다. 하지만 핑커는 그만한 값은 합니다. 굴드와 함께 제가 믿고 사는 브랜드'예요....

곰곰손 2014-09-0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있는듯없는듯없는듯있는듯해서없는것같지만 그렇다고없다고말하기에는있는듯한........ " !!


ㅋㅋㅋㅋㅋㅋㅋ

와아ㅡ 진짜 그르네? ㅎㅎㅎㅎ


문학의 아토포스,라니..


타이틀이 너무 매력적이자나~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1:12   좋아요 0 | URL
왜 썸'이라느 노래있잖요. 썸인듯 썸아닌듯 썸같은.........
너 함 읽어봐라. 진짜 끝내준다.

기적 같은 작 품임......
잘 살고 있냐 ? 좋은 일 생겼으니 한턱 내 !!

만화애니비평 2014-09-03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행교수님 서적이 나왔군요. 저는 강신준 교수님파~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1:11   좋아요 0 | URL
전 김수행 본으로 읽어서리...다시 강신준 자본론 읽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만
강신준 자본론이 더 알찬 번역이라는 말은 하더군요.... 그래도 오렌지색 자본론을 잊지는 못하겠군요..ㅎㅎ

푸르푸르 2014-09-0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날 저녁 한잔 어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1:07   좋아요 0 | URL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요. 이번 주 일요일은 어떻습니까 !

stella.K 2014-09-0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되면 어떻게 해야하는 건가요?
왓, 죽음이닷?! 또는 대박! 할렐루야!!를 외쳐야 하는 건가요?
전 왠지 될 것만 같아요.ㅠ

반을 맞추셨다면 거의 다 맞쳤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
이러다 돗자리 까셔야 하는 건 아닌지...?ㅋ 3=3=33

아, 그런데 사진 누군지 모르겠으나
머리 끝내주네요. 제가 한때 저 비슷한 머리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5:04   좋아요 0 | URL
되면 따봉이죠, 뭐 ! ㅎㅎㅎㅎ. 어차피 이 책은 살 계획이 있습니다.
자연과학서'가 저는 문학 작품보다 재미있습니다.
그나저나 승률 5할은 정말 넘사벽입니다. 엄청 운이 좋았어요...



사진 속 선수는 코코'라는 타자입니다. 오클랜드에서 활약하고 있죠.
저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어떻게 모자가 들어가는지 궁금합니다.


근데 저런 머리를 하셨군요 ? 이거 보통 센스쟁이가 아니시군요. 저런 머리 함부로 못합니다.

엄동 2014-09-0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개글 한줄들이 재밌군요
2.번이 가장 땡기구요

어젠 간만에 소주병 좀 탔더니 하루가 더디네요

아 집에 가는 길엔 불현듯
꼴뚜기처럼 탱탱한 다리로 집을 나와 ( 술에 취해 )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며 집에 들어간다는.
곰발님 말씀이 생각나 혼자 터졌어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8:43   좋아요 0 | URL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며 집으로 오셨군요. 그 마음 이해합니다.
꼴뚜기를 본 적 있는데 이 놈들이 화딱지가 나면 뭍에서도
발딱 서고는 합니다. 다리에 힘을 주고 말이죠.
쪼꼬매도 다리 힘은 장사입니다. ㅎㅎㅎ

그렇게혜윰 2014-09-0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포스팅한 책이 되지 않는 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사서 봐도 좋을 책들을 올리는 거니까요^^
문제는 음......아시죠? 제마음 ㅋㅋㅋㅋㅋㅋㅋ
[장서의 괴로움]이 8월에 나온 책이었군요! 이달엔 곰곰혜윰발님(^^) 추천 도서 두 개가 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5 10:36   좋아요 0 | URL
곰곰혜윰발... 어감이 좋군요. ㅎㅎ.
그럼 사양하지 않고 냉큼 두 대 다 받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뽑은 거 두 개 다 선정되어라, 비나이다. 비나이다.....


저도 어차피 안 되면 사서 읽는지라 크게 상관하지는 않습니다.
 

 

 

명량'을 보다.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보다 3시간 정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상품권 두 장'이 있어서 시내 나온 김에 서점에서 옷을 사고 옷가게에서 책을 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뒤틀린 심사'가 나를 찾아왔다. 똑 ! 똑 ! " 곰곰생각하는발 씨입니까 ? 저는 뒤틀린심사'라고 합니다. 보아 하니,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고, 애인도 없는 주제'에 무슨 얼어죽을 옷 쇼핑입니까 ! " 뒤틀린심사 씨'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옷 살 돈으로 책을 사기로 하고는 서점으로 가서 책을 골랐다. 이때 뒤틀린 심사'가 또 찾아왔다. 똑 ! 똑 ! " 지금 당신 책장에는 읽지 않은 책이 200권이나 됩니다. 좋소, 그건 그렇다고 칩시다. 지지난번 책 잔뜩 사고 나서 술 퍼마시다가 책 두고 온 기억 안 납니까 ? 오늘도 그 짓'을 반복할 거요 ? "

 

맞는 말이었다. 꼴뚜기처럼 탱탱한 다리로 집을 나와 ( 술에 취해 )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며 집에 들어갈 때마다 거리에 두고 온 책이 한두 권이 아니었다. 지지난번에는 책을 담은 봉투를 통째로 놓고 온 적도 있었다. 결국 애초에 계획에도 없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선택은 없었다. 조건에 맞아야 했다. 약속 시간 전에 상영이 끝나는 영화를 찾기 위해 상영 목록을 훑었다. 조건을 충족시키는 영화가 몇 있었으나 두 편은 매진이 된 상태였고, 다행히 나머지 한 편은 좌석 점유율이 높지 않았다. 그 영화가 바로 << 명량 >> 이었다.  밑져야 본전이었다. 2000만을 향해 달리는 영화에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텅 빈 상영관 안을 보니 우후죽순처럼 흥행 돌풍을 이어가던 명량 울돌목도 이젠 끝물이 되어 잔잔한 물결이 된 모양이었다.

 

처음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삐딱한 자세로 감상했다.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웠다. 툭 까놓고 말해서, 최민식은 훌륭한 배우이지만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고 해도 몸에 맞지 않는 감투를 쓰면 어색한 연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딱 잘라 말해서, 이 영화에서 최민식은 성웅 이순신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배우 최민식'을 도드라지게 드러내지도 못했다. 갈팡질팡하다가 끝난 느낌이었다. 그뿐인가 ? 서사는 영글지도 못하고 떨어진 " 도사리 " 같았다. 얼개가 엉성하다 보니, 그 결핍을 메우기 위해 카메라는 시도 때도 없이 " 영웅 숏 ( 로우 앵글 ) " 만 남발했다.  카메라는 별다른 고민 없이 무조건 최민식에게 접근했다.

 

마치 사생팬처럼 말이다. 1700만 관객 대부분은 영화 속 명장면으로 이순신 장군이  " 의리 " 를 말하면서 " 충 " 을 논하는 장면을 < 백미' > 로 뽑던데, 내 눈에는 < 흰쌀 > 로 만든 죽이 너무 맑아서 군침이 돌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인상 깊지 못한 장면이었다. 오히려 최민식이 " 의리 " 를 논할 때 김보성'이 입만 열었다 하면 내뱉는 " 으리 " 가 떠올라서 웃겼다. 김훈의 문장을 훔치자면 " 의리가 곧 으리'다. 의리에 살고 으리에 죽고, 으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 둘은 같은 말 " 이었다. 웅장한 사극에서 따끈따끈한 최신 유행어'를 듣고 있자니 쪽대본으로 실시간 편집되어서 올라오는 일일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티븨 일일드라마가 무쳐서 바로 먹는 겉절이' 맛으로 본다면 그것이 쪽대본의 강점이다. 시청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드라마에 반영한다는 점이 대한민국 쪽대본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무기이지만 영화는 다르다. 영화는 묵직한 된장 같은 맛을 내야 한다. 최신 유행어가 생중계되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더군다나 코미디 장르가 아니라 사극이 아니었던가 ! 조선 진영도 웃기지만 일본 진영도 웃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악당이 매력 있어야 영화가 성공한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 후까시 " 를 넣으면 좆된다. 구르지마'를 연기한 유승룡에게는 " 우마미うま味  감칠 맛 " 가 없다. 김한민 감독의 전작 << 활 >> 에서 선보인 몽골 장군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캐릭터여서 신선한 맛이 떨어졌다. 

 

아드레날린이 박연 폭포처럼 쏟아지는 폭력 만화 속 악당 같다.  웃을 때 48폰트 굵은 고딕체로 크크크크크, 웃는 !  도대체 조진웅과 류승룡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성웅 이순신을 띄우기 위한 얕디얕은 꼼수처럼 보인다. 전반부는 그렇게 흘렀다. 전반부를 감상한 100자평을 날리자면 :  감동하기는커녕 수많은 영웅숏과 왜군의 " 크크크 " 에 " ㅋㅋㅋ " 웃었다.  후반부는 그나마 전반부보다는 볼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경기 양상이 나아졌다고 해서 전술이 제대로 먹힌 것 같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전투 장면에서 정작 빛나는 " 전술 " 은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 들려오는 그 유명한 대사 " 후세 사람이 우리가 고생한 거 알랑가 몰라 ? "  " 모르면 호로 새끼지 ! "

 

영화 << 디워 >> 엔딩 타이틀에서 흘러나오던 아리랑'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영화 << 명량 >> 은 상업 영화로서는 성공했지만 얼개 면에서는 완벽하게 실패한 작품이다.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면서 영화 << 명량 >> 을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라는 얘기가 나왔다. 오, 오오. 우리는 흥분했다. 언제부터인가 < 스펙타클 = 리얼 >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이 연출한 << 거미의 성, 1958 >> 은 웅장한 전투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이 영화는 동양화를 보는 듯한 화면 구성이 돋보인다. 감독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대신 잔뜩 비운 채 아슬아슬한 스펙타클을 선보인다. 카메라는 쉽게 피사체를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차라리 멀리서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리얼하고 스펙타클했다. 자기가 모시던 영주를 살해하고 새로운 영주가 된 와시즈( 미후네 도시로 ) 의 최후는 지금 보아도 소름이 돋는 명장면'이다. 시종일관 피사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던 카메라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피해 도망치는 미후네 얼굴을 집요하게 접근하는데, 이 장면에서 미후네 도시로'라는 배우가 보여준 공포 연기는 압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은 특수효과로 만든 게 아니라 실제로 궁사들이 미후네를 향해 활을 쏜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배우 동선이 약간 틀어지거나 활을 쏘던 궁사가 과녁을 잘못 맞췄다면 미후네 얼굴에 화살이 박힐 상황이었다. 그러니깐 미후네 도시로는 이 장면에서 연기를 한 것이 아니라 진짜로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것이다.

 

그 생생한 얼굴이 고스란히 그 장면에 잡힌다. 영화 << 명량 >> 은 실감나는 스펙타클 장면이 1시간 동안 진행되지만 리얼'하지는 않다. 볼거리로 화면을 가득 채웠으나 정작 필요한 것은 여백이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수다맨 2014-09-0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부한 액션만 수다할 뿐 '리얼'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저는 이 영화를 아직도 보지 않았지만) 곰곰발닐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런 영화가 아직도 흥행을 구가하고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그리고 언급해주신 이 영화 마지막 대사 ("후세 사람이 우리가 고생한 거 알랑가 몰라?" " 모르면 호로 새끼지!")는 정말이지 못 들어주겠군요. 이런 게 바로 꼰대 정신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0: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이 영화가 이젠 끝물이기는 합디다. 관객이 한 20명되었나 ?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그냥 어디 들어가서 쉬자, 라는 마음으로 찾다 보니 영화를 보게 되었네요.
요즘은 주말 극장가에서 예매를 하지 않고서는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보기란 힘듭니다.
뭐 제가 원하는 영화는 상영도 안 하지만서도.......
그래도 본전은 때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후졌더군요.

시간도시면 추석 오기 전에 술 한 잔 합시다..



수다맨 님에게 추천합니다. 정말 끝내줌 !!!!

마태우스 2014-09-0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명량을 보시더니 의외십니다 예상한바와 같다는 님말씀에서 위안을찾습니다 스펙터클한 강감찬이나만들어 줬으면 좋겠네요 살수대첩을 3d로 보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8:34   좋아요 0 | URL
으리'를 생각해서 명량을 안 보려고 했는데, 그놈의 시간이란 놈이 붕 떠서 어쩔 수 없이 봤는데, 사실 좀 기대는 했습니다. 흠흠, 그래도 2000만을 노리는 영환데 그럴 만한 값어치는 있겠지... 그런데 볼 게 없습니다. 솔직히 전투 장면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숱하게 봤던 것들이고, 전투 장면에서의 쪼이는 맛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에서 가장 딸리는 분야는 특수효과가 아니라 사운드'라고 생각되는데 ( 추측이 아니라 영화 관계자들이 늘 지적하는 부분이지만... ) 사운드는 역시 후쳤더군요. 서라운드이기는 한데 헐리우드 영화처럼 분산되는 느낌이 없습니다.

삽하나 2014-09-0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통쾌하네요!! 영화 보지는 않았지만...
'보지말 것'이라고 충고하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왜?'라는 질문에 잘 풀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아 시원해 ㅋㅋ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곰발님과 매직퀸님한테 많이 들어온 이름인데,
정작 영화 한 편 안 봤군요... ㅠㅅ ㅜ

먼저 어떤 영화로 시작해야 잘 봤단 소리 들을까요 ㅋㅋㅋ 하나 추천해주세요.

+
저 그림은 스튜어튼 고든 감독의 데이곤을 연상케하는 ㅋㅋㅋ
아,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링크가 이상하던걸요?? 없는 페이지라고 떠요. 혹시 일부러?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8:38   좋아요 0 | URL
음... 링크가 이상하다면 국정원이 개입한 사건 같습니다. 예의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을 보시면 좋겠군요. 이 영화가 나중에 헐리우드 불록버스터의 모범이 된 영화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키루 같은 영화 좋아합니다. 그리고 아키라의 최고 걸작은 누가 뭐래도 단연

거미의 성'입니다. 전 이영화 좀 디지털로 복원되어서 화면 개선되고 싸운드 새로 잘 입혔서 개봉했으면 좋겠씁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섹익스피어 각색 영화 중 최고 걸작이라고 자신합니다

이 영화 맥베스를 각색한 영화거든요. 거미의 성'은 유투브 가면 1000원 내고 볼 수 있습니다. 뭐, 극장에서 보면 좋겠으나 아키라 ㅇ여황를 자주 틀어주는 것은 아니니... 아참, 요즘 아키라 디븨디 무지 싸게 팔더군요... 하여튼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꼭 보시기 바랍니다.

엄동 2014-09-0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주말에 동네에서 혼자봤어요

"볼거리로 화면을 가득 채웠으나 정작 필요한 것은 여백이었다"

한줄 정리 굿.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2 11:38   좋아요 0 | URL
이렇게 엄동 님과 함께 저도 2000만 동지회'에 가입되었군요....


거미의 성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