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맥주 만드는 법
낮술에 취해서 잠이 든 모양이다. 일어나 보니 밤 12시다. 보름달을 보니 전병 생각이 났다. 망망대해에 표류 중인 로빈슨 크루소 같은 심정. 큰 누나는 시댁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친정 엄마를 모시고 일본 온천 관광을 떠났다. 하층민 계급에 속하는 가족이 1년에 2번이나 해외 여행을 떠나다니 어쩌면 내 가족은 빈민을 가장한 중산층인지도 모른다. 평소 기독교 추도 예배 형식으로 명절을 지냈기에 제사를 지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명절 음식은 꼬박꼬박 차렸는데 올해는 누나와 어머니의 폐업으로 명절 없는 명절이 되었다. 씐난다 ! 누나 입장에서는 시댁을 향해 대포를 쏜 격이고, 어머니 입장에서는 자식들과 며느리를 향해 불 화살을 쏜 모양새를 취했으나.... 결과는 모두 해피엔딩'이다.
요즘은 소맥으로 거품 맥주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서 날마다 소맥을 마셨다. 명절이니 특별히 거품 맥주 만드는 방법을 당신에게 알려주겠다. 참고하시라. [ 유사 거품 맥주 만드는 법 ] 우선 맥주 잔을 준비하자. 잔 용량을 총 10'이라 했을 때 소주를 1 정도 붓는다. 다음은 맥주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잔을 기울인 상태에서 맥주를 4 정도 따른다. 뜨거운 물에 담근 젓가락을 컵에 넣은 후 다른 젓가락으로 타종을 치듯 쎄에에에에게 친다. 이때 충격으로 인해 거품이 5 정도 만들어진다. " 이거시 " 바로 유사 밀러타임 거품 맥주'되시것어요. 이런 비율로 소맥을 말다 보면 소주 한 병에 맥주 두 병'을 비울 수 있다. 거품을 만들고 거품을 터는 맛에 마신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인생을 10'이라 했을 때 그 가운데 거품이 5'이다. 아무리 잘난 인간이라 해도, 김연아라 해도, 강동원이라 해도, 송혜교라 해도 거품이 반'이다. 그들도 뱃속에는 똥을 달고 다닌다. 거품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 껍데기 " 가 반이요, " 후루꾸 " 가 반이요, " 후까시 " 가 반이요, " 좆도 아닌 게 " 반이다. 하지만 거품이 있어야 완성되는 게 바로 인생'이 아니었던가. 투수가 공을 100개 던졌다고 했을 때 스트라이크와 볼은 최소 5 : 5 정도'가 되어야 한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다고 해서 좋은 투구는 아니다.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타자에게 난타당하기 일쑤이다. 삼겹살이 맛있는 이유도 살코기와 비계의 황금비율 때문이 아니었던가 ? 그런 면에서 언어도 적당히 오염된 언어가 좋다.
어제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광화문을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밖을 보았는데 일베들이 폭식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드디어 거리로 나온 것이다. 버스 안에서 잠시 본 것이 전부였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일베 게시판에 " 집에 귀가하는 여대생을 납치해서 집단 강간하자 ! " 따위가 버젓이 올라오고 그 밑에 " ㅋㅋㅋ " 라는 댓글이 죄책감 없이 기록되는 일베치고는 광장에 나온 이들은 대부분 여리여리한 애 같았다. 단단한 몸과는 멀었다. 일베의 평소 언어 사용으로 보아서는 시뻘건 ㅈ이 생각났으나 막상 실제로 보니 사정 후 쪼그라든 개불 같았다. 이 " 언발란스 " 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문득 버스 안에서 어버이 연합 시위를 지켜보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기묘한 " 언발란스 "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 일베 > 나 < 어버이연합 > 이나 집단으로 보면 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보면 평범한, 너무나 평범한 얼굴에 당황하게 된다. 나는 창문을 열고 닭다리를 뜯고 있는 여리여리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청년에게 말했다. " 처먹으니깐 맛있냐 ? " 내 말에 일베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누군가 내게 결투를 신청했다. " 버스 안에서 모기처럼 앵앵거리지 말고 나와서 한판 붙자 ! 널 산업화시키겠다. " 와와 ! 일베들 박수소리. 상명여대 앞에서 버스에 올라 탄 아가씨들이 만류했지만 나는 버스 운전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버스에서 내려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다. 일촉즉발, 17대 1 .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 오라 ! 씹떼기들아..... "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 하늘을 향해 힘껏 던졌다. 저 동전이 떨어지기 전에 너희 모두 섬멸하리라. 일베 좀비들이 떼거지로 달려들었다. " 정의의 주먹이 너희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 " 주먹이 바람을 스칠 때 나는 소리를 들려주마 ! 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계장, 칠칠이, 팔팔이, 구봉서........ 땡그랑 !!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까지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은 좀비는 단 한 명뿐이었다. 내 주먹은 붉은 피와 양념치킨 양념장으로 물들었다. 마지막 좀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 너에게 필요한 것은 양념이 아니라 양심이다 ! " 녀석은 떨고 있었다. 그 녀석은 결국 주저앉았다. 일반 시민들은 와와, 했고 일게들은 우우, 했다 - 는
뻥'이다. 이 글은 거품이 반이다. 하여튼 볼 일을 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가니 일베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오늘도 (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이다 ) 술 약속이 있다. 혹여, 명절 스트레스'에 혈압이 오르는 사람이라면 홍대 놀이터 앞 " 막걸리싸롱 " 으로 오후 5시까지 오시라. 사정 후 뭣 같이 쪼그라든, 개불처럼 생긴 늙은이 몇몇이 쭈구려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권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