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끼와 카페인 우울 사회

 

 

 

한국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지만 곰곰 생각하면 이상한 말 가운데 하나가  : < 정 > , < 한 > , < 덤 > 따위를 대한민국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 정서'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어디서 유래된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뽕이 스며든 " 정신 승리 " 의 냄새가 짙다. 이러한 자세는 타락한 재벌가 형제들이 벌이는 일일 드라마를 보며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만은 편한 가난한 내가 행복하제, 라고 외치는 재개발 달동네 주민의 정신적 딸딸이'와 유사하다. 패로디하자면 " 저개발의 추억 " 이다. < 정 > 이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서정'이라는 주장은 곧 다른 나라는 정'이 없다는 소리인데 다른 말로 하면 대한민국을 제외한 국가는 정나미가 없는 세계'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어쩌나 ? 정'이라는 단어 자체는 이미 情이라는 한자'가 아니던가 ? < 한(恨) > 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중국 한자로부터 빌려온 언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은 모두 정과 한 그리고 손해 보면서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서정이 아니라는 소리'다. 내가 보기엔 한국에만 있는 서정은 " 뽕끼 " 다. 뽕끼'란 과잉과 결핍이 이상항 방식으로 섞인 정서'다. 과잉이면서 결핍이고, 결핍이면서 동시에 과잉 서정'이다. 브레히트의 억척 아범 스토리를 한국식으로 번한한 포데기 신파극 << 국제 시장 >> 은 발터 벤야민이 말하는 " 파노라마的 뽕끼 진열장 " 이다. < 가난한 삶 > 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 "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 가난한 삶 > 이라고 표현해야 직성이 풀린다. 겸손이 지나치면 불손이 되듯이, 고난과 역경'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꼰대의 고집과 불경'으로 변질된다.

내가 이 영화를 비판하는 이유는 진영 논리 때문이 아니라 " 뽕끼 " 때문에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식 신파'를 " 눈물의 허세 " 라고 부르고 싶다. 언어 습관에서도 과잉과 결핍은 습관처럼 남아 있다. " 사랑한다 " 라는 표현은 밋밋해서 성에 차지 않는다. " 죽도록 사랑한다 " 라고 해야 되고, 배 터져 죽겠다고 말해야 되고, 미워 죽겠다고 해야 되고, 그냥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 죽겠어, 라고 해야 걸걸한 입말이 된다. 이러한 서정이 바로 " 뽕끼 " 다. 트로트는 대부분 이런 정서'들로 채워진다. 심수봉은 뽕끼의 여왕이다. 슬픔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과잉과 결핍은 보인다. 일본인은 재난이나 재앙 앞에서 조용히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한국인은 바닥에 누워 통곡한다. 그뿐인가 ? 

운동선수가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기뻐서 울고, 은메달을 목에 걸며 억울해서 울고, 동메달을 목에 걸면 서러워서 울고, 노메달은 막막해서 운다. 눈물, 눈물, 눈물, 흘러라 눈물이여 ! 곡비(哭婢)라는 단어가 있다. 장례 때 곡성(哭聲)이 끊어지지 않도록 장례 기간 내내 곡을 하는 노비를 말한다. 양반들은 돈을 주고 곡비를 사고 곡비는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 앞에서 목놓아 운다. 가장 슬프게 우는 노비'가 품삯도 당연히 높다. 양반 입장에서 보면 그래야 가문에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장례 내내 온동네 떠내려갈 듯 곡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나중에 동네사람들로부터 신소리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곡(哭)에도 데시벨이 있다 ?  전국 노래 자랑'이 아니라 전국 곡소리 자랑 대회'가 생겨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희노애락을 전시'한다는 측면에서 카오톡, 이스북, 스타그램 따위도 뽕끼 문화에 속한다.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행복한 한 컷'은 돈으로 곡비를 사서 슬픔을 전시하는 형태와 유사하다. 전자는 행복을 과시하는 것이고 후자는 슬픔을 과시하는 것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당신이 생각 없이 올린 행복한 " 한 컷 " 은 누군가에게는 불행을 준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 환자 가운데 절반은 페이스북 따위에서 전시되는 행복한 한 컷 때문에 우울에 빠진다고 고백한다고 한다.  한국인이 눈물이 많은 민족이기는 하나 이 정도면 과잉'이라 할 수 있다. 딱 보니깐, 눈물이 많아서 정 많고 한 많다고 하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엔 감정이 지나치면 무례'가 된다. 적절한 자기 절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눈물을 미덕으로 삼으니 조폭 코미디 영화조차 1시간 내내 온갖 쌍욕과 칼질'이 난무하다가도

마지막 20분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서사'를 준비한다. 코미디 장르 영화도 웃기다가 울리는 서사'가 한국 영화판에는 먹히는 것이다. << 7번 방의 선물 >> 도 그렇고 << 수상한 그녀 >> 도 그렇다. 이런 " 뽕끼 " 에 질려버렸다. 뽕끼'가 다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 파이란 >> 에 나오는 최민식처럼 가슴을 도려내는, 좀비 영화'처럼 내장을 뒤집어놓는 통증 앞에 흐르지 않을 눈물,  누가 있겠느냐마는 무조건 마무리는 뽕끼로 매조지하려는 경향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적당히 울자. 자기 연민 때문에 우는 뽕끼는 의미없는 뽕끼'다. 눈물은 나를 향할 때가 아니라 타자의 고통 앞에서 흘리는 눈물이어야만 의미가 있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짐승은 죽어갈 때 자기 연민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자신의 불행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었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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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2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개. 카페인우울증조사 신뢰도 제로인데요. 별점보다 안맞든지 제가 조사경계를 넘어설 정도로 이상하든지...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2 14:00   좋아요 0 | URL
그 한 개가 무엇이옵니까 ? 무지 궁금합니다.. ㅋㅋㅋㅋㅋ

AgalmA 2015-01-22 14:52   좋아요 0 | URL
안알랴줌 할랍니다ㅎ

2015-01-22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2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1-22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은 희로애락의 과잉을 모두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하는 페이스북에 로그인하는 시간을 줄이고, 친분을 맺기에 애매한 사람이라면 제가 먼저 친구 맺기 설정을 해제해요. 페이스북 기능 중에 과대포장이 심한 게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이랑 친구 맺으면 영원한 절친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한때 페이스북 친구 맺기가 인맥을 넓힐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은 적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인맥을 넓히기는커녕 스트레스나 열등감만 하나 더 생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3 13:29   좋아요 0 | URL
하긴 제 주변인 중에 누구누구를 잘안다는 겁니다.
그냥 아는 게 아니라 대화하는 정도 ?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페이스북 이웃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뭐.... 버튼하나 누르면 맺어지는 관계`는 그냥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그냥 클릭 한번 누른 사이 ? 라고나 할까요.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2015-01-23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3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3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3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캬~~ 2015-01-2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쉽게 읽히고, 통쾌한 기분이들어 또한 유익한 글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4 14:38   좋아요 0 | URL
캬.. 하니 소주 생각 나네요.

비로그인 2015-01-24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은 사진 대부분이 연출된 ˝구라˝이고, 모두가 구라인걸 알면서도 본인의 구라를 위해 타인의 구라를 용인해주는 ˝집단 구라˝의 장소입니다.
수영장 벤치에서 셀카몇장찍고 해변의 자유를 느끼고 왔다고 글쓰지만, 물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더군요.
보여주고 싶어서 연기하고 연출하느라 어디서건 스스로를 객체화 하는데 익숙해져서 감정조차 유보시키는 판국입니다.
구라샷을 올릴때마다 느끼는 그 과시욕과 만족감이 오히려 본인의 열등감을 가리기위한 것은 아닐지 자문해봤으면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4 14:38   좋아요 1 | URL
결국 카페인은 구라의 만신전`이로군요.
전 자기 과시`가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정도가 오버되면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어떤 이는 자기가 낙오자 같다면서 빠에서 가장 비싼 양주 먹는 사진을 올렸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
혼자 바에서 술을 마신다. 고독하다. 이러면서 말이죠. 양주를 아주 세심하게 찍었는데
뭔놈의 시발... 양주 자랑할게 있다고 고걸 찍고 고독하다느니 그런 걸 올리는지..
그거 보면서 이놈은 절대 막걸리 놓고 사진 올리지는 않겠구나 했습니다.

가끔은 양주도 올리고 막거리리도 올리고 이런 사람이 좋지

하루는 양주, 하루는 고급 삼페인... 이런 식으로만 올리면 좀 짜증이 납니다.

수다맨 2015-01-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 기가 막힌 줄임말이네요 ㅎㅎㅎ
대한민국에서 신파와 국뽕은ㅡ설사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라도ㅡ영원히 우려먹기 좋은 소재 같아요. 한편으로 이 정부 들어서 저런 영화들이 더욱 흥행 가도를 달리는 측면도 있는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5 10:34   좋아요 0 | URL
카페인 기가 막힌 줄임말이죠 ? 딱 들어마즘...ㅎㅎㅎㅎ
한국사회가 먹고사니즘에 함몰되어서 지나치게 보수화되었다고 봅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1968) 밀레니엄 에디션(Night of the Living Dead Millennium Edition)
AltoDVD (알토미디어)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좀비'를 위한 변명



 

 

  ㅡ 살아난 시체들의 밤


좀비 영화 장르는 기본적으로 신체 훼손을 다루는 고어'에 속한다. 팔 다리는 뜯겨 나가고 내장은 밖으로 노출된다는 측면에서 막장 드라마'다. 어디 그뿐이랴 ? 좀비는 훼손된 장기를 물고 뜯고 빨고 씹고 맛본다. " 그랴, 이 맛이제 ! "  < 좀비 > 야말로 갈 데까지 간 극한(極限) 캐릭터'다. 하지만 관객은 좀비를 보며 악, 소리를 지를망정 극악(極惡)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좀비는 극한(極限)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극악(極惡) 캐릭터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죽은 자'에게 윤리적 비판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이러한 참극은 살아 있는 자만이 겪어야 할 비극은 아니다. 좀비들도 살아 있는 자'가 저지른 폭력 앞에 사지가 뜯겨 나가고 머리통은 산산조각 난다. 살아 있는 자가 죽은 시체에 칼질과 총질을 한다는 측면에서 부관참시(剖棺斬屍) 장르'라 할 만하다.

 

산 놈은 살기 위해서 폭력을 휘두르고 죽은 놈은 먹기 위해서 폭력을 휘두르니 결국 서로 먹고살기위해 싸우는 꼴이다. 그저 영혼 없는 존재의 남루한 허기 앞에서 눈물이 앞을 가릴 뿐이다. 좀비 영화의 시작을 알린 조지 로메로 감독이 연출한 <<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 >> 은 역설적이지만 고어 영화'라고 하기에는 표현 강도가 부드럽다. 이 영화에서는 팔 다리가 뜯겨 나가고 내장을 뜯어먹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럴 것으로 추정되는 좀비 무리의 남루한 뒷모습만 보일 뿐이다. 또한 <<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 에서 사람들은 " 몽유병 환자처럼 어슬렁거리는 무리 " 를 좀비 Zonbie라고 하지 않고 구울 Ghoul 이라고 불렀다.  

 

좀비와 구울은 비슷하지만 동시에 다르다. 좀비는 부두교에서 주인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맹목적 광신도를 지시하는 명칭이고 구울은 영혼(Soul)없는 식인귀'를 뜻한다.  

 

 

 


 

그렇기에 엄격하게 말하자면 <<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은 zombie 영화가 아니라 soul 없는 ghoul 영화다. 이 영화'가 처음부터 숭배받았던 것은 아니다. 영화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쌍욕을 퍼부었고, 로저 에버트 또한 웃으면서 코 팠다. 하지만 자동차 극장과 심야상영관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부활에 성공했고 아류작이 쏟아지면서 이들 영화를 뭉끄러트려서 좀비 영화'라고 불렀다. 다음은 조지 로메로가 만든 좀비 영화 시리즈 목록이다. 출처는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했다.



영화명원제감독출연연도
특징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조지 로메로

듀안 존스
주디스 오디

1968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자동차 극장과 변두리 개봉관을 중심으로 초라하게 개봉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를 본 소수의 관객의 입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영화가 탄생했다”는 소문이 문어발처럼 퍼져나갔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자동차 극장의 최고 인기 상영작이 돼 있었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2
-시체들의 새벽

Dawn of the Dead

조지 로메로

데이비드 엠지
켄 포리
게일른 로스

1978

 


<시체들의 새벽〉은 많은 부분에서 의도적인 사회적/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었다. 〈시체들의 새벽〉은 위기에 봉착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풍자극일 뿐만 아니라 전편, 나아가 호러 장르 자체에 대한 거대한 풍자극이었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3
-시체들의 날

Day of the Dead

조지 로메로

로리 카딜
테리 알렉산더
조셉 필라토

1985

 


<시체들의 새벽〉이 나온 지 7년 만에 로메로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시체들의 날〉을 발표했다. 영화의 대한 기대감은 당연히 하늘을 찌를 듯했고 이것은 개봉 당시 극도의 실망감으로 이어졌지만, 비디오문화를 중심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랜드 오브 데드

Land of the Dead

조지 로메로

사이먼 베이커
데니스 호퍼
아시아 아르젠토

2005

 


〈랜드 오브 데드〉에서 독자적인 사회를 서서히 구축해나가는 좀비 무리와 애써 구축해놓은 문명사회를 해체해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전편들이 모두 ‘새벽’ 장면을 배경으로 끝난 반면, 〈랜드 오브 데드〉는 ‘밤’ 장면을 배경으로 막을 내린다. 현대 사회에서 휴머니즘의 위치를 알려준 이 작품을 끝으로 로메로의 좀비 시리즈의 1막은 끝난다.


 

다이어리 오브 데드

Diary of the Dead

조지 로메로

미셸 모건
조슈아 클로즈

2007

 


〈랜드 오브 데드〉 제작 당시 메이저 영화사의 압박에 지친 로메로는 다시 독립영화 형태로 돌아온다. 그 결과 〈다이어리 오브 데드〉는 스튜디오의 구속을 받지 않는 독립영화 형태로 제작됐고, 저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로메로는 창작상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모큐멘터리(가짜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시리즈의 전작들에서 은유됐던 주제가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등 시리즈의 팬이라면 곱씹어볼 만한 요소가 많다.


 

서바이벌 오브 데드

Survival of the Dead

조지 로메로

데본 보스틱
캐슬린 먼로

2009

 


〈서바이벌 오브 데드〉에서 좀비는 더이상 인간을 위협하는 ‘악당’으로만 보기 힘들며, 인간은 좀비보다 훨씬 역겨운 악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좀비는 탐욕에 의해 휴머니즘을 잃어가는 인간을 응징하는 존재인 셈이다. 로메로는 〈서바이벌 오브 데드〉 이후에도 시체 시리즈는 계속된다고 공언했다. 시체 시리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ㅡ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Night of the Living Dead] (세계영화작품사전 : 감동이 이어지는 시리즈 영화, 씨네21)


이 필모그래피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인간 대 좀비'가 진화하는 방식이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말한 " 진화가 반드시 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조지 로메로의 좀비 시리즈 영화에서 < 인간 > 은 퇴화되고 < 좀비 > 는 진화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인간은 인성人性을 잃고 점점 수성獸性을 드러낸다. < 인간 > 은 자비 대신 좀비'처럼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반대로 < 좀비 > 는 수성 대신 인성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명칭이다. <<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 에서 어슬렁거리는 존재는 " 영혼(soul)이 없는 ghoul : 식인귀 " 이었으나,  2편인 << 시체들의 새벽 >> 에서 ghoul은 " creature : 창조물 " 로 승격한다.

 

 

 

그리고 클래식 좀비 시리즈 마지막에 해당되는 3편 << 시체들의 날 >> 에서 창조물은 드디어 " beings : 존재자 " 로 완성된다. 인간이 좀비로 타락하는 반면 좀비는 being로 신분이 상승된 것이다. 사고 범위를 조지 로메로 영화에 국한하지 말고 좀비 영화 장르 전체로 확장하면 좀비는 불가촉천민'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좀비는 상황에 따라서 전염인자를 가진 병자, 절뚝거리는 불구, 굶주린 거지, 마스터master에게 맹목적 복종을 하는 광신도, 마약에 취한 아편꾼 이미지를 취한다.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병자, 불구, 거지, 광신도, 아편꾼의 공통점'은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류'이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의 최대 피해자는 유대인이 아니라 집시와 장애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히틀러는 지독하게 자본주의적 인간'이라 할 수 있다. 히틀러가 보기에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는 집단은 제거되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좀비 영화 장르'도 마찬가지다. 좀비 영화는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는 계급 집단을 " 비인간 " 으로 묘사한다. 이들에게 덧씌우는 것은 온갖 오물 범벅과 안색을 잃고 검게 물드는, 거무퉤퉤한 더러운 육체다. 더러운 육체'라는 것은 곧 사회화 과정이 단절된 육체를 의미하는데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이러한 육체를 " 아브젝시옹 " 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조르주 아감벤은 " 호모 사케르 " 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더러운 육체는 법의 수호를 받을 수 없다. 그들은 예외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인간이 좀비 머리통을 박살낸다고 해서 벌을 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좀비, 다시 말해서 더러운 몰골로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불가촉천민은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외로 추방된 디아스포라적 인간'이라 할 수 있다.

 

 

 

 ​ㅡ 시체들의 새벽 : 주요 배경은 거대한 쇼핑몰이다

 

이처럼 좀비와 자본주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맹렬히 물어뜯었던 인문학자 강신주 씨'가 서울역 노숙자를 좀비'로 비유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가 보기에는 노동 생산성과 상품 구매 능력이 없는 노숙자가 좀비처럼 보인 모양이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문학자가 오히려 자본주의 계산기'로 노숙자를 좀비 취급한 것이다. 그야말로 비판받아야 할 대상'이다. 조지 로메로의 클래식 좀비 3부작 가운데 2부에 해당되는 << 시체들의 새벽 >> 은 벤야민이 경외와 경탄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본 " 파노라마 的  그랑빌 " 이라 할 수 있는 대형 쇼핑 센터에서 벌어지는 고어 잔혹극'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영화에서 좀비'들은 쇼핑 센터'로 몰려드는데 이러한 경향은 소비자'였던 옛 생활 습관 때문이다. 한때는 상품 구매 능력이 있는 소비자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상품 구매 능력이 사라지자    왜 아니 그러겠는가 !  죽은 자는 상품 구매 능력이 없는 자'다    하층민 좀비로 강등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매 능력이 없는 계급은 좀비'나 다름없다. 조지 로메로'은 1편과는 달리 이 영화를 정치적 풍자를 곁들인 블랙코미디 장르로 만들었다. 폴 발레리는 " 예술은 어수선한 것과는 맞지 않는다 " 고 말했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시체의 새벽, 1978년 >> 은 피와 내장 그리고 온갖 상품에 박살나는 어수선한 영화이지만 바로 이 어수선한 엔트로피'가 예술적 아우라'를 선사한다. 예술은 종종 어수선하다.

지옥의 공간이 가득 차서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으면 시체들은 땅 위를 걷는다. 영화 속 대사'다. 자본주의 사회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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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인귀라면 사람들이 요즘 좀비를 먼저 떠올리지만, 옛날에는 묘지를 어슬렁거리는 괴물을 구울이라고 불렀어요. 천일야화에 나올 정도로 괴물 계보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0 12:03   좋아요 0 | URL
오, 맞습니다. 구울`이라고 영화에서도 그러더군요. 이게 나중에 좀비 영화가 된 겁니다. 사실 좀비`는 부두교에서 말하는 맹목적 신도를 뜻하는데 요게 좀 왜곡된 사례...

stella.K 2015-01-2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숙자를 좀비로 보는 건 확실히 인격모독적이긴 하군요.
또 어찌보면 자본주의가 알게 모르게 영혼을 지배했을테니 그 사람도 무의식중 마각을 들어낸 것은 아닐까요?ㅋ

아주 오래 전에 좀비가 나오는 영화를 봤는데 제목이 뭔지 기억이 안 나요.
같은 편인데 어느 순간 전염되듯 좀비가 되서 서로를 못 잡아 먹어 난리였죠.
방금 전까지 서로 걱정해 주고 챙겨줬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느끼는 순간 좀비가 되죠.
그래서 미리 나를 믿지 말라고 하죠. 그리고 결국 주인공과 사투를 벌이는 뭐 그런...
좀 섬뜩 하더라구요.
어렸을 때 가끔 그런 상상을 했죠.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만일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라면 어쩔 것인가?
하다못해 멀쩡히 대했던 가족조차. 사실은 가족을 더 못 믿겠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크면서 이렇게 저렇게
변형되서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니까 저도 조심해 주세요. 저도 좀빈지도 몰라요.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0 14:27   좋아요 0 | URL
그 영화는 존 카펜터 감독의 << 괴물 >> 같습니다. 배경이 추운 북극 비슷한데 아니던가요 ?
맞다면 좀비 영화가 아니라 외계 생명체 영화입니다.
사실 <<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 도 원래는 외계인이 지구 침공해서 사람 잡아먹는
줄거리였는데 저예산으로 만들다 보니 특수분장에 돈을 쓸 수가 없어서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것으로 묘사가 되었죠.
저렴하게 하느라 흑백으로만들고
그런데 이게 대박을 친 겁니다. 사람 일이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다. 그 영화 << 육체강탈자의 침입 >> 같기도 합니다.. ㅋㅋㅋ

stella.K 2015-01-20 14:46   좋아요 1 | URL
두 영화 모두 검색해 봤는데 딱히 뭔지 모르겠네요.
괴물 같기도 한데 사진을 보니 내가 이렇게 무시무시한 영화를 봤나 싶기도 하고.
감독 이름이 낮설지는 않아 이 영화 같기도 하고...ㅋ

stella.K 2015-01-20 15:20   좋아요 0 | URL
아, 어쩌면 제가 본 영화가 <보디 에일리언>인지도 모르겠네요.
거기에서도 외계 생명체가 나오는데 왜 좀비라고 생각했을까요? 좀비 같은데...ㅋ
암튼 미안합니다. 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0 16:28   좋아요 0 | URL
오호 그럼 바디에일리언`이 맞네요. 바디에일리언은 육체강탈자의 침입을 리메이크한 영화거든요.
이 영화 재미있어요.. ㅋㅋㅋㅋㅋ

stella.K 2015-01-2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게 그런 거였어요? 몰랐네...
제가 좀비라고 생각하는 영화는 그게 유일해서 헷갈릴 일은 없었는데
제목이 그렇게 생각이 안 났다능.
마침 1999년짜리 수첩을 버리지 않는 것이 있어
그해 그 수첩에 제가 본 영화와 가계부를 간략하게 써 놨더라구요.
그러니까 그 영화를 그해 본 거였죠. 그때 커피 한잔이 천원이었구요.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1 07:51   좋아요 0 | URL
오호, 999 하니 갑자기 은하철도 구구구 생각납니다.
그때가 커피 한잔에 춴원이었다고요 ?!
한번 가계부 포스팅 올리시지 그러세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stella.K 2015-01-21 16: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감히 포스팅할 입장이 못됩니다. 워낙 깨알 같이 써 놓은데다
어떤 건 제목을 당시 녹색펜으로 써 놨는데 그게 오래되니 바래서
옅은 노란색으로 변해서 알아 볼 수도 없어요.ㅠ
대신 곰발님을 위한 서비스로 그 시절 비디오 테이프 대여료가 1000원이었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뭔 월간진는 모르겠지만 2500원이었구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1 16:54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에서는 비디오가게가 거의 망할 무렵 1000원에 3편 줬습니다. ( 신간은 빼고... )
제고 공포영화만 본 관계로 주말이면 2000원 내고 6개 빌려서 보고는 했죠...

iforte 2015-01-2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헝.. 전 간 & 심장이 작아서 좀비 영화는 당최 못봅니다. ㅠㅠ 코믹 강시영화는 볼수있어도요.
아, 여기서 취향이 갈리나요! ㅋ 농담이고요, 곰발님의 박학다식함에는 혀를 내두를 뿐입니다.

어느 사회학자의 글을 읽다가 미래에는 생산자도 소비자도 못되는 잉여인간들이 큰 문제가 될것이라는 부분에서 멈칫, 섬칫했던 기억이 나네요. 인간의 가치가 생산-소비 축에 묶여있는것 같아서. 오늘 곰발님 글을 읽고 또 울컥 했더랬습니다. 하느님은 도대체 왜 인간을 만드신건가요... 흐흐흑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1 07:53   좋아요 0 | URL
조지 로메로가 그런소릴 했죠.
자기는 공포를 전달하기위해서 팔을 절단하고 빼고 그러는 걸일부로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관객은 저게 가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포심이 들기 보다는 웃기다는 거예요.
그래서 공포를 주려는 목적으로 촬영할 때는 일부러 다 가린다고 합니다.
실제로 1편은 거의 다 가렸어요... ㅎㅎ.

iforte 2015-01-21 10:19   좋아요 0 | URL
사실 어려서 좀비 영화류를 본적있었는데, 막상 살인/식육장면보다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더 견디기 힘들었던것 같아요. 그때 제가 몇 안남은 인간의 입장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까로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1) 그냥 빨리 먹히고 좀비가 되서 같이 인간사냥을 하는편에 선다
2) 그냥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함으로써 압박으로부터 벗어난다.
어린마음에 살아 남아 쫓겨다니는것은 옵션이 아니었던듯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1 12:43   좋아요 0 | URL
음.. 전 1번 선택하겠씁니다. 악, 어디서 읽은 글인데
그런 말이 있더군요. 누구나 전쟁터에서 살아남기를 원한다.
하지만 동료는 모두 죽고 최후의 1인이 되어서 죽는 것은 아무도 원치 않는다.
이런 구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 차가운 피 >> 였나 그랬죠.

수다맨 2015-01-2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글을 매번 재미나게 읽었는데 그 중에도 이번 글은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특히나 좀비로 강신주의 논리 허약한 주장을 부수는 대목은 그야말로 짜릿하게 느껴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2 14:02   좋아요 0 | URL
허어, 이거 누구십니까. 수다맨님 아니십니까. 오랜만에 오신 듯합니다. 다음에 만나면 강신주나 깝시다..ㅋㅋㅋ
 



괴물 怪物


팔은 안으로 굽는다.  가재는 게 편이다.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ㅡ 이 세 가지'를 뭉그러뜨려서 유식하게 사자성어로 말하자면 " 가족주의 " 로 환원이 되고, 무식하게 저잣거리 입말로 내뱉으면 " 불알후드 " 가 된다. 이 너절한 표현은 집단 내 혈맹을 강조하는 brotherhood'를 알타이계 몽골어'에 적합한 혓바닥으로 굴리게 되면 발생하게 되는 혈전'이다. ( R 발음에 주의할 것 ! ) 듣기가 좀...... " 거시기 " 하지만,  그렇다고 고환후드'라거나 음낭후드'라고 메디칼 용어로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한국 사회가 가부장사회'라는 점을 환기하면 가족주의는 곧 불알들의 연대'를 대표하는 " BROTHERHOOD " 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어서 내가 만든 조어造語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불알후드가 가지고 있는 유연한 확장성'이다.  

가족주의(불알후드)가 확대되면 < 국가주의 > 가 된다.   그런데 이 < 국가주의 > 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면 민족주의가 되지만 삼천포로 빠지면 국수주의'가 되고  국수주의의 극단적 형태가  파시즘'이다          이것을 좀더 광범위하게 확대하면 < 인종주의 > 가 된다. 국가주의가 국가'라는 지역적 한계에 국한된 " 로컬 ㅡ 뽕끼 " 라면, 인종주의는 컬러가 비슷한 인종 간 " 글로벌 ㅡ 뽕끼 " 다. 유유상종'이다.  여기서 끝 ?! 아니다. " 거시적 불알후드 " 의 끝판'은 인간(중심)주의'로 확장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리 날카로운 지성으로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해도 결국은 사람은 인간 편이다. < 인간주의 > 는 인류 멸망과 지구 멸망을 동일시한다.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서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편협한 시선이 아닐 수 없다. 가족주의가 < 내 새끼냐 / 네 새끼냐 > 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상대를 평가한다면,

인간주의는 < 인간이냐 / 비인간'이냐 >  라는 논리가 적용된다. 인간이 아닌 것은 가차없이 제거해도 좋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블레이드러너 / 1982 >> 는 인간 중심 사고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는데,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데커드 형사는 심문 과정에서 대상을 인간 / 비인간(인조인간)'으로 정한 후 " 비인간 " 을 제거한다. 이 측정 과정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서구 백인 제국주의자가 식민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내세운 계측학과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데커드 형사가 맡은 역할은 식민지'에서 온 리플리칸트로 의심되는 대상을 상대로 IQ 테스트를 측정하는 일이다. IQ 테스트가 백인종의 우월성을 강조한 사이비 계측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식민주의에 대한 제국주의자의 폭력과 반성을 담고 있다.

인간/비인간'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잣대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 살인의 추억 / 2003 >> 에서도 드러난다. 두 형사'가 죽도록 잡고 싶은 대상은 " 법을 어긴 인간 " 이 아니라 " 짐승 같은 인간 " 이다. 전자가 인간이라는 대상에 방점을 둔 것이라면 후자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는 대상에 방점을 둔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 짐승 같은 인간 " 이라는 관용구에는 인간이 저지른 죄를 죄 없는 짐승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음모가 깔려 있다. 결국 짐승 같은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비인간'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인간의 죄'를 다른 대상에게 투영된 결과'과 비인간'이다. 괴물도 마찬가지'다. 팔이 안으로 굽는 신체 구조를 가진 존재가 인간이라면, 팔이 밖으로 굽는 신체 구조를 가진 존재는 괴물이 된다.

괴물은 더러운 육체에 대한 혐오가 투영되었다. 그들은 대부분 피범벅이거나 오물 범벅인 존재이며 피부는 거무퉤퉤하고 울퉁불퉁하다. 서구 사회가 문명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 청결 " 을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끈적끈적하고 거무퉤퉤한 괴물은 사회화 과정이 단절된 존재'다. 영화 << 캐리 >> 에서 주인공 소녀 캐리는 돼지 피를 뒤집어쓴 순간, 사람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어 파티의 여왕'에서 한순간에 돼지 피로 범벅이 된 더러운 년으로 강등당한다. 그것은 (변형에 따른) 이종異種에 대한 인간의 심각한 불안과 혐오가 반영된 결과'이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조르주 아감벤이 예리하게 지적했듯이 더러운 몸은 비인격체에 대한 기호로 작동하게 되어 법의 보호로부터 예외 상태'에 놓이게 된다.

좀비가 좋은 예'이다. 선량한 시민이 좀비를 때려 죽인다고 해서 감옥에 갈 일은 없다. 생기를 잃고 거무퉤퉤하게 변색이 되기 시작하는 좀비는 인간이 아니라 인두겁을 쓴 비인간'일 뿐이다. 영화 << 엑소시스트 >> 도 마찬가지'다. 관객은 12세 소녀 리건의 몸이 더러워질수록 리건을 비인간'으로 인식한다. 리건은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불안은 더러운 육체와 그 변형에 대한 혐오'에서 발생한 감정이다. 이처럼 괴물은 주류에서 추방당한 존재'다. 그들은 변방에서 온 이민자'라는 이유로 ( 드라큐라 ), 병색이 완연하다는 이유로 ( 좀비 ), 가난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법의 예외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 또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인두겁을 쓴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다.

얼핏 보기에 흡혈귀, 좀비 그리고 더러운 육체 괴물들이 나오는 영화는 비정상적 육체가 정상적 육체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주류 이데올로기는 비주류 집단을 법의 예외 상태에 놓인 후 린치를 가해도 좋은 대상으로 삼는다. 어느 쪽이 더 폭력적인가는 당신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불온한 육체가 오랫동안 억압받았다는 측면에서 나는 그들을 지지한다. 잔인할수록 좋다. 어차피 영화이니까. 물고 뜯어라 ■

 


  1. 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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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2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내 아들 괴물 아니게 만들려고 자신이 괴물되는 마더도 합이 맞네요. 기본적으로 인간의 자기애에서 나온 뿌리깊은 선악구조가 문제 발단아닌가 싶어요. 너는 악하고 나는 선하다. 내가 악하니 너도 같이 악해져야 한다. 모두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물어뜯는 위선들...
미국의 악의 축 운운 또한.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0 04:11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가족주의`를 좀 혐오하는 편입니다. 뭐랄까. 대한민국에서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악의 축으로 뿌리를 내린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와 대한민국은 닮은 점이 있는데 상당히 부패했다는 점이죠. 둘 다 공통점을 가족주의`를 뿌리에 둔다는 점. 개인주의 국가보다 가족주의 국가가 부패가 심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카톨릭 국가는 대부분 가족주의에 뿌리를 두는데 이탈리아가 ( 대부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한국와 유사한 구조) 부패 왕국이죠... 미국이야말로 사라져야 할 악의 축입니다.
 
[수입] The Honeymoon Killers (허니문 킬러) (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1970)
Criterion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지독한 사랑 : 상처받은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

 

 

 

 

 

ㅡ 짙은 선홍색 

 

아그파'나 후지'는 망하더라도 < 코닥 > 은 살아남으리라 생각했다.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외로워도 슬퍼도, 디지털 카메라가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잡아먹는 날이 와도 코닥 필름은 건재하리라 생각했다. 코카콜라 없는 " 청량 " 음료를 생각하면 " 처량 " 한 마음이 들 듯, " 코닥 " 없는 세상은 " 그닥 " 생각하기 싫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역습에 제일 먼저 망한 쪽은 업계 1위인 코닥'이었다. " I will be back...... " 이라는 인사도 없이 코닥은 " 꼴까닥 " 침몰했다.  다음은 넘버 투인 아그파'가 적자에 허덕이다가 파산 신청을 했다.     아, 배고파 !       21세기, 그러니까 2000년 이후 필름은 사양 산업이었다. 영화판도 마찬가지'였다. 필름 영화는 디지털 영화 앞에 목이 잘렸다.  모든 영화는 디지털化가 진행 중이고 이제는 완성되어 가는 중이다.

 

디지털化에 대한 저항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캔 로치'와 친구들이 촬영 현장에서 필름으로 영화를 찍기는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필름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은 이제 옛일이 된 모양이다. 신문기사 모퉁이에 캔 로치에 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는데 그가 필름으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고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에는 영화 현장에서 필름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필름 편집용 테이프를 구하기 힘들다는 웃지 못할 일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디지털이 필름을 날름 잡아먹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꽤 많다.  선견지명이라고 할까 ?  로저 코먼이 만든 영화사 < 뉴월드픽쳐스 > 는 원래 < 뉴월드필름 > 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가 필름이라는 단어는 언젠가는 영화'가 다른 것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뉴월드픽쳐스'로 이름을 바꿨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무엇으로 영화를 만들건 간에 결과는 그림 picture이 될 테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는 < 뉴월드픽쳐스' > 를 팔고 후에 < 콘코드필름' > 을 만들었다. 앞뒤가 안 맞는 소리.  내가 다녔던 일터는 필름 창고'였다. 보스는 충무로에서 자수성가한 양반이었다. 술만 마셨다 하면 눈보라아아가 휘이날리이이이는 바람찬 충무로에서 구두닦이'를 하며 영화 제작자 겸 영화 수입업자로 성공한 이야기'를 회상에 젖어 말하고는 했다. 그닥 감동스럽지는 않았다. 그가 제작한 영화와 수입한 외화는 팔 할이 형편없는 영화'였다. 큰 돈을 굴릴 수 없으니 작은 영화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고 그럭저럭 본전은 때리는 싸구려 에로 영화만 수입하다 보니 그리 되었다. 어느 날  토요일이었다. 보스는 내게 필름 창고'를 정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맙소사, 그날따라 데이트가 있어서 옷에 신경을 썼는데 필름 저장고 정리'를 하라고 하니 화딱지가 났다.

말이 좋아 필름 보관소'이지 연탄 창고나 다름없었다. 보스가 눈보라가 휘이이날리는 바람찬 충무로에서 그동안 제작한 영화들과 수입 외화는 100편이 넘었는데 이걸 분류하고 필름 세척하는 작업은 반나절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랴. 목구멍이 포도청인 걸 ! 그때 필름 창고에서 발견한 필름이 << 짙은 선홍색 >> 이었다. 감독 아르트로 립스타인, 루이 브뉘엘의 서자. 조도로브스키와 함께 멕시코 영화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 보스가 이 영화를 사들고 온 이유는 간단했다. 미국 화폐 달러'에 비해 맥시코 화폐 페소(peso)가 저렴하니 싼 맛에 산 것이다. 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무엇에 홀린 듯 이 필름을 시사실 영사기에 걸어 돌려 보기 시작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회사에서 철야 당직 근무를 할 때 심심해서 보았지만

 

일하다 말고 컴컴한 시사실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고 하면 그럴듯한 "  그림 " 이 나오니 그리 한 것이다. 미리 양해를 부탁드린다.  영화는 웃으면서 잇힝, 하며 코 팔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아, 하다가 결국에는 오오, 하게 되는, 똥 쌀 정도로 훌륭한 영화'였다. 모 이웃이 표현한 말을 빌리면 맛이 간 루이 브뉘엘이 << 보니 엔 클라이드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을 찍은 것 같았다. 아르트로 립스타인 감독이 루이 브뉘엘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했으니 정확한 지적'이다. 이 작품은 << 허니문킬러 / 1969년 >> 를 리메이크한 영화'였다.  당시에는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최근에 보게 되었는데,  한편 웅이네 가족은..... 


​ㅡ 허니문 킬러

<< 짙은 선홍색 >> 이 정신줄 놓은 브뉘엘이 만든 영화'라면 << 허니문킬러 >> 는 시네마 베리떼 감독이 휴대하고 다니는 카메라로 찍은 고다르 영화'였다.  사악한 간호사 역을 연기한 샐리 스톨러'는 안나 카리나의 망가진 모습처럼 보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누벨 바그와 시네마 베리떼를 반반 섞은 듯한 느낌을 주는데, 처음에는  마틴 스콜세즈가 감독하기로 했으나     실제로 도입부를 찍기도 했다        제작사와 대판 싸운 후 감독 권한은 레너드 캐슬'에게 넘어갔다. 그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시나리오 작가'였다.  영화 감독 경험이 전무한 초짜'였다. 하지만 " 초짜 " 라는 우려와는 달리 영화는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든 걸작'이 되었다.

 

이 영화는 레너드 캐슬이 처음 만든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처음 만든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이며 동시에 걸작 반열에 오른,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으로는 찰스 로튼의 << 사냥꾼의 밤 >> 과 허크 하비의 << 영혼의 카니발 >> 이 있다.        카메라가 대상을 잡는 위치'는 생동감이 넘치고 명암 대비가 강렬한 흑백 촬영은 앞서도 지적했듯이 시네마 베리떼的  날(것) ㅡ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장도리 살인 장면은 << 올드보이 >> 장도리 장면'보다 좋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마사 벡'을 연기한 셀리 스톨러'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페르소나'다.  질투에 눈이 멀어서 어린 아이까지 죽인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한다. " 상처받은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 " 라고 말이다.

 

이 말이 묘하게 심금을 울린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우는 연기'보다 어려운 연기는 웃는 연기'이고, 웃는 연기보다 어려운 연기는 무표정한 연기'이다. 관객이 배우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복잡한 텍스트를 읽을 때, 그 배우는 훌륭한 배우'다.  마사 벡을 연기한 셀리 스톨러'는 적어도 이 영화에서 만큼은 불꽃 튀는 연기를 보여준다.  종종 필름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그리워진다. 오랜 세월, 퇴화의 흔적으로 색이 바래고 스크래치'가 난 필름 영화를 볼 때마다 그립다. 이젠 그런 영화를 볼 기회'란 없다. 디지털化된 영화는 퇴화의 흔적도 긁힌 상흔도 없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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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1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표정의 대가ㅎ 클린트이스트우드 표정 변화보려고 영화내내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집중돼 있을 때가 많아요. 아이돌 소녀라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싶게... 찔끔하는 표정변화라도 보게 되면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ㅎ... 나이 드시니 멋진 고목 표정되셔서 더 좋더군요.
조감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홍상수, 김기덕 조감독 출신들은 그 영향권에서 못 벗어나는 게 안타까워요. 서정이 이미 그랬다면 문제가 더 심각한데...
봉준호, 박찬욱 조감독 출신 감독이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건 좀 기대되는 일입니다. 그들은 정서가 아니라 작법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라 본인의 서정은 간직할 수 있을테니...
근데 저 포스터 정말 멋지네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다른 버전 닮았기도 하고...
코닥의 자멸은 안타까운 일이죠.
아주 먼 훗날엔 우리가 이렇게 화면을 들여다보는 세상도 다 사라져있을지도 모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8 05:41   좋아요 0 | URL
클린트 옹.. ㅋㅋㅋㅋㅋ 연기의 팔 할은 주름` 아니겠습니까. 주름은 참 많은 것을 말하는 거 같습니다.
저는 코닥이 망할 줄은 몰랐습니다. 디지탈 카메라가 아무리기승을 부려도 부동의 1위는 코닥 아니었습니까.
살아남을 줄 알았는데 무너진 걸 보면 종이책도 그꼴이 안 나니라는법도 없는거 같습니다.

AgalmA 2015-01-18 05:51   좋아요 0 | URL
코닥 필름 400 흑백으로 찍은 사진의 추억을 고이 간직하며 묵념이죠, 뭐.
자본주의 광풍 속에 키치와 키덜트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앞으로도 많은 게 살아남고 사라지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8 07:15   좋아요 0 | URL
코닥 400. ㅋㅋㅋ 옛 생각나네요. 저는 코닥 100`이 너무 기생오라비 같아서 400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거친 느낌이 좋더군요. 아쉬운 점은 1600을 사용하지 못한 점입니다. 무진장 거친 사진 좀 찍고 싶었는데 말이죠...

AgalmA 2015-01-18 07:17   좋아요 0 | URL
기생오라비ㅋㅋ...그러게요. 저도 1600은 사용할 생각도 못했는데 그런 건 참 아쉽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8 08:47   좋아요 0 | URL
그 누구냐... 왜 범죄 사진만 찍어서 유명해진 사진가가 있습니다. 그가 주로 밤거리를 찍었는데 광원이 부족하다 보니 감도 100짜리는 아예 쓸 생각을 못하고 400,800, 1600를 썼는데 아.. 이게 은근 멋집니다.

AgalmA 2015-01-18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im goldberg? 아니예요. 이건 틀린 답 같습니다. 사진을 보면 알텐데 아, 궁금타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8 11:45   좋아요 0 | URL
rhfem rhfem 골드버그도 범죄 사진만 찍었군요. 아, 생각은 안나는데 ㄴ 아르 이름이 짧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뽈쥐의 독서일기 2015-01-1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받은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라니..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테스트 해보고 싶어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20 04:13   좋아요 0 | URL
네에. 기회 되시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독특한 범죄 영화이면서 묘하게 일그러진 러브스토리입니다.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 Art+Business 시리즈
로저 코먼 지음, 김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B 서정의 난폭한 제왕



 

ㅡ 로저 코먼


한낮의 더위 때문에 숨이 턱 밑까지 몰려왔다. 뉴스에서는 연일 폭염 특보를 내보냈다. 기상 캐스터'는 짐짓 걱정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오늘 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시고 수분 공급은 충분히 하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이런 날에 이사를 한답시고 낑낑거리며 책장 정리 따위나 하는 멍청이 대마왕은 없겠죠 ? " 그때, 나는 무슨 일을 했냐면...  내일 이사 갈 준비를 하느라 낑낑거리며 책장 정리 따위나 하고 있었다. 가전 제품은 재활용센터에 팔고, 주워왔던 쇼파는 1년 후 동사무소'에서 발급하는 노란 딱지를 붙인 후 다시 그 자리에다 갖다버렸다. 버려진 쇼파를 보며 생각했다. " 인생은 공수래공수거야 ! "  

 

이삿짐 트럭에 실릴 짐'은 책과 책장이 전부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책을 포장했다. 이런저런 일로 기진맥진해진 나는 저녁에 시원한 맥주로 허기를 채웠다. 다음날 늦은 아침에 눈을 뜨니 아침부터 어마어마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비를 양동이 채 쏟아붓고 있었다. 시바, 그때 마침 이삿짐 트럭이 도착했다. 내리다가 그칠 비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삿날을 연기할 수는 없었다. 트럭은 빗속을 뚫고 서울을 향해 달렸다.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던지 서해대교를 건널 때에는 대교'가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을 정도였다. " 이러다가 트럭이 전복되어서 바닷물에 빠지면 볼 만하겠군 ! " 그날 내가 버린 책은 100권 안팎이었다.

 

방수천으로 꼼꼼하게 책을 폭우로부터 보호했다고 생각했으나 엄청난 비와 함께 바람'이 부는 바람에 책은 속수무책으로 물을 먹어야 했다. 집에 도착해서 책을 추려 보니 100권 정도는 떡이 되어서 버려야 했고, 100권 정도는 보기 흉하지만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울 정도로만 물을 먹었다. 헌책방에 책을 팔려고 해도 물 먹은 책'은 받질 않았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책은 책장이 아닌 책상 밑에 쌓아두었다. 어제 조 단테가 연출한 << 할리우드 대로 / 1977 >> 란 영화를 보다가 문득 로저 코먼이 쓴 <<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 라는 긴 제목을 가진 책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 << 할리우드 대로 >> 에 대한 제작 뒷 이야기를 얼핏 읽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주류 메이저 A급 스튜디오 영화인 << 선셋 대로 >> 를 패로디한 것이 분명한 << 할리우드 대로 >> 는 저예산 영화 현장에 대한 찬가를 담은 영화였는데, 영화 예고편 편집자에 불과했던 조 단테가 이 영화를 감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작비 5만 달러로 일주일 안에 영화를 찍겠다는 조건'을 제시했기에 가능했다. 조 단테는 멋지게 성공했고 후에 B무비에 대한 예찬을 담은 걸작 << 마티니 >> 를 만들었다. << 할리우드 대로 >> 에 감동한 나는 먼지가 쌓일 대로 쌓인 <<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 라는 책을 끄집어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젖은 종이가 마르면서 생긴 얼룩을 보니 비바람이 몰아치던 그날이 생각났다.

 

초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다 보니 로저 코먼 영화는 손 대면 툭 하고 쓰러질 것 같은 골판지 세트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 문을 쾅 하고 닫을 때 벽이 흔들리면 그것은 B급 영화라고 말이다 ,   똥 쌀 만큼 무시무시한 종이 괴물, 빈약한 서사의 틈, 형광빛으로 승부를 건 특수효과, 자주 써먹는 고답스러운 나레이션 그리고 지나친 폭력과 노골적인 성 묘사'는 로저 코먼 영화의 싼 티나는 특징이었다. 하지만 A급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와 맞짱을 떠도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는 작품이 많았다. 로저 코먼은 니체가 언급했던 것처럼 모든 가치에 대한 전복을 다뤘다. 모든 권위와 우상은 로저 코먼 앞에서는 한갓 골판지로 만든 세트와 종이로 만든 우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처럼 그의 영화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 감성이 팔 할'이었다. 내가 영화에 대해 흥미를 잃기 시작한 때는 동네 극장이 갑자기 멀티플렉스化로 재편되는 시점과 맥을 같이했다. " 관객 " 은 이제 " 고객 " 으로 둔갑해 있었다. 관객이라는 단어가 영화를 보는 주체 ( 觀 : 볼 관 ) 에 방점을 찍었다면 고객은 손님을 대접해야 하는 주체 ( 顧 : 돌볼 고 ) 에 방점을 찍었다. 전자가 영화라는 시각 예술에 부합하는 지시어라면 후자는 영화를 자본 이익 창출이라는 점에 주목한 지시어'라 할 수 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자본이 소비자를 왕 대접( 모셔야할 손님 ) 하는 이유는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서다.  더군다나 << 쥬라기 공원 >> 이후,

 

재현 불가능한 화면을 " 뽀샵질 ( CG )  " 이 그럴 듯하게 재현하면서부터 영화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 특수 효과'는 졸속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던 로저 코먼의 말은 헛소리가 되었다. 이제 특수 효과는 가장 비싼 제작비에 속했다. << 반지의 제왕 >> 에서 건달프를 연기했던 이언 멕컬린의 불편한 고백처럼 배우는 대사를 주고 받는 게 아니라 블루스크린 앞에서 혼자 서서 혼잣말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감정의 교류와 연대 그리고 우정을 찾기는 힘들다. 21세기 영화는 모두 번지르한 영화'가 되었고 실사'보다는 만화'에 가까운 영화가 되었다. CG(특수효과)1는 모든 것을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관객들은 그 사실에 환호했지만 < 사실 > 과 < 사실的 > 인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은 간과했다. 나는 그 옛날 B급 영화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낙원동에 위치한 " 서울 아트 시네마 " 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ㅡ 괴물 게떼의 대습격 : 100% 종이로 만들었다. 비주얼을 보니 똥 쌀 만큼 무섭다

 

 

그 시절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는 B급 영화'였고 당연히 로저 코먼 영화를 자주 접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왜냐하면 로저 코먼은 " B급 영화의 제왕 " 이라는 타이틀과 " 팝아트의 교황 " 이라는 월계관을 거머쥔, B 서정의 난폭한 제왕이기 때문이었다. 누가 나에게 로저 코먼이 연출한 << 공포의 구멍 가게 / 1960 >> 와 프란시스 코폴라가 연출한 << 지옥의 묵시록 / 1979 >> 가운데 어느 작품이 더 훌륭한가, 라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로저 코먼이 만든 엉터리 영화 << 공포의 구멍 가게 >> 에 손을 들어주리라.  << 지옥의 묵시록 >> 은 << 대부 >> 로 극찬을 받은 프란스시 코폴라 감독이 겁대가리 없이 잘난 척하다가 스펙타클하게 망친 제작 재난 영화였다. 

 

3000만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제작비, 15개월에 걸친 촬영기간, 2년이 넘도록 끝내지 못한 후반 작업'은 이 영화에 참여했던 제작사 3곳을 쫄딱 망하게 만들었다. 당시 영화 1편 당 평균 촬영 기간이 55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폴라 감독은 머나 먼 필리핀 정글에서 월권을 행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말론 브란도가 " 호러, 호러 !! " 라고 낮게 외치는 장면이 전부였다.  반면 << 공포의 구멍 가게 >> 는 이틀 만에 촬영을 마쳤고 제작비는 5만 달러에 불과했다. 규모로 보자면 골리앗과 다윗이었지만 내 눈에는 로저 코먼 식 싸구려 공포 영화'가 더 훌륭한 영화'처럼 보였고, 많은 영화광들이 이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

 

<< 공포의 구멍 가게 >> 는 이틀 만에 후다닥 만들어진 영화였지만 심야 상영, 재상영 전문 극장, 비디오 대여점, 그리고 각종 무대 공연과 리메이크 영화 등으로 30년 이상 살아남은 영화가 되었다. 로저 코먼은 이 책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릎 탁, 치며 아, 했다. 비주류 신분으로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깨달은 통찰이었다.

 

​난 1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를 보면 그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아닌지를 알아낼 수 있다. 3천만 달러, 5천만 달러로 올라가면 방법이 없다. 제작비 5천만 달러짜리 영화는 이렇게 생겼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 조지 루카스는 << 스타워즈 >> 에서 돈을 제대로 썼다. 스크린에 그게 나타난다. << 천국의 문 >> 이나 << 이시탈 >> 의 경우는 분명히 그렇지 않다.

 

- 로저 코먼, <<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 15쪽

로저 코먼이 지적했던 것처럼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 제작 비용 대비 화면의 효율성 " 을 계산하는 것이다. 샘 레이미 감독의 << 이블데드 >> , 코헨 형제의 << 블러드 심플 >> , 프랭크 헤넨로터의 << 바스켓 케이스 >> 를 보는 재미는 바로 제작 비용 대비 효과의 극단적 효율성에 있다. 이러한 영화는 마치 가난한 조강지처가 한 푼 두 푼 아끼며 써내려간 가계부를 볼 때 느끼게 되는 감동과 비슷하다. 자기 머리를 잘라 마련한 시곗줄과 시계를 팔아 머리빗에 감동하듯이 나는 종종 적은 제작비로 악전고투하며 만든 저예산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로저 코먼의 제작 후일담을 담았다.

 

로저 코먼이 쓴 서문은 감동적이며 << 공포의 구멍 가게 >> 에 대한 후일담은 흥미롭다. 영화만큼 재미있는 입담이다 ■



 

 

 




지옥의묵시록에 대한 후일담 지금은 영화를 파일  저장 형식으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혼자 영화광 흉내를 낼 수 있었지만 옛날에는 CD 저장 방식이어서 일일이  " 시네마떼끄 " 를 찾아다니며 영화를 보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광들 사이에서는 연대가 이루어졌다. 그 당시는 영화 이야기'만 하면 행복한 시절이었다. 오고가는말풍선 끝에 << 플래툰 >>과 << 지옥의 묵시록 >> 가운데 어느 작품이 더 뛰어난 작품인가를 놓고 끝장토론을 펼친 적 있다. 정성일 키드'들은 당연히 << 지옥의 묵시록 >> 에 손을 들었다. 아카데미 작품상보다는 칸느 황금종려상'이 주는 로열티 때문이리라. 열에 아홉은 코폴라 감독'을 지지했고 그중에는 << 플래툰 >> 을 그지같은 영화라고 핏대를 세우는 열혈 키노 키드'도 있었다.

 

<< 플래툰 >> 이 << 지옥의 묵시록 >> 보다 낫다고 주장한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처음부터 << 플래툰 >> 을 열정적으로 지지할 생각은 없었는데 상대 진영에서 << 플래툰 >> 을 그지같은 영화로 폄하하는 바람에 화딱지가 난 나는 똑같은 방식으로 << 지옥의 묵시록 >> 이야말로 그지같은 영화라고 맞대응했다. 내가 내세운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A급 감독이 만든 영화치고 내러티브가 지나치게 불균질적이다. 2. 제작비 3000만 달러'가 투입되었는데 헬리콥터 장면 빼고는 효과가 없었다. 3. 감독은 제작자와의 약속을 중요시해야 하는데 감독의 고집으로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고 그것 때문에 제작사가 도산했기에 감독은 책임을 져야 한다. 4. 무엇보다도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나중에는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에는 " 네 똥 굵다 ! " 로 끝났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 그 친구들이 << 지옥의 묵시록 >> 을 걸작이라고 한 이유에는 코폴라와 칸느에 대한 로열티'가 작동한 탓이라 믿는다. ( 대부가 걸작이라는 데는 두 손을 들고 엄지손가락 세 개를 올리고 싶지만 지옥의묵시록이 걸작이라는 데에는 엄지손가락 두 개를 DOWN하겠다. 이 작품은 명백히 실패한 영화다. )  이 영화는 원래 4시간이 넘는 영화인데 극장 개봉은 2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로 상영되었다. 절반을 뚝 자른 것이다. 그러니 관객이 내용을 이해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 모였던 친구들은 몸통 절반이 떨어져나간 영화에 열광한 것이다. 마치 장편 < 레미제라블 >을 어린이용 문고 축약본으로 읽고 나서는 정독했다고 말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이 영화는 나중에 감독에 의해 다시 편집되어서 2001년에 3시간이 넘는 감독판으로 재상영되었다. 2시간짜리 영화와 3시간짜리 영화는 확연히 차이가 도드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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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14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골판지와 CG를 적절히 섞는 공드리 정도는 인정해주셔야 되지 않을지...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CG 전혀 안썼던 것 같고...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4 23:56   좋아요 0 | URL
공드리 같은 경우가 B서정을 자극하는 감독이겠죠. 헤넨로티가 감독한 < 바스켓 케이스 > 는 무명감독이 무명배우를 데리고 만든 초초저예산 호러 영화인데 정말 걸작입니다. 이 영화가 예상 밖으로 대성공하자 헐루웃 주류 안에서 2,3탄을 만들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개판 5분 전 영화를 만들더군요. 결국 돈이 넉넉하다고 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비주류 감성을 다룰 때는 확실히 가난의 미덕을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코폴라 감독이 드라큘라를 A급으로 만들었는데 저는 이게 더럽게 재미가 없더라고요. 마치 달동네 가난한 루저를 다루는데 명품 옷을 입고 있다고나 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의묵시록은 90년대 중반 국내 극장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예술 영화 마니아들과 이 영화에 대한 난상토론을 펼쳤는데 모두 다 위대한 영화`라는 거`였다. 나 혼자만 형편없는 영화라고 우겼다. 잘난 척하는 티가 너무 많이 나고, 감독 욕심 때문에 애꿎은 영화사 3곳이 도산했으니 무책임했으며, 촬영기일을 무한정 늘리는 것은 작가 정신이라고 우기면 안 된다. 글구... 시바 무슨 놈의 영화가 뭔 말인지 모르겠다. ㅡ 라고 우겼다. 내 말에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영화는 4시간 반 정도 길이였는데 제작사에서 2시간으로 축소 상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절반을 짤랐으니 당연히 영화가 이상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 쉽게 말해서 이 영화를 옹호했던 평론가 흉내 내는 이들은 전쟁과 평화를 다이제스트 판으로 읽고는 감동했다며 박수를 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AgalmA 2015-01-15 01:09   좋아요 0 | URL
취향 존중합니다. 모든 예술장르는 무용하면서도 이해불가능한 매력을 주기도 하잖습니까. 대표적으로 시가 그렇기도 하고요.
공감과 작품성은 자주 혼동되죠. 블록버스터 영화나 베스트셀러들이 자주 증명해주죠.

2015-01-15 0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5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5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7 0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1-1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곰발님 삘이 나는군요.ㅋ
저는 전쟁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두 영화를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플래툰 그지 같다는 말은 들었던 것 같아요.
제 기억에도 이해되는 쪽은 플래툰이었고, 지옥의...는 잘 모르겠던데
전쟁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원래 고전 영화는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어 끝까지 못 봤는데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네요.
이거 나중에 리메이크 되지 않았나요?
그래봤자 두 영화 허리우드. 미제 영웅주의 그런 거 아니겠어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7 06:36   좋아요 0 | URL
좀 늦게 댓글 달네요.
전 두 영화 다 안 좋아하는데 너무 플래툰 까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플래툰 옹호한 것 같습닏.
개인적으로 올리퍼스톤 영화를 좋아해요.
둘 다 서구의 자기반성을 담았으나 뭐 그닥 이런 반성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지라...ㅎㅎㅎㅎㅎ

지옥의 묵시록 리메이크는 안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리매이크가 아니라 감독판으로 보완해서 나오기는 했죠. 감독이 필름 숨겨두었다가 언젠가 다시 내놓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는군요. 1시간 정도 추가해서 다시 내놨습니다.

수다맨 2015-01-1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조강지처가 한 푼 두 푼 아끼며 써내려간 가계부를 볼 때 느끼는 감동! 이 비유가 참 쫄깃하게 들립니다. 저는 영화는 문외한이지만, 저번에 상세하게 써주신 스즈키 세이준과 오늘 본 이 글이 꽤나 접점이 많아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7 06:30   좋아요 0 | URL
전 정말 그런 이유로 b급 영화`를 봅니다. 돈은 없지. 간지나는 영화는 만들고 싶지, 배우 연기는 형편없지...
온갖 머리 짜내며 만든 영화가 바로 b급 영화예요. 글구 b급 영화 배우들 얼굴 보면 평범하잖아요.
내 얼굴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어찌 지내십니까 ?

수다맨 2015-01-18 06:53   좋아요 0 | URL
저번 달보다는 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ㅎㅎㅎ 날씨가 많이 추운데 곰곰발님께선 잘 지내시는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8 07:16   좋아요 0 | URL
저야 항상 똑같죠. 지겹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