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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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罰이 없으면 도망치는 재미도 없다



 

원작 소설'은 뛰어난데 원작을 각색한 영화가 형편없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리처드 매드슨의 << 나는 전설이다 >> 가 대표적이다. 원작에서 보여준 " 헤비 " 하며 " 블루 " 하고 " 다크 " 한 멜링콜리'를 이따위 SF 율동 쾌감 활극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 소설이 인간의 고독에 대해 말한다면, 영화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이래서 차이 밍량이 좋은 영화는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는 영화이고 나쁜 영화는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영화라고 말한 것이다. 팍스 아메리카 정신에 기반한 할리우드 영화의 맹점은 광활한 오지랖'이다. 그냥 " 너나 잘하세요. " 반면 형편없는 소설을 가지고 뛰어난 영화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충무로 속담에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형편없는 영화를 만들 수는 있지만 형편없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는 말이 떠도는데,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다. 형편없는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 자체가 판단 미스'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형편없는 소설로 영화를 만들 바에는 차라리 창착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게 더 낫다. 영화 << 모래의 여자 >> 는 20세기 걸작 소설로 평가받는 아베 코보의 << 모래의 여자 >> 를 각색했지만 원작이 가진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잘 만든 영화'다. 대중 영화이건 예술 영화'이건 초반 20분대 안에 관객에서 흥미를 돋울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흥미롭게 진행된다. 보다 보면 무릎 탁, 치며 아, 하게 된다. 굳이 공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영화 시작 후 20분대까지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상황 설명 부분'이기에 차분하게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한 튼튼한 근거 자료'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스릴러 영화는 대부분 영화 시작 부분에 중요한 복선을 깐다. 그래야지 뒤통수 제대로 맞은 관객이 영화 앞부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 보낸 장면이 중요한 장면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만약에 영화 전반보다는 영화 후반이 기똥차다고 해서 전반부를 무조건 상황 설정'만 하다 보면 관객은 모니터 전원을 끄게 된다. 관객이 지루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을 넘기면 관심을 끄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그러니까 지루해서 관객의 엉덩이가 들썩거릴 때 히든 카드를 꺼내야 한다. 모니터 채널을 돌리지 못하도록 말이다. 영화를 자세히 보다 보면 이러한 공식으로 영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장르 영화에 국한해서 설명하자면 공포 영화나 스릴러 영화는 20분대에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살인 장면'을 끼워넣는다.

영화 << 모래의 여자 >> 는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진행된다. 타이틀 디자인'부터 세련된 맛을 선사한다. 영화 시나리오는 소설가인 아베 코보가 직접 썼기에 소설과 영화는 내용이 거의 똑같다. 다음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보도 자료'다.



작품은 한 남자의 실종 사건이 근간이 된다. 주인공은 잿빛 일상에서 도피하기 위해 모래땅으로 곤충 채집을 나선다. 그가 찾아간 해안가 모래 언덕에는 기이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마치 부서져가는 벌집처럼 거의 20미터나 될 정도로 깊게 파인 모래 구덩이들 속에 집이 세워져 있다. 남자는 마을 사람들의 계략으로 여자 혼자 사는 모래 구덩이에 갇히게 되고, 흘러내리는 모래에 집이 파묻혀 버리지 않도록, 마치 쉬지 않고 돌을 굴려야 하는 신화 속의 시지프처럼 매일매일 삽질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어이없어 하는 그에게 여자는 자기 혼자서는 그곳 생활을 견디기가 벅차다고 해명한다. 한 집이 붕괴되면 사구에 자리잡은 마을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작업을 멈출 수가 없다고.

모래 퍼내는 것쯤 훈련만 받으면 원숭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고, 자기에게도 좀더 그럴 듯한 존재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니냐고 절규하며, 수차례 탈출을 시도하는 남자. 치밀한 계획 하에 구멍에서 빠져나오지만 결국 마을 사람들에 의해 돌려보내진 후 여자가 남자를 위로하는 장면에 삽입된 작가의 목소리, <서로 상처를 핥아주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영원히 핥고만 있는다면, 끝내는 혓바닥이 마모되어 버리지 않을까?>라는 부분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어내고 있는 독자들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그런데 작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이 탈출을 기도하는 남자를 위협하는 수단이었던, 그들이 배급해 주어야만 얻을 수 있었던 물을 모래 속에서 끌어올리는 유수 장치를 우연히 발명하게 된 이후, 남자는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도 탈출을 뒤로 미룬다.

마을 사람 누군가에게 유수 장치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이 갑작스러운 결말 앞에서 독자는 멈칫거리게 되고, 일상의 존재 근거에 대해 다각도로 되묻게 된다


ㅡ 출판사 소개글 中

내가 이 소설(영화)에 뻑이 간 원인은 도입부 때문이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8월 한여름의 사막 기후, 천연 암반수를 얻기 위해 시추한 구멍처럼 깊은 지하 세계에 지어진 집, 모래 구멍 지옥에 갇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벌이는 잰더 트러블'에서 비롯되는 밀당이 흥미쥔쥔하다. 한여름, 해변가에서 뒹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땀 때문에 달라붙는 모래'가 주는 불쾌감을 잊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하루 종일 비처럼 모래가 쏟아지는 곳이다. 소설과 영화에서는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모래 집에서 갖게 되는 섹스 또한 고통으로 얼룩지리라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모래 위'에서 섹스하지 마라. 모래 때문에......  아, 퍼요. 소설(영화) 도입부의 강렬함은 끝까지 간다.

개인적으로 << 모래의 여자 >> 는 20세기 문학을 통틀어서 가장 위대한 소설 탑 10 중 하나'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서사 자체가 독자를 압도하는 소설은 흔한 일이 아니지만 이 소설은 대중성은 물론이고 예술성도 갖췄다. 누구나 탐낼 텍스트'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아닐까 싶다. 아, 술 마시면서 쓰다 보니 급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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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2-1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아베 코보는 손이 잘 가지 않아서, 책만 사두고 여태껏 읽지 않았습니다. 곰곰발님 글을 읽고 나니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3 14:2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 작품이 있지요. 아베 코보 작품을 다 읽을 필요는 없지만 < 모래의 여자 > 만큼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수다맨 2015-02-13 15:45   좋아요 0 | URL
이 글과는 상관없는 얘기입니다만, 이명박 대통령 자서전에 대해 썼다가 알라딘 서재 관리자에게 얼마전 메일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 비속어 사용 및 제3자에 대한 명예훼손 등 미풍양속을 손상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상품 페이지에서 노출을 중지시킨다고 하더군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3 16:27   좋아요 0 | URL
허걱이군요... 역시 각하는 항상 사람들을 허걱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십니다.
뭔 놈의 미풍양속을 손상시키는 것인지.... ㅎㅎㅎㅎㅎㅎ
그의 존재 자체가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슾네요.. 헐...
 
우나기 (화질보정판) (Unagi/3장 구매시 리모콘 홀더증정)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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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나기, 1997  >>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작품 : 성실한 삶을 살던 다쿠오는 어느날 아내의 불륜의 현장을 목격하고 아내를 난자하여 살해한 후, 경찰서로 가서 자수를 한다. 8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후 가석방을 한 그의 손에는 뱀장어가 한 마리 들려져 있다. 다쿠오는 조그만 변두리 마을에 이발소를 차리고 정착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채 오직 뱀장어에게만 관심을 쏟으며 살아가는 다쿠오. 어느 날 그는 숲속에서 자살을 하기위해 약을 먹고 쓰러져있는 게이코를 구해준다. 정신이상자인 어머니와 고리대금업자 애인 사이에서 방황을 하고 있던 게이코는 다쿠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지만 다쿠오는 쉽사리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느날 게이코의 애인이 이발소로 들이닥쳐 난동을 부리자 다쿠오는 분노와 증오로 상대방의 목에 칼을 댄다.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는 다쿠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며 게이코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줄 것을 약속한다.

 

 

1926년 도쿄에서 태어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와세다 대학교 재학시절부터 연극에 관심을 갖고 희곡을 쓰며 좌파 연극 활동을 했다. 1951년 쇼치쿠 영화사에서 오즈 야스지로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이후 스튜디오의 도제 시스템과 오즈 영화 스타일에 대한 반감으로 닛카츠로 옮긴다. 새로운 영화사에 정착한 그는 1958년, 전후 일본 사회의 혼란을 유랑극단의 타락한 삶에 비추어 그려낸 <도둑맞은 욕정>으로 장편 영화감독에 데뷔한다. 첫 연출작부터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심을 강하게 나타낸 그는 사회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나 하층계급에 속한 이들의 끈질긴 생명력, 삶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포착해왔다. 1960년대 가장 문제적 감독으로 손꼽히는 오시마 나기사와 함께 일본 뉴웨이브를 이끄는 주역이 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1965년 '이마무라 프로덕션'을 설립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TV 다큐멘터리에 전념한 그는 <복수는 나의 것>으로 일본 국내 영화상을 휩쓸기도 한다. 1982년에는 <나라야마 부시코>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여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1997년 <우나기>로 두 번째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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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영화 우나기 소개 글에서 부분 발췌

 

 

 

 

ㅡ 꼼장어의 정식 명칭은 " 먹장어 " 다. 먹장어는 경골어류인 다른 장어'와는 달리 턱뼈가 없어서 무악류로 분류된다. 기생충 흡반처럼 생긴 입으로 기생충처럼 생명체 몸에 붙어 살을 빨아먹고 산다.  모양새와 식습성이 혐오스러워서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먹지 않는다. 주로 껍질은 가죽으로 사용되었는데 해방 직후 먹거리가 부족했던 한국인은 껍질이 벗겨진 채 버려진 먹장어를 먹기 시작했다. 질긴 생명력 때문에 껍질을 홀랑 벗겨 토막을 내도 불판 위에서 꼼지락거린다고 해서 " 꼼장어 " 라고 불렸다.

 

욕망의 아나고

 

보험금을 수령하면 이 지긋지긋한 장어구이 가게를 때려치우고 근사한 카페 하나 차리리라. 나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아내를 죽일 계획을 꾸몄다. 아내와 잠자리를 갖지 않은 지는 오래되었다. 아내는 이유 없이 섹스를 거부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때 아내는 나 몰래 젊은 놈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아내가 죽으면 보험금은 10억이 나온다. 물론 보험 회사에서는 나를 의심은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있다. 아내는 오늘도 술에 취해 가게 바닥에 누워 자고 있다. 장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셨다고 하지만 그것은 변명'이다. 사내만 보면 추파를 던지는 여자'다. 아내를 살짝 흔들어 보았다. 입을 벌린 채 자고 있는 것으로 보아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나는 수족관이 있는 곳으로 가서 펄떡거리는 장어 열 마리'를 꺼냈다. 모두 아이 팔뚝 만한 놈들이었다.


내 비장의 무기다. 물 밖으로 나온 장어는 숨을 곳을 찾아 고통스럽게 움직였다. 장어는 어둡고 촉촉한 구멍을 좋아해서 구멍이 보이면 무조건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다. 나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붕장어를 일본어로는 아나고라 하는데 한자 표기로는 

 

눈빛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아내는 입 속에 들어간 장어를 꺼내기 위해 손으로 장어를 잡고 필사적으로 밖으로 빼려고 했지만 미끄러운 장어를 꺼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내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다가왔으나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벌어진 입 사이로 붕장어 꼬리가 보였다. 마치 검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마녀 같았다. 입 속으로 들어간 장어는 살기 위해서 식도를 갉아먹을 것이다. 형사가 물으면 요리를 하기 위해 부엌에 둔 장어가 도망치다가 누워 자는 아내 입 속으로 들어갔다고 할 생각이다. 바닥에 나뒹구는 장어 몇 마리만 남겨둔 채 나머지는 비닐 봉투에 담아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 바닥에 장어가 너무 많으면 형사가 의심을 할 게 분명하다. 나는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이제 번거로운 몇몇 절차만 끝나면 보험금이 나오리라.


형사 앞에서 슬픈 표정을 한다는 게 무척 힘들었다. 심각한 표정을 짓자니 자꾸 웃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곳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에 가서 웃으리라. 변기 카버를 열고 바지를 내린 후 앉았다. 낄낄, 웃음이 났다. 낄낄낄, 계속 웃음이 났다. 그때였다. 묵직한 것이 내 몸을 뚫고 들어오는 통증을 느꼈다. 항문 쪽이었다. 엉거주춤 일어나 살펴보니 장어 한 마리'가 항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시발.... " 나는 장어 꼬리를 잡고 있는 힘을 다해 빼려고 했으나 힘 좋은 장어는 그럴수록 더욱 세차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 죽음에 대한 공포와 함께 묘한 배변욕 그리고 오르가슴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꼬마 한스가 되었다. 나는 이제 곧 죽으리라. 대장 길을 거쳐 소장으로, 앞으로, 앞으로.... 날카로운 장어 이빨이 내 몸속을 뜯으리라.



에필로그

 

" 9시 뉴스입니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항문에 장어가 기어들어가는 사고로 4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색정사'로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은 평소 김 씨 부부가 섹스리스'로 성 상담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보아,  최근 아내와 사별한 김 씨가 평소에도 장어를 가지고 유사 항문 섹스 행위에 심취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월례 회의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 청문회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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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2-1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최종분석`을 본 후, 끝까지 확인해야 할 것은 한국어만은 아니다라고 느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2 18:07   좋아요 0 | URL
최종분석 보셨군요...... ㅎㅎㅎ. 역대급 반전이었죠.....
 
회로 - 할인행사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다케다 신지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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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 속의 검은 입


전쟁에서 혼자 남아 마지막으로 죽고 싶어하는 군인은 없다고 한다. 명쾌하지는 않아도 인간적인 진리다


ㅡ 알베르스 산체스 피뇰, 차가운 피부 중


 

 

 

 

 

 

12살 때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20년이 흐른 후였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청춘을 병실에서 의식 불명인 상태로 흘러보낸 것'이다. 당혹스러운 점은 정신은 " 12살 얼라 " 인데 육체는 " 32살 얼은(어른) " 이라는 데 있었다. 크라는 키는 안 크고 좆'만 쑥처럼 쑥쑥 컸다. 12살 얼라가 감당하기엔 너무 거시기했다. 도대체 이  폭풍 성징을 어쩌란 말이냐 ? 변화는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민둥산이었던 곳에 거뭇거뭇한 침엽수림이 군락을 이루었다. 병실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나는 아주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냥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났을 때의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깊게 들숨을 마신 후 날숨을 오래 내쉬었다.

 

사타구니가 가려워 팬티 속에 손을 넣어 긁다가 까끌까끌한 거웃을 발견했을 때 느끼게 되는 오묘한 공포심을 당신은 알까 ? 나는 << 나 홀로 집에 >> 에 나오는 얼라처럼 비명을 질렀다. Y지점이 " hairy " 해서 털을 깎고 싶었으나 부끄러워서 엄두가 안났다. " 성장 " 이 아니라 " 성징 " 으로 자라난 육체는 점점 비극으로 치달았다.  나는 몸집만 컸지 정신연령은 아이인, 영화 << 빅 >> 에 나오는 톰 행크스 신세'였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온다고 했던가. 내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그 사랑은 불행의 씨앗이었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11살 여자'였다. 지금 나는 깜빵에서 이 페이퍼를 작성한다. 요즘, 세상 참...... 좋아졌다 ㅡ

대충 얼개'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구상해 놓고는 사람들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했다. 대부분은 박장대소하며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영화 << 빅 >> 과 유사한 설정이라는 조롱과 함께 << 롤리타 >> 의 판타지 버전'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나는 이 유사성'을 장르적 특성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말했다. " 롹이라는 장르에 묶인 롹 음악'은 모두 롹 ㅡ 스럽고, 트로트 장르에 묶인 트로트 가락 또한 폭스트로트 풍으로 모두 비슷하지 않느냐. 내가 구상한 이야기 또한 몸(혹은 영혼)이 바뀌는 << 체인지 ㅡ 서사 >> 장르에 속한다. 그러냐, 안 그러냐 ? " 내가 보기엔 << 프랑켄슈타인 >> 과 << 롤리타 >> 는 동일한 서사 구조'를 가진 작품이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은 정신은 삼척동자인데 육체는 육척거한'인 자의 비애를 다룬 소설이었고

허버트 허버트 씨 또한 정신은 삼척동자인데 육체는 육 척 거한'인 자의 성애'를 다룬 소설이었다. < 비애 > 냐 < 성애 > 냐가 다를 뿐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몸에 맞지 않는 옷 때문에 괴로워하는 어른'이다. 내가 구상한 32살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 열애 > 이지 로리타 컴플렉스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탐 행크스가 연기한 조쉬,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 롤리타를 사랑한 허버트 허버트'는 한통속'이었다. 이들은 정신은 12살인데 좆만 커서 고통받는 성기거대증 환자'다. 부럽다, 시바. 바로 이 체인지ㅡ서사'에 밥 숟가락 하나 얹을 속셈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구상을 포기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연출한 << 인간 합격, 1998 >> 이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옥신각신, 오고가는 말풍선이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할 때 영화 꽤나 봤다던 K가 흥미없다는 듯 말했다. " 그거 기요시의 << 인간 합격 >> 이네... " 영화는 14살 때 교통사고로 10년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나는 주인공을 다루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아, 하고 무릎 탁, 치기에는 영화가 무척 뛰어났다. 도대체 저 인간(구로사와 기요시)은 4달에 한 편씩 영화를 속전속결로 만드는 주제'에    " 내가 영화 한 편을 찍는 데는 보통 서너 달의 시간이 걸린다. 기획이 한 달, 시나리오 한 달, 촬영 한 달, 후반작업 한 달. 이렇게 찍다 보면 1년에 3~4편을 찍을 수 있다. "  기요시, 잡지 키노와의 인터뷰    하나같이 걸작인 이유는 무엇일까 ? 저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맥빠진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까지'는  말머리'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다.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었던 것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걸작 << 회로 回路, 2001 >> 라는 영화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짜증낼 필요도 없다. 내 글은 본래 삼천포는 팔 할이고, 본론이 사족'이니깐 말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인터넷을 통해 유령이 출몰하고 유령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죽거나 실종된다는 이야기'다. 기존 영화 << 링 >> 을 그대로 카피했다고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니다. 유령이 출몰하는 근원지가 비디오 테이프에서 인터넷'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구로사와 기요시의 천재성이 발휘된다.

 

 

 

<< 회로 >> 는 << 링 >> 을 뻔뻔하게 카피했지만 << 링 >> 보다 풍부하고, 아름다우며, 진지하다. 현대인은 인터넷이라는 연결망 속에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단락短絡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니까 회로'에서 두 점 사이가 떨어지지 못하고 두 점 사이가 접속이 되는 순간 소통이 아닌 불통이 된다는 의미'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외로운 존재'다. 영화를 보다 보면 공포 영화'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게 된다. 저예산 공포 영화에서 모딜리아니 그림과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현대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쾌락에 가깝다. 색감을 탈색시킨 우중충한 회색톤과 " 포커스 아웃 " 시킨 화면 그리고 인간과 유령 사이에 개입되는 불순물(들) :

예를 들면 커튼, 건물 기둥, 불투명한 비닐'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점'은 주체와 객체 사이를 끊임없이 간섭하는 노이즈 효과를 발생한다. 이처럼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 노이즈 " 에 의해 지지직거린다. 이 글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쓴 글로 집요하게 내용을 파고들면 자칫 따분할 수가 있으니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다른 식으로 접근하도록 하자.

 

 

영화 제목인 회로回路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 回 > 라는 한자'다. 입 속에 입이 있는 형국이다. 영화 << 링 >> 이 도형 ○이 주는 공포라면, << 회로 >> 는 도형 □ 가 주는 공포'다. 곡선이 따스하고 전원적 풍경'이라면 직선은 차갑고 도시적 형태를 띤다. 제목 회로에서 回 는 네모인 형태 口'가 겹친 형태'인 점을 감안하면 영화 주제'와 절묘하게 섞인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집요하게 口 형태의 미장센을 구축한다. 그것은 컴퓨터 모니터 모양새와 유사하다. 사전을 찾아보면 回 는 돌아온다 라는 뜻이다. 돌고 돌아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니 영화 << 링 >> 의 원형 ○ 과도 일맥상통한다. 영화 << 링 >> 에서 우물은 촉촉하고 검은 구멍으로 물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여성 성기에 대한 은유로 읽히는데 << 회로 >> 또한 물 위에 떠 있는 배에서 시작해서 같은 장소에서 끝난다는 측면에서 물 이미지와 연관이 있다.

回 는 소용돌이'를 닮았다. 누구나 전쟁터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적이 점령한  적지敵地 에서 유일하게 혼자 남아 마지막으로 죽고 싶어하는 군인은 없다. 하루를 더 사느니 차라리 의지할 동료 병사가 있을 때 죽는 것이 낫다. 죽음보다 공포스러운 것은 바로 홀로 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처절한 외로움을 다룬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귀신은 무서운 존재라기보다는 외로운 존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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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2-09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개월의 한 편이라. 정말입니까? 대단하네요.
김기덕 감독은 주로 비행기 안에서 시나리오를 쓴다고 하더군요.
비행기 뜰 때 쓰기 시작해서 착륙할 때쯤 한편을 쓴다고. 물론 초고고 거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초고라지만 고치겠습니까?
그런데 부럽긴 해요. 그의 자유로움이. 그냥 내가 쓰고 내가 찍는다. 그런 거잖아요.

이 동네도 동영상이 되서 다행입니다.
곰발님 여기선 동연상 안된다고 끙끙대시더니...
전 기계치라 동영상은 감히 꿈도 꾸지 않고 있습니다만.ㅠ

저 동상상 귀신 잠시 삐끗 웃겼어요.
진짜 배우가 그랬을까요? 아님 카메라가 조금 더 뽀샵질을 해 댔을까요?
난 이런 게 궁금하더라.ㅋㅋ
귀신 영화 의외로 생각보다 무섭지 않은데 선뜻 볼 마음이 나질 않아요.
그런데 귀신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외로운 존재란 곰발님 말씀에 웬지 방점을 찍고
선입견 없이 봐 주기도 해야할 것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9 20:14   좋아요 1 | URL
이게 밑도 끝도 없이 저 장면만 오려서 그렇지 처음부터 보면 존나 무섭습니다.
저 장면은 아마도 무용을 전문으로 한 춤꾼이 연출한 장면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 < 링 > 에서 나오는 귀신도
무용하는 사람이에요. 몸으로 표현하는 직업이 무용수니 그런 장면을 연출했지
일반 배우에게 하라고 하면 절대 못 나올 율동입니다.

기요시`는 영화 찍으면서 동시에 다음 작품 구상을 한다고 하네요...
요즘은 인기가 높아서 기요시도 그렇게 다작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거장 반열에 올랐어요...

AgalmA 2015-02-09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ㅁ미장센 끝내주네요! ㅁ도 ㅁ지만 사선을 칼날같이, 어둠들의 배치도 정말 절묘!
문득 일본 귀신들의 관절 자유형과 우리나라귀신의 뭐없음형(내 다리/자리 내놔라)의 지정학적 비교까지 하고 싶어질 정도~ㅎ
곰곰발님은 아무리 똑같은 소재라도 재밌게 쓰실 거임. 곰곰발님의 글맛은 소재보다(아이디어도 좋아요) 그것들을 엮어 입맛 돋우는 사설조로 푸는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하니까요. 응원합니다. 여기서 기력낭비마시고 소설을 쓰시라니까요!
기요시 영화 정말 다 섭렵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매력적이네요. 와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9 23:26   좋아요 1 | URL
미장센 좋죠 ? 저건 시쥐도 아니고 그냥 무용 좀 하는 사람이 한 것입니다. ( 정확한 정보는 아님.. )
이 감독이 영리한 게 왜 귀신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 인서트 컷으로 대체하지 않습니까. 느닷없이
팍 나타나서 놀랠키는...

대부분 빠른 편집으로 귀신을 등장시키고는 하는데 오히려 기요시는 귀신의 등장을 롱테이크로 찍습니다.
요기서 나오는 긴장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롱테이크 속에 그냥 툭 던져요. 집중력 약한 사람은 귀신이 나온 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죠. 감독이 강조를 안 하거든요... 그게 더 무서움..
 

 

 

 

이 시대 다이하드바디ㅡ들

 

 

다이하드 하드바디 (a diehard hardbody ) : diehard + hardbody'를 합친 합성어'로 줄여서 다이하드바디'라고도 한다.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홀로 서는, 24시간 발기되는, 결코 죽지 않으려는 불굴의 페니스 인간을 " diehardbody " 라고 한다. 대표적 인물로는 윤창중 씨와 일베'가 있다.  과도한 남성성'을 과시하는 영화 << 실미도 >> 에서 보여준 실미도 부대원 캐릭터들이 전형적 다이하드바디ㅡ들'이다.

 

- 형설시공사, 오소리 깻잎 입말 사전 중

 

 

 


브루스 윌리스 때문에 잘 알려진 diehard 라는 단어는 여간해서는 죽지 않는다는 뜻과 함께 보수적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저잣거리 입말로 번역하면 " 거머리 같은 (새끼) " 정도가 될 것이고, 보다 쎈 억양'으로 강조하자면 " 찰거머리 같은, 완전 어이 없어...... 이 개 꼴통 호러 (새끼) " 가 적당할 것이다. 찰거머리 하니, 옛 기억이 생각나누나. 논두렁에서 물고기 잡다가 정강이에 거머리가 달라붙은 적이 있었다. 거머리는 내 몸에 붙어서 피를 쪽쪽 빨고 있었다. 그 느낌이 매우 이상했는데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그 부위가 가려웠다. 서울 아이'였던 나는 무서워서 떼어 낼 생각'은 엄두도 못냈다. 울고 있으니 사촌 형이 와서 떼어 냈는데 피를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얼라 고추 만했다. 사촌 형은 거머리를 떼어 낸 후 돌로 거머리를 찧어 죽였다.

몸이 두 동강이가 났다. 새빨간 피'가 터졌다. 아, 저 피'는 내 피가 아니었던가 ! 신기한 것은 그토록 몸이 짓이겨졌는데도 살아 있었다는 점이다. 거머리가 잘려나간 몸뚱이를 이끌고 피를 질질 흘리며 움직였을 때 나는 몸서리를 쳤다. 결국 사촌형은 볕이 쨍쨍 비추는 평평한 바위 위에다 거머리를 놓았다. 마치 물놀이를 마치고 젖은 옷을 바위 위에 널어 놓는 것처럼. " 거머리는 말려서 죽여야지 발로 짓밟는다고 죽지 않아 ! " 그날 이후로 나는 거머리 공포증'이 생겼다. 영화 << 다이하드 >> 에서 잰틀한 악당'들이 보기엔 브루스 윌리스가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거머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내가 즐겨 쓰는 말 중에 hardbody 란 단어가 있는데 사전적 의미는 체격이 건장한 사람'을 뜻한다. 알타이어 계통으로 말하자면 " 말 근육 싸나이 " 정도 될까 ?

 

 

​ㅡ 존 람보, 그는 18센티미터가 아닌 180센티미터가 족히 넘는 거대한 남근을 두 손으로 잡고 있다. 이 딱딱한 하드 바디'는 그의 밤꽃 작렬하는 테스토스테론 이미지를 강화한다. 한때 그는 극영화로 데뷔하기 전에 포르노 배우'였다.


90년대 다이하드'를 대표하는 인물이 브루스 윌리스'라면, 80년대 하드바디'를 대표하는 인물은 실베스타 스텔론(람보)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터미네이터)'였다.    70년대 하드바디를 대표하는 인물은 << 더티 하리 >> 시리즈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 였다.        이들 육체는 말 그대로 " 리쎌웨폰(살인무기) " 이다. 무기 없이 일당백으로 싸워 백전백승한다. 그가 휘두르는 주먹은 총알 한 방의 위력이요, 이단옆차기는 핵탄두'였다. 사실 다이하드的 인물와 하드바디的 인물은 일맥상통한다. 둘 다 밤꽃 향기 작렬하는 테스토스테론을 찬양하며 불사의 존재'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만약에 이들이 나라를 세운다면 국화國花는 밤나무가 될 것이다. 결국 diehard = hardbody  다. 이들이 한통속이라는 점에서 내가 만들어낸 합성어'가 diehard 와 hardbody  를 합친  " 다이하드바디 diehardbody  " 다.

 

 

ㅡ 닭 가슴살과 달걀 흰자위 그리고 피나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하드바디. 그는 헐리후드 무비 스타이기 이전에 뛰어난 육체미 운동 스타'였다. 말 그대로 단단한 하드 바디'였다. 이 하드바디'가 할리우드 시스템과 접목하면서 " 다이하드바디 " 가 탄생하게 된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보수 정권이었던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 시절 , 스텔론과 슈왈츠제네거'는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였다.

다이하드바디'는 수많은 죽빵으로 인해 죽을 것처럼 앵앵거리다가도 위기가 닥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 위기에서 벗어난다. 죽어도 죽지 않는 불사의 정신'은 묘하게 페니스'를 닮았다. 페니스 또한 죽었다 다시 발기하고, 점령당했다가 다시 나라를 텐트를 세우나니(?) 가히 다이하드바디'라 할 만하다. 밤나무가 국화'라면 남근은 토템'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다이하드바디'가 유행하던 할리우드 영화를 살펴보면 보수 정권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다이하드바디를 대표하는 밤꽃작렬만발말근육싸나이'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은 모두 공화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유행했다. 80년대 레이건을 대표하는 밤꽃작렬만발말근육싸나이'가 실베스타스텔론의 << 람보시리즈 >> 였다면, 90년대를 대표하는 다이하드바디는 단연 브루스 윌리스의 << 다이하드 >> 시리즈'였다.

 

 

ㅡ 액션영화의 판도를바꿔버린 << 다이하드 >> 는 과도학 육체미'를 과시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스텔론과 슈왈츠제네거 영화와는 다른 영화'이다. 그는 좆빠지게 뛰고 나면 숨 넘어가듯 헐떡거린다. 하지만 죽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결국 보수화는 남성성을 강조하는 다이하드바디'를 호명한다. 그렇다면 이명박을 거쳐 박근혜로 이어진 시대의 다이하드바디'는 누구인가 ? 할리우드 다이하드바디'가 액션 영웅'이었다면, 한국우드 다이하드바디'는 자식들을 위해 죽도록 고생하는 아버지'이다. 그러니까 미국식 영웅이 악당 때문에 죽을 고생을 한다면, 한국식 영웅은 가족 때문에 죽을 고생을 한다. 전자가 인류애를 가장한 액션 휴머니즘이라면 후자는 인류애고 나발이고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보자는 식이다. 아들이 집을 나가고 아빠는 소식이 끊긴 마당에 무슨 놈의 범인류애적 휴머니티'란 말인가. 영화 << 광해 >> 는 임금과 백성의 관계를 부자지간으로 설정한 가족 서사극'이었고, << 변호인 >> 또한 아버지가 없는 국밥집 아들을 위해 송변호사가 아버지 역할을 하는 가족 서사극'이었다.

<< 국제시장 >> 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부재를 장남이 대신한다. 이들 유사 아버지'는 모두 자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그것은 한국 국민이 더 이상 국가'라는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을 보호하고 케어해 줄 대상을 국가에서 아버지'로 축소한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 영화는 점점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에서 믿을 것이라고는 가족 밖에 없다는 가족주의에 집착한다. 영화 << 국제 시장 >> 은 그 정점이다. 시선을 자꾸 가족 내'로 한정하니 타자와의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 국제 시장 >> 같은 영화가 천박한 이유'이다. 영화 << 친구 >> 를 패로디하자면 " 고마 해라, 가족애 많이 우려먹었다 아이가 ! " 눈물은 죄 없다. 동의한다. 하지만 백성이 흘린 눈물로 이득을 챙기는 사악한 놈이 있다면 그 눈물은 죄 있다.


 

 

 

​ㅡ 강냉이와 피밥으로 연명하던 시절의 육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기름진 王자 육체'를 봐야 하는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cg로 만들어진 황정민의 체형은 헬스 기구로 만들어진 육체이지 일상적 노동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바디'가 아니다. 이 영화는 가난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태도와 함께 가난했던 시절의 육체가 부끄러워서 cg로 지워버린 영화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진드기와 개미처럼, 당신이 흘린 눈물을 맛있게 먹는 정치가'가 있다.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신파를 이용했던 이명박과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했던 박정희 시대를 이용했던 박근혜 정권은 당신이 신파에 빠져서 질질 짜기를 바란다. 그래야지 보수는 정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미인 그들이 보기에 당신이 흘린 눈물은 진드기가 배설한 달콤한 배설물이다. 레이건 정권과 부시 정권 시절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이 대부분 남성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다이하드했다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시절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은 대부분 가난 때문에 다이하드하는 부모를 다룬다. 그러니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 드라마는 알고 보면 유사 할리우드 액션 영화'다. 그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제 부모'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는 아침마당 서사에 현혹되지 말자. 과도한 뽕끼'가 나라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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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굴의 페니스 인간으로 변희재를 추천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상대를 종북으로 음해해서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하잖아요. 멈추지 않는 종북몰이도 발기하는 페니스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7 20:06   좋아요 0 | URL
마녀사냥이야말로 대표적인 다이하드하는 하드바디`죠. 사라졌다 하면 나타나고 죽었다 싶으면 다시 세우는 불굴의 페니스`입니다.

수다맨 2015-02-0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파 영화는 유사 할리우드 액션 영화라는 통찰이 참으로 신선하네요. 얼핏 거리가 있는 두 장르를 동류항으로 묶는 글솜씨가 역시나 일품입니다.
그런데, 황정민의 저 왕자 몸매는 확실히 에러네요. 저런 몸매는 헬스를 통해 다져지지, 막일로 만들 수 있는 몸매는 절대 아닌데 말이죠. 감독이 제정신이 아닌가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8 19:37   좋아요 0 | URL
막일하는 사람은 주로 팔뚝이 굵어지잖아요. 실제로 헬스로 힘을 키운 사람은 막일을 잘 못합니다. 헉헉대기 일쑤죠. 왜냐하면 헬스와 막일은 힘을 쓰는 부위가 전혀 달라요. 누가 일상 막일에서 복근에 힘을 줍니까. 대부분이 팔 힘이죠.... 저건 확실히 헬스로 다져진 몸입니다. 저 장면 나왔을 때 우서씀...
 
의혹 속의 증거 (프루프)
조셀린 무어하우스 감독, 러셀 크로우 외 출연 / 기가코리아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실크보다 부드러운

 

 

 

 

사람들은 말(대화)보다 글(문장)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서 문장'을 자유자재로 생산하는 작가'를 동경한다. 일단 믿고 본다. 하지만 김수영이나 권정생 선생 같이 언행일치하는 작가'는 흔치 않다. 술자리에서 지저분하게 노는 놈은 거래처 김사장이나 이 작가나 박 시인'이나 모두 대동소이'하다.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몸'이다. 싸나이로 태어나서 얼라로 죽지 않겠다는 다짐과 꿀리지 않겠다는 정신과 꼴리고 싶다는 정신'이 뒤섞인 주체를 나는 " 다이하드바디 " 라고 부른다. diehard :  끝까지 버티는  와   hardbody : 체격이 아주 건장한 사람      가 결합된 합성어'다. 그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게 막 지은 따순 조어造語이니까 말이다. 박근혜 정권 초기, 정권에 빅엿'을 날린 ㅇㅊㅈ 선생이 대표적 다이하드바디'다.

시도 때도 없이 꼴리는 남근적 인간이 바로 다이하드바디'다. 하는 꼴을 보면 이런 말을 하고 싶다. " 에라이, 시발...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 ? " 영화 << 실미도 >> 는 다이하드바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해서 북파 계획에서 제외된 강성진이 울면서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할 때 정재형이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힘주어 외친 " 우린, 죽지 않아 !!!!!!! " 라는 말은 " 우린 다이하드바디'다 !!!!!!!!!! " 와 일맥상통한다. 이 자리를 통해 고백하자면 그동안 < 조낸 > 과 < 시바 > 로 문장을 완성한 내 글'은 내 글'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다이하드바디'인 것처럼 고백했지만 사실 나는 다이하드바디'가 아니다. 어디서부터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 나는 시각장애인'이다.

17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지금은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사람들은 맹인을 신뢰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항상 내게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하고는 했다. " 이 세상에서 장님을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단다. 사람이 네 앞에서 하는 말을 믿으면 안된다. 아무리 달콤한 말이라도 말이다. " 나는 그동안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은 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시각장애인'이라고 고백하는 순간 당신은 나를 무시할 테니까. 물론 나는 점자 읽기를 배운 적도 없고 타자를 배운 적도 없어서 읽지도 못하고 타이핑할 수도 없다. 이 지점에서 모두 공통된 질문을 던질 것이다. " 그동안 당신이 작성한 페이퍼와 포스트는 뭡니까 ?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내가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 타이피스트'가 내가 녹음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작성한 것이다.

 

그녀의 본래 직업은 국회 속기사'다. 그녀와 나는 신뢰'로 뭉친 관계'였다. 나는 그녀의 입을 통해 내 글에 대한 반응을 살필 수 있었고, 이 사실을 추호도 의심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이었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ㅡ 오늘 옷을 샀어요. 실크 재질이에요.

ㅡ 내가 앞을 볼 수 없어 유감이군요. 예쁜 옷인가 보네요 ?

ㅡ 한 번...... 만져볼래요 ?

ㅡ  그래도 될까요 ?  

목자가 길 잃은 양을 안내하듯,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실크로드로 안내했다. 놀랄 만큼 부드러웠다. 그 촉감은 내가 지금까지 만져보았던 그 어떤 옷보다 부드럽고 온기 있었다.

ㅡ 이건 옷 단추인가 보네요 ?

ㅡ 네, 단추예요. 

ㅡ 딱딱한 단추만 보다가 스테딜러 연필 지우개처럼 말랑말랑하니 독특해요. 이 옷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ㅡ 살 수 없어요. 단 하나뿐인 옷이거든요.

ㅡ 아, 그래요 ?

ㅡ 그래요.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은 실크가 아니라 내 벌거벗은 젖가슴이에요. 당신이 만지는 것은 젖가슴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이에요.

나는 화들짝 놀라서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옷을 벗은 채 내 앞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 그그그러니까 그녀는 내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를 놀린 것이다. " 장님을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지 ! " 분노와 혐오가 밀려왔다. 돌이켜보면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고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었다. 사랑 때문에 콩깍지가 씌였으니까.  신뢰 관계는 깨졌다. 이제 더 이상 그녀가 한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 공포의 외인구단 >> 에서 까치가 엄지에게 하듯, 그녀는 내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거짓말도 서슴치 않고 했을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내 글'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을까 ? 그녀가 내게 전해준 바에 의하면,  내가 글을 올리면 덧글이 평균 100개 정도 달린다고 한다. 공감 버튼은 300개 정도이며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10만 명을 넘는다고. 그녀는 일일이 내 팬이 남긴 덧글을 읽어주었다.

" 멋진 페루애 님 ! 당신 글을 읽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살고 있습니다. " " 너무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어요. 남편과 섹스하는 것보다 차라리 당신 글을 읽는 게 더 짜릿하답니다. 호호. " " 당신은 천재예요. 천재 !!!! " 주로 이런 반응들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게 혼란스럽다. 어쩌면 그녀는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나를 속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뛰어난 문장 실력을 감안하면 내 포스트에 덧글이 평균 100개 달리고 공감 버튼이 300개 정도 달릴 수도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어쩌면 약간 과장된 거짓말일 수도 있다. 나는 그녀를 해고하고 다른 남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이 글을 내 녹음을 바탕으로 그 아르바이트이 작업한 첫 번째 포스트'다.

이 지점에서 이웃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평소 내 블로그는 일일 방문자 수가 10만 명에 육박하는 인기 블로그가 맞습니까 ? 여러분의 솔직한 고백을 듣고 싶습니다.







추신


위험한 선택( proof, 1991 ) ㅣ 주인공 마틴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믿는다.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다. 어린 마틴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창밖 풍경을 들려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맹인을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지. 그는 엄마 몰래 카메라로 창밖 풍경을 찍는다. 그는 말보다 사진을 신뢰한다. 정직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사진 속 풍경을 세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할 생각'이다. 그래야 엄마가 거짓을 말했나 아니면 진실을 말했나를 알 수 있으니까,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세월이 흘러, 마틴은 착한 앤디'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를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신뢰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마틴을 사랑하는 가정부의 계략 때문에 앤디는 신뢰를 잃는다. 그에게 아주 오래 전에 찍은 사진을 건낸다. " 사진 설명 좀 부탁하네 ! " 앤디가 사진 한 장을 보며 읽는다. " 창밖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있어요. 오른쪽에 말이죠. 그리고 사진 왼쪽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네요. 사진이 찍힌 날은 좀 특이하네요. 햇볕이 쨍쨍 한데 비가 오고 있어요. 이런 날을 두고 호랑이 장가간다고 하죠. 시바, 호랑이는 좋겠네. 이런 대낮에 응응응도 하고...... "

이 영화는 러셀 크로우와 휴고 위빙'이 할리우드에서 뜨기 전에 만들어진 호주 영화'다. 숨겨진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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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투브에 가면 이 영화 full movie 버전이 있습니다. 감상하시길....

비로그인 2015-02-06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러셀크로의 워터 디바이너를 재밌게 봤는데 젊은 러셀 크로가 나오니 너무 반갑네요. 꼭 봐야겠습니다. 워터 디바이너는 개연성 없는 뽕끼 로멘스가 난무하지만 눈물나는 가족애가 찡했습니다...(역시 전 뽕끼스타일). 터키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터키 관광 홍보 영화로도 손색이 없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19:50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뽕끼를 마이너 뽕끼`라고 하는데 이런 뽕끼`는 가치 있는 뽕끼`입니다. 그러니까 두사부일체처럼 졸라 우기기만 하다가 느닷없이 가족애 들먹이며 눈물 짜니는 메이저 뽕끼`가 아닌, 뭔가 이창동스러운 절절한 가족애`가 마이너 뽕끼` 아닌가 싶습니다.

참... 이 영화 기회되면 꼭 보십시오. 보다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옴...

2015-02-07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