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 의복과 정치  



옷이 날개다,  아무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잉게보르그 바흐만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기형도


 

 

 

 

나는 하루의 시작이 늦은 편이다. 새벽 3시에 눈을 뜬다. " 새날 " 이 공식적으로 자정부터 시작되니   0시를 기점으로 하루가 바뀐다. 23일에서 24일로 바뀌는 순간은 아침 6시가 아니라 자정 0시'다    3시간 늦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3,4시간은 일찍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새날은 해가 뜨면 시작되는 게 아니라 해가 지고 가장 어두울 때 시작된다. 그렇기에 " 새날이 밝았다 " 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새날이 어두웠다, 라고 해야 맞는 말이 된다. 아침 해가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위아래위위아래, 위아래위위아래 칫솔질을 할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뜬 꼴이나 다름없다. 하루는 밤과 함께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드라큘라와 흡혈귀 족속이야말로 바른 생활 사나이들이다. 그들은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을 잔다.  

그동안 나는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0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흡혈귀와 06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인간 사이'에 낀 존재이니 말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난다고 해서 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찍 자면 되니까. 처음에는 저녁 8시에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여러 여건상 불가능해서 9시에 잠을 자기 시작했다. 저녁 9시면 박근혜 대통령 각하께서 한참 티븨을 종횡무진할 시간인데 그 시간에 발 뻗고 자고 있으니 불경스럽기는 하나 생활 패턴이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어떤 드레스코드'로 가난한 백성의 눈을 호강시킬까 ? 비비드한 분홍분홍 순모 100% 원단으로 멋을 낸 투 버튼 정장 스타일'일까, 아니면 단아함을 강조한 심플함과 덧대어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확립하고 밖으로는 자유 번영에 이바지할 도도한 80년대 어깨뽕 스톼일의 복고 복장을 강조하셨을까 ?

생활 패턴이 바뀌기 전까지는 날마다 바뀌는 박근혜 대통령 각하의 의상을 보는 재미로 뉴스를 보았는데, 박근혜 각하 패션 쇼를 볼 수 없어서 안타깝기 거지 같다. o, sorry !  오타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주제는 << 옷 >> 이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면서 유독 논란이 된 분야는 잘못된 정치가 아니라 잘못된 복장( cross dressing ) 이다.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이란 여자가 남성스러운 복장'을 하거나 남자가 여성스러운 복장을 하는 패션 스타일을 의미한다. 하지만 크로스 드레서는 성적 취향보다는 단순한 패션 취향에 가깝다. << 커피프린스 1호점 >> 에서 윤은혜가 연기한 고은찬 캐릭터가 좋은 예'이다.  여기에는 넓은 의미로 드랙 퀸( drag queen ) 도 포함될 수 있다.

술에 비유하자면 크로스 드레서'가 칵테일처럼 달달하고 알딸딸하다면, 드랙 퀸은 원 샷 원 킬'을 강조하는 고량주'다. 크로스 드레싱을 상징하는 인물이 윤은혜라면 드랙 퀸을 대표하는 인물은 존 워터스 감독의 히로인 디바인'이다. 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운 디바인 !  첨언하자면 크로스 드레서는 여자가 남성 넥타이 같은 소품 따위로 멋을 낼 수 있지만 드랙 퀸은 하이힐을 신어야 멋을 낼 수 있다. 드랙 퀸은 성 역할 위반을 기본 전제로 깐다. 나는 디바인이 컨버스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드랙 퀸'은 남자가 여장 복장을 하는 것으로 학교 축제 때 볼거리로 자주 활용되는 여장 남자 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드랙 퀸 취향이 주로 게이들이 은밀하게 자주 하는 복장이기는 하나 여장 남자 대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성애 사회에서도 유희로써 즐길 수 있는 패션쇼'다. 여장 남자 대회'가 축제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유는 성 역할 위반'에서 찾을 수 있다. 송해가 진행하는 << 전국 노래 자랑 >> 에서 핵심은 노래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땡 처리된,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가 땡 소리에 허겁지겁 무대 밖으로 쫒겨나야 하는 음치'에 있다. << 전국 노래 자랑 >> 은 노래 잘하는 사람이 상을 받지만 주인공은 음치'다. 이 방송은 진정한 의미에서 꼴찌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 여장 남자 대회 >> 도 마찬가지다. 학교 축제에서 우승 트로피는 여자인 듯 여자 아닌 여자 같은 크로스 드레서'에게 돌아가지만, 그것은 일종의 명예 훈장일 뿐 실제 주인공은 못생긴 크로스 드레서'다.

웃음 코드는 새빨간 킬 힐 위로 울퉁불퉁하게 솟은 우람한 장딴지와 시커먼 털, 신랄한 색조 화장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거무퉤퉤한 주둥이'에 있다. 그리고 성대를 괄약근처럼 바짝 쪼여서 발화하는 목소리'는 여성스럽기는커녕 더욱 웃긴 장면을 연출할 뿐이다. 그들은 << 빨간 머리 소녀와 늑대 >> 이야기처럼 최대한 여성스럽게 분장하고 연기를 하며 손을 문 틈으로 내밀어보지만 실패하게 된다. 늑대가 엄마가 입던 옷을 입고 엄마 흉내를 낸다고 해서 남매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늑대는 늑대다. 내가 박근혜 정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서정으로 " 크로스 드레서 " 를 선정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도 있겠으나 내 말을 끝까지 듣다 보면 나중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우, 하다가 결국에는 와, 하게 될걸 ?

박근혜 정부 들어서 유독 논란이 된 인사 참사는 크로스 드레서'와 깊은 관계가 있다. 윤창중으로 시작해서 이완구로 이어지는 비판 여론은 윤창중이나 이완구 따위는 관복을 입을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기에 옷을 벗어라, 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무늬만 여성'이라는 비판도 크로스 드레서와 맥을 같이 한다. 국민이 보기에 이들은 모두 우스꽝스럽다. 아무리 황금 옷을 입고 권위로 무장한 시커먼 법복을 입는다고 해도, 엄마를 잡아먹은 늑대가 엄마 옷을 입고 앵앵거린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썩은 생선을 향기나는 포장지로 포장한다고 해서 냄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박근혜 정권은 코드 인사'가 아니라 크로스 드레서 인사'다.


정치꾼은 화려한 관복에 목숨을 건다. 그것은 영화 << 아이언맨 >> 에 나오는 갑옷 슈트'이다. iron-man를 그대로 직역하자면 철면 : 쇠鐵 얼굴 面'이다. 여기에 옷을 더했으니 철면피 鐵面皮( 가죽 피 ) 가 된다. 다시 말해서 정치가는 대부분 철면피'다. 그들이 철면피 입고 갑질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쉽게 말해서 여의도는 " 어글리한 도전 수퍼모델 대회장 " 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 누더기의 왕 " 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예수도 자신의 패션 철학에 대해 말한 부분이 있다. 그는 마태복음 6장 25절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지 생각해 보라. 수고도 아니 하고 길쌈도 아니 하는지라. " 또한 누가복음 12장 23절에서는 "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고 몸이 옷보다 중하니라 " 하셨다.

 

옷이 날개'라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잉게보르가 바흐만의 싯구를 새겨들을 필요도 있다. 크로스 드레서와 드랙 퀸 그리고 철면피(아이언맨) 패션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모방과 흉내에 있다. 크로스 드레서와 드랙 퀸이 상대 이성에 대한 모방이라면, 철면피는 하늘을 나는 새를 모방한다는 측면에서 종을 " 가르지른다 cross "  이들은 모두 몸(속)과 옷(겉)이 다르다. 오빠의 옷빨에 속지 말자 ■

 

 





덧대기


크로스 드레서'에 대한 훌륭한 모범은 << 록키 호러 픽쳐 쇼 >> << 헤드윅 >> 그리고 개그콘서트 에서 한 꼭지를 담당한 << 대학로 로맨스 >> 다.  다음 글을 참조하라. http://blog.aladin.co.kr/749915104/7037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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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2015-02-2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룸에 지난 대선의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앞섰다는 멘트가 나오더군요. 집안일하다 언뜻 들어서 전체 투표율인지, 특정 연령대 투표율인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여하튼 그것이 여성 대통령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치가 반영된 값이고 실제 박근혜에 대한 여성 지지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세월호에서 봤듯이 사실 박근혜는 여성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여성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여성` 이 대표하는 일반적 특질, 혹은 여성의 보편성 , 그런 것들이 있고, `여성` 박근혜를 지지한 것은 그런 여성성을 지지한 것이지요. 물론 우익들은 `딸` 박근혜를 지지한 것일테니 좀 다른 측면이고요. 여성의 보편성이 뭐냐고 하면 그 규정은 또 다른 엄밀함이 있어야 겠지만, 일반적 정서로는 약자, 따뜻함, 사랑 뭐 그런것들이죠. 이런 정서는 여왕의 속성일 수 없고 당연히 박근혜에게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것을 너무 냉혹하게 드러내 보인 것이 세월호지요.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하다가 수세에 몰려 가식적 눈물을 연출해야 했던. 라캉의 성구분 공식도 그런데, 그 성은 생물학적 성과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단아한 올림 머리에 꽃분홍 정장을 차려 입어도, 여성일 수 없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5 04:25   좋아요 0 | URL
아마, 성만 여성이라고 한 분은 황상민 교수 같던데... 아닌가 ?! 하여튼, 그 분이 그 말했을 때 무릎 탁, 치고 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박근혜 대통령도 크로스드레서`죠. 이 글의 핵심입니다.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시바, 길게 길게 썼네요....

재미있는 사실은 박근혜 이전 문화가 향수를 상업적 용도로 이용할 때는 주로 ˝ 어머니 ˝ 를 호명했습니다. 아무래도 무뚝뚝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상업적 노스텔지아는 압도적으로 어머니`죠. 그런데 박근혜 들어오면서 압도적으로 ˝ 아버지 ˝ 노스텔지어`를 끌어들입니다. 이게 대중의 박정희 아버지에 대한 향수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살기 좋은 시대는 굳이 옛날을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강박적으로 호명한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불행하다는 증거죠. 영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가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죠. 영웅 없이도 잘굴러가는 사회가 정말 좋은 사회입니다. 슈퍼맨은 결국 인간 힘으로는 해결이 안되니까 슈퍼맨을 호명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버지 어머니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그렇다는 거죠.. 헤헤..
 

 

 

 

 

 

 

 

 

 

 

 

SBS 파일럿 프로그램 : 아빠를 부탁해

 

알라딘 서재 글에 예언인 듯 예언 아닌 예언 같은 글을 쓴 적 있다. " 이명박 정권은 << 엄마를 부탁해 >> 서사가 작동하는 정부이고, 박근혜 정권은 << 아빠를 부탁해 >> 서사가 작동하는 정부가 될 것이다. "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교체되는 시점에 상영된 << 7번 방의 선물 >> 은 박근혜 정권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 영화였다. << 7번 방의 기적 >> 은 << 국제 시장 >> 으로 돌아왔다.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라는 70년대 박정희 클리쉐로 무장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 신파 최루성 격정 통속 쓰나미 드라마의 핵심은 그때 그 시절 가난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 이 자슥아, 너희가 이만큼 배터지게 먹고 살 수 있었던 것도 알고 보면 가난했던 시절 아버지의 희생이 있었던 기라....  " 같은 맥락으로 영화 << 변호인 >> 을 해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아버지를 강박적으로 호명하는 이유는 박정희'라는 강력한 아버지의  복원에 있다.

- 2014년을 마무리하며 中

 

 

 

한국인의 평균 티븨 시청 시간이 대략 3시간'이라고 한다. 일주일 평균 티븨 시청 시간이라면 양호할 텐데, 유감스럽게도 1일 평균값'이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뉴스 1시간 보고, 드라마 1시간 보고, 예능 1시간 보고 나서 자정 즈음에 잠자리에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면 " 삼시세끼 " 가 아니라 " 삼시시청 三時視聽 " 이니 삼식이 새끼'라는 소리 듣기 딱이다. 옛부터 티븨는 " 바보 상자 " 로 통했다. 한국인은 하루에 세 시간 정도'는 바보인 채로 살아간다고 말하면 서운하겠지만 사실인 것을 아니라고 말하기도 그래서 " 한국인은 하루에 세 시간 정도는 넋을 놓은 채 티븨를 시청하며 그날의 피로를 푼다. " 라고 고쳐 쓴다. 내 독서 경험에 비춰, 300페이지 분량인 책'을 다 읽는데 평균 5시간 걸린다고 했을 때

티븨 시청 시간을 고스란히 책을 읽는 데 투자하면 한달에 18권, 일년이면 대략 200권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기에 직장 생활하면서 책 한 권 읽기가 힘들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직장 생활 때문에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없다며 앓는 소리를 하지만 정작 티븨는 1일 평균 3시간을 소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바보 상자에서 쏟아내는 정보가 얼마나 값진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기껏해야 점심 시간에 오가는 수다'에 활용될 뿐이니 그닥 좋은 정보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독서 습관을 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티븨'를 없애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이 티븨를 박살내고 책만 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우선 뉴스'는 볼 필요 없다. 짬짬이 직장 생활하면서 뉴스 기사'를 훑으면 되지 굳이 집에 와서도 뉴스를 보며 주먹 불끈 쥐며 괄약근 꽉 조일 필요가 있을까 ?

그리고 드라마와 예능은 때에 따라서 각각 하나씩 골라 보는 " 징검다리 시청 " 을 하면 된다. 월화 드라마를 시청하면 월화 예능은 포기하고, 수목 예능을 시청하면 수목 드라마는 포기하는 방식이다.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당일 섭취한 칼로리를 기록하듯이 시청 시간을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청 시간이 과하면 줄이고 부족하면... 굳이 늘릴 필요는 없다. 이런 식으로 티븨를 활용하면 1일 평균 3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줄어들게 되고, 절반으로 줄어든 시간으로 인해 그만큼 늘어난 시간은 독서에 투자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1일 티븨 시청과 1일 독서 읽기가 균형을 이루게 된다. 꽤 근사한 해결책이 아닐까 ? 생활 습관을 고치면 1년에 100권'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1년에 꼬박꼬박 100권 정도 읽는다고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은 아니다.

멀리 볼 것 없다. 나를 보면 안다. 한번 삼식이 새끼'는 영원히 삼식이 새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티븨 시청'보다는 그 시간에 책을 읽는 게 더 유익하다는 말은 진리'이다. 티븨와 책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티븨는 겉절이'다. 겉절이는 바로 먹어야 제맛이다. 하루만 지나도 맛을 잃는다. 방송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는 바로 그때에만 통용되는 커뮤니티'이다. 몇 년이 지나서도 이 드라마가 중요한 커뮤니티가 될 가능성은 제로'다. 반면 책은 오래 묵은 간장과 같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맛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깊은 맛이 난다. 10년 전에 읽은 << 파우스트 >> 를 다시 꺼낸다고 해서 당신을 구닥다리'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번 명절 연휴에 온가족이 모여 떡국 먹으면서 sbs 파일럿 프로그램 << 아빠를 부탁해 >> 를 보았다. 가족 구성원은 모두 재미있다며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지만 내 눈에는 강석우와 딸을 다룬 챕터'가 끔찍하게 폭력적인 풍경처럼 보였다. 강석우는 친구 같은 아빠'가 아니다. 강석우는 그 누구보다도 더 가부장적인 아버지'다. 20살이 넘은 딸의 몸을 허락없이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것은 스킨십이 아니다. 내 새끼'라는 이유로 느닷없이 다 큰 딸의 목덜미를 애무하거나, 팔뚝을 만지고, 자기 허벅지에 딸을 눕게 만드는 것을 가족끼리 통용될 수 있는 스킨십'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아버지는 딸을 완전체로 본다기보다는 아버지의 관리 아래에서 관리되어야 할 소유물 정도'로 인식한다. 딸도 마찬가지'다. 딸은 아버지에게 길들여져서 " 관리받는다 " 는 사실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있어서 딸은 주체적 독립체라기보다는 단순히 관리대상 종목'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가족이 직면한 문제점은 부모와 자식 간 관계가 " 남남처럼 데면데면하다 " 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대한민국 부모는 자식을 " 남남처럼 대우할 " 필요가 있다. 한국 부모는 자식을 완전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다. 가족 동반 자살이 대표적이다. 가장'이 죽음을 선택할 때 물귀신처럼 자식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자식을 자기 소유물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가족구성원이 남남처럼 데면데면한 관계'가 좋은 관계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핏줄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가족은 운명공동체이기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공동체적 운명을 강조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소리'이다. 강석우는 타자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자식을 남남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정규 방송으로 편성되어야 된다는 사실이 끔찍할 뿐이다. 요즘 방송은 가족끼리 다 해먹는다. 어린 자식'을 가족 예능'에 끌여들여서 자기 인지도를 높인다. << 아빠를 부탁해 >> 도 가족끼리 다 해먹는 전형적인 방송이다. 겉으로는 부녀지간의 소통을 다루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경규 딸 이예림음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고 강석우 딸 강다인도 같은 대학 동문이다. 그리고 조재현 딸 조혜정 또한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다고 하고, 조민기 딸도 아나운서가 목표라는 점에서 네 명의 딸은 모두 미디어와 관련된 직업을 희망하는 지망생들이다. 아버지들은 마치 딸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선 모양새'다. 가족끼리 다 해먹는 이런 방송에도 시청자들이 애정을 가지고 지지해야 할까 ?

 

방송은 특정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연예인 가족끼리 나와서 가족끼리 힐링하는 방송은 공익이 아니라 편애'다. 가족끼리 다 해먹는 방송을 굳이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지상파 방송이라면 지향해야 할 소재가 아니라 지양해야 할 소재'다. 힐링은 당신들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서 자기 돈으로 해결하고 출세하려거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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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2015-02-2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한민국 가족이 직면한 문제점은 부모와 자식 간 관계가 ˝ 남남처럼 데면데면하다 ˝ 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대한민국 부모는 자식을 ˝ 남남처럼 대우할 ˝ 필요가 있다. 이부분이요,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는 그 프로그램을 보지는 않았지만 우리네 가족관계가 그러하다는 걸 매우 자주 느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3 14:33   좋아요 0 | URL
서로 올가미로 작용한다고 봐야죠, 뭐. 핏줄에 대한 강한 집착을 이젠 좀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강석우는 딸을 완전한 성인으로 대우하는 게 아니라 그저 5살 딸아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수다맨 2015-02-23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도 끔찍하네요. 저 역시 비록 부모라고 할지라도, 누가 제 몸에 손대는 거 끔찍하게 싫은데 저런 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가족이 참으로 이상해 보입니다. 강석우나 딸이나 제정신 아닌 것처럼 보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3 15:32   좋아요 0 | URL
반응이 없길래 저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전 저게 정상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해도 그저 볼에 입맞추는 수준이지 목덜미 만지작, 허벅지에 눕고, 팔뚝 만지작, 발 마사지... 이게 저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습니다.

흠.. 2015-02-23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강석우씨 집을 보는 게 상당히 불편하더라구요. 뭐, 스킨십은 내가 여자형제가 없으니, 백번 양보해 그렇다 손 치더라도.. 그 분위기에서 가부장적인 느낌을 대단히 강하게 받았거든요. 그렇게 봐서 그럴까요. 그 따님의 표정도 그렇게 행복한지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체념한 순응한 그런 느낌였어요. 이건 너무 나간건가... 아무튼 불편했는데 저만 그런게 아녔군요.

그래도, 님은 너무 과하게 표현하신 게 아닌지... 강석우씨 보면 피가 까꾸로 솟겠는데요.ㅋㅋ 물론 갠적으론 속이 시원해지는 글입니다만.

흠.. 2015-02-23 21: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런데, 님도 너무 나간 게 아니가 싶긴 한게요. 강석우씨 집안 분위기는 분명 불편하긴 했습니다만. 스킨십 자체는 가능할 듯도 한데요. 미쿡 영화만 봐도 그런 장면 많이 나오니까요.

분명 그 분위기는 다른 거 같아요. 미쿡인들은 그 과정이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느낌?(서로 썸(?)을 잘 탄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강석우씨 집은 불편했습니다. 그건 님이 비판하는 그 부분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이 맞는 거 같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4 05:49   좋아요 0 | URL
미쿡이라고 해도 그냥 어깨동무하는 식이지 느끼한 표정으로 머리 뒤로 넘기며 목덜미 만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강석우 부녀는 뭔가 어색해요. 어깨동무한다고 그게 다 평등한 관계는 아니거든요. 오바마가 청소 노동자와 어깨동무할 수는 있지만 청소노동자는 오바마에게 어깨동무할 수 없죠. 모든 것은 다 아버지가 주도하에 이루어지는데 이런 관계는 그닥 평화로워보이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뭐. 워낙 이 방송에 대해 거의 99%는 칭찬 릴레이니 1% 정도는 이런 글도 있어야 하지 않을가요. 100%가 되면 공산국가 아닙니까.. ㅎㅎㅎㅎㅎㅎ

글고 강석우 씨는 좀 피가 거꾸로 솟아봐야 합니다.

AgalmA 2015-02-24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을 패러디하야 알라디너는 하루 세 번 넋을 놓고 서재를 돌아다니는...ㅎ
tv시청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종편들이 드글대긴 하지만 다큐멘타리나 기획특집, ebs 지식다큐e , ip tv 등 본인이 고를 수 있는 채널과 컨텐츠가 예전보다 다양해졌죠. 그러나 tv채널의 선택에 있어 책고르듯이 하지 않는 몰취향, 무비판이 오히려 문제라고 봅니다. 책 또한 골고루 다양히 보지 않고 자기계발이나 통속소설 탐닉처럼 장르 치우침이 될 때 그 문제 또한 크니까요. 불특정 소수인 알라디너들이 여기 북플이나 서재를 이용까지 한다는 건 다양한 독서와 자정능력을 갖추려는 노력의 일환이겠지요.....?
포스트 모더니즘도 있었으니 포스트 매스미디어도 만들자 흐름도 있어야 하는데, 막장드라마, 연예인 욕만 해서는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렵죠. tv 뒤에 숨은 소비자들을 누가 통제할 수 있겠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4 05:56   좋아요 0 | URL
윗 글의 논지는 하루에 티븨 시청 3시간 쓰지 말고 반을 나눠서 반은 티븨 시청 반은 독서에 투자하자는 소리입니다. ( 개인적으로 ebs 열심히 봅니다.. 다큐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동물 다큐도 좋지만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교양 과학 다큐도 참 재미있습니다 )

이 방송이 단순히 여기서 끝나면 상관없는데 상업적으로 정규 편성된다면 문제가 된다는 거죠. 그러면 바보상자`라는 말. 저 방송이 정규 방송 된다면 말 그대로 4명의 딸이 아버지의 후광은 엎고 인지도를 높여서 다른 이보다 유리한 지점에 선점하려고 하는 홍보성 프로`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하여튼 전 육아 예능`에서 시작된 가족 예능에 대해 심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라.... 다른 나라도 이런 식의 포맷이 유행하나 모르겠습니다. 마치 티븨가 몇몇 연애인들의 사조직 같다는 느낌 ( 붕어빵, 유자식 상팔자.. 따위 ) 이 듭니다.

AgalmA 2015-02-24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곰곰님의 취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말이 나온 김에 더 근본을 살펴보자는 거죠. 아시다시피 ebs 지식 다큐는 책으로도 나올만큼 대중적으로 호응이 좋죠. 학교에서 그에 대한 미디어탐구 리포트도 활발할 정도로. m사의 보도 취재부분, 아마존의 눈물 같은 다큐 얼마나 호응이 높았나요. s사의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인지도와 여파를 생각해볼 때 수용층이 마냥 비판만 받을 정도로 수동적이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언론장악으로 인한 방송 퀄리티의 엄청난 후퇴는 참.... m사의 기자들이 방송사를 나와 새로운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정규채널이 아니라 홀대받는 게 참 안타까운 일이죠.
대부분의 예능들은 해외의 것들을 모방한 것이죠. 문제는 그보다 나은 게 아니라 하향적인 수준이라는 거죠. 교육성과 오락이 절묘한 방송들을 유튜브로 만나곤 합니다. 언어가 능통하지 못한 게 이럴 땐 참 아쉬워요. 우리나라에선 코미디와 불안감 조성만 하는 위기탈출 ㅇㅇ원 같은 프로가 일본에선 리얼한 재난을 보여주며 확실한 경각심을 심어주더군요. 기타 등등....우리나라 대중적 인식을 건강염려증이나 연예인 소비지향식으로만 물들이는 tv 방영물들... 과장 좀더 보태 히틀러 시대 영화만큼이나 염려스럽습니다.
매일 대한늬우스....를 보는 섬찟함.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4 09:43   좋아요 1 | URL
이비에스 다큐 무지 좋아합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다큐를 메인으로 끌여들여야 합니다.
전 한국 방송의 문제점이 너무 재미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 국영방송은 재미가 없거든요. 만날 시바.. 다큐만 보여주니 말이죠.
프랑스가 어딘가는 하도 재미가 없어서 시민이 방송국을 상대로 고소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ㅋㅋㅋㅋ
국민 세금으로 들어간 방송은 그래야 합니다. 그런데 케비에스는, 이 미친놈들은 오로지 시청률에 목을 ....
웃긴 일이죠. 제가 아빠를 부탁해 같은 프로가 케이블 티븨에서 하는 것은 비판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지상파에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그겁니다.

하여튼... 뉴스도 그렇고 만날 의사들 나와서 건강 정보 흘리는 거 정말 지겹습니다.
한국인은 어느새 집단 건강염려증 환자가 된 덧 같스빈다.

AgalmA 2015-02-24 09:53   좋아요 0 | URL
ebs 칭찬받을 만 하죠. 매해 eidf 행사는 정말 격찬해도 모자라죠^^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NHK나 BBC 다큐 정도라면 저는 음악을 줄이고 매일 tv를 켜 놓을지도요 ㅎ 헌데 tv가 없;

2015-02-26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26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삼시 세 끼

 

 

 

 

언제부터인가 << 리얼버라이어티 >> 가 방송가를 장악했다. 보다 정확히 서술하자면 " 리얼 버라이이이어티 쇼 " 다. 버리어이터 : variety' 가 각양각색'이라는 뜻이니 < 버라이어티 쇼 > 는 가수, 연극 배우, 코미디언, 차력사 등이 한 무대에 올라 여러 가지 재주를 뽐내는 볼거리 형식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 쑈, 쑈, 쑈 " 다. 하지만 모든 소비 형태에는 유행을 타는 법. 시청자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 말 그대로 쑈하는 모습에 질려버리자 새로운 형태의 버라이이이어티가 탄생했으니 바로 << 무한도전 >> 이다. 무한도전이 다른 쑈쑈쑈 형태와 다른 이유는 정해진 룰(대본)이 없다는 점이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 버라이어티 > 가 짜고 치는 대본'이라는 뜻이라면, < 리얼 > 은 정해진 대본 없이 진행한다는 뜻이다.

종합하면 리얼버라이어티 방송은 대본없이 진행되는 다큐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이 성공하자 소비자본주의 특성상 유사품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방송 대세'가 되었다. 다큐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나쁜 예'에 속하는 퍽유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 속하는 << 우리 결혼했어요 >> , << 아빠 어디 가 >> , << 진짜 사나이 >> , << 슈퍼맨이 간다 >>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뿐만 아니라 << 짝 >> 같은 일반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도 우후죽순 늘어났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은 정말 " 리얼 " 할까 ? 이 말은 정해진 대본이 없다는 것이 반드시 " 리얼리티 " 를 보장하느냐는 질문이다. 대본 없이 좌충우돌하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짜고 치는 쑈쑈쑈와 다른 영역을 탐색한다고는 하나 본질은 똑같다. 리얼버라이어티'도 쑈쑈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식으로 번역하자면 " 얼어 죽을 동태와는 다른, 죽은 척하는 생태(학) " 이다.   "  얼어 죽을 동태와는 다른, 죽은 척하는 생태학 " 라는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쑈하는 장르라는 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진짜(리얼)인 척하는 가짜(버라이어티)라는 점에서 쑈쑈쑈'보다 더 연극적이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모든 인물은 보드빌 배우1 가 된다. 무한도전'에서 각각의 배우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장기를 살려서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이 캐릭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페르소나'가 아니다. 그들은 리얼하게 캐릭터를 연기하는 보드빌 배우일 뿐이다. 대중은 페르소나와 캐릭터'가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 캐릭터 >> 는 소설이나 연극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적 인물일 뿐이지 리얼'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박명수라는 페르소나는 버럭이라는 캐릭터와 동일한 " 더블 ( 도플갱이 ) " 이 아니다. 리얼버라이어티 속 캐릭터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연기할 뿐이다. 그 사실에 속으면 안된다. 병맛 죽은 척하는 생태학'인 << 아빠, 어디 가 >> 와 << 슈퍼맨이 돌아왔다 >> 는 순진한 아이'를 전면에 내세워서 보다 강력한 " 리얼 " 를 표방하지만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리얼버라이어티'와 다르지 않다. 모든 동선과 행위는 철저하게 계산된 상업적 이득을 위해 움직일 뿐이다. 추성훈이 입고 있는 옷과 아이들에게 입힌 옷은 일상복이 아니라 협찬 받은 고가의 옷'이라는 점은 일상 가족의 소소한 다큐'라는 겉멋에 치명상을 입힌다. 그리고 모든 동선이 이미 방송국에서 짜 놓은 생활계획표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럭비공보다는 예상 가능한 당구공의 궤적에 가깝다. 어찌 보면 방송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이용해서 보다 리얼한 방송인 척할 뿐, 따지고 들어가면 철저히 상업적 계산이 깔린 방송이다. " 리얼하다 " 라고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리얼하지 않다. 왜냐하면 진짜 리얼'을 지시하는 언어는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 표현이지만 " 진짜 " 는 리얼한 것이 아니다. 나영석 피디가 연출한 << 삼시 세 끼 시즌 2 >> 는 요즘 대세인 " 죽은 척하는 생태학 " 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등장하는 " 어촌 편 " 은 어릴 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짝패가 되어 즐겨 하는 놀이인 소꿉놀이'를 재현한다. 특이한 점은 남ㅡ여 커플이 아니라 남ㅡ남 커플이 펼치는 케미'다.

마흔을 훌쩍 넘긴 어른 두 명이 신혼부부 흉내를 낸다는 측면에서 << 삼시 세 끼 : 어촌 편 >> 은 " 우리 마흔 넘어 결혼했어요, 시바 ! " 이다. 비록 삼시 세 끼'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충실하기는 하지만 " 게이 신혼 로망스 " 라는 측면에서 진보적 파격성을 갖췄다. 삼 시 세 끼'가 지상파를 포함한 금요일 예능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한 힘에는 대한민국 게이들의 열렬한 지지'가 포함되어 있으리라 감히.... 추측해 본다. 삼 시 세 끼'가 다른 리얼버라이어티'와 격이 다른 이유는 연극적 요소'를 적극 끌여들었다는 데 있다. 이 예능은 시작부터 철저하게 연극적 상황에 적응하는 두 명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들은 가식적으로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노동자'다.  

mbc 예능 << 우리 결혼했어요 >> 는 출연자가 돈을 벌기 위해 사랑에 빠진 척 연기를 한다는 사실은 숨긴다. 선남선녀의 신혼 연애질'이 기만적이라는 점에서 다큐라기보다는 퍽큐 연애'에 가깝다. 반면  << 삼시 세 끼 >> 는 돈을 벌기 위해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시청자에게 숨기지 않는다. 사십대 중반의 남성 둘이 부부 역할을 소화하며 소꿉놀이'를 연출하는 풍경'은 이미 연극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삼시 세 끼'에는 << 우리 결혼했어요 >> 에서 보여주는 기만이 없다. 차승원은 아내 역할을 하고 유해진은 남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 사이에 애틋한 감정적 교류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연극에 충실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기할 뿐이다. 하지만 이 결핍을 채워주는 것은 두 배우가 가지고 있는 (뽕끼 없는) 진솔한 재능에 있다.

차승원이 매 회마다 선보이는 요리 솜씨'는 알렉스 같은 " 포장된 요리하는 남자 이미지 " 가 아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차승원은 알렉스처럼 몇 시간씩 공을 들여서 요리를 작품으로 승화하지 않는다. 차승원에게 있어서 요리'는 공인으로서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고상한 취미라기보다는 가족에게 따순 밥을 먹이기 위한 숙성된 몸짓에 가깝다. 그는 주어진 재료만 가지고도 요리를 척척 해낸다. 정확한 복기는 아니지만, 그가 방송에서 " 요리의 생명은 시간이다. 허기를 놓치면 아무리 맛이 좋아도 실패한 음식'이다. 식구들이 배 고플 때, 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내놓는 음식이 맛이 좋은 음식이다. " 라는 식으로 말했을 때, 그가 진정한 내공을 가진 요리하는 남자'라는 것을 증명한다.

차승원의 요리 솜씨'가 가지고 있는 리얼은 가상 남성 짝패 부부'라는 연극적 버라이어티'가 가지고 있는 결핍을 채우고도 남는다.  삼시 세 끼'는 차승원이 펼치는  " 일 인 요리 쑈 " 이다. 이 예능은 만화 << 식객 >> 처럼 미션이 주어지는 요리 경연 대회 형식을 띠면서 << 심야 식당 >> 에서 선보이는 음식으로써의 치유 기능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 유해진은 그동안 갈고 닦은 명품 조연으로써 자신에 해야 할 몫을 톡톡히 한다. 그는 예능 달인'이 보여주는 특유의 뽕끼가 없다. 비록 차승원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려놓는 역할이지만 그 내공이 묘하게 감칠맛이 난다. << 삼시 세 끼 >> 가 그 흔한 리얼버라이어티의 과잉'에 빠지지 않는 데에는 유해진이라는 타고난 배우'가 큰 몫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차승원이 셜록 홈즈'라면, 유해진은 왓슨이다. 시청자가 기막한 짝패의 소꿉놀이에 동화되는 이유'다













 


 


 

  1. 16세기 중엽 프랑스에서 발생하여 유행한 풍자적인 노래를 뜻했으나 차차 무대예술적인 요소와 결부되어 현재와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발생지 발 드 비르(Val de Vire)가 전화(轉化)한 것이라고도 하고 본래의 풍자성을 뜻하는 부아 드 빌(voix de ville:거리의 소리)이 변한 말이라고도 한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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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22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얼 버라이어티를 통해 대중에게 주목받았던 남자 연예인들을 보면 딱 정해진 패턴이 있는 것 같아요. 7년 전에 <우리 결혼했어요>가 떴을 때 사랑하는 여자의 발을 씻겨주는 알렉스가 모든 여성들이 원하는 이상형이었다면 작년에는 아이 잘 돌보는 슈퍼 대디가 대세였죠. 그러다가 차승원의 등장으로 요리 솜씨 좋은 남성이 호응을 얻고 있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특이할 만한 사항도 아닌데 대중은 이런 캐릭터를 늘 선호합니다. 결국 대한민국 남자가 여자들에게 사랑받으려면 사랑하는 여자를 잘 배려해주고, 요리 잘 하고, 아이 잘 돌 보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년이 지나면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연예인이 등장해서 인기를 얻겠죠. 아! 물론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 외모도 받쳐줘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2 18:47   좋아요 0 | URL
알렉스의 문제는 상대 여성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세족식`을 한 게 아니라 거꾸로 시청자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상대 여성에게 세족식을 한다는 점이죠. 철저하게 계산된 것. 이런 것은 리얼이 아니라 판타지인데 시청자는 자꾸 리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모든 사람은 연기를 하기 시작하죠. 이 사회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요. 그게 피곤합니다. 그냥 덜 주고 덜 받는 게 가장 좋은 데 과하게 주면 과하게 돌려주어야 하니 서로 피곤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삼시세끼`는 과장된 뽕끼가 가정 적어서 볼만합니다.

stella.K 2015-02-2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웬만해서 예능은 잘 안 보는데 <삼시세끼>는 시즌1 때부터 자주 보는 프로그램 입니다.
시즌1은 뭐 이런 프로그림이 다 있나 신기해서 봤는데 시즌2에 비하면 이서진이 비교적 요리를 진지하게
한다는 것뿐이지 딱히 잘하는 건 아니었죠.
그런데 차승원은 정말 물을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도 왜 이런 프로를 진작 못 만났을까 싶을 거예요. 그래서 요즘 인기 급상승이라죠.
누구는 책 읽는 남자는 섹시하다고 하는데 요리 잘하는 남자가 한 수 위는 아닐까 싶습니다.
여성들한텐 로망이죠. 솔직히 책 읽는 남자는 보기만 좋지 여자들을 기분 좋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요리는 역사 이래 여자의 숙명이나 다름이 아닌 것을 타인 그것도 남자에게서 본다는 건 엄청난 거죠.

그런데 저는 시즌1 때는 단순하게 봤어요. 우린 항상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위해 먹느냐 고민하는데
여긴 딱 살기위해 먹는다는 미션이잖아요.
과연 살기 위해 먹는 인간은 어떤 거지?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되더군요.
그런데 시즌2는 그냥 놀이를 보는 것 같아요.
님의 마지막 비유가 딱이네요!

우결은 젊은 사람은 나름 좋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사랑이 저렇게 유치한 건가?
정말 눈꼴 시어 못 보겠더군요. 내 동생은 남잔데도 삭신이 쑤신다더군요.ㅋ
젤 못 봐줄 게 우결과 스타들 자기 아이들 내세워 돈 벌어 먹으면서 자식 자랑하는 대놓고 하는
꼴불견인 프로들이죠.
무슨 스타가 대를 잇는 세습 권력이라도 되는 양 하는 것도 못 마땅하고. 쩝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3 06:41   좋아요 0 | URL
전 책 읽는 사람이 왜 섹시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책 읽는 사람이 섹시하다는 것은 반드시 ˝ 섹시한 사람이 책을 읽으면 더 섹시하다 ˝ 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니
그냥 보통 사람이 책을 읽으면 전혀 섹시하지 않죠. 결국 섹스와 책 읽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
책 읽는 사람이 색시하다면 저는 아마도 바람둥이가 되지 않았을까열..

맞습니다. 삼시세끼는 오롯이 살기 위해 먹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우결은 정말 최악이죠. 이걸 좋아하는 대한민국 시청자 보고 절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 정말 교양없구나, 라는 정도...이 뻔한 속임... 이런 걸 꼭 봐야 하나 ?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방송을 말이죠.
자기 아이들 내셍우는 거 정말 보기 흉하죠. 이런 짓을 그만했으면 합니다.
파일럿 방송인가요. 설에 < 아빠를 부탁해 > 일가요. 요거 하던데...
개인적으로 무척 끔찍해씀.... 특히 강석우 편은 전율 그 자체였습니다.

마태우스 2015-02-2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저도 이번 설 연휴 때 삼시세끼 처음으로 봤어요 아내 때문에 본 거지만....처음엔 실수 연발해서 굶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차승원의 요리솜씨에 감탄하면서 넋놓고 봤습니다. 그 이면에 있는 장치를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알고 봐야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3 06:46   좋아요 0 | URL
저도 설연휴에 몰아서 봤습니다. 방송사에서 뜬다 하니 아예 24시간 하더군요.. ㅎㅎㅎㅎ
차승원 요리 솜씨 보면서 항상 감동하게 되는게 그의 요리 몸짓은 숙성된 거라는 거죠.
몸에 착 자연스럽게 달라붙었잖요.
옛날에 이영애가 집에서 요리하는 거 보여주는 다큐가 있었는데
김치전인가 뭔가 하는데 아마 1시간은 걸리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니는 무조건 자식이 배고프다고 하면 10만에 뭔가 뚝딱 내옵니다. 그 속전속결을 차승원도 가지고 있더군요. 알렉스가 요리를 한다면 차승원은 음식을 하는 거죠.

요리와 음식은 엄연히 다릅니다. 우리는 왜 집에서 요리를 먹는 게 아니라 음식을 먹잖아요. 삼시 세 끼는 여타 요리 프로와는 다른 음식에 대한 이야기 같습니다. 참.. 새해 복 마니 받으셨죠 ? 뒤늦게 인사올립니다.

마태우스 2015-02-24 02:09   좋아요 0 | URL
그래요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서 더 감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님도 설 잘 보내셨기를..>!

2015-02-24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24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26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6 16:09   좋아요 0 | URL
호호호 감사합니다.
 

 

 

 

제임스 딘과 오디션

 

 

 

 

 

 

제임스 딘'은 영원한 " 젊음의 초상 " 이다. 시대마다 선호하는 얼굴이 있기에 20세기 얼굴이 21세기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전제는 틀리다. 하지만 제임스 딘'은 불멸이다.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면 제임스 딘은 눈이 약간 사시斜視'처럼 보인다.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으나 좌우가 비대칭이라는 느낌도 든다. 미인( 혹은 미남 )의 기준은 좌우 대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임스 딘은 예외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제임스 딘은 매력있다. 멀리 볼 것 없다. << 모나 리자 >> 그림이 신비로운 이유는 그림 속에 그려진 리사 부인의 얼굴이 엇박자 비대칭이기 때문에 그렇다. 불완전한 존재가 만들어내는 그 불완전성이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완벽한 대칭은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독특한 개성과 예술적 아우라를 만들 수는 없다.

비너스는 아름다운 존재이지만 독특한 개성이 있거나 아우라가 있는 존재는 아니다.  결핍이 매력을 만든다. 어쩌면 비너스야말로 매우 평범한 미인'이다. 엘리어 카잔 감독이 연출한 << 에덴의 동쪽 >> 에서 제임스 딘'은 결핍덩어리 캐릭터'로 나온다. 제임스 딘은 타자들의 지지와 환호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결핍은 오로지 아버지가 " 사랑한다, 아들아 ! " 라고 말할 때에 치유될 수 있는 " 인정 욕구 " 에 해당된다. 그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국판 홍길동'이다.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아들과 화해한다.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서사'이면서 흔한 줄거리 흐름'이다. 엘리어 카잔이 터키에서 태어났다는 점 ( 부모는 그리스 사람이다. ) 을 감안하면 이 영화에 흐르는 동양적 가족주의'를 이해할 수 있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 케이팝스타 >> 를 보다 보면 자꾸 << 에덴의 동쪽 >> 에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제임스 딘'이 떠오른다. 이 프로그램을 시즌마다 챙겨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참가자들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심사위원 눈치만 살피는 상황에 실망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무대 위 대기자들은 무대 중앙에서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보다 노래를 듣고 반응하는 심사위원 얼굴을 살피느라 계속 곁눈질을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무대 위에 서 있는 대기자들이 동료 참가자의 노래는 듣지 않고 심사위원의 심사'만 살피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귀는 열려 있으나 정작 눈으로 심사위원 심사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심사위원의 과도한 오버 액션 때문이다.

특히 박진영은 얼굴 표정에서 호불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감정 표현을 스스로는 " 아메리칸 스똬일 " 이라고 주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촌스러운 " 뽕끼 " 처럼 보인다. 적어도 심사위원이라면 적당한 포커페이스'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호들갑을 떠는 박진영표 얼굴 표정'이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박진영이 공기 반 소리 반과 함께 자주 하는 소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박진영이 특정 참가자에게 환희에 차서 두 팔 벌리며 호들갑을 떨 때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참가자에게 응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 반응 없이 심각하게 바라보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참가자는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져서 노래를 더욱 못 부를 수가 있다. 박진영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기쁨은 노래가 끝나서 나서 해도 된다. 노래 부르는 중간에 휘파람 불며 만세 날리는 자세는 심사위원이 갖춰야 할 공평한 심사'가 아니다. 그의 몸짓은 이미 심사평이 나오기 전에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점수를 확인하기 전에 이미 점수가 공개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노래 부르고 있는 참가자나 참가자 뒤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심사위원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참가자에게 있어서 심사위원은 생사여탈권을 손에 쥔 神 같은 존재'다. 그들이 농담으로 하는 말조차도 참가자들은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이다. 심사위원이 내뱉는 말은 정언명령 定言命令이나 다름없다. << 케이팝스타 >> 는 시즌이 시작되고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잃는 이유는 지나친 " 개입 " 에 있다.  

정석대로라면 생방송 본선 진출 대회가 예선 대회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흥미가 반감된다. 특히 탑10이 결정된 이후로는 더 이상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그 지점까지 오르게 되면 참가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색깔(개성)은 탈색되고 심사위원이 요구한 때때옷을 입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은 입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처음 보았을 때의 아마츄어가 아니다. 그들은 심사위원이 요구하는 대로 살을 빼고, 발성을 배우고, 화장을 칠하고 무대 위에 오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된다. 케이팝스타가 불쾌해지는 대목이다. 알록달록한 때때옷을 입히고 좋아라 하는 어른을 볼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이랄까 ?  

제임스 딘이 매력있는 이유는 불완전한 결핍 때문이다. 만약에 이 결핍이 채워진다면 제임스 딘은 그저 그렇고 그런, 잘생긴, 흔한 배우'로 남았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케이팝스타 참가자들에 가장 매력적인 때는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이다. 심사위원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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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2-2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사위원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친다! 진리 같군요. ㅋ
저는 뭐 예능 프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케이팝은 벌써 졸업했는데
정말 톱10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피로가 역력하더군요. 이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아이들 입장에선 포기하긴 어렵겠죠.
저도 심사위원의 중립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비단 박진영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가 또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보여 주잖아요.
이성 보단 감성이 중요하다고 떠들다보니 아무대서나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 그꼴이 된 거겠죠.
확실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계가 많다고 봐요.
하다못해 아침마당 같은 프로도 일부러 방청 온 사람들한테 시키잖아요. ˝아아~!˝ 이런 거 하라고.
오디션 프로는 송해 씨가 하는 전국 노래자랑이 짱이죠.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2-21 13: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송해 전국노래자랑이 진리져...... 이 전노자랑이 가만 보면 뽕끼 작렬하는 방송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아메리칸 스타일입니다.

100% 시청자 투표로 진행됩니다.. 요런 것도 다 거짓말...
사실은 카메라가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따라 막귀인 시청자는 카메라 워킹과 심사위원 표정 그리고 심사평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져.. ㅎㅎㅎㅎㅎㅎ
 
꼬마 한스와 도라 프로이트 전집 8
프로이트 지음, 김재혁 외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말과 레슬링

 

 

 


 

이런 말 하면 당사자인 선수에게 빠데루 한 판 당하겠지만, 나는 " 레슬링 " 경기를 볼 때마다 뭔가 우스꽝스러웠다. 빠떼루 자세도 그렇고 유니폼 디자인도 이상했다. 움푹 파인 어깨 끈은 교묘하게 남성 유두를 돋보이게 만들고 남근 또한 도드라진다. 그뿐인가. 엉덩이 골도 적나라하여 앞에서 봐도 민망하고 뒤에서 봐도 민망하다. 온가족이 즐겁게 스포츠를 관람하기에는 뭔가 좀...... 섹시하기보다는 민망한 구석이 있었다. 권투나 유도 경기 같은 격투 경기와도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내 눈에는 자꾸 " 싸움 " 이 아니라 " 러브 " 처럼 느껴졌다. 코헨 형제가 연출한 << 바톤 핑크 >> 는 레슬링 영화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극작가 바톤 핑크에 대한 이야기'인데 내가 이 영화에서 발견한 것은 동성애 코드'였다.

코헨 형제는 민중 봉기를 다룬 연극 대본으로 유명해진 바톤 핑크를 동성애자( PINK : 좌파, 빨갱이, 동성애자 ) 로 설정한 후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름을 핑크( FINK : 파업 파괴자, 경찰관 ) 로 만든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것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관계처럼 바톤 핑크의 내면이 pink라면 외면은 fink이다. fink는 매카시 광기'로 상징되는 동성애 사냥을 피하기 위한 가면 장치'이다. 들뢰즈를 인용하자면 " FINK ㅡ 되기 " 이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동성애를 숨긴 채 << 보이 러브 : boy love >> 대신 << 보이 파이트 : boy fight  >> 인 레슬링 영화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 이 영화의 주제는 동성애 공포'다. 주인공 바톤 핑크는 곤경에 빠진다. 그는 pink이지만 fink를 찬양해야 한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7084469 : 자세한 내용은 사랑의 빠떼루'에서


<< 머니볼 >> 과 << 카포티 >> 를 연출해서 평단으로부터 " 꽤 " 인정받은 베넷 밀러 감독이 만든 << 폭스캐처 >> 또한 올림픽 레슬링'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공교롭게도 << 바톤핑크 >> 처럼 동성애를 다룬다. 동성애 코드'가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은 존 듀폰과 마크 슐츠 사이에 오가는 동성애적 감정 교류    혹은 존 듀폰의 일방적 동성애 지향     로, 서사 진행에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들은 유사 부자 관계에 놓여 있다. 마크 슐츠는  유사 아버지'인 억만장자 재벌 존 듀폰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문제는 존 듀폰이라는 병약한 억만장자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있다. 그는 아버지라는 자리'에 앉기에는 남성성이 결여된 미성숙한 존재'다.

마크 슐츠   마크 슐츠는 형에게서 벗어나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지만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형의 도움이 간절하다. 마크 슐츠에게 있어서 형은 아버지이면서 애증의 관계이다      처럼 존 듀폰은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보이후드(레슬링 선수들)을 지배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흥미를 갖는 데에는 존 듀폰의 신경증이 프로이트가 저술한 << 꼬마 한스 >> 와 병례가 비슷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자, 영화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프로이트의 << 꼬마 한스 >> 에 푹 빠져 봅시다. 다섯 살바기 꼬마 한스는 " 말 공포증 " 에 시달린다. 한스는 우연히 말이 쓰러져 죽는 모습을 가까이서 목격한 후,  말이 자기 " 고추 " 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당시 마차가 교통 수단이었던 거리를 다닐 수 없었다.

프로이트는 이 아이에 대한 치료를 진행하면서 꼬마 한스가 말과 아버지를 동일시했다고 주장한다. 항문기에 흔히  나타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 아들이 어머니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에 근거한 생각, 원망, 감정의 복합체.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 는 한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아버지가 죽었으면 하는 생각에 골몰할 때 우연히 말이 죽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어 " 아버지 = 말 " 을 동일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공포증은 바람이면서 동시에 죄의식'이 겹쳐진 형태로 나타난 증후였다. 영화 << 폭스 캐처 >> 에서 억만장자 존 듀폰'는 항문기인 꼬마 한스를 닮았다. 생후 8개월 ~ 5살 기간에 형성되는 시기를 항문기'라고 하는데 존 듀폰은  이 또래 사내아이들이 즐겨 하는 놀이를 탐닉한다. 

그에게 있어서 레슬링은 " 스포츠 " 라기보다는 " 놀이 "에 가깝다. 그는 돈을 주고 보이후드의 골목대장'이 된다. 또한 그가 억만장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갑차와 기관단총은 장난감에 불과하다. 그는 꼬마아이들이 장난감을 수집하는 것처럼  비싼 전쟁 무기를 모은다. 그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아이'인 상태로 고착된다. 그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핍(콤플렉스)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가 보이후드들의 코치'가 되고 싶은 이유는 자신에게 결여된 남성성, 나아가 " 아버지의 자리 " 를 획득하고 싶었다는 데 있다. 그가 항문기 고착 장애 환자'라는 것은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말을 경멸하는 부분에서 잘 나타난다. 프로이트의 다섯 살바기 꼬마 한스와 존 듀폰을 동일 인물로 본다면 존 듀폰의 어머니와 애착 관계에 놓인 말은 아버지'를 상징하는 토템이다.   


마크 슐츠가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듀폰이 승마 우승 황금 트로피로 장식된 진열장을 치우고 대신 소박한 레슬링 메달을 놓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말에 대한 애증은 존 듀폰의 어머니가 죽자 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우던 말을 모두 풀어주는 장면 다음에 장갑차에 장착할 기관단총을 클로우즈업으로 연결한, 계산된 편집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것은 일종의 상징적 아버지 살해 욕망'이다. 그는 말 눈알'을 찌른 에쿠우스'다. (상징적으로) 말을 죽임으로써 오이디푸스 욕망은 (상징적) 실천했지만 이미 어머니는 죽은 다음이기에 이 욕망을 실패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실제로 존 듀폰이 어릴 적에 말을 타다가 낙상을 당해 성불구자가 되어 동성애자가 되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은밀한 소문이 떠돌기도 했었다.  

 

영화에서는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았지만 그가 왜 말을 경멸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꼬마 한스로 돌아오면, 꼬마 한스는 여자에게는 난폭하게 구는 반면 남자에게는 또래 아이를 지배하고 정복하려는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존 듀폰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형적인 항문기 고작 장애 환자'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참고한 텍스트에는 반드시 프로이트의 << 꼬마 한스 >> 가 포함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우선 이 영화는 세 명의 주연 배우가 펼치는 연기가 압권이다. 채닝 테이텀은 잘생기고 몸 좋은 배우라는 내 편견을 없애버렸고, 스티브 카렐은 놀랄 만한 변신을 했다. 아무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보았다면 존 듀폰를 연기한 배우가 코미디 배우가 스티브 카렐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마크 러펠로의 연기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슐츠 형제로 나오는 러펠로와 채닝 테이텀이 펼치는 레슬링 장면은 연기에 의한 " 액션 " 이 아니라 실제 레슬링 선수들이 펼치는 몸 감각'이어서 깜짝 놀랐다. 베넷 밀러 감독, 앞으로 눈여겨보아야 할 감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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