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 의복과 정치
옷이 날개다, 아무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잉게보르그 바흐만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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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의 시작이 늦은 편이다. 새벽 3시에 눈을 뜬다. " 새날 " 이 공식적으로 자정부터 시작되니 0시를 기점으로 하루가 바뀐다. 23일에서 24일로 바뀌는 순간은 아침 6시가 아니라 자정 0시'다 3시간 늦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3,4시간은 일찍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새날은 해가 뜨면 시작되는 게 아니라 해가 지고 가장 어두울 때 시작된다. 그렇기에 " 새날이 밝았다 " 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새날이 어두웠다, 라고 해야 맞는 말이 된다. 아침 해가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위아래위위아래, 위아래위위아래 칫솔질을 할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뜬 꼴이나 다름없다. 하루는 밤과 함께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드라큘라와 흡혈귀 족속이야말로 바른 생활 사나이들이다. 그들은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을 잔다.
그동안 나는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0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흡혈귀와 06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인간 사이'에 낀 존재이니 말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난다고 해서 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찍 자면 되니까. 처음에는 저녁 8시에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여러 여건상 불가능해서 9시에 잠을 자기 시작했다. 저녁 9시면 박근혜 대통령 각하께서 한참 티븨을 종횡무진할 시간인데 그 시간에 발 뻗고 자고 있으니 불경스럽기는 하나 생활 패턴이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어떤 드레스코드'로 가난한 백성의 눈을 호강시킬까 ? 비비드한 분홍분홍 순모 100% 원단으로 멋을 낸 투 버튼 정장 스타일'일까, 아니면 단아함을 강조한 심플함과 덧대어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확립하고 밖으로는 자유 번영에 이바지할 도도한 80년대 어깨뽕 스톼일의 복고 복장을 강조하셨을까 ?
생활 패턴이 바뀌기 전까지는 날마다 바뀌는 박근혜 대통령 각하의 의상을 보는 재미로 뉴스를 보았는데, 박근혜 각하 패션 쇼를 볼 수 없어서 안타깝기 거지 같다. o, sorry ! 오타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주제는 << 옷 >> 이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면서 유독 논란이 된 분야는 잘못된 정치가 아니라 잘못된 복장( cross dressing ) 이다.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이란 여자가 남성스러운 복장'을 하거나 남자가 여성스러운 복장을 하는 패션 스타일을 의미한다. 하지만 크로스 드레서는 성적 취향보다는 단순한 패션 취향에 가깝다. << 커피프린스 1호점 >> 에서 윤은혜가 연기한 고은찬 캐릭터가 좋은 예'이다. 여기에는 넓은 의미로 드랙 퀸( drag queen ) 도 포함될 수 있다.
술에 비유하자면 크로스 드레서'가 칵테일처럼 달달하고 알딸딸하다면, 드랙 퀸은 원 샷 원 킬'을 강조하는 고량주'다. 크로스 드레싱을 상징하는 인물이 윤은혜라면 드랙 퀸을 대표하는 인물은 존 워터스 감독의 히로인 디바인'이다. 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운 디바인 ! 첨언하자면 크로스 드레서는 여자가 남성 넥타이 같은 소품 따위로 멋을 낼 수 있지만 드랙 퀸은 하이힐을 신어야 멋을 낼 수 있다. 드랙 퀸은 성 역할 위반을 기본 전제로 깐다. 나는 디바인이 컨버스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드랙 퀸'은 남자가 여장 복장을 하는 것으로 학교 축제 때 볼거리로 자주 활용되는 여장 남자 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드랙 퀸 취향이 주로 게이들이 은밀하게 자주 하는 복장이기는 하나 여장 남자 대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성애 사회에서도 유희로써 즐길 수 있는 패션쇼'다. 여장 남자 대회'가 축제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유는 성 역할 위반'에서 찾을 수 있다. 송해가 진행하는 << 전국 노래 자랑 >> 에서 핵심은 노래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땡 처리된,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가 땡 소리에 허겁지겁 무대 밖으로 쫒겨나야 하는 음치'에 있다. << 전국 노래 자랑 >> 은 노래 잘하는 사람이 상을 받지만 주인공은 음치'다. 이 방송은 진정한 의미에서 꼴찌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 여장 남자 대회 >> 도 마찬가지다. 학교 축제에서 우승 트로피는 여자인 듯 여자 아닌 여자 같은 크로스 드레서'에게 돌아가지만, 그것은 일종의 명예 훈장일 뿐 실제 주인공은 못생긴 크로스 드레서'다.
웃음 코드는 새빨간 킬 힐 위로 울퉁불퉁하게 솟은 우람한 장딴지와 시커먼 털, 신랄한 색조 화장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거무퉤퉤한 주둥이'에 있다. 그리고 성대를 괄약근처럼 바짝 쪼여서 발화하는 목소리'는 여성스럽기는커녕 더욱 웃긴 장면을 연출할 뿐이다. 그들은 << 빨간 머리 소녀와 늑대 >> 이야기처럼 최대한 여성스럽게 분장하고 연기를 하며 손을 문 틈으로 내밀어보지만 실패하게 된다. 늑대가 엄마가 입던 옷을 입고 엄마 흉내를 낸다고 해서 남매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늑대는 늑대다. 내가 박근혜 정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서정으로 " 크로스 드레서 " 를 선정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도 있겠으나 내 말을 끝까지 듣다 보면 나중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우, 하다가 결국에는 와, 하게 될걸 ?
박근혜 정부 들어서 유독 논란이 된 인사 참사는 크로스 드레서'와 깊은 관계가 있다. 윤창중으로 시작해서 이완구로 이어지는 비판 여론은 윤창중이나 이완구 따위는 관복을 입을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기에 옷을 벗어라, 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무늬만 여성'이라는 비판도 크로스 드레서와 맥을 같이 한다. 국민이 보기에 이들은 모두 우스꽝스럽다. 아무리 황금 옷을 입고 권위로 무장한 시커먼 법복을 입는다고 해도, 엄마를 잡아먹은 늑대가 엄마 옷을 입고 앵앵거린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썩은 생선을 향기나는 포장지로 포장한다고 해서 냄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박근혜 정권은 코드 인사'가 아니라 크로스 드레서 인사'다.
정치꾼은 화려한 관복에 목숨을 건다. 그것은 영화 << 아이언맨 >> 에 나오는 갑옷 슈트'이다. iron-man를 그대로 직역하자면 철면 : 쇠鐵 얼굴 面'이다. 여기에 옷을 더했으니 철면피 鐵面皮( 가죽 피 ) 가 된다. 다시 말해서 정치가는 대부분 철면피'다. 그들이 철면피 입고 갑질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쉽게 말해서 여의도는 " 어글리한 도전 수퍼모델 대회장 " 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 누더기의 왕 " 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예수도 자신의 패션 철학에 대해 말한 부분이 있다. 그는 마태복음 6장 25절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지 생각해 보라. 수고도 아니 하고 길쌈도 아니 하는지라. " 또한 누가복음 12장 23절에서는 "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고 몸이 옷보다 중하니라 " 하셨다.
옷이 날개'라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잉게보르가 바흐만의 싯구를 새겨들을 필요도 있다. 크로스 드레서와 드랙 퀸 그리고 철면피(아이언맨) 패션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모방과 흉내에 있다. 크로스 드레서와 드랙 퀸이 상대 이성에 대한 모방이라면, 철면피는 하늘을 나는 새를 모방한다는 측면에서 종을 " 가르지른다 cross " 이들은 모두 몸(속)과 옷(겉)이 다르다. 오빠의 옷빨에 속지 말자 ■
덧대기
크로스 드레서'에 대한 훌륭한 모범은 << 록키 호러 픽쳐 쇼 >> << 헤드윅 >> 그리고 개그콘서트 에서 한 꼭지를 담당한 << 대학로 로맨스 >> 다. 다음 글을 참조하라. http://blog.aladin.co.kr/749915104/7037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