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다고

모두 균형을 잃는 것은 아니다 


 

 

 

ㅡ 기울어진다고 모두 균형을 잃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 방송'은 생각보다 많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다양한 곳에서 신호가 잡힌다. 기독교 방송이다 보니 교회 목사가 단골로 출연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은 개척 교회 분투기로 시작해서 (중)대형 교회 성공기'로 끝난다. 설교와 간증을 빙자한 성공담을 듣다 보면 예수님 삶보다 " (더) 다이나믹 " 하고 " (더) 드라마틱 " 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 드라마 속 주인공은 예수를 빛내기 위해 자신을 낮춘다기보다는 자신을 빛내기 위해 예수를 카메오'로 출연시키는, 어처구니없는 드라마를 연출한다. 말끝마다 나를 위해 하나님이 모습을 드러내시고, 나를 위해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시고, 나를 위해 하나님이 기적을 행하신다고 주장한다. 

어떤 목사는 자기 교회 건물을 " 성전 " 이라거나 " 제단 " 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구멍가게를 슈퍼마켓'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교회가 성전이라면 목사는 제사장'이라는 소리인데, 목사와 제사장'은 급이 다른 존재'다. ( 참고로 예수는 대제사장'이다 ) 목사가 그냥 커피라면 제사장'은 티오피'다. 자기 교회를 성전이나 제단이라고 말하는 목사는 과대망상증 환자에 가깝다.


이 성공담은 주님을 중심에 놓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감동은커녕 쉽게 낙담하게 된다.  과대망상에 따른 비자발적 허언증 환자는 예수를 내가 필요할 때 등장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가 오라면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존재'다. 이 말 품새'는 입만 열었다 하면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말이야... " 로 시작하는 떠벌이의 허세를 닮았다. < 내가 아는 사람... > 목록에는 항상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가 올라와 있다. < 내가 아는 사람... > 은 대부분 청와대에 근무하거나 고위급 관료이거나 스펙이 좋은 사람'이다. 그들이 자기보다 우월한 존재'를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아는 사람의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을 그와 동급으로 취급하려는 욕망에 뿌리를 둔다.

쉽게 말해서 타자를 이용해서 신분 상승을 꾀하려는 수작'이다. 골때리는 성공담이다. 가만히 듣다 보면 목사가 주님을 섬기는 게 아니라 주님이 목사 치다꺼리'를 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 주님이 네 시다바리냐 ? "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요즘 동에 번쩍, 동해 번쩍, 서에 번쩍, 서해 번쩍 나타나는 스타 목사가 있다. 그가 말했다. " 저는 목사'라는 직업인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사회 문제에 대해 정치적 입장은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성경 말씀으로 신도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 ( 허풍과 만담이 혼합된 생활 개그'를 섞어가면서 장황하게 설명했으나 여기서는 요점만 나열했다 )  쉽게 말해서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세월호 사건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는 소리'다.

 

방송을 보다가 밥을 먹던 내 입에서 밥알 몇 개가 튀어나왔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침묵한다는 그는 정작 오락 토크 쇼에 자주 등장하여 온갖 수다'를 떠는 연예인형 목회자'가 아니었던가 ?  남의 집, 이불 속 속사정에도 흥야항야하는(흥야항야하다: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다는 뜻) 그가 정작 사회적 약자의 억울한 사연에 대해서는 침묵 선언을 하겠다는 자세'는 과연 목회자'가 가져야 할 바른 태도일까 ?  그는 입을 열어야 할 순간에는 입을 닫고, 입을 닫아야 할 순간에는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 콩나물에 고춧가루 팍팍 뿌렸냐이 ~ " 라며 개인기를 선보일 정도'로 떠벌이였던 그가 유독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 이주일 성대모사를 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

​그 후 며칠이 지났다. 채널을 돌리다가 다시 그 스타 목사'가 출연해서 이바구를 날리는 방송을 또 다시 목격하게 되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니 자꾸만......  짜증이 났다. 그는 여전히 재미있는 만담으로 " 콩나물에 고춧가루 팍팍 뿌렸냐이 ~ " 라며 청중을 쥐락펴락했다. 그는 자신이 어렵게 살아온 나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쌀이 떨어져 밥을 굶기 일쑤요, 홍수가 나 집이 잠겼다는 소리도 했다. 그가 살아온 날들은 " 다이나믹 " 하고 " 드라마틱 " 하며 " 아스트랄 " 해서,  은혜로운 말씀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극이 되었다. 예수님 말씀을 전해야 할 사명을 가진 그는 방송 인터뷰 내내 자신에 대한 약사略史를 1시간짜리 < 창 > 으로 채웠고 예수에 대한 이야기'는 간간이 1초짜리 < 추임새 > 정도'로 인용했다.

오, 말씀. 말씀. 말씀. 말씀. 은혜로운 말씀이었다. 그 방송을 보다가 문득 스타 목사'는 왜 정치적 중립'을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성경을 읽다 보면 성경 속 초기 교회 신도들은 대부분 피억압자이며 가난한 사람이었다. 이들이 교회'를 다니는 이유는 교회가 차별 없는 평등을 주장했기에 가능했다. 인간은 세상 권세와 상관없이 높고 낮음이 없는 형제 자매'였다. 그들에게 교회는 도피처'였다. 그렇기에 바울이 이끄는 고린도 교회'는 비주류, 반기득권, 빈자들의 정치적 결속체'였던 셈이다. 여기서 굳이 정치적 스펙트럼을 말하자면 : 고린도 교회는 기득권 주류 부자 모임'보다는 좌파 소수 정당 모임'에 가까웠다. 그런 기독교가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우리 기독교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

스타 목사는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며 자랑스러워 했지만, 그것은 중립이 아니라 방관자 ㅡ 자세'에 가깝다. 이 세상 모든 방관자'는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외면한다. " 가만히 있으라 " 라는 세월호 명령이 섬뜩하게 와 닿는 순간이다.  흔히 정치 성향을 분류할 때 보수(우파), 진보(좌파), 중도파'라고 나누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치 스펙트럼에서 < 중간 > 은 없다. 사람들은 "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 라는 소리를 중립'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소극적 보수주의자'에 가깝다. 왜냐하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소극적 보수주의자'는 많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는 소극적 진보주의자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라고 한다면 그 말은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소리'이다.

 

내가 살던 마당 넓은 집에는 정원에 나무 세 그루'가 있었다. 하나는 대추나무였고, 그 옆에는 감나무가 있었고, 끝에는 모과나무가 있었다. 모과나무는 이웃집과 이웃해서 나뭇가지가 그 집 담을 넘었다. 가을이 되면 모과가 탐스럽게 열렸다. 이웃집 담장을 넘은 가지에서 열린 모과'는 누구의 것인가. 그 기준은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정치적 스펙트럼도 마찬가지'다. 좌파에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담벼락을 넘어 우파 의제'를 지지할 수도 있고, 반대로 우파에 뿌리를 내렸지만 좌파 의제'에 한 표를 던질 수도 있다. 철학자 김진적은 이러한 < 유려한 태도 > 를 " 기우뚱한 균형 " 이라고 정의 내린 모양이다. 여기 시소가 있다. 오른쪽에는 몸무게가 많아 나가는 사람이 앉아 있고 왼쪽에는 가벼운 사람이 앉아 있다.

시소를 타는 재미란 ? 그렇다, 서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에 시소를 탄다. 이 재미를 위해서는 시소 받침을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쪽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동하다 보면 어느 지점에 이르러 균형이 이뤄지니깐 말이다. 당신은 시소 받침이 한쪽으로 쏠렸다고 해서 불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주님을 섬기는 목회자'라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조건적 편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쪽으로 쏠린다고 해서 균형일 잃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를 보라. 직선주로'보다는 기우뚱한 자세로 곡선주로'로 돌 때 속도가 빠르다. 그렇지 않은가 ?  기울어진다고 모두 균형(중심)을 잃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싸움을 구경하는 구경꾼이라면 피투성이가 되어 맞고 있는 사람이 비록 맞아 죽어도 싼 놈이라 해도 그 사람 편에 서 있어야 한다.

예수가 거리에서 돌에 맞아 죽어가는 여자'를 무조건 옹호했듯이 말이다. 조건 없는 편애'야말로 아름다운 청년 예수를 읽는 키워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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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쥐의 독서일기 2015-03-2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다가도 생각이 많이나게 하는 글이네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애.. 좋은 말이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6 10:54   좋아요 0 | URL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뭐 그런 심정인가요 ? ㅎㅎ.

마립간 2015-03-2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우뚱한 균형 ; 제 페이퍼에서 언급한 도道는 위 그림에서 중력에 해당하는 보편 원칙을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반면 사회를 돌아볼 때는 불의, 불공정, 불평등에서 균형점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6 10:56   좋아요 0 | URL
제가 도에 대한 지식이 짧아서 마립간 님 말씀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파악을 못했습니다.

AgalmA 2015-03-2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 보고, 두 번 보니 자꾸만 짜증이 났다.˝에서 (신중현 <미인> 변형버전) 이 빠지신 듯 하여... 이 오디오가이드 나만 들렸던 건 아니겠죠ㅎ
사도 바울이 철학자들에게 그토록 중요했던 이유가...그랬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6 11:30   좋아요 0 | URL
신중현을 염두에 둔 라임`이 맞습니다. ㅎㅎ
사도 바울`은 인간 평등을 주장했죠. 사도 바울 하니 알랭 바디우가 생각나는군요.
이 책 어렵지 않을가요 ? 누가 어렵다고 해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 신화학 > 읽고 있는데 제 지적 수준과는 거리가멀어서 도통 뭔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AgalmA 2015-03-2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알랭 바디우 <사도 바울> 여기저기 인용된 걸 하도 봐서 이젠 읽어봐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알랭 바디우도 어려운데(일단 문장부터가) 종교 공부까지 할 걸 생각하니;;
<신화학>은 그나마 재밌는 이야깃거리라도 있지 않나요? 요즘 <언어학> 책 보는데 빨리 좀 이해하라고 나를 독촉하는 우스꽝스러운 씨름 중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6 11:53   좋아요 0 | URL
레비스트로스 신화학이 워낙 방대한 내용을 압축한 지로 사전 지식 없이는 뭔 소리인지모르겠더군요. 제 용량으로는 한계에 ....... 야생의사고도 읽어보고 슬픈열대도 읽었지만 신화학이 난공불락같습니다.

AgalmA 2015-03-26 11:58   좋아요 0 | URL
응원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셔서 또 재밌게 풀어주실 거 아니겠습니까?
더불어 모든 책 알피니스트들에게도 격려를 보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6 15:29   좋아요 0 | URL
제가 뇌용량이 작다니까요. 일단 신화학은 접고
신화학 일반을 읽어야 겠어요. 확실히 공부에는 체계가 필요한 듯합니다.
스트로스 이 양반 친절하지가 않아서
도통 모르게씀..

stella.K 2015-03-26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극적 보수주의자`는 많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는 소극적 진보주의자는 별로 없다는 말이 참...!

제가 그래서 간증집을 안 좋아해요.
십 몇 년전 아는 후배가 간증집이라고 선물을 주는데
그 후배 마음은 알겠는데 간증집이 `하나님은 나만 사랑해.` 일색이더군요.
그 이후론 간증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물론 가끔 은혜를 받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그럴 경우는 좀 다른 차원이긴 하죠.

누구 목산지 모르겠지만 목사가 그러고 돌아다니는데 그 밑의 성도는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요즘 목사들 그렇게 한가하지만도 않던데요?
목사와 성도가 갈라져서 피터지게 싸우는 교회가 한 둘이 아니라
그게 다 지난 날 목사들이 성도를 잘 못 가르친 죄 아닐까 싶어요.
목사는 하나님 앞에서 종인데 성도 앞에선 갑질하고 자신의 욕망의 불쏘시개로
이용하려고 하니 그 사단이 일어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진짜 고난이 많은 목사도 있겠지만...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6 15:28   좋아요 0 | URL
적극적 진보든 소극적 진보`든 진보 진영은 보수 진영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적극 참여를 하려고 하죠.

간증집 보면 주님 사랑을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까놓고 보면 나동설 ㅡ 주의자`가 쏟아내는 판타지 같습니다.
어머머,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요. 이런 태도.....
한국만 유독 자뻑 신앙이 극에 달했습니다.

지금의 기독교는 한국 초기 기독교인이 이룩한 정신을 본받아야 합니다.
교회가 80년대 이후 대형교회, 성도 위주의 실적 교회가 되면서
뭔가 망했어요.

풀꽃놀이 2015-03-26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실세계에서 균형잡기가 필연적으로 기우뚱할 수밖에 없는 것은 세상이 이미 기우뚱하게 존재하기 때문일겁니다...어떤 분들은 세상이 평평하다고도 말하고들 있는데...왜들 그러시는지...
일전에 곰발님의 글에서 중립은 허울이라고 말씀하셨지만...정말 우리 사회에서 중도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어떠한 지점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김진석씨의 저작들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봅니다.
김진석씨의 또다른 저작 중에 <우충좌돌>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지요...좌충우돌이라는 말을 뒤집은 것인데요...대한민국에서 중도를 찾자면 먼저 우파부터 들이받고 그 다음에 좌파를 부딪쳐야 한다는 것이지요...우리사회가 그만큼 우파로 기울어있다는 현실인식인데요...전 이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곰발님의 세그루 나무에 대한 비유도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자님은 `중용`을 실천하는 것이 칼날을 밟고 서는 것보다도 어려워서 자신은 능히 할수가 없다고 하셨는데...우리 사회에선 어찌 깜냥도 안되시는 분들이 그리들 `가운데`를 외치시는지...씁쓸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6 15:24   좋아요 0 | URL
무당파를 중도`로 읽는 것은 우스꽝스럽고, 그런 것을 중용이라고 착각하는 것도 웃기죠. 그런 중도도 아니고 중용도 아니고 그냥 외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 가만히 있으라 > 식 ˝ 편들지 않기 ˝ 는 우파의 논리`죠. 왜냐하면 우파는 구경꾼이 개입하지만 않으면 항상 이길 수 있거든요. 그러니 편질지 않는 것을 미덕이라고 가르칩니다. 이걸 또 찰떡같이 믿습니다. 예수는 편들지 않는 자세를 취한 사람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조건 없는 편들기`를 실천한 성인입니다. 그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공자님 말씀처럼 중용을 실천하는 것을 정말 어렵죠.

yamoo 2015-03-26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목사가 장경동 목사 아닌가욤?? 그 목사의 행태는 말씀 해 주셨듯이 아주 거슬립니다. 도대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모르니...

곰발님의 분류대로 하자면, 전 소극적 진보주의자 정도가 되겠군요~ 근데, 왜 쪽수가 그리 적은지요??

간만에 까는 글을 보니 좋네요...우리 사회 깔 곳이 많습니다. 암요~!^^

2015-03-27 0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7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7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 2015-03-2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케이트라해도 곡선주로 보다는 직선주로가 빠른 거 아닌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8 10:54   좋아요 0 | URL
스케이트 경기 동영상 보면 곡선주로...가 월등히 빠릅니다.

어`의`상실 2015-03-28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장경동이는 옛날에 기독당인가 하는 정당까지 만들어서 국회진출까지 시도한 바 있습니다.(물론 이 시도는 현명한 유권자들에 의해 개발린 바 있죠) 티비에서 ˝목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소리를 한 목사가 장경동이가 맞다면, 그건 진짜 개쓰레기 새끼인 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8 10:53   좋아요 0 | URL
장경동`은 아닙니다. 장경동 목사가 기독당 맴버인가요 ? 몰랐네요.... 허허. 기독담이라....

어`의`상실 2015-03-2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담이지만 `기우뚱한 균형`이란 말 예전에 존나 떠들어대던 게 김지하인데(원조가 김진석인지 김지한지는 모르겠음) 결국 그렇게 개만도 못한 인간이 돼서 나가떨어지는 거 보니, 사람이 참 인생 살면서 기우뚱하게는 고사하고 그냥 균형(제정신) 잡고 살기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8 10:52   좋아요 0 | URL
아마. 김지하가 원조일 겁니다. 나이 드셔서 총명함이 거의 사라진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둥지를 떠날 때는 자기가 살던 둥지에 불을 지르면 안 되는데.... 막 지르고 나온 꼴..

흠.. 2015-03-2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뜬금없는 질문 하나....

예원이랑 이태임 사건 정리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동영상을 본 저로서는 예원 보다는 이태임한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물론, 예원 측에서(혹은 디스패치에서) 이태임만 완전 또라이인 것 처럼 그리긴 했으나 전 그걸 그닥 믿지는 않은 관계로 동영상을 봤을 때 제가 예측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 느낌은 아녔거든요. 그러니까 이태임의 스트레스로 인한 자격지심이란 얘기죠.

흠.. 2015-03-28 10:1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결론을 내놓고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예원 ㅆㅂㄴ으로 가는 분위기 같아서.. 제 감각이 이상한건가란 생각이 들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8 10:51   좋아요 0 | URL
예원-이태임`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가끔 욱할 때가 있지않나요. 추운데 바다로 빠트리는 제작진에 대한 원망, 이렇게 해서라도 먹고 살아야 하나, 라는 근심... 뭐, 이런 게 종합적으루다가 폭발한 게 아닌가 싶네요. 하여튼... 전 둘 다 관심이 없습니다.


예원이 역공당하나요 ? ㅎㅎㅎ 그런 분위기군요.

2015-03-28 18: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역시 그 둘 자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데요. 궁금한 건 대중들이(물론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대중들이) 보이는 반응이죠. 현재 예원을 까는 애들의 논리는 제가 볼 땐 예원의 여우짓에(?) 대한 불만이 이 일을 빌미로 폭발하는 거 같거든요. 그런데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나 싶어서요. 나름 논리를 가졌다는 사람들의 지적이란 게 디스패치의 상황 왜곡인데, 그게 곧 예원에 대한 강한 분노의 이유가 되는 게 정상인가란 부분이죠. 그런 비정상적인 행태가 여성차별문화와 연결되어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어서요. 왜, 약자끼리 더 시기질투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뭐랄까 남자끼리는 허세라든지 이성에게 잘 보이려 수 쓰는 ˝놈˝들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쓰는 거 같은데, 여자들은 여우짓이란 것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더라구요. 실제로 자신이 불이익을 당한 것도 아닌 경우에도 말이죠. 예를 들어 동료의 여우짓 때문에 상사가 자신에게 업무를 더 준다든지 하는 건 분명한 문제가 되겠지만. 여우짓으로 다른 남자 동료가 대신 일을 해주는 건 다른 여성입장에서는 사실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인데... 물론, 보기가 좋지는 않겠지만(저같은 경우는 그 기술이 부러울 거 같은데ㅋㅋ) 그렇다고 무슨 죽일녀 처럼 대하는 건 좀....

아무튼 더 관심이 없다니.... 그럼 저도 여기까지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8 20:09   좋아요 0 | URL
흠 님이 말씀하셔서 도대체 무슨 동영상`이야. 하고 찾아 보았씁니다.
근데 개인적으로 예원이 딱히 눈에 거슬리는 것은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던데요.
무슨 여우짓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도 졸라 피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튼시발... 대한민국 시민은 졸라 도덕성 따지면서 일일이 감놔라대추놔라 하죠...
그 연예인에 도덕적 잣대와 관심을 국회의원 뽑을 때 사용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남동생 형수 성폭행하려다가 못한 놈이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국회의원 뽑아주는 나라...
참.. 할 말이 없스니다.

흠... 2015-03-28 22:2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 역시 그렇거든요. 제가 볼 땐 여우짓으로 보이진 않던데... 적잖은 여성분들이 그렇게 해석을 하네요. 그래서 그렇다 가정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건 아니란 생각이다, 뭐 그런 얘기였습니다. 아무튼 신기할 따름입니다. 여성들은 관심법이라도 장착한건지.
 

 

 

 

 

 

 

 

 

 

중립이라는 이름의 허울






       중립中立은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아니하고 공정하게 처신한다는 뜻을 가진 명사'다. " 중립을 지키다 " 라는 말은 " 左와 右 사이의 中에 서(立) " 있으라는 충고'다. 중도'도 같은 의미'다. 대한민국이 진영 논리'에 빠지다 보니 한국 사회는 중립'이라는 자세를 으뜸 미덕으로 삼는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가 자신을 좌파(진보)도 아니고 우파(보수)도 아닌 실용 중도'라고 커밍아웃했을 때, 나는 그가 사이비'라고 판단했다.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 포지션 " 은 철새 정치인이 되기 십상이다. 비단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마찬가지'다. 말머리를 " 나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지만.... " 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편견 없고 편애 없는 현명한 사람으로 포장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런 사람은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

인간은 반드시 " 선택 " 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하루에 2000번 정도 " 선택 "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신호등을 건널까, 아니면 신호등을 지나 직진하다고 다음 골목에서 우회전 할까 등도 선택 과정'이다. 이 선택은 의도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은 모른 채 무의식적으로 뇌가 독단적으로 진행한 결과이기도 하다. 눈을 뜨고 눈을 감을 때까지 선택은 반복된다. 이 정도면 인간을 " 선택하는 인간 " 이라고 정의 내려도 이상할 것 없다. < 선택 > 이란 " 둘 중 하나 " 를 고르는 행위'다. 왼쪽으로 갈 것인가, 오른쪽으로 갈 것인가. 빨간색 나이키 로고가 박힌 신발을 살 것인가, 파란색 나이키 로고가 박힌 신발을 살 것인가.

이란 선택의 연속인 셈이다. 이 무수한 선택이 모인 결과가 취향과 정치적 성향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左도 아니고 右도 아닌 中에 서 있다는 자세는 선택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기울어져야 한다. 다만 시소가 기울어지는 각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는 것은 인간적인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사회 구성원들 ( 종교인, 공무원, 유권자 : 선거 기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의사를 내비치면 안 된다는 명령 ) 에게 " 중립 의무 " 를 강요하는 이유는 중립이 보수의 강령'이기에 그렇다. 만약에 기독교 목사'가 강자와 약자 가운데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고 중립을 지킨다면 그 자세는 종교인이 갖추어야 덕목일까 ? 예수가 그 모습을 지켜봤다면 달려가서 그 목사의 뺨을 때렸을 것이다. 예수는 " 중립을 지키지 않은 대표적인 인물 " 이다.

그는 무조건 약자 편을 들었다. 예수는 간음한 여자에게 돌을 던지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 이들 중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 " 예수 그리스도가 간음한 여자'를 두둔한 이유는 그녀가 약자'이기에 그렇다. 그 선택에는 정치적 판단과 균형 감각, 도덕적 잣대와 철학적 사유 따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니다. 단순히 약자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일 뿐이다. 내가 예수를 위대한 성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약자에 대한 조건 없는 지지에 있다. 강자와 강자 대결에서는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지만 대결 구도가 강자와 약자인 경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약자를 지지할 필요가 있다. 예수는 강골 좌파 청년이었다. 예수를 따르는 한국 기독교 신도가 대부분 우파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처럼 기득권 우파'가 < 중립 > 을 강박적으로 호명하는 이유는 대중을 < 구경꾼 > 보다는 < 방관자 > 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 구경꾼 " 이란 캐릭터'는  싸움에서 지는 약자'를 도울 의무(혹은 싸움을 말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 만약에 구경꾼(들)이 피를 흘리는 피해자'를 돕지 않고 가해자'를 도운다면 그 사람은 구경꾼이 아니라 가해자와 함께 사건 가담자'가 된다. 힘있는 기득권 입장에서 보면 구경꾼의 개입'은 이래저래 달갑지 않다. 구경꾼이 개입하지 않으면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 그래서 기득권은 항상 중립을 요구한다. 세월호 사건에서 나타는 " 가만히 있으라 ! " 라는 명령은 잘못된 오류라는 점이 명백하게 밝혀진 상징적 정언'이었다. " 가만히 있으라 " 와 " 중립을 지켜라 " 라는 말은 소극적 방관자'가 되라는 소리와 같다.

우리는 흔히 중립적 태도를 냉철한 이성과 공평한 자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립적 태도'는 반드시 공평한 자세'라고 할 수는 없다. 두 사람이 싸울 때 공평하게 주먹으로 서로 한 대씩 얼굴을 때리기로 합의했다고 치자. 공평한 결정일까 ? 만약에 서로 주먹을 한 대씩 나누기로 결정한 대상이 마이크 타이슨 대 일반인'이라면 ? 다른 예를 들어보자. 잘생긴 사람에게 못생겼다고 놀리는 것(A씨의 경우) 과 못생긴 사람에게 못생겼다고 놀리는 것(B씨의 경우)은 하늘과 땅 차이'다. A는 대부분 농지거리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B 같은 경우는 화를 내거나 얼굴을 붉힌다. 잘생긴 사람에게 외모'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지만 못생긴 사람에게 외모'는 극복해야 할 열등감'이기 때문이다.

잘생긴 사람이 못생겼다는 지적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웃어넘겼다고 해서 그 사람 됨됨이'가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가진 자의 여유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태도일 뿐이다. 외눈박이 나라에 표류한 걸리버'가 외눈박이 나라 백성에게 눈알이 하나라고 놀린다고 해서 모욕감을 느낄 외눈박이'는 없다. 그 나라에서는 외눈이 정상이고 두 눈이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못난이'라는 지적에 못생긴 사람이 벌컥 화를 냈다고 해서 A의 넓고 넓은 대갈머리를 찬양하며 B를 쩨쩨한 소갈머리'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밟으면 꿈틀거리는 서정은 지렁이나 인간이나 동일하지 않을까 ? 만약에 이 농지거리에 대해 A와 B 둘 다 우럭처럼 버럭 화를 낸다면 두 사람 가운데 성질머리'가 더 고약한 쪽은 소갈머리가 아니라 대갈머리'다. 

<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 > 을 < 강자(甲)와 약자(乙) > 로 치환해도 답은 얼추 비슷하게 나온다. 동일한 욕'이라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체감 온도는 상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가짜 보수는 A와 B의 " 차이 " 를 인정하지 않는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양성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획일성 사회'를 의미한다. 파시즘'이 지향하는 사회가 바로 획일성'이다. 역설적이지만 신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가 위대해지는 순간은 성서러운 신성神聖이 아니라 소박한 인성人性에 있었다. 손바닥에 뚫린 못자국보다 더 위대한 장면은 십자가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자주 기울어지는 인간적인 예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한쪽으로 기울어져야 한다. 그래야 인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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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2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의 글을 읽으면서 오늘 <밀턴 평전>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어요. 존 밀턴은 인간은 선과 악을 다 알면서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요. 선택해야 할 문제를 회피하려고 중립을 내세우는 것은 소극적인 자세에 불과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5 05:31   좋아요 0 | URL
저는 선택 행위가 모여서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나타낸다고 봅니다. 치킨을 먹느냐 샐러드를 먹는냐... 이런 것고 결국에는 정당 지지에 영향을 줍니다. 채식주의자 같은 경우는 환경 단체나 녹색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말이죠.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어마어마한 선택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가만히 있으라, 라는 말에 중립을 지켜라 라는 말이 묘하게 비스무리하게 들립니다.

수다맨 2015-03-25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자 김진석이 ˝기우뚱한 균형˝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지요. 사람이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야 역설적으로 균형 감각과 보다 폭넓은 시선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찍이 오웰도 `모든 피압제자는 옳으며 모든 압제자는 그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오늘 곰곰발님의 글과 맞닿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5 06:32   좋아요 0 | URL
제가 이 글을 쓴 계기`가 어느 목사가 나와서 자기는 정치 목사`가 아니라면서 가치 중립`을 강조하더군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디다. 만약에 저 목사가 일제 지배 시대`에 있었다면 그 침묵은 오히려 일제에 대한 동조가 아닐까 하는... 기우뚱한 균형`이라... 뭔가 시적 표현 같습니다..

2015-03-25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5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브라이언 싱어 감독, 휴 잭맨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엑스맨 ㅣ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며칠 전, 길을 걷다가 봄볕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손편지를 써야 겠다는 생각에 우표를 사기 위해 문방구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무작정 초등학교 정문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현실과 마주쳐야 했다. 학교 앞에 문방구'가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 주위를 아무리 살펴도 문방구가 보이지 않기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학교 앞 근처에는 문방구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말방귀처럼 천천벽력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하며 호들갑을 떨 생각은 없다만 그래도 학교 앞에 문방구가 없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조용필의 << 킬리만자로의 표범 >> 스타일로 허세를 부리자면 " 21세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 시바, 학교 앞에 문방구'가 없다는 소리는 여관에 갔더니 콘돔 없다는 소리와 같구나.

내가 기억하는 학교 앞 풍경은 문방구 가게'가 다닥다닥 붙은 풍경이었다. 어릴 때는 그곳이 작은 우주'요, 화개장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 학습 준비물 무상 지원 제도 > 때문에 아이들이 굳이 문방구를 찾을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복지 차원에서 보면 반길 만한 일이지만 구멍가게나 문방구 가게가 동전 장사 영업이라는 점에서, 다시 말해서 밑바닥 생태계의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사라져가는 문방구는 왠지 씁쓸하다. 성석제 소설 << 순정 >> 을 읽다 보면 동네마다 다양한 동네가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아아아, 지미랄 것, 너희 똥도 못 처먹는 개새끼들, 다 나와. 너 술도가 나와. 너 농약가게 하는 놈 나와. 너 고무신 장수 나와. 너 기름 팔아처먹는 놈 나오고 떡쳐서 파는 놈, 말고기를 소고기라고 속여 파는 놈 나와. 쌀 배달 하는 놈, 소리사 하는 놈 다 나와. 철공소, 목공소, 철물점, 대장간, 도장집, 문방구, 성냥공장, 엿도가, 고물상 나와라. 우체국, 경찰서, 읍사무소,세무서, 소방서 다 나오란 말이다. 개새끼들아, 나왔으면 일렬로 서. 이놈의 새끼들, 내 마누라하고 재미본 그 대가리들, 잘 놀게 내가 그냥 놔둘 줄 알았냐. 야, 너 흔들거리는 놈, 똑바로 서 ! 내가 땜장이라고 우습게 봤어. 사나이 봉달이를 우습게 봤다 이 말이야. 내가 오늘부터 너희 대가리에 헛구멍난 걸 몽땅 때우겠다 이 말씀이야. 너희 마누라들, 그 구멍도 다 때워버리겠어. 이눔의 새끼들, 똑바로 안 서 ! 차렷, 열중 쉬어, 차렷, 경례 ! " 


ㅡ 성석제, 순정 중


여기서 술도가는 술을 만들어 도매로 파는 집을 말하고, 엿도가는 엿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말하고, 소리사는 레코드 가게'를 말한다. 생각해 보니 옛날 동네 골목 어귀에는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만고만한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그 동네에 사는 아이들도 대부분 철공소 둘째, 대장간 막내, 도장집 딸년, 얼음집 장녀, 솜틀집 언청이 따위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가게들이 모두 멸종된 것이다. 이제 동네 골목을 장악한 것이라고는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프렌차이즈 化된 기업형 " 베쓰 " 나 종교를 가장한 교회 가게'가 전부다. 그나마 중국집이 근근이 버티고 있다. 생태계 다양성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건강한 골목 생태계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 동네 골목을 떠난 가게는 이마트로 보인다.

문제는 가게 주인이 없는 무인 점포 형태'라는 점이다. 이마트 안에는 만물상을 방불케하는 수많은 상품이 진열되어 있지만 정작 주인'은 " 오너 " 한 명'이 전부다. 쉽게 말해서 " 오너 " 한 명이 가게 수천 개를 운영하는 꼴'이다. 한국 소비자는 그곳에 가서 상품을 구매한다. 대형 마트는 거래 업체를 후려쳐서 싼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각종 쿠폰과 마일리지'는 재래시장에서 유통되는 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중에는 한때 고무신 장수도 있고, 한때 기름 팔아처먹었던 놈도 있고, 한때 솜틀집 언청이도 있고, 한때 엿도가 하던 사람도 있다. 이마트 같은 대형 마트가 편리를 추구하는 소비 패턴의 결과'라고 해도 결국은 자기 꼬리를 야금야금 뜯어먹는 꼴이다.

엿도가 가게를 했던 엿장수가 이마트 가서 엿 먹으니 말이다. 이러다가는 모두 다 엿 먹게 되리라. 영화 << 엑스맨 >> 시리즈'가 재미있는 이유는 1인 영웅 이야기'와는 달리 다양한 초능력을 가진 인물을 다룬다는 데 있다. 천둥 번개와 비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가 있는가 하면, 상대방 손을 잡으면 그 사람 능력을 몽땅 흡수할 수 있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빛보다 빠르다. 이들이 모여서 " 다크한 포스 " 와 싸운다는 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서사 골격'이다. 엑스맨 구성원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한다. 힘은 세지만 속도가 떨어지는 엑스맨을 도우는 사람은 번개보다 빠른 엑스맨이고, 마찬가지로 번개보다 빠르지만 힘이 없는 이를 돕는 능력자는 힘이 센 장사'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과잉 에너지를 이용하여 동료를 위험에서 건져낸다.  쉽게 말해서 서로서로 돕는다. 엑스맨 시리즈 속 다양한 캐릭터를 볼 때마다 성석제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가게 주인'이 생각난다. 어쩌면 울버린, 립타이드, 겜빗, 카일라, 싸이클롭스는 전생에 술도가, 소리사, 철공소, 대장간, 국숫집, 엿도가 주인이었을 것이다. 그들 또한 한 분야의 달인'들이니 말이다. 영화 << 엑스맨 >> 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차이를 차별로 보지 않고 다양성으로 보는 시선이다. 능력이란 다른 식으로 말하면 " 평균값의 과잉 " 이다. 그리고 < 과잉 > 은 평균값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점에서 < 결핍 > 이기도 하다. 엑스맨이 남들과는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능력 때문에 고통받는 이유는 과잉이 결핍으로 작동한 데 있다.

하지만 그들은 타자에게는 없는 능력을 보완하면서 서로 돕는다. 타자의 결핍을 채우는 순간 자기 스스로를 괴물 취급했던 과잉은 마술처럼 사라진다. 결핍된 동료와 나누기 때문이다. 동네 골목 상권이 다양한 가게로 채워져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전파사 주인은 국수를 뽑는 가게에서 말랑말랑한 국수를 사고, 국수를 만드는 가게 주인은 고장난 라디오를 전파사에 맡긴다. 내가 국수를 사는 데 지불했던 돈이 다시 자기 호주머니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둘 다 손해보는 일이 아니다. 전파사 주인은 제분 회사에서 생산되는 국수 대신 방부제 없는 탱글탱글한 국수 면발 맛을 볼 수 있고, 국수를 만드는 가게 주인도 고장난 라디오를 저렴한 수리비로 고칠 수 있으니 좋다. 돈이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이마트 사장 금고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동네에서 돌고 돈다.

그렇게 때문에 골목 상권이 십자가와 휴대폰과 카페로만 채워진 골목보다는 다양한 가게'가 들어선 골목이 풍요롭고 재미있다. 울버린만 나오는 엑스맨을 상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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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3-2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손편지는 써서 보내셨나요?
저도 손편지 받고 싶어요.ㅠ

진짜 격세지감이죠?
요즘엔 우표를 어디서 사야하나 싶어요.
우체국 밖엔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우리 땐 학용품 사려고 아침 때 문방구 앞이 바글바글 했는데
학교에서 그런 것도 준비해준다니 일견 부럽기도 하더라구요.
옛날엔 준비물 챙기느라 엄마들이 더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잖아요.

곰발님은 인용문을 어떻게 관리 보관 하십니까?
저는 책을 읽을 땐 줄쳐 가며 읽어도 따로 보관해 두질않아
글 쓸 때 별로 인용할 말이 없어요. OTL

전 성석제가 그다지 웃기는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많은 사람 특히 본인이 웃기는 작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가끔 좀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ㅋㅋ 뭐가 그렇게 웃기다는 건지 원...
하긴, 개콘을 보고도 잘 웃지 않는 제가 더 문제인지도 모르죠. 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3 13:14   좋아요 0 | URL
우표를 살 데가 없어서... 이젠 우체국 가야지만 우표를 살 수 있나 봅니다.
가만 보면 이제 문구점은 학교 앞 보다는 차라리 도시 사무실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상대로 한다기보다는 어른을 상대로 하니
이제는 문방구는 어린이 놀이터가 아니라 어른이 잠시 왔다가는 그런 가게가 되었네요.

뭐. 인용문을 따로 관리하지는 않습니다. 밑줄을 치죠. 제가 기억하는 것은 밑줄친문장이니
인용하고 싶으면 책을 펼칩니다. 찾는데는 1분도 안 걸려요. 위치를 대충 알거든요.
글구 밑줄을 많이 긋는 것도 아니니 몇 초만에 찾기도 하고....


말리 2015-03-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전자들고 술사오던 술 도가도, 문을 열면 컴컴한 열기가 훅 치밀던 콩나물 도가도, 김모락모락 오르는 두부 판에서 한모 뚝 떼어 주던 두부공장도 모두 좁디좁은 우리동네 안에 다 있었습니다. 자가용 한대도 들어가기 힘든 그 골목에 옹기종기 말이죠. 구루마 휘어지도록 냄비며 솥이며 싣고 와 팔던 그릇 장수 아저씨도 심심찮게 들락거렸죠. ㅎㅎ 너무 옛날 이야긴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3 13:58   좋아요 0 | URL
아,도가가 따로 도매상`이란 뜻이네요... 방금 사전보고 알았습니다. 술도가`가 붙은 낱말인 줄 알았는데... 도가`라는 말 처음 들어봐서요... 하여튼 제 옛기억은 정말 온갖 것들이 다 가게 라는 이름으로 있었다는 점입니다. 기억나는 것은국수집이에요. 젖은 국수 대에 올려서 말리는 풍경이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어머니 말슴으로는 그때 그 국수가 지금 시중에 파는 국수하고는 맛 자체가 틀리다고 하네요.
 

 

 

 

 

 

 

 

 

 

 

 

 

 

 

 

 

 

 


 

 

 

 

 

 

 

아프리카 청춘이다

 

 

 

 

 

중동 순방 후, 대통령 총통 각하 님께서 청년 실업난'을 한방에 해결할 정책으로 중동 이주 정책을 들고 나오셨다. 각하가 전한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말할 수 있도록). " 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 니가 가라, 하와이 > 를 변주한 < 니가 가라, 중동 > 라는 반격이 시작됐다. 글 맛을 위해서 억지로 라임을 맞춰 랩 가사처럼 변형해서 " 니가 가라, 시~ 리아 " 로 고치자. 그러니까 시리아'는 중동을 대표하는 상징적 국가'인 셈이다. 오케이 ?  눈에 콩깍지가 쓰이면 애인이 코딱지를 파도 예뻐보이지만, 반대로 모든 게 못마땅하면 숨소리'조차 듣기 싫은 게 사람 마음이니 시리아 가라는 말이 곱게 들릴 리가 없단 말이야.  

 

하지만 저 멘트를 가슴을 활짝 펴고 아무리 곱게 받아들인다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 니가 가라, 하와이 > 와 < 니가 가라, 시리아 > 가 가지고 있는 말풍선의 공통된 서정'은 꼴보기 싫은 놈이 내게 명령을 한다는 점이다. 단박에 " 네가 뭔데 나한테 흥야항야하냐. 네가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라고 해서 내가 너를 위해 일하고 절할 줄 알았냐 ? " 라는 반격이 튀어나온다. 영화 << 친구 >> 에서 장동건'은 왜 그토록 하와이 가는 것을 싫어했을까 ? 한국인이 꿈에 그리는 국민 휴양지가 하와이'가 아니었던가 ? 오죽했으면 경상도 변두리 두메산골에 부곡 하와이'라는 짝퉁이 건설되었을까. 한국인은 세계 3대 유명 휴양지 해변 이름은 몰라도 경상도 사투리 같은 와이키키'는 알고 있다. 와이키키, 바로 하와이에 있는 휴양지 해변 이름이다.

■ 흥야항야하다 : 흥이야항이야하다의 준말로 관계도 없는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여 이래라저래라 하다는 뜻의 동사'다. 오타가 아니다.

 

장동건은 평소에 하와이 가서 놀고 싶었지만 느닷없이 유오성이 가라고 하니깐 갑자기 가기 싫어진 것이다. 박근혜가 시리아 가라는 말에 청년들이 우럭도 아니면서 울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는 유오성이고 대한민국 청년은 장동건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 니가 가라, 시리아 ! " 다. 고운 말을 미운 말로 받아들이는 청년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동안 해온 짓에 대한 자업자득이다. 만약에 유오성이 똑똑한 놈이었다면 < 하와이 가라 > 라는 말 대신 < 니, 하와이 가면 내가 쫒아가서 죽여뿐다 ! > 라고 꾀를 부렸을 것이다. 아마도 장동건은 그날로 유오성 보란 듯이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을까 ?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가 1970년대 오일쇼크'를 " 중동붐 " 으로 극복한 사례를 벤치마킹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각하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아니, 어쩌면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

 

1970년대 대한민국이 중동 건설 사업에서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유리했던 점은 한국 건설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 때문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 건설 노동자는 지금의 필리핀 가정부 같은 위치였을 것이다. 품삯이 싸서 입찰 단가를 후려칠 수 있었으니 고용주 입장에서는 한국 건설 노동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부문 노동자 평균 임금은 400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실질 실업률은 15% 내외로 추정되고 있고 실업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자국인화 정책을 추진하여, 75%의 산업인력을 자국인화한다는 목표하에 자국인 고용 의무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대한민국 거리가 텅텅 빌 정도로 청년 노동자'를 중동에 보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 ?   

 

박정희'가 이룩한 경제 정책 가운데 중요한 것이 바로 국제 인력 시장 ㅡ 정책'이다. 그 당시, 중동 건설 붐'이 불어서 웬만한 이웃 서민들은 중동 가서 외화벌이에 동참하고는 했다. 옛날 드라마 << 왕룽일가 >> 에서 배우 최주봉이 연기한 제비족 " 쿠웨이트 박 " 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동 건설 노동자'였기에 가능했다. 작열하는 중동의 태양 아래 머리가 뽀글뽀글해진 쿠웨이트박은 장바구니 든 아줌마를 유혹한다. " 예술 한번 할껴 ? " 월남 파병,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 따위도 국제 인력 시장 ㅡ 정책이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쉽게 말해서 일일 노동자를 건설 현장에 파견하고 노동자가 받은 품삯에서 커미션 받아 챙기는 새벽 인력 사무소 역할이었다.  

해외 입양 정책도 그 연장선에 놓여 있었다. 해외 입양인의 글을 엮은 책 << 인종간 입양의 사회학 >> 은 입양 정책'이라는 근사한 휴머니즘 뒤에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을 고발한다. 대한민국의 해외 입양 정책은 " 아이를 위해서 가족을 찾는 것 " 이 아니라 " 가족을 위해서 아이를 찾는 것 " 이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입양할 의사가 있는 가정이 입양 시 입양 재단에 아이 한 명당 지불해야 되는 수수료는 2만 5천 달러~ 3만 달러, 많게는 3만 5천 달러'가 지불된다. 이렇게 해서 입양 재단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해 대략 1500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한다. 입양 정책으로 인하여 국가가 돈을 벌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시절, 좁은 땅덩어리에 자원은 없으니 먹고 살기 위해서 < 몸(목숨) > 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지만,  국제 인력 시장을 통한 외화벌이 정책'을 숭고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내가 영화 << 국제 시장 >> 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유도 바로 그 대목'이다. 이 영화는 국민을 국제 인력 시장'으로 내몰았던 정책을 노스탤지어'라는 이름으로 찬양하고 있다. 그것은 찬양할 덕목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하고 반성해야 할 흑역사'이다. 그 정책을 박근혜 대통령 총통 각하 님께서도 공감한다는 데 절망감이 들었다. 쌀 떨어졌다며 돈 벌어오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술고래 아버지의 주사 같다. 여기저기서 쓴소리가 이어졌다. 누군가는 대통령 총통 각하 님께서 그나마 중동을 다녀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아프리카에 갔다면 아프리카 가서 돈 벌어오라고 할 판이니 말이다. 일리있는 말이다. 부잣집 도련님은 유학 가기 위해 " 아메리카 " 로 떠나고, 가난한 청춘은 외화벌이를 위해 " 아프리카 "에 갈 판이다. 시바, 닝기미... 조또.

김난도는 청춘들에게 " 아프니깐 청춘 " 이라는 약을 팔더니 이제는 " 아프리카 청춘 " 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천국과 지옥은 종이 한 장 차이. 누군가에게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도 쇠창살 없는 유배지'가 될 수 있다. 코리아는 내가 지키마. 시리아는 네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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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3-22 1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흥야항야하냐... 요 말 입에 짝짝 붙는다. 뭔가 아햏햏스러운 게 태국말 같아서 맘에든다자주 써먹어야 겠다.

[그장소] 2015-03-22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3 09:58   좋아요 1 | URL
흥야항야 재미있는 표현이죠 ? ㅎㅎ

오쌩 2015-03-2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야항야 대박입니다.ㅎ써먹어야하지^^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3 09:58   좋아요 0 | URL
널리널리 퍼트려주십시오.
 
아티스트 봉만대
봉만대 감독, 봉만대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두 명의 에로 거장 : 틴토 불알스와 봉만대

 

 

내가 다니던 회사 영업 이사는 한때 충무로를 주름잡던 감독이었다(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그는 에로 영화'를 감독해서 에로 영화 감독'이라는 달갑지 않은 명함을 얻었다. 당시에는 전두환이 대통령 흉내를 내던 시절이라 에로 영화가 대세를 이루었으니 굶지 않기 위해서는 에로를 만들어야 했다. 그가 만든 영화 << ●● >> 은 그해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시리즈 영화'로 제작되어 6탄까지 선보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니, 시리즈 영화의 오리지날 1탄 감독으로써 자부심을 느낄 만했다. 이탈리아에는 에로 영화의 거장 " 틴토 불알스 " 감독이 있었다면, 대한민국에는 " ●●● " 감독이 있었다(편의상 그를 한국의 틴토 불알스'라고 말하겠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세운상가에서만 은밀하게 거래되었던 포르노'를 일반 가정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에로 영화'는 사양길에 접어든다.

이 돈 내고 극장 가서 에로 영화'를 볼 필요가 없는  " 참 좋은 세상 " 이 온 것이다. 집에서 불알 만지작거리며 혼자서 은밀하게 음화를 볼 수 있는 재미'는 불특정 다수와 극장에서 에로 영화를 보는 재미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 힘 > 이란 게 그렇다. 힘은 신체 부위'에 따라 다르다. < 용기의 주먹 > 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불끈, 힘이 나지만 < 불굴의 페니스 > 는 아무도 없을 때 불끈, 힘이 난다. 만고 불변이다. 물론 바바리맨 같은 경우는 예외이지만 말이다. 영화 제작 환경이 180도 바뀌자 호스테스 장르 영화에 대한 인기는 한순간에 거품이 꺼졌고 영화판은 해체되었으며 에로 영화 종사자들도 직장을 잃고 떠났다. 결국 밥벌이를 위해 한국의 위대한 에로 거장인 틴토 불알스 감독이 얻은 부업이 내가 다니던 회사 영업 이사'라는 " 푸리란서 " 직함이었다.

내가 가끔 회식자리에서 그가 감독한 흥행 대작 에로 영화'를 거론하며 열을 올리면 그는 항상 난처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이말 저말 뒤섞어서 어름어름 분명치 않게 말하기 일쑤였다. " 그 영화로, 뭐.... 그냥 재미 좀 봤지. 허허. 그건 그렇고 말이야......  " 스스로 에로 영화 감독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화제를 돌려 자신이 만든 영화 가운데 << ●●● >> 이란 영화를 만들 때의 촬영 에피소드'를 힘주어 말하고는 했다. 그 영화를 말할 때에는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그 영화는 영화 << ●● >> 이 흥행 대박을 친 다음에 만든 작품으로 흥행과 제작비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그가 평소에 만들고 싶었던 영화'처럼 보였다. 그 영화가 그에게는 " 불후의 명작 " 인 셈'이었다.

그것은 박찬욱 감독이 << 공동경비구역 >> 으로 흥행 대박을 친 후 흥행과 제작비에서 벗어나 평소 만들고 싶었던 << 복수는 나의 것 >> 을 만들었던 흐름과 비슷한 것이었다. 흔히 " 박수 칠 때 떠나라 ! " 라는 말이 떠돌지만 영화판에서는 박수 칠 만한 영화(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만들고 나면 그 기회를 살려 자신이 평소 만들고 싶었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떵떵거릴 때 밀어붙여야 한다는 소리이다. 박수 칠 때 떠나면, 그래요......  병신이다. 물에서 놀던 놈이 뭍에서 놀면 재미가 없는 법이다. 한국의 틴토 불알스 감독은 영업 이사를 때려치우고 다시 촬영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필름 카메라 대신 비디오 카메라'로 비디오 영화'를 만든다는 점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 핑크 " 가 난무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그곳에서  가족을 먹여살릴 " 쌀 값 " 을 벌어가며 와신상담했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에로 거장 틴토 불알스 감독 약사略史는 여기까지가 끝이다. 그는 공식적으로 2000년까지 영화를 만들었다. 그 이후의 소식은 알 수 없다. 충무로에서 에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애로'를 다룬 영화 << 아티스트 봉만대 >> 를 보는 내내 충무로에서 쫒겨나 몸에 맞지 않는 (영업 이사'라는) 옷을 입은, 초라한 둥근 어깨'로 각인되는 한국의 에로 거장 틴토 불알스 감독이 떠올랐다. 에로 영화'라는 장르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모두 다 좋아하면서 모두 다 좋다고 말하면 안 되는 속내가 바로 성욕'이었으니, 에로 영화 감독과 에로 영화 배우는 영화판의 서얼'이나 다름없었다. 시대는 변했지만 대우는 변하지 않았다. << 아티스트 봉만대 >> 를 관통하는 서정은 바로 그 점을 지적한다.

봉만대 감독은 ART한 핑크 영화'를 찍고 싶지만 제작자가 요구하는 것은 Adult한 공포 에로스 영화'다. 그는 나름의 철학으로 촬영 현장을 장악하고 싶지만 현실은 항상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전임 감독과 후임 감독이 대립하고, 제작자와 감독이 대립하며, 여성 배우와 남성 배우가 또한 대립각을 세운다. 이 영화는 < 8과1/2 > 같은 불후의 명작'을 만들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 69 > 스타일로 끝내야 하는 찌찔한 감독의 자기 반영을 담고 있다. 에피소드가 다소 산만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봉만대 감독이 봉만대라는 영화 속 캐릭터를 빌려서 내뱉은 속내는 그동안 말하고 싶었으나 말하지 못한 바를 지적한다. 영화는 벗었다는 이유로 찍힌 여배우들 : 성은, 곽현아, 이파니' 과 처음에는 화려하게 충무로에 " 입뽕 " 했으나

나중에는 흥행에 실패했다고 찍힌 감독과 배우 : 임필성, 여현수    그리고 에로 비디오 감독 출신이라고 충무로에서 서얼 대접을 받는 봉만대 감독이 만들어내는, 자기 디스와 변명이 난무하는 그럴싸한 난장을 " 페이크 다큐 " 형식으로 담아낸다. 페이크 다큐'라는 점에서 이재용 감독이 연출한 << 여배우들 >> 과 유사하지만 우아한 척하는 << 여배우들 >> 보다는 B급스러운 << 아티스트 봉만대 >> 가 더 흥미롭다.  내가 이 영화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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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3-2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글은 언제나 재밌네요.
요즘 봉만대 감독이 심심찮게 tv에 얼굴을 비치고 있는 것 같던데
에로 감독은 음탕할 거란 생각이 있잖아요.
그런데 의외로 소탈하고 수수해서 이 사람이 에로 감독 맞나 싶더군요. 물론 그 속이야 알 수는 없지만.ㅋ
저 <아티스트 봉만대>를 ip tv에서 볼 뻔했는데 그 전에 그 사람 영화를 반쯤 보다 말았죠.
에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근데 곰발님 글 읽으니까 왠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뭐 딴 얘기이긴 하지만 진짜 일 좀 하려면 왜 그렇게 잡음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소소하게 무료 공연하려고 하는 건데 이것조차 시작도 하기 전에
시각이 달라 대립하고 있으니 원.ㅠ

그런데 이탈리아 감독의 이름이 진짜 그래요? 거참...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1 15:13   좋아요 0 | URL
틴토 브라스`입니다. 제 식대로 발음하면 틴토 불알스`입니다. ㅎㅎㅎㅎ

에로 현장이 그렇게 에로스럽지 않습니다. 뭐, 저도 본 적은 없지만
그냥 일의 현장일 뿐이지 뭐 별다를 것 있겠습니까.
저도 옛날에 누드 사진 찍을 때 한번 회비 내고 참여한 적 있는데
흥분되기는커녕, 흥분될 시간 자체가 없어서 그런 생각 자체를 못하겠더군요.
회비냈으니 좋은 화면 뽑으려고 눈 똥그렇게 뜨고 막 설치고 다니면
음탕한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아요. 에로 영화판도 그렇지 않을까요 ?



근데 그때 말씀하신 시극 올리시는 겁니까 ?

2015-03-21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1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1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5-03-2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 읽고 나서 유튜브로 영화를 봤는데,
와 정말 좋네요.
무엇보다 감독과 배우들이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 희화화도 시도한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저 역시 이 영화를 보고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여배우들˝이란 영화는 봉만대 영화에 비하면 곰곰발님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2 07:40   좋아요 0 | URL
뭐,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니고 굳이 여배우들 잡설을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튼. 이 영화는 저예산 투자 비용 대비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5-03-2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케이블 영화 채널에 틴토 브라스의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요즘 심의 규정이 강화되어서 무삭제로 보기가 힘들어졌어요. 19금 영화는 베드신, 신체 부위 노출 장면까지 아예 삭제된 채 나오더군요. 틴토 브라스의 모넬라 1, 2편을 케이블 영화 채널로 본 적이 있어요. 제가 다녔던 중학교가 남중이었는데 2박 3일 소풍을 가면서 머문 숙소에서 친구들과 몰래 모넬라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2 07:41   좋아요 0 | URL
아니 19금 영화에서 신체 부위 노출 장면을 삭제하면 도대체 뭘 보라는 말일까요 ?
ㅎㅎㅎ.

모넬라 좋았죠. 꽤 근사한 영화였습니다. 그 여주인공이 참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