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과 볼넷  : 새누리는 왜 항상 이길까 ?



 

홈런 한 개는 안타(단타) 열두 개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안타(단타) 세 개를 묶어 1점을 얻는다고 가정했을 때 : 그랜드슬램(만루 홈런) 한 방은 안타 열두 방'과 같은 가치'라는 계산이 나온다. 스즈키 이치로는 타격-머신'이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1년 타율 0.350, 242안타 8홈런 69타점 56도루의 충격적인 성적을 남긴 그는 2004년 시즌에 메이저리그 100년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안타(262개)를 남겼다. 그는 통산 타율 0.317, 2844안타, 717타점, 487도루를 기록한 가장 완벽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스즈키 이치로가 기록한 대기록에 비해 야박한 대우를 하는 것 같다.  < 와 > 도 아니고 < 와와와와와 > 도 아닌 < 와와 > 정도 ?!  외국인 타자에 대한 차별'이 작용하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보기엔 야구에서 안타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편의상, 그랜드슬램이 단타 열두 개와 동일한 값을 가진다고 했을 때 262개 안타는 만루 홈런 21개를 때려낸 것과 같다. 우우, 하지 마시라.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따져보자는 의도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좀더 현실 가능한 계산으로 셈을 해보자.  보통 홈런 한 방에 평균 2점을 얻는다고 가정했을 때 2점은 안타 6개와 같은 값이니 홈런 44개와 안타 262개는 동일하다. 만약에 당신이 구단주라면 타율 0.250에 홈런 44개를 기록한 선수를 영입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아니면 타율 0.350에 홈런 8개를 기록한 선수를 영입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 각자의 셈법이 있겠으나 내가 구단주라면 같은 값이라면 단타를 많이 생산하는 선수보다는 타율은 낮더라도 홈런을 생산하는 선수를 선택할 것이다. 6안타를 때렸으나 완봉패 당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다. 

스즈키 이치로'는 2001 시즌에 안타를 242개나 생산했으나 타점은 고작 69점을 만드는 데 그쳤다(1번 타자가 타점보다는 득점을 위한 순번'이라는 점은 인정한다고 해도 안타 생산력에 비해 타점 생산력은 미흡하다). 2점 홈런을 꾸준히 치는 타자가  35개의 홈런으로 만든 타점보다 적다. 야구에서는 점수를 뽑지 못한 안타'는 아무 의미가 없다. 경기당 잔루가 많은 팀은 좋은 팀이 아니다. 잔루가 많다는 것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은 장타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홈런 타자가 부재하는 소총 부대'는 좋은 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엘지가 좋은 예이다. 팀 홈런은 바닥을 맴돌고 잔루는 그만큼 늘어난다. 1점을 얻기 위해서는 1이닝에서 안타 3,4개를 몰아쳐야 하는데 이게 어디 쉬운가 ? 경기당 팀 평균 안타 생산력이 9개이니 1이닝당 안타 1개를 생산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1이닝에 안타 3,4개를 때려야 1점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 점수를 얻는 과정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반면 홈런은 사사구로 집 나간 자식(타자) 허리춤을 쥐어틀고 집으로 끌고 올 수 있다. 안타(홈런) 하나로 말이다. 야구는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기'다. 10명 가운데 7.5명은 잡고 2.5명'은 놓친다. 타자 입장에서 보면 7.5번 죽고 2.5번 산다( 7번 죽고 3번 사는 타자는 실력이 좋은 타자이고, 7.5번 죽고 2.5번 죽는 타자는 실력이 보통이며, 8번 죽고 2번 사는 타자는 실력이 평균치를 밑도는 선수다).  만약에 투수가 투 아웃을 잡고 나서 세 명 연속 안타를 내주는 경우와 투 아웃을 잡고 세 명 연속 볼넷을 내주는 경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3연속 안타를 내준 상태에서 다음 타자와 겨루는 게 유리하다.

한 이닝에서 2아웃 이후 연속 4안타가 생산되는 경우는 통계와 확률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세 명 연속 볼넷으로 타자를 내보내면 다음 타자에게 안타를 맞을 확률은 높아진다. 왜냐하면 공격팀은 한 이닝당 평균 1안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비 실책이 나중에는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이와 같다. 그렇기에 투수에게 제구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술'이다. 안타를 맞더라도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최근 새천년민주당은 안타'가 무서워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다가 포볼을 남발하는 꼴을 연출한다. 극성스러운 것으로 유명한 좌파 팬들을 의식하다 보니 안타에 따른 비난을 두려워서 정면승부를 피하게 되는 것. 하지만 그 안이한 판단'이 다시 포볼을 내주고, 또 다시 포볼을 내줘서 포볼로만 만루가 된 상황'이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새천년민주당은 연속 3안타로 만루를 만드는 상황보다 연속 3포볼로 만루가 되는 상황이 확률상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위기인 줄도 모르고, 투수 새천년민주당 씨'는 3타자 연속 무 안타'라는 점에 큰 위안을 삼는 모양이다. " 엄마, 나 잘하고 있지 ? "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공격력이 뛰어나서 항상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일까 ? 그렇지는 않다. 새누리당 소속 타자들은 다른 팀 공격력과 다를 바 없다. 그저 1이닝에 1안타를 때렸을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새천년민주당 씨'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상대팀 4번 타자 이완구'가 돌아오자 우는 선수'도 있었다. 북풍이 무서워서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란다. 이명박 정권 때만 해도 천안함 좌초설에 힘을 실어주던 야당이 하루아침에 180도로 달라진 것이다.

누가 봐도 눈에 보이는 전략인 셈이다. 집 나간 토끼를 잡아보겠다고 보수층에게 꼬리를 살살 쳐서 점수를 좀 얻자는 속셈인데, 오히려 이 우왕우왕(우왕좌왕이 아니라)하는 태도 때문에 집토끼'마저 집을 나가고 있다. 모든 것 다 용서하마. 엄마가 병상에 누워서 애타게 기다린다, 라고 담벼락에 가출 신고 전단지'를 붙인다고 집나간 토끼가 쉽게 집에 들어올 리는 없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연패가 계속되면 홈구장으로 가는 발길이 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차피 질 거라면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방망이에 잘 맞은 타구가 반드시 안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뭐, 남의 팀 걱정할 때는 아니다. 엘지는 7연패 중이다. 시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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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5-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연패가 아니라 6연패란다. 뭐 수정할 생각은 없다. 오늘 지면 7연패이니 ....

돌궐 2015-05-06 15:10   좋아요 0 | URL
너무 그러지 마세요.ㅎㅎ 야구 모르지 않습니까.
먼 옛날 엘지의 전신 MBC청룡과 삼성의 프로야구 첫 경기에서 터진 이종도의 만루홈런 끝내기를 기억해 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6 15:49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이번 시즌은 싹수가 글렀습니다. 홈런 최저, 출루률 바닥.... 봉중근 산사태, 그렇다면 선발투수진이 뛰어나냐. 그것도 아니고. 선수는 늙어서 이젠 리빌딩할 기회도 없고. 그동안 신인 키우지도 못했고.....
루카스는 말이 메이저이지 마이너보다 못하고 한나한은 아프다는 핑계도 10억 먹고 고향 돌아갈 테세고...
아휴... 한숨만 나오는군요. 그냥 이번 시즌 꼴찌 했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5-05-0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경기 니퍼트 선발이던데 LG가 이기기에는 힘들 것 같아요. 지금 야구 중계 보고 있는데 점수가 4대 1이네요. LG가 두산을 잡아줘야 삼성과 게임 격차를 벌릴 수 있는데 내일은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7 07:43   좋아요 0 | URL
불행히도 제 예상이 맞군요. 오늘도 예상 함 해볼랍니다. 8연패 갑니다 !

cyrus 2015-05-07 18:39   좋아요 0 | URL
오늘 두산 선발 진야곱인데 이 선수의 공이 긁기지 않는다면 엘지도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제발 오늘 한 경기는 엘지가 이기기를.
 

 

 

 

 




왜 이래, 나 쉬운 말 아니야



김혜수가 영화 << 타짜 >> 에서 " 나, 이대 나온 여자야 ! " 라고 말했을 때, 이 말속에 숨겨진 행간은 " 나, 쉬운 여자 아니거덩.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  " 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배울 만큼 배웠기에 갈 때까지 가는 여자는 아니라는 말. 우습게 보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경고'다. 이처럼 남자들은 여자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잘해주거나 해맑게 웃어주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에 의하면 쉬운 여자와 쉬운 말은 홀아비와 과부 사이다. 쉬운 말처럼 보이지만 쉬운 말이 아니라는 말. 쉬운 말'이라고 해서 우습게 보다가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 되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쉬운 표현을 낮잡아 본다. 그래서 배운 사람일수록 쉬운 말을 어렵게 말한다. 대표적 지식인이 정성일과 신형철'이다. 이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뭔가 배운 티가 팍팍 묻어나서 느끼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정성일이 쓴 글은 영화 평론가 아니랄까봐 영화 평론가 티'가 나고, 신형철 또한 문학 평론가 티'가 난다. < -척을 하기 > 와 < -티를 내기 > 는 사소한 차이'는 있으나 넓은 맥락에서 보면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 - 척 > 과 < - 티 > 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부풀리는 성향이 있다. < - 답게 > 과 과도한 방향으로 빠지면 < - 티 > 가 되는 법이다. 예를 들어 교수가 < 교수답게 > 행동하지 않고 훈계질을 하면 < 교수티 > 를 내게 된다. 철학 책이나 학술 서적을 쉽게 쓰라는 주문이 아니다. 철학 책은 어렵게 기술되어야 한다. 만약에 쉽게 쓰여진 철학 책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철학 책이 아니다. 과학이 형이하학을 다룬다면 철학은 본질적으로 형이상학을 다루는 학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중과 호흡해야 하는 평론집'이라면 어느 정도는 쉽게 써야 할 의무가 있다. 대중이 이해할 정도로 쓰여진 평론집은 과연 깊이가 없을까 ?  독자는 자신이 이해를 못하는 문장은 자신의 얕은 교양을 탓한다.

" 당신에게는 무아경의 자기통제와 복종을 통해 일상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리오타르적 숭고의 의지가 있는가 ? " 라는 문장 앞에서 (독자) 거지반은 무릎 탁, 치며 아, 한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면서 일단 아, 라는 감탄사 하나 발사한다. 배운 만큼 배운 사람이 틀린 말을 썼겠어, 라는 노예 근성이 튀어나오는 순간'이다. 그러다 보니 배운 사람은 일단 어렵게 쓰고 본다. 손해볼 것 없기 때문이다. 알면 내 덕, 모르면 네 탓 !  하지만 저 위의 문장을 쉽게 풀어서 쓰면 당신은 우, 하게 된다. " 이런 글은 나도 쓰겠다, 쓰벌 ! " 내가 보기에는 < 당신에게는 무아경의 자기통제와 복종을 통해 일상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가 > 라는 문장을 내 스타일로 표현하면 < 할껴, 말껴 ? > 라는 문장이다.

더 줄인다면 < 할껴 ? > 다. 할껴, 라는 두 음절 속에는 " 거... 참, 말 많네. 그러니께, 말만 나불거리지 말고 용기 내서 함께 할 생각이 있는감 ? " 이 숨겨져 있다. 이 말을 가지고 무아경의 자기통제라느니, 복종을 통해 일상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리오타르적 숭고한 의지 따위로 포장하는 것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어려운 말 쓰며 배운 티 팍팍 내는 놈은 거지반 사기꾼'이다.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쉽게 말하고, 어렵게 말해야 되는 것은 쉽게 말하도록 노력하는 게 지식인의 몫이다. 쉬운 말이라고 해서 반드시 쉬운 말은 아니다. 다음은 상대하기 쉬운 말(실력이 없는 말)이 결코 쉬운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기사'다.


  

을(乙)들의 희망’으로 불리는 경주마 ‘차밍걸’이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가 생긴 이래 최다연패 신기록을 세웠다. 2005년 태어난 8세 암말 차밍걸은 26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6경주에 출전해 11마리 중에서 9번째로 골인했다. 이로써 2007년 데뷔, 7년간 96번 경주에 출전한 차밍걸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며 자신과 당나루(1995년 기준)가 갖고 있던 95연패 기록을 넘어섰다. 차밍걸은 다른 경주마보다 몸무게 100㎏이 덜 나가는 430㎏의 왜소한 말. 1등은 못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뛰는 ‘소시민’ 또는 성실한 ‘을’로 비유되며 서울 경마공원의 ‘화제마’로 부상했다. 차밍걸이 96연패 기록을 세운 26일, 1등 기수보다 더 조명을 받은 기수가 있다. 차밍걸의 기수 유미라(29)씨다. 2008년 6월 기수로 데뷔한 유씨는 같은 해 8월 차밍걸을 처음 타 12두 가운데 6위를 한 이래 차밍걸이 출전한 96회 경주 중 75번을 함께 달렸다.유 기수는 “오늘도 레이스 중반까지 꼴찌로 처졌다. 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달려 직선주로에서 두 마리를 제쳤다. 1등을 못하지만 어지간해서는 꼴찌도 안 하는 투지 있고 열심히 뛰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 신문에서 기사 발췌,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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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쌩 2015-05-05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삼느냐에따라 글쓰기가 달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먹물들이 심미적인 글을 추구하는것은 어느정도 이해하지만, 지나친 감정과잉이나 의식과잉이 글맛을 떨어뜨리고 책을 덮게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6 12:49   좋아요 0 | URL
영화 평론이라면 영화가 주가 되어야 하는데 가끔은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철학 개론을 읊습니다.
오이지의 맛에 대한 글을 쓰라고 원고지 내줬더니 쓴다는 게 고작 < 피클의 맛 > 에 대해서 쓰는 꼴이라고 할가요 ? 둘 다 채소절임이니 다 그게 그거다 ?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복면가왕 : 하늘과 느티나무



 

 

 

 

어느 여성'이 << 미녀들의 수다 >> 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키 180 이하인 남자는 루저'라고 말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촌스러운 취향 고백은 으레 신상 털기 작전으로 이어졌다.

그녀가 다니는 대학교 게시판에는 온통 그녀를 향한 욕설로 도배가 되었고, 출처를 알 수는 없지만 예상 가능한 정체불명의 루머가 떠돌아다녔다. 사생활이 문란한 여자'라는 것. 웃고 떠드는 오락 방송에 나와서 웃자고 한 말(Humor)이 무시무시한 말(rumor)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그녀 입장에서는 단순한 취향을 고백한 것에 가까웠지만 대한민국 불알후드(brotherhood)의 잣대(?)로 보자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 불경 " 이었던 모양이다. 사과 한 개'면 끝날 줄 알았으나 사과 박스 채 조공을 드리며 보시를 해도 대중의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방송사'는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그때가 2009년이었다. 쉽게 끓는 물은 금방 식는 법. 180 이하 루저 사건은 대중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졌다. 이 사건은 여기서 끝,

 

났을까 ?  그렇지 않다. 이 사건으로 " 루저녀 " 라는 불명예를 얻은 그녀는 2013년,  한 대기업에 취직했으나 이내 취직이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불알후드(들)이 떼거지로 해당 기업에 전화를 걸어 핏대 세우며 항의를 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 벌어진 일이 2013년까지 이어진 것이다. 한 여자의 취향 고백이 연좌제가 되어 그녀를 끈질기게 따라다닌 꼴'이었다. 불알은 (한) 영혼을 잠식했다1. 그렇다면 이 사건은 왜 이렇게 사회 문제'로 번졌을까 ? 간단하다. " 감히 " 여성이 남성의 자존심을 긁었기(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자는 자고이래로 루머의 희생자'였다. 루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쪽은 남성보다는 여성'이었다.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뜬소문은 여자의 일생을 작살내기에 충분했다.

막달라 마리아'도 루머의 희생자'에 속한다. 어쩌면 < 막달라 마리아는 창녀다 > 라는 소문은 가장 오래되었지만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고, 여전히 진행 중인 가장 오래된 찌라시'다. 성서를 이 잡듯이 뒤져보아도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라는 기록은 없다. 기독교와 관련된 외전(外典)과 외전(外傳)을 두루 살펴보아도, 그 어느 문헌에도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라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조심스러운 추론은 가능하다. 열두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이 사실을 퍼트린 것은 아닐까 ? 당시 예수가 활동했던 시대에는 여성을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가축으로 취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수가 총애하는 사람이 막달라 마리아'라는 사실이 열두제자의 심기(질투)를 건드렸으리라. 이래저래 남성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은 처벌을 받았다.

한마디로 여성잔혹사'인 셈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 하늘과 느티나무 >> 라는 제목에서 동화 같은 시적 낭만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곧 이 순열 順列 이 끔찍한 조합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다음은 1993년 연합뉴스 기사 내용이다. 최협의 <<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 라는 冊을 읽다가 끔찍한 사건'이라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한다.

 



(서울=聯合) ○...서울 강동경찰서는 3일 애인의 몸에 담뱃불로 문신을 새기고 폭행한 申씨에 대해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 경찰에 따르면 강동구 암사동 K병원 CT촬영 기사인 申씨는 지난 90년 11월 환자보호자로 병원에 찾아온 孫모씨(39.여.다방종업원)와 사귀어 내연의 관계를 맺어오다 지난달 19일 孫씨가 다른 남자와 교제한다는 이유로 병원부근 O여관으로 끌고가 넥타이로 孫씨의 두손을 묶고 수건으로 입을 막은 뒤 담뱃불로 등과 가슴에 '하늘'과 '느티나무'라는 글씨를 남기는 등 온몸에 문신을 새겨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는 것. 지난 83년 결혼해 아들 2명을 두고 있다는 申씨는 경찰에서 '하늘'과 '느티나무'라는 문신을 새긴 데 대해 "남자는 하늘같이 모셔져야 하고 여자는 느티나무와 같은 남자의 휴식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태연한 표정.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사건은 가해 남성이 내연 관계에 있던 피해 여성이 다른 남자와 교제를 한다는 이유로, 여성을 강제로 벌거벗긴 후 몸에다 담뱃불로 " 하늘과 느티나무 " 라는 문장을 새긴 사건이었다. 일명 " 담배빵 " 이었다. 담뱃불 최고 온도가 850~900c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여성이 겪었을 공포와 통증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어쩌면 이 행위는 살인보다 더 끔찍한 폭력일 수 있다. 그는 남성은 하늘이고 여성은 땅이라는 유교적 남존여비 男尊女卑 에 젖어서 남성 권위( 자존심)에 도전한 여성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 페니스를 섬기지 않고 다른 남자의 페니스를 섬기게 되니 좆부심이 발동한 까닭이다. 감히..... 네 년이 ! 넓게 보자면 이런 시선은 대중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대한민국 마초 남성들은 IMF 이후 양성 평등 사회,

혹은 여성 상위 시대'가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IMF 사태로 인해 정리 해고된 쪽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았다. 남성은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이유로 남고 여성 동료들은 직장을 떠나야 했다. 마초 남성의 주장과는 달리 남존여비 男存女悲'였던 셈이다. 그렇기에 IMF 이후 여성이 남성 밥그릇을 빼앗거나 남성 머리 위에 군림했다는 주장은 루머'인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자. < 180 이상인 남성이 좋다 > 라는 말과 < 얼굴이 예쁜 여자가 좋다 > 혹은 < 가슴이 큰 여자가 좋다 > 라는 말은 서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얼굴이 예뻐야 된다는 남성 주장에 대해 비난을 퍼붓지는 않는다. 못생긴 여자에 대한 농담은 단 한번도 사회적 응징을 받은 적이 없다.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었고 강용석은 인기 방송인이 되었다.

마누라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씩 두들겨 패야 한다고 말한 윤종신은 사과 한마디로 없던 일이 되었다. 과연 이 사회는 양성평등사회'일까 ? MBC 주말 오락 프로그램 << 복면가왕 >> 이라는 오락 프로그램이 있다. < 나는가수다 > 라는 서사에 < 복면 > 이라는 미스테리한 요소를 첨가했다. 나는 (복면 쓴) 가수다 ?!  문학으로 비유하자면 순문학에 장르문학이 결합한 꼴이다. 계급장 떼고 편견 없이 노래만 가지고 승부를 가려 봅시다, 라는 제작 의도가 참신했다. 얼굴을 가리자 시청자는 비로소 < 눈 > 으로 보는 대신 < 귀 > 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시청자는 뛰어난 가창 실력을 선보이는 복면가왕의 승자가 얼굴 예쁘고 춤 잘 추는 걸그룹에 속하는 여성 가수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는 했다. 

예쁜 여성 가수는 노래를 못 부를 것이란 선입견이 은연중 작용한 탓이다. 예쁜 얼굴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이다. 이처럼 선입견은 눈을 감게 만들고 귀를 닫게 하는 작용을 한다. 남성 가부장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라는 관습화된 언어 습관이 하늘과 느티나무라는 끔찍한 문장을 만든 것은 아닐까 ? 인간은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단지 여자다운 여자로 훈련받고, 남자다운 남자로 교육받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생물학적 성(SEX)이 남성이 요구하는 사회학적 성(GENDER)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여자'다 ! 언어 속에 깃든 성차별은 널리고 널렸다. < 남의사 > 라는 낱말은 없지만 < 여의사 > 라는 낱말은 사전에 등록되어 있다.

< 여교사 > 는 있지만 < 남교사 > 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여군, 여교수, 여배우, 여대생, 여주인 등. 세상의 반이 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유별난 " 구별 짓기 " 는 성차에 따른 분류'이다. 이러한 성차별성 언어가 일상 생활 속에 스며들면서 남녀불평등 사회'를 만든다. 한국인은 알게 모르게 관습화된 언어를 통해 불평등'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역설적 표현이지만 한국 사회는 복면을 쓸 필요가 있다. 여성에 대하여 얼굴(미모)로 평가하지 말고 목소리'만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 복면은 오래된 편견을 없애는 도구'다. 티븨 광고 속에서 가장 흔한 말 가운데 하나가 " 사랑받는 아내 " 라는 말이다. 곰곰 생각하면 사랑을 주는 존재는 남편이고, 사랑을 받는 사람은 아내'다. 이러다 보니 칼자루를 쥔 쪽은 남편.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에게 앙칼진 말방구는커녕 알랑방구를 껴야 그나마 사랑을 받을까 말까'다. 이처럼 곳곳에 성차별적 고정관념은 견고하게 뿌리를 내려 결국에는 끔찍한 느티나무가 되는 것이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만국의 여성 노동자여, 복면을 씁시다.

 

                                                                                                                         

 

 

 

 

 

 

 

 

 

 


 

  1.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파스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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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5-0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면가왕 알고 보면 나름 의식있는 프로군요.
그건 몇년 전 <전설을 노래하다>란 프로에서 걸그룹의 멤버들이 자신들의
가창력을 증명하면서 촉발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때 <나가수>에선 중견들의 무대였다면 <전노>의 타깃은 그랬죠.
저렇게 잘하는데 그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어쩌면 하나 같이 그런 건지...
묘한 엇갈림? 뭐 그런 게 느껴지더군요.
옛날 그 멋진 가사들을 가진 노래를 젊은 친구들이 잘하니 진짜 빛나 보인다는...

근데 곰발님 글 읽으니까 저도 욕하고 싶어졌어요. 시바 좆같은 남존여비 웃겨!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4 13:33   좋아요 0 | URL
전노`라고 하셔서 전국노래자랑인 줄 알았습니다.
보니까 전설을 노래하다, 이군요.
흔히 걸그룹, 보이그룹은 노래를 못한다는 편입견이 있는데
사실 이 사람들은 혹독한 보컬 트레이닝을 거치잖아요.
사실 8,90년대 가수들보다 기본기가 뛰어난 경우가 많죠.

아무개 2015-05-0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T해주는 트레이너가
여친이랑 다퉜다길래
누나한테 말해봐 했더니
여친이`감히` 따박따박 말대꾸를
해서 다퉜다고 하더군요.
둘은 동갑인데 감히 말대꾸를
했다는 표현쓴것은
네가 네 여친을 아랫사람으로 보는거 아니냐구
심지어 네 친구에게도 그런 단어
사용하지 않지 않냐했더니
당황 황당 스러워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5 17:04   좋아요 0 | URL
은연중에 이런 생각하는 남자가 많습니다.
한때 이들은 모두 애인의 코딱지만한 가방이 무거워 보일까봐
들어주던 사내들이었는데 말이죠.

다락방 2015-05-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단지 여자다운 여자로 훈련받고, 남자다운 남자로 교육받을 뿐이다.` 라는 문장이 유독 반갑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5 17:05   좋아요 0 | URL
뭐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이게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좀 답답할 따름입니다.

오쌩 2015-05-06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의 기호를 윤리적으로 평가하고 마냥사냥하는게 안타깝네요.
술자리에서 온갖 저급한 언어와 음담패설을 해도 남자는 괜찮고 여자가 거기에 맞춰주면,쉽게보고 낮게 펑가하는걸 보면..여성들은 스스로 피해당하지않게 자연스런 말도 곱씹고 검열해야한다는게 슬프네요ㅜ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6 12:47   좋아요 0 | URL
여자가 뉘앙스를 조금만 야시시하게 말하면
당장 표적이 되고는 하죠.
공평하지 않은 거에요.

돌궐 2015-05-06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다른 얘기긴 한데요... 저 지엄하신 조선 왕실의 제사에서 제사 음식은 모두 남자들이 준비했다고 하더군요. 종묘에는 아예 왕후를 제외하고는 여자의 출입을 금했다고 합니다. 아마 여자의 손길에 부정 탄다는 이유였겠지요. 그런데 오늘날 저 잘난 남자들은 제사만 지내면 여자들한테 모든 제삿상을 맡겨둔 채 무능하게 안방에 드러누워 허세질만 부리다 절 몇 번에 술잔 몇 번 돌리고 제사 끝나면 술 처먹고 진상 부리다가 집안 싸움까지 나기 일쑤죠.
그럴 바엔 제사를 지내지 말던가 지내려면 여자들과 같이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애들한테 제사 지내지 말라고 할 거예요. 그냥 가끔 너희들 때문에 쎄빠지게 고생하던 애비가 있었음을 생각이나 해달라고 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6 15:5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사, 여자들 골병듭니다. 그냥 각자 조금씩 음식 해와서 명절에 조금씩 상 위에 올리는 게 제일 낫지 싶습니다. 저희 집은 그렇게 합니다. 그러면 굳이 하루 전에 다 모여서 음식 차릴 필요 없어요. 각자 파트를 나누면 되니깐 말이죠. 이게 제일 편합니다. 저희는 기독교라 제사는 안 지내지면 음식은 하거든요. 옛날이나 못 먹던 시절이니 명절이라도 배불리 먹자 였지 요즘 누가 먹습니까. 조금씩 하는 게 최고인 거 같아요.
 

 

 

 

 

 



언어는 존재의 집




인간은 말한다(spricht). 우리는 깨어 있을 때도 말하고, 꿈속에서도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말한다. 우리가 아무 말도 소리 내지 않고 경청하거나 읽을 때에도 우리는 말하며, 심지어 특별히 경청하거나 읽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일에 몰두하거나 한가로이 여가를 즐길 때에도 우리는 말한다.


ㅡ 하이데거, < 언어로의 도상에서 > 中에서

 


 

쉬운 표현을 어려운 문장으로 꾸미는 게 쉬울까, 아니면 어려운 표현을 쉬운 문장으로 꾸미는 게 쉬울까 ? 두말할 것도 없이 어려운 표현을 쉬운 문장으로 꾸미는 것보다 쉬운 표현을 어렵게 꾸미는 게 더 쉽다. 조용필이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라고 노래했을 때, 이 표현은 남자의 복잡한 심사'를 매우 선명하게 그려낸 탁월한 문장이었다. 셰익스피어 또한 인간의 뒤틀린 심사'를 간결하게 묘사할 줄 아는 작(사)가다. 햄릿의 성격은 딱 잘라 말하기가 불가능하다. 배우 최민식옹께서 햄릿에게 " 누구냐, 넌 ? " 이라고 반문할 것이 분명하다. 사랑이 넘치는 인물 같다가도 느닷없이 잔인하며, 나약한 순간에 불같이 강한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싸움닭 기질이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막상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겁쟁이로 추락한다.

그렇기에 햄릿은 누군가에 의해 특정 유형으로 정의 내리는 순간 상대방으로부터 앙칼진 말방구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햄릿을 결단력 없고 나약한 인물이라고 정의 내리면, 햄릿이 결단력 없고 나약한 인물이 아니라는 증거를 들이대며 딴지를 걸 사람은 많다. " 닝기미, 조또 ! 결단력 없고 비실비실한 놈이 그 수많은 사람 죄다 죽였겠어, 그려, 안 그려 ? " 사실, 연극 << 햄릿 >> 은 " 환각과 속임수와 광기로 짜인 줄거리'는 결국 주인공들이 없어서(모두 죽어서) 중단된1 " 연극이다. 임성한 드라마 << 오로라 공주 >> 에서 등장인물이 이유없이 죽고, 쓸데없이 죽고, 어이없이 죽고, 황당하게 죽고, 심지어는 떡대  : 드라마 속 개 이름      마저 죽어서 시청자에게 " 막장 드라마 " 란 거센 항의를 받았다면,

<< 햄릿 >> 도 같은 이유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오필리어도 죽고, 플로니어스 재상도 죽고, 거투르드 왕비도 죽고, 클로디어스 왕도 죽고, 레어티즈도 죽고, 햄릿도 결국에는 죽는다. 주요 등장 인물들이 모두 죽었으니 감독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쉽게 말해서 어...... 동열이고 없고,  어..... 종범이도 없는, 감독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해태(기아) 잘하고 있나 ?    이런 마당에 햄릿이 결단력 없고 나약한 인물이라고 ?! 그런데 < 햄릿 > 을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면 오히려 더 심한 앙칼진 말방구'가 예상된다. 한마디로 햄릿은 굉장히 복잡한 인물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복잡한 성격을 " to be or not to be " 로 해결한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쉬운 단어 활용'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이 난다.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 꽃 둏고 여름 할 때 서로 사맛디 아니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백성도 to, be, or, not 정도는 알지 않은가 ?  이토록 복잡한 인물을 이토록 쉬운 단어로 정의를 내리다니, 놀랄 노 자'다.  야구 선수는 공과 방망이를 가지고 놀고, 시인과 소설가는 언어를 가지고 논다. 철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 ㅡ 學 " 은 대부분 언어를 다룬다. < 신학 > 은 텍스트를 독해하고 숨은 뜻을 해석한다는 점에서 해석학'이다. 해석학은 언어의 은유를 파고들며, 분석철학은 언어의 규칙을 증명하려는 수작(秀作)이고, 프랑스 철학은 언어의 다의성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철학과 언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하이데거는 독일 현대 철학의 거성'이지만 인간성은 그닥 훌륭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히틀러에 빌붙어서 승승장구한 대표적 지식인이었다. 이 철학 교수는 1933년 5월 1일 나치당에 입당한다.  당원 번호는 3,125,894번'이었다. " 하일, 히틀러 !!! " 히틀러가 게르만 혈통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건강한 육체를 강조했다면 하이데거는 게르만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독일어를 위대한 민족어'로 내세웠다. 그는 그리스어와 독일어를 모르면 철학을 결코 배울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에게 모어'는 존재의 집이었다.  타 언어'를 사용하는 철학자가 들으면 부아가 날 만한 소리'다. 하지만 독일 사람인 그가 독일어로 사유의 영역을 확장한 것은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모국어에 대해 무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누가 돌을 던지랴.

오히려 비판받아야 될 사람은 자기 나라말은 버려둔 채 하이데거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이다. << 문학의 아토포스 >> 를 쓴 진은영은 시인이면서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니, 그 누구보다도 언어를 가지고 노는 직업군인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은 온통 내 나라말이 아닌 다른 나라말이 넘치고 넘친다. 홍대 두리반'이나 쌍용 투쟁 현장을 바라보며 문학의 현실 참여를 주장하지만 그닥 와닿지 않는다. 책 구성도 기막히다.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의 << 독일. 겨울동화 >> 라는 독일 시 인용으로 첫 페이지'를 시작하더니, 이 책 마지막 페이지는 신형철의 발문이 삽입된 " 나는 여행을 쉴 수가 없으니 인생을 그 찌꺼기까지 다 마시련다(앨프리드 테니슨, < 율리시스 >) " 라는 인용구로 매조지한다.  

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 따순 밥 > 인데 이 책은 정작 < 빵과 버터 > 에 대해 말한다. 그녀의 걱정이 군걱정으로 들리는 이유이다. 이 책이 랑시에르 입문서'라면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노동 현장을 걱정하며 소통과 연대를 강조하면서 정작 엉뚱한 소리를 하면 비판받아야 한다. 그녀가 자주 말하는 " 시인적 모럴 " 이라는 표현이 어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 " 시인적 모럴 " 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다면 대통령적 모럴, 검사적 모럴, 이발사적 모럴 따위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접미사 < -的 > 은 가급적, 국가적, 기술적, 문화적, 비교적, 사교적, 전국적 따위로 활용된다. 그래야 자연스럽다. 진은영의 시인적 모럴'이 어색한 이유이다. 끝까지 읽었으나 그 의중을 끝까지 모르겠다 ■

 


 


 

 

덧대기

 

的 ,  너는 누구냐      http://blog.aladin.co.kr/749915104/7499363




 

  1. 진실의 막간, 니콜라 아브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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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0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르게네프가 인간 유형을 ˝햄릿형 vs 돈키호테형˝으로 나눈 적 있죠. 세르반테스가 20년 정도 먼저 태어나긴 했지만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작가라는 점도 흥미롭지요.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역사적인 인물....
햄릿은 너무나 고심하는 스타일이라 그로 인해 우유부단해지고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면, 돈키호테는 너무도 충동적이라 주변을 살피기보다 행동을 먼저 저지르고 말아 좌절의 좌절을 거듭했죠. 햄릿은 다른 이를, 돈키호테는 자신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성향의 차이일 뿐 모두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투르게네프는 시대가 그랬기 때문인지 돈키호테를 더 지지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유형의 인간이 요구되고 있는 것일까요.

지적 사대주의 같다며 진은영을 공격하며, 곰곰발님이 하이데거를 서두에 내세우신 건 논의의 방어선을 만드신 걸로 보이는데 나쁘진 않습니다. 헌데 하이데거의 모국어의 사유가 정당하다는 말은 제겐 언어적 내셔널리즘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서양의 여러 제도는 받아들여도 되고, 서양철학은 안된단 말입니까. 어쨌거나 곰곰발님의 전제는 인정하며 논의를 따라갔으나, 수작들, 지적 허영, 어렵게 썼다, 모르겠다식의 잽만 넣으시고 결론을 지으신 건 좀 그러네요. 지난번 <문학의 아토포스>도 이런 식이었어서....논의, 토론, 공격도 상대의 꼼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펀치를 날려야 효과가 있는 거잖습니까.
물론 문단의 그러함은 진보진영의 그러함처럼 지적 유대 강화, 풀뿌리 내부 결속과 그 이상의 분열... 비슷한 점이 있긴 합니다. 역시나 인간답다고 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16:43   좋아요 0 | URL
세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죽은 날이 같다고 하죠 ? 둘 다 성이 세 씨`이고 말입니다. 제가 보기엔 햄릿은 우유부단한 인물이 아니라 다생각증후군인 것 같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발생하는 병. 뭐, 제가 지은 병명입니다.


진은영에 대한 글 가운데 수작`은 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제가 쓰는 수작은 수작 酬酌 이 아니라 수작 秀作 입니다. ( 참고로 진은영 글에 대해 수작`... 이라는 표현은 없네요. 비트겐슈타인의 분석철학에 대한 언급에서 잠시 手作을 언급했습니다. ^^ )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이 책은 단순히 랑시에르 입문서`라면 좋은 책이라 생각하지만, 문학은 정치적어야 한다, 라는 주장을 하기 위한 글이라면 가고자 하는 길이 곁가지로 흘러 방만해졌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또한 시인이라면 지나친 비문은 피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저는 모럴이 번역불가능한 관념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토포스를 대체할 번역은 없지만 굳이 모럴 따위를 시인적 모럴`이라는 이상한 번역투를 상요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갑니다. 번역서가 아니면서 번역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16:29   좋아요 0 | URL
글이 늘어났군요.
하이데거에 대한 언급은 언어적 내셔널리즘이 아닙니다. 자기 나라 말을 두고 자기 나라 말이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그런 식이라면 아갈마 님은 이오덕의 주장을 언어적 내셜널리즘이라고 비판해야 하지 않을꺄요 ? 하이데거가 이런 말을 했죠. 그의 유명한 명제입니다. ˝ 언어는 존재의 집 ˝ 이다. 그는 자신의 모국어로 자신의 철학을 완성한 철학가입니다. 하이데거를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어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의 나라 말로 철학하기`보다 중요한 것은 내 나라말로 철학하기가 아닐까요 ? 문학의 아토포스에는 그러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론보다는 발로 현장(현실 참여, 실천.. 이런 표현을 유독 많이 씁니다 ) 을 뛰어나니며 고민하는 저자`가 막상 이론에 갇혀서 현장를 한정하는 것은 아닐까요 ?

AgalmA 2015-05-03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생각이 많아서 우유부단해졌다고요. 다생각증후군 동의합니다.
두 사람의 사망년도, 날짜가 같아요. 1616년 4월 23일... 신기하긴 합니다.

관념어를 모국어로 바꾸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우리에겐 없는 언어와 관념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번역서들이 이렇게 욕을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ㅎ 추상어를 일반어로 바꾸는 건 지난한 일이죠. 그럼에도 최대한 모국어로 바꾸는 성실함은 필요하다는 것, 저도 동의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15:08   좋아요 1 | URL
네,네네. 전 관념어를 번역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atopos를 무슨 수로 한국말로 번역할 수 있나요. 호모사케르도 마찬가지고 줄리아크리스테바의 abjection을 비체`라고 옮기는 것도 그닥 확 와 닿지는 않죠. 철학 용어는 최대한 그대로 인용하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철학을 쉽게 설명할 수는 없죠. 진은영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철학자들은 이제 내 나라말로 철학하기`라는 것에 대해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양 철학에 단순히 각주를 다는 수준이 아니라 말이죠. 뭐, 어디까지나 그냥 저의 개인적 생각이니 깊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ㅋㅋㅋ.

AgalmA 2015-05-0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확인을 제가 더 정확히 알아봐야하겠지만 언급하신 `독일어를 위대한 민족어`로 강조한 것은 대단히 내셔널리즘이죠. 곰곰발님의 옹호 뉘앙스도 그렇고요. 다른 언어는 그보다 못 하답니까. 우리만 해도 한국어의 우수성을 얼마나 강조합니까. 한글이 트위터 정보 전달력이 훨씬 강한 조성체계이기 때문에 정보를 더많이 넣을 수 있어 한국의 트위터 파급률이 강하다는 주장도 있죠. 저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곰곰발님도 한국어 탐구 많이 하셔서 아시겠지만, 서양의 한정된 `보다` 개념과는 다른 촘촘한 뉘앙스의 한국의 단어들 얼마나 많은가요. 시간상 일일이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제 사유와 존재를 탐구하기 위해 모국어에 관심이 기울이는 것이지 모국어를 사랑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존재의 집˝ 탐구로서 말이죠. 내 나라 말이든, 남의 나라 말이든 인간이라는 존재 탐구를 위해 저는 가리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볼 것이라는 노선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생각도 없습니다. 각자가 정한 지침대로 가는 거겠지만, 여기서 저는 그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순 없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16:41   좋아요 0 | URL
저는 이오덕 주장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내 나라말을 사랑하자는 태도는 지지합니다. 한국인이 한국말을 사랑한다는 고백이 나쁠 것은 없죠. 하이데거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 사람이 자기 언어에 대해 긍지를 가지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을 지적한 겁니다. 독일어를 모르면 철학을 할 자격이 없다는 말은 굉장히 건방지지만 그가 자기 나라 언어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굳이 비판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아갈마 님은 자신의 사유와 존재를 탐구하기 위해 모국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지 모국어를 사랑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아갈마 님은 영어공론화를 주장하는 복거일의 자세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유와 존재를 탐구하기에 다른 나라 언어가 더 효율적이라면 모국어 대신 영어를 선택하실 수 있다는 태도처럼 들립니다. 그렇지 않나요 ? 복거일도 자신의 모국어가 비효율적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니 영어를 받아들이자는 태도를 취한 것이겠지요. 한글은 모국어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랑하는 존재여야 합니다. 그것은 조건이 될 수 없죠. 무조건입니다.

AgalmA 2015-05-03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종다양한 언어의 특성과 가능성을 말했지 효율성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나친 비약은 사양합니다.
하지만 모국어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면, 같은 나라이기 때문에 무조건 동포를 지지하고 사랑해야한다는 민족주의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18:39   좋아요 0 | URL
논리적 비약은 아갈마 님이 하시는 것이지 제가 하는 게 아닙니다. 모국어는 선택 사항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선택 사항도 아닙니다. 부모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 못난 부모 만났다고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고 바라시나요 ? 선택할 수 없는 것은 결국 좋고 나쁘고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닙니다. 모국어도 마찬가지죠. 사랑하고 나서 비판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게 전제가 되어야죠. 미워하고 나서 비판하는 것은 편견이자 편애입니다. 모국어에 대한 사랑을 패거리 문화 따위로 폄하하시려는 겁니까 ? 내 나라 내말을 무조건 사랑하고 싶다는 서정이 왜 삐딱한 감정입니까 ?

AgalmA 2015-05-0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그간의 가족주의 비판이 사랑의 관점이셨습니까. 저는 옳고 그름의 선, 통념의 잘못된 오류에 대한 지적으로 봐 왔습니다. 곰곰발님도 그런 관점에서 말씀하시는 걸로 보였구요. 지금 말씀은 결정론자나 운명론선에서 말씀하시니 아주 판이하군요. 지금껏 제가 다 잘못 읽은 걸로 감수하겠습니다.
제가 언제 이오덕 선생 잘못했다 했습니까? 언어를 바르게 쓰는 건 옳은 일이죠. 바른 인식과 타인과의 소통에서도 중요한 점이기도 하기 때문에요.
패거리문화 같은 용어들을 가져와 제게 붙이시는 걸 비약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논점에서만 말씀해주시죠. 제가 위에 분명히 타인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고 분명 언급했습니다. 그걸 읽지 않으시고 본인 맘에 안드는 점만 계속 물고 늘어지는 건 논쟁만 하자는 걸로밖에 안 보이네요.
제 마지막 말의 답변을 정확히 부탁드립니다. 모국어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같은 나라 동포를 사랑해야 한다는 민족주의와 어떻게 다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18:58   좋아요 0 | URL
좀 어이가 없네요. 그러면 모국어를 미워할 수도 있는 상황이 가능합니까 ? 묻고 싶네요. 미우나 고우나 라는 말이 있죠. 언어는 바로 미우나 고우나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그것은 어떤 기준에 의해 평가받을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제가 누누이 말했듯이 언어는 절대 순위를 매길 수 없습니다. 그 나라 사람은 그 나라 말이 최적인 상태로 태어났고, 그 말을 고마워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모국어 사랑이 과연 편협한 가족주의 중 하나일까요 ? 내 새끼가 최고라는 가족주의와 모어에 대한 편애는 다른 것입니다. 혈맹은 이기`에 속하겠지만 모어에 대한 사랑은 운명에 대한 것이 아닐까요 ? 모국어는 무조건 사랑하고 나서 제2 외국어를 사랑하는 것과 제 2 외국어를 사랑한나머지 모국어를 폄하지는 마세요.

AgalmA 2015-05-0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국어 폄하한 적 없구요.
정확한 답변이라기보다 님의 말씀은 자신의 주장 옹호로만 보이는군요. 아마 님께도 제가 그렇게 보일 거구요.
알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물러 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20:08   좋아요 0 | URL



​내가 내 주장에 대해 옹호만 하는 인간이라면, 아갈마 님 또한 자기 주장에 대한 옹호하기 위해서 이런 글을 남기신 것은 아니겠습니까 ?

아갈마, 님. 논쟁이라는 건 말이죠.
사전적 의미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 자기 주장을 말이나 글로 논하여 다툰다는 의미입니다.

즉, 자기 주장에 대한 옹호가 바로 논쟁입니다.

그걸 가지고 내 주장을 ˝ 자기 주장에 대한 옹호 ˝ 라며 쿨한 척 슬며서 물러나는 건 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아닙니까 ?


지금까지 아갈마 님은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 이 지루한 댓글을 남기신 건 아닙니까.
이제 와서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 댓글을 다는 행위를

세련되지 못한 논증이라는 논리가 이상한 겁니다. 자기 주장에 대한 고집은 토론과 논쟁의 기본입니다. 지금까지 아갈마 님이 진행한 댓글 또한 자신이 주장한 것에 대한 고집이라는 사실을 아시기 바랍니다.

모국어를 무조건 사랑해야 된다는 것과 한국어가 세계 최고라며 국뽕에 가까운 칭찬을 하는 정치가의 한글 사랑을 혼동하지는 마십시오.

후자는 비판받아야 할 것이지만 전자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무조건적 박애와 정치적 실익`을 계산에 둔 선택은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AgalmA 2015-05-03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대한 정중하려고 했기에, 서로의 주장이라고 말하던 겁니다. 분명 하이데거와 곰곰발님의 발언은 편파와 배척이 깔린 내셔널리즘입니다. 자꾸 가르려 하시지만, 님의 무조건과 국뽕은 다를 게 없습니다. 모국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주장으로 어쨌거나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시겠지요. 그 지지가 있다고 해서 비판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건 오만입니다. 자신이 가족주의인 줄 모르는 사람들만큼이나 내셔널리즘이란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계시니 당연하시겠지만요. 가족주의는 편협하고 모국어 사랑은 당연하다고요? 그야말로 사람 따로 말 따로 입니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는 건 인간과 언어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거 서로 인정하는 바 아닙니까. 단순히 가족주의 용어로 만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겪고 생각하는 가족도, 언어도 밀접하게 얽혀있기에 세상이 이토록 어려운 지경인데, 그렇게 쉽게 가르시다니...자신이 상당히 괴리적이란 생각을 못하시다니 유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20:29   좋아요 0 | URL
아갈마 님은 뭔가 굉장한 착각을 하고 계신 듯합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은 한글`이라는 것 자체만 놓고 보자는 겁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라는 속담은 한글 체계가 엉망이기에 나온 겁니까 ?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나누려는 남성 기득권 사회가 한글을 이용한 것일 뿐입니다.
여의사`라는 단어는 있는데 남의사는 없다는 사실이 한글의 편애인가요 ?
아니죠. 남성 기득권이 만들어놓은 구조죠. 한글은 죄 없습니다. 인간은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인 존재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인간은 다만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으로 훈련을 받죠. 언어의 잰더 규정에 의해서 말입니다. 한글 사랑과 편협한 가족주의 혹은 패거리 문화는 다른 겁니다.

< 무조건 > 과 < 국뽕 > 은 다르지 않다고요 ? 파블로프의 개처럼 무조건 반응하는 것은 국뽕일까요 ?

사람이 물에 빠졌다면 무조건 소리를 지르거나 물에 뛰어들어서 구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 태도는 국뽕입니까 조건 없는 반응을 국뽕이라고 하면 안 되죠.



+

최대한 정중하려고 하신다는데 최대한 정중한 필요는 없습니다.
최대한 정중한 태도를 보일 곳은 국제 외교 자리`겠죠. 논쟁은
최소한의 예의만 갖추면 됩니다.
최대한 예의는 청와대 초청으로 박근혜 앞에 있을 때 보여주십시오.
저 같은 잡놈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만 갖추시면 됩니다.

AgalmA 2015-05-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성/남성성의 사회성까지 끌어와 논의를 넓혀서 논점을 흐리지 마십시오. 그럼 저는 인식론을 가져와야 하나요. 처음부터 저는 한글이 잘못됐다, 잘못 쓰이고 있다 라고 말한 적도 없습니다.
저는 문제적인 부분, 하이데거와 님의 자기나라 말 사랑의 무조건성에 대한 지적을 했습니다.
님이 말하는 무조건적인 나라어 사랑은 나라사랑/가족사랑과 대상만 다르지 근본적 애착은 같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 애착의 고리와 패착의 우려를 표했고, 님은 그건 간과한 채 그 사랑의 타당함만 주장하시니 이렇게 애쓰고 있는 거 아닙니까.
단순히 님의 개인적 나라어 사랑 지적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것이기에 각자 타당함을 점검해보시라는 뜻도 있습니다. 대개가 나라어 사랑이 뭐 어때서겠죠.
어려서 이민간 사람들, 나라를 바꾼 사람들, 국어를 두 개 이상써야 하는 곳, 참 복잡한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국한하십니까.
결론 안날 거 뻔한데 뭐하러 시작을 했나 후회하고 있습니다.
 

 

 

 


뼈아픈 통증에 대하여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이 시는 시거 로스 음악과 함께 

 

 

                         이 詩에서 시인은 독자에게 < 알이 꽉 찬 꽃게 > 가 어떤 의미인지를 최대한 늦춘다. 초반에 " 뱃속의 알 " 이라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거지반은 단순히 알이 꽉 찬, 먹음직스러운 꽃게'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일종의 감정 유예'다. < 카타르시스 > 란 응집된 감정이 한순간에 터지는 경험. 그렇기에 진실은 항상 끝에 가서 밝혀져야 감정적 동요가 크다. 영화 << 올드 보이 >> 가 좋은 예'이다. 최민식은 모든 진실이 밝혀졌다며 의기양양할 때 전혀 다른 진실과 마주친다. 메이저리그 전설적 타자'였던 요기 베라의 명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시'가 주는 감동은 예상치 못한 반전에 있다. 시인의 눈에 의해 관찰되던 꽃게가 느닷없이 인간의 말을 빌려 엄마처럼 말한다. 시점이 바뀌는 지점이다. " 저녁이야 /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이 표현은 이 시의 카운터펀치'다. "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 어찌할 수 없 " 는 몸부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뱃속에 있는 알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응집된 감정이 한순간에 터지게 된다. 독자는 비로소 꽃게의 몸부림을 이해한다. 시를 다시 읽으면서 시인이 곳곳에 뿌려놓은 단서를 되짚어간다. " 벌컥벌컥 " 이라는 표현 대신 " 울컥울컥 " 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오고, " 꿈틀거린다 " 는 표현이 아린 생강의 맛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간장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고 물질을 멈춘 채 손발로 아픈 배를 감쌌을, 바닥 쪽으로 웅크렸던 어미 앞에서 먹먹해진다. 불길이 휩쓴 집 안에서 내 새끼를 살리기 위해서 웅크린, 불 타 죽은 어느 모성'이 생각난다. 시인은 " 저녁이야 /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라는 꽃게의 의인법을 통해 비극을 더욱 강조한다. 독자는 어미의 위로 앞에서 무너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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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5-02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 정호승은 시를 그렇게 잘 쓰는 시인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대중한테 손쉽게 어필하기 쉬운 시(물론 이것도 대단한 능력이긴 합니다만)를 쓴다고 해얄까요. 반면에 안도현은ㅡ그 역시 정호승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는 했지만 바로 그 때문에ㅡ문학적으로는 다소 저평가를 받은 듯 싶습니다.
요즘 시들은 다 어려워서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모르겠던데, 그래도 안도현이라는 존재가 새삼 귀하게 여겨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2 13:23   좋아요 0 | URL
확실히 안도현 시`가 미래파 시인들에 비해 저평가된 느낌이 듭니다.
미래파, 이거 너무 과대포장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다맨 2015-05-03 14:24   좋아요 1 | URL
장정일이 어느 서평에서 미래파를 일러 시를 모질게 자해함으로써 무한한 실험의 권리를 얻는 대신에 시의 원초성인 노래를 잃었다고 평가한 적이 있었지요. 그래서 문학이 사회와 완전히 격리되어 자족적이고, 게토화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실은 `백수파`나 다름없다며 독설을 한 기억이 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14:52   좋아요 0 | URL
평론이 제대로 된 몫을 못하니 서평이 오히려 평론이 해야 할 몫을 합니다. 그래서 장정일의 서평이 좋습니다.
제가 봐도 미래파 시는 자폐아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지속적 자해`라는 느낌이 확 ~ 듭니다. 진짜 문제는 미래파 시인보다는 평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집단으로 병맛한다고나 할가요. 언제부터 평론이 책장사꾼이 되었는지.....

포스트잇 2015-05-0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호승, 그래도 그의 시에 백창우가 노래를 붙이고 김광석이 절창한, 그의 마지막 녹음곡 <부치지 않은 편지>가 우리에게 남았잖아요. 그거면 된 거죠, 뭐.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2 13:23   좋아요 0 | URL
흔히 떠도는 <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 라는 시는 정호승 시인님의 시가 아니랍니다. 정체불명인데 이게 정호승 시인의 시로 둔갑했다고 합니다. 어쩐지 제가 봐도 이게 무슨 시냐, 이랬는데 역시나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시랍니다. 오늘 아침, 정호승 시인 님이 직접 지적해주셨습니다. 영광인데요.. ㅎㅎ

cyrus 2015-05-02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래파 시인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시집을 읽고 싶으면 안도현, 정호승, 김용택, 신경림, 정현종, 기형도를 가장 많이 찾습니다. 되도록 다른 시인의 시집도 읽어보려고 하는데 간혹 뭔 말인지 모를 때가 있어요. 마치 수능 언어영역 지문으로 나오는 시처럼 해석하게 만듭니다. 이해를 못하면 감수성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10:40   좋아요 0 | URL
문태준 시인 시도 좋습니다. 추천합니다 !!

수이 2015-05-0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친구들과 미래파 시인들 이야기를 좀 했는데_ 저는 미래파 하면 일단 떠오르는 인물들이 황병승과 김경주? 김경주 시인도 미래파인가 아니 아닌가, 일단 황병승 시인만 떠오르는데 읽어도 정말 어디가 그리 좋은건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뭐 가끔 좋은 시도 없지 않아 있긴 했지만. 미래파 시인들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막말을 해도 괜찮은건지;; 흠;;

오랜만에 안도현 시인 시 읽으니까 막 푸근해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3 10:40   좋아요 0 | URL
미래파 시를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경향의 시`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가끔 황병승 시 중 확, 마음에 와 닿는 시가 있더라고요.
뭔 뜻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끌린다고나 할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