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든다



 

                                                   A라는 남자가 B라는 여자에게 어떤 冊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 이 책은 말이야..... 이래저래해서, 이러저러하지. 그러니까 이러쿵저러쿵한다는 소리야. 언더스탠드 ? 흥야항야해서 항야흥야한 면이 보이더군. " 남자가 하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그 책은 자신이 쓴 책이었다. 저자를 앞에 두고 독자가 거드름을 피우며 책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경우. 보다 못한 B가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이라고 밝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말한다. "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이 책은 말이야...... " 리베카 솔닛의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라는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그렇다, 여자 앞에만 서면 커지는 게 남성'이라는 족속'이다. 

오해는 하지 마시라. 여기서 말하는 여자 앞에만 서면 커지는 것은 남근이 아니라 우월감'이다. 리베카 솔닛'이 지적한 것처럼 남자들은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든다. 이러한 태도는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관계로 보기보다는 여성을 남성보다 하등한 존재로 보는 데에서 비롯된다. 가끔 술자리에서 고민 상담을 해준다면서 젊은 여성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남성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헤드샷 날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는 한다. 너나 잘, 하세요 !  남자인 내가 봐도 그런 남자는 재수없다. 세탁기나 전기 밥솥을 거론하며 요즘 여자에게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말할 때마다 이렇게 대꾸하고 싶다. " 도끼로 나무 찍어 땔감 구하는 시대에 비하면 가스 난방 하는 현대 사회는 남자에게 얼마나 편한 세상이오 ! "

언어 습관에서도 이러한 하대-정신'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단어가 << 아줌마 >> 다. 한국 남성들이 특정 여성을 아줌마라고 지시할 때는 경멸과 조롱이 내포되어 있다. 그 말 속에는 " 멍청한 여자 "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원래 << 아줌마 >> 는 << 아주머니 :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 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반면 << 아저씨 : 부모와 같은 항렬의 남자를 이르는 말 >> 라는 낱말에서 파생된,  낮추어 부르는 말'은 없다.  가끔 << 아침마당 >>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을 아줌마'라고 소개하는 여성'을 볼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그 태도가 겸양에서 비롯되었다면 할 말은 없으나 굳이 자신을 아줌마'라고 소개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러한 예는 무수히 많다. 한자 << 女 >> 에 대한 뜻풀이를 보면 가관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女 를 " 계집 녀 " 라고 외운다. 계집이 사전적 의미로 여자나 아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니 저잣거리 입말로 통용되더라도 교육 기관에서는 사용하면 안 되는데 여전히 " 계집 녀 " 가 통용된다. 그러니까 남녀평등을 가르쳐야 할 교육에서조차 여성은 일단 낮추고 보는 것이다. 잘난 놈들이 만들어 놓은 불평등한 낯짝'이다. 30대 남성 딸딸이 판타지 영화인 << 건축학 개론 >> 에서 남성 주인공은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다는 이유로 " 쌍년 " 으로 강등된다. 이 쩨쩨한 분노 앞에서 나는 웃으면서 코 팠다. 한국 남성들이 이따위 딸딸이 영화에 감동하다니, 퍽이나...... 

책 깨나 읽었다는 모 알라디너'도 여관 가서 술이나 더 하자는 여자의 제안에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 나야 좋지, 쌍년 ! " 이렇듯 여성이 성적 의사를 표명하는 순간, 대한민국에서는 쌍년이 되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내가 하면 성적 자기 결정권이고 네가 하면 쌍년이 되는 사회'다. 똑똑한 여자가 있는가 하면 멍청한 여자도 있다. 하지만 " 멍청한 여자'다 " 와 " 여자는 멍청하다 " 는 엄연히 다른 의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자가 불행하면 남자도 불행에 빠지게 된다. 혼자만 행복하면 무슨 재민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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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5-2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자기 말만 신나게 하는 남자 보면 귀방망이 날려주고 싶더라구요.
그게 뭐 꼭 나쁜 얘기는 아니라고 해도...
요즘엔 그런 남자 있으면 거들떠도 안 보지만 어쩌다 그런 남자 재수없게 걸리면
이 사람은 뭔가 뇌 어느 부분이 작동이 안 되는가 보다 합니다.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3 20:54   좋아요 0 | URL
여럿이 모이면 공통된 관심사를 말해야 하는데
종종 자기 관심에만 집중해서 말하는 사람도 좀 그래요. ㅎㅎ.

2015-05-23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3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3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넷 2015-05-2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도끼로 나무 찍어 땔감 구하는 시대에 비하면 가스 난방 하는 현대 사회는 남자에게 얼마나 편한 세상이요 ! ˝

멋진 말입니다. ㅋㅋ 지금도 나같은 사람은 아무짝에 쓸모 없는 유형의 사람이지만, 병약한 사람이다 보니 예전 같았으면 더 찬밥신세 였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3 20:56   좋아요 0 | URL
하여튼 세탁기, 전기밥솥 운운하면서 여자가 살기 좋아졌다고 할 때
종종 써먹으면 좋습니다. 도끼질에 지게질(?) .. 뭐, 하여튼....
글구 차가 어디있습니까. 다 봇짐 지고 걸어다녔지...

가넷 2015-05-2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요즘에 개그프로그램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핵존심이라는 코너였나?... 남자들의 쓸데없는 핵존심을 웃기게 풀어내는 코너인데... 거기서 꼭 여자를 가르치려는 남자의 모습이 나오더라구요. 저런 모습이 전형적인 남자의 모습 중 하나인가 보다 싶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개그소재로 쓰인다고 가정을 한다면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3 20:57   좋아요 0 | URL
저도 핵존심 생각났습니다. ㅎㅎ.
쓸데없는 자존심이 너무 많아요. ˝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 하면서 가르치잖아요.
꼴불견임..

samadhi(眞我) 2015-05-2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라서 행복해요˝ 라는 냉장고 광고 정말 싫습니다. 그런 광고가 한 둘이 아니지만요. 곰발님처럼 문제의식을 갖고 사는 남성들이 많으면 정.상.사회가 될 터인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3 20:57   좋아요 0 | URL
닝기미,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말이 대한민국에서 나오다니... 대단한 광고죠.

마립간 2015-05-26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7563224

제 의견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9 04:46   좋아요 0 | URL
경청했습니다. ^^

오쌩 2015-05-2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가 낮춰부르는 말인지는 몰랐네요.ㅎ
언제 시간되시면
차별용어사전 편찬해보시면 좋을듯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9 04:45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랐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낮추어 부르는 말이더군요. 그러니까
식당 가서 아줌마, 아줌마 하면 안 될 것 같스빈다 아주머니 ! 듣기 좋잖아요.

아주머니는 어머니 뻘 되는 분들에게 하는 말이랍니다.

Sanchi 2015-06-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누굴 가르치려든다는 것이라 볼수도 있겠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는 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문제를 들었을 때 해결책을 찾는 경향이 있고 여자들은 상대가 공감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을 어떤 책에선가 본적이 있는데요. 이것이 신빙성 있는 얘기라면, 정말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는 사람과 그저 생물학적 사고회로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남자는 구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정과 상황이 다소 혼재돼있는 것 같아 글 남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08 05:56   좋아요 0 | URL
그 얘긴 저도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해결책을 찾는 경향과 공감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봅니다.
결국은 타인에 대한 동의 아니겠습니까.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알고 보면 해결을 해서 상대에게 공감을 얻으려는 것이니 여자들은 상대가 공감해 주길 바란다는 것도 크게 다른 맥락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인류는 삼류다


                           긍정적 마인드'를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사회에 살다 보니 매사를 삐딱하게 보는 사람은 점점 더 부정적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사회는 < 캔디형 인간 > 은 성공하고 < 홀든 콜필드형 인간 :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주인공 > 은 실패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라고 가르치고, 참고, 참고, 또 참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럴 때마다 삐딱한 내 서정은 불을 품는다. 시바 ! 참고, 참고, 참고, 참으면 결국에는 참치가 될걸 ? 그 옛날, 대한민국 리즈 시절 이야기'다. 88올림픽 때 고가 도로 양옆에 높은 가로막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가로막은 선수촌에서 경기장으로 가는 길목에 띄엄띄엄 설치되었는데, 주로 달동네 근처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짐작하겠지만 달동네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구질구질한 집구석을 보여주기 싫었던, 강철 군화 출신'인 각하와 관료'가 고안한 아이디어'였다. 하물며 거리 노점상은 말해서 무엇하랴. 착하게 살지도 않으면서 착하게 산다고 선전하는 철거 용역꾼들이 와서 수레를 차에 싣고 어디론가 떠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싱싱한 참치 한 마리'가 길바닥에서 펄떡거리고 있었다. 참고 참고 참다가 참치가 된 가난한 사람의 변신이었다. 가수 남진은 "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 " 라면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당신 얘기'고요. 정부는 외국인'에게 " 멋쟁이 높은 빌딩 " 이 으스대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 레이디 앤드 잰틀맨 !  한국의 랜드마크, 멋쟁이 높은 빌딩,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는 63빌딩'을 소개합니다 ! "

 

 

와, 와와와와와와와 ?!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랄까.  그렇다, 대한민국은 이 거대한 축제'를 위해서 국가가 나서서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환경 미화 정책'을 펼친 것이다. 그동안 메달다운 메달'을 딴 적 없는 대한민국은 그해 금메달 12개를 획득하여 올림픽 종합 성적 4위를 기록한다. 선수가 흘린 땀과 눈물은 2할이요, 심판의 편파 판정이 만든 성과가 8할'이었다(이 고약한 버릇은 고스란히 2002년 월드컵에도 이어져 4강의 기적을 이룬다). 내 예상이 맞다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무난하게 4위'라는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짝, 짝, 짝, 짝, 짝. 대~  한민국 ! 남들이 와와, 할 때 나는 이 애국적 작태가 쪽팔려서 우우, 했다. 국가주의에 대한 경멸과 인간에 대한 믿음 자체가 없다 보니 항상 삐딱한 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서울여대 총학생회 사태를 접했을 때 : 88올림픽 때 고가 양옆에 설치했다는 높은 가로막'이 생각났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가로막을 설치하는 것과 술 마시고, 노래 하고, 춤 추는 대학 축제를 위해 청소 노동자의 절규가 담긴 현수막을 제거하려는 행정 절차'는 다르지 않다. 총학생회가 사학 재단 편을 들지도 않고 청소 노조 편도 들지 않겠다며 << 중립 >> 을 선언한 태도는 중립이 아니라 방임'에 가깝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프란시스코 교황에게 세월호 추모 리본을 떼라고 했을 때,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 가난한 자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 "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위해 달동네를 제거해야 했던 기만과 축제를 위해 현수막을 제거해야 했던 기만은 다르지 않다. 이런 말을 하면 꼰대처럼 들리겠지만

20대는 개새끼'가 맞다. 30대도, 40대도, 50대도, 60대도 개새끼다. 하지만 60대 늙은이가 개새끼라는 점보다 20대  젊은이'가 개새끼'라는 점은 보다 충격적이다. 일반화의 오류 ?!  그럴 수 있다. 하여튼, 인류는 삼류'다. 그리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란 정보는 오류다. 아,   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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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5-05-22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치가 될걸? 에서 빵 터졌.. 그럼 안되는데 주책맞게도요.
일반화의 오류건 아니건 인류가 일류가 아닌 건 명징해 보입니다. -_ㅜ
간만에 시원스런 글 읽고 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3 03:56   좋아요 0 | URL
인간은 인간을 너무 인간답게 믿으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인간과 괴물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라로 2015-05-2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끝내주고!!!

samadhi(眞我) 2015-05-23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대학생이 젊은이답지 않을 때 더 열받게 됩니다. 약자가 약자를 무시하고 강자 곁을 똥개처럼 맴돌 때 정말 갑갑합니다. 이런 ˝인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폭스 캐처 그리고 서울여대 


 

                                    

 

                                                                          올해 초, 개봉된 영화 중에서 인상 깊게 본 영화'가 << 폭스 캐처 >> 다.  납처럼 무거운 분위기와 멜랑꼴리한 중독성'을 원한다면 추천한다(네이버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시길 !). 레슬링 선수 마크 슐츠'는 자신을 지지하며 후원을 아끼지 않는 백만장자 죤 듀폰'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영화적 배경이 대한민국이었다면 "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  운운하며 레슬링 유망주를 발굴하는 모집 광고를 냈을 것이다. 마크 슐츠에게 존 듀폰'은 상징적 아버지'다. 그에게 존 듀폰은 자신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대상이다. 말 그대로 스폰서인 셈'이다. 그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하는, 애비는 있으나 애비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고아 신분을 벗어나 존 듀폰의 가족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에게는 서자에서 로열패밀리로 진입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동성애적 뉘앙스가 풍기는 끈끈한 남성 동맹 brotherhood 은 계급 진입 장벽에 부딪친다. 존 듀폰은 마크 슐츠가 성적이 부진하자 냉정하게 돌아선다. 동료애를 빗댄 동성애'는 결국 애증으로 변질된다.

 

그들은 모두 인정 욕구에 시달리는 꼬마 한스'요, 레슬링 훈련장은 인정 투쟁의 장'이다. 


 

 

 

​- 서울여대는 축제 분위기를 잡친다는 이유로 파업 중인 청소 노동자의 현수막을 쓰레기 봉투에 담았다. 축제 며칠이 노동자의 간절한 밥줄보다 중요하다?!


서울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미관상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학내에서 파업 중인 청소 노동자들이 내건 현수막을 일방적으로 철거한 사건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영화는 공교롭게도 << 폭스 캐처 >> 였다. 왜 느닷없이 이 영화가 떠올랐을까 ?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1년에 단 한번 있는 축제를 위해서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는 하나, 검은 쓰레기 봉투에 현수막을 담아 학내 청소 노동자 사무실 앞에 버려둔 짓을 두고 양해 운운하는 것은 뻔뻔한 일'이다. 총학생회는 이 사건 이전(경비 노동자 해고 문제)에도 약자보다는 강자의 편에 서서 핸드마이크 역할을 하곤 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아아, 마이크 테스트. 그들은 성능 좋은 핸드마이크에 대고 경비 노동자에게 훈수를 둔다. 냉철한 논리와 강한 어조가 섞인 명문이다.

​<< 노동조합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 >> 이란 글에서 " 민주노총 외 다른 노동조합 및 무노조인 경비 노동자들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고 있지 않다. 이 분들은 자신들이 소리를 내는 것이 그동안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도 있도록 해준 학생들과 학교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라고 입장을 표명한 후 " 일부 노조가 지금까지 우리 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사람들로 하여금 학교는 타도의 대상이며, 학교에 반대하는 것만이 정의인 듯 여기게 만드는 점이 매우 개탄스럽다 " 면서 " 서울여대분회는 '통합 경비 시스템'을 반대하는 이유가 학교와 학생을 위해서인지 노조를 위해서인지 그 행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 고 엄중 경고한다. 제목을 읽지 않고 바로 본문부터 읽었다면 사학 재단의 강경한 입장 표명처럼 들린다.

윤흥길의 소설 << 완장 >> 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총학생회는 반론을 제기하는 글에 대한 댓글로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편다.  "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학교에서 일하는 인턴의 임금보다 노동자 분들의 임금이 많은 것은 알고 있느냐 " 이 문장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이 태도는 누가 봐도 <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기는 자세 > 다. 대학을 졸업해도 대학 청소하는 노동자'보다 못한 임금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현실을 청소 노동자와 연결하려는 속내는 과연 합리적 논리'일까. 육체 노동자'가 대학을 졸업한 사무직 노동자'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다는 것이 과연 불합리한 노동 구조일까 ?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는데, 총학생회는 약자와의 연대는커녕 강자의 하수인처럼 행동한다. 글을 읽다 보면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디오피아 난민이 미국의 비만을 걱정하는 꼴이다.

블루 칼라가 화이트 칼라'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나라는 수두룩하다. 총학생회는 한국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계급 차별을 당연시한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보다 적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도 침묵해야한다. 졸라 쪽, 팔린 태도'다. 이런 태도는 백만장자인 아버지에게 잘보이려고 온갖 알랑방귀'를 뀌다가 좆된 레슬러'를 떠올린다. 그들은 같은 계급을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선망하는 지배 계급에게 투표를 한다. 가난한 유권자가 부자를 대변하는 정당에게 투표하는 심리와 동일하다. 논란이 되자 총학생회는 중립을 지키겠다는 자세이지만, < 중립 > 이란 지배 계급이 퍼트린 논리'다. 1%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중립이 아니라 편애'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예수야말로  조건 없이 무조건 사회적 약자 편에 섰던 성인이 아니었던가 ? 누군가 말했다. 갈라진 두 편 사이에서 어느 한 편을 지지해야 된다면 무조건 약자 편을 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총학생회는 자신의 레벨을 청소 노동자와는 다른 계급이라고 인식히지만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같은 계급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손톱 밑 죽은 살(굳은살)을 뜯어내다 보면 이내 생살과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 깨달음은 항상 늦다. 피를 보아야 깨닫게 되는 통증이니 말이다. 청소 노동자 문제는 자신과 상관 없는 " 죽은 살 " 이 아니다. 여자가 남자의 미래'라면, 청소 노동자 문제는 바로 당신의 미래'다. 제이크 폭스'라는 야구 선수'가 있다. 그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돌던 저니맨(journey man)이었다.   2003년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73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포수로 지명됐다가 방출된 그는 3개 나라 19개 팀을 전전했다.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 멕시칸리그와 도미니칸리그를 떠돌다가 꼴찌를 밥 먹듯 하는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그가 떠돌이 생활을 한 이유는 단 하나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다. 취재진이 "폭스는 생계형 타자인가"라고 묻자 김성근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그가 올해 받는 연봉은 12만 달러'다. 외인 용병 가운데 가장 낮은 연봉'이다. 나는 그를 지지하기 위하여 한화를 응원하기로 했다. 이유는 없다. 계급 투표일 뿐이다. 가난한 노동자가 가난한 생계형 노동자를 지지한다는 데 무슨 놈의 중립이고 이데올로기'란 말인가. 제이크 폭스가 처음 맡은 보직은 포수였다고 한다. 어쩌면 서울여대 총학생회의 태도를 보다가 느닷없이 떠오른 것은 영화 < 폭스 캐처 > 가 아니라 < (제이크) 폭스 캐처 >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처는 포수를 의미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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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5-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기사를 오늘 보았는데, 제정신 아닌 인간들 같습니다. 자칭 애국 보수라고 말하는 사람들보다도 저렇게 배웠다는(??) 사람들이 때로는 더 역겹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글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입니다만 곰곰발님이 예전에 드셨다는는 대구 맑은탕맛이 새삼 궁금해지네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2 04:19   좋아요 0 | URL
대구맑은탕은 그냥 바다 맛이 납니다. 제가 복지리` 이런 국 좋아하거든요.
시원하고 깔끔하고.... ㅎㅎㅎㅎ 언제 한번 좋은 곳 있으면 먹으러 갑시다.
조만간 술 파티 함 해요...

마립간 2015-05-22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급 차별을 당연시한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보다 적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도 침묵해야한다. ; 저에게 오염된 것 아닙니까?^^

만화애니비평 2015-05-22 12:33   좋아요 0 | URL
일반화의 오류, 사소한 세계의 확대화는 위험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 의견을 보시면 서울여대 안에서 보이는 저런 학생들 일부를 지칭한 것이지 전체로 몬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단지 ˝이런 여대생˝이라 했지, 모든 여대생의 보편, 여성의 보편이라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제 글이 보기 심정이 불편하면 사과드리겠지만, 제 덧글에 님이 우려하는 내용은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마립간 2015-05-22 14:09   좋아요 0 | URL
저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은 아니고, 제가 심정이 불편해 할 것도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여성혐오자?로 판단받는 사람이라서.)

제가 우려했다기보다 제가 그런 지적을 받았다고 여기기에 남긴 글입니다. 오히려 제가 사과드려야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2 17:11   좋아요 0 | URL
댓글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고는 하죠...

만화애니비평 2015-05-2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은 남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 여자의 적은 여자다
그 여자라는 적은 생물학적인 적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으로 적대하죠.
청소부 아주머니와 대학교 여대생, 이런 여대생이 나가서 여성의 권리와 인권을 말하는 것이 가장 추하죠.
인권과 관리는 가장 열악한 자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마립간 2015-05-22 12: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만화애니비평 님.

제가 최근에 읽은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책에 의하면
위 여대생들은, 여대생의 보편이 아니며, 여성의 보편도 아니며 편견 또는 일반화의 오류라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2 17:13   좋아요 0 | URL
이 사건 보면서 오버랩되는 게
올림픽도 거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점상 단속했다는 일이 생각나네요.
그때도 축제 분위기, 외국인에게 흉물스러운 모습 보이기 싫다는 이유로
국가적으로 행한 현수막 잘라내기였는데 말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5-2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언제 서울로 가야 하는데 말이죠
곰발님하고 막걸리(저는 술에 약해 도중에 졸아버리나) 한 잔 해야 하는데
언제 하죠

형수님이 아이 낳고, 둘째 임신시기가 5개월차라 형집에 차마 가지 못해 서울가기 힘들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2 19:24   좋아요 0 | URL
찜질방 있잖습니까. 뭔 걱정을.. ㅋㅋㅋㅋㅋㅋㅋ

만화애니비평 2015-05-2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저 같은 경우 사람이 이래저래 많은 곳에 잠을 못잡니다. 민감하다보니

samadhi(眞我) 2015-05-2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제이크 폭스 캐처가 정말 절묘하네요. 이래서 제가 여성이면서도 ˝여대˝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됩니다. 한쪽으로만 성이 몰려있는 경우, 군중심리(?)의 수준이 많이 처지는 듯해요. 군대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구요. 제가 선입견, 편견 덩어리라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war : 0 . 333과

0 . 233 의  차이


                              단타 2개를 치면 2루 베이스'를 밟을 수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2루타는 단타 2개의 값'이니 2루타 10개는 단타 20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루타는 단순히 1루타'보다 2배 값진 값어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단타(1루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효율성이 뛰어난 공격'이 아니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주자가 1루'에 있다는 사실은 " 병살타 " 라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땅볼 유도를 잘하는 투수'라면 다음 타자를 병살타를 유도해서 경기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위기 뒤 찬스'라고 하지 않았던가. 야구는 흐름(氣)이 중요한데 득점 기회에서 병살타로 마무리되면 경기 주도권은 상대 팀'이 가지고 가게 된다.

반면 2루타는 애초에 다음 타자가 병살타를 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득점을 뽑을 기회'는 높아진다. 내가 이 지점에서 하고 싶은 말은 2루타는 단타 2개의 값이 아니라 그보다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렇기에 2루타 10개는 " 단타 20 + a " 다. 단타만 뽑아내는 타자의 타율이 0.300이고 장타(2루타 이상)만 뽑아내는 타자의 타율이 0.200'인 타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당신이 구단주'라면 누구를 스카우트할 것인가 ? 단타만 생산하는 3할 타자'는 영양가 없는 선수'다. 앞선 타자가 3루에 있을 때에만 점수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선수는 타율 성적을 내새워 몸값만 비싸게 부를 뿐이다. 3할 타자와 2할7푼5리 타자'를 비교했을 때 3할 타자가 0.275인 타자에 비해 굉장히 뛰어난 안타 생산 능력을 가진 선수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시즌을 놓고 보았을 때 3할 타자는 2할7푼5리 타자'보다 안타를 25개 더 생산했을 뿐이다. 야구에서 중요한 것은 " 안타의 양 " 이 아니라 " 안타의 질 " 이다. 타율이 낮은 대포 타자'가 타율이 높은 딱총 타자'보다 팀 승리 기여도'가 높은 경우는 허다하다. 여기서 질문 하나 던지자. 0.333 를 치고 있는 미구엘 카브레라 선수(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0.233 를 기록 중인 작 피더슨 선수(엘에이 다저스) 가운데 대체 선수 대비 팀 승리 기여도 war ( wins above replacement ) 는 누가 더 높을까 ? 놀랍게도 작 피더슨 선수'다. << 카브레라 >> 는 현재 타율이 0.333 으로 안타를 48개 생산했다. 이 가운데 2루타 7개, 3루타 1개, 홈런이 10개다. 안타 48개 중 장타는 18개 생산했고 단타는 30개를 만들었다. 이 방망이질'로 만든 득점이 23점이요, 타점은 30점'이다.

그런데 30타점은 뉴욕 양키스 팀 소속인 마크 텍세이라 선수가 만든 타점과 동일하다. 그의 타율은 0.258 이다. 정리를 하자면 마크 텍세이라'는 33개 안타로 30타점을 만들었고, 미겔 카브레라는 48개 안타로 30타점을 기록했다. 결국 안타 48 = 안타 33 '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그렇다면 작 피더슨이 올해 기록한 성적을 볼까 ? << 작 피더슨 >> 선수는 안타 33개(2타 6개, 홈런 10)로 장타는 16개를 생산했고 24득점에 21타점을 만들어냈다. 하위 타선인 7,8,9번 다음에 배치된 1번 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군다나 9번 타순이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21타점은 중심 타자에 배치된 카브레라'가 뽑은 30타점보다 더 준수한 기록이다. 만약에 작 피더슨이 4번 타자'였다면 카브레라의 기록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남겼을 것이다.

카브레라의 올해 연봉은 2,200만 달러이고 작 피더슨 연봉은 51만 달러'이다. 카브레라가 루키'인 작 피더슨보다 영양가 없는 성적을 낸 주요 원인은 장타에 비해 단타 생산력이 높기 때문이다. 장타만 놓고 보았을 때 카브레라가 때린 장타 18개와 작 피더슨이 기록한 장타 16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는 영양가 없는 안타를 피더슨보다 15개 더 때렸을 뿐이다. 단타 위주 공격은 파과력이 높지 않다. 좋은 타자의 기준은 높은 타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루 능력, 수비 능력, 팀 작전 수행력, 출루율, 좋은 선구안 따위를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10점 차이로 지고 있는 경기에서 9회말 2아웃에 때리는 솔로 홈런'은 개인 성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팀 성적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 채 심판과 선수 및 구단 관계자와 관중의 퇴근 시간'만 연장할 뿐이다. " 심판도 노동자'입니다. 지나친 성적 욕심은 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연장시킬 뿐이에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사람을 보는 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자가 보았을 때 괜찮은 여자'는 남자에게 인기가 없고, 여자가 보았을 때 얄미운 여자는 남자에게 인기가 많다. 마찬가지로 남자가 보았을 때 괜찮은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없고, 남자가 보았을 때 재수없는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높다. 멀리 볼 것 없, 어요. 나를 보라 !  법 없이도 살 인간이라는 평판이 자자하지만 여자에게는 인기 없는 수컷이 아니었던가. 남자 사이에서는 와와, 하지만 여자 사이에서는 우우, 하게 되는 인간이 바로 나올시다, 시바. 주목 꽉 쥐고 눈물 닦는다. 됐고 ! 사람들은 안타의 질'보다는 안타의 양'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높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우선한다. 야구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 그렇구나, 인간 사회'나 야구'나 똑같구나...... " 

엘지 트윈스'에 최경철이란 포수가 있다. 실력이 뛰어나지 못해서 민들레 홀씨'처럼 이 팀 저 팀 옮겨다니며 2군 생활을 이어가다고 겨우 엘지에 터를 잡고 1군에 합류한 선수'다. 타율도 그럭저럭, 수비도 그럭저럭, 주루 실력은 뒤뚱뒤뚱. 하지만 이 선수가 보여주는 전력 질주에 늘 감동하고는 한다. 허파가 터질 것처럼 뛰고 나서 하마처럼 날숨을 쉴 때의 그가 좋다. 그는 9번 이병규 선수처럼 귀족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열심히 달리는 그 모습에는 말로 표현하기 묘한 서글픔이 보인다. 언젠가는 9번 이병규가 23번 최경철보다 더 많은 안타를 때리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병규보다는 최경철을 응원하겠다. 인간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두 다리로 버티고 의자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네 다리'로 버틴다.

최경철 포수를 볼 때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네 다리로 버티는 의자'가 떠오른다. 좋은 타자는 안타를 많이 생산하는 선수가 아니라 열심히 달리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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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5-20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가 보았을 때 괜찮은 남자는 여자에게 인기가 없고, ; 제가 안티페미니스트인 이유는 논리적인 것보다 여자에게 인기가 없어서였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1 05:40   좋아요 0 | URL
음... ㅋㅋㅋㅋㅋㅋㅋ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 농담입니다 )

마태우스 2015-05-2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야구 얘기네요. 알라딘에서 스포츠 얘기는 환영을 못받는답니다. 그래도 좋아요가 9이니, 님이 얼마나 글을 잘쓰셨는지... 암튼 작 피터슨과 미기에 대한 비교는요, 카브레라가 타격에서 앞서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피터슨이 수비난이도가 높은 중견수를 보고 있고, 수비도 기가 막히게 잘본다는 점, 이것 때문에 WAR가 더 높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루도 그렇구요. 작 피터슨이 마이너서 30-30을 기록한 전도유망한 선수이긴 한데, 타율이 갈수록 떨어지네요. 물론 출루율은 말이 안되게 높긴 합니다만.... 간만에 야구 얘기 나와서 흥분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1 05:0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제가 목적을 가지고 비교 평가하려고 해서 그렇지 미겔`이 타격의 마스터`아닙니까. war은 수비 능력, 주루 실력, 모든 것을 종합한 데이터 잖아요. 피더슨 같은 경우는 .233인데 출루률이 .400에 육박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이죠. war이 재미있어서 쓴 글입니다. 다저스 경기는 개막전 이후 한 경기도 놓치지 않고 전경기 다 시청했는데 피더슨이 정말 필요할 때 한반을 터뜨려줍니다. 신기한 경우예요.. ㅎㅎㅎㅎㅎㅎㅎ

확실히 알라딘은 야구 얘기를 군대 얘기만큼 재미없어들 하시더군요. 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5-05-21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광곤(유격수 이현곤. 지금은 nc3루수인 것같은데요. 자동아웃(?)으로 광고를 불러서 광곤이.)이가 타격왕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영양가 없는 타격을 하는 선수의 대표가 아닐까 싶어요. 어쩌다 출루를 하더라도 단타로 그것도 2사에, 주자 없을 때. 그런 거 보면 배짱도 운동선수의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있게 휘두르고, 주자가 있을 때 어떻게든 진루를 시키려는 배짱있는 타자가 멋지죠. 무엇보다도 기본인 수비를 잘 해야 괜찮은 선수로 인정하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21 05:39   좋아요 0 | URL
zzzzzzzzzzzzzzzzzzzzzz dl이 현곤....
현곤 같은 스타일을 쵸크 히터`라고 하더군요. 클런치 히처 반대 가념으 개념으로 말이죠.
목졸라죽이고 싶은 타자`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득점 찬스만 오면 겁이 많아서 헛스윙만 하게 되는....ㅎㅎ
수비가 정말 중요하죠. 좋은 수비가 득점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종종 좋은 수비 하나가 경기를 이기는 원동력이 되잖아요. 수비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war 은 수비 능력도ㅗ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위대한 의자는 얼굴과 같다. 당신은 수많은 의자를 만나겠지만 기억할 만한 의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 로스 러브그로브


의자 : 시인대장장이

 

                                    기억을 더듬어 복기하자면 : 학교 가는, 외딴 길목에 대장간'이 하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대장간 풍경은 투명한 유리병 속에 담겨진 오렌지 마멀레이드 빛'이었다. 내부는 15촉 알전구와 용광로에서 새어나오는 오렌지 빛으로 물들었다. 그곳은 제법 규모가 큰 대장간'이어서 대장장이 서너 명이 아침 일찍부터 망치질을 하고는 했다. ( 돌이켜 추측컨대, 여름에는 날이 더우니 새벽에 일을 시작해서 정오 무렵에 매조지했던 것 같다. )  새빨간 숯불에 쇠를 달구고, 둔탁한 쇠뭉치'를 망치로 두들기고, 이내 담금질을 한 후 다시 망치로 두들기면......    아,  반짝거리는 은빛 벼린 칼날이 되어 나오고는 했다. 풀무로 바람을 넣으면 뜨거운 불꽃'이 되고 뭉툭한 쇠뭉치는 벼린 칼끝이 되니니 !

 

나는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잠시 넋을 놓고 그 풍경을 바라보고는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대장장이는 계절과는 관계 없이 늘 땀에 젖은 얼굴이었다. 종종 학교 선생이 대장쟁이'를 빗대서 학생들에게 말하고는 했다. " 등굣길에 대장간 하나 있지 ? 한겨울에도 땀 뻘뻘 흘리는 거, 공부 안 하면 너희들도 저렇게 된다. "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생이란 작자는 교육자로서 인성이 부족한 인간이었다. 나는 선생이 생각없이 내뱉은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장간 일은 꽤 근사한 일이었다. 대장장이는 연금술사'였고, 대장간은 뭉툭한 것을 뾰족한 것으로 만들고 거무퉤퉤한 잿빛을 은빛으로 만드는 세계'였다.

 

 

 

 

종종, 시골 오일장에서 대장장이가 바람과 불의 힘'으로 만든 재래식 칼(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테인레스 칼이 아닌 ) 을 볼 때마다 어릴 때 보았던 대장간 풍경이 아령칙하게 생각난다. 칼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재래식 칼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재래식 칼은 내구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가볍다. 특히, 거무퉤퉤한 칼등과 반짝거리는 칼날이 만나는 지점은 미학적으로 볼 때 훌륭하다. 아름다운 꽃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화려한 색을 가진 뱀은 맹독을 품고 있듯이, 대장간에서 만든 재래식 칼 또한 반짝거리는 부분일수록 날카롭다. 실패한 모든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스치면 베인다. 반짝거리는 것은 위험하다.

 

시인은 대장장이와 비슷하다. 일상 속에서 거들떠도 안 보는 단어 쪼가리'를 모아 용광로에 바람을 불어넣어 거무퉤퉤한 쇠붙이'를 만들고 천 번의 망치질과 천 번의 담금질 끝에 벼린 칼'을 만드는 과정이 시작 詩作 이 아닐까 싶다. < 詩作 > 란 둔탁한 쇳덩이를 두들기고 두들겨서 높이를 없애는 행위. 칼날은 오로지 길이만 존재할 뿐 높이는 없다. 시도 이와 같아서 좋은 시는 깊이가 있을 뿐 높이는 없다. 높이는 군더더기'다. 소설이 낱개비 성냥 '을 쌓아올리는 < 플러스 - 미학 > 이라면 시는 쌓아올린 젠가(genga) 조각을 하나둘 빼내는 < 마이너스 ㅡ 미학 > 이다. << 의자 >> 도 마찬가지'다. 의자'는 소설보다는 시에 가깝다. 데얀 수딕이 한 말이다. 의자'를 깊이 있게 관찰하다 보면 데얀 수딕이 한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의자는 뼈대만 남은 건축물이요, 발랄한 8분 음표 같다. 전자는 서사이고 후자는 서정'이다. 이 두 요소가 만나서 시적 운율을 만든다.

 

 

 

 

                                                                                                    에어로 샤리넨, 튤립 의자

 

내가 의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제적 효율성도 큰 몫을 차지한다. 살림이 넉넉하다면 유유자적하며 루브르 미술관도 구경하고 피렌체 대성당에도 가고 싶지만 그럴 만한 처지가 아닌지라 일상 속에 스며든 의자로 대리만족을 하는지도 모른다. 영화 << 스타 트랙 >> 에서 우주선 조정실에 배치된 의자'가 그 유명한 에로 사리넨의 튤립 의자'가 변형된 결과'라는 사실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알바 알토, 스툴 60 의자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영화 << 카모메 식당 >> 은 핀란드의 위대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에 대한 헌정 영화'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진 속 식탁은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 스툴 60   stool  :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서양식, 작은 의자 > 을 테이블로 확장한 디자인'이다. 의자가 식탁이 되었으니 개천에서 용 난 경우'다. 비록 " 짝퉁 " 이기는 하나 스툴 60 디자인은 한국의 포장마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다. 이처럼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면 일상은 거대한 미술관'이다. 굳이 세계 미술관 순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문화 혜택이다. << 스툴 60 의자 >> 를 볼 때마다 높이는 없으나 깊이가 있는 간결한 시'를 읽는 맛이 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의자는 대부분 다리가 네 개일까 ?

 

곰곰 생각하다 보면 결국에는 인간의 다리가 두 개이기에 그렇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의자는 자신보다 몇 곱절은 무거운 인간의 두 다리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네 다리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래야 버틸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의자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서 있는 시지포스'가 아니었을까. 여자의 일생은 눈물이 반이라면, 의자의 일생은 버티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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