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알후드'에는 좌우가 없다




                                         어떻게 하다 보니 << 새빨간 활 : 시즌 2 >> 를 맞이하게 되었다. 글을 쓸 공간만 있으면 되니 딱히 전에 사용하던 블로그 공간이 그립지는 않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블로그 시즌 1'은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구멍가게 단골 이웃들은 이 사실을 아시리라. 대한민국에서 악전고투하며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은 그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정의로운 사람은 소수라는 점이다. 진보 진영'이라고 해서, 시민 단체'라고 해서, 문단'이라고 해서 다른 보수 꼴통 진영보다 정의로운 사람이 많으리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문인의 팔 할은 개새끼였고, 인권활동가의 팔 할 또한 개새끼였다. 진보 진영은 보수 진영을 향해 " 꼴통 " 이라며 진저리를 쳤지만, 사실 진보 진영은 마우스(mouth) 진보와 캐비어 좌파'가 팔 할이었다. 둘 다...... 꼴통이었다.

나는 보수 꼴통과 진보 꼴통'을 싸잡아서 << 불알후드 >> 라는 철학 용어'를 맹가노니, 다음날 보기에 알흠다웠어라.  불알후드는 " brotherhood " 를 토종 한국어로 축약할 때 발생하게 되는 아찔한 비속어인데, 사상은 서로 다르지만 좆대가리 근성은 똑같은 부류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용어'였다.  좆대가리 근성 앞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한통속으로 묶기 위해 불알에 hood를 달았다. 영화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에 등장하는 전투 트럭 끝에 둥근 유류 탱크를 달았듯이 말이다. 신이여, 이 비뇨기적 불경을 용서하소서 !  지금 소개하는 몇몇은 진보인 척하지만 좆대가리 근성을 버리지 못한 불알후드(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청소년 인권활동가'라는 명함을 가진 스무 살 청년이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청소년 때부터 각종 집회에 참석하여 자유와 인권에 대해 핏대를 세우는 청년이었다. 여성 인권에도 관심이 많아서 시간 날 때마다 평등 사회를 주장하고는 했다. 그랬던 그의 정체'가 들통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자유, 인권, 평등'을 주장한 올곧은 대나무였으나 대내적으로는 좆대가리 근성에 사로잡힌 울트라 하드 바디'였다. 그에게 여성은 섹스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표적이 되는 순간, 그는 집요하게 여성에게 만남을 요구했다. 거부하면 욕을 하고 협박했다. 그는 새벽에도 전화를 걸어 음담패설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당시 피해 여성이 공포를 느꼈을 정도였다고 술회한 것을 보면 그 수위는 내가 이 자리에서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는 인권활동가라는 명함을 이용해 여성에게 접근하여 인권을 유린한 것이다. 내가 그 사실을 폭로하고 사과를 요구하자 그가 내세운 논리는 < 자신의 인권 > 이었다. 진보를 가장한 꼴통이 보여준 추태 앞에서 할 말을 잊었다.  젊은 진보 논객으로 인기가 높은 한윤형 사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경우'다. 그의 전 여자친구가 폭로한 글에 따르면 그녀는 한윤형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되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이 졌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아,  불알후드의 좆대가리 근성은 좌우가 없는 모양이다. << 일베의 사상 >> 이라는 책을 쓴 박가분의 전 여자친구도 용기를 내 박가분의 데이트 폭력을 고발했다. 이들 모두는 진보라는 그럴듯한 밍크 코트'가 탐이 나서 진보 코스프레를 할 뿐 진보는 아니었다.

말로는 양성 평등과 여성 인권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였던 셈이다. 이들 모두가 잘못된 여성관을 가지고 있는 원인은 여성에 대한 이해를 싱크대에서 배우지 않고 페미니즘 이론 서적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여성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여성과 동등한 권력을 나누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싱크대에서 배우는 것이다. 좆대가리 체면은 잠시 접고, 쩨쩨한 남성이라는 비아냥을 두려워하지 않고,  싱크대를 배움터로 이해하면 된다. 기름 잔뜩 묻은 그릇을 다른 그릇과 함께 물에 담그면 안된다는 것을 배우면 여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 끼 끼니를 위해 싱크대 앞에서 요리를 한다는 것의 고단함을 이해하면 함부로 여자를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 아들을 둔 내 이웃은 다른 학부모와는 달리 설거지를 시켰다. 대한민국 교육 열풍을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자식 교육에 뜻이 없는 엄마라고 손가락질했으나 내 이웃은 단호했다. 그녀가 말했다. " 내 아들이 날마다 설거지를 해서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고, 그 시간만큼 공부를 못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 해도,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룰 때 오래 전부터 해온 습관대로 아내와 가사를 분담한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합니다. " 그 말에 나는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이 단순한 진리. 양성평등은 싱크대에서 나온다는 이 단순하지만 촉촉한 진리. 이 자리에서 고백하지만 나 또한 좆대가리 근성을 버리지 못한  불알후드'였으며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였다.

종종 꿈속에서 헤어진 옛 애인에게 용서를 빌고는 한다. 이제는 불알후드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책상 앞에서 책만 읽지 말고, 싱크대 앞에서 밥그릇은 닦으련다. 내가 먹은 밥그릇은 내가 닦아야 한다. 가난한 노동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노동을 나누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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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20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지금 이 글보고 한윤형 데이트 폭력 처음 알았어요. 그래서 이게 무슨말인가 싶어 검색해봤다가 지금 개충격 먹었습니다. 말과 글, 그건 아무것도 아니네요, 곰발님. 아, 너무 충격먹어서 제가 지금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0 19:03   좋아요 0 | URL
신기하게도 한윤형과 박가분의 글을 까는 글을 남긴 적이 있는데 둘 다 문제가 되었네요.
깔 때는 몰랐는데 아무래도 두 양반에게서 마초 기질을 느낀 것 같습니다.

가넷 2015-06-20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 할말이 없네요 ㅡㅡ;;;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0 19:0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도 오늘 알고서는 정말 동서남북 다 막장이구나 싶습ㄴ디ㅏ.
이래서 진보에 대한 반동으로 일베가 생긴거임...

비로그인 2015-06-2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저자분 책 다 재밌게 읽고 심지어 서가에 꼽혀있는데...ㅡㅡ 씁쓸하네요 책이 왠만큼 밉지않고는 절대 되팔지 않는 주의인데말이죠...
그건 그렇고
마지막 문장이 너무 좋네요. 모든 남성들이 이 한문장을 읽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으면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1 10:38   좋아요 1 | URL
사랑을 나누는 것은 아름답죠. 그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노동을 나누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것과 노동을 나누는 것은 동일한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samadhi(眞我) 2015-06-21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사람을 잠깐 만난 적이 있었죠. 지 스스로 사회주의자라 떠벌리고 다녔던 놈인데 여성을 물건처럼 취급하더라구요. 정말 충격이었지요. 사상과 인성은 동의어 또는 유의어가 아니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1 10:39   좋아요 0 | URL
사상과 인성은 별개인 것 같습니다. 운동권이 보면 오히려 더 권위주의적이에요.
여자 패는 쪽은 오히려 좌파가 더 많은 듯...

지금행복하자 2015-06-2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그다지 충격이지 않습니다. 예전 소위 운동한다는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들도 만만치 않았기에.. 자신의 사회운동을 위해 여자들이 돈 벌어오는 것도 당연하게 여겼었고..
다만 그 세대는 그렇다고 해도 젊은 세대들이... 달라진것이 없다는 점이 충격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1 10:40   좋아요 0 | URL
운동권이 보면 수평 사회를 주장하지만
자기네 조직은 철저하게 수직 구조잖아요.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게 통진당 사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명하복.. 이 얼마나 수직 구조입니까.

오쌩 2015-06-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글보고 찾아봤어요.
그들이 말하는 양성평등과 여성인권존중이 실은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동정적으로 베푸는 시혜성 관용표현이었구나...얼마든지 힘과 권력으로 철회가능한.
둘다 약간의 자아분열이 있는듯 해요.
글을 쓰는 자아와 실생활의 자아.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1 16:19   좋아요 0 | URL
저런 사례는 숱하게 보아온 터라... 가끔은 일베의 심정을 이해하고는 합니다.
진보가 더 지랄할 때가 많거든요. 거기에 대한 반동이 일베 아니겠습니까...

저는 도저히 이해 못하는 말 중 하나가 한윤형과 박가분의 글이 좋다는 소리입니다.
왜 좋은지 모르겠어요. 잘쓴 글인가 ?! 하는 의문이.. 뭐,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니
타인의 취향을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stella.K 2015-06-2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지난 겨울 곰발님을 알게될 즈음이 그 문제였었죠?
그때 곰발님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 많이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또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그 불알후드는 그 후 곰발님께 어떤 위해를 가하진 않았죠?
우리나라 양성평등은 글쎄요...우리 세대에선 좀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2 04:33   좋아요 0 | URL
저야 뭐 만날 이런 일의 연속이니 크게 겁나지는 않습니다.
협박은 많이 받았으나 위해를 입은 적은 없네요.
그런 놈은 입만 살아서 입만 거칠죠..ㅎㅎ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립간 2015-06-22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곰곰발 님을 어떠할까요? 아, 또 긴 글을 쓰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2 10:12   좋아요 0 | URL
긴 글 기대합니다. 방긋..

마립간 2015-06-22 11:45   좋아요 0 | URL
`남자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읽어버린 감자'를 찾아서

 

 

                                         우스갯소리로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사소한 것은 하찮은 것이니 사소한 것을 두고 싸워서 이득을 취한다 해도 별로 얻을 게 없다는 소리. 그런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한국 사회는 사소한 것을 너무 사소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어서 사소한(시시한) 사회가 되었다. 사소한 것이 모여서 중요한 것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경향이 있다, 쩨쩨하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 지금 이사 온 곳은 ○○()에서 나름 중산층이 모여 사는 곳에 해당된다. 으로는 백화점이 있고, 西로는 대형마트가 있고, 으로는 구청이 있으며 으로는 국립보건원이 있다. 모두 10분 거리 안에 위치해 있다. 반면 이사 오기 전에 살던 곳은 달동네였다.


주말이면 여행객들이 가난한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고는 했다. “ 포즈 좀 취해 주실래요 ? 스마일.... 아뇨, 아뇨... 좀 빈티지스럽게 웃어주세요. 달동네잖아요. 호호. ” 나는 이 달동네 초입에 살았다. 그래도 이 마을에서는 부잣집(비록 전세였지만)에 사는 사람으로 통했다. 마당 있고, 텃밭 있고, 30년 된 라일락 하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상황이 역전이 되었다. 가난한 동네에서 나름 번듯한 집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넉넉한 동네에서 가장 후진 집에 사는 사람이 된 것이다. 시바, 쪽팔리네 ! 뱀 머리로 사느니 용 꼬리로 사는 게 나은 것일까, 아니면 용 꼬리로 살다가 뱀 머리로 사는 게 나은 것일까 ?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넓은 평지에 온갖 위락시설을 누릴 수 있는 편리성을 갖춘 곳이어서 밤이면 가끔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영화관 또한 걸어서 10분 거리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일요일 새벽 557분경)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그날도 새벽 3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개 산책을 시키고 돌아오니 잠시 후 어머니가 새벽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셨다. 대뜸 집 앞에 감자 박스를 두었으니 가져오라는 명령이었다(어머니는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어서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한다). 냉큼 밖으로 나와 살펴보았으나, 웬걸 !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다 둔 거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문득 잠시 마주쳤던 할머니가 생각났다(말이 할머니이지 환갑이 갓 넘은 사람이었다). 박스를 들고 어딘가 급히 가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니 골목 끝에 그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왼쪽으로 꺾었다. 나는 따라잡기 위해서 뛰어갔으나 할머니는 사라지고 없었다. 할머니가 사라진 곳에는 거성 빌라 입구가 있었다. 그곳이 막다른 곳이니 하늘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그곳으로 들어간 것이 확실했다. 감자를, 잃어버렸다 ! 16,000원짜리 감자 상자. 어머니는 웃으면서 별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사실, 가난한 달동네 초입에 살 때에도 어머니는 집에 짐꾼()이 있을 때에는 늘 온갖 것들을 거리에 두고 오셨다(30계단을 올라야 집이 있기에 어머니는 늘 장바구니를 첫 번째 계단 아래 두고는 했다). 그것을 들고 오는 것은 내 몫이었다. 어느 때는 밥을 먹고 있을 때도 있었고, 잠을 자고 있을 때도 있어서 종종 한 시간 늦게 찾으러 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달동네에서 8년을 살면서 어머니가 두고 온 물건을 도난 맞은 적은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달동네였으나 어느 누구도 남의 것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거리에 놓아둔 장바구니를 말이다. 하지만 넉넉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동네는 원,,,킬이었다. 단 한 번, 집 앞 거리에 두고 온 감자 박스는 몇 초 만에 누군가가 훔쳐간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거성빌라를 찾았다. 얼추 살펴보니 좋은 빌라였다. 8가구가 사는데 주차장은 차를 15대 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주차장이 넓다는 것은 비싼 빌라라는 것을 의미했다. 밖에서 살펴보아도 빌라 규모는 가구당 50평은 넘어 보였다.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50평짜리 빌라에 사는, 차를 최소한 2대 주차할 수 있는 주차권을 가진 사람이 16,000원짜리 감자를 훔쳐?

집에 돌아온 나는 박스를 뜯어 유성 매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모월 모일 새벽 557, 감자 박스 가지고 거성빌라 속으로 사라지신 분. 제자리에 갖다 놓으십시오 ! 농담이 아니라 팻말을 만들어서 1시간 동안 그 빌라 앞에서 시위를 했다. 생각보다 쪽팔렸으나 이 모습을 베란다 같은 곳에서 보고 있을 그 할머니가 더 쪽팔릴 것이란 생각을 하며 버텼다. , 나오면 쳐들어갑니다. 허허허허. 물론 바늘 도둑이 자수를 할 리는 없었다. 집에 돌아오다가 문득 cctv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하니, 맙소사 ! 바로 그 거리에 cctv가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 길로 경찰서를 찾아 도난 신고를 했다. 16,000원짜리 감자를 도둑맞았습니다. 눈물이 앞,               을 가립니다. 절차는 나름 신속했다.

​감자 도난 사건은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어갔다. 형사가 와서 현장 검증을 마쳤다.   잃어버린 감자를 찾기 위해 꽤 애를 쓴 하루였다. 누군가는 쩨쩨하게 감자 몇 알 가지고 뭔 짓이냐고 말하는 이도 있겠으나 그런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자고 말이다. 좆대가리 같은 한국 사회는 사소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소도둑보다 바늘 도둑이 더 얄밉다. 사소한 성적 농담이나 사소한 접촉이나 사소한 외면이나 사소한, 사소한, 사소한 기타 등등이 어쩌면 이명박과 박근혜가 탄생하게 된 동력이 되었을 거라고 말이다. 며칠 전, 감자 도둑이 잡혔다. 예상대로 거성 빌라 주민이었다. 바늘 도둑은 훔친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분실물을 취득한 것이라고 우겨서 벌금을 내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잘 다듬은 머리 모양으로 보아 넉넉하게 사는 집 부인이었다. 나는 그 사람 들으라고 혼잣말을 했다. 시바, 지랄도 풍년이네. 들었을까 들었을 것이다. 귓볼이 붉어진 모습을 봤으니까. 감자 값을 돌려받았다. 이 만원 주길래 사 천원을 건냈더니 선심 쓰듯 됐다는 손사래를 하길래 말했다. " 장난하세요 ? " 이 동네, ...... 지랄도 풍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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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5-06-2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그러나 쫌 슬픈 글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0 12:37   좋아요 0 | URL
기승전애`인가요 ? ㅎㅎㅎㅎㅎ

보빠 2015-06-2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랜덤 애에요

stella.K 2015-06-2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글의 뜻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데 꼭 1인 시위 하신 게
뭐해서 쓰신 것 같아 귀엽기도 하네요.ㅋㅋㅋㅋㅋ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다니... 요즘 웬만해서 남의 물건 잘 안 가져가는데.
그래도 다행이어요. 얼굴 붉힐 줄 알고. 그러지 않을 사람도 있을 것 아니어요?
왜 습관적으로 그러고 입맛 다시는 사람도 있잖아요.

근데 이사 하신다더니 하셨군요.
어느 동넨지 꽤 부럽습니다. 어디든 10분이라니...
있는 동네 살면 물가가 좀 비싸더군요. 그렇지 않나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0 15:16   좋아요 0 | URL
큰 시장도 있습니다. 습관성 도둑질이죠.... 동네가 지랄같아서 어느 미장원 앞에는 주인이 코팅을 해서 내걸었는데 내용을 읽으니 다음과 같습니다.

화분 훔쳐간 사람 천벌을 받을 것이다. 잡히기만 해라

이거 내가 웃길려고 자작한 게 아니라 실제로 이게 걸려 있더군요. 가게 앞에 말입니다. 누가 화분을 훔쳐간 모양....

아마 감자 훔쳐간 사람이 가져간 것 가틈..

Joule 2015-06-2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승전승! 축하합니다. 감자도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 기뻤을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1 15:3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감자 대신 돈으로 받아서 개에게 줄 순대 사줬습니다.

Joule 2015-06-21 15:5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건성으로 읽었어요. 마지막 문단을. 해야 할 일 안 하고 놀고 있으려니 괜히 마음이 찔릴 때는 잘 집중을 못해서 그렇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1 16:10   좋아요 0 | URL
원래 제 글은 건성으로 읽어야 제맛이 나지 정색하고 읽으면 재미없습니다...ㅎㅎ 건성 읽기를 권합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5-06-24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사천원 돌려주신거 넘 멋져요.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부잣집 아들하고 사귀는 가난한 주인공이 돈봉투 주는 부잣집 마나님 엿먹이는 통쾌한 드라마 장면이 떠오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5 06:06   좋아요 0 | URL
가끔 거리에서 마주치는데 이 여자 어찌나 동네 사람 험담을 그리하는지..... 웃긴 분이세요...
 

 

 

 

 

 

 

 

 

 

 

 

 

 

 

 

 

 

 

 


 

 

 

 

 



신형철이 신경숙에게

 

 

 

 

 

 

 

김후란 번역판 < 우국 > (미시마 유키오)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인용 대목이 < 전설>(신경숙)의 해당 부분과 거의 같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문장의 '뜻'만 아니라 '표현'이 같고 그것들의 '배열'도 일치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 단락 전체가 거의 같아졌다. 같은 것을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 역시 그렇다. '문장' 단위라면 몰라도 '단락' 단위에서 또렷한 유사성이 우연의 일치로 발생하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십 년 전에 처음 발표된 이 단편소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결과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알지 못한다. 과정이 어떠하였건 <우국>과 < 전설 > 사이에 빚어진 이 불행한 결과에 대해서는 작가의 자문(自問)과 자성(自省)이 필요해 보인다.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음을 안다. 회피할 일은 아니며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그러나 논란과 무관한 많은 다른 작품들이 있다. 신경숙 작가의 뛰어난 작품들마저 부정할 수는 없으며 그 작품들에 제출한 상찬을 철회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작가가 이번 사안에 대해서 사과하고 이를 창작활동의 한 전기로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많은 분들의 고언대로, 신경숙 작가의 책임을 묻고 끝낼 일도 아니다. 과거 한국문학에 큰 빚을 졌고 현재 문단에서 활동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 침통한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 문학을 조롱하는 일이 유행이 된 것처럼 보이는 때일수록, 더욱, 한국문학이 독자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갈 것이다.

 


2015년 6월 18일 신형철

 

 

 

신형철은 신중한 사람'이다. 그가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봐도 그렇다. 이 글에는 핵심어인 << 표절 >> 이란 단어가 없다. 핵심은 " 신경숙 표절 논란 " 인데 공교롭게도 본문에 " 표절 " 이라는 단어가 없는 것이다.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이 단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 것이다. 기껏해야 " 불행한 결과 " 라는 표현이 고작이다. 그는 참...... 신중한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미문으로 작성된 글을 믿지 않는 것이다. 조지 오웰과 김수영의 글은 명문이지만 미문은 아니다. 명문에는 미문이 포함될 수도 있지만 미문이라고 해서 반드시 명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정직하게 쓴 투박한 글은 잔재주를 부리는 미문보다 훌륭한 법이다. 신형철은 문장 속에 잔재주를 부리는 문인'이다. 깨는 적, 당히 뿌리시라.

 

신형철은 신경숙에게 같은 것을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 고 충고한다. 신형철이 쓴 입장 표명에서 이 문장이야말로 핵심이다. 나는 잠시 들여다보고 꽤 크게 웃었다. 그는 왜 << 같은 것은 같다고 말해야 한다 >> 가 아니라 << 같은 것을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 >> 고 돌려 말했을까 ? 다시 말해서 신형철은 말해야 한다 고 쓰지 않고 말할 수 없다 고 썼냐는 말이다.  여기에는 침묵의 카르텔 " 에 동참한 행위에 대한 무의식적 쪽팔림'이 발현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그에게 묻고 싶다. 그는, 혹은 그가 소속된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은 그동안 숱하게 제기되었던 대형 작가의 표절 논란에 대해서 그동안 왜 침묵했었나. < 같은 것을 다르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정직한 태도 > 라면, < 다른 것을 다르다고 폭로할 수 없는 것은 비겁한 태도 > 가 아니었을까 ?

또한 " 회피할 일은 아니며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 고 자못 비장한 말투이지만 다시 되묻자. 따질 것은 따져야 하는데 왜 그동안 당신은 회피로 일관했었나 ? 들끓는 냄비 뚜껑의 비트'가 임계점에 다다르자 겨우 입을 여는 태도에서는 억지로 학예회 무대 위에 오른 유치원 꼬마의 일그러진 얼굴 표정 같다. 하기 싫은 데 억지로 해서 짜증이 난다는 투다. 대중이 한국 문학을 조롱하는 일이 유행이 된 것에 대한 책임은 표절 논란의 중심에 놓인 작가가 아니라 문학 권력 앞에서 눈치나 보는, 평론을 가장한 홍보용 출판사 보도 자료를 제공하는 문학평론가의 잘못이 더 크다. 스포츠 무대에서 약물 복용이 발각되면 비록 그 선수가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고 해도 그 기록은 삭제된다. " 신경숙 작가의 뛰어난 작품들마저 부정할 수는 없으며 그 작품들에 제출한 상찬을 철회할 이유는 없다. "

는 말 속에는 << 인지부조화 심리 >> 가 엿보인다. 잘못을 인정하면 자존심에 칼집이 나니 어정쩡한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이 글은 과거에 대한 반성은 없고 미래에 대한 다짐만 있다앞만 보고 달리시겠다는 태도. 오도방 쇼바 잔뜩 올리며 삼일절에 빠라빠라빠라빰, 경적을 울리겠다는 소리가 참..... 좋네요. < 우국 > 을 처음 접했다는 사족'은 경험 많은 여자가 모텔 침대에 누워 " 나, 오늘 처음이에요 ! " 라고 말하는 고백처럼 들린다.  또한 " 이십 년 전에 처음 발표된 이 단편소설(전설) " 이라는 문장에서는  20년 전의 자신'을 은연중에 독자에게 강조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 시절에 신형철은 문학평론가는 아니었겠지. 사족으로 시작해서 발뺌으로 빠지는 꼴이 영락없이 뭣 같다. 언제부터 문학평론가는 신간 소설'만 읽어야 하나 ?

명색이 문학평론가이고 명색이 일본을 대표하는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게으른 독서를 한 셈이고, 읽었으면서도 처음 읽었다며 눙을 치면 양심에 어긋나는 것이고, 오래 전에 제기된 의혹을 검토하지 않았다면 직무 유기'. 냄비 뚜껑을 열리게 만드는 것은 압력이 아니라 거품이다. 사소한 것이 하나둘 거품이 되어 뚜껑을 뒤집는다. 신경숙은 거품이다. 그리고 그 거품에 의해 뚜껑이 떨어져나간 쪽은 바로 문단이다. 원래 냄비와 뚜껑은 한몸이다. 장터에다 헌 냄비를 팔 때 냄비 따로 뚜껑 따로 값을 매기지는 않는 법. 하지만 뚜껑 없는 냄비'는 뚜껑이 있는 냄비보다 헐한 가격에 팔린다. 냄비 뚜껑 간수 잘하시라.....

 

 

 

 

 

 

 

 

 

덧대기

 

종종 북한말 '이 매력적일 때가 있는데 < 표절 > 의 북한말이 도적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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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개미 2015-06-19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형철 처세의 달인이네요. 공범 신형철이 모든 죄를 신경숙에게 떠 넘기면서도 신경숙을 완전히 버리지도 않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9:18   좋아요 1 | URL
잔정인가요 ? ㅎㅎ

시골 개미 2015-06-19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정 보다는 잔머리. 사태 조용해지면 책 장사 다시 같이 해야 할 동업자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9:35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3대 출판사(문지, 창비, 문동)는 한국 문학의 9할이죠. 여기서 다 돌잖아요. 외국처럼 한 작가가 한 출판사와 계속 같은 작품을 함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 작가는 카드 돌려막기처럼 이 책은 여기서, 다음 책은 저기서... 이렇게 배분합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터지만 빅 쓰리 소속 편집위원은 입 닥치고 조용히 관망하거나 작가를 옹호하죠.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양상이 180 다릅니다. 까닥 잘못했다가는 엄청난 욕을 먹게 생겼거든요. 문학 사태가 실검 1위에 오르며 메르스를 몰아낸 것은 정말 기적 같은 관심인 거죠. 그러니 옛날만큼 생깔 수는 얿ㅅ는 노릇.

신형철은 문학동네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평론가입니다. 팟캐스트도 하잖아요. 자기 성찰이 필요한 사람이 엉뚱하게 작가 타박만 하고 앞으로는 열심히 합시다.. 이런 멘트만 날리네요. 하여튼 저 글에서 표절이란 단어가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것을 보고 절망했습니다.



시골 개미 2015-06-19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신형철의 영악함에 구역질 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현택수 한국사회문화원장이 신경숙씨를 사기와 출판사 업무 방해로 고발까지 했으니 출판사나 평론가들도 더 이상 입만 다물고 있을 수 없겠죠. 현택수 이 분은 네이버 검색하니까 ˝표절은 없다˝ 이런 책도 쓰셨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20:23   좋아요 0 | URL
표절에 진절머리가 나신 분이시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이 고발은 약간 오버한 것 같긴 합니다만,

아마도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자는 의도인 것 같네요....

시골 개미 2015-06-1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어디까지 할 지 모르겠지만 신형철도 불려갈지도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21:34   좋아요 0 | URL
하긴 이 분도 이게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지만 상징적 제스추어로 경각심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이시겠죠. 지지합니다. 하여튼 저는 신경숙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밉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신형철은 얄밉죠. 꼰대라는 사실은 본인은 모르고.....

수다맨 2015-06-2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참 교묘하게 잘 쓰네요. 예전에도 느낀 거지만 참 영민하고 치밀한 사람입니다. 다만 그 치밀함이 수사적 차원에서, 자신의 책임을 어느 정도 면피하는 부분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명원, 권성우, 조영일, 심지어 점잖은 로쟈까지도 명백한 표절이라고 결론을 내리는데, 표절이란 말 쓰기 싫어서 고심한 흔적이 글 마디에 역력히 드러나네요. 어쨌거나 이 사람도 착 딱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0 07:13   좋아요 0 | URL
신중한 사람입니다. 신중한 사람..... 굳이 < 전설 > 을 이야기하면서 20년 전에 나온 책이라는 말을 왜 했을까요. 뭐, 20년 전에 나는 문학평론가가 아니었어... 뭐 이런 뉘앙스로 읽히는데 말이죠. 여기에 덧붙여 < 우국 > 을 처음 접했다를 붙이니 그는 그동안 문단에서 떠돌았던 신경숙 표절 논란이 금시초문인데 문단과 상관없는 나도 어느 정도 다 알고 있던 사실을 문학평론가가 모른다 ??!

시골 개미 2015-06-2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방금 떠오른 생각인데 검찰 조사 하게 되면 ˝좌파 최고 지식인 백낙청 조사˝ 받을 텐데 ˝상상 이상˝으로 일이 커질 수도 있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0 11:49   좋아요 0 | URL
이 사건을 두고 문단의 자정 능력 운운하던데 글세요. 문단의 자정 능력이 있었다면 지금 이런 꼴이었을까요.
모든 자리에는 권력이 생기고, 그 권력은 눈을 멀게 하는 것 같습니다. 백낙청은 정치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욕하면서 막상 자기 분야의 것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슈퍼고양이 2015-06-2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화제의 서재글에 오르셨네요. 반가운 마음에 댓글 남기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7 12:04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그래도 수퍼고양이 님이 반가워해주시네요. 더위가 시작되는 데 잘 지내고 계십니까 ?

눈을감아 싱클레어 2015-11-16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와 정확한 사랑의 실험 두 책을 읽고 있는중 입니다. 저도 국문학도입니다만, 자신이 10년간 국문학에 몸담갔는걸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 쓴 것 같은 문장들을 보며 이 사람 참 치밀하게 문장을 쓰는구나 했습니다. 이 사람이 쓰는 평론 특히나 살아있는 작가를 향해 내던지는 과감한 평론은 찾아보기 힘들다는게 제가 현재 책을 읽으며 느낀점입니다. 이번 신경숙 작가 표절사건으로 우리나라 문학계 썩은 회부를 다시한번 통렬히 통감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잘보고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7 12:44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아부하는 평론은 아무리 미문이라 해도 0점짜리죠. 전 몰락의 에티카 서문에 쓰여진 글이 닭살 돋았습니다. 이 분은 시작부터 설설기고시작하는구나...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출판사에 대한 의리가 참... 짠하더라고요.... 그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뭐, 문동이 아예 대표 자사 평론가로 자리를 주니 고맙기도 하겠으나......
 

 

 

 

 

 


마더 / 괴물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일지도*......

  

 

 

 

창비의 죽음에 붙여

 

                                                                                                          

 

 

                                                                                                                                봉준호 감독의 영화 << 마더 >> 는 영화  << 괴물 >> 과 닮았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7418303  : 괴물, 어마어마한 암컷 ).  둘 다 탐욕스러운 여성 괴물이 등장한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제목을 << 엄마 >> 라고 하지 않고 << 마더 >> 라고 설정한 속내는 마더 머더 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제목 속에는 이미 줄거리와 주제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영화 << 마더 >> 에서 국민 엄마 김혜자는 내 새끼를 위해서 동분서주 뛰어다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밝혀진 진실은 뜻밖이었다. 하는 수 없, ! 김혜자는 금쪽같은 내 새끼의 유죄를 덮기 위하여 살인을 저지른다. 마더는 머더 가 된다소설가 김영하가 서정주의 죽음에 붙여 쓴 글 제목은 << 문제적 아버지가 죽었다 >> 였다.

 

 

    

문제적 아버지가 죽었다.

 

김영하

 

 

눈이 펄펄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당 서정주가 세상을 떴다. 영화 잡지에 시인 얘기를 하게 돼서 안됐지만, 그래도 미당 얘기를 하지 않고서는 어쩐지 마음이 편지 않을 것 같아, 연재의 첫 번째를 미당 얘기로 막는다. 문단에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나는 시인 아무개와 미당의 문제를 두고 다투고야 말았는데, 다툼의 전말은 이러했다. 80년대에 미당이 저지른 행적을 알고 있는 이상, 그의 시에서 더 이상의 어떤 아름다움도 발견할 수 없다는 나, 미당의 시에서 아무런 감흥을 받지 못하는 너 같은 작자는 문학을 할 자격이 없다는 그. 우리의 다툼은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이런 미학적 가치판단의 문제는, 한쪽이 변하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80년대식 용어로 말하자면, 세계관의 문제다. 영악한 우리는 더 이상은 그 문제로 다투지 않았다.

 

그 뒤로 세월이 흘렀다. 다른 시인이 내게 미당 새 전집을 선물해 주었다. 어느 어둑한 밤, 나는 가만히 앉아 시편들을 읽었다. , 빌어먹을. 욕이 나왔다. 그리고 곧 입을 다물었다. 이를테면 나는 이런 시구들의 광채 앞에서 할말을 잃었다. "아름다운 배암/얼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또는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토록 살고 싶은가"라든지. "피가 잘 돌아...아무 병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 혹은 "어찌하야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피가 먹고 싶습니까?" 같은 구절 앞에서, 내 자신이 이다도시나 로버트 할리 같은, 그저 한국말 조금 할 줄 아는 외국인처럼 느껴질 때, 나는 고만 글 쓰는 일을 콱 때려치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나와 다툼을 벌일 뻔했던, 그 선배 시인의 심사를 조금은 가늠하게 되었다. 미당의 시 앞에서 우리는 그저 비재에 몸부림치는 아둔한 습작생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충분히 증오스럽다. 그 증오에는 질투의 피냄새가 섞여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부고를 받은 뉴욕의 한 화가가 "오늘 내 아버지가 죽었다"고 외친 그 심정을 나는 이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미당이 20세기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한 시간 앞두고 세상을 떴다. 젊어서는 친일파였으며 늙어서는 전두환에게 축시를 바친, 정치적으로는 옳지 못했으나 너무도 아름다운 시를 남긴, 문제적 인물 미당은 20세기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그가 남긴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이를테면 우리에게는 이런 의문이 남아 있다. 예술가에 대한 정치적 치죄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입장에 서 있었던 시인, 작가, 화가, 무용가, 가수들에 대해, 또 그들의 창작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친일하거나 전두환에게 협력할 기회도 없었던 이들에게도 그들에게 돌을 던질 자격은 있는 것일까. 내가 그였다면 과연 친일과 독재협력의 멍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인가. 일본이 영속하리라 철석같이 믿고 일본에 협력했던 친일파 지식인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그늘 아래 미국적 가치의 한국화에 힘쓰는 친미 지식인과 얼마나 다른가. 월남전이 자유를 위한 성전이니 어서 젊은이들을 보내야 한다고 외쳐댔던, 그러나 사실은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에 호응했던 나팔수들과 서정주는 어떻게 다른가. 가난과 장애 속에서 친일이 죄인지도 모른 채, 관공서에서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인데도 친일파가 되어버린 운보 김기창과 같은 사람의 예술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일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죄가 되는 일일까. 민족이라는 가치는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에 항상 우선하는가. "나는 아일랜드 사람이 아니"라고 선언했던 <율리시즈>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은, 그가 자신의 고향과 민족을 배신했다는 이유 때문에 평가절하되어야 하는가.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과 사회의 일반적 통념이 배치될 때,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가, 따위.

 

미당은 민족반역자이며 독재협력자라고, 그러니 그에 대한 어떤 추모도 역겹다고 말하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쉬운 일이다. 미당의 시를 읽은 적이 없다면 더더욱 쉽다. 게다가 신나는 일이다. 아주 적은 에너지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의 모든 정치적 실수와 인간적 결함을 알면서도 그를 껴안고 가는 자들, 나는 그런 이들을 몇몇 알고 있는데, 그런 결정은 쉽지 않다. 죄 많은 이의 시신에 발길질을 하는 자는 많아도 그를 거두어 장사를 치르는 이는 드물다. 그러니까 어쩌자는 거냐, 고 내게 물으면 할 말은 많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 20세기가 저물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지금, 미당을 읽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불길한 일이라는 것. 그를 어떻게 매장할 것인가에 우리의 20세기가, 누더기 근대문학이, 오욕으로 점철된 현대사가 매달려 있다. 이런 얘기를, 영화잡지의 지면을 빌려 하고 있으니 송구스럽다. 독자들도, 그리고 망자께서도 빈소에도 못 찾아간 어느 심약한 자식의 부조금이려니 여겨주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다.

  

  

 

시인의 재주와 타락 앞에서 흔들리던 김영하는 서정주를 " 아버지 “ 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문제적 아버지 라고 명명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김혜자 또한 문제적 어머니 . 그녀는 motherthood/모성애와 murder/살인이 혼합된 인물이다. 그러니까 murder라는 기표에는 죄의 유무 판단을 상실한 채 무조건 내 식구를 감싸려는 극단적 이기주의 라는 기의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여기 또 한 명의 문제적 어머니가 있다. 바로 신경숙이다. 하지만 그녀를 서정주와 연결할 수는 없다. 작가의 도덕적 타락이라는 공통분모는 있지만 그녀는 서정주와는 달리 글 쓰는 재주는 부족 보통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 글 보쌈 > 을 한 것'일까 내가 신경숙을 거론하면서 영화 << 마더 >> 를 호명한 이유는 문제적 어머니 인 김혜자와 신경숙을 동일화하려는 속셈이 아니다. 오히려 김혜자는 출판사 창비와 닮은 꼴이다. 창비는 죄의 유무 판단을 상실한 채 내 식구를 감싸려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닮았다. 남성 가부장 혈맹주의 ( brotherhood ) 는 눈먼 모성애 혈맹( motherthood )과 연결된다. 내가 보기에 한국 사회는 << HOOD 사회 >> 다. 남자는 불알후드 brotherhood 로 뭉치고, 여자는 모유후드 motherthood 로 뭉친다.

또한 아파트 주거 형태가 형편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산다는 측면에서 아파트 문화는 house hood 인 셈이다. 그뿐인가 ? 경상도후드와 전라도후드가 각자 뭉치고 노동자는 정규직후드와 비정규직후드로 편을 갈랐으며,  성골(聖骨)은 체제에 편입하기 위해 우파'가 되고 잔뼈가 굵어서 어른이 된 성골(成骨)은 일베 사상에 기대어 체제를 옹호하면서 극우'가 된다. 뼈다구 앞에 聖이 붙느냐, 아니면 成이 붙느냐에 따라  계급이 결정된다. 피(혈통)의 우생학에 덧대어 뼈(뼈대)의 우생학까지 거론하니 부끄러운 뿐이다. 이승만은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고 했으나, 이 애국적 술책은 지나쳐서 요즘은 뭉치면 부패한다. 한국 문단 또한 " - hood " 다.  한국 문단과 문인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 시국선언 "  이라는 근사한 퍼포먼스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지만 하는 짓은 똑같다. 집단 지성을 대표했던 창비가 세월호 사태를 질타하면서 돈에 눈먼 사회를 격정적으로 비판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창비는 돈 앞에서 양심을 판다.

​다시 한 번 반복하자면 창비에 소속된 편집위원들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  brotherhood " 를 비판했지만 정작 집단 내 " motherthood " 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침묵의 다른 이름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 ! 라는 정언 명령이다. 그들은 정치 권력을 비판할지언정 문학 권력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 그들 스스로가 문학 권력이기에 비판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꼴이 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신경숙은 문제적 어머니 . 그래서 한국 문학은 비극이다. 나는 그녀의 말 : 우국이란 단편은 읽어본 적도 없어요  을 믿는다. 하지만 서로 모르는 두 작가'가 동일한 문장을 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신경숙이 표절을 한 게 아니라 미시마 유키오가 표절을 한 것이라고 믿는다. 신경숙이 표절을 안 했다고 하면 미시마 유키오가 표절을 한 것이다. 둘 중 하나는 범인이니까 말이다. 미시마.... 나쁜 새끼.

 

창비는 보다 거대한 문제적 어머니 . 그래서 한국 문단은 지옥이다. 예상 가능한 동선은 이렇다. 신경숙의 침묵에 대해 출판사는 작가의 오랜 고행 끝에 내린 묵언수행 따위로 포장할 것이 분명하다. 심장은 썩어도 입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등단 제도와 문예지를 끼고 도는 편집위원들은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이 꼴이 보기 싫어서 손창섭은 죄인처럼 한국을 떠난 것이 아닐까 ?   한국 문단이 썩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보인다. 이응준은 내부고발자'라는 딱지가 붙고, 신경숙과 창비에 비판적인 논조는 익명을 요구하는 문학평론가의 요구에 따라 " 익명 " 으로 언론에 등장한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극이다. 신경숙 사태를 보며 황우석 사태를 떠올리는 것은 과대 망상일까 ? 이응준은 왜 내부고발자가 되었으며, 쓴소리를 직업으로 해야 하는 문학평론가는 왜 익명 뒤에 숨어서 쓴소리를 할까 ?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필명으로 쓴소리를 하지 못했다는 말이 아닌가. 늑대가 없으면 토끼가 왕이 되는 법. 토끼가 말한다. “ 어화둥둥, 금쪽같은 내 새끼. 울타리 밖은 칼바람 부는 시베리아 벌판이란다.  안(內)의 항온성을 믿으렴 !  ”

울타리 안에서는 울타리 밖에서 떠도는 뒷말이 들릴 리 없다. 똥 묻은 토끼가 겨 묻은 늑대를 나무란다. 토끼가 완장을 차면 늑대가 되는 법. 꼰대란 그런 것이다. 내 허물은 보지 못하고 네 허물만 본다.  헛물켜지 마세요.  너나.... 잘하세요 ■ 

 

 

 

 

 

* 이방인,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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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6-19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주의 주장의 이론의 일부는 (motherhood를 포함한) 혈맹에 반대하지만, 내집단화 in-group 편향이 논리적으로 극복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동양은 정직보다 충성의 덕목이 앞서는 사회로, 이런 사회에 반대하는 저의 가치관이 義를 仁보다 앞세웁니다. 그러나 누구의 지적처럼 남성의 이성주의는 여성의 정서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0:17   좋아요 0 | URL
내집단화는 모든 폭력의 근간이죠. 덩치가 커지면 권력이 생깁니다. 신경숙이라는 권력은 단권 판매량 200만이라는 거대 집단 현상이 만들어낸 힘입니다. 바로 그 힘이 ˝ 미시마 책 읽어본 적도 없다 ˝ 고 말한 원동력이겠죠. 권좌에 오르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법입니다.


samadhi(眞我) 2015-06-1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편과 서정주 얘기 가끔 하지요. 그 사람의 행태는 용서할 수는 없지만, 서정주의 시어는 정말, 황홀한 느낌이라고. 천재라고. 그렇게 느끼는 우리 자신이 죄책감을 가질 만큼이요. 전에 출판사 한다는 선배에게 그런 얘길 들었지요. 우리가 아는 대작가들 중 몇몇의 글이 실제로 그 사람들 스스로 쓴 게 아니라고. 그땐 순진해서(?) 믿기도 힘들고 무척 충격을 받았지요. 지금은 새삼 놀라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고, 정말 제대로인 작가들에게 그 사람들이 욕을 보인다는 생각을 합니다. 출판계도 마찬가지이고. 어디나 존재하는 정경유착같은 것, 정말 안타깝기도 하고 지저분하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3:27   좋아요 0 | URL
서정주는 확실히 천재이긴 합니다. 김소월과 서정주 밖에 안 보입니다.
솔직히 고은은 과대평가받은 시인 같고.... 김지하는 사이비이고....


2015-06-19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3:27   좋아요 0 | URL
네에. 제가 말한 평론가는 거대 3사 소속 평론가를 말한 거였씁니다. 옛날에도 당연히 문제 제기하는 평론가 많았죠. 하지만 다 그들은 비주류 평론가였습니다. 소장파라고 하죠.... 이명원, 권성우, 노혜경, 김정란 등등.... 문학권력과 싸우려고 했던 이들이죠. 하지만 그때도 주류 평론가( 3사 문예지 소속 ) 은 침묵하거나 오히려 두둔했죠.

하지만 이번은 확실히 다르죠. 그때 논란은 변방의 우짖는 새`라면 지금은 메르스를 실검에서 아래로 끌어내릴 만큼 파급력이 쌔졌으니 180도 환경 자체가 바뀌어 두둔 자체를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신형철도 두둔을 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게 처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따라 몸을 낮춘 것....

신형철은 사과를 하라고 주장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는 신경숙 표절을 몰랐을까요. 왜 지금 와서 표절 인정하라고 심판자처럼 말을 할까요.... 웃긴 짓 같습니다.

heterotopia 2015-06-19 13:34   좋아요 0 | URL
음... 그래도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인 면을 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신형철 평론가(과 더불어서 권희철 평론가도 입장을 내보였더군요...)의 입장도 나왔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 문학판이 좀 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 뿐이네요. 어쨌든, 문학 만큼은 한국 정치와 닮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사람으로서...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3:43   좋아요 0 | URL
저는 개인적으로 문학은 죽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문학의 사회적 의의`가 이젠 끝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튼, 썩은 것은 도려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번에 박근혜 흉내를 내서 적폐를 싹 도려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ㅎㅎ.

heterotopia 2015-06-19 13:48   좋아요 0 | URL
사회적 의의라는 측면에선... 네, 분명 그런 것 같아요. 그 역할은 영화나 언론이 다 하고 있는 느낌이라...

예, 도려낼 건 도려내야겠죠.

수다맨 2015-06-1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시마 나쁜 새끼, 라는 말에서 뿜었습니다 ㅎㅎㅎ 아 이거 다시 볼수록 재밌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3:22   좋아요 0 | URL
이름을 살려서 미시마 웃긴새끼오` 라고 해야 겠습니다. 죽은 자`가 산 자`의 소설을 표절하다니 도저히 용서가 안 되네요... 한국의 신경숙이 거짓말할 위인은 아닙니다.....
 

 

 

 

 

 

 





응답하라, 주례사 문단이여 !




 

 

" 현재 <창작과비평>의 상임 편집위원 가운데 문학계 인사는 한기욱, 백지연, 진은영, 황정아 씨 등이며 <문학동네>의 편집위원은 차미령(주간), 강지희, 권희철, 김홍중, 남진우, 류보선, 서영채, 신수정, 신형철, 이문재, 황종연 등이다. 이들은 모두 문학계 안팎에서 상당한 발언권과 함께 적지 않은 독자를 거느린 지식인들이다.  " ( 프레시안 2015.06.18 자 기사에서 부분 발췌 )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신경숙의 표절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주류 평론가들이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주류인 창비와 문동 편집위원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예쁘게 표현해서 " 침묵 " 이지,  촌스럽게 표현하자면 " 입도 뻥끗 " 못하고 있다.   문단에서는 문예지 편집위원은 꽤 좋은 자리'다. " 표절이 아니다 " 라는 주장을  < 지지 > 하자니 들끓는 여론의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 저지 > 하자니 출판사 눈치가 보인다.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일까 ?  그들이 내놓을 예상 가능한 모범 답변은 "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 이겠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네.  이제 관심사는 출판사과 작가의 태도가 아니다.  신경숙은 자신을 지지하는 창비에게 빚을 진 마음이겠으나 그리 좋아할 만한 것은 못된다. 창비가 신경숙에게 보내는 " 아스트랄的 아가페 " 는 잘 팔리는 히트 상품에 대한 기획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작가'라기보다는 상품'으로 취급한 것이다. 창비는 자사 상품을 팔기 위해 미시마 유키오'를 구닥다리 상품으로 폄하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미시마 유끼오를 욱일승천기 상품 따위로 취급했으니, 이 정도면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아닐까 ? 그를 듣보잡으로 만드는 신경숙과 창비의 대응 전략이 우습다. 하늘 같은 작가를 한 수 아래 내려다보는 수가 대중에게 통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오히려 반발만 거센 경우가 됐다.  됐고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제는 문단 내 주류 문인들이 답해야 할 상황'이다. 그동안 문단은 시종일관 남의 눈에 있는 띠끌만 보고 내 눈의 들보는 못 보는 태도로 일관했다. " 들보가 어디 있어염 ? " 그들은 목에 핏대 세우며 시국선언에 동참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놀고 있는 흙탕물에는 침묵을 지켜왔던 것이다.  정치판은 썩었지만 문학판은 청정 지역이다 ?  가슴 아파도 ~ 나 이렇게 ↗ 울지만......  이제 답해라. 

특히 문동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신형철의 입장이 " 졸라 " 궁금하다.  신형철은 << 눈 먼 자들의 국가 >> 에서 한 꼭지를 맡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사건은 ‘진실’과 관계하는, ‘대면’과 ‘응답’의 대상이다. 사건이 정말 사건이라면 그것은 진실을 산출한다. 진실이 정말 진실이라면 우리는 그 진실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때 해야 할 일은 그 진실과 대면하고 거기에 응답하는 일이다(229쪽) ˝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그렇다면 신경숙 표절 사건이야말로 " 진실과 관계하는, 대면과 응답의 대상 " 이기에 " 해야 할 일은 그 진실과 대면하고 거기에 응답하는 일 " 이다. 평론가가 응답해야 할 일은 당연히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  응답하라. 침묵은 금이라는 금언을 믿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  현대 사회에서 침묵은 부패의 좋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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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개미 2015-06-1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십년 후에도 신경숙의 소설이 살아남는다면 우리 후손들은 신경숙 소설에 감동 먹었다가 표절 사실에 멘붕 하겠네요. 이건 친일파 문인에 대한 지금 대중의 다소의 실망감에 비할 바가 못되겠죠. 씁쓸합니다. 주례사 비평하신 분들이야 침묵하실테고 백낙청이 우파 비판하면 너나 잘하라고 인터넷에 댓글 달리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8 19:35   좋아요 0 | URL
백낙청, 지식인 흉내 내지만 알고 보면 정치가와 다를 게 뭡니까.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그장소] 2015-06-19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이 시원한 글입니다..잘 읽고 갑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3: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자주 오세요..

stella.K 2015-06-1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도 끈질기시네요. 관련된 글을 계속 올리시니...ㅋ
오늘 뉴스에서도 이번 사태는 예전처럼 그냥 잠시 떠오르다 마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건 역시 SNS 힘 때문이라고.
더불어 이것을 계기로 그동안 표절 시비에 올랐던 작가들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하더군요.
분명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죠. 그동안 무슨 정신으로 이런 걸 묵인하고 눈감아주고
나눠먹고, 찢어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우리나라 문학계가 몇몇 작가 빼놓고 노력 대비 소득이 별로 없는 곳이라
다 먹고 살자고 그랬다고 하겠죠. 그래도 그게 크게 보면 문학을 더 썩게 만드는 건데
우리나라 지식인들 참 못 났습니다.ㅠ

그나저나 이번 계기로 전 금각사를 읽고 싶어졌습니다.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3:29   좋아요 0 | URL
상황이 다르죠. 15년 전과 지금은 sns의 힘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더군다나 신경숙은 이제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는 사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아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금각사 읽지 마시고 그 우국인가 뭔가 하는 거 함 읽어보세요. 궁금하네요...

stella.K 2015-06-19 13:56   좋아요 0 | URL
모르긴 해도 이 참에 미시마 유키오 작품 재출간 하겠다는
번역자와 출판사가 있을 것 같아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4:16   좋아요 0 | URL
창비는 아닐 것 같죠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