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인의 편지 고려대학교 청소년문학 시리즈 2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송용구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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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 치기 좋은 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 평소 < 꽹과리 > 와 < 징 > 을 혼동하고는 했다. 징을 보고 꽹과리'라고 말한 적 있고, 꽹과리를 보고 징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장구 보고 징이라 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 꽹과리냐 징이냐 > 의 문제는 박근혜의 < 의리냐 배신이냐 > 라는 문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사소한 문제여서 별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보니 항상 틀린 대답을 내놓고는 했다. 색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색맹이라 하는데 나는 악기의 맵시'를 구별하지 못하니 악맹인 셈이다. 악기 중에서 유독 꽹과리와 징을 구별하지 못하니 부분 색맹이라 해두자. 그래도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은 없으니까. 그러자 누군가가 나에게 " 꽹과리와 징 구별법 " 에 대해 알려주었다.

" 딱 봤을 때 치기 좋게 생긴 놈이 징이고, 두들기기 좋게 생긴 놈은 꽹과리'야. 권투에 비유하자면 징은 어퍼컷이고, 꽹과리는 잽이지.... " 치기 좋은 놈'과 두들기기 좋은 놈 ?!  말이야 똥이야. 이 또한 시덥잖은 소리'라 그냥 웃어넘겼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 내가 해봐서 아는데 ~ " 를 남발하던 각하가 떠나고 그 자리'를 (내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여왕     그녀에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녀가 필요해      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무렵, 또 다시 꽹과리와 징을 구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때 친구가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치기 좋은 놈과 두들기기 좋게 생긴 놈 !  딱 보니 < 그것 > 은 치기에 좋은 놈'처럼 보였다. 그것은 징이었다. 그렇다,  징은 치기 좋은 악기이고,  꽹과리는 두들겨야 제맛이 난다.  돈오(頓悟)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이 세상에 치기 좋은 징은 있지만 두들기기 좋은 징은 없다 ! 

외국소설에 대한 서평치고, 들어가는 말문이 상당히 "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 스러워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 를 말하기 전에 먼저 한국 문학에 대한 취향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내가 한국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밖에서 발로 뛴 흔적보다는 책상 앞에서 머리를 굴린 흔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데 있다. 음색은 < 징 > 도 아니면서 징징거린다. 이 음색이 싫은 것이다. 차라리 꽹과리처럼 왁자지껄한 귀여니 소설이 낫다. 이 한 문장을 위해서 말문이 쓸데없이 길어진 점, 독자 여러분이 화낼 만하다. 그렇게 할 의도는 없었는데 나도 내 의도를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서평을 중단하지는 않겠다. 어차피 이곳에서 자빠졌으니 밥이 되든 죽이 되든 보석 같은 리뷰를 완성하겠다. 40대 소설가 K, 그는 바람둥이'다. 그 앞에 한 통의 두툼한 편지'가 도착한다. " 결코 저를 모르는 당신께...... " 로 시작하는 편지.  < 결코 > 라는 부정적 부사'가 결연한 의지처럼 느껴져서 소설가 K는 범상치 않은 예감을 느끼며 편지를 읽기 시작한다. 그녀의 편지는 지독한 짝사랑을 담은 연서'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사랑한 남자에 대한 추문이자 폭로였다. 모르는 여인은 편지에 " 사랑하는 님이여... " 라는 문장을 반복하지만, 이 편지를 다 읽고난 남자는 바로 이 문장 때문에 목에 걸린 가시'처럼 살아갈 것이 뻔하다. 츠바이크는 사랑을 말하지만 증오를 숨긴 여성의 심리'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이 정도면, 이 정도의 " 징징거림 " 은 신파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 는 신경숙 신파가 왜 예술이 되지 못하고 통속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강한 어조로  " 나는 당신이 싫어요 ! " 라고 말하는 속내는 " 나는 당신이 좋아요 ! " 라는 메시지'를 숨기기 위한 반어'라고 말이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이 주변인을 속이는 태도도 동일하다. 사기꾼은 항상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그것은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반어(反語)다. <<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 에서도 여자는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았는가를 고백한다. 그 불행은 " 타인의 하품 " 과 같아서 남자에게 쉽게 전염된다. 여자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낚시꾼은 놓친 물고기가 크면 클수록 아쉬움이 비례하듯이  여자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죽은 아이(소설가K와의 하룻밤 관계에서 얻은 아이) 가 얼마나 총명했는지를 남자에게 강조한다. 순애보'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복수극인 이 소설은 " 아이러니 " 라는 문학적 장치를 통해서 인간의 본성을 묻는다. 이 세상 모든 징은 치기 좋게 생긴 놈이다. 헤어진 남자(혹은 헤어진 여자)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웠던 얼굴'은 헤어지고 나면 불쑥불쑥 기억 속에서 호명된다. 그 옛날의 아름다웠던 얼골은 다...  어디를 갔느뇨.  후광은 사라지고 따귀 한 대 치기 좋은 얼굴로 등장한다. 명심하자. 이 세상, 모든 사기꾼은 친절하다. 등골을 빼먹기 전까지는 말이다.

또 명심하자. 이 세상, 모든 애인은 한때 친절했다. 볼 것 못 볼 것 다 보고 헤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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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5-07-0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애인은 안친절했는데ㅠㅠㅠㅠ
그나저나 전 곰발님 서재에서 보고 이 제목이 넘 맘에 들어 위시로^^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09:52   좋아요 0 | URL
안친절하셨군요.. ㅎㅎㅎㅎㅎㅎ 음.....

samadhi(眞我) 2015-07-0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오랜만에 보는 징이 반가워서, 서평은 일부러 실눈으로 대충 읽었어요.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서. 동아리 입회식 때 징에 술을 가득 붓고 그 외 온갖 더~러운 것들 다 넣어서 마신 사랑주 생각이 나네요. 마시고 또 마셔도 줄어들지 않았지요. 징이란 놈, 징하게 큽니다. 징과 쇠의 구별법은 한눈에 알 수 있는 크기 입니다. 악기채 크기도 비례하죠. 소리도 차이가 크구요.. 쇠는 말그대로 꽹꽹 거리구요. 징은 지~잉 울립니다. 사물을 운우풍뢰라고 하는데, 정말 징은 風에 어울리는 소리를 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10:49   좋아요 0 | URL
실물을 보면 저도 알 것 같은데 왜 대부분 모니터로 보잖아요. 모니터로 보면 크기가 가름이 안 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전 이상하게 헷갈리더라고요.... 아, 꽹은 꽹 소리가 나고 징은 징 소리가 나는군요... ㅎㅎㅎㅎㅎㅎ

stella.K 2015-07-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은 좀 미스테리 하군요.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하시는지 딱히 와 닿지가 않아요.
이책을 설명하기 위해 왜 징과 꽹괴리가 나와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시면 안 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14:49   좋아요 0 | URL
삼펀포로 빠지는 게 제 특기잖습니까.
징은 단순히 삼천포로 가기 위한
멕거핀`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에곤 실례 2015-07-0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모르지만 당신을 평생 사랑하면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면, 정신이 번쩍 들지 않으세요?

당신이 열고 들어간 문고리를 만져보기도 하고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조차도 소중하게 주워서 간직했던 여인이라면 말이지요.

이 글을 읽고 이작가의 또다른 글들도 읽었는데 말이지요, 광기와 우연의 역사, 환상의 밤, 달빛 뒷골목, 어느 노인의 죽음,

황혼이야기 등 특히 그 당시로서는 소재로 삼기 힘들었을 동성애적 성향을 다룬 감정의 혼란 이라는 작품도 있었지요. 좀전 세대의 사람들에게 읽혔던 책을 소개하니 반가워서 답글 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14:49   좋아요 0 | URL
츠아이크 다른 작품 중 추천하실 만한 작품 좀 추천해주십시오....

아... 저 위에 걸린 게 제목인가 보죠 ?

광기와 우연의 역사... 등등등 말입니다 ?

2015-07-03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3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3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7-0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작가군요~~
남자분이니 여쭤보고 싶군요~ 저런 여자가 있다면 어떤 기분인지 ㅎㅎ
저는 여자라도 소름이 끼칠것 같다고 했는데~ ㅎㅎ

체스. 마리 앙트와네트도 재미있게 읽었고 지금은 니체를 쓰다를 읽고 있는데 니체를 잘 몰라 뭔말인고~~ 하고 있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18:35   좋아요 0 | URL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전 이 작품을 순애보-서사`라 생각하지 않고 복수극-서사`라 생각합니다.
막스 오필스의 <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 > 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내용이 약간 다릅니다. 남자는 결투 신청을 받습니다. 그는 이 결투를 피할려고 집에 가서 잠시 머물다가 다음날 새벽에 도망가려고 집에 가죠. 집에 가니 여인의 편지가...

남자는 편지를 읽느나 새벽을 넘겼고, 결투자가 오죠.
남자는 도망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결투장으로 갑니다.

막스오필스의 위대한 걸작인데 막스 오필스도 이 영화를 일종의 여성 복수극으로 준비했습니다.
거봐라. 잉과응보다. 벌을 받아라.. 뭐, 이런 뉘앙스로 읽었습ㄴ디ㅏ.


체스도 참 재미있게 읽었던기억이....

츠바이크 좀 읽어봐야겠습니다.

수다맨 2015-07-0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파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게 참 어려운 작업 같습니다. 신경숙이 매일 실패하는 것도 바로 이부분인 듯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4 15: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신파가 예술이 되기는 힘이 듭니다. 신경숙은 항상 실패하죠. 어차리 감정 과잉이라는 게 그리 매끄러운 세련된 기교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리 후진 영화라 해도 누가 죽어서 눈물의 떼창을 하면 영화는 후지더라도 눈물은 나더라고요. 그런데 눈물이 나면 다 좋은 영화라고 착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독재와 독서

 

                         독서는 읽을 독 () 에 글 서 ()로 구성된 단어. 그런데 나는 오랫동안 讀書에서 讀 : 읽을 독 을 獨 : 홀로 독 으로 착각했었다. 獨書인 셈이다. 돌이켜보면 이 오독이 차라리 더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란 어차피 독고다이 가 아니었던가 !   "  읽는다는 행위 " 와 " 혼자라는 행위 " 는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짝패. < : 홀로 독 > 이 사용되는 단어 중에는 독재란 낱말도 있다. 홀로 독 ( ) 에 자를 재 (). 그런데 < 독재 > < 독서 > 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놀라지 마시라. 뿜빠라 뿜빠, 뿜빠빠.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는 없어요 ~ 독재라는 단어에서 한자 재()에는 글을 쓰다 라는 의미도 있다.

억지로 재단을 하자면 : 홀로 글을 쓴다는 뜻도 된다. 그러니까 독서가(독자)는 글을 읽는 행위자인 반면, 독재자는 글을 쓰는 주체'다. 그런데 독재자가 사용하는 < > 은 독서가'가 읽는 글'과는 사뭇 다르다. 독자가  읽는 글은 문학, 철학, 사회학 따위의 학문이라면 독재자가 사용하는 글은 문서, 서류, 통보문 따위의 명령문'이다. 법의 언어'인 셈이다. 그것은 권위의 언어이다. 다시 말해서 < 독서가 > 가 글을 받아들이는 수동태라면, < 독재자 > 는 포고령 따위를 작성하는 능동태. 포고령이란 사전적 의미로 어떤 내용을 널리 알리는 법령이나 명령 혹은 한 나라가 상대국에 대하여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는 명령 이다. 문명사회는 문자 사회이다 보니 권력은 문자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독재자는 타자의 언어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작성한 문서'만 유통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다 보니 독재자가 흔히 저지르는 악행이 분서. 진시황과 히틀러는 책을 불태웠던 독재자로 유명하다. 그들은 자기 언어와 사상에 위반되는 글은 모조리 태워 없앴다. 그것은 “ (타자의) 언어 다양성 말살 정책 인 셈이다. 곰곰 생각하면 독재자'는 현명한 백성보다는 멍청한 백성을 원한다. 속는 사람은 항상 바보들이니깐 말이다. 그래서 독재자는 책을 읽는 대중을 싫어한다. 독서 행위는 무기를 얻는 방식이다. 도끼(카프카)와 망치(니체)가 대중의 손에 쥐어진다고 생각해 보라.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 탄생한 배경에는 책을 읽지 않는 사회'가 한몫했다는 주장이 과장은 아닐 것이다.

 

신경숙 표절 사건에서 신경숙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문학 권력 이란 실체가 없는 풍문이라고 말했지만 출판 자본에 의해 유통된, 영혼 없는 상찬에 의해 떠받들어진 신경숙 문학은 자폐적 성을 구축했다. 비판 없는 문학은 충신 없는 임금과 같은 신세'다. 그의 주변에는 방귀를 " 시원하시겠습니다, 각하 ! " 라고 되받아치는 간신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문학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 신경숙 작가가 그동안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독재자의 독고다이를 닮았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숙은 문학 권력인 셈이다. 표절은 겁박할 표()에 훔칠 절()로 구성된 단어. 한자 < > 의 부수가 칼 도()인 것을 보면 글을 쓰는 작가가 붓 대신 칼로 남의 책을 도려낸 행위’가 표절이라 할 수 있다.  

칼은 펜을 든 작가가 싸워야 할 대상이지 작가의 무기가 아니다. 그녀는 어릴 때 독서가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소설가로 성공했으나 결국에는 독재자가 되어 문학 권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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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07-02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명을 찾아서]를 참 좋아했는데 그 책을 쓴 작가인 복거일이 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신경숙이 표절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복거일은 그 책을 쓸 때만 정신 똑바로 박혔었던가 봐요. 그 이후로는 영어공용화를 주장하지 않나...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2 11:40   좋아요 0 | URL
복거일, 여전하시군요. 그래도 용기는 있네요. 다른 사람들은 여론이 무서워서 잽싸게 말을 바꾸던데 말입니다. ㅎㅎㅎㅎㅎ

가넷 2015-07-02 12:37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신경숙 표절관련해서 어떤 말을 했나보네요. 그분이 <역사 속의 나그네>만 완간한 것만 봐서... 저도 <비명을 찾아서>는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 뒤에 작가의 정치적 입장이 저하고는 맞지는 않기도 하고, 뒤로 갈 수록 내는 작품에 힘이 빠진다는 느낌도 받아서 더 이상 그분의 글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 <역사 속의 나그네>는 완결을 냈다고 해서 사볼 생각입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2 15:51   좋아요 0 | URL
네에, 책 출판 기념회에서 잠시 언급했나 봅니다. 뭐 지금은 신경숙이 핫 워드 아닙니까..
역사 속 나그네.. 은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다 읽으시면 살짝 귀뜸ㅇ.ㄹ...

cyrus 2015-07-03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혼자서 책 읽는 행위를 ‘고독’(孤讀)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곰발님이 만든 ‘獨書’라는 단어가 마음에 듭니다. 요즘 고흐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역시 고흐는 ‘孤흐’였습니다. 고흐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서점에서 일했고, 독서를 좋아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는군요. 그래서 동생에게 보내는 평범한 편지글도 잘 쓰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3 06:17   좋아요 0 | URL
讀이 孤 하다 보니 독서가 獨인 줄 알았습니다. 사전 보다가 깜짝 놀랐씀요.. 이 간단한 조합을 그동안 착각하고 있었다니..... 이런 생각. 고흐의 편지에서도 드러나듯이 좋은 문장은 깊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정신은 골방생활자'다

                                   대한민국에서 << 군대 >> 는 사람 되어서 나오는 곳이다.   그렇다면 군대 가기 전에는 짐승이었다는 소리일까 ? 한국인이 곰의 후예'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논리 비약이 아닐까 싶다    " 정신 나간 놈 " 은 군대 가면 " 잃어버린 정신 " 을 찾을 수 있다. 쓸데없이 전봇대에 모든 것 다 용서하마. 엄마가 몸져누웠다. 하루하루 눈물로 베개를 적신다, 이눔아 ! - 라는 전단지를 붙일 필요 없어요. 이처럼 정신 나간 놈을 정신 차린 놈으로 개조하니, 군대는 분실물 신고 센터인 셈이다. " 알려드립니다, 알려드립니다. 캐비닛 플랫 B NO. 138 관물함에 당신이 잃어버린 정신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 "  삐리릿.  웃기는 짬뽕, 지랄은 풍년. 군대에서 축구공 찬 이야기보다 군대 가야 사람 된다는 소리'가 더 짜증난다.

군대 무용론을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대한민국은 분단 국가 이전에 휴전국이니까. 종전(終戰)이 아닌 교전(交戰) 중 휴전(休戰)이니 군대 무용론'은 위험하다. 전쟁(戰)이라는 무서운 단어 앞에 낭만적인 휴(休)가 붙어 있으니, 이것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무기( 戈 창 과 ) 들고 싸우는 전쟁터가 있는가 하면 한켠에서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놀고 있는 장면(休)도 연출된다. 대한민국은 교전인 듯 교전 아닌 교전국이요, 휴전인 듯 휴전 아닌 휴전국이다. 안다, 안다고. 누가 그걸 모르냐고 !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정신 나간 놈 > 이 군대를 간다고 < 정신 차린 놈 > 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신앙 간증을 믿지 않는다. << 신앙 간증 >> 은 정신 나간 놈이 신을 만나 잃어버린 정신을 찾는다는 서사'가 골격이다. 헌 사람이 새사람이 되었다는 소리인데,  문제는 < 우리 아이가 이렇게 변했어요 > 가 아니라 기간이다. 누구나 다 새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 결심의 지속 " 이 문제'다. 일도 못 버티는 게 바로 인간의 정신'인데, 무슨 수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새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사람은 본성에 충실하다. 그렇기에 근성이 무서운 것이다. " 딱 한 잔 ! " 과 " 딱 한 대 ! " 가 금주가와 금연가의 딱딱한 결심을 한순간에 변두리 횟집 수족관 속 개불처럼 헐렁하게 만든다. 결심은 길고 지루하며 고통스럽지만 결심을 허무는, 다시 본성으로 되돌아오는 근성은 짧고 쏴아아아~ 하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소주 한 잔의 맛과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스모크한 불맛이 모든 것을 원상태로 되돌린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 사람이 된다는 말도 거짓말에 가깝다. 법 없이도 살 만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법 없이도 살 만한 제도가 법 없이도 살 만한 사람을 만들 뿐이다. 내가 신경숙 소설을 시간 날 때마다 까대는 이유는 신경숙 소설 속 인물은 법 없이는 살 수 없는 잘못된 제도 앞에서 법 없이도 살 만한 사람'이 등장한다는 데 있다. 제도적 모순은 외면한 채, 혼자서 착한 척을 한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다. 선량한 시민은 없다. 보스니아 내전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보스나이 내전 피해자의 증언에 의하면 엄마가 보는 앞에서 딸이 강간 당하고, 딸이 보는 앞에서 엄마가 윤간을 당했다고 한다.

가해자는 이웃이었다. 그들은 보스니아 내전이 벌어지기 전에는 교수였고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은 인간의 도덕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유리잔인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당신은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정신 나간 놈'이 된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을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 ? 당신은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신 나간 놈이 된 것이다. 정신은 방구석 골방생활자'이다. 잘....  안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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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5-07-0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에서있었던일은 사회나가면 잊어버리라는 개소리많이들었죠
고참이라고참 원래병신이군대가서제정신되서저런건지 할말은 많은데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1 13:08   좋아요 0 | URL
군대 생활이 악몽이셨군요 ? ㅎㅎ

samadhi(眞我) 2015-07-0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스니아 내전 예를 든 그런 일들을 다룬 영화들 보면 실감해요. 언제든 그런 상황이 되면 누구든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거. 어떤 싸이코패스의 실험같은 거. 니들도 별 수 없을 걸 하며 사람들 속에 꽁꽁 감춰둔 본능을 톡톡 건드리는 것. 그럴 때 나만은 ˝아닐˝ 수 있을 지...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2 10:03   좋아요 0 | URL
타자와 자기를 분리하면 반성은 없죠. 선량한 나도 히틀러가 될 수 있습니다. 항상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내 안의 악의`를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별이 다섯 개'라고요 ?



                                 개인적으로 특정 출판사가 후원하는 문예지 편집위원(문학평론가)의 비평'보다는 변방의 숨은 고수가 작성한 서평'을 신뢰하는 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단이 순문학과 순문학이 아닌 것으로 나누는 편애'가 지겹기도 하거니와 내 눈에는 < 순문학 > 이나 < 순문학이 아닌 것 > 은 순두부와 두부의 차이처럼 사소해 보였다. 영양가는 모두 대동소이한데 말이다. 하물며 < 순문학이 아닌 것 > 을 < 순문학 > 이라 우길 때는 어이가 없다. < 두부 > 를 < 순두부 > 라며 우기는 꼴이니 웃기지 않은가 ? 그리고 조직 내 보스 눈치 살피느라 좌고우면하는, 가자미 눈깔로 문학을 살피는 문학평론가'보다는 차라리 실력 있는 무명 독자의 솔직한 평가를 믿고 책을 구매하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

하지만 서평의 은둔 고수'라고 해서 그들이 내린 평가를 모두 신뢰하지는 않는다. 내가 책을 고를 때 참고하는 리뷰는 별이 다섯 개'로 도배된 리뷰 목록'보다는 차라리 별, 별별,  별의별 스펙트럼이 적당히 공존하는 블로거의 리뷰 목록'이다. 그 아무리 글재주가 뛰어나다한들 쓴소리 못하고 칭찬만 남발하는 것은 자질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한국 문학에 대한 짝사랑 때문에 싫은 소리를 못하겠다고 고백한 모 스타 평론가나 별 다섯 개로 도배된 블로거의 리뷰 목록이나 도긴개긴'이다. 내가 알라딘 14기 신간 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주의했던 것은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라는 자세였다. 출판사에서 책을 무료로 제공받는다고 해당 출판사에 우호적인 별 다섯 개 - 리뷰'를 남발하는 것은 주례사 비평으로 비평의 본질을 훼손하는 평론가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달달한 글보다는 칼칼한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변함이 없다. 좋은 평론은 글쓴이의 미문이 아니라 글쓴이의 태도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평론에서 달달한 미문은 미덕이 아니라 악덕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좋은 서평도 마찬가지'다(여기서 직업 서평가의 서평'은 제외하자. 알리디너의 리뷰로 범위를 한정하자). 서평과 비평은 다른 영역이다.서평은 생래적으로 " 구매 후기 " 수준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리뷰라는 작업을 폄하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혹자는 구매 후기 수준에서 벗어나야 좋은 리뷰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알라딘 리뷰가 비평 흉내를 내면 꼴사납다. 잰 척하고자 하는 욕망을 이해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평과 비평의 간극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평은 메스로 내부를 들여다보는 해부학인 반면,   리뷰는 청진기를 가슴에 얹어 환자의 기초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예방학'이다. 전자가 < 외과의 > 라면 후자는 < 내과의 > 다. 내과의가 메스로 배를 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뷰는 메스로 배를 째서 내부를 해부하는 것보다는 기초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한 후 질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글이다. " 이 책 읽다 보면 독자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암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 "  하여튼 별이 다섯 개로 도배된 리뷰 목록을 가진 블로그'는 신뢰하지 않는다. 느긋한 마음으로 쓰려다가 갑자기 급하게 매조지한다.

 

 

 

 

 

 

 

덧대기

 

오해는 마시라, 누구를 겨냥해서 쓴 글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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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6-30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찔려서요 ㅎㅎ. 제가 별 점 다섯 개가 많은데 미리 다섯 개 쯤 될 책들을 골라 읽기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어봅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서평도 아니고, 비평도 아니고, 리뷰도 아니고, 구매 후기도 아닌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만 리뷰라고 올리기 때문에 주례사 비평은 확실히 해당되지 되지 않네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21:2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일부러 덧대기 글을 올렸습니다. 주례사 비평만 아니면 됩니다. ㅎㅎㅎㅎ.
뭐 살펴보니 별 4개도 많으시구만유...

재는재로 2015-06-30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원만해서는 다섯개안주고 보통네개 아니다싶으면세개 진짜좋은책아니면다섯개는 좀주기망설여지는 받은책은웬만하면나쁜글은안쓰지만 그래도안 맞는책은 ^^;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21:25   좋아요 0 | URL
저는 시작부터 잘못 꼬여서 별 셋 下 별 넷 中 별 다섯 上 으로 설정해서 나중에 이거 좀 지나치게 상향조정되었다 판단해서 고칠려고 했으나 전에 했던 것과의 형평성 문제로 그냥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가넷 2015-06-30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너무 다섯개만 남발했네요.요즘에는 나름 기준을 잡고 한다고 있긴하지만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21:29   좋아요 0 | URL
가장 재미있는 리뷰는 보면 별 하나 짜리 리뷰에요..... ㅎㅎㅎㅎㅎ 사실 좋은 책만 리뷰하고 싶잖아요. 할 말이 많으니 말이죠.... 그러다 보니... 별 다섯 목록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가끔 보면 정말 별 다섯 개로 도배된 목록이 보일 때는 의심이 들더군요. 저거 공정한 거 맞아 ?!

재는재로 2015-06-3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그렇게 줌 어지간하지않음별두개못주죠 그래도별주기아까운 불쏘시게같은책도 사고후회하는읽다 처밖아두는 그래서신간은 좋아하는작가아님 손을 못대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21:30   좋아요 0 | URL
저도 별 하나는 간간이 있어도 별 두 개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양철나무꾼 2015-06-3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고 완전 찔린 1인이요~--;
전 그래서 절대로 신간평가단은 안하고 말이죠. 그렇게 베어 넘겨진 나무가 아까워 별점 세개 미만이다 싶으면 웬만하면 페이퍼로 돌려요.
제 리뷰가 무슨 설득력이 있겠냐 싶지만 그래도 하고싶은 소리 맘껏하기 위해 될수 있으면 구매를 고집하는 편이구요. 하지만, but, 그래도...하고 싶은 얘긴 하는 편이지만, 별점은 야박하기 힘들어서 후하게 매기게 되더라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21:42   좋아요 0 | URL
저도 찔리는 1인입니다. 재는재ㅗㄹ 님 글에 밝혔듯이 제 별점 기준에 의하면 별 셋이 下 이나 별넷, 별다섯이 양산되는 구조입니다.. ㅎㅎㅎㅎㅎㅎ 저야 뭐 이 기준대로 하면 되지만 자찻 사람들이 오해를 할 수 있겠더군요...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다시 기준을 정하면 형평성에 어긋나서 그냥 그려려니 합니다.

2015-07-01 0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1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5-07-0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내용과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한국에서 직업 서평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로쟈(이현우), 장정일, 금정연 정도인데 이 중에서 로쟈와 금정연은 갈수록 제 몫을 못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로쟈는 읽는 책이 너무 많아져서인지 출판사 책 소개에 가까운 평이나 겨우 쓰고 있고, 금정연은ㅡ재치 있는 평을 쓰기도 하지만ㅡ몇몇 문인들과 친분이 돈독해서인지 현학으로 범벅된 주례사 서평을 쓸 때가 더러 있더군요. 그나마 장정일만이 아직은 초심을 어느 정도 보존한 것 같아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비평가나 서평가나, 출판 시장이나 문단에서 얼마큼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1 13:08   좋아요 0 | URL
장정일이 갑`이죠. 로자 님 요즘 글은 확실히 출판사 책 소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강하죠. 문인과의 친분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왜 한국 문단은 뒷풀이에서 그리 돈독한지 모르겠습니다. 신형철이 안 만난 작가가 궁금해요. 문동에서 팟방송도 제공하고 그러니 뭐... 비평가라면 당연히 작가와 거리를 두어야지요. 손석희 인터뷰가 인상적이더군요. 공정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부러 사람들과 만나지 않는다고... 문재인도 그런 소릴 했죠. 청와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고... 그런데 한국 문단은 정반대입니다. 모두가 한가족이 되니 한통속이 되는 경우.

2015-07-01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1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1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7-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의 서평을 읽을 땐 알라딘의 별을 보지 않습니다. 진짜 별은 밤하늘에 봐야 하죠. 솔직히 시간 없어서 일일이 정독하는 건 아니지만, 웬만하면 알라딘 서재로 접속해서 글을 읽으려고 합니다. 북플로 글을 읽으면 정독하기 위한 집중력이 떨어져요. 저는 별 다섯 개 평가가 많은 책의 서평을 읽으면 저는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처럼 그 책의 서평에 별 다섯 개 주기가 싫어져요. 어떻게든 비판할 꼬투리를 찾으려는 못된 버릇이 있어요. 비판할 거리가 없으면 저도 책의 내용을 칭찬합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2 10:05   좋아요 0 | URL
연장선상이지만 저는 별 다섯 서평보다 별 하나 서평이 재미있더라고요.. ㅎㅎㅎ.
 

 

 

 

 

 

 

 

 

 

 

 


 


 

 



 

 

 


 

 


어렴풋할 애



1. 어렴풋하다

2. 방불하다(거의 비슷하다)

3. 흐느껴 울다

4. 숨다

 



숨어서 흐느껴 울 애

                                        내 첫 번째 닉네임'은 " 페루애 " 였다. 여기서 -애'는 한자로 < 僾 : 어설프다, 흐느껴 울다, 숨다 > 라는 뜻으로 人 + 愛 가 결합한 모양새다.

이 한자'를 처음 보았을 때 무릎 탁, 치고 아, 아아 했다. 그리워하는 것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생각하니 흐느껴 울고 싶다. 이 처절한 비통이 < 僾 > 라는 한자에 담겨 있다.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 그래서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 혹은 짝사랑하는 대상 곁을 남모르게 서성거렸던 날들에 대한 아픈 기억이 아닐까 ? 사랑'은 < 명사 > 가 아니라 < 동사 > 라는 말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사랑은 < 명사 > 도 아니고 < 동사 > 도 아니다, < 부사 > 에 가깝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 부사의 종류 " 를 나열하다 보면 이해가 빠르다. 오로지, 다만, 애오라지, 결코, 마땅히, 매우, 반드시, 차마, 너무, 아무쪼록, 부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 러브레터 속 문장은 이러한 부사들로 채워진다. 부사는 감정적 대응의 결과물'이다. " 열병 " 은 무미건조한 일상의 문장에서 균형을 잃은 부사를 호명한다. 내가 < 僾 > 라는 한자'를 처음 보았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어떤 신파극의 한 장면이었다. 숨죽여 바라보다가, 흐느껴 울다가, 어느덧 세월은 흘러 어렴풋해지는 통속과 신파의 애상 말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부치지 못한 편지에 수많은 문장을 썼다 지우고 썼다 지웠을 것이다. 내가 아는 범위 안(독서 경험)에서 문장 속에 부사가 가장 많이 사용된 문학 작품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 였다. 

낯선 여인'이 바람둥이 소설가에게 보낸 스물다섯 장의 애절한 편지는 < 결코 저를 모르는 당신께 > 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 부디 안녕히 ! > 로 끝난다.  이 < 결코 > 와 < 부디 > 라는 부사'에는 < 애증僾憎 흐느껴 울 애, 미워할 증 > 이 엿보인다. 낯선 여인은 짝사랑(愛)하는 사람(人) 때문에 멀리서 연정을 품었으리라, 흐느껴 울었으리라. 낯선 여인은 편지를 통해 애절한 짝사랑을 고백하지만 이 고백은 사랑을 숨긴 증오'였다. 편지를 다 읽고 난 소설가 R은 회한에 사무친다. 편지 속에 " 사랑하는 당신.......  " 이라는 문장이 반복될 수록 R은 보다 더 고통스럽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이 소설이야말로 제대로 된, 아름다운 신파'였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 는 신파'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 소설이었다.  

페루애란 닉네임은 운명적으로 싸구려 신파의 과잉 - 격정 - 서정 - 맬로 - 스펙타클 - 하이 퀄리티 - 새드 - 할리퀸 - 로망스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최루성 멜로 분위기와는 달리 싸움닭 기질이 농후해서 자주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페루애라는 드라마는 < 멜로 > 보다는 < 법정 드라마 > 장르에 가까웠던 것이다, 시바 !  천성적으로 불알후드의 밤꽃 작렬하는 개수작을 경멸했던지라 그들에게 지랄을 하다 보니 적(敵)이 생기기 시작했고, 적은 페루애'를 오해하기 시작했다. " 페루애, 남미새끼 ! 너희 나라로 짜져 ! " 밤꽃 작렬하는 불알후드들은 페루애'에서 < 僾 : 어렴풋할 애 > 를 < 童 : 아이 동 > 로 오해한 것이다. 김칫국에 밥 말아 먹고 자란 놈이라고 커밍아웃하고 싶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이 없으니 남미 새끼'라는 말에도 그닥 불쾌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나 또한 지지않고 친애하는 적에게 앙칼진 말방구를 띄웠다. " 그래, 나 옥수수에 야마 고기 먹고 자란 남미 인디언 새끼'다 !  갈라파코스 섬 2대 추장이신 " 날마다 까진 무릎 "의 증손자이며 " 어쩌다 낳은 한숨 " 의 셋째 아들이 바로 나'이올시다.  됐냐 ?  "  결국 나는 한국이 싫어서 이름을 " 곰곰생각하는발 " 로 개명하기로 했다. 이름을 지으면 의미 부여'를 하는 습관이 있어서 오이디푸스에 대한 오마쥬'라고 우기고 싶다. 오래 걸으면 항상 발이 붓고는 했는데, 오이디푸스가" 부은 발 " 이란 뜻이니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ㅡ 하겠다.

둘 중 어느 이름으로 불러도 좋다.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른다면 나는 당신에게 다가가 꽃이 되겠다. 꽃 둏고 여름 한 신록이나 가뭄으로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농부들은 흉년을 걱정하는 지금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랄이 풍년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정치는 어느덧 씹할 세기'로 추락한 느낌이 든다. 18세기 같은 21세기'를 버틴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친애하는 이웃이여, 그리고 친애하는 나으 불알후드여 ! ( 당신의 강철 자지를 변두리 횟집 수족관에 갇힌 꾀죄죄한 개불 같다고 조롱한 점,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하련다. 당신의 지적 옳다. 이젠 내 기억을 내가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몸성히성히성히성히성히~ 잘 계시라. 그리 멀지 않은 먼 훗날, 나는 말 타고 비단 구두 한 켤레 사가지고 당신에게 가리라. 부디 건강들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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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6-3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랑 앤줄 알았어요. 로맹 가리를 좋아하셔서...ㅋ
블로그질을 재대로 하려면 곰발님 같은 배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14:52   좋아요 0 | URL
스탤라 님 이 소설 함 읽어보십시오. 고급 신파`란 이런 것이다 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stella.K 2015-06-30 15:39   좋아요 0 | URL
아, 사랑이 부사란 말에 동의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15:41   좋아요 0 | URL
널리 펴트려주세요. 신경숙처럼 출처 안 밝혀도 됩니다.

stella.K 2015-06-30 15: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오케이!^^

samadhi(眞我) 2015-06-3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부사라, 멋지네요. 말들이 오지게 춤추는 이번 얘기,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15:40   좋아요 1 | URL
부사는 보통 균형을 잃은 품사입니다. 너무`라는 부사는 평균보다 부정적인 감정이죠. 부사가 개입되는 순간 무뚝뚝한 평정, 균형, 감정은 한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사랑도 이와 같지 않나요 ? 사랑은 평정심이 사라질 때 발생하게 되는 열병입니다.

samadhi(眞我) 2015-06-30 15:43   좋아요 0 | URL
네, 사랑은 예측불허. 그 맛이죠. 알 수 있다면 시시해질테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15:52   좋아요 0 | URL
불교에서 남녀 간 사랑을 금지하는 이유도 사랑에서 오는, 평정심 상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사랑은 과학적으로 볼 때 감정의 비효율성이죠. 아무것도 아닌 것에 화를 내고 슬피고 웃고 아아, 울고 있어도 웃고 있고, 웃고 있어도 울고... 뭐. 이런 것..


참. 이 소설 함 읽어보세요. 신파가 예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소설입니다.
신경숙 신파와는 비교할 수가 없숨.

samadhi(眞我) 2015-06-30 15:56   좋아요 0 | URL
삶이 효율성으로만 돌아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가끔 쓰잘데 없는 데 목숨도(?) 걸어야 재미있죠. 찍어는 놨지만 미루고 있었는데 읽어볼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16:10   좋아요 0 | URL
그래야 사는 맛이 있죠. 효율성만 따지면 이명박근혜됩니다.

cyrus 2015-06-3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루애의 `애` 자에 깊은 뜻이 있군요. 역시 곰발님은 애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30 20: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네에 저는 애자입니다. 잠깐... 애자 하니 어느 소설에서 애자가 주인공으로 나왔었는데... 아, 생각이 안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