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애입니다, 형님 !

                                 플라나리아'는 편형동물로 입이 곧 항문이다. 먹는 통로와 배설하는 관이 같은 것이다. 우우, 더러워 ! 그런데 요즘은 대한민국 정치'를 보면서 " 어쩌면 인간은 원숭이에서 진화한 족속이기보다는 플라나리아'에서 진화한 족속이 아닌가 ? " 라는 생각을 했다. 꼴도 보기 싫다고 나가라고 하는 사람이나, 꼴이 보기 싫다니 죄송하다며 사과하는 사람이나, 꼴도 보기 싫다고 하시니 나가시라고 말하는 패거리나 모두 한통속이다. 꼴통의 언어 습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 왕년에 - 서사 > 이고,  다른 하나는 < 헝그리 - 서사 > 다. 꼴통이 " 왕년에.... " 라는 말문으로 시작하는, 그들 입에서 호명된 과거는 찬란하다. 듣다 보면 모두 알랑 드롱이요, 엘리자베스 테일러'다.

 

그런가 하면 헝그리 서사'를 말하는 꼴통들은 요즘 젊은이를 배가 불러서 나약한 족속이라고 말한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세대라는 것이다. 자기 세대는 < 헝그리man > 으로 규정하고 자식 세대는 < 허니문baby > 로 규정한다. " 우리가 쓴 소주 마시며 너희들을 키웠으나, 너희들은 달달한 포도주'만 마시는구나. "  자살도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서 생긴 의지 박약이고, 군대를 가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도 고생을 모르고 자랐으니 군대에서 피똥 싸야 한다는 말한다. " 니들... 일주일째 짱께, 컵라면만으로 때우고 있는 거 잘 알아.... 물론 흰 쌀밥에 괴깃국 먹고 싶겠지... 이거 참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야, 훈련... 응 ? 니들 한국 복식이 왜 잘나가다가 요즘 빌빌대는지 알아 ? 다 이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야,

 

헝그리... 옛날엔 말이야... 다 라면만 먹고도 진짜 라면만 먹고도 챔피언 먹었어. 홍수환... 엄마, 나 챔피언 먹었다. 그 누구냐... 현정화, 현정화 걔도 라면 먹고 금메달 3개씩 따버렸지... "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현정화 ?!  현정화는 탁구 선수이지 육상 선수는 아니다. 누군가 말한다. " 임춘애입니다, 형님 ! " 그 순간 모든 것은 게임 종료'다. 꼴통은 외친다. " 나가 있어 !!! " 다음 장면은 내가 말을 안 해도 다들 아시리라. 여기서 " 임춘애입니다, 형님 ! " 이라고 말한 이'는 유승민 원내대표'다. 감히, 각하의 헝그리 정신 훈화'에 딴지를 걸었으니 험로가 예상되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꿈에도 몰랐다. 각하는 이렇게 말했다.  " 니.... 니들... 내 말, 자 자 자잘들어.

 

내.. 내가 하늘  색이 빨간색, 하면 그때부턴 무조건 빨간색이야. 이, 이이이건 노,노노리끼리한 색이지만 내가 빨간색, 하면 이것도 빨간색이야... 응? 내가 현정화라 그러믄, 무조건 현정화야. 내 말이 토, 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다는 새끼는 전부 배반형이야, 배반형, 배신. TO부정사. 아, 아아아아앞으로 직사시켜버리겠어... "  직사라는 말에 패거리는 4D 영화관 의자처럼 벌벌 떤다. 쪼는 순간, 라면 먹고 금메달 3개씩 따버린 선수는 현정화가 된다. 이것이 바로  갈굼 정치'요, 가재미 효과'다. 째려보면 모두 납작 엎드리는 현상 말이다. 패거리는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 현정화입니다, 행님 !!! " 그들은 임춘애를 임춘애라 부르지 못하고 임춘애를 현정화'라 부른다. 앞으로 벤츠 타고, 룸살롱 가서 양주 먹으려면 보다 큰 권력에 붙어야 살 수 있으니 눈치나 살펴야 한다. 보스는 말한다.

 

" 그래..헝그리 정신...이 헝그리 정신이 우리에겐 필요하다...니들 조만간 진짜 잘나갈거야...벤츠 타구... 베, 베베벤츠 타구...루루루룸싸롱?..아, 아아아아안방드나들듯 드나들 거야...하지만 그때 가서두 짱께 먹던 시절, 컵라면 먹던 시절..우리 산에서 개구리 잡아먹구 뱀 잡아먹구..그런 시절...절대 잊어선 안돼...모든 걸...정말 열심히.... 늘 강조하지만.. 잠자는 개한테는 결코 햇빛은 비치지 않아!! 해삣!!" 

참... 지랄이 풍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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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07-07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다다어버버 ㄹ혜 화법 또또똑같아서 우우우웃었어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9:00   좋아요 0 | URL
우리 때만 해도 산에서 개구리 자바 먹구 뱀 자바 먹구 했는데.... 그러니깐 그렇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시겠죠?

samadhi(眞我) 2015-07-07 19:01   좋아요 0 | URL
근=ㄹ 혜 말보다 백만배 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9: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그래가지구 좋은 거 맛있다 그런거 아니지 않다고, 막 그러믄 캔디 이러고 하고 있다고 말씀 전합니다.

samadhi(眞我) 2015-07-07 19:05   좋아요 0 | URL
이젠 우주가 바빠서 안 도와준답디까 곰발님이 ㄹ혜 통역까지 가능하신거예요? 역시 고수시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9:10   좋아요 0 | URL
우리 옛날에는 옥수수에 조밥 먹고도 우주가 도와준다. 그런 거, 나중에 피똥 싸도 괄약근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 그러니까 내 말은 우쭈쭈.... 그런 겁니다. 전 고수시에 살지 않고 서울시에 살아가는 시민입니다. 고수시는 어디에 있나요 ? 대구시는 들어봤어도 고수시는 들어보질 못했네요.

samadhi(眞我) 2015-07-07 19:12   좋아요 0 | URL
곰발님 일관성 쩔어요 ㅋㅋ 궁금한 건 ㄹ혜가 우주어버버를 대본 보고 읽은 건지 아님 잘못 읽어 그런건지예요 ㅋㄷ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9:15   좋아요 0 | URL
그거 누가 써준거라면(왜 대통령 원고 써주는 사람도 있잖습니까... ) 그 사람, 알라딘 고수 서평가 문장을 보고 공부 좀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개그맨 유행어도 아니고....

2015-07-10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흐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고흐가 스스로 자른 귀는 왼쪽일까, 오른쪽일까



 


 

 

 

 


 

            

 

 

 

                                                     - 반 고흐 붕대를 감은 모습의 자화상」1889년

 

                                                  어느 날, 고흐는 광기에 휩싸인 채 칼로 귀를 도려낸다. 귀를 도려낸 것으로 보아 환청 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위 그림은 그가 귀를 도려내고 난 후에 그린 자화상이다. 붕대를 감은 쪽이 상처 입은 부위. 그렇다면 고흐가 잘라낸 귀는 오른쪽일까, 왼쪽일까 ? 그림을 보고 판단하시라. 사람들은 대부분 이 그림을 보고 오른쪽 귀가 잘렸다고 대답하겠지만 틀린 대답이다. 붕대가 감긴 쪽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가는 자화상을 그릴 때 거울에 비친 상()을 보고 그리게 된다. 현실 속 고흐는 떨어져나간 왼쪽 귀에 붕대를 감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상()은 오른쪽 귀가 된다.

시인 이상이 지적했듯이 “ 거울 속의 왼손잡이 인 것과 같다. 거울에 의해 전이된 상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기다 보니 왼쪽 귀는 오른쪽 귀가 된다. 이러한 왜곡은 모델을 직접 보면서 화폭에 담을 때는 발생하지 않는다. 거울을 보고 그리는 자화상이라는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 왜곡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 그림 속에서 붕대를 감은 귀는 왼쪽 귀. 하지만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고흐가 자화상을 많이 그리다 보니 거울에 비친 상에 의존하지 않고 머릿속 스크린을 통해서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실제로 상당수 화가는 모델 없이 상상 속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반론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으나 머릿속 스크린에 투영된 이미지-가설 은 틀렸다.

일단 고흐는 고갱과는 달리 모델 없이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것이 고흐와 고갱이 다른 차원이다. 결정적인 힌트는 고흐가 입고 있는 < 외투의 단추 > 에 있다. 남자 옷은 단추가 오른쪽에 달렸고 여자 옷은 왼쪽에 달렸다. 위 그림을 보면 고흐가 입고 있는 외투 단추가 왼쪽에 달려 있다. 고흐가 여자 옷을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은가 ? 단추 위치만 파악해도 이 그림이 거울을 보며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자 옷의 단추가 오른쪽에 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붕대가 감긴 쪽은 왼쪽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정설에 의하면 고흐는 오른손잡이였다고 한다. 자기 몸에 자해를 하거나 타인을 죽일 목적으로 칼을 손에 쥘 때는 심리학적으로 평소 자주 사용하는 손을 사용한다. 자살의 경우, 실패에 따른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오른손잡이는 손목을 그을 때 왼손에 주저흔을 남기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법정에서 살인 사건을 다룰 경우 가해자가 칼을 쥔 손에 따라서 정상참작이 가능하다. 평소 오른손잡이가 상대방과 다툼 끝에 칼을 왼손에 잡고 찔렀다면 고의보다는 우발적 사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고흐의 잘린 귀도 마찬가지다. 그는 오른손에 칼을 쥐고 자신의 왼쪽 귀를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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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니 니체도 고흐도 모두 1889년에 미쳤구나...
글구 보니 둘 다 목사의 아들.....
글구 보니 둘 다 동생의 보살핌이 있었고.....
글구 보니 둘 다 경제적 빈곤......

cyrus 2015-07-07 18:40   좋아요 0 | URL
둘 다 매독으로 고생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8:43   좋아요 0 | URL
? 고흐도 매독으로 고생했나요 ? 이야.. 이거 완전 평행이론인데요...

stella.K 2015-07-0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구 보니 제가 중학교 갓들어가서 그런 실수를 할 뻔한 적이 있었죠.
학교에서 주는 명찰이 아직 다 안 만들어졌다고 임시 명찰을 만들라는 건데
거울이 타인의 시선이라고 가정할 때 그렇다면 반대쪽으로 이름을 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그렇게 써 봤는데 주관있게 그렇게 달고 다녔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왜 거울은 나를 그렇게 비추는지 모르겠어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8:4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거울에게 물어봐야겠네요.
거울아 거울아 너는 왜 항상 반대로 비추니 ?

2015-07-10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야 식당 : 純하리?

 

- 현장을 뛰어다니며 만든 글이 아니라 책상 앞에서 문장을 만드니 위로는 졸라 뽕끼 작렬하는데 와 닿지가 않는다. 발성이 어버버버버한 배우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88세대를 위로한답시고 내놓은 작가의 대사나 통곡을 강요하는 연출가나 도긴개긴이다. 영혼 없는 위로와 힐링'이 삐딱하게 빠지면 좆되는 경우를 지금 당신은 보고 있습니다. 밝은 방송, 좋은 방송. 에쑤비에스....

 

 

 

 

                                            내가 혐오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순혈주의 . < 혈통 > < 뼈대 > 라는 포대기 신파 에 질려버렸다. 내 새끼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억척 어멈 모성 신화는 한국 사회의 병폐. < 억척 > 은 미덕이 아니라 부덕에 속한다. 좋게 말하자면 순혈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우생학이다과도한 애국심은 타자에게는 공포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순혈 > 은 순수, 전통, 원조, 재래라는 단어로 변형되어 혼용, 개량, 외래라는 단어와 반대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100% ~ , 전통 방식, 원조 맛집 따위로 간판을 내건 광고일수록 가짜인 경우가 많다. 장충동 왕족발 거리를 걷다 보면 원조가 아닌 음식점이 없다. 원조란 으뜸이라는 차원을 떠나서 오리지널 이란 의미인데,

도대체 이 수많은 원조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 전통 > 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재래와 외래가 서로 섞이는 현상에 대한 신경질적 반응이라 할 수 있다. “ 전통 이라는 명사가 붙는 순간 프리미엄이 더해진다. 종종, < 전통 시장 > 이라는 낱말 조합을 보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시장은 시장일 뿐이지, 도대체 전통 시장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 전통 음식이라는 말도 이상한 조합이다. < 전통 > < 옛것 > 이라는 의미라면 전통 음식은 옛날부터 내려온 음식이라는 뜻인데, 요즘은 전통 음식이 건강 음식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 식사하셨어요 ? ”가 안부를 묻는 인사말이 될 정도로 굶주린 사회에서 어렵게 구한 식재료로 만들었던 옛 음식이 과연 웰빙 음식이 될 수 있을까 ?

못 먹던 시절에 먹던 개떡은 웰빙 푸드가 아니라 그 시절에는 구황 음식이었을 뿐이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래와 외래가 교류하면서 섞인다. 그것은 타락이 아니다. 한자로 구성된 한글 단어를 타락한 언어로 인식하는 태도도 삐뚤어진 근성이다. 모든 언어는 오염된다. 그 오염은 타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휘를 풍부하게 만든다. 영어가 언어 권력으로 군림하는 원인에는 라틴어를 적극 끌어들여서 어휘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진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한글도 마찬가지다. 한자의 유입은 한글을 오염시킨 것이 아니라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재래의 식재료와 외래의 식재료가 섞여서 새로운 요리로 발전했다. 맥적은 너비아니로, 너비아니는 불고기로 조금씩 변화했다.

시대에 따라 그 시대에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식재료로 요리를 만든다. 그것을 두고 과연 오염이나 타락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 맥적 " 이 타락한 결과물이 " 불고기 " 일까 ? 웃긴 일. 하하, 비웃어도 된다. 이제는 순수한 사람에 대한 대중적 집착도 버려야 한다. 만화 << 심야 식당 >> 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동명의 SBS드라마 << 심야 식당 >> 이다. 관건은 일본 요리 중심인 원작을 어떻게 << 식객 >> 처럼 한국 요리'를 풀어서 설명하느냐는 것이다. 에둘러 말하지 말고 서들러 말하자면 첫 단추부터 망한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 메밀전 " 이었다. 왕년에 잘나가던 여배우였던 심혜진이 메밀전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한다. " 맞벌이 부모를 둔 덕에 동생들이 배가 고프다고 투덜대면 늦은 저녁 밤, 메일전을 부쳐 먹고는 했지요. 그때 먹었던 메밀전 맛을 잊지 못해요. 마스터가 요리한 메밀전은 깊고 따스한 맛이에요. "

 

크게 웃었다. 앞뒤 사정 모르는 아이들이 이 방송을 본다면 메밀 가루를 밀가루처럼 흔히 얻을 수 있는 식재료로 오해했을 것이다. 발로 현장을 취재하지 않고 책상머리 앞에서 글을 쓰면 이 꼴이 된다. 드라마 작가는 메밀이 꽤 손이 많이 가는 식재료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김치전이라면 이해는 간다만 메밀전이라......  원작도 마찬가지지만 드라마 속 심야 식당은 순수한 사람 집합소'다. 그래도 원작은 만화이니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드라마는 사정이 다르다. 순수한 사람에게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심야 식당 주소를 서울시 종로구 순하리'로 설정하는 것은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 이제는 그 순수함에 대한 찬양을 버려야 한다. 순수에 대한 찬양도 알고 보면 순혈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염된 맛이 좋다. " 마스터, 요리를 망칠 땐 마법의 라면 스프가 있답니다 ! " 언제부터인가 먹방과 요리 대결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었다. 삼시 세 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마음의 허기가 있기 마련이다. 요리 방송 열풍은 한국 사회가 허기 사회라는 점을 증명한다. 아니, 아사(餓死) 상태의 기아(飢餓) 사회'라는 말이 더 적확한지도 모르겠다. ​쓸쓸한 일이다.  허기 사회 앞에서 MSG가 아닌 싱싱한 식재료로 국물 맛을 내는 음식점을 찾아나서고, 밀가루가 섞이지 않은 메밀국수를 찾아나서고, 100% 도가니로 만든 수육을 찬양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 같다. 이따위 순혈 예찬은 지나가는 민들레에게 주시라. 배려심 많은 사람이면 좋지만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어도 좋다. 긴 생머리에 눈깔 곱게 내리까는 순종적인 여자가 아닌 약간 타락한 여자여도 좋다.

 

그리고 매사에 삐딱해도 되고, 아기 엄마가 보는 앞에서 지구가 내일 멸망했으면 좋겠다고 고백하는 철없는 넋두리에도 비판은 하지 말자.  타락한 사회에서 착한 사람으로 살기를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웃긴 일이 아닐까 싶다. 진흙 속에 핀 연꽃이 되라고 하기 전에 연꽃이 필 수 있는 아름다운 연못을 먼저 만들어 달라고 지적하자.  언제까지 우리가 성골(聖骨)의 시다바리나 하는 착한 성골(成骨)이 되어야 할까. 적,  당히... 눈치껏, 각자, 알아서, 삐뚤어지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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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소주는 빨간 두꺼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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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7-0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 관계없는 소리긴 한데 sbs에서 한국판 심야식당을 시작했더군요.
근데 하필 토요일 밤 12시에 하고 앉았으니 무슨 수로 그걸 보겠습니까? 자야지...ZZZ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6 13:41   좋아요 0 | URL
오, 마침 심야식당 드라마를 첨가했는데 그 점을 지적하셨네요. 전 보았습니다만... 정말 드럽게 만들었더군요.

cyrus 2015-07-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에 늦잠을 자는 편이라서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서 마리텔 끝나고 SBS 채널로 돌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하더군요. 우연하게도 지역방송 프로그램이 대구에 유명한 중국집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땐 허무했는데, 다음 날 방송 반응을 봤는데 안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맛집을 소개하는 지역방송 프로그램이 재미있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6 14:04   좋아요 0 | URL
안 보길 다행이십니다. 요즘 이 드라마에 나왔던 발연기가 화제입니다. 진짜 웃겨씀니다.....함 찾아보세요..

5DOKU 2015-07-07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시당초 우리의 몸이, 우리가 쓰는 언어가 섞이고 떨어지고 수정되는 상호 작용의 결과물인데 단일 민족이라는 환상, 한글 전용이 최선이라는 맹목은 답답할 따름입니다. 물론 하나의 단어가 지닌 역사의 무게는 무시할 수 없고 굳이 외래어로 대체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것이 외래어 자체를 쓰지 못할 이유가 되진 않을 텐데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1:49   좋아요 0 | URL
그렇죠. 단일민족이라는 피 섞이지 않은 민족이라는 것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7-0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통을 외치면서 정작 한국 전통문화는 파괴하고, 고유종교난 민속신화는 배타적으로 대하는 세상에서 순수라는 말은 웃기는 것이죠. 저라면 전통도 좋고 변화도 좋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문화재가 되는 물건들이 200년 전에는 문화재가 아니라 생활용품이란 점에서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1:48   좋아요 0 | URL
옳은 말씀입니다. 전통을 무슨 상업팔이로만 이용하려는 게 문제 같습니다.

수다맨 2015-07-0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이런 드라마가 나온 줄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배우의 연기력이 좋지 않다고 해서 비난을 많이 사던 모양이더군요. 그런데 특정 배우의 연기력만 문제가 아니라, 음식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 더 큰 문제였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8:45   좋아요 0 | URL
아니 누가 가래떡을 김에 싸서 먹습니까. 일본 사람이나 조미김에 구운 가래떡 싸서 먹지...

samadhi(眞我) 2015-07-0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스터 라는 호칭 자체부터 우리식이 아니지요 음식의 다양성(?)을 놓고 보면 우리식이 훨씬 유리할텐데요.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을 보면 흰밥에 날달걀 넣고 간장 뿌려먹는 것까지도 음식 종류 하나로 두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만 봐도요.
얘기 참 못 만들어내네요. 그래서 전 그 드라마가 아니 보고 싶어요. 주인공 배우 자체도 마음에 안들고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7 18:46   좋아요 0 | URL
그렇죠. 다양성 하면 한국 음식이 짱 아닙니까. 못 먹는 풀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마스터..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시발... 무슨 놈의 마스터.. ㅋㅋㅋㅋㅋㅋ

2015-07-08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9 0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물에 대한 에티튜드, 첫 번째 이야기 : 편지

                                                                사물에 대한 에티튜드(ettitude)'라는 목록'을 하나 만들었다. 제목으로 굳이 태도나 자세'라는 말 대신 " 에티튜드 " 라는 외래어를 사용한 이유는 attitude에 essay를 덧대어 만들어낸 조합, ettitude'라는 데 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사물에 대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글 목록'이라 해두자.

<< 사물에 대한 에티튜드 >> 첫 번째 이야기는 < 편지 > 다. 디지털 문화의 폐허를 이야기하며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말할 때 자주 호명되는 것이 " 손 편지 " 다. 손 편지'는 모니터 안에서만 떠도는 메일과는 다르다. 메일에는 없지만 편지에는 있는 것, 그것은 바로 < 글씨체 > 다. 메일이 0과1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글 맵시라면, 편지 속 글씨체'는 글쓴이의 고유한 서명'이다. 글씨체를 보면 그 사람 성격이 보인다. 실제로 범인이 보낸 협박 편지 속 글씨체를 통해 범인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여 사건을 해결한 예는 무수히 많다. 누군가가 범죄에 악용할 목적으로 편지를 흉내 낸다고 가정했을 때 문체를 모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글씨체'를 흉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이스미스의 << 재능 있는 리플리 씨 >> 에서 톰 리플리'가 모방하는 것은 서명이지 글씨체'가 아니다.

그는 서명을 흉내 내는 데에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기에 글씨체는 지문과 같이 그 사람 고유의 특징'이다. 반면 메일에는 글씨체가 없기에 문체만 흉내 내면 감쪽같이 수신자를 속일 수 있다. 이처럼 문장을 흉내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에둘러 가지 말고 서둘러 정리하자면 : 문체와 글씨체 라임을 맞추기 위해서 글씨체를 서체'라고 하겠다  는 다르다는 점이다. 보다 깊이 들어가면 < 문체 > 는 글쓴이의 성격을 드러내지만 < 서체 > 는 글쓴이의 성질을 나타낸다. << 성격 >> 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고, << 성질 >> 은 복수가 아니라 고유명사'다.  A와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무수히 많지만 A와 같은 성질은 A가 유일하다.  생각해 보면 불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불이라는 물질(성질)이 물이 되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에 < 편지 > 는 타인이 흉내 낼 수 있는 성격과 함께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성질이 혼용된 독특한 기표다. 편지는 대부분 정해진 기간 안에 수신자에게 무사히 도착되지만,  유통 과정에서 분실되거나 틀린 주소 따위로 수취인불명으로 되돌아오거나 엉뚱한 사람이 편지를 가로채거나 기이한 방식으로 너무 늦게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수신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처벌을 받는다. 영화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 에서 은행원 해원(지성원 분)이 겪는 고통은 복남(서영희 분)이 보낸 편지를 읽지 않은 것에 대한 징벌이다. 섬에서의 악몽 같은 날들을 겪고 집으로 돌아온 해원인 비로소 복남이 섬에서 보낸, 개봉하지 않은 편지를 발견한다. 그것은 정해진 기간 안에 수신인에게 도착한 편지이지만,

해원이 뜯지 않은 편지이기에 그녀가 편지봉투를 뜯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복남이 보낸 편지를 해원이 읽는 시점은 복남이가 죽은 이후'이기에 죽은 자가 보낸 편지'가 되었다. 영화 << 파이란 >> 도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에 속한다. 그는 편지를 읽고 나서 마음의 변화가 생겨 보스와 맺은 계약을 번복한다. 이 변심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 / 막스 오필스, 1948 >> 에서 바랑둥이 주인공은 남의 여자를 건드린 죄로 3시간 후에 결투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남자는 결투를 피하고자 비엔나를 떠나기로 마음 먹고 짐을 꾸리기 위해 집에 들렸으나 이름과 주소가 적히지 않은 편지를 읽게 된다.

여자가 죽고 난 후 도착한 편지'였다. 그는 도피 계획을 잠시 지연한 채 편지를 읽기 시작한다. 남자의 얼굴에는 짙은 회한이 배어 있다. 그는 애초의 계획을 변경하고 결투장으로 향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관객은 결투 결과를 알 수 없으나 결투장으로 향하는 그 남자의 행위가 < 자기 징벌 > 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편지들은 모두 수신자에게 죄의식'을 상기시킨다. 반면 포우의 << 도둑 맞은 편지 >> 와 이언 맥큐언의 << 속죄 >> 는 수신인이 바뀌거나 편지지가 바뀌는 바람에 불행이 찾아온다. << 도둑 맞은 편지 >> 에서는 여왕이 정부(情夫)에게 보내는 편지를 장관이 가로채고, << 속죄 >> 에서는 cunt라는 비속어를 남발한 저속한 편지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게 엉뚱하게 편지봉투에 담겨 수신자에게 도착한다.

이 배달 사고'는 letter를 litter(잡동사니)로 만든다. << 도둑 맞은 편지 >> 에서 장관은 중요한 편지letter 를 책상 위에 어질러놓는다(litter : 쓰레기, 어질러진 물건). 여왕이 보낸 수색대가 장관의 집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이 찾는 것은 허섭스레기(litter)가 아니라 편지(letter)였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 속죄 >> 에서는 쓰레기통(litterbin)에 들어가야 할 구겨진 편지지(litter)가 그만 실수로 letterbox 에 들어간다(정확히 말하자면 인편人便으로 배달된다). 이와 유사한 상황은 밀란 쿤데라의 << 농담 >> 에서도 반복된다. 주인공 루드빅은 엽서에 악의 없는 농담을 썼다가 트로츠키주의자로 몰려 변방의 탄광에서 석탄 캐는 일로 청춘을 보낸다. 그에게 남은 것은 복수와 증오뿐이다.

 

이들 작품과는 결이 다르지만 신경숙의 << 풍금이 있던 자리 >> 도 일종의 " 잘못된 편지 " 에 속한다. 서간체로 쓰여진 이 소설은 사랑의 망명을 하자는 가정 있는 남자에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편지인데 결국에는 이 편지를 그에게 보내지 못한다. 형식은 가정 있는 남자에게 띄우는 것이나 사실은 독자를 향한 독백'에 가깝다. 수신인은 가정 있는 남자이지만 정작 그 편지가 도착한 곳은 독자'다. 그런 의미에서 << 풍금이 있던 자리 >> 는 잘못된 편지'다. 소설 속 " 나 " 는 이렇게 고백한다. " 이 글은 당신께 제 마음을 전해 드리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아무래도 이 글을 못 끝낼 것만 같습니다. " 그녀는 약속 장소에 가지 않는다. 사랑의 도피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편지 또한 완성되지 못한 채 도착하지 못했다.

 

편지의 실제 수신자 입장에서 보면 발신자인 " 나 " 의 편지는 주소지를 잃고 보류 중이거나 허공에 부류 중이다. 그렇기에 계획은 실패한다. 이처럼 정해진 기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수취인불명이거나, 뒤바뀌거나, 혹은 너무 늦게 읽은 편지는 영화와 문학 속에서 처벌의 기능을 작동한다. 편지가 부류하는 순간 그것은 유령이 띄우는 말이 되어 억압된 것의 회귀'가 된다. 혹여, 어디선가 당신의 불행을 알리는 전화벨이 울린다면 제일 먼저 우편함으로 달려가라. 뒤늦게 도착한 편지는 없는지, 뜯지 않고 방치한 편지는 없는지, 혹은 차마 못다 쓴 편지는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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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7-0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설에 따르면 저 당시 미혼이었던 신경숙과 유부남이었던 남진우가 서로 좋아했다고 하네요. 아마 저 소설은 신경숙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해 쓰였을 가능성이 꽤 높죠. 결국 남진우는 이혼을 하고 얼마 뒤 신경숙과 재혼을 했으니, 문학적으로는 편지가 수신자에게 닿지 못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배송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5 13:34   좋아요 0 | URL
아...... 그렇습니까 ? 살펴보니 이 소설은 1992년에 쓰여졌군요. 하긴... 남진우와 신경숙 오빠가 고교 동창이라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stella.K 2015-07-0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코너 기대되네요.
책을 얼마나 많이 읽으면 이런 코너를 만들 수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ㅠ

저는 18살 때 언니의 남자친구를 좋아했는데 뭐 연애편지로 오해 받을만한
편지를 썼다가 개쪽 당한 일이 있습니다.ㅎ
그도 그럴 것이 그 오빠가 먼저 편지로 접근했거든요.
그땐 명사들이 누구와 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뭐 그런 얘기들이심심찮게 화제에 오르곤 하잖아요.
그런 편지를 나눌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뭐 어림없는 소리긴 합니다만. 순진했죠.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6 15:25   좋아요 0 | URL
심혈을 기울일 코너`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올릴 생각입니ㅏ.
편지가 애틋하기는 하죠.
꼬리친 쪽은 확실히 남자 쪽이 맞네요. 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흑심을 품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stella.K 2015-07-06 15:44   좋아요 0 | URL
그 오빠가 의욕이 과했던 게 사실이죠.
언니한테 잘 보이겠다고 저한테까지 지나친 친절을 베풀었으니
그 오빠로선 과유불급이었을 겁니다.ㅋㅋ

2015-07-08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8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 (1948년)
막스 오퓔스 감독, 루이 주르당 외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막스 오필스,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 : 순애보에서 복수극'으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 낯선 여인의 편지 >> 에 대한 " 서평 " 을 읽어보았다. 나는 이 작품을 < 여인의 복수극 > 으로 읽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 여인의 순애보 > 로 읽었다는 점에서, 한 작품을 두고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린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웠다. 다시 말해서 나는 이 작품을 << 아내의 유혹 >> 으로 접근했는데 다른 이들은 이 작품을 << 풍금이 있던 자리 >> 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내 판단이 옳고 당신 해석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서로 취향이 다른 것이다. 내가 이 작품을 여인의 복수극으로 이해한 것은 내 장르적 취향'이 반영된 탓이기도 하거니와 " 착한-서사 " 에 대한 체질적 반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는 소설 속 여인'은 " 체제 순응적 인물 " 보다는 " 체제 반항적 인물 " 이다. 그녀는 지독한 사랑'을 끝내기 위해 날 벼린 칼을 책상 옆에 두고 펜을 들어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님이여,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나요 ? 절절한 고백을 듣다 보면 무쇠 같은 사내라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이 편지'는 사랑을 가장한 복수'다. 죽기로 결심한 순간, 여인은 그 남자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한 남자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말하는 척하면서 잔인한 복수를 계획한다. 그녀가 편지에 쓴 " 지독한 사랑 " 은 어쩌면 " 평범한 호감 " 을 과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야지 복수는 완성되니까. 불행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그 남자의 회한도 짙어질 테니까.

그러니까 그녀는 당신을 향한 사랑이 조건 없는 " 아가페 " 적 사랑이었음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 에로스 " 적 몸'을 강조한다. 그녀는 뭇 사내들에게 구애와 청혼을 받는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그리고 자신이 고급 창녀'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아가페와 에로스, 성녀와 창녀. 이 얼마나 완벽한 조합인가 ! 더군다나 죽은 아이'는 총명하고 아름다운 아이'다. 남자는 편지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모르고 있던 것을 모두 잃어버린, 불행한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잡았다 놓친 물고기가 얼마나 큰 것인지......  낯선 여인'은 남자에게 당신의 무관심'이 낳은 폐허'를 보라고 요구한다. 소설은 여기까지'다. 회한에 사로잡힌 호색한은 지난날을 회상한다. 스치고 지나갔던 일들을, 여성을 소모품 따위로 취급했던 날들을, 그런 날들을.

이 소설은 많은 감독들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은 막스 오필스가 연출한 <<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 >> 다. 이 영화가 원작과 다른 점은 " 결투 설정 " 장면'이다(소설에서는 편지를 다 읽고 잠시 지난날을 기억하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가 시작되면 남자가 처한 상황이 전개된다. 바람둥이였던 남자는 유부녀와 놀아나고, 이 사실을 안 유부녀의 남편이 남자에게 결투 신청을 한다. 남자는 3시간 후에 벌어질 결투를 피하기 위해 집에 잠시 들려 짐을 꾸려 비엔나로 도망칠 생각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모르는 여인에게 온 편지'로 인하여 실패하게 된다. " 당신이 이 편지를 읽을 때에는 나는 죽었을 겁니다. " 이 강렬한 메시지 앞에 남자는 메두사를 바라본 사내처럼 압도당한다.

그는 짐을 꾸려 나갈 도피할 계획을 잠시 멈추고 편지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결국 편지가 계획을 늦춘 것이다. 편지를 다 읽고 나자 시간은 이미 지나버린 후다. 남자는 도망칠 계획을 버리고 결투장으로 향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막스 오필스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결말을 선보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결투의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관객은 이 결투가 남자의 죽음을 암시한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관객은 편지를 읽고 난 남자가 계획을 철회하고 결투장으로 갈 때 언뜻 보인 " 회한의 얼굴 " 에서 자기 징벌이 어른거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결국 남자를 죽음(결투장으로 향하게 만든.. )으로 내몬 것은 편지'였다. 여자는 죽은 후에 복수를 완성했다. 아주 교묘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 영화가 걸작인 이유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꿰뚫었다는 데 있다. 막스 오필스는 순애보 속에 감춰진 복수극을 간파했다. 이 영화는 순애보라는 지극히 남성 판타지 서사'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변주했다는 점에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멜로 드라마'다. 이처럼 너무 늦게 도착한, 혹은 발신인이 죽은 다음에 수신인에게 도달한 편지는 불길한 증후로 작동하는 오브제'다. 송해성 감독이 연출한 << 파이란 >> 도 " 너무 늦게 도착한(발신인이 죽은 다음에 수신인에게 도달한) 편지 - 서사 " 에 속한다. 이 영화에서 파이란은 낯선 여인'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여성이다. 그녀는 3류 건달 최민식을 사랑하지만 정작 그의 기억 속에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이 러브레터는 결국 남자(최민식)을 죽음으로 내몬다.

그런 점에서 영화 <<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 >> 와 << 파이란 >> 은 닮은 꼴'이다.  두 영화 모두 편지'가 남성의 죄의식을 호명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곰곰 생각하니,  막스 오필스의 1946년 작품인 <<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 >> 를  여성영화제'에서 보았다. 그렇다, 이 영화는 여성주의 시각으로 풀어낸 진정한 멜로 드라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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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0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애보는 절대 아니죠~ 아주 지능적인 응징이
고 복수죠~ 진저리쳐질 정도로 무서운~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4 15:16   좋아요 0 | URL
지능적인 복수죠.. ㅋㅋㅋㅋㅋㅋㅋ. 이 소설은 온통 아이러니 아닙니까.
여자는 날마다 남자만 바라보는데 남자는 여자를 단 한번도 기억하지 못하고...
반면 집사`는 스쳐지나는 그 짧은 시간에 10년 전 이웃 소녀를단번에알아차리고.....
이 얼마나 아이러니입니까...

지금행복하자 2015-07-04 18:11   좋아요 0 | URL
츠바이크는 아이러니를 작품속에 잘 푸른것 같아요. 체스도 저는 아이러니로 읽었거든요.. 머리로 아무리 애를 써도 천부적인 재능앞에 툭 무너저버리는..
다르게 읽는 분들도 있었지만요~
그래서 츠바이크가 좋나봐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05 05:57   좋아요 0 | URL
좋은 단편에는 훌륭한 아이러니도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체스도 그렇고 이 기술을 노련하게 다루는 솜씨가 있는 양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