猝 : 갑작스러운


                                                  장기 놀이'에서 가장 많은 장기짝을 가진 것은 卒 과 兵이다. 이 장기짝은 한 칸씩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용보다는 수비용으로 사용된다. 병과 졸은 주로 상대방 장기짝(包,車,象,馬)이 지나가는 길목을 차단해서 상대방 공격을 늦추는 역할을 하기에 싸움의 기술에 능한 놀이꾼은 병졸(兵卒)을 효과적으로 배치한다고 한다. 상대방 공격을 지연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아. 죽음 따위, 쫄지 마 !  그래서 < 卒 > 은 희생양'으로 사용된다. 어차피 장기 놀이는 < 王 > 만 지키면 되니까. 그렇기에 卒의 죽음에 애통해 하는 놀이꾼'은 없다.

 

이 卒'이라는 한자 앞에 : 개 견' 이라는 부수가 붙으면 < 猝 졸 > 이라는 한자가 만들어지는데 " 갑작스럽다 " 는 뜻을 가진다. 개(dog)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 개- > 나 < - > 이 붙는 낱말이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 犭> 도 하찮다는 의미이고 < 卒 > 도 하찮다는 의미이니, < 猝 > 은 하찮음을 두 번 강조한 형태다. 일종의 " 퍽유 두 번 머겅 ! " 뭐, 이런 뉘앙스'다. 하긴...... 준비 과정 없이 갑작스레 만들어진 모양새가 좋을 리 없다. 벼락부자를 흔히 졸부라고 하는데 여기서 졸이 바로 猝이다. 그러니까 < 졸부 > 는 운이 좋아서 다음날 눈을 떠 보니 부자가 되었으나 혈통과 뼈대가 없어서 성골이나 진골이 될 수는 없는 사람을 조롱하는 단어'다. 그런 점에서 졸부는 영화 << 넘버 3 >> 에 나오는 조필(송강호)이다. 

 

졸부는 배, 배배배배배벤츠 타고 루, 루루루루룸싸롱에서 시, 시시시시바스리갈'을 마시는 날이 온다고 해도 날마다 컵라면에 짱깨 먹고, 산에 가서 개구리에 뱀 잡아 먹던 시절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헝그리 정신을 망각한 자에게는 해삩은 비티디 않아 ! 그래서 그들은 과소비와 자린고비를 오락가락한다. 뜬금없는 소리이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1조 1항에 나온 말이다. 1조 1항이라는 으뜸이 주는 가치의 중요성'을 말해서 무엇하랴. 우리는 < 민주화 > 가 곧 < 민주주의 > 을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 민주화 > 는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이지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니다. 너무 일찍 샴페인이 터졌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주화 과정에 놓인 국가일 뿐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졸부와 비슷하다.

모범 사례로 뽑히는 민주공화국들은 오랜 시간 근대화를 거치면서 시행 착오'를 거쳐 문명화되었지만, 대한민국은 타자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급조되었거나 아예 근대화 과정이 생략되었다. 심하게 말해서 근대화 과정 없이 현대화된 것이다.  그것은 개( 犭) 끌고 동네 뒷산에서 개구리 잡아 먹구 뱀 잡아 먹던 졸부(卒)가 느닷없이 로열 패밀리'의 저녁 만찬에 초대된 상황과 유사하다. 물론 졸부가 상류사회의 식사 예절'을 따로 배웠을 리 없다. 나이프와 포크가 놓여 있으나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김대중과 노무현은 모래 위에 집을 지었고, 이명박은 그 집을 부쉈고, 박근혜는 궁궐을 지었다. 21세기 시대에 18세기 건축 양식으로 궁궐을 지은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은 단 한 번도 튼튼한 집을 지은 적이 없다.

기껏해야 사상누각이었으며, 명박산성이거나 구중궁궐이었다. 한국인은 이제 민주, 정의보다는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다.  남성이 희망하는 삶의 풍요는 << 넘버3 >> 에서 조필이 말하는 배, 배배배밴츠 타고 루, 루루루룸쌀롱 가서 시, 시시시시바스 리갈'을 마실 수 있는 여유이고, 여성이 희망하는 삶의 풍요는 배, 배배배벤츠 타고 루, 루루루루루이비통 가방을 메고 시, 시시시시시댁이 빵빵해서 유산을 받을 수 있는 여유이다. 중산층의 기준이 무엇입니까 ?  라는 질문이 한국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채 없이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할 것, 월급은 500만 원 이상 받을 것, 차는 2,000cc급 중대형 차를 소유해야 하며, 통장에는 1억 원 이상 보유해야 하고, 1년에 한 차례 정도는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 설문에 응답한 사람은 5가지 예를 들었지만 결국은 하나로 뭉뚱그리지만 < 돈 > 이다.

돈이 중산층의 기준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은 중산층에 대해 어떤 기준을 적용할까 ? ㉠ 외국어 하나 정도는 능통하게 사용할 것 ㉡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을 것 ㉢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을 것 ㉣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 비법이 있을 것 ㉤ 불의에 대항하고 ㉥ 약자를 돕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프랑스답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이나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미국은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어야 중산층이다. 이처럼 중산층의 기준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한국 사회는 돈이 중산층의 기준이지만 프랑스(영국,미국)은 애티튜드가 중산층의 기준이다. 이 또한 교양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상류 사회의 티타임에 초대받은 탓이다. 밴츠 타고 시바스 리갈 마시며

개 끌고 동네 뒷산에서 개구리 잡아 먹구 뱀 잡아 먹던 사람이 공분에 대항하고 약자를 돕자는 고상한 대화에 낄 자리는 없다. 올해는 흉년이라는데 지랄은 풍년이니 오호통재다. 국정원은 맛집과 야동이라는 미끼로  백성의 스마트폰에 악성 코드'를 심고 사생활을 감시하고, 배고픈 백성의 사생활은 먹방과 야동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먹방과 야동의 공통점은 猝이다. < 猝 > 은 과정이 생략된 현상이다. 준비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결과만 서둘러 내놓는다. 아프리카 티븨의 히트 상품인 먹방은 요리 과정이 생략된 배달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먹방의 주체는 캠'이라는 유령 앞에서 다이어트로 스트레스를 받는 시청자를 위해 대신 제대로 망가진다. " 족발, 저도 무척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 그들은 맛있게 먹는다기보다는 그릇을 비우기 위해 먹는다.

테이블 매너는 지나가는 민들레에게 주시라. 빠르게, 빠르게, 후루룩, 후루룩, 먹어야 제맛이다. 시청자는 이 맛에 먹방을 본다. 먹방은 오고가는 대화가 생략된 쇼다. 반면, 야동은 보자마자 벗고 삽입한다. 삽입 이전에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은 생략된다. 슬픈 일이다. 한쪽은 먹기 위해 과정을 생략하고, 다른 한쪽은 싸기 위해 과정을 생략한다. 입과 항문은 하나다. 새삼 느끼게 되는 진리'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5-07-1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가 좋은 동물인데도 우리말에는 개를 나쁜 쪽으로 표현하는 것이 남아있어요. 술 취한 사람을 `개가 된다`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이 표현이 별로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8 17: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개 들어가면 다 질 떨어지는 집니다.

개떡 ( 맛 없는 떡 )
개살구 ( 먹지 못하는 살구 )
개철쭉( 먹지 못하는 철쭉 )
개꿈, 개수작, 개죽음, 개망나니, 개잡놉... ㅎㅎㅎ

돌궐 2015-07-1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네요. 어젯밤에 저도 우리나라 중산층을 물질로만 따지고 있으니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8 17:37   좋아요 0 | URL
말 그대로 돈이면 장땡인 나라가 된 것 같습니다. 비평지 하나 정도는 정기 구독을 해야 중산층이라는 기준, 얼마나 멋있습니까..
 

 



​< 배트맨2 > 는 < 배트맨 > 의 속편이 아니다?!


                                                                      필자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체 영화'에서 속편'이 무엇이며 과연 팀 버튼의 << 배트맨 2 >> 가 팀 버튼의 << 배트맨 1 >> 의 속편인가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가 이번 기회에 본 두 작품은 생판 서로 다른 작품이다. 몇몇 장면에 그런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품 전체의 내용, 사고, 감수성, 스타일 등 영화의 중심요소들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 << 배트맨 1 >> 은 악당이 남자이고, << 배트맨 2 >> 는 캣우먼이 소동의 중심'이다. 그러므로 << 배트맨 1 >> 은 조커'가 죽는, 참혹한 광경을 생생하게 전하는 데 치중하는 동물적인 영화라면, << 배트맨 2 >> 는 배트맨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캣우먼의 삶을 그린 식물적인 영화'다. 한마디로 << 배트맨 1 >> 은 << 배트맨 1 > 이고, << 배트맨 2 >> 는 << 배트맨 2 >> 이다. 그러므로 << 배트맨1 >> 과 << 배트맨 2 >> 는 몇몇 설정이 유사하기는 하지만 두 작품은 전편과 속편의 관계가 아니라 전혀 다른 작품이다.

이 글에 대해 동의하,  십니까 ?  사람들은 이 논리'에 대해 " 곰곰생각하는발 님, 개똥에 쌈 싸 드셔 ~ " 라고 말할 것이다. 전편에서는 남자 악당이 등장하고 속편에서는 여자 악당'이 등장한다고 해서 두 작품'이 서로 관련이 없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논리를 개똥에 쌈 싸 먹듯이 의뭉스럽게 뭉갠다면 < 다이 하드 > 시리즈도 각각 다른 영화'다. < 다이하드 > 는 무대가 빌딩 안이고 < 다이하드2 > 는 무대가 국제공항'이니 두 작품은 생판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윤지관이 신경숙 표절'을 옹호하면서 쓴 << 문학에서 표절이란 무엇인가? - 신경숙 사태를 보는 한 시각 >> 을 읽다 보면, 그가 내세우는 논리의 허약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문학에서 표절이란 무엇인가? - 신경숙 사태를 보는 한 시각


윤 지 관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

최근 중견소설가 신경숙 씨가 동세대 작가의 표절 폭로로 논란에 휩싸였다. 추문이 언론을 통해서 확산되고 몇몇 평론가들이 문단 권력의 타락상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애초에 혐의를 부인하던 당자도 “표절이라는 문제 제기가 맞겠다”고 인정하고 출판사는 문제된 작품이 수록된 책의 출고를 중단하였다. 일부에서는 ‘절필’까지 요구했으나 작가는 목숨 같은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소회와 함께 칩거에 들어갔다. 문제를 제기한 문인들 중심으로 문단권력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연일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던 추문 사태는 일단락된 듯도 보인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체 문학에서 표절이 무엇이며 과연 신경숙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표절작인가 하는 의문이다. ‘우국’을 모른다는 해명이 무색하게 표절작가로 단죄되는 흐름이 워낙 거센 데다, 출판사가 사과 성명을 내고 작가도 결국 시인한 셈인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가 이번 기회에 읽어본 두 작품은 생판 서로 다른 작품이다. 몇몇 문장에 그런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품 전체의 내용, 사고, 감수성, 문체 등 문학의 중심요소들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의 환란에 처한 두 남녀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주제 자체야 유사하다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오히려 상반되는 것들뿐이다. ‘우국’은 남자가 주도하고 ‘전설’은 여자가 모든 것의 중심이다. ‘우국’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군국주의 국가이념을 교육하고 여자 또한 기쁘게 따르나 ‘전설’의 여자는 사회의 요구와는 무관한 그녀만의 세계 속에 마치 ‘사과나무’처럼 서 있다. ‘우국’이 남자가 할복자살하고 여자가 뒤따라 자결하는 참혹한 광경을 생생하게 전하는 데 치중하는 동물적인 소설이라면, ‘전설’은 떠난 님을 기다리며 늙어가는 한 여자의 삶을 잔잔하게 그린 식물적인 소설이다. 한마디로 미시마는 미시마고 신경숙은 신경숙인 것이다.

두 남녀의 신혼생활을 다룬 부분에서 신경숙의 소설에는 미시마의 문장을 변용하여 쓴 듯한 대목이 두어 군데 있다. 아무리 작더라도 표절 혐의는 엄연한데, 작가가 기억나지 않는다 하니 독자로서는 그 말을 믿거나 거짓으로 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후자라면 다른 여지가 없겠지만 믿는 경우에는 습작기의 훈련 과정에서 익힌 표현들이 기억의 창고 속에 머물러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한다 해도 부주의의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을 터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신경숙이 표절작가가 되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인은 훔쳐서 더 낫거나 다른 무엇을 만든다.

표절 논란이 있을 때마다 흔히 인용되는 것이 영국시인 T. S. 엘리엇의 “미숙한 시인은 흉내 내지만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는 문구다. 표절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기보다 문학에는 어떤 ‘독창적인’ 표현이라도 선대 작가들이 이룩해 놓은 언어의 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식이 담겨있다. 엘리엇은 이어서 말한다. “나쁜 시인은 훔친 것을 훼손하고 좋은 시인은 더 낫거나 최소한 다른 무엇으로 만든다. 좋은 시인은 훔친 것을 원래와는 판이한 자기만의 전체적인 감정 속에 녹여내지만 나쁜 시인은 버성기게 엮어놓는다.”

작가가 미시마의 작품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그 사실을 기억하든 못 하든,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되어 빛나고 있다면 작가는 할 일을 한 것이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전설’에서 신경숙은 자신이 엘리엇이 말하는 ‘좋은 시인’임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출판사는 이 작품을 작품집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는데 과연 그것이 정당한가? 문학에서 표절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까닭이다.

 

문학평론가 윤지관은 T.S엘리엇의 말을 인용한 후 " 작가가 미시마의 작품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그 사실을 기억하든 못 하든,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되어 빛나고 있다면 작가는 할 일을 한 것이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전설’에서 신경숙은 자신이 엘리엇이 말하는 ‘좋은 시인’임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 라고 말했는데, 이런 식으로 개똥에 쌈 싸 먹는 논리는 "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다(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 와 같은 소리'이다. 미안한 소리이지만 쿠데타는 성공했든 실패했든 쿠데타는 쿠데타다 라는 것이 내 판단이올시다. 그러므로 신경숙이 미시마의 작품을 읽었든 소고기 다시다의 작품을 읽었든, 혹은 읽지 않았든, 그 사실을 기억하든 못 하든,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되어 빛나고 있든 말든, 쇠고랑으로 발등을 찍든 말든, 작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작가의 절절한 심증보다 중요한 것은 명백한 물증이다. 판단의 잣대는 심증이 아니라 물증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  남의 글을 훔쳤으나 결과적으로 더 빛났다고 해서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 배트맨 2 >> 는 << 배트맨 >> 의 속편이 맞다. 이 얼마나 간결한 논리인가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붉은돼지 2015-07-1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고기 다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시마와 다시다...재미있는 표현이에요 정말~ 호호호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13:57   좋아요 0 | URL
라임 괜츈하쥬 ? ㅎㅎㅎㅎ

수다맨 2015-07-1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 편집위원들(진은영, 백낙청 등)이 대부분 침묵하는 중이라 무슨 묘책이라도 들고 나올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첫번째 해명문의 재탕 버전을 냈군요;;;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13:56   좋아요 0 | URL
옹호하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그 옹호를 위한 논리`죠. 저 논리는 정말 공략당하기 쉬운 논리 아니겠습니까 ? 용기내셔 쓰셨을 터인데.... 논리가 워낙 후지다 보니.. 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5-07-1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신경숙의 표절과 관련해서 끝장토론을 했다는데
큰 출판사 대표들은 안 나왔다고 뉴스가 전하더군요.
그들은 왜 안 나왔을까요? 뭐 안 나가기로 결의를 한 모양이긴 한데
아무래도 날씨가 더우니까 안 나왔으려나요?
이쯤되면 <우국>과 <전설> 비교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차라리 애초부터 미시마의 오마주였다고 까고 들어갔으면 욕을 덜 먹었을텐데 싶기도 하고...ㅠ
암튼 읽고 있자니 저의 쓰리고 아픈 기억이 나네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13:58   좋아요 0 | URL
더워서 안 나오셨죠. 뭐, 공개토론 제의도 하시고... 차비까정 마련하겠다고
큰소리치셨던 분들인데 얼마나 나오고 싶으셨겠습니까.
그놈의 날씨 때문에......

yamoo 2015-07-16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얼마나 간결한 논리인가?! 윤지관은 보고 좀 배워라~~~ 곰발님의 간결한 논리를!!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7 04:36   좋아요 0 | URL
간결하쥬~

samadhi(眞我) 2015-07-1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이랑 친척이거나 친구이거나 한가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감싸는 거 보면. 논리라는 게 없는 사람이네요. 확실히 영문과는 문학과는 무관한 학문이라는 생각을 더욱 굳혀주네요. 이런 편견을 늘 갖고 있거든요. 비뚤어졌죠? ^^

2015-07-18 0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국에서 주문이 많은 요리점까지


                                                     지난 주말에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이전 글에서 목적 없이 도서관에 갔다고 말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오늘 곰곰 생각하니 주말에 도서관에 관 이유는 미시마 유키오의 << 우국 >> 을 읽을 목적이었다. 그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시작은 좋았다. 당당하게 일본 문학 코너 앞에서 << 우국 >> 을 찾다가 구리 료헤이의 << 우동 한 그릇 >> 을 발견했다. 그래, 이 작품이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 힐링 푸드 - 서사 " 의 삼촌뻘이었지.     힐링 푸드 서사의 아버지(어머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그 책을 서고 앞에서 서서 읽다가 문득 아베 야로의 << 심야식당 >> 이 떠올랐다. " 도서관에 만화가 구비되어 있으려나 ? " 찾아보니 14권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띄엄띄엄 읽기 시작했다. << 심야식당 >> 은 요리 만화'이지만 허영만의 << 식객 >> 처럼 거창하지 않았다.

<< 식객 >> 이 " 최고의 예술(요리) " 를 찾아가는 모험이라면,  << 심야식당 >> 은 " 보통의 요리 " 를 보여주는 만화'다. 비유를 들자면 << 식객 >> 은 < 한식대첩 > 에 가깝고, << 심야식당 >> 은 < 집밥 백선생 > 에 가깝다. 심야식당이 밤 12시에 문을 열어 아침 6시면 문을 닫으니 이곳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밤손님들이다. 그들은 남들 잘 때 일한다는 측면에서, " 나인 투 파이브 " 가 주류인 정상 가족의 구성원'은 아니다. 그들은 주류 이성애 가족 사회의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집(가정) 없는 자'에 가깝다.  심야식당은 거창한 요리를 내놓지 않는다.  정해진 메뉴는 없다. 손님이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을 요구하면 식당에 구비된 식재료로 만들어 준다. 손님 또한 허름한 식당에서 호텔 요리'를 주문하지는 않는다. 집에서 흔히 먹는 요리가 대부분이다.

결국 이 만화가 관통하는 서정은 " 집밥에 대한 향수 " 다. 그런 점에서 칼자국이 있는 마스터는 " 엄마 " 다. < 마스터 > 는 엄마인 듯, 엄마 아닌, 엄마 같은 남자'다. 여기서 드는 의문. 집밥이 집(가정) 없는 자의 결핍을 메우기 위한 오브제'라면 : ㉠  주인공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요리를 해야 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지 않을까 ? ㉡ 왜 < 요리하는 남자 > 라는 문장은 자연스럽지만 < 음식 만드는 남자 > 라는 문장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일까 ? ㉢ 왜 남자가 주방에서 내놓은 결과물은 요리이고 여자가 부엌에서 내놓은 결과물은 음식'이 되는 것일까 ?  우선 이 만화는 어머니의 손맛'을 대표하는 집밥을 주제로 집 없이 떠도는,  엄마 없는 고아(들)을 위로한다.

 

여기서 마스터는 손님의 서사'에 끼어들어서 흥야항야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듣고 요리를 내놓을 뿐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아베 야로는 수다스러운 아줌마'가 아닌 과묵한 아저씨'를 마스터로 내세운다.  단골손님들이 이 식당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이중적이다. 그들은 엄마가 해 주는 요리를 그리워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엄마의 잔소리'는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모순적 태도가 반영된 캐릭터가 바로 " 마스터 " 다. 우리는 항상 어머니의 손맛으로 대표되는 집밥을 그리워하지만, 그 그리움에는 경제적 이득'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식당에서 사 먹는 음식은 돈을 지불해야 되지만 집밥은 공짜'이니 말이다. 공짜는 다.... 맛있다.

 

남성 주류 시선의 집밥 찬양은 결국 여성의 가사 노동을 공짜로 인식하는 편협한 자세'가 낳은 판타지'이다. 여기서 남성 주류가 찬양하는 어머니는 < 아낌없이 주는 나무 > 다. 모성 신화에서 어머니는 어릴 때는 그늘이 되고, 그네가 되었다가, 결국에는 밑동을 잘라 그루터기가 되는 존재'다. 집밥 찬양도 이와 유사하다. 주류는 " 집밥 " 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가사 노동을 공짜라고 생각한다. 어머니, 혹은 어머니 같은 여자'는 항상 아낌없이 주는 존재이니 말이다. 만약에 당신이 아내(혹은 엄마)가 해 주는 한 끼'를 먹을 때마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과 동일한 가격을 지불해야 된다면, 여전히 < 닥치고 집밥 예찬 > 을 할 수 있을까 ? 오히려 잔소리가 늘어날 것이다. 집밥이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음식'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집밥이 가사 노동의 결과라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심야식당에서 만들어내는 요리는 집밥이지만 사실은 집 밖에서 먹는 식당 밥'이다. 도서관 모퉁이 테이블 의자에 앉아서 심야식당 1,2,3,4권을 내리 읽었다. 그리고 5권을 읽기 위해 다시 책장으로 향했다. 심야식당5권을 찾다가 불현듯 미야자마 갠지의 << 주문이 많은 요리점 >> 이 떠올랐다. 아, 그래. 주문이 많은 요리점'이란 동화가 참... 독특했지 ! 나는 < 심야식당 5 > 를 읽으려고 서고 앞에 섰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미야지마 겐지의 << 주문이 많은 요리점 >> 을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는 모퉁이 테이블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 겐지와 겐이치로 >> 라는 소설집이었다.

이 소설집 b권에서도 " 주문이 많은 요리점 " 이라는 단편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도서관에 가면 항상 엉뚱한 책만 읽다 온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7-15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도서관이 의외로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서점에 팔리지 않는 절판된 책도 볼 수 있고요. 도서관에 가면 이 책을 읽어볼 거라고 미리 생각을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가방 안에는 엉뚱한 책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계획 독서를 별로 안 좋아해요. 마음에 드는 내용의 책이 보이는 대로 바로 읽는 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03:31   좋아요 0 | URL
생뚱맞은 책 읽다 나오고는 하잖습니까. 그런 책을 읽을 때 의외로 재미있죠. 저는 도서관 가면 오히려 산만하더라고요. 책 읽다가도 다른 책 읽어볼까? 요런 생각을 자주 하고 말입니다.

samadhi(眞我) 2015-07-15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곳이죠. 그래서 한때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는데
곰발님은 하나의 소재나 주제로 여러 편의 이야기를 써낼 줄 아는 게 대단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03:32   좋아요 0 | URL
서점 주인 되셨으면 망하셨을 듯... 요즘 서점 다 망하잖아요. 하긴, 옛날에는 동네마다 서점이 있고는 했는데 이제는 아예 사라진 듯합니다.

samadhi(眞我) 2015-07-16 03:33   좋아요 0 | URL
우리 부부 둘 다 각자 그 꿈을 갖고 있었는데 일찍 포기했죠. 그냥 작은 ˝바람˝ 같은 거였죠 뭐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03:58   좋아요 0 | URL
아니 이 시간에 안 주무시고 뭐하십니까. 저는 기상 시간이 3시입니다.

samadhi(眞我) 2015-07-16 09:37   좋아요 0 | URL
수면장애 중증이라서요 오늘도 3시간밖에 못 자고...

수다맨 2015-07-15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에 ˝우동 한 그릇˝을 읽었는데, 역자의 후기에 따르면 이 글이 일본의 어느 청문회에서 낭독된 뒤로 유명해졌다고 하더군요. 질문자(응답자?)가 말할 차례였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미리 준비해온 동화를 읽었고, 동화를 다 읽고 나자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슨 다과회나 친목회도 아니고, 엄정한 질문과 명확한 대답이 오가야 할 자리에서 왜 저런 걸 읽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가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6 03:33   좋아요 0 | URL
청문회에서 나온 에피소드라 재미있는데요... ㅎㅎㅎㅎ. 이 동화는 워낙 유명해서 뭐 소개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도서관에서 자본을 읽다   





 

새것(new)은 낡은 것(old) 때문에 고통받는다

 

- 맑스, 자본론 서문 中

                                       너무 당연해서 멍청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 도서관에 가면 冊이 있다(많다). 冊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간다. 하지만 꼭 읽어야 할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가는 것은 아니다. 읽어야 할 책은 대부분 사서 읽으니까. 그러다 보니 목적 없이 도서관에 간다, 생각없이 코를 파는 것처럼 !  곰곰 생각하기 위해서 코를 파는 건 변태 같잖소.  그곳에서 21세기가 간절히 원했던 조용필이 그토록 싫어했다던 산기슭의 하이에나'가 된 나는 중뿔나게 이곳저곳 어슬렁거리게 된다. 인문학 코너에서 잠시, 철학 코너에서 잠시, 문학 코너에서도 잠시, 심지어는 정기간행물 앞에서도 쓸데없이 잡지나 뒤적거린다. 세상에나, 시바. 무슨 놈의 잡지가 이렇게나 다양하나 ? 나는 월간지 << 건강한 항문 >> 을 발견하는 순간 괄약근에 힘을 주었다. 대장항문학과에서 발간하는 잡지였다.

나 같은 치질 환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유익한 정보가 가득한 잡지였다. 특히, 항문의 다양한 생김새를 그림으로 보여준 챕터는 압권이었다. 국화 무늬 항문, 배추 무늬 항문, 방동사니 무늬 항문. 아, 이토록 많은 항문 앞에서 나는 웃었다. 항문은 꽃이로구나. 앞으로 케겔 운동을 열심히 해서 멋진 괄약근으로 돌아오리라. 괄약근 꽉 조이며 주먹 불끈 쥐었다. 축 늘어진 배추 무늬를 도톰한 국화 무늬'로 새기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앉아서 책은 읽지 않고 이 코너 저 코너 돌아다니다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결국 존 코너(맙소사, 도서관에서 미래의 지도자 존 코너를 만나게 되다니 !) 까지 만나게 된 주된 원인은 책이 많다 보니 무슨 책부터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오기 때문이다.

 

이 책도 한 번 찔러보고 저 책도 한 번 찔러보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아아. 다 읽지도 못할 책, 찔러나 보는 수준에 그치게 된다.  도서관 책상 위에 읽을 책을 부랄산맥만큼 높이 쌓아두었지만 정독(精讀)하는 책은 거의 없을 뿐더러 완독(玩讀)하는 책도 별로 없다. 그러니까 도서관에서 읽는 책은 모두 1,3,5,7,9......  띄엄띄엄 읽는 수준에 그친다. 그때, 문득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간 생각. 도서관과 자본주의'는 서로 닮았다 ! 자본주의는 선택을 강요하는 시스템이다. 자본주의 체제 이전은 < 둘 중 하나 : 흰 고무신과 검정 고무신 > 를 고르면 되지만, 초기 자본주의는 < 열에 하나 : 흰 고무신, 검정 고무신, 비단 구두, 백구두, 하이힐.... > 를 고르는 시장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 백이면 백 >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후기 자본주의 체제인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는 너무 많은 신발 앞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물건이 많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일 것 같지만,

사실...... 물건이 많다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상품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른 상품이 반드시 마음에 든다는 보장은 없다. 같은 가격 대비, 더 근사한 신발을 발견하게 되면 후회가 몰려온다. 설령, 마음에 쏙드는 신발을 10% 세일 가격으로 샀다고 해도 다음날 90% 폭탄 세일하는 가게가 나타나면 만족은 후회'로 변한다. < 선택의 자유 > 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만족을 주는 게 아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내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정독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까닭은 도서관에 있는 책이 모두 시시껄렁한 책이기 때문이 아니다.

너무 많은 책이 꽂힌 공간 안'에서 책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에 그렇다. 읽을 책은 많은데 하나만 읽어야 할 때 생기는 선택 장애'가 독서 행위'를 방해하게 된다. 결국에는 도서관을 나오면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읽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가 된다. 자본주의라는, 세계화라는 시장경제'는 거대한 도서관'이다. 수천 켤레나 되는 신발 진열장 앞에서 우리는 감탄과 함께 이런 소리도 한다. 이런, 신발 !!! 풍요로운 사회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사회'는 아니다. 세상의 수많은 신발이 당신을 불행하게 만든다. 세상에나, 이런 개같은 신발이라니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madhi(眞我) 2015-07-1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제 남편이 저더러 선택장애래요 ㅜㅜ 뭐 하나 고르려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신경 안 쓰고 대충 사고 적당히 넘어가는 멋진 성격을 가졌다면 좋으련만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4 14:24   좋아요 0 | URL
저도 선택 장애`를 가지고 있씁니다. 그래서 아예.... 포기를.. 예를 들면 뭐 먹을까 ? 라고 할 때 선택에 따른 실망이 두려워 저는 무조건 타인에게 고르게 합니다... 훅훅,,,,

samadhi(眞我) 2015-07-14 14:25   좋아요 0 | URL
상대방에게 짐을 떠넘기는 거 옳지 않아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4 14:2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에. 후회하고 있습니다.
 

 

 

 

 







황교익과 백주부 :  집밥에 대한 환상


                                                           어머니는 다행스럽게도 음식 솜씨'가 형편없었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로 요리'를 한다 해도 맛은 항상 평균 이하'였으니까. 으하.  나는 그 사실에.....       감사했다. 왜냐하면 집 밖에서 먹게 되는 음식'은 우리집 집밥 맛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았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 한식대첩 >> 에 나올 수준이었다면 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밥그릇 싹싹 비우는 게 미덕인 사회에서  집 밖에서 깨작깨작거리다가 밥을 남기면 까탈스러운 인간이란 소리 듣기 딱이니 말이다.  사람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자주 " 집밥 " 을 찬양한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어머니와 중노동에 가까운 식당 아줌마'를 비교한다. 식당에서 나박나박 썬 무를 넣고 자박자박하게 조린 < 갈치조림 > 을 먹으면서 집밥을 찬양하다니 " 미틴 거 아니야 ? " 나는 사람들이 입에 침이 고이도록 칭찬하는 " 집밥 이야기 " 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겪은 경험으로 축소해서 말하자면 < 집밥 타령 > 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주류였고, 도시 출신'보다는 시골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집밥 예찬'에는 " 어머니 손맛 " 이라는 해괴한 논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어머니 손맛이 맛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맛집 탐방 오락 프로에 등장하는 손님들이 내뱉는 말과 비슷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카메라 앞에서 " 그 옛날 어머니가 해주던 맛 " 이라고 강조했다. 정말 그럴까 ? 그들이 집밥과 밖에서 먹는 밥'을 분리하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집밥은 어머니가 주체이지만 밖에서 먹는 밥은 아줌마가 주체이다. 여기에는 한국 특유의 << 어머니 찬양과 아줌마 경멸 >> 이 자리하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밖에서 먹는 밥이 맛이 없는 이유는 사랑과 정성의 아이콘인 엄마가 아니라 아줌마가 음식을 한다는 데 있다.  " 옛날 어머니 손맛 " 이라는 해괴한 논리'는 대한민국 남성 중심 사고'가 낳은 착각'이다. 그들이 어머니를 호출하는 이유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 보살핌의 아이콘 " 이라는 데 있다. 그 옛날 기억 속에 어머니는 자신을 보살피는 기계"다. 비오는 날 김치전이 먹고 싶다면 김치전을 뚝딱 내놓고,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고 말하면 먹음직스러운 비빔국수가 나온다. 하지만 이 기억 속에는 절차가 생략되어 있다. 한여름 불 앞에서 땀 흘리며 요리를 하는, 어머니의 무보수 노동 장면이 " 블랙 아웃 "  형태로 통편집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또한 여기에는 집밥이 공짜'라는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이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 공짜는 다, 맛있어요 !  남성 입장에서 보면 " 집밥 " 은 여러모로 환상적인 음식'이다. 그러다 보니 식당에만 가면 집밥 타령이다. 이제 집밥 타령은 그만했으면 싶다. 집밥에 침이 고이더라도 한여름, 불 앞에서 고생하는 아내(어머니)를 생각한다면, 경제적으로 그리 궁핍한 생활이 아니라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외식'을 합시다. 집밥이 곧 사랑이라고 ?  글쎄, 정말 그럴까 ? 집밥은 아내 혹은 어머니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집밥 타령을 하며 침이 고일 때, 누군가는 집밥 때문에 땀을 흘린다. 집밥은 사랑의 결실이며서 동시에 노동의 결실이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5-07-13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곰발님이 남자들에게 하는 말이라면 얼추 맞을 겁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곰발님 주관이 좀 강한 것도 같네요.
사실 식당 아주머니들을 비하해서가 아니라 식당 음식이 정말 별로 맛이 없어요.
물론 개중엔 시골 산중에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한 식당의 음식맛이 의외로 맛있는 곳이 있기도 하죠.
하지만 드물고. 식당 반찬은 평준화된 뭔가가 있어요.
그럼 거의 안 먹거나 욕하면서 먹죠.
그럴 바엔 집밥이 훨씬 나요. 간 조절도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위생도 보장할 수 있고.

백종원이 남자 게스트 4명과 함께 음식 만드는 거 그거 기획이 좋은 거 같아요.
남자들도 음식 만들어 먹어야 한다니까요. 마눌과 같이 만들어도 좋고
언젠가 혼자될 생각해서 자꾸 만들어야 해요.
덕분에 식당에 손님이 줄어도 할 수 없죠. 또 누가 압니까? 식당도 분발할지?
글구 식당 음식 꼭 아줌마가 한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남자 요리사가 하는지 누가 압니까?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4 06:2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전 메인에 집중하느라 반찬은 그닥 신경을 안 쓰는 편입니다.
제 혓바닥이 워낙 초딩 입맛이라... ㅎㅎㅎ.`
예를 들면 갈치조림이면 갈치조림만 신경 쓰지 감자 조림은 신경 안 쓴다는 .....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집밥을 어머니의 상징 정도로 여긴다는 거죠.
사실 집밥에는 여성 노동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stella.K 2015-07-14 11: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곰발님 같은 분을 여자들이 좋아한다니깐요.
요리도 못하면서 입은 고급인 사람 여자의 입장에선 저격대상이죠.

그리고 진짜 제가 말은 저렇게 해도 집에서 음식 만들어 먹는 거 고역입니다.
시간도 많이들고, 재료 사 와야지, 다듬어야지, 씻어야지, 조리해야지...
우리 엄마 세대나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 제 세대만해도 죽음이어요.
엄마가 연로해짐에 따라 음식의 맛도 노쇄해지는 것 같긴한데 그렇다고
뭐라고 할 나이 많은 자식은 없죠.
평생을 엄마에 의해 먹고 살았고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네 엄마는 충분히 존경 받을만 해요.
그래서 식당은 더 많이 발전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전 제 세대에서 알약 하나만 먹고도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그런 비타민제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어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4 11:29   좋아요 0 | URL
혼자 사는 사람은 사실.... 집밥 해먹는 게 비용이 더 듭니다. 4인 가족은 되어야지 집요리가 비용이 적게 들지
이게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큽니ㅏ.

stella.K 2015-07-14 11:32   좋아요 0 | URL
큭, 고쳐쓰는 사이 또 언제 댓글을...
제가 그러지 않았습니까? 제 댓글은 애프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4 17:05   좋아요 0 | URL
마침 글 작성하고 있었는데 댓글이 보여서요.. ㅎㅎㅎ.

마립간 2015-07-1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버거에 대한 명상 http://blog.aladin.co.kr/749915104/7610352

제가 `햄버가에 대한 명상`에서 `fast food의 윤리적 문제는 무엇일까요`라고 댓글을 남겼었습니다.

당시의 제 질문은 ˝`fast food`와 `집밥에 대한 환상`을 통합할 수 있는 (윤리적) 원리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4 11:26   좋아요 0 | URL
집밥을 반드시 어머니`라는 코드와 연결시키려는 게 저는 촌스럽다 생각합니다. 집밥하면 사랑과 정성`을 뜻하는데. 정말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결혼만족도가 최저인 한국주부들이 집밥을 만들 때 사랑과 정성을 듬뿍 담아 만들까요 ? 궁금합니다.

마립간 2015-07-14 14:14   좋아요 0 | URL
파편적인 생각이는 한데,

1) 가사 담당자에게 사랑과 정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연상만 한다면 이는 정당한가?

가사무능력자인 유아, 노인을 제외하고 청장년 남녀의 가사분담이 요구된다면,
2) 경제적 분담도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에게 요구할 수 있는가?

3) 독신 남자가 집에서 혼자 대충 해 먹는 식사는 fast food보다 윤리적인가?

이런 질문들이 연상되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4 17:07   좋아요 0 | URL
남자들이 집에서 대충 먹는 것이나 페스트푸드나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충 차린 음식은 대충 먹잖아요. ( 윤리적 문제는 잘 모르겠네요.. ㅎㅎ )

만화애니비평 2015-07-1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밖에서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 일부러 나가서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밖에서 먹고오는게 편하나,
단지 집에서 먹는건 호주머니가 가볍기 때문이라능..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4 11:27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집밥 타령 하는 이유가 공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겁니다. ㅋㅋㅋㅋㅋ.

samadhi(眞我) 2015-07-1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의 어머니 손맛은 왜곡된 기억도 있으리라 봅니다. 익숙함에 마비된 혀 일수도 있구요. 물론 정말 음식 잘 하는 엄마 일수도 있겠지만 모든 엄마가 음식을 잘 하는 건 아니니까요. 늘 먹던 거라 그 맛이 안 나면 ˝맛 없는 ˝ 음식인 게 아닐까. 저도 최근에 이걸 생각해보고 있었는데요.
저도 요릴 좋아하지만 한결같이 요리하고 싶지는 않고 죽어라 밥하기가 싫을 때가 대부분이어서 외식(배달음식 포함)을 곧잘 합니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집밥이 옛날 집밥값이 아니에요. 산 것도 없는데 장보면 10만원이 훌쩍 넘어가요. 그래서 남편이 오히려 그냥 사먹자고 할 때가 많지요. 밖에서 먹으면 정말 후회할 때가 많은데요 차라리 내가 만드는게 100배 맛있겠다 싶을 때. 수도권에 살 때 정말 맛없는 가짜 맛집이 많아서 하는 수 없이 저도 요리를 시작한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4 14:28   좋아요 0 | URL
맛집으로 알려진 집은 대다수 맛집이 아니더군요..... 뭔가 속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블로그 맛집을 전혀 신뢰하지 않습니다.

samadhi(眞我) 2015-07-14 14:3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오죽하면 입맛 까다로운 제가 맛집 블로그를 쓸까 하다가 구찮아서 말았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4 17:07   좋아요 0 | URL
캬.. 그럼, 알라딘에서 맛집 블로그 함 여십시여..

samadhi(眞我) 2015-07-14 17:11   좋아요 0 | URL
그게 보통 손 많이 가는 작업이 아닌 듯해요. 음식 먹기 전에 사진 찍어 올려서(사진기도 없고 제 핸드폰-베가아이언- 카메라는 구리고 ㅠㅠ) 상호랑 주소 전화번호 지도까지 올려주어야 할테고 수도권에 몇 안 되는 괜찮은 집들 일부러 찾아가기도 그렇구요 ㅋㅋ그리고 아주 비싼 집은 주로 얻어먹어서 ㅋㄷ 열정이 없죠 뭐 20대만 되어도(?) 일부러 그런 짓(?) 할 텐데

기억의집 2015-07-18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여기서 덧붙이자면 저의 친정모는 그 옛날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떠들어 대는 사람들을 싫어해요. 그 옛날엔 지금과 같은 식재료가 없는데 무슨 옛날을 들먹이냐고! 먹을 게 없던 시대라 닭 한마리를 없는 양념에 고아도 맛이 있던 시대라 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19 15:13   좋아요 0 | URL
배고픔의 맛이라고나 할까요. 옛날 통닭구이 옛날에 먹었을 때 그 환장할 맛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데 지금은 맛이 없어 안 먹습니다. 어머니 손맛은 가난의 맛인데 굳이 그 가난의 맛을 찬양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환상이죠. 가난한 맛, 어머니 손맛. 이런 것은 모두 가난한 맛입니다. 우리 동네 맛집으로 나온 집 보니깐 손님들이(말이 손님이지 아르바이트.. ) 옛날 어머니 손맛`이라며 칭찬하던 곳으 보니까 사람이 못 먹는 재료 써서 정지 당한 곳도 있더군요. 닭내장을 카아비트`로 담근 후 씻었더군요. 그집이 티븨 프로에 나올 때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어렸을 때 먹던 닭내장탕이라고..... 문 닫았습니다. 그 옛날 어머니 손맛을 재현했던 집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