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과 문창과



                              문단의 어,    어어어르신'인 황석영이 " 오늘날 한국 문학이 이 꼴이 된 것은 문예창작학과 때문 " 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모양'이다. 쉽게 요약하자면 소설가는 삶의 현장을 < 발 > 로 뛰어다니며 눈'으로 본 것을 글을 써야 하는데, 요즘 문창과 출신들은 책상머리 앞에서 < 손 > 으로 머릿속 상상'을 글로 쓴다는 소리'이다. 문창과에서 기술은 배웠으나 철학은 배우지 못하니 깊이'가 없다는 소리. 틀린 말 없다, 맞는 소리'다. 하지만 표적이 틀렸다. 문창과를 중심으로 한 문단 시스템(문창과 교수가 문예지 편집위원과 문학상 심사위원 그리고 상아탑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 남진우와 권혁웅을 보라 !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삼권분립'이 필요하지만 문창과 시스템은 삼권합일'에 가깝다. 이들의 공통점은 문창과 교수이면서 시인 혹은 소설가이면서 평론가'이기도 하다. 등단 작가들이 내놓는 작품들이 다 고만고만한 이유는 그들이 고만고만한 작품을 쓰기 때문이 아니라 고만고만한 문단 어르신들이 고만고만한 작품만 뽑기 때문이다)을 지적해야지, 그것을 문창과 출신 작가'로 한정하는 순간 < 원인 > 과 < 결과 > 를 혼동하게 된다. 문창과 출신 작가의 작품은 문창과를 중심으로 한 문단 시스템이 만든 결과'이다. 그런데 황석영은 결과를 원인으로 분석한다. 황석영의 말에 권혁웅은 욱했지만, 그가 과연 그런 자질이 있나 싶다. 문창과 졸업생(재학생)이 황석영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카르텔의 중심에 있는 남진우나 권혁웅이 그런 쓴소리를 할 자격이 있나 묻고 싶다. 내가 보기엔 리얼리즘 문학에 대한 지나친 맹신과 리얼리즘 문학만이 순문학의 정점이라고 믿는 과신'이 한국 문학의 몰락'을 가져온 것은 아닐까 싶다. 황석영 말대로 피와 땀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면 깊이가 없다는 소리'는 장르 문학을 그가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다. 발로 뛰지 않아도 된다. 손으로 글을 써도 된다. 문학이 가벼우면 안 될 까닭이라도 있을까 ? < 예술영화 > 와 < 상업영화 > 는 상극이 아니다. 상업 영화는 영화 산업을 지탱하게 하는 자본이고, 그 바탕 아래 예술 영화'는 탄생한다. 만약에 영화 산업이 무너진다면 예술 영화'는 의미가 없다. 대만 영화를 보면 답이 나온다. 관객들이 자국 영화를 외면하자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대만 영화는 세계적 명감독'을 많이 양산했지만 그들이 만든 영화는 자국 내에서 상영되지 못한다. 차이밍량이 만든 영화는 그저 세계 영화제'에서나 상영될 뿐이다. 그가 어느 자리에서 울먹이며 말했던 고해'를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학이라고 다를까 ? 문학의 상업성은 문학의 진정성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발로 글을 써야 하는 문학도 있고, 손으로 글을 써야 하는 문학도 있다. 그 사실을 황석영은 모르는 모양이다. 이제는 육체의 체험보다 머릿속 상상'이 문학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되었다. << 반지의 제왕 >> 과 << 해리 포터 시리즈 >> 를 보라. 그리고 멀리, 세르반테스의 << 돈키호테 >> 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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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5-09-12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 구구절절..!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23:00   좋아요 0 | URL
에헴...

stella.K 2015-09-1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근데 이게 답니까? 뭐 좀 더 하실 말씀이라도....?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19:46   좋아요 0 | URL
댓글 달달가 답답해서 그냥 올린 글이니... 아마도 더 할 말이 많겠지만.. 지금 야구를 봐야해서요.. ㅎㅎ

stella.K 2015-09-12 19:5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역시 곰발님!ㅋㅋㅋㅋㅋ

수다맨 2015-09-1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게 문창과 탓이야˝라고 말하는 황석영이나, ˝문창과 만큼 열성과 순정을 갖춘 집단도 없어˝라고 말하는 권혁웅이나 제가 보기에는 도찐개찐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문창과가 영양가 없는 글들이 태동하는 온실에 불과ㅡ저 역시 황석영의 주장에 부분적으로는 공감하고 동의합니다ㅡ하다면, 그런 문창과의 무분별한 양산을 막으려는 노력을 두 사람이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저 두 사람은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황석영의 말에 올바른 사리 분별과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면, 권혁웅의 말에는 도무지 자기 소속(문창과)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 둘을 함께 놓고 보니, 책임과 반성이 두루두루 부족한 창비의 백낙청 교수가 생각나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23:00   좋아요 0 | URL
권혁웅은 전형적인 내집단편향이죠. 수다맨 님 말씀대로 도긴개긴...
황석영 말이 맞긴 하죠. 다 그 게 그 작품 같은 거.. 이건 독자인 제가 봐도 다 비슷합니다.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쓰는 것... 뭐, 할 말이 없군요..

2015-09-13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2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5-09-13 03:00   좋아요 0 | URL
저도 성큰옹 스타일 좋게 볼 수가 없어요. 응징야구. 선수들 인권이라고는 껌처럼도 여기지 않는 독재자. 야수들보다 투수들 걱정이 많이 됩니다. 애들 죄다 어깨 망가지고 수술하고 선수생명 끝나게 만드는 고교야구감독. 이기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하는 야구. 저는 뭐든 재미없는게 싫어요. 특히나 운동경기는 재미로 보는데...

예전에 성큰옹 때문에 SK가 슥충이로 불리며 공공의 적이 되었죠. 지금은 삼성이 공공의 적이지만. 재미없는 야구의 표본.

기아 감독으로 오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김기태가 머리는 나빠도 선수들을 이뻐하니 그거 하나만 잘해주면 좋겠어요. 작전같은 거 안 쓰고 그냥 애들 기운만 북돋아주면...

하여간 저는 권위적인 어떤 것도 딱 싫어요. 성큰옹은 권위 그 자체지요. 그 수비 잘하는 정근우마저 한번 실수했다고 빼버리고. 애들 기란 기는 다 죽이는데 선수들 얼마나 죽을 맛일지... 한화선수들 정말 짠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3 10:30   좋아요 0 | URL
비열야구의 대명사죠.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야구 보면서 1회에 선수교체하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부상이라면 이해가 가는데 그냥 바꾸더군요.
그리고 이 감독은 질책성 선수 교체가 너무 많습니다. 에러 하나 범하면 바로 그 순간 선수 교체..
저번에는 폭스 헛스윙 삼진 당하자 다음 수비 때 선수 교체...
이 얼마나 모욕적입니까...

저런 사람은 야구계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합니다. 자기가 감독으로 있을 때 실적만 올리려고
선수 어깨는 생각지도 않고.... 재수업습
 
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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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이 없는 밤'을 상상하라




※ 이 리뷰는 출판사 보도 자료에서 제공하는 스포일러 수준 이내'에서 스포일러를 제공하고 있으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마지막 단추도 제대로 채울 수 있는 법이다.  소설의 첫 문장도 이와 같은 모양이다. 소설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소설을 쓸 때 제일 고심하는 부분이 < 첫 문장 > 이라고 고백한다. 김훈은 << 칼의 노래 >> 에서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을 쓸 때 < 꽃은 피었다 > 과 < 꽃이 피었다 > 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반대로 영화는 < 끝 장면 > 이 중요하다. 독자가 첫 문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관객은 끝 장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독자와 관객의 차이'이다. 어떤 영화가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훌륭하다고 해도 마지막 장면이 지나치게 엉성해서 용두사미로 끝나면 관객은 아쉬움과 함께 배신감을 느끼고는 한다.

똥 싸다가 만 느낌 ?  와와, 로 시작한 탄성이 우우, 로 끝나는 경우다. 영화는 소설과는 달리 첫 장면(첫 문장)이 허술해도 마지막 장면(마지막 문장)이 뛰어나면 그 전까지의 불만은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내게는 막스 오필스 감독이 1948년에 만든 <<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 [ LETTER FROM AN UNKNOWN WOMAN ] >> 가 그런 경우였다. 나는 영화 속 이야기에 동화되었다기보다는 막스 오필스의 " 유령처럼 떠다니는 카메라 " 의 움직임에 감동했을 뿐이었다. 명성대로 카메라는 한때 탱고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이제는 늙어버린 댄서의 " 우아한 발놀림 " 처럼 아름다웠다. 중장비에 가까웠던 촬영 장비(과장을 보태자면 1940년대 카메라는 코끼리처럼 무겁고 덩치가 컸다) 를 생각하면 막스 오필스가 끌고 다니는 카메라는 카나리아 새처럼 가벼워 보였다.

하지만 나이 서른을 넘긴 조앤 폰테인'이 열세 살 소녀'를 연기하며 혀 짧은 목소리를 내다 보니, 그 아무리 절세미인이라 해도 영화 속으로 쉽게 몰입할 수는 없었다. 웃을 때마다 눈가에 주름이 잡히는 열세 살 꼬마'라니 ! 그러나 마지막 장면'은 실망을 환희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막스 오필스는 마지막 장면을 원작(슈테판 츠바이크)에는 없는 장면으로 채웠는데, 이 설정이 화룡점정'이었다. 그는 원작이 단순한 순애보가 아니라 복수극이라는 사실을 간파했고, 핵심을 꿰뚫었으며, 결국 멋지게 성공했다. 시즌 내내 저조한 성적으로 비난을 받았던 야구 선수가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만루 홈런 한 방으로 영웅으로 등극하는 경우라고나 할까 ? 우우, 했던 내 심장은 어느새 와와, 했다.

스티븐 킹 소설집 << 별도 없는 한밤에 >> 를 손에 넣자마자 펼친 페이지'는 순서상 첫 번째 중편 << 1922 >> 의 첫 페이지 11쪽'이 아니라 작가의 말이 수록된 597쪽이었다.    그렇다, 이 소설집은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할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일'은 책 마지막에 수록된 3쪽짜리 < 작가의 말 > 부터 읽는 것이었다.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5분 후에 도착 예정이므로 이보다 더 알찬 계획은 없을 듯 싶었다. 예상은 국가대표 양궁 선수가 쏜 화살처럼 적중했다. 3쪽짜리 < 작가의 말 > 을 다 읽자마자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 안에서 곰곰 생각했다. 김치 없이 라면을 먹는 것보다는 킹 없이 밤을 보내는 게 더 힘들지.......

에둘러 말하지 말고 서둘러 말하자면 : 이 책에 대한 값어치는 책 마지막 3쪽 분량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버스정류장 벤치'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읽은 < 마지막 3쪽 > 은 막스 오필스가 정성스럽게 찍은 마지막 3분과 같았다. 다시 말해서 작가의 말을 읽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을 읽지 않아도 이미 본전은 뽑은 것이다. 책 부록처럼 마지막 페이지에 삽입된 " 작가의 말 " 은 대부분 수상 소감문처럼 형식적이고 상투적이어서 전자 제품 사용 설명서를 읽는 느낌이 들지만,  이 책에 수록된 작가의 말은 재미있어서 낄낄거리게 된다. 그러니까 전자 제품 사용설명서를 읽으며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한테서 작품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습관처럼 농담이나 우스운 일화를 들려주고 넘어가곤 한다( 그런 얘기를 믿으면 안 된다. 소설가가 털어놓는 자기 이야기는 절대 믿으면 안 된다.)

- 작가의 말, 닫는 글 中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가 독자에게 자주 소개했던 일화도 어쩌면 그가 꾸민 농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들려준 일화를 (왕창) 각색해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미국 플로리다의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고르던 스티븐 킹'을 알아본 할머니가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 난 당신을 알아요 ? 스티븐 킹 씨죠 ? 무시무시한 공포 소설을 쓰는 사람 말이에요. 맙소사 ! "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고 한다. " 나는 심장이 약해서 말이우. 당신이 쓴 공포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심장이 벌렁벌렁거려서 항상 잠자리가 뒤숭숭하다오. 그래서 다음에는 < 쇼생크 탈출 > 같은 책으로 마음을 다스린다오. 칠리 소스가 뿌려진 멕시코 요리를 먹고 난 다음에는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야 하듯이 말이우. " 귀가 솔깃해진 킹이 < 쇼생크 탈출 > 도 자신이 쓴 책이라고 웃으면서 말하자 할머니는 그 사실을 끝끝내 믿지 않았다고 한다. " 이보슈, 작가 양반 ! 이 늙은 노인네를 놀리는 거유 ? 달달한 푸딩 같은 소설을 당신이 썼다는 거요 ? "

스티븐 킹이 자주 거론하는 에피소드'이다. 이 일화를 믿든 안 믿든      " 그런 얘기를 믿으면 안 된다. 소설가가 털어놓는 자기 이야기는 절대 믿으면 안 된다 "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판사 보도 자료에서도 지적했듯이 스티븐 킹 소설의 정점은 중편 소설이다. << 사계 >> 라는 이름으로 묶인 중편 소설 4편은 하나같이 모두 걸작이다. 놀라운 사실은 스티븐 킹이 보기에 4편의 소설(봄 - 리타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여름 - 우등생, 가을 - 스탠 바이 미, 겨울 - 호흡법)은 단편도 아니고 장편도 아니어서 쓰레기통에 버릴까 하다가 편집자의 요구에 의해 한 권으로 묶어서 출간했다고 한다. 맙소사, 이 고백은 한국의 수많은 소설가 마음 속에 " 열불 " 을 지를 만한 고백이 아닌가 ? 

마치 비만 클리닉 대기실'에 옹기종기 모인 환자 앞에서  " 저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쪄서 고민이에요 ! "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시바.    배부른 사람 앞에서 배부른 소릴 하고 자빠졌으니 !   오죽했으면 소설가 장정일이 < 독서일기 > 에서  << 사계 >> 를 언급하면서 "   스티븐 킹이  이 단편을 쉬어가는 의미에서 쓴 작품이라면 한국의 작가는 다 죽어야 한다." 며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고 말했을까.  또한 단편집 << 스켈리톤 크루 >> 중에서 유일하게 200페이지 분량인 < 미스트 > 도 기똥차게 재미있는 소설이다(미스트와 모비딕).  그가 1000페이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분량을 절반으로 확 줄인다면 작품마다 희대의 걸작이 탄생할 것이 분명'하다.


킹의 기준에 의하면 270페이지 분량인 << 스탠 바이 미 >> 나 3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 우등생 >> 같은 경우는 결코 장편이 될 수 없다. 중편을 장편으로 포장해서 책을 파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그러다 보니 글에 군더더기가 붙기 시작한다. 스티븐 킹이 잇속에 밝은 장사꾼이었다면 한 권으로 묶인 소설집 << 사계 >> 를 4권의 장편소설로 출간해서 인세를 받아먹었겠지만 그가 보기에 그런 짓은 고객을 호갱으로 보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에게 중편을 장편으로 포장해서 파는 짓은 내용(과자)은 별로 없고 질소만 가득 찬 과자 포장지 같은 짓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출판 문화'를 생각하면 이런 짓은 멍청한 판단이다. 원고지 분량으로 따지자면 100페이지도 안 되는 << 칼의 노래 >> 를 2권짜리 소설로 내놓는 한국의 출판 문화를 생각하면 말이다.


나는 가끔 < 질소 충전 과자의  과대 포장 상술 > 에 대해 출판사 사장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질소 충전 과대 과자 포장지와 중편을 장편이라고 우기거나 분권해서 파는 상술의 차이를 말이다. 됐고 ! 뭐 그렇다고 1000페이지를 넘긴 스티븐 킹 소설들은 걸작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올시다. 단언하건대 소설집 << 별도 없는 한밤에 >> 는 전성기였던 7,80년대를 지나 90년대 이후에 쓴 작품 가운데 최고 걸작'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소설집은 3편의 중편 << 1922 >> , << 빅 드라이브 >> , << 행복한 결혼 생활 >> 과 1편의 단편 << 공정한 거래 >> 로 구성되었다. << 1922 >> 는  < 쇼생크 탈출 > 에서 늙은 사서 브룩스의 " 프리퀼 "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쥐 모티브'는 단편 << 맹글러 >> 에서 빌려온 설정'이다. 이 소설집에서 최고 걸작은 단연 << 1922 >> 다. 이 작품은 그를 두고 " 공포소설의 제왕 " 이라고 규정한 프레임이 얼마나 얼토당토않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유령이 등장하지 않고도 킹은 맛깔나게 글을 써내려간다. 그는 뱀파이어나 좀비 없이도 관객 똥구멍을 쥐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 문학판 대장항문외과 의사 " 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그는 < 공포소설의 제왕 > 이 아니라 이야기꾼으로서 < 소설의 제왕 > 이라 할 수 있다. 반면 <<  빅 드라이브 >> 는 전형적인 스티븐 킹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여성 추리소설가'이다.  주인공 테스는 미스테리/스릴러 장르가 가지고 있는 법칙을 조롱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법칙 안에서 소설은 작동한다. " 소프트 " 한 코지 미스터리 장르 작가는 현실에서는 " 하드 " 한 방식으로 복수를 감행한다. 반면 단편 << 공정한 거래 >> 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거래'라는 줄거리에서 " 파우스트 " 를 떠올리게 하지만, 킹은 독자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배신한다. 이 소설에 반전은 없지만 반전이 없다는 점에서 진정한 반전'이다. 끝으로 << 행복한 결혼 생활 >> 은 16년에 걸쳐 무려 열 명을 살해한 실존 인물 데니스 레이더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인데, 킹이 관심을 보인 부분은 연쇄 살인마 데니스 레이더'가 아니라 그와 34년을 함께 산 폴라 레이더'였다. 행복한 가정 생활을 꾸렸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중년 여성이 어느 날

남편이 그 유명한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에 촛점을 맞춘 소설이다. 소설은 킹답게 흥미진진하며 빠르게 진행된다. 이 소설을 읽는 도중에 하, 하하하품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배, 배배배신이다. 내가 스티븐 킹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궁금한 것은 " 글 쓰는 속도 " 다.  그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다. " 킹도리코, 쓰는 기계 " 다. 참고로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필명으로 쓴 370쪽짜리 장편 << 런닝맨1 >> 은 72시간 만에 완성한 소설이란다. 놀라지 마시라. 그 당시, 그는 낮에는 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썼다고 한다. 물론 자상한 남편이었던 그는 쓰레기 분리 수거도 하고 아이들 똥 기저귀'도 갈아주었으리라. 오, 주여 !

 




 

  1. 실제로 이 시기'에 스티븐 킹은 약물 중독자'였다. 정신줄 놓은 상태에서 이 소설을 썼으나 정작 본인은 이 작품을 썼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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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5-09-1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고교 겨울방학 때 국도극장에서 러닝맨, 보면서 내용은 참 재미진데 연출과 배우(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영.. 그럼서 봤습니다. 그 또한 스티븐 킹 원작이었군요. 정말 신들린 쓰기 머신인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1 17:13   좋아요 2 | URL
런닝맨 내용이 기똥차잖아요. 영화는 개판이지만....
이걸 3일 동안 썼다고 합니다. 평단에서는 재능있는 신인 작가의 탄생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는....
그냥 솔까말 타자 치는 데에만 일주일은 걸리겠습니다. 미친 작가임돠..

[그장소] 2015-09-1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신발이 내린 글을 읽고 갑니다.즐거운 글을 읽으면 그런 글이 탄력받아 나오게 되는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10:10   좋아요 2 | URL
신발`에서 한참 고민했습니다. 신는 신`인 줄 알고 말입니다.
ㅎㅎㅎㅎㅎㅎ 재미있케 읽으셨다니 다행이군요......

[그장소] 2015-09-12 11:01   좋아요 0 | URL
신빨~보통 그분이 오셨다...하지요?!^^;; 담부턴 진동이라도 울리고 오라고...미리 전언을 좀 넣도록 하..(응?)아..제가 쓴글이 아녔죠..참!!!^^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16:20   좋아요 1 | URL
제가 한글 맞춤범에 불만인게 바로 이런거죠. 신:발 하면 그 느낌이 안 나잖아요. 신빨... 옷빨.. 이래야 그 빨의 느낌이 확 나는데... 옷발 신발이라니.. 국어국립원에 심히 유감입니다. ㅎㅎ

cyrus 2015-09-11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킹이 아내를 잘 만나서 성공한 케이스이기도 하죠. <캐리> 원고지가 쓰레기통에 있는 걸 킹의 아내가 다시 써보라고 했는데, 그게 대박이 났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10:11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만약에 아내가 버렸으면 아마... 포기했겠죠 ? 어디서 계속 학생들이나 가르쳤을 것 같습니다. 글구보면 참 가정적이에요. 킹 말입니다.

samadhi(眞我) 2015-09-11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처럼 글쓰기왕 이네요. 같은 24시간을 이렇게 알차게(?), 전부를 쓰는 사람이 있어서 빈둥거리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10:11   좋아요 0 | URL
이번 소설집 읽어보세요. 무척 재미있습니다. 어찌나 찰지게 글을 잘 쓰는지...
장르적 속성을 감안하고 보시면 재미있습돠..

2015-09-11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2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2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2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5-09-11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띠, 스티븐 킹의 소설들을 누가 처분했는지 저번에 간 헌책방에 잔뜩있더이다. 분명 이 책도 있었을 거라 사료 되는데, 못 산게 한이됩니다. 좀더 일찍 페이퍼를 써주시지...ㅜㅜ

이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을 검색을 뺀질나게 해서라도 손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찰진 리유 감사합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10:14   좋아요 1 | URL
이 책 워낙 딲ㄴ 따끈한 신작이라... 없을 걸요? ㅎㅎㅎ
알아야 눈치 챈다고.... 비싼 책을 알아보는것도 결국은 시간과 노동의 결실 아니겠습니까.
법정 스님 그 시리즈 전권 구매했다는 소리에 얼마나 배가 아프던지.. ㅋㅋㅋ

[그장소] 2015-09-12 11:04   좋아요 0 | URL
왜요..법정스님과 스티븐 킹 소설..저는 동급으로 놓을 작정 입니다.^^
가슴에 새길 말이 꼭 궁서체에서만 나오란 법은 없으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16:22   좋아요 1 | URL
전 헌책방에서 전집 갖춰진 거 보면 평소 안 읽는 분야라고 묘하게 사고싶더라고요.... 헌책방의 전집`은 뭔가 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뭔가가 있습니다요.

[그장소] 2015-09-12 19:01   좋아요 0 | URL
뭐..헌책방 뿐입니까? 나란히 줄서있는 내집의 책을 제외한 남의 책들은 전부~!!군침거리..아닙니까요??^^;; 스읍~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2 19:48   좋아요 1 | URL
하긴... 그렇죠... ㅎㅎㅎ. 남의 책장 보는 게 취미인데 거들떠도 안 보던 책을 남의 책장에서 보게 되면
괜히 나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양이라디오 2022-04-08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별점 5점 주신 거 보고 이 책 재밌게 읽었습니다ㅎ 정말 계속 느끼는 거지만 스티븐 킹은 대단합니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 -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돌베개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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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이여,  엿이나 먹어라 !

 





                                                                             좋은 영화'는 다양한 해석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블레이드 러너, 1980 >> 는 걸작'이다. 좌파적 상상력'으로 이 영화를 재구성하자면 : 지구를 벗어나 행성으로 쫒겨난 리플리칸트(Replicant)는 철거 용역에 의해 쫒겨난 철거민 혹은 이주노동자'처럼 보인다. 리플리칸트는 인간이 꺼려하는 3D직종'에서 일을 하도록 고안된 < 인조인간 > 으로 내구연한'은 4년이다.  그들은 < OFF-WORLD > 에서 디피컬트하며 Difficult, 더티하고 Dirty, 데인저러스한 Dangerous 일을 한다. 여기서 " 오프 월드 " 는 슬럼화된 지구를 벗어나 새롭게 건설된 신도시(신행성)이다. 예를 들면 " 두바이 " 같은 곳이다.

( 할리우드 주류 백인 중심 사회'에서 보자면 ) 슬럼化된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시아계 빈민이거나 마약 중독자 혹은 장애인'로 구성된 것을 보면 오프 월드1라고 불리는 행성'은 상류층'을 위해 건설된 타워펠리스(신행성)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부자를 위한 동네'는 값싼 노동력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타인의 노동을 소비할 뿐 생산하지 못하는 그들은 99칸짜리 방을 소유한 대저택의 주인이지만 정작 주인 시중을 드는 필리핀 가정부'는 지붕 위 닭장 같은 헛간에서 잠을 잔다. 영화 속 리플리칸트'는 부자를 위한 행성'에서 허드레꾼으로 전락한 이주노동자'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ON-WORLD에서 쫒겨나 OFF-WORLD에서 막일로 살아가는 도시 빈민인 셈이다.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 멀리 볼 것 없다.

악랄한 원주민 정책을 펼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 갑 > 이다. 마이크 데이비스의 << 슬럼, 지구를 뒤덮다 >> 라는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살인적인 원주민 정책을 비판한다.



근대 올림픽은 특히나 어두운, 그러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나치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노숙자들과 슬럼 주민들을 베를린 지역에서 무자비하게 쓸어버렸다. 이후 멕시코,아테네, 바르셀로나 등의 올림픽에서도 도시재개발 및 강제퇴거가 수반되었다. 가난한 주택소유자, 스쿼터, 세입자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적 진압이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이루어진 것은 단연 1988년 서울 올림픽이었다. 남한의 수도권에서 무려 72만 명이 원래 살던 집에서 쫒겨났다. 한 가톨릭 NGO는 남한이야말로 " 강제퇴거가 가장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이루어지는 나라, 남아공보다 나을 것이 없는 나라 " 라고 했을 정도다.


- 슬럼, 지구를 뒤덮다 142 쪽 중


영화 << 블레이드 러너 >> 를 사회주의자의 " 좌파적 똘끼 " 로 보면 리플리칸트'는    토건족의 불도저'에 밀려서 고향인 지구'에서 쫒겨난 원주민이요, 철거민'이다.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하여 고향을 등지고 멀고 먼 타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팬트하우스 지붕 위 닭장 같은 헛간에서 잠을 자는 이주노동자'다. 하지만 로이를 필두로 한 4인의 리플리칸드는 다시 지구로 잠입힌다. 무리 가운데 우두머리인  로이'가 찾아가는 타이렐社 펜트하우스2는 철거 예정 건물 세입자가 오른 용산 망루를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모두 집주인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간다. < 용산 망루 > 에 올랐던 자영업 노동자도, 로이도 어쩌면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 쫒겨나지 않을 권리 "  에 대해 말이다.

로이가 집주인'인 임대업자 타이렐'에게 " 더 살고 싶단 말이야, 이 씨댕아! " 라고 고함을 쳤을 때, 나는 < 살다 > 라는 단어가 < LIFE > 가 아닌 < LIVE > 로 들렸다. 남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 비극은 내 가족과 이웃의 일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국민은 " 리플리칸트 " 가 되어 갔다. 상위 2%이 재벌'이 부를 독점하고 중산층은 붕괴되어 하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국가와 결탁한 자본 세력은 상류층을 위한 도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도시 계획'이란 이름으로 원주민을 쫒아내려 하고, 원주민은 살던 곳'에서 쫒겨나지 않으려고 반항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새드 무비'다. 공권력은 기득권의 창이지 가난한 자의 방패가 아니지 않은가 ! 결국 리플리칸트는 외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가가 원주민이 살던 곳에서 동네 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세입자를 내쫒았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 가난이 만들어내는 이윤 " 을 창출하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르주아의 사려 깊은 탐욕이다. 가난이 만들어내는 이윤에 대해서 프랭크 스노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19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도시 주민들은 가난해졌는데 집세는 5배가 증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1m² 당 집세가 가장 비싼 방은 슬럼에서 가장 열악한 곳이었다. 가장 열악한 방들은 절대적인 임대 비용이 가장 낮았기 때문에 수요가 가장 많았던 것이다. 불행히도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슬럼 숙소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임대료 상승은 지불 능력이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 가장 가혹해졌다.


- 슬럼, 지구를 뒤덮다 112쪽

임대업자 입장에서 보면 빈민이 많아질수록 임대료는 오르게 되니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인 셈이다. 빈민의 똥구멍에서 콩나물이라도 착취할 태도다. 그들은 이 이윤을 바탕으로 도시 외각에 그들만의 오프 월드'인 비버리힐스, 오렌지카운티, 롱비치 따위를 건설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캘리포니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그곳은 도시라기보다는 테마파크에 가깝다. 그리고 도심에서 쫒겨난 원주민은 오프 월드에서 허드레꾼으로 전락하게 된다, 영화 속 리플리칸트처럼 !

< 헐 > 이라는 부사는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굳이 뿌리를 따지자면 < 헉 > 에 가까운데, < 헉 > 이 놀라울 때 보이는 반응이라면 < 헐 > 은 어이없을 때 보이는 반응에 가깝다. 방구가 잦으면 똥을 싼다고 했던가. 어이없는 일이 너무 많아 < 헐 > 을 남발하다 보니 결국에는 어, 어어어어어 하다가 < 헬 > 이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 국호는 < 헬조선 > 으로 변경되었다.  쌍팔년도 이야기도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마당에, 창비 표기법으로 기술하자면 씹질세끼(17C)혹은 씨팔세끼(18C)로 퇴행한 " 헬조선 " 은 더 이상 치유가 불가능한 상태처럼 보인다.  이제 "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 는 믿음은 지나가는 민들레에게 줘야 한다. 어쩌면 그 순진한 믿음이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정의는...... 어쩌다 가끔 승리한다. 그게 진리'다.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가 지적한 것처럼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국가가 관심을 가지는 부류는 최상위 부유층이다. 국가는 그들의 이윤에 봉사할 뿐이다. 당신은 최상위 부유층을 위해 허드렛일을 하도록 설계된 리플리칸트다.  그들이 청기 올리라고 하면 청기 올리고 백기 내리라고 하면 백기를 내려야 한다. 만약에 당신이 깃발 명령자에게 젊은 여자가 어디서 초면에 반말이야, 며 대들면 데커드 형사( 해리슨 포드 )가 나타나 당신 뒤통수를 저격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헬 오브 지옥'이다 ■




  1. 영화에서는 인간이 새로 건설한 행성을 " 오프 월드 " 라고 지시한다.
  2. PENT HOUSE는 옥상 가옥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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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09-06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 선배가 공노비할거냐 사노비할거냐 물었던 적이 있었죠. 우리는 결국 노비가 되기 위해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고...

공산사회는 결국 이상이고 이상은 이뤄질 수 없어서 이상이라는 말을 실감해요.

박정희가 농민들을 전부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게 만든 주범이지요. 그 이후로 국민의 동의어가 빈민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7 15:56   좋아요 0 | URL
결국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군요. 가끔 도시 걔발의 나쁜 예를 다룬 책에서 보면 항상 서울이 좋은 본보기로 나옵니다. 이럴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럼... 데이비드 하비의 책에서도 서울을 들어 악랄한 도시 개발이라고..... 하튼... 유명한가 봅니다.

붉은돼지 2015-09-0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커드도 리플리컨트라죠 아마...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7 15:54   좋아요 0 | URL
여러 버전이 있는데 다 찾아서 보았습니다. 한 극장에서만 3번 넘게 본 것 같군요. 디렉터컷 극장 개봉, 나머지는 영화제 등등.. 확실히 데커드도 리플리컨트`입니다. 사실 철거민 내쫒는 용역 깡패도 대부분 빈민 출신이죠...

라나에 2015-09-08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블로그 그만두신다 하여 그런가 했는데, 돌아오실 괜찮은 계기가 있었나 봅니다.
어쨌거나 다양성으로 북적이는 서재 환영!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1 16:34   좋아요 0 | URL
뭐 계기가 있었겠습니까... ㅎㅎㅎ 하여튼 고맙습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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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 설탕 팍팍, 소금 듬뿍, 기름 넉넉


                                                                  이런 말을 하면 욕을 먹겠지만 : 내가 보기엔 셰익스피어보다 뛰어난 작가는 스티븐 킹'이다.  그가 " 개똥에 쌈 싸 드셔 ! " 라거나 " 바셀린 잔뜩 바르고 오른손으로 딸딸이나 치셔 ! " 라고 말할 때마다 독자로서 키득키득거리며 웃게 된다. 교양머리 없는 노인네, 여전하시구나 ! 잔머리나 굴리는 교양 소설 작가'보다는 차라리 교양머리 없지만 솔직한 작가'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 찰스 부카우스키(찰스 부코스키를 요즘은 찰스 부카우스키'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쁘지 않다. 이름이 길면 길수록 뭔가 러시아 작가 혹은 추운 나라에서 온 작가 냄새가 나서 그렇다. 릴케라는 이름보다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고 길게 부를 때 느끼게 되는 어감 따위를 좋아한다. 뭐, 개인적 취향이다)

 

또한 셰익스피어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의 일기(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를 보면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백에 어느 독자가 분노에 찬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 편지'에 대한 반응은 역시 찰스 부카우스키답다. 그는 일기'에 이렇게 적는다. " 야, 좆까. 그리고 난 톨스토이도 좋아하지 않아 ! " 교양이 철철 넘치는 독자는 찰스 부카우스키와 스티븐 킹의 천박한 저잣거리 입말(비속어)을 거론하며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속어'를 남발한다고 해서 작품성이 없다고 한다면 같은 논리'로 셰익스피어 작품도 형편없는 문학'이라고 지적해야 한다. 셰익스피어야말로 작품 속에 비속어를 남발한 대표적 작가에 속한다. 오죽했으면 셰익스피어 비속어 사전'이 출간되었을까 ? 이름부터가 프로이트의 범성론적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 SEX/FEAR " 라니 !  하여튼 취향의 문제이겠으나, 나는 SEX/FEAR'보다는 KING이 좋다.  이름부터 근사하다. 킹 !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王씨 성을 얻었을 것이다. 스티븐 왕 ?!  뭐니 뭐니 해도 내 기준에 소설의 미덕은 " 재미 " 다.  < 재미 > 를 천박한 대중소설의 하찮은 날파리'따위로 치부한다면, 당신은 8월 무더위 속에서 제임스 조이스 장편소설 << 율리시즈 >> 를 읽고 나서 A4용지 20장 분량의 리포터를 제출하느라 엉덩이에 땀띠가 나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 " ....... 시바, 소설은 역시 재미야 ! "  쓰는 기계1, 스티븐 킹이 내놓은 신작 << 미스터 메르세데스 >> 는 그가 최초로 선보인 추리소설'이란다(나는 그가 공포 소설 작가'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처음 도전한 장르에서 에드거 상'을 수상했으니 교양머리 없는 싸구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재능의 스펙트럼이 어디까지인지가 궁금하다. 스티븐 킹'에게 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4,5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 나는 킹이 파놓은 함정을 간파했다. " 제목이 미스터 메르세데스(살인자 별명이다)인 걸 보면, 범인은 여성이군 ! "  왕 영감, 감이 옛날만 못하십니다.  하지만 내 추리는 다음 페이지'에서 산산조각난다.  범인은 남자'다. 더군다나 이 소설은 시작부터 범인을 노출시킨 채 진행한다.  킹도 나처럼 어리석은 돌팔이 독자'를 염두에 둔 듯하다. 그는 이렇게 쓴다.

 

호지스(은퇴한 형사 반장)는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사실은 미즈 메리세데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원칙적으로는 가능하고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이라면 깔끔한 해답이 될 수 있지만 이건 현실이다

- 460​ 쪽

 이 소설은 트릭이 정교하거나 반전이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트릭이 정교하거나 반전이 뛰어난 추리소설'보다 재미있다. 킹은 트릭과 반전 대신 미스터 메르세데스'라 불리는 범인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읽다 보면 뚱땡이 은퇴 형사'에게도 동정이 가고, 미스터 메르세데스'에게도 동정이 간다. 참신한 소설을 쓴 작가는 참신한 작가'다. 기발한 소설을 쓴 작가도 좋은 실력을 가진 기발한 작가'다. 하지만 매 작품마다 참신한 소설과 기발한 소설을 쓰는 작가는 거의 없다. 참신한 소설로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가 진부한 소설'을 쓰다가 결국에는 나자빠지는 경우는 흔하다.  트루먼 카포티처럼 말이다.

스티븐 킹은 진부한 내용(캐릭터)를 가지고 참신하게 쓸 줄 아는 재능을 가진 작가'다. 가늘고 길게 살겠다(쓰겠다)는 쩨쩨한 심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매 경기'마다 전력 투구하는 강속구 투수이기보다는 대충 던져서 맞춰 잡는 투수에 가깝다. 한 작품에 모든 걸 쏟고 나서 나자빠지는 유형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탐정 소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스티븐 킹은 세필(細筆)로 세밀화를 그리는 대신 대필(大筆)로 크로키'를 그린다. 하지만 킹은 진부한 캐릭터를 생생하게 만드는, 시든 시금치를 파릇파릇한 시금치로 만들 줄 아는 셰프'다. 그는 글을 가지고 요리한다.

 

애초에 거창한 레스토랑 음식을 만들 생각은 없는 모양. 설탕 팍팍 넣고, 기름 넉넉하게 두르고, 고춧가루 팍팍 뿌린다. " 요리할 땐 코는 파지 마세요 ? HA, HA, HA ! " 그리고 이영돈 피디가 들으면 기절할 소리지만 조미료도 아낌없이 뿌린다. 그가 말한다. " 코딱지 여러분, 안녕 ? 어때유, 오늘 요리. 고급지쥬 ? " 나는 찍소리도 못하고 동의한다. " 네, 무척 고급집니다 ! "







 

  1.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을 읽는 인간으로 설정했다면 스티븐 킹은 쓰는 기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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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9-04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급 언어로 버무린 질투날만큼 고급진 평론에 가까운 리뷰입니다. ㅋ

근데 전 추리소설이고 범죄소설이고 잘 못 읽겠더라구요.
머리 쓰게 만드건 당췌... 남들은 재밌다고 극찬을 하는데
뭐가 재밌다는 건지 멍 때릴까봐 겁나서 못 읽겠다능.ㅠ
전 소설을 사랑하지 않는가 봅니다. 흐흑~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4 17:54   좋아요 0 | URL
장르만의 재미가 있어요.. ㅎㅎㅎㅎ 장르에 빠지지 않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사실 저도 소설은 잘 안 읽습니다. 인문학 서적 위주로 읽느라...
인문학 서적이 사실 재미없잖아요. 쓴 약 먹으면 사탕 먹듯이
전 인문사회과학 서적 읽고 나면 킹 소설 찾아 읽었던 듯합니다.

samadhi(眞我) 2015-09-0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 소설을 단편집만 들고 있는데 추천해 줄 만한 작품 좀 알려주세요. 이 대단한 작가의 작품을 거의 영화로 만나서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4 17:52   좋아요 0 | URL
사계 시리즈 있씁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사계.. 리타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하고 스탠바이미 두 권이 사계 시리즈입니다. 장정일이 이 책을 두고 말했죠. 버릴까 하다가 그냥 출간한 책 수준이 이 정도라면 한국의 소설가는 모두 목을 매 죽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만큼 장정일도 사계 시리즈를 좋아했습니다. 킹 추천하라면 전 항상 사계부터....

samadhi(眞我) 2015-09-04 17:57   좋아요 0 | URL
접수했사옵니다. ㅋㅋ 최근에 무협소설을 읽어서 말투가...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4 18:02   좋아요 0 | URL
무림은 평정하셨소? 사계가 창비로 얼룩진 난세에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 믿쏘..
받으시오. 천창칠완법이오!!!!!!!!!!!!!! 쏴아아아아아아아아~

samadhi(眞我) 2015-09-04 18:04   좋아요 0 | URL
ㅋㅋ 강호에 고수들이 하 많아 그리 못 하옵고... 믿어 보겠소. ㅋㅋㅋ 스티븐 킹 소설은 읽어야지 하는데 뭘 읽어야 할 지 난감해서.

cyrus 2015-09-0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스티븐 킹 중편집이 나올 예정인데 서평단 모집한답니다. 한 번 신청해보십시오. 자세한 정보는 제 블로그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6 13:47   좋아요 0 | URL
오, 감사합니다. 지금 함 도전해 봐야겠네요... 킹 소설은 무조건 읽는지라....

yamoo 2015-09-0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타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하고 스탠바이미....쇼생크 탈출은 봤으니 나머지 두 책을 찜해야 겠군요. 추천 감솨~~^^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6 13:46   좋아요 0 | URL
< 리타헤이워드 > 와 < 쇼생크 탈출 > 은 두 작품이 아니라 < 리타헤이워드와 숑생크 탈출 > 이 한 작품입니다. ㅎㅎㅎㅎ

yamoo 2015-09-11 23:10   좋아요 0 | URL
헐~~ 이럴수가!

털썩..

5DOKU 2015-09-0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 중간 난데없는 스포일러에 일단 읽기를 멈춥니다. ㅠ_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6 13:45   좋아요 0 | URL
스포일러는 아니랍니다. 이 소설은 시작부터 범인의 나이, 이름, 직업 따위를 공개하고 시작합니다.... ^^
 

 

 

 

백낙청의 변명 : 표절과 유사

 

                                                  눈을 떴을 때,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방 안 가득했다. 밤꽃 향기 작렬하던 내 방에서 이토록 " 허니 " 한 냄새가 나다니 !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 그 > 가 나처럼 맥없이 맨방바닥 구석에서 쓰러져 자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 누구세요 ? "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 전... 맥주병입니다 ! " 시바, 그렇다. 꼴뚜기처럼 팔팔한 다리로 당당하게 종로를 향했던 나는 자정 무렵 오징어가 되어 흐느적흐느적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집으로 가는 길'에 샛길로 빠져 구멍가게에서 맥주 2병을 사서 집에서 마신 모양. 집에서 맥주를 마신 기억을 못하는 것을 보면 필름이 끊긴 것이다. 이럴 때마다 당황스럽다. 정신이 밖을 나간 상태에서 나쁜 짓을 하고 돌아다닌 것은 아닐까 ?

예를 들면 헤어진 애인에게 새벽 3시에 전화를 걸어 자냐, 라고 묻거나 아침 먹었어? 라고 묻는 것. 뭐, 그런 것.  슬픈 일이지만 지킬'도 내 분신이요, 하이드'도 내 분신이니 하이드는 내가 숨기고 싶은 양심일 것이다. 스스로 자책을 하며 살폈으나 별다른 해코지를 한 것 같지는 않다(해코지 하니 느닷없이 달달한 초고추장에 오돌돌한 새꼬시 씹고 싶구나). 어제 술자리 안주는 창비와 백낙청이었다. 술에 취해서 지킬과 하이드 사이를 오갔던 나는 창비와 백 선생을 가차없이 비판했다. " 시바, 집밥 백 선생은 음식 만드는 비술이라도 가르쳐주지 ! 창비 백 선생'은 한국 문단의 흑역사에 한 획을 긋는구나 ! " S는 백 선생의 비하인드 히스토리'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백 선생 집안은 대대로 빵빵했습니다.  백병원 이사장이 백 선생의 형'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195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갈 정도면 재력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금방 알 수 있지요. 아버지 백붕제는 조선통독부 관리였죠. 이 사실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된 인물이 되셨고......  백 선생, 대단하신 분이죠. 해방 후, 한국인이 쌀겨에 지게미 먹어 가며 주린 배를 달래던 시절에도 하버드 교정에서 닭다리 뜯으며 칼로 스테이크 썰었으니 엘리트 중에 엘리트 아니것습니까. 어디 그뿐입니까. 서른이 되지 않은 이십 대 때 이미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사회 생활을 했으니 솔까말, 삼수에 군대 갔다온 서울대 4학년 복학생 제자인 경우를 생각하면...     당시 나이 따지기 좋아하는 한국 정서로 보자면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을 가르치는 꼴도 발생했을 듯 ! 엄혹한 군화발 정권에서 창비는 나름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만,  글쎄요...... 그는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십 대에 교수가 되었고, 별다른 진입 장벽 없이 이십 대에 문단의 어르신이 되어 한국 문학을 호령했으니......  한국의 싸르뜨르'라고나 할까요 ? 진보 진영이라면 한 번쯤 지하실을 다녀왔을 듯도 한데, 선생은 그 엄혹한 시절에도 지하실에 가본 적이 없었죠

술이 들어가니 S는 말이 술술 나왔다. 내가 도마뱀처럼 잽싸게 말꼬리를 끊고 물었다. " 지하실이요 ? " 다시 S의 말이다.

아, 김지하가 백 선생'을 비판할 때 사용한 말이 바로 지하실이었습니다.  이런 말을 했죠. 무슨 까닭인지 그의 입은 계속 벌려져 있는 상태다. 그렇게 벌린 입으로 과연 지하실 고문을 견뎌냈을까 ? 그런데 하나 묻자. 백낙청은 지하실에 가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 뭐...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오오오오호츠크해 시밤바들아,  내가 지하실에서 온갖 고문을 당하며 똥 오줌 지릴 때 관악산 봉천동 도련님은 뭐했냐, 라는 것인데...  후후, 이런 태도도 얼라들이나 하는 짓이기는 한데 사실 그 지적이 그닥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창비와 문단은 자꾸 창비'를 진보 진영의 공공재인 양  찬양하지만 옛말입니다. 조선의 흔한 회사죠.  창비 지분을 보면  본인과 부인의  지분을 합치면 거의 40%에 가깝습니다.  그냥 주주가 아니라 대빵 대주주요, 싸장님이 아니라 왕 회장님이신 셈이죠.  창비는 그냥 이윤 창출이 최대 목적인 흔한 회사일 뿐입니다. 연예기획사가 될 성싶은 떡잎을 발굴하고, 스타 만들기에 공을 들이듯이 창비 입장에서 신경숙은 될성부른 나무였습니다.  창비 2008년 매출액이 127억 원이었는데 엄마를 부탁해가 대박을 터뜨린 후 2009년 매출액은 192억으로 껑충 뛰었습죠. 그리고 신경숙이 대한민국 대표 문화 상품으로 각인되었던 2011년에는 300억 원을 돌파했다고 합디다.  창비 입장에서 보면 신경숙은 문학 동네의 아이유였습니다요. 아, 백낙청 얘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합시다.   자, 술이나 술술 마시자고요. 선생님 ! 아, 하세요. 개똥에 쌈(을) 싸 드리겠습니다. 아 ~


나는 S가 아, 하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아, 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그날 기억하는 술자리에서 오고가는말풍선 놀이의 재현이다.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것처럼 인간은 잘못을 감추기 위해 언어를 재배치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먹물은 더더욱 그렇다. 백 선생과 창비'는 < 표절 > 이라는 독한 말( 剽 협박할 표 竊 훔칠 절 ) 을 < 문자적 유사성 > 으로 재배치하여 순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래야지 본질은 흐려지고 본말이 전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낙청과 창비'가 노린 꼼수는 < 표절 > 을 < 유사성 > 으로 순화해서 본질을 흐리고 본말을 전도하기 위해서다. < 유사하냐 > 아니면 < 유사하지 않느냐 > 는 말장난이다. 설령, A와 B가 유사하다고 해도 A와 B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 < 유사 > 는 A와 B가 다르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가정이다. 

그렇기에 유사하다고 결론을 내려도 결국에는 같은 것은 아닌 것이 된다. 이처럼 언어'란 발화자에게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선택된 것들이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에서 눈여겨본 점은 아이히만이 사용하는 언어'였다. 그는 학살을 < 최종해결책 > 으로 순화했고, 이송을 < 재정착 > 이라는 말로 합리화했다. 그는 시종일관 행정용어 따위의 관청용어(Amtssprache ) 만 사용했고, 실제로 아이히만은 재판정에서 " 관청용어만이 나의 언어 ! " 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아이히만이 홀로코스트를 자행하고도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데에는 죄의식을 지우는 언어 규칙'에 있었다. 그것은 학살이 아니라 솔루션(그는 법정에서 학살을 파이널 솔루션'이라고 말했다)이었다 !

기득권은 자신이 누리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언어를 새롭게 배치한다. 노동자를 근로자로 바꾸는 것이 대표적이다. 노동자( 勞 動 : 움직일 동 者 )는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일꾼'이지만 근로자( 勤 : 부지런할 근 勞 者 )는 " 열심히 "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태도에 방점이 찍힌다. 그러니까 < 근로자 > 는 단순히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차원이 아니라 반드시 " 열심히 " 몸을 움직여야 한다. " 적당히 " 움직여서 품삯을 받으려고 하면 근로자가 될 수 없다. 쉽게 말해서 자본가가 보기에 머리에 쟁반 하나 들고 음식 배달을 하는 아주머니는 시간만 때우다가 품삯만 받아가는 게으른 일꾼'이다.  한국인은 머리에 쟁반을 열 개 쌓고 음식을 배달해야 비로소 찬양받는다. 기득권이 < 노동자의 날 > 을 < 근로자의 날 > 로 바꾼 이유이다.  그런 이유로 SBS 프로그램 << 생활의 달인 >> 은 노동'을 예찬하는 방송이 아니라

근로'를 예찬하는 자본가의 욕망을 반영하는 방송이다. 자본가가 보기에 한 사람이 세 사람 몫을 한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처럼 언어는 정치적이다. 언어는 기득권의 이윤에 부합되도록 조정되고 나열된다. 그래서 언어의 배치를 통해 그 사회에 침투된 욕망을 읽을 수 있다. 백낙청이 < 표절 > 을 < 문자적 유사성 > 이나 < 무의식적 베껴쓰기 > 로 재배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형철이 신경숙 사태에 붙여 입장을 표명한 글에서도 < 표절 > 이라는 단어가 한군데도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왜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에서 표절이란 단어를 의식적으로 노출시키지 않았을까 ?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비린내가 심한 생선이나 질이 떨어지는 육류일수록 독한 양념이 많이 들어가는 법. 가장 비싼 한우 꽃등심은 양념 없이 먹어야 제맛이다. 

언어라고 다를 것 없다. 화려한 언변은 종종 궤변을 감추기 위한 위장술이다. 말발 화려한 인간, 믿지 마시시라라. 그나저나 속이 쓰리니 해장술이나 해야 될 것 같다 ■

 

 

 

백낙청 씨, 색칠 공부 좀 하세요 ! ▼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우국, 연회는 끝나고' 중에서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중에서

 

 

( 여자의 청일한 ..... 빨려오는 듯했다 ) 라는 문장을 빼면 신경숙의 표절 부분은 한 문장이 아니라 여러 문장 전체를 표절한 것이다. 백낙청 씨, 색칠 공부 좀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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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5-09-0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쾌·통괘한 문장... 많이 배우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2 11:57   좋아요 0 | URL
s 님에게 들은 소릴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ㅎㅎ

stella.K 2015-09-0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S님과 주로 그런 대화들을 나누셨군요. 흥미롭네요.
저는 이짝 동네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어서리 그저 동경만 할 뿐이랍니다.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2 11:58   좋아요 0 | URL
이동네나 저동네가 도긴개긴이죠. 뭐.....
그 어떤 조직도 모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작동입니다.

수다맨 2015-09-0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추리 소설가인 마쓰모토 세이초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출판사에 이념이란 없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녹색평론 등)가 없지는 않지만 이 말은 거의 사실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솔직히 말하면 창비가 큰 이윤을 얻는 것은 상관없지만 진보적 색채를 잃은지 오래되었는데도 여전히 진보 개혁 세력임을 자임하는 것과, 명백한 표절임에도 `문자적 유사성(그때도 말씀 드렸지만 이런 조어는 중국의 한문과 일본의 히라가나를 비교하는 글에나 쓰여야 적절합니다)`과 같은 애매한 용어를 쓰는 행위에는 크나큰 문제와 모순이 있다고 봅니다. 많이 늦기는 했지만, 이제는 정말로 백낙청 체제 50년의 공과와 명암을 제대로 살펴야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재로 돌아오셔서 반갑습니다, 곰곰발님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2 12:21   좋아요 0 | URL
왜 스터전이 그런 말했잖습니까.
에스에프 90%는 쓰레기다. 하지만
모든 것의 90%도 쓰레기다... 뭐 이런 말이었죠 ?
저는 스터전의 말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조직은 < 내 집단 편향 > 에 따른 권력 유지에 봉사하지 않겠습니까.
부패한 우파든 부패하지 않은 좌파 진영이든 90%는 쓰레기 입니다.

cyrus 2015-09-0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작곡가들이 자신의 곡이 표절 의혹에 휩싸이면 이런 말을 했어요. ‘장르적 유사성’이라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요. 백 선생이 이와 비슷하게, 그것도 구차한 변명을 할 줄 생각도 못했어요. 이러다가 다음에 유명 모 작가의 글이 표절 사실이 발각되면 백 선생의 궤변처럼 오리발 내밀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2 12:14   좋아요 0 | URL
만날 같은 소리를 해서 이제는 음악 표절 의혹 생기면 반응하는 걸 미리 예상할 수 있죠.
지겹습니다. 솔까말 음악적 장르에 따르 유사성은 이해합니다만.... ㅎㅎ

yamoo 2015-09-01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낙청의 아버지가 친일파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20대에 교수라...이건 쫌 아닌 거 같습니다만...백낙청이 천재란 소릴 전 들어본 적이 없걸랑요! 마광수와 이어령이 천재였다는 소린 아주 많이 들었습니다만..ㅎㅎ

어쨌거나 서재 복귀, 반갑습니다! 곰발님~^^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2 12:14   좋아요 0 | URL
저도 백낙청에 그닥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기득권 타파를 그렇게도 부르짖던 분이 알고 보니
오랜 기득권이었더군요....

samadhi(眞我) 2015-09-0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낙청을 진정한(?) 보수로 오해했어요 리영희선생과 친하게 지내는(?). 사실 백낙청에 대해 전혀 몰랐던 거지요. 리영희 선생에 대해서는 좀 알았지만.
물에 손 한번 묻혀 본 일 없는 사람이었군요. 게다가 그런 출신이라니...
정말이지 말이나 글로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요즘인데요(가까운 사람이 그래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데요) 무척 와닿네요. 징그러워요. 그런 부류들.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2 12:17   좋아요 0 | URL
종종 리영희와 백낙청을 비교하고는 했죠. 하지만 백 퍼 다른 부류....
리영희야 말로 진정한 어른이 아닌가 싶습니다.
리영희 은퇴하고 나서 절필했잖아요.
전 그런 정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뒤로 물러나도 여전히 줄 인형 조정하는 사람하고는 격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samadhi(眞我) 2015-09-02 12:26   좋아요 0 | URL
예전처럼 자주 글 올려줘요. 곰발님 없어서 북플 안 한다니까요. 재미 엄써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2 12:40   좋아요 0 | URL
요즘 제가 책을 안 읽고 있습니다. ㅎ ㅎㅎ

samadhi(眞我) 2015-09-02 12:4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데요. ㅋㅋ 곰발님이 언제 책 이야기만 하셨나요. 진짠가 아닌가 긴가민가한 이야기들을 천연덕스레 해주셨잖아요. 고런것도 좋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9-02 12:47   좋아요 0 | URL
다음에는 윌슨 얘기 해드리겠습니다. 봉달이가 심심해 하는 것 같아서 윌슨을 입양했는데... 아주 둘이 가관입니다. 봉달이는 누군지 아시죠 ? 개 이름...

samadhi(眞我) 2015-09-02 13:07   좋아요 0 | URL
두구두구두구 고대할게요. 이야기를 마구마구 풀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