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로 - 사유의 유격전을 위한 현대의 교본
발터 벤야민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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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이 신경숙에게 :

 


 

샛길로 빠지지 말고 일방통행로, OK ? ”

 

 

 

종로로 갈까요 명동으로 갈까요 차라리 청량리로 떠날까요

- 설운도, 나침반 가사 中 

 

 

ㅡ 포토몽타주, 존 하츠필드

 

비극은 < > 을 읽을 때 노란 색연필로 밑줄을 긋는 버릇에서 시작되었다. 밑줄을 긋다 보니 책은 반드시 사서 읽게 되었다. 버릇을 고쳐 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한 것. 문제는 섹시한 문장 을 만났을 때 발생하게 된다. 밑줄을 긋지 않고서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 시바, 저 황홀하고 탱탱한 문장 ! 홍길동이 아버지와 형에게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해 억울해 하는, .......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때부터 안달이 나기 시작한다. , < > 고 싶은데 < > 지 못하는 심정 ! 나는 벌거벗은 애인의 침대 속으로 진격하고 싶은데 애인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접근 금지를 선포한 상황. “ 자기야, 오늘 밤 내 몸에 털 끝 하나라도 건드려봐 ? ”

 

그때부터 손이 간질거리기 시작한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애써 참고 책장을 넘겨 보지만 똥 싸고 나서 밑 안 닦고 나온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 이내 다짐하게 된다. 쩨쩨하게 살아도 밑은 닦고 살자 ! 결국, 도서관에서 읽은 책 가운데 밑줄을 긋고 싶어 안달이 났던 책을 다시 사서 밑줄을 그었다.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침을 바른다는 행위. , < > 지 못해서 안달이 났는데 < > 고 나니 < > 좋은 느낌. 바로....... 이 맛이제 ~ 뭐랄까 ? 개가 전봇대 아래 영역 표시를 하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할까. 이 버릇을 버리지 못하다 보니 책만 늘어나 내 방은 < 책책산중 > 이 되었다. 이사 갈 때마다 인상이 구겨지는 짐꾼 눈치를 보는 것도 지쳤다. 그러다 문득, << 밑줄 >> 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되었다. 밑줄, 그것이 알고 싶은 것이다.

 

< 밑줄 > 이란 독자가 저자에게 보내는 좋아요, 공감, 엄지 이모티콘이다. 내게는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을수록 좋은 책이다. 만약에 책 한 권에서 밑줄을 그은 문장만 오려서 이어붙인다면 분량이 몇 페이지나 될까 ? (그럭저럭 읽을 만한 책이라는 가정에서) 책 분량이 평균 300페이지라고 했을 때 내가 그은 밑줄은 대략 3페이지 정도 되지 않을까 ? 마음에 쏙 드는 책은 10페이지 정도 뽑을 것이다. 예를 들면 : 롤랑 바르트의 << 사랑의 단상 >> , 미셀 푸코의 << 감시와 처벌 >> , 파스칼 키냐르의 << 섹스와 공포 >> , 김훈의 << 칼의 노래 >> 같은 경우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 독서란 3페이지의 알맹이를 위해서 300페이지를 읽어야 하는 비효율적인 두뇌 활동. 우우, 하지 마시라.

 

한쪽 벽에 산성처럼 쌓여가는 책을 볼 때마다 밑줄 그은 문장만 도려낸 후, 두께가 나가는 무지 노트에 이어붙이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밑줄 친 문장을 도려내고 남은 책은 중고 장터에다 팔리라). 일종의 독서 써머리 노트 라고나 할까 ? 써머리 노트 한 권에 수천 권에서 뽑아낸 밑줄 그은 문장이 있는 것이다. 이 상상을 실천한 작가가 있다. 바로 발터 벤야민이다.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는 그가 도서관에서 밑줄 친 문장들로 구성된, 저자와의 합의 없이 무단 도용된, 저작권 소송 전문 변호사가 좋아할 만한 책이다. 누군가 벤야민에게 무인도에 표류할 경우 들고 갈 책 10권을 뽑으라고 한다면 그는 당연히 << 아케이드 프로젝트 >> 1권만 선택할 것이다. “ 무인도에 표류하는 비상 사태를 대비해서 미리 책 한 권 만들었수다. ”

 

발터 벤야민은 << 일방통행로 >> 에서 현학에 빠진 책에 대해 조롱 섞인 글을 내놓는다.


 

서술하는 내내 질질 끌면서 요설에 가까울 정도로 원래 구상에 대한 설명을 끼워 넣을 것

각각의 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 말고도 더 이상 책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개념들을 위한 용어를 도입할 것.

본문에서 어렵게 이루어진 개념 구별도 해당 부분의 주석에서는 다시 애매하게 할 것.

일반적인 의미로만 다루어지고 있는 개념들에 대해서도 예를 들 것. 예를 들어 기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모든 종류의 기계를 일일이 열거할 것.

어떤 대상에 대해 모든 것이 선험적으로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더라도 풍부한 예를 들어 확증할 것.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관계들도 말로 상술할 것. 예를 들어 계통수로 표시하는 대신 모든 혈연관계를 열거하고 묘사할 것.

복수의 논적이 동일한 논거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하나하나 따로따로 반론할 것.

 

교재, 대저(大著)원리들 또는 두꺼운 책의 집필 요령

 

 

나는 그가 내놓은 집필 요령에 밑줄을 쫘악 ~ 그으며 미친년처럼 웃었다. 그것은 내가 발터 벤야민에게 보내는 짱좋아요, 공감백배, 엄지두개, 환호작약, 육성응원(!!!!), 속시원타(속 시원합니다) - 메시지였다. 그도 나처럼 < 서둘러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상아탑 꼰대 문장 스타일 > 에 질려버린 모양이다. 특히 계통수 그림으로 설명하면 될 것을 말로 30페이지를 잡아먹고 시작하는 슨상님 책에는 밑줄은커녕 등짝을 한 대 차 주고 싶었다. 제임스 조이스 선생, 보고 있나 ? 그가 보기에 저런 책(혹은 저자)괜히 젠 체하기만 하며 일반적인 제스처만 취하고 마는 저서(혹은 저자) ” . << 일방통행로 >> 는 곳곳에서 주류 학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또한 이 책은 철학자로서의 발터 벤야민뿐만 아니라 문학가로서의 발터 벤야민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일방통행로 >> 는 보들레르가 쓴 < 파리의 우울 > 이요, 스피노자가 다시 고쳐 쓴 < 에티카 유머집 > 같다. 다음과 같은 문장은 어떤가 ? 지금부터 당신은 산문의 정수를 보게 된다.


 

길 초입에 문이 하나 있다. 그녀가 이사 간 후 이 문의 아치형 입구는 그때부터 청력을 잃은 귓바퀴처럼 내 앞에 서 있다(중국 도자기 공예품 ) ”

생각은 영감을 죽이고 문체는 생각을 속박하며 집필은 문체에 보수를 지불한다(벽보 부착 금지 ) ”

여름에는 뚱뚱한 사람들이 눈에 잘 띄지만 겨울에는 마른 사람들이 눈에 잘 띈다,..... 시선은 인간의 찌꺼기다(안경점 )”

책과 매춘부는 진열될 때 등을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13번지 ) ”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이 떠오른 인물은 아도르노나 숄렘이 아닌, < 신경숙과 비평가들 > 이었다. 그는 << 세놓음 >> 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보들이나 비평의 쇠퇴를 애석해한다. 비평의 명맥이 끊어진 지 이미 오래인데도 말이다. 비평이란 정확하게 거리를 두는 문제이다. 비평이 본래 있어야 할 곳은 원근법적 조망과 전체적 조망이 중요한 세계, 특정한 관점을 취하는 것이 아직도 가능한 세계이다. 그런데 지금 온갖 사물들이 너무 긴박하게 인간 사회를 짓누르며 다가오고 있다. 편견 없는, 자유로운 시선 같은 것은 거짓말이 되었다(135)

 

 

 

신경숙과 발터 벤야민의 공통점은 필사(筆寫)를 필사(必死)적으로 했다는 점이다. 벤야민이 도서관에서 원본을 필사한 사본을 엮은 책이 << 아케이드 프로젝트 >> 이니 말이다. 신경숙이 자신이 갈고닦은 수련법으로 < 필사 > 를 예찬했듯이, 발터 벤야민도 < 필사 > 를 예찬했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길의 지배력을 알며,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에게는 그저 쭉 펼쳐져 있는 평야에 불과한 지형들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마치 병사들을 전선에 배치하는 지휘관의 호령처럼 원경들, 전망대, 숲 속의 공터, 굽이굽이 길목마다 펼쳐진 멋진 조망을 불러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베껴 쓴 텍스트만이 그것에 몰두한 사람의 영혼에게 호령할 수 있 다고 말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 가는 길이 달랐다. 신경숙은 필사를 연마해서 < 우국 > 을 내놓았고, 발터 벤야민은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를 내놓았다.

 

한쪽은 샛길로 빠진 반면 다른 한쪽은 일방통행로로 정직하게 달린 것이다.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를 읽다 보면 그가 도서관에서 베낀 문장 아래 강박적일 만큼 촘촘하게 기록된 출처에 질리게 된다. 그는 짧은 문장을 인용할 때도 저자, 책 제목, 쪽을 기록했다. 반면 신경숙은 문장을 그대로 베꼈지만 그 어디에도 저자와 제목과 쪽을 기록한 흔적이 없다. 벤야민에게 < 비평 > 이란 정확하게 거리를 두는 문제 이다. 그런 점에서 신경숙을 두고 감싼 문동과 창비는 거리를 두는 행위 에 실패했다. 주례사와 정실 비평이 주범이다. 주례사/정실 비평은 계통수를 그림으로 설명하는 대신 지적 허세가 가득 담긴 만연체로 비평문을 남발했다. 부드러운 칭찬과 시적 미문은 비평가의 목적이 되면 안 된다.

 

비평가의 손에 쥐어져야 할 것은 자양강장제 < 박카스 > 가 아니라 정신들의 투쟁 속에서 번뜩이는 < > 이다. ” 발터 벤야민이 쓴 << 비평가의 테크닉에 관한 13개의 테제 >> 에 나오는 문장이다. 벤야민이 불로장생하여 신경숙 논란에 대해 20자 논평을 한다면 무슨 말을 남길까. 이런 코멘트가 아니었을까 ?

 

샛길로 빠지지 말고 일방통행로, 오케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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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17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벤야민과 프루스트.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극세사’ 정신을 좋아합니다. 조이스도 그런 성향이 있긴 한데, 내용이 너무 현학적이라서 재미가 없어요. 어떤 사람은 프루스트의 소설이 지루하다고 말하는데,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안 읽어보고 하는 소리입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7 10:46   좋아요 0 | URL
극세사 정신.. ㅎㅎㅎㅎ 아주 좋은 표현이군요.
극세사 정신 하면 뭐... 많죠. ㅎㅎ 도스토예프스키도 한몫하려나요?
저.. 진짜 왠만한 지루한 소설 다 읽는데 율리시스는 제가 워낙 아는 게 없어서
무슨 말 하는지 몽롱하더군요..

수다맨 2015-10-1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케이트 프로젝트를 사두고 여적지 읽고 있지 않답니다. 한동안 바빠서 그랬는지, 책이 손에 안 잡히더라구요. 솔직히 요즘 나오는 책들이 열에 열 다 이면지 묶음처럼 느껴지더군요. 그 와중에 벤야민의 한 구절을 여기서 읽으니, 청량감이 느껴집니다. 한국에는 이런 비평가가 없는 것 같아요. 지식을 모으는 능력은 다들 절륜해 보이는데 지혜나 강단을 가진 사람은 드물어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7 12:32   좋아요 0 | URL
책 구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씁니다. 전 처음에 어디가 인용문이고 어디가 작가 코멘트인지 몰라서 엄청 헷갈려했는데 우선 책 읽기 전에 책이 구성된 구조를 파악해야 이해하기 빠릅니다. 본문 들어가기 전에 아케이드 개론서부터 하나 읽고 나서 읽으면 빠른 이해가 가능합니다.

우선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토 몽타주 기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사진과 사진을 조합해서 작가의 주장을 부각시키는 것이 몽타주 기법입니다. 요 기법을 하츠필드가 대표적이죠. 일종의 희화화죠. 그는 몽타주 이미지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텍스트를 삽입합니다. 사진에 문자를 삽입하는 방식.... 아케이드돠 이 몽타주 기법과 매우 유사합니다.

실제로 벤야민은 사진 이미지를 엄청나게 모았다고 하죠 ?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쓸려고 말이비낟. 유감스럽게도 이 묶음은 모두 소실되었습니다.

yamoo 2015-10-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인용하신 부분을 보니 엔날에 읽는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 부분에 밑줄을 쳐놓았던 기억이...박스로 인용해 주신 글들 대부분 저도 줄친 부분인 듯합니다.

사이러스 님의 극세사 정신이란 표현이 와 닿네요! 아주 좋은 표현이라 종종 써먹을 거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8 13:08   좋아요 0 | URL
아케이드와 번갈아가며 읽고 있습니다. ( 물론 이 책은 다 읽었습니다만... )
이제 슬슬 베를린 어린 시절 읽을 때가 온 것 같군요.


저도 극세사 정신이란 말이 좋아서 종종 그 표현을 훔칠 생각입니다. ^^
 

 

 

 

 

 

 

 

 

 

 

 


 

 

 

 

완성된 책은 착상의 죽음이다

   

 

아 인간이 가진 가능성이란 게 얼마나 무한한 것인가 ! 미완성 작품, 이 작품, 아마 우리들 시대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일지도 모를 이 작품......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단편 [ 삐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 中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밥상 위에서 펼쳐졌던 혈육 상잔은 대개 < 젓가락질 > 에서 시작되었다. 황우석 이전에 그림을 팔아 겨우 고기 반 근을 사들고 집에 와야 했던 가난한 아비의 두 아들이 있었으니, 소생은 어린 나이에도 고기 한 점 더 먹겠다고 뜨거운 고기를 씹지도 않고 삼키는 신기술을 몸소 터득해야 했다.  신공은 21세기 젓가락질이 아니라 20세기 화통(火筒)을 삼키는 내공에 있었다. 식도는 불에 타도 배때기에 고소한 기름은 남으리라.         소생 또한 누대가 대대로 가난한 집 자손이어서 “ 괴기 한 점 ” 앞에서는 영혼을 팔 각오가 되어 있었다. 동생과 나는 고기에 접근하는 방식이 사뭇 달랐다. 동생은 나중에 반찬이 떨어져 맨밥을 먹더라도 일단 고기부터 거덜 내고 보자는 주의였고,

  

나는 밥 한 숟가락에 고기 한 점씩 고르게 배분해서 밥그릇 비울 때까지 괴기 맛을 음미하자는 주의였다. 집중이냐 분배냐 ?  동생은 독식을 찬양했고, 나는 고른 분배에 방점을 찍었다. 극과 극, 상극이다 보니 형제는 밥상머리에서 흥야항야하기 일쑤였다. 결론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나 또한 동생의 전략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고기반찬이 나오면 맨밥을 먹는 날이 나날이 늘어갔다. 상투 틀 나이에도 고기에 대한 식탐이 남아 있었다면 밥상머리 앞에서 볼썽사납게 상투 잡고 “ 삐약삐약 ” 할 뻔했다.            훗날, 동생은 정치적으로 우파를 지지했고 나는 좌파를 지지했다. 어릴 때 밥상머리 행동 강령‘이 정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우리 형제는 지난 무상급식 논란 때도 다퉜다. 허, 허허허허허허 하면서 말이다.

  

고기를 앞에 두고 집중이냐 분배냐를 놓고 싸우는 유치한 짓은 하지 않았다.  볼록 나온 올챙이 배를 걱정하며 동치미 국물을 깨작깨작 마셨을 뿐이다. 장족의 발전인 셈이다.           올해 독서 목표는 < 다독 > 이 아니라 < 정독 > 이었다. 씹지도 않고 삼켰던 수많은 책을 부끄러워하며, 뜨신 밥 한 숟가락 위에 고기 한 점 올려놓고 천천히 오래오래 씹어보자는 의도였다. 첫 번째 목표는 스피노자의 << 에티카 >> 를 읽는 것이었는데 일찌감치 포기했다.  만만한 줄 알았으나 만만하지 않아서 이만저만 실만(실망)한 게 아니었다.  << 에티카 >>  읽기는 이만 하면 그만 !  < 에티카 읽기 > 은 내가 이 책을 읽기에는 아직 덜떨어진 놈이란 사실만 증명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 뿐이었다. “ 이리하여 이 정리는 증명되었다. ”

  

두 번째 목표 도서는 발터 벤야민의 << 아케이드 프로젝트 >> 였다. 몇 달째 매달리고 있으나 아직 밥그릇을 다 비우지 못했다.  2500쪽 분량이다 보니 진도가 늦어지는 이유도 있지만, 그 이유보다는 < 지적 유희의 최전선 > 을 만났다는 데 있었다. 서지(書誌)의 환락가에서 노는 맛이란 이런 것이다. 읽기를 늦출수록 쾌락은 지연된다.           발터 벤야민이 주목한 아케이드는 보르헤스가 꿈꾼 “ 바벨의 도서관 ” 이며 “ 원형의 폐허 ” 이자 “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 이었다.  그는 보들레르처럼 만보객‘이 되어서 거리에서  < 시대적 우울 > 을 읽어 나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는 거리를 걷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졌고, 벤야민은 아케이드 거리 상점 쇼윈도우에 진열된 상품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다.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라는 풀네임을 발음할 때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풀네임이 얼마나 우아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문학적 위상으로 보면 둘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이름을 놓고 보면 릴케의 완승이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는 노회한 정치가 이름 같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라는 이름을 지어준 그의  아버지에게 < big 엿 > 을 !

  

책을 읽다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은 아케이드 프로젝트 해설서에 해당되는 <<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 수잔 벅 모스 지음 >> 를, 보들레르의 << 악의 꽃 >> 과 << 파리의 우울 >>을, 그 외 << 일방통행로 >> 와 데이비드 하비의 << 지리학 >> 서적을 참고하여 각주 읽듯이 번갈아가며 읽다 보니 진도가 더 느릴 수밖에.  끝이 보일 때 기운이 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끝이 보일 때 아쉬운 책이 있다. 내 경험으로 미뤄 끝이 보일 때(마지막 페이지를 몇 장 남겨두었을 때) 힘이 솟는 책은 역설적이게도 그리 좋은 책이 아니었다. 100킬로 행군 끝에 오는 달콤한 휴식이라고나 할까 ?  고된 행군 끝에 최종 목적지가 보일 때 천 근 만 근 같던 군화가 나비 날개‘처럼 팔랑팔랑 가볍게 느껴지던 순간은 모두 다 경험했으리.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두었을 때 힘이 솟는다는 것은 그 책에 대한 독서 경험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무엇을 하기에는 너무 늦거나 이른 오후 3시처럼 애매모호한 책이 있다. 읽기를 멈추고 책을 덮자니 내용이 그리 형편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내를 가지고 읽자니 지루해서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순간.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읽다가 어느새 끝이 보이는 책이니 즐거운 독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에서 양아치를 연기한 황정민 말투를 흉내 내자면 “ 독서는 고해야, 몰랐어 ? ” 반대로 끝이 보일 때 힘이 빠지는 책은 좋은 책이다. 읽는 내내 즐거웠기에 이별이 아쉬운 탓이다.

 

<< 아케이드 프로젝트 1,2 >>    를 읽다 보면 아, 하다가 다시 아, 아아 하게 된다. 경탄, 경탄, 경탄의 < 아 > 다. 그는 < 시시껄렁한 문화사 사료 > 에 몰두했지만 그 사유는 독특한 방식으로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역사, 철학 전 방위로 확장되었다.      그가 주목한 사료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주류 철학자와는 달리“ 문학의 틀을 차용하는 모든 문학 행위 ” 는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했다( 예외가 있다면 벤야민은 보들레르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보들레르에 대한 카테고리 J는 거의 책 한 권 분량이다). 대신 벤야민이 주목한 것은 광고(선전용)인쇄물, 소책자, 신문 기사, 플래카드 따위였다.  그는 망원경으로 먼 산을 보는 대신 현미경으로 < 일상에서 분열되는 틈 > 을 눈여겨보았던 것이다.

그는 인간이 고고하다는 신화를 믿지 않았다. 그런 태도는 “ 유치하다 ” 고 생각했다.  벤야민이 아케이드 프로젝트라고 부른 계획은 끝내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가 세계 각국의 도서관을 전전하며 수집한 개요, 사료, 그것에 덧대는 간단한 논평 모음을 엮은 책이 바로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로,

 

■ < 쿨 > 하게 말하자면 : 이 책은 착상과 집필 단계 中 중간 형태인 자료 수집 단계로 냉정하게 보자면 서류 뭉치일 뿐이며 많은 부분이 원본에 의지한 사본이었다. “ 미완의 걸작 ” 이라는 표현도 어폐가 있다. 이 책은 글을 쓰다가 완성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집필)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저자 수천 명의 동의도 없이 무단 발췌한 책임편집자였던 셈이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저작권 소송 전문 변호사의 눈으로 보자면 이 책은 수천 명이나 되는 저자와 합의 하에 이루어진 발췌가 아닌, 무단 도용이기에 수천 명으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받을 운명인 책이다. 그리고 -

 

■ < 핫 > 하게 말하자면  :  미완성이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었고, 완벽한 걸작을 낳았다. 그는 거리에서 시대적 증후를 읽고, 그 증후에 맞는 문장을 고르기 위해 도서관에서 수천 권의 책을 읽었다. 그가 선택한 문장은 출처가 다양했다. 오히려 “ 괜히 젠 체하기만 하며 일반적인 제스처만 취하고 마는 저서보다 현재 활동 중인 공동체들에 영향을 미치기에 훨씬 더 적합한, 언뜻 싸구려처럼 보이는 형식들, 즉 전단지, 팸플릿, 신문 기사와 플래카드 ( 일방통행로, 14쪽) ”에서 발췌했다. 그는 철저하게 현학을 배제하고 현장을 중시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이 << 아케이드 프로젝트 >> 인데 말 그대로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올려놓았을 뿐인 책이다.

  

그는 역사가 진보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덧씌워졌을 뿐이다. 수많은 인용문으로 채워진 이 책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니체 또한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 고 생각했다. 우리가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낡은 것 위에 덧씌워진 환(등)상일 뿐이다. 그것은 일종의 패로디‘였다. 니체는 20세기를 두고 “ 패로디가 시작된다 ” 고 말했다. 니체가 말한 패로디와 벤야민이 주목한 몽타주는 서로 겹친다. 패로디와 몽타주는 모두 지난 재료를 가지고 도용, 모방, 복사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다.

 

 

그는“ 완성된 책은 착상의 죽음 ” 이라고 썼다. 그는 << 일방통행로 >> 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장을 쓴 적이 있다. “ 작품은 구상의 데스마스크’이다. ” 이 문장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 착상 > 이란 상상 속에서 원고지 칸을 채우는 과정이고, < 완성된 책 > 은 착상(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 밖으로 빼낸 결과이니 귀뚜라미와 연가시의 관계가 아닐까 ?  이 세상 모든 < 완성된 책 > 은 머릿속에서 기생하며 영양분을 빼앗아 먹다가 때가 되면 세상 밖으로 나온 연가시 성충이다. 착상은 숙주이고 완성된 책은 기생충인 셈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뒤죽박죽 정리되지 않은 발터 벤야민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세운 프로젝트가 완성되지 못한 채 “ 거대한 착상 ” 으로만 존재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완성의 한 형태라는 사실도 ! 유태인이었던 발터 벤야민은 히틀러를 피해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마을에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좌절되자 스스로 죽음에 이르는 약물인 모르핀을 과다 투여한 후 죽었다(1940년). 그가 국경 마을 여인숙에서 남긴 것이라고는 “ 사무용 가죽가방, 남자용 손목시계, 파이프, 사진 여섯 장, 엑스레이 사진, 안경, 편지들, 내용이 기록되지 않은 잡지들과 기타 문서들, 그리고 약간의 돈(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수잔 벅 모스 452쪽)“ 이 전부였다.  아쉽게도 종이뭉치는 남아 있지 않다. 자살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다. 1931년에도 자살을 시도했으며 1932년에도 다시 한 번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착수한 해가 1927년이었으니 그는 이미 수차례 계획을 포기했던 셈이다.

  

<<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 에서 제바스타인 하프너는 현대를“ 좋든 싫든, 오늘 이 세계는 히틀러의 작품이다 ” 라고 지적했는데, 이 지적은 고스란히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라는 책에도 해당된다. “ 좋든 싫든, 오늘날에 미완성으로 남은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는 히틀러의 작품이다. ” 히틀러가 아니었다면 벤야민은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구성과 카테고리 순서가 바뀐  연가시 성충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 완성된 책 > 은 미완성으로 끝난 지금의 책보다 더 완벽한 형태를 갖추게 될까 ? 쉽게 내릴 수 없는 “ 결론 ” 이다 ■

 

 

 

 

 

 

덧대기 ㅣ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는 몽타주 기법을 적극 끌어들인 책이다. 존 하츠필드는 서로 다른 사진 이미지를 연결해서 새로운 이미지-메시지를 만든다(그는 기존 이미지 1 + 2 를 합쳐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여기에 모호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텍스트 3를  삽입한다.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도 인용문 1 과 인용문 2를 이어붙인 후 발터 벤야민의 코멘트 3를 합성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이 책은 레터(letter) 몽타주 기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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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0-1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요즘 글들이 무지하게 기네요. 길게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쓸데없는 수다는 길게 늘어놓을 수 있지만 논쟁거리(?)들을 풀어놓기는 어려운 일인데요.
어찌보면 발터 벤야민은 백과사전(?)을 만들고자 한 건 아닐까요? ㅋㅋ
호기심이 뭉게뭉게 피어나게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가 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6 12:50   좋아요 0 | URL
누가 벤야민 서평을 읽겠습니까. 그래서 길게 썼습니다. 서평을 안 쓰면 나중에 내용을 잊어보리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정리라도 해야 리뷰 보고... 아, 그런 내용이었지 .. 하게 됩니다.

stella.K 2015-10-16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이맘 때 도정제 임박하기 전 저 벤야민 책을 사라고 했다 도저히 너무 두꺼워
못 읽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 곰발님이 리뷰를 올리겠다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언제 올라오나 했는데 드디어 올리셨군요. 벤야민도 벤야민이지만 곰발님도 대단하셔요.
벤야민이야 자신이 그렇게 쓰겠다고 했으니 말릴 수는 없는 일이고,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슴까?
그런데 과연 어떻게 썼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책이 좀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졌다면 저도 늦게라도 도전해 보겠는데
아무래도 좀 어마무시하게 생겨서 겁이나는군요.
암튼 완독 축하하구요, 참 잘했어요!ㅋㅋ

참, 이제 곰발님 책만 나오면 되는데...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6 12:52   좋아요 0 | URL
저도 도정제 할 때 호시탐탐 노리던 게 가져온 놈들입니다.
전 학자들이 상아탑 높은 곳에서 뒷짐 지며 사랑은 아름답다. 정의는 승리하리라, 이런 말 하는 놈을 굉징히 거부감이 생겨서... 이런 이단아 나오면 좋아합니다. 벤야민도 그런 부류를 굉장히 혐오했죠.

책상에 앉아서 좋은 소리만 한다고... 거리를 나가서 사람을 보라고...
뭐... 그런 내용입니다.

이런 책은 그냥 아예 천천히 읽기 작전으로 해야 합니다. 저도 하루에 4,5장 아니면 10장 정도 읽습니다. 무리하지 않는게 장땡입니다.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오파비니아 4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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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순 한 열 정

 

    

                             나는 거웃을 수집했지요. 검은 털, 금빛 털, 붉은 털, 심지어는 흰 털도 더러는 있었지요. 꽤 많이 모아 그걸로 베개 속을 채웠지요. 나는 이걸 베고 잤지요. 하지만 겨울에만....... 여름에 이걸 베고 자려면 너무 더워요. 그런데 좀 지나고 보니까 그 짓도 심드렁해졌는데....... 아시겠지만 냄새도 몹시 나고 해서 그만 태워 버렸지요. 히히히. 두목, 그게 내 장부였던 셈이지요.

 

- 그리스인 조르바 중

 

    

 

그 사람 이름은 모른다. 얼핏 들은 것도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별명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는

 

동네친구들 사이에서 뽕 아저씨 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사실 이 표현은 어폐가 있다. 내가 가입한 동네 주당 모임 나이는 평균 20대 중반이었고 그는 갓 서른을 넘긴 사내였으니 아저씨 보다는 () ” 에 가까웠지만 그에게 아저씨라는 호칭을 부여한 까닭은 M자형 탈모가 시원하게 진행 중이었다는 데 있었다. 그는 비쩍 마른 체격에 복부 비만인 올챙이 아저씨 스타일 이었다. 아저씨 앞에 붙는 이라는 연원은 불분명하다. 아마도 < > < > 의 중간 단계에서 파생된 어감이 아닐까 싶다. 그는 입만 열었다 하면

 

허풍이 심했고 사랑의 물약(?) 따위로 수많은 환락가 여성과 불타는 밤을 보냈다는, 화장실 낙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무용담을 늘어놓아서 그가 하는 말은 당최 믿을 수가 없었다. 남들이 10분짜리 단편 영화를 찍을 때 혼자서 56부작 < 격동 30> 을 찍는다고 하니 말이다. 어딜 봐도 그는 << sex bomb >> 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신은 그에게 불타는 주둥이를 선물하셨다. 동네친구들은 그가 자랑하는 만난 지 1시간 이내에 여자를 < > 가게 만든다는 기술 < > 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쉴 새 없이 내뱉는 걸죽한 입말에 중독되고는 했다.

 

그는 그날도 포장마차 안에서 < 격동 3038부작 > 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 그러니까, 고것이 야시시시시시 눈을 뜨며 말하더라고. 침대에다 냅다 자빠트렸지....... ” 맙소사, 런닝 타임 2시간짜리였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가 환락가에 쏟아 부은 돈으로 아파트 두 채는 샀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엘에이, 오호츠크해 불알덴부르크 비치 리조또 밤바다 쌍끌이 그물에 잡힐 크릴 새우 같은 놈아 ! ” 그는 내 표정에 깃든 차가운 조소(嘲笑)를 읽은 것이 분명했다. 어느 날이었다. 그가 검은 다이어리를 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보물 1호라고 했다.

 

나는 그만 기절초풍하고 말았다. 장부 속에는 수많은 여성의 거웃이 나열되었는데, 거웃은 투명 테이프에 붙어서 종이에 잘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 거웃 수집가 > 였다 ! , 판타스틱 베이베 ~ 그가 말했다. “ 이 털들이 다 똑같아 보이지 ? 몰라서 하는 소리다. 사람에게 지문이 있듯이 거시기 털도 각자 특색이 있기 마련. 굵기, 길이, 꼬인 형태, 색깔, 강도가 다 다르지. 다만 네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믿지 못하겠지만, 털에도....... 성깔이 있다 ! ” 그가 수집한 거웃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을 때마다 눈동자는

 

캄캄한 밤에 북위 128, 동경 47.2 도 좌표 위에 뜬 kt 상업용 인공위성만큼이나 반짝반짝 빛났다. 순간, 그가 순수한 < 과학 소년 >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우표를 수집하는 소년의 순결한 고집처럼 말이다. 그것은 색욕이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처럼 보였다. 내가 그의 악취미에 대해 호감을 갖는 이유는 거시사(擧示史)보다는 미시사(微示史), 공룡보다는 기생충, 한국 타이어 자동차 바퀴보다는 말레이시아 바퀴(바퀴벌레의 정식 명칭은 바퀴벌레가 바퀴다)에 더 호감을 갖는 내 성향과도 연관이 있었다. 나는 세계적 건축가가 지은 웅장한 건축물을 < 올려다보기 >

 

보다는 작은 의자를 < 내려다보는 > 쪽을 선택하는 편이었다. 신기하게도 건축가들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의자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으니 말이다. 영화에 빗대서 설명하자면 건축물이 장편 영화라면, 의자는 단편 영화인 셈이다. 장편 영화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감독은 이미 단편 영화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법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나 존 카펜터 감독처럼 말이다. 내가 의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또 있다. 명성 드높은 거장의 예술 작품을 엉덩이로 깔아뭉갤 수 있으니까. 나보다 잘난 사람의 작품을 뭉갤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리처드 포티의 << 삼엽충 >> 은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교양 과학서. 과학 에세이를 즐겨 쓰는 저술가 메리 로치가 농담을 무기로 글을 쓴다면, 리처드 도킨스는 독설이 강점이며, 스티븐 제이 굴드는 문장 실력이 뛰어나다. 좋은 교양 과학서는 특정 과학 분야의 지식 나열에만 그치지 않는다. 간장게장 등딱지에 밥이나 비벼 먹을 줄 알았지, 누가 삼엽충 등딱지를 통해 450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적 탐험에 호기심을 느낄 독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 어려운 정보를 쉽게 풀어낼 줄 아는 책이 좋은 대중 교양 과학서.

 

리처드 포티는 이 책 도입부를 토마스 하디 소설 << 푸른 눈동자 >> 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책 끝머리는 << 짖어대는 사냥개들 >> 이라는 소설을 쓴 자크 데프라에 대한 인물평으로 마무리한다. 지질학자였던 자크 데프라는 자신의 명성을 위해 데이터 표본을 조작한다. 다른 곳에서 채집한 삼엽충 표본을 자신이 연구하는 지층에 몰래 파묻은 것이다. 나중에 그 사실이 발각되어 그는 업계(?)에서 축출된다. 업계에서 사라졌던 그가 다시 등장한 곳은 엉뚱하게도 문학 동네였다. 그는 과학자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것이다. 그가 쓴 소설이 공

 

쿠르상 후보에 오른 것을 보면 애초에 과학자보다는 예술가가 더 적성에 맞는 직업인지도 모른다. 리처드 포티는 삼엽충을 연구하는 과학자이지만 놀랍게도 작문 실력이 웬만한 소설가 못지않다. 나 같은 일반 독자들은 아무래도 과학적 사실보다는 문학적 입담에 친숙하다 보니 이런 식의 접근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포티는 말한다. “ 예술가는 무언가를 꾸며냈을 때 기쁨을 느끼고 과학자는 발견을 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기쁨을 맛본다. ” 그런 점에서 자크 데프라와 황우석은 무언가를 꾸며냈을 때 기쁨을 느끼는 부류. < 황우석 > 이 티븨에 나와 자신이 연구하는 과학과 애국을 하나로 연결하려 했던

 

거시적 허세는 참말로, 참말로, 참말로 거시기 해 보여서 역겨워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 엘에이, 오호츠크 밤바다 쌍끌이 그물망에 잡힐 크 ! ” 순수한 열정보다 불순한 야망이 앞설 때 과학자는 타락하게 된다. 뛰어난 과학자라 해도 잘못된 이론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오류들은 과학 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는커녕 디딤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석은 잘못되었지만 그 해석에 사용된 (그가 수십 년 동안 모은) 표본은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이는 행위는 전혀 다른 문제다. wag the dog ,

 

오염된 표본(꼬리 부분)은 훗날 진실(몸통 전체)을 왜곡할 수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서야 되겠는가 ? 그렇기에 과학자가 < 잘못된 이론을 주장하는 것 > < 남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혹은 거짓 행위)을 하는 것 > 은 하늘과 땅 차이다. 정치학이나 군사학에서는 남을 속이는 행위는 지략에 해당될 수 있지만 과학에서는 천벌에 해당된다. 황우석은 그 율법을 어긴 것이다. 미디어에 노출된 이미지와는 달리 과학자들은 대부분 작은 분야에서 일한다. 연구실 또한 고물상 수준이다. 비록 그 분야의 < 과학적 성과 > < 미래의 수익 > 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돈의 색깔에 따라 우열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모든 나약함과 기벽이 배어 있는 인간 활동 가운데 하나다

 

- 삼엽충, 296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불현듯 그 옛날 < 뽕 아저씨 > 생각이 났다. 내가 그의 은밀한 장부를 보았을 때 느꼈던 < 이상한 호감 > 을 포티는 지구 정반대에 살고 있는 내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 비밀 수첩에는 묘하게 나약한 심성과 열병에 가까운 기벽이 공존했다. 그가 스무 살 때부터 환락가를 들락날락거리며 모은 오래된 취향을 45천 년 전에 살았던 삼엽충 등딱지에 인생을 건 열정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겠으나 수집 행위가 범죄 행위가 아닌 이상은 이 세상 모든 수집은 기본적으로 순수한 열정의 형태라는 점에 동의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라는 소설도

 

그가 가지고 있던 나약함과 기벽이 만든 위대한 결과물이 아니었던가 ? 그것은 병약하고 지루했던 현실에 대한 보상이었다. 뽕 아저씨와 알렉시스 조르바가 < 거웃 > 을 수집했다면, 벤야민은 < 사료 > 를 수집했고, 프루스트는 < 기억 > 을 수집했다. 그들이 수집했던 것은 값나가는 보물이 아니라 시시껄렁한 고물상 골동품에 가까웠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이었던 벤야민은 코르셋, 총채, 빨간색 머리빗, 파란색 머리빗, 옛날 사진, 비너스 조각상 기념품 따위에 대한 사료를 모으기 위해 베를린 국립도서관과 파리 국립도서관을 드나들었고, 프루스트가

 

침대에 누워서 수집한 기억 또한 마들렌과 홍차처럼 시시껄렁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모두 거창한 수집광이 아니었다. 그것은 야망보다는 열정이 낳은 순수한 고집이었다. 리처드 포티라면 그 열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 열정을 쏟는다는 것에 대한, 아주 기묘한 열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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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0-1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해요 좋아요 누를 때마다 사라져서 좋아요를 몇 번이나 다시 누르는지. 곰발님이 좋아요 수집벽 있어서 이런 장치를 설정해둔 것입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아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5 20:34   좋아요 0 | URL
좋아요. 이미 수백 개 수집해서 보관하고 있습니다.진아님 가장 우울한 날 제가 대신 100개 쏩니다.

samadhi(眞我) 2015-10-15 20:53   좋아요 0 | URL
좋아요 부자시네요. 말만 들어도 좋아요 ㅋㅋ곰발님은 역시 센스쟁이^^예요.
이 책 읽어보고파요. 곰발님이 추천해준 과학(?)책들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나지만

stella.K 2015-10-1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솔직히 과학 책은 나랑 친하지가 않아 당연히 이 책은 나의 관심 밖인데
곰발님 손을 타면 이렇게 읽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군요.ㅋ
조르바에 그런 내용이 나오나요? 정말 기벽이네요.
정말 포티라는 사람의 저 말 한마디면 인간을 이해 못할 게 하나도 없을 것 같군요.
프로스트에 대한 곰발님의 해석도 탁월하고.
그런데 한 가지 흠은 책 값이 너무 비싸다는 거군요. 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5 20:34   좋아요 0 | URL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이상하게 중매를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ㅎㅎㅎ
스탤라 님도 함 읽어보십시오. 환상적이비낟.
사람들 과학서 하면 얕은 지식에 지레 겁먹는데 사실 저도 얕은 지식 아닙니까.
이양반 문장력이 탁월해서 지식없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선에서만 삽엽충에 대해 설명합니다.
사실 독자가 알아듣지도 못할 지식 나열할려면 그런 대중 과학서가 아니죠. 뭐...

살리미 2015-10-1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학ㅋㅋㅋㅋ 뽕아저씨 ㅋㅋ 엘에이 오호츠크해~ 업데이트 됐네요? ^^ 뽕아저씨 이야기가 넘 강렬해서 무슨 책에 대해 쓰신 건지 그새 까먹었네요^^

다시 정신차리고 읽어봤는데... ㅋ 어쩜 이렇게 멋진 리뷰를 쓰십니까. 마치 리처드 포티의 삼엽충이 곰발님 글처럼 재밌을것만 같이 느껴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5 20:32   좋아요 1 | URL
엘에이 오츠크.. 괜츈하나요 ? 재가 새롭게 선보인 욕입니다.앞으로 좀 창의적인 욕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서요.창의적 욕 아시는 거 있으시면 공유하기로 하죠..

참.. 이 책 읽어보세요. 정말 탁월함....

마립간 2015-10-14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엽충>은 (나의 시각에서) 과학 서적 중의 명저이고 (100대 책중의 하나), 재미있게 쓰여진 책이기도 하죠. 만약 과학서적이라는 분류를 벗어났다면 오히려 더 많이 읽혔을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5 20:52   좋아요 0 | URL
어? 그렇습니까 ?


마침 중고 서적으로 이 책과 미토콘드리아가 있길래냅다구입했습니다.
과학서적 중고로 나오기 힘들잖습니까.

아니 출판사 보도자료에도 보면 아무말 없기에 그냥그런 책인가 보다 했는데
읽다가 정말 끝내줘서 뭔가 좀 비범한 책이구나 했습니다. 과학 서적 가운데 과학자가 쓴 책 가운데 가장 탁월한 문장 실력을 가진 분이더군요. 읽는 내내 놀라면서 읽었습니다.

2015-10-14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5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5-10-18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소개한 책이 마구땡기는 군요!ㅎㅎ 반드시 구해 보겠습니다~
맛난 글 감사합니다!!^^

앗! 근데, 저자를 보니 포티 책이군요! 이 시리즈를 눈여겨 봐야 겠습니다...책 판돈으로 몇 권 구매해야 겠어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8 22:34   좋아요 0 | URL
이상하네요. 댓글을 달았는데 왜 사라졌지? ㅎㅎㅎㅎㅎㅎ.
뿌리와 아피리 출판사 책이 대체로 좋습니다. 믿고 보는 출판사....
 
남성 과잉 사회 - 지워져버린 소녀들의 진실과 도래할 인류의 재앙
마라 비슨달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Girls(c)out : 밤꽃의 제국

   

 

나는 인간 중에서 가장 못나고, 가장 외로운 놈, 사랑도 받지  못하고 우정도 얻지 못한 놈이며,  그 점에선 가장 불완전한 동    물보다도 훨씬 열등한 놈입니다. 
   


- 어릿광대와 비너스, 산문시집 << 파리의 우울 >> 中


 

 

내 군대 고참의 식성을 알아야 비로소 그날 벌어진 “ 비극 ”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귀하게 자란 자식도 아니고 천하게 자란 자식도 아니었다. 게으른 말년 생활이 시작되자 산꼭대기에 위치한 식당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는 점심 무렵이 되면 항상 후임'에게 “ 오늘의 메뉴가 뭐야 ? ” 라고 물었다.  점심( 혹은 저녁) 메뉴가 마음에 안 들면 식당에 가는 대신 PX에서 군것질로 끼니를 때우고는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갓 들어온 신병이 벌떡 일어나서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외쳤다. “ 오늘의 점심 메뉴는 !  된장국 ! 양배추 김치 ! 고등어 된장 조림 !  저녁 메뉴는 소고기무국 ! 닭튀김 !  감좌~쪼림 ! 조미김 이쐉임돠 !!! ” 그는 평소 생선 요리라면 질색을 했고, 특히 된장국은 똥국이라며 경멸하고는 했다.  반면 소고기무국과 닭튀김을 좋아했으니 그가 선택할 목적지는 분명했다. 점심은 PX에서, 저녁은 식당으로 ! 그런데 비극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신병이 점심 메뉴와 저녁 메뉴를 혼동한 것. < 집합 > 이 걸린 것은 당연지사였다. 식당 메뉴 하나 외우지 못한다는 것은 군기가 빠졌다는 증거였으니 말이다. 우아한 로우 킥‘이 정확히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여러분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가 ? 이 무자비하며 반인륜적인 폭력이 고작 점심/저녁 메뉴를 못 외웠다는 데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군대라면 가능하다. 아니, 군대니까 가능하다. 군대는 GIRL SCOUT이 빠진 BOY SCOUT의 성인 버전이다. 군은 병사들에게 형제애(BROTHERHOOD)를 강조하지만 스무 살’이라는 나이는 BOYHOOD와 BROTHERHOOD 사이에 걸친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다. 닭튀김인 줄 알았는데 똥국이 나왔다고 분풀이하는 자식처럼 말이다.

 

 

그는 전우애‘라는 이름으로 동료에게 아구창을 날렸다 ! 군대가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또래 집단 문화라는 점에서 일베 문화는 군대 문화를 닮았다. 일베는 산업화‘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 산업화 > 는“ 도래미파~ 피 끓는 청춘, 하드 바디 동경의 세계 ” 이다.  그들은 명령과 복종으로 이루어진 남성 혈맹 사회를, 알록달록한 나이키 운동화보다는 시커먼 강철 군화 통가죽 구두의 매력에 빠진다. 반면 < 민주화 > 는 단순한 명령과 복종‘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미덕으로 삼는다.  다양한 의견을 시끄러운 수다로 이해하는 일베 입장에서는 민주화는 < girl scout > 의 영역이고, 산업화는 < boy scout > 의 영역처럼 보인다.

 

 

그들은 병정놀이(scout이라는 말은 군대 용어로 정찰병, 척후병이라는 뜻이다)에서 " girls,  out !!! "  되기를 원한다. 일베가 원하는 것은 병정놀이 하는 여성이 아니라 소꿉놀이 하는 현모양처‘다. 미친년들아, 총 대신 (부엌)칼을 쥐어라 ! 그런데 실제로 “ boy scout의 염원 ” 대로 소녀들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만 1억 6000만 명이나 되는 여성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out된 것이다. 미국에서 비교문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한 저널리스트 마라 비달슨이 쓴 << 남성 과잉 사회, 2011 >> 는 대한민국 일베와 군대 문화를 분석한 책은 아니지만 일베와 군대가 그토록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단서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책이다.

 

 

<< 인구폭탄, 1969 >> 이라는 책을 쓴 폴 에들리히는 < 투나잇쇼 > 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지구 평화는 누가 지키오 ?! 독수리 오형제 ? 오호츠크 시밤바 같은 소리는 하덜덜덜 마쇼. 이제 지구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알렉터 무리가 아니라오. 인류의 적은 인구 증가라오. ”그는 티븨 쇼에 출연하여 인구 증가에 따른 미래 재앙에 대해 경고했다. 그가 토크쇼에 나와서 온갖 재롱을 부리자 이 책은 200만 권이나 팔렸다. 그는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길만이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목한 부분은 “ 전 세계적으로 딸만 있는 부부들은 아들을 낳기 위해 계속 시도한다(남성 과잉 사회, 143쪽) ”는 지점이었다. 마오쩌둥도 이와 똑같은 말을 한 적 있다.

 

 

“ 시골 지역에서는 여성이 여전히 아들을 낳고 싶어 합니다. 첫째와 둘째가 딸이면 또 아이를 낳으려고 시도하죠. 셋째를 낳았는데 이번에도 딸이면 또 아이를 낳습니다. 곧 딸이 아홉 명이 됩니다. ”  폴 에들리히’가 생각한 인구 억제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신혼부부에게 첫째부터 아들을 낳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은 성 감별 낙태를 가능하게 한 초음파 기계‘가  대중화되면서 실현되었다. 아들을 원하는 산모는 딸을 “ Delete ” 하고 아들은 “ Ctrl + V ” 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만 이런 식으로 1억 6천만 명이 넘는 여성이 사라졌다(이 말은 아시아에서만 남성이 여성보다 1억 6천만 명이 더 많다는 뜻이다).

 

 

대한민국도 girls (c)out 작전에 주도적으로 동참했다. 1980년에 세계은행으로부터 가족계획 사업 착수금으로 3천만 달러와 국제부흥개발은행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아 챙긴 군부 세력은 < 두 명도 많다 > 는 구호 아래 성 감별 낙태를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초음파 기계가 1980년대 중반 대한민국에 도입되면서 90년대 중반까지 성 감별 진단은 유행이 되었다. 산부인과는 역설적이게도 출산보다는 낙태 시술로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이 시기에 성비 불균형 또한 기록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30년이 되면 결혼을 해야 되는 남성은 “ 여성 100명에 남성 166명 ” 이라는 극단적 성비 불균형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성비 불균형‘을 다른 식으로 해석하자면 짝짓기 전략에서 여성이 유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여자가 까다롭게 구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성 감별 낙태가 유행한 결과,  대한민국은 < 에스토로겐 > 보다 < 테스토스테론 > 이 흘러넘치는 “ 밤꽃의 제국 ” 이 되었다. 송강호 성대모사로 말하자면 “ 여, 여여여여기가 무슨 밤꽃의 제국이야 ? ”  마라 비달슨은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남아도는 남성을 < 잉여 남성 > 이라고 말한다. 불알에 정액은 넘치는 데 이를 해소할 상대가 없자,  미혼 남성들은 짝짓기 전략을 여성 혐오 전략으로 바꾼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겠다는 심산이요, 먹음직스러운 포도가 신 포도가 되는 과정이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던가.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 빅 텐트를 치고 의기투합하며 기념식수인 밤나무 하나 심는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밤꽃 향기 작렬하리라. “ 비뇨기 파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바로 일베‘다.  < 일베 > 는 성 불평등으로 인해 탄생한 욕동 밴드’다. 그들은 Boy scout의 세계를 벗어나 자체적으로 Girl scout를 세우려는 퓨리오사를 쫓는 전투 차량 범퍼에 올라 “ 헤비 ” 한 “ 메탈 ” 을 연주하는 빨간 내복 기타리스트‘이다.  사실 영화 <<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 에서 워-보이들이 쫓는 것은 퓨리오사 무리가 아니라 8기통 전투 차량이다. 자세히 보면 이 트럭은 발기한 거대 남근을 닮았다.

 

 

차량 끝에 매달린 원형 탱크로리와 탱크로리 주입구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우유는 마치 불알과 정액처럼 보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이다 !!!  테스토스테론은 전투에서 승리를 얻기 위한 아편‘이다(실제로 운동선수들이 맞는 스테로이드는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한다. 테스토스테론은 경기력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  일베 사이트에서 자체 조사한 회원 구성비를 보면 15~ 33세 연령대가 전체 일베 사용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공교롭게도 이 연령층은 테스토스테론이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는 나이이면서 동시에 폭력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을 < 젊은 남자 증후군 > 이라고 한다. 젊은 남자는 특별히 강하면서 특별히 위험한 존재다.

 

 

 

다양한 주와 나라에서 30세 이상 연령대의 남자 비율보다 15~29세 연령대의 남자 비율이 높을수록 동맹 집단적 공격성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결 관계는 아주 강하기 때문에,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젊은 남자들의 비율이 폭력적 공격성을 예측하는 데 좋은 지표가 될지 모른다.

ㅡ진화 심리학, 데이비드 버스 480쪽


 

 

테스토스테론과 폭력성이 맺는 관계는 < 1가구 1자녀 ㅡ 정책을 펼쳤던 중국의 말 못할 형편 > 을 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을 수 있다. 1980년대 대한민국 출생 성비가 (여성 100명에) 109를 기록했을 때 1980년에 한 자녀 정책을 펼쳤던 중국은 이미 121를 기록했다.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성비인 105를 훌쩍 넘는 수치‘다. 정부가 강제적으로 시행한 한 자녀 정책과 혈통을 계승하려는 국민의 욕심이 만든 결과였다. 이후 그들이 성장해서 성인이 된 시기인 < 1992 ~ 2004년도 범죄율 > 을 보면 그 전 시기보다 범죄율이 거의 두 배로 뛰었다. 무분별한 낙태로 극심한 성비 불균형을 이룬 인도도 마찬가지다. 강간 사건은 30% 이상, 유괴는 50% 이상 증가했다.

 

 

학자들은 성비 불균형이 1% 만 증가해도 지역 범죄율이 5 ~ 6%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일베’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젊은 남자들이 지속적으로 여러 해를 거쳐 비뇨기월드‘가 제공하는 < 빅 텐트 > 로 모여든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결혼할 기회가 적은 미혼 남성은 폭력 성향이 더 높아진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24~25세 미혼 남성은 같은 나이의 기혼 남성보다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3배 더 높다(남성과잉사회,275쪽) ” 실제로 남성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혈액 속에 흐르는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리고 잉여 남성들이 많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잉여 남성들이 나이 든 연령대가 아니라 젊다는 데 있다.

 

 

일베를 단순하게 웃기는 짬뽕으로만 폄하할 수는 없는 이유이다. 일베 현상은 성비 불균형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지속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딸을 DELETE 하고 아들을 CTRL+V한, 초음파 기계 모니터에 의해 선택받은 행운의 밤꽃남아‘는 커서 무엇이 되었을까 ?  성 감별 낙태가 성행했던 80년대 중반과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잉여 남성 세대는 2015년이 되면 스무 살 ~ 서른 살‘이 된다.  정확히 일베 회원 주요 연령대와 젊은 남자 증후군 연령대와 겹쳐진다. 흙수저 물고 태어난 아이들은 이제 짝짓기 경쟁에서도 치열한 전투를 펼쳐야 한다. 경쟁자가 늘어날수록 실패할 확률은 높고, 실패할 확률이 높을수록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가며, 결혼이 늦춰질수록 사회적 압력은 높아진다.

 

 

그리고 구애에 실패하게 되면 자기 비하와 함께 여성 혐오가 찌꺼기처럼 남는다. 일베 현상을 지우기 위해서는 성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한국의 부모가 남성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단 남성이 여성보다 우수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여자아이) 태아의 낙태를 결정하는 쪽은 남성(남편)보다는 여성(아내, 시어머니)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달리 낙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여성인 것이다. 모니터에서 사라진 여아 입장에서 보면 여성의 적은 여성인 것이다. 왜 아시아(한국) 여성은 여아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 그 이유는 아시아(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힘겹다는 사실을 여성 스스로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양성 평등이다. “ 여화만사성 ” 이라는 말이 있다.  여자가 행복하면 만사 오케이’라는 뜻이다 ■

 

 

 

 

 

 

 


 

 

 

 

덧대기 l  박가분은 << 일베의 사상 >> 에서 진보에 대한 환멸이 일베가 탄생하게 된 배경 중 하나라고 진단한다. 일베가 보기에 살롱 좌파 주제에 사슴도 아니면서 관이 향기로운 족속처럼 고개 뻣뻣이 들고 계집애처럼 엉덩이나 실룩거리며 다니는 꼴이.......  니미,  영 못마땅해 보였을 것이다. 진보 정권 10년 동안 이룩한 성과가 겨우 여성가족부의 탄생이더냐 ?!   기성세대 정치에  대한 환멸, < 애정 > 이 < 애, 애애애증 > 으로 바뀐 결과’다. 여기까지가 박가분이 내놓은 주장이다. 그런데 과연 싸가지 없는 진보에 대한 환멸이 낳은 괴물이 일베‘일까 ?  < 일베 > 에게는 처음부터 “ 사상 ” 자체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베라는 실체는 머리는 없고 몸통만 있기 때문이다. 박가분은 일베가 < 머리 달린 괴물 > 이라고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에 일베는 < 머리가 없는 몸통에 좆만 달렸을 > 뿐이다. “ 바기나 덴타타(이빨 달린 질) 신화 ” 의 남성 서사 버전이라는 점에서 “ 페니스 덴타타 ”라고 할 수 있다.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생각(사상)이 발생하는가 ! 불알후드(brotherhood)의 친목 모임인 일베는 철저하게 “ 남근적 ” 이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영역은 정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여성 신체이며 여성 신체에 대한 비하와 훼손에 집중한다. 일베 현상은 아버지 세대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동세대 여성에 대한 혐오가 반영된 결과가 더 크다. 일베가 보수 “ agenda ” 를 취하는 까닭은 정치적 입장보다는 보수가 여성에게 전통적 여성 역할‘을 강조하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정치적 영역에 관심이 없었기에 진보에 대한 환멸조차 없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 산업화 ” 시키고 싶은 대상은 전통적 성 역할에 위반된 여성ㅡ 신체’이다. 진보의 가치인 < 민주화 > 가 의견을 묻는 과정이라면 보수의 향수인 < 산업화 > 는 복종을 강요하는 과정. 일베는 당연히 보수 편에 선다. “ 아스트랄한 비뇨기적 세계 ” 에서는 여성을 지지하는 생명체는 용서받을 수 없다.  배, 배배배배신. 배, 배배배반형이다. 비뇨기적 세계에서 한국 여성은 이미 타락한 존재’다. 김치녀는 사치가 심하고 염치가 없으며 게으르고 이기적이다. 일베는 세탁기의 발명이 여성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기에 여자가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떠벌리기 좋아하지만 똑같은 논조로 < 귀뚜라미 보일러 > 야말로 남성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킨 발명품은 아닐까 ? 산에 가서 땔감을 구해야 하는 노동에서 해방시켰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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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0-10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길게 논조를 끌고 갈 수 있는 힘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글 유난히 힘찬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3 16:53   좋아요 0 | URL
전에 써두었던 글인데 이 책 읽다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첨가하디 보니 글이 좀 길어졌죠 ? ㅜㅜ

weekly 2015-10-1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 쓰시려다 그렇게 된 것인지 사안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일베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방안이 성비 균형의 회복일까요? 이것이 전부일까요? 오늘, 한국이라는 구체적 상황 하에서의 정치, 사회, 심리, 문화적인 부분 등은 부차적이거나 파생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까요?

제가 느끼기에 우리의 담론 문화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문제는 환원론, 결정론적 경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인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님의 글에서도, 말하자면 호르몬 결정론적(혹은 환원론적) 경향이 너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 젊은남자증후군이라는 말을 붙이는 순간 저는 다른 어떤 사람이 어떤 특정한 사회현상을 젊은여자증후군이라 칭하는 것을 정당화시켜 주게 됩니다. 제가 젊은 남성 일반에 대해 불알후드라고 칭하는 순간 저는 다른 어떤 사람이 젊은 여성 일반에 대해 보X라고 부르는 것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입니다. 이 후자들이 일베 아닌가요? 그렇다면 전자는 도대체 누구인가요? 둘 다 생물학적 어떤 기관, 한국의 어떤 지역, 좌빨이라거나 꼴보수 라는 기호 등등이 한 인간의 총체성을 설명하는 데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재미로 쓰신 글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죄송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님의 글을 읽게 된 사람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럼...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3 16:53   좋아요 0 | URL
단순화의 함정이 맞습니다. 옳으신 지적이십니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어울렁더울렁거리면서 생긴 것이지 딱히 하나 때문에 이리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만 책에 나온 주장에 힘을 주자니 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면상 일베 현상을 추적하려면 책 한 권 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옳은 지적 감사합니다.
 





사도세자 : 나쁜 피 그리고 생매장




                                                         개인적으로 막스 오필스의 " 3,40년대 카메라 동선(움직임) " 을 좋아한다.  막스 오퓔스 감독을 모른다면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를 떠올려도 된다. 히치콕의 40년대 카메라 동선도 뛰어나니깐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이들 고전 영화를 현대 영화'와 비교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는 것. 현대 영화의 현란한 카메라 기술을 3,40년대 고전 영화와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현대 촬영 장비'가 < 개미 > 였다면 3,40년대 촬영 장비는 < 코끼리 > 에 가까웠다. 카메라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간과 명분이 필요했고, 이 명분은 미학과 철학이 동반되었다. 그렇기에 카메라 동선을 제대로 읽으면 감독이 지향하는 미학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영조가 아들을 죽인 사건도 그 시대적 맥락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조 나이 41세에 아들을 보았는데 그 이름이 선(사도세자 이름)이다. 마흔 넘어 낳은 자식이니 금지옥엽'인 " 늦둥이 " 이지만, 그 시대로 따지자면 늦어도 너무 늦은 나이에 낳은 자식1에 속한다.  왜냐하면 조선 임금 평균 수명이 46.5세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그때 상황을 21세기 헬조선 시대 나이'로 치환하면 환갑에 아들을 본 꼴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평범한 가문의 늦둥이'가 아니라 왕의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데 있다. 조선 임금 평균 수명이 46.5세라고 했을 때 이 평균값을 적용하자면 : 단순하게 계산해서 영조는 아들 선'이 6,7세 되는 해에 죽을 운명이다. 영조 입장에서는 잠이 안 올 상황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궁궐'이란 혈육 상잔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곳'이 아니더냐.  선대를 거슬러 올라가 단종의 비극'을 보면 영조가 왜 그토록 어린 사도세자를 매섭게 질책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단종애사를 다룬 영화 << 관상 >> 은 문종(37세)이 죽고 그 자리를 어린 왕자(12세)가 계승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궁중 혈투를 다룬 사극이다. 신변'에 위험을 느낀 어린 단종은 스스로 왕위를 둘째 삼촌인 수양대군(세조, 이정재)에게 위양하고 물러난다. 왕권 위양은 짐승 같은 삼촌에게 바치는 흥정인 셈'이다. 하지만 수양대군은 잔인하게도 어린 조카인 단종을 죽인다. 단종, 12살에 왕이 된 임금은 17살에 살해된다. 이 " 단종애사 " 를  영조가 모를 리 없다. 영조는 어린 선(愃)을 보면서 단종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생각했을 것이다. 어린 아들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 !  그가 선택한 것은 스파,   아아아아아아르타식 조기 교육이었다. 더군다나 영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신하들에게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첫째, 영조는 천출이었다. 어머니는 물을 길어 나르는 무수리'였다. 무수리는 궁에서 일하는 계급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계급으로 청소나 잔심부름이나 하는 계집 종이었다. 영조'는 로열 패밀리 소속'이기는 하나  " 하빠리 혈통 " 을 가진, 직계가 아닌 방계 혈족이었다. 둘째, 영조는 제위 기간 내내 형인 경종을 독살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만약에 자신이 죽고 나서 어린 선이 왕위에 오른다면 붕당 세력들은 " 직계의 정통성 " 을 내세워 아들을 폐위를 시킬 가능성도 있었다.

영조는 " 나쁜 피(천출) " 에 대한 컴플렉스와 " 독살설 " 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인물이다. 그는 " 적통 " 이 되고 싶었으나 " 짝퉁 " 일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던 셈이다.  이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붕당 세력에게 흉 잡힐 일'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조는 신하들에게 책을 잡히지 않을 완벽한 세자를 원했고,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남달랐다. 문제는 자식 교육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도세자는 영조가 원했던 완전체가 아니었다. 아버지 영조는 새끼를 품에 안는 < 캥거루 > 가 아니라 벼랑 끝으로 새끼를 내모는 < 호랑이 > 가 되었고, 아들은 관이 향기로운 족속인 < 사슴 > 이 아니라 보기 흉한 < 하이에나 > 가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 뒤주 >> 였다.

나무로 짠 < 뒤주 > 라는 궤짝은 시체를 담는 < 관 > 이라는 궤'와 동일하다. 즉,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둔다는 행위는 산 사람을 관에 가두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이 형벌이야말로 가장 잔인하면서도 무서운 형벌이 아니었을까 ? 그는 산 채로 무덤 속에 갇혀서 서서히 죽어간다. 프로이트 식으로 이 비극적 사건을 해설하자면 : 영화 << 사도세자 >> 는 반-오이디푸스 서사'에 해당된다. 아버지 영조는 라이오스이고 아들 선(愃)은 역모에 실패한 오이디푸스'다. ​아들은 아버지를 칼로 찌르지 못한다. 그 대가는 뒤주라는 생매장'이다. 조선의 왕 라이오스는 아들에게 말한다. " 너는 태어나서는 안 될 운명을 가졌구나. " 그는 아들에게 세상에 나오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아들 이선은 뒤주에 갇힌 지 8일째 지나 숨을 놓는다. < 뒤주 > 는 컴컴한 구멍이면서, 컴컴한 무덤이면서, 컴컴한 자궁이다. 영조가 보기에 아들 선'은 태어나면 안 될 자식'이었다. 선(愃)이라는 한자 이름은 " 너그럽다 " 라는 뜻도 있지만 " 잊다 " 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 한자'다. 영조는 아들 선(愃)이 죽자 " 사도(思悼) " 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생각 사, 슬플 도'다. 너를 생각하면 슬프다는 뜻이지만 달리 해석하면 잊을 수 없다는 의미이리라. 슬프다는 마음은 잊을 수 없다는 마음이다. 아이러니하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과 잊을 수 없다는 마음. 영조는 아들의 생을 훔쳐서 팔순'이 넘는 세월 동안 천수를 누리며 장수했지만 마음 속에는 두 가지 이름이 번뇌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천둥이 쳤을 것이다.

 

  

 



 

  1. 혼기가 꽉 찬 딸을 과년한 딸'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과년은 16세를 의미한다. 조선시대에는 종실 자녀가 나이 열 살만 되면 의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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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0-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필 사진. 아주 멋드러집니다. 지금까지 본 것 중 제일 좋은데요.

저도 마흔둥이라서 (물론 사도세자에 비하면 늦둥이가 아닌 셈이지만요.) 짠한 마음이 더 드네요. 뒤주라는 공간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지를 생각하면 더욱 애잔합니다. 남부러울 게 없을(?) 왕의 아들이란 자리가 지독히 고통스러웠겠어요. 사도세자를 그린 것 중에서는 아주 오래 전에 전국연극제에서 상연한 연극이 제일 좋았어요.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사도세자를 가둔 뒤주를 가마꾼같은 뒤주꾼(?)들이 옮기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18:45   좋아요 0 | URL
오, 진아 님 막둥이이자 늦둥이시군요... 뭐 옛날에는 마흔둥이는 흔하지 않았나요 ? 아닌가... ㅎㅎㅎ.
사실. 영조가 사도를 죽일 만 했습니다. 한중록 보면 왜 사도가 죽인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고 하잖습니까.
이덕일 같은 사람은 한중록은 완전 사기`다 라고 말하는데 이미 실록에도 사도가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 라는 구절이 명시된 것을 보면... 사도가 사람을 죽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 광기가 아버지 앞에만 서면 울컥증이 생겨서 결국에는 살인자가 되는....

samadhi(眞我) 2015-10-06 18:48   좋아요 0 | URL
옛날에는 ㅜㅜ 저 그렇게 예엣 나알 사람 아니예요. 라고 더듬더듬 변명하고 싶어지네요. 흑흑흑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19:13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욤. 그럼 취소.. ㅎㅎㅎㅎㅎ.... 오늘 엘지-와 기아 야구 하네요. 기아 이겼음 합니다. 다 끝난 일이지만... ㅎㅎ.

samadhi(眞我) 2015-10-06 19:17   좋아요 0 | URL
네 지금 보고 있어요 경기하는 선수들도 보고있는 우리도 의욕이 없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19:20   좋아요 0 | URL
기아가 이겨야 한화와 공동 6위합니다. 한화 단독 6위하는 꼴 못 보겠습니다.
원래 나는 한하 팬이기도 한데, 감독 온 이후로는 질색입니다. 감독 물러나야 함... ( 선수 보호 차원에서 말이죠..)

samadhi(眞我) 2015-10-06 19:25   좋아요 0 | URL
한화와 상대전적에서 불리한 것으로 아는데요. 저도 한화가 그따구로 해서 6위라도 하는 거 대단해뵈지 않아요.

samadhi(眞我) 2015-10-06 19:27   좋아요 0 | URL
앗 6위부터는 상대전적과 무관하게 걍 공동순위가 된다고 하네요. 오늘 이겨야겠네. 사랑해효 엘지가 변함없는 기아사랑을 보여줘야 하는데 하필 선발이 쏘싸라서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19:33   좋아요 0 | URL
오늘 보니깐 소사 공이 조습니다. 아무래도 완봉패 당할 거 같습니다. 그래도 기아 응원하겠습니다. 기아 파이팅 ~~

samadhi(眞我) 2015-10-06 19:35   좋아요 0 | URL
아니될 말씀입니다. 없는 뒷심을 발휘하야 우리 주처의 2루타를 기 점으로 삐리가 해결해 줄 겁니다. 각본대로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19:42   좋아요 0 | URL
각본대로 진행되는군요. 이런 빌어먹을 ~~ (생각 바꿨음.. 엘지 이겨라, 엘지 이겨라 ~~ )

samadhi(眞我) 2015-10-06 19:44   좋아요 0 | URL
으크크크크 예상외로 제가 제일 싫어라하는 나지방이 낸 타점이긴 하지만. 호랭이가 쌍둥이를 발라버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19:55   좋아요 0 | URL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발라버리다니요 기아 발라버리자, 엘지 파이팅 ~~~~ ㅎㅎㅎㅎㅎㅎㅎ

... 흑흑... 엘지 불쌍하다... 이놈들아, 정신 바짝 차리고 잘하자. 올해는 말고.. 내년에 말이다...
형이 너희 때문에 술 무지 먹었다.

samadhi(眞我) 2015-10-06 19:57   좋아요 0 | URL
발라버려! 라는 힙합 모르세요? ㅋㅋ 기아 편파방송 아프리카 bj가 응원가로 자주 트는 노랩니다. ㅋㅋ
저는 기아사랑 엘지가 좋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0:30   좋아요 0 | URL
통크게 내년에는 엘롯기한화까지 포함해서 4팀이 4강 올라가서 싸웠으면 합니다.
올해는 엔씨가 1위 하기를 !!!

samadhi(眞我) 2015-10-06 20:34   좋아요 0 | URL
역시 울삐리가 안타치네요. 다음이 나방이라 불안하지만 ㅡ ㅡ 설거지하고 씻고 났더니 역전됐네요.
그러게요 전통적으로 강한 팀들이 어쩌다 엘롯기동맹이 되어서는...
저도 삼성 이기는 거 싫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0:37   좋아요 0 | URL
삼성 할 만큼 했습니다. 이젠 영광의 자리를 타 팀에게 줘도 될 듯. 한화도 함 우승하고, 엘지( 아.. 눈물이..)도 함 우승하고, 롯데, 기아도 한 번씩 우승하고.... 두산은 안 됨.. 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하는 팀입니다... ㅎㅎㅎ 두산은 영원히 5위나 하셔...

samadhi(眞我) 2015-10-06 20:40   좋아요 0 | URL
범죄두 라고 부르잖아요. 싸가지 교육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라뱅 형아 안타 ㅠㅠ 엘지팬이 아니어서 왜 라뱅인가 했네요. ㅋㅋ
근데 엘롯기한화가 4강 갈 전력은 안 될 듯해요. 엔씨가 너무 강하고 넥센도 타격이 무시무시해서...

samadhi(眞我) 2015-10-06 20:42   좋아요 0 | URL
아 근데 호랑이만큼은 4강 갈거예요. 김기태가 작전만 안쓰고 그냥 엄마 노릇만 해주면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0:48   좋아요 0 | URL
엘지는 고참들이 다 물러나야 합니다. 전 엘지의 맏형 이병규를 굉장히 싫어하는 편입니다. 이 인간이 팀 분위가 다 망치죠. 모 신문기사 읽으니 엘지 신인 선수들 자기 실수로 팀 지면 숙소 들어가기 무서워서 벌벌 떤다고 합니다. 얼차례 기다리니깐 말이죠. 이게 프로야구의 현실.. 특히 엘지의 현실... 개같은 거죠...
더아웃 분위기 봐요. 엘지는 다 얼어있습니다. 싹 물갈이해야 합니다. 유명해요. 엘지 군기...
오죽했으면 아.. 뭐냐.. 경기 중에 같은 팀끼리 싸우는 경우도 발생했겠습니까. 포수 조인성과 거 누구냐.. 심수창 싸웠잖아요.

samadhi(眞我) 2015-10-06 20:52   좋아요 0 | URL
그게 기아랑 붙었을 때예요. 심˝논개˝사건. 엘지는 정말 그것 때문에 골치라고 알고 있어요. 정말 물갈이가 절실한 팀이죠. 90년대 이후로 엘지가 계속 하위에 머무는 확실한 이유라는 것. 굳이 라뱅 얘기를 한 것은 제가 수비잘하는 선수를 아끼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타격은 안 되지만 수비 잘하는 사람이 더 좋습니다. 호랑이와 이름도 비슷한 기아타이거즈 중견수 김호령이 그래서 제일 이쁘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0:56   좋아요 0 | URL
그래서 나지방 싫어하는군요 ? 솔직히 나지방 과평가 받는 선수 아닌가 싶습니다. 나지방 사실 수비 엉망이죠... 내가 나지방 싫어하는 게 이 새끼 데드볼 하나 나오면 존나 뭐라 그래요. 성질내고 말이죠. 하여튼 좋은 수비 하나는 솔직히 좋은 안타 2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앤씨나 넥샌 더아웃 분위기와 엘지 덕아웃 분위기를 보세요. 확 다르잖아요. 엘지는 쌍팔년도 방식으로 야구하는 거 같습니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임....

samadhi(眞我) 2015-10-06 20:57   좋아요 0 | URL
우리팀이 그렇게 부른거예요. 심수창 한 몸 희생으로 그날 기아가 이긴 것. ㅋ
포수 중에 조인성이랑 진갑용 성질이 제일 드러운 것 같아요. 저는 투수보다 포수에게 더 많은 연봉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일 고생하고 경기를 지배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가끔 되지도 않는 감독이나 오심 쩌는 심판들이 경기를 좌우지장지지 하기도 하지만요.
그런 만큼 포수들은 하나같이 넉넉한 큰형같은 느낌인데 앉아쏴 조인성은 실력은 짱짱하나 인성이 영 아닌 듯해요.

samadhi(眞我) 2015-10-06 21: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분위기 하나로 한 순간에 반전이 생기죠.
그래서 나돼지 싫어요. 닌자거북이 나로또 수비 보면 성질 폭발하고 말아요.
20홈런 딱 한 해인가.친 애를 홈런타자라니. 정말 미치죠. 나방은 그냥 몸빵이나 해야죠. 몸에 맞는 공 1위 아닐까 싶어요. 던질 데가 많아서. 군면제 받으려고 반짝 한 해 열심히 한 으....
작년부터 야구 본 울 시누이는 나지방을 귀여워하는데. 그 전부터 야구 본 저는 나방 제발 내보내길 바라죠.
한국시리즈 9회말 홈런 하나로 여태 과평가 받고 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1:10   좋아요 0 | URL
제가 늘 하는 말이 포수는 2할만 쳐도 된다고....
포수 타율 낮다고 지랄하는 놈은 나쁜 놈이죠. 포수는 정말 다른 선수보다 2배는 더 줘야 합니다.
4,5시간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또한 수백 번 공을 던집니다. 투수에게...
공에 맞는 건 또 어떤가요. 글구 홈 승부 때 부상 많이 당하잖아요. 이거 정말 어마어마한 운동량입니다.
포수는 그냥 수비형 포수 하나 있으면 좋습니다. 뭐, 공격형 포수가 있으면 더 좋지만...
수비 잘하면 장 땡임..

나지방 새끼 좀 얍삽합니다. 저번에 경기 중 김현수에게 쌍욕한 사건도 꽤나 웃겼습니다.

samadhi(眞我) 2015-10-0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수는 그냥 존재 자체로 고맙죠. 포수를 자식으로 둔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하는 생각 늘 해요. 늘 다치고 무르팍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1:1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다저스 엘리스 포수를 좋아합니다. 타율이 2할 3푼인가 그렇거든요. 하지만 어쩝니까. 다른 선수들이 해결해 줘야죠. 공 쎄게 머리에 맞아 보십시오. 뇌진탕 일어남. 미국 같은 경우는 한 경기에 공이 포수 마스크에 세게 2번 이상 맞으면 강제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립니다. 뇌진탕 예방을 위해서 말이죠. 부상이 없다고 해도 2번 쎄게 맞으면 규칙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려서 강자 15일 휴식을 줍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앞으로 말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1:14   좋아요 0 | URL
옛날 류현진 있었을 때 포수 있었잖아요.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그 포수 참 좋았어요. 생글생글 웃으면서 투수들 잘 리드했던 기억이 나네요.
야구는 멘탈 게임.... 윽박지르면 아무것도 안 되는 스포츠 아닙니까.

samadhi(眞我) 2015-10-06 21:16   좋아요 0 | URL
그 포수 무슨무슨 주니어 아니었나요?
아무튼 메이저 선수생명 보호하는 건 배워야 해요. 그런게 멋있는 건데... 크보는 아우 욕나오죠.

samadhi(眞我) 2015-10-06 21:20   좋아요 0 | URL
나지방 심하게 얍삽해요. 그놈 때문에 제가 호령이 오기 전에 제일 예뻐한 안치홍이 아시안게임 못 나가고 군대 갔잖아요. 부상을 숨기고 아시안 게임 나가서 한 경기도 출전 안 한 양심없는 나방. 나방 모든 기사에 군대가라 댓글 달리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1:26   좋아요 0 | URL
그냥 aj 엘리스입니다.. ㅎㅎㅎㅎㅎㅎ

왜 손아섭, 아버지 병실에서 생명 다하기 하루하루 근근이 버틸 때 손아섭이 그랬다고 하잖습니까. 며칠 간만 아버지 병실을 지키고 싶다고... 구단 측에서는 no ! 참... 잔인한 거죠. 미국은 아무리 중요한 경기라 해도 아내가 출산을 하면 출산 휴가를 줍니다. 다저스도 그레인키 출산 휴가 보내고 다른 투수가 대신 던진 적 있죠. 출산 휴가는 커녕 아버지 임종을 지키겠다는 그 마음을 그렇게 모질 게 안 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나요.. 외인 선수들에게는 출산 휴가 잘만 주더니 말입니다.


사실 야구도 보면 과노동 현장입니다.
가을 야구 끝나면 곧바로 훈련 돌입하잖아요. 돈만 많이 준다 뿐이지 휴가도 없고 고노동 직종입니다.

손아섭 그 얘기 듣고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꽤 효자였던데.... 그 간절한 바람을 그렇게 무시하다니...

samadhi(眞我) 2015-10-06 21:27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속상했어요. 손아섭만큼 성실한 선수가 어디있다고. 그리고 상위경쟁 하던 상황도 아니었고. 구단 중 최악이 롯데라고 생각해요. 파가 되면 무조건 롯데를 벗어나려고 하는 선수들 보면 딱 답 나오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1:31   좋아요 0 | URL
제 친구 중에 롯데 근무하는 놈이 있는데 만날 하는 말이 롯데 그룹은 깡패들이라고... 가장 저질이라고...
개인적으로 손아섭 메져 가서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손아섭은 자세가 뭔가 진짜 진지, 성실... 그 자체입니다. 이런 선수는 처음 봅니다.
간절함 그 무엇이 있어요. 안타 치고 홈런 쳐도 그닥 큰 제스츄어가 없잖습니까.
나돼지 보세요. 이 새끼는 홈런 하나 치면 무슨 베리 본즈나 된 듯이 방망이 내던지고 느릿니릇 돌고.... 괴성 지르고.... 메쟈 가면 다음 타석에 바로 해드샷 날아옵니다. 기본이 안 되었슴...

samadhi(眞我) 2015-10-06 21:33   좋아요 0 | URL
손아섭 타격 자세 맨 처음 봤을 땐 어색해서 이상해보였는데 쭉 지켜보다보니 우리팀 선수 아닌데도 애정이 갑니다. 정말 욕심나는 선수예요.
나방은 마이너 갈 실력도 안 되는 걸요.
아으 김주찬 ㅠㅠ 삐리 앞에서 머더러 ㅜㅜ

samadhi(眞我) 2015-10-06 21:39   좋아요 0 | URL
타이거즈 용병타자 브랫필은 출산휴가 받지도 않고 국내에서 출산했지요. 보통 우리나라 의료환경이 후진적이라 생각해 제나라로 가는데 말이죠.

매경기 성실하게 뛰는 모습 보면 착한 성격이 보여요. 이렇게 적응 잘하는 용병이 있을까 싶어요. 40-40 테임즈도 부럽지 않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1:50   좋아요 0 | URL
결론은 인성입니다. 인성이 좋은 선수가 오래 남습니다. 브랫 필... 정말 좋은 선수죠. 전 좋은 선수 기준이 오버하지 않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홈런을 쳐도 상대 팀 투수를 생각해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고, 기쁨은 덕아웃에서 신나게 하고.... 브랫 필, 정말 좋은 선수예요. 스나이더도 전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한화 모건은 뭔가 좀 양아치 같은 냄새가 납니다. 기본이 안 된 선수... 브랫필, 스나이더, 손아섭.. 이런 선수들은 정말.... 말이 필요없죠...


전설적 타자 베리 본즈 있잖습니까. 선수들이 아주 이를 갈며 싫어했다고 하더군요. 이 선수가 홈런 치고 돌아오면 아무도 반기지 않았죠. 홈런 신기록도 약물에 의존한 결과. 지금은 아무도 그를 찾지 않죠. 인성이 나쁜 사람은 좋은 선수로 남지 못하나 봅니다.

samadhi(眞我) 2015-10-06 21:50   좋아요 0 | URL
야구도 인생과 같아서 따뜻하고 성실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죠.

samadhi(眞我) 2015-10-0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악 기아사랑 엘지가 사랑이 식었어요. ㅠㅠ 공동6위 하기 바랐는데
에효

곰곰생각하는발 2015-10-06 22:01   좋아요 0 | URL
미안합니다. 엘지가 이겼네요. 뭐 별로 기쁘지는 않네요. 그저 내년 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깜깜할 뿐입니다.

samadhi(眞我) 2015-10-06 22:02   좋아요 0 | URL
이게 다 엘지 오랜 팬인 곰발님 때문이예요
라고 애꿎은 곰발님 탓. ㅋㄷ
야구없이 못 사는 제게도 내년 봄까지 찾아올 금단증상을 어찌 견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