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존중하는 삶의 시작
원은수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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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원은수님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2022년 엑스퍼트스케이프 우울장애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로 선정된 바가 있다.

정신과 의사기 때문에 우울감, 불안감을 포함한 여러 증상들로 내원한 내담자들과 면담을 해 온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 동료, 친구들과의 갈등에서 괴로워하고 그러한 상황을 스스로의 탓으로 여기며 자신을 부족하고 나약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자주 봐 왔다. 이때 갈등의 원인은 내담자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있었고 이들은 자기애적 특성을 강하게 띄고 있는 나르시스트였다.

이 책에서는 '나르시시스트'가 우리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정신건강학적 이론을 언급한다. 상황과 갈등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을 탓하던 사람들에게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르시시스트는 내적으로 견고하게 통합된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 못해서 일관된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고, 다른 사람의 인정과 확인을 통해서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다. 타인의 찬사가 없으면 자존감에 큰 타격을 입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혼돈이 온다.

'나르시시스트'와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경계선 수준에서 정신증적 수준이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성 성격유형이 건강한 수준에서 정신증적 수준까지 다양하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 수록, 외모가 아름다울수록,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으나 정서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는 외적 조건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나 자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르시시스트에 얼마나 가깝고 먼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견고한 정체성과 안정적인 자존감을 확실히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우리 모두는 건강하지 않은 나르시시즘이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

자신의 건강하지 않는 부분을 인지하고 이를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 경우 이 책이 도움이 된다.

  •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의 특징

나르시시스트는 불안정한 자존감으로 자긴의 잘못을 지적하여 수치심을 자극하는 상대에게 엄청난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르시시트가 분노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어느 정도 용납했기 때문이다.

나르시시트는 중독에 취약한 특징이 있는데 이런 중독을 상대방 탓으로 잘 돌린다.

내적 풍요로움보다 외적 요소가 점차 중요시되는 현상은 나르시시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외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분위기여서인데, 사회 전반에 걸쳐서 '나르시시트적 문화'가 강화되고 있다.

  • 당신이 몰랐던 나르시시스트의 다양한 얼굴들

과대형 나르시시스트, 취약한 나르시시스트, 악성 나르시시스트, 공동체적 나르시시스트, 독선적 나르시시스트로 분류된다. 이 중 악성 나르시시스트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폭력과 범죄의 중심에 있다. 공감 능력이 극도로 손상되었기 때문에 죄책감이나 후회를 가지지 않고 가학적 성향도 있다. 가장 극단적 형태의 공통체적 나르시시스트와 악성 나르시시스트가 섞인 형태가 사이비 정교 집단의 교주이다.

  • 어떻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었는가

나르시시스트가 지니는 자기애성 성격을 포함한 모든 성격 특성은 후천적 양육 환경뿐 아니라 타고난 기질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대인관계에서 상호작용에 대한 명확인 인지가 생기지 않는 경우에는 다양한 성격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가 나르시시스트면 자녀도 나르시시스트가 될 확률이 높다. 자녀에게 올인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모들도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이 강할 수 있다.

  • 그들의 가족을 들여다보면

'가족'에게 아픔과 분노를 경험한 경우 그 상처 뒤에 나르시시스트 가족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풀어줄 대상이 필요해서 가스라이팅을 통해 '스케이프고트' 자녀가 생긴다. 스케이프고팅은 모든 잘못에 대한 탓을 돌리며 그 대상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이다.

반대로 부모를 빛내주는 자녀, 즉 외모가 출중하거나, 공부나 예체능이 뛰어난 골든 차일드 자녀의 경우 주변의 칭찬을 자신에게 향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부모의 에너지와 관심을 주지 않고 방치되는 자녀를 인비저블 또는 로스트 차일드라고 한다.

부모의 건강하지 않은 측면을 어린 나이에서부터 감지하는 능력의 가진 자녀를 트루스 텔러 자녀라고 한다.

  • 나를 조종했던 것들과 헤어지기

가스라이팅은 나르시시스트가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위한 대표적 수단으로 가족, 연인, 친구,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특정 관계에서 자신이 믿었던 신념들이 상충되면 상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나르시시스트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조력자 인에이블러 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득에 따라, 무지해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

  •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육감이 생각보다 정확함을 명심하자. 물리적으로 거리 두리를 할 수 없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정신적 거리 두기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평소 깊이 있는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취미를 하는 등 스스로를 건강하게 가꾸는데 사용하자.

나르시시스트의 공격에 대해 자신이 직접적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나르시시스트의 공격은 무력해진다.

  • 또다시 상처받지 않는다

물리적인 거리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내 안에 다루어야 하는 내적 요소들이 남아 있지 않은 지 돌아봐야 한다.

주변에 나르시시스트가 많다고 느끼는 경우는 우리가 특정 환경에 적응이 되어서이다. 주변의 나르시시스트로 인해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면 나는 부족하기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무의식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공감 능력은 귀한 자질이나 나르시시스트가 이들을 유독 곁에 두고 싶어 하므로 공감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상대를 용서하는 능력도 양질의 특성이지만 나르시시트에게는 쉽게 용서를 해 주면 안 된다.

공감과 용서는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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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소 플레이북 - 미래조직의 기업문화와 역할조직이 일하는 방식
유호현.채민재 지음 / 이야기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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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소폴리틱스는 솔직히 들어본 적 없는 회사였다. 정치에 관심이 그다지 없어서가 이유일 텐데, 이 책 때문에 궁금해서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다. 아무래도 정치 사이트다 보니 경직되고 딱딱한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직접 찾아가 보니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재미있게 구성이 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미션으로 한 정치 플랫폼을 표방하며 좌우가 함께하는 정치 커뮤니티를 구축하였다. 이런 건전한 토론 문화가 인터넷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현 정권 들어서면서 정치에 관심이 사라지게 되었는데, 가끔 썰전과 같은 정치 토론 프로그램이 그립긴 했다. 유튜브에서도 정치 현안을 다루는 경우가 있으나 양쪽 진영이 서로 토론을 하는 채널은 없고 한쪽 성향에 기울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전하고 양질의 토론이 그러워지려는 참이어서 옥소폴리틱스에 가서 사람들 글을 읽어보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이 책은 옥소폴리틱스 회사에 대한 A부터 Z까지 다 실려있어서 마치 회사 소개서 같기도 하다. 그러나 회사의 자랑이나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성장과 아울러 새로운 형태의 기업문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구나 이런 회사에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옥소폴리틱스의 근무형태는 남다르다.

개인의 삶의 목표와 미션을 존중해 주고 자유로우면서 행복하게 회사 생활을 하게 해 주는 기업 문화는 실리콘밸리를 따르는 듯하면서도 왠지 한국의 '가족 형태와 닮아 있어 보인다.

이런 기업문화는 회사의 정체성에서 비롯한다. 옥소폴리틱스는 자칫 천박한 비방과 가짜 뉴스가 난무할 수 있는 정치문화를 (1) 옳고 그림이 아닌 공정함, (2)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소통, (3) 기존의 체제를 파괴하려 노력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제시 (4) 다양한 생각을 데이터로 만들려는 이상을 가지고 있다.

회사가 지향하는 모습과 회사 내부의 모습이 똑같다.

조직 문화에서 개인의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는 워라밸이다. 빠르게 승진하고 돈을 더 버는 것과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는 것, 나만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것 사이에서 저울질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근무시간을 회사가 정한다. 자율근무제, PC off 제도, 52시간 근무제, 60시간 이하 근무 등 회사가 제약을 두다 보니 남은 시간에 대해 가족에 중심을 두면 개인이 힘들어지고, 개인에 중심을 두면 가족과의 관계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남는 시간에 가족과 개인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옥소폴리틱스는 자신의 역할을 잘할 때는 무제한의 자유와 결정권을, 그렇지 못할 때는 역할을 바꾸거나 떠나게 된다. 자신의 방식으로 미션을 위해 가장 도움이 되는 기여를 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된다.

옥소폴리틱스의 프로젝트는 애자일 방식을 취한다. 단계를 밟아가는 워터폴 방식과 달리 작은 사이클을 반복해서 최소 기능 제품을 발전해 가는 과정이다. 워터풀은 데드라인에 맞춰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이 날짜를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팀원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한다. 반면 애자일은 매 스프린트마다 일정한 속도로 산출물을 내도록 하고 버그 등을 관리하여 기능이 퇴화하지 않도록 한다. 따라서 워터풀은 데드라인이 중요하다면 애자일은 속도가 중요하다.

애자일 방식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조직의 유연함을 대변해 준다. 애자일 방식을 취한다고 하나 실제로는 미니 워터플 방식이 연속하여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옥소폴리틱스의 기업문화, 근무형태가 무조건 미래지향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업종과 업태에 따라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곳도 있고 대면 환경에서 조직력으로 성과를 내기 좋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일 하는 방식이 적합한 곳도 분명히 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어주는 회사가 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기업문화를 소개하는 책 중 대표적인 곳이 구글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이면서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일구어 내고 있다.

이런 회사가 더 성장하고 커져서 구글처럼 성장의 원인을 기업문화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방식이 좀 더 늘어서 청년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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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고 있어요 - 하늘을 나는 동물이 되는 상상 이야기
킴 페인만 지음, 정신재 옮김 / 노란코끼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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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 동화책을 참 많이 읽어줬다. 읽어준 동화책, 시리즈, 전집 등 쓴 리뷰가 짧기는 해도 천여 권에 달했었다.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니, 아이도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반응이 좋아서 또 책을 찾아 읽어주고 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동화책'의 매력에 내가 더 빠져들었었다.

어떤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책을 도서관에서 죄다 찾아 읽어주곤 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 많지 않았다. 내가 어릴 때 읽은 책 중 아이 책과 겹치는 책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 전래동화, 이솝우화 등과 아동을 위한 문고판 책들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판매되고 있으나, 이를 제외한 요즘 인기 있는 그림책들은 과거에는 없었다.

어릴 때 읽었던 책과 겹치는 책들의 경우는 아주 재미있는 경험을 하곤 했다.

권선징악을 다루는 전래동화를 다시 읽으니 현대에 맞지 않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 성냥팔이 소녀와 같은 책은 목이 매여 읽어주기가 힘이 들었다. 수십 년 만에 다시 읽은 책의 다른 느낌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역시 시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새삼 깨달았고 사회에 대해 좀 더 풍요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외 대부분 그림책, 동화책은 모조리 성인이 되어 새로 접하는 책들이이다. 감성을 건드리는 그림책도 있고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책도 있었다. 비록 아이들의 책이지만 나도 몰랐던 사실을 접할 때는 나 역시 호기심이 잔뜩 생기기도 했다.


아이가 어릴 때 함께 도서관에 다니고 책을 읽어주었던 향수가 워낙 짙어서인가 지금도 아주 가끔 책장에 소중하게 남겨둔 동화책을 펼쳐보곤 하고 이렇게 새로운 동화책을 만나보기도 한다.

<나는 날고 있어요>는 저자가 이 책을 만드는 과정을 상상해 보며 읽은 책이다.

킴 페이만은 자연과 동물을 무척 사랑하며 어린 시절 새처럼 날 수 있기를 꿈꿨다고 한다. 어릴 때 꿈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때 공상을 즐겨 했는데, 그때 하늘에 둥실 떠 있는 구름을 타고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마치 솜사탕같이 몽글몽글하고 푹신한 구름을 타고 들판 위를 흘러가는 상상을 했었다.

저자 소개를 보니 괜히 어릴 때 공상을 했던 몇 단편들이 떠오른다.

그림책은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며 하늘을 나는 동물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땅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을 나는 동물이 되어 그들의 시선으로 땅을 바라본다.

페이지 넘길 때마다 마치 내가 새, 꿀벌, 날치, 거미, 날다람쥐가 된 것 같은 앵글이다.

속도감과 원근법이 확실하게 표현되어 있다 보니 상상력을 제대로 자극해 준다.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맨 뒤 페이지에 오니 본문에 등장한 하늘을 나는 동물들에 대한 소개 페이지가 있다.

그중 '하늘을 나는 뱀'에 대한 설명이 신기했다. 떨어지는 속도와 몸을 이용해서 하늘에 둥둥 떠서 나아가는데, J자 모양에서 S자 모양으로 몸을 바꾸면서 둥근 몸통을 납작하게 만든다고 적혀 있다.

설명을 읽자니 너무 궁금해져서 동영상을 찾아봤다. 245미터를 날아간다니 놀랍다.

아이들과 동화책만 읽어주지 말고 책에 나오는 동물들 하나씩 동영상 찾아가며 읽으면 훨씬 그림책 읽기가 즐거울 듯하다.

모처럼 나도 추억에 젖어 그림책을 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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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 완성 인텔리전트 피트니스 프로그램 - 007 제임스 본드와 캡틴 아메리카의 몸을 만든 ‘스타 트레이너’의 궁극의 운동 프로그램!
사이먼 워터슨 지음, 동현민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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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읽는 운동 프로그램 책이다. 처음 헬스를 시작할 때가 기억난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한지 20년을 훌쩍 넘어서 쉰을 바라보던 때였다. 둔하디 둔한 운동신경을 가지고 태어난 운명을 탓하기에는 운동을 못해도 너무 못하다보니 아예 아무 생각없이 반평생 가까이 살았다.

이대로 운동은 다른 나라 세상의 이야기인 양 모르고 살아도 아무 불만이 없는데, 몸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말년에 제명대로 못살겠다 싶어서 동네 GYM에 무작정 등록부터 했다.

GYM을 등록하니 무료 PT 2회 서비스스를 해 주겠다고 해서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기구 사용법은 알아야겠지 싶어서 받아봤다. 아리따운 PT코치님의 노련한 조련에 반해서 PT를 끊고 기초를 배웠다.

이 간단한 동작이 왜 이렇게 어렵던지. 그래도 처음 시작했던 터라 의욕이 있었는지 동영상을 찾아보고 자세를 익히려 했다. 몇 운동 채널 구독을 하다보니, 운동이라는 것이 단순히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 아니었다.

몸을 '잘' 움직이기 위해서, 운동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내 생활의 요소요소를 다 개편해야 했다.

일단 먹거리. 사무실 출근하는 평일은 먹는 것을 거의 신경 안쓰고 거르는 때도 많았다. 남들과 반대로 잘 먹어줘야 했다. 간식은 원래 잘 하지 않아서 고칠 것이 없으나 지금은 군것질을 종종 해서 이 버릇 없애려면 애를 써야 한다.

휴식, 운동을 한 날이나 다음날 휴식이 필요할 수 있는데 '휴식'의 정의가 애매했다. 왠종일 사무실 앉아 있는 생활이 근육입장에서는 휴식같은데 따로 또 챙겨야 하나 싶었다. 이건 업무량, 집안일과도 관계가 있으므로 우선 순위에서는 밀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 운동인데, 늦게 시작하다 보니 몸에 내제화 되기 힘들었다. 바쁘고 몸이 힘들면 가장 먼저 거르는 것이 운동이다 보니 하다 말다를 반복했는데, 그래도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것에 의의를 두자고 생각했다.

다행인 점은 수면의 질이다. 워낙 작게 작기는 하지만 지금껏 활기있게 생활한 이유는 짧게 자도 숙면을 취한다.

운동은 자세가 무척 중요하다. 저주받은 체력에 깡만 넘치고 체형 자체가 길쭉 하다보니 남들 두배 노력을 해야 제대로 자세를 잡을 수 있는 스타일인데, 가장 기본인 스쿼트는 아직도 어렵다. 처음부터 자세가 잘 잡히는 사람들 보면 부럽다. 운동을 오래 하고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체형의 변화가 없는 경우 첫째는 식단, 둘째는 자세이다.

식단은 그렇다 치고, 자세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근육이 제대로 붙지 않고 관절만 혹사시킨다.

그래서 코치님의 말씀에 신경을 쫑긋세우고 듣기는 하는데 혼자 해보면 '이게 맞나?' 싶다. 어디를 신경쓰고 언제 호흡을 해야 하나도 헷깔린다. 매번 PT를 받을 수도 없으니 나만의 루틴을 정해서 하면 좋겠는데, 내가 편하고 좋아하는 동작만 골라서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 맞는 루틴이건 아니건 떠나서 기본적인 운동동작으로 구성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한때 daily 운동루틴 프로그램 동영상을 보고 따라한 적이 있었는데,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주고 프로그램을 완료했을 때 성취감을 줘서 좋았다.

이때 아쉬운 점이라면 특정 동작을 따로 찾아 익히고 싶을 때 해당 동영상을 뒤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리 자세한 설명이 있지는 않다.

<10주 완성 인텔리전트 피트니스 프로그램>은 그런 면에서 반가웠다.

오랜 농땡이 끝에 마침 다시 PT를 시작했고 3회 정도 진행했다. 요즘 GYM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많았던지, PT코치님들이 사정상 여러번 바뀌었다. 똑같은 동작이라도 코치님 마다 설명이 달랐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point도 달랐다.

운동 동영상에서도 조금씩 설명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항상 '헬린이' 마음으로 살고 있는 지라,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이 책의 저자는 제임스 본드와 캡틴 아메리카의 몸을 만든 '스타 트레이너' 사이먼 워터슨이다.

유명 배우들의 몸을 근사하게 만들어내서 유명해졌다고 볼 수 있겠으나, 그런 배우들이 찾은 코치이니 이미 실력과 경험은 검증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에 담고 있는 프로그램은 대회준비가 아니라 건강한 몸을 찾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의 서두에는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저자의 말들이 있는데, '인텔리전트 피트니스 프로그램은 미용보다는 순수 퍼포먼스 향상을 우선'하고 있다고 했다. 운동능력을 단련하면 아름다움은 자연스래 따라온다는 것이다. 단순히 신체 단련만 힘쓰지 말고 감정적, 정신적 건강과 웰빙에 주의를 기울이면 균형있고 지속가능한 건강관리 요령을 체득할 수 있다고 했다.

10주의 기간은 배우에게 촬영때까지 주어지는 기간이다. 짧아 보이는 기간인데 저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운동선수로 변신하기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성별도 다르고 운동능력도 다르고, 운동경험과 내공이 다른데 이 책 한권으로 누구에게나 통할까 싶은데 저자는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와 무게를 택하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에 따라 횟수나 무게를 더 올려서 할 수 있다. 실제로 모든 프로그램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 중급, 고급에 맞는 동작 횟수와 운동시간을 정해주고 있다.

처음은 가볍게 시작하는 것 처럼 보여도 혼자 '매일' 지속하기 위해서는 쉬운 동작이지만 효과는 좋은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저자의 경험으로 체계적인 구성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의 장점을 말해 보라고 하면 10주 프로그램을 군더더기 없이 사진과 설명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프로그램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고 쉬는 날과 스트레칭 방법까지 빠짐없이 포함되어 있어서 묻지말고 따라하기 좋다.

아쉬운 점은 사진 정보이기 때문에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이게 맞나?'하고 생각할 수 있다. 개별 동작은 QR코드로 연결해서 동영상 가이드도 있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 책만 보지 말고 어떤 동작은 동영상을 검색해서 찾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

10주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니, 밴드나 덤벨 같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도 있으나 보수, 짐볼, 발목 주머니, 스텝박스, 바벨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만 할 수 있는 동작은 아닌 구성이 아니고 GYM에 다닐 경우, 참이 책을 참고로 하면 좋을 듯 하다.

운동은 기본 동작을 주로 사용하므로 부담이 되지 않지만 후반부 프로그램에서는 확실히 무게가 올라간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초보자보다는 경험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들에게 훨씬 효과적인 책같다.

책에서는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이 습관이 일상 생활에 스며들 수 있도록 힘쓸 것을 내내 강조한다.

나도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는 했으나 날이 갑자기 무더워지니 영 꽤가 난다.

습관으로 자리잡으려니 운동을 싫어한 기간이 긴 만큼 다시금 내 속에서 거부반응이 생기고 있다. '덥고 지치는 데 운동은 무슨 운동이야.' 라며.

10주 후에 다시 이 책을 봤을 때, '아, 벌써 10주가 흘렀어? 열심히 따라 해 볼껄'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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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the PERFUME - 나만의 새롭고, 특별한 향기를 위한 가이드북
사라 매카트니.사만다 스크리븐 지음, 양희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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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세계‘에 대한 지도를 받은 기분이다. 두꺼운 책 하나 가득 향수에 대한 소개가 있어서 향수 백과사전을 선물받은 것만 같다. 향수 마니아라면 이 책을 보면 밤잠 설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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