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자고 일어나
아점 차려 먹고, 대충 치우고,
양치하고, 커피를 고른다.
오늘은 어떤 맛으로 마실까? 고민은 잠깐.
늘 하던대로 아무 생각없이 손에 잡히는대로,
커피 맛을 골라 커피를 내리는 시간에 잔을 고민한다.
머그컵? 찻잔?
그래, 주말만큼은 찻잔에 마셔 보자.
주말은 여유가 있어야지!
나름의 루틴을 정해 본다.
(오래가지 않겠지만.)
바깥 날씨도 흐리니 좀 화려한 커피잔을 고르자.
우리집 찬장을 차지하는 가장 작지만 화려한 찻잔.
결혼하여 선물로 들고 온 아이인데
엄마의 유품이기도 하고, 시부모님의 유품이기도 한 찻잔이다.
다른 것들은 대충 정리했었는데 컵을 좋아해서인지
이 찻잔은 차마 버려지질 않아 세 분의 유품이라 생각하고
챙겨서 나 혼자 이따금씩 꺼내서 커피를 마시곤 한다.
헌데 찻잔이 너무 작구나!! 정말 차만 마시는 잔.
리필을 도대체 몇 번을??
커피 줄이고 싶을 때는 이 아이를 사용하면 되겠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커피만 마시면 금방 배고파 손 떨리니까,
간식도 챙겨야지.
간식....간식....어? 간식이 없네?
그동안 삶의 여유가 없었구나!! 어휴~ 불쌍한 나!
간식 떨어진 줄도 모르고 살다니...?
할 수 없이 눈에 띄는 아몬드랑
고구마 칩 조금 남은 것 탈탈 털어 간식용 소접시에 담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읽을 책들을 곁에 쌓아 본다.
기분 내키면 한 번씩 읽어 줄 것이고,
읽다가 어떤 한 권이 쭉쭉 읽힌다면 오늘은 그 녀석이
종일 총애를 받아 완독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겠지.
정지돈 작가와 이반지하 작가의 에세이집에 자꾸
눈길이 간다만,
그래도 <레이디 크레딧>부터 조금이라도 먼저 읽자.
졸음 쫓으려고 커피도 마셨잖아?
카페인 사라지기 전에 얼른 읽자.

이상,
책 읽기 전 준비하는 나의 독서 루틴.
커피, 간식 조금, 그리고 책탑.
딴 게 또 뭐가 필요하지?
나는 대부분 일단 커피를 먼저 마시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살짝 요상한 루틴도 생기려고 한다만,
이렇게 세 가지를 준비해 놓고, 인증샷 찍고 나서
책을 읽으면 또 좀 잘 읽히는 것 같다.
(눈치 채신 북플친님들이 계신지도 모르겠지만
요사이 그래서, 책 읽는다고 인증샷을 자주 올렸....^^;;)
아마도 의식되기에 딴짓 하지 않을 것 같은 꼼수?
꼼수 부리려다 여적 30 분째 페이퍼 쓴다고 놀았지만..

사진 기능을 보다가 만화 형식 버전이 있다는 걸 이제 알았다.
책과 커피 풍경.
내가 저렇게 그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이제 주말 루틴 하러 가야지.
오랜만의 여유로운 주말엔 책을 읽는 게 장땡.

혹시나 싶어 곁에 쌓아 둔 책을 나열 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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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4-23 12: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나무님 만화형식 사진 기능이 있었네요? 넘 좋은데요 이제 알았네요^^ 커피와 간식, 책 완벽한 조합이죠! 전 장보고 왔어요 주말이라 사람이
넘넘 많았다는^^ 즐독하세요!ㅎㅎ 아 그리고 찻잔 정말 이쁩니다 오래 오래 간직하셔요^^*

책읽는나무 2022-04-23 14:58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핸드폰을 3 년동안 쓰고 있었는데 오늘 알았네요??
종종 사용해봐야겠어요^^
토요일이라 사람들 더 많았을 것 같아요. 요즘 전 밥 차려 먹는 것에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장도 잘 안보고 대충 차려 먹고 있어요. 그랬더니 애들이 또 이 반찬 먹냐고? 자주 하네요ㅋㅋㅋ
장을 보러 다니는 것도 뭔가 삶의 의욕(먹고 싶은 의욕?)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암튼 장도 보셨으니 오늘 내일 반찬은 조금 풍성하시겠어요.
맛난 거 많이 챙겨 드시고 편안한 주말 되시길요^^
찻잔은 깨트리지 않고, 조심히 잘 간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singri 2022-04-23 1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주가 넘 힘들었는데 나무님 만화사진 어쩐지 힐링됩니다. 방금 커피마셨는데 또 마셔야되나싶은정도로 편안해보이네요ㅎ

책읽는나무 2022-04-23 15:02   좋아요 2 | URL
싱그리님도 힘드셨군요?
저도 일주일이 좀 바빴고, 정신없이 지나갔던지라..오늘에서야 하~ 하는 듯 합니다.
힘든 한 주 이제 지나갔으니 주말 힐링 하시고, 다음 주는 기분 좋은 한 주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만화 그림이 뭔가 좀 친근감을 주는 게 있나 봅니다. 저도 저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보니까 순간 현실감이 없어지면서 만화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잠이 스르륵~ 오는 것 같았어요ㅋㅋㅋ

청아 2022-04-23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리보기에서 보고 그린 건줄 알았어요!! ㅎㅎ나무님의 선택과 총애를 받을 녀석이 누굴지 기대됩니다^^*

책읽는나무 2022-04-23 15:05   좋아요 2 | URL
제가 실력이 저 정도 된다면야...벌써 웹툰 책을 한 권 냈겠죠?? (뭔말인지?😎😎)
아침에 잠깐 정지돈 작가 에세이 책 읽고 혼자 피식거리며 웃었거든요. 계속 이어가고 싶은데, 여성주의 책 진도 좀 빼야해서 꾹꾹 참고 있네요^^
총애를 다들 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04-23 14: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찻잔 너무 이쁘네요. 저 찻잔 세트만 있으면 항상 우아해질것 같아요. 저도 지금 잠깐 식구들이 외출한 관계로 마음이 엄청 편~~안한데 커피 한잔 더해야겠어요. 만화형식 사진은 넘 근사해서 엽서로 써도 되겠어요^^
책나무님, 고요한 즐독의 시간 되소서!

책읽는나무 2022-04-23 15:11   좋아요 1 | URL
찻잔이 아래에 찻잔 받침이 있으면 좀 이상하게 커피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그게 우아해져서 그런 거였군요?? 기분상 그런 건가? 싶었던....ㅋㅋㅋ
식구들이 집에 없으면 정말 우린 조용한 자유 시간을 즐길 수 있죠!!
평일에 느끼는 자유와 주말에 느낄 수 있는 타이트한 자유의 느낌이 많이 다르고 더 달콤하네요.
책은 몇 장 못읽었는데 점심으로 비빔면 해먹고 지금 커피 2차 물 올리고 있어요.
단발머리님도 주말의 편안하고 달콤함 만끽하시는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늘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2-04-23 15: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넘 좋은데요
이런 좋은 분위기라면 책이 저절로 읽힐것 같은 느낌이예요.
사진도 좋고~~
책에 나오는 일러스트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4-23 15:24   좋아요 2 | URL
간만에 애들 시험기간이라서 다들 각자 도서관에, 독서실에,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주고, 남편은 오늘도 출근, 모두들 조용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니...평일의 조용한 날과는 조금 또다른 주말의 조용함은 좀 여유가 있는 느낌입니다. 날도 흐리니 더 차분해지기도 했구요^^
늘 느끼지만 페넬로페님은 사진이나 그림을 많이 좋아하시는 분 같아요.
맨날 좋다고 해주셔요ㅋㅋㅋ
안그래도 저도 만화 화일로 바꾸고 보니까 일러스트 같아 보여서, 저렇게 일상의 모습을 일러스트화 해서 책을 만들어 한 장, 한 장 앨범 보듯 넘겨서 본다면 늘 집안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겠단 생각을 좀 했었습니다.
알라디너님들은 책이랑 커피 풍경만 봐도 고향 풍경 보듯 좋아하시니...ㅋㅋㅋ 이심전심입니다ㅋㅋㅋ

가필드 2022-04-23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밑에 그림은 나무님의 그림인줄 알았습니다 ^^ 책어야 할책과(페미니즘) 읽었던 책 (이웃집 퀴어니즘 ,당신을 위한것이나 당신것이 아닌)도 보이구요 읽고 싶은 책 (레이디 크레딧)도 보이네요^^ 든든한 한상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4-23 20:50   좋아요 2 | URL
저도 제가 저렇게 그렸음 참 좋겠네요^^
읽었고, 읽어야 하고, 읽고 싶은 책들이 모두 다 포함되어 있다니 저로선 영광이옵니다^^
가필드님과 저와 책 성향이 비슷한가 봅니다.
읽겠노라~ 인증샷을 올린 것 치곤 오늘 제대로 많이 읽진 못했네요.ㅜㅜ
하지만 또 내일도 독서 루틴은 계속되겠죠? 가필드님도 가필드님만의 독서 루틴 꾸준하게...그리고 함께 이어나가 보아요^^

서니데이 2022-04-24 0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그림 그리시는구나, 하면서 수채화로 그리신 건 줄 알았는데, 댓글 보고 알았어요.
진짜 그림 그린 것 같은 어플이 있나봅니다. 좋은데요.^^
저도 집에 독서대 있긴 한데, 잘 쓰지 않고 있어요. 편리한 점 많으면 다시 꺼내와야겠어요.
책읽는나무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책읽는나무 2022-04-24 07:51   좋아요 2 | URL
내가 그린 것이 아니고, 만화 형식으로 편집 했다고 적어 뒀는데.....?
좀 자세히 적을껄 그랬나 봅니다ㅋㅋㅋ
핸드폰 사진 기능을 보다가...몇 년만에 알게 되었네요.곧 핸드폰 갈아야 할 때가 다되어가는데 말이죠. 워낙 기계치다 보니~^^
저는 이제 목이 너무 아파서 독서대가 이젠 편한 나이가 되었네요.
눈도 안좋아지니 더더욱..ㅜㅜ
예전엔 독서대가 불편했었는데 이젠 독서대 사용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젠 좀 편해졌어요. 물론 침대에선 그냥 기대거나 엎드려 읽긴 하지만요.
책상에 앉아 읽을 때는 독서대가 편하더군요. 특히 두꺼운 책 읽을 때는 손목도 아파 들고 읽기가 넘 힘들어서요ㅜㅜ
늙어가니까 온몸 여기저기 말썽이네요.
암튼 서니데이님도 주말 평안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난티나무 2022-04-24 0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커피만 마시고 손 떨리는 거 ㅠㅠ 느무 싫어요 ㅎㅎㅎ 저는 제때 밥을 안 넣어주면 머리도 아프고요 속도 뒤집어진답니다. ^^;;;
잘 챙겨먹자고요!!!!! ☕️🍩🍨🍰🥜

책읽는나무 2022-04-24 07:5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이렇게 또 나이 연식 나오나요??^^
저도 언제부터인지...커피만 마시면 힘이 들더군요. 뭐라도 같이 먹어야지~ 안그럼 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느낌인 건지? 손 떨리고, 어지럽고...속 뒤집어지는 느낌...딱 그 느낌이 오더군요. 그래서 빵이나 뭐든 같이 챙겨 먹었더니 음...이젠 뱃살이 자꾸 처지고 있네요ㅋㅋㅋ
전 삼 시 세끼 꼬박 꼬박 챙겨 먹기 시작한 건 좀 오래 되었네요. 안그럼 눈까지 뒤집히는 느낌이라서요ㅋㅋ
커피도 속이 쓰려서 빈 속엔 못 마시고 꼭 밥 먹고난 후 마십니다.간식과 함께요^^
그래서 가끔씩은 내가 밥을 먹는 이유는 커피를 마시기 위함인가?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는..???
커피 마시면 양심상 책이라도 읽자!!! 암튼 패턴이 이렇게 늘 돌고 돌아...뭐가 주체인지 모르겠는?ㅋㅋ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잘 챙겨 먹고 살자!!! 이거겠죠?
난티님도 밥도 잘 챙겨 드시고, 커피랑 간식 잘 챙겨 드셔서 건강 잘 챙기시길요♡

mini74 2022-04-25 1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가 시험 끝나고 집에 와서 ㅠㅠ 내내 멕이고 ㅠㅠㅠ 또 먹고. 마시고.ㅎㅎㅎ 넘 예쁘네요 ~ 차받침 꺼내 차 마셔본지 오래네요. 저도 차받침이랑 꺼내봅니다. 우아하게 한 잔 해야겠어요 ~~

책읽는나무 2022-04-25 19:05   좋아요 2 | URL
우아한 하루가 되셨나이까??^^
학생들이 모두 시험기간이라지요?
그래도 아드님은 시험이 일찍 끝났군요?^^
울 아들은 1 년이 시험기간?인지라 맨날 긴장감도 없고...ㅜㅜ
그래도 오늘 지 생일이라고, 스시 먹고 싶다고, 회전 초밥집 들어가자고 해서......ㅜㅜ 전 옆에서 접시를 계속 세었네요ㅜㅜ 아...애들은 커도 먹이는 게 일입니다.
울집 애들은 뒤떨어져 보여도, 남의 집 애들은 다 멋지고 이뻐 보인다고 미니님 아드님은 맛난 거 많이 해주세요. 자취한다고 고생했을테니까요^^
벌써 많이 먹고 학교 갔겠군요^^

얄라알라 2022-04-25 1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은 찻잔으로 바꾸신 책읽는나무님 아이디어! 넘 좋은데요
전 최근 커피과음으로 새벽 세네시 자는 일이 잦아져서
작두콩차 티백을 박스로 샀어요
커피대용하려고요

하지만, 차라리 작은 찻잔으로 마셔도 커피 그 자체가 좋을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4-25 19:10   좋아요 2 | URL
새벽 세 네시!!! ㅜㅜ
아....전 12시만 넘어 자도 다음 날은 헤롱헤롱이던데 얄라님은 괜찮으세요?
건강 잘 챙기셔야 합니다^^
전 오후나 저녁에 커피 마시면 잠이 안와서 요즘엔 디카페인 사다가 마셔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힘들면 커피 끊음 될텐데 그건 또 힘드니??ㅋㅋㅋ
양과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곤 하는데 확실히 머그컵 보다는 찻잔이 커피양이 적어서 뭔가 허전허니 아쉽긴 하지만 조금 덜 마시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머그컵 보다는 찻잔을 좀 사볼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이렇게 소비요정은 맨날 무언가를 살 생각만 하고 있어요ㅋㅋㅋ

희선 2022-04-26 0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멋진 그림이 됐네요 사진이 좋아서 그림도 멋지게 됐겠습니다 저는 찻잔 같은 거 마음 안 쓰고 그냥 하나만 써요 다른 컵도 써야 할 텐데, 하나 오래 썼으니... 지났지만 좋은 주말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04-26 22:14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요즘은 기능들이 워낙 발달되다 보니...모든 게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변덕이 좀 심해서인지? 뭐든 진득하게 오래 쓰는 걸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컵 썼다가, 저 컵 썼다가...찻잔도 썼다가....좀 정신이 없죠ㅜㅜ
주말 지난지가 얼마되질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새 주말이 며칠 안남은 것 같네요. 이번 주말이 지나면 바로 또 5 월이구요.
4 월 뜻깊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기억의집 2022-04-28 0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하세요. 저는 4월은 거의 초토화 되서. 감정적으로 너무 소비된 달입니다. 이제. 윤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기 위해서 저도 열심히 읽으려고요!!!
 

제대로 된 어른이 되고 싶다.

제대로 된 어른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이상의 제야가 생기질 않기를...

사람들은 내가 겪은 일이 먼지인 줄 안다. 먼지처럼 털어내라고 말한다. 먼지가 아니다. 압사시키는 태산이다.
꼼짝할 수 없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움직일 수 있다. 걷고 보고 말하고 달릴 수 있다. 울고 웃고 판단할 수 있다.
나는 쓸 수 있다. 나는 하고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 P86

제야는 생각했다. 방에만 처박혀 있다가 미쳐버리는 자기를, 다들 그럴 거라고 생각해도, 그게 피해자다운 거라고 해도, 제야는 그럴 수 없었다. 미치고 싶지 않았다.  - P116

안전해지고 싶었다. 제야는 눈물을 닦았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제야는 강해지고 싶었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제야가 말했다.
잘못은 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했어요.
- P117

잘해주는 게 아니라 걱정하고 아끼는 거야.
너무 노력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노력해야 해, 이모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노력해야 해.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래야 해.
노력은 힘든 거잖아요. 제야가 중얼거렸다.
마음을 쓰는 거야. 억지로 하는 게 아니야. 좋은 것을 위해 애를 쓰는 거지.
제야는 일기에 이모의 말을 썼다. 언젠가는 이모의 말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랐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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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언니에게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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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단숨에 읽히지만, 주인공 제야의 상처는 오랫동안 아프게 남는다. 제대로 된 어른들이 많다면, 제야가 상처를 딛고 더 강해질 수 있고, 또 어쩌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텐데...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히나 더 노력해야 한다는 강릉이모의 말이 작가의 말처럼 들린다. 노력하여 제대로 된 어른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진영의 소설을 읽는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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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4-22 0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효석 문학수상 작품집에서 최진영 작가님 소설 읽었었는데 좋았었어요^^ 감상평 보니 어른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군요^^*

책읽는나무 2022-04-22 10:16   좋아요 2 | URL
예전에 <해가 지는 곳으로>란 소설을 한 권 읽었었는데 다 읽고 나니, 괜찮다~란 생각이 들어 좀 찾아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얼마전 팟캐스트를 통해 은유 작가님 책을 읽고 소설을 썼다는 소식 듣고 도서관 가서 찾으니까 그 책은 대여중이더군요. 그래서 손에 잡히는대로 이 책을 들고 왔는데 아....ㅜㅜ
성폭행 당한 소녀의 이야기였어요. 이거 스포해도 되는 건가요??ㅜㅜ
암튼 그래서 좀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약자인 아이들 편에서 꾸준히 소설을 쓰는 최진영 작가님에 대해서도 또 한 번 생각해 보고, 더 좋아지고 그렇더군요.
더 찾아 읽어보고 싶은 작가님이네요^^

거리의화가 2022-04-22 10:19   좋아요 2 | URL
아마도 전 읽더라도 바로 못 읽을 것 같기에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그런 아픈 이야기군요ㅠㅜ 최진영 작가님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해주셨으면 좋겠어요
 

2 부 ‘부채 관계‘의 탄생과 부채의 전략.
2부 꼭지를 읽다 보면 정말 꼭지가 돌 것 같은 느낌이다.
은행 이자가 1%만 올라도 손이 벌벌 떨리는데 어떻게 이쪽에서는 몇 백 %의 이자율 계산법이 생겨날 수 있을까?
성을 상품화하여 성을 구매하는 사람이 자꾸 생겨나니 이 부채를 조정하는 고리대금업의 규모가 더 커지고, 행사력이 더 커지는 것일테다. 이것을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하는 것인가?
부채로 인해 여성들의 삶은 저당잡혀, 결국 창살 없는 감옥처럼 읽힌다. 과연 해답이 있는 것인가?
읽어나가는 것이 힘겹다.

결근에 따른 벌금을 여성이 진 부채 총액의 이자로 볼 때이러한 이자에는 상한선이 없다. 1000만 원의 선불금을 받고 업소에 들어온 은아에게 하루 벌금 100만 원을 부과한 것은 3650%의 고리를 매긴 것과 같다. 여성들은 이러한 높은 이자를 피하기 위해서 업소에 출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주요 연구참여자 대다수가
‘할당량‘, ‘의무‘, ‘업소 기대‘, ‘해줘야 하는 한도‘라고 말한 것과도 연결된다. 업소는 동시에 여성들이 선불금의 이자 3650%에 해당하는 수익은 내야한다고 계산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은아는 초저녁부터 다음 날 낮 12시까지‘ 일을 해야 했다.  - P98

만약 선불금이 5000만 원인 여성의 하루 벌금 또는 하루 할당량이 100만원이라면 이는 이자율 730%에 해당한다. 성매매 업주가 지역 신협에서 40%의 이자로 5000만 원을 빌려 여성들에게 선불금을 제공한 것이라고 가정하면 그는 690%의 이자를 남긴 것이 된다. 
- P99

법정 이자율의 한도는 사채 시장의 고리대 문제와 밀접한 관련 속에서 조절되어왔다. 1962년 이자제한법이 제정되었으나 IMF에서 ‘현재의 경제여건상 긴축재정·금융정책에 따른 고금리추세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자제한법으로 인하여 시장 기능에 대한자유로운 이자율 결정이 제약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자제한법 폐지를 요청하여 1997년 이 법이 전격 폐지되었고, 이후 10년 만인 2007년 다시금 동법이 제정되어 시행되었다(백태승, 2007), 하지만 일본의 이자 상한이 연 20%인 점과 비교할 때 한국의 높은 이자율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왔고, 2018년 2월 28일 법정 최고 이자는34.9%에서 24%로 조정되었다. - P111

내가 ‘돈을 중심으로 업소 경험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하면여성들은 돈을 빌리고, 상환이 밀리고, 재대출을 하고, 고소당하고,
돈을 탕진하고, 이사 다니고, 각종 사기를 당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러한 과정 동안 여성들은 성매매 산업 구성원과 다양한 종류의 부채 관계로 얽히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성노동을 해야만 하는처지에 놓인다. 부채의 종류를 막론하고 유일하게 수익을 만들어낼수 있는 물적 담보는 이들 여성의 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매매 내 부채 문제의 중심에 있는 고리대금은 채무자 여성들을 매춘여성으로 고정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 P118

부채 관계를 통해 여성들을 유인하는 성매매 산업의 결속 안식은 얼핏 "친밀성의 경제intimate economies"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페미니스트 인류학자인 아라 윌슨(Wilson, 2004)은 태국 방콕의 외국인 전용 매춘 업소인 고고바.go go bar 연구에서 비경제적인 방식으로 분류되곤 하는 개인의 삶이 거시적인 경제 발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친밀성의 경제"라는 프레임을 통해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고고바에서는 성상품이 공식적으로 판매되지만, 이러한 경제를 운영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다양한 종류의 친밀한 관계망이 개입하기 때문에 여기에 착취나 구속의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같은 책, 69~101), 고고바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성매매 여성들 역시 부채 관계를 통해 이자수익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차용증과함께 성매매 시장에서 교환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어지지만, 정작그것이 여성들 스스로의 도덕경제적 실천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성매매 산업의 부채 관계는 ‘친밀성의 경제‘에 기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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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쓰는 책마다 마음에 드는 글만 쓰는지?
이쁜 작가다.

혹시 나 자신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견디기 힘든 날이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가식적이라고 비난해서 모멸감을 느낀 날이 있는가? 괜찮다. 정말 괜찮다. 아직은 내가 부족해서 눈 밝은 내 자아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내 ‘가식의 상태‘를 들키고 말았지만, 나는 지금 가식의 상태를 통과하며 선한 곳을 향해 잘 걸어가고 있는중이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보다 최선을 다해 가식을 부리는 사람이 그곳에 닿을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척‘
한다는 것에는 어쩔 수 없이 떳떳하지 못하고 다소 찜찜한 구석도 있지만, 그런 적들이 척척 모여 결국 원하는대로의 내가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가식은 가장속된 방식으로 품어보는 선한 꿈인 것 같다.
- P64

남에게 충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 P75

아니 근데 무슨 이야기들이 이렇게 죄다 ‘특정 집단‘에만 유리하게 선별적으로 짜였는지. 옥이야 금이야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고생해서 잘 키워낸 손녀를 명절마다 데려다 부려먹는 남자네 집안에 벌을 내리는조상신 이야기는 왜 없는 걸까? 이야말로 한 집안을 쓸어내버리고 싶을 만한 일일 텐데. 남자네 집 제사 지내느라 내 제사에는 몇 년째 오지 않는 증손녀 부부에게 분노해서 그 집안에 저주를 내리는 조상신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나? 무엇보다 후손에게 복과 재앙을 골라서 내릴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녔으면서 밥 한 끼를 알아서 먹지 못해 배고프다고 꿈에까지 찾아오다니 정말 독특한 영혼이 아닐 수 없다.
- P84

공식적으로는 시범 비행이었던 날을 이렇게 넘긴 며칠후, 두 번째 비행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첫 비행이었던 날에도 옆집에 살았고 훗날 나의 베프이자 룸메이트가된 J가 새벽부터 찾아와 머리를 정성껏 만들어주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무사히 넘기지 못했을 날들. 내 생애 가장 ‘여초‘ 회사였던 비행기 안에서 여자들끼리 익히고 배우고 나눴던 감각.
요즘은 비행기를 볼 때마다 이것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도 다른 여자들의 손을 빌리고 또 손이 되어주면서 우리가 계속 하늘을 날았다는 사실에 대해. 떠나간 여자들 뒤에 남은 이들은 어쨌거나 어디로든 계속 날아가야 하고, 서로의 비행을 응원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힘에 부쳐 주저앉아버린 순간에 문득 펼쳐볼 수 있는 다정한 기억들을 서로의 마음에 하나씩 쌓아 올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비행기를 보면서 다정을 다짐했다.  비행기가 지나다니는 집이어서 다행이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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