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신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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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선물의 특별함과 어울리지 않는 지극히 일상적인 장소에 선물을 숨겨 놓고 우리 자매를 애타게 한 뒤
우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행복해했다.
그제야 나는 여행 가방 속에 든 물건들이 어머니의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보시 속옷가게 점원에게 꾸며 낸 거짓말이 실은 진실이었던 것이다. 침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파란 원피스도 분명 내 사이즈일 것이다. 몸에 걸친 가운이 직접 내게 이야기라도 해준 것처럼 나는 불현듯 그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니의 축하카드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정말로 어머니가 나를 놀라게 하기위해 넣어둔 카드가 있었다. 나는 봉투를 열고 초등학교아이가 쓴 것처럼 한껏 멋을 낸 어머니의 글씨를 읽었다.요즘은 그런 식의 글씨를 쓰지 않았다.
‘생일 축하한다, 델리아. 엄마가.‘

햇살이 목 위로 뜨겁게 내리쬐는 동안 나는 사인펜으로내 얼굴선을 따라 어머니의 머리 모양을 그려 넣었다. 짧게 자른 머리를 귀 밑으로 연장하고 두 갈래로 가르마를 탄 검은 머리가 풍성하게 물결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오른쪽 눈 위로 머리선과 눈썹 사이에 가까스로 매달려있는 것처럼 보이는 곱슬머리를 한 가닥 그려 넣었다.
 나는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다 홀로 미소를 지었다. 40년대에 유행하다 50년대부터 사라진 한물간 머리,
모양은 내게 어울렸다. 사진 속에는 어머니의 흔적이 있었다. 내가 바로 아말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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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0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6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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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넘기며 살포시 지어지는 미소가,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책이다.
열세 살의 연애 이야기는 내 딸아이의 연애 이야기를 훔쳐 보는 듯 홍시처럼 보드랍고 달달하다.
나의 열세 살은??? 아, 헤아리기 어려우니 차라리 딸아이들의 가까운 작년 열세 살적 과거를 캐묻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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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10-25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 설해목님 서재에서 보고 보관함에 담아놓고 여름을 그냥 보내버렸네요.
올리시는 책 리뷰들 보면 책읽는나무님 독서 취향도 저와 많이 다르지 않은 듯해요.

책읽는나무 2019-10-25 09:02   좋아요 0 | URL
혹시나 싶어 ‘나의 독서 취향 친구‘코너에 가서 나인님 이름이 있나?살펴봤는데요~~~어???이름이 없네요????
알라딘 착각하고 있어요.
우린 이미 독서취향 연대로 묶여 있는데 말이죠ㅋㅋ
저도 그동안 나인님 올리시는 책을 유심히 지켜보고 참고하고 있었어요^^
쾌락독서 재밌다고들 해서 찜해뒀다가 나인님의 리뷰를 보구서 얼른 도서관에 가서 검색했는데 여적 대출중이더라구요ㅜㅜ
저걸 예약 걸어둘까?싶다가도 워낙 읽고 있는 책들이 많아서...기다리는 중입니다.^^

오랜시간 함께하고 있는 알라디너분들이 읽고 괜찮다고 하는 책들은 대부분 괜찮았고 또는 취향이 아녀도 배우는 자세를 취할 수 있어 어쩌면 독서 취향을 서로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랫동안 함께 오순도순 얘기 나눴음 싶네요^^
 
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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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나빴다!
-뭐?
-어떻게 남이 준 러브 레터를 찢어 버리려고 하냐?
-러,러브레터 아니거든! 그리고 이건 남이 준 게 아니라...
-그럼 뭔데?
-아, 내가 주려다가....실패한 거라고.
-그럼 더 나빴네. 그 편지는 받을 사람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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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 제주4·3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금숙, 오멸 원작 / 서해문집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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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멸 감독의 ‘지슬‘이란 독립영화를 김금숙 작가의 손에서 다시 탄생한 ‘지슬‘ 만화책이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책이기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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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 제주4·3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금숙, 오멸 원작 / 서해문집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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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맞이한 아침, 태풍이 섬에 상륙해 사람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비바람이 엄청났음에도 4.3 때 제주도민들이 숨었던 다랑쉬굴을 찾아갔다. 평소엔 사람들로 빽빽하다던 올레길에 태풍으로 아무도 없었다.
비와 바람을 뚫고 간신히 굴 입구까지 걸어 들어갔다. 온몸이 젖고장화 안으로 빗물이 고여 걸을 때마다 질퍽질퍽했다. 나무와 풀들이 바람에 요동을 쳤다.
태풍 속에서도 자연은 이렇게도 아름다웠지만 4·3을 생각해보며 죽음을 피해 도망 다니던 사람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싶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춥고 배고팠을까?
늙은 부모님과 아이들을 데리고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었다. 막다른 골목이었으리라. 바다를 건너 육지로 갈 수도,  추위 속에서 산으로 피할 수도 없었던 그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조여왔다.
이 불어오는 바람이, 저기 한없이 몸부림치는 억새가, 저렇게 서로 맞물려 굳건히 몸을 지탱하는 검은 돌들이,  미친 듯 요동치는 저 파도가,  바다가,  마치 그때를 기억하는 듯싶었다.
이튿날 언제 그런 태풍이 있었나 싶게 햇볕은 따스하고 부드러웠고 바다는 옥빛이었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며칠 제주에서 보내며 그냥 그렇게 머물러 살고만 싶은 마음을 무시한 채 간신히 서울로 돌아왔다.
우리의 여행은 짧았지만 제주도에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돌을 그려도 제주도에 다녀온 전과 후의 마음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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